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윤

김기윤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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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특파원

pep@donga.com

취재분야

2025-02-13~2025-03-15
문학/출판33%
문화 일반28%
사회일반14%
인사일반7%
만화3%
여행3%
언론3%
검찰-법원판결3%
연극3%
역사3%
  • 한국신문협회, ‘2024 신문이 들려주는 숲 이야기 NIE 패스포트 공모전’ 수상자 발표 “10대들이 고민한 숲의 가치” 

    한국신문협회는 ‘2024 신문이 들려주는 숲 이야기 NIE 패스포트 공모전’ 수상자를 30일 발표했다. 대상은 조시현(경산압량초 5학년), 백인영(한국삼육중 1학년), 문정원(나주영산고 1학년) 학생에게 돌아갔다. 단체상에는 대구 월암초등학교 4~6학년 학생 10명이 선정됐다. 이번 공모전은 기후변화 대응 시리즈로 기획됐다. 학생들이 숲의 가치와 중요성을 배우기 위해 탄소중립 실천 등에 관한 12개 활동과제를 수행한 결과물을 심사해 이번 수상자를 결정했다. 최우수상은 김소정(경산진량초 5학년), 김근우(대구영남중 1학년), 이형민(성남성일고 2학년) 학생이 수상했다. 우수상에는 하주환(부산여고초 6학년), 박수아(부산내산초 5학년), 진영후(한국삼육중 1학년), 유소민(부산동래여중 2학년), 이석준(부산동인고 1학년), 김백선(원주육민관고 2학년) 학생이 선정됐다. 초등 부문 대상 수상자인 조시현 학생은 ‘숲의 중요성과 소중함을 주제별로 짜임새 있게 구성한 점이 돋보였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중등 부문 대상 수상자인 백인영 학생은 ‘기사 요약, 헤드라인 붙이기 등 NIE(신문활용교육)의 기본 활동부터 기사문 작성과 인포그래픽 표현 같은 창의적인 활동까지 매우 충실히 소화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고등 부문 대상 수상자인 문정원 학생은 ‘모든 주제를 완성도 높게 정리하고, 자기주장을 논리적으로 전개한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단체상을 받은 대구 월암초등학교는 패스포트 과제 수행에 참여한 4~6학년 학생 10명들이 10대의 눈으로 본 숲에 대한 의견과 고민을 각자의 특색에 맞게 구성했다. 모든 학생이 활동 주제별 탐색, 표현, 편집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단체상에 선정됐다. 시상식은 11월 초 수상자 소속 학교에서 열린다. 수상자들은 상장과 총 880만 원의 상금을 받는다. 단체상 수상 학교는 100만 원, 개별 수상자는 대상(3명) 100만 원, 최우수상(3명) 50만 원, 우수상(6명) 30만 원, 장려상(30명) 5만 원을 각각 받는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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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 신구-강부자 은관문화훈장

    배우 신구(88)와 강부자(83)가 은관문화훈장을 받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3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2024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을 열고 훈장을 수여한다고 28일 밝혔다. 올해 15회째인 대중문화예술상은 대중문화예술인의 사회적 위상과 창작 의욕을 높이고, 공을 기리는 상이다. 배우 신구는 1962년 연극으로 데뷔해 60년 넘게 영화와 드라마, 연극을 넘나들며 활약했고, 배우 강부자 역시 1962년에 데뷔(KBS 공채 2기 탤런트)해 다수의 작품에서 왕성하게 활동한 점이 평가돼 각각 은관문화훈장을 받게 됐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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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평생 갇혀 우는 것이 생의 전부라면

    전 세계 농장에는 10억 마리의 돼지, 15억 마리의 소 그리고 200억 마리의 닭이 살아가고 있다. 하나의 종(種)의 진화적 관점에서 보자면 인간의 손에 의해 가축화돼 대규모로 번식하고,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은 이 종들에겐 대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개별 동물의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 몸을 반대 방향으로 돌릴 수도 없는 좁은 우리에 갇혀 밀집 사육된 뒤 도살당하는 동물의 삶 말이다. 저자는 공장식 축산농장과 연구 실험실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행태로 동물들이 받는 고통은 더 커졌다고 역설한다. 신간은 1975년 첫 출간 당시 비인도적인 동물 도축에 반대하며 이후 동물권 분야의 교과서로 평가받았다. 농장 안에서 동물들에게 닥치는 일에 대한 생생한 설명으로 윤리적 논쟁을 촉발했다. 이를 계기로 동물 학대를 금하는 운동이 세계적으로 일었다. 올해 초판 발행 50주년을 맞아 개정판이 출간됐다. 저자는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1999년부터 인간가치연구센터 교수로 재직하며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내용의 ‘동물권 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책은 서두에서 동물권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2, 3장에선 동물실험과 공장식 양식, 도축 시스템의 실태를 지적한다. 후반부에는 ‘인간 우위론’에 기반한 종 차별주의의 부당성에 대해 논한다. 채식주의자의 사망률이나 발병 비율이 현저하게 낮음을 근거로 들면서 ‘비건 식단’을 권하기도 한다. 렌틸콩 수프, 채소·두부 볶음 등 간단한 조리법도 담았다. 49년 전 이 책이 처음 출간됐을 때와 비교하면 최근 동물권에 대해 사람들이 훨씬 민감해진 것이 사실이다. 저자는 인간이 과거보다 동물의 의식과 육체적·심리적 필요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만,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동물 해방’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먼 듯하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여름 국내의 공장식 축사에 갇혀 있다가 더위를 피하지 못하고 폐사한 동물 수는 약 115만 마리에 달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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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용엄니’ 배우 김수미 별세…향년 75세

