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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Life’s Second Act.”(인생 2막)얼마 전 크리스마스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산타클로스로 변신했습니다. 산타 모자를 쓰고 어린이집을 찾아 선물을 나눠주고 동화책을 읽어줬습니다. 아이들은 대통령을 보자 환호성을 지르며 손을 잡아보려고 난리였습니다. 이 어린이집은 시카고의 낙후된 지역에 있는 곳입니다. 주로 흑인, 히스패닉 아이들이 많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젊은 시절 꿈은 소외된 지역 주민을 위한 활동가였습니다. 퇴임 후 그 꿈을 실천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바마 산타에 감동한 어린이집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For him to take the time to come here out of his busy schedule to read a book just shows that he is still a leader.”(바쁜 일정 중에 이곳에 와서 책을 읽어준다는 것은 그가 아직 리더라는 것을 보여준다)대통령은 세상의 모든 주목을 받는 자리입니다. 그런 대통령직에서 내려온 뒤의 삶은 허무할 수 있습니다. 6대 대통령 존 퀸시 애덤스가 한 말입니다. “There is nothing more pathetic in life than a former president”(전임 대통령의 삶보다 더 처량한 것은 없다). 하지만 은퇴 후의 삶은 계획하기 나름입니다. 56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은퇴한 오바마 대통령은 ‘하이어 그라운즈’라는 콘텐츠 회사를 만들어 양질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그가 제작한 영화들을 넷플릭스 등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산타 부캐로 변신합니다. 허무할 틈이 없습니다.요즘 많은 사람의 관심사인 은퇴 후의 삶, 또는 삶의 방향 전환을 ‘life’s second act’ ‘second act in life’라고 합니다. ‘act’는 ‘행동’이라는 뜻도 있고, 연극에서 ‘막’을 말하기도 합니다. 은퇴 후 인생이라는 연극에서 제2막이 열린다는 의미입니다. 새해를 맞아 인생 2막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대통령이라는 화려한 자리에서 내려온 뒤 어떻게 삶을 개척하는지는 국민에게 산교육이 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세컨드 액트’를 알아봤습니다. I tell all the same thing — I just want to be a one mule farmer in Virginia or Georgia or Tennessee.”(똑같은 얘기를 매번 한다 – 나는 버지니아든, 조지아든, 테네시든 노새가 끄는 농부가 되고 싶다) 미국 대통령 중에는 농촌 출신이 많습니다. 하지만 일단 정치에 발을 들여놓으면 농촌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퇴임 후 손에 흙을 묻히는 농촌 라이프로 돌아간 대통령이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입니다. 펜실베이니아 농촌 출신인 그는 집에서 키운 채소를 시장에서 팔아 학비를 마련했습니다. 연합군 총사령관 시절 자주 했던 말입니다. ‘mule’(뮬)은 노새를 말합니다. 농사를 지을 때 많이 활용합니다. ‘one-mule farmer’는 노새 한 마리로 땅을 일구는 농부를 말합니다. 소박하지만 정직한 땀의 대가를 얻는 농부의 삶이 그리웠던 것입니다. 전쟁이 끝나자 귀촌 프로젝트를 가동했습니다. 부인과 함께 농장을 보러 다녔습니다. 정착한 곳은 펜실베이니아 게티스버그. 고향 부근이자 그가 존경하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연설 장소로 유명한 곳입니다. 이곳에 23만 평의 용지를 사들였습니다. 부임지마다 옮겨 다니며 살았던 그가 최초로 소유한 집입니다. 그런데 귀촌 계획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농장 계약을 마치고 며칠 후 해리 트루먼 대통령으로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총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입니다. NATO 총장에 이어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백악관에 들어갔지만, 마음속에는 게티스버그 농장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휴가 때마다 농장을 찾았습니다.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등을 이곳으로 초청해 회담을 열었습니다. 퇴임 후 마침내 농장으로 돌아갔습니다. 종목은 소 목축. 한국에도 잘 알려진 앵거스 품종을 키웠습니다. 인생 2막에 ‘Angus Cattle Breeder’(앵거스 목축업자)로 불렸습니다. 건강 악화로 귀촌 6년만인 1966년 9만 달러에 가축을 모두 처분했습니다. 3년 뒤 세상을 떠나면서 열성을 다해 가꾼 농장을 국가에 헌납했습니다. 농장은 국가역사시설(National Historic Site)로 지정됐습니다. 아이젠하워 농장은 링컨 연설 장소와 함께 게티스버그 관광 명소로 통합니다. Two hundred gallons of Whiskey will be ready this day for your call, and the sooner it is taken the better, as the demand for this article is brisk.”(200갤런의 위스키가 오늘 너의 주문에 맞춰 준비될 것이다. 빨리 가져갈수록 좋다. 상품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지난 회에 소개했듯이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은 4년 중임, 8년 임기의 전통을 세우고 미련 없이 물러났습니다. 퇴임 후 인생 2막은 어땠을까요. 사업가로 변신했습니다. 그다지 이미지가 좋다고 할 수 없는 술 사업을 벌였습니다. 위스키 양조장을 운영했습니다. 워싱턴 대통령은 위스키와 악연이 깊었습니다. 당시 정치인들은 위스키를 유권자들에게 돌려 표를 얻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워싱턴은 신인 정치인 시절 위스키 돌리기를 거부하다가 선거에서 떨어진 전력이 있습니다. 독립전쟁 총사령관 시절에는 위스키를 마시는 군인들 때문에 근무 기강이 해이해져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당시 일기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Troops are incessantly drunk, and unfit for service”(군인들이 계속 마셔대서 근무할 수 없는 상태다). 대통령 시절에는 ‘위스키 반란’(Whisky Rebellion)을 겪었습니다. 농민들이 위스키에 부과된 세금에 반발해 폭동을 일으킨 사건입니다. 워싱턴은 대통령의 신분으로 군대를 통솔해 위스키 반란군을 강경 진압했습니다.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대통령이 직접 출정한 사건입니다. 이렇게 악연이 깊은데도 위스키 사업에 뛰어든 것은 돈에 쪼들렸기 때문입니다. 워싱턴 대통령은 은퇴 후 버지니아 근교 마운트버넌 농장으로 돌아갔습니다. 900만 평의 광활한 면적에 노예가 수천 명에 달하는 곳입니다. 엄청난 농장 운영비용을 대려면 수익성 좋은 사업이 필요했습니다. 당시 위스키 제조는 유망 사업이었습니다. 위스키를 물처럼 마셔 수요가 많았습니다. 마운트버넌 농장 관리인은 위스키의 본고장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위스키 제조 경력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관리인의 도움을 받아 워싱턴 대통령은 양조장을 버지니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성장시켰습니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사업 시작 2년 만에 1만1000갤런의 위스키를 판매해 연 7500달러의 수입을 올렸습니다. 오늘날로 치면 15만 달러(2억 원)입니다. 국정 운영이건 기업 운영이건 한번 시작하면 전력을 다하는 것이 워싱턴 대통령의 성격입니다. 사업 시작 2년 후 위스키 판매업을 하는 조카에게 보낸 편지에서 정치인이 아닌 사업가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여기서 ‘article’은 ‘기사’라는 뜻이 아니고 ‘물건’이라는 뜻입니다. ‘brisk’는 ‘바람이 불다’라는 뜻입니다. 순풍에 돛단 듯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brisk demand’라고 합니다. 워싱턴 대통령이 운영했던 마운트버넌 양조장은 오늘날까지 보존돼 관광객들이 위스키를 시음하고 구입할 수 있습니다.If I had to choose between four more years and the Carter Center, I think I would choose the Carter Center.”(만약 재선과 카터 센터 중에서 하나를 택하라면 카터 센터를 택하겠다)대통령학 연구기관인 버지니아대 밀러 센터는 재임 때보다 퇴임 후에 더 빛난 대통령으로 지미 카터 대통령을 꼽았습니다. 카터 대통령 때문에 새로운 명칭까지 생겨났습니다. ‘great ex-president’(위대한 전임 대통령). 은퇴 계획을 철저히 세운 덕분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은퇴를 맞았습니다. 2015년 자서전에서 물러날 때의 기분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When we came home, I had no idea what I would do with the rest of my life.”(퇴임 후 집에 돌아왔을 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모든 대통령은 은퇴 라이프를 자서전 집필과 대통령 도서관 건립 계획으로 시작합니다. 카터 대통령은 이 과정을 단순한 업적 과시가 아닌 냉철한 장단점 분석의 기회로 삼았습니다. 어느 날 밤 몇 시간을 자고 난 뒤 이런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고 합니다. “I would not just build a presidential library, but would set myself up as a freelance global mediator, statesman and global health advocate.”(대통령 도서관을 짓는데 그치지 않고 프리랜서 글로벌 중재자, 원로, 보건 활동가가 되겠다) 자신의 강점인 인권정책, 중동협상 중재 경험 등을 바탕으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렇게 해서 고향 조지아주에 비정부기구 카터 센터가 탄생했습니다. 퇴임 1년 뒤인 1982년 착공해 1986년 문을 열었습니다. 이곳을 배경으로 수많은 내전을 중재하고 독재 국가들을 방문해 담판을 벌였습니다. 2015년 자서전 출간 기자회견에서 한 말입니다. 카터 센터가 4년 단임 대통령으로 끝난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라는 것입니다.명언의 품격단조로운 업무 반복이 많은 현대인들은 은퇴 후 흥미진진한 일을 원합니다. 전 세계를 누비는 꿈을 꿉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이런 꿈을 현실로 옮긴 대통령이 있습니다. 시어도어(테디) 루즈벨트 대통령입니다.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에서 로빈 윌리엄스가 맡은 역할입니다. 그는 대통령 임기가 끝나자마자 탐험가가 변신했습니다. 미국 역사에는 2명의 유명한 루즈벨트가 있습니다. 시어도어 루즈벨트와 프랭클린 루즈벨트입니다. 시어도어가 프랭클린의 12촌 형입니다. 루즈벨트 가문은 권력 욕심이 많은지 2명의 루즈벨트 모두 8년 대통령 임기가 끝나자 3선에 도전했습니다. 프랭클린은 성공했고 시어도어는 실패했습니다. 55세에 은퇴 생활을 시작한 시어도어 대통령은 답답했습니다. 마침 아르헨티나로부터 강연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아르헨티나에 가는 김에 브라질 아마존 여행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시어도어 대통령은 브라질의 유명 탐험가 칸디두 론돈 장군을 가이드로 고용했습니다. 이들의 아마존 여행을 ‘루즈벨트-론돈 과학 탐사’(Roosevelt–Rondon Scientific Expedition)라고 부릅니다. 주변에서 뜯어말렸습니다. 탐사하려는 아마존 다우트강 일대는 악어와 피라냐가 우글거리고, 원주민이 위협하는 곳이었습니다. 고집불통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It is my last chance to be a boy.”(내가 소년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소년의 모험심을 펼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입니다. ‘My Last Chance to Be a Boy’ 구절은 나중에 시어도어 대통령의 아마존 탐사를 기록한 책의 제목이 됐습니다. 3개월간의 아마존 탐사는 흥미진진함을 넘어 목숨을 건 여행이었습니다. 말라리아에 걸려 고생하고,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여행이 끝났을 때 몸무게의 4분의 1(23kg)이 줄었습니다. 그래도 일생의 업적으로 탐사를 자랑스러워했습니다. 브라질 정부에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It was a hard and somewhat dangerous, but very successful trip”(힘들고 약간 위험했지만, 매우 성공적인 여행이었다). 브라질 정부는 다우트강의 이름을 루즈벨트강으로 바꿨습니다. 대부분 대통령은 퇴임 후 정치 강연을 하러 다니지만,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은 탐사기 강연을 하러 다녔습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디즈니 인기 캐릭터 미키마우스가 올해 1월 1일부터 저작권이 풀렸습니다. 95년만입니다. 이제 누구나 걱정 없이 자신의 창작물에 미키마우스를 가져다 쓸 수 있습니다. 이번에 저작권이 해제된 미키마우스는 오리지널 버전입니다. 1928년 디즈니 영화 ‘Steamboat Willie’(증기선 윌리)에 나온 좀 더 쥐 같이 생겼고 홀쭉한 미키마우스를 말합니다. ‘young Mickey’(젊은 미키)라고 불리는 버전입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통통하고 귀여운 미키마우스는 1940년대 만들어진 버전으로 아직 저작권이 살아 있습니다. 미국은 저작권 보호가 철저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미키마우스 같은 국민 캐릭터는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저작권 보호 기간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그렇게 주장하는 저작권 자유화 운동가 코리 닥터로우 씨는 미키마우스 저작권 해제 소식이 전해지자 이렇게 기뻐했습니다.Now, the audience is going to set the terms.”(이제부터는 관객이 조건을 정한다)‘term’(텀)은 ‘기간’ ‘학기’ ‘용어’ 등 뜻이 다양합니다. 동사로도 씁니다. ‘be termed’는 ‘불리다’라는 뜻입니다. “He has been termed the father of modern science”는 “그는 현대과학의 아버지로 불린다”라는 뜻입니다. 닥터로우 씨는 ‘terms’(텀즈)라는 복수형을 썼습니다. ‘조건’이라는 뜻이 됩니다. 계약이 성사되는 조건을 말합니다. 미국에서 물건을 사면 사용설명서나 영수증 아래쪽에 ‘Terms and Conditions’라는 제목으로 깨알같이 적힌 내용이 나옵니다. 구매에 따른 조건들을 명시한 것입니다.‘set the terms’는 ‘조건을 정하다’라는 뜻입니다. 지금까지는 디즈니가 미키마우스 사용 조건을 정했다면 지금부터는 관객이 정한다는 것입니다, ‘관객이 주도권을 쥔다’ ‘관객 마음이다’라는 의미입니다. ‘set the terms’와 비슷한 ‘come to terms’도 미국인들이 즐겨 씁니다. ‘조건으로 오다’ ‘받아들이다’라는 뜻입니다. 뒤에는 비극을 의미하는 단어들이 와서 ‘come to terms with death’(죽음을 받아들이다) ‘come to terms with loss’(상실을 받아들이다) 등이 있습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11월 20일 소개된 미셸 오바마 여사의 자서전에 관한 내용입니다, 은퇴 후의 삶에 대비해야 하는 것은 대통령뿐만이 아닙니다. 퍼스트레이디도 해당합니다. 백악관 생활 은퇴 후 자신의 삶을 찾아 알차게 꾸려나가는 퍼스트레이디가 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과 미셸 오바마 여사가 대표적입니다. 힐러리 여사는 능력 있는 정치인이 됐고, 미셸 여사는 저술가, 강연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자서전 ‘Becoming’(비커밍)은 미셸 여사의 인생 2막을 알리는 작품이었습니다.▶2018년 11월 20일자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의 자서전이 연일 미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내용은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습니다. 흥미로운 문장들이 많이 나와 있어 영어 공부에도 좋습니다.Inequality seems as American as apple pie.”(불평등은 애플파이만큼 미국적이다) 미셸 여사는 미국의 인종갈등을 얘기하면서 애플파이에 비유했습니다. 미국인들은 자기 나라를 애플파이에 비교하기를 좋아합니다. 유럽은 파이 재료로 고기를 넣는 반면 초기 미국인들은 사과를 넣은 데서 비롯됐습니다. 사과는 미국 어느 지역에서나 재배되는 흔한 과일입니다. 유럽에 대항해 당당한 독립국으로 만들었다는 자존심의 상징이 바로 애플파이입니다. 애플파이가 자랑스러운 전통이라면 수치스러운 전통으로 인종적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I think I have as much of a chance of dancing in the Bolshoi Ballet in 2020 as the likelihood of her running for office.”(그녀의 공직 출마는 2020년 내가 볼쇼이 발레단에서 춤을 추고 있을 가능성과 비슷하다)미셸 여사는 자서전에서 “공직(대통령직)에 출마할 의도가 없다. 전혀”라고 딱 잘라 말했습니다. 미셸 여사와 친한 데이비드 액설로드 전 백악관 수석 고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녀의 대선 출마가 자신의 볼쇼이 발레단 출연만큼 가능성이 없다는 것입니다.You may live in the world as it is, but you can still work to create the world as it should be.”(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에서 살아가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수는 있다)오바마 대통령은 하버드대 법대 졸업 후 시카고 빈민가로 돌아와 지역 주민들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과 사귀고 있던 미셸 여사는 “대형 로펌에 취직할 수 있는데 왜 이런 희망 없는 곳으로 돌아왔느냐”라고 물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대답입니다. 미셸 여사는 이 말을 듣고 남편을 존경하게 됐다고 합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He often loses his audience.”(그는 자주 관중을 잃는다)202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미국 대선이 있는 해입니다. 선거 유세 때문에 조 바이든 대통령을 연설 무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해가 될 것입니다. 한 전문가는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 실력을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lose’는 ’잃다’라는 뜻입니다. 여기에는 ‘말의 방향성을 잃다’라는 뜻도 포함됩니다. 대화할 때 횡설수설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럴 때는 “you’ve lost me”라고 충고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너는 나를 잃어버렸다’는 ‘나는 네가 하는 말을 못 따라가겠다’라는 것입니다. “I can’t follow what you’re saying”이라는 뜻입니다.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산만하기 때문입니다.좋은 연설은 끝까지 관중을 잃지 않는 연설입니다. 미국에는 그런 연설 실력을 갖춘 대통령이 7명 정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평가를 종합하면 조지 워싱턴, 에이브러햄 링컨, 프랭클린 루즈벨트, 존 F 케네디,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아니어도 연설력이 뛰어난 명사들은 차고 넘칩니다. 최고의 연설로 평가받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I have a dream’ 연설이 대표적입니다. 미국 역사에 남는 명사들의 연설을 알아봤습니다. 자기 의견을 밝혀야 하는 기회가 많은 요즘 참고할만한 연설들입니다. My faith in the Constitution is whole, it is complete, it is total.”(헌법에 대한 나의 믿음은 온전하고 완전하고 전면적이다)연설 전문가 137명으로 구성된 연구단체 ‘아메리칸 레토릭’이 꼽은 ‘20세기를 만든 연설 100선’ 20위 안에 여성의 이름이 들어간 것은 딱 2번입니다. 5위와 13위로, 모두 바바라 조던이라는 여성입니다. 명연설로 소문이 자자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유엔 여성인권 연설(35위)을 가뿐히 누른 조던은 누구일까요. 1970년대 활동한 텍사스 출신의 흑인 여성 하원의원입니다. 1976년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이 5위, 1974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 탄핵 청문회 연설이 13위에 올랐습니다. 조던 의원이 전국 무대에 혜성처럼 등장한 1974년 닉슨 청문회 연설을 보겠습니다. 탄핵의 법적 정당성을 따지는 하원 법사청문회 개회를 알리는 연설이었습니다. 13분간의 짧은 연설로 ‘speech’(연설)이 아닌 ‘statement’(성명)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조던 같은 초선 의원이 청문회 개회 연설을 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녀의 연설을 눈여겨보던 동향 텍사스 출신의 린든 존슨 대통령이 적극 천거한 덕분에 저녁 9시 프라임타임 연설자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무명의 정치인 조던 의원은 우선 자신을 알려야 했습니다. ‘인종차별이 심한 남부 출신으로 역경을 딛고 이 자리에 섰다’라는 식상한 소개로는 주목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과감한 도입부를 선택했습니다. 조지 워싱턴, 알렉산더 해밀턴 등 건국의 주역들이 ‘We the People’ 서문으로 시작하는 헌법을 만들 때 ‘we’에 “실수로 나를 빠트린 줄 알았다”라는 소개로 초기 헌법에 나왔던 ‘5분의 3 조항’을 은근히 비꼬았습니다. 흑인 노예를 백인 자유인의 5분의 3 취급을 하는 독소 조항입니다. 이런 조항이 있는 줄도 몰랐던 관중들은 단번에 그녀를 주목했습니다. 핵심 구절입니다. 차별의 역사를 살아온 자신과 같은 흑인 여성에게도 헌법에 대한 믿음은 절대적이라는 것입니다. 비슷한 의미의 ‘whole’ ‘complete’ ‘total’을 반복적으로 쓰는 강조 화법입니다. 헌법 앞에서 대통령이든 누구든 평등하다는 메시지입니다. 닉슨 대통령 탄핵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었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좋은 연설은 듣는 사람이 논리적으로 추론할 여지를 줘야 합니다. 조던 의원의 연설 실력은 대학 시절부터 명성이 자자했습니다. 텍사스 오스틴대에 입학하고 싶었지만 인종분리 정책 때문에 흑인 대학인 텍사스서던대에 들어갔습니다. 학교를 대표하는 디베이터(토론자)로 활동하며 예일대, 브라운대를 꺾고 하버드대와 동률을 이룬 실력입니다.I am tired of fighting.”(싸우는 데 지쳤다)미국인들의 티셔츠나 머그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친숙한 인디언 원주민 얼굴이 있습니다. 네즈퍼스 족을 이끈 조셉 추장입니다. 그의 원래 이름은 ‘Thunder Rolling in the Mountains’(산에 치는 천둥)이라는 뜻으로 ‘조셉’은 나중에 백인 선교사가 지어준 것입니다. 대대로 오리건 왈로와 지역에 살아온 네즈퍼스족은 미국 정부로부터 아이다호 이주 명령을 받았습니다. 협상 과정에서 네즈퍼스족 젊은이들이 백인 주민들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조셉 추장이 이끄는 300명의 네즈퍼스족은 북쪽을 향해 머나먼 도피 길에 나섰습니다. 조셉 추장은 도피 과정에서 백인 포로들을 정중히 대해 신망을 얻었습니다. 1877년 캐나다 국경을 65km 앞두고 몬태나 산에서 추위와 굶주림 때문에 3개월간의 도피 여정은 막을 내렸습니다. 조셉 추장이 현장에서 작성한 7줄짜리 즉석 항복문은 역사상 가장 뛰어난 연설 중의 하나로 꼽힙니다. 인디언 언어로 말한 것을 백인 군인이 영어로 바꿨습니다. “나는 싸우는데 지쳤다”라는 진솔한 도입부로 시작합니다. 마지막 구절에서 전투 의지가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From where the sun now stands I will fight no more forever.”(지금 태양이 비추는 곳에서 나는 영원히 더는 싸우지 않을 것이다)일반적인 연설 공식에서 벗어난 독특한 고백 화법의 항복문으로 조셉 추장은 ‘셀럽’이 됐습니다. 당시 러더퍼드 헤이즈 대통령까지 만났습니다. 그의 의회 연설은 기립박수를 받았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웨스트포인트(육군사관학교)에서 배운 것 같은 탁월한 리더십의 소유자”라고 치켜세웠습니다. 하지만 새로 이주한 거주 환경은 그에게 위안이 되지 못했습니다. 원래 살던 왈로와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임종을 지켜본 백인 의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Chief Joseph died of a broken heart.”(조셉 추장은 상심해 사망했다)Fans, for the past two weeks you have been reading about the bad break I got. Yet today I consider myself the luckiest man on the face of this earth.”(팬들이여, 지난 두 주 동안 나의 고난에 대해 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나는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1939년 7월 4일 독립기념일 야구선수 루 게릭이 뉴욕 양키스 구장에 나왔습니다. 37세의 젊은 나이에 은퇴식을 하러 나온 것입니다. 근위축성 측색경화증(ALS) 진단을 받은 직후였습니다. 이후 ‘루게릭병’이라는 불리게 되는 전신 마비 질환입니다. ALS 진단과 함께 2130 경기 연속 출장 기록도 막을 내렸습니다. 은퇴식은 선물 증정식, 동료 격려사, 본인 고별사 순으로 진행됐습니다. 어린아이로부터 청소부, 퇴역군인까지 각계각층의 팬들로부터 선물이 쏟아졌습니다. 루 게릭은 선물더미를 들고 있을 힘조차 없어 곧바로 내려놓았습니다. 뉴욕 시장, 양키스 구단주, 동료 베이브 루스의 격려사에 이어 루 게릭이 마이크 앞에 섰습니다.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린 연설 첫 부분입니다. ‘break’은 ‘중단’이라는 뜻입니다. ‘휴식’ ‘휴가’를 말하기도 합니다. 여기서는 ‘bad break’이니까 ‘나쁜 중단,’ 즉 ALS 병을 말합니다. 그런데도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얼굴’은 ‘face’의 아주 일부분의 뜻입니다. ‘표면’ 또는 ‘대하다’라는 뜻으로도 많이 씁니다. ‘face reality’는 ‘현실을 직시하다’입니다. ‘on the face of the earth’는 ‘지구의 표면상에서’ ‘in the world’(세상에서)와 같습니다.미국인들이 이 연설을 좋아하는 것은 겸손의 표본이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인 연설이지만 루 게릭 목소리가 실린 연설 전문(full text)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잘린 필름 형태로 앞쪽 문장 3개와 마지막 문장 1개 정도가 보존돼 있습니다. 신문 잡지 등에 부분적으로 보도된 것들을 모아 나중에 연설문이 만들어졌습니다. 연설 2년 뒤 루 게릭은 세상을 떠났습니다.명언의 품격‘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말이 있지만 한참 권력을 손에 쥐었을 때 자발적으로 내려오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습니다. 미국인들이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을 존경하는 이유는 내려올 때를 아는 지도자이기 때문입니다. 워싱턴 대통령은 평생 3개의 중요 직위에서 자진 사퇴했습니다. 대륙군 총사령관, 제헌회의 의장, 대통령입니다. 사퇴는 더 큰 권력을 얻기 위한 포석이 아니었습니다. 권력에서 내려온 뒤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갔습니다. 총사령관에서 사임할 때 워싱턴 장군은 떠오르는 정치 스타였습니다. 1783년 의회 연설을 통해 사임 의사를 밝혔습니다. 독립전쟁을 승리를 이끌고 8년 동안 군 책임자 임무를 수행한 것을 본인의 공이 아닌 국가의 업적으로 돌렸습니다. 널리 인용되는 구절입니다.I resign with satisfaction the Appointment I accepted with diffidence. A diffidence in my abilities to accomplish so arduous a task, which however was superseded by a confidence in the rectitude of our Cause, the support of the Supreme Power of the Union, and the patronage of Heaven.”(나는 조심스럽게 받아들였던 임무에서 만족스럽게 사퇴합니다. 어려운 과업을 수행할 수 없다는 자신감 부족은 우리 명분의 올바름, 연방의 절대적인 지지, 하늘의 보살핌에 대한 확신으로 대체됐습니다) ‘confidence’(확신)와 ‘diffidence’(소심)를 대비시켰습니다. ‘diffidence’는 자신의 능력, ‘confidence’는 주변의 도움을 가리킵니다. 연설하는 워싱턴의 목소리는 떨렸다고 당시 기록은 적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사임 결정은 바다 건너 영국에서도 화제가 됐습니다. 조지 3세 영국 국왕은 이렇게 존경심을 표했습니다. “If Washington does that, he will be the greatest man in the world.”