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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 정산금 미지급 사태로 피해를 입은 플랫폼 입점 판매자들이 모그룹 큐텐그룹의 구영배 대표 등을 상대로 30일 법적 대응에 나섰다. 전날 서울 강남경찰서에 한 소비자의 고소·고발장이 접수된 데 이어 하루만에 입점업체들도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업체들이 많아 고소고발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30일 법조계에 따르면, 피해 업체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사유의 박종모 대표변호사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구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이사를 형법상 컴퓨터사용사기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인은 티몬에서 화장용품을 판매하던 업체 측으로 이번 정산 지연 사태로 2억 원이 넘는 판매 대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향후 추가 법적 조치 의사를 밝힌 업체도 20곳이 넘고 업체별 피해액 역시 적게는 2000만 원에서 많게는 3억원 이상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고소고발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 변호사는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판매자들 130여 명 정도가 모여 파악해보니 미정산 대금만 50억 원이 넘는 수준”이라며 “피해 구제 시급성을 고려해 우선 소장 작성을 마친 한 분의 고소장부터 접수했는데, 준비를 마치는대로 나머지 피해 입점 업체들의 고소장도 순차적으로 접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피해가 불어나면서 검경은 본격수사에 나섰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29일 서울중앙지검에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했고, 중앙지검은 이준동 반부패수사1부장을 팀장으로 한 검사 7명 규모의 수사팀을 꾸렸다. 서울 강남경찰서 역시 이 사건 관련 고소고발장을 접수해 수사1과에 배당한 상황이다. 법무부는 29일 모기업인 구 대표와 티몬·위메프 경영진 등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법조계에서는 티몬과 위메프가 현금 부족으로 판매 대금 지급이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가능한데도 입점업체와 계약을 유지하고 상품을 판매했다면 업체에 대한 사기 혐의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회사가 환불이 어려운 상황임을 알고도 이를 알리지 않고 판매를 계속했다면 소비자들에 대한 사기 혐의도 성립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만약 금융당국의 현장 점검을 통해 구매자들이 티몬·위메프에서 결제한 상품 대금이 사업 확장 등 다른 용도로 사용된 사실이 확인됐다면 경영진에 대한 횡령·배임 혐의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피해자 측은 서울중앙지법에 큐텐을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하는 민사소송도 낸 상황이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티몬 및 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해 경찰과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피해를 입은 문구점 등 입점 업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29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 사건 관련 고소고발장을 접수해 수사1과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앞서 스스로를 정산 지연 사태 피해자라고 밝힌 한 변호사는 구영배 큐텐 대표 등 티몬·위메프 경영진 5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횡령 배임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산 대금을 줄 수 없는데도 쇼핑몰을 운영한 것은 폰지 사기 행태”라고 밝혔다. 경찰은 바로 수사에 착수해 이날 오후 구 대표와 목주영 큐텐코리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이사, 류화현 위메프 공동대표이사 등 4명에 대해 긴급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법무부는 이들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도 이원석 검찰총장의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소비자와 판매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라”란 긴급 지시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를 중심으로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 팀장을 맡은 이준동 반부패수사1부장을 포함해 검사 7명이 배치됐다. 검찰은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해자 측은 서울중앙지법에 티몬과 위메프의 모(母)그룹인 큐텐을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하는 민사소송도 냈다.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는 해당 사태에 대해 “수사 의뢰에 대비해 기초 자료는 경찰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입점 업체들도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은 이날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티몬과 위메프에서 문구류를 판매하다가 정산을 받지 못한 방기홍 전국문구점살리기연합회장은 “그나마 소비자 피해의 경우 현장 환불과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체들의 결제 취소 조치로 일부라도 구제받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면서 “입점 업체들의 피해는 그 현황도 파악되지 않고 구제 여부도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이날 긴급경영안정자금 등 5600억 원 규모의 유동성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피해 소상공인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위메프 전통과자 판매 입점 피해자인 김대형 중랑시장상인회장은 “코로나19 시기에 대출받았던 대금을 지금도 갚지 못하고 폐업하는 소상공인이 허다한데, 대출로 이 상황을 모면하려고 든다면 언 발에 오줌 누기”라며 “소상공인과 소비자 피해를 적극적으로 막을 수 있는 대책을 발표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피해자들은 집회 개최도 고려하고 있다. 이날 경찰에는 ‘30일 오후 7시 반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500명 규모의 집회를 하겠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문종찬 씨(32)는 올 4월 28일 새벽 경기 광주시의 한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앞에서 갑자기 멈춰 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부딪혔다. 충돌의 충격으로 허리를 다친 문 씨는 반파된 자신의 차에서 빠져나와 바닥에 누워 119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현장에 구급차가 도착해 구급대원들이 대처하는 사이 제보를 받은 사설 견인차 5대가 서로 경쟁하듯 과속하며 사고 현장으로 달려왔다. 그중 한 대가 문 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치어 숨지게 했다.● 연간 특수차 사고 1200건… “리베이트가 원인” ‘도로 위의 흉기’로 불리는 사설 견인차, 일명 ‘렉카(레커차)’의 난폭 운전 탓에 인명, 재산 피해가 매년 잇따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안태준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 동안 사설 견인차 등 특수차량이 낸 교통사고는 총 5990건이다. 매년 1200건꼴로 터지는 이 사고들로 인한 사상자만 5년간 9185명에 달한다. 경찰 관계자는 “특수차량은 견인형, 구난형, 특수작업형으로 나뉘며, 이들을 세분화해 집계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실제 현장에선 사설 견인차 사고가 상당수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견인차들이 난폭 운전을 일삼는 원인으로 불법 리베이트가 지목된다. 국토교통부는 견인차 운임 요금을 법으로 정해 놓고 이보다 높은 요금을 요구하면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견인업체들이 정비업체와 짜고 부품값을 제외한 사고 차량 수리비의 최소 15%, 통상 20∼30%를 리베이트로 받고 있다”며 “차량이 크게 부서진 사고일수록 리베이트 금액도 커서 난폭 운전을 유발하는 구조”라고 귀띔했다. 경기 광주경찰서 조사 결과 앞서 문 씨를 치어 숨지게 한 견인차 운전자 박모 씨(32)는 사고 직후 자신의 견인차와 문 씨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모두 뽑아 자신의 집으로 가져가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당시 현장 구급차의 블랙박스 영상에는 박 씨의 견인차가 문 씨를 치고 지나가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경찰은 박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혐의로 지난달 검찰에 넘겼고 현재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美 테네시주는 견인차 순번제 시행 미국은 견인업체들의 과열 경쟁을 막는 제도를 마련해 법으로 시행 중이다. 미국 테네시주(州)에선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가 특정 견인업체를 호출하지 않으면, 법에 따라 주 경찰에 등록된 견인업체들이 정해진 순번에 따라 차례대로 돌아가며 출동한다. 