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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원도심을 뜨겁게 달구며 9일간의 대장정을 펼친 ‘대전 0시 축제’가 17일 막을 내렸다. 시는 이번 0시 축제에 대해 확장된 공간과 늘어난 기간, 대폭 보강된 콘텐츠 등 족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안전사고, 쓰레기, 바가지요금 없는 이른 바 3무(無) 축제를 달성하며 0시 축제 본연의 목적인 지역경제 활성화, 도시 브랜드 가치 상승 등 효과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이번 축제 기간 동안 27개 문화 공간에서 518회 공연이 펼쳐졌고 3917명의 지역 예술인이 참여했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공연 횟수는 50%가량, 참여 예술인은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또 일회용품 사용을 억제한 결과, 플라스틱 폐기물 7t 감소 효과를 거두는 등 친환경 축제로서의 도약 가능성을 확인했다. 글로벌 공공 외교 도시로서의 위상도 한층 강화됐다. 이번 축제에는 베트남 빈즈엉성과 일본 삿포로, 중국 난징, 헝가리 부다페스트 등 7개 자매·우호도시에서 165명이 방문했다. 온라인에서도 흥행 행진을 이어갔고,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 누적 조회 수가 1000만 회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난 9일간 시민과 공직자, 각 단체 및 자원봉사자 등이 한마음으로 노력해 준 덕분에 안전사고 없이 0시 축제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우리의 아들딸들에게 자랑스러운 대전, 세계 최고의 도시 대전을 물려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충남도는 국토교통부가 주관한 ‘일자리 연계형 지원주택 공모’에 공주시가 선정됐다고 18일 밝혔다. 일자리 연계형 지원주택은 청년이나 창업가, 중소기업 근로자 등 일자리가 필요한 계층을 대상으로 주거 공간과 일자리를 연계해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 사업이다. 이번에 선정된 지역은 공주시 탄천면 안영리 공주탄천일반산업단지 내 부지다. 도는 이곳에 국비 204억 원, 시비 64억 원 등 총 사업비 268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전용 면적 26㎡형 72가구, 46㎡형 30가구 등 총 102가구 규모의 공공임대주택을 건립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공동 세탁시설, 라운지, 소모임실, 공유 사무실(오피스) 등을 포함해 근로자들의 주거와 생활 편의를 동시에 고려할 예정이다. 입주자 선정은 추후 지역 여건에 맞춰 유연하게 진행할 방침이다. 도는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제공하고 주거비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지역 내 인재 유출을 방지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토부 및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공공임대주택을 원활하게 공급·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도민 주거 안정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원철 공주시장은 “이번 공모 선정으로 청년층 인력난 해소와 근로자 주거복지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며 “주거 수요에 맞춘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등 공주시 유입 인구에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버려진 창고가 일곱 청년의 꿈이 이뤄지는 마법 같은 공간이 됐어요.” 14일 충남 홍성군 광천읍에 있는 잇슈창고에서 만난 전진표 씨(27)가 갓 구워 탱글탱글한 소시지를 먹어보라며 이렇게 말했다. 2022년 4월에 문을 연 잇슈창고는 1974년에 지어져 2000년대 초반까지 쌀 창고로 쓰였다. 그 후 10년 넘게 방치된 건물을 개조해 만든 복합문화창업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올해 4월 잇슈창고에 입주한 전 씨는 홍성에서 키운 돼지로 만든 다양한 소시지를 개발해 생산하고 있다. 그는 “이달(8월) 말에는 매장을 내 홍성을 대표하는 최초의 육가공 브랜드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경기 안산 출신인 그는 잇슈창고 입주와 동시에 주민등록까지 옮겨 진짜 홍성 군민이 됐다. 잇슈창고 지붕 아래에는 전 씨를 포함해 소품, 식품, 찻집 등 다채로운 꿈을 현실로 이뤄가는 만 39세 이하 청년 사장 7명이 모였다.● 방치된 창고가 핫플로 우뚝 홍성군은 2020년 10월 행정안전부 인구감소지역 통합지원사업에 공모돼 정부양곡 수매 창고를 사들였다. 10년 넘게 방치된 건물을 12억 원(특별교부세 5억 원, 군 예산 7억 원)을 들여 고치고 늘려 535㎡(약 161평) 넓이로 탈바꿈했다. 대평리 이장 한흥동 씨(77)는 “마을 초입에 허름한 건물이 떡하니 있어 보기 불편했는데, 이제는 마을 복덩이가 됐다”라면서 “창고를 오가는 청춘들에게 유명한 곳을 뜻하는 ‘핫플(핫플레이스)’이라는 새로운 단어도 배웠다”고 했다. 건물은 예전에 썼던 서까래와 벽체를 그대로 살려 세월의 아름다움을 살렸다. 높게 탁 트인 창고 건물의 특성을 살리고 통창을 내 주변 논밭을 시원하게 담았다. 건물은 평소 카페공간으로 쓰이다 공연장이나 영화관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카메라와 인쇄기, 인터넷을 무료로 쓸 수 있는 공유 사무실 3곳을 포함해 반죽기, 오븐, 식기세척기 등 다양한 조리 기구를 갖춘 주방, 카페, 어린이도서관, 수유실, 놀이터가 있다. 청년 창업 지원과 더불어 즐기고 먹고 어울림이 동시에 이뤄져 지역을 대표하는 공간이 됐다. ● 살판 놀판 녹아든 복합문화창업 공간 쌀이 쌓여 있던 창고는 이젠 창업 청년들의 꿈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다양한 교육과 지원으로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한편, 문화행사도 진행해 복합문화창업 공간으로 성장 중이다. 잇슈창고에 들어올 수 있는 청년 기업은 총 7개다. 기업 사정에 따라 최대 2년을 보낸 뒤 사회로 나간다. 청년들은 시제품 제작비 등 연간 최대 1000만 원을 지원받는다. 세계시장 공략을 위해 지역 내 유학생을 초청해 제품 평가회도 진행된다. 생활 소품과 애견 간식을 만드는 청년 대표 2명은 10월 18일부터 21일까지 베트남에서 열리는 라이프 스타일 박람회에도 참가한다. 세금 납부 등 사업체를 꾸릴 때 필요한 각종 행정 교육도 진행된다. 홍성 농산물을 활용해 떡 등을 만드는 방현진 씨(32)는 “딱딱한 사무실 같지 않은 창고 건물 덕분에 출근할 때 늘 새롭다”라며 “같은 청년 창업자들과 교육받고 고민을 나누다 보면 다양한 생각이 떠오른다”고 했다. 특히 올해부터 홍성군이 조례를 바꿔 청년 나이를 만 39세에서 만 49세까지 늘려 잇슈창고 입주 문턱이 낮아졌다.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행사도 꾸준히 열린다. 지역 밴드 공연, 영화제, 벼룩시장 등 올해만 7차례 행사가 이어졌다. 잇슈창고를 담당하는 최수영 충남산학융합원 연구원은 “청년들이 지역에서 일을 하며 가정을 꾸려 즐겁게 살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살판, 놀판을 깔아주는 게 우리 역할”이라고 했다.● 6만 명 넘게 찾아 생활인구 유입 홍성군 인구는 2017년 10만 명을 돌파한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올해 7월 기준 9만850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기준 홍성군의 지방소멸위험지수는 0.32로 조사됐다. 지방소멸위험지수는 지역의 만 20∼39세 여성 인구를 만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으로, 0.5 미만이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주소를 두고 사는 정주인구 외에도 지역에 체류하는 생활인구 유입이 절실하다. 홍성군은 잇슈창고가 생활인구를 끌어들이는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잇슈창고가 2022년 4월 문을 연 이후로 올해 8월 5일까지 총 6만363명이 다녀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입소문을 타고 외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방문객이 몰리면서 입주한 청년 기업의 매출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잇슈창고가 문을 연 2022년 당시 입주한 7개 기업 총매출액은 3억1000만 원이었는데 이듬해 6억8000만 원으로 2배 이상으로 뛰었다. 홍성=이정훈 기자 jh89@donga.com홍성=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충남 보령시는 보령요트경기장과 대천해수욕장 일원에서 ‘2024 보령컵 국제요트대회’를 개최한다고 12일 밝혔다. 15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대회는 J70 세계요트연맹으로부터 아시아 최초 공인 인증 대회로 지정받았다. 첫날 선수 등록을 시작으로, 16일 장거리레이스와 함께 개회식이 열리며 마지막 날까지 다양한 요트 경기와 체험행사가 이어진다. 개회식에는 김동일 보령시장을 비롯해 김태흠 충남도지사, 박범규 대한요트협회장, 정해천 충남요트협회장 등 5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대회는 중·소형 J70 크루저 요트(오픈부, 동호인부, 장거리레이스)와 딩기요트(유소년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총 11개국 175명의 선수들이 참가한다. 