(만약 워싱턴이 물러난다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이다) 당시 영국에 머물던 미국 화가 존 트럼벌도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나중에 트럼벌은 미국 정부로부터 건국 역사를 상징하는 4대 명장면을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그는 독립선언, 영국군 항복 등과 함께 워싱턴 사임 연설 장면을 꼽았습니다. ‘Washington Resigning his Military Commission’(군사령관을 사퇴하는 워싱턴)이라는 제목의 그림은 오늘날까지 미 의회 건물 1층에 걸려있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절친으로 통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권력에서 내려오자 그 역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기회가 줄었습니다. 최근 그레이엄 의원이 뉴욕에 대해 전쟁을 선포해 화제입니다. X(옛 트위터)에 올린 메시지입니다. “This is war.”(이건 전쟁이다) 중대한 안보 문제인가 싶었는데 ‘Chick-fil-A’라는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때문입니다. 우선 발음부터 보겠습니다, 미국에 여행 가서 치킨 샌드위치로 유명한 이 레스토랑의 정확한 발음을 몰라 난감해하는 한국인들이 있습니다. ‘칙필레이’라고 합니다. ‘chicken’(닭)의 ‘chick’과 ‘살코기’를 뜻하는 ‘fillet’(필레이)를 살짝 비튼 ‘fil-A’(필-에이)를 합친 것입니다. ‘A’는 A등급 닭고기만을 사용한다는 의미라고도 합니다. 남부 조지아주에서 출발한 칙필레이의 독특한 점은 창업주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서 일요일, 크리스마스, 추수감사절 등에 영업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요일과 공휴일에 문을 닫는 것은 엄청난 수익 손실이지만 칙필레이가 60년 넘게 지켜온 전통입니다. 최근 뉴욕주 의회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고속도로 휴게소 레스토랑들은 주 7일 영업하라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그중에는 칙필레이 매장도 다수 포함됩니다. 일요일에 문을 열라는 것은 칙필레이의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일입니다. 칙필레이 단골이자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자 조지아주 옆 동네인 사우스캐롤라이나 출신인 그레이엄 의원이 나선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New York is off base.”(뉴욕이 틀렸다)공간을 나타내는 명사 앞에 ‘off’가 나오면 ‘벗어나다’라는 뜻입니다. ‘the car is off the road’는 ‘차가 도로에서 벗어났다’라는 뜻입니다. ‘off base’는 ‘베이스에서 벗어나다’라는 뜻입니다. 야구에서 유래했습니다. 선수는 베이스에 발을 붙이고 있어야 합니다. 베이스에서 벗어나면 잘못된 것, 틀린 것입니다. 뉴욕주 당국이 ‘잘못 생각하고 있다’라는 의미입니다. 미국인들이 중시하는 종교의 자유, 경제활동에 대한 정부 간섭의 범위에서 논란이 됩니다.그레이엄 의원은 영업 의무화 법안을 무효화하지 않으면 뉴욕에 대한 재정 지원을 줄이겠다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상원 예산위원회, 세출위원회 소속인 그는 그럴만한 권력이 있습니다. 관광 활성화를 위해 법안을 발의했던 뉴욕주 의원은 반발에 부딪히자 공익을 내세웠습니다. “To find one of the restaurants closed on the Thruway is just not in the public good.”(뉴욕으로 통하는 스루웨이 도로의 레스토랑이 문을 닫는 것은 공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2년 1월 3일 소개된 새해 명언에 관한 내용입니다. ‘새해 결심’을 ‘new year’s resolution’이라고 합니다. ‘운동을 한다’ ‘취미생활을 한다’ ‘담배를 끟는다’ 등 결심은 다양합니다. 이것들이 단기 목표라면 장기적으로 삶의 방향을 잡아줄 줄 명언들도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지도자들이 전하는 새해 명언들입니다.▶2022년 1월 3일자한 해를 시작하는 지금 세계적인 명사와 현인들의 새해 덕담을 준비했습니다. 희망찬 새해를 맞고 싶다면 한 번쯤 귀 기울여 들어볼 만한 지혜의 구절들입니다,It always seems impossible until it′s done.”(이루기 전까지는 언제나 불가능하게 보인다) 수많은 난관을 헤치고 세계 인권운동의 상징이 된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남긴 말입니다. 그가 종신형을 받고 27년간 감옥에서 지내면서 지지자들과 주고받은 편지에서 나온 구절입니다. 도전하기 전까지 산은 너무 높아 보이지만 일단 발을 떼고 올라가기 시작하면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미리부터 겁먹고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Don′t be afraid to give up the good to go for the great.”(좋음을 포기하고, 위대함을 향해 나아가라)미국의 석유황제 존 D 록펠러의 명언입니다. 그에게 재산 축적이 ‘좋음’(the good)이었다면 부를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깨달음은 ‘위대함’(the great)이었습니다. 좋은 지도자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대한 지도자는 나오기 힘듭니다. 넬슨 만델라, 마틴 루터킹, 마하트마 간디 등이 위대한 지도자입니다.Every single year, we′re a different person. I don′t think we′re the same person all of our lives.”(매년 우리는 다른 사람이다. 일생 같은 자리에서 머무르는 사람은 없다)우리 시대의 위대한 이야기꾼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감독이 한 말입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해 매일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가끔 뒤돌아보며 자신이 이뤄놓은 성과를 칭찬하는 격려도 중요합니다.The secret of change is to focus all of your energy, not on fighting the old, but on building the new.”(변화의 비결은 과거를 놓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향해 나아가는 데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다) 미래 지향적 인간이 되라고 소크라테스가 오래전에 남긴 교훈입니다. 과거에 얽매이면 미래를 향한 동력을 잃게 된다는 의미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청년 3명이 의기투합했다.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나는 현실에서 “우리는 귀농 성공 신화를 써보자”며 뭉쳤다. 2021년 경남 거창의 딸기 농장 ‘될농’은 그렇게 탄생했다. 이건희 대표(31)는 3명이 도모했던 미래를 ‘될농 도원결의’라고 불렀다. 될농은 이 대표가 경영 전반을 맡고 있다. ‘이박사’로 통하는 이윤성 씨는 기술 개발, ‘김피디’ 김범중 씨는 홍보를 책임진다. 이들은 농협중앙회 청년 농부사관학교에서 만난 스터디그룹 멤버들이다. 농장과 10분 거리의 숙소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일도 같이, 잠도 같이’ 체제다. 숙소 1층을 사무실로 쓰고 있다. 3인 체제는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는 의미라고 이 대표는 말했다. “처음 될농이 거창에 터를 잡던 날 마을의 구경거리였습니다. 주민들이 마당에 들어와 구경하고 갔습니다. 청년 3명이 한꺼번에 농촌 마을에 들어오니 호기심의 대상이었죠.” 될농 3인방은 청년 특유의 싹싹함으로 농촌 생활을 개척했다. 간단한 전기 공사를 해주고 무거운 짐도 나르면서 먼저 다가가자 마을 주민들도 마음을 열었다. “‘청년들이 오니 마을이 생기가 돈다’라는 얘기를 들을 때 귀농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될농은 딸기가 주 작물이다. 딸기는 1차 농산물 그 자체로도 건강하고 맛있지만 2차 가공을 통해 색다른 맛과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농장 체험 등에 활용하기에 적절한 품목이기 때문이다. 빨리 수확할 수 있는 작물이라 돈의 회전도 빠르다. 재배 난도가 높지만, 빅데이터 스마트팜 활용도가 높은 작물이라는 점도 딸기를 선택한 이유다. 대학원에서 정보통신과 빅데이터를 전공한 이 대표는 스마트팜을 작물 재배에 연계하는 데 나름 자신이 있다. 현재 될농은 인공지능(AI) 카메라, 온습도 센서, 광센서, 배액센서, 실시간 데이터 및 영상 저장 등의 기능을 갖춘 2.5세대 스마트팜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팜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이 대표는 2년간 발로 뛰며 현장을 배웠다. “농업에 대한 기초 이해와 딸기에 대한 교육을 받았고, 전문 딸기 농업회사에도 근무하며 배웠습니다. 오랫동안 준비했지만 처음 딸기를 심던 날은 너무 긴장해서 밤잠을 설치기까지 했습니다.” 거창에 귀농해 처음 가공한 딸기청, 딸기잼, 딸기라테를 들고 무작정 플리마켓에 참여하기도 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 될농을 홍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뭘 준비해야 하는지, 어떻게 고객을 응대해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플리마켓의 다른 판매자들이 상품 진열, 고객 소통 방법 등을 아낌없이 알려주셨습니다. 덕분에 딸기라테 200병을 팔았습니다.” 이 대표와 같은 창업농은 처음 작물을 재배해 판매하기 전까지 수익이 없다. 이럴 때 영농정착지원금은 가뭄 속 단비와 같았다. “초기에는 기자재들이 부족했습니다. 영농정착지원금은 주로 기자재를 사는 데 사용했습니다.” 이 대표는 농사라는 본업뿐 아니라 각종 사회활동으로 분주하다. 경남 영상기자단, 경남 SNS 기자단, 거창군 마을기자단, 거창군 작은학교 교사, 거창군 청춘창고 매니저, 거창청년공동체 ‘잇다’ 총괄책임자 등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바쁜 대외 활동을 벌이는 이유에 대해 “농촌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농촌에 살면 농사 외에 남는 시간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쉬면서 보냈지만, 농촌 생활의 가장 부족한 부분이 정보라는 것을 깨닫고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활동에 적극 참여하게 됐습니다.” 경북대와 충남대 현장강사단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체험 사례 공유, 스마트팜 환경 관리, 최신 농업 추세 등 요즘 청중의 관심사에 맞춰 강연한다. 욕심이 많은 이 대표는 농업 관련 대학원 진학, 마이스터 과정, 귀농 닥터까지 준비하고 있다. 우선 계획은 육묘장 경영이다. 육묘는 딸기를 모종 형태로 판매하는 것이다. “딸기를 재배 작물로 선택하는 농가가 많습니다. 실제로 딸기 농장은 늘고 있지만 육묘업은 비교적 적습니다. 모종 재배가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최첨단 육묘장을 만들어 다른 딸기 농장들에 육묘를 판매할 계획입니다. 딸기를 활용한 체험카페, 가공 공장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현재 될농의 판매 경로는 직거래가 60%, 서울가락시장이 40%를 차지하고 있다. 직거래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판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농협몰 등의 방식이다. 창농 첫해인 2021년 1억 원 정도 올렸던 수익은 2022년 1억5000만 원, 2023년 2억5000만 원으로 순조롭게 상승했다. 이 대표는 3년 안에 K딸기를 수출한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싱가포르 수출을 목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농약 잔류물 검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농사를 지으며 나 혼자 잘사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될농만 잘되는 것이 아니라 주변 농업인과 농업을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을 도우며 선도하는 것이야말로 제가 꿈꾸는 미래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농림축산식품부는 청년들의 농업 분야 진입과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주요 사업들을 2024년부터 더욱 강화한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2023년부터 청년농업인을 지원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청년농업인들에게 필요한 초기소득, 농지, 자금 등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주요 사업들의 2024년 지원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초기 소득: 농식품부는 신규 또는 영농 경력 3년 이하 청년농업인을 대상으로 정착지원금을 지급하는 ‘영농정착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사업 대상으로 선정되면 최장 3년간 월 최대 110만 원의 지원금을 받게 된다. 2023년에는 4000명을 신규 지원했으며, 2024년에는 청년농업인 지원 규모가 2023년보다 1000명 늘어난 5000명이다. ● 농지: 청년농업인들에게 공급 가능한 농지 물량도 올해부터 대폭 확대될 예정이다. 공공임대(1875ha→2500ha), 농지매매(320ha→380ha), 임차임대(538ha→1250ha), 선임대후매도(20ha→40ha), 청년창업형 스마트농업단지(6ha→40ha) 지원 물량이 확대된다. 자금력이 부족한 청년농업인의 농지 취득을 지원하기 위해 농지 매입자금의 지원 단가도 상향(ha당 2억5400만 원→2억6700만 원)된다. 청년농업인들의 수요에 부합하는 농지 공급이 더욱 확대돼 농업 분야 창업 여건이 개선될 수 있다. ● 자금: 청년농업인을 대상으로 하는 ‘영파머스 펀드’의 조성액 규모도 확대된다. 2023년에는 조성 규모가 150억 원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200억 원으로 확대된다. 유망한 청년농업법인에 대한 펀드 지원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청년농업인에 대한 우대보증이 2023년 10월부터 최대 5억 원으로 강화됐다. 2024년에는 청년농업인에 대한 보증 지원이 더욱 원활해질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는 “농업 분야에서 청년들의 새로운 도전을 지속할 수 있도록 청년들의 영농 진입과 정착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In my next life, I’m living in St Croix.”(다음 생에는 세인트 크로이 섬에서 살겠다)며칠 후 2024년 새해를 맞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새해맞이는 매년 비슷합니다. 정치에서 벗어나 카리브해의 휴양지 버진아일랜드로 휴가를 갑니다. 자식 손주 모두 데리고 가서 자전거도 타고 골프도 치면서 보냅니다. 버진아일랜드의 세인트 크로이(St. Croix) 섬이 얼마나 좋은지 다음 생에는 이곳에서 살겠다고 할 정도입니다.연말이 되면 백악관 기자들은 대통령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How will you ring in the new year?” ‘ring’은 ‘종을 치다’라는 뜻입니다. “당신은 어떻게 새해에 종을 칠겁니까”라는 뜻일까요. 아닙니다. ‘ring in the new year’는 ‘새해를 맞는다’라는 뜻입니다. 과거 새해를 맞을 때 교회에서 종을 친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year’를 생략한 ‘ring out the old, ring in the new’라는 단어도 연말연시에 나오는 단골 단어입니다.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라는 뜻입니다. 기자들은 대통령에게 12월 31일 어떻게 보낼 것인지 묻는 겁니다.12월 31일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아쉬움과 다음 해를 맞는 기대감이 교차하는 날입니다. 대통령은 이날을 어떻게 보낼까요. 바이든 대통령처럼 휴가지에서 맞을 수도 있고, 이곳저곳에서 열리는 연말 파티에 참석하느라 분주한 대통령도 있습니다. 일 삼매경에 빠져 새해가 밝는지도 모르는 대통령도 있습니다. 대통령의 새해맞이 방법을 알아봤습니다.Thanks to you, they got a shot.”(여러분 덕분에 그들은 기회를 얻었다)대통령이 가장 훈훈하게 명절을 보내는 방법은 해외 주둔 장병들을 찾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미국 대통령들은 추수감사절을 택해 이런 행사를 엽니다. 미국에서 가족의 개념이 부각되는 명절은 역시 추수감사절입니다. 12월 31일에 해외 장병들을 찾은 대통령은 한 명 있습니다. ‘아버지 부시’로 불리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1992년 마지막 날 아프리카 소말리아를 깜짝 방문했습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대선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패한 상태였습니다. 퇴임을 앞두고 어수선한 시점에 전쟁이 벌어지는 위험한 나라를 방문한다고 하자 국민들은 놀랐습니다. 당시 소말리아는 내전 때문에 30만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의회와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아와 내전에 허덕이는 소말리아에 식량을 배급하기 위해 평화유지군 2만 8000명을 파병했습니다. 작전명 ‘평화 회복 작전’(Operation Restore Hope)이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파병 한 달도 안 돼 소말리아를 찾았습니다. 일을 마무리 짓고 물러나겠다는 의지였습니다.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 도착해 군복으로 갈아입고 장병들과 함께 테이블에 앉아 군식을 배급받았습니다. 메뉴는 ‘No. 8: Ham slice with Accessory Packet A’(8번 군식: 슬라이스 햄과 부속 패키지A). 식당에서 조리돼 나오는 따뜻한 음식(hot meal)이 아닌 전투 때 먹는 비상식량이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장병들을 위한 연설에서 인도주의적 차원의 개입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shot’(샷)은 다양한 뜻이 있습니다. 총 한 발’ ‘사진 한 방’이라는 뜻으로 가장 많이 씁니다, ‘시도’라는 뜻도 있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말한 ‘get a shot’은 소말리아인들이 미국의 지원 덕분에 살아갈 기회를 잡았다는 뜻입니다. 삶의 의지를 잃은 사람에게 “Give it a shot!”이라고 하면 “한번 해봐!”라는 응원입니다평화 회복 작전은 성공리에 끝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소말리아 반군 지도자 색출을 위해 파견된 미군 정예부대 400여 명 중 18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블랙 호크 다운’ 사건입니다. 미국은 치욕적으로 철수했습니다. 애초에 소말리아 파병을 결정한 부시 대통령도 비난을 면치 못했습니다.It’s yours.”(이제 여러분의 것이다)중요한 외교 행사에 참석한 대통령도 있습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은 20세기가 끝나는 1999년 말 파나마 운하 소유권 이전식에 참석했습니다. 당시 현직 대통령도 아닌 그가 국가적인 행사에 참석한 사연은 뭘까요. 파나마 운하(Panama Canal)는 파나마에 있지만 70년 동안 미국이 소유했습니다. 1900년대 초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 시절에 만들어진 파나마 운하는 미국의 동서 무역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물길이었습니다. 운하를 찾아와야 한다는 운동이 파나마에서 일기 시작했습니다. 운하 주변에서 파나마 주민과 미군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자주 발생했습니다. 1977년 인권 대통령으로 통하는 카터 대통령은 1999년 12월 31일 정오 자로 소유권을 파나마로 이전하는 조약을 맺었습니다. 여론과 정치권의 반대가 컸습니다. 상원 표결에서 아슬아슬하게 1표 차이로 통과됐습니다. 이후 미국 대통령들은 카터 대통령의 결정을 심히 못마땅하게 생각했습니다. 파나마 운하는 중남미를 미국의 영향권 하에 두는데 교두보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파나마 운하 이전이 화제에 오르는 것조차 싫어했습니다. 1999년 빌 클린턴 대통령은 소유권 이전식에 불참 의사를 밝혔습니다. 주무 장관인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도 못 간다고 했습니다. 권좌에서 물러난 지 20년이 지난 조약 당사자 카터 대통령이 미국 대표단을 이끌게 됐습니다. 파나마에서 열린 이전식에서 카터 대통령은 미국의 운하 이전 반대론자들을 “demagogues”(선동주의자들)라고 비판했습니다. 연설의 마지막 구절입니다. “yours”(여러분의 것)라는 단어로 파나마인들을 기쁘게 했습니다. 미국은 운하 이전 조약 체결 당시 중립 조약도 함께 체결했습니다. 운하는 중립적으로 사용돼야 하며 만약 그렇지 못하면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협정입니다. 이 조약은 나중에 미국이 파나마를 침공할 때 법적 근거가 됐습니다. 1989년 마약 밀매 혐의로 기소된 파나마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 장군이 운하를 영구 점령하겠다는 위협하자 미국은 협정 위반을 이유로 파나마를 침공해 노리에가 장군을 축출했습니다.I never, in my life, felt more certain that I was doing right, than I do in signing this paper.”(이 서류에 서명하는 것보다 더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확신한 적이 없었다)1864년 1월 1일 정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역사적인 노예해방 선언문(Emancipation Proclamation)을 발표하고 서명했습니다. 선언문을 위해 전날 소처럼 일했습니다. 1863년 12월 31일 링컨 대통령은 역대급 바쁜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우선 내각 회의를 열었습니다. 선언문의 파장을 고려해 “발표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라고 반대하는 장관들이 많았습니다. 링컨 대통령은 이들을 설득했습니다.이어 영국 정부를 상대했습니다. 당시 영국은 남군 지원을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링컨 대통령은 이를 막아야 했습니다. 영국 정부 대리인을 만나 남군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얻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노예제 폐지를 주장하는 성직자들을 만났습니다. 선언문 발표를 연기할까 봐 걱정하는 성직자들을 이렇게 안심시켰습니다. “Tomorrow at noon, you shall know, and the country shall know my decision.”(내일 정오에 여러분과 국가는 내 결정을 알게 될 것이다)링컨 대통령은 밤새도록 선언문 문구를 가다듬었습니다. 다음날 동이 틀 때까지 백악관 2층 집무실을 왔다 갔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당시 기록은 적고 있습니다. 다음날 오전에는 대국민 새해 리셉션이 있었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대통령은 새해 첫날 백악관에서 일반 국민들과 악수를 하고 덕담을 나누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노예해방 선언문에 서명할 때쯤 링컨 대통령은 하도 많은 사람들과 악수를 해서 손의 감각이 마비될 지경이었습니다. 선언문에 서명할 때 손을 떨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해야 했습니다. 손을 떨거나 주춤하면 노예해방 의지가 흔들리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명 직후 그가 남긴 말입니다. ‘not’ ‘never’ 등의 부정 뒤에 ‘more than’이 나오면 비교급을 써서 최상급을 표현하는 방식입니다.명언의 품격 4년 전 중대 전염병이 세계를 강타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입니다. 한동안 인류를 떨게 했던 코로나19 사태에서 12월 31일은 중요한 날로 기록됩니다. 2019년 이날 세계보건기구(WHO)에 원인 불명의 질병이 처음 보고됐습니다. WHO 웹사이트에 올라온 내용입니다.Description of the Situation: On 31 December 2019, the WHO China Country Office was informed of cases of pneumonia of unknown etiology (unknown cause) detected in Wuhan City, Hubei Province of China.”(상황 기술: 2019년 12월 31일 WHO 중국 사무소는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 사례들을 보고받았다)‘pneumonia’(뉴머니아)는 ‘폐렴’을 말합니다. ‘etiology’(이디얼러지)는 병의 원인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역사적인 보고 내용이지만 일주일 후인 2020년 1월 5일이 돼서야 WHO 웹사이트에 게시됐습니다. 사태가 심각하지 않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환자 44명이 발생했고, 우한 시장은 폐쇄됐다는 등의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심각한 전염 가능성은 없다는 내용이 마지막에 나옵니다. “Based on the preliminary information from the Chinese investigation team, no evidence of significant human-to-human transmission and no health care worker infections have been reported.”(중국 조사팀의 사전 정보에 따르면 중대한 인간 대 인간 전파 가능성에 대한 증거는 없고, 의료진 전염에 대한 보고도 없다)1년 사이에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정확히 1년 뒤인 2020년 12월 31일 WHO는 또 다른 중대 발표를 했습니다. 코로나19 백신 첫 긴급 사용 승인에 관한 내용입니다. 이번에는 발표 내용이 그날 즉시 WHO 웹사이트에 올랐습니다. 발표 내용도 어려워졌습니다. “The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today listed the Comirnaty COVID-19 mRNA vaccine for emergency use, making the Pfizer/BioNTech vaccine the first to receive emergency validation from WHO since the outbreak began a year ago.”(세계보건기구는 오늘 코미나티주 코로나19 mRNA 백신의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이로써 화이자/바이온테크 백신은 1년 전 발병 이후 WHO로부터 긴급 인증을 받은 첫 번째 백신이 됐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올해를 ‘테일러 스위프트의 해’(the Year of Taylor Swift)라고 밝혔습니다. 스위프트는 실력과 미모를 겸비한 싱어송라이터 여가수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그녀의 ‘Eras’(시대들) 콘서트는 14억 달러를 벌어들여 사상 최고의 수익을 올린 콘서트로 기록됐습니다. 미연방 은행이 스위프트 콘서트가 열리는 지역은 경제가 살아난다고 보고서에서 언급할 정도입니다.경제뿐 아니라 언론도 스위프트 덕분에 살아났습니다. 최근 그녀를 올해로 인물(Person of the Year)로 선정한 시사주간지 타임이 불티나게 팔리다 못해 품귀 현상을 빚는다는 소식입니다. 그동안 매출 부진에 시달려온 미국 잡지계가 모처럼 호황을 맞은 것입니다. 스위프트가 타임지 표지 인물로 등장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사전 주문량이 23만 부에 달했습니다. 가판대 판매까지 합치면 50∼70만 부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올해의 인물로 나왔던 지난해 타임지 커버호가 6만5000부 팔린 것과 비교가 안 됩니다. 미 대형 서점 반스앤노블스 잡지 판매 담당자의 말입니다. We sell over 50,000 copies of Swift’s Time covers in a matter of days across all locations.”(스위프트 타임지 커버호를 전국 매장에서 불과 며칠 만에 5만 부를 팔았다)‘matter’는 ‘문제’ ‘관심사’라는 뜻입니다. 전치사 ‘in’과 함께 쓸 때가 많습니다. ‘in the matter of’와 ‘in a matter of’를 구분해서 써야 합니다. ‘in the matter of’는 ‘대해서’라는 뜻입니다. ‘in a matter of’ 다음에는 시간이나 수량을 말해주는 단어가 나옵니다. ‘불과’라는 뜻입니다. ‘the ambulance arrived in a matter of minutes’는 ‘구급차가 몇 분 만에 도착했다’라는 뜻입니다. 여기서는 스위프트가 나온 타임지 잡지가 그만큼 잘 팔린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in a matter of’를 썼습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2021년 1월 4일 소개된 새해 인사입니다. 새해에 주변 친지나 회사 동료 등에게 인사를 건네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미국인들 사이에 인기 있는 새해 인사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2021년 1월 4일 PDF올해는 확실히 새해를 맞는 기분이 다릅니다.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인 듯합니다. 