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종종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만약 한 달 후에 죽는다면, 그 한 달 동안 무엇을 할까’ 하는.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만은 꼭 해야겠다는 것은 잘 떠오르지 않았다. 버킷리스트(Bucket list)를 작성해 볼까?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하는 책 100권?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10곳? 내일모레 죽는데 책을 본다고? 그게 정말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일까. 35세에 생존율이 14%에 불과한 결장암 4기 진단을 받은 한 여성 역사학자가 남은 시간을 살아내 가며 겪은 슬픔, 걱정, 용기, 치유의 과정을 정직하게 담았다. 저자의 삶도 다른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암 진단을 받기 전까지는. 하지만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 믿고, 그 선택한 것을 이뤄내며 희망찬 미래를 기대하며 살아온 시간은 암 진단 후 완벽하게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그런데도 어찌 됐든 남은 시간을 살아야 한다. 자, 어떻게 살 것인가? ‘…끔찍한 병이 준 끔찍한 선물은 그로 인해 순간을 살아가는 법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오직 오늘만이 중요하다. … 나의 유한한 삶 속에서 평범한 것들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내가 사랑해야 하는 것들과 사랑해야 할 것들이 더 선명하고 밝게 보인다. 과거에 부담을 갖거나 미래를 걱정하느라 나는 1분이라는 더할 나위 없이 귀한 선물에 감사하지 못했다.’(5장 나의 영원한 현재 중) 1년 후에 자신이 죽는다는 걸 안다면, 남은 시간을 지금까지 보낸 것처럼 쓸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누구나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고 후회 없이 쓰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렇다면 죽는 날을 모르는 지금부터 그렇게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읽을수록 ‘내가 가진 오늘을 살아갑니다’란 제목이 더 와닿는 책이다. 원제 ‘No Cure for Being Human(and Other Truths I Need to Hear)’.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유엔(UN)에 ‘세계 명상의 날’ 제정을 공식 제안하기로 했다.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다음 달 11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해 매년 5월 21일(잠정)을 세계 명상의 날로 제정해줄 것을 공식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미 전통불교문화교류를 위해 다음 달 5일부터 13일까지 미국을 방문하는 진우스님은 뉴욕 한국문화원에서 연등회, 사찰음식 및 명상 등 한국전통불교문화 체험 행사를, 예일대에서는 선 명상 특별 강연을 갖는다. 이에 앞서 조계종은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서울 광화문 일대와 전국 주요 사찰에서 ‘국제선명상대회’를 개최한다. 전야제(27일), 개막식(28일), 국제컨퍼런스(10월 1일) 등으로 구성된 국제선명상대회에는 로시 조안 할리팩스, 툽텐 진파, 차드 멩 탄, 팝루스님, 직메 린포체 등 해외 명상 전문가들이 참가한다. 진우스님은 “명상의 효과에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지만 단 5분만 명상에 잠겨도 자신의 감정이 다스려지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다”라며 “국제선명상대회를 통해 더 많은 국민이 마음의 평안을 찾고 행복해졌으면 한다”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기업 경영에 기후 변화, 환경이 화두가 된 지는 이미 오래. 하지만 대부분 기후 변화, 환경을 이용해 수익을 내는 데 관심을 가질 뿐 회사의 이익보다 지구의 이익을 더 추구하는 기업은 드물다. 