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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기간 양수가 터진 임신부가 병원 75곳에서 수용을 거부당하는 등 응급·중증 환자 중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다만 응급의료 공백으로 인한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고 정부는 “일부 우려처럼 의료 붕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자평했다.● 응급실 의료 공백 이어진 연휴 기간보건복지부와 충북소방본부에 따르면 14일 충북 청주시에선 오전 11시 25분경 “임신부의 양수가 터졌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출동한 구급대는 위급 상황이라 판단하고 충북을 시작으로 서울 인천 경기는 물론 영호남 및 제주 지역까지 모두 75곳에 이송을 요청했지만 ‘의료진 부족’ 등을 이유로 모두 거부당했다. 결국 임신부는 신고 접수 6시간 만인 오후 5시 32분경에야 청주 시내의 한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8일 응급의료 브리핑에서 해당 사례에 대해 “25주 이내 조기 분만은 고위험 분만에 해당하는 시술”이라며 “전국적으로 진료 및 신생아 보호가 가능한 의료기관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산모와 태아 모두 안정적인 상태”라고 덧붙였다.15일에는 광주 광산구 한 아파트에서 50대 남성이 문틈에 오른쪽 두 번째 손가락이 끼여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출동한 119구급대는 광주 시내 응급실 4곳에 연락했으나 받아주는 곳이 없어 약 90km 떨어진 전북 전주시의 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광주시 관계자는 “광주에서 손가락 접합 수술이 가능한 곳은 전남대병원, 대중병원 등 두 곳이며 전국적으로도 10여 곳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16일 오후 1시 31분경 대전 동구의 한 아파트에선 가족과 말다툼하던 60대 남성이 자해해 복부에 30㎝가량 자상했다. 119구급대는 병원 16곳에서 거절당한 끝에 사고 발생 후 3시간 넘게 지난 오후 4시 42분경에야 충남 천안시의 한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했다. 이 남성은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도 17일에는 대동맥 파열 환자가 인근 병원을 찾지 못해 부산에서 서울까지 헬기로 이송되기도 했다.● 정부 “응급실 환자 20% 줄어 혼란 없었다”정부는 응급의료 공백에도 불구하고 연휴 기간 응급실 내원 환자가 20% 이상 줄어 큰 혼란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어린이병원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은 “응급의료에 대해 국민 걱정이 많았지만 의료현장을 지켜준 의료진, 환자 이송에 애써준 구급대원 덕분에 잘 이겨낼 수 있었다”며 “무엇보다 큰 병원 응급실 방문을 자제하며 불편을 감내해 주신 국민 여러분 덕분”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일부 우려처럼 의료가 붕괴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복지부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하루 평균 2만7505명으로 지난해 추석(3만9911명)에 비해 약 31%, 올해 설(3만6996명)에 비해 약 26% 감소했다. 특히 응급실을 방문한 경증 환자는 하루 평균 1만6157명으로 지난해 추석(2만6003명)보다 38%나 줄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경증 환자가 응급실 이용을 자제한 덕분에 응급의료 현장이 중증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한편 복지부는 병원 응급실 의료진이 환자 난동이나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진료를 거부할 경우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응급의료법상 진료 거부의 정당한 사유 지침 안내’ 공문을 전국 17개 시도와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사협회 등에 보냈다.현행 법에 따르면 응급의료 종사자는 업무 중 응급의료를 요청받거나 응급환자를 발견하면 즉시 진료해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이번 지침에서 △인력·시설 등의 미비 △환자·보호자의 폭행, 협박 또는 장비 손상 등도 정당한 사유로 인정돼 면책 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대전=이정훈 기자 jh89@donga.com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18일 정부와 야당을 향해 “더 적극적으로 더 유연한 입장으로 나서주실 것을 요청한다”며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되지 않고 더 어려워질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연휴 동안 의료계 인사들과 일대일로 연쇄 접촉하면서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가 여전히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며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추석 전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이 끝내 불발된 것에 대해 “(정부가) 밥상을 일부러 걷어찬 꼴”이라며 정부여당을 향해 책임론을 돌렸다.한 대표는 이날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여러 의료계 인사들과 개별적으로 만나 의료계의 입장을 듣고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해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이날도 의료계와 접촉을 이어갓다.반면 이에 대해 전공의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대표와 지속적으로 소통 중이라는 주장을 공식 부인하며 선을 긋고 나섰다. 박 위원장은 국민의힘 정광재 대변인이 13일 “한 대표가 비공식 채널을 통해 박 위원장과 줄곧 소통해오고 있다”고 말한 것을 두고 “거짓과 날조 위에 신뢰를 쌓을 수는 없다. 다시 한 번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 대표 출마 전인 6월 초에도, 당 대표 당선 직후인 7월 말에도 언론에는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던 한 대표는 지속적으로 만남을 거절했다”며 “단 한 번 비공개 만남 이후 대전협은 한 대표와 소통한 적 없다”고 했다.의료 공백이 길어지면서 여당 내 지지율 하락에 대한 우려도 분출하고 있다. 특히 연휴 동안 지역구 민심을 돌아본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의료계에 더 양보하면서 의사들을 협상장으로 나오게 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여권이 일사불란하게 대처하지 못해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는 질책이 많았다”고 했고, 충청권 중진 의원도 “의정 갈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더라”고 전했다.