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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패로 벼랑 끝에 몰렸던 텍사스가 기사회생했다. 텍사스는 23일 휴스턴 방문경기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7전 4승제) 6차전에서 9-2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3승 3패로 균형을 맞췄다. 텍사스는 이번 ALCS에서 1, 2차전을 먼저 따냈지만 3∼5차전에서 내리 패해 탈락 위기에 몰린 상태였다. 텍사스는 이날도 1회말부터 선취점을 내주며 불안하게 경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2회초에 선두 타자 미치 가버(32)의 홈런을 앞세워 1-1 균형을 맞췄다. 이어 4회초에는 조나 하임(28)이 2점 홈런을 치면서 3-1 역전에 성공했다. 계속해서 4-2로 앞선 9회초에 4번 타자 아돌리스 가르시아(30·사진)의 만루홈런 등으로 5점을 뽑으면서 승리를 확정했다. 24일 역시 휴스턴에서 열리는 7차전 승리 팀이 월드시리즈 무대로 향한다. 텍사스는 ‘노장’ 맥스 셔저(39), 휴스턴은 ‘영건’ 크리스티안 하비에르(26)를 각각 7차전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 두 선수는 3차전에서 이미 맞대결을 벌인 적이 있다. 당시에는 하비에르가 5와 3분의 2이닝 2실점으로 셔저(4이닝 5실점)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텍사스는 2010년과 2011년 연속해 월드시리즈에 올랐지만 끝내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1972년 창단한 텍사스는 아직 월드시리즈 우승 기록이 없다. 1962년 창단한 휴스턴은 지난해까지 총 네 번 월드시리즈에 올라 그중 두 번(2017년, 지난해) 우승 반지를 차지했다. ‘디펜딩 챔피언’인 휴스턴은 1998∼2000년 3연패를 차지한 뉴욕 양키스 이후 23년 만의 월드시리즈 연속 우승에 도전 중이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이제는 고참들이 해줘야 될 때가 된 것 같다.”포스트시즌(PS) 들어 신들린 듯한 선수 기용과 작전을 펼치고 있는 강인권 NC 감독은 2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의 준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2차전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의 말은 거짓말처럼 현실이 됐다. 정규시즌 4위 NC가 30대의 베테랑 손아섭과 박건우 등의 활약에 힘입어 정규시즌 3위 SSG를 7-3으로 꺾었다. 전날 4-3 신승에 이어 2연승을 달린 NC는 플레이오프(PO) 진출에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지난해까지 5전 3승제로 펼쳐진 14번의 준PO에서 1∼2차전을 모두 이긴 8팀 중 6팀(75%)이 PO에 진출했다.작두 탄 NC 강인권 감독양 팀 선발진의 무게에서는 SSG의 우세가 예상됐다. NC의 선발 투수는 시즌 4승(9패)를 거둔 송명기였던 반면 SSG는 왼손 에이스 김광현을 선발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정규시즌에서 9승(8패)를 거둔 김광현은 NC를 상대로도 3경기에 나와 1승 1패 평균자책점 3.31로 괜찮은 모습을 보였다.하지만 두산과의 와일드카드(WC) 결정전부터 줄곤 상승세를 타고 있는 NC는 1회초부터 김광현을 두들겼다. 톱타자 손아섭이 유격수 방면 내야 안타로 먼저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2번 박민우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3번 박건우의 좌전 안타로 만든 1사 1, 2루 기회에서 마틴이 우익선상 2루타를 터뜨리며 선취점을 뽑았다. 계속된 1사 2, 3루에서 권희동의 적시타와 서호철의 희생플라이가 나오며 NC는 3-0으로 앞섰다. 2회에는 2사 후 연속 볼넷으로 맞은 2사 1, 2루에서 박건우가 우중간에 떨어지는 적시타를 때려 한 점을 더 달아났다. SSG의 필승카드였던 김광현은 초반 부진에 이어 왼손 엄지 손가락 굳은살 부위의 상처가 벌어져 3이닝을 던진 후 조기 강판 됐다. NC 송명기는 3회까지 무실점을 기록한 뒤 4회말 한유섬에게 2점 홈런을 맞은 뒤 마운드를 최성영에게 넘겼다. 한유섬의 홈런 2방도 덧없이준PO들어 타선이 터지지 않아 고민이었던 SSG의 반격을 이끈 것은 중심 타자 한유섬이었다. 한유섬은 0-4로 끌려가던 4회말 1사 1루에서 송명기의 몸쪽 낮은 직구를 잡아 당겨 추격의 불씨를 당기는 2점 홈런을 쳐냈다. 한유섬은 2-4로 뒤진 6회에는 NC의 세 번째 투수 이재학의 한가운데 체인지업을 중월 솔로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하지만 SSG의 나머지 타자들은 고비마자 성공적인 계투 작전을 이어간 NC 투수진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날 SSG가 기록한 3타점을 한유섬 혼자의 작품이었다. 경기 들었나 놨다 한 NC 김형준NC로서도 모든 것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순항하던 경기의 흐름이 끊겼던 것은 5회초 공격 때였다. 4-2로 앞선 5회초 선두 타자 권희동이 SSG 3루수 최정의 송구 실책을 틈타 1루를 밟았다. 후속 서호철의 희생번트 때는 투수 문승원이 공을 더듬다 놓치는 실책을 범했다. 무사 1, 2루의 황금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형준은 벤치의 작전에 따라 보내기 번트를 댔다. 하지만 이 공이 투수 문승원 앞으로 빠르게 굴러가면서 투수-3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연결되고 말았다. 승기를 확실히 굳힐 수 있었던 기회를 허탈하게 놓치면서 NC는 경기 후반 살얼음과 같은 1점차 승부에 돌입하게 됐다. 그런데 결자해지한 것도 역시 김형준이었다. 4-3으로 앞선 8회초 선두 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김형준은 8구째까지 가는 긴 승부 끝에 호투하던 문승원을 상대로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때렸다. 손아섭-박건우, 베테랑의 힘NC의 파상 공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도태훈의 몸에 맞는 볼과 보내기 번트로 만든 1사 2루에서 손아섭이 우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적시 2루타를 쳤다. 박건우는 중전 적시타로 손아섭을 홈으로 불러 들였다. 이날 손아섭은 4타수 2안타 2볼넷 3득점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3번 타자 박건우는 5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박건우는 준PO 2차전 최우수선수(MVP)로 뽑혀 상금 100만 원을 받았다. 3차전 선발 SSG 오원석 vs NC 태너양 팀의 3차전은 하루를 쉰 뒤 25일 NC의 안방인 창원NC파크에서 열린다. 김원형 SSG 감독은 3차전 선발로 왼손 투수 오원석을 낙점했다. 김 감독은 “오원석이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경험했고, 10월에도 내용이 좋았다”고 설명했다.NC의 3차전 선발 투수는 태너로 최종 결정됐다. 