이 가운데 J70 종목에서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인도,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8개국이 치열한 국가대항전과 장거리레이스를 펼친다. 올해 새롭게 신설된 J70 종목 동호인부는 해양레저스포츠의 대중화를 목표로 한 단계 더 발전된 모습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유소년부 딩기요트 옵티미스트 종목에는 한국과 중국, 일본, 홍콩,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 7개국의 유소년 선수들이 참가해 경쟁을 벌인다. 대회 기간에는 충남요트협회 누리집에서 사전 신청을 통해 즐길 수 있는 요트 체험교실이 운영된다.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패밀리요트, 카약, 바다생존수영 등의 프로그램도 무료로 제공된다. 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사건 등의 조사를 총괄했던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국 소속 국장 직무대리인 김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된 것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에 나서기로 했다. 김 씨는 디올백 사건을 종결하지 말고 수사기관에 보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의원들은 김 씨를 “윤석열 정권의 외압 피해자”라고 규정하고 권익위의 김 여사 디올백 수수 의혹 조사 과정 전반에 대한 국회 청문회 및 현안 질의를 추진할 예정이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9일 “(김 씨 외에) 박정훈 대령과 백해룡 경정 등 윤석열 정권의 권력 농단 앞에서 피해자가 양산되는 상황”이라며 “철저한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고 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도 “고인이 사건을 종결 처리하는 과정에서 말하지 못할 고초를 당했을지도 모른다는 강력한 의심이 든다”며 “고인에게 사건을 종결하도록 밀어붙인 수뇌부 인사는 누구이며, 누구에게 지시를 받아서 무리한 요구를 했나. 민주당이 그 답을 찾겠다”고 했다. 김 여사를 정조준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김 여사와 이 정권의 탐욕이 양심적인 공무원의 목숨을 앗아갔다”며 “권익위 조사에 개입했다면 명백한 탄핵 사유”라고 주장했다. 권익위원장을 지낸 전현희 최고위원 후보는 “대통령 부부에게 억지 면죄부를 발부한 권익위의 직권남용과 직무유기에 대해 반드시 진상을 명백히 밝히고 책임을 묻겠다”며 “유철환 권익위원장과 정승윤 부패방지부위원장은 고인 앞에 석고대죄하라”고 했다. 김 씨는 3급 부이사관으로, 올해 3월 부패방지 국장 직무대리를 맡아 4개월간 김 여사 사건 외에도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응급 헬기 이용 사건,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이해충돌 건 등의 조사를 지휘했다. 김 씨는 주변에 업무 과중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패방지국장은 청탁금지법 등 부패방지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권익위의 핵심 보직이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김 씨 빈소를 조문하는 문제를 두고도 권익위와 충돌했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권익위가 ‘유족 요청에 따라 친분이 없는 분들의 조문을 사양한다’고 했는데 빈소에서 만난 유족들은 그런 뜻을 전한 바 없다고 오히려 분통을 터뜨렸다”고 했다. 정무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강준현 의원도 통화에서 “유족들은 진상 규명과 망자의 명예 회복, 권익위 등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며 “장례 절차가 끝난 뒤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있는 그대로를 밝히고, 정무위 차원의 대응에 나서겠다”고 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국민의힘은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이 ‘정권 외압 피해자’라는 프레임을 씌워 안타까운 사건을 또다시 정쟁 소재로 삼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도 “여야가 상대를 악마화하고 필사적으로 싸우면서 중간에 낀 공무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할 때”라고 했다. 다만 유승민 전 의원은 “공직자가 법과 원칙, 양심과 상식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고 잘못된 결정에 대해 죽음으로 항변할 수밖에 없었다면, 정의를 위해 이 문제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디올백 사건을 종결 처리한 권익위의 모든 결정 과정부터 조사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대전지검과 세종남부경찰서는 김 씨 사망에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하고 시신을 부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수사당국은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방침이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세종=이정훈 기자 jh89@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사건 등의 조사를 총괄했던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국 소속 국장 직무대리인 김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된 것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에 나서기로 했다. 김 씨는 디올백 사건을 종결하지 말고 수사기관에 보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의원들은 김 씨를 “윤석열 정권의 외압 피해자”라고 규정하고 권익위의 김 여사 디올백 수수 의혹 조사 과정 전반에 대한 국회 청문회 및 현안질의를 추진할 예정이다.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9일 “(김 씨 외에) 박정훈 대령과 백해룡 경정 등 윤석열 정권의 권력 농단 앞에서 피해자가 양산되는 상황”이라며 “철저한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고 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도 “고인이 사건을 종결 처리하는 과정에서 말하지 못할 고초를 당했을지도 모른다는 강력한 의심이 든다”며 “고인에게 사건을 종결하도록 밀어붙인 수뇌부 인사는 누구이며, 누구에게 지시를 받아서 무리한 요구를 했나. 민주당이 그 답을 찾겠다”고 했다.김 여사를 정조준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김 여사와 이 정권의 탐욕이 양심적인 공무원의 목숨을 앗아갔다”며 “국민권익위 조사에 개입했다면 명백한 탄핵 사유”라고 주장했다. 권익위원장을 지낸 전현희 최고위원 후보는 “대통령 부부에게 억지 면죄부를 발부한 권익위의 직권남용과 직무유기에 대해 반드시 진상을 명백히 밝히고 책임을 묻겠다”며 “유철환 권익위원장과 정승윤 부패방지부위원장은 고인 앞에 석고대죄하라”고 했다.김 씨는 3급 부이사관으로, 올해 3월 부패방지 국장 직무대리를 맡아 4개월간 김 여사 사건 외에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응급 헬기 이용 사건,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이해충돌 건 등의 조사를 지휘했다. 김 씨는 주변에 업무 과중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권익위 관계자는 “부패방지국에 이렇게 일이 한번에 몰리는 건 아주 이례적이었다는 게 내부 평가”라고 했다.야당 의원들은 이날 김 씨 빈소를 조문하는 문제를 두고도 권익위와 충돌했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권익위가 ‘유족 요청에 따라 친분이 없는 분들의 조문을 사양한다’고 했는데 빈소에서 만난 유족들은 그런 뜻을 전한 바 없다고 오히려 분통을 터뜨렸다”고 했다. 정무위 야당 간사인 강준현 의원도 통화에서 “유족들은 진상 규명과 망자의 명예 회복, 권익위 등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며 “장례 절차가 끝난 뒤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있는 그대로 밝히고, 정무위 차원의 대응에 나서겠다”고 했다.논란이 이어지자 국민의힘은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이 ‘정권 외압 피해자’라는 프레임을 씌워 안타까운 사건을 또다시 정쟁 소재로 삼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도 “여야가 상대를 악마화하고 필사적으로 싸우면서 중간에 낀 공무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할 때”라고 했다. 