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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티스트 이내리가 27일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 독주회를 갖는다. 플루트 독주를 비롯해 피아노(박세환), 기타(윤어진), 드럼(양왕열), 더블베이스(윤재웅) 등이 더해져 클래식 앙상블의 매력을 발산한다. 이들은 △클로드 드뷔시의 플루트 독주를 위한 ‘시링스’ △카를 라이네케의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E장조 ’운디네‘ 작품167 △말콤 아놀드의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티나 작품19 △클로드 볼링의 플루트, 기타, 재즈 피아노 트리오를 위한 피크닉 모음곡을 들려준다. 이내리는 충남대 관혁악과를 졸업한뒤 프랑스 제느빌리에 국립음악원에서 최고연주자과정을 마쳤다. 이후 파리고등사범음악원에서 플루트와 실내악으로 최고교육자과정을 수료했다. 그는 “이번 공연을 통해 클래식 음악이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고 청중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겠다”고 말했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단기체류 외국인의 열손가락 지문 등록은 수사 및 출입국 당국의 필요뿐 아니라 당사자의 권리 보호와 안전을 위해서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과 이지연 경위는 12일 순천향대(총장 김승우) 법과학대학원 주최 ‘한국CSI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단기체류 외국인의 십지(열손가락)지문 등록 필요성’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단기체류 외국인이 범죄를 저지른 경우 현장에 검지 이외의 지문만 남아 있으면 용의자 추적이 어렵고, 검지가 훼손된 채 사망하면 신원 확인이 어렵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법무부는 체류 기간이 90일을 초과하는 장기체류 외국인은 열손가락 지문과 얼굴 정보를 등록하고, 90일 이내 단기체류 외국인은 양쪽 검지 지문만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이 경위는 “최근 들어 단기체류 비자로 입국했다가 불법 체류하면서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크게 늘어 열손가락 지문 등록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덧 붙였다. 학술회의에서는 수사와 재판 과정의 법과학적 접근 필요성에 대한 논의도 활발했다. 경찰청 워싱턴 주재관을 지낸 윤외출 전 경남경찰청 수사부장은 “공판 중심주의인 미국 재판정에서는 법의학 및 법과학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해 모든 증거를 면밀하게 검토하는데, 한국 재판정에서는 수사자료를 둘러싼 검사와 변호사의 공방이 주로 이뤄지다 보니 유죄율이 90%를 넘는다”며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우리 법정에서도 법과학이 보다 많은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식 순천향대 법과학대학원장도 “앞으로 증거 수집·분석의 절차적 적법성과 증거의 법과학적 타당성, 법과학 전문가의 증언이 보다 중요하게 취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1년 9월 법과학대학원 주최의 국제학술회의에 미국 OJ 심슨 살인 사건의 무죄 평결을 이끈 헨리 리 당시 뉴헤이븐대 교수를 초청해 당시까지 국내에서 거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형사 피의자 방어권’ 논의에 불을 지폈다. 당시 리 교수는 학술회의에 앞서 동아일보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수사와 재판에서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법과학적 접근을 보다 중시해야 하며 피의자 및 피고인의 방어권을 위해 법과학이 수사기관에만 독점되지 않도록 해아 한다”고 강조했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단기체류 외국인의 열손가락 지문 등록은 수사 및 출입국 당국의 필요 뿐 아니라 당사자의 권리보호와 안전을 위해서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과 이지연 경위는 12일 순천향대(총장 김승우) 법과학대학원 주최 ‘한국CSI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단기체류 외국인의 십지(열손가락)지문 등록 필요성’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단기체류 외국인이 범죄를 저지른 경우 현장에 검지 이외의 지문만 남아 있으면 용의자 추적이 어렵고, 검지가 훼손된 채 사망하면 신원 확인이 어렵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법무부는 체류기간이 90일을 초과하는 장기체류 외국인은 열손가락 지문과 얼굴 정보를 등록하고, 90일 이내 단기체류 외국인은 양쪽 검지지문만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이 경위는 “최근 들어 단기체류 비자로 입국했다가 불법체류하면서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크게 늘어 열손가락 지문 등록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덧 붙였다. 토론에 나선 같은 부서 민동기 경장은 “열손가락 지문등록은 손가락의 둥근 표면전체를 등록하는 회전 날인 방식인데 검지지문 등록은 접촉면만 등록하면 되는 평면 날인 방식이어서 삼각도 등이 지문 특성이 잘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괘 많다”며 “단기체류 외국인의 지문 날인 방식부터 우선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경위는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 중국, 태국 등이 국가안보 및 치안유지 차원에서 단기체류 외국인에게 열손가락 지문등록을 요구하고 있다”며 “지문날인이 기본권 침해 보다는 범죄검거와 신원확인 등 공익에 보다 부합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설명했다. 지문 등록에는 부정적 시각도 적지 않다. 시민들이 주민등록증 발급시 열손가락 지문날인에 대해 제기한 위헌 소송에 대해 2015년 5월 헌법재판소가 위헌이 아니라고 결정하자 참여연대 등은 “디지털 시대 개인의 고유한 생체정보 보호가 중요한 데 실망스러운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학술회의에서는 수사와 재판 과정의 법과학적 접근 필요성에 대한 논의도 활발했다. 경찰청 워싱턴 주재관을 지낸 윤외출 전 경남경찰청 수사부장은 “공판중심주의인 미국 재판정에서는 법의학 및 법과학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해 모든 증거를 면밀하게 검토하는데, 한국 재판정에서는 수사자료를 둘러싼 검사와 변호사의 공방이 주로 이뤄지다 보니 유죄율이 90%를 넘는다”며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억울한 피해자를 줄이기 위해 우리 법정에서도 법과학이 보다 많은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정식 순천향대 법과학대학원장도 “앞으로 증거 수집·분석의 절차적 적법성과 증거의 법과학적 타당성, 법과학 전문가의 증언이 보다 중요하게 취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1년 9월 법과학대학원 주최의 국제학술회의에 미국 OJ 심슨 살인사건의 무죄 평결을 이끈 헨리 리 당시 뉴헤이븐대 교수를 초청해 당시까지 국내에서 거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형사 피의자 방어권’ 논의에 불을 지폈다. 