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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석물에 반해 30여 년간 수집수억 원짜리 중국 문화재급도 사들여양평에 세계 최초 해태박물관 건립 꿈“돌 기운 받아 좋은 일 많아지길”서울 종로구 효자동에서 태어나 보낸 6년이었다. 이인한 씨(65)의 반평생 ‘돌과의 사랑’을 결정지은 건. “경복궁 인왕산 북한산을 만날 다녔어요. 돌도 보고 바위도 보고. 경복궁에 동물 모양 석물(石物)이 많잖아요. 보면 재미있고, 친근하고….” 이 씨는 세계에서 해태 석상을 가장 많이 보유한 사람일 것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동남아시아 유럽 등 수십 개국 해태상(像)을 7000여 점 소장하고 있다. 주먹만한 소품부터 등신대(等身大)까지, 1000년 전 것부터 최신 작품까지. 이달 초 경기 양평군,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일종의 수장고에서 이 씨를 만났다. 고구려부터 조선시대, 중국 명(明) 청(淸)대, 150여 년 전 태국 것 등 해태상 500여 점이 여기저기 놓여 있다. 해태는 선과 악을 구별하고 화재 같은 재앙을 물리치며 상서롭지 못한 것을 누른다는 전설 속 동물이다. “해태는 정의를 상징하고 복을 가져다주지요. 능(陵)이나 산소 앞 문관석(文官石)은 죽은 자를 위한다면 해태는 산 자를 위한 것입니다. 더 재미있지 않나요?” 이 씨에 따르면 옛 중국에서 사자(獅子)를 상상해 그려놓은 게 해태다. 광화문 앞 해태상을 보고 중국인들은 ‘사자상(像)’이라 한단다. 태국 ‘싱하’, 싱가포르 ‘머라이언’ 같이 사자를 수호동물로 삼는 동남아시아는 물론 유럽에도 사실상 해태상이 있다는 얘기다.돌과의 연(緣) 해태상을 모으기 시작한 건 30대 초반인 1980년대 말이다. 오퍼상을 하던 이 씨는 서울 인사동에서 ‘조그맣고 오래된 돌’을 보고는 그냥 샀다. 이 씨는 “돌이 재미있으니까”라고 했다. 가격은 20만 원 정도였다. “20만, 30만 원이면 하나 샀어요. ‘술 한 잔 안 먹고 이거 산다’는 생각이었죠. 한두 개, 서너 개 사다 보니 인사동이나 장안평 돌 장사들에게서 연락이 오는 거예요. 좋은 돌 나왔다고.” 해태상에 빠진 것도 다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인왕산 북악산 사방이 다 화강암 덩어리인 효자동에서 태어난 것도 연(緣)이다. 초등학교 다닐 때 외가가 있던 구의동은 개발이 한창이었다. 산을 깎아 길을 내고 터를 닦느라 주인 없는 산소가 파헤쳐졌다. 길바닥에 나동그라진 문관석을 보며 ‘아깝다. 참 예쁘게 생겼는데’ 하곤 생각했다. 이 또한 연이라는 것. 이후 브라스베드(brass bed·놋쇠 틀 침대)를 미국에 수출하는 가구제조업이 잘 되면서 해태상 수집은 궤도에 올랐다. 좋은 해태상이 나왔다는 말을 들으면 전국 어디든 달려갔다. 보기만 하면 샀다. 한꺼번에 100점을 산 적도 있다. 중국에 가서 문화재급 돌들을 뭉텅이로 구입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마냥 좋아서 샀는데 나중에는 ‘저건 내가 꼭 갖고 진열을 해야지’하는 의무감도 생겼다. 한 점에 몇 억 준 것도 있고, ‘몇 억을 주겠으니 팔라’는 것도 있다. 해태 관련 중국 서적을 돈 주고 번역해서 읽으며 해태를 공부했다. 지금은 ‘나보다 해태상을 더 잘 아는 사람이 한국에 누가 있을까’ 하는 수준이다. 그래도 여전히 정확히 어느 시대 것이라고 특정하기는 어렵다.다 다른 해태상 해태상은 뭐 하나 같은 게 없다. 손으로 조각한데다 돌마다 성질이 다르고 수백 년 비바람에 쓸리고 깎이며 독특한 얼굴이 생겨난다. 대부분 화강암으로 만든 한국 해태상은 위트가 있고 온화해 보인다. 다만 한국 해태상은 궁궐이나 절에 있던 것이 대부분이라 그 수가 적다. 경복궁의 많은 석물 중에도 있다. 옛 문헌에는 개라고 돼있지만 사실은 해태인 것도 있고, 해태의 한 종류인 천록(天祿 또는 天鹿)도 있다. 반면 중국 것은 사납고 세 보인다. 화강암보다는 옥 계통 대리석인 한백옥, 단단해서 풍화를 잘 견디는 철석, 세월이 흘러도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포천석 등을 선호한다. 중국산 화강암 해태상을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다. “불로장생하라는 뜻을 상징하는 복숭아를 들고 있는 해태도 있고, 새끼를 위로 떠받치고 있는 해태도 있지요. 옛날 중국 귀족이 말에서 내릴 때 쓰던 하마석(下馬石) 해태도 있습니다. 해태상에도 암수가 있어요. 동그란 구(球) 모양의 것을 발로 누르고 있는 건 수컷입니다. 세계를 지배하라는 상징이죠. 아기를 데리고 있는 게 있는 암컷이죠.” 7000점 넘게 샀지만 이 씨는 언제 누구에게서 얼마를 줬는지 대부분 기억한다. 애착이 가는 해태상을 꼽아달라고 했을 때 주저하던 까닭이다. 골동품 전문 경매 업체에서 물건을 내놓자고 했지만 거절했다. “젊었을 때는 물건 파는 걸 죄악시했어요. ‘진정한 컬렉터가 무슨 물건을 팔아’ 하는 생각이었어요.” 30년 넘게 석물을 수집하다 보니 에피소드도 적지 않다. 10여 년 전 석등이나 벅수(돌로 된 장승) 같은 문화재급 석물을 구입했다. 다시 그 판매상을 찾아갔지만 물건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모두 경찰서에 있었다. 도굴꾼이 내다 놓은 장물이었던 것이다. 세계 최초 해태박물관의 꿈 40대 때는 세계 최초 해태박물관을 짓자는 포부가 있었다. 6년 전 전남의 한 기초단체가 약 9만9000㎡(3만 평) 터에 해태테마공원을 짓겠다고 했다. 이 씨는 해태상 1000여 점을 기탁했고 2년 뒤 기공식도 했다. 하지만 기초단체장이 바뀌자 계획은 취소됐다. “그럼 나라도 박물관을 지어야겠다고 해서 정한 게 여기(양평)입니다. 2000평(약 6600㎡) 밖에 안 돼서 전시공간이 부족하죠. 전시공간을 키우려면 자본력이 뒷받침 돼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가 없어요. 이건희 씨가 ‘내가 돈이 없어서 (유물과 미술품을) 못 사는지 누가 알겠느냐’고 했을 정도니까요.” 고미술품이나 유물은 위작(僞作) 시비가 적지 않다. 돌 같은 경우는 위작이 적다고 한다. 돌을 한번 움직이려면 운반비나 인건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위작 제조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운반비가 물건 값의 30~40%를 차지한다. 상대적으로 석물 값이 다른 것에 비해 쌌다. 이 씨가 돌에 입문한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좋은 물건을 싼 값에 살 때의 희열이 상당했고, 이른바 돈 쓰는 재미도 많이 느꼈다는 이 씨도 60을 넘어서부터는 힘에 부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제는 열정이 식어버렸는지 좀 지쳤어요. 내가 욕심을 너무 부렸나, 에이 다 없애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해태박물관 건립을 돕고 있는 이 씨의 지인은 “그래도 좋은 돌 있다고 하면 눈을 번쩍 뜬다”라고 했다. 이 씨가 생각하는 해태상은 수호신이다. 정신적으로 나약한 현대인에게 위안이 되고, 그들을 지켜주며 좋은 일이 생기게 해줄 것 같은…. “1000년 된 돌에서 나오는 기(氣)를 받아서 잘 되시라는 겁니다.” 돌과의 연애를 멈추지 못하는 이 씨가 해태 같은 미소를 지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서울 종로구 효자동에서 태어나 보낸 6년이었다. 이인한 씨(65)의 반평생 ‘돌과의 사랑’을 결정지은 건. “경복궁 인왕산 북한산을 만날 다녔어요. 돌도 보고 바위도 보고. 경복궁에 동물 모양 석물(石物)이 많잖아요. 보면 재미있고, 친근하고….” 이 씨는 세계에서 해태 석상을 가장 많이 보유한 사람으로 골동품업계에서 꼽힌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동남아시아 유럽 등 수십 개국 해태상(像)을 7000여 점 소장하고 있다. 주먹만 한 소품부터 등신대(等身大)까지, 1000년 전 것부터 최신 작품까지. 이달 초 경기 양평군,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일종의 수장고에서 이 씨를 만났다. 고구려부터 조선시대, 중국 명(明) 청(淸)대, 150여 년 전 태국 것 등 해태상 500여 점이 여기저기 놓여 있다. 해태는 선과 악을 구별하고 화재 같은 재앙을 물리치며 상서롭지 못한 것을 제거한다는 전설 속 동물이다. “해태는 정의를 상징하고 복을 가져다주지요. 능(陵)이나 산소 앞 문관석(文官石)은 죽은 자를 위한다면 해태는 산 자를 위한 것입니다.” 이 씨에 따르면 옛 중국에서 사자(獅子)를 상상해 그려놓은 게 해태다. 광화문 앞 해태상을 보고 중국인들은 ‘사자상’이라 한단다.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같은 동남아시아는 물론이고 유럽에도 사실상 해태상이 있다는 얘기다. 해태상을 모으기 시작한 건 30대 초반인 1980년대 말이다. 오퍼상을 하던 이 씨는 서울 인사동에서 ‘조그맣고 오래된 돌’을 보고는 그냥 샀다. 이 씨는 “돌이 재미있으니까”라고 했다. 20만 원 정도였다. “20만, 30만 원이면 하나 샀어요. ‘술 한잔 안 먹고 이거 산다’는 생각이었죠. 한두 개, 서너 개 사다 보니 인사동이나 장안평 돌 장사들이 연락하는 거예요. 좋은 돌 나왔다고.” 이후 브라스베드(brass bed·놋쇠 틀 침대)를 미국에 수출하는 가구제조업이 잘되면서 해태상 수집은 궤도에 올랐다. 한꺼번에 10점, 100점을 사기도 했고, 중국에 가서 문화재급 돌들을 다량으로 사오기도 했다. 처음에는 마냥 좋아서 샀는데 나중에는 ‘저건 내가 꼭 갖고 진열을 해야지’ 하는 의무감도 생겼다. 한 점에 몇억 원 준 것도 있고, ‘몇억 원을 주겠으니 팔라’는 것도 있다. 중국 서적을 돈 주고 번역해서 읽으며 해태를 공부했다. 지금은 ‘나보다 해태상을 더 잘 아는 사람이 한국에 누가 있을까’ 하는 수준이다. 그래도 여전히 어떤 해태상을 보고 정확히 어느 시대 것이라고 특정하기는 어렵다. 