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환

이상환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구독 39

추천

안녕하세요. 이상환 기자입니다.

payback@donga.com

취재분야

2024-10-22~2024-11-21
사회일반38%
사건·범죄23%
사고13%
인사일반10%
교육7%
남북한 관계3%
육상3%
국방3%
  • 서울광장앞 역주행車에 9명 사망

    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사거리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해 최소 9명이 숨지는 등 1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현장에서 검거된 68세 남성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27분경 지하철 2호선 시청역 12번 출구 인근 교차로에서 68세 남성이 몰던 제네시스 G80 차량이 과속으로 역주행해 인도를 걸어가던 보행자 여러 명과 도로 위에 있던 차들을 잇달아 들이받았다. 소방당국은 오후 11시 30분 기준으로 사망자 9명, 중상 1명(가해 차량 운전자), 경상 3명 등 총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장에서 가해 운전자의 신병을 확보한 가운데, 가해 운전자는 ‘급발진’이 원인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은 경기 안산의 한 여객운송업체 소속 버스운전사로 알려진 가운데, 사고 직후 갈비뼈에 통증을 호소해서 병원으로 이송됐다. 한 현장 목격자는 “숭례문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운전 중에 신호를 대기하고 있었는데 오른쪽(세종대로18길 방향)에서 검은색 제네시스가 갑자기 빠른 속도로 역주행했다”며 “인도에 있는 사람 10여 명을 치고 나서도 브레이크를 안 밟은 것처럼 속도를 줄이지 않고 사거리 방향으로 내달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에 따르면 오후 9시 50분경 시청역 7번 출구 앞에서 119 구급대가 들것에 사상자들을 실어 이송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현장에서 목격된 가해 차량은 운전석과 바로 뒤 좌석이 심하게 파손된 모습이었다. 운전석에는 터진 에어백으로 추정되는 하얀색 천이 매달려 있었다. 경찰은 해당 운전자의 음주운전 및 마약 복용 여부 등을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후 10시 37분경 대변인 서면 브리핑을 통해 “피해자 구조 및 치료에 총력을 다하라”고 행정안전부 장관과 소방청장에게 긴급 지시했다. 68세 운전차량 인도 돌진… 보행신호 기다리던 시민들 덮쳐서울광장앞 교통사고 9명 사망교차로 한복판-횡단보도-차도 등피해자들 여기저기 쓰러져 아수라장목격자 “천둥소리 같은 굉음 들려”1일 오후 9시 26분경 대형 교통사고로 최소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교차로 일대는 소방차와 구급차, 인근을 통행하다가 멈춰 선 차량들로 마비됐다. 오후 9시 반경 본보 기자가 찾은 사고 현장에는 사상자 10여 명이 인도와 도로 여기저기에 쓰러져 있었다. 시청역 교차로를 지나는 횡단보도에 약 6명이 쓰러져 있었고, 교차로 한복판에는 사고 차량에 치여 튕겨나간 것으로 보이는 사상자 2, 3명이 쓰러져 있었다. 인근 도로에도 사상자 3, 4명이 쓰러져 있었다. 본보가 확보한 사고 현장 폐쇄회로(CC)TV에는 인도에서 대화를 나누거나 서 있던 시민 11명을 가해 차량이 들이받는 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또 다른 CCTV 장면에는 가해 차량이 약 50m를 역주행해 오토바이 2대를 들이받고 그 충격으로 오토바이가 인근의 가게로 날아가는 순간이 담겼다. 사고 직후 오후 10시 40분경 소방당국은 중상을 입은 가해 차량 운전자를 포함해 최소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사상자 중 남성이 12명, 여성이 1명이었다. 소방당국과 목격자 등에 따르면 사고 직후 가해 차량인 제네시스 G80 차량에서 68세 남성 A 씨와 여성 한 명이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경찰은 현장에서 가해자에게 음주 측정을 실시했으나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가해 차량에 동승했던 여성은 현장에서 본보 기자를 만나 자신이 가해자의 아내라고 밝혔다. 그는 기자에게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차가 막 여기저기 다 부딪혀서 저도 죽는 줄 알았다”며 “남편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왼쪽 갈비뼈 부근이 아프고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은 음주를 하지 않았다. 사고 직후 경찰이 바로 측정했다”며 “남편 직업이 버스 운전사라 매일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술은 한 방울도 안 마셨다”고 말했다. 또 “남편은 현역에서 은퇴한 뒤 시내버스를 운전해왔다”며 “착실한 버스 운전사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갑자기 급발진하면서 역주행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사고 직후 현장에서는 소방차와 경찰차, 응급차 등이 계속 몰려오고 구급대원들이 사상자들을 긴급히 실어 나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구급대원들은 사상자 중 쓰러져 있던 7명에 대해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한 뒤 병원으로 이송했다. 참사 현장을 눈앞에서 목격한 시민들은 충격이 가시지 않는다는 듯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사고 수습 과정을 지켜봤다. 현장 목격자 김모 씨는 “가해 차량이 갑자기 인도로 달려오며 오토바이 2대와 시민들을 덮쳤다”며 “충돌 당시 순간 천둥 소리 같은 굉음이 들렸다”고 말했다. 운전자가 고령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최근 잇달았던 노인 운전자 사고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4월 22일 경기 성남시 판교노인종합복지관 주차장에서는 90세 고령 운전자 박모 씨가 몰던 차량이 복지관을 찾은 노인 4명을 덮쳐 1명이 숨졌다. 2021년 9월에는 60대 운전자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앞의 횡단보도에서 자신이 몰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행인들을 치어 6세 여자아이 1명과 아이 엄마 등 총 6명이 다쳤다. 행정안전부는 현장상황관리관을 사고 현장에 보내 사고 수습을 지원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가용할 수 있는 인원을 총동원해 인명 구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4-07-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서울시청역 교차로 역주행車 돌진…최소 9명 사망

    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사거리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해 최소 9명이 숨지는 등 1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현장에서 검거된 68세 남성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서울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27분경 지하철 2호선 시청역 12번 출구 인근 교차로에서 68세 남성이 몰던 제네시스 G80 차량이 과속으로 역주행해 인도를 걸어가던 보행자 여러 명과 도로 위에 있던 차들을 잇달아 들이받았다. 소방당국은 오후 11시 30분 기준으로 사망자 9명, 중상 1명(가해 차량 운전자), 경상 3명 등 총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경찰은 현장에서 가해 운전자의 신병을 확보한 가운데, 가해 운전자는 ‘급발진’이 원인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은 경기 안산의 한 여객운송업체 소속 버스운전사로 알려진 가운데, 사고 직후 갈비뼈에 통증을 호소해서 병원으로 이송됐다.한 현장 목격자는 “숭례문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운전 중에 신호를 대기하고 있었는데 오른쪽(세종대로18길 방향)에서 검은색 제네시스가 갑자기 빠른 속도로 역주행했다”며 “인도에 있는 사람 10여 명을 치고 나서도 브레이크를 안 밟은 것처럼 속도를 줄이지 않고 사거리 방향으로 내달렸다”고 말했다.또 다른 목격자에 따르면 오후 9시 50분경 시청역 7번 출구 앞에서 119 구급대가 들것에 사상자들을 실어 이송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현장에서 목격된 가해 차량은 운전석과 바로 뒤 좌석이 심하게 파손된 모습이었다. 운전석에는 터진 에어백으로 추정되는 하얀색 천이 매달려 있었다. 경찰은 해당 운전자의 음주운전 및 마약 복용 여부 등을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후 10시 37분경 대변인 서면 브리핑을 통해 “피해자 구조 및 치료에 총력을 다하라”고 행정안전부 장관과 소방청장에게 긴급 지시했다.이상환 payback@donga.com·손준영·주현우 기자}