경기 전만 해도 올 시즌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등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외국인 에이스 페디의 3차전 등판을 공언했던 강 감독은 “페디가 오늘 훈련 중 부상 부위에 불편함을 느껴 등판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3차전 선발 투수는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등판했던 태너로 갑자기 바뀌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키 149cm의 작은 거인’ 전민재(46)가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에 출전 중인 한국 대표팀에 첫 메달을 안겼다.전민재는 23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주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육상 여자 200m T36(스포츠 장애 등급·뇌성마비 장애) 200m 결선에서 31초27로 은메달을 땄다.2014년 인천 대회와 2018년 자카르타 대회 때 이 종목과 100m에서 2관왕을 차지했던 전민재는 대회 3연패에 도전했지만 자기보다 20살 어린 스이팅(26·중국)을 넘지 못했다.스이팅은 전민재보다 3.1초 빠른 28초17로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세계기록(28초21)을 0.04초 앞당겼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신현수(32·한국전력공사)에게 2014년 경주국제마라톤은 복귀전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신현수는 한국전력 입단 1년 만인 2011년 오른발 복사뼈 아랫부분 통증으로 수술을 받았다. 3년간 회복에 어려움을 겪던 신현수는 2014년 경주국제마라톤에서 국내 엘리트 남자부 2위를 차지하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9년의 시간이 지나 21일 열린 올해 경주국제마라톤은 신현수에게 ‘두 번째 복귀전’이었다. 신현수는 지난해 7월 또 수술을 받았다. 이번엔 왼발 복사뼈 아랫부분 통증 때문이었다. 수술 후 재활을 거친 신현수는 이번 대회에서 2시간21분1초의 기록으로 국내 엘리트 남자부 정상을 차지했다. 신현수는 “30km 지점까지 함께 뛰어주기로 했던 페이스메이커가 컨디션 난조로 12km만 뛰고 말았다. 남은 거리를 혼자 달리다 보니 33km 지점에서 한계가 왔다”며 “그 순간 다음 달 출산 예정인 아들이 떠올랐다.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자’는 생각으로 끝까지 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현수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일주일에 250km 이상을 달렸다. 신현수는 “케냐 선수들이 일주일에 220km가량을 달린다고 해서 나는 그 이상을 뛰었다”며 “양쪽 발 모두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아플 발도 없다. 앞으로 훈련량을 더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국내 엘리트 여자부에선 ‘경주의 여왕’으로 불리는 이숙정(32·K-water)이 2시간36분1초의 기록으로 정상에 올랐다. 2015, 2017, 2018, 2022년에 이어 대회 통산 5번째 우승이다. 이숙정은 “‘경주마라톤 5회 우승’이란 목표가 부담이 됐지만 좋은 날씨 덕분에 이번에도 우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경주=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2023 경주국제마라톤 마스터스 부문 남자부 풀코스에선 김용범 씨(46)가 1위를 차지했다. 김 씨는 21일 2시간33분10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2011년에 마라톤을 시작한 김 씨는 “처음 참가한 대회에서 하프코스를 뛰었는데 1시간43분대를 기록할 정도로 못 뛰었다”면서 “마라톤을 시작한 뒤로 부상을 당했던 두 달을 빼고는 한 번도 새벽 달리기를 쉰 적이 없다”며 “노력하면 뭐든 이룰 수 있다는 걸 아이들에게 보여줘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중학교 2학년 아들과 초등학교 5학년, 7세 딸을 두고 있다. 마스터스 여자부 풀코스에서는 김하나 씨(37)가 2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2시간59분59초)보다 2분가량 빠른 2시간57분47초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는 “레이스 도중 복통을 느껴 기록이 생각보다는 좋지 않게 나왔다”면서도 “일본 홋카이도 마라톤(8월), 공주백제마라톤(9월)에서 서브3(3시간 이내 풀코스 완주)에 연달아 실패해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는데 오늘 서브3를 달성해 기쁘다”고 했다. 김하나 씨는 국내 엘리트 여자부에서도 6위로 입상했다. 대한육상연맹은 올해부터 마스터스 참가자 기록이 국내 엘리트 부문 입상 기준(6위 이내)에 들면 인정하기로 했다.경주=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프로야구 롯데가 김태형 SBS스포츠 해설위원(56·사진)에게 지휘봉을 맡긴다. 롯데는 “김태형 감독을 제21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20일 발표했다. 김 감독은 두산 지휘봉을 내려놓은 지 1년 만에 다시 프로야구 감독으로 돌아오게 됐다. 계약 조건은 3년간 총액 24억 원(계약금 6억 원, 연봉 6억 원)으로 이강철 KT 감독(57)과 함께 현역 감독 공동 1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김 감독은 두산에서 선수로 뛰던 시절부터 ‘곰의 탈을 쓴 여우’로 통했다. 외국인 선수도 꼼짝 못하게 만들 만큼 강한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클럽하우스 리더인 동시에 상대 타자 허를 찌르는 볼 배합에 능한 포수였기 때문이다. 2015년 친정 팀 두산 지휘봉을 잡은 뒤에는 2021년까지 7년 연속해서 팀을 한국시리즈 무대로 이끌기도 했다. 프로야구 역사상 첫 기록이었다. 롯데는 2017년(정규리그 3위) 이후 올해까지 6년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이 때문에 롯데 팬들 사이에서 ‘용장(勇將) 스타일 감독을 데려와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었다. 김 감독은 “롯데 감독이라는 자리가 가진 무게감을 잘 알고 있다. 오랜 기간 기다린 팬들의 기대에 보답하고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롯데는 이날 새 감독 선임 소식과 함께 성민규 단장(41) 경질 소식도 전했다. 새 단장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2023∼2024시즌 프로농구가 21일 정관장(전 KGC)과 SK의 공식 개막전을 시작으로 내년 3월 31일까지 5개월간의 정규리그 레이스에 들어간다. 6라운드에 걸쳐 팀당 54경기를 치르는 일정이다.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 상대인 정관장과 SK가 맞붙는 공식 개막전에서는 오세근(SK)이 친정 팀 정관장의 안방 안양체육관을 찾는다. 오세근은 프로에 데뷔한 2011∼2012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KGC에서만 뛴 ‘원클럽맨’이었다. 오세근은 지난 시즌 SK와의 챔프전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는데 시즌이 끝난 뒤 SK로 팀을 옮겼다. LG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양홍석도 21일 친정 팀 KT를 상대로 시즌 첫 경기에 나선다. 2017년 프로에 데뷔한 양홍석 역시 지난 시즌까지 KT에서만 뛰었던 선수다. KCC는 22일 새 연고지인 부산으로 삼성을 불러들여 시즌 첫 경기를 치른다. 