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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막을 내린 2020 시니어바둑리그에서 김기헌 7단(61)이 최고의 선수로 선정됐다. 김 7단은 포스트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2승을 거둬 소속팀 김포 원봉 루헨스 창단 첫 우승의 주역이 됐다. 정규리그에서 가장 많은 승리를 거둔 선수에게 주는 다승상은 13승 1패를 거둔 유창혁 9단(54·서울 데이터스트림스)이 차지했다. 시니어바둑리그 정규리그에선 서울 데이터스트림스와 부천 판타지아가 각각 1,2위를 차지했으나 포스트시즌에선 3위 김포 원봉 루헨스가 1,2위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4위는 서울 구전녹용이 차지했다. 타이틀 후원사인 NH농협은행 손병환 은행장은 “앞으로도 국내바둑의 저변 확대에 힘쓰겠다”고 말했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흑 ●로 붙인 수는 얼마나 파괴력이 있을까. 백의 궁도가 넓어 흑은 패만 내도 성공이다. 두 대국자는 흑 69까지 최선의 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흑 69로는 참고 1도 흑 1처럼 차단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백 6까지 수상전에서 백이 승리한다. 흑 71, 73은 느려 보이지만 중앙 백의 눈 모양을 없앤 수. 백 74로 보강하지 않다간 중앙 백이 구천을 헤맬 수 있다. 흑으로선 79까지 패 모양을 만드는 게 최선. 여기서 백이 손을 빼면 참고 2도 흑 1로 먹여쳐 단패가 된다. 실전은 세 수 늘어진 패. 즉 흑이 3수를 둬야 진짜 패가 된다는 뜻이다. 그 대신 흑은 A로 이으면 빅이 된다. 흑이 끝내기로 득을 본 정도인데, 역전은 한참 멀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로 끊어 백을 고립시킨 효과를 이제 거둘 때가 됐다. 참고 1도를 보자. 흑은 1로 두 점을 살려야 했다. 백도 2, 4로 백돌을 살릴 수 있지만 흑 5의 단수 한 방이 꽤나 아프다. 이랬으면 장기전이었다. 실전에선 신민준 9단이 어이없게 흑 53을 두는 바람에 백 54로 흑 두 점을 잡아 형세가 백에게 확 기울었다. 참고 1도와 비교하면 중앙에서 천양지차가 났다. 흑 55부터 좌상 귀를 정리한 것은 애초 흑의 권리. 그중 흑 59가 재기발랄하다. 참고 2도 백 1, 3이 좋은 대응 같지만 흑 14까지 흑의 함정에 걸려든다. 백 62까지 서로 불만 없는 타협. 불리한 흑은 65로 좌하 귀에 붙여 백의 응수를 묻는다. 보기보다는 까다로운 수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하중앙 백은 흑의 세력권 안에 갇혔다. 그러나 백은 눈에 잘 띄지 않는 흑의 약점을 이미 파악해 두고 있었다. 백 38, 40이 사전 공작. 하변을 공격하는 척하면서 활로를 뚫어 보겠다는 것. 이 수순은 좋았는데, 백 42가 헛발질에 가까웠다. 참고 1도처럼 백 1로 단수하고 11까지 외길 수순을 밟으면 백이 중앙 흑 두 점을 잡으면서 살아간다. 백 42가 느슨하다고 해서 흑은 참고 2도처럼 두면 안 된다. 흑 11까지 흑백 대마가 생사를 건 패를 견뎌야 한다. 하지만 이 그림은 백 ‘가’로 두는 팻감이 많아 흑이 곤란하다. 백 42의 악영향은 백 52에 보강해야 하는 데서 나타났다. 흑은 한발 앞서갈 기회를 잡았는데….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이 하변 백 대마를 잡으러 가면 어떻게 될까. 참고 1도를 보자. 흑 1로 하변에서 백 집을 없애야 하는데 백 2, 4면 더 이상 잡으러 가기 어렵다. 이후 외길 수순으로 흑 귀에서 서로의 생사가 걸린 패가 난다. 백 14로 따낼 때 흑은 이에 필적할 만한 팻감이 없다. 흑 23으론 참고 2도 1에 두는 것도 유력하다. 백 2로 응수할 때 흑 3으로 씌우면 실전에 비해 백에 대한 압박의 강도가 세기 때문이다. 백은 28, 30으로 중앙부터 견제한다. 좌상은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지만 중앙은 집이 나면 걷잡을 수 없다고 본 것. 여기서 신민준 9단이 아예 끝장을 보자고 나왔다. 