    • 2024-07-01
    • 좋아요
    • 코멘트
  • [단독] 北 해킹 공격, ‘이렇게’ 대비한다

    북한이 우리나라 공공기관을 해킹 공격할 것을 대비해 경찰이 내부망 PC 17만 대와 서버 530개에 백신 시스템을 강화하고 악성 코드 분석에 나서기로 했다. 경찰 내 해킹 침투팀과 방어팀을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하는 등 해킹 대비 훈련도 강화한다.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지난달 21일 인권위와 회의를 열고 ‘북한의 공공기관 해킹 공격 수법과 경찰의 대비 현황’을 보고했다. 최근 ‘워페어(Warfare)’란 계정명을 사용하는 인물이 법원, 검찰청, 경찰청 직원 40여 명의 개인 정보를 온라인에 유포하는 등 공공기관을 겨냥한 해킹 공격이 늘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이번 사건이 북한의 공격은 아니지만 경찰은 향후 북한발 해킹 공격이 늘어날 상황도 대비하고 있다.경찰은 인권위에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조직 ‘라자루스’의 대법원 해킹 공격 수법을 상세히 보고했다. 또 이 같은 공격을 막을 대책으로 “경찰 PC 17만 대, 서버 530개에 백신을 설치하고 정보보호시스템 로그 기록 점검 및 악성 코드를 분석하겠다”고 제시했다. 해킹을 대비해 경찰 내에서 사용하는 업무용 PC들의 보완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은 백신 설치에 총 14억 원가량의 예산을 배정할 방침이다.최근 북한의 라자루스와 김수키 등은 우리나라 공공기관을 직접 공격하는 방식 대신 해당 기관과 관련된 외부 인력과 외주업체 등을 공격하는 ‘우회 공격’ 방식을 취하고 있다. 경찰은 이를 대비해 외주업체의 보안 현황을 점검하고 관련 실태 조사를 추진하겠다고 인권위에 밝혔다. 또 “침투조와 방어조를 나누는 등 체계적으로 해킹 대비 훈련을 하겠다”는 내용도 보고됐다.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해킹 대비 훈련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실제 보고 이후 관련 시물레이션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는 관련 예산 확보의 중요성 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보고는 인권위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한 인권위 외부위원이 5월 정기회의에서 “해킹은 개인정보 보호 등 인권과도 관련된 문제”라며 관련 대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외부 인권위원들과 한 달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모여 회의를 진행하는데, 이번이 사이버 테러 관련 사안이 다뤄진 올해 첫 회의였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4-07-01
    • 좋아요
    • 코멘트
  • 노원 공공텃밭서 양귀비 230주 무더기 발견

    서울 노원구가 소유하고 민간에 임대한 공공텃밭에서 양귀비가 무더기로 재배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노원구 하계동 공공텃밭 2곳에서 마약류 품종의 양귀비 230여 주가 자라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10일 밝혔다. 마약류 품종의 양귀비 진액은 모르핀과 헤로인 등 마약의 원료로 쓰여 재배가 금지돼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달 8일 “공공텃밭에 심긴 양귀비가 관상용이 아닌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이 현장을 확인한 결과 마약류 품종 양귀비 약 200주가 자라고 있는 게 확인됐고, 바로 옆 텃밭에도 약 30주가 심겨 있었다. 이 가운데 한 곳은 인근 어린이집들이 현장 학습을 위해 공동으로 임대한 텃밭으로 알려졌다. 텃밭 임대인들은 자신들이 양귀비를 심지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양귀비가 재배된 경위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노원구 관계자는 “관할 텃밭 500여 곳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경남 의령군 둘레길을 경찰이 드론으로 순찰하던 중 양귀비 30주가 발견됐다. 경찰은 인근 60대 농민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재배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의령=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 2024-06-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회당 70만원’ 성악 과외하고 대입실기 높은 점수 준 교수

    음대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1회당 최대 70만 원을 받고 불법 성악 과외를 제공하고, 학부모와 브로커에게 명품백과 금품을 받은 현직 음대 교수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넘겨졌다. ‘음대 입시 비리’를 수사해 온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학원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방해 등 혐의로 현직 대학교수 14명과 입시 브로커 1명, 학부모 2명 등 17명을 5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교수들이 입시 브로커와 공모해 불법 성악 과외를 한 건 총 244차례로 교습비만 1억3000만 원 상당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학원법상 학교에 소속된 교원은 과외 교습을 할 수 없다. 경찰 조사 결과 적발된 교수 중에서 서울대 음대 실기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교수는 3명, 숙명여대 심사위원 참여 교수 1명, 경희대 등 2개 대학 심사위원 참여 교수는 1명이었다. 이들 교수 5명은 자신이 불법 레슨한 수험생에게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에겐 대학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가 적용됐다. 특히 숙명여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교수는 수험생 2명에게 집중 과외 교습을 하고 학부모로부터 현금과 명품 핸드백 등을 받아 청탁금지법도 위반한 것으로 조사돼 유일하게 구속 송치됐다. 입시 브로커는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서울 강남구, 서초구 음악 연습실을 대관해 총 679회에 달하는 불법 성악 과외 교습을 했다. 학생들은 1회 교습에 최대 70만 원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구속된 대학교수의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입시 브로커가 교수들에게 수험생들이 지원한 대학명과 실기고사 조 배정 순번을 알려주며 노골적으로 청탁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교수들은 발성과 목소리, 조 배정 순번 등으로 자신이 가르쳤던 수험생을 찾아내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교육부에 비리를 저지른 대학교수들은 입시 심사위원이나 국내 콩쿠르 대회 위원 자격을 제한하는 등의 행정 조치를 건의했다”고 밝혔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4-06-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회당 70만원’ 불법과외 뛰고 대입 실기서 최고점 준 교수 등 검찰 송치

    음대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1회당 최대 70만 원을 받고 불법 성악 과외를 제공하고, 학부모와 브로커에게 명품백과 금품을 받은 현직 음대 교수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넘겨졌다.‘음대 입시 비리’를 수사해 온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학원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방해 등 혐의로 현직 대학교수 14명과 입시 브로커 1명, 학부모 2명 등 17명을 5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교수들이 입시 브로커와 공모해 불법 성악 과외를 한 건 총 244차례로 교습비만 1억3000만 원 상당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학원법상 학교에 소속된 교원은 과외 교습을 할 수 없다.경찰 조사 결과 적발된 교수 중에서 서울대 음대 실기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교수는 3명, 숙명여대 심사위원 참여 교수 1명, 경희대 등 2개 대학 심사위원 참여 교수는 1명이었다. 이들 교수 5명은 자신이 불법 레슨한 수험생에게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에겐 대학교 입시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가 적용됐다. 이들은 심사 전 ‘응시자 중 지인 등 특수관계자가 없다’, ‘과외 교습을 한 사실이 없다’ 등의 내용이 적힌 서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특히 숙명여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교수는 수험생 2명에게 집중 과외 교습을 하고 학부모로부터 현금과 명품 핸드백 등을 받아 청탁금지법도 위반한 것으로 조사돼 유일하게 구속 송치됐다. 입시 브로커는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서울 강남구, 서초구 일대 음악 연습실을 대관해 총 679회에 달하는 불법 성악 과외 교습을 했다. 학생들은 1회 교습에 최대 70만 원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입시 브로커의 자택과 음악 연습실, 구속된 대학교수의 집무실, 입시비리 피해 대학 입학처 등 16곳을 3차례에 걸쳐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입시 브로커가 교수들에게 수험생들이 지원한 대학명과 실기고사 조 배정 순번을 알려주며 노골적으로 청탁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교수들은 발성과 목소리, 조 배정 순번 등으로 자신이 가르쳤던 수험생을 찾아내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교습으로 학원법 위반 처벌을 받더라도 처벌 수위가 약한 상황”이라며 “교육부에 비리를 저지른 대학교수들은 입시 심사위원이나 국내 콩쿠르 대회 위원 자격을 제한하는 등의 행정 조치를 건의했다”고 밝혔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4-06-10
    • 좋아요
    • 코멘트
  • 노원 공공텃밭서 ‘마약류’ 양귀비 230주 발견… 누가 심었나

