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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2300만 명의 작다면 작은 섬나라, 대만이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표지를 장식한 적이 있었다. 2021년 5월 1일 자, 제목은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었다. 대만 수복을 노리는 중국의 위협이 커지던 시기였다. 팬데믹 이후 전 세계가 반도체 수급난에 부딪힌 때이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대만은 반도체 산업의 심장부”라며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칩 제조사인 TSMC는 최첨단 칩의 84%를 제조한다”고 썼다. 대만이 전쟁에 휩싸이면 이 지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전체에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것이다. TSMC는 실제로 성숙 공정부터 당시 최선단인 5나노 공정까지 애플과 퀄컴, 인텔,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 미국 주요 정보기술(IT) 기업 대부분의 반도체를 만들어 납품하고 있었다. 사실상 ‘미국의 반도체 공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미국은 중국의 연이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대만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양국의 연합훈련을 공개했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거물들이 잇달아 대만을 찾았다. 지난주 참석했던 대한상공회의소-한미협회 ‘한미 산업협력 콘퍼런스’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들었다. 주제발표에 나선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미 대선에 따른 산업계 영향을 분석하다 “2030년이 되면 대만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 내 미국의 반도체 의존도가 일정 수준으로 낮아지기 때문에, 대만 이슈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관여할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조 바이든 정부 들어 미국에 착공한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팹들이 대부분 2030년이면 안정적인 생산에 들어갈 것임을 가정한 것이다. 미국은 반도체 수급난 이후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최근 인텔의 위기와 삼성, TSMC의 팹 건설 지연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의 궁극적인 의지는 꺾이지 않을 것이다. 권 교수의 지적은 대만을 겨냥했지만, 미중 전선의 또 다른 최전방인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는 같다. 한국은 미국의 오랜 군사 동맹을 넘어 이제 첨단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 안보 동맹이 됐다. 하지만 앞으로 미국 내에서 ‘아메리카 퍼스트’ 여론이 높아지고, 세계 경찰로서의 리더십보다 자국의 안위가 우선된다면 한국엔 지정학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불안 요소일 수밖에 없다. 미국의 반도체 공장으로서 대만이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자국을 지키듯 한국의 반도체도 단순한 산업 그 이상을 의미한다. 대만이 우리와 다른 게 있다면, 대만 정부와 국회 여야, 국민 여론은 여러 정치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이 사안에 대해서만큼은 일치단결해 왔다는 점이다. 2029년까지 연구개발(R&D)비 세액공제 25%를 보장하는 대만판 칩스법은 여야 이견 없이 초고속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TSMC가 공장을 짓는 지역에는 정부가 나서서 발전소와 재생수 공장을 신설했다.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상대의 도발을 억제하는 핵 억제력과 마찬가지로, 산업 연관성이 밀접해지는 시대로 갈수록 첨단 산업의 억제력은 커질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에 한국 반도체가 필수 불가결한 존재가 될 때 우리는 강대국 간 긴장 사이에서 레버리지를 가질 수 있다. 곽도영 산업1부 기자 now@donga.com}
글로벌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삼성전자가 일부 해외 법인 인력 감축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2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는 전 세계적으로 수천 개의 일자리를 감축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동남아시아, 호주, 뉴질랜드에서 근로자를 해고하고 있다”며 “특정 시장에선 (감축 비율이) 10%에 이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해외에 약 14만7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이는 전체 직원 26만7800명의 절반가량에 해당한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가 국내 시장에서는 해고를 계획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로이터통신도 삼성전자가 해외 일부 사업부의 직원을 최대 30% 감원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인도 법인에서는 총 2만5000여 명의 직원 중 최대 1000명이 퇴직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해외 인력 감축은 연구개발(R&D) 및 제조 등 핵심 인력을 제외한 지원 조직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일부 해외 자회사를 대상으로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정기적인 인력 조정을 진행 중”이라며 “감원 목표를 전사적으로 특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에선 조직 개편 등의 형태로 상시 조정이 이뤄지고는 있지만, 희망퇴직 등 공식적인 형태의 인력 감축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반도체연구소의 메모리 분야를 각 사업부 개발조직으로 옮기는 방안이 검토되는 등 조직 개편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외 법인들의 경우 매년 사업 상황에 따라 인력 조정을 해 왔다. 최근 현지 실적이 부진한 사업부의 경우 조정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전기차와 배터리, 스마트폰, e커머스 등 중국과의 경쟁이 치열한 산업 분야에서 중국이 일종의 ‘댓글부대’를 통해 한국 기술을 폄하하는 등 조직적으로 댓글을 남겼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9일 김은영 가톨릭관동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와 홍석훈 국립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연구팀은 ‘한중 경쟁산업 분야에 대한 인지전 실태 파악’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팀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여간 네이버, 유튜브, 네이트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중국의 댓글 개입 가능성이 높은 한중 경쟁산업분야 키워드(알리, 테무, 전기차, 현기차, 배터리, 삼성, 샤오미 등)를 바탕으로 기사를 검색해 댓글들을 조사했다. 중국식 ID·프로필 특성, 중국식 언어습관, 기계 작성 의심 등 10가지 식별 기준을 적용해 중국 의심 계정을 찾았고, 댓글 이력 확보가 가능한 네이버를 중심으로 이들의 전체 댓글을 수집해 분석했다. 