흑 37까지 백돌을 끊어버린 것. 얼핏 보기엔 백이 탈출할 길이 없어 보이는데….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참 부지런한 작가다. 데뷔 후 35년간 50여 권의 책을 냈으니 매년 1권 이상씩은 꼬박 내온 셈이다. 이것도 큰 재능이다. 지치지 않고 쉼 없이 달릴 수 있다는 것은. 물론 아무리 천재라도 다작이면 범작이 있을 수밖에 없다. 작가도 위기를 느꼈는지 책 시작 전 ‘새로운 수수께끼 풀이 방식을 시도한 작품입니다. 덕분에 작가 수명이 조금 더 늘었을지도’라는 문구를 자필 서명과 함께 넣었다. 그래도 이 작가는 항상 신간이 나올 때마다 ‘이번에 뭘 썼을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부지런한 작가답게 작품에는 현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등장인물들의 처지나 행동, 주변 상황을 보면 코로나19가 터진 이후에 구상한 작품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정도여서 동시대성이 주는 생생함이 현실감을 더한다. 사건의 개요는 간단하다. 도쿄에서 직장을 다니며 결혼을 앞둔 주인공 마요는 고향(이름 없는 마을)에 계신 아버지가 피살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교사 출신으로 주민과 제자들의 존경과 신망을 한껏 받은 아버지의 사망을 믿을 수 없는 마요는 서둘러 고향으로 내려간다. 원한이나 금전관계에 의한 살인도 아니어서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즈음 갑자기 오래 연락을 끊고 지내던 마요의 삼촌, 즉 죽은 아버지의 동생 다케시가 번쩍 나타나 형의 죽음을 파헤친다. 마요의 동창생들이 하나둘씩 아버지의 죽기 전 행적과 연관이 있는 것이 드러나는데…. 대저택과 같은 밀폐된 공간만 아닐 뿐이지 이름 없는(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작은 마을에 동창생 몇 명 등장하는 정도여서 추리소설의 전형적인 세팅을 갖고 있고, 가장 살인자일 것 같지 않은 사람이 살인자가 되는 결말 역시 낯설지 않다. 저자가 말하는 새로운 수수께끼 방식은 아무래도 사건을 해결하는 ‘블랙쇼맨’인 다케시 삼촌이다. 전직 마술사 출신인 그는 사건 단서를 구하기 위해 소매치기나 도청을 서슴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상황을 넘겨짚어 용의자들로부터 얘기를 끌어내는 만능재주꾼이다. 조카(마요)에게 밥 사라고 채근하는 ‘쪼잔한’ 캐릭터이면서도 뒤에선 은근히 챙겨주는 ‘츤데레’다. 거기에다 막판에 삶에 대한 통찰까지 보여주는 매력적 캐릭터를 작가는 창출해냈다. 시리즈의 첫 시작이라고 하니 이 요란스럽고 호들갑 떠는 탐정의 활약상은 지켜볼 만할 것 같다. 작가는 확실히 자기 것 혹은 자기가 지켜주고 싶은 것에 대한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잘 짚어낸다. 돈이나 명예 지위가 아니라 평생 쌓아올리거나 절실히 지키고 싶은 것에 대한 욕망을 말한다. 이 같은 욕망의 이면은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다. ‘용의자 X의 헌신’ 등에서 보듯 지키고 싶은 욕망과 상실에 대한 두려움은 서로 상승작용을 하며 과감하고 대범한, 때로는 불의의 사건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추리소설의 결말이 드러났을 때 통쾌하거나 정의롭기보다는 애잔하고 스산한 느낌이 밀려온다. 550쪽이 넘지만 작가 특유의 드라이하고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전개 덕에 속독에 익숙하고 결말이 궁금해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독자라면 하루 만에 읽을 수 있다. 숨겨진 단서를 찾겠다고 굳이 한 줄씩 뜯어볼 필요는 없다. 책값은? 아깝지 않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백 ◎ 때 흑 ○로 받은 게 왜 실수일까. 보통 참고도 흑 1로 바로 막으면 백 2로 껴붙이는 맥점이 눈에 금방 들어온다. 이 때문에 흑 1과 같이 막는 수를 본능처럼 꺼린다. 