    서울 노원구가 소유하고 민간에 임대한 공공텃밭에서 양귀비가 무더기로 재배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서울 노원경찰서는 노원구 하계동 공공텃밭 2곳에서 마약류 품종의 양귀비 230여 주가 자라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10일 밝혔다. 마약류 품종의 양귀비 진액은 모르핀과 헤로인 등 마약의 원료로 쓰여 재배가 금지돼 있다.경찰에 따르면 이달 8일 “공공텃밭에 심어진 양귀비가 관상용이 아닌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이 현장을 확인한 결과 마약류 품종 양귀비 약 200주가 자라고 있는 게 확인됐고, 바로 옆 텃밭에도 약 30주가 심어져 있었다. 이 가운데 한 곳은 인근 어린이집들이 현장 학습을 위해 공동으로 임대한 텃밭으로 알려졌다.텃밭 임대인들은 자신들이 양귀비를 심지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양귀비가 심겨진 경위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노원구 관계자는 “관할 텃밭 500여 곳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한편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경남 의령군 둘레길을 경찰이 드론으로 순찰하던 중 양귀비 30주가 발견됐다. 경찰은 인근 60대 농민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재배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의령=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 2024-06-10
    • 좋아요
    • 코멘트
  • 징계 몰리자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컨설팅 받으며 法 악용도

    #1. 수도권의 한 기업 팀장은 부하 직원에게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당했다. “뭐 하는 짓이야”라고 반말을 하며 괴롭혔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사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다. 오히려 부하 직원이 평소 업무 마감 기한을 지키지 않는 등 근무 태만을 저질렀다는 동료들의 증언이 이어졌던 것. 팀장은 존대를 하며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지만 부하 직원이 무시하는 태도로 팀장에게 반말을 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해당 사건은 ‘직장 내 괴롭힘’이 없었던 것으로 마무리됐다. #2. 올 3월 한 정보기술(IT) 업체 대리는 상사의 지시를 상습적으로 이행하지 않아 징계 절차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해당 대리는 상사가 자신을 성희롱했다고 신고했다. 남성인 자신에게 “여성스럽다”는 발언 등을 했다는 것이다. 신고하기 전 노무법인 등에서 신고 요령 등 관련 상담까지 받았다고 한다. 결국 회사 측은 신고가 접수된 직후 징계 절차를 중단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평소 근무 태도가 심각하게 불량한 직원이었는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한 경우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규정돼 있어 결론이 나기 전까지 징계는커녕 업무 관련 지적도 못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2019년 7월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 가운데 이처럼 제도를 오남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약자를 보호하려는 법 취지에 맞게 구제받은 이들도 많지만 괴롭힘에 대한 모호한 기준을 파고들어 무분별하게 신고부터 하고 보자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징계 피하고, 계약 갱신하러 신고 악용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는 지난해 1만28건으로 사상 처음으로 1만 건을 넘어섰다. 신고 건수는 2020년 5823건, 2021년 7774건, 2022년엔 8961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접수된 신고 10건 중 8건 넘게(86.2%) ‘법 위반 없었음 결론’ ‘신고 요건 성립 안 돼’ ‘신고 취하’ 등으로 종결됐다. 문제는 상사의 정당한 업무 지시에도 ‘감정을 상하게 했다’는 이유를 들어 신고하는 ‘오피스 빌런’(직장 내 악당)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주로 △실업급여 수급 △부서장 교체 △근로계약 갱신 △징계 회피 등을 목적으로 신고를 남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중소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두 달 전 자발적으로 회사를 그만둔 퇴사자로부터 “상사가 괴롭혀 퇴사한 것이니 자발적 퇴사가 아닌 직장 내 괴롭힘으로 퇴직 사유를 정정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퇴사하면 자발적 퇴사와 달리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조치가 이뤄지지 않자 결국 이 퇴사자는 직장 상사를 고용부에 신고했다.● 모호한 규정 탓에 행정력 낭비 부작용도 무분별한 신고로 인해 이를 심의·감독하는 노동 당국의 행정력도 낭비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양측 진술이 엇갈릴 때가 많아 조사부터 처리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두 달 내에 조사를 완료하게 돼 있는데 신고 건수가 1만 건을 넘어서 감독관들에게 과부하가 걸리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신고가 접수되면 지방 고용노동청 소속 근로감독관 1명이 조사를 벌여 괴롭힘 여부를 판단한다. 고용부는 지난해 11월 준사법기관인 노동위원회 조정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을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진전은 없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구체적 개념과 기준을 명시하는 것도 오남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럽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선 직장 내 괴롭힘을 판단할 때 ‘지속적이고 반복적이어야 한다’는 기준을 통해 일회성 신고를 걸러내고 있다”며 “노동위원회와 같이 전문성이 높은 기관에 조사 권한을 넘겨 모호한 기준 문제를 해소하는 것도 신고 남용을 막을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4-06-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직장내 괴롭힘’ 호소한 이 직원, 실제론 ‘월급루팡’이었다

    #1. 수도권의 한 기업 팀장은 부하 직원에게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당했다. “뭐 하는 짓이야”라고 반말을 하며 괴롭혔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사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다. 오히려 부하 직원이 평소 업무 마감기한을 지키지 않는 등 근무 태만을 저질렀다는 동료들의 증언이 이어졌던 것. 팀장은 존대를 하며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지만 부하 직원이 무시하는 태도로 팀장에게 반말을 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해당 사건은 ‘직장 내 괴롭힘’이 없었던 것으로 마무리됐다. #2. 올 3월 한 정보기술(IT) 업체 대리는 상사의 지시를 상습적으로 이행하지 않아 징계 절차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해당 대리는 상사가 자신을 성희롱했다고 신고했다. 남성인 자신에게 “여성스럽다”는 발언 등을 했다는 것이다. 신고하기 전 노무법인 등에서 신고 요령 등 관련 상담까지 받았다고 한다. 결국 회사 측은 신고가 접수된 직후 징계 절차를 중단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평소 근무태도가 심각하게 불량한 직원이었는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한 경우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규정돼 있어 결론이 나기 전까지 징계는 커녕 업무 관련 지적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2019년 7월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난 가운데 이처럼 제도를 오남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약자를 보호하려는 법 취지에 맞게 구제받은 이들도 많지만 괴롭힘에 대한 모호한 기준을 파고들어 무분별하게 신고부터 하고 보자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징계 피하고, 실업급여 타내려 신고 악용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는 지난해 1만28건으로 사상 처음으로 1만 건을 넘어섰다. 신고 건수는 2020년 5823건, 2021년 7774건, 2022년엔 8961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접수된 신고 10건 중 8건(86.2%) 넘게 ‘법 위반 없었음’, ‘신고 요건 성립 안됨’, ‘신고 취하’ 등으로 종결됐다. 문제는 상사의 정당한 업무 지시에도 ‘감정을 상하게 했다’는 이유를 들어 신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주로 △실업급여 수급 △부서장 교체 △근로계약 갱신 △징계 회피 등을 목적으로 신고를 남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한 중소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두 달 전 자발적으로 회사를 그만 둔 퇴사자로부터 “상사가 괴롭혀 퇴사한 것이니 자발적 퇴사가 아닌 직장 내 괴롭힘으로 퇴직 사유를 정정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퇴사하면 자발적 퇴사와 달리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조치가 이뤄지지 않자 결국 이 퇴사자는 직장 상사를 고용노동부에 신고했다.● 모호한 규정 탓에 행정력 낭비 부작용도무분별한 신고로 인해 이를 심의·감독하는 노동 당국의 행정력도 낭비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양측 진술이 엇갈릴 때가 많아 조사부터 처리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두 달 내에 조사를 완료하게 돼있는데 신고 건수가 1만 건을 넘어서 감독관들에게 과부하가 걸리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신고가 접수되면 지방 고용노동청 소속 근로감독관 1명이 조사를 벌여 괴롭힘 여부를 판단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 준사법기관인 노동위원회 조정을 통해 직장내 괴롭힘을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진전은 없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구체적 개념과 기준을 명시하는 것도 오남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럽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선 직장 내 괴롭힘을 판단할 때 ‘지속적이고 반복적이어야 한다’는 기준을 통해 일회성 신고를 걸러내고 있다”며 “노동위원회와 같이 전문성이 높은 기관에 조사 권한을 넘겨 모호한 기준 문제를 해소하는 것도 신고 남용을 막을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4-06-09
    • 좋아요
    • 코멘트
  • “합당한 처벌 안받아, 죗값 치러야” “사적 제재 안돼… 엉뚱한 피해도”