그렇다고 우울해하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새해 인사 카드를 주고받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합니다. 이런 때일수록 서로 따듯한 말 한마디가 힘이 됩니다. 영어 새해 인사를 준비했습니다. 미국 유명 카드사 홀마크가 내놓은 새해 인사 중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산 것들입니다.Whatever the new year has in store, we’ll be in it together.”(새해에 어떤 일이 펼쳐지든 함께 맞서자)올해 새해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whatever’(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는 겁니다. 앞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have in store’는 ‘앞에 닥치다’라는 뜻입니다.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주고받는 인사 1위라고 합니다.May all your wildest dreams manifest. You got this!”(너의 허황된 꿈들이 실현되기를 바란다) 친구 사이 인사말은 재미있어야 합니다. ‘manifest dream’은 심리학 용어로 ‘잠재된 꿈을 현실화하다’라는 뜻입니다. ‘you got this’는 ‘너는 이걸 알아야 해’가 아니고 ‘너는 할 수 있어’라는 관용구입니다.Wishing you and yours some well-deserved downtime and a very happy new year.”(휴일 잘 보내시고, 정말 좋은 새해가 되기를 바랍니다)직장 상사에게 전하는 인기 있는 새해 인사입니다. ‘you and yours’는 ‘당신과 당신의 가족들’이라는 예의를 갖춘 인사말입니다. ‘downtime’은 ‘break’과 비슷한 ‘휴식’이라는 뜻입니다, ‘downtime’은 예정된 휴식, ‘break’은 즉흥적으로 짬을 내서 쉬는 것을 말합니다. 휴식이나 휴가 앞에는 ‘well-deserved’라는 단어를 넣으면 금상첨화입니다. ‘누릴 자격이 있는’이라는 뜻입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It’s this childlike marvel and awe that inspired this year’s holiday theme: the Magic, Wonder, and Joy of the season.”(올해 크리스마스 주제는 어린이다운 경탄과 경외심을 보여주는 마법, 경이, 기쁨이다) 최근 미국 퍼스트레이디 질 바이든 여사가 크리스마스 행사를 열었습니다. 백악관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공개하는 행사입니다.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주제를 잡아서 백악관을 꾸미는 것은 미국의 전통입니다. 올해 주제는 ‘마법, 경이, 기쁨.’ 모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단어들입니다. 고난의 팬데믹이 지나갔으니 이제 아이처럼 크리스마스를 마음껏 즐기자는 취지입니다. 아이스크림, 동물, 사탕 모형을 만들어 백악관을 알록달록 꾸몄습니다. 올 연말 10만 명의 미국인이 크리스마스 장식을 구경하러 백악관을 찾을 예정입니다. 질 여사는 연설에서 ‘childlike’(차일드라이크)라고 했습니다. ‘innocent’(순진무구한)이라는 뜻입니다. 이런 때는 ‘childish’(차일디쉬)를 쓰지 않습니다. 그건 ‘immature’(유치한)라는 뜻입니다. ‘childlike’와 ‘childish’는 비슷하게 생겼지만, 뜻은 천지 차이입니다. ‘baby’에도 붙일 수 있습니다. ‘babylike face’(아기 천사 같은 얼굴), ‘babyish behavior’(아기처럼 칭얼거리는 행동)의 차이입니다.지금처럼 백악관 크리스마스 장식이 주목받는 이벤트가 된 것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 여사 때부터입니다. 재클린 여사는 케네디 대통령 취임 후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에 차이콥스키 발레 ‘nutcracker’(호두까기 인형)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을 모티브로 백악관을 장식해 미국의 품격을 높였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미국의 크리스마스는 온 나라가 들썩거리는 ‘국민 명절’입니다. 미국 영화를 보면 크리스마스에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전통들이 많습니다. 우리는 잘 모르는 미국의 크리스마스 전통들을 살펴봤습니다.Kissing Under the Mistletoe.”(미슬토 아래에서 키스)미국인들이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연관 단어에 ‘mistletoe’(미슬토)가 빠지지 않습니다. 원래 ‘겨우살이’라는 이름의 식물입니다. 작은 열매가 달려 있고, 다른 식물에 기생해서 겨울을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외형적으로 볼품없는 식물인데 크리스마스 때만 되면 환영받습니다. 크리스마스 때 미슬토 아래에서 키스하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고대 북유럽 전설에 따르면 발두르 신이 미슬토 가지로 만든 화살에 맞아 숨을 거두자 그의 어머니인 피그스 여신은 애통해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앞으로 미슬토는 무기로 쓰이지 않을 것이다. 그 아래에서 키스하는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이다.” 미슬토는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 아니라서 현실적으로 그 아래에서 키스할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습니다. 미국의 데이트 주선업체 통계에 따르면 미슬토 아래에서 키스해본 성인 남녀의 비율은 29%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미슬토 키스의 전설이 오늘날까지 건재하며 선남선녀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은 크리스마스의 로맨틱한 분위기와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저스틴 비버의 ‘Mistletoe’를 비롯해 미슬토가 제목에 들어가는 노래는 10개가 넘습니다. 영화는 더 많습니다. 해리 포터의 첫 키스도 미슬토 아래에서 이뤄졌습니다.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에서 해리 포터가 첫사랑 초 챙과 키스할 때 미슬토가 이들의 머리 위에서 마법처럼 나타납니다. 챙이 “mistletoe”라고 놀라는 장면이 나옵니다.요즘 같은 미투(MeToo) 시대에는 미슬토 키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아무리 미슬토의 마법이 작용한다고 해도 상대방의 동의 없는 일방적 키스는 성희롱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아일랜드 경찰이 트위터에 올린 살벌한 공고문이 화제입니다. “If you bump into that special someone under the mistletoe tonight, remember that without consent it is rape.”(만약 당신이 오늘 밤 미슬토 아래에서 특별한 사람에게 만난다면, 동의가 없다면 강간이라는 점을 명심하라)Ugly Christmas Sweater.”(못난이 크리스마스 스웨터)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32세 미혼여성 브리짓 존스는 애인이 없습니다.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엄마는 변호사 마크 다시를 소개해 줍니다. 뒤돌아 서 있는 다시를 처음 본 존스의 기대 만발 대사. “Maybe this is the mysterious Mr. Right I’ve been waiting my whole life to meet.”(아마 내 평생 만나기를 고대해온 남편감이 아닐까). 다시가 돌아보는 순간 존스의 눈길은 얼굴보다 스웨터에 먼저 꽂힙니다. 사슴 머리가 커다랗게 그려진 괴상한 스웨터를 입은 다시의 뒤떨어진 패션 감각에 존스의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뀝니다. “Maybe not.”(아마 아니겠지) 다시가 보기 흉한 스웨터를 입는 것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크리스마스 파티에 흉한 스웨터를 입는 것은 서구의 전통이기 때문입니다. 일명 ‘Ugly Christmas Sweater’(못난이 스웨터) 전통. 크리스마스 색깔인 빨간색, 초록색 등으로 정신 사납게 디자인된 스웨터를 말합니다. 1950년대 미국 베이비붐 세대의 파티 의상으로 시작됐습니다. 크리스마스 모임에는 멋진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넘칩니다. 못난이 스웨터는 잘 차려입은 사람들 사이에서 오히려 흉한 의상으로 주목받고자 하는 반발 심리입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못난이 스웨터는 미국에서 매년 수백만에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성장산업입니다. 백화점들은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못난이 스웨터를 대량으로 판매하고, uglychristmassweater.com 등 전문 온라인 판매업체도 많습니다.촬영 뒷얘기에 따르면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다시가 입은 사슴 머리 스웨터는 못난이 스웨터 열풍을 재점화시켰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시중 판매용이 아닌 영화용으로 특별 제작됐습니다. 다시 역의 콜린 퍼스는 이 스웨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입으면 너무 더웠기 때문입니다. “I almost tore the jumper to pieces pulling it off between takes”(촬영 중간에 스웨터를 벗어서 찢어버릴 뻔했다). 한국에서 흔히 ‘잠바’로 불리는 ‘jumper’(점퍼)는 영미권에서 스웨터를 말합니다.Twas the Night Before Christmas.”(크리스마스 전날 밤이었네)크리스마스에 꼭 알아둬야 할 시가 있습니다. ‘A Visit from St. Nicholas’(성 니콜라스의 방문)라는 시입니다. 올해로 발표 200주년을 맞습니다. 미국에는 크리스마스 전날 밤 벽난로 앞에 가족이 둘러앉아 이 시를 읽는 전통이 있습니다. 루이 암스트롱 등 유명인의 낭송집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the best-known verses ever written by an American”(미국인이 쓴 가장 유명한 운문)이라는 찬사를 받습니다. 첫 구절입니다. 미국인들의 머릿속에 자동 저장돼 있을 정도로 유명합니다. ‘twas’(트워즈)라는 독특한 단어로 시작합니다. ‘it’s’가 ‘it is’의 줄임말인 것처럼 ‘twas’는 ‘it was’의 줄임말입니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 집안의 풍경을 묘사했습니다. 쥐 소리도 나지 않을 정도로 집안은 고요합니다. 가족들이 잠든 뒤 창밖을 내다보던 아버지는 산타클로스를 봅니다. 산타는 굴뚝을 타고 들어와 양말에 선물을 채웁니다. 마지막 구절에서 산타는 이렇게 외치며 떠납니다. “Happy Christmas to all, and to all a good night!”(모든 이들에게 즐거운 크리스마스가 되길, 그리고 굿나잇)시를 쓴 사람은 뉴욕 교회 소속의 클레멘트 클라크 무어 교수입니다. 1823년 뉴욕 센티널 신문에 실렸습니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발표됐습니다. 어린이 취향의 시여서 교수 명성에 해가 될까 봐 일부러 이름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가 대히트를 치면서 저자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자 무어 교수가 12년 후 자신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당시만 해도 크리스마스는 온 동네가 시끄러운 행사였습니다. 술꾼들은 한밤중까지 술집에 몰려다니며 소란을 피웠습니다. 무어 교수는 시를 쓴 이유에 대해 “크리스마스가 차분한 가족 행사라는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서”라고 밝혔습니다. 명언의 품격백악관에서 열리는 양대 크리스마스 행사로는 앞서 소개한 크리스마스 장식과 트리 점등식이 있습니다. 점등식은 야외에 설치된 5.5m 높이의 초대형 트리에 불을 켜는 행사입니다. 점등식은 올해로 101년째를 맞는 유서 깊은 행사입니다. 트리의 불은 점등식 때부터 이듬해 1월 1일까지 계속 켜져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점등식은 1941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열렸습니다. 12월 7일 진주만 공습 2주일 후였습니다. 원래 점등식은 백악관 밖에서 열리는데 이때만큼은 안에서 열렸습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백악관 분수대 높은 곳에 트리를 세우고 백악관을 개방했습니다. 전쟁의 불안감에 휩싸인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4만 명이 백악관에 들어와 트리 점등식을 구경했습니다. 점등식에는 초대손님이 있었습니다. 전쟁 상황을 의논하기 위해 백악관을 급히 방문한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였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과 처칠 총리는 신변 위험에도 불구하고 1시간 동안 점등식을 지켜봤습니다. 이들은 나란히 연단에 올랐습니다. 세기의 명연설가로 꼽히는 루스벨트와 처칠의 연설 배틀. 누구의 연설이 더 주목을 받았을까요. 처칠 총리의 판정승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연설을 준비할 시간이 없던 처칠 총리는 전쟁의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들을 지키는 것이 어른의 임무라는 즉석연설로 미국인들을 감동시켰습니다.Let the children have their night of fun and laughter. Let us grownups share to the full in their unstinted pleasure, before we turn again to the stern tasks and formidable year that lie before us.”(아이들이 재미와 웃음의 밤을 지내도록 해주자. 우리 어른들은 어린이들과 함께 즐거움을 만끽한 뒤 다가올 엄중한 임무와 위협적인 새해에 맞서자)반면 루즈벨트 대통령의 연설은 “war”(전쟁), “enemy”(적), “weapon”(무기) 등 전쟁을 언급하는 단어들이 많아서 크리스마스 연설로는 무겁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이듬해인 1942년부터 1944년까지 트리 점등식은 열리지 못했습니다. 트리의 불빛이 적의 표적이 될 수 있고, 군수물자 조달을 위한 전기 절약 캠페인이 전개됐기 때문입니다. 전쟁이 끝난 1945년부터 점등식은 재개됐습니다. 1941년 트리는 철거되지 않고 오늘날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트리 꼭대기에 있는 붉은 등 1개만이 가끔씩 빛을 발합니다. 붉은빛은 대통령 전용 헬기인 마린원이 백악관에 착륙할 때 기준점이 됩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열린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부인 로잘린 여사 장례식에서 전임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화제가 됐습니다. 검은색 의상을 입은 다른 4명의 퍼스트레이디와 달리 멜라니아 여사는 회색 코트를 입어 튀는 모습이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치열한 논쟁이 오갔습니다. 멜라니아 지지파는 회색도 장례식 의상으로 무방하니 문제 될 것 없다고 합니다. 반대파는 일부러 회색을 입은 것은 패션 감각을 자랑하고 싶은 멜라니아 여사의 치졸한 욕심이라는 겁니다. X(옛 트위터)에 올라온 한 반대파의 의견입니다. She stands out like the sore thumb that she is.”(그녀는 아픈 엄지처럼 눈에 거슬리는 존재다)혼자 튀는 멜라니아 여사를 ‘sore thumb’에 비유했습니다. ‘sore’는 ‘아픈’이라는 뜻입니다. ‘thumb’는 엄지손가락을 말합니다. 엄지는 다른 4개 손가락과 모양도 다르고 움직임도 달라서 튑니다. 엄지를 다치면 위로 쳐들게 되기 때문에 더욱 튀는 존재가 됩니다. 혼자 튀는 사람이 못마땅할 때 ‘stand out like the sore thumb’(아픈 엄지처럼 눈에 띄다)이라고 합니다. ‘stand’ 대신에 ‘뾰족하게 튀어나오다’라는 뜻의 ‘stick’을 써도 됩니다. 뒤에 나오는 ‘that she is’는 멜라니아 여사가 아픈 엄지 같을 뿐 아니라 실제로 그런 존재라는 의미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12월 18일 소개된 영화 ‘다이하드’에 관한 내용입니다. “‘다이하드’가 크리스마스 영화이냐 아니냐”는 미국인들의 단골 논쟁거리입니다. 영화는 뉴욕 경찰인 브루스 윌리스가 크리스마스를 맞아 별거 중인 아내와 아이들을 만나러 로스앤젤레스로 왔다가 테러 조직이 점거한 고층건물에서 인질들을 구출하는 내용입니다. 시간적 배경은 크리스마스이지만 영화 내용은 크리스마스와 관련이 없습니다. ▶2018년 12월 18일자다음 주 화요일은 크리스마스(25일)입니다. 미국 연예 잡지 ‘할리우드 리포터’ 조사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시즌에 TV에서 가장 많이 방송되는 영화는 ‘다이하드(Die Hard)’라고 합니다. 이 영화는 논쟁을 몰고 다닙니다. ‘크리스마스 영화’로 볼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크리스마스는 시간적 배경일 뿐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는 상관이 없습니다.I do get offended, because what is your benchmark?”(불쾌하다, 왜냐하면 당신들의 기준은 뭔가?) ‘get offended’는 ‘기분이 상하다’라는 뜻입니다. ‘크리스마스 영화가 아니다’라는 주장에 대한 ‘다이하드’의 각본가 스티븐 드 수자의 반응입니다. 그의 논리는 ‘다이하드’는 크리스마스가 배경이니까 당연히 크리스마스 영화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투자 용어로 자주 쓰이는 ‘benchmark’(벤치마크)는 ‘기준’이라는 뜻입니다. 벤치(의자)를 놓는 지점을 돌에 표시했던 것에서 유래했습니다.‘Die Hard’ fails that test quicker than you can say, ‘Yippee-ki-yay’.”(‘다이하드’는 이 ‘이피 카이 야이’를 말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그 테스트에서 불합격이다)한 유명 영화평론가의 의견입니다, ‘다이하드’가 크리스마스 영화인지 알려면 크리스마스 배경이 영화 스토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지 테스트를 해봐야 한다는 겁니다. 그 테스트에서 단번에 불합격이라고 합니다. ‘yippee-ki-yay’(이피 카이 야이)라는 단어는 극중에서 브루스 윌리스가 작전 개시 전에 넣는 기합 소리입니다. ‘신난다’라는 뜻의 과거 인디언 원주민의 감탄사였습니다. 이 어려운 단어는 발음하는데 약간 시간이 걸립니다. 그 시간보다 더 짧게 걸릴 정도로 쉬운 결정이라는 것입니다. ‘Die Hard’ is not a Christmas movie!”(‘다이하드’는 크리스마스 영화가 아니다)논란을 평정하고자 브루스 윌리스가 나섰습니다. 그의 주장입니다. 이유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다이하드’는 1988년 7월에 개봉했습니다. 일부 팬들은 윌리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화이트 크리스마스’(1954년 개봉) 등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하지 않은 영화 중에 크리스마스 영화로 분류되는 작품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어느 쪽 얘기가 맞는지 헷갈립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The best perk in the White House is not Air Force One or Camp David or anything else. It’s the wonderful movie theater I get here.”(대통령의 가장 큰 혜택은 에어포스원도, 캠프 데이비드도, 그 어떤 것도 아니다. 멋진 이곳 백악관 영화관이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추수감사절을 맞아 영화 시사회에 참석했습니다. 군인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요즘 인기 높은 티모시 살라메 주연의 ‘웡카’(Wonka)라는 영화 시사회였습니다. 대통령은 다른 일정 때문에 먼저 자리를 뜨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I like kids more than adults. I wish I could stay and watch Wonka with you.”(나는 어른보다 아이들이 더 좋아요. 여러분과 함께 웡카를 보면 좋을 텐데)미국에서 대통령과 영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대통령은 영화를 자주 관람하고, 할리우드 스타들과 친한 사이입니다. 할리우드는 정치자금계의 큰 손이기도 합니다. 백악관 지하에 ‘White House Family Theater’(백악관 가족 영화관)라는 48석의 소형 영화관이 있습니다. 일반 영화관에 가기 힘든 대통령이 영화를 보는 곳입니다. 영화사들은 대통령이 보고 싶어 하는 영화 필름을 이곳에 전달합니다. 최근 부인 로잘린 여사를 먼저 떠나보낸 지미 카터 대통령은 재임 4년 동안 480편을 관람한 ‘영화광’입니다. 매달 10편꼴입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대통령의 특전인 전용기보다, 전용 별장보다 이곳이 더 좋았다고 합니다. ‘perk’(퍼크)는 ‘보너스’ ‘특전’을 말합니다. 미국에서는 대선 때마다 후보들의 ‘favorite movie’(좋아하는 영화)가 화제가 됩니다. 영화를 통해 리더의 자질과 통치 스타일을 알 수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좋아하는 영화는 ‘불의 전차’(Chariots of Fire)라는 1981년 개봉 영화입니다. 육상 선수 2명이 고난을 헤치고 올림픽에서 대결하는 내용입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어떤 영화를 좋아할까요. 연말에 가족과 함께 대통령이 좋아하는 영화를 보는 것은 어떨까요. I wish I had had James Bond on my staff.”(내 보좌진에 제임스 본드가 있었으면 좋을 텐데)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아버지를 통해 영화와 친해졌습니다. 아버지 조지프 케네디는 주영 미국대사 등을 지낸 정계 거물입니다. 정치에 진출하기 전 할리우드에서 영화 제작으로 성공을 거뒀습니다. 어린 시절 케네디 대통령의 집에는 영화인들이 자주 들었습니다. 당시로는 드물게 집에 영화관도 있었습니다.케네디 대통령은 재임 기간 3년여 동안 백악관 영화관에서 66편의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한 달에 2편꼴입니다. 바쁜 일정 때문에 영화를 끝까지 보지 못하고 중간에 나가는 때가 많았다고 당시 백악관 영사기사는 회고했습니다. 만성 요통으로 앉아 있기 힘들었던 그는 침대를 가져다 놓고 드러누워서 봤습니다. 부인인 재클린 여사와 함께 있을 때는 유럽 영화를 봤습니다. 재클린 여사가 유럽 문화를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혼자일 때는 자기 취향의 오락 영화를 봤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이 가장 좋아한 영화는 007시리즈입니다. 자유 세계를 구하고 여성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는 점에서 케네디 대통령과 007 주인공 제임스 본드는 닮은 꼴입니다. 1962년 10월 숀 코너리 주연의 007시리즈 1탄 ‘닥터 노’(한국명 007 살인면허)가 개봉했습니다. 제임스 본드가 핵무기를 개발한 적을 해치우는 내용입니다. 당시는 쿠바 미사일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때였습니다. 핵미사일을 실은 소련 선박이 쿠바 영해에 진입해 미국과 대치한 사건입니다. 미사일 위기 와중에 영화를 관람한 케네디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부하들의 탁상공론에 지쳐 제임스 본드 같은 행동파를 원한 것입니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본 영화도 007입니다. 시리즈 2편 ‘프롬 러시아 위드 러브’(한국명 007 위기일발)를 관람하고 이틀 뒤 댈러스에서 암살됐습니다.취임 후 백악관에서 가장 먼저 본 영화는 불륜관계였던 마릴린 먼로가 출연한 ‘미스피츠’(Misfits)라는 영화입니다. 먼로의 유작입니다. 영사기사에 따르면 케네디 대통령은 영화 중반쯤에 나갔습니다. 당시 먼로는 약물과 알코올 중독이 심한 상태였습니다. 먼로의 허물어지는 모습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많습니다.He became a walking ad for it.”(그는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 됐다)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 조지 S 패튼 장군을 그린 1970년 영화 ‘패튼’(한국명 패튼 대전차 군단)을 좋아했습니다. 패튼 장군은 미군 최초로 전차부대를 지휘한 명장입니다. 하지만 독선적이고 피해망상적인 성격 때문에 논란이 되는 인물입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일으킨 닉슨 대통령과 비슷하다는 평을 듣습니다.배우 조지 C 스콧이 주연을 맡은 영화는 패튼 장군의 편집광다운 모습을 잘 그리고 있습니다. 닉슨 중국 방문을 앞두고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가 이 영화 필름을 미국에서 공수해 두 번이나 봤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닉슨 대통령은 사람들을 만나면 “‘패튼’을 꼭 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윌리엄 로저스 당시 국무장관이 한 말입니다. 미국의 전통적인 홍보 방법은 광고 문구가 적힌 넓적한 판을 앞뒤로 두르고 길거리를 왔다 갔다 하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을 ‘walking ad’(움직이는 광고판)라고 합니다. ‘walking billboard’(워킹 빌보드)도 같은 뜻입니다. 대통령이 얼마나 칭찬을 많이 하는지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 될 지경이라는 것입니다. ‘패튼’이 닉슨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1970년 4월 캄보디아 공격 결정을 발표했습니다. 캄보디아 내 북베트남군 기지를 소탕한다는 명목이었습니다. 열흘 전만 해도 전쟁이 조만간 끝날 것이라고 낙관하는 연설을 했습니다. 열흘 사이에 입장을 바꾼 배경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그동안 ‘패튼’을 두 번 관람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문제는 나중에 닉슨 대통령과 언론인 데이비스 프로스트의 대담에서도 다뤄졌습니다. “영화 ‘패튼’이 캄보디아 침공 결정에 영향을 미쳤느냐”라는 프로스트의 질문에 닉슨 대통령의 대답입니다. “Well, the war part of the ‘Patton’ movie didn’t particularly interest me. It had no effect whatever on my decision.”(영화 ‘패튼’의 전쟁 부분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내 결정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I would never do that.”(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 텐데)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취임 후 ‘오스틴 파워스’ 시리즈를 즐겨 봤습니다. 특히 악당 캐릭터 ‘닥터 이블’의 팬이었습니다. 새끼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는 닥터 이블 흉내로 주변을 웃겼습니다. 하지만 9·11 테러가 터지면서 전쟁 영화로 취향이 바뀌었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가장 좋아한 전쟁 영화는 1993년 소말리아 모가디슈에서 벌어진 미군 특수부대의 반군 진압 실화에 바탕을 둔 2001년 ‘블랙 호크 다운’입니다. 소말리아 반군 지도자 제거를 위해 급파된 블랙호크 헬기들이 격추돼 구출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영화에서 미군 지도부가 격추된 헬기를 위해 구조대를 보낼 수 없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자 부시 대통령은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자국민이 해외에서 위험에 처하면 마지막 한 명까지 구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입니다.명언의 품격미국 대통령들이 공통으로 좋아하는 영화는 1952년 서부영화 ‘하이눈’입니다. 게리 쿠퍼가 악당들에 홀로 맞서는 보안관 윌 케인으로 나옵니다. 이 영화를 세 번 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쿠퍼가 악당과 대결하는 장면이 나오면 “힘내”라고 손을 불끈 쥐었다고 합니다. 서부영화에 많이 출연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제외하면 ‘하이눈’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최다 관람자는 빌 클린턴 대통령으로 20번 넘게 봤습니다. 백악관을 떠나면서 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이 영화를 꼭 보라”는 오지랖 충고도 남겼습니다. 9·11 테러 며칠 뒤 이 영화를 처음 관람한 부시 대통령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9·11 테러 후 미국을 방문한 첫 외국 정상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하이눈’ 팬이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그에게 영화 포스터를 선물했습니다. 나중에 다시 만났을 때는 “포스터를 잘 보관하고 있느냐”라고 확인까지 했습니다. 미국 대통령들이 ‘하이눈’을 사랑하는 것은 쿠퍼가 보여주는 것은 ‘lonely hero’(외로운 영웅 인간상 때문입니다. 영웅은 주변 사람들의 의견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관철시킵니다. 처음에는 그를 멀리했던 사람들은 나중에는 협력자가 됩니다. 하지만 목표만 바라보고 직진하는 영웅은 매력이 없습니다. 인간미를 갖춰야 합니다. 