다만 유승민 전 의원은 “공직자가 법과 원칙, 양심과 상식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고 잘못된 결정에 대해 죽음으로 항변할 수밖에 없었다면, 정의를 위해 이 문제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디올백 사건을 종결 처리한 권익위의 모든 결정 과정부터 조사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대전지검과 세종남부경찰서는 김 씨 사망에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하고 시신을 부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수사당국은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방침이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세종=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국민권익위원회 고위 간부가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8일 세종남부경찰서와 세종소방본부, 권익위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50분경 세종시 종촌동의 한 아파트에서 권익위 소속 김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최초 신고자는 직장 동료로, 이날 김 씨가 출근하지 않고 연락도 닿지 않자 주거지를 직접 찾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안방에서 숨진 김 씨를 발견해 경찰에 인계했다. 사고 현장에선 메모 형태의 유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서에는 ‘힘들다’란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담겨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타살 등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 씨는 올해 2월부터 권익위의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 담당 부서인 부패방지국의 국장 직무대리 역할을 해왔다. 이 기간 김 씨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논란’ 사건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응급 헬기 이송 특혜’ 의혹 사건을 조사하는 총괄 책임자 역할을 맡았다. 김 씨는 최근 주변에 업무 과중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명품백 조사 과정에서 사건을 종결하지 말고 수사기관에 보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익위의 한 관계자는 “언론이나 국회의 주목을 받는 민감한 사건을 잇달아 여러 건 처리했다”며 “얼마 전 만났을 때도 업무 때문에 힘들어하는 기색이 보였다”고 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일련의 과정에서 권익위 내부 실무자들이 말하지 못할 고초를 당한 것은 아닐지 의문이 든다”며 “민주당이 진상 규명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세종=이정훈 기자 jh89@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충남 당진시는 27일부터 이틀간 합덕제 및 합덕농촌테마공원 일원에서 ‘2024년 합덕 연호 물 축제’를 개최한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축제는 지난해까지 합덕 연꽃축제의 부대행사로 운영되던 물 축제를 올해부터 별도 행사로 분리해 마련됐다. 지난해 선보였던 부대행사에선 어린이 물놀이장과 에어바운스를 설치·운영해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바 있다. 시는 이번 축제를 통해 여름철 시민들에게 무더위를 잊을 만큼 시원함을 전해줄 예정이다. 이틀 일정의 축제 기간 중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워터 슬라이드, 풀장, 바닥분수, 예술 공연, 휴식존 등이 운영된다. 이종우 당진시 문화체육과장은 “현재 합덕제에서 사계절 내내 볼거리와 쉴 공간을 제공할 수 있도록 사계절 공원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합덕제가 당진 대표 관광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축제가 진행되는 ‘합덕제’는 충남도 기념물이며, 세계관개시설물 유산으로 지정된 유서 깊은 문화유산이다. 여름철 개화하는 연꽃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주말 수도권-충청 또 폭우주말 동안 또다시 수도권과 충청권에 최대 150mm의 물폭탄이 예보됐다. 수도권과 강원에는 20일 밤부터, 충청권은 21일 오전부터 시간당 50mm 안팎의 세찬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시간당 강수량이 50mm 이상이면 옆 사람도 잘 보이지 않는다. 반면 경상권과 제주 등 남부 지방에서는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넘게 오르는 등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언제 집에 돌아갈 수 있을지….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쳐가고 있습니다.” 이달 9일 폭우로 집이 침수된 이정소 할머니(79)는 충남 금산군 복수면 곡남3리 마을회관에서 열흘째 생활 중이다. 마을회관엔 주택에 물이 차 이재민이 된 6가구가 함께 묵고 있다. 서로 의지하며 견디고 있지만, 대부분 70세가 넘은 어르신이다 보니 심신이 지쳐간다. 이 할머니는 19일 “잠에서 깨보니 정전이 돼 있고 이미 바닥까지 물이 차올라 있었다”며 “내 평생 이렇게 끔찍한 일은 처음 겪어본다. 또 비가 내릴까 봐 너무 두렵다”고 토로했다.● 656명 미귀가… 옥천 실종자 숨진 채 발견 전국 각지에 물폭탄이 쏟아지며 피해가 이어진 가운데, 주택이 침수되거나 하천 범람 우려 등으로 몸을 피한 400여 가구는 여전히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19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67개 시군구의 1373가구 1945명이 대피했는데, 422가구 656명은 아직 귀가하지 못했다. 이들은 경로당과 마을회관, 민간 숙박시설 등에서 지내며 복구를 기다리고 있다. 추가 인명 피해도 이어졌다. 충북 옥천군에선 불어난 하천에 빠져 17일 실종됐던 50대 남성이 19일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경기 안성시에서 폭우에 불어난 물로 배가 뒤집혀 실종된 2명을 수색 중이다. 18일 경기 파주시에선 빗물이 찬 차량에 고립됐던 5명이 극적으로 탈출하기도 했다. 이달 들어 집중호우로 인한 차량 침수 피해는 3230대에 달했다.● 복구작업 본격화… 온정의 손길도 19일 장마전선이 다소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각 지역은 본격적으로 복구작업에 나섰다. 40여 가구가 침수된 충남 논산시 강경읍 일대 마을은 전기·배관·보일러 회사 대표 10여 명이 침수 가구를 직접 방문해 복구 작업을 도왔다. 18일부터 20시간이 넘게 통제된 서울 잠수교도 이날 오전부터 복구작업을 시작했다. 전체 760m 중 340m 정도가 물에 잠긴 경기 평택시 세교지하차도도 소방당국이 다굴절무인방수탑차 등 특수 장비까지 동원해 배수 작업을 진행했다. 온정의 손길도 이어졌다. 8∼9일 최대 400mm가 넘는 기록적 폭우가 쏟아져 291억 원 상당의 피해를 입은 전북 익산시에는 부산의 대한불교천태종 삼광사가 22∼23일 수해 복구 현장에 ‘사랑의 밥차’를 보내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경북 경주시도 익산시 망성면에 밥차를 보내 매일 400인분의 음식을 제공하기로 했다. ● 수도권-남부 폭우 땐 충청권도 ‘비상’ 기상청에 따르면 주말 동안 또다시 수도권과 충청권에 최대 150mm의 물 폭탄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경기 북부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을 때 충남 당진시에도 시간당 83.5mm의 극한 호우가 쏟아졌다. 10일 전북 군산시 어청도(146mm) 등 전북 지역에 비가 쏟아질 때 충남 부여(103.5mm) 등에도 폭우가 쏟아졌다. 충청권은 최근 비구름의 형태가 활 모양으로 휘는 사례가 많아져 함께 폭우 영향권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김영준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전선이 활처럼 휘었다는 것은 그만큼 성질이 다른 두 공기 덩어리의 힘이 강하게 맞부딪혔다는 것”이라며 “어느 한쪽이 우위를 점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면 장마전선이 쉽게 남이나 북으로 움직이기 어렵고 그만큼 특정 지역에 오래 머물며 많은 비가 내린다”고 설명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금산=이정훈 기자 jh89@donga.com익산=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언제 집에 돌아갈 수 있을지….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쳐가고 있습니다.”이달 9일 폭우로 집이 침수된 이정소 할머니(79)는 충남 금산군 복수면 곡남3리 마을회관에서 열흘 째 생활 중이다. 마을회관엔 주택에 물이 차 이재민이 된 6가구가 함께 묵고 있다. 서로 의지하며 견디고 있지만, 대부분 70세가 넘은 어르신이다보니 심신이 지쳐간다. 이 씨는 19일 “잠에서 깨보니 정전이 돼 있고 이미 바닥까지 물이 차올라 있었다”며 “내 평생 이렇게 끔찍한 일은 처음 겪어본다. 또 비가 내릴까봐 너무 두렵다”고 토로했다.● 656명 미귀가…옥천 실종자 숨진 채 발견전국 각지에 물폭탄이 쏟아지며 피해가 이어진 가운데, 주택이 침수되거나 하천 범람 우려 등으로 몸을 피한 400여 가구는 여전히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19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67개 시군구의 1373가구 1945명이 대피했는데, 422가구 656명은 아직 귀가하지 못했다. 이들은 경로당과 마을회관, 민간숙박시설 등에서 지내며 복구를 기다리고 있다. 이 씨와 함께 살던 초등학생 손자도 아동센터에서 지내고 있다. 