이 책은 돈이 아니라 ‘지구를 구하라’가 목적인 기업(파타고니아)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어떤 방법으로 50년 넘게 그 철학을 구현해 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평범한 회사라면 작은 구멍가게에서 시작해 이렇게 매출이 비약적으로 증대됐고, 직원 수는 몇백 배로 늘었고, 선견지명과 결단으로 가득 찬 오너 가문의 영웅적 행동으로 책을 가득 채웠겠지만, 파타고니아는 ‘50년사’를 쓰면서도 ‘우리의 터전인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라는 기업 철학을 잊지 않았다. 표지 사진이 대표적인 예. 다른 회사라면 큼지막한 창립자 얼굴이 있을 자리를 군데군데 기워진, 허름한 옷 사진으로 채웠다. 평생 수선을 보증하는 자사 제품인 ‘나노 퍼프 재킷’인데, 새 옷을 자꾸 사지 말고 수선해 입자는 것은 파타고니아의 기업 철학 중 하나다. 그리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미국에서 가장 큰 의류 수선 시설을 운영하고 있고, 간단한 수선은 판매 매장 직원들이 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나아가 홈페이지에 자사 제품을 수선하는 방법을 4개 언어로 공개했다. 설립자(이본 쉬나드)가 많은 고위직 중에서 공동 저자로 회사의 철학과 역사 담당 이사였던 빈센트 스탠리를 골랐으니 더 말할 것이 무엇일까. 저자인 이본 쉬나드는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월마트처럼 큰 기업부터 동네 빵집 같은 작은 회사까지 주주와 소유주, 직원, 고객, 지역사회, 자연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책임지는 ‘책임경영’이 뿌리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폐기물의 3분의 2는 가정이 아닌 산업계에서 발생하고, 기업은 세금과 기부금이 필요한 정부와 비정부기구(NGO)와 달리 어떤 형태의 활동도 자립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것이 파타고니아 50년 노하우가 담긴 내부 자료를 책을 통해 공개하는 이유라고 말한다. 부제는 파타고니아가 그리는 책임경영 기업의 미래.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허허허, 부처님이 게 계시니까요. 그 안에 극락이 있지 않습니까?” 9일 경남 남해 망운사(대한불교조계종)에서 만난 주지 성각 스님(동의대 석좌교수)은 “중이 동심(童心)을 그리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성각 스님은 40여 년간 선(禪)의 세계를 그려온 한국 선서화(禪書畫)의 대가. 국내에서 유일한 선서화 부문 무형문화재(부산시 무형유산 선화 제작 기능보유자)로 현재 국가유산청은 선서화의 국가무형유산 지정 여부를 심사 중이다. 그가 머무는 망운사는 작품 활동과 전시, 후학 육성 등 지난 40년간 한국 선서화의 맥을 잇고 꽃피우게 한 본향 같은 곳이기도 하다. 선화(禪畫)로도 불리는 선서화는 화법이나 필법, 심지어 그리는 대상까지도 구애받지 않고 선수행을 통한 깨달음을 자유롭게 형상화한 것. 성각 스님은 “선서화는 선법을 펼치고 전하는 도구”라며 “그리는 작업이 바로 수행의 길이고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붓을 들기 전 참선은 필수적. 성각 스님은 붓 끝으로 일생 동안 수행을 하며 깨달은 삶의 모습을 그림에 녹여냈다.선서화로 표현하는 대상에는 제한이 없지만, 그는 주로 어린아이들의 미소에 천착하고 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억겁의 미소’(사진)는 절제된 필치와 간결한 흐름으로 아이들의 천진함과 미소를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화두 중에 ‘일면불(日面佛) 월면불(月面佛)’이란 말이 있습니다. ‘해의 얼굴을 한 부처, 달의 얼굴을 한 부처’라는 말인데, 뜻이야 누구나 알지요. 하지만 일면불, 월면불을 실제로 보지 못하면 화두는 자기 것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해의 얼굴을 한 부처님을, 달의 얼굴을 한 부처님을 볼 수 있을까요. 전 아이들의 얼굴, 미소에서 그걸 봅니다. 그게 제가 동심을 그리는 이유지요.” 성각 스님은 “대웅전 금불상과 탱화 속 부처님 미소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해맑게 웃는 아이들 미소보다 아름다울 수 있겠느냐”며 “수행자로서 동심을 그리는 것은 부처의 깨달음을 추구하는 동시에 밝은 미소라는 화두를 통해 나 자신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서화를 수행의 도구로 삼은 선승(禪僧)이지만, 중이 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수행자가 깨달음을 얻으려는 것은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나눔과 헌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올 6월 발달장애 예술인 단체(이지투게더) 작가들과 공동 기획전시회도 열고, 인근 장목예술중학교(경남 거제) 이사장으로 지역 인재 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또 30년 넘게 법무부 교정위원으로 교도소, 구치소에서 재소자들을 위해 설법을 펴고 있다. “흔히 모르고 저지르는 것보다 알고 저지르는 게 더 나쁘다고 하지요. 