견인차 여러 대가 경쟁적으로 난폭 운전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한 것이다. 호주에선 견인차량의 운행 속도를 시속 80km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조경근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사설 견인업체들이 플랫폼을 형성한 뒤 콜을 받는 형태로 시스템을 개편하거나 보험사, 제조사 등의 용역을 받아 일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등 자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견인차의 난폭 운전으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운전자와 사업주에 대한 처벌 및 관리·감독 강화 등 국회에서 관련 법을 정비해 나가겠다”고 했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업무 과중을 호소해온 30대 수사관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소속 경찰서는 “유서에도 업무 과중 얘기가 없고 고인은 평소 우울증으로 힘들어했다”고 밝혔다. 반면 유족은 “유서에 업무 관련 토로가 있다”고 반박했다. 경찰 수사관들이 감당하는 사건 수는 지난해 대비 1만 건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19일 서울 관악경찰서는 수사과 통합수사팀 소속 송모 경위(31)가 전날(18일)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자 ‘유서에 업무 과중 관련 이야기는 없었다'는 입장을 냈다.반면 송 경위의 유족에 따르면 유서엔 ‘수사팀에 와서 하루도 맘 편할 날이 없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은 “서에서 비롯된 일을 경찰이 책임 지려 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관악서 관계자는 “유서 해당 부분의 의미를 파악 중이다. 업무 과중, 민원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두고 확인 중”이라고 해명했다. 유족과 경찰 직장협의회(직협) 등에 따르면 2월에 현재 소속 부서에 온 송 경위는 주변 동료들에게 사건 과중으로 인한 고충을 꾸준히 토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송 경위는 생전 동료들에게 “사건이 73개인데 미친, 진짜 이러다 죽어”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올 3월 19일엔 “사건은 쌓여만 가고”, 이달 7일엔 “(하반기 인사에서 다른 곳으로 나가려면) (사건) 인계서를 써야 하는데 인계서도 못 쓸 만큼” “열심히 했는데”라고 동료들에게 카톡을 보냈다.일선 수사관들이 감당하는 사건 수는 점점 늘고 있다.2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실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청 산하 31개 경찰서 수사과 통합수사팀의 총 보유 사건 수는 4만8604건이었다. 이는 통합수사팀의 전신인 경제팀·사이버팀의 전년 동기(3만8096건) 대비 무려 1만 건(26%↑) 넘게 늘어난 수준이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해 11월 수사준칙이 개정되면서 경찰이 기본 요건도 갖추지 못한 고소·고발 사건마저 반려하지 못하게 된 영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서울 한 경찰서의 수사관은 “일단 접수해야 하니 각하를 위한 수사 서류를 몇 개나 써야 한다”며 “‘이 접수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증명하는 불필요한 페이퍼 업무로 업무량이 과중돼 정작 ‘진짜’ 사건에 쓸 여력을 뺏긴다”고 말했다.채현일 의원은 “현장 경찰 인력은 그대로인 반면, 일선 수사관이 처리해야 하는 사건 수는 증가한 상황”이라며 “경찰 수사역량 강화를 위해서라도 인력 보강과 업무 분산 등 수사 부담 해소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경위는 대학에서 경찰행정학을 전공하고 2016년 입직한 뒤 이달 3일 경위로 승진했다.평소 수사 업무 부담을 호소하며 다가올 하반기 인사에서 기동대로 전출을 희망했고, 숨지기 전날(17일) 기동대에 발령될 예정이라고 전달 받았다. 송 경위는 앞서 10일에도 자택에서 극단 선택을 시도하던 중 지인이 말려서 상황을 넘긴 적이 있다.경찰은 정확한 사망 경위 파악을 거쳐 순직 처리 추진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박민영 관악서장은 “유족 케어와 남은 동료 직원들 케어에 방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주가 조작 혐의로 구속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경영쇄신위원장)가 구속 뒤 첫 검찰 조사를 8시간 동안 받았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장대규)는 24일 김 위원장을 서울 양천구 남부지검 청사로 불러 오전 10시부터 조사를 벌였다. 전날(23일) 오전 1시경 김 위원장이 구속된 지 약 34시간 만이다. 검찰은 23일에도 출석을 요구했지만 김 위원장은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었다.이날 조사는 8시간 가량 진행됐다. 김 위원장은 조사와 조서 열람을 마치고 오후 6시경 구치소로 돌아갔다. 조사에서 검찰은 김 위원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보강 조사를 벌였다. 구체적으로는 김 위원장이 에스엠 주가 대량 매입을 직접 지시했는지, 언제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다양한 인적, 물적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사건으로 앞서 기소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의 공판에서 제시된 주변 인물들의 공모 증거 외에도, 새로운 증거들을 법원에 영장을 청구할 때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브라이언’(김 위원장의 회사 내 영어 이름)이 등장한 주요 증거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중에는 카카오가 에스엠 주식 대량 매입을 시작한 작년 2월 28일 전후의 증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김 위원장은 구속된 뒤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의 1.3㎡ 크기의 독방에서 지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수용자는 독거 수용이 원칙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특정 인물의 독거 수용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지만 독거 수용이 규정에 따른 통상적인 수용”이라고만 설명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증거 인멸 우려와 도망할 염려가 있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23일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밝힌 이유에 법조계와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벌 총수를 구속하면서 법원이 ‘증거 인멸’ 우려는 물론이고 ‘도주 우려’까지 영장 발부 이유에 적시한 것이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주가 조작 혐의(자본시장법 위반)와 관련해 검찰이 폭넓은 증거를 확보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 인적·물적 증거 확보한 듯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장대규)는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 필요성을 법원에 명확히 소명하기 위해 가장 확실한 ‘시세 조종’만 영장청구서에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내부에서도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인적, 물적 증거를 폭넓게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오며 구속 가능성을 높게 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구속 기소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의 재판에선 에스엠 인수전에서 하이브를 저지하기 위해 시세 조종을 공모한 것으로 보인 일부 증거들이 나왔다. 카카오가 에스엠 주식을 대량 매수한 지난해 2월 28일 배 전 대표와 김기홍 전 카카오 재무그룹장(CFO)은 카카오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 멤버들의 단체 대화방에서 “위험해 보일지라도 도와 달라” “오늘 (하이브의) 공개 매수 꼭 저지해 주세요” 등의 대화를 나눴다는 것이다. 같은 날 오전에 열린 투심위 회의에는 김 위원장이 참석했다. 검찰은 이들이 회의 전 “브라이언(김 위원장)이 찬성해 줄 거라고 생각한다”는 취지의 대화를 나눈 사실도 파악해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내용이 담긴 임직원 메시지와 통화녹취 등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런 증거들을 토대로 김 위원장이 시세 조종 계획을 미리 인지했다고 보고 있다.● ‘도주 우려’ 이례적 적시 법원이 ‘도주 우려’를 구속 사유로 적시한 점을 놓고도 다양한 관측이 오간다. 신원이 확실한 대기업 총수의 구속 사유로는 드물기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 허영인 SPC그룹 회장 등이 구속됐지만 사유는 모두 ‘증거 인멸 우려’였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해외 체류 일정이 많았고 2009년 가족들과 미국에 머문 사실이 있다는 점 등을 재판부가 고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2017년 11월에는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해외로 출국해 입국하지 않을 경우 수사와 재판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다. 김 위원장에게 적용된 시세 조종 혐의는 유죄가 인정되면 1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받을 수 있다. 