지난 시즌까지 22년간 전주를 안방으로 썼던 KCC는 연고지를 부산으로 옮겼다. 16일 열린 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전체 10개 팀 감독 중 7명이 KCC를 우승 후보 1순위로 꼽았다. KCC는 15일 끝난 한국농구연맹(KBL) 컵대회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신생팀 소노는 22일 안방 고양에서 DB를 상대로 KBL 리그 데뷔전을 치른다. 김주성 DB 감독과 송영진 KT 감독, 강혁 한국가스공사 감독은 사령탑으로 첫 시즌을 맞는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내년부터 한국프로야구 경기에서 볼·스트라이크 판정은 ‘로봇’이 맡는다. 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처럼 야구장에 대형 초시계가 들어선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8일 이사회(사장단 회의)를 통해 투구자동판정시스템(ABS)과 피치 클록을 2024시즌부터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19일 발표했다. KBO는 내년 시범경기부터 ABS와 피치 클록을 활용할 계획이다. 2020년부터 퓨처스리그(2군)에서 ABS를 시범 운영해 온 KBO는 “4년간 ABS 고도화 작업을 거친 결과 볼·스트라이크 판정이 정교함과 일관성을 갖게 됐다. ABS의 판정 결과를 심판에게 전달하는 시간도 줄었다”면서 “1군에도 ABS를 도입하면 모두에 동일한 스트라이크존을 적용할 수 있게 돼 공정한 경기 진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마이너리그 트리플A까지 ABS를 도입한 상태지만 내년에도 MLB에서 ABS를 활용할 계획은 없다. 일본도 아직 ABS 도입 계획을 발표한 적은 없다. 피치 클록은 MLB가 한국보다 1년 빨랐다. MLB는 이번 시즌부터 홈플레이트 뒤에 투구 제한 시간을 표시하는 초시계를 설치한 채 경기를 치렀다. 투수들은 주자가 없을 때는 15초, 주자가 있을 때는 20초 안에 공을 던져야 했다. 효과는 확실했다. 올해 MLB 경기는 평균 2시간 42분 만에 끝났다. 1984년(2시간 39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다. 한국프로야구도 피치 클록 도입 자체는 확정이지만 투구 제한 시간을 몇 초로 할 것인지는 미정이다. KBO 관계자는 “투수들의 투구 평균 인터벌을 전수조사했다. 평균 견제 횟수, 타격 준비 완료 시점 같은 세부 지표도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몇 가지 안을 세워놓은 상태”라며 “어떤 방안이 우리 리그에 더 적합한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19일 막을 올린 2023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첫 경기에서 새로운 ‘가을 신데렐라’가 탄생했다. 정규시즌 4위 NC는 이날 창원NC파크에서 열린 5위 두산과의 와일드카드(WC) 결정 1차전에서 만루 홈런과 2루타 등으로 6타점을 올린 서호철과 2개의 홈런을 몰아친 김형준의 불방망이를 앞세워 14-9로 승리했다. NC는 단숨에 준플레이오프(PO) 진출을 확정지었다.NC의 승리로 2015년 WC가 도입된 이후 9년 연속 4위 팀의 준플레이오프(PO)에 진출 공식도 그대로 이어지게 됐다. NC는 22일부터 정규시즌 3위 SSG와 5전 3승제의 준PO를 치른다.27살의 늦깎이 서호철은 자신의 생애 첫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그랜드슬램과 2타점 2루타 등 3안타를 때려내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7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장한 서호철은 0-3으로 뒤진 4회말 1사 만루에서 두산 선발 곽빈의 몸쪽 빠른 패스트볼(시속 149km)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역전 만루포를 쏘아 올렸다. 방망이에 맞는 순간 홈런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잘 맞은 타구였다. 다음 타자 김형준이 곧이어 연속 타자 홈런을 치며 NC는 5-3으로 달아났다. 이날의 결승점도 서호철 타석 때 나왔다. 5회초 2점을 내 줘 5-5 동점이던 5회말 2사 3루에서 두산의 세 번째 투수 이영하는 서호철을 상대하다가 폭투를 범했다. 그 사이 3루 주자 마틴이 홈을 밟았다. 서호철은 6-5 간발의 리드를 이어가던 7회초 1사 만루에서는 두산의 6번째 투수 정철원을 상대로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2타점 2루타를 때려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8회에는 중전 안타를 때려내며 3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서호철의 만루 홈런은 WC 역대 1호, 그가 기록한 6타점은 WC 역대 최다 타점 기록이다. 4타수 3안타 6타점 2득점으로 훨훨 난 그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순천효천고 졸업 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던 그는 동의대 4학년이던 2019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9번 전체 87순위로 NC의 지명을 받았다. 이듬해 상무에 입대했고. 2021년 퓨처스리그(2군) 남부리그 타격왕(0.388)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였다. 지난해 1군에서 타율 0.205에 그쳤던 그는 올해 일약 주전 3루수로 도약했다. 특유의 성실함과 자기관리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6월 한때 타격 1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타율 0.287, 5홈런 41타점이라는 다소 아쉬운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통산 1군 홈런이 7개에 불과했던 그는 생애 가장 중요한 홈런을 WC에서 터뜨리며 새로운 가을 스타 탄생을 알렸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대표팀의 금메달을 이끌었던 포수 김형준도 이날 4회 솔로 홈런과 8회 3점 홈런 등으로 5타수 2안타 4타점을 기록했다. NC는 7회 2득점에 이어 8회 대거 6득점하며 승리를 굳혔다. 2년 만에 다시 가을잔치 무대에 선 두산은 아쉬운 수비 이후 한순간에 허물어졌다. 5-5 동점이던 5회말 수비에서 선두 타자 마틴의 타구는 평범한 우익수 뜬공이었다. 하지만 2루수 강승호가 우익수 김태근의 콜을 듣지 못하고 무리하게 잡으려다가 이 공을 놓치고 말았다. 1사가 되어야 할 상황이 무사 2루가 됐다. 김주원의 우익수 뜬 공 때 3루를 밟은 마틴은 곧이은 이영하의 폭투 때 결승 득점을 올렸다. 허탈하게 다시 역전을 허용한 두산은 7회와 8회에 각각 2점과 6점을 내주며 짧은 가을야구를 마친 채 내년을 기약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창원=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창원=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3관왕 임시현(20·한국체대)이 국가대표팀 선배 안산(22·광주여대)과의 결승 맞대결에서 이번에도 이겼다. 임시현은 18일 광주국제양궁장에서 열린 전국체육대회 양궁 여자 대학부 개인전 결승에서 도쿄 올림픽 3관왕 안산을 세트 점수 6-2(28-29, 29-27, 26-25, 28-24)로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안게임 이후 11일 만의 리턴 매치에서 다시 승리하며 전국체전 정상에 올랐다. 