그는 “빨리 손자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했다.추가 인명 피해도 이어졌다. 충북 옥천군에선 불어난 하천에 빠져 17일 실종됐던 50대 남성이 19일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경기 안성시에서 폭우에 불어난 물로 배가 뒤집혀 실종된 2명을 수색 중이다. 18일 경기 파주에선 빗물이 찬 차량에 고립됐던 5명이 극적으로 탈출하기도 했다.● 복구작업 본격화…온정의 손길도19일 장마전선이 다소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각 지역은 본격적으로 복구작업에 나섰다.40여 가구가 침수된 논산 강경읍 일대 마을은 전기·배관·보일러 회사대표 10여 명이 침수 가구를 직접 방문해 복구 작업을 도았다. 이들은 고장난 보일러, 전기와 배관 등을 무료로 수리했고, 벌곡면 등 다른 수해현장도 찾아간다는 계획이다.18일부터 20시간이 넘게 통제된 잠수교도 이날 오전부터 복구작업을 시작했다. 전체 760m 중 340m 정도가 물에 잠긴 평택시 세교지하차도도 소방당국이 다굴절무인방수탑차 등 특수장비까지 동원해 배수 작업을 진행했다.온정의 손길도 이어졌다. 8~9일 최대 400㎜가 넘는 기록적 폭우가 쏟아져 291억 원 상당의 피해를 입은 전북 익산시에는 부산의 대한불교천태종 삼광사가 22~23일 수해복구 현장에 ‘사랑의 밥차’를 보내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경북 경주시도 익산시 망성면에 밥차를 보내 매일 400인분의 음식을 제공하기로 했다.● 수도권-남부 폭우 땐 충청권도 ‘비상’기상청에 따르면 주말 동안 또 다시 수도권과 충청권에 최대 150mm의 물폭탄이 쏟아질 전망이다. 18일 경기 북부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을 때 충남 당진에도 시간당 83.5mm의 극한 호우가 쏟아졌다. 10일 전북 군산시 어청도(146mm) 등 전북 지역에 비가 쏟아질 때도 충남 부여(103.5mm) 등에도 폭우가 쏟아졌다.충청권은 최근 비구름의 형태가 활 모양으로 휘는 사례가 많아져 함게 폭우 영향권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김영준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전선이 활처럼 휘었다는 것은 그만큼 성질이 다른 두 공기덩어리의 힘이 강하게 맞부딪혔다는 것”이라며 “어느 한쪽이 우위를 점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면 장마전선이 쉽게 남이나 북으로 움직이기 어렵고 그만큼 특정 지역에 오래 머물며 많은 비가 내린다”고 설명했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금산=이정훈 기자 jh89@donga.com익산=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서울 등 수도권에 이틀 동안 최대 634.5mm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이번 장마 들어 가장 많은 강수량인데 기상청은 19일 남부 지방, 20일 수도권에 다시 시간당 30mm 안팎의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했다. 기록적 폭우로 이미 지반이 약해진 지역에 다시 장맛비가 퍼부을 것으로 예상되며 추가 피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수도권 곳곳에 시간당 50mm 이상의 폭우가 내렸다. 경기 평택시(88.5mm), 파주시(69.8mm), 연천군(58.5mm) 등에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세찬 비가 내렸다. 일반적으로 시간당 30mm 이상이면 폭우로, 50mm 이상이면 극한호우로 분류한다. 이날 수도권에는 전날(17일) 시간당 100mm 이상 폭우가 쏟아진 데 이어 연이어 물벼락이 떨어졌다. 파주시의 경우 이틀간 강수량 634.5mm를 기록했는데 이는 파주 연평균 강수량(1295.8mm)의 절반에 해당한다. 인천과 서울에도 이틀 동안 각각 391.4mm와 251mm의 많은 비가 내렸다. 이날 폭우는 정체전선(장마전선)이 남북으로 좁게 압축되며 발생했다. 장마전선상 중규모 저기압이 불규칙하게 발달했는데 여기에 남서쪽에서 불어온 하층제트기류까지 가세해 많은 양의 수증기를 더했다. 연이은 폭우로 경기 오산시와 충남 당진시 등에선 하천이 범람하고 산사태가 발생해 대규모 대피가 이어졌다. 18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11개 시도 56개 시군구에서 1157명이 일시 대피했다. 당진시에선 당진천 범람으로 근처 학교 학생 1900여 명이 일시 고립되기도 했다. 충남 서산시에선 산사태로 매몰됐던 80대 여성이 극적으로 구조됐다. 폭우로 급격히 불어난 경기 안성시의 한 저수지에선 낚싯배가 뒤집혀 2명이 실종됐다. 19일에는 장마전선이 남하하며 오전에 남부 지방에 시간당 30mm 안팎의 비를 뿌릴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19일까지 호남권에 최대 120mm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20일에는 서해상에서 발달한 저기압 등의 영향으로 수도권에 최대 80mm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주말이 지나고 22일 이후에는 남부와 제주 지역에 비 소식이 없다. 기상청은 다만 “변동성이 심한 상황”이라며 장마 종료 여부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기상청은 또 대만 남동쪽에 저기압성 소용돌이가 발달할 가능성이 있어 올해 첫 태풍으로 이어질지 지켜보고 있다. 화성공단 반도체 부품들 흙탕물 뒤범벅… “또 비온다니 초긴장”[중부-수도권 집중호우]내일 수도권 또 호우 예보오산-당진 등 한때 주민 대피령안성 낚시터 배 뒤집혀 2명 실종… 서산 80대 여성 매몰됐다 구조돼“이 동네에서 30여 년을 살았는데 오산천에 이렇게 빨리 물이 차오르는 것은 처음 봤어요.” 18일 오전 경기 오산중 실내체육관으로 대피한 이모 씨는 “흙탕물이 차오르고 길거리에는 차량이 침수되고, 아주 전쟁통이라 우선 몸부터 대피했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날 홍수경보가 발령되자 오산시는 오전 9시 20분 오산천 인근 궐동과 오색시장 일대 주민에게 매홀초와 오산중, 매홀중으로 대피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물폭탄’을 퍼붓는 집중 호우가 이틀째 수도권과 충청권 등 중부 지방에 쏟아지며 저지대 주민 등 1157명이 대피하고, 고립된 주민들이 가까스로 구출되는 등 대혼란이 빚어졌다. 침수 피해를 입은 경기 지역 내 공단은 계속되는 비 예보에 추가 피해를 우려하며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임진강과 한탄강 유역 8개 지점에 홍수 특보가 발령됐고, 일부 학교는 휴교했다.● 매몰됐다 구사일생…전국 1157명 대피 2명 실종 이날 오전에만 157mm 비가 쏟아진 충남 당진시에서는 오전 9시 49분경 당진천 범람이 우려돼 주민 대피령이 떨어졌다. 순식간에 흙탕물이 근처 탑동초와 당진정보고 교실까지 밀려들어 오면서 두 학교 학생 1900여 명이 고립됐다가 오후 1시쯤 집으로 돌아갔다. 당진시 합덕읍 운곡리 이장 김만식 씨(70)는 “70세 평생,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린 것은 처음 봤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호우로 11개 시도 56개 시군구에서 825가구(1157명)가 일시 대피했다. 이 중 261가구(366명)가 아직 귀가하지 못했다. 시간당 최대 81.1mm ‘물폭탄’이 쏟아진 충남 서산시에선 오전 10시 4분경 운산면 수평리에서 지병(뇌경색)으로 집에서 누워서 지내던 80대 여성이 흙더미에 매몰됐다가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틀간 600mm가량의 폭우가 집중된 경기 북부 지역에서도 고립된 시민들이 생사의 경계에서 가까스로 구조되는 일이 잇따랐다. 이날 오전 3시 40분경 파주시 적성면에서는 80대 노인이 집에 고립됐다가 경찰 도움으로 구조됐다. 오전 4시 50분경엔 파주시 월롱면 건물과 컨테이너 등에 고립된 50대 여성 2명과 외국인 6명이 119구조대 보트의 도움으로 간신히 빠져나왔다.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이날 오전 10시 46분 경기 안성시 고삼면 고삼저수지의 낚시터에서는 폭우 속에 배가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실종됐다. 이들의 생사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오후 3시 55분경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의 한 사거리에서 시내버스가 광역버스를 추돌하는 빗길 사고로 승객 15명과 60대 버스 운전사 2명이 경상을 입었다. 경찰은 빗길에 시내버스가 미끄러져 사고가 났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 중이다.● 흙탕물 들어찬 공단…추가 피해 볼까 ‘전전긍긍’ 경기 화성시 공장단지는 토사가 흘러내려 비 피해를 입었다. 화성시 향남읍에서 반도체 부품 창고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새벽부터 비가 많이 와서 일찍 출근했는데 창고 바닥은 이미 흙탕물이 질퍽했고 반도체 부품이 물에 닿아 손상됐다”고 말했다. 인근에 자동차 부품을 보관하는 심모 씨는 “수년 전에 비 피해를 입어 팔레트에 제품을 올려 두고 있는데 그나마 피해를 줄였다”고 했다. 곳곳에서 도로가 침수되고 열차 운행도 지연됐다. 경기 의정부시 동부간선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 서울 방향 송악 나들목(IC) 등이 통제됐다. 수서고속철도(SRT) 경부선 6대와 호남선 2대 등 열차가 11∼30분가량 지연됐고, 코레일이 운영하는 일반 열차 경부선 세마역∼평택지제역 구간은 한때 운행이 중단됐다. 지하철 1호선 연천∼도봉산역과 경의선 문산∼임진강역, 경춘선 천마산∼마성역 구간도 운행이 한때 멈췄다. 이날 폭우로 서울 경기 인천 강원 충남 지역 학교 128곳이 수업 단축 등 학사 일정을 조정했다. 