주주들이 입은 피해금액에 따라선 최대 무기징역까지도 선고가 가능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혐의가 중대할 경우 법원은 일반적으로 피의자가 처벌을 피하기 위해 도주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검찰도 22일 영장실질심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파워포인트(PPT) 자료로 준비해 구속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총수 구속은 과해” 카카오 관련 다른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바람픽쳐스’ 고가 인수 의혹,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사건, 카카오톡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련 배임 횡령 고발 사건 등도 수사 중이다. 그러나 카카오 내부에선 “재계 순위 15위 기업의 총수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한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온다. 불구속 상태에서도 충분히 재판을 받으며 경영 현안을 챙길 수 있는데 구속까지 시킨 것은 과하다는 주장이다. 구속됐던 배 전 대표와 지모 씨가 이달 22일 보석으로 풀려난 것과도 배치된다는 것이다. 검찰은 23일 오후 김 위원장에게 출석을 요구했지만 김 위원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창업자인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사진)이 구속되면서 카카오는 초유의 리더십 공백 국면에 들어섰다. 국내 대표적인 정보기술(IT) 플랫폼 가운데서도 창업주가 구속된 것은 카카오가 처음이다. 서울남부지법은 23일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시세 조종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는 김 위원장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대기업 총수에 대해 도주 우려를 이유로 검찰 수사 단계에서 구속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법조계 평가가 나왔다. 카카오는 이날 오전 “현재 상황이 안타까우나, 정신아 CA협의체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정 공동의장은 올해 3월부터 카카오 대표를 맡으면서 김 위원장과 함께 그룹의 ‘투톱’ 역할을 해 왔다. 김 위원장의 ‘옥중 경영’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정 대표에게 그룹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고 사태를 수습하는 중책을 맡긴 것이다. 경영 공백에 대한 내부 구성원과 주주들의 우려가 큰 만큼 서둘러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김 위원장 주도로 경영 쇄신과 선택과 집중, 인공지능(AI) 혁신 주도 성장 등을 추진 중이었다”며 “김 위원장이 구속돼 경영 차질이 우려된다”고 했다. ‘문어발식 확장’에 발목잡힌 벤처신화 상징카카오 비상경영 체제로金 유죄땐 ‘카뱅’ 경영권 잃을수도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현 경영쇄신위원장)는 한국 벤처 신화의 상징이다. 한때 150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거느렸지만, 문어발식 경영으로 회사 덩치만 키웠을 뿐 질적 성장에 대한 고민이 적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서울대 산업공학과 86학번인 김 위원장은 1992년 삼성SDS에 입사했다. 1998년 ‘한게임’을 창업해 2000년 네이버컴(현 네이버)과 합병했다. 이후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함께 회사를 이끌었다. 김 위원장은 미국에서 아이폰을 접한 뒤 새로운 모바일 시대를 예상하고 2010년 카카오톡을 만들었다. 김 위원장은 국내 포털 업체 다음, 국내 최대 음악 서비스 멜론 등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하지만 확장 일변도식 성장으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호출 독과점 논란, 카카오 계열사들의 골목상권 침해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경영진이 계열사 상장 이후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을 행사해 도덕성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엔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인수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비상 경영을 선포하고 올해 초 그룹 혁신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CA 협의체를 발족했지만 늦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정보기술(IT) 업계 임원은 “김 위원장 구속으로 카카오가 쇄신 동력을 잃었다”고 했다. 이를 증명하듯 23일 카카오그룹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면서 카카오 10개 그룹사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1조7120억 원 증발했다. 카카오는 이번 사태로 카카오뱅크(카뱅)를 잃을 수도 있다. 카카오는 카뱅 지분 27.16%를 보유한 대주주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라 카카오가 카뱅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려면 최근 5년간 조세범 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이 없어야 한다. 김 위원장이 처벌받을 경우 양벌 규정에 따라 카카오 법인에도 벌금형이 내려진다. 이 경우 10%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을 처리해야 한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현 경영쇄신위원장)가 22일 사전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김 위원장은 굳게 입을 닫고 법정으로 향했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6시경까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 위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열고 구속 필요성을 심리했다. 오후 1시 44분경 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김 위원장은 “시세조종 혐의 인정하나”, “어떻게 소명할 예정인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들어섰다. 영장심사에는 수사를 맡은 장대규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 부장검사(사법연수원 37기)가 파워포인트(PPT) 200여 쪽 분량의 자료를 준비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조목조목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앞서 1000쪽에 달하는 의견서도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심사를 마치고 오후 6시 1분경 호송차량을 타고 구속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대기를 위해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로 이동했다. 그는 법원에서 나와 차량에 타는 과정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카카오가 에스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에스엠 주식을 대량 매입하는 것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에스엠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인 12만 원보다 더 높게 올리려 했고,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사전에 계획을 보고받고 승인도 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반면 김 위원장 측은 주식을 매입하는 것만 알았을 뿐 구체적인 방식까지는 몰랐다는 입장이다. 앞서 18일 김 위원장은 카카오 임시그룹협의회에 참석해 임원들에게 “현재 받는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 어떤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시세 조종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현 경영쇄신위원장·사진)가 23일 구속됐다. 검찰과 금융당국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수사에 착수한 지 1년 5개월 만이다. 카카오가 2006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관측이 나온다.이날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 위원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연 뒤 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라며 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다.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하이브와 에스엠 경영권 인수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경쟁자인 하이브를 방해하려 에스엠 주식을 단기간에 대량 매입할 것을 보고받거나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하이브가 에스엠 주가가 급등한 이유를 조사해 달라며 금융감독원에 요청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지난해 11월 김 위원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김 위원장이 구속되며 지난해 11월부터 8개월간 이어져 온 검찰 수사도 곧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창업주가 구속된 카카오의 경영은 향후 ‘시계 제로’ 상태에 놓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檢 PPT 200여 장-의견서 1000쪽 준비전날(22일) 오후 1시 44분경 서울남부지법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시세 조종 혐의를 인정하나’, ‘어떻게 소명할 예정인가’ 등 언론의 질문에 일절 답변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10여 초 만에 법정으로 들어갔다.