극중 쿠퍼는 약한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자신의 결정이 옳은 것인지 끝까지 고민합니다. 수많은 고민 끝에 단호한 결정을 내리는 대통령과 비슷합니다.Don’t shove me, Harv, I’m tired of being shoved.”(하브, 나를 몰아세우지 마, 몰리는 데 지쳤어)‘하이눈’의 명대사입니다. 미국에서 티셔츠나 머그잔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쿠퍼는 마을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함께 싸우자고 설득합니다. 과거 그의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은 모두 거절합니다. 자기 밑에서 일했던 부보안관 하비까지 그를 무시합니다. “혼자 싸워 보시지”라고 비웃습니다. 그러자 쿠퍼가 울분을 터뜨리며 하는 말입니다. ‘shove’(셔브)는 ‘밀쳐내다’라는 뜻입니다. ‘push’와 같은 뜻입니다. ‘shove me’ 다음에 ‘over the edge’(한계로)가 생략됐습니다. 더 이상 나를 궁지로 몰아넣지 말라는 것입니다. 쿠퍼는 홀로 싸우기로 결심합니다.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는 순간입니다. 당시 할리우드에는 극우 매카시즘 광풍이 몰아치고 있었습니다. ‘하이눈’의 각본가 칼 포먼은 매카시즘의 표적이었습니다. 반미활동 조사위원회(HUAC)에 출석해 내통한 동료들의 이름을 대라는 압력을 받고 있었습니다. 포먼의 처지가 극중 쿠퍼와 비슷해 절실한 대사가 나올 수 있었다는 평이 많습니다. 포먼은 끝내 동료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했습니다. 블랙리스트에 올라 할리우드에서 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후 영국으로 건너가 활동하다가 20여 년 후 돌아왔습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샘 올트먼 오픈AI 축출 드라마가 일주일 만에 최고경영자(CEO) 복귀로 막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궁금증은 남아있습니다. ‘애초에 올트먼이 왜 해고됐느냐’라는 궁금증입니다. 올트먼을 해고했던 이사회는 자세한 설명 없이 “lack of transparency”(투명성 결여)를 이유로 들었습니다. CEO 복귀 후 ‘더 버지’라는 정보기술(IT)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올트먼이 받은 첫 질문입니다. Sam, I would like to address first the elephant in the room.”(샘, 깔끄러운 문제를 먼저 짚고 넘어갈게요)코끼리는 몸집이 거대합니다. 만약 코끼리가 방 안에 있다면 눈에 띄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의식적으로 코끼리에 관해 얘기하지 않습니다. 마치 없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이유는 다양합니다.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주제일 수도 있고,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주변의 압력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이유야 어떻든 ‘elephant in the room’은 입에 올리기 껄끄러운 문제를 말합니다. ‘address’(언급하다), ‘acknowledge’(인정하다) 등의 동사와 함께 씁니다. 경영인에게 해고는 민감한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더 버지’ 질문자는 ‘elephant in the room’이라는 단어를 써서 해고된 이유를 집요하게 물었습니다. CEO 복귀 후 계획보다 해고 이유를 궁금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4차례나 물었지만, 올트먼은 답을 피했습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2021년 5월 31일 소개된 한국 여배우 윤여정 씨에 관한 내용입니다. 영화 ‘미나리’로 많은 상을 받은 그녀가 영어로 수상소감을 밝히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농담까지 섞어가며 또박또박 자기 생각을 밝혔습니다.▶2021년 5월 31일자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 TV 중계가 미국에서 역대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래도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 배우는 화제입니다. 유머 감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인들에게 그녀의 솔직하고 톡톡 튀는 모습은 뚜렷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원어민 수준의 영어 실력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소통하려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그녀의 영어 인터뷰들을 살펴보겠습니다.For me, an award means getting next work.”(나에게 상이란 다음 일을 얻는다는 의미다)그녀는 자신을 “생계형 배우”라고 말해왔습니다.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AP 통신은 할리우드의 화려함에 기죽지 않고 소신 있는 직업관을 밝히는 그녀가 인상적이었는지 이런 제목을 뽑았습니다. “‘Minari’ actor is nonchalant about new fame outside S. Korea”(해외에서 얻은 유명세에 무심한 ‘미나리’ 배우).Her Oscars acceptance speech stole the show. Her acceptance speech saved the Baftas.”(그녀의 오스카 수상소감이 쇼를 훔쳤다. 그녀의 수상소감이 배프타를 구했다) 그녀의 수상소감에 대한 평가입니다. 배프타(영국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영국인들에게 “snobbish people”(고상한 체하는 사람들)이라고 톡 쏘아주더니, 오스카에서는 톱스타 브래드 피트에게 “where were you”(우리 촬영할 때 어디 있었어)라고 잔소리를 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신스틸러’ ‘쇼스틸러’였습니다.You can’t plan life. Life is full of surprises.”(인생은 계획할 수 없다. 놀라움의 연속이다)NBC 방송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오스카 무대에 올라 상을 받는 날이 올 줄을 상상이나 했겠느냐고 합니다. ‘life is full of surprises’(인생은 놀라움으로 가득하다)는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격언입니다. 열심히 노력하는 자에게 인생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줍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Will it blow my head off?”(김치가 내 머리를 터지게 할까)한국 대통령의 영국 방문을 앞두고 나온 재미있는 발언입니다. 찰스 3세 국왕은 런던 인근 한인타운을 방문해 김치를 선물 받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매운 김치를 먹고 머리가 터질까 봐 걱정한 것입니다. 한국인은 매운 음식을 잘 먹지만 외국인은 공포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blow head off’(머리가 터지다), ‘burn tongue’(혀를 태우다), ‘nose run’(콧물을 흘리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입니다. 진짜 머리가 폭발할 리야 없지만, 외국인들은 이렇게 상상하는 것입니다.영국인의 유머 감각을 ‘dry humour’라고 합니다. 듣는 순간 바로 웃음이 터지는 미국식 유머와 달리 영국식 유머는 의미를 파악하려면 약간 머리를 굴려야 합니다. 비꼬는 풍자성도 강합니다. 국왕이 만찬에서 언급한 ‘강남스타일’ 개그입니다. 자신은 고리타분한 사람이라서 가수 ‘싸이’ 히트곡 같은 최신 유행에 둔감하다고 한탄하는 내용입니다, “Sadly, when I was in Seoul all those years ago, I am not sure I developed much of what might be called the Gangnam Style.”(오래전 한국에 갔을 때 강남스타일이라고 할만한 것을 개발했는지 자신이 없다)영국 왕실과 정부는 일 년에 1번, 많아야 2번밖에는 국빈 방문 행사를 열지 않습니다. 그만큼 공을 들입니다. 태극기와 영국 유니언잭 국기가 휘날리는 호스가즈 광장의 황금마차 행진, 곰털 모자를 눌러쓴 왕실 근위대의 절도 있는 사열식, 한국어로 “Wihayeo!”(위하여)를 외친 국왕의 건배사까지 ‘royal welcome’(로열 웰컴)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준 행사였습니다. ‘royal welcome‘은 ‘극진한 환대’를 말합니다. 이번에는 진짜 왕실이 환대한 것이니까 진정한 의미의 ‘로열 웰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 많은 지도자들이 재임 중 꼭 이루고 싶어 하는 영국 국빈 방문. 역사적으로 화제가 됐던 영국 국빈 방문에 대해 알아봤습니다.Oh, bad luck.”(아이고, 재수 없게도)홍콩 반환 문제로 중국과 사이가 나빴던 영국은 2005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방문을 계기로 관계 회복에 나섰습니다. 2015년 시진핑 주석의 국빈 방문 때는 양국 관계를 “golden era”(황금기)라고 규정하며 돈독한 우애를 과시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버킹엄궁에서 환영 만찬을 열었고,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시 주석을 펍에 초대해 맥주잔을 부딪쳤습니다. 문제는 엉뚱한 데서 터졌습니다. 여왕이 시 주석 방문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털어놓은 것입니다. 일명 ‘여왕 핫마이크 사건’입니다. 이듬해 한 행사에서 여왕과 런던 경찰국장의 사적 대화 내용이 마이크에 잡혔습니다. 여왕은 시 주석 방문 때 경호를 책임졌던 경찰국장이 “재수 없는 일”을 맡았던 것을 위로했습니다. 시 주석 대표단이 영국을 방문하는 동안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것입니다. 여왕은 방문 협상 과정에서 무례한 요구를 하며 “방문을 취소하겠다”라고 으름장을 놓았던 중국 관리들을 “extraordinary”(이상한 사람들이야)라고 꼬집었습니다. 여왕의 ‘뒷담화’ 사건이 알려지자 중국 외교부는 “안정적인 양국 관계를 유지하려면 양쪽 모두의 노력이 모두 필요하다”라고 간접적으로 비판했습니다. 그래도 여왕은 아들에 비해 나은 편입니다. 찰스 국왕은 중국을 싫어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홍콩 반환식 때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중국 관리들을 보고 이렇게 뒤에서 투덜거린 것이 나중에 외교문서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A group of appalling old waxworks.”(끔찍하고 오래된 밀랍인형 집단)The last noted American to visit London stayed in a glass box dangling over the Thames. A few might have been happy to provide similar arrangements for me.”(런던을 마지막으로 방문한 미국 유명 인사는 템스강에 매달린 유리 상자에서 지냈다. 나에게도 비슷한 대우를 해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2003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 개시 6개월 뒤 영국을 방문했습니다. 10만 명이 런던에 모여들어 부시 대통령과 ‘부시의 푸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를 반대하는 시위를 열었습니다. 시위 구호로 다채로웠습니다. ‘stop the war’(전쟁 반대)에서부터 it’s about the oil, George’(석유 때문이지, 조지), ‘world’s number one terrorist’(세계 제일 테러리스트), ‘this is a jolly bad show’(이거 정말 볼썽사나운 쇼잖아)까지 영국식 유머가 가미된 다양한 시위 구호가 선보였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반미시위 2종 세트인 허수아비(effigy)와 계란 세례(egging)를 모두 경험했습니다. 시위대는 트래펄가 광장에 부시 허수아비를 세워놓고 끌어내려 짓밟았습니다. 6개월 전 미군이 바그다드 광장에서 사담 후세인 동상을 끌어 내린 것을 그대로 재현한 것입니다. 시위대가 던진 계란은 다행히 피했습니다. 영국 경찰은 시위 진압에 역대 최대 비용 800만 달러를 지출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여왕이 베푼 만찬에서 영국인들의 반감을 농담으로 풀었습니다. 데이비드 블레인이라는 미국 마술사가 템스강에 매달린 유리 상자 속에서 44일간 물만 먹고 지탱하는 묘기를 선보인 직후였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말한 “the last noted American”은 블레인을 말합니다. ‘note’(노트)에는 ‘메모하다’라는 뜻 외에 ‘주목하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noted’는 ‘유명한’이라는 뜻입니다. 블레인처럼 자신을 허공에 매달아 놓고 고생시키고 싶어 하는 영국인들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영국 방문에서 험한 꼴을 당한 미국 대통령은 부시만이 아닙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존 F 케네디 대통령, 버락 오바마 대통령 2명을 제외한 모든 미국 대통령이 크든 작든 수모를 당했습니다. This is clearly a foolish document that does not in any way reflect UK government or Foreign Office policy or views.”(이것은 영국 정부나 외교부의 정책,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어리석은 서류다) 2010년 영국 정부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방문을 발표했습니다. “historic”(역사적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16세기 가톨릭 신자였던 영국 헨리 8세가 교황 클레멘스 7세에게 이혼 허가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한 뒤 영국 국교 성공회가 설립됐습니다. 교황이 처음으로 영국에 발을 디딘 것은 1982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때입니다. 하지만 이때는 초청 주체가 영국 가톨릭교회였습니다. 영국 정부의 초청으로 국빈급 대우를 받은 것은 베네딕토 16세가 처음입니다.그런데 역사적인 교황 방문은 영국 외교부 직원의 사소한 장난 때문에 무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Popegate’(교황 게이트)라고 알려진 사건입니다. 교황 방문팀 소속의 외교부 주니어급 직원 2명은 ‘ideal pope visit’(이상적인 교황 방문)이라는 제목의 서류를 작성해 외교부와 총리실에 돌렸습니다. ‘교황이 영국에서 환영받기 위해 해야 할 일들’ 목록에 교황 브랜드 콘돔 시판, 낙태병원 설립, 동성결혼 주재, 아동 성추행 핫라인 개통 등이 포함됐습니다. 로마 가톨릭교회를 비꼰 것입니다. 문제의 직원들은 서류 작성의 목적을 “to amuse”라고 해명했습니다. 재미 때문이라는 벌인 일이라는 것입니다. 서류가 언론에 유출되자 영국 정부는 난리가 났습니다. 서류 내용은 교황 방문 반대론자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었습니다. 당시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영국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 등이 반대 시위를 주도하고 있었습니다. 데이비드 밀리밴드 외무장관은 “서류를 읽고 기겁했다”라면서 “유치하고 불경스러운 내용”이라고 밝혔습니다. 외무부 명의로 교황청에 전달된 사과 성명 내용입니다. 외무부는 문제의 직원들을 강등시키고 일정 기간 해외 파견을 금지했습니다. 교황은 예정대로 영국을 3박 4일 일정으로 방문했습니다.명언의 품격1971년 히로히토 일본 국왕이 영국을 방문했습니다. 그의 두 번째 방문이었습니다. 히로히토 왕은 영국에 애정이 많았습니다. 1921년 첫 방문 때 에드워드 왕세자와 골프를 쳤고, 영국식 차 문화를 배웠습니다. “happiest time of my life”(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회고했습니다. 50년 후 다시 영국을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그를 맞는 영국의 분위기는 달라졌습니다. 그 사이 제2차 세계대전이 있었습니다. 영국은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군과 싸워 막대한 희생을 치렀습니다. 당시 일본군 수용소에 갇힌 영국과 영연방 포로는 20여만 명에 달했습니다.일왕을 태운 마차가 행진하는 길가를 가득 메운 것은 참전 군인과 실종자 가족이었습니다. 환호하는 군중은 없었습니다. 침묵이 흐르는 행진이었습니다. 일부 군중은 ‘Colonel Bogey’(보기 대령) 행진곡을 나지막하게 휘파람으로 불었습니다. 영화 ‘콰이강의 다리’ 주제곡으로 유명한 보기 대령 행진곡은 전장으로 떠나는 영국군을 격려하기 위해 군악대가 연주했던 곡입니다. 여왕은 만찬에서 뼈있는 환영사를 했습니다. “We cannot pretend that the relations between our two peoples have always been peaceful and friendly”(우리 두 나라의 관계가 언제나 평화롭고 우호적이었던 것처럼 가장할 수는 없다). 일왕은 과거사 언급 없이 양국 우호를 강조하는 답사를 했습니다.Nasty Nip in the Air.”(고약한 일본인의 기운이 감돈다)영국 유명 풍자잡지 ‘프라이빗 아이’(Private Eye)가 일왕 방문에 맞춰 실은 기사 제목입니다. ‘nip’(닙)에는 다양한 뜻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살갗을 집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성형수술을 ‘nip tuck’(닙턱)이라고 합니다. ‘집을 곳은 집고 넣을 곳은 넣는다’라는 뜻입니다. ‘차가운 기운’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추운 날 외출하면 냉기를 확 느끼는 것을 ‘nip in the air’라고 합니다. 여기서는 대문자 ‘N’의 ‘Nip’입니다. 일본인을 가리키는 비속어입니다. 일본의 일본식 발음 ‘Nippon’(닛폰)에서 유래했습니다. 일왕이 오자 공기 중에 불온한 기운이 감돈다고 비꼰 것입니다. 아랫줄 제목은 더욱 도발적입니다. ‘bandy knees’(밴디니즈)는 ‘안짱다리’라는 뜻입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미국에서 스트리밍 서비스가 인기가 높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인터넷 기반으로 제공되는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말합니다. 최근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이 속속 이용료를 올리고 있습니다. 기본형 서비스의 경우 월 사용료가 10∼11달러에서 12∼14달러로 올랐습니다.Consumers Fed Up With Streaming Service Price Hikes.”(스트리밍 서비스 가격 인상에 뿔난 소비자들)요금 인상을 지적하는 기사 제목입니다. 소비자들이 ‘fed up’(페드업) 했다는 것입니다. ‘화가 난’이라는 뜻으로 ‘angry’가 있습니다. 이밖에도 ‘annoyed’ ‘frustrated’ ‘irritated’ ‘exasperated’ 등 많습니다. 대부분 ‘ed’로 끝나는 단어들입니다. 외부의 충격 때문에 정신이 수동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중 하나가 ‘fed up’입니다. ‘fed’는 ‘feed’(피드)의 과거분사 수동형입니다 ‘feed’는 ‘먹이를 주다.’ ‘공급하다’라는 뜻입니다. ‘up’은 ‘가득 채우다’라는 의미입니다. ‘fed up’은 물릴 정도로 가득 공급받는다는 것입니다. 화가 나는 데는 여러 유형이 있는데 ‘fed up’은 너무 많이 경험해서 질릴 때 씁니다. 미국 영화에서 “I’m fed up with cleaning up after you”라고 화를 터뜨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네가 벌여놓은 일을 뒤치다꺼리하는 것이 신물 난다”라는 대사입니다.‘hike’(하이크)는 ‘increase’보다 상승 폭이 가파를 때 씁니다. 스트리밍 업체들은 지난해와 올해 몇 차례 요금을 올렸습니다. 인상에 질린 소비자들은 서비스를 해지합니다. 미디어업계 통계에 따르면 20∼30대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의 53%는 지난 6개월 동안 1개 이상의 서비스를 중단했다고 합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11월 25일 소개된 영국 앤드루 왕자 논란에 관한 내용입니다. 한국 대통령을 위한 만찬에 영국 왕실 가족이 총출동했습니다. 찰스 3세 국왕-카밀라 왕비 부부, 윌리엄 왕세자-캐서린 미들턴 왕세자비 부부, 앤 공주 등이 참석했습니다. 국왕의 동생인 요크 공작 앤드루 왕자는 없었습니다. 제프리 엡스타인과 친분이 있는 그는 미성년자 성추문 때문에 왕실 직위를 박탈당했기 때문입니다. 2019년 성폭행 논란이 영국을 뜨겁게 달구던 때 앤드루 왕자는 BBC 방송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하지만 태도 논란 때문에 인터뷰는 하지 않는 것이 나을 뻔했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2019년 11월 25일자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가 BBC 방송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인터뷰는 총체적 난국이었습니다. 아까 한 말과 지금 하는 말이 다르고, 진행자의 질문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1시간 내내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모습은 의혹을 해명하러 나온 사람 같지 않았습니다.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를 받은 제프리 엡스타인과 친한 사이였던 그는 엡스타인의 주선으로 미성년 여성들과 성관계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Without putting too fine a point on it.”(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직설적으로 말해서’라는 뜻입니다. ‘put a fine point’는 ‘세세하게 파고들다’라는 뜻입니다. 미성년 여성과의 성관계를 묻는 질문에 앤드루 왕자는 “탁 까놓고 말해 남자가 성관계를 가지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어떻게 함께 밤을 보낸 여자를 기억하지 못하겠느냐. 나는 그 여성에 대한 기억이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횡설수설에다가 남성 우월적 시각까지 논란이 됐습니다.There’s a slight problem with the sweating.”(그 땀에는 약간의 문제가 있다)앤드루 왕자와의 성관계를 주장하는 여성은 그가 “얘기하거나 밥 먹을 때 땀을 많이 흘렸다”라고 했습니다. 그 주장에 문제가 있다는 앤드루 왕자의 반박입니다. slight’(슬라이트)는 ‘사소한’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서는 반어적으로 쓰였습니다. 여성의 주장이 중대하게 틀렸다는 의미입니다. 자신은 땀이 안 나는 무한증(無汗症)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나중에 앤드루 왕자의 비서는 “대머리 치료제 부작용으로 무한증이 됐다”라고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I would describe as a constant sore in the family.”(이 문제는 가족에게 지속적인 고통을 주고 있다)자신의 문제 때문에 가족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앤드루 왕자의 주장입니다. ‘sore’(쏘어)는 ‘염증’ ‘고통’을 말합니다. 하지만 앤드루 왕자의 동정심 유발 작전은 별로 표를 얻지 못했습니다. “가족에게 고통을 줄 일을 애초에 왜 했느냐”라는 질타가 이어졌습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농업에 뛰어드는 젊은이들에게 절실한 고민은 초기 소득이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처음 귀농해 작물을 길러 판매할 때까지 수익이 없다. 2018년부터 시작된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사업’은 초기 소득이 불안정한 청년농업인에게 생활자금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원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사업을 통해 올해까지 1만2600명의 청년농업인을 선발해 지원했다. 더 많은 청년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지난해 10월 ‘제1차 후계·청년농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해 지원금 규모와 선발 인원을 대폭 확대했다. 내년에는 선발 규모가 올해보다 1000명이 늘어난 5000명이 될 예정이다. 만 40세 미만의 독립경영 3년 이하의 청년농업인 및 예정자는 신청할 수 있다. 현재 농업에 종사하고 있지 않더라도 일부 요건만 갖추면 지원 가능하다. 내년에 선발되려면 이달 18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신청 기간이다. 농림사업정보시스템(uni.agrix.go.kr)에서 신청할 수 있다. 지자체별로 1차 서면평가, 2차 면접평가를 거쳐 내년 4월 최종 사업대상자를 선발해 통보한다. 자세한 정보는 7월 개설된 ‘그린대로’(www.greendaero.go.kr)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선정되면 독립경영 연차에 따라 최장 3년에 걸쳐 월 최대 110만 원의 영농정착지원금을 받는다. 독립예정자의 경우 농업경영체를 등록한 시점부터 1년 차에 월 110만 원, 2년 차에 월 100만 원, 3년 차에 월 90만 원을 받는다. 다른 혜택도 있다. 최종 대상자에게는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지 지원 사업을 우선 지원한다. 농지와 시설을 매입·임차할 수 있는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이차보전)도 지원한다. 최대 5억 원이며 금리 1.5%로 5년 거치 20년 상환 조건이다. 개인신용평가 등 대출 취급기관의 심사에 따라 최종 지원 금액은 유동적이다. 다양한 혜택이 있는 동시에 자조금 재해보험 가입, 교육 이수 등 의무사항도 준수해야 한다. 영농 초기 청년농업인의 역량 강화를 위해 마련된 의무 교육은 꼭 이수해야 한다. 이수하지 않으면 지원금 차감, 주의 등의 조치를 받을 수 있다. 의무교육시간이 너무 많아 영농 집중이 어렵다는 일부 청년농업인의 의견을 반영해 내년부터 의무교육 시간을 줄이고, 온라인 교육 인정 시간을 확대한다. 필수교육은 1∼3년 동안 80시간에서 44시간, 선택교육은 연 최대 96시간에서 72시간으로 줄어든다. 온라인 교육 인정시간은 선택교육의 최대 40%에서 60%로 늘어난다. 온라인 수강시간을 인정하는 범위는 50%에서 100%로 확대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업과 농촌에 관심을 두고 새롭게 유입하는 청년들이 어려움 없이 정착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이 되는 규제를 개선하고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홍민정 씨(35)는 충남 태안에서 ‘서유채농장’을 경영한다. ‘아쿠아포닉스(Aquaponics)’라는 농법으로 유럽 샐러드 채소를 생산한다. 아쿠아포닉스는 물고기 양식(Aquaculture)과 수경재배(Hydroponics)의 합성어다. 화학비료 대신 물고기를 양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설물을 이용해 작물을 재배하는 친환경 농법이다. 홍 대표는 10여 년 전 미국에 사는 부모님 친구로부터 미국 유럽 등에서 널리 활용되는 선진 농법으로 아쿠아포닉스를 소개받았다. 이름도 생소한 아쿠아포닉스를 처음 접했을 때 그가 보인 반응이다. “아, 내 짝을 만났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농사도 모르는 서울 아가씨였지만 단숨에 미국으로 건너가 아쿠아포닉스 농장들을 견학하며 신기술을 배웠다. 하지만 어려움은 그다음부터였다. “국내 상황에 적용하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미국 아쿠아포닉스는 기후, 어종, 작물 등이 한국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3년을 꼬박 연구한 끝에 국내에서 작물을 생산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감을 얻은 홍 대표는 2017년 태안에 300여 평 농장을 마련했다. 이듬해 청년 후계농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해 재정적인 지원도 받았다. 농사의 고정관념을 깨는 일도 쉽지 않았다. 비료를 사용해 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농사의 상식인데 물고기를 이용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농사가 그렇게 만만한 줄 아느냐’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럴수록 더욱 연구했습니다. 10년 정도 경력이 붙은 지금은 아쿠아포닉스를 알리는 강사로도 활동할 만큼 지식을 쌓았습니다.” 아쿠아포닉스 농가는 10년 전에는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전국에 30곳 정도로 늘었다는 것이 홍 대표의 추산이다. 그가 말하는 아쿠아포닉스의 장점은 여러 가지다. “화학비료를 쓰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 농작물을 선호하는 요즘 추세에 맞습니다. 일반 농사에 비해 물을 10%만 사용하기 때문에 물 부족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됩니다. 채소도 팔고 물고기도 팔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유채농장이 생산하는 샐러드 채소는 일반 샐러드류보다 2배 이상 가격이 높다. 그래도 호텔, 레스토랑 등에서 주문이 끊이지 않는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홍 대표가 보람을 느끼는 것은 환자용 채소를 재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중 하나가 저칼륨 채소다. “아쿠아포닉스 농법을 활용하면 일반 상추보다 70% 정도 칼륨 비율이 낮은 상추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심부전증, 당뇨, 신장 투석을 받는 환자가 먹을 수 있습니다. 