    최근 한 유튜버가 20년 전 ‘경남 밀양 집단 성폭력 사건’ 가해자의 신상을 연달아 공개하면서 이 사건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당시 가해자 대다수가 솜방망이 처분을 받은 것을 두고 ‘이제라도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고 공개된 가해자가 직장에서 해고되는 등 여파가 커지고 있다. 다만 무고한 시민이 가해자의 지인으로 오인돼 피해를 보는 사례까지 나오자 한편에선 ‘사적 제재는 부작용이 크다. 사법 체계에 대한 불신이 이를 부추긴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가해자 지목’ 4명 중 3명 일자리 잃어 6일 유튜버 A 씨는 한 30대 남성을 밀양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하는 동영상을 게재했다. 이 동영상에는 해당 남성의 실명과 얼굴뿐 아니라 현재 직장과 직급, 출신 군부대 등이 언급됐다. 이는 A 씨가 1일 밀양 사건 가해자 44명의 신상을 차례대로 공개하겠다고 예고한 뒤 네 번째로 올린 영상이었다. 앞서 A 씨가 가해자로 지목한 3명은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직장 등에 항의 전화와 e메일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특히 A 씨가 처음 신상을 공개한 박모 씨의 경우 친척이 운영하던 음식점에서 해고됐을 뿐 아니라 해당 점포가 무허가 건물이라는 점이 추가로 드러나 철거됐다. 경북 청도군 관계자는 “민원 전화가 수없이 걸려 와서 확인해보니 실제로 위반 건축물이어서 곧장 영업정지와 철거 명령을 내렸다”고 했다. 또 신상이 공개된 신모 씨는 자동차 회사에서 해고됐고, 고모 씨는 통신사에서 대기발령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20년 전 사건에 시민의 공분이 집중된 근본적인 원인은 가해자 대다수가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평가 때문이다. 2004년 밀양 지역 남고생 44명이 울산에 사는 여중생 1명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이 사건은 일부 가해자가 범행 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하면서 수사 대상이 됐다. 하지만 극소수만 소년원에 입소했고 대다수는 봉사활동 명령이나 보호관찰 등 처분만 받았다. 미성년자라는 이유였다. 사건 당시는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가 2013년 폐지되기 전이었다. 성폭행은 피해자가 고소해야 처벌할 수 있었기에 피해자의 아버지(사망)와 합의한 10여 명은 재판도 받지 않았다. 여기에 일부 가해자가 사건 당시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반성문을 제출한 점이 재조명되자 여론은 더 험악해졌다.● “죗값 치러야” vs “사적제재로 2차 피해”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사건과 무관한 시민이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것처럼 오인돼 비난받는 등 부작용도 이어지고 있다. 밀양시의 한 네일숍이 ‘가해자의 여자친구가 운영하는 곳’으로 지목됐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해당 네일숍 주인은 “사건과 아무 관련도 없는데, 네일숍 리뷰에 욕설이 쏟아지는 등 피해를 당했다”며 A 씨 등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처벌해달라고 경찰에 진정했다. 또 A 씨는 ‘피해자 가족과 대화해 가해자의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피해자 측을 지원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전혀 사실이 아니고, 피해자 측은 오히려 영상 삭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밀양시 주민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 등 지역 비하 논란도 일고 있다. 사건 당시 밀양에서 가해자를 옹호하는 분위기가 강했다는 일부 주장 때문이다. 인터넷에는 ‘밀양 출신 남성과는 결혼도 하면 안 된다’는 글도 여러 건 올라오고 있다. 밀양시민 이모 씨(36)는 “시민 대다수가 충격적인 이 사건에 공분하고 있고 20년이 지나도 가해자의 범죄와 처벌 수위를 용납하지 못하고 있다”며 “가해자를 옹호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사적 제재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이를 초래한 사법 체계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일로 정구승 변호사는 “이 사건은 수사기관부터 법조계까지 모두가 지탄받았어야 했지만 제대로 된 제도 개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적 제재를 막으려면 성범죄 관련 처벌을 높이고 수사도 꼼꼼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밀양=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청도=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 2024-06-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독]성범죄 재범, 작년 1400건… ‘수원 발바리’ 이웃 여성 “이사 준비”

    “연쇄 성폭행범이 이웃이라니…. 무서워서 차라리 이사하려고요.” 1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만난 이모 씨(23)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달 이 오피스텔에 이른바 ‘수원 발바리’로 알려진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40)가 입주했기 때문이다. 15년 복역 후 2022년 10월 출소해 화성시에 자리 잡았던 그가 수원시로 이사하면서 이 일대가 발칵 뒤집힌 것. 인근 주민 김모 씨(29)는 “근처에 어두운 골목도 많은데 걱정된다”고 했다. 지난해 거주지 등 신상공개 성범죄자의 재범이 4년 새 27.9% 늘어난 1417건으로 집계되면서 상습 성범죄자 관리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하루 3.9건꼴로 또 다른 성범죄를 저지른 셈인데, 고위험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제한하는 ‘한국형 제시카법’의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범죄자 거처 옮길 때마다 일대가 ‘발칵’ 이날 박병화가 입주한 오피스텔은 입구부터 삼엄한 기운이 돌았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순찰기동대 소속 경찰관 2명이 입구에 순찰차를 주차해두고 일대를 순찰했다. 한 주민이 “내가 박병화와 같은 층에 사는데 같이 좀 올라가 달라”고 하자 경찰관이 엘리베이터에 동승했다. 이 일대 주민들은 박병화의 퇴거를 요구하고 있다. 이 오피스텔은 전철역과 가깝고 유동 인구가 많은 번화가에 있는 데다, 도보 20∼30분 거리에 중고등학교 10여 개가 몰려 있어서 주민과 학부모의 반발이 크다. 현재 오피스텔 주민들은 박병화의 퇴거를 위해 입주자 의사를 설문하고 있다. 인근 가정폭력상담소 등 여성보호시설 7곳과 9개 시민단체가 지난달 24일 수원시청 앞에 모여 박병화의 퇴거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주민들이 불안에 떠는 이유는 박병화가 2002년부터 5년간 수원시 일대에서 홀로 사는 여성 10명을 성폭행했기 때문이다. 그가 출소해 수원대 후문에서 약 100m 거리인 화성시 봉담읍의 한 원룸에 입주했을 때도 ‘왜 굳이 20대 여성이 혼자 사는 원룸이 많은 곳으로 왔느냐’며 반발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경찰은 근처에 폐쇄회로(CC)TV 27대와 비상벨 12대를 설치하는 등 경계를 강화했지만 불안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런 혼란은 성범죄자가 거처를 옮길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2008년 초등학교 2학년생을 성폭행해 징역 12년을 선고받아 복역한 조두순(72)이 2020년 출소 후 경기 안산시로 전입했을 때도, 미성년자 12명을 성폭행한 김근식이 경기 의정부시의 한 법무부 시설에 입소한다고 알려졌을 때도 이런 혼란이 반복됐다. ● 하루 3.9건 재범… “감시 피해 디지털 성범죄” 성범죄자 전입에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최근 출소한 성범죄자들이 저지른 재범 건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상등록 성범죄자가 또다시 성범죄를 저질러 신상등록 대상이 된 사례는 지난해 1417건이었다. 2019년 1108건에서 4년 새 27.9% 증가했다. 특히 성착취물이나 딥페이크(이미지 합성) 영상 제작·유포 등 디지털 성범죄로 재범한 사례가 2019년 213건에서 지난해 359건으로 68.5% 급증했다. 배상훈 전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성범죄자가 출소 후 교정 당국 등의 감시를 의식하면서도 욕구를 주체하지 못해 디지털 범죄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며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제한하는 ‘한국형 제시카법’ 등 재범을 적극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채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재범이 계속되고 있다는 건 결국 교정시설이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라며 “제시카법 등 관련 법안 마련과 함께 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교도소 단계에서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수원=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4-06-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독]‘수원 발바리’ 입주에 발칵…신상공개 성범죄자 재범 하루 4건꼴