하지만 모든 바둑 수는 홀로 빛날 수 없고, 주변 돌과의 관계에 의해 명암이 갈린다. 지금은 백이 미생이기 때문에 흑 1로 막아 백의 집 모양을 최대한 줄여 놓는 것이 필요했다. 그래야 백이 한 집을 만들려면 백 6, 8로 두 수가 필요하다. 하지만 실전에선 백 16의 한 수로 백 한 집이 만들어졌다. 백에게 한 수의 여유가 생긴 셈이다. 실전과 참고도를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확연하게 알 수 있다. 백 20까지 백은 사실상 산 것이나 마찬가지. 흑이 계속 백 말을 추궁하면 패가 나는데 백은 자체 팻감이 부지기수다. 흑은 일단 상변으로 손을 돌려 나중에 우하 백에게 다시 칼날을 들이댈 기회를 노리기로 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국면의 흐름은 흑에게 불길하게 흘러가고 있다. 초반 기분 좋은 출발을 했으나 조금씩 실수를 하며 어느덧 팽팽한 형세가 됐다. 인공지능과 달리 사람은 이럴 때 점점 더 초조해져 실수가 잦아진다. 우변 흑 돌은 101로 나와 연결할 수 있다. 참고도 백 1로 끊어도 흑 6까지 먼저 백이 잡힌다. 백 104, 106은 밖으로 진출하려는 것이 아니라 흑에게 약점을 남겨놓기 위한 것. 백은 어차피 안에서 두 집 내고 살아야 한다. 백 108 때가 이 바둑의 하이라이트. 백의 생사를 둘러싸고 흑백이 마지막 일합을 겨뤄야 하는 상황이다. 백이 죽는 일은 없지만 흑으로선 최대한 이득을 봐야 하고, 백으로선 손실을 줄여야 한다. 이때 신민준 9단은 흑 109로 한발 물러섰다. 모양상으론 바로 막는 것보다 109가 정수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수가 백의 수습을 쉽게 만들어준 큰 실수였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의 약점을 정확히 찔러간 수순이 백 90, 92다. 타개의 맥점. 흑 93으로 참고 1도 흑 1로 두면 백 6까지 선수하고 백 8로 연결해 어렵지 않게 타개에 성공한다(흑 5=◎). 참고 1도가 마음에 들지 않은 신민준 9단은 흑 93의 강수를 던진 것. 백이 얼결에 참고 2도 백 1로 단수하면 흑 2로 둬 패를 하겠다는 뜻이다. 참고 2도는 흑은 상변에 팻감이 많은 데다 일단 중앙을 막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 신 9단은 어떻게든 하변 백을 공략하기 위해 흑 95로 파호를 하며 따라붙는데 판팅위 9단은 백 98로 역공의 태세를 취한다. 이렇게 되자 우변 흑 돌이 오히려 백의 포위망에 갇힌 모습. 흑 돌이 죽지는 않겠지만 공격의 강도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바둑은 이제 다시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 승부의 관건은 우하귀를 중심으로 한 흑 세력이 어떻게 정리되느냐다. 흑 81은 그림을 너무 크게 그린 수. 우하뿐 아니라 하변 전체를 입체적으로 키우겠다는 웅장한 발상이었으나 백 82의 한 방에 흑 그물의 한쪽이 찢어지고 말았다. 흑 81은 참고 1도 흑 1이나 ‘가’로 둬 빈틈부터 보강했어야 했다. 백 2로 걸치면 흑 3이 강력하다. 하지만 실전에선 백 82 때문에 84의 걸침이 너무 편해졌다. 백 88까지 우변과 하변 백이 연결됐다. 흑 89도 조급한 수. 좀 더 강하게 압박해 보겠다는 뜻이었지만 백의 반격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참고 2도 1로 백을 연결시켜 주고 그 대신 중앙에 세력을 쌓아야 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은 천금의 가치를 지닌 곳. 이 한 수로 백 전체가 두터워졌다. 주도권은 아직 흑이 잡고 있지만 이젠 여유 있게 둘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흑 69가 너무 느슨했다. 당연히 참고 1도 흑 1로 젖힐 곳. 백 4까지 받는다면 흑 5로 씌워 강력하게 백을 몰아치는 것이 가능했다. 신민준 9단의 발걸음이 꼬이고 있다. 신 9단이 흑 69를 둔 것은 참고 2도 백 1을 예상했기 때문. 이때 흑 2로 끊는 것이 강수. 흑 6까지 편안하게 상변에서 터를 잡는다. 백 72는 선수를 잡기 위한 응수타진. 흑 73으로 받으면 백이 A로 젖혀 패로 버티는 수단이 남는다. 흑으로선 신경이 쓰이는 곳이다. 