당시 리 교수는 학술회의에 앞서 동아일보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실체적 진실과 밝혀낸 진실, 믿고 싶은 진실을 구분해야 하는데 정보를 제공하는 국가기관 등에 의해 판단력이 흐려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따라서 수사와 재판에서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법과학적 접근을 보다 중시해야 하며 피의자 및 피고인의 방어권을 위해 법과학이 수사기관에만 독점되지 않도록 해아 한다”고 강조했다.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충남 계룡시에는 육해공군 3군본부, 논산시에는 국방대·육군훈련소·육군항공학교가 있다. 대전시에는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육군군수사령부, 육군교육사령부 등이 있다. 국방 및 군사 분야의 지휘부, 교육기관, 훈련기관, 연구기관 등이 충남과 대전에 밀집돼 있다. 이에 따라 충남도는 일찍부터 계룡과 논산을 국방산업클러스터로 조성하는 계획을 세워 추진해 왔다. 역대 도지사들의 계룡과 논산지역 공약은 한결같이 이 지역을 국방 및 국방 산업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김태흠 충남지사는 최근 장기적 과제로 넘기긴 했으나 육군사관학교의 논산 이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는 “국방부가 일단 국방과학연구소(ADD) 국방미래기술연구센터의 논산 이전을 약속했다”며 “육사 이전과 무관하게 국방산업클러스터 조성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대전시도 대전을 국방산업 핵심 기지로 만들겠다는 계획 아래 방위사업청을 유치하고 안산첨단국방산업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다. 각자 이런 인프라를 기반으로 독자적으로 국방 및 국방산업 특화도시 조성을 추진해 오던 충남도와 대전시가 최근 광역적 협력을 위해 손을 잡았다. 충남도와 대전시는 9일 충남도청 상황실에서 ‘첨단 국방산업벨트 조성 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초광역 국방산업단지 조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올해 안에 타당성 검토를 추진하기로 했다. 실제로 지도상으로도 대전의 국방 시설이나 국방산업부지는 계룡 및 논산과 국방 기관 및 시설과 인접해 있기 때문에 유기적 발전을 꾀할 여건을 갖추고 있다. 두 지자체는 이날 협약에 따라 국방산업 육성을 위한 연구·자문에 함께 참여하는 한편 국방 관련 공공기관 유치를 위해서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국방 관련 산단 조성에 따른 규제 개선과 중앙 권한의 지방 이양에도 협력한다. 독자적인 국방도시 추진이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충남 남부권과 대전에는 국방 관련 기관과 연구기관, 대학 등이 밀집해 첨단 국방산업벨트 조성과 스마트 국방산업 육성의 최적지”라며 “최고 인프라와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하면 ‘K방산’의 전진기지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대전은 국방을 4대 전략산업 중 하나로 선정하고 K방산을 성장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두 지역이 국방산업과 관련된 최고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만큼 힘을 모아 대한민국 최고의 국방산업벨트를 조성하자”고 제안했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충남 천안시가 ‘2023 천안 K-컬처 박람회’ 개막 100일을 앞두고 5일 목천면 독립기념관에서 박람회 출범식을 열어 성공적 개최를 다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상돈 천안시장과 한시준 독립기념관장을 비롯한 박람회 서포터스 100명, 천안국제화교육특구사업단 원어민 영어 강사 40여 명 등 220여 명이 참석했다. 천안스트릿협회의 케이팝(K-pop) 댄스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어린이날 독립기념관을 찾은 많은 관람객을 맞았다. 박상돈 시장은 출범식 선언문에서 “독립의 상징인 독립기념관을 품은 천안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K-컬처’를 완성해 천안시를 신한류 거점도시로 완성해 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평소 “독립운동에 대한 지나친 엄숙주의가 젊은이들의 친숙한 접근을 막는다. 이제 독립운동이 한편으로 신명나는 문화와 축제로도 기념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에 따라 8월 11∼15일 5일간 독립기념관에서 열리는 천안 K-컬처 박람회에는 세계 독립 문화 전시, K-컬처 공연 등 무대 행사와 미디어 파사드, 600여 대의 정보통신기술(ICT) 드론을 활용한 불꽃 판타지쇼, K-프린지페스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됐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과학자들이 연구하는 곳을 실제로 와보니 너무 신기해요. 앞으로 어린이들을 위한 이런 행사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대덕연구개발특구 50주년 기념 정부출연연구기관 주말 개방 프로그램에 참여한 은어송초등학교 3학년 김태영 군은 7일 한국화학연구원 행사를 마친 뒤 이같이 말했다. 김 군은 “풀러렌(탄소 분자 모형) 축구공으로 미니 골대에서 축구를 하는 체험 행사에도 참여했다”며 “버스 정류장에서 홍보물 보고 방문 신청을 했는데 참여하길 잘했다”고 말했다. 화학연은 이날 방문한 시민 239명을 홍보관으로 안내해 ‘문명과 화학’, ‘재미있는 KRICT’, ‘삶과 화학’, ‘케미라운지’ 등을 주제로 설명했다. 풀러렌의 특성과 구조를 알아보고 모형을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방문객들은 연못과 정원 등 경치가 아름다운 연구원 내부도 둘러봤다. 화학연 측은 전날(251명)을 포함해 이번 주말에 시민 490명이 찾아 화학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밝혔다. 화학연 주말 개방 행사는 이번 달 내내 이어진다. 이영국 한국화학연구원장은 “화학연을 포함한 모든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궁극적 존재 이유는 국가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들이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라며 “이번 방문 행사가 연구기관이 더욱 국민의 사랑을 받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달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시작된 정부 출연 연구기관 주말 개방 행사가 시민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행사는 대덕특구 50주년 기념으로 대전시와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마련했다. 시의 설문조사에서 시민 92%가 연구기관 방문에 ‘만족’했고, 92%는 ‘재참여’ 의사를 보였다. 