김재희

김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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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취재하는 방송·영화 담당 기자입니다. 재미를 주는 콘텐츠를 더 재밌는 기사 안에 담겠습니다.

jetti@donga.com

취재분야

2025-02-13~2025-03-15
문화 일반52%
인물/CEO13%
IT3%
산업3%
검찰-법원판결3%
패션3%
음악3%
사회일반3%
기타17%
  • 잡스, 히치콕…‘인물 사진의 대가’ 알버트 왓슨이 거장들을 담아내는 방법

    스티브 잡스 자서전 표지 사진으로 잘 알려진 ‘인물 사진의 대가’ 알버트 왓슨(80)의 사진전이 8일부터 내년 3월 30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그의 첫 국내 대형 전시회 ‘왓슨, 더 마에스트로-알버트 왓슨 사진전’에서는 상업 사진 데뷔작부터 유명인사의 초상 사진, 풍경과 정물이 있는 개인 작업 등 200여 점이 소개된다. 왓슨이 촬영한 보그, 롤링스톤 등 잡지 표지 사진과 테스트 샷으로 촬영한 폴라로이드 사진, 작업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사진과 영상도 함께 전시된다.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인 왓슨은 1973년 패션잡지 ‘하퍼스바자’의 크리스마스호 표지모델로 영화감독 알프레드 히치콕을 촬영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왓슨은 히치콕의 크리스마스 거위 요리법을 소개한 잡지 내용에 히치콕의 심리스릴러 영화 스타일을 접목해 “방금 목을 조른 것처럼 거위의 목을 쥐어 보라”고 제안했다. 무심한 얼굴로 죽은 거위 목을 잡은 히치콕의 사진은 왓슨을 패션 사진계 스타로 만들었다. 이후 모델 케이트 모스, 글램록의 거장 데이비드 보위, 앤디 워홀, 믹 재거 등 당대의 아이콘을 사진에 담았다. 2011년 스티브 잡스 사망 뒤 출간된 자서전 표지로도 잘 알려진 잡스의 초상 사진도 왓슨의 손에서 탄생했다. 잡스는 2006년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을 촬영하는 잡지사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당시 포토그래퍼는 왓슨이었다. 왓슨은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4, 5명이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있는데 당신은 스스로가 옳다고 확신하는 상황을 떠올려보라”고 주문했다. “쉽네요, 매일 있는 상황이거든요”라고 답한 잡스는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 엄지를 턱에 올린 채 카메라를 응시했고, 왓슨은 이 모습을 재빨리 카메라에 담았다. 잡스가 “살면서 찍은 사진 중 가장 맘에 든다”고 했던 이 사진은 자서전 표지가 됐다. 왓슨은 1977년부터 2019년까지 100회가 넘는 보그 표지, 40회 이상의 롤링스톤 표지를 촬영했다. ‘킬빌’(2003), ‘게이샤의 추억’(2005) 등의 영화 포스터도 그의 작업물이다. 그는 어빙 펜, 리처드 애버던과 더불어 ‘포토 디스트릭트 뉴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0인의 사진작가로 선정됐다. 2010년 영국 왕립사진협회 명예회원이 됐고, 2015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대영제국 훈장을 받았다. 8일 개막식에 참석한 왓슨은 전시회 기간 내 열리는 특강과 작가 도슨트 등을 통해 한국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사진전 티켓은 티켓링크, 티몬, 멜론티켓, 11번가, 29㎝, 네이버예약, 마켓컬리 등에서 성인 2만 원, 청소년 1만6000원, 어린이 1만1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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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조어는 시대의 거울… ‘몰라도 되는 말’은 없다

    9월 방탄소년단(BTS) 팬들 사이에는 리더인 RM(본명 김남준)을 부르는 새로운 호칭이 생겼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과 ‘미친 자’를 합친 ‘헤친자’라는 표현이다. RM이 라이브 방송에서 이 영화를 5번 봤다고 언급한 데다, 영화 장면과 어울리는 와인 시음 행사에도 참석했기 때문이었다. 특정 대상에 대해 집착에 가까운 관심을 쏟는 이들을 ‘오타쿠’라며 폄하하던 시대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과몰입러’ ‘-친자’ ‘처돌이’라며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빅데이터 분석 기업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저자는 젊은 세대들이 즐겨 쓰는 ‘디지털어체’를 “나와 다른 세대의 언어”라고 치부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디지털 언어는 현 시대의 새로운 언어이며, 이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건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얘기한다. 일단 디지털어체의 특징으로는 짧게 줄여 말하기를 꼽을 수 있다.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나 ‘버카’(버스 카드)처럼 많은 단어가 축약돼 사용된다. 그렇다 보니 이제 줄임말은 누군가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 되고 있다. 온라인 거래를 자주 이용하는 이들에게는 ‘택포’(택배비 포함), ‘무배’(무료 배송)가 일상적인 용어로 쓰인다. 축약어는 특정한 상황이나 인물 묘사에 적절하게 사용되기도 한다. 이전에는 ‘자신이 듣고 싶은 답을 듣기 위해서 상대방을 떠보는 사람’이라고 길게 설명해야 했지만, 지금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넌 대답만 하면 돼)라는 단어 하나로 단박에 이해할 수 있다. 몇몇 디지털어는 사회상을 반영한다. 경기 침체와 경제적 불평등이 화두가 되면서 돈과 관련된 신조어가 많다. 2017년 이후 화제가 됐던 ‘시발비용’은 스트레스를 돈을 쓰면서 푼다는 의미를 지녔다. 지난해부터 ‘돈쭐내다’는 신조어가 인기다. 돈으로 혼쭐을 낸다는 긍정적인 뜻이다.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역사 왜곡 논란이 일자 시청자들이 광고주에게 드라마 지원 철회를 요구했고, 이를 받아들인 기업의 제품을 적극 구매하자고 독려한 것이 ‘돈쭐내다’는 표현의 시초가 됐다. 온라인에서 언급이 늘어난 단어를 통해 MZ세대의 특성도 엿볼 수 있다. 요즘 증가세가 두드러진 단어는 ‘취향’이라고 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상을 공개하며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 생기자, MZ세대는 자신의 취향을 전도유망한 자산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개취존’(개인 취향 존중)이나 ‘취저’(취향 저격) 같은 단어들이 보편화된 건 이런 배경 때문이란 분석이다. “세상에 몰라도 되는 단어는 없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언어 습득 능력을 키우기 위한 두 가지 방법을 제언한다. 첫째, 고유명사를 많이 익히면 도움이 된다. 서울 예술의전당을 지은 건축가는 김석철,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아니 에르노 등을 정확하게 외우는 것이다. 사람과 사물을 ‘그’ ‘그거’가 아니라 명확한 언어로 부르는 습관은 새로운 언어를 흡수하는 능력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또 하나는 평범한 일반명사도 한 단계 더 파고들어 보길 추천한다. 요즘 커피 애호가들은 그냥 커피 원두가 아니라 에티오피아 내추럴 원두를 선호한다고 얘기한다. 이처럼 구체적인 표현을 쓰기 시작하면 다양한 언어를 받아들이는 힘을 얻는다고 한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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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RM은 ‘헤친자’…역사왜곡 논란 드라마는 ‘돈쭐낸다’? 