저희 상추를 드신 고객으로부터 ‘30년 만에 처음 상추를 먹었다’라는 감사 전화를 받았을 때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홍 대표는 농장 경영과 함께 컨설팅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아쿠아포닉스 원리에 대한 기본 교육을 하고, 농장 시공과 운영에 필요한 채소, 어종, 미생물 등 재배 방법 노하우를 전수한다. “귀농 생활의 멘토가 돼서 수확 과정까지 함께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농장 10∼15곳의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다. 홍 대표는 귀농 희망인들을 많이 만난다. 그가 귀농인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목표 의식을 가져야 한다”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십중팔구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귀농 초기에 다녔던 한국벤처농업대학 동기 50여 명 중에서 지금까지 농사를 짓는 사람은 저밖에 없습니다. 대부분 도시로 되돌아갔거나 다른 직업을 가졌습니다. 뚜렷한 목적 없이 남들이 하는 유행 작물을 좇으면 포기하기 쉽습니다. 고추 농사를 짓는다면 다른 사람들과 차별점을 가지거나 품질을 올리는 등 확실한 이유를 가져야 합니다. 저는 아쿠아포닉스를 알리겠다는 사명감으로 일해왔습니다.” 서유채농장은 주말마다 체험 행사를 열고 있다. 아쿠아포닉스가 무엇인지, 어떤 점이 친환경인지 직접 물고기와 작물 재배를 경험하는 것이다. 홍 대표의 목표는 체험 공간을 늘리고 치유 농업까지 연계하는 ‘아쿠아포닉스 웰니스 치유센터’를 운영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웰니스 바이오 융합학과 석사 과정에 다니며 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아쿠아포닉스 최초로 농업기술진흥원으로부터 저탄소농산물 인증을 받았다. 900여 평을 신축해 1200평 규모의 농장을 만드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올해 올린 3억 원의 매출을 100억 원까지 늘리겠다는 포부다. “모든 대한민국 국민에게 아쿠아포닉스를 알리는 그날까지 달리겠습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Mine Is Bigger Than Yours.”(니 꺼보다 내 께 더 크지)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행사장 입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자신의 리무진 ‘훙치’(紅旗)를 자랑했습니다. “This is our Hongqi sedan, homemade”(이건 우리 국산 차 훙치 세단입니다). 그러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리무진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Do you know what they call that car? The Beast”(저 차를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요? ‘비스트’라고 하죠). ‘what they call’은 ‘소위’라는 뜻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기를’이라는 의미입니다. 당신 차와 달리 내 차는 이미 세상에서 알아주는 유명한 차라는 것입니다. 자동차를 둘러싼 두 정상의 미묘한 신경전이 우습다는 언론 제목입니다. 흔히 아이들이 서로 로봇 장난감을 견주며 자랑할 때 쓰는 대사입니다. 두 성인, 그것도 세계를 이끄는 양국 지도자의 경쟁의식이 아이들의 유치한 장난감 자랑과 별로 다른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자동차는 크기뿐 아니라 속도도 중요하므로 ‘bigger’ 대신 ‘faster’를 쓰기도 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자랑처럼 ‘비스트’는 명성이 높습니다. 미국인들은 ‘비스트’에 한번 탑승해 보는 것이 꿈입니다. ‘비스트’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 얻은 애칭입니다. 이전까지는 그냥 ‘대통령 리무진’(presidential limousine)이라고 불렸습니다. 부시 대통령 때 테러로부터 신변 보호를 위해 다양한 첨단 기능을 넣기 시작했습니다. 산탄총 및 최루탄 발사 기능, 야간투시 카메라, 생화학 공격 방어, 13cm 두께 방탄유리, 산소탱크, 대통령 혈액 보관함 등을 갖추게 됐습니다. 차 한 대 무게가 10t에 육박합니다. 무서운 기능이 많아서 ‘야수’로 불리게 됐습니다. 미국 대통령의 권위를 상징하는 ‘비스트’에 대해 알아봤습니다.I call a nuclear submarine right from here. Plus it has seat warmers.”(여기서 핵잠수함과 교신할 수 있다. 좌석 보온은 덤)‘비스트’라는 용맹한 이름과 달리 굴욕적인 고장이 자주 발생합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 아일랜드에서 미국 대사관을 나오는 길에 지면이 팬 곳에 박혀 꼼짝 못 하게 됐습니다. 현지 정비공들이 달라붙어 3시간 동안 씨름한 끝에 겨우 후진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고장의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한 채 다음날 공항으로 옮겨져 미국으로 공수했습니다. 얼마 뒤 이스라엘에서는 갑자기 시동이 안 걸리는 사고가 났습니다. 휘발유 대신 디젤 연료를 주유한 것이 원인이라는 얘기가 나왔습니다.오바마 대통령은 잦은 고장을 일으키는 ‘비스트’ 체면을 세워주려고 백악관을 찾은 코미디언 제리 사인펠드의 인터넷 토크쇼에서 이렇게 자랑했습니다. 핵잠수함 교신은 최첨단 기능입니다. 반면 좌석 보온은 웬만한 자동차라면 모두 갖추고 있는 기본 기능입니다. 반대되는 두 가지 내용을 슬쩍 합쳐 말하는 것은 미국의 전형적인 유머입니다. 좌석 보온을 핵잠수함 교신에 견줄 정도로 ‘비스트’가 부실하다는 자폭 개그입니다. Gentlemen, start your engines!”(선수들이여, 엔진을 점화하라)‘비스트’는 스포츠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 ‘데이토나 500’ 자동차 경주대회입니다. 스포츠 대회에 등장한 것은 이때가 유일합니다. 데이토나 500은 ‘자동차 경주의 슈퍼볼’로 불릴 정도로 관심이 집중되는 경기입니다. 대회 개막자가 외치는 유명한 구호입니다. 선수들에게 출발 준비를 하라는 신호입니다. 시동을 거는 것을 ‘start a car’라고 합니다. 엔진에 시동을 거는 것이지만 ‘start an engine’이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대회 개막에서는 선포의 의미가 있으므로 ‘start your engines’라고 했습니다.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이 특별 개막자로 나왔습니다. 엔진 점화 구호를 외친 뒤 트랙으로 내려가 ‘비스트’에 올라 ‘parade lap’(퍼레이드 랩)을 선보였습니다. 관중의 환호를 받으며 경기장을 천천히 도는 행사입니다. 스포츠 경기에 자주 등장하는 ‘lap’은 ‘한 바퀴’를 말합니다. 경주차들은 줄을 맞춰 ‘비스트’를 뒤따르며 대통령에게 경의를 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다운 이벤트”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 탄핵 소추안이 상원에서 부결된 직후였습니다. ‘비스트’ 퍼레이드는 이제 부담 없이 대선 출마에 집중한다는 신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친 출발 구호는 사실상 대선 출정식 구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데이토나 500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자층인 백인 남성의 스포츠입니다. 관중들은 “4년 더”(Four More Years)를 외치며 열광했습니다.Rawhide is OK. We’re going to Crown.”(로하이드는 무사하다. 우리는 크라운으로 간다)대통령 리무진은 암살 사건에도 등장합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을 암살 시도로부터 구한 일등공신입니다. 당시는 ‘비스트’로 불리기 전이었습니다. 1981년 레이건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불과 4m 떨어진 곳에서 군중 속에 있던 힝클리가 6발을 발사했습니다. 첫 번째 총알은 백악관 대변인을 맞췄습니다. 두 번째 총알에 경찰관이 쓰러졌습니다. 세 번째 총알이 대통령의 머리를 조준했습니다. 제리 파 경호책임자는 순간적으로 대통령을 리무진 안으로 밀어 넣고 자신도 올라탔습니다. 힝클리는 계속 총을 쐈습니다. 파 경호원은 운전사에게 외쳤습니다. “Take off!”(빨리 출발해) 파 경호원은 엎드린 상태의 대통령이 총상을 입었는지 살펴봤습니다. 외상이 없다고 판단됐습니다. 그는 곧바로 본부에 무선 연락을 취했습니다. ‘rawhide’(로하이드)는 거친(raw) 가죽(hide)을 말합니다. 서부시대 개척자를 상징합니다. 배우 시절 서부 영화에 많이 출연한 레이건 대통령의 암호입니다. ‘Crown’(크라운)은 백악관 업무동을 가리키는 암호입니다. 파 경호원의 무선 내용은 나중에 레이건 암살 조사 보고서에 그대로 인용됐습니다. ‘로하이드’는 유행어가 됐습니다. ‘Rawhide Down’(로하이드 공격당하다)이라는 레이건 암살 사건 책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파 경호원이 대통령을 뒤집자 상태는 심각했습니다. 피를 토했습니다. 급히 병원으로 방향을 돌리게 했습니다. 진찰 결과 총알이 박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6번째 총알이 리무진의 방탄이 되지 않는 곳으로 뚫고 들어가 대통령의 왼쪽 겨드랑이를 맞춘 것입니다. 심장에서 2.5cm 떨어진 지점에서 총알은 멈췄습니다. 대통령은 총알 제거 수술을 받고 12일 만에 퇴원했습니다. 낸시 레이건 여사는 리무진으로 대통령을 피신시킨 파 경호원에게 “내 룸메이트(남편)를 구한 은인”이라고 감사를 표했습니다. 리무진으로 날아온 총알에 맞기는 했지만 그래도 리무진으로 피신한 덕분에 암살범의 사정권에서 벗어나고 병원에도 빨리 갈 수 있었습니다. 명언의 품격리무진에서 목숨을 잃은 대통령도 있습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입니다. 1963년 텍사스 댈러스에서 링컨 콘티넨털 리무진을 타고 카퍼레이드를 하던 중 리 하비 오스왈드가 쏜 총에 맞아 숨을 거뒀습니다. 옆에 있던 재클린 케네디 여사가 리무진 위로 기어 올라가 “no, no”라고 절규하는 장면을 미국인들은 잊지 못합니다.현대의 대통령 리무진은 각종 위험으로부터 대통령을 보호하는 것이 주목적입니다. 대통령은 리무진 안에서 꼭꼭 숨어있습니다. 군중에게 손을 흔들어도 밖에서는 보이지도 않습니다. 과거에는 리무진 용도가 달랐습니다. 카퍼레이드가 주목적이었습니다. 손을 흔드는 모습을 군중에게 보이려고 리무진 지붕이 뜯어내고 컨버터블로 만들었습니다. 비가 올 때 대비해 떼였다 붙였다 할 수 있는 투명 지붕을 설치했습니다. 투명 지붕을 ‘버블탑’(bubble top)이라고 부릅니다.케네디 대통령 때 리무진을 컨버터블로 개조하고 버블탑을 만드는 작업은 ‘헤스 앤 아이젠하트’라는 튜닝 회사가 담당했습니다. 이 회사 윌러드 헤스 대표의 말입니다. 그는 나중에 케네디 암살 사건을 조사하는 워런 위원회에서도 증언했습니다. If the president had used the removable bubble top, he might not have been killed.”(만약 대통령이 투명 지붕을 썼다면 죽지 않을 수도 있었다)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된 날 백악관 경호국은 버블탑을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댈러스 날씨는 좋았습니다. 버블탑이 없는 컨버터블은 암살범에게 완전히 노출됐습니다. 버블탑은 방탄 기능이 없어서 설치됐더라도 총알을 피하기는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조준을 방해해 목숨을 건질 수도 있었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헤스 대표가 ‘might’라고 한 것은 작은 가능성이지만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만큼 케네디 대통령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던 방법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이 탔던 리무진은 ‘death car’(죽음의 차)라는 별명을 얻게 됐습니다. 이 차는 어떻게 됐을까요. 증거 확보를 위해 댈러스에서 워싱턴으로 통째로 이송돼 핏자국, 피부 조각 등을 정밀 감정했습니다. 이후 헤스 앤 아이젠하트로 옮겨져 깨끗하게 청소됐습니다. 헤스 대표는 “정성을 다해 핏자국을 지웠다”라고 했습니다. 이후 미시간에 있는 헨리 포드 박물관으로 옮겨져 오늘날까지 전시돼 있습니다. 만약 경매에 부쳐진다면 천문학적 액수에 낙찰될 것이 확실합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신경전만 벌였던 것은 아닙니다. 친밀한 대화도 나눴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이 끝나고 정원을 거닐며 시 주석에게 “부인의 생일을 미리 축하드린다”라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의 생일까지 알고 있는 것은 자신의 생일과 똑같은 11월 20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시 주석의 반응을 당시 대화 현장에 있던 미 고위관리는 이렇게 전했습니다.He had been up to his eyeballs in statesmanship and the date had passed him by.”(그는 너무 바빠서 와이프 생일을 까먹었다)‘up to eyeballs’라는 재미있는 단어가 나옵니다. ‘up to’는 ‘까지’라는 뜻입니다. 친한 사이의 미국인들은 안부를 물을 때 “what are you up to?”라고 합니다. 내가 묻는 그 시점까지 “무슨 일이 있느냐” “요즘 어떻게 지내”라는 뜻입니다. ‘eyeball’(아이볼)은 ‘눈알’을 말합니다. ‘up to eyeballs’는 ‘눈알까지’라는 뜻입니다. 눈알 앞까지 일거리가 차오르는 장면을 상상하면 됩니다. 그 정도로 ‘정신없이 바쁘다’라는 의미입니다. ‘very busy’와 같은 뜻입니다. 흔한 ‘busy’라는 단어 대신에 신체 부위에 빗대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일거리가 위까지 차오른다는 의미이므로 ‘eyeball’ 대신에 신체의 윗부분인 머리의 다른 부위를 써도 됩니다. ‘up to eyes’ ‘up to ears’ ‘up to neck’도 같은 뜻입니다. ‘statesmanship’(스테이츠맨쉽)은 ‘노련한 정치력’을 말합니다. 결론은 정치 때문에 너무 바빠서 날짜가 가는 것도 몰랐다는 것입니다. 요즘은 바빠서 가족 생일을 못 챙겼다는 것이 자랑도 변명도 되지 못하는 시대입니다. 미국 언론이 ‘quick! buy flowers’(서둘러! 꽃을 사라구)라는 재치있는 제목을 붙인 이유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12월 4일 소개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의 미중 정상회담에 관한 내용입니다.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나 무역 담판을 벌였습니다.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중단하라는 것이 미국의 요구사항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높은 세율의 관세 폭탄을 안기겠다는 것입니다. 자신을 ‘협상의 명수’라고 자랑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작 회담에서는 별로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했습니다.▶2018년 12월 4일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은 이런 것인가 봅니다. 일단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는 완전한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큰소리친 뒤, 정작 협상에서는 전혀 일방적 승리 같지 않은 결과를 내고, 협상 결과에 대한 비판이 나올 것에 대비해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고 선수를 칩니다. 최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열린 미중 무역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무역전쟁을 90일간 휴전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회담 전에는 당장이라도 중국에게 관세 폭탄을 안길 것처럼 큰소리 치더니 휴전이라는 어정쩡한 성과를 낸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성과가 굉장한 것이라고 자평했습니다. This was a classic exercise in can-kicking.”(이것은 뒤로 미루기의 전형적인 사례다)블룸버그 뉴스는 90일 휴전 합의를 ‘뒤로 미루기’라고 평가했습니다. 일단 어려운 문제는 피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심리입니다. 길거리에서 깡통을 차보셨습니까. 여기서 깡통은 해결하기 힘든 문제를 말합니다. 한 번 차면 깡통은 저 멀리 가고, 깡통 앞에 이르면 다시 차는 일이 반복됩니다. ‘kick the can’(깡통을 차다)은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를 미룬다는 뜻입니다. The guy’s got diplomatic attention disorder.”(그 사람은 외교 문제에서 주의력 결핍증을 앓고 있다)주의가 산만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의학 용어로 ‘attention disorder’(주의력 결핍증)라고 합니다. 내실 있는 외교 합의를 끌어내려면 협상자는 인내하고 집중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번 협상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이 너무 산만하다는 외교 전문가인 마이클 데시 노트르담 국제안보센터 국장의 비판입니다.I don’t agree but I defer to the president.”(동의하지 않지만, 대통령의 판단을 믿는다)지난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담당 자문역이었던 댄 디미코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defer to’는 ‘다른 사람이 결정하도록 미루다’라는 뜻입니다. 결정하는 사람의 판단을 믿는다는 의미입니다. 90일 휴전 합의에 동의하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바른 판단을 내렸다고 믿는다는 뜻입니다.}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The Donald Trump show is over. This was nothing more than a political stunt.”(도널드 트럼프 쇼는 끝났다. 그의 증언은 정치 스턴트에 지나지 않았다)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판에 출석했습니다. 금융권에서 유리한 대출을 받기 위해 자산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산가치 일부가 조작된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관여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증언 시간의 90% 이상을 정치적 주장과 업적 홍보에 할애했습니다. 죄도 없는 사람을 재판에 나오게 한 검사와 판사를 향해 “crazy”(미친), “fraud”(사기꾼)이라고 독설을 퍼부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막말이 계속되자 판사가 변호인에게 경고했습니다. “Can you control your client? This is not a political rally.”(당신 의뢰인 좀 통제해달라. 여긴 정치 유세장이 아니다)폭풍 같았던 4시간이 지나고 트럼프 대통령이 법정을 빠져나가자 그를 기소한 뉴욕 검찰총장이 한 말입니다. ‘도널드 트럼프가 기획하고 출연한 쇼’라는 의미입니다. ‘stunt’(스턴트)는 스턴트맨이 연상돼 ‘대역’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람의 이목을 끌기 위한 행동’을 말합니다. 셀럽들이 언론에 나오고 싶어서 돌출 행동을 벌이는 것을 ‘publicity stunt’(퍼블리시티 스턴트)라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정치적 스턴트, 즉 내년 대선을 앞두고 표를 모으기 위한 계산된 연기라는 것입니다.법정은 죄의 유무를 따지는 신성한 공간입니다. 동시에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 드라마에서 보듯이 미국에서 재판은 ‘오락’ ‘쇼’의 요소를 중시합니다. TV 진행자 출신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잘 활용하는 사람입니다. 미국인들이 즐겨 쓰는 ‘courtroom theater’라는 단어는 법정은 ‘무대’이고, 판사 변호사 피고 등 참가자들은 ‘공연’을 한다는 뜻입니다. 법정에 TV 카메라가 허용되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미국 범죄 재판에서 유명한 장면들을 알아봤습니다.Carol, do you want to marry me?”(캐럴, 나와 결혼하고 싶어요?)연쇄살인범 테드 번디는 엽기적인 범죄 행각만큼이나 재판 과정도 화제였습니다. 그는 재판에서 자신이 직접 변호사로 나섰습니다. 어느 날 나비넥타이를 매고 법정에 나왔습니다. 대학 시절부터 알고 지낸 캐럴 앤 분이라는 여성을 증인으로 불렀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이냐”라는 번디의 질문에 분은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번디의 입에서 나온 청혼 멘트입니다. 미국인들은 청혼 멘트를 던지는 것을 ‘pop the question’(질문을 터뜨리다)이라고 합니다. 번디가 터뜨린 질문은 일반적인 청혼 멘트 “will you marry me?”(나와 결혼해 줄래요)과 조금 달랐습니다. 분이 더 결혼을 원하는 뉘앙스입니다. 분은 번디의 무죄를 믿는 여성 팬 중 한 명이었습니다. 분이 웃으며 “yes”라고 하자 번디는 “나도 당신과 결혼하겠다”라고 답했습니다. 플로리다 법에 따라 번디-분 커플의 결혼이 성립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즉석 결혼식은 철저히 계획된 것이었습니다. 번디는 아는 기자에게 부탁해 결혼식 의상을 준비하고 결혼반지를 뉴욕의 보석전문점 티파티에서 주문했습니다. 분은 결혼식 공증인을 대기시켜 놓았습니다. 방청객들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결혼식 장면에 어이가 없었습니다. 법정에는 축하 대신 침묵이 흘렀습니다. 번디가 즉석 결혼식을 올린 재판은 그가 12세 소녀를 성폭행 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재판이었습니다. “번디 나르시시즘(자아도취)의 극치”라는 비판이 쇄도했습니다. Barbara Walters, God bless you, darling. I’d have never gotten out of the joint without you.”(바바라 월터스, 달링, 신의 축복이 있기를. 당신이 아니었으면 감옥에서 못 나올 뻔했다)OJ 심슨 사건 7년 뒤 비슷한 남자 배우 아내 피살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2001년 로버트 블레이크 아내 피살 사건입니다. 블레이크는 1970년대 터프한 역할을 많이 맡은 유명 배우입니다. 바니 리 베이클리라는 여성이 블레이크와 결혼 2년 뒤 총에 맞아 사망했습니다. 부부가 레스토랑에서 함께 식사하고 나온 뒤 베이클리가 차 안에서 머리에 총을 맞은 채 발견됐습니다. 블레이크는 베이클리가 총을 맞은 시각에 레스토랑에 두고 나온 호신용 총을 가지러 갔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블레이크가 과거에 베이클리 청부살인을 의뢰했던 사실을 밝혀내고 그를 체포했습니다. 여기서 여성 언론인 바바라 월터스가 등장합니다. 월터스는 재판을 앞둔 블레이크를 감옥으로 찾아가 인터뷰했습니다.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은 블레이크는 “늙어서 사람을 죽일 힘도 없다”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베이클리와의 사이에 낳은 한 살짜리 딸에게 절절한 사랑도 고백했습니다. 블레이크 변호인단은 재판이 시작되자 모두 변론 단계부터 인터뷰 영상을 집중적으로 틀었습니다. 블레이크는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기자회견에서 그가 가장 먼저 고마움을 전한 사람은 가족도 변호사도 아닌 월터스였습니다. 월터스를 “달링”이라고 부르며 “감옥에서 나온 것은 당신 덕분”이라고 했습니다. ‘joint’(조인트)는 ‘join’(잇다)의 형용사입니다. 합동 콘서트를 ‘joint concert’라고 합니다. ‘관절’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관절 약을 ‘joint supplements’(관절 영양제)라고 합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별로 좋지 않은 의미로 많이 씁니다. 우선 블레이크가 말한 것처럼 ‘감옥’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큰 방과 이어진 음습한 방이라는 의미입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듯이 마리화나를 담배처럼 돌돌 말아서 피우는 것을 ‘조인트’라고 부릅니다. 담배 종이를 이어서 말기 때문입니다.월터스는 블레이크 인터뷰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녀가 블레이크 편을 든 것은 아니었지만 인터뷰라는 포맷 자체가 블레이크에게 일방적으로 자기주장을 밝힐 기회를 줬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는 블레이크를 “humanize”(인간화) 시켰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당시는 월터스, 다이앤 소여, 코니 정 등 유명 여성 앵커들 사이에 인터뷰 경쟁이 극에 달했던 때였습니다. 월터스는 경쟁 욕심에 블레이크의 주장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입니다. 블레이크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베이클리 가족으로부터 그녀 사망에 책임이 있다는 민사 소송을 당했습니다. 위자료 3000만 달러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고 파산해 은둔생활을 하다가 올해 초 사망했습니다. She is not a ‘Lolita.’ This is a sick girl. This is not a seductress.”(그녀는 롤리타가 아니다. 아픈 여자다. 유혹녀가 아니다)1950년대 소설 ‘롤리타’는 중년 남성의 어린 소녀에 대한 성적 집착을 그린 내용입니다. 1992년 ‘롱 아일랜드 롤리타’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주인공은 뉴욕 롱 아일랜드에 사는 에이미 피셔라는 16세 여고생. 조이 부터퓨코라는 35세 남성과 불륜관계를 맺고 그의 아내 메리 조 부터퓨코에게 총을 쏜 사건입니다. 대담하게 불륜남의 집으로 찾아간 피셔는 아내가 상대해주지 않자 얼굴을 향해 총을 발사했습니다.1990년대 풍요로운 미국 사회의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불륜, 젊은 여성, 총 등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모든 요소를 갖춘 이 사건은 한 해 동안 영화가 3편이나 만들어질 정도로 화제의 중심이었습니다. 당시 17세의 드류 베리모어도 피셔로 출연했습니다. 메리 조 부터퓨코는 12시간이 넘는 대수술 끝에 목숨을 건졌지만, 총알 파편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해 얼굴이 비뚤어지고 한쪽 귀의 청력을 잃었습니다. 피셔는 1급 상해죄로 15년형 판결을 받았습니다. 7년 만에 열린 형량 재조정 재판에 메리 조 부터퓨코가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피셔의 형량 감축을 불허해달라는 요청을 하러 온 것으로 사람들은 생각했습니다. 반대로 형량을 줄여달라는 호소였습니다. 사건의 반전에 방청석은 술렁거렸습니다. 메리 조 부터퓨코는 총상 후유증으로 어눌해진 말씨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법정에 어울리지 않는 ‘롤리타’라는 단어가 나오자 방청석에서 웃음이 터졌습니다. 이미 가석방 조건을 채운 피셔는 즉시 석방됐습니다. 메리 조 부터퓨코는 불륜녀를 용서한 것도 모자라 감형까지 도와준 것에 대해 “총상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과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피셔는 일찍 감옥에서 나왔지만, 불륜녀라는 악명 때문에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성인영화 배우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부터퓨코 부부는 이혼했습니다. 명언의 품격미국은 법정 공방을 흥미진진하게 다루는 재주가 뛰어납니다. 미국인들이 꼽는 최고의 법정 장면은 1960년 출간된 하퍼 리 소설 ‘To Kill A Mockingbird’(앵무새 죽이기)입니다. 인종차별이 심했던 1930년대 앨라배마주에서 백인 변호사 애티커스 핀치가 백인 소녀를 강간한 혐의를 받는 흑인 청년을 변호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그레고리 펙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등 3개 부문에서 수상했습니다. 이 작품의 정점은 핀치의 최종 변론 장면입니다. 가장 유명한 구절입니다. This case is as simple as black and white.”(이 사건은 흑백처럼 간단하다)‘black and white’는 ‘흑백’을 말합니다. 흑백은 색맹인 사람도 구별할 수 있는 정반대의 색깔입니다. ‘확실한’ ‘복잡하지 않은’이라는 뜻입니다. 사람의 성격을 말할 때 “he sees things in black and white”이라고 하면 “그는 흑백으로 사물을 본다”라는 뜻입니다. 좋고 싫음이 확실한 똑 떨어지는 성격을 말합니다.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there is no black, no white — only shades of grey”라는 격언도 있습니다. ‘grey’(회색)는 ‘black and white’의 반대 개념으로 불확실성을 말합니다. 인생은 흑백 논리로 구분할 수 없고, 수많은 불확실성의 연속이라는 뜻입니다.핀치의 ‘black and white’ 구절이 유명한 것은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표면적으로 이번 사건은 증거가 없으므로 무죄를 밝히는 것은 흑백 색깔처럼 간단한 일이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이번 사건은 흑백이라는 인종적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무죄 입증이 결코 간단치 않다는 의미입니다. 