    “연쇄 성폭행범이 이웃이라니…. 무서워서 차라리 이사하려고요.”1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만난 이모 씨(23)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달 이 오피스텔에 이른바 ‘수원 발바리’로 알려진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40)가 입주했기 때문이다. 15년 복역 후 2022년 10월 출소해 화성시에 자리 잡았던 그가 수원시로 이사하면서 이 일대가 발칵 뒤집힌 것. 인근 주민 김모 씨(29)는 “근처에 어두운 골목도 많은데 걱정된다”고 했다.지난해 신상공개 성범죄자의 재범이 4년 새 27.9% 늘어난 1417건으로 집계되면서 상습 성범죄자 관리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하루 3.9건꼴로 또 다른 성범죄를 저지른 셈인데, 고위험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제한하는 ‘한국형 제시카법’의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범죄자 거처 옮길 때마다 일대가 ‘발칵’이날 박병화가 입주한 오피스텔은 입구부터 삼엄한 기운이 돌았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순찰기동대 소속 경찰관 2명이 입구에 순찰차를 주차해두고 일대를 순찰했다. 한 주민이 “내가 박병화와 같은 층에 사는데 같이 좀 올라가달라”고 하자 경찰관이 엘리베이터에 동승했다.이 일대 주민들은 박병화의 퇴거를 요구하고 있다. 이 오피스텔은 전철역과 가깝고 유동 인구가 많은 번화가에 있는 데다, 도보 20~30분 거리 내에 중·고등학교 10여 개가 몰려있어서 주민과 학부모의 반발이 크다. 현재 오피스텔 주민들은 박병화 퇴거를 위해 입주자 의사를 설문하고 있다. 인근 가정폭력상담소 등 여성 보호 시설 7곳과 9개 시민단체가 지난달 24일 수원시청 앞에 모여 박병화의 퇴거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주민들이 불안에 떠는 이유는 박병화가 2002년부터 5년간 수원시 일대에서 홀로 사는 여성 10명을 성폭행했기 때문이다. 그가 출소해 수원대 후문에서 약 100m 거리인 화성시 봉담읍의 한 원룸에 입주했을 때도 ‘왜 굳이 20대 여성이 혼자 사는 원룸이 많은 곳으로 왔느냐’며 반발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경찰은 근처에 폐쇄회로(CC)TV 27대와 비상벨 12대를 설치하는 등 경계를 강화했지만 불안은 사그라지지 않았다.이런 혼란은 성범죄자가 거처를 옮길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2008년 초등학교 2학년생을 성폭행해 징역 12년을 선고받아 복역한 조두순(72)도 2020년 출소 후 안산시로 전입했을 때도, 미성년자 12명을 성폭행한 김근식이 의정부시의 한 법무부 시설에 입소한다고 알려졌을 때도 주민들과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다. ● 하루 3.9건 재범… “감시 피해 디지털 성범죄”성범죄자 전입에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최근 출소한 성범죄자들이 저지른 재범 건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상등록 성범죄자가 또다시 성범죄를 저질러 신상등록 대상이 된 사례는 지난해 1417건이었다. 2019년 1108건에서 4년 새 27.9% 증가했다.특히 성착취물이나 딥페이크(이미지 합성) 영상 제작·유포 등 디지털 성범죄로 재범한 사례가 2019년 213건에서 지난해 359건으로 68.5% 급증했다. 배상훈 전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성범죄자가 출소 후 교정당국 등의 감시를 의식하면서도 욕구를 주체하지 못해 디지털 범죄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그러나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제한하는 ‘한국형 제시카법’ 등 재범을 적극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채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재범이 계속되고 있다는 건 결국 교정시설이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라며 “제시카법 등 관련 법안 마련과 함께 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교도소 단계에서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수원=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4-06-02
    • 좋아요
    • 코멘트
  • “연준 기준금리 등 복잡한 결정, AI가 도움될 것”

    “인공지능(AI)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더 큰 모델에서 분석한 통계일 뿐입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머스 사전트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81·사진)는 29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백주년기념삼성관에서 열린 ‘AI의 기원’ 강연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AI가 생물학과 통계학, 경제학, 물리학 등 기존 학문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AI 역시 경제학이나 물리학 등과 마찬가지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규칙을 발견하는 것이란 게 그의 분석이다. 사전트 교수는 과거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찰스 다윈, 아이작 뉴턴 등의 연구 방식이 머신러닝과 같은 AI 기술과 유사하다고 봤다. 그는 “(과거 물리학 등과 비교해) 방대한 자료와 빠른 컴퓨터를 사용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라며 “우리의 제한된 인지 능력의 한계가 역설적으로 AI 발전에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인류가 오랜 기간 지식을 축적했지만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대상이 존재하기 때문에 AI의 발전을 도모하게 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AI가 인간의 정책 결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도 했다. 예컨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양한 경제 변수를 고려해 결정하는 기준금리 등을 정할 때 AI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수많은 중앙은행들은 이미 경제모델을 활용해 엄청난 양의 통계를 분석해 왔다”고 설명했다. 사전트 교수는 2011년 거시경제의 인과관계에 관한 실증적 연구로 크리스토퍼 심스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와 함께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저명한 경제학자다. 그는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가 사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이용해 미래를 합리적으로 예측한다는 ‘합리적 기대 가설’을 바탕으로 정부나 중앙은행의 거시정책에 따른 효과를 분석하는 연구 등의 공로를 인정받았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4-05-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AI는 새로운 게 아니라 더 큰 모델서 분석한 통계”