    9월 방탄소년단(BTS) 팬들 사이에는 리더인 RM(본명 김남준)을 부르는 새로운 호칭이 생겼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과 ‘미친 자’를 합쳐 ‘헤친자’라는 표현이다. RM이 라이브 방송에서 이 영화를 5번 봤다고 언급한데다, 영화 장면과 어울리는 와인 시음 행사에도 참석했기 때문이었다. 특정 대상에 대해 집착에 가까운 관심을 쏟는 이들을 ‘오타쿠’라며 폄하하던 시대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과몰입러’ ‘-친자’ ‘처돌이’라며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빅데이터 분석 기업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저자는 지난달 28일 출간된 ‘말의 트렌드’에서 젊은 세대들이 즐겨 쓰는 ‘디지털어체’를 “나와 다른 세대의 언어”라고 치부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디지털 언어는 현 시대의 새로운 언어이며, 이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건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얘기한다. 일단 디지털어체의 특징으로는 짧게 줄여 말하기를 꼽을 수 있다.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나 ‘버카’(버스카드)처럼 많은 단어가 축약돼 사용된다. 그렇다보니 이제 줄임말은 누군가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 되고 있다. 온라인 거래를 자주 이용하는 이들에게는 ‘택포’(택배비 포함), ‘무배’(무료배송)가 일상적인 용어로 쓰인다. 축약어는 특정한 상황이나 인물 묘사에 적절하게 사용되기도 한다. 이전에는 ‘자신이 듣고 싶은 답을 듣기 위해서 상대방을 떠보는 사람’이라고 길게 설명해야 했지만, 지금은 ‘답정너(답은 정해져있으니 넌 대답만 하면 돼)’라는 단어 하나로 단박에 이해할 수 있다. 몇몇 디지털어는 사회상을 반영한다. 경기 침체와 경제적 불평등이 화두가 되면서 돈과 관련된 신조어가 많다. 2017년 이후 화제가 됐던 ‘시발비용’은 스트레스를 돈을 쓰면서 푼다는 의미를 지녔다. 지난해부터 ‘돈쭐내다’는 신조어가 인기다. 돈으로 혼쭐을 낸다는 뜻으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역사 왜곡 논란이 일자 시청자들이 광고주에 드라마 지원을 계속하면 제품을 불매하겠다고 압박한 것이 ‘돈쭐내다’는 표현의 시초가 됐다. 온라인에서 언급이 늘어난 단어를 통해 MZ세대의 특성도 엿볼 수 있다. 요즘 증가세가 두드러진 단어는 ‘취향’이라고 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상을 공개하며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 생기자, MZ세대는 자신의 취향을 전도유망한 자산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개취존’(개인취향존중)이나 ‘취저(취향저격)’ 같은 단어들이 보편화된 건 이런 배경 때문이란 분석이다.“세상에 몰라도 되는 단어는 없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언어 습득 능력을 키우기 위한 두 가지 방법을 제언한다. 첫째, 고유명사를 많이 익히면 도움이 된다. 서울 예술의 전당을 지은 건축가는 김석철,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아니 에르노 등을 정확하게 외우는 것이다. 사람과 사물을 ‘그’ ‘그거’가 아니라 명확한 언어로 부르는 습관은 새로운 언어를 흡수하는 능력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또 하나는 평범한 일반명사도 한 단계 더 파고들어보길 추천한다. 요즘 커피 애호가들은 그냥 커피 원두가 아니라 에티오피아 내추럴 원두를 선호한다고 얘기한다. 이처럼 구체적인 표현을 쓰기 시작하면 다양한 언어를 받아들이는 힘을 얻는다고 한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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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사랑’ 머룬5의 특별한 선물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한국말로) 한국에 다시 오게 돼 정말 기쁘네요.”(애덤 러빈·머룬5 리더) 한파경보가 내려진 지난달 30일, 영하 7도의 차가운 바람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는 주춤했다. ‘디스 러브’ ‘무브스 라이크 재거’ 등 숱한 히트곡을 보유한 머룬5의 내한공연이 열렸다. 머룬5는 2019년 월드투어 후 3년 9개월 만에 한국을 찾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2019년 후 처음 갖는 월드투어다. 이날 2만2000여 명의 관객은 스타를 뜨겁게 맞았다. 공연은 시작부터 강렬했다. ‘무브스 라이크 재거’의 경쾌한 멜로디가 퍼지며 멤버들이 등장하자 환호가 터졌다. 햐얀색 티셔츠 위에 화려한 반팔 셔츠를 입은 러빈은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세계에서 2300만 장이 팔린 싱글 ‘무브스 라이크 재거’로 순식간에 분위기를 달구더니 ‘디스 러브’ ‘스테레오 하츠’ 등 머룬5의 상징과도 같은 곡들로 휘몰아쳤다. ‘원 모어 나이트’가 흘러나올 땐 관중도 다 함께 리듬에 몸을 실었다. 갈수록 고조된 무대는 2012년 히트곡 ‘페이폰’으로 관객들의 감성을 한순간에 사로잡았다. 페이폰은 ‘나는 집으로 전화를 걸기 위해 공중전화 부스에 와 있어. 내가 가진 잔돈은 모두 너에게 썼지만 말이야. 시간은 어디로 다 가버렸는지’ 같은 감성적 가사로 한국에서도 사랑받았던 곡. 러빈이 “오늘 밤 같이 노래하자. 함께 노래해줄 때 정말 기분이 좋아진다. 모두 불빛을 비춰 달라”고 하자 수만 개의 휴대전화 플래시가 공연장을 별빛처럼 수놓았다. 그 위로 러빈의 귀를 간지럽히는 관능적인 목소리가 살포시 내려앉았다. 모두 22곡을 선사한 공연은 멘트보다 음악 자체에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2008년부터 일곱 번이나 한국을 찾으며 애정을 드러낸 머룬5는 한국 팬들을 위한 마지막 선물도 잊지 않았다. 앙코르 무대에서 영화 ‘비긴 어게인’(2014년)의 OST ‘로스트 스타스’로 대미를 장식한 것. 준비한 곡 목록에 없었던 ‘로스트 스타스’는 머룬5의 깜짝 선물이었다. 러빈은 “우린 이 곡을 연습하지도 않았다”며 즉흥 무대임을 암시했다. 은은한 기타 멜로디에 얹힌 감미로운 목소리. 끝까지 뜨거운 환호성이 가득했던 공연은 또 다른 만남을 기약하며 끝을 맺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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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오게 돼 기뻐요”…4년만에 한국 찾은 마룬5, 한파도 녹인 열기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한국말로) 한국에 다시 오게 돼 정말 기쁘네요.”(마룬5 리더 애덤 리바인) 한파경보가 내려졌던 지난달 30일, 영하 7도의 차가운 바람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는 주춤했다. ‘디스 러브’ ‘무브스 라이크 재거’ ‘맵스’ ‘쉬 윌 비 러브드’ 등 전주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수많은 히트곡을 보유한 마룬5의 내한공연이 열렸다. 이번 공연은 2019년 월드투어 ‘레드 필 블루스’ 이후 3년 9개월 만에 한국을 찾은 것. 마룬5도 팬데믹 여파로 2019년 후 처음 갖는 월드투어다. 이날 2만2000여 명의 관객은 오랜만에 찾아온 슈퍼스타를 열광적으로 맞이했다. 눈물이 맺힐 정도로 추운 날씨였지만, 공연장 바깥부터 인증샷을 찍으며 분위기가 뜨거웠다. 공연이 시작되자 90분 동안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연주와 노래에 겉옷까지 벗어 던지고 응원봉을 흔드는 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공연은 시작부터 강렬했다. 오후 8시 20분경 ‘무브스 라이크 재거’의 경쾌한 멜로디가 퍼지며 멤버들이 등장하자 환호가 밤하늘을 수놓았다. 햐얀 티셔츠에 화려한 반팔 셔츠를 입은 리바인은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세계에서 2300만 장이 팔린 싱글 ‘무비스 라이크 재거’로 순식간에 분위기를 달구더니 ‘디스 러브’ ‘스테레오 허츠’ 등 마룬5의 상징과도 같은 곡들로 휘몰아쳤다. 레게와 힙합이 뒤섞여 그루브를 타기 좋은 ‘원 모어 나이트’가 흘러나올 땐 관중도 다함께 리듬에 몸을 실었다. 갈수록 고조됐던 무대는 2012년 히트곡 ‘페이폰’으로 관객들의 감성을 한순간에 사로잡았다. 페이폰은 ‘나는 집으로 전화를 걸기 위해 공중전화 부스에 와 있어. 내가 가진 잔돈은 모두 너에게 썼지만 말야. 시간은 어디로 다 가버렸는지’ 같은 감성적 가사로 한국에서도 사랑받았던 곡. 러바인이 “오늘 밤 같이 노래하자. 함께 노래해줄 때 정말 기분이 좋아진다. 모두 불빛을 비춰 달라“고 하자, 수만 개의 휴대전화 플래시가 까만 어둠이 내려앉은 공연장을 별빛처럼 수놓았다. 그 위로 어쿠스틱 기타에 맞춘 러바인의 귀를 간지럽히는 관능적인 목소리가 살포시 내려앉았다.모두 22곡을 선사한 공연은 별 다른 멘트보단 음악 자체에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2008년부터 일곱 번이나 한국을 찾으며 애정을 과시했던 마룬5는 한국 팬들을 위한 마지막 선물도 잊지 않았다. 앵콜 무대에서 지금도 사랑받는 영화 ‘비긴 어게인’(2014년)의 OST ‘로스트 스타즈’로 대미를 장식한 것. 원래 준비한 곡 목록에 없었던 ‘로스트 스타즈’는 마룬5가 현장에서 마련한 깜짝 선물이었다. 러바인 역시 “우린 이 곡을 연습하지도 않았다”며 즉흥적으로 선보이는 무대임을 암시했다. 은은한 기타 멜로디에 얹혀진 감미로운 목소리. 마지막까지 뜨거운 환호성이 가득했던 공연은 또 다른 만남을 기약하며 끝을 맺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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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뷰티 메카’ 압구정동에 마동석이 떴다