해태상은 뭐 하나 같은 게 없다. 손으로 조각한 데다 돌마다 성질이 다르고 수백 년 바람에 쓸리고 깎이며 독특한 얼굴이 생겨난다. 한국 해태상은 위트가 있고 온화한 반면 중국 돌은 사납고 세다. 다만 한국 해태상은 궁궐이나 절에 있던 것이 거의 전부라 수가 적다. 40대 때는 세계 최초 해태박물관을 짓자는 포부가 있었다. 6년 전 전남의 한 기초단체가 터를 제공하겠다고 해서 해태상 1000여 점을 기탁했다. 기공식도 했다. 하지만 기초단체장이 바뀌자 계획은 취소됐다. “그럼 나라도 박물관을 지어야겠다고 해서 정한 게 여기(양평)입니다. 2000평(약 6600m²)밖에 안 돼서 전시 공간이 부족하죠. 이제는 열정이 식어버렸는지 좀 지쳤어요. 내가 욕심을 너무 부렸나, 에이 다 없애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박물관 건립을 돕고 있는 한 골동품상은 “그래도 좋은 돌 있다고 하면 눈을 번쩍 뜬다”라고 했다. 이 씨가 생각하는 해태상은 수호신이다. 정신적으로 나약한 현대인에게 위안이 되고, 그들을 지켜주며 좋은 일이 생기게 해줄 것 같은…. “1000년 된 돌에서 나오는 기(氣)를 받아서 잘되시라는 겁니다.” 이 씨가 해태 같은 미소를 지었다.양평=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건강에 좋은 물, 건강수(健康水)를 찾는 시대다. 한때 수돗물 대용으로만 여겨지던 생수도 마케팅 포인트를 건강수인지 아닌지로 두기 시작했다. 건강수 결정에 중요한 광물질(미네랄)은 마그네슘(Mg)과 칼슘(Ca)으로 알려져 있다. 생수의 경우 마그네슘과 칼슘 비율이 1에 가까우면 건강수로 분류된다. 농심은 15일 자사 생수 제품인 ‘백산수’가 마그네슘과 칼슘 비율 0.9로 건강수로 분류된다고 밝혔다. 농심에 따르면 이는 음용수 전문가로 알려진 신호상 공주대 사범대 환경교육과 교수가 1년간 관찰, 연구한 결과다. 신 교수 팀이 백산수를 1월부터 12월까지 달마다 분석한 결과 연중 미네랄 수치에 거의 변화가 없었다는 것. 신 교수 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백산수 일정량 속의 마그네슘과 칼슘, 칼륨 같은 미네랄은 함량과 비율이 계절에 따른 차이가 없었다. 또 백산수 수원지(水源池)의 물(원수·原水)과 백산수 제품의 미네랄 함량도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신 교수는 “펌프로 뽑아 올리는 시중 일반 생수는 다른 수맥이 섞일 수 있어 미네랄 함량 및 비율이 유지되기 어렵고 원수와 생산품의 품질이 다를 수 있다”며 “백산수는 자연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물을 원수로 쓰기 때문에 동일한 수질을 연중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실험 결과는 생수에서 수원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물 전문가들은 말한다. 가공식품이 아닌 생수의 품질은 수원지에서 결정난다는 얘기다. 백산수의 수원지는 백두산(해발 2744m)의 해발 670m 지점에 흐르는 내두천이다. 농심 측은 “2003년부터 아시아와 유럽, 하와이를 돌아다니며 수원지를 찾았는데 백두산 청정원시림(淸靜原始林)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내두천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농심에 따르면 백산수 원수는 백두산 천지에 내린 비와 눈이 지하 화산암반층을 따라 약 41km 흘러 내두천에서 자연의 힘으로 솟아나는 물, 용천수(湧泉水)다. 수백만 년간 형성된, 주로 현무암으로 이뤄진 화산암반층은 크기가 다양한 공극(孔隙·작은 구멍이나 빈틈)의 투과 기능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불순물은 걸러지고 몸에 유익한 각종 미네랄은 통과시키는 천연필터 역할을 한다는 것. 농심 관계자는 “백두산은 오염 가능성이 원천 차단된 지역이다. 백산수는 백두산의 깨끗한 자연을 그대로 품고 있는 물”이라고 말했다. 백산수는 원수뿐만 아니라 생산설비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농심은 얘기한다. 2015년 건립한 백산수 신공장은 내두천 원수가 최소한 여과 시스템만 거쳐 자연 그대로 용기에 담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취수(取水) 생산 물류 출고까지 모든 과정에 사람 손이 닿지 않도록 해 오염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여과 시스템은 글로벌 필터 기업 펜테어에서 제작했다. 백산수를 담은 페트용기는 캐나다 허스키 것이다. 충전 및 포장 설비는 세계적 생수 ‘에비앙’ ‘피지워터’ 생산 설비를 도맡았던 독일 크로네스에서 책임졌다. 크로네스는 식음료생산설비업체 글로벌 1위다. 수원지 물을 끌어와 생수병에 담는 순간부터 라벨지 포장, 이송, 싣기까지 모두 최첨단이다. 농심 관계자는 “수원지, 수질, 설비 등 매력을 두루 갖춘 생수를 안전하고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백산수는 고객이 믿고 마실 수 있는 물이 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안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산업 현장을 다음 달까지 집중 단속하고 있다. 14일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이번 단속의 점검·감독 포인트는 3가지. 안전관리 불량사업장 집중 점검·감독, 주말과 휴일 위험작업을 하는 건설 현장 불시 감독, 지역별 사망사고 요인 반영 기획 감독이다. 중소 산업 현장을 불시에 방문해 추락 및 끼임 예방 조치와 개인 보호구 착용 등 3대 안전조치가 불량한 사업장을 찾아내는 ‘현장점검의 날’을 시행 중이다. 적발된 사업장은 위험 요인이 사라질 때까지 점검 감독 행정 및 사법 조치를 반복한다. 2018∼2020년 건설현장 산업재해 사망사고의 22.3%는 주말이나 공휴일 관리자가 없는 가운데 위험한 작업을 할 때 발생했다. 위험 작업은 타워크레인 설치 조립 해체, 건설기계 사용, 굴착, 건물 해체 등을 말한다. 휴일에 위험 작업을 계획한 현장의 작업계획서를 사전 점검해 현장소장 안전관리자 관리감독자 등 관리자가 상주하는지, 작업계획서 작성 항목이 누락됐는지, 안전조치 수준은 어떤지를 확인해 미비한 현장을 예고 없이 찾아 감독한다. 지역별 맞춤형 감독도 실시한다. 지역에 따른 산재 사망사고 요인과 발생 형태를 심층 분석해 광역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중점 관리 분야를 선정한 뒤 지역 특성화 기획 감독을 추진한다. 단속 기간 3대 안전조치 미비로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는 사업주의 고의성에 무게를 두고 무관용 원칙으로 수사할 계획이다. 안경덕 고용부 장관은 “최근 5년간 9월부터 산재 사망사고가 늘어난 점을 볼 때 사망사고를 줄이려면 지금이 중요하다.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위험 현장을 감독하겠다”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국내 헤어드라이어 시장 1위 기업 유닉스가 ‘에어샷U’(사진) 등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해외 시장 공략에 집중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바뀐 생활 패턴에 따라 주력 제품인 프리미엄 라인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유닉스의 해외 매출은 올해 1분기(1∼3월) 40%가량 성장했다. 이달 러시아에 에어샷U 4000대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수출한다. 러시아는 프리미엄 시장이 활발해 주변국으로 수출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러시아 수출 물량은 연간 1만 대를 내다보고 있다. 2018년 러시아 시장에 선을 보인 에어샷을 통해 프리미엄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에어샷U는 기능과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43년 역사의 유닉스가 내세우는 에어샷U는 머리를 수분 코팅하며 말려 손상된 머리카락을 치유한다. 제품의 플라스마 시스템이 음이온과 양이온을 1000만 개 이상 방출해 모발의 광택까지 개선시켜 건강하고 윤기 있는 머릿결을 만든다. 러시아뿐만 아니라 일본과 미국, 유럽 시장에도 에어샷U 등 프리미엄 라인 OEM 계약을 협의하고 있다. 중국 대만 필리핀 등에서는 현지 총판 계약을 체결해 유닉스 브랜드로 수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올 3월 국내 출시된 에어샷U는 지난달 판매가 전월 대비 81% 증가하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유닉스 관계자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다양한 프리미엄 제품을 통해 업계를 선도하는 브랜드 위상을 더욱 굳건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영풍 석포제련소가 세계 최초 도입한 무(無)방류 시스템을 활용해 100일간 폐수를 버리지 않는 데 성공했다고 9일 제련소 측이 밝혔다. 석포제련소는 올 5월 31일부터 폐수 방류를 중단하고 있다. 폐수는 제련 공정에 사용되는 공정사용수와 지하수오염방지공으로 모은 지하수를 말한다. 이날 석포제련소에 따르면 무방류 시스템으로 지난 100일간 하루 평균 1520t, 총 15만2000t의 폐수를 처리했다. 이는 어른 51만4000명이 하루 쓸 수 있는 양이다. 