    국내 최장수 방송 드라마인 전원일기의 ‘일용엄니’로 사랑받았던 배우 김수미가 25일 별세했다. 향년 75세. 경찰 등에 따르면 고인은 이날 오전 8시경 심정지로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이송됐고,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인은 혈당이 급격하게 상승해 몸에 이상이 생기는 고혈당 쇼크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고인은 지난 5월부터 피로 누적 등으로 활동을 중단해왔다. 1970년 M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고인은 드라마 ‘전원일기’(1980년~2002년)에 일용엄니 역으로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젊은 나이에 60대 노인 역할을 맡았다. 고인은 한 인터뷰에서 “전 나이 순서대로 살아온 게 아니라 거꾸로 살았잖아요. 겨우 스물아홉에 일용어머니 역할을 했으니 제대로 된 청춘을 못 느끼고 살아서 좀 억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인은 연기력을 인정받아 1986년 MBC 연기대상을 받았고 이후 드라마 ‘안녕, 프란체스카’, 영화 ‘가문의 영광’ ‘맨발의 기봉이’ 등에서 괄괄한 어머니 역이나 욕쟁이 할머니 캐릭터를 코믹하게 연기해 인기를 누렸다. 최근까지도 영화·뮤지컬·예능 등에서 전방위로 활동해 온 김수미는 동료들에게 병색을 내색하지 않았다고 한다. 고인과 함께 함께 연기했던 동료들은 갑작스러운 소식에 저마다 애도를 보내며 고인과의 기억을 추억했다. 배우 김용건(78)은 “2주전 마지막 통화를 하며 ‘또 봅시다, 오빠’라고 했는데 그 말을 못지켰다”며 “혹시 가짜 뉴스가 아닐까 싶었는데 황망한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 여배우로서 노인 역을 소화한다는 것은 배우로서 프로의식이 없으면 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그런 연기 욕심과 열정이 있으니 작품마다 새 인물을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배우 최불암(84)는 “배우(俳優)란 ‘우수한 사람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다. 본인이 아프거나 한 상황에 대해 자세히 얘기들을 하지 않는다”며 “그런 배우 정신이 김수미를 에워싸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다양성, 직관력, 관찰력이 발달했던 충실한 배우였다”고 고인을 회고했다.함께 연기했던 동료들이 기억하는 김수미는 배우로서의 사명감뿐 아니라 인정도 넘치는 사람이었다. 남 먹이기를 좋아해 촬영장에 음식을 잔뜩 해오곤 했다. 최불암은 “김치도 서너 가지 가져오고 고기도 여러 가지 해서 가져오곤 했다. 나를 보면 ‘회장님 오시는구나~’하면서 반갑게 맞아줬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전원일기’에서 응삼이 어머니 역으로 출연했던 김영옥(86)은 고인에 대해 “‘천생 연예인’이라며 “일에 목마른 사람처럼 오늘날까지 미친 듯이 뛰어온 사람”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20일 전쯤 통화를 할 때만 해도 괜찮다고 했는데 인사도 못 하고 갑자기 가 버리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진 배우 강부자(83)도 “입원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며칠 있으면 벌떡 일어나서 일 잘하겠지’ 생각했는데 너무 망연자실해서 앉아만 있다”고 말했다.함께 전원일기에 출연했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73)은 이날 “따뜻한 인간미와 유머로 가족처럼 다가오신 분이라 그 슬픔이 가족을 잃은 것처럼 크게 다가온다”며 “후배 배우들에게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신 고인에게 감사드리며 다시 한번 마음 깊이 애도한다”고 밝혔다. 유족으로 딸 정주리, 아들 정명호, 배우인 며느리 서효림 씨 등이 있다. 한양대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27일 오전11시. 02-2290-9456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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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사장 논란… 野 “김건희 브로드캐스팅 시스템”

    KBS 이사회가 박장범 앵커를 차기 사장으로 임명 제청한 다음 날인 24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는 KBS 사장 인선 등을 놓고 여야 간 격한 공방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은 “권력에 아부한 자가 국민의 조롱거리가 되고, 국민의 공분을 산 자가 공영방송 사장이 된다”며 “KBS가 ‘김건희 브로드캐스팅 시스템’이냐”고 질타했다. 같은 당 한민수 의원은 “결국 ‘파우치 박장범’을 뽑기 위해 어제 KBS 이사회를 연 것”이라며 “윤석열 정권이 도대체 KBS를 얼마나 더 망가뜨릴지 개탄스럽다. KBS 뉴스를 ‘땡윤방송’으로 만들려는 것 같다”고 했다. 여당에서는 파우치 관련 직접 언급은 피하면서 KBS 이사진의 사장 선임 결정에는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애초 방통위 2인 체제는 민주당이 상습적으로 위원을 탄핵하고 차기 위원을 추천하지 않는 것이 원인”이라며 KBS 사장 인선 논란에 맞불을 놨다. 증인으로 나온 박민 KBS 사장은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면, 그런 표현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박 앵커의 발언에 옹호적 태도를 보였다. 앞서 박 앵커는 2월 윤 대통령과의 대담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가 받은 디올백에 대해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에서 만든 조그마한 백”이라고 표현해 사안을 축소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날 오전에는 여야 간 고성으로 국감이 정회된 직후 참고인석에 앉아 있던 방송문화진흥회 직원 한 명이 땀을 흘리며 쓰러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이 “××, 사람을 다 죽이네 죽여. ×”라고 욕설을 섞어 말했고, 이후 고성이 오갔다. 이 과정에서 김우영 민주당 의원은 “법관 출신 주제에, 이 ××가”라고 욕설을 했다가 나중에 사과하기도 했다. 고발 조치도 이어졌다. 과방위는 국회 모욕죄로 김 직무대행을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과 장경식 방심위 국제협력단장은 위증 혐의로 고발이 의결됐다. 과방위는 방통위에 파견된 검찰·경찰 수사관을 돌려보낼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도 가결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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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이기에 겪는 고통… 마주할 때 비로소 과거가 된다