    눈만 돌리면 성형외과 간판이 시선에 포착된다. 길을 걸으면 얼굴에 붕대를 칭칭 감은 여성들과, 성형외과 건물로 우르르 몰려 들어가는 ‘성형관광객’을 쉽게 볼 수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풍경이다. 30일 개봉하는 영화 ‘압꾸정’은 성형의 대명사가 된 압구정동의 역사를 짚는다. ‘비포 앤드 애프터’ 마케팅의 시초, 성형외과 원장 타이틀 쟁탈전, 성형외과 상담실장의 등장, 원가 6000원짜리 국산 필러가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독일제 필러로 둔갑되는 과정, VIP만 받는 은밀한 성형외과와 그곳에서 횡행하는 ‘우유주사’(프로포폴)까지…. ‘K뷰티’의 시작과, 그 뒤에 숨겨진 거래와 음모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간다. 압구정동 성형 역사의 출발점에는 사업 아이디어가 샘솟는 압구정 토박이 강대국(마동석)과 업계 최고의 손놀림으로 유명한 성형외과 의사 박지우(정경호)가 있다. 두 사람은 중국자본을 등에 업고 압구정동의 ‘큰손’ 사업가가 된 조태천(최병모)의 힘을 빌려 압구정동 한복판에 15층 규모의 성형외과를 세우고 돈을 쓸어 모은다. 영화 제작에는 ‘범죄도시’ 1, 2편 제작사인 빅펀치픽쳐스와 홍필름이 또 한 번 손을 잡았다. ‘범죄도시2’에서 통쾌한 액션을 선보이며 1269만 관객을 모은 마동석은 이번에도 명불허전의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 “내가 네 시어머니다. 예고 없이 찾아오니까” “변호사라니까 무슨 벼농사예요?”와 같은 말장난과 조태천의 자금줄인 중국 사업가 왕회장을 ‘왕서방’이라 부르는 어이없는 실수는 관객들을 빵 터지게 만든다. 강대국이 자주 하는 “뭔 말인지 알지?”는 마동석의 실제 말버릇이다. 교양과 격식을 갖춘 사업가가 아닌, ‘말빨’과 본능으로 사업을 이어가는 강대국은 상대에게 확신을 줘야 하는 순간 “뭔 말인지 알지? 형이야”라며 능청스럽게 위기를 모면해 웃음을 자아낸다.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에서 2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마동석은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성공하기 위해 (압구정) 주위를 끊임없이 맴도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며 “강대국의 모델이 된 한 분은 미친 사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끝없이 말하고, ‘텐션’이 굉장히 높았다. 압구정에서 살아남고 성공하려고 발버둥치는 모습들을 캐릭터에 녹였다”고 말했다. 패션은 압구정동과 떼놓을 수 없는 요소인 만큼 등장인물의 화려한 의상을 보는 재미도 있다. 주로 조폭과 형사를 연기해 어두운 색 정장을 자주 입었던 마동석은 이번 영화에서 화려한 패턴의 실크 셔츠, 분홍색 선글라스에 베레모를 쓰고 나온다. 제작진은 마동석을 위해 맞춤형 실크 셔츠를 50벌 이상 만들었다. 정경호는 잘나가는 성형외과 의사 역할에 어울리도록 2000년대 후반 유행하던 럭셔리 브랜드를 20여 벌 활용했다. 성형외과 상담실장 오미정 역을 맡은 배우 오나라도 핑크색, 주황색 등 원색 의상을 선보인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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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동석 “압구정동 맴돌며 성공하려 발버둥치는 사람들 관찰했죠”

    눈만 돌리면 성형외과 간판이 포착된다. 길을 걸으면 얼굴에 붕대를 칭칭 감은 여성들과 성형외과 건물로 우르르 몰려 들어가는 ‘성형관광객’을 쉽게 볼 수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풍경이다. 30일 개봉하는 영화 ‘압꾸정’은 성형의 대명사가 된 압구정동의 역사를 짚는다. ‘비포 앤 애프터’ 마케팅의 시초, 성형외과 원장 타이틀 쟁탈전, 성형외과 상담실장의 등장, 원가 6000원 짜리 국산 필러가 수십 만 원을 호가하는 독일제 필러로 둔갑하는 과정, VIP만 받는 은밀한 성형외과와 그 곳에서 횡행하는 ‘우유주사’(프로포폴)까지 ‘K뷰티’의 시작과, 그 뒤에 숨겨진 거래와 음모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간다. 압구정동 성형 역사의 출발점에는 사업 아이디어가 샘솟는 압구정 토박이 ‘강대국’(마동석)과, 업계 최고의 손놀림으로 유명한 성형외과 의사 ‘박지우’(정경호)가 있다. 두 사람은 중국자본을 등에 업고 압구정동의 ‘큰 손’ 사업가가 된 ‘조태천’(최병모)의 힘을 빌려 압구정동 한복판에 15층 규모의 성형외과를 세우고 돈을 쓸어 모은다. 영화 제작에는 ‘범죄도시’ 1, 2편 제작사인 빅펀치픽쳐스와, 홍필름이 또 한 번 손을 잡았다. ‘범죄도시2‘에서 통쾌한 액션을 선보이며 1269만 관객을 모으는데 기여한 마동석은 이번에도 명불허전의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 “내가 네 시어머니다. 예고 없이 찾아오니까”, “변호사라니까 무슨 벼농사에요?”와 같은 말장난, 조태천의 자금줄인 중국 사업가 ‘왕회장’을 ‘왕서방’이라 부르는 어이없는 실수는 관객들을 빵 터지게 만든다. 강대국이 자주 하는 “뭔 말인지 알지?”는 마동석의 실제 말버릇이다. 교양과 격식을 갖춘 사업가가 아닌, ‘말빨’과 본능으로 사업을 이어가는 강대국은 상대에게 확신을 줘야 하는 순간 “뭔 말인지 알지? 형이야”라며 능청스럽게 위기를 모면해 웃음을 자아낸다.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2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마동석은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성공하기 위해 (압구정) 주위를 끊임없이 맴도는 사람들을 많이 관찰했다”며 “강대국의 모델이 된 한 분은 미친 사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끝없이 말하고, ‘텐션‘이 굉장히 높았다. 압구정에서 살아남고 성공하려 발버둥치는 모습들을 캐릭터에 녹였다”고 말했다. 패션은 압구정동과 떼놓을 수 없는 요소인 만큼 등장인물의 화려한 의상을 보는 재미도 있다. 조폭과 형사를 주로 연기해 어두운 색 정장을 자주 입었던 마동석은 이번 영화에서 화려한 패턴의 실크 셔츠, 분홍색 선글라스에 베레모를 쓰고 등장한다. 제작진은 마동석을 위해 맞춤형 실크 셔츠를 50벌 이상 만들었다. 정경호는 잘나가는 성형외과 의사 역에 어울리도록 톰브라운 등 2000년대 후반 유행하던 럭셔리 브랜드를 20여 벌 활용했다. 성형외과 상담실장 오미정 역을 맡은 배우 오나라도 핑크색, 주황색 등 원색 의상을 선보인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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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름 바꾼 ‘마마 어워즈’ K팝 대표 시상식 새 출발

    글로벌 K팝 팬들이 주목하는 연말 음악 시상식 ‘2022 MAMA AWARDS(마마 어워즈)’가 29, 30일 일본 교세라 돔 오사카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다. 이틀간 각각 레드카펫 행사, 시상식이 개최된다. 오프라인 관객 수만 이틀 동안 7만 명에 이른다. 마마는 온라인으로도 세계 팬들을 만난다. 올해는 가수, 시상자, 협동 무대까지 화려하다. 배우 박보검과 가수 전소미가 사회를 맡았다. 김연아, 정우성, 황정민, 박세리 등이 시상자로 나선다. 방탄소년단(BTS) 제이홉, 임영웅, 카라 등이 무대에 선다. 30일 솔로로 무대에 서는 제이홉은 ‘I am your HOPE’라는 제목으로, 각각의 자아가 담긴 상자 속 수많은 감정과 이야기를 퍼포먼스로 선보인다. 모든 무대 구성에는 제이홉의 생각이 반영됐고, 직접 참여도 했다. 이날 협동 무대에서는 지코와 엠넷 ‘스트릿 맨 파이터’ 8개 크루가 지코의 곡 ‘새삥’을 선보인다. 7년 만에 컴백하는 카라는 신곡을 29일 처음 선보인다. 같은 날 아이브, 케플러, 엔믹스, 르세라핌, 뉴진스까지 5개 신인 걸그룹 32인의 합동무대가 열린다. 이들은 서로 다른 조합으로 팀을 이뤄 각 그룹의 데뷔곡인 ‘일레븐’, ‘와다다’, ‘오오’, ‘피어리스’, ‘Hype boy’를 선보일 예정이다. 마마 어워즈는 1999년 국내 첫 뮤직비디오 시상식인 ‘Mnet 영상음악대상’으로 출발했다. 2009년 명칭을 ‘Mnet ASIAN MUSIC AWARDS’(MAMA·마마)로 바꾸고 국내 처음으로 시상식 무대를 아시아로 확대했다. 2017년에는 베트남, 홍콩, 일본까지 아시아 3개 지역에서 동시 개최됐다. 마마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올해는 이름을 마마에서 마마 어워즈로 바꿨다. K팝을 세계에 알렸던 마마에서 K팝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시상식으로 거듭나겠다는 뜻을 담았다. 트로피 이름은 ‘하이퍼큐브’로 정했다. 하이퍼큐브 상단은 기존대로 큐브 형태를 유지했고, 하단은 팬과 가수가 연결되고 진화하는 과정을 여러 갈래의 빛으로 형상화했다. 김현수 CJ ENM 음악콘텐츠본부장은 “한국 최초의 아시아 시상식을 넘어 2022 마마 어워즈는 세계 1위의 K팝 시상식으로 새롭게 출발한다”며 “K팝의 가치를 알리고 선한 영향력을 담아내는 한편, K팝의 새 방향과 미래를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도 강화해, 세계 팬덤이 K팝 문화를 받아들인 대표 사례인 응원봉에 이를 적용했다. CJ제일제당의 햇반 용기를 재활용해 공식 응원봉을 만든 것. 응원봉 수익금은 나무 심기에 사용할 예정이다. 2022 마마 어워즈 레드카펫은 한국 시간으로 29, 30일 오후 4시, 본 시상식은 29, 30일 오후 6시부터 엠넷에서 각각 생중계된다. 글로벌 지역 채널과 플랫폼, 유튜브 엠넷 K팝, 엠넷 TV, M2, KCON 공식 채널을 통해 200여 개국에서 시청할 수 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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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브·뉴진스 등 5개 걸그룹 합동 무대…‘역대 최대 규모 2022 MAMA’