그런데 부처님은 모르고 저지르는 게 더 나쁘다고 하셨습니다. 자신이 저지른 일이 나쁜 짓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설사 지금은 죄를 저질렀어도 가르치고 제도하면 언젠가는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모른다는 것은, 나쁜 짓이 어떤 것인지 알려고도 하지 않으려는 것이기에 죄질이 더 안 좋다는 것이죠.” 성각 스님은 “설사 부처의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도, 그것을 사람 구제하는 데 쓰지 않고 그림 그리는 데 쓴다면 그 깨달음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라며 “한 사람에게라도 더 나쁜 짓이 어떤 것인지 알게 해주고 싶어 한 해 두 해 다니다 보니 세월이 그렇게 흘렀다”라고 말했다.성각 스님이 설명하는 선서화(禪書畵)의 유래와 가치선서화는 선 수행 과정 중 생겨난 선법(禪法)의 도구로, 한국 불교사상의 변천에 따라 글씨에 그림이 더해지며 오늘의 모습을 갖춰왔다. 형식은 수묵의 필획과 여백에 따라 이루어진 선(선법), 글씨, 그림으로 드러나며, 내용은 조사선(祖師禪)과 간화선(看話禪)의 법을 따라 펼쳐진다. 조사선의 법은 달마·포대화상 등을, 간화선의 법은 원상·심우도 등을 주된 소재로 삼는다. 특히 19세기 이후 이어지고 있는 선서화는 간화선의 법인 화두, 그 자체라 할 수 있다.9세기 중엽부터 선교병립(禪敎竝立)으로 전개해 온 한국 불교사에서 선서화는 선(禪)의 미술로 교(敎)의 미술이라 할 수 있는 탱화, 사경과 대비된다. 탱화는 예배와 장엄을, 사경은 경(經)의 확산과 공덕을, 선서화는 선 수행과 실행을 목적으로 한다. 선서화는 지금껏 일반 서화(書畫) 개념으로 인식되어 그 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지 못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의 선종화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었는데, 유래는 같을지라도 각각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중국 선종화는 수묵산수화 발전이 최고조에 이르고 도석인물화가 유행했던 10세기 무렵 출현해 13세기 성행한 이후 15세기 이후로는 별다른 양상을 확인할 수 없다. 13세기 중국 선승들이 전래한 일본 선종화는 13세기 후반~15세기 성행했다. 18세기 일본 선화의 대가로 불리는 하쿠인 에카쿠(白隠慧鶴 1685~1768)와 센카이 기본(仙厓義梵 1750~1937)에 의해 대중 포교를 위해 실행된 이후 20세기 이후에는 특별한 양상을 확인하기 어렵다.9세기 선서(禪書), 13세기 선화(禪畵), 16세기 선서화 등으로 이어진 한국 선서화는 17~19세기에는 당대를 대표하는 서화가들도 선서화 기법과 형식을 응용할 정도로 한국미술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러므로 선서화는 한국사상사, 한국미술사, 한국서예사 연구에 기여할 수 있는 큰 가치를 지닌 한국 불교의 대표적인 무형유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남해=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허허허, 부처님이 게 계시니까요. 그 안에 극락이 있지 않습니까?” 9일 경남 남해 망운사(대한불교조계종)에서 만난 주지 성각스님(동의대 석좌교수)은 “중이 동심(童心)을 그리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성각스님은 40여년간 선(禪)의 세계를 그려온 한국 선서화(禪書畫)의 대가. 국내에서 유일한 선서화 부문 무형문화재(부산시 무형유산 선화 제작 기능보유자)로 현재 국가유산청은 선서화의 국가무형유산 지정 여부를 심사 중이다. 그가 머무는 망운사는 작품 활동과 전시, 후학 육성 등 지난 40년간 한국 선서화의 맥을 잇고 꽃피우게 한 본향 같은 곳이기도 하다.선화(禪畫)로도 불리는 선서화는 화법이나 필법, 심지어 그리는 대상까지도 구애받지 않고 선수행을 통한 깨달음을 자유롭게 형상화한 것. 성각스님은 “선서화는 선법을 펼치고 전하는 도구”라며 “그리는 작업이 바로 수행의 길이고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붓을 들기 전 참선은 필수적. 