    주인공 ‘자흔’은 2살 무렵 서울역 기차간에서 작은 보자기에 싸인 채 발견된다. 난 곳도, 부모도, 형제도 알지 못한 채 평생을 떠도는 그녀는 외로운 영혼. 하지만 자신이 처음 발견된 곳이 여수발 서울행 통일호 기차였음을 알고 평생 여수를 자신의 고향이라고 믿는다. 다른 주인공 ‘정선’은 다섯 살 무렵 어머니를 여의고 2년 뒤엔 아버지에 의해 동반 자살을 당하다 겨우 살아남았다. 함께 지내던 동생은 아버지와 함께 숨을 거둔다. 그 끔찍한 일이 벌어졌던 곳이 바로 여수. 정선에게 여수는 쓰라린 기억과 구역질 나는 바다 냄새와 생선 썩는 냄새가 가득한 곳일 뿐이다. 저마다의 아픔을 안고 서울에서 만난 두 사람은 우연히 한 집에 머물게 된다. 하지만 서로의 상처를 보듬거나 차이를 극복하진 못하고 자흔은 훌쩍 떠나 버린다. 그곳은 아마도 여수일 것이다. 정선은 자신에게도 사무치게 고통스러운 기억이 서린 여수로 그녀를 찾아 나선다. 이렇게 상처 입은 자들이 다시 여수로 모여든다. 한강 작가의 ‘여수의 사랑’은 1994년 그녀가 펴낸 첫 소설이자 소설집 ‘여수의 사랑’의 표제작이다. 소설집에는 이 작품을 포함해 총 6편의 단편이 함께 실렸다. 한 작가는 이보다 1년 앞선 1993년 시인으로 먼저 등단했는데 이후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서 ‘붉은 닻’으로 등단한 뒤 소설가로서 발을 내디뎠다. 소설집에는 ‘붉은 닻’과 함께 ‘질주’ ‘야간열차’ ‘진달래 능선’ ‘어둠의 사육제’가 수록돼 있다. 소설 ‘여수의 사랑’은 주인공들이 아픔과 치욕을 헤집고 고통스러운 운명과 마주하는 작품이다. 이들은 그토록 피하고 싶던 여수로 운명처럼 다시 끌려간다. 소설에서 자흔은 “어디로 가든, 난 그곳으로 가는 거”라고 말하고 훌쩍 떠난다. “그들은 정말 여수를 사랑하는가? 사랑한다, 분명히. 그곳이 그들의 고향이고, 그곳에서야말로 친숙하고 따뜻하고, 외롭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하고 싶으면서도 사실은 그곳을 사랑하고 있다는 역설적인 묘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주인공들에게 여수는 두려움과 아픔을 점지하는 곳이자, 지치고 외로운 영혼이 안타깝게 부르는 마음의 자리로 읽힌다. 또한 끝내 이룰 수 없다는 걸 분명히 알기 때문에 늘 간절한 소망으로 새기는 대상이기도 하다. 한강 작가가 여수를 배경으로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소설집을 발간한 이듬해 한 인터뷰에서 “여수라는 이름이 갖는 중의적 의미 때문에 택했다”고 답했다. 그는 “여수(麗水)가 아름다운 물이라 그래서 이 고장의 이름이 되기도 하고, 여행자의 우수(旅愁)라는 한자를 써서 여수가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작품에선 여수라는 도시가 갖는 분위기, 질감에 대한 작가의 묘사도 글을 감칠맛 나게 한다. 소설은 아래와 같은 문장으로 시작된다. “여수, 그 앞바다의 녹슨 철선들은 지금도 상처 입은 목소리로 울어대고 있을 것이다. 여수만(灣)의 서늘한 해류는 멍든 속살 같은 푸릇푸릇한 섬들과 몸 섞으며 굽이돌고 있을 것이다. 저무는 선착장마다 주황빛 알전구들이 밝혀질 것이다. 부두 가건물 사이로 검붉은 노을이 타오를 것이다. 찝찔한 바닷바람은 격렬하게 우산을 까뒤집고 여자들의 치마를, 머리카락을 허공으로 솟구치게 할 것이다.” 문학과지성사 상임고문인 김병익 문학평론가는 당시 소설의 초판 해설에서 “그녀는 왜 삶의 치욕들을 헤집고 그들의 고통스런 운명을 잔인하게 우리 앞에 던져주는가”라고 묻는다. 한 작가는 결국 작품을 통해 자신은 물론 독자인 우리가 모두 버리고 지웠던 기억을 되살리는 지난한 시간을 겪게 한다. 돌아보면 그 시간은 ‘인간’이라는 상처를 안고 살아온 아픈 시간을 깨우는 뼈아픈 각성의 시간이 된다. 내가 버렸던 아픈 기억들을 들추는 것이 달갑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막막했던 당시의 기억은 힘든 시간을 견뎌낸 우리 모두에게 다시 살아갈 동력을 전해준다. 표제작을 비롯해 소설집에 담긴 다른 작품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꼽자면 ‘삶의 고단함’이다. 한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첫 단편집을 쓰던 당시 “고단함에 관심이 있었다. 인간이 어떻게 삶을 버티고 떠나기를 몰래 꿈꾸고, 저마다 홀로 피로와 시련을 감당해 내는지가 관심사였다”고도 설명했다. 그 때문에 작품 속 인물들은 떠나고, 버리고, 방황하고, 추락하며 죽음 가까이에서 이 세상에 없는 것들을 그리워한다. 또 상실감과 파괴적인 체념을 담고 있으며 눅눅하고 음울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 소설 ‘질주’에서 형 인규는 집단 폭행으로 죽어간 동생 진규의 죽음을 막지 못한다. 인규는 아버지의 죽음 후 의붓아버지와 사는 어머니가 동생 진규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잊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머니가 자궁암에 걸린 뒤 수술을 거부하는데 이는 다시 동생 진규를 낳고 싶기 때문이란 것을 알게 된다. “다시 너를 낳고 싶구나. 나에게 돌아오겠느냐?” ‘야간 열차’는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쌍둥이 동생의 삶까지 살아내야 하는 동걸의 이야기를 담았다. 가족의 비극과 심리적 고통을 탁월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동생의 인생을 대신 살아야 한다는 설정 등에선 작가의 실험적 시도를 엿볼 수 있다. ‘진달래 능선’은 백치 같은 여동생을 버리고 어린 시절 고향에서 도망친 주인공 정환이 훗날 고향에 들러 어머니와 동생의 소식을 듣고 이들을 찾아다닌다는 줄거리다. 고향, 가족에 대한 그리움, 귀환 등을 주제로 담고 있다. ‘어둠의 사육제’는 집과 고향을 버리고 상경해 자신을 찾으려 애쓰는 장녀 영진의 이야기다. 한 작가가 신춘문예로 등단한 ‘붉은 닻’은 죽음을 앞둔 동식과 군 제대 후에도 가족에 대한 배려 없이 함부로 살아가는 동영에 대한 이야기다. 개인이 안고 있는 상처와 이를 극복해나가는 희망을 그렸다. 강계숙 문학평론가는 소설집 ‘여수의 사랑’에 대해 “시간의 풍화작용에도 그 빛을 잃지 않고 튼튼히 살아남을 것임을 확신한다”며 “우리 시대의 가장 젊은 ‘고전(古典)’이라고 평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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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사장 논란… 野 “김건희 브로드캐스팅 시스템”