    글로벌 K팝 팬들이 가장 주목하는 연말 음악 시상식 ‘2022 MAMA AWARDS(마마 어워즈)’가 29, 30일 이틀 간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다. 오프라인 관객 수만 이틀 간 7만 명이다. 온라인으로도 세계 팬들을 만난다. 올해는 퍼포밍 아티스트, 시상자, 협동 무대까지 라인업이 화려하다. 배우 박보검과 가수 전소미가 사회를 맡았다. 방탄소년단(BTS) 제이홉과 임영웅, 카라 등이 무대에 선다. 제이홉은 ‘I am your HOPE’라는 무대 제목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7년 만에 컴백하는 카라는 마마 어워즈에서 신곡 무대를 최초로 선보인다. 김연아와 정우성, 황정민, 박세리 등 빅스타들이 시상자로 나선다. 콜라보 무대도 인상적이다. 지코와 엠넷 ‘스트릿 맨 파이터’ 8개 크루가 함께 지코의 곡 ‘새삥’으로 무대를 펼친다. 아이브, 케플러, 엔믹스, 르세라핌, 뉴진스 5개 신인 걸그룹 32인의 합동무대도 준비돼있다. 마마 어워즈는 1999년 국내 최초 뮤직비디오 시상식인 ‘Mnet 영상음악대상’으로 출발했다. 2009년에는 명칭을 ‘Mnet ASIAN MUSIC AWARDS’(MAMA·마마)로 탈바꿈하고 시상식 무대도 아시아로 확대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아시아 음악 시상식이다. 2017년에는 음악 시상식 최초로 베트남, 홍콩, 일본 등 아시아 3개 지역에서 동시 개최되기도 했다. 마마는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올해 CJ ENM은 K팝을 세계에 알렸던 마마에서 진화해 ‘K팝의 진정한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세계 최고의 K팝 시상식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담아 마마를 마마 어워즈로 리브랜딩했다. 트로피 이름도 ‘하이퍼큐브’로 정했다. 하이퍼큐브 상단은 기존대로 큐브 형태를 유지했고, 하단 라인들은 팬과 아티스트들이 무한으로 연결되고 진화하는 과정을 여러 갈래의 빛으로 형상화했다. 김현수 CJ ENM 음악콘텐츠본부장은 “2022 마마 어워즈가 대한민국 최초의 아시아 시상식을 넘어, 명실상부한 세계 1위의 K팝 시상식으로 새롭게 출발한다”며 “K팝의 가치를 전파하고 모두가 공감하는 무대와 선한 영향력을 담아내며, K팝의 새로운 방향과 미래를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기업들의 화두인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도 강화됐다. 세계 팬덤이 K팝 문화를 받아들인 대표 사례가 응원봉인만큼 CJ ENM은 응원봉을 활용한 ESG 활동을 준비했다. CJ ENM은 CJ제일제당의 햇반 용기를 재활용해 올해 마마 어워즈 공식 응원봉을 제작했다. ‘응원봉으로 밝힌 불빛이 한 그루의 나무가 돼 더욱 가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아 공식 응원봉의 수익금은 나무심기에 사용할 계획이다. CJ ENM은 지난해 마마에서도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소재로 제작한 안전 안내문을 현장에 부착하고, 폐기할 옥외 광고물들을 재활용해 2021 마마 기념 폰케이스를 제작하는 등 다양한 ESG 활동을 실천했다. 2022 마마 어워즈는 레드카펫은 오후 4시, 본 시상식은 오후 6시부터 엠넷에서 생중계된다. 글로벌 각 지역의 채널과 플랫폼, 유튜브 엠넷 K팝, 엠넷 TV, M2, KCON 공식 채널을 통해 세계 200여개 지역에서 온라인으로도 시청할 수 있다.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 202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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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흔둘 ‘오빠’, 130분 휘몰아쳤다

    일흔둘의 나이에 ‘오빠’라는 호칭이 이토록 잘 어울리는 이가 또 있을까.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26일 열린 콘서트 ‘2022 조용필&위대한탄생’ 무대.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연상케 하는 검은색 점박이 셔츠에 흰 바지,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등장한 조용필은 여전한 ‘오빠’였다. 팬 1만 명은 2018년 50주년 기념 콘서트 이후 4년 만에 무대에 오른 ‘가왕’을 격하게 반겼다. “3kg이 쪄서 주름살이 좀 없어졌다”는 그의 말처럼 조용필의 얼굴은 젊었다. ‘꿈’에서 시작해 ‘단발머리’, ‘못찾겠다 꾀꼬리’ ‘모나리자’, 신곡 ‘세렝게티처럼’, ‘찰나’ 등 23곡을 열창한 2시간 10분 동안 초원을 가르는 듯한 가왕의 목소리는 흔들림 없이 투명했다. 조용필은 오랜만의 무대에 감격한 듯했다. 두 번째 곡 ‘단발머리’를 부를 때 객석을 응시하던 그는 “와” 하며 감탄했다. ‘꿈’ ‘단발머리’ ‘그대를 사랑해’ 세 곡을 연달아 부른 뒤 “가수 생활 한 뒤로 가장 긴 시간이 아니었던가 생각이 듭니다. 4년이 40년 같았습니다”라고 인사했다. 한 팬이 “사랑해요”라고 외치자, 조용필은 “나도요”라고 화답했다. 신곡 ‘세렝게티처럼’과 ‘찰나’는 2013년 정규 19집 ‘헬로’ 후 9년 만의 신곡이다. ‘찰나’는 멜로디 랩을 삽입하고 사랑에 빠진 운명적 순간을 가사로 담았다. ‘세렝게티처럼’은 ‘킬리만자로의 표범’(1985년)의 대히트로 2001년 탄자니아 문화훈장을 받아 탄자니아를 방문한 조용필의 ‘탄자니아 시리즈’의 확장이다. 팝 록 장르인 두 곡 모두 해외 프로듀서가 작곡하고 김이나 작사가가 가사를 써 조용필이 기존의 음악적 틀을 깨고 젊은 세대까지 포용하는 곡을 내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세렝게티처럼’ 고음 구간인 ‘여기 펼쳐진 세렝게티처럼 꿈을 던지고 그곳을 향해서 뛰어가 보는 거야’에서 특유의 힘 있는 미성을 선보였다. 이 곡을 부른 후 “녹음을 끝낸 뒤엔 늘 궁금하다. ‘사람들이 좋아할까, 그저 그럴까?’ (곡을) 발표하고 나서는 ‘에라, 모르겠다’ 이렇게 된다. 그래도 신곡을 낼 수 있다는 점은 행운인 것 같다”고 말했다. 휘몰아치는 히트곡의 향연에 매 순간이 클라이맥스였다. ‘못찾겠다 꾀꼬리’, ‘고추잠자리’는 시작부터 끝까지 관객과 조용필이 함께 불렀다. “차분하게 옛날 분위기로 갑시다”라는 말과 함께 ‘친구여’를 시작으로 ‘그 겨울의 찻집’이 이어지자 휴지를 꺼내 눈물을 닦는 관객도 있었다. ‘그 겨울의 찻집’에선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가사가 가슴에 사무쳤다. 마지막 곡 ‘여행을 떠나요’에선 모든 관객이 일어나 박자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무대 음악이 주는 전율을 강조해 온 그답게 무대연출은 압도적이었다. 정면과 좌우, 위 네 개의 대형 스크린, 상단 좌우의 작은 스크린까지 총 여섯 개의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이 활용됐다. ‘추억속의 재회’에선 전면 스크린 상단에 물결이 일렁이는 화면을 연출해 마치 조용필이 심해에서 노래하는 듯했다. ‘친구여’에선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이, ‘세렝게티처럼’에선 해 질 녘 아프리카의 드넓은 초원이, ‘단발머리’에선 분홍 솜사탕구름이 펼쳐졌다. 조용필은 ‘세렝게티처럼’과 ‘찰나’가 수록된 정규 20집을 내년에 발매한다. 19집 이후 10년 만의 앨범이다. 1980년 100만 장 넘게 판매된 정규 1집 ‘창밖의 여자’로 한국 대중음악 역사를 쓴 그는 2013년 예순셋에 음원차트와 음악방송 차트를 석권한 19집 수록곡 ‘바운스’로 살아 있는 전설임을 입증했다. 2023년 일흔셋의 가왕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조용필은 26, 27일에 이어 다음 달 3, 4일 KSPO돔에서 관객을 만난다. 네 차례 콘서트의 총 티켓 4만 장은 예매를 시작한 지 30분 만에 매진됐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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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빠부대’와 재회한 ‘가왕’ 조용필 “4년이 40년 같았습니다”