두 선수는 7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리커브 개인전 결승에서 맞붙었는데, 임시현이 세트 점수 6-0으로 완승을 거두고 정상에 오르면서 혼성 단체전과 여자 단체전에 이어 대회 3관왕을 차지했다. 임시현은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참가한 대회여서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은 상태였다”면서도 “전국체전 개인전 우승은 내가 항상 원했던 것인데 오늘 이렇게 1등을 하게 돼 기쁘다. 욕심을 버리고 경기에 임하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 서울 대표로 출전한 임시현은 서울체고 시절인 2021년 전국체전 여자 19세 이하부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개인전에서는 4위에 그쳤다. 임시현은 “내가 여자 리커브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는 소식을 최근에 들었는데, ‘올해 내가 들인 노력이 가치가 있었구나’란 생각이 들어 행복했다”고 말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북한이 22일 중국 항저우에서 개막하는 장애인 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했다. 이 대회를 주관하는 아시아패럴림픽위원회(APC)로부터 “대회 기간 중 어디에도 인공기를 게양할 수 없다”는 내용을 전달받았기 때문이다. 북한이 빠지면서 이번 대회에는 APC 45개 회원국 가운데 44개국만 참가하게 됐다. APC 관계자는 18일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불참은 유감스럽지만 우리는 세계반도핑기구(WADA) 지침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WADA는 2021년 10월 “북한이 반도핑 규정을 지키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면서 올림픽과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을 제외한 국제대회에서 북한이 국기를 쓰지 못하도록 징계를 내렸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대만 롤러스케이팅 대표 황위린(28)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신의 왼발’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일 열린 대회 남자 계주 3000m 결선에서 한국 마지막 주자 정철원(27)이 만세를 부르는 사이 왼발을 들이밀어 0.01초 차 역전 우승을 했기 때문이다. 황위린은 “당신이 축하하는 동안 나는 끝까지 싸웠다”고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황위린은 그러나 이로부터 보름도 지나지 않아 ‘음 소거’ 모드가 되고 말았다. 13일 열린 대만전국체육대회 남자 1000m 결선에서 역시 ‘때 이른 세리머니’를 하다가 대표팀 동료인 자오쭈정(28)이 내민 ‘신의 왼발’에 당했기 때문이다. 황위린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밝은 표정으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왼쪽에 있던 자오쭈정이 먼저 골인한 걸 확인하고는 표정이 금방 어두워졌다. 영상 판독 결과 자오쭈정(1분27초172)이 황위린(1분27초202)보다 0.03초 빨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황위린은 “아시안게임 이후 여유가 지나쳤던 것 같다. 귀국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아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황위린은 핑둥현 대표로 나선 14일 계주에서도 자오쭈정이 이끈 가오슝시에 밀려 2위에 그치며 명예 회복에 실패했다. 전남 나주시에서 열리고 있는 전국체육대회 롤러스케이팅 경주에 참가 중인 정철원은 “황위린이 지금 어떤 기분인지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전 세계에 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기록에 대한 부담이 분명히 있었고, 의식도 했다.” 오승환(41·삼성)은 14일 SSG와의 경기에서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통산 400세이브를 달성한 뒤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내색은 안 했지만 기록이 언제 나올까 하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돌부처’ 오승환도 길어지는 ‘아홉수’에 신경이 쓰였다는 것이다. 그럴 만도 했다. 오승환은 5일 한화전에서 1이닝 무실점 투구로 3-1 승리를 지키면서 통산 399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이제 삼성의 남은 경기는 6차례. 하지만 이후 4경기에서 삼성은 3연패를 당하는 등 오승환에게 좀처럼 세이브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이제 남은 건 두 경기. 오승환은 그중 시즌 마지막 안방경기인 14일 SSG전 8회에 등판했다. 4-3으로 앞선 2사 2루 상황이었다. 오승환은 1과 3분의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고 삼성은 5-3으로 이겼다. 400번째 세이브를 남기면서 아홉수에서도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오승환은 “마지막 안방경기에서 기록이 나와 더 짜릿했던 것 같다”고 했다. 400번의 세이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세이브도 “오늘 세이브”라고 말했다. 오승환이 통산 370세이브로 올 시즌을 시작할 때만 해도 400세이브 달성 가능성을 높게 보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2022시즌 보여준 구위가 예전만 못했고 마흔을 넘긴 나이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봤다. 오승환은 2022시즌에 31세이브를 거뒀지만 평균자책점은 3.32였다. 홈런도 8개를 맞았다. 일본과 미국 무대를 거쳐 2020년 국내로 돌아온 오승환의 평균자책점이 2점대를 벗어난 건 이때가 처음이다. 피홈런 8개는 2005년 데뷔 후 가장 많은 수치였다. 오승환은 올 시즌 개막 후 7월까지 32경기에서 13세이브를 쌓는 데 그쳤다. 이사이 2군에도 두 번 내려갔다 왔다. 400세이브 달성은 멀어진 듯 보였다. 하지만 8월부터 빠른 속도로 세이브를 추가하면서 대기록을 달성했다. 오승환은 8월 13경기에서만 세이브 10개를 보탰다. 개막 후 3∼5점대에 머물던 월간 평균자책점을 9월엔 1점대로 낮추는 등 갈수록 구위가 좋아졌다. 10월엔 14일까지 등판한 5경기에서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오승환은 프로 데뷔가 늦은 편이다. 경기고 1학년 때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뒤 투수에서 야수로 전향했는데 200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프로 팀 지명을 받지 못했다. 결국 단국대에 진학한 오승환은 4년 뒤인 2005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오승환은 데뷔 첫해부터 10승 1패, 16세이브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신인상을 차지했다. 2년차엔 지금도 역대 최다로 남아 있는 47세이브를 기록했다. 