등교 시간을 조정한 학교가 79곳이고, 단축 수업한 학교는 45곳, 휴업은 4곳이다. 117개 학교에선 누수 등 시설 피해가 발생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화성·오산=이경진 기자 lkj@donga.com당진=이정훈 기자 jh89@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이 동네서 30여 년을 살았는데 오산천에 이렇게 빨리 물이 차오르는 것은 처음 봤어요.”18일 오전 경기 오산중 실내체육관으로 대피한 이모 씨는 “흙탕물이 차오르고 길거리에는 차량이 물에 침수되고, 아주 전쟁통이라 우선 몸부터 대피했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날 홍수경보가 발령되자 오산시는 오전 9시 20분 오산천 인근 궐동과 오색시장 일대 주민에게 매홀초와 오산중, 매홀중으로 대피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물폭탄’을 퍼붓는 집중 호우가 이틀째 수도권과 충청권 등 중부지방에 쏟아지며 저지대 주민 등 1157명이 대피하고, 고립된 주민들이 가까스로 구출되는 등 대혼란이 빚어졌다. 침수 피해를 입은 경기 지역 내 공단은 계속되는 비 예보에 추가 피해를 우려하며 안절부절하고 있다.임진강과 한탄강 유역 8개 지점에 홍수 특보가 발령됐고, 일부 학교는 휴교했다.● 매몰됐다 구사일생…전국 1157명 대피 2명 실종 이날 오전에만 157mm 비가 쏟아진 충남 당진시에서는 오전 9시 49분경 당진천 범람이 우려돼 주민 대피령이 떨어졌다. 순식간에 흙탕물이 근처 탑동초와 당진정보고 교실까지 밀려들어오면서 두 학교 학생 1900여 명이 고립됐다가 오후 1시쯤 집으로 돌아갔다. 당신시 합덕읍 운곡리 마을이장 김만식 씨(70)는 “70세 평생,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린 것은 처음봤다”며 고개를 내저었다.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호우로 11개 시·도 56개 시·군·구에서 825세대(1157명)가 일시 대피했다. 이 중 261세대(366명)가 아직 귀가하지 못했다. 시간당 최대 81.1mm ‘물폭탄’이 쏟아진 충남 서산에선 오전 10시 4분경 운산면 수평리에서 지병(뇌경색)으로 집에서 누워서 지내던 80대 여성이 흙더미에 매몰됐다가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틀간 600mm가량의 폭우가 집중된 경기북부 지역에서도 고립된 시민들이 생사의 경계에서 가까스로 구조되는 일이 잇따랐다. 이날 오전 3시 40분경 파주시 적성면에서는 80대 노인이 집에 고립돼 경찰 도움으로 구조됐다. 오전 4시 50분경엔 파주시 월롱면 건물과 컨테이너 등에 고립된 50대 여성 2명과 외국인 6명이 119구조대 보트의 도움으로 간신히 빠져나왔다. 인명피해도 잇따랐다. 이날 오전 10시 46분 경기 안성시 고삼면 고삼저수지의 낚시터에서는 폭우 속에 배가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실종됐다. 이들의 생사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오후 3시 55분경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의 한 사거리에서 시내버스가 광역버스를 추돌하는 빗길 사고로 승객 15명과 60대 버스 운전자 2명이 경상을 입었다. 경찰은 빗길에 시내버스가 미끄러져 사고가 났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 중이다.● 흙탕물 들어찬 공단…추가 피해볼까 ‘전전긍긍’경기 화성 공장단지는 토사가 흘러내려 비 피해를 입었다. 화성 향남읍에서 반도체 부품 창고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새벽부터 비가 많이와서 일찍 출근했는데 창고 바닥은 이미 흙탕물이 질퍽했고 반도체 부품이 물이 닿아 손상됐다”고 말했다. 인근에 자동차 부품을 보관하는 심모 씨도 “수년 전에 비피해를 입어 팔레트에 제품을 올려 두고 있는데 그나마 피해를 줄였다”고 했다.곳곳에서 도로가 침수되고 열차 운행도 지연됐다. 경기 의정부시 동부간선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 서울 방향 송악 나들목(IC) 도로 등이 양방향 통제됐다. 수서고속철도(SRT) 경부선 6대와 호남선 2대 등 7대 열차가 11~30분가량 지연됐고, 코레일이 운영하는 일반열차 경부선 세마역∼평택지제역 구간은 한 때 운행이 중단됐다. 지하철 1호선 연천~도봉산역과 경의선 문산~임진강역, 경춘선 천마산역~마성역 구간도 운행이 한때 멈췄다. 이날 폭우로 서울 경기 인천 강원 충남 지역 학교 128곳이 수업 단축 등 학사 일정을 조정했다. 등교시간을 조정한 학교가 79곳이고, 단축수업한 학교는 45곳, 휴업은 4곳이다. 117개 학교에선 누수 등 시설 피해가 발생했다.오산=이경진 기자 lkj@donga.com당진=이정훈 기자 jh89@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17일 오전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센터 앞 간판에는 ‘의료진 인력 부족 때문에 중증·응급환자 위주로 운영되니 경증·비응급 환자는 다른 응급실을 이용해 달라’고 나와 있었다. 하지만 이 센터는 이미 중증·응급환자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태다. 병원 측은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을 통해 “응급실 인력 부재로 중증외상환자 수용은 불가하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에서 받지 못하는 중증외상환자는 인근 권역외상센터로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2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 이후 격무에 시달리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속속 의료 현장을 떠나며 중증·응급환자에게 ‘최후의 보루’인 권역응급의료센터 상당수가 제 역할을 못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순천향대 천안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이날부터 야간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는데 의료계에선 순천향대를 포함해 다음 달까지 10곳 정도가 운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응급의학 전문의 속속 현장 이탈 응급의료 담당기관 중 최상위에 있는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전국에 44곳 지정돼 있다. 정부에서 권역별로 응급의료의 마지노선을 지켜야 하는 사명을 부여받은 곳들이다. 평소 같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24시간 365일 문을 열어야 하지만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되고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하나둘 떠나며 현장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비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에선 지난달 말 응급의학과 전문의 7명 중 1명이 떠났고, 최근 1명이 추가로 떠나 다음 달부터 5명만 남게 된다. 의료 공백 사태가 5개월째 이어지는 동안 당직을 거듭하면서 피로가 누적된 탓이다. 이 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근무 일정이 너무 빡빡해 자는 시간 외에는 모두 일만 한다고 보면 된다”며 “연구는 꿈도 못 꾸고 서로 얼굴을 볼 때마다 ‘버티십쇼. 살아남읍시다’라고 인사를 한다”고 말했다. 순천향대 천안병원도 응급의학과 전문의 8명 중 4명이 사직하면서 24시간 동안 운영을 중단한 데 이어 17일부터 “오후 8시∼오전 8시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응급실의 기능을 할 수 없게 된 것인데 다행히 17일에는 다른 교수들이 당직을 서겠다고 나서며 운영 중단 사태까지 발생하진 않았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현장을 떠나다 보니 다른 진료과목 전문의가 대신 투입되는 일은 다반사고 일부 병원에선 병원장까지 응급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한두 달 전부터 의료계 구인구직 사이트에 응급의학과 채용 공고가 넘치고 있다. 권역응급의료센터를 떠난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상대적으로 근무 강도가 덜한 병원으로 몰린다”고 설명했다. 응급의학과의 경우 1년 단위 계약직이 많다 보니 병원으로서도 잡을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권역응급의료센터 10곳 한 달 내 문 닫을 것”의료계에선 권역응급의료센터 상당수가 ‘한계상황’에 달한 만큼 앞으로 순천향대 천안병원처럼 한 달 내 일부 운영을 중단하는 사례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사이에선 ‘다음 달 말까지 10곳이 문을 닫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병원명까지 포함된 리스트가 돌고 있다. 특히 영남권과 충청권 권역응급의료센터들의 인력난이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많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다음 달까지 10곳 정도는 운영을 일부 중단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는 “권역응급의료센터 1곳당 평균 하루 150∼200명의 중증·응급 환자를 받는데 운영을 중단할 경우 해당 권역 환자들은 위급한 상황에서 다른 권역 병원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정부가 응급의학과 전문의 근무 여건을 개선할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천안=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충남경찰청은 논산 순국경찰관 합동묘역에서 6·25전쟁 발발 당시 충남 강경(논산)지역을 사수하다 전사한 경찰관 83명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추도식을 거행했다고 17일 밝혔다.