    72살에 ‘오빠’라는 호칭이 이토록 잘 어울리는 이가 또 있을까. 26일 오후 7시 10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콘서트 ‘2022 조용필&위대한탄생’ 무대.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연상케 하는 검정색 점박이 셔츠에 흰 바지,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등장한 조용필(72)은 여전한 ‘오빠’였다. ‘오빠!!’가 적힌 플래카드를 든 여성팬, ‘형님!!’이 적힌 플래카드를 든 남성팬 1만 명은 2018년 50주년 기념 콘서트 이후 4년 만에 무대에 오른 ‘가왕’을 격하게 반겼다. “3kg이 불어서 주름살이 좀 없어진 것 같아”라는 그의 말처럼 조용필의 얼굴은 회춘한 듯 젊었다. 목소리의 힘도 그대로였다. ‘꿈’에서 시작해 ‘단발머리’, ‘못찾겠다 꾀꼬리’ ‘모나리자’, 신곡 ‘세렝게티처럼’, ‘찰나’ 등 23곡을 열창한 2시간 10분 동안 초원을 가르는 듯한 그의 목소리는 흔들림 없이 투명하고 청량했다.● “4년이 40년 같았습니다” ‘오빠부대’와 재회한 가왕 가왕은 오랜만의 무대에 감격한 듯 했다. 두 번째 곡 단발머리를 부를 때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흔드는 객석을 응시하던 그가 ‘와’ 하며 감탄하는 모습이 스크린에 포착되기도 했다. 꿈과 단발머리, ‘그대를 사랑해’ 세 곡을 연이어 부른 뒤 “얼마만이에요? 제가 아마 가수 생활 한 뒤로 가장 긴 시간이 아니었던가 생각이 듭니다. 4년이 40년 같았습니다. 그립기도 했고 반갑고 기쁩니다. 아주 좋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노래 맘껏 부르시고, 소리를 낼 때 마스크를 살짝 내렸다가 올려. 어쩔 수 없잖아요, 그죠?”라며 농담을 건네자 객석에서 ‘사랑해요’라는 목소리가 나왔고, 조용필은 “나도요”라며 화답했다. 팬덤 문화의 시초, ‘오빠부대’의 창시자답게 ‘위대한 탄생’ ‘미지의 세계’ 등 팬클럽의 화력은 뜨거웠다. 오후 7시 정각 밴드 멤버가 등장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오빠!’하는 비명소리가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 망원경을 챙겨 온 이부터 조용필 이름 석자가 반짝이는 네온사인을 흔드는 팬, ‘조용필’이 적힌 티셔츠를 입은 팬들까지 다양했다. 공연 도중 “몰입하다보면 콧물이 나요. 휴지 좀 갖다 주세요”라고 말한 조용필이 스태프로부터 수건을 건네받아 코를 닦자 한 팬은 “던져!”라고 소리를 질렀다. 조용필은 “던지라고?”라며 웃었다. 앞줄 관객은 자리에서 일어나 공연을 즐겼고, 통로로 나와 플래카드를 흔들며 뛰는 팬들도 있었다. 휘몰아치는 히트곡의 향연에 매 순간이 클라이막스였다. KBS ‘가요톱10’에서 10주 연속 1위를 차지했던 전설적인 곡 ‘못찾겠다 꾀꼬리’와, KBS 라디오 24주 연속 1위를 지켰던 ‘고추 잠자리’는 곡의 시작부터 끝까지 관객과 조용필이 함께 불렀다. “차분하게 옛날 분위기로 갑시다”라는 멘트와 함께 이어진 ‘친구여’와,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가사가 가슴에 사무치는 ‘그 겨울의 찻집’의 무대에선 휴지를 꺼내 눈물을 닦는 관객도 눈에 띄었다. 마지막 곡 ‘여행을 떠나요’에선 모든 관중이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를 따라 부르고 박자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 9년 만의 신곡 ‘세렝게티처럼’과 ‘찰나’ 무대 최초 공개 이번 공연에서 조용필은 신곡 ‘세렝게티처럼’과 ‘찰나’의 무대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2013년 정규 19집 ‘헬로’를 발매한 후 9년 만의 신곡인 만큼 세간의 관심은 뜨거웠다. 헬로의 수록곡 ‘바운스’로 싸이의 ‘젠틀맨’을 밀어내고 음원차트 1위를 석권했던 가왕의 신곡은 또 한 번의 음악적 도전이었다. 밝고 경쾌한 분위기의 곡인 세렝게티처럼 후렴구 ‘여기 펼쳐진 세렝게티처럼 꿈을 던지고 그곳을 향해서 뛰어가 보는 거야’의 고음 구간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앵콜무대의 첫 곡이었던 찰나에선 ‘반짝이는 너, 흐트러진 나, 환상적인 흐름이야’를 전자음으로 내뱉었다. 세렝게티처럼 무대 후 조용필은 “항상 녹음할 때는 열심히 합니다. 그러고 나서 궁금하죠. ‘사람들이 좋아할까, 그저 그럴까?’ (곡을) 발표하고 나서는 ‘에라 모르겠다’ 이렇게 됩니다. 그래도 신곡을 낼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방송을 통해 나오는 음악엔 한계가 있고 감동도 없어 나와는 맞지 않는다”며 무대 음악이 주는 전율을 강조해온 그답게 무대연출은 압도적이었다. 정면과 좌우, 위까지 네 개의 대형 스크린에 더해 상단 좌우의 작은 스크린까지 총 여섯 개의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이 활용됐다. 화면에 펼쳐지는 장면들은 매순간이 장관이었다. ‘추억속의 재회’를 부를 땐 중앙과 좌우 스크린 상단에 물결이 일렁이는 화면을 연출해 마치 조용필이 심해에서 노래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6개 스크린 전체에서 폭포수가 쏟아지는 장면과 함께 객석에선 탄성이 나왔다. ‘친구여’에선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이, ‘세렝게티처럼‘에선 해질녘 아프리카의 드넓은 초원이, ‘단발머리‘에선 분홍 솜사탕구름이 가득한 동화 속 세계가 펼쳐졌다. 조용필은 내년 ‘세렝게티처럼’과 ‘찰나’가 수록된 정규 20집 발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예정대로 내년에 앨범이 나온다면 정규 19집 이후 10년 만이다. 기다리는 시간이 힘들지만은 않은 이유는 매번 자기 자신을 뛰어넘는 가왕의 음악적 혁신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1980년 1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린 정규 1집 ‘창밖의 여자’로 한국 대중음악사를 다시 쓴 그는 33년 뒤인 2013년, 예순 셋의 나이에 음원차트와 음악방송 차트를 석권한 곡 ‘바운스’로 살아있는 전설임을 입증했다. 2023년, 일흔 셋의 가왕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조용필은 26일과 27일, 다음달 3, 4일 나흘 간 KSPO돔에서 4만 명의 관객을 만난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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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림하는 식물, 도마뱀 모양 구름… 신비하고 낯선 세계로 초대”

    “넌 고작 10대 소년이야. 넌 네가 뭘 원하는지 몰라!” 23일 개봉하는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 ‘스트레인지 월드’에서 농부 아버지 ‘서처’는 농부가 되길 거부하는 사춘기 아들 ‘이든’에게 이렇게 말한다. 서처는 아발로니아의 전설적인 모험가인 아버지 ‘예거’의 그늘에서 벗어나 ‘판도’라는 식물 기반 동력원을 발견하며 자신의 길을 개척한다. 서처는 이든이 판도를 기르는 가업을 이어가길 바라지만 이든 역시 자신만의 꿈을 펼치려 한다. 각각의 개성을 가진 3대 예거와 서처, 이든은 위험에 빠진 아발로니아를 구하기 위해 미지의 세계 ‘스트레인지 월드’로 떠나 힘을 합치는 과정에서 ‘다름’을 받아들인다. 작품 속 캐릭터의 모습과 움직임을 만든 한국 출신 디즈니 애니메이터 김상진, 이현민 씨를 22일 화상으로 만났다. 영화는 2015년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빅 히어로’의 돈 홀 감독이 연출했다. 김 애니메이터는 “외형적으로 3대가 대비되도록 했다. 예거는 박스처럼 보이는, 비현실적으로 크고 우락부락한 덩치로 디자인했다”며 “서처는 길쭉한 나무 막대기 같은 형태로, 이든은 둥글둥글한 타원형의 이미지로 표현했다”고 했다. 결국 서처는 마음을 열고 이든의 꿈을 지지한다. 젊은 시절 세상을 탐험하겠다며 집을 떠나 실종된 아버지 예거와는 스트레인지 월드에서 재회한다. 서먹했던 두 부자의 사이도 점차 풀린다. 그는 “3대가 외모는 굉장히 다르지만 티격태격하다 결국 한 가족으로 화합해 가는 모습을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3대가 모험을 떠나는 ‘스트레인지 월드’는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다. 트림을 하고 춤추는 식물, 촉수가 달린 생물체, 도마뱀 모양의 구름까지 신비로운 생물들이 가득하다. 하늘색이나 초록색 등 인간 세상에서 볼 수 있는 자연의 색깔 대신 분홍색과 연보라색을 사용해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김 애니메이터는 “인간이 사는 아발로니아는 무채색이 주를 이루지만 스트레인지 월드는 들어가자마자 화려하고 강렬한 색으로 시선을 압도해 둘은 극명하게 대비된다”고 했다. 그는 “존재하지 않는 생물체를 만들어내면서 골머리를 앓았다. 심해 속 생명체나 색이 아주 화려하고 모양이 독특한 희귀식물 자료를 최대한 많이 모았고, 이를 보며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다름을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가족의 이야기다. 이든은 성별이 같은 친구 디아조를 짝사랑한다. 가족은 이든의 성 정체성을 지지하고, 예거는 손자에게 디아조의 마음을 얻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언한다. 이 애니메이터는 “엄마로서 내 아이가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교감하는 세상에서 살 수 있길 꿈꾼다. 그런 세상을 작품에 담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 애니메이터는 “돈 홀 감독도 ‘내 아들에게 어떤 세계를 물려줄 것인가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고 말했다. 작품에도 그 메시지가 잘 녹아들도록 했다”고 덧붙였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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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객과의 소통, 우리에겐 최고의 영감”