오승환의 400세이브는 이 부문 역대 2위 기록과의 차이에서 그 위력을 알 수 있다. 2위 손승락(271세이브·은퇴)과 129개 차이가 난다. 현역 선수 중 2위인 한화 정우람(197세이브)과는 200개 이상 차이다. 오승환의 400세이브는 당분간 넘어서기 힘든 기록이다. 일본과 미국 프로야구에서도 뛰었던 오승환은 올해 6월 6일 한미일 리그 통산 500세이브를 달성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두 시즌 동안 80세이브, 미국에서 네 시즌 42세이브를 거뒀다. 14일 SSG전 구원 성공으로 오승환은 3년 연속이자 개인 통산 8번째 ‘한 시즌 30세이브 이상’을 기록했다. 2006년과 2011년 두 번 기록한 47세이브를 포함해 40세이브 이상도 4차례 작성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올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승률 톱3 팀이 모두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세 팀 모두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거쳐 올라온 정규시즌 하위 팀에 무릎을 꿇으면서 ‘언더도그 반란’의 희생양이 됐다. 플레이오프에선 정규시즌 상위 팀에 어드밴티지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만한 상황이다. 애틀랜타는 13일 필라델피아와의 MLB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5전 3승제) 4차전에서 1-3으로 졌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1승 3패가 된 애틀랜타는 포스트시즌 일정을 접었다. 애틀랜타는 올해 정규시즌에서 104승 58패를 기록했다. MLB 양대 리그 30개 팀을 통틀어 최고 승률(0.642)이다. 필라델피아의 정규시즌 승률은 0.556이다. 애틀랜타는 지난해 디비전 시리즈에서도 필라델피아에 1승 3패로 밀려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에 실패했었다. 필라델피아는 7번 타자 닉 카스테야노스가 솔로포 두 방을 포함해 3타수 3안타를 기록하는 활약으로 팀을 2년 연속 챔피언십 시리즈로 이끌었다. 전날 3차전에서도 홈런 2개를 날렸던 카스테야노스는 MLB 포스트시즌 역사상 2경기 연속 멀티 홈런을 기록한 최초의 선수로도 이름을 남겼다. 애틀랜타로서는 맷 올슨의 홈런포가 침묵을 지킨 것이 아쉬웠다. 올슨은 정규시즌에서 양대 리그를 통틀어 가장 많은 54개 홈런을 때렸는데 디비전 시리즈 4경기에선 홈런포를 가동하지 못했다. 4경기에서 16타수 4안타를 기록했는데 타점도 없었다. 올슨은 정규시즌에서 139타점을 쌓았는데 역시 양대 리그를 통틀어 1위였다. 이날 애틀랜타의 패배로 올해 정규시즌에서 100승 이상을 거둔 세 팀이 디비전 시리즈에서 모두 탈락했다. 정규시즌 101승 61패로 승률(0.623) 전체 2위를 기록한 아메리칸리그의 볼티모어는 11일 텍사스에, 100승 62패로 승률(0.617) 3위인 내셔널리그의 LA 다저스는 12일 애리조나에 각각 3연패를 당하면서 시즌을 마쳤다. 양대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 오른 4개 팀 중 지구 우승팀은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의 휴스턴뿐이다. 텍사스와 애리조나, 필라델피아는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거쳐 올라온 팀들이다. 세 팀 모두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2연승으로 끝내면서 전력을 아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하위 팀들의 업셋이 이어지면서 상위 팀에 어드밴티지를 주는 쪽으로 경기 방식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는 포스트시즌 퍼스트 스테이지(3전 2승제)와 파이널 스테이지 전 경기를 상위 팀 안방구장에서 치른다. 특히 4선승제인 파이널 스테이지에서 정규시즌 상위 팀은 1승을 먼저 안고 시작하는 어드밴티지를 누린다.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포스트시즌 운영 틀에 또 손을 대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MLB 사무국은 포스트시즌 진출 팀을 기존 10개에서 12개로 늘렸다. 월드시리즈 진출을 다투는 7전 4승제의 챔피언십 시리즈는 16일부터 시작된다. 휴스턴과 텍사스가 맞붙는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이 이날 열린다. 내셔널리그에선 애리조나와 필라델피아가 17일 1차전을 치른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게임-체스… 스포츠 인정 여부 논란 e스포츠가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국제종합대회 데뷔전을 치렀다. 이후 e스포츠 같은 마인드스포츠도 스포츠로 인정해야 하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마인드스포츠를 둘러싼 각종 논란을 살펴봤다.》 “부상의 위험과 감량의 고통을 이겨내고 신체 능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려야 메달을 딸 수 있는 종목과 앉아서 키보드, 마우스만 잘 움직이면 되는 종목을 똑같이 취급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40대 스포츠 팬 J 씨의 이야기다. 종합국제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e스포츠가 정식종목 지위를 얻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보면서 이와 비슷하게 생각한 이들이 적지 않다. 바둑이 처음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이 된 2010년 광저우 대회 때도 ‘바둑이 정말 스포츠가 맞느냐’는 논란이 있었다. 특히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한국 남자 선수는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돼 군 복무를 사실상 면제받기 때문에 e스포츠에서 금메달을 땄다고 병역 혜택을 주는 게 옳은 일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리그오브레전드’(롤) 금메달을 따면서 예술체육요원 자격을 얻은 ‘쵸비’ 정지훈(22)이 “시대를 잘 타고났다”고 인터뷰하면서 논란이 더욱 불타올랐다.● 몸을 얼마나 써야 스포츠일까 아시안게임, 올림픽 같은 종합국제대회는 경기(sport), 종목(discipline), 세부종목(event) 순서로 대회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예로 들면 ‘마인드스포츠’라는 경기 아래 바둑과 e스포츠를 비롯해 브리지(카드 게임), 샹치(象棋·중국식 장기), 체스 등 5개 종목이 있는 구조다. 육상 종목에 남자 100m, 여자 200m 같은 세부종목이 있는 것처럼 e스포츠에서는 롤, 스트리트파이터V 등이 세부종목이다. 마인드스포츠에 걸려 있던 금메달은 총 20개로 이번 대회 40개 경기 가운데 5번째로 많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 한국 대표로 참가한 15명은 모두 남자였지만 e스포츠는 사실 성별에 관계없이 참가할 수 있는 종목이다. 성별에 따라 세부종목을 나누지 않는 아시안게임 종목은 e스포츠와 승마뿐이다. 공교롭게도 승마 역시 ‘말이 다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따라다니는 종목이다. 