연구팀은 네이버에서 키워드 중심 70개 기사를 무작위로 수집해 분석한 결과 댓글 중 중국인 추정 계정이 77개 이상 발견됐다고 밝혔다. 또 해당 계정들은 서로를 팔로하며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었고, 2개 그룹으로 나뉘어 국내 산업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 교수는 “한국인 추정 계정의 경우 기사에 따라 댓글을 달기도 하고 안 달기도 하는 등 빈도가 균일하지 않은 반면, 중국인으로 의심된 계정들은 특정 키워드 기사에 일제히 다 같이 댓글을 다는 등 비정상적인 분포를 보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보고서를 통해 의심 계정의 댓글 사례도 공개했다. 전기차 관련 기사에는 “중국 거 한번 타봐야지 흉기차 봐라 좀 긴장해야 된다” “현기차 10년 이내에 망한다에 한 표” 등의 댓글이 반복적으로 달렸다. e커머스 기사에는 “쿠팡이 국내 기업인가?” “(어차피)다 중국산 아닌가?” 등의 댓글이 달렸다. 연구팀은 유튜브에서는 중국인 추정 계정을 239개 발견했으며 가장 높은 빈도로 조직적 여론 선동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중국의 댓글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보고서는 중국 의심 계정에 대한 체계적인 프로파일링 지표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과 중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도 3분기(7∼9월) 마무리를 앞둔 국내 경기 전망이 밝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기업들의 3분기 실적 전망도 최근 한 달 새 줄하향됐다. 국내 산업계 비중이 높은 정보기술(IT) 전방 수요 부진과 석유화학 수출, 소비재 부진 지속에 먹구름이 드리운 것이다.29일 본보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265곳 3분기 실적에 대한 증권사 전망치를 분석한 결과 절반 가까운(47.2%) 125개 기업의 3분기 전망치가 한 달 전 대비 하향 조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상향 조정된 곳은 74곳(27.9%), ‘변동 없음’은 66곳(24.9%)이었다. 분석 대상은 24일 기준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 추정 기관 3곳 이상이 실적 추정치를 제시한 기업들이다.가장 눈에 띄는 곳은 삼성전자다.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컨센서스가 11조2313억 원으로 한 달 전 13조6606억 원에서 17.8% 하락했다. 일부 증권사에선 3분기 영업이익이 직전 2분기의 10조4439억 원보다 떨어져 10조 원에 못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과 PC 수요가 이번 분기 초에 예상했던 것보다 부진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에 대비해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입증이 필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마찬가지로 메모리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도 전망치가 한 달 전 대비 2.6% 하향 조정됐다.중국 중심의 대규모 석유화학 설비 투자로 공급 과잉이 지속되고 있는 석유화학업계도 3분기 전망은 우울하다. LG화학의 한 달 전 대비 영업이익 전망치는 ―4.6% 조정됐고, 롯데케미칼 영업손실은 한 달 전 486억 원에서 24일 기준 697억 원으로 높아졌다. 마찬가지로 중국산 저가 후판 덤핑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현대제철 영업이익 전망치도 7.5% 내려갔다. 화장품·의류 소재 등 소비재와 관광 등 시장 경기 침체에 민감한 기업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아모레퍼시픽(―13.3%), 코스맥스(―10.2%), 효성티앤씨(―4.8%) 등이 큰 폭의 하향 조정을 맞았다. 3분기에 이어 4분기(10∼12월) 경기도 냉각될 것이란 지표도 나왔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 2252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4분기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직전 분기(89) 대비 4포인트 하락한 85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BSI가 100 이상이면 해당 분기의 경기를 이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의미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반도체(94)와 전기장비(97) 업종은 100 이하로 하락 전환하며 체감경기 둔화를 나타냈고, 철강(74)은 전방산업인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업종 중 가장 낮은 전망치를 기록했다. 한국무역협회는 4분기 한국 수출 경기가 소폭 호조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이날 무협은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를 조사한 결과 선박(146.7), 반도체(135.2), 생활용품(114.6) 등 8개 품목의 수출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본 반면 철강·비철강(66.2), 자동차(98.7)는 부진 전망이 우세하다고 밝혔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미국 등 주요국이 경기 침체 우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책금리 인하에 나선 만큼 우리나라도 내수 진작과 투자 활성화를 위한 통화정책 전환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SK그룹은 글로벌 지정학적 불확실성 증가 속에서도 인공지능(AI) 관련 산업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해 혁신 경영을 이어가며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신제품들과 SK텔레콤이 글로벌 통신사들과 기술협력 확대를 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글로벌 AI 메모리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이어가겠다는 목표로 선제적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 신성장 동력의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앞서 8월에는 세계 최초로 10나노급 6세대 1c 미세공정을 적용한 16Gb(기가비트) DDR5 D램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회사는 10나노대 초반의 극미세화된 메모리 공정 기술을 세상에 내놓게 됐다. 연내 1c DDR5의 양산 준비를 마치고 내년부터 제품을 공급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성장을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인다.고성능 데이터센터에 주로 활용될 1c DDR5의 동작 속도는 8Gbps(초당 8기가비트)로 이전 세대 대비 11% 빨라졌다. 전력효율은 9% 이상 개선됐다.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늘어나는 가운데 클라우드 서비스를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SK하이닉스 1c D램을 데이터센터에 적용하면 전력 비용을 이전보다 최대 3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최고의 성능과 원가경쟁력을 동시에 충족시킨 1c 기술을 차세대 HBM, LPDDR6, GDDR7 등 최첨단 D램 주력 제품군에 적용하면서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당사는 D램 시장 리더십을 지키면서 고객으로부터 가장 신뢰받는 AI 메모리 솔루션 기업의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글로벌 통신사들과 기술협력 확대를 통해 통신업에서의 AI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앞서 7월 싱텔과 차세대 통신 네트워크 기술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싱가포르 1위 통신사인 싱텔과 다방면의 네트워크 기술협력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이동통신망의 서비스·기술혁신을 주도한다는 전략이다. 