성각스님은 붓 끝으로 일생동안 수행을 하며 깨달은 삶의 모습을 그림에 녹여냈다. 선서화로 표현하는 대상에는 제한이 없지만, 그는 주로 어린아이들의 미소에 천착하고 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억겁의 미소(사진)’는 절제된 필치와 간결한 흐름으로 아이들의 천진함과 미소를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화두 중에 ‘일면불(日面佛) 월면불(月面佛)’이란 말이 있습니다. ‘해의 얼굴을 한 부처, 달의 얼굴을 한 부처’라는 말인데, 뜻이야 누구나 알지요. 하지만 일면불, 월면불을 실제로 보지 못하면 화두는 자기 것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해의 얼굴을 한 부처님을, 달의 얼굴을 한 부처님을 볼 수 있을까요. 전 아이들의 얼굴, 미소에서 그걸 봅니다. 그게 제가 동심을 그리는 이유지요.” 성각스님은 “대웅전 금불상과 탱화 속 부처님 미소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해맑게 웃는 아이들 미소보다 아름다울 수 있겠느냐”며 “수행자로서 동심을 그리는 것은 부처의 깨달음을 추구하는 동시에 밝은 미소라는 화두를 통해 나 자신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하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서화를 수행의 도구로 삼은 선승(禪僧)이지만, 중이 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수행자가 깨달음을 얻으려는 것은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나눔과 헌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올 6월 발달장애 예술인 단체(이지투게더) 작가들과 공동 기획전시회도 열고, 인근 장목예술중학교(경남 거제) 이사장으로 지역 인재 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또 30년이 넘게 법무부 교정위원으로 교도소, 구치소에서 재소자들을 위해 설법을 펴고 있다. “흔히 모르고 저지르는 것보다 알고 저지르는 게 더 나쁘다고 하지요. 그런데 부처님은 모르고 저지르는 게 더 나쁘다고 하셨습니다. 자신이 저지른 일이 나쁜 짓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설사 지금은 죄를 저질렀어도 가르치고 제도하면 언젠가는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모른다는 것은, 나쁜 짓이 어떤 것인지 알려고도 안 하려는 것이기에 죄질이 더 안 좋다는 것이죠.” 성각스님은 “설사 부처의 깨달음을 얻었다 해도, 그것을 사람 구제하는 데 쓰지 않고 그림 그리는 데 쓴다면 그 깨달음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라며 “한 사람에게라도 더 나쁜 짓이 어떤 것인지 알게 해주고 싶어 한 해 두 해 다니다 보니 세월이 그렇게 흘렀다”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은혜처럼 누구에게나 언젠가는 반드시 꽃피우는 시간이 온다고 믿어요.” 1988년 서울 올림픽 탁구 여자복식에서 현정화와 함께 금메달을 딴 양영자 한국 WEC 국제선교회 선교사(60)는 지난달 29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은혜가 딴 파리 올림픽 동메달(탁구 여자 단체전)이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는 청년들에게 ‘할 수 있다’라는 희망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양 선교사는 중국 허베이성 출신인 탁구 선수 이은혜(29)가 2011년 16세의 어린 나이에 귀화한 뒤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하기까지 가장 큰 도움을 준, 어머니 같은 사람이다. “선수 생활을 끝낸 뒤 1997년부터 몽골과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지역에서 탁구를 통한 선교 활동을 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유소년 선수들을 집에 오게 해서 같이 성경 공부를 했지요. 그 안에 네이멍구로 탁구 유학을 온 은혜가 있었던 거예요.” 