일본 승마 대표 호케쓰 히로시(82)는 71세였던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출전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호케쓰가 역대 최고령 올림픽 출전 기록 보유자는 아니다. 오스카르 스반(1847∼1927)이 1920년 안트베르펜 대회 때 73세에 스웨덴 사격 대표로 출전한 게 기록이다. 사격도 ‘몸을 많이 쓰는 종목’이라고 하기는 쉽지 않다. 운동선수 사이에서도 ‘몸을 그렇게 안 쓰는데 그 종목이 스포츠냐’라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축구 선수 상당수는 ‘야구는 스포츠가 아니라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1988년 서울 올림픽 유도 남자 60kg급 금메달리스트인 김재엽 동서울대 교수(60)는 “격투기를 했던 사람에게 축구는 일종의 레크리에이션”이라고 말한다. 물론 야구 선수들도 “야구는 경기장에서가 아니라 경기 전에 땀 흘리는 종목”이라면서 ‘우리도 몸을 쓴다’고 주장하기 바쁘다. 반면 마인드스포츠는 경기 전에도, 경기 중에도 땀 흘릴 일이 거의 없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마인드스포츠도 스포츠일까 김진환 명지대 교수(바둑학)는 “극히 일부 예외가 있지만 이창호(48), 이세돌(40) 사범 같은 기사도 30대 이후에는 국제대회 우승이 거의 없다. 바둑에서 2시간 넘게 집중력을 유지하려면 엄청난 체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라며 “대근육 운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마인드스포츠를 스포츠로 볼 수 없다는 인식은 바꿀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정연철 호남대 e스포츠산업학과장은 “1인칭 총쏘기게임(FPS)의 경우에는 상당한 수준의 동체시력도 요구된다. 마인드스포츠가 신체 활동과 관련성이 없다는 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물론 신체 활동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더 우위다. 김홍식 한국체대 교수(스포츠청소년지도학)는 “활동량이 적은 편인 양궁, 사격도 시위를 당기고 격발을 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근력 훈련을 필요로 한다. 신체 활동이 수반되지 않는 마인드스포츠를 스포츠로 인정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용배 단국대 교수(스포츠경영학)는 “신체 활동이 있어야만 스포츠로 인정한다는 과거의 정의(定義)를 고집하기보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정의란 없다”며 “마인드스포츠도 정해진 규칙에 따라 승부를 벌이는 구조가 다른 스포츠와 똑같기 때문에 스포츠로 인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해외에서도 ‘그때그때 달라요’다. 2015년 잉글랜드브리지협회와 잉글랜드체육회는 ‘브리지는 스포츠인가 아니면 그저 카드 게임인가’를 놓고 법정 싸움을 벌였다. 브리지협회에서 ‘체육회가 가맹 단체에 나눠주는 체육진흥복표(스포츠토토) 수익금을 우리에게도 줘야 한다’고 주장한 게 발단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영국 법원은 “브리지는 스포츠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이로부터 4년이 지나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당시 세계브리지연맹(WBF) 남자부 랭킹 1위였던 게이르 헬게모(53·모나코)에게 1년 출장 정지 처분을 내렸다. 국제대회 기간 채취한 샘플에서 합성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이 나왔다는 이유였다. 테스토스테론은 근육량을 늘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WADA에서 금지하고 있는 물질이다. 모나코브리지연맹은 “이번 징계는 마인드스포츠의 특징을 무사한 처사다. 테스토스테론이 정말 지적 능력을 끌어올린다고 믿는 것이냐”고 항변했지만 징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WADA에서 브리지 선수에게 징계를 내릴 수 있는 건 WBF 역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인 단체이기 때문이다. 세계체스연맹(WCF)도 IOC 공인을 받았다. 이론적으로는 브리지와 체스 모두 올림픽 정식종목이 될 자격을 갖추고 있다. 두 단체는 마작, 바둑, 샹치, 체커(드래프트), 카드 게임, e스포츠 등 6개 종목 국제기구와 함께 국제마인드스포츠협회(IMSA)를 만들어 운영 중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도 올림픽에 꼭 몸을 쓰는 종목만 있었던 건 아니다. 1912년 스톡홀름 대회 때부터 1948년 런던 대회 때까지는 올림픽에 건축, 음악, 문학, 조각, 회화를 종목으로 거느린 ‘예술’ 경기가 있었다. 스포츠를 주제로 한 예술 작품을 심사한 뒤 금, 은, 동메달을 주던 이 경기가 올림픽에서 빠진 건 몸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프로 선수’가 참가한다는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1988년 서울 대회 이전까지는 아마추어 선수만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었다.● e스포츠는 올림픽 종목이 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브리지나 체스보다 올림픽 종목이 될 확률이 더 낮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70)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e스포츠는 폭력적이라 올림픽 정신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칼 싸움에서 유래한) 펜싱 선수 출신인 바흐 위원장이 가상 세계에서 벌어지는 폭력성을 이유로 e스포츠를 반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반론도 나오지만 바흐 위원장이 IOC에 끼치는 영향력이 워낙 커 대세를 바꿀 정도는 못 된다. IOC는 대신 사이클, 야구, 양궁, 요트, 태권도 등 기존 스포츠 형식은 유지하면서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접목한 ‘버추얼 스포츠(virtual sports)’ 보급에 힘쓰고 있다. 태권도를 예로 들면 선수가 몸에 움직임을 인식하는 센서를 붙인 채 가상 공간에서 상대 선수와 겨루기를 벌이는 식이다. IOC는 이미 ‘올림픽 e스포츠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버추얼 스포츠를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문제는 버추얼 스포츠가 팬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올림픽 e스포츠 시리즈 온라인 시청자 수는 ‘최다’ 접속 순간을 기준으로 2만2000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열린 ‘롤 월드챔피언십’(롤드컵)은 ‘평균’ 시청자가 82만6000명을 넘었다. 