양 사는 또한 주요 글로벌 통신사들의 AI 연합인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의 창립 회원사로서 이번 MOU는 통신과 AI를 결합해 자체 AI 경쟁력 강화는 물론 글로벌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체결됐다. 향후 4G·5G 기술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 경험 향상은 물론 네트워크 안정성·효율성을 공동으로 개선하는 등 서비스 차별화를 위해 협력할 예정이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LG그룹은 국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 지원하고 향후 협력의 발판을 마련함으로써 미래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부터는 오픈 이노베이션 브랜드 ‘슈퍼스타트’를 출범하며 스타트업 상생 생태계 조성에 적극 나서왔다. 슈퍼스타트는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LG 계열사 및 외부 파트너(벤처캐피털, 액셀러레이터, 공공기관, 대학 등)와 연결해 주는 LG그룹 차원의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이다. LG 계열사와 외부 파트너의 추천을 받은 유망 스타트업들은 슈퍼스타트 플랫폼을 통해 기술개발, 사업 협력, 투자 유치 등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LG는 이달에도 4일부터 이틀간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스타트업 발굴 및 육성 행사인 ‘슈퍼스타트 데이 2024’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그룹의 모태인 ‘락희화학공업사’의 ‘락희(樂喜)’를 오픈 이노베이션 관점에서 재해석해 ‘PLAY FIRST-즐거운 혁신이 세상을 바꾼다’를 주제로 개최했다. LG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A·B·C(AI·바이오·클린테크)’ 분야를 포함해 미래 기술 분야에서 45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40여 개 스타트업들과 LG가 지난 1년 동안 육성해 온 12개 스타트업이 미래 기술과 혁신 아이디어로 LG와의 협력 및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기업, 기관,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성과 발표회를 실시하는 등 미래로 뻗어나가기 위한 발판을 모색했다. 최우수 스타트업에 수여하는 ‘슈퍼스타트상’은 모터 제어 기술로 바벨 없이 근력운동을 할 수 있는 기구를 개발한 ‘모티’가 수상했다. 모티는 지난 1년 동안 LG그룹의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인 ‘슈퍼스타트’의 지원을 받아 기술 검증 및 데이터를 확보했고 스페인 레알마드리드 및 싱가포르 인피니언AP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최종 합격해 현재 해외 진출을 앞두고 있다. LG가 올해 새로 발굴한 스타트업 중에서는 음성으로 치매를 예측하는 ‘보이노시스’, AI 기반으로 탈모를 진단하고 솔루션을 제시하는 ‘콘스탄트’, AI 기반으로 한국어 글자를 수어로 번역해 주는 기술을 보유한 ‘케이엘큐브’ 등이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올해 슈퍼스타트 데이에는 다양한 혁신 세미나도 마련했다. ‘바다의 테슬라’라 불리는 ‘파워X’의 이토 마사히로 대표, 페트병 뚜껑을 돌리면 라벨이 저절로 제거되는 재활용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환경부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푸른하늘’의 장동민 대표, 기술과 예술을 결합해서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뉴미디어 아티스트 조영각 작가 등의 연사들이 예술, 도전, 혁신에 관한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GS그룹은 연초 신사업 진행 현황과 전략을 공유하는 ‘2024 GS 신사업 공유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허태수 GS 회장을 비롯해 GS 계열사 사장단과 신사업 담당 임원 등이 참석해 오전 9시부터 늦은 저녁 시간까지 마라톤 회의를 이어갔다. GS 최고위층이 한자리에 모이는 신사업 공유회는 2022년 9월 처음 열린 이후 올해가 세 번째다. 모두 발언을 통해 허 회장은 “불황과 저성장을 극복할 열쇠는 신기술이며 GS 사업 역량과 신기술을 결합하는 시도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유회에서는 ㈜GS를 비롯해 GS퓨처스, GS벤처스 등 투자사가 전체 신사업 전략과 투자 현황을 소개한 데 이어 GS칼텍스와 GS에너지, GS EPS 등 계열사가 나서 산업바이오, 순환 경제, 전기차(EV) 충전 등 주요 신사업 영역의 사업화 현황을 꼼꼼하게 점검했다. 산업바이오 영역의 경우 GS가 그동안 축적해 온 바이오 신기술 투자가 GS칼텍스 등 기존 사업 역량과 결합해 신사업으로 구체화하는 사례가 집중 조명됐다. GS는 그동안 세계적으로 기술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바이오 분야에서 GS퓨처스와 GS벤처스 투자법인이 앞장서 실력 있는 바이오테크 기업을 발굴해 왔다. 자이모켐, 젤토어, 데뷔바이오텍, 퍼먼트 등 해외 바이오 분야 신기술을 보유한 벤처들이 대표적이다. GS칼텍스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석유정제공정에 투입하는 실증사업을 시작하고 화학적 재활용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생분해성 소재의 원료로 사용되는 화이트 바이오 제품인 3HP의 실증 플랜트를 착공하며 친환경 사업 역시 지속 확장해 가고 있다. GS에너지는 미래 수소 경제 시대의 원유로 불리는 친환경 암모니아 도입을 위해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와 합작 사업을 개시했다. 연간 20만 t 규모의 친환경 암모니아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 전기차 충전 자회사인 GS차지비를 통해 전국 약 4만 기에 이르는 충전기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와 함께 배터리 진단과 재활용 사업을 위한 합작사를 만드는 등 배터리 경제 시대의 신사업 영역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GS건설은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구에 ‘GS건설 R&D센터’를 새로 개관했다. 기존에 GS건설 그랑서울 본사 사옥과 경기 용인 처인구에 위치한 기술연구소에 분산돼 있던 연구개발 인력이 하나의 공간에서 종합적인 연구, 개발 활동이 가능하게 됐다. 향후 GS건설이 가진 자원과 인프라를 통해 시너지를 발휘함으로써 GS건설의 기술력을 한층 높여 나갈 예정이며 기술 중심의 창업을 지원하는 활동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전기차와 배터리, 스마트폰, e커머스 등 중국과의 경쟁이 치열한 산업 분야에서 중국이 일종의 ‘댓글부대’를 통해 한국 기술을 폄하하는 등 조직적으로 댓글을 남겼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9일 김은영 가톨릭관동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와 홍석훈 국립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연구팀은 ‘한중 경쟁산업 분야에 대한 인지전 실태 파악’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보고서에 따르면 연구팀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여 간 네이버, 유튜브, 네이트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중국의 댓글 개입 가능성이 높은 한중 경쟁산업분야 키워드(알리, 테무, 전기차, 현기차, 배터리, 삼성, 샤오미 등)를 바탕으로 기사를 검색해 댓글들을 조사했다. 