민주당은 “여야의정 협의체가 출범하려면 핵심 의료단체의 참여가 필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의료계가 빠진 채 논의해봤자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없다”며 “현재로선 정부가 내년도 의대 정원을 조정하는 등의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 여야의정 협의체는 구성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15일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예방해 “종교계 어른들이 나서주시는 게 충돌 양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마약류 중독으로 치료 보호를 받은 의사가 치료 보호 기간 중 의료행위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올 7월까지 조현병, 알츠하이머 치매 등을 앓으며 진료를 이어간 의료인은 총 100명이 넘었다. 의료법상 마약류 중독자·정신질환자는 면허 취소 대상이지만, 결격사유를 관리하는 기준이 마련되지 못해 면허 취소는 5년간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월 22일부터 치료 보호를 받기 시작한 의사 A 씨는 치료 보호가 종료되는 7월 6일까지 총 44건의 의료행위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 보호란 마약류 중독자의 재발 방지를 위해 치료 보호기관에 입원·통원 치료를 받는 제도다. 치매·조현병을 앓고 있는 의사가 의료행위를 이어가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지난해부터 올 7월까지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고 있는 의사 52명이 총 7만3275건의 의료행위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현병을 앓는 의사는 49명으로 , 이들 역시 같은 기간 11만826건의 의료행위를 했다. 의료법상 정신질환자나 마약류 중독자의 경우 의료인이 될 수 없다. 의료인의 결격사유에 해당돼 규정상 면허가 취소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마약류 중독 및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의료인에 대한 결격 및 관리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감사원은 보건복지부 감사에서 “ 정신질환이나 마약류 중독 의료인에 대한 관리 방안이 수립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관리방안과 기준이 없다보니 면허 취소 절차 등 행정처분도 어렵다. 최근 5년간 의사가 정신질환·마약류 중독 사유로 면허가 취소된 사례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관리방안을 마련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하루빨리 정신질환, 마약류 중독 등 의료법에 따라 결격 사유가 있는 의료인에 대한 면허 취소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정부와 여당이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연일 촉구하고 있지만 의료계 단체 상당수는 참석에 부정적인 분위기다. 병원 단체 일부만 참여를 고민 중인데 이들 단체만 참여할 경우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및 의대생 복귀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전날(11일)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언급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12일 “결정된 바 없다”며 부인했다. 전의교협은 단체문자를 통해 “현재까지 참여 여부에 대해 논의하거나 결정한 바가 없다”고 공지했다. 전의교협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건 2025학년도 의대 정원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날 응급의료 브리핑에서 “2025년도 모집요강은 바꾸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하는 등 정부가 내년도 의대 증원 가능성을 닫아둔 상황에서 참여하긴 어렵다는 취지다. KAMC 관계자 역시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며 “내부에선 전공의와 의대생이 들어온다면 참여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고 했다.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를 비롯해 대한의학회,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 등 의사단체 상당수도 협의체 참여에 부정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전공의와 의대생이 들어오지 않으면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병원단체 입장은 나뉘는 모습이다. 전공의 수련병원 211곳의 모임인 대한수련병원협의회는 참여에 긍정적이란 입장을 여당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날 진행한 상임이사회에선 의견이 나뉘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상급종합병원협의회도 “내부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라며 “수련병원협의회가 참여하면 함께 참여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전날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던 대한병원협회는 “내부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라며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대한병원협회는 전국 병원 3500여 곳의 모임이고 상급종합병원협의회는 대형병원 47곳의 모임이다. 다만 병원단체는 경영자 단체로 의대 교수, 전공의 등과는 이해관계가 다르다. 강희경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병원협회 등은 사용자 단체이기 때문에 의료계 몫으로 들어오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한편 환자단체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12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환자단체까지 참여하는 ‘여야환의정’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세종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70대 환자가 인근 대형병원 응급실 야간 운영 중단으로 18시간 만에 충북 청주시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2일 오후 6시 반경 세종의 한 아파트에선 70대 남성이 계단에서 넘어져 뇌출혈 증상을 보였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원은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실이 야간 운영을 중단한 것을 감안해 세종의 다른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했다. 환자는 이송된 병원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은 후 “더 큰 병원으로 가라”는 말을 들었지만, 사고로부터 18시간 이상 지난 다음 날 오후 1시경에야 청주의 한 병원으로 옮길 수 있었고 의식불명 상태가 됐다. 