이렇게 처리된 폐수는 공정에 재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약 320억 원을 들여 도입한 무방류 시스템은 제련 공정에 사용한 물을 끓여 증발시킨 뒤 수증기를 모아 물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남은 불순물은 고체로 만들어 폐기물 처리한다. 내년 상반기 오염된 지하수의 하천 유입을 막는 차집(遮集) 시설 1차 공사가 마무리되면 처리할 지하수량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석포제련소는 내년 8월까지 150억 원을 투입해 결정화(結晶化)기 1기, 증발농축기 1기를 더 설치할 예정이다. 현재 무방류 시스템은 결정화기 1기, 증발농축기 3기로 구성돼 있다. 추가 설치하면 폐수를 하루 4000t까지 처리할 수 있다. 박영민 석포제련소장은 “‘무방류 100일’은 시스템이 안정화됐다는 의미로 ‘수질오염 제로(0)’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셈이다. 내년 지하수 차집 시설 1차 공사가 완료되면 제련소 앞 하천의 윗물과 아랫물 수질이 같아지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스타트업이 국내외 벤처캐피털(VC) 액셀러레이터(AC)와 만나 자금을 유치하고 멘토링을 받는 기회가 펼쳐진다. 서울시 주최, 서울창업허브 주관 스타트업 축제 ‘트라이에브리싱(Try Everything) 2021’이다. 2019년 시작해 올해 세 번째인 트라이에브리싱은 ‘점프 업! 스케일 업!’을 슬로건으로 15∼17일 서울 신라호텔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다. 트라이에브리싱에는 세계 15개국 등 국내외 스타트업 생태계 전문가와 VC AC 대기업 등 약 400개 기관이 참여해 500여 스타트업에 지속 가능한 성장 및 해외 진출을 위한 기회와 통찰을 제공한다. 국내 15개 유니콘 기업(1조 원 가치 기업) 중 9개사를 배출한 서울 창업생태계 전략과 정책, 성공 사례도 소개한다. 이번 축제에서 스타트업은 강연 세미나 '글로벌 톱 VC와의 대담' 세션 등 47개 본 프로그램과 서울 곳곳에서 열리는 44개 협력 프로그램 등 91개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투자자와 만난다. 축제 홈페이지(tryeverything.or.kr)에서 신청하면 신한벤처투자 하나벤처스 미래에셋벤처투자 등 국내외 VC AC와 일대일 밋업(meet-up·간담회)을 온·오프라인으로 갖는다. 올해는 스타트업과 투자자가 만날 접점을 늘리기 위해 맞춤형 상시 밋업을 실시 중이다. 멘토가 스케일 업 전략을 알려주는 프로그램도 준비된다. OB맥주, 빙그레, S-Oil, 벤츠코리아, Haier 같은 대기업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OI), IR 피칭, 테스트베드 세션도 마련된다.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해 국제 프로그램 및 기구와 협력을 강화하는 자리도 있다. 창업 대가에게서 스타트업의 미래와 전망을 듣는다. 실리콘밸리 최고 혁신기업가로 꼽히는 피터 디어맨디스 엑스프라이즈재단 회장은 16일 ‘실리콘밸리 대부로부터 듣는 미래를 바꿀 기술과 스타트업의 스케일 업’ 강연에서 어떤 기업이 기술융합 시대에 살아남을지 내다본다. 이날 개막식 기조연설은 베스트셀러 ‘코로나 이후의 세계’를 쓴 미래학자 제이슨 솅커 퓨처리스트 인스티튜트 의장이 맡는다. 솅커 의장은 ‘스타트업의 혁신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강연한다. 프로그램에 따라 대면과 비대면으로 이뤄지며 주요 세션은 유튜브 채널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2019년 ‘글로벌 톱 5 창업도시’를 천명한 서울시는 인공지능(AI), 바이오, 나노기술(NT),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등 기술창업을 집중 지원했다. 시, 정부, 민간이 2018년부터 혁신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조성한 혁신성장펀드는 올 8월 현재 누적 투자액 2조 3000억 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창업생태계 분석기관 ‘스타트업 지놈’은 지난해 서울 창업생태계 가치를 세계 100개국 중 20위로 꼽았다. 박대우 서울시 경제일자리기획관은 “4차 산업혁명 환경에 빠르게 대응해 예비 유니콘, 유니콘이 많이 나오도록 친기업적 창업생태계 조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 창업 지원 거점을 만들어 스타트업이 글로벌 대기업과 협력해 ‘스케일 업’ 할 수 있도록 기술사업화 지원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홍삼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면역력에 도움이 된다고 인정한 대표적인 기능성 원료다. 6년근 인삼을 수증기로 쪄 말리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사포닌, 홍삼다당체, 아미노당, 미네랄 등이 조화를 이뤄 다양한 효능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효과가 면역력 증진과 피로 해소이다. ‘정관장 화애락’ 시리즈는 정관장의 여성 전문 브랜드로 ‘화애락(和愛樂)’은 ‘화목한 삶(和), 사랑하는 삶(愛), 즐거운 삶(樂)’을 함께한다는 뜻을 담았다. 2003년 선보인 후 갱년기 여성뿐 아니라 여성의 생애주기별 건강 이슈에 대한 차별화된 솔루션을 제공한다. 예컨대 20, 30대 여성들의 생기 있는 하루를 위한 보디에너징 제품 ‘화애락 이너제틱’, 바쁜 직장 생활, 육아, 가사로 지쳐가는 여성들을 위한 여성 전반 건강 케어 ‘화애락 본’, 갱년기에 몸과 마음의 변화로 힘들어하는 여성을 위한 ‘화애락 진’, 갱년기 이후 품격 있는 생활을 위한 웰에이징 솔루션 ‘화애락 후’ 등 다양한 생애주기별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특히 ‘화애락 진’은 6년근 홍삼에 녹용 및 당귀, 작약과 여성에게 좋은 석류농축액 등을 조화시켜 중년 여성의 고민인 갱년기 극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갱년기에 진입한 X세대 엄마들에게 화애락은 센스 있는 추석 선물이 될 것 같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비(非)대면 방식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필수노동자 건강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보건의료 돌봄 물류 운송같이 사회가 제대로 기능하는 데 필수적인 영역의 수요와 노동량이 늘면서 근로자 몸에 이상이 생길 우려가 커진다. 국내 필수노동자는 가사·돌봄 108만7000명, 보건의료 22만5000명, 택배 44만4000명, 환경미화 4만1000명을 비롯해 약 200만 명을 헤아린다. 고용노동부 산하 안전보건공단은 필수노동자 건강 보호를 위해 기존 사업장 중심 건강관리에 더해 근로자 중심 건강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17일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올해 도입한 ‘근골격계질환 부담 작업 유해요인 조사 및 개선 지원’ ‘직종별 건강진단 비용 지원’ ‘고위험군 심층 건강진단 비용 지원’ 등 3개 사업이 효과를 보고 있다. 근골격계(筋骨格係)질환 부담 작업 유해요인 조사 및 개선 지원 사업은 택배노동자와 환경미화원을 대상으로 한다. 무거운 물체를 무리하게 들고 내리는 동작을 반복하면서 몸에 무리한 작업 자세를 갖게 돼 목 허리 어깨 팔다리 신경과 근육을 다치기 쉬운 직종이다. 안전보건공단은 이들 사업장을 찾아 작업장 환경 및 상황, 작업 조건, 근로자 증상 등을 조사한다. 근골격계에 유해한 작업 환경, 작업 자세를 개선할 방법 등을 알려주며 손목 팔목 팔꿈치 무릎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보호대를 지원한다. 이런 신체 부위 통증이 있는 근로자는 전국 23개 근로자건강센터와 21개 근로자건강센터분소에서 전문적 상담을 비롯한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다. 올해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환경미화 및 택배 관련 사업장 약 4600개소 필수노동자 건강관리 지원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직종별 건강진단 비용 지원은 택배기사 배달종사자 대리운전기사와 20인 미만 사업장 환경미화원이 맞춤형 건강진단을 받도록 해 업무상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사업이다. 안전보건공단은 기존 일반건강진단에서 뇌심혈관질환을 일으킬 위험이 높다는 결과가 나온 근로자에게 노동부 지정 특수건강진단기관에서 건강진단을 받게 하고 있다. 택배기사 배달종사자 대리운전기사는 뇌심혈관질환 관련 항목을 주로 검사받는다. 자동차가 다녀 매연을 많이 접하는 환경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은 호흡기계(系) 검사와 근골격계질환을 중점 검사한다. 지난달 현재 3만여 명이 신청해 건강진단을 받고있다. 고위험군 심층 건강진단 비용 지원은 직종별 건강진단 비용 지원과 연계해 건강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장시간 근로나 뇌심혈관질환 기저질환자 같은 고위험군 근로자에 대한 정밀 건강진단을 실시하고 근로자건강센터에서 사후 관리도 받게 하는 사업이다. 소요 비용 80%는 안전보건공단이 지급하고 20%는 사업주가 부담한다. 안전보건공단은 플랫폼 노동자 재해 예방을 위해 ‘배달 플랫폼 전용 재해예방시스템’을 통해 오토바이 배달사고 예방에도 힘쓰고 있다. 배달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하는 이 시스템은 사고 다발 구역에 접근하면 경고 메시지가 음성으로 흘러나온다. 