중국식 ID·프로필 특성, 중국식 언어습관, 기계 작성 의심 등 10가지 식별 기준을 적용해 중국 의심 계정을 찾았고, 댓글 이력 확보가 가능한 네이버를 중심으로 이들의 전체 댓글을 수집해 분석했다.연구팀은 네이버에서 키워드 중심 70개 기사를 무작위 수집해 분석한 결과 댓글 중 중국인 추정 계정이 77개 이상 발견됐다고 밝혔다. 또 해당 계정들은 서로를 팔로우하며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었고, 2개 그룹으로 나뉘어 국내 산업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 교수는 “한국인 추정 계정의 경우 기사에 따라 댓글을 달기도 하고 안 달기도 하는 등 빈도가 균일하지 않은 반면, 중국인으로 의심된 계정들은 특정 키워드 기사에 일제히 다 같이 댓글을 다는 등 비정상적인 분포를 보였다”고 말했다.연구팀은 보고서를 통해 의심 계정의 댓글 사례도 공개했다. 전기차 관련 기사에는 “중국 거 한번 타봐야지 흉기차 봐라 좀 긴장해야 된다” “현기차 10년 이내에 망한다에 한 표” 등의 댓글이 반복적으로 달렸다. e커머스 기사에는 “쿠팡이 국내 기업인가?” “(어차피)다 중국산 아닌가?” 등 댓글이 달렸다.연구팀은 유튜브에서는 중국인 추정 계정을 239개 발견했으며 가장 높은 빈도로 조직적 여론 선동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중국의 댓글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보고서는 중국 의심 계정에 대한 체계적인 프로파일링 지표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전기자동차 캐즘(수요 둔화)으로 적자난에 부딪힌 SK온이 경영 효율화를 위해 창사 후 첫 희망퇴직을 받는다. 26일 SK온에 따르면 회사는 2023년 11월 이전 입사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희망 퇴직자에게는 연봉의 50%와 단기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이와 함께 자기개발을 위한 무급휴직 제도도 실시한다. 학위 과정(학·석·박사) 진학 시에는 2년간 학비의 50%를 지원하며, 직무와 관련된 학위 취득 후 복직 시 나머지 50%까지 지원하는 조건이다. 세계적으로 전기차 캐즘이 이어지면서 앞서 유럽 최대 배터리 기업 노스볼트가 직원 20% 감원을 발표하는 등 배터리 업계 전반에 구조조정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SK온 관계자는 “사업 성장세가 둔화됨에 따라 경영 효율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주요 메모리 기업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해 ‘메모리 시장 풍향계’로 불리는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회계연도 4분기(6∼8월) 실적을 25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26일 SK하이닉스도 5세대 12단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세계 최초 양산을 전격 발표해 시장에 확산되던 ‘반도체 겨울론’을 잠재우고 모처럼 ‘봄바람’을 이끌었다.● 마이크론 “역사상 가장 좋은 포지션”이날 마이크론은 장 마감 이후 올해 회계연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한 77억5000만 달러(약 10조300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월가 예상치였던 76억6000만 달러를 웃도는 숫자다. 주당 순이익 역시 1.18달러로, 월가 예상치 1.11달러를 뛰어넘었다. 다음 분기인 내년 회계연도 1분기 매출 전망도 기존 예상치(83억 달러)를 훌쩍 넘는 87억 달러로 제시했다.마이크론은 이날 실적 발표와 함께 “HBM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제품 가격 인상과 장기 계약 체결이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와 내년 물량이 이미 매진됐음을 공식화했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마이크론 역사상 가장 좋은 포지셔닝으로 회계연도 2025년에 접어들고 있다”며 “1분기 기록적인 매출을 예상하고, 2025년에는 수익성이 크게 개선돼 상당한 매출 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앞서 글로벌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연이은 보고서에서 반도체 업계가 올 3분기(7∼9월) 정점을 찍은 뒤 4분기(10∼12월)부터 매출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 전망한 것과는 상반되는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마이크론 주가는 장 마감 이후 전일 대비 14.75% 급등한 주당 109.9달러를 기록했다. ● SK하이닉스 “HBM3E 12단 세계 첫 양산”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 SK하이닉스도 5세대 HBM인 ‘HBM3E’ 12단 신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12단 제품은 올해 4분기(10∼12월) 양산을 목표로 했으나 확대되는 시장 수요를 고려해 올해 5월 3분기(7∼9월) 양산으로 일정을 한 차례 앞당겼다.HBM3E 12단은 현존 HBM 제품 중 최대 용량(36기가바이트)을 구현한 제품으로, 연내 엔비디아 등 고객사에 공급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당사는 2013년 세계 최초로 HBM 1세대(HBM1)를 출시한 데 이어 이번 5세대까지 전 세대 라인업을 개발해 시장에 공급해 온 유일한 기업”이라며 “높아지고 있는 AI 기업들의 눈높이에 맞춘 12단 신제품도 가장 먼저 양산에 성공해 AI 메모리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HBM3E 12단 제품은 앞서 올해 2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 2분기(4∼6월) 양산을 시작한다고 밝혔으나 SK하이닉스에 선수를 뺏겼다. 급성장하는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앞서가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추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올해 연간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5%, 삼성전자 39%, 마이크론 6% 순으로 전망된다.이날 마이크론 실적 호조와 SK하이닉스의 HBM3E 12단 양산 낭보로 장 마감 기준 SK하이닉스 주가는 전일 대비 9.44% 오른 18만900원, 삼성전자는 4.02% 오른 6만4700원을 기록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주요 메모리 기업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해 ‘메모리 시장 풍향계’로 불리는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회계연도 4분기(6~8월) 실적을 25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26일 SK하이닉스도 5세대 12단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세계 최초 양산을 전격 발표해 시장에 확산되던 ‘반도체 겨울론’을 잠재우고 모처럼 ‘봄바람’을 이끌었다.● 마이크론 “역사상 가장 좋은 포지션”이날 마이크론은 장 마감 이후 올해 회계연도 4분기 실적발표에서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한 77억5000만 달러(약 10조300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월가 예상치였던 76억6000만 달러를 웃도는 숫자다. 주당 순이익 역시 1.18달러로, 월가 예상치 1.11달러를 뛰어넘었다. 다음 분기인 내년 회계연도 1분기 매출 전망도 기존 예상치(83억 달러)를 훌쩍 넘는 87억 달러로 제시했다.