    KBS 이사회가 박장범 앵커를 차기 사장으로 임명 제청한 다음 날인 24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는 KBS 사장 인선 등을 놓고 여야 간 격한 공방이 벌어졌다.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은 “권력에 아부한 자가 국민의 조롱거리가 되고, 국민의 공분을 산 자가 공영방송 사장이 된다”며 “KBS가 ‘김건희 브로드캐스팅 시스템’이냐”고 질타했다. 같은 당 한민수 의원은 “결국 ‘파우치 박장범’을 뽑기 위해 어제 KBS 이사회를 연 것”이라며 “윤석열 정권이 도대체 KBS를 얼마나 더 망가뜨릴지 개탄스럽다. KBS 뉴스를 ‘땡윤방송’으로 만들려는 것 같다”고 했다.여당에서는 파우치 관련 직접 언급은 피하면서 KBS 이사진의 사장 선임 결정에는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애초 방통위 2인 체제는 민주당이 상습적으로 위원을 탄핵하고 차기 위원을 추천하지 않는 것이 원인”이라며 KBS 사장 인선 논란에 맞불을 놨다. 증인으로 나온 박민 KBS 사장은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면, 그런 표현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박 앵커의 발언에 옹호적 태도를 보였다. 앞서 박 앵커는 2월 윤 대통령과의 대담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가 받은 디올백에 대해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에서 만든 조그마한 백”이라고 표현해 사안을 축소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이날 오전에는 여야 간 고성으로 국감이 정회된 직후 참고인석에 앉아 있던 방송문화진흥회 직원 한 명이 땀을 흘리며 쓰러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이 “××, 사람을 다 죽이네 죽여. ×”라고 욕설을 섞어 말했고, 이후 고성이 오갔다. 이 과정에서 김우영 민주당 의원은 “법관 출신 주제에, 이 ××가”라고 욕설을 했다가 나중에 사과하기도 했다.고발 조치도 이어졌다. 과방위는 국회 모욕죄로 김 직무대행을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과 장경식 방심위 국제협력단장은 위증 혐의로 고발이 의결됐다. 과방위는 방통위에 파견된 검찰·경찰 수사관을 돌려보낼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도 가결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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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조 ‘타잔’ 美 배우 론 엘리, 86세로 별세…당시 스턴트 없이 직접 연기

    1960년대 미국 TV 시리즈 ‘타잔’에서 주인공 타잔을 연기했던 배우 론 엘리가 지난달 86세로 별세했다. 24일(현지 시간) AP,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엘리의 딸 커스틴 엘리는 전날 자신의 SNS에 아버지가 지난달 29일 로스앤젤레스의 자택에서 숨졌다고 뒤늦게 밝혔다. 커스틴은 아버지에 대해 “사람들이 영웅이라고 부른 인물이었다. 그는 배우이자 작가, 코치, 멘토, 가장이자 리더였다”고 추모했다. 동명의 영화를 TV물로 옮긴 ‘타잔’은 1966년부터 1968년까지 NBC 방송에서 전파를 탔다. 엘리는 ‘타잔’에서 스턴트 배우를 쓰지 않고 모든 액션 연기를 직접 소화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 과정에서 뼈가 부러지고, 사자에게 물리는 등 크고 작은 상처를 입기도 했다. 그는 2001년 은퇴한 뒤 추리 소설 2권을 펴내기도 했다.엘리는 미인대회 출신의 발레리 엘리와 결혼해 세 자녀를 가졌다. 2019년 당시 서른 살이던 아들이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신도 출동한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는 비극적 사건이 벌어지면서 재차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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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사장 후보에 박장범 앵커

    KBS 이사회가 박장범 뉴스9 앵커(54·사진)를 제27대 사장으로 임명 제청했다. 이사회는 23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박 앵커와 박민 현 사장, 김성진 방송뉴스 주간 등 3명에 대한 면접을 거쳐 박 앵커를 최종 후보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연임이 점쳐졌던 박 사장은 취임 1년 1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이사회가 사장 임명 제청 공문을 인사혁신처로 보내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신임 사장 임기는 올해 12월 10일부터 2027년 12월 9일까지다. 박 후보자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KBS 공채 20기 기자로 입사해 런던 특파원, 사회2부장 등을 거쳐 지난해 11월부터 KBS 메인뉴스인 뉴스9 앵커를 맡고 있다. 임명되면 KBS 최초로 9시 뉴스 앵커 출신 사장이 된다. 박 후보자는 올 2월 7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단독 대담 방송인 ‘특별 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의 진행을 맡기도 했다. 당시 방송에서 윤 대통령에게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질문에서 디올 백을 “파우치, 외국 회사 조그마한 백”이라는 표현을 써서 해당 사안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려고 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날 KBS 이사회 면접에서 박 후보자는 특별 대담 방송에서 ‘명품’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은 이유에 대해 “수입 사치품을 명품이라고 부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파우치’나 ‘조그마한 가방’이라고 부른 데 대해선 “제조사에서 붙인 이름을 쓰는 것이 원칙인데, 문제가 된 상품은 (명칭이) ‘디올 파우치’다. 다만 파우치는 ‘백’에 비해 덜 사용하는 용어이기 때문에 한국말로 ‘작은 가방’이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임명 제청에 대해 KBS 내에서 가장 많은 조합원을 거느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무효를 주장하며 하루 동안 파업에 들어갔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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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이사회, 제27대 사장으로 박장범 ‘뉴스9’ 앵커 임명 제청

    KBS 제27대 사장으로 박장범 KBS 뉴스9 앵커(54·사진)가 임명 제청됐다. KBS 이사회는 23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면접심사와 투표를 거쳐 박장범 후보를 사장 최종 후보자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KBS 이사회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장 임명을 제청하는 공문을 인사혁신처로 송부했다. 박 후보자는 현재 KBS 메인뉴스인 뉴스9 앵커를 맡고 있다. 과거 뉴스광장과 심야토론, 일요진단 등을 진행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면 KBS 최초로 9시뉴스 앵커 출신 사장이 된다. 제27대 KBS 사장 임기는 3년으로 오는 12월10일부터 2027년 12월9일까지다. 앞서 박 후보자는 올해 2월 7일 KBS 1TV에서 방영된 윤석열 대통령과의 단독 대담 방송 ‘특별 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진행을 맡기도 했다. 당시 박 후보자는 윤 대통령을 인터뷰하면서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언급하며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 조그마한 백”이라고 말해 사안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려 했다는 야당 등의 비판을 받았다. 박 후보자는 이날 사장 후보 면접에서도 방송 당시 ‘명품’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은 이유에 대해 “수입산 사치품을 명품이라고 부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논란이 된 가방을 ‘파우치’, ‘조그마한 가방’이라고 부른 데 대해 “제조사에서 붙인 이름을 쓰는 것이 원칙인데, 문제가 된 상품은 (명칭이) ‘디올 파우치’”라며 “다만 파우치는 ‘백’에 비해 덜 사용하는 용어이기 때문에 한국말로 ‘작은 가방’이라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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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노벨상 선배 르 클레지오 “한강, 내게도 깨달음 줘”