박두용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길어지면서 필수노동자는 산업재해에 노출되기 쉽다”며 “사회 기능 유지에 중요한 필수노동자의 건강 보호와 작업환경 개선에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프랑스 국립 자연사박물관 특별전 ‘바다, 미지로의 탐험’이 다음 달 25일부터 내년 3월 6일까지 서울 성북구 북서울꿈의숲 상상톡톡미술관에서 열린다. 프랑스 국립 자연사박물관 국내 초대 전시다. 1793년 개관한 프랑스 국립 자연사박물관은 표본 1억 건 이상을 소장한 세계 최대 규모 자연사박물관이다. 지난 10년간 세상에 알려진 해양생물의 약 20%를 발견하는 등 심해 탐사를 이끌고 있다. 이번 특별전에는 프랑스 국립 자연사박물관이 직접 제작한 3차원(3D) 해양생물 오리지날 복제 표본이 전시된다. 미디어아트와 멀티미디어를 통한 잠수함 심해 탐험, 해양생물 및 분자구조 관찰 등을 할 수 있고 심해 생물 시청각 자료 등의 콘텐츠도 마련된다. 주한 프랑스대사관이 후원하며 ㈜아이헤리티지가 주최한다. 티켓 판매는 23일부터. 자세한 내용은 ‘바다, 미지로의 탐험’ 인스타그램 참조.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영풍 석포제련소가 지역 주민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공동 추진한다. 석포제련소는 28일 경북 봉화군 석포면 주민이 참여하는 ‘오미산 풍력발전’ 사업에 제련소 특고압송전선로를 무상 제공한다고 밝혔다. 오미산 풍력발전 사업은 석포면 오미산에 내년까지 약 1600억 원을 들여 60.2MW 규모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는 것으로 오미산풍력발전㈜이 시행을 맡는다. 주민 2044명이 구성한 석포면 풍력발전주민협의체가 오미산풍력발전의 자본금 20%(약 64억 원)를 전환사채(CB) 매입 방식으로 확보하고 발전사업 이익을 공유한다. 석포제련소가 제공하는 특고압송전선로는 2000년 제련소와 한국전력 태백변전소 사이 18km 구간에 철탑 38개를 세워 설치한 것이다. 현재 같은 규모 특고압송전선로를 설치하려면 약 380억 원이 소요된다. 경상북도와 봉화군, 석포면 풍력발전주민협의체, 오미산풍력발전, ㈜영풍은 다음달 4일 봉화군청에서 ‘오미산 풍력발전사업 추진을 위한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이강인 영풍 사장은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정부 그린뉴딜사업에 동참할 수 있게 돼 보람을 느낀다”며 “석포제련소도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등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인구 3만1000명의 충남 청양은 65세 이상 인구가 35%를 넘는 초고령화 지역이다. 그러나 유명한 고추 산지이자 1920년 국내 처음으로 구기자 재배를 시작해 이제는 고추와 구기자 전국적 집산지가 된 ‘강소(强小) 농촌’이다. 인구의 약 40%가 농업에 종사하며 고추 826ha, 구기자 78ha를 재배한다. 2006년 고추·구기자 특구가 지역특화발전특구(지역특구)로 지정된 후 15년간 꾸준히 투자해 고추와 구기자를 대표 농산물 브랜드로 키웠다. 그 결과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최우수 지역특구로 선정됐다. 청양 고추·구기자 특구는 고추와 구기자의 품질 향상에 주력했다. 품종을 개량하고 친환경고추재배단지를 조성해 친환경 농법 등을 도입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을 받은 구기자의 90% 이상이 이 특구에서 나온다. 브랜드화가 이뤄지자 알싸하게 매운 청양고추를 즐겨 먹던 소비자가 청양고추를 더 많이 찾았다. 청양고추 생산액은 2017년 430억 원에서 2019년 540억 원으로 늘었다. 2013년 문을 연 청양군 다목적 육묘장(育苗場)에서는 우량 고추모를 생산해 육묘가 어렵고 이동이 힘든 고령자를 중심으로 농민에게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2450농가에 100만 주를 공급했고 올해도 2300여 농가에 역시 100만 주를 전달했다. 지역특구 지정 후 농산물 가공제품 생산기반이 갖춰지고 판로도 다변화했다. 청양농협이 운영하는 청양고추가공공장은 농가에서 사들인 고추로 고춧가루를 만들어 판매까지 한다. 2009년 방위사업청에 납품한 데 이어 올 1월 홍콩에까지 수출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일오삼(처갓집양념치킨)과 업무협약을 맺고 100% 청양고추를 가미한 ‘고추치킨’을 출시해 공동 마케팅을 벌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농산물 판로 개척이 어려워졌을 때, 배달음식 수요는 증가한다는 점에 착안해 국내 외식기업과 상생협력한 좋은 사례로 평가받는다. 홈쇼핑으로까지 판로를 넓혔다. 지난해 ‘고추데이’ 특집전을 통해 마른고추와 고춧가루를 3.3톤 판매했다.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다 일교차가 커서 구기자 재배 최적의 조건을 지닌 청양에서는 매년 전국 구기자 생산량의 약 65%인 120톤을 생산한다. 이를 가공한 제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왔다. 2013년 설립된 특화가공센터는 구기자 분말, 액상 같은 가공제품을 위탁생산한다. 원재료만 맡기면 가공제품 기획, 제조, 포장까지 이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략적 마케팅을 지원하고 체계적인 창업기업 육성정책도 제시한다. 또 지역특구의 17개 업체에서 구기자로 만든 차, 술, 한과 등 40여 가공제품을 생산한다. 구기자초콜릿 같은 가공식품도 연구 개발 중이다. 구기자 농가를 응원하는 체계도 촘촘히 짜여 있다. 내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비 30억 원을 들여 구기자농촌융복합산업지구를 조성하고 있다. 구기자산지유통센터, ‘구기자 문화가 있는 농촌 공간’을 운영해 구기자 정예 농가를 육성하고 생산물을 유통하며 구기자 농업창업 육성 및 생활체험 프로그램을 실행할 계획이다. 구기자농촌융복합사업단을 구성해 농가를 조직하고 6차 산업 가능성을 모색하며, 구기자 품질표준화 연구 용역을 의뢰하고 실증시험도 벌인다. 청양 구기자는 지난해 6월 한국한인홍㈜와 업무협약을 맺고 코로나19로 침체된 국내 시장을 넘어 홍콩에 첫 수출됐다. 한국한인홍 홍콩 직영점 22개소에서 판매됐다. 구기자와 함께 고춧가루 표고버섯 밤 같은 농산물과 가공식품 등 수출 100만 달러를 올렸다. 구기자 홍콩 수출이 의미 있는 것은 세계 구기자의 80% 이상을 생산하는 중국의 주요 수출지역이 홍콩이어서다. 청양 구기자는 1960년대 일본에 수출되다 저가(低價) 공세를 앞세운 중국산에 밀린 아픔이 있다. 청양군은 소규모, 노동집약적 시스템으로는 구기자 세계화가 어렵다고 보고 규모를 키우고 기계화를 통한 대량 생산체계를 구축할 생각이다. 중국산보다 효능이 뛰어나다는 점을 부각시켜 해외시장 경쟁력을 갖추는 데 노력할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맺은 ‘구기자산업 협력 양해각서’를 계기로 중국 닝샤회족(寧夏回族)자치구 중닝(中寧)현과 공동연구, 벤치마킹 등을 통해 교류, 협력할 계획이다. 중닝현은 24개 자체 브랜드의 가공제품 100여 종을 약 40개국에 수출하는 중국 최대 구기자 산지다. 청양은 2018년 이후 고추, 구기자 관련 공모사업(18개 사업, 778억 원 규모)과 민간 가공업체를 잇달아 유치한 것은 물론 관광산업으로도 확장시켰다. 청양 고추·구기자 축제는 2019년 관람객 19만4864명, 농·특산물 판매액 15억9700만 원을 기록하는 등 연간 20만 안팎이 찾는 ‘명품 축제’가 됐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농·특산물 온라인 기획전’으로 대체됐는데 이 또한 상종가를 쳤다. 2019년 고추와 구기자 등 판매액은 약 9억 원이었는데 지난해는 15억3000만 원을 기록해 2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청양 공동 브랜드인 ‘칠갑마루’ 온라인 쇼핑몰 등에는 약 22만 명이 방문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도 브랜드 인지도가 치솟았다. 이 같은 결과는 최우수 지역특구로 이어졌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57년 전 벨기에에서 임실성당에 부임한 지정환(본명 디디에 세스테번스·2019년 선종) 신부는 전북 임실의 지금 모습을 상상했을까. 가난한 주민들을 돕겠다는 생각에 지 신부가 들여온 산양 2마리가 ‘임실치즈’를 낳았다. 임실치즈는 ‘임실엔치즈 낙농 특구’로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2016년 지역특화발전특구(지역특구)로 지정된 임실엔치즈 낙농 특구는 76만5449.2㎡ 터에서 임실치즈테마파크를 중심으로 낙농업 및 유제품 가공 산업에 관광과 체험을 접목시켜 ‘치즈버스(치즈+유니버스(세계, 우주))’를 완성한다는 목표를 향한다. 낙농 특구에서는 48개 농가에서 젖소 3416두를 길러 매년 원유(原乳) 1만7187톤을 생산한다. 이 원유로 14개 유(乳)가공업체가 치즈 등 1857톤을 만들어낸다. 이는 임실 공동 브랜드인 ‘임실N치즈’와 ‘임실N치즈피자’ 이름을 달고 각종 유가공 제품으로 세상에 나온다. 한국 대표 치즈 브랜드로 한국형 치즈를 개발하는 등 성장을 지속해온 임실치즈에 낙농 특구 지정은 날개를 다는 격이었다. 낙농 특구 중심에는 임실치즈테마파크가 있다. 스위스 3대 치즈인 ‘아펜젤러 치즈’의 본고장 아펜젤 치즈 마을을 모델로 2010년 조성했다. 약 13만㎡ 터에 유럽의 성(城)을 연상시키는 ‘치즈 캐슬’을 짓고 임실치즈 홍보관 체험관을 들였다. 레스토랑, 유가공 공장, 농·특산물 판매장에 이어 임실치즈과학연구소까지 속속 생겼다. 