대덕특구는 1973년 11월 30일 연구학원도시로 지정 고시된 후 대덕연구단지로 불리면서 우주선과 휴대전화, 반도체, 원자력 기술을 견인하는 세계적인 ‘과학기술 메카’로 성장해 왔다. 현재 과학기술 분야 정부 출연 연구기관 26곳을 비롯해 KAIST 등 대학 7개, 국공립 연구기관 3곳 등이 있다. 2020년 기준으로 1만7504명, 석사 1만2715명이 근무하는데 전국 이공계 박사의 3분의 1이 이곳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 과제를 추진하다 보니 대전 지역사회와는 소통과 교류가 부족해 ‘대전의 외딴섬’으로 불렸다. 시가 이번에 주말 개방 행사를 마련한 것은 연구기관과 지역사회의 소통과 교류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지난달 표준연 개방 행사에 모두 2100명이 참여했다. 시민들은 과학기술과 일상생활의 기준점이 되는 각종 표준에 대해 알아보는 기회를 가졌다. 연구원 내 ‘뉴턴의 사과나무’ 등지에서 과학 해설을 들었다. 다음 달에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7월에는 한국기계연구원이 시민들에게 문을 활짝 연다. 예약은 대전사이언스투어 누리집에서 할 수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대전에 이처럼 최고의 과학기술 연구기관이 있었느냐는 놀라운 시민 반응이 적지 않았다”며 “개방 행사를 통해 시민들이 연구기관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연구기관들은 시민 삶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A 씨는 국내 철강 기업의 제조 기술을 중국 경쟁사로 유출했다. 법원은 A 씨가 초범이라는 이유 등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피해 기업은 너무 가벼운 처벌이라며 억울해했다. 3년에 걸쳐 100억 원 이상의 비용을 투입해 개발한 기술이었기 때문이었다. 특허청과 대검찰청이 이 같은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기업의 기술개발 의지를 꺾고 유사 범죄의 원인이 된다고 보고 공동으로 해결 방안 모색에 나섰다. 두 기관은 2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기술유출 범죄 양형기준 세미나’를 열었다. 영업비밀침해 범죄에 대한 처벌 수준을 강화하고, 기술유출 범죄 피해 규모를 산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세미나는 최근 국가 간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우리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술유출 시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데 대한 대응의 성격을 띤다. 특허청에 따르면 국정원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적발된 산업기술 해외유출 사건이 총 93건이며, 피해액은 약 25조 원으로 추산했다. 적발되지 않은 사건까지 고려하면 기술유출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훨씬 더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가까스로 기술유출 범죄를 잡더라도 초범이거나 피해 정도 산정의 어려움 등으로 처벌은 대부분 ‘솜방망이’에 그친다. 국가 핵심기술 해외유출의 법정형은 징역 3년 이상 최대 30년까지, 영업비밀 해외유출의 법정형은 최대 징역 15년까지 규정되어 있지만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선고된 기술유출 사건 중 실형은 10.6%에 불과했다. 지난해 영업비밀 해외유출에 선고된 형량은 평균 14.9월이었다. 이에 따라 특허청과 대검찰청은 지난해부터 기술유출 범죄의 양형기준에 대한 연구용역을 벌였다. 또 국정원, 산업통상자원부, 경찰 등 기술유출 관련 기관들이 협업을 통해 초범이 범행했거나 피해 규모 산정이 어려운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논의해왔다. 이번 세미나는 그런 노력의 결실이다. ‘영업비밀침해 범죄 양형기준 정비 방안’을 주제로 첫번째 발제에 나선 조용순 한세대 교수는 “영업비밀 침해죄의 특성을 고려해 권고 형량을 해외유출의 경우 2∼5년 등으로 기존보다 2배 이상 높이고, 초범도 강도 높은 형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술유출 범죄 피해 규모 산정 방안’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안성수 전주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장은 “기술유출 범죄에 따른 경제적 피해 규모 입증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해 양형기준을 통한 형량 결정 과정에서 연구개발 비용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식재산을 침해하고 기술을 유출하는 범죄는 황금알을 낳기도 전에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기술유출 범죄가 개별기업과 국민경제에 끼친 피해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을 받도록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인실 특허청장은 “오늘날 기술유출 범죄는 기업의 생존과 국가 경제,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범죄”라며 “‘현대판 매국’과 다름없는 기술유출 범죄가 최소화되도록 맡은 바 역할을 확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충남 태안에서 중학생이 무자비하게 후배를 폭행하는 영상이 온라인에 유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3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유포된 동영상에는 중학생 A 양(15)양이 태안의 한 지하 주차장에서 B 양(14)을 일방적으로 폭행하고 주변에 있던 학생들은 이를 웃으며 방관하는 장면이 찍혀 있다.A 양은 바닥에 쓰러져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는 B 양의 얼굴을 무자비하게 발로 가격했고 가슴과 등을 잇달아 발로 내려 찼다. 머리채를 잡아 끌거나 손바닥으로 머리를 내리치기도 했다.경찰에 따르면 폭행 당한 B 양은 코뼈와 안와골절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A 양은 B 양의 동네 및 학교 선배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가해자와 방관 학생들 모두 신원을 확인했으나 현재는 모두 도망 가버린 상태”라며 “신병이 확보되는 대로 조사를 벌이겠다”고 말했다. 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2일부터 충남 천안·아산과 경기 평택을 잇는 광역급행버스(M버스)가 운행을 시작했다. 이 지역을 오가는 학생과 직장인의 교통 편리성이 크게 높아진다. 충남도는 1일 아산시 신창면 순천향대에서 광역 경계를 넘어 두 지역으로 오가는 ‘충남형 M버스 개통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도에 따르면 이 버스는 순천향대를 기점으로 온양온천역·배방역·아산역·천안시청·천안역·한국기술교육대·공주대·성환역·평택터미널 등을 경유해 평택지제역에 이른다. 평택지제역은 경기 남부권역의 관문으로 경부선 광역전철과의 환승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평택지제역에서 서울 강남역까지 다니는 M버스로 환승할 수 있어 천안·아산 지역 통학생이나 출퇴근 직장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평택지제역에서는 수서역까지 가는 SRT를 탈 수 있다. M버스 운행에는 버스 총 3대가 투입된다. 