환자 가족은 “대형병원 응급실로 바로 갈 수 있었다면 적절한 처치를 받고 회복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료공백이 장기화되며 세종충남대병원 외에도 전국 곳곳의 응급실이 의료진 부족으로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소속 수련병원 53곳을 조사한 결과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지난해 914명에서 현재 535명으로 41.5% 줄었다. 386명이었던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90% 이상 병원을 떠나 33명만 남은 탓이다. 특히 대전·충청(58%), 부산(53.6%), 광주·전남(51.2%)에서 응급실 근무 의사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나 홀로 당직’을 하는 병원도 상당수였다. 전의교협 관계자는 “조사 결과 수련병원 53곳 중 7곳은 응급실 근무 의사가 5명 이하여서 24시간 전체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응급실 당직 의사가 1명만 남으면 응급·중증 환자 2명 이상이 동시에 왔을 때 대처하기 어렵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세종=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올해 추석 연휴(14∼18일)에는 하루 평균 병원 7931곳이 문을 연다. 다만 연휴 기간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본인부담금이 평소보다 30%가량 오른다. 보건복지부는 12일 이번 추석 연휴 기간 전국에서 하루 평균 당직 병원 7931곳이 문을 연다고 밝혔다. 연휴 기간 아플 경우 119나 보건복지콜센터 129로 전화하면 당일 문 여는 병원을 안내받을 수 있다. ‘응급의료포털’(e-gen.or.kr) 홈페이지나 ‘응급의료정보제공’(E-Gen)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서도 주변에 있는 당직 병원을 확인할 수 있다. 추석 연휴 때 문을 여는 병원 수는 올해 설 연휴 기간(일평균 3643곳)의 2배 이상이다. 다만 날마다 다소 차이가 있는데 14일 2만7766곳, 15일 3009곳, 16일 3254곳, 17일 1785곳, 18일 3840곳이 문을 연다. 이 중 응급의료기관·시설은 전국에서 매일 518곳이 동일하게 유지된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추석 당일인 17일 문을 여는 병원 1785곳 중 동네 병원은 995곳에 불과하다. 또 문을 여는 동네 병원 중 485곳(48.7%)은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 지방의 경우 병원을 찾는 데 다소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연휴 기간 병원을 이용할 경우 ‘공휴일 진료비 가산제도’가 적용돼 본인부담금이 높아진다. 평상시 평일에 동네 병원을 방문하면 초진 진찰료로 1만7610원 중 5283원을 내지만 연휴 기간 방문하면 1585원이 인상된 6868원을 내야 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추석 연휴 기간 응급실 진찰료를 3.5배로 인상하는 등 다양한 수가 인상 방침을 밝혔지만 이는 건강보험 부담”이라며 “공휴일 가산 외 추가 개인 부담은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추석 연휴 지역응급의료센터 136곳 중 15곳가량을 거점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해 중증·응급 환자 대응을 맡길 방침이다. 다만 13일부터는 경증 환자가 응급실을 방문할 경우 내야 하는 본인부담금이 진료비의 90%로 늘어난다. 기존에는 경증 환자가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찾은 경우 본인부담금으로 평균 13만 원가량을 냈으나 13일부터는 평균 22만 원가량을 내야 한다. 지역응급의료센터에 방문하는 경증 환자도 6만 원가량에서 10만 원가량으로 비용 부담이 약 4만 원 늘어난다. 복지부 관계자는 “연휴 기간 빠른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는 권역응급의료센터나 거점응급의료센터로 가고, 경증 환자나 비응급 환자는 당직 병원을 방문하면 된다”고 설명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세종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70대 환자가 인근 대형병원 응급실 야간 운영 중단으로 18시간만에 충북 청주시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2일 오후 6시 반경 세종의 한 아파트에선 70대 남성이 계단에서 넘어지며 뇌출혈 증상을 보였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원은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실이 야간 운영을 중단한 것을 감안해 세종의 다른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했다. 환자는 이송된 병원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은 후 “더 큰 병원으로 가라”는 말을 들었지만, 사고로부터 18시간이 이상 지난 오후 1시경에야 청주의 한 병원으로 옮길 수 있었고 의식불명 상태가 됐다. 환자 가족은 “대형병원 응급실로 바로 갈 수 있었다면 적절한 처치를 받고 회복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의료공백이 장기화되며 세종충남대병원 외에도 전국 곳곳의 응급실이 의료진 부족으로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소속 수련병원 53곳을 조사한 결과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지난해 914명에서 현재 535명으로 41.5% 줄었다. 386명이었던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90% 이상 병원을 떠나며 33명만 남은 탓이다. 특히 대전·충청(58%), 부산(53.6%), 광주·전남(51.2%)에서 응급실 근무 의사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나 홀로 당직’을 하는 병원도 상당수였다. 전의교협 관계자는 “조사 결과 수련병원 53곳 중 7곳은 응급실 근무 의사가 5명 이하여서 24시간 전체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응급실 당직 의사가 1명만 남으면 응급·중증환자 2명 이상이 동시에 왔을 때 대처가 어렵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세종=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올해 추석연휴 기간 전국에서 하루 평균 약 8000곳의 병의원이 문을 연다. 설 연휴보다 2배 이상 많다. 정부는 “가까운 동네 의원이나 중소병원 응급실을 먼저 방문하고 큰 병이 의심되면 119에 연락해 달라”고 안내했다. 이 기간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는 진료비의 30%를 본인 부담 비용으로 더 내야 한다.1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4~18일 하루 평균 7931곳의 당직 병·의원이 문을 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연휴 기간 병의원·약국을 이용할 경우 ‘토요일 야간 공휴일 진료비 가산제도’가 적용돼 평소보다 30% 정도 본인 부담 비용을 더 내야 한다.평소 동네 의원 초진 진찰료로 1만7610원가 책정되고 건강보험이 적용돼 본인 부담 비용은 5283원이지만 연휴 기간에는 약 1600원이 늘어난 6868원을 내야 한다.13일부터 권역응급의료센터에 방문하는 경증 환자의 본인부담금도 진료비의 90%로 늘어난다. 기존에는 경증 환자가 권역센터에 방문하면 평균 13만 원 정도를 냈으나 이날부터 약 22만 원을 내야 한다. 