올해는 임실치즈역사문화관이 들어선다. 지 신부를 기리며 그가 1967년 세운 국내 최초 치즈공장 ‘임실치즈’의 역사와 변천을 소개하는 공간이다. 과거의 영화(榮華)만 되새기지는 않는다. 임실치즈가 치즈 선진국과 어깨를 견줄 수 있도록 새롭고 다양한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그 핵심은 치즈테마파크에 있는 (재)임실치즈앤식품연구소다. 임실치즈앤식품연구소는 보유하고 있는 다수의 특허 기술을 낙농 특구 업체에 적극적으로 이전한다는 계획 아래 연구와 개발에 열중한다. 특허 심사를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는 특허법 특례를 활용해 특허 및 신제품 개발에 앞장선다. 임실치즈앤식품연구소를 주축으로 낙농 특구에서 나온 특허와 신제품은 2018년 25건, 2019년 22건, 그리고 지난해는 치즈두부, ‘떠먹는 스위트 리코타치즈’ 같은 신제품 9건을 포함, 34건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집콕’ 시간이 늘면서 아이스크림 소비량이 증가하자 임실 브랜드를 통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에 진입했다. 더 질 좋은 치즈와 유제품 산업 발전을 위한 임실치즈클러스터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치즈산업을 전담하는 임실치즈클러스터사업단을 만들어 낙농가(家)는 고급 원유 생산에 전념하게 만든다는 계획이다. 치즈를 비롯한 유제품 홍보와 유통을 총괄하고 판로를 확보하는 일은 사업단이 맡는다. 낙농가와 유제품 업체에 대한 교육 및 컨설팅도 도맡는다. 임실군은 이를 위한 재정으로 도비 11억5000만 원, 민자 1억8000만 원을 지난해 유치했다. 치즈산업 인재 육성도 빠지지 않는다. 임실군이 2014년 국내 최초로 만든 한국치즈과학고등학교와 지난해 유가공 인재 육성 업무협약(MOU)을 맺고 미래 임실치즈를 이끌 학생들에 대한 교육과 교류를 약속했다. 임실치즈 브랜드 위상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2019년까지 3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된 ‘임실N치즈축제’가 이를 상징한다. 지난해 코로나19 때문에 치르지 못했지만 그전까지 148개 업체가 참여해 축제 기간 9개 테마, 84개 프로그램으로 관람객을 맞았다. 매년 40만 명 이상이 찾는 국내 유일의 치즈축제로서의 진면목을 한껏 자랑했다. 2019년 축제에는 관광객 49만 명이 찾아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400억 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축제는 취소됐지만 그동안 치즈테마파크에서 열리는 축제 때마다 만개하던 국화꽃 전시로 대신했다. 코로나19로 지친 임실군민에게 작은 위안이 됐다. 축제뿐만 아니다. 치즈 관광 코스도 만들었다. 지 신부가 만든 치즈공장 ‘임실치즈’를 복원했고, 치즈를 숙성하던 토굴도 정비했다. 치즈테마파크는 장애인, 노인, 영·유아 동반 가족이 관람에 제약을 받지 않도록 시설을 고치는 ‘열린 관광지’로 변신한다. 사업비 2억5000만 원을 국비로 받았다. 낙농 특구는 치즈를 비롯한 유제품 산업에서 다른 식품사업으로 확장하려고 한다. 임실군 산하 ‘옻발효식품가치창조사업단’은 특산물인 옻의 대중화에 열중한다. 옻 막걸리와 옻 육수 시제품을 개발해 판로를 모색하며 마케팅 전략을 짜고 있다. 옻나무 추출물의 인체 적용 시험이 완료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기능성 식품 원료 신청을 할 계획이다. 옻 고추장, 옻 떡볶이소스 등을 내놓은 임실치즈앤식품연구소는 또 다른 임실 작물인 독활(獨活)을 활용, ‘향긋한 독활차’를 지난해 출시해 호평 받았다. ‘그릭 요거트 쌍화’(독활 함유 과립 스틱형 고형 차)와 ‘콜라겐 품은 독활&오미자’도 선보였다. 연구소는 ㈜함소아제약과 ‘임실군 향토건강식품 명품화 사업 독활 제품 판매 및 유통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판교밸리’가 있는 경기 성남시는 올 초 ‘판교 게임콘텐츠 특구’의 지역특화발전특구(지역특구) 지정을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에 신청했다. 게임과 콘텐츠 관련 기업 인프라 활성화로 게임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허브가 되겠다는 계획에서다. 4월 지역특구로 선정된 판교 게임콘텐츠 특구는 해외 전문 인력의 체류기간 연장을 위한 출입국관리법을 비롯해 7개 법의 규제 특례를 받게 됐다. 성남시는 판교 게임콘텐츠 특구가 2025년까지 생산 7312억 원, 소득 2244억 원, 고용 3576명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7년 지역특구로 지정된 서울 영등포 ‘스마트메디컬 특구’는 숙박과 관광을 연계한 글로벌 의료 서비스로 4년간 외국 환자를 약 2만 명 유치했다. 스마트메디컬 특구의 한 병원은 의료관광 활성화 프로그램으로 양성된 통·번역 전문 인력을 활용해 몽골 환자를 유치, 치료했다. 이 환자는 귀국해서도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주위에 이 병원을 소개하고 있다. 지역특구가 업그레이드 길에 들어섰다. 그동안 지역 농·특산물이나 관광 소재 같은 향토자원 활용이 대세였다면 차츰 산업분야 중심 특구가 등장하고 있다. 2004년 국가균형발전정책의 하나로 도입된 지역특구는 시·군·구 같은 기초지방자치단체(기초단체)가 지역 특성을 살려 개발사업 계획을 세우면 중앙정부가 승인하고 이 특화사업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 주는 제도다. 지역 특성에 맞는 규제 특례를 적용해 생산, 소득, 고용 유발효과를 높이고 수출을 비롯해 해외 홍보까지 이뤄지도록 돕는다. 현재 전국 226개 기초단체 가운데 152개(67%)에서 194개 지역특구가 운영 중이다. 전남 34개, 경북 28개, 경기 19개, 충남 18개 등이다.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대전 광주 울산 같은 특별시나 광역시 시·군·구에는 33개뿐이다. 지역특구에 선정되면 58개 법의 128개 규제 특례를 ‘규제자유특구 및 지역특화발전특구에 관한 규제특례법’(지역특구법)에 따라 선별적으로 적용받는다. 194개 지역특구가 활용하는 규제 특례는 모두 1025건. 2019년 중기부 선정 최우수 지역특구인 전북 김제 ‘종자생명특구’는 공유재산 수의계약 특례를 활용해 종자 연구, 생산, 판로 거점인 민간 육종연구단지를 빨리 만들었다. 지역특구 효과는 괄목할 만하다. 2019년 기준 정부 지자체 민간에서 지역특구에 모두 2조1322억 원을 투자했다. 전체 지역특구의 8531개 기업은 고용 8만8715명, 매출 18조4188억 원을 기록했다.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만족하기는 이르다. 지역특구는 수도권보다 경제 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비(非)수도권과 비(非)도심에 밀집돼 있다. 해당 지자체의 무관심, 특화사업 추진 부진 등 지역특구 운영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곳도 점점 생기고 있다. 중기부는 질적인 성장을 위해 최근 지역특구 활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지역 특산 자원이나 특화 기술을 토대로 주민 고용 등 지역 여건을 활용하는 중소기업 중심의 연고(緣故)산업 육성을 위해 자금과 기술개발(R&D), 사업화, 마케팅을 지원한다. 정부 지역뉴딜 정책에 따라 조성된 전국 4개 권역 ‘지역뉴딜 벤처펀드’를 모(母)펀드로 해서 연고산업 기업에 투자하는 자(子)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정책자금 융자 한도도 높인다. 연고산업 기업을 로컬크리에이터로 선정해 사업화 자금을 제공하고 생산품의 온라인 쇼핑 채널 입점 등 마케팅도 돕는다. 규제 특례도 넓힌다. 지역특구가 관광특구와 동시 지정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해 관광특구 규제 특례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부실 운영되는 지역특구 지정을 신속히 해제할 수 있도록 지역특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특구를 더 도약시킬 ‘부스터샷’이 절실하다. 지역특구는 정부가 재정이나 세제(稅制) 지원을 하지 않는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기초단체에서 지역특구에 향토자원 활용 이외의 기업을 유치할 인센티브를 제공할 여력은 별로 없다. 국회에는 지역특구에도 세제 감면 및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지역특구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개정안이 ‘재정 여건이 열악한 기초단체의 민간 투자와 기업 유치를 촉진해 지역특구를 활성화하고 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본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전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시·군·구) 가운데 105곳은 인구소멸 위험지역이다. 인구소멸 위험지수가 0.5 이하일 때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인구소멸 위험지수는 통상 한 지역의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것이다. 0.5 이하는 노인 인구가 가임여성 수의 2배 이상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인구 재생산 확률이 급감한다는 것이다. 0.2 이하면 인구소멸 고위험지역이다. 