편견과 차별이 끼어들기 때문입니다. 핀치는 백인 배심원단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압니다. 확실한 법적 증거로만 사건을 판단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입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미중 갈등이 첨예한 시점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아이오와 친구들’(friends from Iowa)을 통해서입니다. 1985년 허베이성 당서기 시절 시 주석은 축산 대표단을 이끌고 아이오와 머스카틴을 2주 동안 방문했습니다. 미국의 선진 농업 시스템을 배우려는 것이었습니다. 영화 ‘스타트랙’ 포스터가 걸린 가정집에서 머무르며 미국 문화를 접했습니다. 각자 음식을 가져오는 ‘potluck’(팟럭 파티)에 참석하고 영화관에도 갔습니다. 2012년 차기 지도자로 내정됐을 때 미국을 방문해 아이오와를 찾았습니다. 자신을 환대했던 주민들을 다시 만나 이렇게 말했습니다. “To me, you are America.”(나에게는 당신들이 미국이다)시 주석이 그 아이오와 친구들을 다시 만납니다. 11∼1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회의(APEC) 정상회의 만찬에 초청한 것입니다. 주미 중국대사관으로부터 초청 연락을 받은 85세의 사라 랜드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We can’t figure it out. We don’t even know why he likes us!”(모르겠어요. 왜 그가 우리를 좋아하는지 이해가 안 돼요)‘figure’(피규어)는 다양한 뜻이 있습니다. 원래 ‘형태’ ‘모습’이라는 뜻입니다. ‘피겨 스케이팅’은 얼음 위에서 아름다운 형태를 만들어낸다는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여기서 파생해 ‘인물’이라는 뜻도 있고, ‘숫자’라는 뜻도 있습니다. ‘역사적 위인’을 ‘historical figure’라고 합니다. ‘모형 장난감’(피규어)을 말하기도 합니다. 명사보다 동사로 많이 씁니다. ‘figure out’은 형체를 추측하는 것이므로 ‘이해하다’라는 뜻입니다. ‘can’t figure it out’은 “이해가 안 된다”라는 뜻입니다. 미국인들이 일상 대화에서 자주 하는 말로 ‘go figure’가 있습니다. 직역하면 ‘가서 이해하라’라는 뜻입니다. 놀랍거나 말이 안 되는 상황을 접했을 때 ‘그게 이해가 돼?’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랜드 할머니가 “can’t figure it out”이라고 한 것은 왜 시 주석이 계속 아이오와 친구들에게 호의를 베푸는지 진짜 이해가 안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만큼 기쁘다는 것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2월 17일 소개된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 재판입니다. 영화계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졌던 와인스틴은 2017년 성폭행 전력이 폭로되면서 피고의 신분으로 전락했습니다. 50여 명이 넘는 여성들이 와인스틴으로부터 성추행 성폭행을 당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습니다.▶2020년 2월 17일자영화 ‘기생충’을 만든 봉준호 감독이 미국 홍보 투어 때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는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2014년 ‘설국열차’ 미국 개봉 때 와인스틴은 상영 시간이 너무 길다는 이유로 25분 분량을 자르라고 요구했습니다. 봉 감독이 거부하자 괘씸하게 여긴 와인스틴은 개봉 극장을 줄였습니다. 6년이 지난 지금 봉 감독은 아카데미가 인정한 거장이 됐고, 와인스틴은 성폭행 혐의로 뉴욕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신세입니다. 와인스틴 재판에서 나온 발언들입니다.I wanted to pretend it never happened.”(나는 그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가장하고 싶었다)첫날 재판에는 6명의 여성이 출석해 와인스타인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5번째 증인으로 나온 여배우 애너벨라 쇼라. 수치심과 모욕감이 너무 커서 성폭행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믿고 싶었다고 합니다. 다른 여성들도 비슷한 증언을 했습니다. He treated women who he tricked into entering his lair like ants he could step on without consequences.”(그는 자신의 소굴로 꼬드겨 데려온 여성들을 아무런 대가 없이 밟아 죽일 수 있는 개미처럼 취급했다)이번 재판에서는 증인뿐 아니라 검사와 변호사도 모두 여성이었습니다. 맨해튼 검찰의 조앤 일루지 오번 검사는 최종 변론에서 와인스틴을 ‘우주의 제왕’(master of the universe)에 비유했습니다. 여성들을 개미 취급했다는 것입니다. 개미를 밟아 죽이는 것을 ‘개미(ants) 위에 서다(step on)’라고 합니다. ‘lair’(러)는 ‘은신처’를 말합니다.I would never put myself in a position to be sexually assaulted.”(나 같으면 성폭력을 당할 소지가 있는 상황에 처하지 않는다) 도나 로투노 변호사가 와인스틴 변호를 맡았습니다. 성범죄 혐의를 받는 부자 남성들을 무죄 방면시켜 주는 것이 전문인 변호사입니다. 그녀는 최종 변론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신처럼 현명한 여성은 성폭행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성범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피해자 책임론입니다. ‘put oneself in position’은 ‘상황에 자신을 놓다’ ‘상황에 처하다’라는 뜻입니다. ‘put yourself in his position’은 ‘네가 그의 상황에 처해 봐라’ ‘처지를 바꿔놓고 생각해봐라’라는 뜻입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Weirdest thing I did was on Sundays, I would go to open houses and go to the bathrooms and see what pills they had in there and steal them.”(나의 가장 기이한 행동은 일요일에 벌어졌다. 오픈 하우스를 하는 집의 욕실에 가서 약들을 훔쳤다) 인기 시트콤 ‘프렌즈’의 ‘챈들러 빙’역을 맡았던 매튜 페리가 최근 세상을 떠났습니다. 자기 집 자쿠지에서 익사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에서는 ‘프렌즈’의 주인공 한 명 정도로 소개되지만 페리의 인기가 높았던 미국에서는 추모 열기가 뜨겁습니다. 페리를 말할 때 ‘addiction’(중독)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습니다.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그가 밝힌 약물 중독 경험담입니다.중독이 얼마나 사람을 파괴하는지 보여주는 ‘오픈 하우스’ 사건입니다. 그는 일요일마다 오픈 하우스 행사를 찾아다녔습니다. 오픈 하우스는 미국에서 집을 파는 방식입니다. 집주인은 관심 있는 사람들이 둘러볼 수 있도록 주말에 집을 오픈합니다. 물론 페리는 집 구매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욕실로 가서 캐비닛을 뒤지려는 것입니다. 미국 가정에서는 욕실 캐비닛에 조제약을 많이 넣어둡니다. 처방전이 필요한 조제약은 쉽게 구할 수 없으니까 그렇게라도 해서 약을 구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페리와 같은 할리우드 스타가 일반 가정집에 들어가 도둑질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입니다. 본인도 이런 일이 얼마나 황당한지 ‘weird’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이밖에도 놀라운 사례들은 많습니다. 페리는 자주 병원에 가서 두통을 호소했습니다. 가짜 두통입니다. 심지어 MRI까지 찍었습니다. 이 모든 수고는 그가 중독된 진통제를 처방받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14세에 술을 마시기 시작한 후 40여 년 동안 각종 중독 상태에서 살았던 페리는 최근 몇 년 동안 확실한 재활 의지를 보여 팬들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성공한 이들도 많습니다. 최근 한국에서 유명 연예인들의 마약 사용 논란이 뜨겁습니다. 일반인들 사이에 퍼진 마약 문제도 심각합니다. 중독을 이겨낸 미국 유명인들을 알아봤습니다.No matter what kind of human being I was, I couldn’t stand being around him like that.”(내가 어떤 인간이건 간에 그런 상태에서 아들 곁에 있기는 싫었다) 팝송 ‘원더풀 투나잇’으로 유명한 록가수 에릭 클랩튼은 젊은 시절 헤로인 중독자였습니다. 마약 중에서 가장 강한 헤로인에 중독돼 일주일에 1만 6000달러(2000만 원)씩 돈을 썼습니다. 마약을 사느라 돈을 물 쓰듯이 쓰면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끊을 수 있다”라는 자만심 속에서 살았습니다. 헤로인을 끊었지만, 중독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코카인과 술로 옮겨갔습니다. ‘코카인’이라는 노래를 만들기도 했습니다.급기야 마약 때문에 몸을 가누지 못해 무대 위에서 뻗는 추태를 보였습니다. 그런 모습이 창피한 줄도 몰랐습니다. 오히려 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The fact that I was laying down on stage means at least I showed up.”(무대 위에서 드러누웠다는 것은 적어도 출연했다는 의미다). ‘공연을 펑크내지 않은 것이 어디냐’라는 의미입니다.클랩튼이 자서전에 밝힌 재활의 계기는 아들 ‘코너’의 출생이었습니다. ‘stand’는 단순히 ‘서다’가 아니라 ‘대항하다’ ‘맞서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can’t stand”는 맞설 수 없을 정도로 ‘극도로 싫어하다’라는 뜻입니다. 술과 마약에 취한 채 아들을 안는 아버지가 되기는 죽기보다 싫었다는 것입니다. 아들이 태어난 이듬해 재활 치료를 통해 중독에서 벗어났습니다. 아들이 네 살이 되던 해 엄청난 비극이 찾아왔습니다. 아들이 뉴욕의 53층 아파트에서 떨어져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슬픔을 잊기 위해 다시 마약에 빠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예상을 뒤엎었습니다. 마약이 아닌 음악에 몰두했습니다. 아들을 기리는 노래 ‘Tears in Heaven’이 이때 탄생했습니다. 휴양하며 음악에 몰두했던 서인도제도 안티과 섬에 ‘크로스로즈 센터’라는 재활 기관을 설립했습니다.Oh, Harry Potter’s getting drunk.”(어, 해리포터가 취했네)영화 ‘해리포터’의 주인공 대니얼 래드클리프는 알코올 중독자였습니다. 그가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으면 사람들은 이렇게 수군거렸습니다. 소년 마법사와 술은 너무 동떨어진 이미지이기 때문입니다. ‘get drunk’는 ‘취하다’라는 뜻입니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더욱 술을 마셨습니다. 그래야 사람들의 시선을 잊을 수 있었습니다. 래드클리프는 해리포터 촬영장에서 술을 잘 마시는 선배 배우들에 둘러싸여 처음 술을 접하게 됐습니다. 어린 래드클리프에게 술을 먹는 어른은 멋있어 보였습니다. “I heard all their amazing stories about their drunken nights. That was what I was desperately trying to pursue”(다른 배우들의 술 취한 밤에 대한 멋진 얘기들을 들으면서 그런 모습을 미치도록 따라 하고 싶었다). ‘drunk’와 ‘drunken’은 모두 ‘술 취한’이라는 형용사지만 쓰는 위치가 다릅니다. 잘 골라서 써야 합니다. ‘drunk’는 ‘I was drunk’처럼 동사 다음에 씁니다. ‘drunken’은 ‘drunken night’처럼 명사 앞에 씁니다. ‘drunk’는 ‘주정꾼’이라는 명사로도 씁니다. 래드클리프는 2001년부터 2011년까지 8편의 해리포터 시리즈에 출연했습니다. 가장 술을 많이 마셨을 때는 2009년 개봉작 ‘해리포터와 혼혈왕자’(Harry Potter and the Half-Blood Prince)를 촬영할 때였습니다. 시리즈 완결이 다가오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잊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는 당시의 감정을 ‘패닉’이라고 했습니다. “It was panic, not knowing what to do next.”(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공황상태였다) 래드클리프는 평소 조용한 성격이지만 술을 마시면 난폭해지는 스타일입니다. 이런 중독자를 ‘angry drunk’(화난 주정꾼)라고 합니다. 술을 마시면 변하는 자신의 모습이 혐오스러웠습니다. 2010년 해리포터 완결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촬영을 마친 뒤 술을 끊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중독자들이 그렇듯 재발했습니다. 뉴욕 술집에서 취해 소란을 피우다가 쫓겨났습니다. 2013년 재활에 성공해 이후에는 술을 입에 대지 않는다고 합니다.Getting sober remains my single greatest accomplishment, bigger than my husband, my children, any work, success, failure. Anything.”(약을 끊은 것은 나의 가장 위대한 업적이다, 남편보다, 자식보다, 어떤 작품보다, 성공보다, 실패보다. 그 어떤 것보다)‘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올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제이미 리 커티스는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opioid) 중독자였습니다. 요즘 미국의 최대 골칫거리인 오피오이드를 이미 30여 년 전 경험한 것입니다. 아편 성분인 오피오이드는 진통 효과가 뛰어나 암 환자, 만성 통증 환자에게 사용됩니다. 오피오이드 성분이 포함된 약물로 모르핀, 펜타닐, 바이코딘 등이 있습니다. 커티스는 1989년 눈가에 붓기를 빼는 간단한 성형수술을 받다가 바이코딘에 중독됐습니다. 이후 10년 동안 진통제에 중독된 삶을 살았습니다. 이때 출연한 영화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트루 라이즈’(True Lies) 등이 있습니다.연예계 집안 출신인 커티스는 중독자들 사이에서 자랐습니다. 아버지 토니 커티스는 헤로인, 코카인, 알코올 중독자였습니다. 오빠는 헤로인 중독으로 사망했습니다. 오빠의 사망을 보면서도 약을 끊지 못했습니다. 재활의 계기는 언니의 약을 훔친 것이었습니다. 수술은 받은 언니가 진통제를 복용 중인 것을 알고 몰래 언니 방에 들어가 가방을 뒤져 훔쳤습니다. 약을 훔친 것을 직접 말할 용기가 없어 몰래 편지를 넣어뒀습니다. 언니는 화를 내는 대신 그녀를 안아줬습니다. “I love you, I am concerned about you, and I am unwilling to watch you kill yourself.”(너를 사랑하고, 걱정하고, 너 자신을 죽이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언니의 사랑에 감동한 커티스는 중독자 모임에 등록하고 재활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약을 끊은 지 2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중독자 모임에 참석합니다. 언제 다시 마약의 유혹에 빠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커티스가 중독자 모임에서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get sober’(맨정신이 되다)는 ‘get addicted’(중독되다)의 반대말입니다. 중독에서 벗어난 것이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이라고 합니다. 좋은 남편과 결혼한 것보다, 사랑스러운 자식들을 가진 것보다, 훌륭한 작품에 출연한 것보다 더 위대한.명언의 품격미국인들은 ‘Comeback Kid’(컴백 키드)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원래 1900년대부터 있었던 단어지만 1992년 대선 경선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이 예상 밖의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이런 별명이 따라붙었습니다. 각 분야의 컴백 키드가 많지만,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컴백 키드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한국명 로다주)입니다. 감옥에 갈 정도로 구제 불능의 중독자였지만 자신의 재능을 깨닫고 독하게 마약을 끊고 ‘아이언맨’ 등으로 할리우드 톱스타로 거듭난 극적인 회복 과정 덕분에 생긴 별명입니다. 2004년 마약을 끊은 뒤 처음 출연한 인터뷰는 오프라 윈프리 쇼였습니다. 인터뷰 제목 역시 ‘컴백 키드.’ 로다주는 이렇게 말했습니다.It’s really not that difficult to overcome these seemingly ghastly problems. What’s difficult is to decide.”(이 끔찍해 보이는 문제들을 극복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어려운 것은 결정하는 것이다)로다주가 처음 마약을 접하게 된 것은 7세 때였습니다. 아버지인 배우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가 마리화나를 피워보라고 권하면서부터입니다. 그가 서른 살 무렵이던 1996년은 마약 중독이 최고조에 달했던 때였습니다. 마약에 취해 차를 몰다가 DUI(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차에서 다양한 약물이 발견됐고, 총까지 나왔습니다. 검찰에 기소돼 법정 출석을 기다리는 동안 자중하지 못하고 더 큰 사고를 쳤습니다. 마약에 취해 몽롱한 상태에서 이웃집 창문으로 침입해 그 집 11살짜리 아들 방 침대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아들이 자는 줄 알았다가 깜짝 놀란 이웃집 주인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로다주 마약사에서 꼭 언급되는 이 웃지 못할 해프닝을 ‘Goldilocks Incident’(골디락스 사건)라고 합니다. ‘골디락스와 세 마리 곰’이라는 영국 전래동화에서 유래한 골디락스는 다른 사람 집에 들어가 마음대로 행동하는 천사 같은 존재를 말합니다. 망나니 같은 행동을 한 로다주에게 골디락스라는 아름다운 별명을 붙인 것에 그에 대한 미국인들의 믿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하지만 이후에도 대중의 믿음을 저버리고 감옥까지 갔다 오며 방황했습니다. 2003년 어느 날 태평양이 내려다보이는 고속도로 주변에서 “도움을 받자”라고 결심합니다. 결심한 후 끊는 과정 자체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각종 재활 프로그램과 아시아 무술로 정신수련을 했습니다. 감동한 윈프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That’s big. That’s really big.”(장한 결심이다. 정말로 장한 결심이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요즘 공화당 대선 주자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부츠가 화제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부츠가 아닌 부츠 바닥의 깔창이 화제입니다. 키가 커 보이게 하려고 키높이 깔창을 깔았다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키가 큰 미국인들은 별로 키높이 깔창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래도 키높이 깔창을 가리키는 단어는 있습니다. ‘height-boosting insoles’이라고 합니다. ‘insole’(인솔)은 ‘신발 안창’을 말합니다. 그냥 간단하게 ‘lifts’라고 해도 됩니다. 이런 소문이 생긴 것은 부츠가 이상하게 생겼기 때문입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웨스턴 부츠(카우보이 부츠)를 즐겨 신습니다. 웨스턴 부츠는 원래 굽이 높습니다. 그런데 디샌티스 주지사의 부츠는 비정상적으로 굽이 낮습니다. 키높이 깔창을 깔았기 때문에 굽을 낮게 조절했다는 것입니다. 키높이 깔창에 굽까지 높으면 하이힐이 돼서 걷는 것이 불편해집니다.디샌티스 주지사는 키가 180cm로 작지 않지만 190cm가 넘는 경쟁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왜소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디샌티스 주지사의 키는 놀림거리입니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키높이 깔창을 깔았느냐”라는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받자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렇게 답했습니다.No, no, no, those are just standard, off-the-rack Lucchese.”(아니다, 내 부츠는 일반적인 루케제 기성화다)‘off-the-rack’(오프더랙)은 쇼핑할 때 자주 등장하는 용어입니다. ‘rack’은 옷걸이들을 나란히 걸어놓는 긴 봉을 말합니다. 백화점 의류 매장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랙(rack)에서 바로 빼 왔다(off)’라는 뜻입니다. 별도의 수선 과정을 거치지 않은 ‘기성복’을 말합니다. 기성복 정장을 ‘off-the-rack suit’라고 합니다. 반대로 맞춤 정장은 ‘tailored suit’(테일러드 수트)입니다. ‘Lucchese’(루케제)는 디샌티스 주지사가 좋아하는 이탈리아 부츠 브랜드입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no’를 세 차례나 연발하며 강력히 부인했습니다. 더욱 수상합니다. 그만큼 정치인에게 키는 중요합니다. 지도자는 키가 커야 위엄있어 보인다는 선입견 때문에 대선 후보들은 될 수 있으면 키를 커 보이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미국 대통령의 키를 분석한 결과 키 큰 후보가 대부분 승리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6월 26일 소개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별명 짓기 실력에 관한 내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별명 짓기의 명수입니다. 나름 기발하게 잘 짓습니다. 뛰어난 작명 실력을 긍정적으로 사용하면 좋으련만 언제나 기분 나쁜 별명으로 상대방을 조롱합니다. 디샌티스 주지사를 저격하는 별명 ‘Tiny D’가 좋은 사례입니다.▶2018년 6월 26일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네임 콜링’(name calling)의 대가입니다. ‘네임 콜링’은 상대방의 별명을 지어 부르는 것을 말합니다. 그냥 별명이 아니라 상대방의 기분을 잡치게 하는 모욕적인 별명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극도로 사이가 나빴을 때 ‘little rocket man(리틀 로켓맨)’이라고 불렀습니다. 왜 ‘네임 콜링’을 할까요. 정적(政敵)을 비웃고 조롱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입니다.Cryin’ Chuck, I’m going to ask him who is his acting coach.”(울보 척에게 연기 코치가 누구인지 물어봐야겠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감정이 풍부해 연설 도중 몇 차례 울먹인 전력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울보 척’(Cryin’ Chuck)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두 단어가 ‘c’로 시작하는 운율입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이 눈물이 가짜 눈물이라고 놀립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울보 척에게 가짜 눈물을 가르친 연기 코치가 도대체 누구냐”라고 조롱하자 지지자들 사이에서 한바탕 폭소가 터졌습니다.Wacky Jacky is campaigning with Pocahontas.”(왜키 재키가 포카혼타스와 함께 유세를 벌이고 있네)‘포카혼타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에게 붙인 별명입니다. 워런 의원의 인디언 원주민 혼혈 논란을 이용한 별명입니다. ‘왜키 재키’는 네바다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의 재키 로즌 후보에게 붙인 별명입니다. ‘정신 나간 재키’라는 뜻입니다. 워런 의원이 로즌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나란히 유세장에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비웃었습니다. 이거야말로 ‘더블 네임 콜링’입니다.It may be Prime Minister Abe. It may be Justin from Canada.”(아베 총리일 수도 있고, 캐나다의 저스틴일 수도 있다)‘캐나다의 저스틴’이 누구일까요. 얼마 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기싸움을 벌인 저스틴(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말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는 깍듯하게 ‘총리’ 직함을 붙이면서 트뤼도 총리는 그냥 ‘캐나다의 저스틴’이라고 했습니다. 외교 결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를 비난할 때면 꼭 “캐나다의 저스틴 있잖아”라고 업신여기듯이 말합니다. 자기보다 젊고 잘생긴 저스틴이라서 질투하는 것은 아닐까요.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아무리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도 판로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 정부는 판로를 고민하는 청년 농업인을 위해 다양한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청년 농업인 유통판로지원 사업은 신규 판매 경로와 유통 채널을 발굴하고, 유통 및 마케팅 역량을 높이는 교육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농업인과 일반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유통 플랫폼을 활용해 생산품 판매를 돕는 온라인 판로 지원과 유통·마케팅 역량 강화를 위한 온라인 유통·마케팅 교육 등 두 가지가 있다. 온라인 판로지원 사업은 네이버와 우체국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활용해 청년 농업인 기획전, 판매수수료 면제(입점 지원), 할인 쿠폰 제공, 농가 홍보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진행한 네이버 쇼핑 활용 온라인 판로지원 사업에 참여해 가장 많은 판매 건수(1만7422건)를 올린 박정근 미스터허브 대표는 “판로지원 사업에 참여해 매출이 2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유통판로 지원을 위한 네이버 쇼핑 프로모션이 6일부터 17일까지 약 2주간 추가로 진행 중이다. 온라인 유통·마케팅 교육사업은 7월부터 청년 농업인 영농정착지원사업 선정자를 대상으로 ‘라이브 커머스 교육’ 등을 운영하고 있다. 농식품 온라인 판매 및 라이브 커머스 프로세스, 시나리오 작성, 판매 상품·가격·프로모션 구성, 온라인 마케팅 활성화 방안에 대한 이론 설명과 직접 촬영을 해보는 실습 과정으로 구성됐다. 청년 MD 육성 프로그램은 청년 농업인이 유통채널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 교육 프로그램은 마케팅 전략, 오프라인 유통채널 공략, 온라인 유통채널 공략 등 세 가지로 진행된다. 현직 MD를 통한 교육을 마친 청년 농업인을 대상으로 상품성 평가 및 제품 론칭을 지원한다. 청년 농업인이 생산한 상품을 대상으로 유통 MD들은 콘셉트, 사업성, 경쟁력 등 3개 항목에 대해 평가한다. 이를 통해 청년 농업인들은 본인 상품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추후 개선된 방향으로 생산 및 마케팅을 진행하게 된다. 수출에 관심 있는 청년 농업인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수출 컨설팅 지원 사업은 농식품 기업 대상 맞춤형 수출 컨설팅 서비스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원 기업 선정 평가 때 청년 농업인이면 최대 5점의 가점을 받을 수 있다. 국내 농식품 수출 기업의 국제박람회 참가 지원 사업은 국내 농식품 수출 기업의 국제박람회 참가 지원을 통해 수출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올해부터는 청년 농업인 육성을 위해 참가 모집 때 최대 5점의 가점을 부여하고 있다. 올해 10월 기준 청년 농업인 6개사가 미국, 중국, UAE 등에서 개최된 국제식품 박람회에 참가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청년 농업인 육성은 대한민국 농업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성을 열어줄 자양분”이라며 “청년 농업인 판로 확대를 적극 지원해 유통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라고 밝혔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곽민준 씨는 경기도 안성에서 한우 320여 마리를 키우는 농장 ‘맨두팜스’를 경영한다. 어린 시절부터 곽 대표는 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태어나 보니 한우 농장 아들”이었다. 농부의 고단한 삶이 싫어 대학 졸업 후 국립대학 교직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우연히 도드람 양돈농협으로 직장을 바꾼 것이 다시 소에게로 돌아오는 계기가 됐다.》 “양돈농협에서 일하면서 소를 공부해 보니 상당히 매력적인 시장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소를 가까이해서 남들보다 이해력도 빨랐습니다. 