마이크론은 이날 실적발표와 함께 “HBM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제품 가격 인상과 장기 계약 체결이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와 내년 물량이 이미 매진됐음을 공식화했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마이크론 역사상 가장 좋은 포지셔닝으로 회계연도 2025년에 접어들고 있다”며 “1분기 기록적인 매출을 예상하고, 2025년에는 수익성이 크게 개선돼 상당한 매출 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앞서 글로벌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연이은 보고서에서 반도체 업계가 올 3분기(7~9월) 정점을 찍은 뒤 4분기(10~12월)부터 매출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 전망한 것과는 상반되는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마이크론 주가는 장 마감 이후 전일 대비 14.75% 급등한 주당 109.9달러를 기록했다. ● SK하이닉스 “HBM3E 12단 세계 첫 양산”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 SK하이닉스도 5세대 HBM인 ‘HBM3E’ 12단 신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12단 제품은 올해 4분기(10~12월) 양산을 목표로 했으나 확대되는 시장 수요를 고려해 올해 5월 3분기(7~9월) 양산으로 일정을 한 차례 앞당겼다.HBM3E 12단은 현존 HBM 제품 중 최대 용량(36기가바이트)을 구현한 제품으로, 연내 엔비디아 등 고객사에 공급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당사는 2013년 세계 최초로 HBM 1세대(HBM1)를 출시한 데 이어 이번 5세대까지 전 세대 라인업을 개발해 시장에 공급해 온 유일한 기업”이라며 “높아지고 있는 AI 기업들의 눈높이에 맞춘 12단 신제품도 가장 먼저 양산에 성공해 AI 메모리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HBM3E 12단 제품은 앞서 올해 2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 2분기(4~6월) 양산을 시작한다고 밝혔으나 SK하이닉스에 선수를 놓쳤다. 급성장하는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앞서가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추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올해 연간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5%, 삼성전자 39%, 마이크론 6% 순으로 전망된다.이날 마이크론 실적 호조와 SK하이닉스의 HBM3E 12단 양산 낭보로 장 마감 기준 SK하이닉스 주가는 전일 대비 9.44% 오른 18만900원, 삼성전자는 4.02% 오른 6만4700원을 기록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반도체 초격차 명장면 3가지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의 전시품이 된 반도체가 있다. 1992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첫 번째 메모리, 64Mb(메가비트) D램이다. 현재의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 삼성을 있게 한 ‘초(超)격차’ 헤리티지의 상징이다. “남처럼 차근차근 단계를 밟으면 기술 후진국이 된다”는 절박감으로 초격차에 매달려 세계 정상에 오른 삼성은 최근 인공지능(AI) 시대 새로운 도전을 맞고 있다. 위기 역시 제2의 초격차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24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5층 역사관에는 광복과 민주항쟁, 새마을운동 등 굵직한 현대사 전시를 거쳐 ‘호황의 시대’ 코너가 있었다. 중심에는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웨이퍼와 손톱만 한 반도체 한 개가 놓여 있었다. 삼성전자가 1992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첫 번째 메모리 반도체이자, 한국을 본격적인 경제 호황기로 이끌었던 64Mb(메가비트) D램이다.삼성전자는 1983년 메모리 반도체 진출 선언 9년 뒤, 경쟁국들을 제치고 64Mb D램을 만들어 내며 세계 정상에 올라섰다. 역사박물관 측은 64Mb D램 제품에 대해 “반도체 산업은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혔다”며 의미를 설명했다.● “삼성 반이 날아가도 도전”대한민국 역사박물관에도 전시된 D램은 세계 메모리 반도체 1위를 있게 한 삼성만의 ‘초격차’ 헤리티지의 상징이다. 초격차는 경쟁자가 넘을 수 없을 정도의 큰 격차를 의미한다. 삼성 반도체 역사상 초격차 헤리티지가 발현된 주요 사건으로 ①첫 자체 메모리 64kb(킬로비트) D램 개발 신화 ②업계 상식을 깬 3차원 V낸드 ③세계 최초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적용 7나노 양산이 꼽힌다. 출발부터 한국 기술 수준을 크게 뛰어넘어야 하는 모험이었다. 1983년 고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이 도쿄 선언으로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진출을 선언한 당시 미국과 일본만이 고급 사양 메모리 반도체 개발과 양산에 성공한 상태였다.세계 산업계의 비웃음을 딛고 초격차를 달성하기 위해 삼성은 ‘정신 무장’부터 시작했다. 개발자들은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 ‘큰 목표를 가져라’ 등 ‘반도체인의 신조’ 십계명을 매일 아침마다 복창했고, 밤낮으로 연구에 매달렸다. 삼성은 결국 개발 착수 6개월 만인 1983년 11월 64kb D램 양산에 성공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 창업회장은 1985년 4월 27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잘못하면 삼성그룹의 자산이 절반 이상 날아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삼성 아니면 이 모험을 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적극적인 기술 개발 없이는 우리 경제의 살길은 없다”며 절박한 초격차를 이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도 1997년 펴낸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동아일보사)에서 “반도체 집적 기술은 1983∼94년 10년 동안에만 무려 4000배가 진보했다”며 “월반(越班)하지 않으면 영원히 기술 후진국 신세를 면치 못하리라고 판단했다”고 썼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기보다 초격차로 뛰어올라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못 박은 것이다.초격차여야 한다는 헤리티지는 2013년 세계 최초 3차원 V낸드플래시 메모리 양산으로 이어졌다. 한국 반도체가 3차원 메모리 시대를 여는 전기를 마련한 사건이다. 기존 낸드 기술은 10nm(나노미터)급 공정이 한계로 전망돼 왔다. 삼성전자는 ‘면적이 좁으면 위로 쌓아서 집을 늘려 보자’는 아이디어에 착안했다. 3차원 구조의 셀과 이를 24층으로 쌓은 수직 적층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적층 낸드 시장의 포문을 연 것이다. 세계 첨단 반도체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EUV 장비 선제 도입으로 반도체 역사를 바꿔 놓기도 했다. 7나노 이하 최첨단 반도체 구현에 필수인 EUV 장비를 먼저 도입해 2019년 세계 최초로 EUV 장비를 활용한 7나노 시스템 반도체를 양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미세공정의 한계를 돌파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AI 위기에… 초격차 헤리티지로 승부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틈만 나면 기술 혁신을 강조해 왔다. 2018년 8월 경기 화성 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미래 반도체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선 ‘기술 초격차’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한 데 이어 2022년 8월 기흥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기공식에서도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며 초격차 정신을 당부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스템LSI(설계), 어드밴스트 패키징 사업을 모두 갖춘 ‘세계 유일’ 반도체 토털 솔루션 공급자로, 고객 맞춤형 턴키(일괄 공급) 전략을 통해 경쟁사들과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AI)으로 시장이 급변하며 삼성의 초격차 전략도 도전을 맞고 있다. 