백 74로 우변 백이 살자 흑은 뒤늦게 77로 상변을 건드려본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공화당원도 나이키를 산다(Republicans buy Nikes, too).” 30년 전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은 이 한마디로 여론의 비판, 특히 흑인 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1990년 당시 조던의 고향이던 노스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의 하비 갠트가 흑인 최초로 상원의원에 도전하고 있었다. 상대는 인종차별 발언을 해온 공화당 현역 의원 제시 헬름스. 노스캐롤라이나 흑인 사회는 인기 높은 조던이 갠트를 지지하는 연설을 해주길 바랐다. 조던의 어머니도 그에게 갠트를 위한 광고를 찍어 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하지만 정치적 이슈와 거리를 둔 그는 이를 거절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이키의 광고 모델인 그가 “공화당원도 나이키를 산다”고 발언한 것이 알려지면서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조던의 일대기를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라스트 댄스’에선 당시의 사정이 자세히 소개됐다. 조던은 시카고 불스 구단 버스 안에서 스코티 피펜 등에게 한 말이라고 했다. 사실 ‘난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말을 동료끼리 있는 자리에서 재치 있게 돌려 말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일거수일투족에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특급 스타 조던이 ‘정치적 입장보단 내 광고 수입이 더 중요하다’고 해석될 수 있는 말을 한 것이 ‘역대급 실언’의 반열에 들 만했다.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와 같이 자신의 속마음을 무심코 드러내는 실언은 수준이 뻔한, 낮은 단계(?)의 실언에 속한다. 망언에 가까운 편인데 종종 계산된 망언을 메시지로 던지는 경우는 열렬한 지지자를 위한 일종의 립서비스다. 하지만 진짜 실언은 자신은 분명히 옳은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말 자체로 보면 별로 이상하지 않은데 실언이 되는 경우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부 여당 관계자들의 부동산 발언이 딱 그 경우다. “모든 국민이 강남 가서 살려고 하는 건 아니다. 저도 거기(강남) 살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장하성) “서울을 한강 배 타고 지나가면 저기는 얼마, 저기는 몇 평짜리… 이렇게 천박한 도시를 만들면 안 된다”(이해찬)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면 임대주택으로도 주거의 질을 마련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진선미) 등이다. 자체로만 보면 별다른 이상을 느끼기 어렵지만 전후 맥락과 화자(話者)의 상황 등을 감안하면 이런 실언이 없다. 아파트 전셋값이 폭등해 불만이 폭발하는 상황에서 ‘임대주택 좋아요’라고 한 것은 제3자가 볼 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지만 화자로선 최대한의 진정성을 담았으리라. 실언은 자기 확신에 따른 정당성을 주장하거나 해명하는 순간 나오는 경우가 많다. 내가 맞는데 억울하다는 심리가 남을 깎아내리거나 과한 논리와 표현을 쓰게 한다. 또 특정 집단이나 지역과 비교한다. ‘꼰대’처럼 자꾸 가르치려 든다. 부동산 취득세와 보유세를 올려 투기를 막고 세입자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임대차 3법을 제정하는 것은 당연한데, 당분간 부작용이 있을 따름이라는 단순한 논리가 불러오는 참화인 것이다. ‘부동산 값 올라서 돈 많이 벌지 않았냐, 앞으로 계속 늘어날 보유세 낼 능력 없으면 지금 집 팔고 저 멀리 싼 집으로 가라’는 실언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자신의 정당성에 대한 확증편향이 심해질수록 실언의 빈도도 더 많아질 것이다. 