첫차는 오전 5시 52분 순천향대를 출발하고, 막차는 오후 6시 10분 평택지제역을 떠난다. 배차 간격은 35분에서 70분이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101회 어린이날인 5일, 대전과 세종, 충남, 충북, 강원에서 다채로운 기념 및 참여 행사가 열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3년여간 중단됐던 행사들이 곳곳에서 재개되자 어린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대전시립미술관은 ‘세상을 이롭게 하는 공동체’를 주제로 2일부터 7월 16일까지 어린이미술기획전 ‘어쩌면 우리가 보지 않았던 것들’을 연다. 대전예술의전당은 ‘빛깔 있는 오월축제’라는 이름으로 5일 명랑 동화 뮤지컬 ‘삼양동화’, 대형 인형 거리극 ‘선녀와 나무꾼’, 댄싱 퍼레이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라퍼커션’을 마련했다.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집 상공에서는 낮 12시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에어쇼가 열린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이 광복 후 귀국 시 탔던 ‘C-47 수송 비행기’ 탑승 체험 등을 마련했다. 서산버드랜드는 5∼7일 ‘어린이들의 생태 놀이터, 서산버드랜드’를 주제로 어린이날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앵무새·조류 부화 체험, 야생동물 교육, 마술, 블랙라이트 인형극, 어린이 놀이터, 새 모양 사진 액자와 바람개비 만들기 등이 진행된다. 부여군은 5∼7일 부여읍 부소산성 일원에서 여는 ‘2023 부소산 봄나들이 축제’에 어린이 뮤지컬 ‘호랑이 오빠 얼쑤’, 관북리 물총대첩, 블록체험존, 넌버벌 퍼포먼스를 열고 반려동물 놀이터(펫존)를 운영하기로 했다. 박정현 부여군수는 “축제 기간에 어린이날이 포함돼 어린이 행사를 대폭 강화했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야구장과 청주교대에서는 오전 10시 ‘청주 어린이 큰잔치’가 열린다. 마술쇼, 밴드 공연, 전통놀이, 페이스 페인팅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충주 탄금공원에서는 국악, 비보이, 밸리댄스 공연과 다양한 체험·먹거리촌이 운영되고, 제천 의림지 수변무대에서는 충북어린이집연합회 제천지회가 주관하는 ‘아이 러브 페스티벌’이 열린다. 옥천군은 아동친화도시 인증 3주년을 기념해 옥천문화예술회관에서 레이저쇼, LED트론댄스, 벌룬쇼 등을 연다. 괴산 유기농엑스포광장과 단양 상상의 거리 및 나루공연장, 진천 화랑공원, 음성 설성공원, 보은 뱃들공원, 영동 용두공원 등에서도 기념식과 다채로운 전시·체험행사가 준비된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4일 오전 11시 청남대 임시정부 광장에 맞벌이 가정과 모범 어린이 200명을 초청해 공연과 체험행사를 연다. 세종시는 세종호수공원과 이응다리에서 ‘너희가 꿈꾸는 오늘, 세종과 함께하는 미래’를 주제로 유아 댄스 공연과 청소년 케이팝 댄스 공연, 캐리와 친구들 인형극 및 팬미팅, 어린이 댄스, ‘아기돼지 삼형제’ 연극, 세종 어린이 밸리댄스 등을 연다. 또 장애물 에어바운스, 물총놀이존, 유아풀장, 날아라! 꿈풍선!, 나만의 머그컵 만들기, 페이스 페인팅, 지구 안의 곤충마을, 커피박 키링 등 체험부스와 한국 전통놀이 체험, 훈민정음 탐험단, 낭만 사진 출력소 등 부대행사도 진행된다. 세종예술의전당은 5일 뮤지컬 ‘미스터 산타클로스’를 선보인다. 강원 원주시 원주종합운동장에서는 ‘생명, 평화, 꿈’을 주제로 원주 어린이날 큰잔치가 열린다. 군악대 퍼레이드, 인형극, 저글링쇼, 어린이 벼룩시장, 영유아 달리기, 과학부스, 도예 체험 등이 진행된다. 강릉시는 종합경기장 옆 잔디광장에서 ‘그린(green)’을 주제로 ‘2023 함께 green 어린이날 행사’를 연다. 강릉 엔젤스 중창단의 어린이날 노래 합창 공연을 시작으로 공연 구역, 아트 체험 및 협력단체 구역, 놀이 구역, 먹거리 구역, 협동화 및 버스킹 구역, 책과 쉼터 구역 등 6구역으로 나눠 공연 및 체험행사를 동시에 진행한다. 춘천시 책과인쇄박물관은 3일부터 6월 11일까지 ‘다시 만난 어린이 마음’을 주제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소파 전집과 어린이 잡지 등의 아동문학 관람, 방정환의 ‘어린이 찬미’에 나오는 명문장 5종의 책갈피 만들기, 어린이 마음 놀이터 공책 만들기 등을 진행한다. 체험 프로그램은 금·토·일요일 오후에만 운영한다. 양구군에서는 어린이날부터 사흘간 곰취축제가 열린다. 산림청(청장 남성현)은 국립대전숲체원과 세종수목원, 강원 횡성 청태산 및 춘천 용화산 자연휴양림 등에서 다채로운 어린이 숲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대전숲체원에서는 탄소중립을 실천하기 위해 당일 모집한 101명의 어린이가 그린 숲속 이야기를 대전숲체원 스카이브리지에 이름과 함께 전시하는 행사를 갖는다. 세종수목원에서는 지역 예술인과 캐릭터를 활용한 무대 연출 및 포토존을 설치하고 다양한 지역 예술팀이 공연을 펼친다. 또 어린이들에게는 당일 입장료를 면제하고 직원용 주차장을 임시 주차장으로 개방한다. 이 밖에 청태산·용화산 자연휴양림에서는 어린이 등 휴양림 이용객을 대상으로 우리 가족 명패 만들기, 가족 행복 만들기 한마당, 카네이션 만들기 등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충남 서산 부석사는 2월 1일 국가(대한민국)를 상대로 낸 유체동산(금동관음보살좌상) 인도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대전고법 민사1부(부장판사 박선준)는 원심을 뒤집고 원고(부석사)가 불상 소유주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대한불교 조계종, 조선 중기 이후 서선 부석사에 대한 자료 등으로는 원고인 지금의 부석사와 불상의 원소유주로 보이는 고려시대(1330년대) 부석사가 같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부석사는 마지막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2016년 반환 소송을 제기해 2017년 1심 판결에서 승소한 부석사는 지난달 13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지금의 부석사와 고려시대 부석사의 동일성 여부를 입증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서산시는 충남도역사문화연구원과 함께 학술적 대책에 나섰다. 시는 지금과 고려시대 두 부석사의 동일성과 역사성을 입증하기 위한 긴급 고고학적 학술 및 문화재 조사에 나섰다고 1일 밝혔다. 대법원에서 같은 판결이 날 경우 가까스로 국내에 반입된 금동관음보살좌상을 다시 최근의 소장자인 일본 쓰시사섬 간논사(觀音寺)에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금동관음보살좌상은 부석사에서 1330년경 만들어졌는데 왜구에 약탈당해 1520년대부터 간논사에 보관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절도범들이 간논사에서 훔쳐 국내로 들여왔다가 검거되는 바람에 현재는 국가기관인 대전국립문화재연구소가 보관 중이다. 서산시는 부석사 사찰 전역(3만3480㎡)에 대한 지표조사를 시작으로 시굴과 발굴 조사를 벌여 두 부석사가 같은 부석사라는 입증 자료를 찾아낼 계획이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김태흠 충남도지사(사진)가 육군사관학교 충남 논산 이전 추진을 장기 과제로 돌리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 지사는 지난달 27일 충남 공주 고마아트센터 기자회견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의 면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육사 이전 공약을 중장기 과제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육사 이전은 장성급 장교 예비역 모임인 성우회 등이 거세게 반대하는 데다 국방부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육사 이전은 국민의힘 소속인 김 지사가 취임 직후부터 속도를 내온 공약이다. 