오후 6시까지 약 4시간 10여 분간 이어진 영장심사에서 장대규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 부장검사(사법연수원 37기)는 파워포인트(PPT) 자료 200여 장을 준비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에 앞서 1000쪽 분량의 의견서도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김 위원장은 오후 6시경 영장심사를 마치고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로 이동해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대기했다. 법원은 심사 시작 약 11시간 만인 23일 오전 1시 10분경 영장을 발부했고, 구치소에서 대기 중이던 김 위원장은 곧바로 구속됐다.법조계에선 지난해 2월 시작된 카카오 주가 조작 관련 수사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카카오가 에스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에스엠 주식을 단기간에 대량 매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주식 대량 매입 계획을 미리 보고받고 승인도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 카카오, 창사 이래 최대 위기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카카오는 2006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국내 대표적인 정보기술(IT) 플랫폼인 이른바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플러스, 쿠팡, 배달의민족)’ 중 창업주가 구속된 것은 카카오가 처음이다.카카오는 충격에 휩싸인 분위기다. 김 위원장 본인이 혐의를 적극 부인해 왔고 최근에는 임원들을 모아 본인의 결백을 주장하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대기업 창업주인 만큼 도주의 우려가 없는데도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카카오와 공모해 에스엠 주식의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를 받는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가 22일 보석으로 풀려난 것과도 모순된다”고 주장했다.카카오는 김 위원장의 결정이 필요한 신사업 투자 및 경영 쇄신 등의 작업도 차질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회사 안팎에선 지난해 12월부터 고강도 쇄신을 주도해온 김 위원장의 부재 탓에 계열사별 개선안 마련과 자회사 매각 작업도 멈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신사업 발굴, 지배구조 개편 등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도 차질이 예상된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VX , 카카오게임즈, 카카오페이, 에스엠엔터 등 자회사 매각 여부를 검토 중이다.인공지능(AI) 신사업 분야에서도 차질이 예상된다. 지난해 상반기(1~6월) 선보일 예정이던 카카오의 한국어 특화 대규모언어모델 코GPT는 1년 넘게 공개가 미뤄지고 있다. 네이버가 지난해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를 검색 등에 도입하며 속도를 내는 것과 대조적이다.향후 김 위원장이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거나, 양벌규정에 따라 카카오 법인에 벌금형이 내려지면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라 카카오뱅크 1대 주주 지위를 내려놔야 할 수도 있다. 한 카카오 임원은 “카카오의 혁신이 위축될까 우려스럽다”며 “사법 리스크에 발이 묶여 조직 문화가 보수적으로 변하면 제2의 카카오톡은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27년간 진행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하차한 최화정은 두 번째 주방으로 유튜브를 택했다. 영상 속 최화정은 빨간 립스틱을 바른 채 국수를 말아 먹는다. 화사한 스트라이프 셔츠 차림으로 묵은지를 볶는다. 이 채널은 방송인 홍진경을 ‘공부왕찐천재’로 리브랜딩한 유튜브 PD의 두 번째 히트작이다. 전작은 연출 역량이 두드러진다면, 이번엔 출연자를 있는 그대로 비추는 데 집중한다. 여기선 최화정이 낭랑한 목소리로 생활 팁을 듬성듬성 알려주고 무언가 발랄하게 먹는 것이 전부다. 여름 입맛이 돌게끔 하는 것 말고 달리 특별한 ‘와우 포인트’는 없다. 유명 게스트도, 카타르시스 있는 무한도전 스타일의 실소 유발 자막도 넣지 않는다. 요리와 음식 영상을 보여주지만, 본격 요리 채널이라고도 할 수 없다. 어느 날은 수십 년 다닌 콩국수 집에 가서 디저트로 비빔국수를 먹을 뿐이다. 있는 그대로의 최화정. ‘안녕하세요 최화정이에요’라는 채널명이 곧 채널의 정체성 그 자체다. 영상은 올라올 때마다 조회수 100만 회를 매번 넘기면서 화제가 된다. 요즘 같지 않게 조미료 치지 않은 영상에도 사람들이 몰리는 건 그녀의 ‘다정한 지능’ 덕분이다. 최화정은 음식에도 ‘익스큐즈 미’ 하는 해맑은 예의를 지녔다. ‘애기’ 제작진에겐 어미새처럼 “일단 먹고 보라”며 손수 만든 음식을 권하고 본다. 어깨 펴고 미소 지으면 못 할 일이 없다고 말한다.이처럼 유쾌의 지속가능성을 조리하는 60대 소녀에게 대중은 고마워하고 있다. 한 구독자는 “옛날부터 봐오던 분이 여전히 그대로여서 그게 좋았다. 나이 드는 게 자꾸 싫어져서 우울했는데 덕분에 힘내본다”는 댓글을 달았다. 이런 댓글들은 자연스레 이 채널을 완성하는 ‘킥’(요리에서 결정적 한 수)이 된다. 댓글을 다는 이들은 모두 그녀의 온화함에 이끌려온 사람들이다. 댓글 창엔 최화정의 식기들만큼이나 알록달록한 각자 삶의 그릇들이 모여든다. 어디에도 하소연할 길 없던 사람들이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이처럼 다정한 공간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캔디’로 불리는 구독자들은 감상을 넘어 다짐에 가까운 말을 남긴다. 그녀처럼 다정하고, 행복해지겠다는 약속을 하고 간다. “부모님 병간호에 지쳐서 입맛도 없었는데 이제 화정님 레시피 따라 하느라 바빠질 것 같아요.” “우울증이 있지만 언니처럼 행복해져 보려고요. 언니가 먹는 제품들 다 따라 사고 싶어요.”나는 여기 어떤 약속을 남길 수 있을까. 댓글 창 화면을 앞에 두고 생각했다. 약속이라기보다 하소연 같은 말을 끄적여봤다. 다행히 화정적 공간에서는 이런 횡설수설도 다 용인된다. “기자가 된 뒤로 ‘사람이 건조하게 변했다’는 말을 들어요. 이렇게 나이 들어가는 건 달갑지 않지만, 여름이 가기 전에 언니의 오이 김밥은 만들어보고 싶네요.”사람들이 조미료 없이 해맑고, 순수한 다정함에 이토록 매료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본다. 닳아가는 미각에 대한 체념 대신 최화정을 ‘손민수’(다른 사람의 취향을 모방하는 것)하며 다시 맛깔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는 아닐까. 사람들은 지금 그녀의 주방이 먹여주는 작은 용기를 한술 뜬다. [소소칼럼]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나 소소한 취향을 이야기하는 가벼운 글입니다. 소박하고 다정한 감정이 우리에게서 소실되지 않도록, 마음이 끌리는 작은 일을 기억하면서 기자들이 돌아가며 씁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인촌(仁村) 김성수 선생(1891∼1955)은 헌법 골격을 세우면서 대화와 통합의 정신을 실천하셨습니다. 그게 바로 우리 사회가 여기까지 번영한 데에 기틀이 됐습니다.” 17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계동 인촌 선생 고택.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는 헌법 제정 과정에서 인촌의 역할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제헌절 76주년인 이날 인촌사랑방 및 동우회 회원 30여 명은 이곳에 모여 1945년 광복 이후 건국에 핵심적 역할을 했던 인촌 선생을 기렸다. 박 전 지사는 “인촌 선생은 ‘다른 사람은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 그럼에도 최선의 길을 가자’는 자유민주주의 지론을 실천하셨다”며 “선생이 강조한 민족, 민주주의, 문화 등 세 가지 가치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진강 인촌기념회 이사장은 “‘농지는 농민에게 분배한다’는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 제헌헌법에 포함될 수 있었던 것도 대지주였던 인촌 선생이 자신의 농지를 농민들에게 나눠준 통합 정신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인촌 선생의 통합 노력은 후대에 실질적인 결실로 이어지기도 했다. 1987년 열린 ‘인촌상 제정 및 1회 수상자 축하연’에서는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등 이른바 ‘3김(金)’이 1980년 ‘서울의 봄’ 이후 7년 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행사에는 최영대 인촌사랑방 회장, 조강환 위암장지연선생기념사업회장, 정운천 전 국회의원 등이 참여했다. 거동이 불편해 행사에는 참석하지 못한 ‘104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한 세기 동안 가장 존경받을 만한 뜻과 업적을 남긴 이들 중 으뜸 되는 분이 바로 인촌 선생”이라며 기고문을 전해왔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10일 폭우로 1명이 숨진 충남 금산군 진산면 지방리 주민들은 여전히 사고 당시의 참상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지방리 이장 송미숙 씨는 “비만 내리면 또 사고가 날까 너무 두렵다”고 16일 기자에게 말했다. 당시 폭우로 무너진 산이 주택을 덮쳐 60대 여성이 매몰돼 숨졌다. 송 씨는 “사고 지점은 원래도 비가 내리면 주민들이 산사태를 걱정하던 곳”이라며 “최근에는 외부인들이 투자 목적으로 난개발까지 일삼고 있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평소 산사태를 걱정해왔고 결국 우려대로 사망 사고까지 벌어졌지만, 동아일보 취재 결과 이 지역은 정부가 지정, 관리하는 ‘산사태 취약지역’에서 제외돼 있었다. 