    200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84)가 소설가 한강(54)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며 동아일보에 글을 보내왔다. 르 클레지오는 e메일 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 “한강의 문학을 처음부터 지켜봐 왔기에 노벨 문학상 수상은 매우 합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강은 한국의 문학적 유산을 다시 아주 새롭게 만든 신세대 소설가”라는 평가도 내놓았다. 생존 작가 중 가장 아름다운 프랑스어 문장을 쓰는 것으로 평가받는 르 클레지오는 ‘조서’(1963년), ‘홍수’(1966년), ‘사막’(1980년) 등을 통해 자연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2007년부터 1년간 이화여대에서 프랑스 문학을 가르치고, 서울을 배경으로 한 소설 ‘빛나’를 집필하기도 했다. 다음은 그가 보내온 e메일 전문. 올해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접하고 열정적인 환호를 보냅니다. 나는 그의 문학을 처음부터 지켜봐 왔기 때문에 스웨덴 한림원이 한강에게 보인 경의는 매우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강은 김애란, 백가흠, 안영실, 조경란, 박찬순, 김연수, 최진영, 윤성희, 편혜영 등과 더불어 한국의 문학적 유산을 다시 아주 새롭게 만든 신세대 소설가입니다. 이화여대 강연에서 한강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가 한국전쟁의 영향을 받은 이승우, 황석영 등 이전 세대와 자신(그리고 한국의 젊은 여성 작가 대부분)이 다른 이유에 대해 설명해줘서 매우 흥미로웠던 것이 기억납니다. 한강은 (자신의 작품 집필이) 근대성에 물든 사회, 자기중심적이고 폭력적인 도시 사회에서 개인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주된 투쟁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쟁의 잔인함에 대한 원한과 같은 한국의 ‘한(恨)’이라는 감정을 파고들었던 내게 한강과의 만남은 매우 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김애란 등 다른 작가와 마찬가지로 한강의 유머 감각은 한국 작가들의 서사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합니다. 나는 서울에서 가르치는 것이 매우 즐거웠고, 가족의 가치와 전통을 존중하는 창의적이고 다양한 한국 문화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다음에도 한국을 다시 방문하고 싶습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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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째 ‘한강 작품’ 가르쳐… 그의 상상력 놀라워”

    “한강의 작품을 매년 학생들에게 가르칩니다. 그의 문학적 상상력은 정말 놀랍거든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현대 영문학, 세계문학, 비평이론 등을 가르치는 안키 무케르지 영문학과 교수(사진)는 15일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작품은 전 세계 더 많은 독자들과 만나 찬사를 받을 만하다. 놀라운 재능을 지닌 작가”라고 평가했다. 10년째 매년 학생들에게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 등을 소개하고 가르쳐 왔던 그는 10일(현지 시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한강으로 발표되자 누구보다 기뻐하며 X(옛 트위터)에 수상 소식을 여러 차례 공유했다. 미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도 그녀가 한강 작가의 작품을 오랜 시간 강의해 온 점에 주목해 인터뷰했다. 그는 NYT에 “한강의 글은 신체의 정치, 성별의 정치, 국가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정치를 담고 있으면서도 문학적 상상력을 결코 놓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2015년 옥스퍼드대 영문학과 교수로 부임한 그는 그 무렵 영국 출신의 번역가인 데버라 스미스가 번역한 ‘채식주의자’를 우연히 접하고 작품의 문학적 가치를 일찌감치 알아챘다. 이후 영문학과 석사 과정 중 ‘인도주의적 소설’ 과목에서 ‘채식주의자’ 텍스트를 학생들에게 처음 소개하고 강의하기 시작했다. 인권 및 인도주의와 소설의 관계 등을 주로 탐구하는 과목이었다. 아시아 문학 자체도 낯선 학생들에게 한국 작가의 소설은 더욱 낯설었을 터. 하지만 한 학기 강의가 끝날 때면 학생들은 ‘채식주의자’를 가장 흥미로운 텍스트로 꼽았다고 한다. “채식주의자에서 한 여성이 갑자기 고기를 피하면서 성적, 정치적, 예술적 각성을 나타내는 이야기는 정말 숨 막힐 정도로 흥미로웠어요. 소설은 어떠한 대상을 신성시하지 않으면서도 매우 재미있으며 초현실적인 면도 갖추고 있거든요.” 2016년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하며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자 몇 년 전부터는 학생들이 먼저 ‘소년이 온다’에 대해서도 강의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무케르지 교수는 “한강의 소설은 국가적 사건을 독자들에게 단순히 회상시키는 방식에만 머물러 있지 않는다. 국가 폭력의 희생자들의 인간성, 욕망, 기억을 신중하게 재구성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또 “작가가 소설 속 인물들의 트라우마를 지극히 개인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집단적 고통과 생존 형태에 집착하는 점도 흥미롭다”고 평했다. 그는 “한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그의 작품을 더 폭넓게 소개할 계획”이라며 더 많은 작품들이 번역돼 전 세계 독자들과 만나길 바란다고 말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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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랙핑크 로제, 브루노 마스와 협업곡 ‘APT.’ 발표

    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로제가 세계적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한국의 술자리 게임에서 착안한 신곡 ‘APT.’를 18일 발표했다. 오는 12월 6일 정규 앨범 ‘로지(rosie)’의 발표를 앞두고 나온 선공개 곡이다. 한국의 술자리 게임으로 널리 알려진 ‘아파트 게임’ 도입부의 리듬과 멜로디를 모티브로 삼았다. 이날 공개된 뮤직비디오에는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자연스럽게 노래를 하는 모습을 담았다. 브루노 마스가 한국어 가사로 “건배, 건배”라고 외치며 태극기를 흔드는 모습도 온라인상에서 화제다. 밴드 록 스타일의 곡으로 그간 로제의 솔로곡이나 블랙핑크 그룹 활동 무대와는 다른 매력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앞서 17일 로제는 브루노 마스에게 한국의 술자리 게임을 알려줬다고 밝혀 주목받은 뒤 이튿날 이 게임을 직접적인 주제로 한 신곡을 발표했다. 로제와 협업한 브루노 마스는 그래미 어워즈를 총 15회 수상한 정상급 가수다. ‘저스트 더 웨이 유 아’(Just the Way You Are)와 ‘그러네이드’(Grenade) 등으로 빌보드 ‘핫 100’ 1위를 차지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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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째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가르치는 英 옥스퍼드대 영문과 교수