이에 따라 김 지사가 이날 “육사 이전을 반드시 성사시키겠다. 임기 내에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사실상 이전이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논산이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오인환 충남도의원은 “육사 이전의 장기 과제 전환은 사실상의 공약 파기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이어 기자회견에서 “육사 이전 대신은 아니다”라면서 “이 장관으로부터 논산에 국방과학연구소(ADD) 국방미래기술연구센터 신설을 추진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39만6000㎡(약 12만 평) 부지에 3000억 원을 투입할 국방미래기술연구센터는 인공지능(AI), 로봇, 군용전지 실증센터다. 김 지사는 “국방미래기술연구센터는 여러 국방 민간 기업 등이 함께 따라올 수밖에 없는 핵심 시설이다. 국방신속획득기술연구원, 한국국방연구원, 방위사업교육원 등의 이전도 2차 공공기관 이전 때 국방부와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며 “이 같은 국방 관련 시설의 논산 이전을 통해 육사 이전과는 무관하게 논산과 계룡을 최고의 국방 클러스터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챗GPT 덕분에 잘 모르던 코딩으로 과제까지 해냈다. 감히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싶다(KAIST 석사과정 안정민 씨).” 26일 오후 6시 대전 유성구의 한 카페에선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연구하는 김정호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연구실 테라랩의 중간고사 대체 과제 발표회가 열렸다. 일부 대학이 중간고사에서 챗GPT 사용을 금지한 것과 달리 김 교수는 학생들에게 “반드시 챗GPT를 이용해 AI 반도체를 설계하라”는 과제를 냈다. 이 자리에서 발표를 맡은 안 씨는 “챗GPT를 통해 수행한 과제의 정확도는 93%였다. 그만큼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었다”며 생소한 분야의 연구라도 챗GPT를 활용해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테라랩은 졸업생의 35%가량이 구글 등 세계적인 빅테크에 진출할 만큼 학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최근에는 공학 연구에서 챗GPT와의 협업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김 교수는 “챗GPT 활용을 무조건 막을 단계는 지났다. 적어도 공학 분야에선 효과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며 “시대가 바뀐 만큼 이제 결과보다 활용 과정이나 과제 수행의 배경이 된 아이디어와 철학을 면밀히 살피는 새로운 지도 방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챗GPT 덕분에 잘 모르던 코딩으로 과제까지 해냈다. 감히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싶다(KAIST 석사과정 안정민 씨).” 26일 오후 6시 대전 유성구의 한 카페에선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연구하는 김정호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연구실 테라랩의 중간고사 대체 과제 발표회가 열렸다. 일부 대학이 과제 수행 등에서 챗GPT 사용을 금지한 것과 달리 김 교수는 학생들에게 “반드시 챗GPT를 이용해 AI 반도체를 설계하라”는 과제를 냈다. 이 자리에서 발표를 맡은 안 씨는 “챗GPT를 통해 수행한 과제의 정확도는 93%였다. 그만큼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었다”며 생소한 분야의 연구라도 챗GPT를 활용해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테라랩은 졸업생의 35%가량이 구글 등 세계적인 빅테크에 진출할 만큼 학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이번 발표회는 공학 연구에서 챗GPT와의 협업 가능성을 타진하는 실험적 시도다. 이날 네 조의 발표가 이어졌는데 발표자들은 “챗GPT가 일상 대화로 코딩을 100% 완성해 냈다”, “챗GPT가 이미 동료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과제 보고서 마지막의 공헌자 리스트에 팀원들의 이름과 함께 챗GPT를 명기한 조도 있었다. 발표 과정에서 일부 학생들은 챗GPT를 ‘협력자’, ‘파트너’, ‘엑셀러레이터(accelerlator)’ 등으로 부르고 이것과의 대화를 “교감”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챗GPT가 도구 이상의 존재로 받아 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보다 깊은 연구를 해애하는 박사과정생들은 이미 챗GPT가 연구의 파트너 라고 말한다. 박사과정생 김지훈 씨는 “듀얼 모니터의 한쪽에 챗GPT를 켜놓고 서로 대화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이번에 챗GPT를 반드시 활용하라는 과제를 낸 건 최근 대학가에서 챗GPT 활용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학교는 챗GPT 대필 가능성을 우려해 에세이 과제나 오픈북 시험을 폐지하고 현장 필기 시험으로 평가 방식을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과제를 발표한 학생들 사이에서는 “챗GPT가 종합적인 지식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준다”, “챗GPT가 상상력을 실현하는 역할을 한다”는 반응이 더 많았다. 2조 발표자인 서해석 씨는 “과제를 실제 해보니 챗GPT 창의적으로 쓰는 것이 인간의 창의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인간의 창의성도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극대화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챗GPT가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지도 방법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에서 김 교수는 지도 방식을 보여줬다. 과제 수행자들이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챗GPT를 활용했는지, 어떻게 독창적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질문을 만들었는지 세밀히 살폈다. 문제점이 발견될 때마다 질문을 던졌다. 박사과정생 여러 명을 참관 시켜 과제 발표에 대한 의문점을 지적하고 추가 연구 아이디어를 제안하도록 하기도 했다.김 교수는 “ 챗GPT 활용을 무조건 막을 단계는 지났다. 공학 분야에서도 효과적으로 챗GPT와 협력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며 “이제 과제 수행에서 챗GPT 활용 과정이나 아이디어 및 철학 등을 면밀히 살펴 조언하는 새로운 지도방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안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충무공이순신장군상에서 박경귀 충남 아산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순신 동상 친수식이 열렸다. 