지역응급의료센터에 방문하는 경증 환자도 6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비용 부담이 약 4만 원 늘어날 수 있다. 질환의 종류, 지역 소재지 등에 따라 구체적인 지불 금액은 달라질 수 있다.한덕수 국무총리는 12일 응급의료 브리핑에서 “큰 병이 의심되면 즉시 119에 연락하시고 그렇지 않은 경우 가까운 동네 병·의원이나 중소병원 응급실을 먼저 방문하여 주시기 바란다”며 “추석 연휴 기간 119, 129(보건복지콜센터)로 전화하시거나 ‘응급의료포털(e-gen.or.kr)’ 누리집 또는 ‘응급의료정보제공(E-Gen)’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용 가능한 의료기관을 신속하게 확인하실 수 있다”고 말했다.한편 추석 당일 문을 여는 동네 병의원이 전국적으로 1000곳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가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추석 당일인 17일 문을 여는 의료기관은 1785곳이다. 이 가운데 동네 병의원은 995곳(병원 294곳, 의원 701곳)에 불과하다. 문을 여는 병의원 중 485곳(48.7%)은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가 속도를 내면서 참여 여부를 두고 의료계 단체의 입장이 나뉘고 있다. 병원단체들은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지만, 의사단체들은 정부가 2025학년도 증원 조정 의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이상 참여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의대생은 협의체 제안 이후 엿새째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병원단체 “참여할 수 있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병원협회(병협)와 상급종합병원협의회는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병원 3500여 곳의 모임인 병협 관계자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도 참여하는 만큼 협의체에도 참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상급종합병원 47곳이 모인 상급종합병원협의회 관계자 역시 “일단 가서 얘기는 해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의료계에선 ‘병원의 경우 비상진료 체계 유지를 위한 건강보험 지원 등 정부의 재정 지원을 고려해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국 의대 40곳 학장들의 모임인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도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공문을 받은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도 “논의 중”이라며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대한수련병원협의회는 전공의 참여를 협의체 참여 조건으로 내걸었다.● 의협 “들어갈 의사 전혀 없다” 병원단체와 달리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의학회,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은 협의체 참석에 부정적이다. 이들은 11일 연석회의를 마친 후 “의사들 모두 협력과 대화를 원한다”면서도 “(정부가) 진심 어린 사과와 책임자 문책, 국민과 의사들이 공감할 수 있는 대화 의지부터 보여 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현택 의협 회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야, 정부, 대통령실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협의체에 들어갈 의사가 전혀 없다”고 했다. 다만 단체마다 분위기는 조금씩 다르다.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여야가 2025학년도 정원과 관련해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을 환영한다”며 정부가 내년도 의대 정원 조정 의지를 확실히 보일 경우 참여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전의교협 관계자는 “2025학년도 증원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고 논의 결과를 정부가 받아들여야 한다. 또 참여단체 15곳 중 8곳이 사용자 단체인데 구성을 바꿔야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의협과 전의비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백지화 약속이 있어야 협의체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강경한 분위기다.● 침묵 이어가는 전공의-의대생 전공의와 의대생 단체는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여부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대·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비대위원장 3명과 함께 “어떤 테이블에도 임현택 회장과 같이 앉을 생각이 없다”고 밝힌 것이 전부다. 의료계에선 추석 연휴까지는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문제가 정리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의 한 주요 대학병원 교수는 “정부의 입장 변화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추석을 앞두고 의사들이 협의체에 들어가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전 세계에 가르쳐준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질병이 국경 안에서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니아 니시타르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최고경영자(CEO·61)는 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감염병 팬데믹(대유행)에 대비하면서 가장 취약한 커뮤니티를 보호하는 의료 시스템에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올해 6월 아프리카 백신 제조업체 액셀러레이터가 출범했다”며 “(백신) 제조 능력을 다각화하고 지속적으로 투자해 미래 팬데믹 상황에서 (백신) 수출 제한 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Gavi는 2000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주도로 개발도상국에 백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다. 니시타르 CEO는 백신 접종으로 많은 감염병을 예방할 수 있으며 특히 자궁경부암의 경우 사망자를 90%까지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궁경부암의 경우 저소득 국가 여성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파괴적 질병”이라며 “2022년 (자궁경부암으로) 34만8000명이 숨졌고 사망자 90%는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에서 발생했다”고 했다. 