이날 유가족과 경찰관 등 1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추도식은 충남경찰청장 주관으로 진행됐다. 김장수 대통령실 정무기획비서관, 강만희 대전지방보훈처장, 백성현 논산시장, 이응우 계룡시장 등 다수 기관·단체장이 참석했다.윤석열 대통령은 김장수 비서관을 통해 유가족 대표에게 “논산 순국경찰관 합동묘역을 국가관리묘역으로 지정해 순국경찰관 83위의 공훈을 선양하는데 소홀함이 없도록 할 것”이라는 대통령 조전을 직접 전달했다.오문교 충남경찰청장은 추도사를 통해 “호국영령님들의 우국충정을 이어받아 국가안보를 더욱 확고히 하겠다”며 “국민의 안전과 평온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강경전투’는 6·25 전쟁 당시 상대적으로 국군 수가 부족한 충남지역을 휩쓸며 남하하는 북한 정예부대 6사단을 불과 220명밖에 되지 않는 경찰관 1개 중대가 장시간 저지해 후방 국군 방어선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한 전투로 평가되고 있다.‘순국경찰관 합동묘역’은 강경전투 당시 산화한 고 정성봉 경찰서장 등 83명의 경찰관을 기리는 곳이다. 전투 시작일인 7월 17일을 추도일로 정해 매년 유가족 초청, 추도식을 개최하고 있다. 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10일 폭우로 1명이 숨진 충남 금산군 진산면 지방리 주민들은 여전히 사고 당시의 참상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지방리 이장 송미숙 씨는 “비만 내리면 또 사고가 날까 너무 두렵다”고 16일 기자에게 말했다. 당시 폭우로 무너진 산이 주택을 덮쳐 60대 여성이 매몰돼 숨졌다. 송 씨는 “사고 지점은 원래도 비가 내리면 주민들이 산사태를 걱정하던 곳”이라며 “최근에는 외부인들이 투자 목적으로 난개발까지 일삼고 있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평소 산사태를 걱정해왔고 결국 우려대로 사망 사고까지 벌어졌지만, 동아일보 취재 결과 이 지역은 정부가 지정, 관리하는 ‘산사태 취약지역’에서 제외돼 있었다. 산사태 취약지역이란, 산사태 등으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우려되는 곳을 별도로 지정해 현장 점검이나 보수 공사 등 예방 조치를 하는 것이다. 산림청은 3년 전 지방리 일대를 점검했을 때 ‘동네 야산’ 정도로 간주하고 “산사태 위험 대상이 아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산림청 관계자는 본보에 “사고가 발생한 곳은 200m 높이의 동네 야산 수준이라 강원이나 경북처럼 산사태 위험이 있다고 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매년 벌어지는 산사태 인명 피해의 대부분은 정부가 지정한 산사태 취약지역이 아닌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산사태 전문가인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금의 산사태 취약지역은 산 상부에 초점을 둬 만들었지만 실제로 산사태 피해는 인위적 개발이 벌어졌던 산 하부에 집중됐다”며 “도로, 건물, 태양광발전단지 등 공사가 있었던 산 주변 지역까지 감안해 위험 등급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사태 93%가 취약지역 밖… “위험지도 새로 그려야”5년간 산사태 9668건 중 8977건산림청 “국토 63% 산림, 관리 한계”“난개발 조사 등 대책 시급” 목소리충남 금산군 진산면 지방리 주민들이 전한 10일 산사태 당시 현장은 참혹했다. 쏟아진 폭우가 산에 스며들어 지반이 약해졌고 결국 산이 무너졌다. 밀려온 토사는 사람이 사는 주택을 덮쳤다. 길이 3m가량 될 법한 나무들이 뿌리째 뽑혀 뒹굴었다. 한 주민은 “지방리 일대 산림이 마구잡이로 개발돼 여기저기 산을 깎는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산사태 걱정에 불안한 여름을 보내는 중”이라고 16일 동아일보 취재팀에 말했다. 최근 5년간 벌어진 산사태 피해의 93%는 ‘산사태 취약지역’이 아닌 곳에서 발생했다. 정부의 산사태 관리 정책이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더 이상의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제도와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산사태 93%, 취약지역 밖에서 발생 산림청은 산사태로 인해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을 산림보호법에 따라 ‘산사태 취약 지역’으로 지정·고시한다. 지정 절차를 보면 우선 해당 지역에 대한 기초 조사를 하고, 관할 지방청 및 지방자치단체가 현장 실태조사를 거친다. 산사태 위험등급, 지형, 사람이 사는 인가 규모, 공공시설, 낙석 및 붕괴 여부, 지반, 심어진 나무 종류, 토양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이 제도는 2011년 16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친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 참사 이후 마련됐다. 산림청은 매년 관리 대상을 넓혀 지난해 기준 총 2만8988곳을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관리하고 있다. 취약지역으로 지정되면 산사태 예방 사업 우선 시행, 연 2회 이상 현지 점검, 대피소 지정, 거주민 대상 산사태 예방 교육 등의 혜택이나 지원을 받는다. 문제는 대부분의 산사태 피해와 사상자가 산사태 취약지역이 아닌 곳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산림청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2022년 5년간 발생한 산사태 총 피해건수 9668건 중 93%(8977건)가 산사태 취약지역이 아닌 곳에서 일어났다. 특히 지난해엔 취약지역이 아닌 곳에서 인명 피해가 집중됐다. 지난해 산사태로 5명이 숨졌던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2명이 숨진 예천군 감천면 벌방1리도 취약지역이 아니었다. 총 2명이 숨진 영주시 장수면 갈산리, 각각 2명이 사망한 봉화군 춘양면 학산리와 서동리 모두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이었다. 이에 대해 산림청 관계자는 “산림당국에서 관리하는 전국 산림 47만여 개를 모두 취약지역으로 지정해서 관리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진산면처럼 마을 주민들은 이미 산사태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고 있었는데도 취약지역으로 지정되지 않고, 결국 인명 피해가 발생한 곳들을 감안하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사태 취약지역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최근 이상기후와 잦아지는 폭우 및 극한 호우, 산림 난개발 등으로 산사태 위험성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 진산면 역시 사고 당일 오전 3시간 동안 약 170mm의 ‘물 폭탄’이 쏟아졌다. 산림청 측은 “한국은 전체 국토의 63%가 산림이다. 폭우가 지속되면 대부분의 지역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며 “모든 곳을 관리하기엔 인력, 예산 등의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산사태는 비가 왔다고 한두 시간 내에 발생하는 게 아니라서 예측 가능하다”고 말했다. 얼마든 인명 피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산사태 취약지역 선정이 지반, 토양 등 산사태가 발생하는 자연적 요소에만 집중되다 보니 공사 등으로 인한 산 하부의 변화는 간과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실제로 산이 무너진 곳과 산사태 취약 지역이 다르다. 새로운 위험지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금산=이정훈 기자 jh89@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해외에서는 시민들의 손길로 조성되고 보존된 도심 속 녹지 공간이 사랑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가 꼽힌다. 센트럴파크는 약 340ha 규모로 1873년부터 16년의 공사 끝에 완공된 미국 최초의 대형 도심 공원이다. 미국 전역을 통틀어 방문객이 가장 많은 공원이다. 지금의 센트럴파크가 지속성을 유지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1970년대 미국 금융위기 당시 뉴욕시가 공원 예산을 대폭 삭감하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비영리단체를 결성해 센트럴파크 보호 및 보존에 나섰다. 개인과 기업 등 협력으로 기부를 통해 공원 운영 자금을 마련하며 센트럴파크를 지킨 것이다. 이후 현재까지 연간 평균 1000억 원 규모의 기부금이 모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원 운영비의 80%는 기부금 예산으로, 나머지 20%는 시보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센트럴파크에선 기부금 1만 달러 이상을 내면 벤치에 명패를 설치해주고, 센트럴파크 보행로 보도블록에 기부자 이름을 새기기도 한다. 공원 인근 뉴욕시립박물관, 플라자호텔 등과 연계해 공원 활성화도 이뤄지고 있다. 뉴욕시 브루클린 중심부에 있는 시민 공원인 프로스펙트파크도 1970년대 공원 예산 삭감으로 존폐 기로에 놓였지만,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기부와 봉사활동을 통해 1987년 비영리단체 결성 후 현재까지 보존되고 있다. 