롤이 가장 인기가 높고 인구도 많은 아시아권 시청자는 시간대가 맞지 않아 ‘본방 사수’에 애를 먹었는데도 그랬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올림픽도 e스포츠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내용으로 특집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청년들이 온라인 배틀 게임 ‘도타’ 선수로 함께 뛰는 ‘팀 스피릿’ 이야기를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서로를 ‘진정한 친구’라고 부르는 이들은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우리는 모든 전쟁과 폭력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면서 “e스포츠야말로 탁월함(excellence), 우정(friendship) 그리고 존중(respect)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가장 잘 드러낸다”고 보도했다. 2021년 연임에 성공한 바흐 위원장은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라고 쓰던 올림픽 표어에 ‘다 함께’를 추가하자고 제안했다. 그해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IOC 총회에서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127년 만에 올림픽 표어가 바뀌었다. e스포츠는 ‘다 함께’에도 잘 맞는다는 의견도 들렸다. 이유찬 전남과학대 e스포츠융합학과장은 “장애인들에게 e스포츠는 장벽이 없는 스포츠”라며 “비장애인과 달리기로 경쟁할 수는 없어도, 게임 안에서는 얼마든지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거쳐 올라온 애리조나가 올 시즌 100승 팀 LA 다저스에 3연승을 거두는 ‘업셋’으로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했다. 애리조나는 12일 다저스와의 2023∼2024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NL) 디비전 시리즈(5전 3승제) 3차전에서 4-2로 이겼다. 이로써 3전 전승을 기록한 애리조나는 2007년 이후 16년 만에 NL 챔피언 결정전에 올랐다. 이날 애리조나는 0-0이던 3회말 솔로 홈런 네 방으로 기선을 제압한 뒤 리드를 내주지 않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포스트시즌에서 한 팀이 한 이닝에 홈런 4개를 날린 건 MLB 역사상 처음이다. 다저스의 탈락으로 올 시즌 MLB 정규리그 최고 승률 톱3 팀 중 두 팀이 디비전 시리즈를 넘지 못했다. 올해 정규리그에선 NL의 애틀랜타가 승률 0.642(104승 58패)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아메리칸리그(AL)의 볼티모어가 승률 0.623(101승 61패), NL의 다저스가 승률 0.617(100승 62패)이었다. MLB 전체 30개 구단 가운데 100승 이상을 거둔 건 이 세 팀뿐이다. 볼티모어는 전날 디비전 시리즈 경기에서 역시 와일드카드 팀인 텍사스에 3연패하면서 시즌을 접었다. 애틀랜타 역시 탈락 위기에 놓였다. 애틀랜타는 12일 필라델피아와의 경기에서 2-10으로 완패하면서 디비전 시리즈 전적 1승 2패로 밀렸다. 필라델피아는 이날 홈런 여섯 방으로 8점을 뽑았다. 두 팀은 13일 4차전을 치른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 팀 휴스턴은 12일 미네소타를 3-2로 물리치고 시리즈 전적 3승 1패를 만들면서 AL 역대 최다인 7회 연속 챔피언 결정전 무대를 밟게 됐다. 휴스턴은 챔피언 결정전에서 지역 라이벌 텍사스와 맞붙는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16일간 열전을 이어온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8일 막을 내렸다. 한국은 전날 남자 축구대표팀이 숙적 일본을 꺾고 사상 첫 3연패를 달성하면서 마지막으로 추가한 금메달까지 포함해 모두 42개의 금메달과 은메달 59개, 동메달 89개를 따 종합순위 3위를 했다. 금메달 수에서 밀린 한국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2회 연속으로 일본(금 52개, 은 67개, 동 69개)에 2위를 내줬다. 전체 메달에선 한국(190개)이 일본(188개)에 앞섰다. 5년 전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전체 메달 수에서도 일본보다 28개가 적었다. 이번 대회 1위는 개최국 중국(금 201개, 은 111개, 동 71개)이 차지했다. 중국은 1982년 뉴델리 대회부터 11회 연속 정상에 올랐다. 한국은 이번 대회 목표로 삼았던 금메달 최대 50개에는 못 미쳤지만 수영에서 역대 최다인 6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며 내년 파리 올림픽 전망을 밝게 했다. 한국 수영이 아시안게임에서 일본(5개)보다 금메달을 많이 딴 건 처음이다. 역시 금메달 6개를 딴 펜싱도 파리 올림픽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남녀 최우수선수(MVP)로는 김우민(수영)과 임시현(양궁)이 뽑혔다. 두 선수는 나란히 3관왕에 올랐다. 한국 수영 선수가 아시안게임 3관왕을 차지한 건 최윤희(1982년), 박태환(2006, 2010년)에 이어 세 번째다. 양궁에선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37년 만에 3관왕이 나왔다. 다음 대회인 제20회 아시안게임은 2026년 9월 나고야 등 일본 아이치현 일대에서 열린다. 항저우=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두 번째 패배는 없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이 대만을 물리치고 4회 연속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은 7일 중국 저장성 사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에서 대만을 2-0으로 물리쳤다. 대만프로야구 소속 8명,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 소속 7명, 실업야구 선수 7명으로 대표팀을 꾸린 대만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에 유일한 패배를 안겼던 팀이다. 류중일 한국 대표팀 감독은 조별리그 0-4 패배 후 5일 만에 재격돌한 대만을 상대로 문동주(20)에게 선발 마운드를 다시 맡겼다. 조별리그 때는 4이닝 2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던 문동주는 이날 결승에서는 6이닝 3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팀 승리에 앞장섰다. 문동주는 “(대만과) 대회 첫 경기 때 생각했던 대로 풀리지 않아 아쉬웠는데 결승에서는 팀에 도움이 돼 기쁘다”고 말했다. 한국 타선도 다시 만난 대만 선발 투수 린위민(20)에게 설욕했다. 한국은 조별리그 때 애리조나 산하 더블A 팀에서 뛰는 린위민을 상대로 6이닝 동안 1점도 뽑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은 2회초 1사 3루 기회에서 김주원(21)의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선취 득점에 성공한 뒤 이어진 2사 2, 3루 상황에서 린위민의 폭투 때 1점을 더하며 승기를 잡았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대만 상대 3연패 기록도 끊어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맞대결 이전에도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경기에서 실업야구 선수 17명이 이름을 올리고 있던 대만에 1-2로 패했고, ‘A 대표팀’끼리 맞붙은 2019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슈퍼라운드 때도 0-7로 완패한 상태였다.