    “지금이 며칠, 몇 시인지 몰라요. 새벽 세 시에 인터뷰에 늦은 줄 알고 벌떡 일어났어요.”(영국 시티팝 밴드 ‘프렙’ 드러머 기욤 잠벨) 2018년 싱어송라이터 딘이 피처링한 ‘Cold Fire’, 새소년의 황소윤과 몬스타엑스의 셔누가 참여한 ‘Don‘t Look Back’을 차례로 발매하며 두꺼운 한국 팬덤을 자랑하는 영국 시티팝 밴드 ‘프렙(PREP)’이 18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여섯 번째 내한공연을 가졌다. 공연을 몇 시간 앞둔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 1층 카페에서 프렙의 멤버 드러머 기욤 잠벨, 보컬 톰 해블록, 기타 댄 래드클리프, 키보드 르웰른 압 미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9월 네 번째 EP ‘Back To You’를 발매하고 이달 6일 인도네시아에서 아시아 투어를 시작한 이들은 12일 태국, 16일 필리핀 공연을 마치고 18일 공연을 위해 전날 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들어왔다. 멤버들은 “2주간 4개 나라를 도는 바쁜 일정으로 시간 감각은 잊은 지 오래”라고 입을 모았다. 프렙은 첫 번째 EP ‘Futures’(2016년)의 타이틀곡 ‘Cheapest Flight’가 스포티파이 등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음악 팬들의 귀를 사로잡으면서 세계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 곡은 가장 싼 비행기표를 구해 떠나겠다는 내용의 신선한 가사와 그루브를 타기 좋은 리듬감, 톰의 몽환적인 보컬 3박자가 어우러져 시티팝 팬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2017년 서울 마포구 한 클럽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이번이 여섯 번째 내한이다. 이번 공연에는 관객 2000명이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우리 음악을 설명할 때 계속 반복되는 단어는 ‘Smooth’(부드러운)예요. 프렙의 노래에는 어딘가 안심시켜 주는 구석이 있어요. 내부는 우울하고 슬프지만 그 세상을 감싸는 테두리에는 희망과 안도감을 주는 빛이 있죠.”(댄) 물 흐르듯 부드러운 음악이 나오기 위해선 음악을 만드는 과정 역시 자유로워야 한다. 프렙은 서두르지 않되 완벽을 기한다. 7년 동안 네 장의 EP와 한 장의 정규 앨범을 냈고, 전체 앨범에 담긴 곡은 30곡 남짓. 숫자로는 소박하지만 한 곡 한 곡 뜯어보면 어느 하나 허투루 만들지 않았다. 르웰른은 “‘Pictures of you’라는 곡을 완성하는 데 5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다른 아티스트 곡을 쓸 때는 마감 기한에 쫓겨 하루 만에 정신없이 가사를 써서 보냈죠. 프렙의 작업이 행복한 건 완전히 만족하는, 프렙다운 음악이 나올 때까지 계속 고치고 또 고칠 수 있다는 것이에요.”(톰) ‘Steely Dan-type Project’(스틸리 댄 느낌의 음악을 만드는 프로젝트)에서 출발한 프렙은 그 어떤 뮤지션의 아류도 아닌, 프렙만의 길을 걷고 있다. ‘우울하면서도 희망적인 음악’을 만들고 있다는 이들의 설명처럼 프렙의 음악은 삶의 희비 순간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지금처럼 세계를 돌며 투어를 하고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어요. 재밌는 건 이제 관객들과의 소통이 저희에게 가장 중요한 영감이라는 거예요. 상상치 못했던 곡에서 사람들이 호응을 하면 그게 프렙을 새로운 도전으로 이끌기도 해요. 서로 다른 사람들을 포용(embrace)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에요.”(톰)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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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정국 월드컵 주제가 102개국 아이튠스 1위

    한국 가수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공식 주제가를 부르며 2022 카타르 월드컵의 개막식을 화려하게 장식한 방탄소년단(BTS) 정국이 음원차트에서도 정상을 휩쓸었다. 정국이 20일(현지 시간) 발매한 ‘2022 카타르 월드컵’의 공식 주제곡 ‘드리머스(Dreamers)’가 발매 12시간 만에 세계 102개국 아이튠스 ‘톱 송’ 차트 1위를 기록했다. 드리머스는 월드컵 주제곡 특유의 경쾌한 리듬과 정국의 청량한 목소리가 어우러진 곡으로 ‘우리가 누군지 봐, 우리는 꿈꾸는 자들’이라는 가사에 월드컵의 도전과 투지의 정신을 담았다. 앞서 정국은 20일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개막식 무대에서 드리머스를 열창하며 하이라이트 무대를 장식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이날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개막식 공연 영상은 공개 12시간 만에 조회수 540만 회를 넘겼다. 또한 BTS는 미국 3대 대중음악 시상식 중 하나인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에서 2관왕에 오르며 5년 연속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다. BTS는 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AMA에서 ‘페이버릿 팝 듀오 오어 그룹’, ‘페이버릿 K팝 아티스트’ 두 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BTS는 2018년 ‘페이버릿 소셜 아티스트’ 부문에서 첫 수상을 했다. 이후 올해까지 5년 연속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BTS는 올해 신설된 페이버릿 K팝 아티스트 부문 수상자로도 선정됐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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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영국 밴드 프렙의 뮤직비디오에 한국이 등장한 이유는?

    “지금이 며칠, 몇 시 인지 몰라요. 새벽 세 시에 인터뷰에 늦은 줄 알고 ‘큰 일 났다!’ 하며 벌떡 일어났어요.”18일 오전 9시 45분 서울 강남구 포 포인츠 바이 셰러턴서울 호텔 1층 카페. 졸음이 가시지 않은 눈, 흰색 티셔츠에 남색 자켓, 청바지 차림으로 약속 시간보다 15분 먼저 나타난 영국의 시티팝 밴드 프렙(PREP)의 드러머 기욤 잼벨은 깊은 잠을 못 잤다고 했다. 9월 네 번째 EP ‘Back to you’를 발매하고 이달 6일 인도네시아에서 아시아 투어를 시작한 이들은 12일 태국, 16일 필리핀 공연을 마치고 18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의 한국 공연을 위해 전날 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2주 동안 네 개 나라를 도는 바쁜 스케줄로 날짜와 시간은 신경 쓰지 않게 된 지 오래다.“4년 전 첫 단독 내한 공연 때만 해도 매니저가 없어서 멤버들이 호텔 와이파이부터 공연장까지 모든 걸 확인했어요.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서 무대 스크린에 노트북 화면보호기가 뜬 적도 있죠. 하하.”(기욤)오전 10시 보컬의 톰 헤이블록, 기타의 댄 래드클리프, 키보드의 르웰른 압 말딘이 차례로 카페에 모였다. 한 시간 동안 프렙의 음악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각기 다른 장르에서 활약하던 뮤지션이 한 팀에 모이게 된 과정부터 음악을 하는 이유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인디밴드로 시작한 프렙은 첫 번째 EP ‘Futures’(2016년)의 타이틀곡 ‘Cheapest Flight’가 스포티파이 등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리스너들의 귀를 사로잡으면서 세계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2018년 싱어송라이터 딘이 피처링한 ‘Cold fire’, 새소년의 황소윤과 몬스타엑스의 셔누가 참여한 ‘Don‘t look back’을 차례로 발매해 한국 팬덤도 두터워졌다. 이번은 프렙의 여섯 번째 방한이다. ●“음악 어렵게 들린다면 잘못 만들었다는 뜻” 시차와 투어일정에 쫓기는 행복한 혼란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2015년 클래식 작곡가 르웰른과 하우스 DJ였던 기욤이 밴드를 시작해, 힙합 프로듀서 댄과 싱어송라이터 톰이 합류한 뒤 첫 EP를 발매할 때까지만 해도 이들은 녹음활동을 하는 스튜디오 밴드를 예상했다. 각기 다른 개성의 런던 뮤지션은 1970년대에 활약한 미국의 록과 재즈 퓨전 밴드 ‘스틸리 댄’(Steely Dan)이라는 관심사로 한데 모였다. 스틸리 댄의 음악처럼 1970~1980년대의 부드러운(Smooth) 팝에 현대적인 감각을 넣어 보자는 공통의 목표가 프렙의 시작이었다. “제 전공은 클래식이었지만 재즈, 일렉트로닉 등 다른 음악들에도 관심이 컸죠. 특히 스틸리 댄에 관심이 많았는데, 런던 한 공연 백 스테이지에서 알게 된 기욤과 대화를 나누던 중 그도 스틸리 댄의 팬인 것을 알게 됐어요. 클래식 작곡은 혼자 하는 고독한 작업이에요. 스틸리 댄과 같은 음악을 같이 만들어 보자며 기욤과 밴드를 시작했어요.” (르웰른)프렙이라는 두 글자를 세계에 알린 곡은 첫 번째 EP의 타이틀곡 Cheapest Flight. ‘사랑조차도 가장 싼 비행기표를 구해 떠나려는 내 마음을 붙잡을 수 없다’는 내용의 신선한 가사, 그루브를 타기 좋은 리듬감, 공중에 흩날리는 듯한 톰의 가볍고 몽환적인 보컬 3박자가 어우러진 이 노래는 리스너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스포티파이 등 개인 취향에 맞는 음악을 추천해주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확산은 이들의 인기에 불을 지폈다. “저희 음악은 굉장히 쉽게 들리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화성 진행과 멜로디는 아주 복잡해요. 그게 청자들에게 어렵고 복잡하게 들려서는 안 돼요. 들었을 때 까다롭고 어렵게 느껴진다면 우리가 음악을 잘못 만들고 있다는 뜻일 거에요.”(기욤)“우리 음악을 설명할 때 계속 반복되는 단어는 ‘Smooth’(부드러운)에요. 프렙의 음악은 어딘가 안심시켜주는 구석이 있어요. 내부는 우울하고 슬프지만 그 세상을 감싸는 테두리에는 희망과 안도감을 주는 빛이 있죠. 그게 우리 음악의 장점이에요.”●그 어떤 뮤지션의 아류도 아닌, 프렙 ‘스무스한 음악’(Smooth Music). 프렙이 지향하는 음악세계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음악이 나오기 위해선 음악을 만드는 과정 역시 자유로워야 한다. 그들은 무엇 하나 억지로 하지 않는다. 서두르지 않되 완벽을 기한다. 7년 동안 네 장의 EP와 한 장의 정규 앨범을 냈고, 앨범에 담긴 곡은 30곡이 채 되지 않는다. 숫자로는 소박하지만 한 곡 한 곡 뜯어보면 어느 한 곡 허투루 만든 것이 없다.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걸 즐기지 않아요. 여행도 다니고 사람들도 만나고 삶을 즐겨야 음악적 영감도 떠오르죠.” (댄)“다른 아티스트의 곡을 쓸 때는 마감기한이 있었어요. ‘오늘까지 가사를 주세요’ 하면 하루 동안 정신없이 가사를 써서 보냈죠. 다음날 보면 고치고 싶은 부분이 반드시 있어요. 그걸 고치면 훨씬 좋아지는데 너무 늦어서 손쓸 수 없죠. 프렙의 작업이 좋은 건 시간에 쫓기지 않고 완전히 만족하는 음악을 만들 수 있어요.”(톰)“‘Pictures of you’라는 곡은 완성할 때까지 5년이 걸렸어요. 저와 기욤이 2015년 데모로 만들었고, 수정을 거쳐 2020년 나온 정규앨범에 담았죠.” (르웰른)이들에겐 작정하거나 의도하는 것이 없다. 마음이 가는 곳에 진심을 다하고, 그 뜻에 동감하는 누군가가 그들을 지지한다. 한국과의 인연도 그렇게 찾아왔다. 이들의 이름이 알려지기도 전인 2017년, 서울 마포구 클럽 ‘MODECi’에서 한 DJ가 Cheapest Flight를 틀었고,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 유튜브 영상을 접한 프렙 멤버들은 “한국에 반드시 가야 한다”고 생각해 클럽에 연락을 했고, MODECi에서 첫 번째 내한공연을 가졌다. 2018년 발매된 EP ‘Cold Fire’의 수록곡 ‘Snake Oil’의 경우 국내 영화감독들이 프렙에 ‘뮤직비디오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연락을 해 왔다. “그들이 보낸 이미지들이 정말 맘에 들었어요. 저희도 흔쾌히 좋다고 했고, 이들의 영상이 공식 뮤직비디오가 됐죠.” (르웰른)‘Steely Dan-type Project’(스틸리 댄 느낌의 음악을 만드는 프로젝트)에서 출발한 프렙은 그 어떤 뮤지션의 아류도 아닌, 프렙만의 색깔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우울하면서도 희망적인 음악’을 만들고 있다는 이들의 설명처럼, 프렙의 음악은 삶의 희비의 순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힘을 가진다. 마지막으로 멤버들에게 “음악을 하는 이유”를 물었다.“돈! 농담이다. (웃음) 가장 중요한 건 즐거움(joy)이다. 이 일을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댄)“무대에서 관객들과의 상호작용이다. 라이브 공연을 하기 시작하면서 밴드의 방향성이 달라졌다. 단순히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들을 포용(embrace)하는 것을 배우는 일이다. 상상치 못했던 곡에서 사람들이 호응을 하면 그 에너지가 프렙을 새로운 도전으로 이끌기도 한다.” (톰)“솔직히 음악이 아닌 다른 일을 하는 내 모습이 상상이 안 간다. 프렙을 시작하기 전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일도 했었는데, 프렙을 시작한 뒤로 접었다. 이게 내 갈 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르웰른)“좀 오글거리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내가 음악을 택했다기보다는 음악이 날 선택했다. 난 그저 그 선택을 따를 뿐이다.” (기욤)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 202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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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당신 곁의 그 사람을 믿을 수 있나요