이 밖에 뉴욕 맨해튼 남쪽에 위치한 배터리파크는 연간 40억 원의 기부금이 모여 공원 운영 자금으로 활용 중이다. 이곳은 뉴욕시 5개 구 학교에서 체험학습 등을 추진해 연간 5000여 명의 학생이 참여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선 서울 성동구 서울숲이 대표 사례다. 서울숲은 2003년 공원녹지가 부족한 동북부 지역에 시민이 참여하는 자연 친화적인 대규모 숲 조성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공원 조성 때부터 프로그램 운영까지 시민의 참여로 이뤄진 최초의 공원으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시민 5000명, 기업 70여 곳이 기금을 모아 서울숲 조성에 함께했다. 이러한 후원과 자원봉사 참여는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현재 문화예술공원, 체험학습원, 생태숲, 습지생태원 등 4가지 테마 공간으로 구성돼 한강과 맞닿은 다양한 문화 여가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올해 4월 충남 홍성군 홍예공원 헌수 기부금 전달식에서 “뉴욕 센트럴파크는 시민들 손에서 탄생해 도시의 자부심이 됐다. 그런 점에서 홍예공원도 도민 참여를 통해 명품 공원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말했다. 홍성=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기부금으로 심은 나무라니 한 번 더 눈이 가게 되네요.” 16일 충남 홍성군 내포신도시의 홍예공원. 산책을 하던 시민 김정훈 씨(63)가 아파트 2층 높이의 왕벚나무가 만들어 준 그늘에서 땀을 닦고 있었다. 그는 “시민들이 심은 나무가 진짜 숲으로 변해 가고 있어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축구장(7140㎡) 38개를 합친 것보다 넓은 홍예공원(27만4738㎡)에는 소나무 1195그루를 포함해 편백 417그루, 산딸나무 407그루 등 11개 수종 4100여 그루의 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었다. 최근 홍예공원은 도민과 기업 등이 기부한 돈으로 심은 나무 150여 그루까지 어울려 도심의 ‘보물 숲’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씨에게 그늘을 준 왕벚나무 역시 기업과 단체의 기부금으로 심었다.● 애물단지 도심 공원이 보물 숲으로 홍예공원은 2015년 조성된 도심 공원이다. 행정구역상 홍성군과 예산군에 걸쳐 있어 두 지역의 앞 글자를 따 이름을 지었다. 원래 버려진 임야였지만 내포신도시가 들어서고 충남도청 등 공공기관이 이전하면서 도심 공원으로 조성됐다. 홍예공원은 용봉산(해발 381m) 수암산(해발 280m)에 둘러싸여 있고 관공서와 대규모 아파트 단지도 가깝다. 호수 2개(각각 3만6579㎡, 1만7169㎡)와 산책로 3개(총길이 2.84km)를 갖췄고, 자전거 도로와 다목적 운동장 등도 있어 신도시 주민들의 휴식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토양 문제로 나무 생육이 더디고 쉼터 등의 편의시설이 부족해 그동안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원 토양 대부분이 굵은 모래(마사토)여서 시간이 지나면 입자가 단단해져 나무뿌리의 호흡과 생장을 방해했던 것이다. 나무 등 식물 생장에 필요한 유기물 함량도 기준치보다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충남도가 공원 내 구역 21곳을 조사한 결과 모두 유기물 함량이 기준치인 3%에 미달했다. 유기물은 토양, 물, 공기의 균형을 맞추고 땅을 부드럽게 해 뿌리가 뻗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토양의 질이 떨어지면서 공원의 나무들은 가지가 잘려 앙상해졌고, 공원 곳곳에는 썩은 이파리가 흩날렸다. 더 이상 공원을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충남도는 지난해 10월 ‘도민 참여 기부 숲’으로 홍예공원을 탈바꿈시키기로 결정했다. 개인, 기관, 단체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도민들과 함께 숲을 가꾸는 모델을 정착시켜 보겠다는 취지다. 일단 100억 원을 모아 느티나무, 단풍나무, 참나무 등 1000그루를 심는 게 목표인데 이달까지 38억 원이 모였다. 확보한 기부금으로 나무를 심으면서 나무가 잘 자랄 수 있게 토양도 대대적으로 바꿨다. 기존 흙 2920m³를 퍼내고 근처에서 유기질이 풍부한 양질의 흙 3150m³를 가져와 채웠다. 애물단지 숲이었던 홍예공원은 기업과 도민의 기부가 이어지면서 조금씩 도심 속 허파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많은 주민들이 찾는 휴식처가 됐다. 충남도는 용봉산 수암산과 홍예공원을 연결하는 한편 어린이 놀이시설과 공연장 등 편의·운동·휴양시설을 대폭 확충할 방침이다. 이은철 충남도 혁신도시정주기반팀장은 “홍예공원은 도민의 작은 기부가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증거”라면서 “기부자를 알리는 이름표와 안내판을 세워 자부심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도심 이산화탄소 매년 36t ‘꿀꺽’ 홍예공원 같은 도심 숲은 기후위기 극복에도 도움이 된다. 충남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해 8월 홍예공원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조사한 결과 공원에 있는 소나무, 느티나무, 단풍나무, 왕벚나무 등 11개 수종 나무가 매년 빨아들이는 이산화탄소량은 36t으로 집계됐다. 이는 승용차 45대가 1년 동안 1만 km를 달리며 내뿜는 이산화탄소량이다. 500mL짜리 페트병 32만 개를 생산, 사용, 폐기하는 전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량과도 같다. 수종별로는 홍예공원에 가장 많이 있는 소나무(1195그루)가 23.8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했고 느티나무(162그루) 4t, 단풍나무(381그루) 2.8t, 왕벚나무(377그루) 1.1t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도심 숲은 도시의 열섬 현상과 폭염을 완화하고, 미세먼지를 줄이는 역할도 한다. 산림청에 따르면 도심 숲은 여름 한낮 평균기온을 최대 7도까지 내려주고, 미세먼지도 27%나 줄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자원과 토양을 보존하고, 생물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역할도 한다. 산림청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4733곳에 축구장 989개 크기인 706ha의 숲을 조성했고, 올해도 국비 870억 원을 들여 117곳(174ha)에 숲을 만드는 등 전국 도심 곳곳에 숲을 조성하고 있다. 박찬열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관은 “도심 숲은 최근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 기후변화를 완화하고,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공간으로도 주목받고 있다”면서 “숲의 기능이 환경적인 영역을 뛰어넘어 사람의 감성, 감정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사회적 기능으로 확장하고 있는 만큼 시민들에게는 꼭 필요한 존재가 됐다”고 말했다. 홍성=이정훈 기자 jh89@donga.com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세종시는 제578돌 한글날(10월 9일)을 맞아 어린이의 한글 사용 능력을 높이고 올바른 우리말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전국 어린이 한글대왕 선발대회’를 개최한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대회는 지난해 세종시 어린이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글대왕 선발대회를 전국 대회로 확대해 치르는 첫 행사다. 올해는 전국 초등학생 1500여 명을 대상으로 다음 달 예선을 통해 본선 진출자 48명을 선발한다. 이후 지난해 입상자 2명을 포함한 50명이 모여 9월에 본선을 치를 예정이다. 예선에 참가하고자 하는 어린이는 대회 홈페이지에 접속해 신청서를 작성한 뒤 제출하면 된다. 예선전 참가자 모집기간은 22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2주간이다. 전국 초등학교 재학생 또는 만 13세 이하 어린이 중 중학생이 아닌 이들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본선 1등 입상자에게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여한다. 문제는 초등학교 교과 과정 내의 어휘를 바탕으로 한글 맞춤법 등 어문 규정과 순우리말 등 어휘를 중심으로 출제될 예정이다. 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충남도가 핵심 현안으로 추진하던 ‘가로림만 국가해양생태공원 조성사업’이 국비 지원을 위한 타당성 조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14일 도는 가로림만 생태공원 조성 사업이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 타당성 재조사를 통과하지 못함에 따라 새 계획을 마련해 재추진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역 공약이자 국정과제인 만큼 지속해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 사업은 충남 서산과 태안 사이에 있는 서해안 대표적인 갯벌인 가로림만의 해양생태계를 체계적으로 보전·관리하기 위해 인간과 바다, 생명이 어우러진 명품 생태 공간을 조성하는 내용이다. 가로림만은 1만5985ha의 면적에 해안선 길이는 162km, 갯벌 면적은 8000ha에 달한다. 