    “한강의 작품을 10년째 매년 학생들에게 가르칩니다. 그의 문학적 상상력은 정말 놀랍거든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현대 영문학, 세계문학, 비평이론 등을 가르치는 안키 무커지 영문학과 교수(사진)는 15일 본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작품은 전 세계 더 많은 독자들과 만나 찬사를 받을 만하다. 놀라운 재능을 지닌 작가”라고 평가했다. 10년째 매년 학생들에게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 등을 소개하고 가르쳐왔던 그는 10일(현지 시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한강으로 발표되자 누구보다 기뻐하며 X(옛 트위터)에 수상 소식을 여러 차례 공유했다. 미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도 그녀가 한강 작가의 작품을 오랜 시간 강의해온 점에 주목해 인터뷰했다. 그는 NYT에 “한강의 글은 신체의 정치, 성별의 정치, 국가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정치를 담고 있으면서도 문학적 상상력을 결코 놓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2015년 옥스퍼드대 영문학과 교수로 부임한 그는 그 무렵 영국 출신의 번역가인 데버라 스미스가 번역한 ‘채식주의자’를 우연히 접하고 작품의 문학적 가치를 일찌감치 알아챘다. 이후 영문학과 석사 과정 중 ‘인도주의적 소설’ 과목에서 ‘채식주의자’ 텍스트를 학생들에게 처음 소개하고 강의하기 시작했다. 인권 및 인도주의와 소설의 관계 등을 주로 탐구하는 과목이었다. 아시아 문학 자체도 낯선 학생들에게 한국 작가의 소설은 더욱 낯설었을 터. 하지만 한 학기 강의가 끝날 때면 학생들은 ‘채식주의자’를 가장 흥미로운 텍스트로 꼽았다고 한다. “채식주의자에서 한 여성이 갑자기 고기를 피하면서 성적, 정치적, 예술적 각성을 나타내는 이야기는 정말 숨 막힐 정도로 흥미로웠어요. 소설은 어떠한 대상을 신성시하지 않으면서도 매우 재미있으며 초현실적면도 갖추고 있거든요.” 2016년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하며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자 몇 년 전부터는 학생들이 먼저 ‘소년이 온다’에 대해서도 강의해달라고 요청해왔다. 무커지 교수는 “한강의 소설은 국가적 사건을 독자들에게 단순히 회상시키는 방식에만 머물러 있지 않는다. 국가 폭력의 희생자들의 인간성, 욕망, 기억을 신중하게 재구성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또 “작가가 소설 속 인물들의 트라우마를 지극히 개인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집단적 고통과 생존 형태에 집착하는 점도 흥미롭다”고 평했다. 그는 “한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그의 작품을 더 폭넓게 소개할 계획”이라며 더 많은 작품들이 번역돼 전세계 독자들과 만나길 바란다고 말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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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진스 하니 국감서 눈물 “높은 분이 인사 안 받아… 인간으로서 예의 없다”

    아이돌 그룹 뉴진스의 하니가 국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우리는 다 인간이지 않으냐. 서로 인간으로 존중하면 적어도 직장 내 괴롭힘과 따돌림은 없지 않겠느냐”고 호소했다. 그는 직장 내 따돌림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증인으로 함께 출석한 김주영 어도어 대표는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며 노동청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 하니는 “제가 오늘 여기에 나오지 않으면 조용히 넘어가고, 묻힐 거라는 걸 아니까 나왔다. 다른 선후배, 동기, 연습생분들도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국감에) 나왔다”며 출석 배경을 설명했다. 하니는 이날 국정에서 안호영 환노위원장의 관련 질의에 “헤어와 메이크업이 끝나서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른 소속 팀원분들 세 분 정도와 여성 매니저가 저를 지나가셔서 잘 인사했다”며 “5분, 10분 후에 그분들이 다시 나왔다. 그 매니저가 저와 눈을 마주치고 뒤에 따라오는 멤버들에게 ‘못 본 척 무시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회사가 우리를 싫어한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그 사건만이 아니었다. 데뷔 초반부터 높은 분을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한 번도 안 받았다. 저희 인사를 다 안 받으신 것은 직업을 떠나 인간으로서 예의가 없다”고 했다. 김 대표는 “당시 어도어 사내 이사로서 취할 수 있는 다양한 조치들은 다 취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니 씨가 이런 심정을 가지고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으로 보아 제가 조금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되돌아본다”고 말했다. 이어 “아티스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소통을 강화하겠다. 당사자들 간 서로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 사실관계 확인이 중요하다”며 현재 진행 중인 노동청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하니는 “(김 대표와 회사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회사가) 우리를 지켜주겠다고 했는데 사과할 의지가 없었고, 어떤 액션이나 의지가 없었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특히 다른 레이블 소속 매니저 등 상대방이 인사하는 장면이 담긴 약 8초 분량의 폐쇄회로(CC)TV 영상만 있고, 이후 장면은 삭제돼 있다며 “중요 자리 미팅의 내용을 놓치지 않게 녹음하고 (면담에) 들어갔다. (김 대표가) 거짓말하는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의원 질의에 대해 일부 소통이 어려웠던 점과 관련해 “마지막으로 만약 다시 나와야 한다면 한국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나오겠다”며 발언을 마쳤다. 하니는 베트남계 호주인이다. 이날 국감에서 고용노동부는 하이브의 ‘2024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 선정이 부적절하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노동청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철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주애진 기자 jaj@donga.com}

    • 2024-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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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재 마비 일단 피했다… “재판관 9명중 6명으로도 심리 가능”