첨단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점유율 1위를 내주고, 파운드리에선 대만 TSMC에 밀리며 전례 없는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메모리사업부 내 HBM 개발팀을 신설하고, 파운드리 공정 수율 향상과 고객사 유치에 박차를 가하는 등 전반적인 조직 쇄신에 돌입했다. 위기를 헤쳐 나갈 돌파구도 ‘초격차’ 헤리티지에서 찾고 있다. ‘안 되는 것을 되게 할’ 새로운 ‘정신 무장’을 고민하는 것이다. 최근 초격차 정신을 계승하되 새로운 시대에 맞출 제2의 반도체인의 신조를 임직원들에게 공모 중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50년을 맞은 지금, 과거와 다른 새로운 환경 속에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며 “지난 반세기 동안 삼성 반도체의 구심점이 됐던 반도체인의 신조도 앞으로의 50년에 맞는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100% 양품만 만들겠습니다.’ 1995년 3월 9일 경북 구미 삼성전자 휴대전화 공장 직원들이 이같이 쓰인 현수막 아래 애니콜 휴대전화 15만 대를 산더미처럼 쌓았다. 모두 150억 원어치의 제품을 직원들 손으로 해머로 부수고 불태웠다. 당시 애니콜 불량 사태가 지속되자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시중에 판매 중인 핸드폰 전량을 수거해 소각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었다. 이른바 ‘애니콜 화형식’으로 불린 이 장면 이후 같은 해 삼성전자는 51.5%의 점유율을 달성하며 한국 휴대전화 시장 1위에 처음 등극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시장에서도 ‘초격차’ 헤리티지를 이어왔다. 모토로라와 애플 등 쟁쟁한 경쟁사들과의 경쟁에서도 ‘기술 혁신이 없으면 생존도 없다’는 모토 아래 실험적 도전을 지속했다. 1994년 애니콜 브랜드 출범 이래 세계 최초 여성 전용 휴대전화, 손목시계폰, MP3폰, TV폰, 카메라폰 등을 출시하며 업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삼성의 모바일 초격차 헤리티지는 은하수를 뜻하는 ‘갤럭시’ 브랜드로 스마트폰 시대까지 이어졌다. 2010년 3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CTIA 2010’ 개막 첫날 신종균 당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갤럭시 스마트폰 출시를 알리며 “스마트폰은 더 이상 일부 얼리어답터들만 사용하는 제품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스마트폰 대중화 시대’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2012년 출시된 ‘갤럭시 S3’은 삼성전자 휴대전화 역사상 최단기간인 출시 100일 만에 글로벌 판매량 2000만 대를 돌파했다. 삼성전자는 2011년 글로벌 스마트폰 1위 기업으로 도약했고, 2012년에는 전체 휴대전화 글로벌 시장 1위 등정에 성공했다. 이후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갤럭시폴드, 2019년)와 첫 AI 스마트폰 출시(갤럭시S24, 2024년) 등 혁신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모바일 시장에서 샤오미와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19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샤오미는 지난달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판매량 기준 12.5% 비중을 차지하며 애플(12.0%)을 제치고 삼성전자(17.5%)를 뒤쫓고 있다. 2분기(4∼6월)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을 넘어선 화웨이는 최근 세계 최초 트리플 폴더블폰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첫 인공지능(AI) 스마트폰 ‘갤럭시S24’를 통한 AI폰 기술력 주도와 함께 새로운 폼팩터 개발 등 초격차 혁신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삼성전자는 2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감독원, 5대 금융지주와 함께 국내 협력사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지원하는 1조 원 규모의 ‘협력회사 ESG 펀드’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을 통해 삼성은 1조 원을 5대 은행에 예치하고, 중소·중견 협력회사들은 예치 이자 및 감면 금리를 활용해 업체당 최대 20억 원 한도 내에서 최장 3년간 무이자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펀드 자금은 삼성전자가 8000억 원, 삼성디스플레이가 2000억 원을 투입한다. 펀드는 10월부터 시행해 향후 6년간 협력회사의 고효율 설비 전환, 환경·안전설비 추가 등 ESG 경영기반 구축을 위한 자금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번 펀드 조성은 대기업과 금융권이 ESG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사례로 향후 상생 문화 확산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삼성은 밝혔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으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공급망 전체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 협력회사들이 ESG 경영에 동참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삼성전자는 협력회사들이 ESG 경영기반을 닦을 수 있도록 자금, 인력양성, 기술 등 다양한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미국 대선을 40여 일 앞둔 가운데 반도체와 배터리 등 국가 첨단전략산업 관련 정책 향방을 면밀히 살펴보고 시나리오별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배터리 분야에서 양당 후보의 의견 차이가 극명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미협회는 23일 대한상의에서 ‘美 대선 결과 시나리오에 따른 한미 산업협력 지형 변화’ 콘퍼런스를 공동 개최했다. 반도체, 배터리 분야 전문가 및 기업인 등 120여 명이 참석했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미국의 대중 제재가 인공지능(AI) 분야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한편 현행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의 변화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당선 시 칩스법은 2027년 일몰 이후 연장이 어려울 수도 있다. 