인구소멸 위험지역 105곳의 상당수는 비(非)수도권, 비(非)도심 지역에 있다. 강원도는 특히 도내 기초단체 70%가 인구소멸 위험지역이다. 홍천도 마찬가지다. 홍천 인구는 약 6만9000명. 이 중 65세 이상이 20%를 넘는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두 개의 파도를 맞고 있다. 그러나 홍천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귀농·귀촌 인구 흡수라는 목표를 세웠다. 수려한 풍광과 전국 각지로 뻗어나가는 강줄기를 토대로 ‘대한민국 대표 건강놀이터’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사람이 어떤 정주(定住) 형식을 원하는지 전원생활형, 산림휴양형, 농업경영형으로 나눠 정착 기반을 닦아 놓았다. 귀농·귀촌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농촌의 삶을 미리 숙지시켰다. 귀농·귀촌을 결정한 사람에게는 소득을 낼 수 있는 전략 품목이 무엇인지 도움을 주고, 평생학습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다시 말해 귀농·귀촌의 에이(A)부터 제트(Z)까지 빈틈없이 준비하려고 애썼다. 그 화룡점정(畵龍點睛)은 ‘전원도시 홍천 귀농·귀촌 특구’가 2016년 지역특화발전특구(지역특구)로 지정된 것이었다. 귀농·귀촌 특구는 귀농하는 사람을 길러내고 이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귀농귀촌학교다. 홍천에 정착할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2박 3일간 귀농·귀촌 지원 정책을 듣고 귀농인 사례 발표를 보며, 귀농인이 경작하는 현장을 탐방하고 ‘귀농 멘토’로부터 자신에게 맞는 귀농·귀촌 전략 세우는 법을 배운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귀농귀촌학교는 휴교 중이다. 귀농귀촌학교를 통해 정착할 마음이 생긴 예비 귀농인에게는 체류형농업창업지원센터가 결심을 굳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원자 28가구(단독 16가구, 가족 12가구)에게 넓이 31m²의 주택과 텃밭(165m²)을 제공한다. 주택은 보증금 100만 원에 월 15만 원. 가구별 관리비는 각자 부담이다. 도시 지역에서 1년 이상 살고 있는 65세 이하면 지원할 수 있다. 이들은 매년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간 머물며 센터의 교육연구시설, 공동체실습농장, 공동체시설하우스 등에서 귀농정책, 영농기술, 농촌문화 이해, 홍천 바로 알기 등을 배운다. 농업에 대한 이해와 적응 시간을 갖고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찾는다. 지난해 수료생은 31명인데 이 중 17명이 홍천에 살게 됐다. 올 7월 현재 28가구 35명이 센터에서 교육받고 있다. 귀농을 결정하면 농지 구입과 농업 시설물 설치, 주택 구입이나 신축 등을 군(郡)에서 지원한다. 귀농·귀촌했다고 해서 나 몰라라 하지 않는다. 이들을 대상으로 농업인대학 신규 농업 과정을 운영한다. 농업에 대한 전문적 심화학습 과정인 셈이다. 연간 100∼120시간 농업 교육뿐 아니라 마케팅까지 배울 수 있다. 귀농인 현장 실습도 지원한다. 농사만 잘 짓는다고 성공적인 귀농·귀촌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귀농·귀촌 특구에서는 지역의 대학 등과 연계해 평생학습 동아리, 평생학습 예비대학 같은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가동해 학습 공동체 활동, 강좌 등을 제공한다. 마을 단위로 ‘찾아가는 융화교육’을 통해 마을 주민과 귀농·귀촌인이 잘 어울려 살아가도록 돕는다. 귀촌인들이 귀농·귀촌 특구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는 ‘오직 홍천에서만 맛볼 수 있는 술’에서 찾아볼 수 있다. 분지이면서 물이 좋은 홍천에 자리 잡은 이들이 창업한 술도가들이다. ‘예술’이라는 양조장은 ‘만강에 비친달’ ‘동몽’ ‘동짓달 기나긴 밤’ 같은 낭만적 이름의 전통주를 빚어낸다. 서울에서 변호사를 하던 주인장이 귀촌해서 세웠다. 큰 공기업에서 근무하던 젊은 부부가 내려와 차린 ‘두루’는 연매출 5억 원을 자랑한다. ‘사또 나드리’라는 와이너리는 ‘너브내 와인’을 담는다. 홍천군은 슬로푸드문화원과 협약을 맺고 ‘홍천 술 나들이’라는 투어 상품을 내놨다. 이들 귀농·귀촌인들이 차린 술도가에 들러 술과 관련된 여러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고진감래(苦盡甘來)다. 이 같은 노력은 귀농·귀촌 특구 지정 이후 홍천으로 1만2000여 명이 유입되는 성과를 낳았다. 이는 홍천 인구 20%에 육박한다. 도내 귀농·귀촌 유입 인구로는 군 지역 1위다. 2016년 유입 귀농·귀촌 인구는 2516명이었다.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꾸준히 2500명 안팎이 홍천에 정착했다. 인구감소율도 차츰 감소하고 있다. 그 결과 귀농·귀촌 특구는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우수 지역특구로 뽑혀 중기부장관상을 받았다. 홍천에 사람 냄새가 더욱 짙어진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산딸기는 익으면 빨갛지만 복분자(覆盆子)는 검붉다. ‘본초강목(本草綱目)’을 비롯한 여러 옛 문헌에는 ‘소변을 이롭게 하고 검은 머리를 유지한다’는 취지로 써있다고 한다. ‘복분’을 ‘오줌발로 요강을 뒤엎는다’는 식으로 해석해 남성 정력과 복분자 효능을 연관짓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열매가 물 긷는 데 쓰는 동이를 뒤집어 놓은 듯한 생김새여서 복분자라고 이름 붙였다는 것이 정설이라고 한다. 전국 최대 복분자 산지는 전북 고창이다. 칼륨 칼슘 나트륨 같은 광물질 영양소인 미네랄이 풍부한 황토밭에서 서해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라 당도와 색이 진하고 맛과 향이 독특하다. 대표적 항산화(抗酸化) 물질인 안토시아닌과 폴리페놀이 들어 있어 항암, 노화 예방, 동맥경화 예방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안토시아닌 성분은 포도의 4배, 블루베리의 2.7배나 된다. 노폐물과 지방을 체외로 배출해 다이어트에도 좋다는 평가다. 폴리페놀 함유량도 적포도주보다 30% 이상 많아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 예방에 좋다고 한다. 여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고 남성호르몬 분비를 원활하게 해주는 피토에스트로겐도 풍부해 갱년기 증상 완화 효능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고창은 이 천혜의 과일을 그저 키워서 팔아먹는 데만 활용할 생각이 없었다. 부가가치를 극대화해 6차 산업으로 결실을 맺겠다고 마음먹었다. 복분자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복분자 생산단지를 넓히는 데 걸림돌인 규제를 완화해 집적화를 이루며, 품질 좋은 복분자주를 생산해 세계에 알리고, 외지 사람이 복분자를 수확하고 맛볼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고창이 2005년 ‘고창 복분자 산업 특구’를 지역특화발전특구(지역특구)로 지정받은 까닭이다. 행정구역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인 고창은 복분자 산업 활성화를 위해 군(郡)과 농가가 힘을 합쳐 재배면적과 생산량을 적정수준으로 조절해 안정적 수급에 힘썼다. 아주 좋은 복분자 생산을 위한 품질관리와 재배기술 발전에 주력했다. 고창복분자클러스터를 조성해 복분자 생산 지원은 물론 고품질 복분자를 기르는 법을 농가에 알렸다. 건강기능성 식품 개발을 위한 베리앤바이오식품연구소를 세우고 각종 특허를 출원했다. 이 연구소는 지역특구 민간기업의 기술개발 의뢰를 받아 용역을 수행하고 제품을 개발한 뒤 관련 기술을 해당 기업에 전한다. 지난해 16건, 8억9700만 원 상당의 기술을 이전했다. 복분자 고사(枯死) 원인을 알아내고 실증 시범 재배를 통해 무병(無病) 복분자 종묘를 길러 농가에 보급하고, 과학적인 복분자 시험 포장(圃場)도 조성했다. 유통구조 일원화를 위해 수매장려금을 지급한다. 올해는 지역농협 수매에 참여한 복분자 생산농가에 1kg당 1000원씩 지원했다. 수매가는 1kg당 1만1000원이었다. 복분자 가공업체에 공급하는 물량에 대해서도 1kg당 1000원씩 지역농협에 지원해 원료 수급을 돕는다. 대학 공공기관 등과 복분자 네트워크를 이뤄 질 높고 맛 좋은 복분자와 가공제품을 만드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순천향대와는 복분자 등을 활용한 제품 개발 업무협의회를 열고 식초산업 뉴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전북대와 함께 ‘찾아가는 식초학교’를 열어 복분자식초 과정을 개설했다. 안정적인 생산기반 마련을 위한 연구, 지도, 민간 블렌딩 모델 사업 공모에 선정돼 국비 10억 원을 받았다. 농촌진흥청과 이 사업을 같이하기로 MOU를 체결했다. 복분자 산업 활성화를 위한 고창의 한결같은 노력으로 복분자 산업 특구는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우수 지역특구에 선정돼 중기부장관상을 받았다. 좋은 결실은 고창 복분자 브랜드 이미지를 높였고 복분자는 물론 복분자로 만든 술과 식초 등의 판매와 수출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국제식품전에 ‘고창 농·특산품 공동 홍보관’을 열었다. 참여 기업은 2019년 6곳에서 복분자주(酒) 등 20개 품목을 내놓은 10곳으로 늘었다. 