사오싱=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칼을 갈고 나왔다. 5일 전 대만과 조별리그서 패전투수의 멍에를 안았던 문동주(20·한화)가 결승서 재회한 대만 타선을 상대로 시속 160km(전광판 기준)를 넘나드는 속구를 뿌리며 한국 야구 아시안게임 4회 연속 우승에 핵심 역할을 했다.한국 야구 대표팀은 7일 중국 저장성 사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대만에 2-0으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은 4회 연속 금메달이다. 한국 야구는 지금까지 1998년 방콕, 2002년 부산 대회를 포함해 아시안게임에서 총 6개의 금메달을 수집했다. 한국 야구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지 못한 건 야구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됐던 1994년 히로시마 대회(은메달)와 2006년 도하 대회(동메달) 두 번뿐이다.문동주는 대만에 0-4로 패했던 2일 대회 조별리그 B조 2차전에 선발 등판했지만 나와 4이닝 3피안타 2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하지만 결승에서 재회한 대만 타선을 상대로는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문동주는 이날 6이닝 3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대만 타선을 봉쇄했다. 경기 후 우시시엔 대만 감독 역시 “상대 선발 투수인 문동주가 저번 경기 때보다 훨씬 잘 던졌다”고 평했다.문동주는 0-0으로 맞선 1회말 대만의 리드오프 정쭝저에게 2루타를 얻어맞았다. 2번 타자 린쯔웨이의 희생 번트로 1사 3루 위기에 몰린 문동주는 시속 161km에 달하는 몸쪽 속구와 변화구를 섞어 던지며 실점 없이 아웃카운트 2개를 채워 넣었다.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던 문동주는 고함을 지르며 기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 문동주는 2, 4, 5회를 삼자범퇴로 솎아냈다. 3, 6회에도 안타 1개씩만을 내주고 실점 없이 건너갔다.문동주는 “원래 (소리를 지르는) 그런 스타일이 아닌데 나도 그렇게 포효할 거라 생각 못 했다. (대만과의) 첫 경기 때 부족했는데 그래서 (이번 경기 승리가) 더 간절했던 것 같다”며 “아버지가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코치로 다녀오는 모습을 보면서 어릴 때부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 꿈을 오늘 이룰 수 있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문동주의 아버지는 해머던지기 국가대표 출신인 문준흠 장흥군청 감독이다. 2010년 광저우,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 국가대표 지도자로 아시안게임 무대를 밟기도 했다.“(오늘 경기 승리에) 한몫한 것 같다”고 말한 문동주는 “한몫보다는 더하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몫보다 훨씬 많이 한 것 같다”며 웃었다.한국 타선은 조별리그 맞대결 때 6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던 대만 선발 투수 린위민을 상대로 이날 2점을 뽑아냈다. 2회초에 선두타자로 나온 문보경이 린위민의 초구를 공략해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때려냈고, 이어지는 강백호의 타석 때 폭투를 틈타 3루까지 진루했다. 1사 3루 기회에 7번 타자 김주원이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치면서 1점을 올렸다. 이후 김형준과 김성윤의 연속 안타로 맞이한 2사 2, 3루에서도 폭투가 나오면서 3루 주자 김형준이 홈을 밟았다.대만 입장에서는 아쉬울 법한 장면도 나왔다. 톱타자 정쭝저가 6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 타석에 들어서 담장 위쪽을 때리는 큼지막한 2루타를 때려낸 것. 대만 벤치에서는 ‘홈런이 아니냐’고 어필했지만 판정이 바뀌지는 않았다. 정쭝저는 이날 문동주를 상대로 3타수 3안타를 기록했다. 문동주가 내려간 뒤에도 한국 구원 투수들의 호투가 이어졌다. 7회에 최지민(KIA), 8회에 박영현(KT)이 무실점을 기록했다. 9회말 마운드에 오른 마무리 투수 고우석(LG)이 1사 후 안타 2개를 연달아 내주며 1사 1, 2루 위기에 몰렸지만 대만의 5번 타자 우녠팅에게 병살을 유도해내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대만 야구팬들의 관심을 끈 대결도 있었다. 한국이 2-0으로 앞선 6회초 대만의 선발 투수 린위민이 마운드를 내려가고 류즈룽이 공을 이어받았는데 1사 2루 상황에 한국의 강백호(KT)가 타석에 들어서면서 ‘친구 매치업’이 성사된 것이다. 류즈룽과 강백호는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국제경기를 함께 뛰며 우정을 쌓아온 동갑내기 친구로 대만에서 유명하다. 강백호는 이 타석에서 좌전 안타를 때려냈지만 다음번 타석인 9회초에는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나 ‘절친 대전’은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강백호는 경기가 끝난 뒤 류즈룽과 만나 껴안으며 반가움을 드러냈다. 그는 “류즈룽과 고등학생 때부터 대표팀을 함께 하면서 친해졌다. 8년째 친구로 항상 연락을 많이 했고 ‘좋은 데서 만나자’고 늘 얘기했는데 오늘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이렇게 만나게 돼서 기뻤다”고 말했다.사오싱=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5년 전 ‘한배’를 타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던 남북한 선수들이 이번에는 ‘두 배’에 나눠 타고 경쟁했다. 결과는 한국이 3위, 북한이 4위였다. 한국 여자 드래건보트(용선) 대표팀은 6일 중국 저장성 원저우 용선스포츠센터에서 항저우 아시안게임 마지막 경주로 열린 1000m 결선을 4분55초668로 마치며 동메달을 차지했다. 북한은 한국보다 0.833초가 늦은 4분56초501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중국 뱃놀이에서 유래한 용선은 키잡이와 북잡이 각 1명 그리고 노잡이 10명 등 12명이 한 팀으로 경쟁하는 종목이다. 아시안게임에서는 2010년 광저우,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세 번째로 정식 종목이 됐다. 한국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대회 때 북한과 단일팀을 꾸려 여자 500m에서 금메달, 200m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 남북 단일팀이 국제종합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번 대회 한국 대표 가운데 김현희(31), 변은정(25), 이현주(21)가 당시 단일팀 멤버였다. 북한에서도 정예성(23), 차은경(25), 차은영(22), 호수정(26)이 2회 연속으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한국 여자 용선 대표팀이 단독으로 아시안게임 메달을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0년 광저우 대회 때 1000m 동메달을 딴 적이 있는 남자 대표팀도 이날 1000m 경주에 나섰지만 5위에 그치며 ‘노메달’로 대회 일정을 마무리했다.항저우=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