해외 기업이 보조금을 받을 경우 조건인 가드레일 조항도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는 칩스법을 차세대 산업 분야로 더욱 확대하는 가운데 ‘칩4 동맹’ 같은 동맹들의 협력을 강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고성능 AI 전용 메모리칩과 선행 기술, 표준 및 로드맵 설정 등 제반 분야에서 미국의 대체 불가능한 핵심 파트너 위치를 점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혜택 축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이날 화상으로 토론에 참석한 ‘배터리 전쟁’의 저자 루카스 베드나르스키는 “해리스 후보가 당선되면 전기차 세액공제 정책을 유지하고 추가 전동화 지원도 확대되겠지만 트럼프 후보는 전기차 관련 보조금 폐지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다”며 “의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봐야겠지만 전반적으로 전동화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정경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지속가능미래기술연구본부장은 “누가 당선되더라도 중국 소재에 대한 견제는 심해질 것”이라며 “기술 개발을 통해 배터리 분야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 진출 50년을 맞아 과거 첫 D램 개발 신화 당시 임직원의 구호였던 ‘반도체인의 신조’를 새롭게 제정한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경쟁 속에서 과거의 도전정신을 계승하며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모토를 세운다는 의미다. 23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반도체부문(DS)은 10일 사내망을 통해 ‘DS인의 일하는 방식’(가제) 제정을 위해 임직원 의견을 수렴한다고 공지했다. 새로운 신조의 제목과 내용 모두 다양한 의견을 받아 반영한다는 취지다. 이번 공모 배경과 관련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기술과 시장이 급변함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지각 변동은 가속화되고 있으며 우리도 시대의 변화에 맞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며 반도체 사업에 진출했다. 반도체인의 신조는 1983년 5월 삼성이 첫 자체 메모리 반도체 개발에 도전했을 당시 임직원의 의지를 다지고자 만든 10가지 다짐이다.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 ‘큰 목표를 가져라’ ‘일에 착수하면 물고 늘어져라’ 등 10가지 항목으로 이뤄졌으며 당시 임직원들이 출근하면 매일 아침 외쳐서 외다시피 했다. 현대의 삼성전자를 이끈 최고경영진들도 반도체인의 신조를 뇌리에 깊이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고문은 저서 ‘초격차’에서 “나를 포함한 모든 삼성 반도체 임직원은 아침마다 반도체인의 신조 10개 항목을 외치고 일을 시작했다”며 “그중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와 ‘큰 목표를 가져라’는 지금도 내 삶의 신조로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고 회고했다. 김기남 고문 역시 2019년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 인터뷰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1986년 1Mb(메가비트) D램 개발을 꼽으며 “삼성전자 반도체인의 신조 1번 항목인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를 가슴에 품은 시점이 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인의 신조를 40여 년 만에 다시 꺼내든 데에는 임직원들이 결집해 현재의 AI 반도체 도전을 이끌어 나가자는 의지가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는 5월 DS부문장을 전영현 부회장으로 전격 교체하고 7월 메모리사업부 내에 HBM 개발팀을 신설하는 등 조직 쇄신을 추진하고 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이 인텔에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 한때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이었던 인텔이 실적 부진으로 구조조정에 나선 데 이어 인수합병(M&A) 대상으로까지 전락한 것이다. 20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퀄컴이 인텔에 인수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20일 기준 인텔의 시가총액은 932억 달러(약 124조5000억 원)로, 인수가 성사될 경우 최근 수년간 이뤄진 M&A 중 가장 규모가 큰 ‘세기의 딜’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소식은 위기를 맞은 인텔이 강도 높은 내부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와중에 전해졌다. 앞서 16일 인텔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를 분사하고 폴란드와 독일에서 진행되는 공장 건설을 2년간 중단하는 등의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1990년대 PC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을 독점하며 반도체 업계의 ‘제왕’으로 군림했던 인텔은 서버용 CPU에서 후발주자인 AMD에 추격당하고, 인공지능(AI) 시장 핵심인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선 엔비디아에 밀려 존재감을 잃었다. 올해 들어 인텔의 적자 규모는 1분기(1∼3월) 3억8100만 달러에서 2분기(4∼6월) 16억1000만 달러로 커졌다. 다만 WSJ 등 외신은 인수가 실제로 성사되기엔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등 벽이 높다고 분석했다. 인수 제안 사실을 전한 소식통들도 이번 거래가 확실하지 않다며 주의를 당부했다고 WSJ는 전했다. 퀄컴이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인텔의 자산이나 사업 일부를 매각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인수 타진 소식이 전해진 후 뉴욕 증시에서 퀄컴 주가는 3% 하락 마감했고, 인텔 주가는 3% 상승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추석 연휴 후 첫 개장일인 19일 SK하이닉스 주가가 6.14% 곤두박질쳤다. 삼성전자 주가도 2.02% 하락했다. 글로벌 증시를 덮은 ‘R(경기 침체)의 공포’에 더해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내놓은 반도체 경기 비관론으로 ‘반도체 겨울’이 다시 찾아오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부 메모리 업황 지표도 위기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 업황 회복과 함께 약 1년간 오르던 D램 가격 지표가 상승세를 멈추고 소폭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날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의 8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2.38% 내린 2.05달러로 집계됐다. 여기에 투자 업계의 연이은 ‘고점론’이 위기론에 불을 지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고점에 대비(Preparing for a Peak)’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 매출 증가율이 올 3분기(7∼9월) 고점을 기록하고, 4분기(10∼12월)부터는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서 이달 15일에는 ‘겨울이 닥친다(Winter looms)’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각각 27%, 54% 대폭 하향 조정했다. SK하이닉스는 투자의견도 ‘비율 축소’로 바꿨다. 