    헌법재판소가 헌재 재판관이 최소 7명 있어야 사건을 심리할 수 있도록 한 헌법재판소법 조항의 효력을 14일 정지했다.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켜 직무 정지 상태인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정족수 부족으로 탄핵 심판이 정지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헌재가 인용한 것이다. 헌재의 결정은 이달 17일 임기를 마치는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이영진 김기영 헌재 재판관의 후임을 국회가 추천하지 않으면서 이 위원장의 탄핵 심판을 비롯한 사건 처리가 ‘올스톱’될 것이란 우려를 감안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날 결정으로 헌재는 후임 재판관 3명 임명이 늦어지더라도 당분간 모든 사건에 대한 심리와 결정 등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헌재, “6명으로도 심리 가능” 헌재는 14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한 헌재법 23조 1항에 대해 위헌 여부에 대한 선고가 내려질 때까지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을 받은 신청인(이 위원장)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며 “23조 제1항에 따라 사건을 심리조차 할 수 없다고 한다면 신청인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청인으로서는 해당 조항으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손해를 입을 위험이 있고, 3명의 재판관 퇴임이 임박한 만큼 손해를 방지할 긴급한 필요도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 위원장은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국회 탄핵소추안으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법조계에선 17일 이 소장과 두 재판관이 퇴임하면 재판관이 6명에 불과해 이 위원장 사건은 물론이고 모든 사건 심리를 진행할 수 없게 될 것이란 우려가 컸다. 헌재 재판관은 대법원장과 대통령, 국회가 각각 3명씩 지명하는데, 이번에 퇴임하는 3명의 재판관은 모두 국회가 선출해야 하는 몫이었다. 하지만 여야가 추천 방식을 두고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헌재가 마비 상태에 빠질 거란 우려가 나왔다. 국민의힘은 여야 한 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한 명은 관례대로 합의해 추천하자는 입장인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원내 1당이 3명 중 2명을 추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자 이 위원장은 이달 10일 헌재 정족수 부족으로 자신의 탄핵 심판이 정지되는 것이 부당하다며 위헌 확인 헌법소원과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헌재는 이날 결정에 대해 “임기제하에서 임기 만료로 인한 퇴임은 당연히 예상되는 것임에도 재판관 공석의 문제가 반복하여 발생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도 밝혔다. 재판관 직무대행 제도와 같은 제도적 보완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재판관이 7명보다 적어질 경우 헌재 기능이 마비되도록 두는 것이 헌법적으로 맞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편의주의적 해석” 지적도 이번 사건은 이 위원장이 냈지만, 헌재 결정의 효력은 헌재가 심리 중인 모든 사건에 적용된다. 다른 사건도 ‘6명 체제’로 심리할 수 있는 것이다. 헌재는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 절차를 제때 진행하지 못해 신청인의 기본권은 이미 침해된 이후이므로 이를 회복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다른 사건들도 마찬가지로, 결국 재판관 결위로 인한 불이익을 아무런 책임이 없는 국민이 지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선 헌재가 업무 마비를 막기 위해 편의주의적인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직 헌재 연구관은 “심판 정족수는 헌재 운영에 굉장히 근본적인 요건인데, 특정 신청인의 청구를 받아들여 다른 사건에도 효력이 미치도록 하는 것은 헌재 스스로를 위한 편의주의적 해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대한민국 헌법 수호의 최후 보루인 헌법재판소의 기능이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돼 다행”이라며 “민주주의는 법에 의한 지배라는 가장 기본적인 메시지를 이번 인용을 통해 엄숙하게 깨닫게 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아쉬움을 표했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헌재 스스로 입법행위에 준하는 결정을 했다는 점, 국감 이후 헌재 재판관 인사청문회 등 추천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었다는 점 등에서 아쉬운 결정”이라며 “향후 진행될 헌재 심리가 이 위원장의 불법 행위에 대한 엄중한 법의 심판을 내리는 과정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 202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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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가 겸 시인’ 한강, 최신작도 ‘북향 방’ 등 詩 2편

    소설가 한강(54)은 1993년 계간 ‘문학과사회’를 통해 시로 먼저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그의 시인 활동도 꾸준하다. 한강의 가장 최신작 또한 지난달 발표한 신작 시 2편이다. 한강은 계간 ‘문학과사회’ 가을호에 시 ‘북향 방’과 ‘(고통에 대한 명상)’ 등 두 편을 실었다. ‘북향 방’에서는 북쪽으로 향한 방에 살게 된 시인의 감상을 서늘한 시선으로 담았다. “봄부터 북향 방에서 살았다/처음엔 외출할 때마다 놀랐다/이렇게 밝은 날이었구나(하략)” ‘(고통에 대한 명상)’은 새장에 갇힌 새를 보며 고통과 죽음을 그리는데 다음은 시의 일부. “철망 바닥에 눕는 새는 죽은 새뿐/기다린다고 했다/횃대에 발을 오그리고/어둠 속에서 꼿꼿이/발가락을 오그려붙이고 암전” 한강의 문학적 행보는 소설에 집중돼 있지만 2013년에는 20년간 꾸준히 써온 시를 모아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펴내기도 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에게 노벨 문학상을 안기며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 평가했다. 시와 소설 쓰기의 병행이 한강만의 독특한 문학적 색채를 만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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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 한강’도 주목…시로 등단, 최신작도 시 2편

    소설가 한강(54)은 1993년 계간 ‘문학과사회’ 시로 먼저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그의 시인 활동도 꾸준하다. 한강의 가장 최신작 또한 지난달 발표한 신작 시 2편이다. 한강은 지난달 계간 ‘문학과사회’ 가을호에 시 ‘북향 방’과 ‘(고통에 대한 명상)’ 두 편을 실었다. ‘북향 방’에서는 북쪽으로 향한 방에 살게 된 시인의 감상을 서늘한 시선으로 담았다. “봄부터 북향 방에서 살았다/처음엔 외출할 때마다 놀랐다/이렇게 밝은 날이었구나(하략)” ‘(고통에 대한 명상)’은 새장의 갇힌 새를 보며 고통을 죽음을 그리는데 다음은 시의 일부. “철망 바닥에 눕는 새는 죽은 새뿐/기다린다고 했다/횃대에 발을 오그리고/어둠 속에서 꼿꼿이/발가락을 오그려붙이고 암전” 한강의 문학적 행보는 소설에 집중돼 있지만 2013년에는 20년간 꾸준히 써온 시를 모아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도 펴내기도 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에게 노벨 문학상을 안기며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 평가했다. 시와 소설 쓰기의 병행이 한강만의 독특한 문학적 색채를 만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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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네 주민들 “너무 소박해 유명작가인 줄 몰랐다”