산사태 취약지역이란, 산사태 등으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우려되는 곳을 별도로 지정해 현장 점검이나 보수 공사 등 예방 조치를 하는 것이다. 산림청은 3년 전 지방리 일대를 점검했을 때 ‘동네 야산’ 정도로 간주하고 “산사태 위험 대상이 아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산림청 관계자는 본보에 “사고가 발생한 곳은 200m 높이의 동네 야산 수준이라 강원이나 경북처럼 산사태 위험이 있다고 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매년 벌어지는 산사태 인명 피해의 대부분은 정부가 지정한 산사태 취약지역이 아닌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산사태 전문가인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금의 산사태 취약지역은 산 상부에 초점을 둬 만들었지만 실제로 산사태 피해는 인위적 개발이 벌어졌던 산 하부에 집중됐다”며 “도로, 건물, 태양광발전단지 등 공사가 있었던 산 주변 지역까지 감안해 위험 등급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사태 93%가 취약지역 밖… “위험지도 새로 그려야”5년간 산사태 9668건 중 8977건산림청 “국토 63% 산림, 관리 한계”“난개발 조사 등 대책 시급” 목소리충남 금산군 진산면 지방리 주민들이 전한 10일 산사태 당시 현장은 참혹했다. 쏟아진 폭우가 산에 스며들어 지반이 약해졌고 결국 산이 무너졌다. 밀려온 토사는 사람이 사는 주택을 덮쳤다. 길이 3m가량 될 법한 나무들이 뿌리째 뽑혀 뒹굴었다. 한 주민은 “지방리 일대 산림이 마구잡이로 개발돼 여기저기 산을 깎는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산사태 걱정에 불안한 여름을 보내는 중”이라고 16일 동아일보 취재팀에 말했다. 최근 5년간 벌어진 산사태 피해의 93%는 ‘산사태 취약지역’이 아닌 곳에서 발생했다. 정부의 산사태 관리 정책이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더 이상의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제도와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산사태 93%, 취약지역 밖에서 발생 산림청은 산사태로 인해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을 산림보호법에 따라 ‘산사태 취약 지역’으로 지정·고시한다. 지정 절차를 보면 우선 해당 지역에 대한 기초 조사를 하고, 관할 지방청 및 지방자치단체가 현장 실태조사를 거친다. 산사태 위험등급, 지형, 사람이 사는 인가 규모, 공공시설, 낙석 및 붕괴 여부, 지반, 심어진 나무 종류, 토양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이 제도는 2011년 16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친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 참사 이후 마련됐다. 산림청은 매년 관리 대상을 넓혀 지난해 기준 총 2만8988곳을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관리하고 있다. 취약지역으로 지정되면 산사태 예방 사업 우선 시행, 연 2회 이상 현지 점검, 대피소 지정, 거주민 대상 산사태 예방 교육 등의 혜택이나 지원을 받는다. 문제는 대부분의 산사태 피해와 사상자가 산사태 취약지역이 아닌 곳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산림청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2022년 5년간 발생한 산사태 총 피해건수 9668건 중 93%(8977건)가 산사태 취약지역이 아닌 곳에서 일어났다. 특히 지난해엔 취약지역이 아닌 곳에서 인명 피해가 집중됐다. 지난해 산사태로 5명이 숨졌던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2명이 숨진 예천군 감천면 벌방1리도 취약지역이 아니었다. 총 2명이 숨진 영주시 장수면 갈산리, 각각 2명이 사망한 봉화군 춘양면 학산리와 서동리 모두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이었다. 이에 대해 산림청 관계자는 “산림당국에서 관리하는 전국 산림 47만여 개를 모두 취약지역으로 지정해서 관리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진산면처럼 마을 주민들은 이미 산사태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고 있었는데도 취약지역으로 지정되지 않고, 결국 인명 피해가 발생한 곳들을 감안하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사태 취약지역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최근 이상기후와 잦아지는 폭우 및 극한 호우, 산림 난개발 등으로 산사태 위험성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 진산면 역시 사고 당일 오전 3시간 동안 약 170mm의 ‘물 폭탄’이 쏟아졌다. 산림청 측은 “한국은 전체 국토의 63%가 산림이다. 폭우가 지속되면 대부분의 지역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며 “모든 곳을 관리하기엔 인력, 예산 등의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산사태는 비가 왔다고 한두 시간 내에 발생하는 게 아니라서 예측 가능하다”고 말했다. 얼마든 인명 피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산사태 취약지역 선정이 지반, 토양 등 산사태가 발생하는 자연적 요소에만 집중되다 보니 공사 등으로 인한 산 하부의 변화는 간과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실제로 산이 무너진 곳과 산사태 취약 지역이 다르다. 새로운 위험지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금산=이정훈 기자 jh89@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구독자가 1000만 명에 이르는 ‘먹방’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이 전 남자친구에게 4년간 폭행 등을 당한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유튜브 생태계를 극단적으로 오염시키는 이른바 ‘사이버 렉카’를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이버 렉카란 교통사고 현장에 앞다퉈 몰려드는 레커차(‘렉카’)처럼 가십거리에 몰려들어 폭로전을 일삼는 유튜버를 뜻한다. 전문가들은 유튜브의 자정 기능이 한계를 보이고 있는 만큼, 사이버 렉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거나 수익을 공개하는 등의 ‘유튜버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쯔양 소속사가 용돈도 많이 챙겨줘” 12일엔 쯔양이 전 남자친구 이모 씨에게 폭행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녹취가 공개됐다. 쯔양 측이 공개한 녹취에 따르면 쯔양이 폭행을 당하는 듯 비명을 지르자 이 씨는 “이런 ×××아. 이러지 말랬지. 야, 이리와”라며 욕설을 했다. 쯔양이 “살려주세요. 잘못했어”라고 하자 이 씨는 “죽여버리기 전에 앉아”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유튜버들은 폭로전을 계속 이어갔다.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쯔양을 협박해 돈을 갈취한 의혹을 받고 있는 유튜버 ‘카라큘라’(본명 이세욱)와 ‘구제역’(본명 이준희)의 대화 내용을 11일 밤 추가로 폭로했다. 녹취에 따르면 구제역이 “월요일에 또 쯔양 소속사 이사님들 만나기로 했다”고 하자 카라큘라는 “거기 왜 뭐 가면 거기 뭐 좀 줘?”라고 물었다. 이에 구제역이 “주죠, 형님. 맛있는 것 많이 사주고 용돈도 많이 챙겨줘요”라고 했다. 유튜버로 활동 중인 이근 전 해군 대위도 가세해 “구제역은 저의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대서 (제가) 그 핸드폰을 박살 낸 적이 있다”며 “그 핸드폰을 (수리) 맡기다가 녹음파일들이 유출되어 (쯔양 사건이) 세상에 공개가 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카라큘라는 “부정한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구제역은 12일 “쯔양님의 과거를 지켜주는 업무의 대가로 받은 금원이었지만 현재 저는 해당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쯔양님께 받은 금원 전액은 빠른 시일 내에 돌려드리도록 하겠다”고 쯔양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협박 의혹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상당하고, 검찰이 사건을 배당한 만큼 수사를 통해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난타전 속 피해자는 나 몰라라 문제는 유튜버들의 폭로와 난타전 속에 정작 피해자가 공개를 원치 않은 사생활 등이 알려지고 2차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쯔양 역시 “이 일이 알려지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도 원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가세연의 폭로로 어쩔 수 없이 공개했다. 현재 가세연과 카라큘라가 올린 영상의 조회수는 100만 회를 넘은 상황이다. 최근에는 ‘사적 제재’에 나선 유튜버들도 여럿 등장했다. 유튜버 ‘나락보관소’는 2004년 경남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조회수가 폭발했다. 그러나 한국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와 사전 협의가 없었다”며 “피해자의 ‘일상에서 평온할 권리’를 지켜 달라”고 밝혔다. 피해자의 동의를 얻었다는 설명이 허위였던 것이다. 신상 공개 유튜브를 운영하는 엄모 씨(30)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2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이른바 ‘롤스로이스 남성’ 신모 씨(29)의 선배를 협박해 3억 원을 받아낸 혐의로 올 5월 구속 기소됐다. 엄 씨는 신 씨와의 친분 등을 유튜브에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며 돈을 뜯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익명 유튜버의 경우 피해자가 법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아이돌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 씨(20)는 허위 사실로 자신을 비방해 온 유튜브 ‘탈덕수용소’를 운영한 박모 씨(35)에게 소송을 내 1억 원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구글이 유튜버 신원을 공개하지 않아 미국 법원에서 신상 공개 명령을 받아내야 했다. 