아산 현충사의 우물물을 길어다 광화문광장의 충무공이순신상을 씻는 행사다. 오 시장은 “광화문광장 조성 후 첫 친수식”이라며 “광장의 분수와 표지석 곳곳에 ‘12척의 배’ ‘23전 23승’ 등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상징하는 의미들이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친수식은 28∼30일 충남 아산시 이순신종합운동장 일원에서 열리는 ‘제62회 성웅 이순신 축제’의 서막인 셈이다. 행사장 한편에는 ‘28일 아트밸리 아산에서 만나요’ 현수막이 내걸렸다. 축제 슬로건은 ‘오로지 이순신만을 위한, 이순신의 도시다운 축제’로 이순신 정신의 정체성 강조에 초점이 맞춰졌다. 박 시장은 “이번 축제를 기점으로 지난 61년과는 완전히 다른 이순신 축제가 탄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축제 기간 내내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는 삼도수군통제사 사명기와 휘하 장수들의 깃발이 펄럭인다.● 시내 곳곳에서 군 의장대 공연 펼쳐져본행사는 28일 오후 아산시내 송악네거리에서 열리는 출정식과 더불어 시작된다. 전문가 자문을 거친 의복을 입고 깃발을 든 100여 명의 기마대와 기수단 행렬이다. 500여 명의 군악대와 의장대가 이 행렬을 뒤따르면서 이번에 처음 열리는 ‘아트밸리 아산 군악의장 페스티벌’을 알린다. 이번 축제기간 시내 곳곳에서는 군 의장대 공연이 펼쳐진다. 국방부의 지원 아래 국방부 전통의장대·여군의장대, 육군 양악대, 육군·해군·공군·해병대 군악·의장대, 육군사관학교 군악대, 특수전사령부 군악대, 미8군 군악대 등 총 14개 팀이 참여한다. 문화행사에는 최정상급 아티스트들이 동원됐다. ‘아메리카 갓 탤런트’ 결선에서 세계인의 갈채를 받은 세계태권도연맹 시범단이 이순신 장군의 어록인 ‘필사즉생 필생즉사’를 주제로 퍼포먼스를 벌인다. 유튜브 구독자 수만 2600만 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댄스 콘텐츠 그룹 원밀리언과 2022년 ‘스트리트 맨 파이터’ 우승팀인 저스트절크는 충무공의 대표 전술인 ‘학익진’을 모티브로 ‘학익진 스트리트 댄스’ 공연을 펼친다.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검무 공연 ‘불멸의 기개’는 이번 축제를 위해 준비된 콘텐츠다. 역시 이번 축제를 위해 창작된 국립국악원의 찬가 ‘이순신은 말한다’는 30일 폐막식에서 첫선을 보인다. 세계합창올림픽 4관왕에 빛나는 국가대표 쇼콰이어 그룹 하모나이즈가 부를 뮤지컬 ‘이순신’ 테마곡 ‘나를 태워라’는 놓쳐선 안 되는 공연이다.● ‘백의종군길 걷기’ 등 참여 행사 다채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길 전국 걷기대회’와 ‘백의종군길 전국 마라톤대회’가 대표적이다. 장군이 관직을 박탈당하고도 충성을 맹세하면서 걸었던 발자취를 더듬는다. 곡교천 일원에서는 활쏘기, 전통놀이, 전통 무관 복식체험, 말타기 등 ‘무장 이순신’ 행사가, 현충사에서는 전국 난중일기 사생대회, 전국 난중일기 백일장, 난중일기 골든벨 등이 열린다. 주무대인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는 푸드트럭 외에도 전통시장 상인회가 참여하는 푸드텐트가 운영된다. 아산시 농산물 직거래 장터와 순천향대, 호서대, 선문대 등 지역 대학 창업 동호회와 연계한 플리마켓이 열린다. 시는 1만 대 규모의 주차 공간을 확보하고 주차장과 공연장을 연결하는 4개 노선 8대의 셔틀버스를 운영한다. 박 시장은 “‘성웅 이순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이순신의 도시’ 타이틀을 다시 자리 매김시키는 품격 높은 축제로 치르겠다”고 말했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충남 천안시는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펼치고 있다. 25일 천안시에 따르면 시는 피해 유형에 따라 지원책이 달라 혼선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천안시주거복지종합지원센터와 전세피해자 맞춤형 지원 상담을 펼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구청들은 현재 부동산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무등록 또는 불법 중개행위 등을 지도·단속하고, 읍면동은 원룸과 빌라 등을 중심으로 피해자를 적극 찾아내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은 먼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전세 피해 확인서를 발급받아 저리 대출과 긴급 지원주택 등을 신청할 수 있다. 피해자들은 공공임대주택 긴급 지원주택(6개월 거주, 최대 2년)을 받거나 기초수급자, 한부모가족 등 소득 기준에 해당하거나 무주택자일 경우 무이자 전세자금대출(우리은행)을 받을 수 있다. 증빙서류 등을 금융기관(우리·KB국민·NH농협·신한·하나)에 제출하면 금리 1.2∼2.1%의 저리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천안시는 이와 함께 긴급복지지원제도로 생계비를 2회 이상 지원받은 대상자 중 한국토지주택공사(LH) 기존 주택 전세임대 연계 대상자로 선정되는 시민에게는 본인 부담금을 최대 350만 원까지 지원하는 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박상돈 시장은 “시민의 안전한 재산권 보호를 위해 앞장서고, 무엇보다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피해 유형과 예방법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겠다”고 밝혔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목원대는 학교와 깊은 인연을 지닌 윌리엄 얼 쇼 선교사(한국명 서위렴·1890∼1967·왼쪽 사진)와 아들인 윌리엄 해밀턴 쇼 대위(서위렴 2세·1922∼1950)가 ‘한미 참전용사 10대 영웅’에 선정됐다고 24일 밝혔다. 목원대에 따르면 선교사인 얼 쇼는 1921년 평양 광성보통학교에 근무하면서 학생 교육과 선교 활동을 펴다 6·25전쟁이 일어나자 주한미군에 자원입대해 군목으로 활동하면서 피란민 구호 활동도 벌였다. 한국군의 군목 제도는 그가 시발점이 됐다. 전쟁 후 1954년 목원대 전신인 ‘감리교 대전신학원’ 설립 당시 창립 이사로 참여하고 신학 교수를 지냈다. 평양에서 태어난 해밀턴 쇼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철학박사 과정을 밟던 중 6·25전쟁이 발발하자 “태어나 자란 나라의 고난을 외면할 수 없다”며 참전했다. 1944년 미국 해군 장교로 입대한 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군 복무를 마친 상태였다. 6·25전쟁 당시 미 해군에 재입대한 그는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정보 장교로 맥아더 장군을 도와 인천상륙작전 성공에 크게 기여했으나 서울 탈환 작전 때 은평구 녹번리에서 북한군의 총격에 28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한국 정부는 1956년 그에게 금성을지무공훈장을, 미국 정부는 은성훈장을 각각 추서했다. 해밀턴 쇼가 재입대할 때 부모에게 쓴 편지는 지금도 한국 전쟁사에 회자되고 있다. ‘아내와 저는 앞으로 한국에서 선교사로 봉사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을 돕지 않고 기다리면서 대신 다른 사람이 한국인을 위해 희생해 평화가 이루어지고 난 다음, 우리가 한국에 제일 먼저 달려간 선교사가 된다는 것은 아주 공정하지 못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 부자는 서울 마포구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에 영면해 있다. 