    “그건 거짓말이야.” 미국 유명 소설가 레이먼드 카버(1938∼1988)의 단편 ‘거짓말’은 남편을 향한 아내의 항변으로 시작한다. 한 여성의 말이 거짓말이라는 아내의 주장과, 혼란스러워하는 남편의 모습이 교차한다. 고심 끝에 남편은 아내의 말을 믿으려 하지만, 아내는 돌연 태도를 바꾼다. “용서해줘요. 걔가 당신한테 말한 게 다 사실이야.” ‘거짓말쟁이’라고 매도했던 여성의 말이 사실이라는 아내의 실토에 남편은 말을 잃는다. 단편소설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탐구해온 카버는 ‘대성당’으로 1984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과 퓰리처상 후보에 올랐다. 이번 소설집은 한국에 소개된 적이 없거나 절판된 단편 등 11편을 엮었다. ‘거짓말’과 ‘오두막’, ‘해리의 죽음’, ‘꿩’은 국내에 처음 번역됐다. 거짓말은 책을 관통하는 주제다. 꿩에서 주인공 재럴드는 생일을 기념해 여자친구 셜리와 함께 해변에 있는 그녀의 집에 다녀오기로 한다. 운전 중 꿩이 출몰하고, 꿩은 차에 부딪혀 죽는다. 재럴드는 자신이 꿩을 죽이고 싶은 충동에 가속페달을 밟았음을 깨닫는다. 재럴드는 셜리에게 “당신은 나를 믿어?”라고 물으며 그가 무언가를 숨겨왔음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그가 숨겼던 건 살해충동이 아닌 피해의식이었다. 무명 배우 재럴드는 열두 살 연상의 부자 여자친구 셜리의 도움으로 생계를 이어 왔다. 잘나고 무관심한 여자친구에 대한 자격지심은 애꿎은 꿩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표제작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은 잘못 걸려온 전화에 잠에서 깬 부부의 이야기다. 밤을 지새우는 이들의 대화에선 서로를 향한 불신의 냄새가 풍긴다. 이들은 간밤에 꾼 악몽부터 죽음에 대한 공포까지 잡다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정작 가장 하고 싶은 말은 꺼내지 못한다. 남편은 아내의 꿈에 자신은 절대 등장하지 않는 게 찜찜하지만 묻어둔다. 잘못 걸려온 전화기 너머의 정체도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이야기의 맥락 없는 시작과 답답한 결말은 무한한 상상력을 허용한다. 속고 속이는 듯한 관계의 불안정함, 그 안에서 피어나는 공포는 자신과 타인에게 솔직하지 못했던 순간들을 돌아보게 만든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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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3년 연속 美그래미 후보 올라

    그룹 방탄소년단(BTS·사진)이 3년 연속 그래미 후보에 올랐다. 미국 리코딩 아카데미가 16일(현지 시간) 발표한 제65회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서 방탄소년단은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와 ‘베스트 뮤직비디오’, 4대 본상 중 하나인 ‘앨범 오브 더 이어’까지 총 3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BTS는 2020년 ‘다이너마이트’, 지난해 ‘버터’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올랐다. 앨범 오브 더 이어에는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9집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의 참여 아티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방탄소년단은 이 앨범의 수록곡인 ‘마이 유니버스’의 피처링에 참여했고, RM과 슈가, 제이홉은 송라이터를 맡았다. 그래미는 이 부문에서 피처링 참여 아티스트, 프로듀서, 송라이터, 엔지니어 모두를 수상 후보로 올린다. 방탄소년단은 ‘마이 유니버스’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올랐다. 이 곡은 지난해 10월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 1위를 했다. 6월 발매한 앤솔러지 앨범 ‘프루프’의 타이틀곡 ‘옛 투 컴’은 베스트 뮤직비디오 후보에 올랐다. 미국의 한 사막에서 촬영한 이 뮤직비디오는 방탄소년단이 지나온 9년간의 여정을 풀어내 공개 10일 만에 조회수 1억 회를 넘겼다. 방탄소년단은 이날 공식 트위터를 통해 “옛 투 컴과 함께 저희가 참여한 곡인 마이 유니버스도 그래미 후보로 선정돼 영광”이라고 밝혔다. 제65회 그래미 어워즈 시상식은 내년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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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Z세대 아이돌 입덕, 15초 ‘쇼트폼’이 대세