양 선교사는 “은혜는 연습벌레라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탁구를 정말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집안 형편 때문에 참가비가 없어 경기에 못 나갈 뻔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딸에게 탁구를 더 시키고 싶었던 이은혜의 부모는 양 선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양 선교사는 “미성년인 선수를 국내로 데려오는 방법은 입양밖에 없었다”며 “그때 개인적으로 탁구를 가르쳐주던 이충희 목사(당시 사랑의 교회 부목사)에게 부탁했더니 흔쾌히 받아줬다”고 했다. 귀화는 했지만, 웃는 날보다 우는 날이 더 많았다. 양 선교사는 “은혜가 너무 어려서부터 부모 곁을 떠나 산 데다 성격도 내성적이고, 한국 문화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아 한국에 온 뒤 약 7년간 공황장애를 앓았다”고 했다. 중간에 운동을 그만두려고 고민한 적도 정말 많았지만, 운동과 신앙으로 버텨냈다는 것. 양 선교사는 “이번 파리 올림픽 출전도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빛을 발한 결과”라고 했다. 올림픽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본인과 양 선교사는 물론이고 탁구계 누구도 이은혜의 출전을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고. 탁구협회가 세계 랭킹 30위 안의 선수를 선발하기로 했는데, 전지희(2011년 중국에서 귀화), 신유빈은 일찌감치 확정됐지만 올림픽 한 달 전까지 나머지 한 자리를 채우지 못했다. 30위권 안에 드는 선수를 만들기 위해 각종 국제대회에 선수들을 참가시켰지만 결국 실패했다. 양 선교사는 “어쩔 수 없이 국내 선발전을 치렀는데 당시 세계 랭킹이 46위 정도였던 은혜가 기염을 토하며 출전권을 따냈다”며 “저는 물론이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했다. 그 바늘구멍을 뚫은 것이다. 양 선교사는 “은혜는 포기를 모르는 우직한 노력으로 결국 올림픽 메달이라는 일생의 꿈을 이뤄냈다”며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많은 젊은이가 은혜를 보며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어느 날 한 과학 유튜브에 출연한 천문학자가 “우리가 지금 우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어쩌면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는 것을 들었다. 더 듣다 보니 고개가 끄떡여졌는데, 우주는 무한할 정도로 광대해서 지금 관측한 결과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옛날에 눈으로 보는 수준에서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던 것과 논리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도대체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앎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책은 아니다. 저자는 수천 년 동안 인류가 쌓아온 ‘지식’이란 무엇이고, 어떤 방식으로 전수됐는지, 전달 수단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말한다. 그리고 컴퓨터, 인공지능(AI) 등으로 전수와 전달 수단이 완전히 달라진 지금 우리에게 ‘지식’이란 무엇인지를 묻는다. ‘지식을 획득하고 기억하는 데 더 이상 인간의 뇌가 필요하지 않고 컴퓨터가 모든 것을 대체한다면, 지능은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중략) 기계가 우리를 대신해 모든 지식을 습득하고 대신 생각해 준다면, 인간은 어떤 존재의 이유가 있을까.’(서문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만 알 뿐’ 중) 저널리스트이기도 한 저자는 1991년 걸프전에 개입한 미국의 홍보대행사 힐앤놀튼 사례를 들며 지식과 정보의 조작, 그것을 이용하는 집단의 무서움에 대해서도 경고한다. 저자에 따르면 한 쿠웨이트 소녀가 워싱턴 의회 위원회에서 이라크 군인들의 잔학 행위를 증언했는데, 이는 파병을 정당화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지만 결국 전쟁이 끝난 뒤 거짓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소녀는 힐앤놀튼 직원이 가르쳐준 대로 증언했고, 사실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한다. 자극적일 뿐 아니라 심지어 사실이 아닌 것을 마구 올려 돈을 버는 몰지각한 유튜버, 인플루언서들이 횡횡하는 요즘 시대에 자기 생각과 판단을 한 번쯤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일독을 권한다. 원제 ‘Knowing What We Know’.