전문가들은 유튜버들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진 만큼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명백히 위법하고 도덕에 반하는 경우에 수익 창출 중지를 포함해 수익이 어떻게 났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의 ‘유튜브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콘텐츠 질이 현저히 나쁘다면 일정 기간 채널 비공개나 수익 중지를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운전 중 갑작스러운 급발진 의심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운전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동아일보는 자동차학과 교수, 교통 관련 연구원,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등 전문가 4인에게 대처법을 물어봤다. 이들은 ‘양발로 브레이크 밟기’를 정석으로 꼽았다. ● “양발로 브레이크를 힘껏 밟아야” ‘급’발진은 말 그대로 운전자가 의도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차량 엔진 출력이 높아지며 가속이 시작되는 현상이다. 전조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급발진 직전에 비정상적인 변화가 감지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아직까지 급발진 전조 증상이라고 확실히 규명된 것은 없지만 전문가들은 “차가 평소와 달리 이상하다면 선제적으로 의심해 보라”고 했다. 가속 페달을 일정하게 밟는데 엔진 RPM(엔진 분당 회전수)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등 이상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급발진 징조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엔진에 원료를 공급하는 장치에 이상이 생겼을 수 있다. 이는 급발진을 부르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시동을 건 뒤 평소처럼 ‘부르릉’ 소리가 아니라 굉음이 나면 역시 급발진 가능성을 의심해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어떤 경우라도 브레이크를 정확히만 밟으면 차는 멈춘다”고 했다. 브레이크를 두 발로 최대한 힘껏 밟는 게 모범 답안이다. 가속 페달을 밟은 건 아닌지 여부를 착각할 여지를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가속 페달이 바닥 매트에 낀 경우, 브레이크 아래 음료수 캔이 끼어 있었던 경우, 엔진오일 역류로 출력이 갑자기 높아지는 경우 등 여러 가지 상황이 있다”며 “어떤 때든 브레이크를 두 발로 밟으면 제동력은 낮더라도 무조건 정차한다”고 했다.● “전방에 빈 승용차 보이면 트렁크 추돌해라” 브레이크가 먹통이라면 차량이 더 가속되기 전에 최대한 전방을 살펴서 크고 넓은 면적의 찌그러질 만한 물체를 들이받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안에 사람이 타고 있지 않은 주차 차량의 후면을 박는 게 최선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대형 트럭이나 트레일러처럼 내 차보다 강하거나, 추돌할 경우 오히려 큰 피해가 벌어질 만한 차량은 피해야 한다. 정경일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정차시키는 게 안 될 때는 트렁크가 있는 승용차에 들이받는 게 낫다”며 “트렁크 공간이 찌그러지면서 완충 작용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면적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 교수는 “가로등을 들이받으면 에어백 센서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어 위험하다”고 했다. 장효석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운전자가 받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측면 공략’을 조언했다. 장 연구원은 “도로 연석을 긁으면서 차량 바퀴에 제동을 가해 주는 게 우선”이라며 “여의치 않으면 가드레일, 건물 가벽이라도 정면 아닌 측면으로 긁는 식으로 박아야 한다”고 했다.● 페달 브레이크 영상 있으면 유리 이런 대처법마저 떠올릴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일 때는 아예 페달을 밟지 않는 방법도 있다. 자동차급발진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급발진 시엔 아무리 운전 베테랑일지라도 머리가 하얘진다”며 차라리 어떤 페달도 밟지 않을 것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밟았는데도 안 들으니 ‘잘못 밟았다’고 생각해 순간적으로 반대로 발을 옮겨 가속 페달을 밟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아예 아무것도 밟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운전자의 페달 조작 장면을 녹화하는 ‘페달 블랙박스’ 장착을 권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김 교수는 “수 초 만에 끝나는 급발진 사고는 운전자가 내놓을 증거가 거의 없다”며 “페달을 찍는 영상이 있으면 결백을 입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교수는 “사고 진위 규명만을 위해 비싼 페달 블랙박스를 사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며 “저렴한 후방카메라를 발밑에 달면 충분하다”고도 했다. 정 변호사는 보험 가입도 추천했다. 정 변호사는 “자차(자기차량 손해)보험, 자동차상해보험 등은 급발진 등 모든 상황을 망라해 본인 과실이라도 보상받을 수 있으니 대비가 된다”고 했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급발진’ 인정 확정판결 0건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 가해 운전자가 차량 결함에 따른 급발진을 주장하면서 급발진의 실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5년간 내려진 급발진 의심 사고 판결문을 분석하고, 급발진 의심 상황에 직면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아봤다.9명의 희생자를 낸 1일 서울 시청역 인근 역주행 참사의 원인을 경찰이 수사 중인 가운데 가해 차량 운전자가 주장한 “급발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과거에 있었던 국내 급발진 의심 사고 사례들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급발진으로 의심을 받았던 교통사고는 최소 20건 가까이 있었지만, 대법원이 급발진으로 확정판결한 사건은 하나도 없다. 급발진은 도대체 왜 일어나고, 왜 발생 여부를 입증하기 어려울까. 동아일보는 최근 5년 새 국내 급발진 의심 사고 판결문을 전수 분석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봤다.》● 2018년 BMW 부부 사망, 2심서 제조사 패소 급발진 의심 사건이 법정으로 넘어왔을 때 대법원이 차량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이라고 확정 판결을 내린 사건은 아직 없다. 특히 운전자가 차량 제조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걸었을 때에는 차량에 결함이 있는지, 급발진이 맞는지를 운전자가 입증해야 한다. 차량 설계 및 성능 정보를 모두 가지고 있는 제조사와, 차량 구조에 대해 비전문가인 운전자가 맞붙으면 운전자가 불리하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하급심에서는 운전자 손을 들어준 민사 판결이 한 건 있었다. 2018년 5월 충남 논산시 방면 호남고속도로에서 60대 운전자 부부가 BMW를 몰고 가다가 도로에 설치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숨졌다. 이들의 자녀는 제조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는데 2020년 11월 2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12부가 1심 판결을 뒤집고 차량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을 인정했다. 제조사의 책임을 인정한 것. 다만 제조사는 곧바로 상고했고 현재 대법원의 판단을 남겨 두고 있다. 2심 재판부는 사고 차량이 300m가량을 비상등을 깜빡이며 갓길을 고속 주행하는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점, 운전자에게 과속 습관이나 과태료 처분 전력이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급발진이라고 판단했다. 제조사는 “브레이크등이 들어오지 않은 것에 비춰 볼 때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밟아 사고가 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차량 엔진에 결함이 있을 경우 브레이크가 딱딱해질 가능성 등이 있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으려는 시도를 안 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엄밀히 말하면 급발진이 직접적으로 인정된 것은 아니다”라는 분석도 나온다. 운전자에게 잘못이 없으니 차량에 결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 것이라는 취지다.● 5년 동안 3건은 운전자 ‘무죄’ 확정 민사가 아닌 형사재판에서는 급발진 의심 사례에서 운전자 손을 들어준 경우가 종종 있었다. 형사재판에서 운전자에게 죄가 있느냐 없느냐는 검사가 입증을 해야 한다. 급발진 때문이 아니라 운전자가 위험하게 운전해서, 혹은 운전 중 착각이나 실수를 해서 사고가 났다는 것을 검사가 입증하지 못하면 운전자는 무죄로 결론 날 때가 많다. 