    “이 영상 보고 투바투(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에 입덕(덕후 입문)할 것 같아.” 지난해 보이그룹 TXT의 팬튜브(팬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영상에는 자신이 리더임을 잊은 멤버 수빈이 한 음악방송에서 그룹 소개를 하지 않고 다른 멤버들을 쳐다보는 장면이 담겼다.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깜짝 놀란 뒤 “인사하겠습니다. 하나, 둘!”이라고 운을 떼는 수빈에게 “이 영상으로 투바투를 처음 알았는데 너무 귀엽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이 영상은 유튜브의 쇼트폼(짧은 형식) 서비스인 ‘유튜브 쇼츠’로, 분량은 15초에 불과하다. 조회수는 875만 회, ‘좋아요’는 29만 개에 달한다. 1분 내외의 짧은 영상을 찾아보는 Z세대(1996년 이후 출생자)가 많아지면서 아이돌 그룹의 ‘입덕’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쇼트폼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인 쇼트폼 서비스는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의 ‘릴스’, 틱톡이다. 유튜브 쇼츠는 1분, 릴스는 90초, 틱톡은 10분의 시간 제한이 있다. 쇼트폼은 아이돌 그룹의 강렬한 무대 퍼포먼스나 예능 프로그램의 재밌는 장면 등 ‘하이라이트’만 1분 내외로 편집돼 올라오기 때문에 그룹 또는 개별 멤버의 매력을 단번에 인지하기 쉽다. 쇼트폼은 원본 영상의 인기를 뛰어넘는다. 보이그룹 아스트로 멤버 문빈이 검은색 가죽 의상을 입고 ‘후’라는 곡의 후렴에 맞춰 절도 있는 안무를 선보이는 20초 분량의 유튜브 쇼츠는 조회수가 238만 회에 달한다. 반면 3분 길이의 원본 영상 조회수는 4만8000회에 불과하다. 걸그룹 르세라핌이 이달 유튜브 채널 ‘디글’에 출연해 유튜버 조나단과 인터뷰하는 17분 분량의 영상 조회수는 87만 회인 데 비해 인터뷰 중 일본인 멤버 사쿠라가 “겸손이 일본어로 뭐지?”라며 헷갈려 하는 모습을 담은 유튜브 쇼츠의 조회수는 227만 회나 된다. 쇼트폼이 ‘입덕’ 경로가 되면서 팬들도 팬덤을 확장하기 위해 쇼트폼을 적극 활용한다. 기존에는 음악방송, 팬 사인회 ‘직캠’(팬 등이 직접 찍은 영상), 라이브 방송을 편집한 5∼15분 길이의 영상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쇼트폼 전용 팬튜브가 생겨나고 있다. 걸그룹 (여자)아이들 멤버 전소연의 팬이 만든 ‘전소연 쇼츠’, 걸그룹 엔믹스 멤버 해원의 팬이 만든 채널 ‘또 오해원’이 대표적이다. 팬튜브 구독자는 1만 명을 넘기기 쉽지 않지만, ‘또 오해원’은 개설 5개월 만에 구독자가 7만6000명을 넘었고, 가장 인기 있는 영상 조회수는 740만 회에 달한다. 기획사 마케팅에서도 쇼트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곡 중 중독성이 강한 ‘킬링 파트’나 예능에서 화제가 될 만한 장면을 따로 쇼트폼으로 제작해 자체 SNS에 올린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그룹뿐만 아니라 개별 멤버의 매력을 담아낼 수 있다는 게 쇼트폼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기획사들도 신곡의 댄스 챌린지 등 쇼트폼 기획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했다. 쇼트폼의 인기는 짧은 시간 안에 흥미를 추구하는 Z세대의 특성을 반영한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쇼트폼이 Z세대에게 인기를 끌면서 이제 유튜브에 올라오는 5분 분량의 영상도 길게 느낀다. 아주 짧게는 10초, 길어도 1분 안에는 재밌는 장면을 보여주고 해당 영상을 통해 그룹이나 멤버에게 관심이 생기면 원본을 찾아보는 방식으로 콘텐츠 이용 방법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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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왕’이 돌아왔다… 조용필, 9년만의 신곡 18일 발표

    ‘가왕’ 조용필(72·사진)이 18일 신보 ‘로드 투 20―프렐류드 1’(Road to 20―Prelude 1)을 발표한다. 그가 앨범을 발매한건 2013년 정규 19집 ‘Hello’(헬로) 이후 9년 만이다. 조용필은 15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30초 분량의 신곡 티저 영상을 공개했다. 신곡 두 곡의 제목인 ‘찰나’와 ‘세렝게티처럼’이 담긴 영상에는 경쾌한 리듬에 맞춰 “오오 격정적인 찰나”라고 노래하는 조용필의 목소리가 흘러나와 팬들의 기대감을 더했다. 이번 앨범은 정규 20집 발매를 앞두고 선공개하는 형식의 앨범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앨범 이름에 들어간 ‘프렐류드’는 도입부 형식의 악곡을 의미한다. 소속사 YPC는 “이번 신보는 조용필이 앞서 19장의 정규 음반을 발표하는 동안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형태의 발매”라고 밝혔다. 한동안 활동이 뜸했던 조용필이 앨범 발매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조용필은 이달 26, 27일과 12월 3, 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2022 조용필&위대한탄생’을 연다. 단독 콘서트는 2018년 ‘50주년 기념 콘서트’ 이후 4년 만이다. 이 공연은 예매 시작 30분 만에 전석 4만 석이 모두 팔렸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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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분도 길어”… 요즘 ‘입덕’은 ‘쇼트폼’으로 한다

    “투바투(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영상 계속 뜨네. 입덕할 것 같아ㅠㅠ”지난해 빅히트 뮤직 소속 보이그룹 TXT의 팬튜브(팬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한 영상에는 TXT의 팬이 될 것 같다는 내용의 댓글이 달렸다. 영상에서는 자신이 리더임을 잊어버린 멤버 수빈이 한 음악방송에서 그룹 소개를 시작하지 않고 다른 멤버들을 쳐다보는 장면이 담겼다. 2초 후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깜짝 놀란 뒤 ‘인사하겠습니다, 하나, 둘!’이라고 운을 떼는 수빈에 ‘투바투를 이 영상으로 처음 알았는데 너무 귀엽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이 영상은 유튜브가 제공하는 쇼트폼(짧은 형식) 서비스인 ‘유튜브 쇼츠’로, 분량은 15초에 불과하다. 이 짧은 영상의 조회수는 무려 875만 회, ‘좋아요’ 개수는 29만 개에 달한다. 1분 내외의 짧은 영상을 찾아보는 Z세대가 많아지면서 아이돌 그룹의 ‘입덕’(입문과 덕후의 합성어)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쇼트폼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인 쇼트폼서비스는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의 ‘릴스’, 그리고 틱톡. 유튜브 쇼츠는 1분, 릴스는 90초, 틱톡은 10분의 시간제한이 있다. 쇼트폼 콘텐츠의 경우 무대 위 강렬한 퍼포먼스나, 예능에서의 재밌는 장면 등 ‘하이라이트’만 1분 내외로 편집된 영상이기 때문에 아이돌 그룹 또는 개별 멤버의 매력을 단번에 인지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쇼트폼은 원본 영상의 인기를 뛰어넘는다. 쏘스뮤직 소속 걸그룹 르세라핌이 이달 유튜브 채널 ‘디글’에 출연해 유튜버 조나단과 인터뷰를 하는 17분 분량의 영상 조회수는 87만 회. 반면 인터뷰 중 일본인 멤버 사쿠라가 일본어를 잊어버리고 “겸손이 일본어로 뭐지?”라며 헷갈려 하는 유튜브 쇼츠는 조회수가 227만 회에 달한다. 20초 분량의 쇼츠가 전체 인터뷰 영상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것이다. 보이그룹 아스트로 멤버 문빈의 ‘후’라는 곡 무대영상 ‘직캠’(팬 등이 직접 촬영한 캠동영상)도 마찬가지다. 문빈은 한 무대에서 검정색 가죽의상을 입고 절도 있는 안무를 선보여 화제가 됐는데, 3분 분량의 전체 무대 영상은 조회수가 4만8000회에 불과하지만 후렴구에 맞춰 춤을 추는 20초 분량의 유튜브 쇼츠 조회수는 238만 회에 달한다. 쇼트폼이 인기를 끌면서 팬튜브에서 쇼트폼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기존에 팬튜브는 음악방송이나 팬 사인회 직캠, 예능, 라이브 방송을 짜깁기해 편집한 5~15분 짜리 영상이 주를 이뤘다. 최근에는 아이돌 팬덤이 쇼트폼 채널을 적극적으로 개설하는 추세다. 걸그룹 (여자)아이들 전소연의 팬이 만든 ‘전소연 쇼츠’, JYP의 걸그룹 엔믹스 멤버 해원의 팬이 만든 ‘또 오해원’ 등이 대표적이다. 팬튜브의 구독자는 1만 명을 넘기는 경우가 흔치 않는데 또 오해원 채널은 개설 5개월 만에 구독자가 7만6000명을 넘었고, 가장 인기 있는 영상은 조회수가 740만 회에 달한다. 기획사의 마케팅 차원에서도 쇼트폼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쇼트폼은 짧은 시간 안에 그룹 또는 개별 멤버의 매력과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 신곡에서 중독성이 강한 ‘킬링 파트’나, 예능에서 화제가 될 만한 장면을 따로 쇼트폼으로 제작해 자체 SNS에 올린다. 한 소속사 관계자는 “르세라핌 멤버 카즈하는 어렸을 때부터 발레를 해서 오랜 기간 운동으로 다져진 잔근육이 매력인데 이를 아는 이는 많지 않았다. 쏘스뮤직이르세라핌의 공식 채널에 카즈하의 ‘운동루틴’, ‘복근운동’ 등을 쇼츠로 만들어 올리면서 팬덤뿐만 아니라 대중들도 카즈하의 건강미 넘치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있다“며 “그룹 전체뿐만 아니라 개별 멤버들의 매력을 담아낼 수 있다는 게 쇼트폼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쇼트폼의 인기는 짧은 시간 안에 흥미를 추구하는 Z세대의 특성을 반영한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쇼트폼이 Z세대에게 유행을 하면서 이제 유튜브에 올라오는 5분 분량의 영상도 길게 느낀다. 아주 짧게는 10초, 길어도 1분 안에는 재밌는 장면을 보여주고, 해당 영상을 통해 그룹이나 멤버에 관심이 생겼다면 원본을 찾아보는 방식으로 콘텐츠의 소비 습관이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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