    11일 오전 소설가 한강(54)의 서울 자택을 찾았다. 대문이 굳게 잠긴 채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꽃다발들만이 놓여 있었다. 축하 화분을 전해 주러 온 배달 기사가 초인종을 몇 번이나 눌렀지만 안에서는 응답이 없었다. 인근 주민은 “어제 낮이나 오후까지는 있었던 것 같은데 어젯밤부터 집에 불이 안 켜졌고 지금도 조용한 걸 보니 안 계시는 것 같다. 우편물 등이 없어진 걸 보니 챙겨서 나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강은 이날 아버지 한승원 작가를 통해 “인터뷰를 따로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한 이후 언론사는 물론이고 출판 관계자 등과도 연락이 잘 닿지 않는 상태다. 소설가 한강이 있을 만한 곳은 한 곳 더 있었다. 한강이 운영하는 책방이 그곳.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책방오늘’은 오후 1시 개점 시간이 한참 남은 오전부터 독자들이 찾아와 입장을 기다리는 줄까지 생겼다. 책방을 담당하는 직원 한 명만 서점을 지켰을 뿐 한 작가나 가족들의 모습은 이곳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직원은 기자의 여러 질문에 입을 꾹 다물었다. 이날 책방은 문을 연 지 2시간도 채 안 된 오후 2시 50분경 영업을 종료했다. 원래는 오후 7시까지 하는 곳이다.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한강의 책 구매에 실패해 찾아왔다는 김모 씨(59)는 “혹시나 이곳에서 구할 수 있을까 해서 왔는데 문을 닫아서 아쉽다”고 했다. 수수하면서도 이웃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곤 했던 소설가 한강을 기억하며 “너무 소박하고 평범해서 유명 작가인 줄 몰랐다”며 놀라워하는 동네 주민도 있었다. 조기태 씨(79)는 “지나다니면서 종종 뵌 분인데 이렇게 유명한 분일 줄 몰랐다”며 “축하와 존경의 의미를 담아 집 앞에 둘 꽃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옆집 주민은 “이사 올 때 작가라고는 들었는데 한강 작가인 것을 어제 알았다”고 했다. 한 작가가 8년간 찾고 있다는 한 음식점의 주인은 “말수가 많지 않으신 편이다. 밤에 피아노도 종종 치시고 경복궁역 주변 걷기 운동하며 평범하게 지내셨다”며 “아드님과도 종종 왔다”고 했다. 또한 “주 3회 정도는 식당에 왔는데 오전 11시 오픈 전에 와서 기다릴 때도 있었다. 밤새 힘들게 글 쓰고 오신 것 같아 먼저 드리곤 했다”고 말했다. 평소 식당에선 곤드레밥(1만1000원)과 비빔밥 메뉴들(1만 원 안팎)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4-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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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8회 인촌상 시상식

    인촌 김성수(仁村 金性洙)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제38회 인촌상 시상식이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11일 열렸다. 인촌상은 일제강점기에 동아일보를 창간하고 경성방직과 고려대를 설립한 민족 지도자 인촌 선생의 유지를 이어 나가기 위해 1987년 제정됐다. 재단법인 인촌기념회(이사장 이진강)와 동아일보사는 인촌 선생의 탄생일인 10월 11일에 맞춰 매년 시상식을 열고 있다. 이날 수상자는 △홍정길 밀알복지재단 이사장(교육) △박정자 연극배우(언론·문화)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인문·사회) △권인소 한국과학기술원 전기및전자공학부 KAIST 교수(과학·기술)로 각각 상장과 메달, 상금 1억 원을 받았다.▶수상자 공적은 본보 9월 9일자 A8면 참조 이진강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인촌상은 인촌 선생의 나라 사랑을 되새기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더 밝게 만드는 노력을 공유하기 위함”이라며 “올해 수상자들의 모습에서 민족을 위해 조용히 헌신하셨던 인촌 선생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밝혔다. 김도연 인촌상 운영위원장은 수상자 선정 경위를 보고했다. 운영위원회는 외부 심사위원 16명을 위촉하고 후보군을 추린 뒤 6∼8월 수차례 회의를 열고 최종 수상자를 확정했다. 홍정길 밀알복지재단 이사장(82)은 장애인의 자립을 돕는 교육과 지원사업을 이끌어 왔다. 특히 장애인 학교와 지역사회의 상생과 통합을 실천하기 위해 헌신했다. ‘건물 없는 교회’로 유명한 남서울은혜교회의 원로목사로 1996년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밀알학교를 설립했다. 지체 장애를 가진 스무 살 터울 막내 여동생이 취업에 실패하는 모습을 보며 장애인들을 돕기로 했다. 유치원 등 총 13학급으로 출발한 밀알학교는 현재 초중고교, 직업 훈련 과정인 드림대학까지 총 31학급 규모다. 재학생은 총 196명. 재단에서 운영하는 굿윌스토어(기증품 판매점)는 33호점까지 확장했고 장애인 직원만 약 400명이다. 홍 이사장은 “민족의 스승들 같은 역대 인촌상 수상자의 뒤를 이어 큰 상을 받는 건 두렵다”면서도 “마지막까지 밀알 정신으로 겸허히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정자 연극배우(82)는 1962년 연극 ‘페드라’ 이후 올해까지 62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무대에 오르면서 일생을 연극에 헌신했다. ‘작은 배우는 있어도 작은 배역은 없다’는 철학으로 160여 편의 작품에 주연, 조연, 앙상블(주·조연 제외한 배역)로 출연했다. ‘나의 종교는 연극’이라는 말로 삶의 지표를 표현했다. 1986년 연극 ‘위기의 여자’로 여성 관객들을 대거 문화 현장으로 불러내는 트렌드도 만들었으며 연극인 복지 향상에도 힘썼다. 박 배우는 시상식에서 “인촌상이 연극배우에게 처음 주어지는데 앞으로 후배에게 빗장이 열린 것 같아 더욱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인생 신조가 담긴 시라며 이문재 시인의 ‘오래된 기도’를 낭독했다. 안대회 교수(63)는 한문학 연구 권위자로 고전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18, 19세기 문집을 집중 연구해 조선시대의 생생한 삶을 보여주는 미시사 연구에 한 획을 그었다. ‘학술 연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일’이라는 소신에 따라 대중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한문 자료들을 번역해 왔다. ‘택리지’ 이본을 수집해 정본을 확정하고, 주석을 붙여 번역 출간하는 등 조선 후기 풍속사와 문화예술사 연구의 기반을 구축했다. 안 교수는 “수많은 옛 문헌의 숲을 뒤져 연구하고 대중화한 30여 년의 끈기와 수고를 인정해주신 인촌기념회에 감사하다”며 “인촌상이 제 어깨를 누르며 더 진중하게 학문에 열중하라고 요구하는 듯하다”고 밝혔다. 권인소 교수(66)는 1980년대 국내 불모지였던 로보틱스·컴퓨터비전 분야에 도전해 세계적인 연구 결과를 내놨다. 1세대 컴퓨터비전 연구자로 200여 명의 제자를 양성했고 인공지능(AI) 컴퓨터비전 분야의 기틀을 닦았다. 최근 인간의 주의 집중을 모사한 ‘어텐션’ 모델을 컴퓨터비전으로 확장했다. 영상 인식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인 ‘CBAM’ 알고리즘을 개발했고, 관련 논문은 2만 회가 넘는 압도적인 인용 횟수를 기록했다. 권 교수는 “대학 때부터 존경한 인촌 선생의 유지를 기리는 상을 받아 영광”이라며 “상금으로 학생들의 성장을 돕고 AI 기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시상식엔 오명 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안병영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조완규 전 교육부 장관, 장석영 대한언론인회장,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축하 공연은 박정자 배우의 후배인 뮤지컬 배우 김호영, 루나와 ‘오페라의 유령’ 주연 배우 브래드 리틀이 펼쳤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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