그는 동시에 세계에는 여전히 백신을 맞지 않는 어린이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전 세계 어린이 1100만 명이 백신을 단 한 번도 안 맞았다”며 “저소득 국가에서 백신 접종 격차를 해소하고 백신 접종 범위를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복원하며 장기적으로 백신 접종 시스템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했다. 한국에 대해선 “역동적이고 활기찬 경제와 혁신 정신이 놀랍다”고 평가했다. 니시타르 CEO는 “원조 수혜국에서 주요 공여국으로 변신한 한국의 여정은 독특하다”며 “한국의 경험은 결단력과 비전으로 무엇이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사례이며 다른 국가들이 유사한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핵심 플레이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헌신과 리더십은 미래 세계 보건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모든 어린이가 백신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국의 영향력이 커지길 기대한다”고 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의사단체들이 ‘2025년 의대 증원 재검토’를 여야의정 협의체 참석의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가운데 의사단체 내부에서도 대표성을 놓고 주도권 다툼이 가열되는 모습이다. 전공의 단체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사직 전공의와 의대생을 대표하지 않는다”며 “어떤 테이블에서도 임 회장과 같이 앉을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여야의정 협의체 제안 이후 4일 만에 나온 전공의 단체의 첫 입장이다. 박 위원장은 또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대·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비대위원장 3명도 뜻을 같이한다면서 “임 회장과 의협 집행부는 전공의와 의대생 언급을 삼가길 바라며 임 회장의 조속한 사퇴를 촉구한다”고 했다. 전공의들은 개원의 중심인 의협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지 못한다며 “전공의 문제는 전공의가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또 4월 총선 직전 박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자 임 회장이 ‘내부의 적’이라고 비판하고, 지난달 말 의협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박 위원장이 임 회장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말하는 등 의료공백 사태 이후 줄곧 둘의 주도권 싸움은 이어져 왔다. 한편 전공의들은 정부와 수련병원을 상대로 대규모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가 6월 사직서 수리 방침을 밝히기 전까지 사직서수리금지명령 등을 통해 다른 병원에 취업하지 못하게 하면서 손해를 봤다는 취지다. 수련병원을 상대로는 퇴직금을 달라는 소송을 냈다.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1인당 평균 1500만 원으로 총 140억 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응급실 등 의료 현장에서 근무하는 의사 등의 실명을 공개한 이른바 ‘블랙리스트’ 게시물과 관련해 대한의사협회(의협)가 회원들에게 자제를 촉구했다. 대통령실도 블랙리스트 작성 및 유포자들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경찰은 관련자 4명을 특정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의협은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응급실 블랙리스트 작성·유포로 의료계 내 갈등이 불거지고 국민들께 우려를 끼친 것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이런 의료계 내부 갈등은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명단 작성·유포를 중단해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최근 온라인에는 의료 현장에 남은 의사와 병원에 복귀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등의 실명과 출신 대학, 가족 관계 등을 적시한 ‘감사한 의사 명단’ 사이트가 일반인도 볼 수 있는 상태로 운영 중이다. 특히 7일에는 ‘응급실 부역’이라는 카테고리가 생겨 응급실에 남은 전문의와 파견 군의관 등의 실명 등이 올라왔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응급의료 대란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응급실 근무 의사들을 낙인찍는 게시물이 올라온 것에 대해 정부는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0일 “선의로 복귀한 의료진이 일을 못 하게 하려는 의도”라며 “국민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가므로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이날 응급의료 일일 브리핑에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야기할 수 있는 행위”라며 “수사기관과 협조해 엄단할 방침이지만 의료계의 자정 노력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날 응급실 블랙리스트 관련자 4명을 특정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중 주동자 1명에 대해선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나머지 3명은 게시물을 주변에 공유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의협은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경찰의 수사가 부당하다며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명단 유포 피해자의 직접 고발 없이 정부의 유불리에 따라 선별적으로 수사 대상자를 특정해 수사하는 경찰의 행태에 유감을 표한다”며 “경찰은 의협 회원들 개인 간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해 양쪽 모두를 피해자로 만드는 파렴치한 수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추석 응급의료 대란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응급실 부역’이라며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의 실명을 공개한 이른바 ‘블랙리스트’ 게시물이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게시물에는 응급실을 지키는 전문의와 파견 군의관 등의 실명이 포함됐다. 정부는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의사들을 위축시키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라며 경찰 수사를 통해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름 올라 대인기피증 겪는 군의관도” 9일 의료계에 따르면 7일 한 사이트에 ‘응급실 부역’ 코너가 개설됐고 여기에 병원별 응급실 근무 인원이 일부 근무자 명단과 함께 게시됐다. ‘감사한 의사 명단’이란 이름의 이 사이트는 아카이브(정보 기록소) 형식으로 운영진이 제보를 받아 복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의대생 명단 등을 올리는데 최근에는 응급실 근무 의사 명단을 올린 것이다.