마침 그때 아버지가 혼자 농장 경영을 힘들어하시는 것을 보고 가업을 잇기로 했습니다.” ‘맨두팜스’는 ‘사람(men)이 농업(farms)을 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do)’라는 뜻이다. 아버지가 직접 지은 이름이다. 아버지가 혼자 농장을 경영하던 시절에는 ‘사람’이 단수 ‘man’이었다. 곽 대표가 경영에 합류하면서 복수 ‘men’으로 바뀌었다. 회사 이름에 곽 대표 가족의 역사가 배어 있는 셈이다. 대를 잇는 승계농은 세대 차이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곽 대표와 아버지는 다르다. 서로 모든 것을 상의한다. 곽 대표는 “저녁에 아버지와 함께하는 끝장토론 시간이 가장 유익하다”라고 말했다. 곽 대표가 합류하면서 ‘맨두팜스’만의 명품 한우 개량을 목표로 정했다. 아버지와 곽 대표는 나란히 한우 마이스터대학에 등록했다.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었지만 뭔가 2%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소가 먹는 사료로 관심을 돌렸다. “사람도 그렇듯이 식생활이 개선되지 않으면 우량 한우가 탄생할 수 없습니다. 전국 한우 농가를 찾아다니며 사료 견학을 했습니다. 대부분 농가에서는 기성 사료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종류의 사료는 없었습니다.” 직접 사료를 개발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료 배합기, 급여기 등 거액의 설비 투자가 필요했다. 고민 끝에 안성시 농업기술센터에 사업을 제안했다. 회사에서 근무할 때 자주 해본 일이라 사업제안 보고서 기획과 작성은 별로 힘들지 않았다. 그가 제출한 ‘에코피드 사료개발 계획서’가 2021년 채택돼 지원금 1억2000만 원을 받아 주변 농가와 함께 연구회를 결성해 사업을 진행했다. 곽 대표가 개발한 사료는 화식(火食)이다. 화식은 ‘불에 익힌다’라는 뜻이다. 깻묵, 쌀겨, 비지 등 10여 가지 부산물을 볏짚과 함께 10시간 이상 찌는 것이 그의 독특한 사료 레시피이다. “기성 사료와 달리 한 번 찌기 때문에 균이 다 죽어서 깨끗한 사료가 됩니다. 익혀 먹으니 소화에도 좋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료를 찌면 소의 성장과 번식에 중요한 비타민A도 자연스럽게 조절됩니다. 고르고 일정한 마블링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조건을 만들어 줍니다.” 이렇게 키운 소는 2500만 원이라는 일반 경매 최고가 낙찰의 경사를 맞았다. 곽 대표는 우수한 암소들을 선발해 ‘맨두팜스 히어로 라인’을 키우고 있다. 화식 사료로 키운 히어로 라인 소는 송아지 시절에는 별로 특출나지 않았다. 20개월을 기점으로 갑자기 체중이 늘면서 25개월째 975㎏, 27개월째 1025㎏이 됐다. “국내 최대 축산물 공판장으로 꼽히는 음성축산물 공판장에서 그동안 2000만 원을 넘긴 소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맨두팜스 소가 2500만 원에 낙찰된 것이죠. 이 소식을 듣고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기분이 좋았습니다.” 올해에는 2700만 원으로 다시 한번 낙찰 기록을 경신했다. 사료 배합을 자동 시스템화해서 ‘저녁이 있는 삶’을 가지게 된 것도 큰 수확이다. “농장 일은 육체노동이 많습니다. 사료 배합기를 설치한 뒤 힘든 일이 줄어 남는 시간에 주변 농가도 돕고, 지역 청년들과 교류하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곽 대표가 차근차근 성공의 길을 밟아가는 데는 청년후계농 사업에 선정된 것이 큰 힘이 됐다. “안성시에는 축사 신축 제한 조례가 있는데 청년후계농에게는 그 제한을 완화해 줬습니다. 후계농 정책자금대출을 활용해 축사 신축 비용을 충당했습니다. 매달 지급되는 100만여 원의 영농정착지원금은 생활비, 자재비, 약품비 등으로 썼습니다. 만약 선발되지 못했으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습니다.” 최근 한우 사업은 불황기에 접어들고 있다. 사육두수의 초과, 치솟는 사료 가격 때문이다. 곽 대표는 그 해결책을 한우 고급화에서 찾고 있다. “국내에 밀려드는 호주산, 미국산 쇠고기와 경쟁을 하는 것은 한우 농가에는 별 의미가 없는 일입니다. 일본 와규(和牛) 농장처럼 자기 농장만의 브랜드를 키우고 6차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맨두팜스가 꿈꾸는 미래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Diplomatic gifts are exercises in soft power.”(외교 선물은 소프트파워를 보여준다) 최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4월 한국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와 같은 국빈 방문이었습니다. 평소 국빈 방문 행사는 성대하게 열리는데 이번에는 조촐했습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를 감안했습니다. 행사 축소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바이든 대통령은 앨버니지 총리에게 주는 선물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LP 수집광인 앨버니지 총리를 위해 미국 대통령 인장이 그려진 레코드 턴테이블을 선물했습니다. 턴테이블 전문 수공업체에서 특별 제작한 것입니다. 앨버니지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 부부에게 호주 원주민 화가의 그림, 스카프, 브로치 등을 선물했습니다. 4월 한국 대통령 방문 때는 바이든 대통령이 소형 탁자, 꽃병, 목걸이를, 한국 측에서는 달항아리와 족두리, 은주전자 등을 선물했습니다.국가 정상들은 빈손으로 만나지 않습니다. 외교의 징표로 선물을 교환합니다. ‘diplomatic gift’라고 합니다. 백악관 집무실에 놓여있는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은 오래전 영국 빅토리아 여왕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것입니다. 봄에 워싱턴에 활짝 피는 벚꽃 나무들은 도쿄 시민들의 선물로 시작됐습니다. 외교가의 유명한 격언입니다. ‘exercise in power’는 ‘힘의 행사’를 말합니다. 선물은 무력이 아닌 문화로 상대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소프트파워’라는 뜻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선물 턴테이블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팝송 문화를 상징합니다. 앨버니지 총리의 선물인 원주민 화가 그림은 광활한 호주 자연의 생명력을 알리려는 의도입니다. 수많은 나라 정상들이 미국 대통령과 만남을 희망합니다. 그만큼 선물도 많이 받습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외국 정상으로부터 받은 선물 보따리를 풀어봤습니다. I have to admit, when we reformed health care in America, crocodile insurance is one thing we left out.”(미국 건강보험을 개혁했을 때 악어 보험은 빠뜨렸다는 것 인정) 2011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호주 노던 준주(NT)를 방문했을 때 행사장에서 웃음이 터졌습니다. 폴 헨더슨 선임 장관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건넨 봉투 때문입니다. 봉투 속에 든 것은 악어 보험 증서. 만약 오바마 대통령이 노던 준주에 머무르는 동안 악어의 공격을 받으면 부인 미셸 여사에게 3만 파운드(5000만 원)가 지급되는 보험이었습니다. 노던 준주(準州)는 유명한 호주 영화 ‘크로커다일 던디’가 촬영된 곳입니다. 길이 4m 이상의 초대형 악어가 출몰해 일 년에 몇 명씩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헨더슨 장관은 악어 보험 증서를 선물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We don’t think that’s going to happen, but it should provide a little bit of reassurance.”(잡아먹히는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보험이 있으면 안심이 되지요) 보험 증서는 노던 준주의 명물 악어를 홍보하려는 의도입니다. 농담은 농담으로 받는 법. 오바마 대통령의 대답입니다. 바로 전해에 오바마 대통령은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국민 건강보험을 개혁했습니다. 그때 웬만한 보험은 다 개혁했지만 희귀한 악어 보험은 미처 손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be left out’은 ‘빠뜨리다’ ‘남겨두다’라는 뜻입니다. We both use Colgate toothpaste.”(우리 둘은 모두 콜게이트 치약을 쓴다)2003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미국을 방문했을 때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세면도구 가방을 선물했습니다. 세안 용품을 넣을 수 있는 작은 손가방을 ‘toiletry bag’ ‘wash bag’이라고 합니다. 세면 가방 선물은 화제가 됐습니다. 영국의 최대 우방인 미국 대통령에게 주는 선물치고는 너무 약소했기 때문입니다. 세면 가방의 시가는 215파운드(35만 원) 정도였습니다.이런 선물을 한 이유는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1년 3월 부시 대통령은 취임 후 미국을 방문한 첫 외국 정상으로 블레어 총리를 캠프데이비드 별장에서 만났습니다. 두 정상은 서먹해 보였습니다. 공동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물었습니다. “What do you have in common?”(당신들 사이에 공통점은 뭔가)부시 대통령의 대답입니다. 콜게이트는 미국 최대 치약 브랜드입니다. 기자회견의 경직된 분위기를 깨기 위한 부시 대통령의 농담이었습니다. 부시 대통령의 실없는 농담에 익숙한 미국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지만, 영국에서는 논란이 됐습니다. 겨우 공통점으로 치약을 꼽았기 때문입니다. ‘콜게이트 외교’(Colgate Diplomacy)라는 유행어가 생겼습니다. 블레어 총리의 외교력이 콜게이트 치약 정도밖에 안 된다고 조롱이었습니다. 블레어 총리가 치약을 넣는 세면 가방을 선물한 것은 그런 비판론자들에게 한 방 먹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어쨌든 부시 대통령 덕분에 뜻밖의 홍보 기회를 얻은 콜게이트 치약은 영국에서 대대적인 광고를 시작했습니다. 광고 문구는 ‘Bush & Blair agree on defence policy’(부시와 블레어는 방어 정책에 동의한다). ‘defence’는 ‘defense’의 영국식 영어입니다. 여기서 ‘defence’는 ‘국방’의 의미가 아니라 치과 질환에 대한 ‘방어’를 말합니다See if you can catch the prime minister and tell him this is the wrong size.”(빨리 총리를 붙잡고 사이즈가 작다고 얘기할 수 있는지 봐라)1966년 린든 존슨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해럴드 윌슨 영국 총리를 만났습니다. 회담 의제는 베트남 전쟁. 존슨 대통령은 영국의 참전을 요청했지만, 윌슨 총리는 거절했습니다. 회담은 회담이고 선물은 선물입니다. 성과 없는 회담이었지만 윌슨 총리는 존슨 대통령에게 영국 명품 버버리 코트를 선물했습니다. 존슨 대통령은 윌슨 총리가 나가자마자 코트를 걸쳐봤습니다. 안타깝게도 192cm의 장신 존슨 대통령에게는 사이즈가 작았습니다. 급히 백악관 의전 국장을 불러 이렇게 말했습니다.사이즈가 맞지 않으면 ‘wrong size,’ 맞으면 ‘right size’입니다. 코트를 싸 들고 헐레벌떡 뒤쫓아간 의전 국장은 백악관을 막 출발하려는 윌슨 총리의 차를 붙잡았습니다. 의전 담당자가 급히 창문을 두드리자 윌슨 총리는 큰일이 난 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자초지종을 듣고 웃으며 답했습니다. “Of course I’ll get it and I’ll get the right size and get it back to him.”(물론 가져가서 맞는 사이즈로 바꿔서 다시 가져오도록 하겠다)명언의 품격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외교 선물은 중국이 미국에 준 판다입니다. 지금 같은 미중 갈등기에는 상상하기 힘든 일입니다. 1972년 2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최초로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저우언라이 총리는 닉슨 대통령 부부를 만난 자리에서 양국 우정의 상징으로 판다를 선물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짝을 지어 번식할 수 있도록 암수 두 마리를 주기로 했습니다. 판다가 들어온다는 소식에 미국 동물원들은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였습니다. 닉슨 대통령은 외교적 의미를 고려해 워싱턴 국립동물원으로 결정했습니다. 동물원은 온도가 섭씨 10도로 자동 조절되고, 침실과 놀이 공간이 분리돼 있고, 넓은 테라스를 갖춘 초호화판 판다 거처를 마련했습니다.닉슨 방중 2개월 뒤인 4월 16일 수컷 싱싱과 암컷 링링이 드디어 앤드루 공군기지에 도착했습니다. 경찰차의 호위를 받으며 국립동물원으로 향하는 과정이 TV 생중계됐습니다. 동물원에서 대기하고 있던 닉슨 대통령의 부인 팻 닉슨 여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I’m sure pandamonium will break out.”(확신하건대 판다 열풍이 몰아칠 것이다)‘pandamonium’(팬더모니엄)은 팻 닉슨 여사가 만든 신조어입니다. ‘pandemonium’에 빗대 ‘pandamonium’라는 단어를 만든 것입니다. 판다는 ‘팬더’로 발음되는 때문에 두 단어는 발음이 똑같습니다. 존 밀턴의 ‘실낙원’(Paradise Lost)에 처음 나오는 단어 ‘pandemonium’은 ‘대혼란’ ‘대소동’을 말합니다. 미국에 온 판다가 ‘대사건’이라는 의미입니다. ‘break out’(브레이크 아웃)은 ‘발발하다’라는 뜻입니다. 명사로 쓸 때는 ‘outbreak’가 됩니다. ‘breakout’은 ‘탈옥’ ‘피부에 난 뾰루지(여드름)’를 말합니다.판다를 보기 위해 한 달 동안 백만 명이 몰려들었습니다. 동물원 연간 방문객이 67만 명인 것과 비교하면 판다가 얼마나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 뒤 초대형 워터게이트 스캔들이 터지면서 닉슨 대통령의 최대 업적인 미-중 관계 개선은 묻혀버렸고, 판다의 인기도 시들해졌습니다. 새끼 5마리를 낳았지만 모두 며칠 만에 죽어 후손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링링과 싱싱은 각각 1992년, 1997년 숨을 거뒀습니다.원래 판다는 선물 맞교환 형태였습니다. 판다를 받는 조건으로 미국은 사향소(musk ox) 두 마리를 중국에 선물했습니다. 커다란 뿔을 가진 사향소는 외모적으로 판다만큼 매력이 없었습니다. 중국에 건너간 뒤 시름시름 앓아 병원 신세만 졌습니다. 중국의 국모로 통하는 쑨원의 부인 쑹칭링은 뉴욕타임스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불평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We got a bad deal”(우리는 손해 보는 장사를 했다). 하지만 판다가 공산 독재국가 중국의 이미지 상승에 기여한 소프트파워 공로를 보면 결코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라는 평가가 많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요즘 한국에서 연애 짝짓기 프로그램이 인기지만 원조는 미국입니다. 1960년대부터 다양한 포맷의 TV 데이팅 게임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요즘 최고 인기는 9월에 첫선을 보인 ‘The Golden Bachelor’(골든 배철러). 2002년부터 방송 중인 ‘배철러’의 연령대를 60∼70대로 높인 버전입니다. ‘배철러’는 ‘배철러렛’ ‘배철러 인 파라다이스’ ‘애프터 배철러’ 등 파생 프로그램이 하도 많아서 ‘배철러 왕국’(Bachelor Nation)으로 불립니다. ‘골든 배철러’도 그중 하나입니다.‘골든 배철러’의 인기는 미국의 풍요를 상징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지금 그 연령대에 도달했다는 의미입니다. 주인공인 독신남 게리 터너(72)는 잘생긴 외모, 대형 레스토랑을 경영한 부유한 환경, 지적인 분위기 등이 매력 포인트입니다. 가장 시청자를 사로잡는 요인은 2017년 사별한 부인에 대한 사랑입니다.She’s up there rooting for me.”(그녀는 하늘에서 나를 응원하고 있다)‘she’는 사별한 부인 토니를 말합니다. 죽은 사람에 대해 예의를 갖춰 말할 때 ‘up there’(저 위에 있다)라고 합니다. ‘root’는 동사로도 씁니다. ‘root out’과 ‘root for’를 많이 씁니다. ‘root out’은 ‘뿌리를 캐내다’ ‘근절하다’라는 뜻입니다. ‘root for’는 ‘지지하다’라는 뜻입니다. 터너가 하도 토니를 자주 언급해서 데이팅 프로그램인지, 전 부인 추모 프로그램인지 헷갈릴 정도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주 시청자층인 중장년 기혼 여성의 판타지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6월 5일 소개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미국 방문에 관한 내용입니다. 외교 관계가 단절된 북한의 고위인사가 인사가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김정은 친서를 가지고 미국을 방문한 것은 화제 그 자체였습니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권력에서 밀려났다가 최근 통일전선부 고문으로 일선에 복귀했습니다. ▶2018년 6월 5일자최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미국을 다녀갔습니다. 18년 만의 북한 최고위급 인사의 방문을 지켜본 미국인들은 할 말이 많습니다.Steak and corn on the cob?”(메뉴는 스테이크와 옥수수구이인가)김영철 부위원장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전 뉴욕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만찬을 가졌습니다. 만찬장 앞에서 대기하던 기자들은 만찬에 참석한 정부 고위 관리에게 “메뉴가 뭐냐”라고 끈질기게 물어봅니다. “김치가 나왔냐”라고 한 기자가 물어보자 관리는 아니라고 답합니다. 그러자 다른 기자의 질문입니다. 스테이크, 옥수수구이는 독립기념일에 미국인들이 바비큐 그릴에 구워 먹는 음식입니다. 김치가 한국인들에게 그런 것처럼 미국의 정신이 담긴 음식입니다. ‘corn on the cob’(콘 온더 캅)은 옥수수를 통째로 굽거나 찐 것을 말합니다.North Koreans have gotten the whole enchilada”(북한에 좋은 일만 시켰다)계속 음식 비유입니다. 엔칠라다는 토르티야 속에 여러 재료를 넣고 둘둘 말아서 구운 겁니다. 엔칠라다를 먹는 것은 고난도 작업입니다. 속재료들이 줄줄 밖으로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whole enchilada’는 ‘속재료가 떨어지지 않은 엔칠라다’ ‘완전무결한 상태’를 말합니다. 이 발언을 한 크리스토퍼 힐 전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는 북-미 정상회담 반대론자입니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하고 포옹하는 장면을 비판적으로 바라봤습니다. “북한은 완전한 상태를 얻었다” “북한에 좋은 일만 시켰다”라는 의미입니다. 외부적으로는 북한의 정당성을 인정받는 계기가 됐고 내부적으로는 북한 주민에게 대단한 선전 거리가 됐다는 겁니다.I may be in for a big surprise.”(놀랄만한 내용이 들어있을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부위원장으로부터 거대한 봉투에 들어있는 김정은 친서를 전달받았습니다. 기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해 대단한 내용이 들어있을 것이라고 약을 올립니다. ‘be in for a surprise’는 ‘놀랄 것이다’라는 뜻입니다. 치사하게 약을 올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화가 난 기자들은 더는 친서에 관해 묻지 않았습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Every morning I get up and I say to myself; I hope he’s proud of me.”(매일 아침 일어나 나 자신에게 말한다. 그가 나를 자랑스러워했으면 한다)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 대국민 연설을 했습니다. 그런데 연설 내용보다 더 주목을 받은 것은 바이든 대통령 오른쪽으로 보이는 사진. 군복을 입은 남성이 금발의 어린아이를 어깨에 태운 사진입니다. 군복을 입은 남성은 바이든 대통령의 장남 보 바이든, 어깨에 태운 아이는 그의 아들 로버트입니다. 2009년 보 바이든이 이라크전쟁에서 귀국했을 때 마중 나온 아들을 번쩍 들어 올려 어깨에 태운 사진입니다. 이 사진을 찍고 6년 뒤 그는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 사진을 잘 보이는 위치에 배치한 것은 연설의 진정성을 전하려는 의도입니다. 보 바이든은 바이든 대통령의 ‘favorite son’(총애하는 아들)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나의 영혼”이라고 부를 정도로 둘은 잘 통했습니다. 아들은 숨을 거두기 전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Promise me, Dad, you’ll stay engaged.” ‘engage’는 ‘관여하다’라는 뜻입니다. 계속 공직생활을 해달라는 부탁입니다. 자신이 떠난 뒤 아버지가 절망할까 봐 걱정한 것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들의 우려대로 2016년 대선 출마를 포기하고 정치에서 멀어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아픔을 딛고 일어서 대통령이 됐습니다. 그것이 결국 자신을 살리는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매일 아침 마음속으로 다짐하는 말입니다. ‘proud’(자랑스러운)는 부모와 자식 간에 자주 오가는 칭찬입니다. 대개 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칭찬이지만 반대로 바이든 대통령은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아들에게 약속한 대로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Oval Office’(둥근 사무실)라고 불리는 백악관 집무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 옷으로 갈아입습니다.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은 집무실을 자신의 취향대로 꾸밀 수 있습니다. 테이블에 놓인 아들 사진처럼 오벌 오피스는 가장 사무적인 공간인 동시에 대통령 개인의 역사와 철학을 알 수 있는 공간입니다. 역대 대통령들의 집무실을 장식했던 다양한 소품들을 소개합니다.Freedom takes a lot of work.”(자유는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백악관에는 미국을 상징하는 조형물 자유의 여신상이 있습니다. 물론 자유의 여신상 실물은 뉴욕에 있습니다. 백악관에는 그림이 걸려 있습니다. 노먼 록웰의 ‘Working on the Statue of Liberty’(자유의 여신상에서 일하며)입니다. 1946년 잡지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 표지에 실린 그림입니다. 록웰은 인종차별 빈부격차 등 미국 사회의 현실을 잘 묘사한 화가 겸 삽화가입니다. 열렬한 록웰 수집가인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감독이 원본을 소장하고 있다가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백악관에 기부했습니다. 이 그림은 자유의 여신상의 화려한 자태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여신상이 오른손에 들고 있는 횃불을 청소하는 5명의 인부가 초점입니다. 아찔하게 높은 곳이기 때문에 팀워크는 생명입니다. 인부들은 서로 손발을 맞춰가며 횃불을 청소합니다. 밧줄에 양동이, 빗자루가 대롱대롱 걸려 있습니다. 이런 평범한 사람들의 노고가 있기에 미국이 번영할 수 있다는 것이 작품의 메시지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뒤 처음 맞는 독립기념일 표지에 실렸습니다. 클린턴 대통령 이후 모든 대통령의 집무실에 빠지지 않고 걸렸을 정도로 사랑을 받은 그림입니다. 유일하게 트럼프 대통령이 이 그림을 치우고 앤드루 잭슨 대통령 초상화를 걸었다가 바이든 대통령이 다시 복원시켰습니다. 특히 이 그림을 좋아한 것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입니다. 자신의 영웅인 마틴 루터 킹 목사 조각상 위에 건 것을 보면 얼마나 이 그림을 아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위치는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이라고 불리는 대통령 책상 건너편. 책상에서 일하다가 고개를 들면 바로 보이는 위치입니다. 록웰이 작품 설명으로 붙인 유명한 문구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즐겨 인용했습니다. ‘take work’는 ‘노동이 들어가다’ ‘노력이 투입되다’라는 뜻입니다. 작게는 자유의 여신상을 청소하는 인부들의 노력, 크게는 자유의 나라 미국을 지키는 국민의 노력을 말합니다.A Charge to Keep’ calls us to our highest and best.”(‘지켜야 하는 본분’은 우리에게 최선과 최고를 다 하도록 요구한다)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방문객이 찾아오면 이곳저곳 데리고 다니며 설명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가 방문객을 가장 먼저 이끄는 곳은 집무실 오른쪽 벽에 걸린 그림. 제목은 ‘A Charge to Keep’입니다. 독일 출신의 미국 화가 윌리엄 코르너의 1916년 작품입니다. 부시 대통령은 코르너의 그림을 텍사스 주지사 집무실에서 떼어와 백악관 집무실의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전시할 정도로 애착이 컸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밝힌 코르너의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미국인의 투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charge’는 ‘부과’를 뜻합니다. ‘charge to keep’은 지켜야 하는 부과, 즉 본분을 말합니다. 그림 속 주인공은 19세기 서부 개척시대의 카우보이 선교사입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부시 대통령은 본분을 다하기 위해 가파른 산을 넘는 선교사로부터 미국의 개척정신을 본 것입니다. 나중에 그림 속 주인공이 선교사가 아니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부시 대통령은 개의치 않고 임기 말까지 전시했습니다. 자서전 제목까지 ‘A Charge to Keep’이라고 붙였습니다.I want to buy that rocking chair.”(저 흔들의자를 사고 싶어)사무실에 흔들의자가 있다면? 어울리지 않습니다. 흔들의자는 휴식용이라 사무실에는 적절치 않습니다. 흔들의자는 ‘rocking chair’라고 합니다. ‘rock’은 ‘흔들다’라는 뜻입니다. rock and roll(로큰롤)은 원래 ‘흔들고 구르는’ 음악을 말합니다. 그런데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 흔들의자를 놓았습니다. 업무용 의자도 있었지만, 흔들의자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습니다. 그 위에서 서류 보고, 회의하고, 전화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유는 고질병인 요통 때문. 젊은 시절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케네디 대통령은 허리 부상을 입었습니다. 정계에 진출했을 때 앉거나 걷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흔들의자를 발견한 것은 우연이었습니다. 매사추세츠 상원의원 시절 재닛 트라벨 박사의 진료실을 찾았습니다. 코넬 의대 출신의 트라벨 박사는 통증 의학의 세계적인 권위자입니다. 케네디 의원은 트라벨 박사가 권하는 흔들의자에 앉아 상담을 받았습니다. 트라벨 박사가 얼마 전 의료업계 잡지에서 보고 우편으로 주문한 의자였습니다. 상담을 끝내고 진료실을 나오던 케네디 의원은 요통이 크게 줄어든 것을 깨달았습니다. 의자 덕분이었습니다. 등 부분의 굴곡 때문에 허리에 부담이 덜했습니다. 케네디 의원이 기쁜 나머지 그 자리에서 트라벨 박사에게 건넨 말입니다. 이럴 때는 ‘that’을 강하게 해줘야 합니다. 트라벨 박사는 “파는 의자가 아니다”라며 의자를 제작한 가구업체를 소개해줬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 애쉬버러의 ‘P&P 체어’라는 가내 수공업 의자 전문 제작업체였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집무실용, 에어포스원용, 사저용 등 여러 개의 흔들의자를 P&P로부터 주문했습니다. 그중 하나인 사저용 흔들의자는 2005년 뉴욕 경매에서 9만6000달러(1억3000만 원)에 낙찰되기도 했습니다. 트라벨 박사와의 인연도 계속됐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트라벨 박사를 주치의로 임명했습니다.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주치의입니다. 이후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 집무실에 흔들의자를 놓았습니다. 하지만 장식용일 뿐 케네디 대통령처럼 즐겨 사용하지는 않았습니다.명언의 품격백악관 집무실에는 전통적으로 TV가 없습니다. 지도자의 TV 시청은 ‘한가하다’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TV광 트럼프 대통령도 TV를 시청하고 싶을 때는 옆방에 가서 봤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집무실에 TV를 두기는 하지만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액자처럼 위장시켜 놓았습니다. 당당하게 내놓고 TV를 본 대통령이 있습니다. 린든 존슨 대통령입니다. 텍사스 지역 정치인 시절 부인 명의로 TV와 라디오 방송국을 소유했던 존슨 대통령은 취임 후 서둘러 TV를 설치했습니다. 전임 케네디 대통령의 인기를 부통령으로 지켜보면서 TV 매체의 위력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것도 멀티스크린으로 3대를 나란히 설치했습니다. CBS, NBC, ABC 등 3대 공중파 방송 뉴스를 동시에 시청했습니다. 책상에서 일하면서 TV를 시청하고 전화 통화를 하는 멀티태스킹 능력은 존슨 대통령의 주특기였습니다.