최근 잇따르는 테크 기업들의 주가 조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2분기(5∼7월) 실적 발표에서 3분기(8∼10월) 성장세 둔화와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블랙웰’ 생산 차질을 공식화해 주가가 급락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위기에 부딪힌 인텔도 올 들어 주가가 60%까지 폭락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2022년 말∼지난해 반도체 업계를 강타한 반도체 혹한기가 다시 찾아오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지난해 혹한기 초입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AI 수요와 관련된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주문을 미리 받아 생산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은 이미 내년 생산 예정인 물량까지 판매가 끝난 상태다. 투자업계가 글로벌 빅테크들의 서버 투자 확대 움직임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글과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최근 2분기(4∼6월) 실적 발표와 함께 내년에도 자본지출(CAPEX) 규모를 늘리며 AI 서버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달 보고서에서 “AI 수요가 약하면 엔비디아가 삼성전자 HBM 인증에 적극적일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여러 종류의) 하드웨어에 AI가 도입되는 원년인 2025년 AI 칩 탑재량 증가에도 주목한다”고 밝혔다. 범용 D램 부진 전망의 원인으로 꼽힌 PC·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제품 수요의 경우 속도는 더디지만 회복 신호가 일부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2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하며 3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도체 혹한기가 오려면 수요 둔화와 맞물려 공급 과잉이 있어야 하는데, 주요 기업들의 투자 조절이 지속되는 만큼 2020∼2021년과 같은 과잉 공급 우려도 낮다는 평가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범용 D램도 필수 투자만 진행되고 있다. 재고 보유 상황에 따라 일시적 부침은 있을 수 있지만 지난해처럼 공급 과잉에 따른 반도체 혹한기가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추석 연휴가 끝난 19일 국내 주식시장 개장 직후 SK하이닉스 주가가 장중 7% 넘게 곤두박질쳤다. 삼성전자 주가도 장중 2%대 하락한 뒤 등락하고 있다. 글로벌 증시를 덮은 ‘R의 공포’에 더해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내놓은 반도체 경기 비관론으로 ‘반도체 겨울’이 다시 찾아오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확산된 것이다.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부 메모리 업황 지표도 위기론에 가세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 업황 회복과 함께 약 1년간 오르던 D램 가격 지표가 상승세를 멈추고 소폭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날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의 8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2.38% 내린 2.05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 하락을 마지막으로 반등한 지 1년 만에 다시 하락 반전한 것이다.여기에 투자 업계의 연이은 ‘고점론’이 위기론에 불을 지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고점에 대비(Preparing for a Peak)’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 매출 증가율이 올 3분기(7~9월) 고점을 기록하고, 4분기(10~12월)부터는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서 이달 15일에는 ‘겨울이 닥친다(Winter looms)’ 보고서를 통해 재차 메모리 시황 악화를 전망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각각 27%, 54% 대폭 하향 조정했다.이에 시장에서는 2022년 말~지난해 반도체 업계를 강타한 반도체 혹한기가 다시 찾아오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지난해 혹한기 초입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우선 AI 수요와 관련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경우 선주문 형태로 생산하는 만큼 업계에선 이미 내년 물량까지 다 판매 완료된 상태임을 공식화했다. 또 모건 스탠리가 글로벌 빅테크들의 서버 투자 확대 움직임을 과소 평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글과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최근 2분기(4~6월) 실적 발표와 함께 내년에도 자본지출(CAPEX) 규모를 늘리며 AI 서버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대비 성장세가 다소 둔화될 수는 있지만 현재의 AI 시장 확대 흐름이 급격히 위축되긴 어렵다는 것이다. 범용 D램 부진 전망의 원인으로 꼽힌 PC·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제품 수요의 경우 속도는 더디지만 회복 신호가 일부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2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하며 3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도체 혹한기가 오려면 수요 둔화와 맞물려 공급 과잉이 있어야 하는데 2020~2021년과 같은 과잉 공급 움직임도 없는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범용 D램의 경우 업체별로 필수 투자만 진행되고 있다. PC와 스마트폰 수요가 회복되기 전까진 업체들의 재고 보유 상황에 따라 일시적인 부침은 있을 수 있지만 지난해처럼 공급 과잉에 따른 반도체 혹한기가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추석 연휴를 맞아 프랑스 국제기능올림픽에 후원사 대표로 참석했다. 19일부터 시작되는 체코 경제사절단 참여에 앞서 폴란드 전자 매장을 찾는 등 현장 경영도 이어갔다. 1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15일(현지 시간) 프랑스 리옹 그루파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리옹 국제기능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했다. 삼성은 기술 인재 저변 확대와 우수 인재 양성을 위해 국제기능올림픽 대회를 2007년부터 지속 후원해 오고 있다. 현장에 도착한 이 회장이 곧바로 한국 국가대표선수단이 모여 있는 곳으로 찾아가자 선수들이 일어나 환호했다. 이 회장은 선수들의 어깨를 두드리고 악수를 나누는 등 약 5분간 선수단 전원을 축하하며 ‘셀카’도 함께 찍었다. 이어서 시상식 때도 선수들에게 직접 메달을 수여했다. 이 회장은 선수들에게 “젊은 기술 인재가 흘린 땀방울이 기술강국 대한민국의 기반”이라며 “대학을 가지 않아도 기술인으로서 존중받고 성장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 회장은 16∼18일 폴란드 바르샤바를 찾아 명절 연휴 맞이 현장 경영에 나섰다. 현지 삼성 매장에서는 스마트폰, TV, 청소기 등의 사업 전략을 논의하고, 유럽 대형 전자판매점 체인인 미디어 막트를 찾아 현지 소비자 반응도 점검했다. 이어서 연구소에서 임직원과 간담회를 갖고 가전 생산공장도 살펴봤다. 삼성전자는 1990년 폴란드에 지사를 세우며 진출해 현재 브론키에 생산법인, 바르샤바에 판매법인과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장은 매년 명절 연휴 해외 사업장을 방문해 현지 사업을 점검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하는 현장 경영을 이어왔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