사이트 운영진은 “민족의 대명절 추석, 의료대란을 막기 위해 힘써 주시는 분들께 감사와 응원을 드린다”고 썼지만 정부는 그동안의 행태로 볼 때 복귀자들을 조롱하며 낙인찍기 위해 이름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게시물에는 ‘군 복무 와중에도 응급의료를 지켜주시는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며 응급실에 파견된 군의관 실명도 포함돼 있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9일 응급의료 일일 브리핑에서 “해당 사이트가 진료 현장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의 사기와 근로 의욕을 꺾고 있다”며 “일부 군의관은 대인기피증까지 겪으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사이트에는 응급실 외에도 의료 현장에 남은 의사들의 실명과 출신 대학, 휴대전화 번호뿐 아니라 부모 직업 등 상세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의사 외에도 마음에 들지 않는 기사를 쓴 기자 실명 등 줄잡아 수천 명의 이름이 나와 있다. 경찰은 ‘감사한 의사 명단’ 사이트와 관련해 스토킹처벌법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사직 전공의도 “블랙리스트, 자성 필요” 올 2월 전공의 병원 이탈 이후 블랙리스트 논란은 여러 차례 반복됐다. 3월 의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병원에 남은 전공의 실명이 담긴 ‘참의사 리스트’가 공유됐다. 경찰은 이후 수사에 나서 게시자 5명을 특정했고 7월에 검찰에 송치했다. 7월에도 의대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실명을 공개한 ‘감사한 의사 명단’이 텔레그램 채팅방에 공개됐고, 온라인 의사 커뮤니티에 ‘병원 복귀 전공의 현황을 제보받는다’는 글이 올라와 개인 신상이 포함된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블랙리스트가 반복되는 이유를 두고 의사 사회 특유의 폐쇄적 문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의사들은 짧게는 예과와 본과 6년, 길게는 전공의 기간까지 10년 이상 인간관계가 이어지는 좁은 사회다. 그렇다 보니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경우 ‘배신자’로 낙인찍고 배제하는 악습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선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직 전공의 출신인 임진수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감사한 의사 명단은 서로 감시하고 겁박하는 것”이라며 “집단 광기로 물들고 있는데 아무도 (블랙리스트에 대해) 얘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블랙리스트 작성·유포 혐의자에 대해 “사법 당국이 30명 정도를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안다”며 “말하자면 괴롭히고 모욕을 주는 것인데 이런 일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는 있을 수 없다”고 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충청 지역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일하던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최근 “더 이상은 힘들어 못 하겠다”며 인근 지역 보건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전문의를 포함해 여러 명이 응급실을 떠나거나 병가에 들어가면서 이 대학병원은 일시적으로 응급실 운영을 중단해야 했다. 최근 응급의료 공백 확산의 직접적인 원인은 올 2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이탈 후 응급실을 지키던 전문의 중 상당수가 병원을 떠난 것이다.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고 전공의와 의대생이 병원과 학교로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자 각자 살길을 찾아 떠나는 ‘응급실 엑소더스(대탈출)’가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현실화되는 ‘응급실 엑소더스’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1년 단위 계약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계약 기간이 끝나면 재계약을 포기하고 이직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전공의·전문의 충원 없이 언제까지 버틸 순 없다는 생각에서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그만둔 응급의학과 전문의 중 20%가량은 개원을 하거나 봉직의(페이닥터)로 취직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근무 여건이 열악한 지방 대형병원에서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건국대 충주병원의 경우 1일 그만둔 응급의학과 전문의 5명 중 일부가 서울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6월 말 강원 속초의료원을 떠난 응급의학과 전문의 2명도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이직했다. 지방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영입 경쟁이 가열되면서 높은 연봉을 제시하고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빼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최근 충청권에선 연봉 4억 원 이상을 제시하는 병원이 나타나면서 응급의학과 전문의 연쇄 이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편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사직한 응급의학과 전공의 중 일부는 지역의 ‘경증환자 응급실’에 취업하기도 한다. 최근 한 네트워크 의원은 ‘365일 쉬지 않는 우리 동네 응급의학과 의원’을 내걸고 응급의학과 사직 전공의를 다수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 원인, 과중한 업무와 법적 책임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병원을 떠나는 이유로는 먼저 과중한 업무 부담이 꼽힌다. 전공의를 포함해 4, 5명이 일하던 응급실에 1, 2명만 남아 반년 넘게 일하다 보니 누적된 피로도가 한계를 넘었다는 것이다. 한 수도권 대학병원의 응급의학과 교수는 “당직이 돌아가는 응급실 특성상 한 명이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이탈하면 남은 사람에게 업무가 더 몰리는 악순환이 발생하면서 연쇄 이탈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4∼6일 응급의학과 전문의 47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도 현재 상황에 대해 “번아웃(소진)이 심각해 출근하기가 무섭다”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죄책감이 크다” 등의 답변이 나왔다. 혼자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다. 