해외 바이어 상담도 전년의 15건에서 40건으로 증가했다. 고창 복분자 브랜드 ‘선연’(선운사의 자연)은 지난해 10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대상’ 복분자 부문을 수상했다. 복분자를 황토굴에서 발효시킨 서해안복분자주 3만 병(8000만 원 상당)을 호주에 수출해 시드니 마트와 외식업체 등에 유통시켰다. 이 술은 2005년 APEC 공식 만찬주, 2017년 청와대 만찬행사 건배주로 사용됐다. 중국에도 1만5000병(3000만 원 상당)을 수출해 산둥성 백화점 등에서 팔리고 있다. 복분자로 제조한 식초도 지난해 ‘대한민국 발효식초 대전’에 참가, 우수성을 입증해 국내 발효식초시장 진입 가능성을 확인했다. 새콤달콤한 복분자 맛에 향이 더해진 복분자식초, 복분자발사믹식초는 면역력 강화와 해독 효과가 있다. 베리앤바이어식품연구소 연구 결과 복분자식초는 일반 식초보다 폴리페놀 성분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제품들을 비롯해 10만 달러어치 복분자 가공제품 18건을 미국에 수출하기로 계약했다. 고창 복분자가 해외시장을 뒤엎을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인구 3만1000명의 충남 청양은 65세 이상 인구가 35%를 넘는 초고령화 지역이다. 그러나 유명한 고추 산지이자 1920년 국내 처음으로 구기자 재배를 시작해 이제는 고추와 구기자 전국적 집산지가 된 ‘강소(强小) 농촌’이다. 인구의 약 40%가 농업에 종사하며 고추 826ha, 구기자 78ha를 재배한다. 2006년 고추·구기자 특구가 지역특화발전특구(지역특구)로 지정된 후 15년간 꾸준히 투자해 고추와 구기자를 대표 농산물 브랜드로 키웠다. 그 결과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최우수 지역특구로 선정됐다. 청양 고추·구기자 특구는 고추와 구기자의 품질 향상에 주력했다. 품종을 개량하고 친환경고추재배단지를 조성해 친환경 농법 등을 도입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을 받은 구기자의 90% 이상이 이 특구에서 나온다. 브랜드화가 이뤄지자 알싸하게 매운 청양고추를 즐겨 먹던 소비자가 청양고추를 더 많이 찾았다. 청양고추 생산액은 2017년 430억 원에서 2019년 540억 원으로 늘었다. 2013년 문을 연 청양군 다목적 육묘장(育苗場)에서는 우량 고추모를 생산해 육묘가 어렵고 이동이 힘든 고령자를 중심으로 농민에게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2450농가에 100만 주를 공급했고 올해도 2300여 농가에 역시 100만 주를 전달했다. 지역특구 지정 후 농산물 가공제품 생산기반이 갖춰지고 판로도 다변화했다. 청양농협이 운영하는 청양고추가공공장은 농가에서 사들인 고추로 고춧가루를 만들어 판매까지 한다. 2009년 방위사업청에 납품한 데 이어 올 1월 홍콩에까지 수출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일오삼(처갓집양념치킨)과 업무협약을 맺고 100% 청양고추를 가미한 ‘고추치킨’을 출시해 공동 마케팅을 벌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농산물 판로 개척이 어려워졌을 때 배달음식 수요는 증가한다는 점에 착안해 국내 외식기업과 상생협력한 좋은 사례로 평가받는다. 홈쇼핑으로까지 판로를 넓혔다. 지난해 ‘고추데이’ 특집전을 통해 마른고추와 고춧가루를 3.3t 판매했다.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다 일교차가 커서 구기자 재배 최적의 조건을 지닌 청양에서는 매년 전국 구기자 생산량의 약 65%인 120t을 생산한다. 이를 가공한 제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왔다. 2013년 설립된 특화가공센터는 구기자 분말, 액상 같은 가공제품을 위탁생산한다. 원재료만 맡기면 가공제품 기획, 제조, 포장까지 이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략적 마케팅을 지원하고 체계적인 창업기업 육성정책도 제시한다. 또 지역특구의 17개 업체에서 구기자로 만든 차, 술, 한과 등 40여 가공제품을 생산한다. 구기자초콜릿 같은 가공식품도 연구 개발 중이다. 구기자 농가를 응원하는 체계도 촘촘히 짜여 있다. 내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비 30억 원을 들여 구기자농촌융복합산업지구를 조성하고 있다. 구기자산지유통센터, ‘구기자 문화가 있는 농촌 공간’을 운영해 구기자 정예 농가를 육성하고 생산물을 유통하며 구기자 농업창업 육성 및 생활체험 프로그램을 실행할 계획이다. 구기자농촌융복합사업단을 구성해 농가를 조직하고 6차 산업 가능성을 모색하며, 구기자 품질표준화 연구 용역을 의뢰하고 실증시험도 벌인다. 청양 구기자는 지난해 6월 한국한인홍㈜과 업무협약을 맺고 코로나19로 침체된 국내 시장을 넘어 홍콩에 첫 수출됐다. 한국한인홍 홍콩 직영점 22개소에서 판매됐다. 구기자와 함께 고춧가루 표고버섯 밤 같은 농산물과 가공식품 등 수출 100만 달러를 올렸다. 구기자 홍콩 수출이 의미 있는 것은 세계 구기자의 80% 이상을 생산하는 중국의 주요 수출지역이 홍콩이어서다. 청양 구기자는 1960년대 일본에 수출되다 저가(低價) 공세를 앞세운 중국산에 밀린 아픔이 있다. 청양군은 소규모, 노동집약적 시스템으로는 구기자 세계화가 어렵다고 보고 규모를 키우고 기계화를 통한 대량 생산체계를 구축할 생각이다. 중국산보다 효능이 뛰어나다는 점을 부각시켜 해외시장 경쟁력을 갖추는 데 노력할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맺은 ‘구기자산업 협력 양해각서’를 계기로 중국 닝샤후이(寧夏回族)족 자치구 중닝(中寧)현과 공동연구, 벤치마킹 등을 통해 교류, 협력할 계획이다. 중닝현은 24개 자체 브랜드의 가공제품 100여 종을 약 40개국에 수출하는 중국 최대 구기자 산지다. 청양은 2018년 이후 고추, 구기자 관련 공모사업(18개 사업, 778억 원 규모)과 민간 가공업체를 잇달아 유치한 것은 물론 관광산업으로도 확장시켰다. 청양 고추·구기자 축제는 2019년 관람객 19만4864명, 농·특산물 판매액 15억9700만 원을 기록하는 ‘명품 축제’가 됐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농·특산물 온라인 기획전’으로 대체됐는데 이 또한 상종가를 쳤다. 2019년 고추와 구기자 등 판매액은 약 9억 원이었는데 지난해에는 15억3000만 원을 기록해 2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청양 공동 브랜드인 ‘칠갑마루’ 온라인 쇼핑몰 등에는 약 22만 명이 방문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도 브랜드 인지도가 치솟았다. 이 같은 결과는 최우수 지역특구로 이어졌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1 ‘판교벨리’가 있는 경기 성남시는 올 초 ‘판교 게임콘텐츠 특구’의 지역특화발전특구(지역특구) 지정을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에 신청했다. 게임과 콘텐츠 관련 기업 인프라 활성화로 게임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허브가 되겠다는 계획에서다. 4월 지역특구로 선정된 판교 게임콘텐츠 특구는 해외 전문 인력의 체류기간 연장을 위한 출입국관리법을 비롯해 7개 법의 규제 특례를 받게 됐다. 성남시는 판교 게임콘텐츠 특구가 2025년까지 생산 7312억 원, 소득 2244억 원, 고용 3576명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2 2017년 지역특구로 지정된 서울 영등포 ‘스마트메디컬 특구’는 숙박과 관광을 연계한 글로벌 의료 서비스로 4년간 외국 환자를 약 2만 명 유치했다. 스마트메디컬 특구의 한 병원은 의료관광 활성화 프로그램으로 양성된 통·번역 전문 인력을 활용해 몽골 환자를 유치, 치료했다. 이 환자는 귀국해서도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주위에 이 병원을 소개하고 있다. 지역특구가 업그레이드 길에 들어섰다. 그동안 지역 농·특산물이나 관광 소재 같은 향토자원 활용이 대세였다면 차츰 산업분야 중심 특구가 등장하고 있다. 2004년 국가 균형발전 정책의 하나로 도입된 지역특구는 시·군·구 같은 기초지방자치단체(기초단체)가 지역 특성을 살려 개발사업 계획을 세우면 중앙정부가 승인하고 이 특화사업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 주는 제도다. 지역 특성에 맞는 규제 특례를 적용해 생산, 소득, 고용유발 효과를 높이고 수출을 비롯해 해외 홍보까지 이뤄지도록 돕는다. 현재 전국 226개 기초단체 가운데 152개(67%)에서 194개 지역특구가 운영 중이다. 전남 34개, 경북 28개, 경기 19개, 충남 18개 등이다.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대전 광주 울산 같은 특별시나 광역시 군·구에는 33개뿐이다. 지역특구에 선정되면 58개 법의 128개 규제 특례를 ‘규제자유특구 및 지역특화발전특구에 관한 규제특례법’(지역특구법)에 따라 선별적으로 적용받는다. 194개 지역특구가 활용하는 규제 특례는 모두 1025건. 2019년 중기부 선정 최우수 지역특구인 전북 김제 ‘종자생명특구’는 공유재산 수의계약 특례를 활용해 종자 연구, 생산, 판로 거점인 민간 육종연구단지를 빨리 만들었다. 지역특구 효과는 괄목할 만하다. 2019년 기준 정부 지자체 민간에서 지역특구에 모두 2조1322억 원을 투자했다. 전체 지역특구의 8531개 기업은 고용 8만8715명, 매출 18조4188억 원을 기록했다.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만족하기는 이르다. 지역특구는 수도권보다 경제 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비(非)수도권과 비(非)도심에 밀집돼 있다. 