얼 쇼는 아들의 죽음을 기려 모금한 뒤 1957년 목원대에 해밀턴기념예배당을 세웠다. 쇼 일가의 한국 사랑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해밀턴 쇼 대위의 아내는 자녀들과 한국에서 사회사업으로 봉사했고 3, 4대 후손들도 한국 청소년 장학사업을 벌이거나 주한미군에서 근무했다. 이희학 목원대 총장은 “해밀턴 쇼 대위의 고귀한 정신을 기리고자 매년 추모 예배를 대학에서 진행해왔다”며 “목원대는 쇼 일가의 한국 사랑과 목원대 사랑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보훈처와 한미 연합군사령부가 공동 선정한 한미 참전용사 10대 영웅에 대한 영웅담 영상은 다음 달 3일까지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송출된다. 이들 부자 외에 10대 영웅은 맥아더 유엔군 총사령관, 밴 플리트 부자, 딘 헤스 공군 대령, 랠프 퍼킷 주니어 육군 대령, 김영옥 미 육군 대령, 백선엽 육군 대장, 김두만 공군 대장, 김동석 육군 대령, 박정모 해병대 대령 등이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대전 도시철도 2호선으로 계획 중인 트램이 정부 예산 심의를 통과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착공 시기도 내년 상반기로 당초 계획보다 6개월가량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시는 완전 무가선 도입과 4개 구간 지하화 건설 등 이장우 시장이 취임한 후 수정 보완한 트램 건설 계획 예산이 중앙부처 심의를 최종 통과했다고 23일 밝혔다. 시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착공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대전 도시철도 2호선 건설 사업은 권선택 전 시장이 2014년 고가(高架)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교통수단과 건설 방식을 변경한 후 정부의 타당성 재조사 대상이 돼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다. 2019년 허태정 시장 시절 정부의 예타 면제 사업에 선정돼 사업이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전기 공급 방식 결정이 지연된 데다 사업 예산이 승인된 것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사업 추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이 시장은 취임 후 교통 혼잡 우려, 저속 논란 등 그동안 지적됐던 문제점에 대한 해소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사업 예산을 대폭 증액하는 데 성공했다. 이 시장은 2배 가까이 늘어난 사업비를 확보하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과 면담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 심의까지 거쳐 19일 국토교통부를 통해 통보된 트램 건설 총예산은 당초보다 7492억 원 늘어난 1조4091억 원 규모다. 이 예산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를 통해 최종 확정되는데, 약간의 조정도 예상된다. 2019년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결정 당시 트램 총사업비는 6639억 원이었으나 이후 6개월 동안 진행된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에서 7492억 원으로 증액됐다. 시 관계자는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는 예산이 당초보다 15% 이상 증액됐을 때 사업을 추진할지를 검토하는 타당성 재조사와는 달리, 사업 추진을 전제로 사업의 적정 규모와 효율적 대안 등을 검토하는 과정”이라며 “이에 따라 기본설계 완료 후 중지돼 있던 실시설계 등 트램 건설 사업을 위한 후속 조치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는 각종 절차 등을 신속히 진행해 당초 내년 말로 예상됐던 착공 시기를 6개월가량 앞당겨 내년 상반기에 착공하도록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이 시장은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 예산이 당초보다 전례 없이 불어났는데도 정부가 대전시 요청사항을 수용해준 데 대해 감사하다”며 “그동안 사업이 오래 지체된 만큼 대전 도심에 시민 편의를 위한 새로운 교통수단이 빨리 등장하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과학도시’ 대전의 자랑인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조성하신 분입니다. ‘과학입국’을 위해 치열한 삶을 살았죠…” 과학의 날인 21일 오전 대전 유성구 갑동 국립대전현충원 국가사회공헌자묘역. 이석봉 대전시 경제과학부시장과 ‘대전의 아들’이란 이름의 시민구단 ‘시티즌’ 서포터즈들이 최형섭 전 과학기술처(지금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묘역을 찾아 참배했다. 과학도시 대전의 청년이라면 최 장관을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이 부시장이 공동 참배를 제안했다. 과학의 날이고 올해가 대덕특구 조성 50주년이었지만 이날 묘역을 다녀간 사람은 없는 듯했다. 조금 후에 이장우 대전시장이 ‘대전시민’ 이름으로 보낸 ‘과학의 날’ 축하 화환이 도착했다. 30대 안팎 나이의 서포터즈들은 최 전 장관을 잘 알지 못했다. 최 전 장관을전에 알았느냐는 이 부시장의 질문에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보면서 머리를 긁적였다.“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7년 동안 과학기술 행정의 사령탑에서 ‘과학입국(科學立國)’을 진두지휘한 분이에요. 우리나라 최장수 장관이죠. 박 전 대통령이 과학기술의 토대롤 잡아 놓고 나가라며 놓아주지 않았죠. 그리고 대덕특구(당시 대덕연구단지) 조성 임무를 맡겼죠…” ● ‘대덕특구 조성 50주년’ 비화가 여기에…과학·산업 전문 언론인 출신인 이 부시장은 월남 파병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대덕특구 탄생 비화를 들려줬다. “미국은 처음 한국의 월남 국군 파병의 선물로 공과대학을 지어주겠다고 제안했다고 해요. 박 전 대통령은 대신 공업기술연구소를 요구했죠.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급했던 우리로서는 산업화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KIST가 만들어졌는데, 여긴 종합연구소이기 때문에 개별 전문분야의 연구소들이 필요했죠. 대덕특구가 조성돼 많은 연구소들이 생긴 배경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196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한국 경제의 체질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감했다. 우리 경제 체질의 심각성을 절감한 것은 한 연구기관장 회의였던 것으로 전한다. 언론인 조갑제 씨의 저서 ‘박정희’는 다음과 같은 숨은 이야기를 전한다. ‘박 대통령은 1965년 4월 연구소장들 초청 리셉션에서 ‘우리 기업이 스웨터를 만들어 2000만 달러나 수출했다’며 대견해 했다. 