응급실에서 처치를 마친 후 외과, 소아청소년과, 내과 등 배후 필수과로 연계해 줘야 하는데, 해당 필수과도 의료진 부족에 시달리다 보니 환자 상태가 악화될 경우 응급의학과 전문의만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 매일 반복된다는 것이다.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설문에서 “매일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기분”이라고도 했다. 정부는 응급의료 공백 응급실 의사 인건비로 한 명당 1억 원가량을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현장에선 “미봉책일 뿐이며 의료 사고 시 법적 부담 완화가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는 “응급의료 분야의 형사 처벌 면제가 시행돼야 그나마 남은 의사들이 응급실 진료를 안심하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설문에선 응답자의 91%가 ‘현재 응급실은 위기 상황’이라고 답했고, 96%는 ‘추석 연휴 응급실이 위기 상황을 맞을 것’이라고 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최근 의료계에선 충청권 대학병원 응급의학 전문의 한 명이 “응급의료 분야는 더 이상 못 하겠다”면서 하반기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모집 때 수도권 대형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로 지원했다가 탈락해 화제가 됐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 전문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포기하겠다며 5대 대형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 중 한 곳의 정신건강의학과 레지던트에 지원했다고 한다. 다만 해당 과 교수 사이에서 “전공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와 최종 선발 때 포함되진 않았다. 이는 최근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응급실 엑소더스(대탈출)’를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실제로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주변 응급의학과 전문의 사이에선 미국의사면허시험(USMLE)을 알아보거나 일반의로 개원하려는 사람이 많다. 다른 과에서 재수련을 하겠다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수도권의 시설 좋은 병원으로, 그리고 상대적으로 몸이 편한 비필수과 전공으로 옮기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개인의 삶의 질 측면을 더 따진 것 같은데 이 같은 사례가 이어질 경우 응급의료 공백은 더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번아웃(소진)이 심각해 살기가 싫다.”의료공백이 7개월째 이어지며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진행한 설문에서 한 응급의학과 의료진은 “요즘만큼 출근하기가 무서웠던 적이 없다”며 이렇게 답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4~6일 응급의학과 전문의 47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현장에서 의료진이 느끼는 근무 강도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이탈한 3월 이후 근무 강도가 증가했다는 답변은 전체 응답자의 98%(465명)였으며 ‘3월 이후 응급실 환자가 늘었다는 답변도 66%(315명)에 달했다. 대형병원 응급실이 제한적으로 환자를 받으면서, 전공의가 없었던 중소병원 응급실의 업무 부담도 함께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번아웃이 심각해 한 달 내 전국적으로 응급실 운영이 중지될 위험이 높다”고 했다.대다수 응급의학과 의료진들은 “비상진료체계로 위기관리가 가능하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응답자의 91%에 달하는 433명이 “현재 응급실은 위기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더 나아가 응답자의 96%(457명)는 다음주 추석 연휴에 응급실이 위기 상황을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관식 답변 문항에서 응급의학과 의료진들은 법적 책임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응급실에서 처치를 마친 후 배후 진료를 위해 외과, 소아청소년과, 내과 등 필수과로 연계해줘야 하는데 해당 필수과도 의료진 부족에 시달리다 보니 환자 상태가 악화될 경우 응급의학 전문의에게 책임이 부여되는 상황이 매일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설문에서 “매일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기분”이라고도 했다.전원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응급실 뺑뺑이’가 이어진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주변 대학병원들의 배후 진료 축소로 중등증 환자의 전원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한 의료진은 “2차 병원에서 중증 환자를 3차병원으로 전원을 해야 할 때 최소 10곳 이상 문의해야 한다”고 답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전국 대형병원 곳곳에서 응급실 운영이 차질을 빚는 가운데 정부가 4일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를 일선 병원에 긴급 배치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아니라 역할이 제한적이고 실효성도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의료진 부족으로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병원들을 중심으로 군의관 15명이 배치됐다. 아주대병원 3명, 이화여대 목동병원 3명, 충북대병원 2명, 세종충남대병원 2명, 강원대병원 5명 등이다. 이들 가운데 8명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출신이다. 다만 정부는 9일까지 군의관과 공보의 235명을 추가 투입할 방침인데 이 중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현장 경험이 부족한 군의관과 공보의를 바로 응급이나 중증환자 진료에 투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파견된 군의관 등도 의료사고 등에 대한 부담으로 상당수가 적극적으로 진료에 나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 같은 지적과 관련해 “응급의학 전문의가 혼자 근무하는 경우 굉장히 피로도가 높고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다”며 “일인분의 역할을 다 못하더라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려고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정부가 서울 내 대형병원 7곳을 포함해 전국 대형병원 25곳의 응급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고 집중 모니터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 홀로 당직’을 서야 하다 보니 언제든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대목동병원이 4일 서울에서 처음 응급실 일시 폐쇄(셧다운) 