    “인공지능(AI)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더 큰 모델에서 분석한 통계일 뿐입니다.”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머스 사전트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81)는 29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백주년기념삼성관에서 열린 ‘AI의 기원’ 강연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AI가 생물학과 통계학, 경제학, 물리학 등 기존 학문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AI 역시 경제학이나 물리학 등과 마찬가지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규칙을 발견하는 것이란 게 그의 분석이다. 사전트 교수는 과거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찰스 다윈, 아이작 뉴턴 등의 연구 방식이 머신러닝과 같은 AI 기술과 유사하다고 봤다. 그는 “(과거 물리학 등과 비교해) 방대한 자료와 빠른 컴퓨터를 사용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라며 “우리의 제한된 인지 능력의 한계가 역설적으로 AI 발전에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인류가 오랜 기간 지식을 축적했지만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대상이 존재하기 때문에 AI의 발전을 도모하게 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AI가 인간의 정책 결정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도 했다. 예컨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양한 경제 변수를 고려해 결정하는 기준금리 등을 정할 때 AI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수많은 중앙은행들은 이미 경제모델을 활용해 엄청난 양의 통계를 분석해왔다”고 설명했다. 사전트 교수는 2011년 거시경제의 인과관계에 관한 실증적 연구로 크리스토퍼 심스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와 함께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저명한 경제학자다. 그는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가 사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이용해 미래를 합리적으로 예측한다는 ‘합리적 기대 가설’을 바탕으로 정부나 중앙은행의 거시정책에 따른 효과를 분석하는 연구 등으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4-05-29
    • 좋아요
    • 코멘트
  • [단독]公기관서도 ‘비혼’ 선언 직원 축하금 논란

    최근 비혼(非婚)을 선언한 직원에게 현금을 주는 이른바 ‘비혼 축의금’을 도입한 민간기업이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공공기관 노동조합에서도 이런 요구가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비혼도 결혼·출산처럼 존중받아야 할 개인의 선택’이라는 옹호론과 ‘합계출산율 0.6명대의 초저출산 국가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대론이 엇갈리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 노조는 최근 비혼을 선언한 임직원에게 비혼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사측에 요구하기로 했다. 이는 연말 노사 단체협약 협상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사측은 아직 노조의 요청을 받지 못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이 은행은 결혼한 직원에게 유급휴가와 축하금 등을 지급하는데, 일부 조합원이 “결혼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직원도 결혼에 준하는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건의한 데 따른 것이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가 지분을 50% 넘게 보유한 기타공공기관이다. IBK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비혼금을 도입하려면 기재부의 허가 등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겠지만, 노조 측은 결혼과 출산에 대해 달라진 인식을 고려해서 검토할 만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이를 두고 ‘저출산 문제를 앞장서서 해결해야 할 정부와 기업이 자칫 비혼을 장려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은 비혼과 결혼·출산의 기계적 균형보다는 오히려 출산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출산장려금 1억 원’ 등 파격적인 정책까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비혼 축의금’ 논란…“기혼자만 우대 불공정” vs “저출산 부추기나”일부 대기업, 경조금 지원 등 이어기업銀 공공기관 첫 도입 논의“시대 반영” vs “정책 역행” 엇갈려“시민들간 사회적 합의 필요” 지적 “결혼과 출산 계획이 없다고 해서 사내 복지에서 손해를 보면 안 되죠.”(2년 차 회사원 전모 씨·28) “가뜩이나 심한 저출산 현상을 기업이 부추기게 되는 것 아닌가요?”(출산 준비 중인 4년 차 회사원 김모 씨·32·여) 비혼 선언 직원에게 혜택을 주는 ‘비혼 축의금’ 제도를 신설하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이를 보는 청년 회사원의 시각은 엇갈렸다. 결혼과 출산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공정’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회사원이 늘어난 데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찬성론이 있는 반면에 반대쪽에선 저출산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할 기업이 오히려 비혼을 선호하는 분위기를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비혼 선택 존중을” vs “출산 지원에 집중해야” 이런 상황에서 기타공공기관인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이 비혼을 선언한 임직원에게 지원금을 지급할 것을 사측에 요구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논란이 공공기관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사측이 이를 수용하면 공공기관에서 비혼금을 주는 첫 사례가 된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공식적인 안건이 올라올지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직은 공식 논의는 진행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미 LG유플러스, NH투자증권, KB증권 등 사기업에선 비혼을 선언한 직원들에게 지원금과 유급 휴가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기업 안에서도 의견은 갈리고 있다. 비혼금 제도가 있는 한 회사에 2년째 근무 중인 김모 씨(26)는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주는 느낌이라 직원들 만족도가 높다”며 “출산 관련 복지도 잘돼 있어 (비혼금이) 시대를 역행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기업 1년 차 직원 이모 씨(29)는 “비혼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회가 되면 향후 닥쳐올 ‘초저출산 사회’에 대한 비용은 어떻게 할 것이냐”며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더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오히려 기업이 육아휴직 확대나 출산 지원금 인상 등 결혼·출산에 대한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출산용품 지원 중단, 출산축하금 폐지… “저출산 대응 역행” 공직 사회에서는 출산용품 지원이 중단되는 등 결혼과 출산에 따른 혜택이 축소되는 사례가 생겨 ‘저출산 대응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연금공단은 올해부터 임신·출산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출산 준비용품 지원사업을 중단했다. 출생률 감소로 혜택 대상이 줄었고, 생애 주기별 맞춤형 복지 수요가 다양해졌다는 게 이유였다. 공단은 “올해부터 (물품 지원 대신) 일·가정 양립 및 육아·보육 프로그램 등으로 전환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지방직 공무원 박모 씨(26)는 “공무원 조직은 아직 보수적이라 다른 프로그램을 새로 운영한다고 해도 맘 편히 사용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반면 김모 씨(28)는 “한정된 예산 내에서 시대 변화를 반영한 결정”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출산 준비 중인 여성들을 지원하는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광주시는 재정적 부담으로 인해 지난해 출산 가구에 100만 원을 주는 출산축하금을 폐지했다. 당시 광주 육아카페에는 “곧 출산 예정인데 갑자기 폐지한다는 게 말이 되냐”, “광주만 왜 역행하는 건지 너무한다”는 반응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국내 출산율 전망은 밝지 않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출생등록 아동은 2만87명으로 전년 동월(1만8287명)보다 소폭 증가했다. 전년 동월 대비 출생등록 아동이 늘어난 건 지난해 1월 이후 15개월 만이다. 하지만 정부 내에선 이런 현상이 일시적인 반등일 뿐, 올해 말까지는 출산율이 반등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혼인 건수가 2022년 같은 기간보다 줄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결혼·출산 장려와 비혼금 등 비혼 지원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비혼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생략된 채로 제도 등이 먼저 도입되면서 갈등이 발생했다”며 “국민뿐 아니라 정치권 등에서도 담론을 형성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4-05-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태국, 입국도 도주도 쉬워… 한국 MZ세대 조폭들 활개