하지만 TV는 존슨 대통령의 몰락을 몰고 왔습니다. 1968년 2월 27일은 미국 TV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날입니다. 이날 .CBS 앵커 월터 크롱카이트는 역사적인 특집 방송을 진행했습니다. 전쟁이 벌어지는 베트남을 취재하고 돌아와 미국의 참전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므로 철수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특집 방송을 ‘크롱카이트 모먼트’(Cronkite Moment)라고 합니다. 케네디 대통령 타계 소식을 전한 방송과 함께 크롱카이트의 가장 유명한 방송으로 꼽힙니다.If I’ve lost Cronkite, I’ve lost Mr. Average Citizen.”(크롱카이트를 잃은 것은 미국 전체를 잃은 것이다)이 방송을 집무실 TV로 시청하던 존슨 대통령은 옆에 있던 백악관 대변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average citizen’은 ‘평균 시민,’ 즉 ‘민심’을 의미합니다. 크롱카이트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명언입니다. 베트남전에 대해 중립적이던 크롱카이트가 반대로 돌아섰다는 것은 참전 정책을 주도한 존슨 대통령에게 엄청난 타격이었습니다. 미국 전역에서 반전 시위가 불붙었습니다. 이 방송이 나가고 1개월 뒤 존슨 대통령은 재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TV는 자취를 감췄습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때문에 하버드대가 난리입니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학생단체들은 하마스 공습 책임을 이스라엘에 돌리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러자 기업들은 성명에 참여한 하버드대 학생들을 고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거액의 기부자들은 “하버드대에 실망했다”라며 기부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래리 서머스 전 하버드대 총장은 테러를 옹호하는 학생들에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대학 당국의 침묵이 “역겹다”(sickened)라고 했습니다. 하버드대 최초의 흑인 여성 수장인 클로딘 게이 총장은 “테러 행위를 용납하지 못한다. 하지만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견 표현을 존중한다”라는 미지근한 성명을 뒤늦게 발표했습니다. 기부 철회 움직임이 거세지자 게이 총장은 테러 규탄 쪽에 무게가 실린 성명을 연이어 발표했습니다. 가장 강한 세 번째 성명 내용입니다.That’s a far cry from endorsing them.”(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말에 동조한다는 것은 아니다)‘far’는 ‘멀리,’ ‘cry’는 ‘울음’을 말합니다. ‘먼 울음’이 무슨 뜻일까요. ‘cry’는 ‘울다’라기 보다 ‘소리치다’ 정도로 보면 됩니다. 멀리서 소리치면 들리지 않습니다. 들리지 않으면 서로 다르다는 의미입니다. ‘far cry from’은 ‘전혀 다르다’라는 뜻입니다. ‘different from’과 같은 뜻입니다. 게이 총장은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학생들을 처벌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학생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처벌 면제와 주장 동조는 ‘다른 문제다’ ‘관계가 없다’라고 합니다. ‘endorse’(인도스)는 ‘지지하다’라는 뜻입니다. 유명 연예인이 특정 제품 광고를 하거나 제품을 사용해 홍보하는 것은 ‘celebrity endorsement’라고 합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1월 25일 소개된 바이든 대통령 이삿날에 관한 내용입니다. 대통령 취임식 날은 대통령도 바쁘지만, 뒤에서 일하는 백악관 직원들은 더 바쁩니다. 물러나는 대통령의 짐을 빼고, 취임하는 대통령의 짐이 들어오는 날입니다. 2021년 1월 20일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분주한 이사가 이뤄지는 현장을 들여다봤습니다.▶2021년 1월 25일자미국 대통령이 세계 최고 권력자라고 하지만 그 역시 일반인들과 똑같습니다. 뭐가요? 정신 없이 이사를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통령 본인이 짐을 싸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이사는 누구에게나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백악관, 혼란의 이사 현장 밀착 취재.It’s a mad dash.”(미친 질주)백악관 새주인이 되는 대통령은 취임 선서를 하기 전까지는 이삿짐 트럭에서 단 한 개의 짐도 내릴 수 없습니다. 규정입니다. 보통 때 같으면 대통령이 취임식을 마치고 행진하고 국립묘지에 헌화하고 돌아올 때까지 백악관 직원들은 이삿짐을 옮길만한 충분한 시간이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돼 바이든 대통령은 일찌감치 백악관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삿짐을 옮길 시간이 훨씬 줄어든 것입니다. 30년 경력의 백악관 큐레이터는 올해 이사 과정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블랙프라이데이 때 쇼핑객들이 미친 듯이 상점을 향해 돌진하는 것을 ‘Black Friday Mad Dash’라고 합니다.The Bidens know the building, they know the people. They’ve been there plenty.”(바이든 가족은 백악관 건물을 알고, 사람들을 안다. 많이 와봤다)그나마 다행한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새로 이사 가는 집, 백악관의 내부를 훤히 안다는 것입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부통령을 지낸 덕분입니다. 전임 퍼스트레이디 비서실장의 말입니다. 어떤 장소에 눈 감고도 찾아갈 정도로 익숙할 때 “I’ve been there plenty”라고 합니다. ‘plenty’ 뒤에 ‘of times’가 생략된 것입니다.See you on the flip side.”(언제 또 보자)미국 영화에서 많이 보셨을 겁니다. 내기할 때 동전을 하늘로 던져 손등에 얹고 다른 한 손으로 덮은 뒤 “head?”(앞면), “tail?”(뒷면)을 맞힙니다. ‘coin flipping’(동전 던지기)이라고 합니다. ‘절반의 확률’(fifty-fifty chance)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flip’은 작별 인사를 할 때도 등장합니다. “see you on the flip side”는 “(확률을 정할 수는 없지만) 언제 또 보자”라는 뜻의 매우 미국적인 인사말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했던 백악관 직원들 사이에 오가는 인사말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That’s gonna be a tall order.”(그건 무리한 주문이다)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전쟁을 벌어고 있습니다. 하마스의 선제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은 북쪽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24시간 이내에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통보했습니다. 100만 명이 넘는 가자 주민들이 위험 지역을 하루 만에 빠져나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스라엘의 동맹인 미국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존 커비 백악관 전략소통조정관의 발언 중에 ‘tall order’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키 큰 주문’이 무슨 뜻일까요. ‘달성하기 어려운 요구’를 말합니다. ‘tall’은 ‘키가 크다’라는 뜻 외에 ‘덩치가 크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요구 사항이 비현실적으로 크다는 것입니다. “It’s a tall order, but it’s worth trying.”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속담입니다. ‘성사되지 않을 일이지만, 노력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라는 뜻입니다. 이스라엘의 목적은 전투력을 과시하려는 것입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와의 지상전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Every Hamas member is a dead man”(모든 하마스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네타냐후 총리의 경고는 단순한 허풍이 아닙니다. 이스라엘군의 작전 능력은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자주 다뤄집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이스라엘의 작전에 대해 알아봤습니다.Yoni is down, Yoni is down.”(요니가 총에 맞았다, 요니가 총에 맞았다)이스라엘이 벌인 작전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1976년 ‘Operation Entebbe’(엔테베 작전)입니다. 팔레스타인 테러범들에게 납치돼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 억류된 인질들을 구출한 작전입니다. 공식 작전명은 ‘Operation Thunderbolt’(벼락 작전). 작전을 지휘한 사령관의 이름을 따서 ‘Operation Yonatan’(요나탄 작전)으로로 불립니다.이스라엘에서 출발해 프랑스로 향하던 에어프랑스 항공기가 납치됐습니다. 승객의 3분의 1은 이스라엘 국민이었고, 한국인도 1명 포함돼 있었습니다. 테러범들은 수감 중인 팔레스타인 53명의 석방을 요구하며 승객들을 사살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최정예 특수부대 ‘사예렛 마스칼’을 출동시켰습니다. 106명의 인질 중 102명을 구출하고 테러범 7명을 전원 사살했습니다. 공격에 걸린 시간은 단 30분. ‘선더볼트’라는 이름에 걸맞은 전광석화 같은 작전이었습니다. 미군은 9·11 테러범 오사마 빈라덴을 잡기 위해 은신처를 급습했을 때 엔테베 작전을 본보기로 삼았습니다.이스라엘 측에서는 단 1명의 희생자가 나왔습니다. 선두에서 작전을 지휘하다가 총에 맞은 요나탄 네타냐후 사령관입니다. 테러 진압 후 첫 무전 교신에서 작전 성공보다 요나탄 사령관이 총에 맞은 사실을 먼저 언급했을 정도로 이스라엘군에서 그가 차지하는 위치는 절대적이었습니다. ‘요니’는 ‘요나탄’의 애칭입니다. 네타냐후 총리의 형으로, 30세에 요절한 그는 지금도 이스라엘의 국가적 영웅으로 추앙받습니다. 엔테베 작전은 미국, 이스라엘, 프랑스 등에서 자주 영화화됐습니다. 미국에서는 ‘Victory at Entebbe’(한국명: 엔테베 특공작전), ‘Raid on Entebbe’(특명 엔테베 탈출), ‘Entebbe’(엔테베 작전) 등 이름도 비슷한 영화들이 많이 나왔습니다.There were six million pairs of eyes on me. I had to succeed.”(600만 명의 눈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성공해야 했다)‘Operation Finale’(최후의 작전)는 유대인 대학살을 주관한 아돌프 아이히만 나치 친위대 장교를 15년에 걸쳐 추적한 이스라엘 모사드의 작전명입니다. 아이히만은 리카르도 클레멘트라는 가명으로 아르헨티나의 공장 기계공으로 숨어 살다가 1960년 체포됐습니다. 전 세계로 중계된 재판에서 112명의 홀로코스트 생존자가 증언대에 올라 아이히만의 만행을 고발했습니다. 재판을 참관한 독일 출신의 미국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피고석에 앉은 평범하고 친절해 보이는 아이히만의 모습에 ‘the banality of evil’(악의 평범성)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아이히만을 체포한 것은 피터 멀킨이라는 베테랑 모사드 요원이었습니다. 아이히만이 아르헨티나에 살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현지로 날아가 3개월 동안 미행했습니다. 귀 모양으로 확인한 뒤 공장에서 퇴근하던 아이히만에게 접근해 말을 걸었습니다. 그가 돌아보는 순간 결박시켜 비밀 장소로 데려갔습니다. 멀킨 요원이 자서전 ‘내 손으로 잡은 아이히만’(Eichmann in My Hands)에서 밝힌 체포 순간입니다. ‘six million pairs of eyes’는 홀로코스트 희생자 600만 명을 말합니다. 그들이 하늘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실패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이히만은 과거 미군 수용소에서 탈출한 적이 있어서 또다시 놓칠 수 없었습니다. 심문 과정에서 치열한 심리 대결을 펼쳐졌습니다. 멀킨 요원은 계속 부인하는 아이히만을 열흘간 심문해 자백을 받았습니다. 멀킨 요원이 꼽은 가장 소름 끼치는 순간은 “내 가족도 수용소에서 죽었다”라고 하자 아이히만이 아무런 죄의식 없이 “유대인이니까 죽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답했을 때입니다. 아이히만 체포 작전은 여러 차례 영화화됐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2018년 ‘Operation Finale’(오퍼레이션 피날레)라는 이름으로 제작됐습니다.Hope is not lost.”(희망을 잃지 않겠다)유대인 하면 백인이 연상되지만, 아프리카에 기반을 둔 흑인 유대인도 있습니다. ‘에티오피아 유대인’ ‘베타 이스라엘’이라고 합니다. 비유대인 비중이 늘어나자 이스라엘 정부는 유대인을 늘리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데려오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아랍권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유대인을 탈출시키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1984년 에티오피아 유대인 8000명을 이스라엘로 이주시키는 극비 작전이 전개됐습니다. 벨기에 항공사 TEA를 대절해 수단에서 홍해를 거쳐 브뤼셀로 우회해 이스라엘로 가는 긴 여정이었습니다. 이집트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탈출시킨 모세의 이름을 따서 ‘Operation Moses’(모세 작전)로 명명됐습니다. 작전이 언론에 노출되자 아프리카 국가들은 자국민을 데려가는 것에 반발했습니다. 흑인 유대인 유입에 대한 이스라엘 내 거부감도 컸습니다. 시몬 페레스 총리는 의회에서 작전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연설로 국민을 설득했습니다. 유대인을 마지막 한 명 데려오는 날까지 희망을 잃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2013년까지 여덟 차례에 걸쳐 9만여 명의 유대인들을 아프리카에서 데리고 왔습니다. 이들은 베타 이스라엘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이스라엘에 성공적으로 정착했습니다. 모세 작전은 2019년 ‘Red Sea Diving Resort’(레드 씨 다이빙 리조트)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됐습니다. 모사드 요원들이 홍해 인근에서 위장 다이빙 리조트를 운영하며 유대인을 탈출시키는 내용입니다. 명언의 품격1972년 하계 올림픽이 열리는 서독 뮌헨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선수단 11명을 인질로 잡고 팔레스타인 포로 석방을 요구했습니다. 서독 경찰의 진압 작전 실패로 인질 전원이 사망했습니다. 이스라엘 국민은 즉각적인 보복을 요구했습니다. ‘철의 여인’으로 불리던 골다 메이어 이스라엘 총리는 주저했습니다. 국가 지도자로서 여러 문제를 고려해야 했습니다. 보복은 외교적으로 이스라엘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피를 피로 갚는다’라는 것은 윤리적으로도 옳지 않았습니다. 가장 우려한 것은 암살 임무를 담당할 조직원의 안전이었습니다. 골다 메이어 총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They sit right in the jaws of the enemy.”(그들은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제목이기도 한 ‘jaws’(조스)는 ‘턱’ ‘아가리’를 뜻합니다. ‘in the jaws’(턱 안에 있다)라는 것은 입으로 삼키기 직전, 위험에 직면한 상태를 말합니다. 메이어 총리는 최종적으로 보복을 결정했습니다. 뮌헨 참사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팔레스타인 테러범들을 암살하는 ‘Operation Wrath of God’(신의 분노 작전)가 개시됐습니다. 모사드 내 암살 조직 ‘Bayonet’(베이요넷) 부대가 담당해 ‘Operation Bayonet’(총검 작전)이라고도 불립니다.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의장 조카를 로마 아파트에서 암살한 것을 시작으로 1979년까지 7년여 동안 20명이 암살됐습니다. 메이어 총리가 우려한 대로 암살자는 암살 대상이 됐습니다. 작전에 투입된 많은 모사드 요원들이 암살되거나 암살의 공포 속에서 살았습니다. 2005년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뮌헨’은 모사드 요원들의 심리적 고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증오 악순환에 초점을 맞췄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윌 스미스의 부인 제이다 핀켓 스미스의 언론 인터뷰가 화제입니다. 윌 스미스는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진행자 크리스 록이 핀켓 스미스의 탈모증을 조롱하자 “내 아내 이름을 들먹거리자 마”라고 화를 내며 록의 뺨을 때렸습니다. 그런데 최근 핀켓 스미스는 언론 인터뷰에서 “남편과 7년째 별거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서류상 이혼은 하지 않았지만 이미 멀어진 상태라는 것입니다. 핀켓 스미스가 ‘Worthy’(가치 있는)이라는 제목의 자서전 출간에 맞춰 여러 매체와 홍보 인터뷰를 하면서 밝힌 이야기입니다. 자신도 남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당시 뺨을 때리는 장면을 객석에서 지켜봤을 때의 기분을 이렇게 말했습니다.I thought, ‘This is a skit.’”(코미디인 줄 알았다)‘skit’(스킷)은 미국인들이 많이 쓰는 방송 용어입니다. ‘짧은 코미디극’을 말합니다. ‘공격하다’라는 뜻에서 출발했습니다. 웃음 공격을 위해 즉흥적으로 만든 코미디입니다. 핀켓 스미스는 남편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만든 즉석에서 뺨을 때리는 퍼포먼스를 벌인 것으로 생각한 것입니다. ‘skit’과 혼동하기 쉬운 것으로 ‘sketch’(스케치)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스케치는 ‘그림을 그리다’라고 이해하지만 ‘코미디’라는 뜻도 있습니다. ‘skit’을 길게 늘이고 풍자성을 강화하면 ‘sketch’가 됩니다. 미국 ‘Saturday Night Live’(SNL)는 여러 개의 코너로 구성돼 있습니다. 각각의 코너를 ‘스케치’라고 합니다. ‘skit’은 각본이 없고, ‘sketch’는 각본이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1월 6일 소개된 미국-이란 관계에 관한 내용입니다. 미국에게 중동의 적은 이란입니다. 핵무기를 개발하고 테러를 지원하는 이란에게 각종 제재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충돌에서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의 개입 여부가 미국에게는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임박한 위협에 대한 방어 차원에서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사령관을 표적 공습으로 제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랑하는 외교 업적입니다. ▶2020년 1월 6일자미국 유력 싱크탱크에 가보면 발에 차일 정도로 많은 것이 중동 전문가들입니다. 연구 인력의 절반 정도가 중동 전문가입니다. 미국과 중동의 관계가 시끄러울 때 이들의 주가는 올라갑니다. 드디어 중동 전문가들이 득세할 때가 왔습니다. 미국의 기습적인 공습과 이란의 이라크 미군기지 보복 공격 등으로 중동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에서 어떤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Chest-beaters are making the usual war-like noises, the noises they always make.”(개입주의자들은 언제나처럼 호전적인 얘기를 떠들며 장단을 맞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알려면 폭스뉴스를 보는 것이 빠릅니다. 폭스뉴스 앵커들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트럼프 대통령 열성 지지자인 터커 칼슨 앵커는 이란군 실세를 공습한 것에 반기를 듭니다. 미국은 이란과 전쟁으로 무슨 이득을 얻겠다는 것이냐는 것입니다. ‘chest-beater’는 자기가 잘났다고 우쭐대는 사람을 말합니다. 칼슨은 미국의 개입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오만한 이기주의자라고 본 것입니다.They just can’t let it go.”(그들은 포기를 모른다)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관심을 쏟는 민주당에게 중동분쟁은 반갑지 않습니다. 이슈가 분산되기 때문입니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공습 몇 시간 뒤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탄핵이 최우선 이슈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스티브 스컬리스 하원 공화당 원내총무는 탄핵에만 매달리는 민주당이 이슈를 놔주지 않는다고 비판합니다. Waist Deep and Sinking in the Big Sand.”(허리까지 차오르는 큰 모래 수렁에 빠지다) 베트남전 때 유명한 반전 슬로건으로 ‘Waist Deep in the Big Muddy’가 있습니다. 베트남의 거대한 진흙탕이 허리까지 차오르는데 승산 없는 전투에 내몰리는 미군의 비참한 상황을 말합니다. 미국 반전 단체들이 이번에도 비슷한 구호를 만들었습니다. 진흙탕 대신 중동의 모래 수렁(big sand)에 빠진다는 것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요즘 대세는 스마트팜이다. 정부는 2018년 제5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스마트팜 확산 방안’을 수립했다. 청년의 안정적인 농촌 정착을 위해서는 전문 보육 체계와 창업 및 주거 공간을 갖춘 집적화된 거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곳에서 기업-연구기관-농업인 간 공동 연구개발(R&D) 시스템을 구축해 농업과 전후방산업의 동반 발전을 도모한다는 목적이다. 이에 따라 스마트농업 인력·기술의 확산 거점으로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조성됐다. 혁신밸리는 1, 2차로 나눠 4개소가 선정됐다. 1차 지역으로 2018년 전북 김제와 경북 상주, 2차 지역으로 2019년 전남 고흥과 경남 밀양이 선정됐다. 개소당 평균 880억 원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으로 지방비 추가 투입분까지 고려하면 사업비는 개소당 평균 956억 원에 이른다. 스마트팜 혁신밸리의 핵심 시설은 보육 온실, 임대 온실, 실증 온실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보육 온실은 신규 진입하는 청년을 위한 실습 중심의 장기 교육 과정을 운영해 스마트팜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곳이다. 2개월간의 입문 과정을 거쳐 보육센터 실습장 등을 활용해 현장에서 배울 수 있는 교육형 실습(6개월), 자기 책임하에 경영을 경험해볼 수 있는 경영형 실습(12개월) 기회가 주어진다. 개소별 2.1∼2.6㏊의 면적을 차지한다. 교육 과정은 스마트팜 청년창업보육센터가 담당한다. 스마트팜 취업이나 창업을 원하는 만 18∼39세의 청년을 매년 208명씩 선발한다. 개소별 2.1∼2.6㏊의 면적을 차지하고 이곳을 이용할 수 있는 인원을 연 208명씩 뽑는 것. 수료생을 대상으로 성적 우수자에게는 임대형 스마트팜 입주 우선권을 제공하며 청년 스마트팜 종합자금 대출,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 지원대상으로 선발·지원(약 100명) 등을 창업 지원한다. 2018∼2022년 5기에 걸쳐 788명을 선발했고 이 중 1∼3기 284명이 수료해 스마트팜 창업 등 농업 분야에 진출했다. 임대 온실, 또는 임대형 스마트팜은 스마트팜 창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재배·경영 역량 향상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온실을 임대하는 프로그램이다. 개소별 4.5∼6㏊이고, 우수 보육생은 1인당 400∼500평을 3년간 임대할 수 있다. 현재 김제에 23명, 상주에 9명이 입주해 있다. 실증 온실은 ICT 기자재, 신품목, 온실용 스마트 기계 등을 실증·검증하는 곳으로 빅데이터 분석, 전시·체험·스타트업 지원을 통해 기술 혁신을 창출하는 곳이다. 개소별 1.6∼1.9㏊의 면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농촌에 청년 유입, 농업과 전후방 산업 동반 성장을 목표로 조성된 스마트팜 혁신밸리에 많은 청년 농업인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경상북도 구미에서 ‘팜투에코’라는 농장을 경영하는 양서진 대표(38)는 수세미를 재배한다. 주변에 수세미 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그게 작물이 되느냐”라고 의아해하는 반응을 자주 접하게 된다는 양 대표. 샤인머스켓, 블루베리 등 요즘 농부들이 많이 재배하는 작물에 비해 수세미는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수세미를 재배하는 농가는 전국 모두 합쳐봐야 10곳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돈이 안 되는 작물’이겠지만 저는 그만큼 시장성이 크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겁 없이 뛰어들었죠.” 양 대표는 농지 9917㎡(약 3000평), 비닐하우스 165㎡(약 50평)에 수세미 농장을 구축해 생산하고 있다. 1인 농장 시스템이다. 농번기에 공무원인 남편이 돕기도 하지만 여자 혼자서 3000여 평의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6, 2, 1학년 등 돌봐야 할 자녀가 4명이나 있다. 그러나 양 대표의 입에서는 “힘들다”라는 말 대신 “농사는 주부에게 맞는 직업”이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대학 졸업 후 결혼해 전업주부로 살았습니다. 막내가 유치원생이 됐을 때쯤 내 일을 갖고 싶었지만 아이 넷을 키우며 직장생활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아이들 곁에 있어주면서 워킹맘으로 살고 싶다면 농사만큼 적당한 것이 없습니다.” 수세미라는 작물을 정하는 데도 주부의 센스가 작용했다. 2016년 지인의 농장에 갔다가 우연히 말린 수세미를 건네받고 아기 그릇을 닦아봤다. 잘 닦였다. 더 중요한 것은 친환경적이라 버릴 때 고민이 덜하다는 점이다. “설거지는 주부의 주요 일과 중 하나입니다.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수세미 같은 작은 것이라도 환경보호를 실천하고 싶은 것이 모든 주부의 마음입니다.” 수세미를 키워보자고 결심하고 남편과 상의해 2020년 토지를 구매하고 이듬해 ‘팜투에코’를 설립했다. 그때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사업이 눈에 들어왔다. 2021년 사업에 선정돼 토지를 구매할 수 있었고, 매달 100만여 원씩 받는 영농정착지원금은 농자재를 구입하는 데 보탰다. 만약 지원금이 없었다면 가정 경제가 상당히 어려워졌을 수도 있다는 것이 양 대표의 설명이다. 수세미는 씨를 땅에 심어서 소비자의 손에 전달되기까지 대략 100일 걸린다. 덩굴식물이어서 위로 높게 뻗으며 자란다. 사람 키를 넘는 것은 보통이어서 지지대를 만들어줘야 한다. 다 자라면 초록색의 사람 팔뚝만 한 수세미가 된다. 이를 수확해 물에 삶아 건조시키면 우리가 아는 연한 갈색의 수세미 제품이 된다. 양 대표는 긴 수세미를 3등분해서 설거지용 세트로 판매하고 있다. 찻잔 받침, 향기 주머니 등을 만들 수 있는 수세미 바느질 키트도 판매한다. 열매 형태의 수세미 차도 제품화했다. 농약, 화학비료, 제초제 없이 친환경적으로 수세미를 재배하자는 것은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부터 자신과의 약속이었다. 덕분에 ‘풀(잡초)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벌레 피해도 적지 않다. 농사 경험이 많은 마을 주민들로부터 도움을 받고 천연 살균제 등을 사용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양 대표는 귀농 후 성격이 활발해진 것을 긍정적인 변화로 꼽았다. 여성 농부가 연고도 없는 구미로 와서 농사를 짓겠다고 했을 때 반신반의하며 지켜보던 마을 주민들은 양 대표의 성실함에 마음을 열고 트랙터를 빌려주고 다양한 농사 팁을 전수해줬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는 먼저 주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드링크를 권하며 살갑게 다가선 양 대표의 노력도 있었다. “농사는 혼자 지을 수 없습니다. 다른 농장 분들과 함께 점심 먹고 밭에서 함께 일하고, 저녁때 일 끝나면 다 같이 모여서 ‘한잔’ 하러 갈 때 ‘이런 게 농촌 생활이구나’라고 깨닫습니다.” 양 대표는 수세미 식초, 수세미 홍삼, 스틱형 수세미 건강기능식품 등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개씩 제품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한다. 올해 3000만 원의 수익을 올렸으며 5년 내 2억 원 매출을 목표로 잡고 있다. 궁극적으로 ‘팜투에코’라는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주부 영농인 양 대표의 꿈이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수세미지만 다양하게 가공하면 시장은 넓다고 봅니다. 주방용 제품으로 확대해 세계로 커 나가고 싶습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