방침을 밝히는 등 응급의료 공백은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4일 보건복지부와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기준으로 수도권 8곳, 영남권 6곳, 충청권 6곳, 호남권 3곳, 강원권 2곳을 ‘집중 모니터링 대상’으로 선정해 매일 진료 제한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응급의료 일일 브리핑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 10명이 있어야 당직근무(듀티) 때 2명이 근무 가능하다”며 “최소한이 안 되는 병원들을 추려 전담관을 매치해 현장 상황을 매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계에선 대형병원 응급실에 최소 전문의 12명이 배치돼야 하는 것으로 본다. 2인 1조가 12시간씩 돌아가며 매주 3, 4차례 근무하는 방식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서울 내에선 대형병원 7곳(강동경희대병원, 국립중앙의료원, 고려대 안암병원, 이대목동병원, 여의도성모병원, 인제대상계백병원, 한림대강남성심병원)이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됐다. 경기권에선 아주대병원이 포함됐다. 영남권에선 경북대병원, 구미차병원, 동아대병원, 영남대병원, 울산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이 모니터링 대상이고 충청권에선 건국대 충주병원, 건양대병원, 단국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 순천향대 천안병원, 충북대 병원이 포함됐다. 복지부의 모니터링 대상은 전날 23곳에서 하루 만에 2곳 늘어났다. 권역응급의료센터 18곳과 지역응급의료센터 7곳이다. 정부의 모니터링에도 운영에 차질을 빚는 대형병원 응급실은 갈수록 늘고 있다. 4일에는 이대목동병원이 “수요일 오후 5시∼목요일 오전 8시 반 응급실 성인 진료를 중단한다”고 밝히고 이날부터 운영을 중단했다. 전날 “신규 환자만 안 받겠다”고 했지만 방침을 바꾼 것이다. 이로써 정기적으로 응급실을 폐쇄하는 대형병원은 모두 4곳이 됐다. 아주대병원의 경우 매주 24시간은 심정지 환자만 받고 있고, 순천향대 천안병원은 소아응급의료센터를 주 3회 주간만 진료하는 등 응급실 폐쇄 직전에 있는 병원도 적지 않아 의료계에선 “갈수록 응급의료 공백이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편 소방청에 따르면 올 2월부터 지난달 25일까지 구급상황관리센터의 이송병원 선정 건수가 119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19건)보다 131% 늘었다. 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병원이 많아지면서 구급센터가 구급대 대신 이송병원을 찾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정부가 4일 발표한 연금개혁안에는 ‘내는 돈’(보험료율)과 ‘받는 돈’(소득대체율)을 올리되 연령대별로 속도를 다르게 하고,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 기금 고갈을 막는 내용이 포함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논쟁적 사안이 다수 포함된 만큼 국회 등의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 대체율을 40%에서 42%로 올리는 것을 두고선 전문가 사이에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21대 국회 국민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 과정에서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안이 많은 표를 받았던 걸 감안하면 현 시점에서 적절한 개혁안”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제시한 인상률로는 연금기금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향후 보험료율 추가 인상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보험료율 세대별 차등 인상을 두고선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반발이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50대 중에는 회사를 나와 보험료율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지역가입자가 많고 저임금 노동자도 많다”며 “중장년층이란 이유만으로 부담을 빠르게 늘린다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연금개혁이 이뤄지더라도 기존 납입분에 대해선 과거의 높은 소득대체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현재 50대의 경우 평균 소득대체율이 50%에 달한다”며 “현재 20대보다 덜 내고 더 받게 되는 만큼 보험료율을 몇 년 더 부담하는 게 크게 부당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가입자 수와 기대여명에 따라 연금 수급액을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에 대해선 재정 안정을 중시하는 전문가 사이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금 수급액을 건드리진 않고 인상률 반영 과정에서 적용되는 만큼 일종의 미세 조정이라고 봐야 한다”며 “수급액이 전체적으로 크게 삭감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득 보장을 중시하는 전문가 사이에선 부정적인 목소리가 크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받는 돈의 절대 액수는 깎이지 않더라도 물가상승률이 반영되지 않는 기간이 누적되면 연금의 소득 보장 수준이 크게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정부가 전국 권역응급의료센터 41%를 현재 전문의 2명 상시 근무가 어려워 집중 모니터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중증응급환자 중심 진료 등이 가능한 상급종합병원이나 300병상을 넘는 종합병원에 설치되는 최상위급 응급실이다.4일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복지부는 3일 현재 전국 23개 병원 응급실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모니터링 대상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근무조가 9명 이하이거나 9명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평소 전문의 2명 이상이 상시 근무하기 어렵다고 판단된 ‘위기의 응급실’이다.모니터링 대상으로 분류된 23개 병원 응급실은 권역응급의료센터 18곳과 지역응급의료센터 5곳이다. 전국 44개 권역응급의료센터 중 18개(41%)가 집중 모니터링 대상인 셈이다. 수도권에선 고려대 안암병원과 이화여대 목동병원, 강동 경희대병원,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인제대 상계백병원, 아주대병원 등 6곳이 분류됐다. 이밖에도 동아대병원 등 영남권 6곳, 순천향대 천안병원 등 충청권 6곳, 전북대병원 등 호남권 3곳, 강원대병원 등 강원권 2곳이다.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2일 브리핑에서 “(응급실 운영 차질과 관련해서) 조금 위험도가 있어 보이는데 23개 기관을 목록화해서 매일 담당관이 현황 파악하고 있다”며 “일부에서 담당 교수나 의사가 병가를 들어가거나 또는 개인사정으로 휴직을 하거나 이런 예정돼 있는 기관들이 좀 있다. 그래서 거기는 저희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