운전자가 사고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했을 경우 무죄가 나온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이 같은 판결이 차량 급발진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차량 급발진 때문에 사망 교통사고를 냈다”고 주장한 50대 운전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지난해 6월 대전지법 판결이다. 2020년 12월 서울 성북구 고려대 캠퍼스에서 지하주차장을 나온 50대 운전자의 그랜저가 갑자기 캠퍼스를 질주해 60대 경비원을 치어 숨지게 했다. 당시 그랜저는 주차장을 빠져나온 직후에 시속 10km로 천천히 우회전하다 갑자기 13초간 급가속하면서 시속 68km로 달려 피해자를 쳤다. 그랜저는 보호난간과 충돌한 뒤에야 멈춰 섰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피하기 위해 방향을 틀고 달리는 중 여러 차례 브레이크등이 켜진 점으로 볼 때 차량 결함을 의심하기 충분하다”고 했다. 이 사건은 아직 항소심이 진행 중이지만, 운전자가 차량을 세우려는 노력을 했다는 점이 재판에서 인정돼 무죄가 확정된 형사판결은 최근 5년간 3건 있었다. 2022년 11월에는 제주지법이 차량 2대를 들이받은 제네시스 운전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첫 충돌 직전 블랙박스에 담긴 운전자의 음성이 “어우”, “어 뭐야” 등인 것을 감안하면 운전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차량이 움직이고 있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운전자는 역주행하면서도 맞은편에서 오는 차량을 피해 연석에 최대한 차를 붙여 운전했고, 속도를 줄이려 일부러 연석에 충돌했다. 이어 신호등 기둥을 향해 운전대를 조작해 3차 충돌을 일으킨 후 차량을 세웠다. 재판부는 “20초 넘게 조향장치는 제대로 작동시키면서 제동장치 조작을 못 했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차량이 운전자의 의도와는 완전히 다르게 움직였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2022년 1월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추돌 사고로 1명을 숨지게 한 그랜저 운전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고 지점으로부터 약 140∼170m 전방부터 브레이크등이 켜진 영상을 확인하곤, 이는 운전자가 차량을 멈추려고 노력한 증거라고 봤다. 또 사고 지점에 오기 전까지 비정상적인 운행을 하지 않았다는 점 등도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2020년 3월 의정부지법은 그랜저가 편의점 건물로 돌진해 여성을 숨지게 한 사고에 무죄를 선고했다. 운전자는 “차량 속도가 갑자기 빨라지면서 브레이크 페달이 밟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운행 도중 브레이크등도 들어오지 않았다. 무죄 판단의 주된 근거는 블랙박스 음성이었다. 재판부는 “‘미쳤어, 이 차가 미쳤어’라는 육성이 녹음돼 있어 (운전자 진술의) 신빙성을 강하게 지지해 준다”고 판단했다.● 대부분은 운전자 과실로 인정 하지만 그 외 대부분의 급발진 의심 사건들에서는 운전자에게 유죄가 내려졌다. 최근 5년간 급발진 의심 형사사건 총 17건 중 14건이 운전자의 유죄를 확정했다. 사고 당시 운전자가 제동장치를 제대로 밟지 않았다는 게 재판부의 공통된 판단이었다. 지난해 10월 청주지법 충주지원은 교통사고로 2명이 숨진 사건에서 운전자의 급발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금고 4년을 선고했다. 사고 전까지는 가해 차량의 브레이크가 정상적으로 작동했고, 사고 지점에 이르기까지 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았다는 게 판단 근거였다. 사고기록장치(EDR) 데이터도 법원 판단의 주요 근거가 된다. EDR은 차량에 장착된 기록 장치로 사고 직전 5초간 가속페달, 브레이크 등의 작동 상황을 기록한다. 지난해 1월 부산지법은 교차로에서 4명을 치어 중상을 입힌 벤츠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았는데도 차량이 더 빨리 진행하는 오작동을 일으켰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EDR에 브레이크를 밟은 기록이 없고 브레이크등도 들어오지 않았다며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구독자 1000만 명에 이르는 ‘먹방’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이 전 남자친구에게 4년 간 폭행을 등을 당한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유튜브 생태계를 극단적으로 오염시키는 이른바 ‘사이버 렉카’를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이버 렉카란 교통사고 현장에 앞다퉈 몰려드는 ‘렉카’(견인차)처럼 가십거리에 몰려들어 폭로전을 일삼는 유튜버를 뜻한다. 전문가들은 유튜브의 자정 기능이 한계를 보이고 있는 만큼, 사이버렉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거나 수익을 공개하는 등의 ‘유튜버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쯔양 소속사가 용돈도 많이 챙겨줘”쯔양 사건을 두고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 유튜버들은 폭로전을 계속 이어갔다.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쯔양을 협박해 돈을 갈취한 의혹을 받고 있는 유튜버 ‘카라큘라’(본명 이세욱)와 ‘구제역’(본명 이준희)의 대화 내용을 11일 밤 추가로 폭로했다.녹취에 따르면 구제역이 “월요일에 또 쯔양 소속사 이사님들 만나기로 했다”고 하자 카라큘라는 “거기 왜 뭐 가면 거기 뭐 좀 줘?”라고 물었다. 이에 구제역이 “주죠 형님. 맛있는 것 많이 사주고 용돈도 많이 챙겨줘요”라고 했다. 유튜버로 활동 중인 이근 전 해군 대위도 가세해 “구제역은 저의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대서 (제가) 그 핸드폰을 박살 낸 적이 있다”며 “그 핸드폰을 (수리) 맡기다가 녹음파일들이 유출되어 (쯔양 사건이) 세상에 공개가 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가세연의 계속된 폭로에도 카라큘라는 “쯔양으로부터 부정한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구제역은 12일 오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쯔양님께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쯔양님의 과거를 지켜주는 업무의 대가로 받은 금원이었지만 현재 저는 해당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쯔양님께 받은 금원 전액은 빠른 시일내에 돌려드리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돈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업무의 대가’라며 협박 의혹은 부인한 것이다. 하지만 협박 의혹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상당하고, 검찰이 사건을 배당한 만큼 수사로 진실을 가려야 할 상황이 됐다.● 난타전 속 피해자는 나몰라라문제는 유튜버들의 폭로와 난타전 속에 정작 피해자가 공개를 원치 않은 사생활 등이 알려지고 2차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쯔양 역시 “이 일이 알려지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도 원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가세연의 폭로로 어쩔 수 없이 공개했다. 현재 가세연과 카라큘라가 올린 영상의 조회수는 100만을 넘은 상황이다.최근에는 ‘사적 제재’에 나선 유튜버들도 여럿 등장했다. 유튜버 ‘나락보관소’는 2004년 경남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조회수가 폭발했다. 그러나 한국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와 사전 협의가 없었다”며 “피해자의 ‘일상에서 평온할 권리’를 지켜달라”고 밝혔다. 피해자 동의를 얻었다는 설명이 허위였던 것이다.신상공개 유튜브를 운영하는 엄모 씨(30)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2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이른바 ‘롤스로이스 남성’ 신모 씨(29)의 선배를 협박해 3억 원을 받아낸 혐의로 올 5월 구속기소됐다. 엄 씨는 신 씨와의 친분 등을 유튜브에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며 돈을 뜯어낸 것으로 조사됐다.익명 유튜버의 경우 피해자가 법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아이돌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 씨(20)는 허위 사실로 자신을 비방해온 유튜브 ‘탈덕수용소’를 운영한 박모 씨(35)에게 소송을 내 1억 원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구글이 유튜버 신원을 공개하지 않아 미국 법원에서 신상 공개 명령을 받아내야 했다.전문가들은 유튜버들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진 만큼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명백히 위법하고 도덕에 반하는 경우에 수익 창출 중지를 포함해 수익이 어떻게 났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의 ‘유튜브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콘텐츠 질이 현저히 나쁘다면 일정 기간 채널 비공개나 수익 중지를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시세조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9일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해당 의혹이 불거진 후 검찰이 김 센터장을 부르는 것은 처음이다.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장대규)는 9일 김 센터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김 센터장 등 카카오 주요 경영진은 지난해 2월 카카오가 에스엠 인수를 두고 경쟁하던 하이브의 에스엠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약 2400억 원을 투입해 에스엠 주가를 하이브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높인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고 있다. 김 센터장은 불법 시세 조종을 지시하거나 최소한 이를 보고 받았다는 혐의를 받는다. 