해당 지자체의 무관심, 특화사업 추진 부진 등 지역특구 운영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곳도 점점 생기고 있다. 중기부는 질적인 성장을 위해 최근 지역특구 활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지역 특산 자원이나 특화 기술을 토대로 주민 고용 등 지역 여건을 활용하는 중소기업 중심의 연고(緣故)산업 육성을 위해 자금과 기술개발(R&D), 사업화, 마케팅을 지원한다. 정부 지역뉴딜 정책에 따라 조성된 전국 4개 권역 ‘지역뉴딜 벤처펀드’를 모(母)펀드로 해서 연고산업 기업에 투자하는 자(子)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정책자금 융자 한도도 높인다. 연고산업 기업을 로컬크리에이터로 선정해 사업화 자금을 제공하고 생산품의 온라인 쇼핑 채널 입점 등 마케팅도 돕는다. 규제 특례도 넓힌다. 지역특구가 관광특구와 동시 지정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해 관광특구 규제 특례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부실 운영되는 지역특구 지정을 신속히 해제할 수 있도록 지역특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특구를 더 도약시킬 ‘부스터샷’이 절실하다. 지역특구는 정부가 재정이나 세제(稅制) 지원을 하지 않는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기초단체에서 지역특구에 향토자원 활용 이외의 기업을 유치할 인센티브를 제공할 여력은 별로 없다. 국회에는 지역특구에도 세제 감면 및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지역특구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개정안이 ‘재정 여건이 열악한 기초단체의 민간 투자와 기업 유치를 촉진해 지역특구를 활성화하고 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본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57년 전 벨기에에서 임실성당에 부임한 지정환(본명 디디에 세스테번스·2019년 선종) 신부는 전북 임실의 지금 모습을 상상했을까. 가난한 주민들을 돕겠다는 생각에 지 신부가 들여온 산양 2마리가 ‘임실치즈’를 낳았다. 임실치즈는 ‘임실엔치즈 낙농 특구’로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2016년 지역특화발전특구(지역특구)로 지정된 임실엔치즈 낙농 특구는 76만5449.2m² 터에서 임실치즈테마파크를 중심으로 낙농업 및 유제품 가공 산업에 관광과 체험을 접목시켜 ‘치즈버스(치즈+유니버스(세계, 우주))’를 완성한다는 목표를 향한다. 낙농 특구에서는 48개 농가에서 젖소 3416마리를 길러 매년 원유(原乳) 1만7187t을 생산한다. 이 원유로 14개 유(乳)가공업체가 치즈 등 1857t을 만들어낸다. 이는 임실 공동 브랜드인 ‘임실N치즈’와 ‘임실N치즈피자’ 이름을 달고 각종 유가공 제품으로 세상에 나온다. 한국 대표 치즈 브랜드로 한국형 치즈를 개발하는 등 성장을 지속해온 임실치즈에 낙농 특구 지정은 날개를 다는 격이었다. 낙농 특구 중심에는 임실치즈테마파크가 있다. 스위스 3대 치즈인 ‘아펜젤러 치즈’의 본고장 아펜젤 치즈 마을을 모델로 2010년 조성했다. 약 13만 m² 터에 유럽의 성(城)을 연상시키는 ‘치즈 캐슬’을 짓고 임실치즈 홍보관 체험관을 들였다. 레스토랑, 유가공 공장, 농·특산물 판매장에 이어 임실치즈과학연구소까지 속속 생겼다. 올해는 임실치즈역사문화관이 들어선다. 지 신부를 기리며 그가 1967년 세운 국내 최초 치즈공장 ‘임실치즈’의 역사와 변천을 소개하는 공간이다. 과거의 영화(榮華)만 되새기지는 않는다. 임실치즈가 치즈 선진국과 어깨를 견줄 수 있도록 새롭고 다양한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그 핵심은 치즈테마파크에 있는 (재)임실치즈앤식품연구소다. 임실치즈앤식품연구소는 보유하고 있는 다수의 특허 기술을 낙농 특구 업체에 적극적으로 이전한다는 계획 아래 연구와 개발에 열중한다. 특허 심사를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는 특허법 특례를 활용해 특허 및 신제품 개발에 앞장선다. 임실치즈앤식품연구소를 주축으로 낙농 특구에서 나온 특허와 신제품은 2018년 25건, 2019년 22건, 그리고 지난해는 치즈두부, ‘떠먹는 스위트 리코타치즈’ 같은 신제품 9건을 포함 34건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집콕’ 시간이 늘면서 아이스크림 소비량이 증가하자 임실 브랜드를 통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에 진입했다. 더 질 좋은 치즈와 유제품 산업 발전을 위한 임실치즈클러스터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치즈산업을 전담하는 임실치즈클러스터사업단을 만들어 낙농가(家)는 고급 원유 생산에 전념하게 만든다는 계획이다. 치즈를 비롯한 유제품 홍보와 유통을 총괄하고 판로를 확보하는 일은 사업단이 맡는다. 낙농가와 유제품 업체에 대한 교육 및 컨설팅도 도맡는다. 임실군은 이를 위한 재정으로 도비 11억5000만 원, 민자 1억8000만 원을 지난해 유치했다. 치즈산업 인재 육성도 빠지지 않는다. 임실군이 2014년 국내 최초로 만든 한국치즈과학고등학교와 지난해 유가공 인재 육성 업무협약(MOU)을 맺고 미래 임실치즈를 이끌 학생들에 대한 교육과 교류를 약속했다. 임실치즈 브랜드 위상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2019년까지 3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된 ‘임실N치즈축제’가 이를 상징한다. 지난해 코로나19 때문에 치르지 못했지만 그전까지 148개 업체가 참여해 축제 기간 9개 테마, 84개 프로그램으로 관람객을 맞았다. 매년 40만 명 이상이 찾는 국내 유일의 치즈축제로서의 진면목을 한껏 자랑했다. 2019년 축제에는 관광객 49만 명이 찾아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400억 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축제는 취소됐지만 그동안 치즈테마파크에서 열리는 축제 때마다 만개하던 국화꽃 전시로 대신했다. 코로나19로 지친 임실군민에게 작은 위안이 됐다. 축제뿐만 아니다. 치즈 관광 코스도 만들었다. 지 신부가 만든 치즈공장 ‘임실치즈’를 복원했고, 치즈를 숙성하던 토굴도 정비했다. 치즈테마파크는 장애인, 노인, 영·유아 동반 가족이 관람에 제약을 받지 않도록 시설을 고치는 ‘열린 관광지’로 변신한다. 사업비 2억5000만 원을 국비로 받았다. 낙농 특구는 치즈를 비롯한 유제품 산업에서 다른 식품사업으로 확장하려고 한다. 임실군 산하 ‘옻발효식품가치창조사업단’은 특산물인 옻의 대중화에 열중한다. 옻 막걸리와 옻 육수 시제품을 개발해 판로를 모색하며 마케팅 전략을 짜고 있다. 옻나무 추출물의 인체 적용 시험이 완료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기능성 식품 원료 신청을 할 계획이다. 옻 고추장, 옻 떡볶이소스 등을 내놓은 임실치즈앤식품연구소는 또 다른 임실 작물인 독활(獨活)을 활용해 ‘향긋한 독활차’를 지난해 출시해 호평 받았다. ‘그릭 요거트 쌍화’(독활 함유 과립 스틱형 고형 차)와 ‘콜라겐 품은 독활&오미자’도 선보였다. 연구소는 ㈜함소아제약과 ‘임실군 향토건강식품 명품화 사업 독활 제품 판매 및 유통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롯데칠성음료는 출시 7년을 맞은 프리미엄 맥주 ‘클라우드’의 새로운 패키지 디자인을 21일 소개했다. 100% 몰트, 100% 맥(麥)즙 발효 원액을 강조하는 문구 ‘오리지널’을 앞에 넣고 기존의 골드 화이트 블랙을 사용해 보리를 상징하는 패턴으로 완성했다. 4월 세계적 보이 밴드 ‘방탄소년단’을 모델로 제작한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 CF로 ‘생맥주의 신선함을 끝까지 담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데 이은 두 번째 출시 7주년 작품이다. 클라우드와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는 깊고 풍부한 맛을 위해 최고 품질의 원료로 제조했다. 중요한 원료인 홉은 유럽산으로 제조 과정에서 여러 번 투여하는 ‘멀티 호핑 시스템’을 활용했다. 세계 최대 홉 산지인 독일 할러타우산 홉 비중이 50%를 넘어 ‘할러타우 인증 마크’도 얻었다. 맥주 발효 원액에 물을 더 타지 않고 원래 농도 그대로 만드는 ‘오리지널 그래비티(gravity) 공법’으로 만든다. 세계적 주류 품평회인 영국 IBC에서 라거 부문 은상을 받은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는 기존 맥주 캔보다 손에 쥐는 맛이 좋아 한손으로도 쉽게 쥘 수 있는 부드러운 캔을 사용해 편하게 마실 수 있도록 했다. 앞서 클라우드는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클라우드 매치데이’ 이벤트를 열었다. 일회용품 사용 감소 메시지를 전하는 ‘클라우드 재활용컵’을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 팬들에게 증정했다. 지난달부터는 서울 남산 N타워 ‘N 테라스’에 테마 공간 ‘어반 그린 야드’를 선보여 시음 및 클라우드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도록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늘어난 ‘혼술’ ‘홈(home)술’ 추세에 맞춰 다양한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민동용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