    “태국에선 한국 출신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범 명단을 따로 관리해야 할 정도로 한국인 범죄자가 많았습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태국 영사로 근무한 한지수 대전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팀장(총경)은 “최근 ‘파타야 드럼통 살인 사건’을 벌인 20, 30대 피의자 3명 외에도 태국과 한국을 수시로 오가는 범죄자가 많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달 초 한국인 관광객 노모 씨(34)가 납치 살해된 뒤 시신이 드럼통에 담겨 저수지에 유기됐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태국에서 한국인이 연루된 강력 범죄가 발생한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한 총경 등 전직 태국 경찰 영사 4명과 현지 사정에 밝은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을 인터뷰했다. 그 결과 △무비자 입국 △3국과 접경하고 바닷길까지 열려 있는 지리적 여건 △정보기술(IT) 인프라 발달 △대마 합법화 등이 공통으로 거론됐다.● “입국도, 도주도 쉬운 구조” 전문가들에 따르면 태국은 입국 절차가 까다롭지 않아 전과가 있는 국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조직폭력배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고 한다. 태국이 무비자로 입국해 90일 체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2015년 태국 파타야에서 한국인 불법 도박 사이트 조직의 내분이 살인으로 이어진 이른바 ‘임모 씨 살인 사건’ 때도 범인 김형진(39)은 무비자로 태국에 입국했다. 국제마피아파 조직원인 그는 파타야의 한 리조트에 사무소를 차리고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다 개발자 임모 씨를 살해해 체포된 뒤 국내로 송환됐다. 이 사건은 최근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4’의 모티브가 됐다. 당시 현지 영사였던 한 총경은 “김형진처럼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하는 도박 조직이 상당수”라고 설명했다. 태국과 육로로 통하는 미얀마와 라오스, 캄보디아 등 3개국이 전부 우리나라와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지 않은 나라라는 점도 범죄조직의 선호 이유가 되고 있다. 최근 드럼통 살인사건에서도 피의자 3명 중 이모 씨(27)가 캄보디아로 도주했다가 현지 경찰에 붙잡혔지만 미얀마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모 씨(39)는 아직 행방이 묘연하다. 태국 남쪽으로는 바닷길도 열려 있어 태평양으로 밀항이 가능하다. 2019년에도 태국 라용에서 한국인 도박사범이 동료 조직원을 살해하고 캄보디아로 도주하려다 검거됐다. 당시 태국 영사였던 A 씨는 “사건 이틀 만에 캄보디아로 도망치는 걸 겨우 잡았다”며 “태국은 육로로 인근 국가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불법 체류와 월경이 용이한 구조”라고 했다. ● 인터넷 빠르고 대마 합법화돼 도박-마약사범 몰려 태국이 동남아 국가 중 상대적으로 발전해 IT 인프라가 발달한 점도 조직범죄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MZ 조폭의 주요 먹거리인 불법 도박 사이트의 경우 빠른 인터넷 속도가 사이트 운영과 실시간 송금 등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B 전 영사는 “현지에서 검거된 한국인 범죄자를 조사해 보면 ‘인터넷 속도가 빠르면 한국 내 조직원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데도 유리하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태국 정부가 2022년 6월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대마 판매 및 흡입을 허용한 뒤로 마약 유통을 위해 태국으로 향하는 조직도 늘고 있다. C 전 영사는 “여행객에게 ‘물건 하나만 옮겨주면 수백만 원을 주겠다’는 식으로 접근해 마약을 몰래 국내로 밀반입시키는 ‘보따리’ 아르바이트가 점점 더 성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B 영사는 “마약 범죄의 특성상 대마가 합법화되면 필로폰 등 더 강한 마약도 구하기 쉬워진다”라며 “앞으로 태국이 국내에 유입되는 마약의 주요 출처가 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내다봤다. 프로파일러로 활동하는 배상훈 전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태국이 범죄자에게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며 “태국 내 범죄조직 취업을 유혹하는 온라인 구인 글을 적극적으로 단속하고, 캄보디아 등 접경국의 교민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도주범에 대한 추적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4-05-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오락가락 정부 못믿어” “또 금지前 미리 사둬야”… 소비자들 분통 이어져

    정부가 유모차, 완구 등 80개 품목에 대한 ‘국가통합인증마크(KC) 미인증 시 해외 직접 구매(직구) 금지 정책’을 사실상 철회한 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는 등의 분통이 계속되고 있다. 작년부터 중국 쇼핑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알리)에서 자녀 완구를 샀던 직장인 박정우 씨(42)는 20일 “오락가락하는 정부를 믿을 수 없다”며 “직구 금지의 불씨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만큼 국민 신문고에 민원을 계속 넣겠다”고 말했다. 김모 씨(29)는 “지난주엔 직구를 금지한다고 하더니 오늘은 일부 품목만 선별해 규제한다니 직구를 해도 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무슨 정책이 사흘 만에 이렇게 오락가락하느냐”고 지적했다. 미리 ‘직구 사재기’를 해두겠다는 이들도 있다. 직장인 송모 씨(30)는 “위해성 있는 것만 제한한다지만 또 언제 직구를 금지한다고 할지 몰라 스마트워치와 이어폰을 구매했다”라며 “나중에 금지할 경우 비싼 가격에 사야 할 텐데 미리 사두는 게 나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이 19일 설명한 ‘해외 직구 대책 관련 추가 브리핑’을 한 줄씩 분석한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차장의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법률 개정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 나가겠다”라는 발언을 두고 “해외 직구를 ‘당장’ 금지하는 게 아닐 뿐, 언젠가 한다는 걸로 해석해야 한다”라며 “사실상 철회는 말장난”이라고 받아들이기도 했다. 국내 유통업계도 정부의 설익은 대책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중국발 저가 제품이 무분별하게 유통되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소비자들에게 이해시키는 절차가 먼저 필요했다”라며 “중국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정책이었는데 첫 단추부터 어긋나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급성장한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매출이 최근 발암물질 검출 등 위해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뚝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BC카드가 올 4월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알리,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매출액은 전달 대비 40.2% 감소했다. 지난해 10월 C커머스의 매출액을 100으로 봤을 때 올 3월 이들의 매출액은 238.8까지 급성장했으나 4월 142.9로 뒷걸음질쳤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4-05-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나를 모르냐’ 하지마시고”… 병의원 신분증 확인 첫날 곳곳 혼란

    “주민등록증을 안 가져왔는데…. 10년째 이 병원에 다니는데 오늘 정말 진료 못 받나요?”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안과 의원. 눈에 이물감을 느껴 의원을 찾은 이모 씨(59)가 접수대 앞에서 “오늘부터 신분증이 없으면 건강보험 적용을 못 받는다”는 직원 말을 듣고 당황하며 말했다. 운전면허증 등도 없었던 이 씨는 결국 대기실 한쪽에서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발급받았다.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지 않다 보니 직원 도움을 받으며 본인 인증 등을 거치는 데 10분가량 걸렸다.● “어떻게 돌려보내나” 확인 없이 진료도 이날부터 개정 국민건강보험법이 시행되며 모든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 신분증이나 모바일 건강보험증이 있어야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타인 신분을 도용해 향정신성의약품 등을 처방받거나 해외 거주자 등이 지인 명의로 건강보험 혜택을 누리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다만 단골 병원의 경우 한 번 본인 인증을 하면 6개월 동안은 다시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병의원들은 혼선을 줄이기 위해 입구에 안내문을 붙이고 예약 환자에게 사전에 문자메시지로 내용을 알렸다. 하지만 현장에선 크고 작은 소동이 이어졌다. 서울 종로구의 한 의원에선 간호사들이 접수대에서 한 명씩 신분증을 검사하다 한 환자가 “신분증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하자 “다시 방문해달라”며 돌려보내기도 했다. 복통을 호소하던 박모 씨(47)는 “신분증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회사와 가까운 병원을 방문했는데 진료가 안 된다고 해 당황했다”고 말했다. 신분증을 안 가져온 경우에도 진료를 받을 순 있지만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평소의 3∼4배인 진료비를 내야 한다. 14일 내 신분증과 진료비 영수증 등을 제출하면 건강보험이 사후 적용돼 돈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선 다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일부 병원은 신분증을 안 가져온 고령 환자들에게는 본인 확인을 생략하기도 했다. 서울 노원구의 한 동네병원장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온 환자들까지 어떻게 돌려보내느냐”며 “얼굴 다 아는 할머니까지 신분증을 확인하는 건 부정수급 방지란 제도 취지에도 안 맞는다”고 했다. 서울 도봉구의 한 가정의학과 원장은 “신분증이 없는 환자가 ‘나를 무시하느냐’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경찰을 불러야 하나 고민했다”고 말했다. 병원이 환자 본인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다만 8월 19일까지는 계도기간이라 실제 과태료를 부과하진 않는다.● “설익은 정책이 부작용 키워” 지적도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신분증이 없으면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데 그렇다고 환자를 진료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금지된 ‘진료 거부’에 해당된다”며 “일선 병의원의 혼선이 크다”고 말했다. 모바일 건강보험증에는 본인 사진이 없고 다른 사람 스마트폰에도 설치할 수 있어 ‘반쪽짜리’ 본인 확인이란 비판도 나온다. 이에 공단은 본인 명의 스마트폰에만 건강보험증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2024-05-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10년 다닌 병원인데 민증 내놓으라니…” 병의원 신분증 확인 의무화 첫날