그러나 최형섭 과학기술처 장관이 일본은 이미 매년 10억 달러어치의 전자제품을 수출하고 있는데 그런 힘은 기술개발에서 나온다고 말하자 심각한 표정으로 변했다…’대덕특구는 1973년 11월 30일 연구학원도시로 지정 고시될 당시 야산과 구릉지, 포도 배 복숭아 밭이 전부이던 ‘깡촌’이었다. 그 후 50년, 우주선과 휴대전화, 반도체, 원자력 기술을 견인하는 세계적인 ‘과학기술 메카’로 상전벽해 했다. 참배자들은 최 전 장관의 비문 ‘연구자의 덕목’ 앞에서 숙연해졌다. 연구윤리 논란이 잦아지고 샐러리맨 같은 과학자들이 많아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현실에서 다시 한번 되새겨 볼 만 하다는 데 공감했다. ● 연구자 숙연하게 하는 최형섭 장관 비문 ‘학문에 거짓이 없어야 한다. 부귀영화에 집착해서는 안된다. 시간에 초연한 생활연구인이 되어야 한다. 직위에 연연하지 말고 직책에 충실해야 한다. 아는 것을 자랑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을 반성해야 한다.’ 이 부시장 일행은 이어 같은 묘역에 있는 고 최순달 전 체신부장관, 고 한필순 전 한국원자력연구소장 묘소에도 참배했다. 국립대전현충원에는 독립운동가, 애국지사, 순국선열 등의 유해가 산과 계곡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 가운데 과학기술인들이 국가사회공헌자묘역에 안치돼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이들 한국의 1세대 과학기술인들은 과학입국을 위해 독립투사 못지않게 치열한 삶을 살았던 인물들이다. 최순달 전 장관의 묘비에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TDX와 우리별 위성 개발은 …우리 과학기술계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을 심어줬다’는 추모글이 적혀 있었다. 그는 불모지였던 한국의 항공우주 분야를 개척한 선구자다. 한국 최초의 인공위성 ‘우리별 1호’는 그의 업적으로 평가 받고 있다. 1982년 초 한국전자통신연구소장 시절 이른바 ‘TDX(시분할 전자교환기) 혈서’를 정부에 보낸 일화는 너무도 유명하다. ‘연구원 일동은 신명을 바쳐 TDX 개발에 최선을 다하되 실패하면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다’는 배수진의 각오를 담았다. 그 시절에 천문학적인 액수인 240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받기 위해서는 정부에 확신을 심어줘야만 했다. 3년 만에 TDX 개발에 성공해 교환기 부족에 따른 전화 적체를 말끔히 해소했다. 이로써 한국은 통신 선진국에 진입했다. ● 독립운동 방불했던 1세대 과학자들의 삶 ‘원자력계의 대부’로 통하는 한 전 소장은 우리를 원자력 강국으로 이끈 초석을 놓았다. 그의 묘비에는 ‘에너지 자립 없는 나라의 진정한 자주독립은 없다’는 비문이 적혀 있다. 그는 1986년 12월 영광원자력발전소(현 한빛원전) 3, 4호기 원자로 계통설계를 맡은 미국의 컴버스천 엔지니어링사로 기술을 배우러 떠나는 원자력연구원 환송식에서 연구원들에게 태극기를 쥐어주면서 “한국형 원자로(경수로)는 여러분 손에 달렸다. 실패하면 아예 돌아오지 마라”고 독려를 했다고 한다. ‘대한민국 만세’ 삼창과 함께 떠난 연구원들의 기술 습득으로 우리는 원자력 강국으로 진입했다. 1971년 국방과학연구소 병참물자개발실장 시절에는 한강 백사장에서 자갈 던지기를 통해 국방과학연구소의 ‘한국형 수류탄 개발’ 미션을 수행했다. 개발비를 줄이기 위해 손의 감각이라는 원시적인 방법을 활용했지만 그 결과는 컴퓨터 시뮬레이션만큼이나 정확했다고 한다. 묘역을 함께 찾은 젊은 서포터즈들은 현충원에 이런 분들이 모셔져 있고 대덕특구에 이런 비화들이 있는지 잘 몰랐다면서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윤원중 케이에코이노솔 대표(34)는 “과학자들의 헌신으로 오늘날 우리가 이렇게 잘 살게 됐는데,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그런 혜택을 받고 자라 사실 그 고마움을 잘 몰랐다”며 “앞으로 오늘 참배하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동료들에게 적극 알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승범 세한상사 과장(32)은 “대덕이노폴리스벤처협회에서 인턴 생활을 할 때 대덕특구가 국가와 대전의 발전을 견인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었다”며 “오늘 묘역을 참배하면서 잘 몰랐던 이야기까지 알게 돼 더욱 더 마음속에 새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인천 미추홀구와 경기 화성시 동탄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부산, 경기 구리시, 대전 등에서도 전세사기 피해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2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 사상구와 부산진구, 동구에서 오피스텔 및 빌라 4동, 89채를 소유한 60대 여성 A 씨와 그의 70대 남편 B 씨가 최근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잠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입자들이 A 씨 부부에게 맡긴 전세보증금은 현재까지 파악된 것만 53억8000만 원가량이다. 이 부부는 이 주택들을 담보로 약 46억 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부부는 휴대전화를 해지하고 잠적해 세입자들이 보증금 반환을 직접 요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A 씨 부부 소유의 사상구 빌라에서 약혼자와 거주 중인 성모 씨(31)는 “3주 전 ‘임대인과 연락이 안 닿는다’는 세입자 말을 듣고 임대인에게 전화를 하니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며 “전세보증금 9000만 원 중 8000만 원이 은행 대출인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신혼집 마련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동구의 오피스텔에 거주 중인 권모 씨(29)도 올 5월 전세 계약 만기를 앞두고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A 씨 부부에게 10차례 넘게 전화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권 씨는 “계약서에 명시된 기장군 철마면의 임대인 주소지를 찾아가니 허허벌판에 지어진 비닐하우스였다”며 울상을 지었다. 경기 구리시에서도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구리경찰서는 최근 조직적으로 전세사기를 벌인 일당 20여 명을 사기 혐의 등으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500명 이상이고, 피해액은 수백억 원대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전세보증금이 매매가에 육박하는 깡통주택을 무자본 갭투자로 사들인 뒤 세입자들의 요구에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전형적 전세사기 수법을 사용한 걸로 보인다”고 했다. 대전에서도 전세사기가 발생했다는 고소가 접수됐다. 대전 서부경찰서는 다가구 주택이 모여 있는 서구 도마동·괴정동 등에서 전세사기가 발생했다는 고소가 지난달 말 접수돼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는 20여 명으로, 신고된 피해 규모는 20억 원가량이다. 피해자들은 “경찰에 접수된 피해액은 20억 원가량이지만 실제 피해는 5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하고 있다.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