기본적인 실언을 막으려면 두 가지를 조심하면 된다. 비교하지 마라. 공화당과 민주당, 아파트와 빌라, 젊은이와 노인 등 비교하다가 탈난다. 돈과 결부시키지 마라. 철없고 이기적인 존재로 보인다. 물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자기가 정당하다고 믿는 것이 과연 진짜 합리적인지, 아집에 불과한지 돌아보는 태도다.서정보 문화부장 suhchoi@donga.com}
흑은 우상 패를 졌지만 우변 백을 두 동강 내 기선을 제압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때 신민준 9단의 흑 59는 이해하기 힘든 완착. 유리하니까 튼튼히 두자는 생각이었지만 과하게 튼튼했다. 여기선 큰 그림을 그려야 했다. 참고 1도 흑 1, 3으로 밀어붙이고 흑 11까지 중앙에 막강한 세력을 쌓는 것이다. 백 ‘가’로 끊는 건 죽죽 밀어 버리면 된다. 신 9단이 흑 59를 둔 것은 참고 2도를 염두에 뒀기 때문. 백 1로 도망갈 때 흑 2, 4가 기분 좋은 수순. 흑 ‘나’로 끊은 수가 있어 백 5의 후퇴는 불가피하고 흑은 6으로 뻗어 백을 미생으로 몰아갈 수 있다. 하지만 백이 ◎의 뒷맛을 포기하고 60, 62를 선수한 뒤 66으로 머리를 내밀자 흑의 우세가 눈 녹듯 사라졌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우상귀 패가 흑백 모두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에 웬만한 팻감에 대해서는 굳이 안 받을 필요가 없다. 흑 41의 팻감이나 백 44에 잇는 것도 일단 받아두는 게 맞다. 흑 47 때가 기로. 백이 참고 1도 1로 받으면 흑 4로 바로 진짜 패로 들어갈 수 있다(백 5=◎). 흑 6의 팻감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백 48은 부분적으론 손해지만 흑에 팻감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흑 53의 팻감에 백은 응수하지 못하고 54로 패를 해소했다. 더 이상 팻감이 없기 때문. 참고 2도 백 1로 받으면 흑 10까지 우상 흑 한 점을 이어 ‘가’의 약점을 없애면서 패를 계속하는 것이 백으로선 부담스럽다(5·11=○, 8=2). ‘가’의 약점이 왜 중요한지는 다음 보에 나온다. 43·49·54=⊙, 46·52=40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국면을 보면 좌상 백과 우상 흑이 공격당할 수 있다. 하지만 우상 흑이 조금 더 무겁기 때문에 흑으로선 좌상 백 공격보다 우상 흑 수습이 더 급하다. 백 32로는 참고 1도처럼 둘 수 있다(백 5=○). 이 변화는 서로 불만이 없지만 흑이 선수를 잡아 좌상 귀에 걸치면 전체적으로 흑이 발 빠른 모습이다. 백 34까진 외길인데 흑 35로 따낸 것이 패를 결행하겠다는 강수. 참고 2도 흑 1로 잇고 흑 3으로 붙여 수습하면 무난했다. 흑의 형태가 탄력적이어서 공격하기가 쉽지 않다. 흑 37은 팻감을 만들기 위한 사전 작업. 흑 39가 올바른 방향이다. A로 패를 걸어가면 패의 크기가 매우 커진다. 흑의 입장에선 백이 패를 해소했을 때 흑 돌이 A에 있는 것보단 39에 있는 것이 부담이 훨씬 작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16은 놓쳐서는 안 되는 곳. 흑이 이 부근에 두면 우변과 하변의 흑 모양이 깊어져 삭감이 어려워진다. 흑 17에 백 18, 20도 인공지능(AI)에 배운 수법.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으로 바뀐 경우 중 하나다. 흑 21은 살짝 비튼 수. 백은 참고도 1로 응수해 9까지 귀를 지키는 진행을 택해도 된다. 하지만 우변 백 한 점이 공격당하는 게 싫어 백 22로 우변을 보강했다. 좌하 귀는 흑의 움직임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면 별문제 없다는 뜻이다. 