    “주민등록증을 안 가져왔는데…. 10년째 이 병원에 다니는데 오늘 정말 진료 못 받나요?”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안과 의원. 눈에 이물감을 느껴 의원을 찾은 이모 씨(59)가 접수대 앞에서 “오늘부터 신분증이 없으면 건강보험 적용을 못 받는다”는 직원 말을 듣고 당황하며 말했다. 운전면허증 등도 없었던 이 씨는 결국 대기실 한쪽에서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발급받았다.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치 않다 보니 직원 도움을 받으며 본인 인증 등을 거치는 데 10분가량 걸렸다.● “어떻게 돌려보내나” 확인 없이 진료도이날부터 개정 국민건강보험법이 시행되며 모든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 신분증이나 모바일 건강보험증이 있어야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타인 신분을 도용해 향정신성의약품 등을 처방받거나 해외 거주자 등이 지인 명의로 건강보험 혜택을 누리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다만 단골 병원의 경우 한 번 본인 인증을 하면 6개월 동안은 다시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병의원들은 혼선을 줄이기 위해 입구에 안내문을 붙이고 예약 환자에게 사전에 문자메시지로 내용을 알렸다. 하지만 현장에선 크고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서울 종로구의 한 의원에선 간호사들이 접수대에서 한 명씩 신분증을 검사했다. 한 환자가 “신분증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하자 “다시 방문해달라”며 돌려보내기도 했다. 복통을 호소하던 박모 씨(47)는 “신분증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회사와 가까운 병원을 방문했는데 진료가 안 된다고 해 당황했다”고 말했다.신분증을 안 가져온 경우에도 진료를 받을 순 있지만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평소의 3~4배인 진료비를 내야 한다. 14일 내 신분증과 진료비 영수증 등을 제출하면 건강보험이 사후 적용돼 돈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선 다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일부 병원은 신분증을 안 가져온 고령 환자들에 대해선 본인 확인을 생략하기도 했다. 서울 노원구의 한 동네병원장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온 환자들까지 어떻게 돌려보내느냐”며 “얼굴 다 아는 할머니까지 신분증을 확인하는 건 부정수급 방지란 제도 취지에도 안 맞는다”고 했다. 서울 도봉구의 한 가정의학과 원장은 “신분증이 없는 환자가 ‘나를 무시하느냐’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경찰을 불러야 하나 고민했다”고 말했다. 병원이 환자 본인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다만 8월 19일까지는 계도기간이라 실제 과태료를 부과하진 않는다.● “설익은 정책이 부작용 키워” 지적도의료계에선 설익은 정책이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신분증을 없으면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데 그렇다고 환자를 진료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금지된 ‘진료 거부’에 해당된다”며 “일선 병의원의 혼선이 크다”고 말했다. 모바일 건강보험증에는 본인 사진이 없고 다른 사람 스마트폰에도 설치할 수 있어 ‘반쪽짜리’ 본인 확인이란 비판도 나온다. 공단은 본인 명의 스마트폰에만 건강보험증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2024-05-20
    • 좋아요
    • 코멘트
  • “소비자 선택권 무시” 반발에…직구 제한 사흘만에 번복

    “안전, 국민 위해 차단을 강조하려다보니 (16일 정부 발표의) ‘워딩’이 오해 소지가 있었다. 사과를 드리고 바로잡는다.”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19일 국가인증통합마크인 KC 인증을 받지 않은 80여 품목에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금지하겠다는 16일 발표를 번복하며 이같이 몸을 낮췄다. 한 고위 당국자는 확산한 소비자 우려와 혼선 가중을 체감한 듯 “발표의 방법이 거칠었다”고 평가했다. 소비자, 정책 수요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해외 직구 문제를 두고 정부가 ‘소비자 안전’과 해외 직구 급증에 따른 관련 산업 충격 완화에 집중하다 국민적 우려와 혼선이 가중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 발표 후 소비자 우려와 서민층 민심 이반 우려까지 일자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진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이에 정부가 19일 브리핑을 통해 해명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 “소비자 아닌 기업 생각만 했나” 시선도국무조정실은 이날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열어 “정부가 추진할 안전성 조사에서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에 대해서만 반입을 제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첫 발표 이튿날인 17일 “80개 품목 전체에 대해 해외 직구가 당장 금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정정 해명에도 소비자 선택권을 무시한 규제라는 논란이 커지자 1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다시 추가 브리핑을 통해 설명에 나선 것. 16일 발표대로라면 소비자가 중국 이커머스 업체를 통해 KC 인증 마크가 없는 어린이 머리띠를 직접 구매하는 것은 사실상 금지된다. 정부가 개인 해외 직구 상품에 KC 인증을 의무화해 사실상 해외직구를 차단한다는 것으로 해석되며 논란이 확산하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이 차장은 “더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설명을 드렸어야 되는데 이유를 불문하고 국민께 혼선을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위해성이 없는 제품의 직구는 전혀 막을 이유가 없고 막을 수도 없다”며 “국민 안전을 위해 위해성 조사를 집중적으로 해서 알려드린다는 것이 정부의 확실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16일 정부 보도자료를 보면 ‘기업 경쟁력’ 항목도 포함돼 있다. 일각에서는 “해외 직구 급증에 따른 관련 산업 충격 완화와 기업 경쟁력 제고를위한 노력을 강화한다”는 항목을 두고 정부가 소비자 안전, 국내 소상공인·유통업체를 보호하려다 ‘과도한 규제 목표’를 설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중국의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 쇼핑 플랫폼 제품에서 위해성이 확인됐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있지만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체계적인 근거와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했는데, 국민 눈높이에 맞지않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전을 명목으로 지나치게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우려가 내부에서도 있었다”며 “정부가 규제 기관으로서 향후 더 신중하고 책임 있게 관련 정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위해성 확인된 제품은 반입 제한”정부는 안전성 검사를 거쳐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에 대해서는 국내 반입을 제한할 계획은 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올 6월 관세청과 산업부 등 관계부처를 중심으로 해외에서 들어오는 일부 생활용품에 유해물질이 포함돼있는지 확인하는 위해성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유모차·완구 등 어린이 용품과 전기온수매트를 포함한 전기용품, 생활화학제품 등 80개 품목이 검사 대상에 포함된다. 정부는 검사 결과를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소비자종합지원시스템인 ‘소비자24’에 실시간 공개하기로 했다. 정부는 실제로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제품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해외 직구를 하지 못하도록 차단할 예정이다. 이 차장은 “기존에 진행하던 유해성 검사를 훨씬 강화시키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지”라며 “(해외직구를) 어떻게 차단할지는 검사 결과로 축적된 자료를 보고 결정해야 된다”고 했다. 직구 안전성 확보 방안으로 제시됐던 KC 인증과 관련해서도 “KC 인증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며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상모 국가기술표준원 제품안전정책국장은 “앞으로 KC 인증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므로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법률 개정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4-05-19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