해역에는 4개 유인 도서와 48개 무인 도서가 있다. 도는 총사업비 1236억 원 규모로 가로림만 보전센터 건립, 서해갯벌생태공원·점박이물범관찰관·생태탐방로 및 뱃길 조성 등 5개 사업 계획을 마련했다. 이후 2019년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선정됐다. 2021년 사업비 일부가 정부 예산에 반영됐지만 이듬해 5월 타당성 재조사로 변경됐다. 2년 가까운 검토 끝에 올해 1∼3월 비용 대비 편익(B/C)이 0.82가 나와 정책성 검토가 완료됐다. 그러나 지난달 진행된 기재부 재정사업평가 분과위원회 종합평가(AHP)가 0.5 미만으로 나오면서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결과를 받았다. 분과위원들은 해양생태계 보전과 활용의 경계가 모호하다며 부정적인 의견과 공원 조성 과정에서 환경 훼손 등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타당성 재조사 통과를 위해 행정력을 집중한 도는 이번 결과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가로림만 장기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해 관련 사업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우선 내년부터 10년 동안 해양보호동물연구센터, 가로림만 아카데미 등 총 23개 사업을 추진한다. 총사업비는 기존 1236억 원과 신규 4288억 원 등 총 5524억 원으로 잡았다. 또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500억 원 이하 세부 사업을 추진한다. 사업비 300억 원 규모의 생태탐방로 조성 사업을 우선 진행해 1호 국가해양생태공원으로 지정받겠다는 전략이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타당성 재조사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대통령실과 지역 국회의원, 부처와 협의를 끝내 방향을 찾고 있다”며 “사업을 중단하지 않고 세부 계획을 서둘러 마련해 지속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9일 밤부터 10일 새벽까지 전북과 충남, 경북 지역에 역대급 ‘야행성 폭우’가 내리면서 시간당 강수량이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200년에 한 번 내릴 만한 폭우”였다. 5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되는 등 피해도 이어졌다. 도심에 내렸다면 자칫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던 만큼 지금이라도 기상 이변이 일상화된 한반도 상황에 맞는 재난안전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북 군산시 어청도에는 이날 오전 1시 전후 시간당 146mm의 폭우가 내렸다. 지난해 기상청에서 ‘극한호우’로 규정한 시간당 50mm의 3배에 달하는 강수량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시간당 140mm 넘는 비가 내린 건 1998년 7월 31일 전남 순천(145mm) 사례가 유일하다”며 “관측자료가 확인되는 범위에서 시간당 강수량 역대 최고치”라고 말했다. 군산시 내흥동에서도 오전 1시 42분부터 1시간 동안 131.7mm의 비가 내렸다. 어청도와 내흥동 모두 군산 연 강수량(1246mm)의 10% 넘는 비가 1시간 만에 내린 것이다. 전북 익산시 함라면, 충남 서천군과 부여군 등에서도 시간당 강수량이 100mm를 넘었다. 시간당 100mm 넘는 비가 내리면 바로 옆에 있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이들 지역에서 시간당 최고 강수량을 기록한 비는 모두 낮에 소강 상태를 보이다 밤에 쏟아진 ‘야행성 폭우’였다. 대피가 어려운 밤에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피해도 이어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충남 논산시의 한 오피스텔에서 엘리베이터가 침수돼 남성 1명이 사망하는 등 5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다. 또 6개 시도에서 4526명이 대피했고 장항선과 호남선 등 철도 운행이 10일 오후까지 중단됐다. 비 피해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은 11일에도 많게는 충북 40mm, 경북 60mm의 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역대 최대 시간당 강수량을 기록했던 전북 지역에도 최대 60mm의 비가 예보됐다.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기후변화 특임교수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이상 기후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며 “각종 인프라 시설이 예상을 뛰어넘는 폭우 등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지 미리 점검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새벽 물폭탄에 저수지 둑 붕괴 “깨어보니 이웃집 사라져” [야행성 폭우의 습격]중부-남부 기습폭우 잇단 인명피해산사태로 매몰… 급물살에 휩쓸려오피스텔 승강기 침수돼 사망도… 철도 일부구간 한때 운행 중단10일 새벽 충북 영동군 심천면에서는 범곡저수지 둑이 무너져 물이 농경지와 마을로 밀려들었다. 이 일대에는 10여 가구가 살고 있었다. 오전 5시 27분경 이 마을 농막 컨테이너에 사람이 갇혔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구조대는 도로 일대가 물바다로 변해 2시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구조대는 컨테이너에 홀로 살던 71세 남성이 실종된 것을 확인하고 수색에 나섰다. 실종자가 살던 컨테이너는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다 흙바닥에 처박힌 채였고, 실종자의 차량은 침수된 채 발견됐다. 한 주민은 “폭우 소리에 깨서 나와 보니 이웃집(컨테이너)이 떠내려갔다”고 말했다. ● 중부 남부 집중 폭우에 사망-실종 잇달아 중부와 남부를 집중적으로 때린 기록적 폭우로 전국 곳곳에서 산사태가 일어나고 건물과 마을이 침수되면서 인명, 재산 피해가 늘고 있다. 이날 충남에서는 폭우로 3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오전 2시 52분경 논산시 내동의 한 오피스텔 지하 2층 승강기에서는 남성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지하에 물이 차오르는데 승강기 안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린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이 긴급 배수 작업을 벌였지만 남성은 사망한 채 발견됐다. 오전 3시 37분경 서천군 비인면에서는 산사태로 쏟아진 토사가 주택을 덮쳐 70대 남성이 매몰돼 숨졌다. 이 지역은 오전 2시 16분부터 한 시간 동안 111.5mm의 극한 호우가 쏟아졌다. 주민 신모 씨는 “앞집 아주머니가 흙범벅이 돼서 남편을 찾고 있었다”고 말했다. 오전 10시 49분경 금산군 진산면 지방리에서는 산사태로 주택이 무너져 매몰된 60대 여성이 숨졌다. 충북에서도 피해가 잇따랐다. 오전 5시 4분경 옥천군 옥천읍 삼청리에서는 70대 남성이 몰던 승용차가 하천으로 떨어졌다. 119구조대가 출동했지만 거센 물살 탓에 구조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 남성은 오전 7시 38분경 숨진 채 발견됐다. 대구 북구 조야동에서는 오전 8시 8분경 한 농로의 배수용 원형 통에서 6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밭에 나왔다가 불어난 물살에 휩쓸려 빨려든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동구 내남동에서는 76세 남성이 광주천 징검다리를 건너던 중 벗겨진 신발을 주우려다 빠져 숨졌다. 이날 새벽 한 시간 동안 146mm의 폭우가 쏟아진 전북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의 김성래 이장(70)은 “하늘에서 물을 가져다 퍼붓는 것 같았다. 70년 평생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을 15가구가 침수됐는데 물살이 너무 강해 대피할 엄두조차 못 냈다”며 “폭우가 내리는 와중에 산비탈을 타고 내려온 물줄기까지 더해져 거리가 마치 강처럼 변했다”고 말했다.● 고립된 주민들 구조, 금강휴게소 물에 잠겨 불어난 물에 주민들이 고립되거나 시설이 파손되는 등의 피해도 이어졌다. 대전 서구 용촌동에서는 주택 27채가 물에 잠겨 주민 36명이 한때 고립됐다. 대전소방본부는 오전 10시경 주민 전원을 보트에 태워 구조했다. 대전 중구 유등천을 가로지르는 왕복 8차선 유등교는 다리 중간이 내려앉아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충남 논산시 벌곡면의 한 마을도 침수돼 주민 30여 명이 인근 마을회관으로 대피했다. 전북 완주군 운주면에서는 오전 4시 11분경 장선천이 넘쳐 주민 18명이 한때 고립됐다가 소방 대원들에게 구조됐다. 충북 영동천과 소옥천, 금강(양강교) 등에는 홍수 경보가 발령됐고, 경부고속도로 금강휴게소가 강물에 침수됐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오전 동안 KTX 40개 열차와 일반열차 16개가 20분∼1시간 40분가량 지연됐다. 수서발 고속철도(SRT)는 이날 오후 4시까지 19개 열차가 1∼3시간가량 지연됐다. 산림청은 오전 3시 40분부로 대구, 대전, 세종, 충북, 충남, 경북, 전북 지역에 산사태 경보 단계 중 가장 높은 ‘심각’을 발령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서천=이정훈 기자 jh89@donga.com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옥천=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