백의 생각대로 흑이 좌하 귀를 응징 혹은 공격하고 싶어도 마땅한 수단이 딱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신민준 9단은 한 템포를 늦춰 23으로 좌상 귀에 걸쳤다. 백은 역시 거들떠보지 않은 채 24로 우변을 완전히 장악했다. 이젠 우상 흑 석 점이 곤마가 된 느낌이다. 백 26까지 좌하와 우변을 모두 안정시킨 백의 흐름이 더 편해 보인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신민준 9단은 최근 LG배 4강전에서 박정환 9단을 이기고 결승에 올랐다. 생애 첫 세계대회 결승 진출이다. 상대는 중국의 커제 9단이다. 판팅위 9단은 2013년 응씨배 우승자. 하지만 이후엔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백 6은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린 뒤 많이 두기 시작한 수. 참고 1도는 실전 수순을 비틀어본 것인데, 백 3과 흑 4를 교환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게 과거의 정설이었다. 하지만 AI는 ‘가’의 침입 수단이 있어 백이 둘 만하다고 보고 있다. 흑 15로 단단하게 지키는 것이 좋은 수. 예전에는 참고 2도 흑 1로 품을 넓히는 것을 선호했으나 요즘은 백 2로 귀의 실리를 빼앗기는 것이 안 좋다는 결론이 나 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상변 흑 말은 백이 참고 1도 1로 붙여 잡으러 가도 흑 6까지 깔끔하게 살아간다. 결과적으론 참고 2도 백 1(실전 58)의 강수가 과했다. 흑 2에 둔 것이 백의 예상을 벗어난 수. 백 3 때 흑 4로 막아 우하 백 말이 갇혔다. 흑 14까지 두 집이 나지 않는 모양. 백은 흑의 외부 약점을 파고들어 우하를 살리는 데는 성공했으나 그 대신 우변 백 말이 흑의 수중에 들어가는 바람에 비세에 빠졌다. 백은 이후 하변 흑 대마를 잡으러 갔고, 한때 “정말 죽는 것 아니냐”는 아슬아슬한 장면도 연출됐다. 하지만 커제 9단이 정확한 형세판단 아래 좌하 흑을 버리는 과감한 결단으로 우세를 지켰다. 144=138, 146=141. 165수 끝 흑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가 김지석 9단의 마지막 승부수. 흑이 참고 1도 1로 막으면 백이 원하는 대로 된다. 백 10까지 흑이 곤란해진다. 실전처럼 흑 49로 두는 것이 정수. 커제 9단은 상변 흑 말이 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굳이 백 ◎를 잡을 뜻이 없다. 흑 53까지 좌상 쪽으로 나가다가 손을 빼고 55, 57로 살려만 달라고 한다. 흑 55 대신 참고 2도 흑 1로 계속 나가는 수도 있다. 여러 변화가 있지만 흑은 13까지 패를 만드는 것이 가장 간단하다. 이것 역시 흑 승. 백은 58로 파호해 흑 대마를 끝까지 노렸으나 흑 65로 한 칸을 폴짝 뛰자 A로 넘는 수와 안에서 사는 수가 맞보기여서 대마가 살았다. 흑 65를 본 김 9단은 이미 각오한 듯 싹싹하게 돌을 거두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국내 랭킹 1, 2위인 신진서, 박정환 9단의 경남 남해 슈퍼매치(7번기)는 신 9단의 압승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신 9단은 16일 5국에서 185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며 5연승을 거뒀다. 흑 ○가 커제 9단의 냉정함을 보여준다. 뒷맛이 나쁜 곳을 지켜 우세를 확실히 지켰다. 흑이 손을 뺐을 때 수가 나는 변화를 전보에 보여줬는데, 하나 더 보여주면 참고도다. 백 15까지 우변에서 백이 크게 수를 낸다. 흑 37을 본 김지석 9단은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다. 백 38, 40으로 패를 만든 것. 좀 억지스럽긴 하지만 무력하게 지는 것보단 낫다. 흑 45의 자체 팻감을 받아주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백 46(41의 곳)으로 패를 해소했다. 이젠 상변 흑이 과연 사느냐는 것이 승부다. 김 9단은 흑 47 때 백 48로 빠져 반드시 잡겠다고 나섰다. 44=38.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