당시 카카오는 에스엠 지분을 100만 주 넘게 사들였고,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원아시아)도 800억 원대의 에스엠 지분을 인수했다. 카카오는 원아시아와 함께 에스엠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사실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아 공시 의무를 어긴 혐의도 받는다. 하이브는 당시 주당 12만 원에 에스엠 주식을 공개 매수하려 했지만 주가가 12만 원 이상으로 뛰자 실패했다. 당시 에스엠 주가가 12만7600원까지 오르며 하이브는 결국 인수를 포기해야 했다. 하이브의 공개매수 실패 직후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에스엠 주식을 대량 확보해 최대 주주에 올랐다.앞서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은 지난해 11월 김 센터장,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등 당시 카카오 최고 경영진들을 검찰에 넘겼다. 이후 검찰이 같은 달 카카오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가장 먼저 송치돼 그 다음달 구속기소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재판을 받고 있다.검찰은 최근 김 센터장의 최측근인 황태선 카카오 CA 협의체 총괄대표를 조사하기도 한 걸로 알려졌다. 5일 검찰은 김 센터장 조사 계획과 관련해 “공보 규정에 따라 사건관계인이 원하는 경우에는 비공개소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 원인을 수사 중인 경찰이 “사고 현장에 가해 차량의 스키드 마크가 없었다”고 3일 브리핑에서 밝혔다. 스키드 마크란 차량이 달리다가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갑자기 멈춘 타이어가 지면과 마찰하며 생기는 자국이다. 이날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브리핑 등을 통해 “(가해 차량이 정차한) 최후 사고 지점 주변에 스키드 마크는 없었다”며 “부동액이나 엔진오일, 냉각수가 흐르면 나오는 유류물 흔적만 남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기본적으로 제동 장치가 걸려야 스키드 마크가 생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해 차량은 1일 밤 사고 당시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로 역주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제동 장치들이 작동하면 스키드 마크가 생기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다”며 “가해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 자료를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공신력 있는 기관에 분석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가해 차량이 과속한 시점을 “영상으로 확인했을 때 호텔 지하 1층 주차장을 나오면 출입구 쪽에 약간의 턱이 있다. 그 턱에서부터 가속이 된 걸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가해 차량 운전자 차모 씨(68)의 아내 김모 씨는 3일 기자를 만나 “사고 직전 차가 갑자기 빨라지는 것을 느끼고 남편에게 ‘아!’ 소리를 지르면서 ‘천천히 가, 왜 이렇게 빨리 가?’라고 외쳤다”고 말했다. 이후 남편이 치료 중인 병원에서 김 씨가 “왜 역주행을 했냐”고 묻자 차 씨는 “(브레이크를) 밟을수록 더 가속이 돼서”라고 답했다고 했다. 김 씨는 “남편 고향도 서울, 직장도 서울이었다. 사고 현장도 초행길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전날(2일) 진행된 참고인 조사에서 “(사고 당시)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씨는 현재 갈비뼈가 부러지고 폐에 구멍이 뚫린 상태로 치료를 받고 있어 직접 경찰 조사를 받기 어려운 상태다. 경찰은 피의자 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3일 오전 차 씨가 입원한 병원의 담당 의사와 면담하고 소견을 듣는 등 차 씨의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가해 차량이 들이받은 BMW와 쏘나타의 블랙박스도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의뢰하고, 운전자들을 참고인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화성=최원영 기자 o0@donga.com}
1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역주행 참사를 낸 가해 운전자 차모 씨(68)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사고 당시 차량에 동승했던 아내 김모 씨(65)는 3일 경기 화성시의 자택에서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사고 전후 상황을 털어놨다.김 씨는 사고 당일 부부가 탄 차량의 속도가 갑자기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김 씨는 “그래서 내가 아! 소리를 지르면서 남편한테 천천히 가라, 왜 이렇게 빨리 가냐고 외쳤다”고 말했다.사고 이후 갈비뼈가 골절된 차 씨가 병원으로 옮겨진 뒤에도 부부는 대화를 나눴다.김 씨는 병원에서 남편에게 “왜 그렇게 역주행을 했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에 차 씨는 “(브레이크를) 밟을수록 더 가속이 돼서”라고 답했다고 한다. 브레이크를 밟을수록 차가 더 빨라졌다는 주장이다. 자동차급발진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다만 급발진 시엔 브레이크를 밟아도 먹통이 될 순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그래서 운전 베테랑들은 급발진이 의심될 때 일부러 가속페달, 브레이크페달 둘 다 안 밟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가해 차량의 블랙박스를 확보한 경찰은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블랙박스 음성 기록에는 차 씨 부부가 ‘어, 어’라고 외치는 목소리만 담겼다. 이에 대해 김 씨는 “(대화가) 녹음이 안 됐나 보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남편의 고향도 서울, 직장도 서울이었다”며 “서울 지리는 꿰고 있었고 사고 현장도 초행길이 아니고 많이 오가는 곳이었다”고 했다. 이어 “제네시스G80은 명의는 내 것이지만 남편과 함께 썼다”며 “남편은 그 차를 자주 몰아 익숙했다”고도 했다. 김 씨는 “사고 경위를 밝히기 위해 당시 가족 행사를 마치고 호텔에서 나올 때 주변에 있었던 친인척들의 차량 블랙박스 기록을 직접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김 씨는 “남편은 별다른 지병이 없었다”고 했다. 이번 사고의 원인 중 하나가 차 씨의 고령 때문일 것이라는 지적에 김 씨는 “고령은 다 나름이다”며 “(나이가) 똑같아도 (남편은) 육체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라고 했다. 사고 원인이 차 씨와 김 씨의 부부 싸움일수도 있다는 일각의 추측에 대해 김 씨는 “(그 이야기를) 병원에서 뉴스로 다 봤다”며 “좋은 호텔에 갔다오면서 무슨 싸울 일이 있었겠냐”고 말했다. 김 씨는 남편이 낸 사고로 시민 9명이 숨진 데 대해 “40대 자녀를 둔 부모로서 저도 너무 안타깝다”며 “나도 자식을 키우는데”라고 말했다.화성=최원영 기자 o0@donga.com}
1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역주행 참사를 낸 가해 운전자 차모 씨(68)는 사고 전날 15시간이 넘는 장시간 버스 운전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차 씨는 경기 안산시의 한 여객운송업체에서 511번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촉탁직 버스 운전사다. 2일 기자가 해당 업체에서 접촉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근무일에 이른 새벽부터 심야까지 12∼16시간 운전하고 다음 날 쉰다.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격일제다. 차 씨는 사고 전인 지난달 24, 26, 28, 30일 근무에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에서 차 씨는 사고 당시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 간이 검사에서도 음성이 나왔다. 차 씨는 1974년 운전면허를 딴 뒤 대형 화물차 기사로 10년 넘게, 서울 시내버스 운전사로 7년을 일했다. 지난해 2월 이 업체 입사 후 버스 사고 이력은 없었다. 다만 차 씨 아내 명의의 사고 차량(제네시스 G80)은 보험 처리 이력이 2018∼2021년 최소 6번 있었다. 교통사고로 차량이 파손돼 보험 처리를 하는 등의 경우 이력이 기록된다. 동료들은 “차 씨는 운전 잘하기로 알려진 사람”이라며 이번 사고를 의아해했다. 차 씨와 가깝게 지낸 한 동료는 “험악하고 경거망동하게 운전할 사람이 아닌데, 차량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성실하고 운전 스타일도 점잖다”고 했다. 다른 동료는 “건강에 특이 사항은 없었던 걸로 안다”고 전했다. 차 씨가 소속된 여객운송업체는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차 씨를 징계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운행 중 사고가 아닌 사생활 영역에서의 사고이긴 하지만 운전면허가 취소되는 결과가 나오면 당연히 해직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사고 당시 차량에 함께 탄 아내, 이후 연락을 받고 온 차 씨의 딸 등을 2일 새벽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필요하면 (참고인 조사) 추가도 할 수 있는데 현재까지 ‘언제 하겠다’ 그런 건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다. 기자가 사고 직후 2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차 씨를 만났을 때 그는 가슴에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차 씨는 부상으로 말을 하기 어려워 사고 경위를 서면으로 작성해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산=최원영 기자 o0@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