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한국 로잔위원회(의장 이재훈 온누리교회 목사)와 아시아 로잔위원회가 주최하는 ‘2024 서울-인천 제4차 로잔대회’가 22∼28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다. 한국 로잔위원회는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로잔대회는 전 세계 기독교 지도자들이 모여 세계 복음화를 위한 전략과 방안을 모색하는 세계 최대 기독교 복음주의 선교 행사”라며 “이번 대회에서는 인공지능(AI)의 대두, 동성애, 급진적 정치와 종교의 자유 등 변화하는 세상에서 기독교도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 주제는 ‘교회여, 다 함께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나타내자(Let the Church Declare and Display Christ Together)’. 대회 기간 참가자들은 성경 강해, 900여 개의 소그룹 토의, 주제 강의와 집회 등을 갖고 마지막 날 서울선언문을 발표한다. 선언문에는 디지털 시대의 선교 과제와 함께 포괄적 차별금지법 등 성 혁명과 젠더 이데올로기에 대한 세계 복음주의적 입장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로잔대회는 1974년 세계적인 복음 지도자인 빌리 그레이엄(1918∼2018), 존 스토트(1921∼2011) 목사가 복음주의 선교 동력을 찾고, 교회의 선교적 정체성을 재발견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50주년인 서울-인천 대회에는 전 세계 220여 개국 기독교 지도자와 선교사, 신도 등 7000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이재훈 온누리교회 목사는 “세계 기독교 중심축이 서구권에서 비서구권으로 변화되는 시대 가운데 한국 교회가 아시아 교회와 함께 로잔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 있다”고 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황순원기념사업회는 올해 제13회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으로 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목사의 ‘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샘터)와 김선주 소설가의 ‘함성’(도화)을 선정했다고 2일 밝혔다. 1995년 월간 문예사조로 등단한 소 목사는 한국문인협회 시인으로 윤동주문학상과 천상병귀천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 김 소설가는 1985년 월간문학에 단편소설 ‘갈증’으로 등단, 1990년 중편 ‘파라도’로 윤동주문학상을 수상했다. 황순원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황순원문학상은 소설 ‘소나기’의 작가 황순원(1915~2000)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시상식은 6일 경기 양평군 황순원 문학촌 소나기마을에서 열린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페이팔(PayPal)’은 전 세계 온라인 지불 시스템을 운영하는 미국 회사. 그런데 테슬라, 유튜브, 스페이스X, 메타 등 지금 시대를 이끄는 세계적인 기업의 시작점에 이 회사가 있었고, 구글, 페이스북, 여러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 회사 고위직 대부분이 한때 페이팔 직원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 책은 페이팔을 만들고, 그곳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열정과 창의성 넘치는 도전을 추적한 것이다. 저자는 일론 머스크 등 창업자와 초창기 직원들과 수백 차례의 인터뷰 및 방대한 내부 문건 분석을 통해 그 실상을 파헤친다. 여느 기업처럼 페이팔도 성공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난관을 거쳤다. 여기까지라면 흔한 ‘성공한 기업’ 스토리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페이팔의 창업자들과 종사자들이 이미 거머쥔 부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모험을 떠난다. 머스크가 대표적인데, 그는 자신의 페이팔 지분을 판 자금으로 스페이스X와 테슬라를 설립했다. 페이팔 창업자 중 한 명인 피터 틸은 팔란티어와 파운더스펀드를 설립했고, 페이스북의 최초 투자자가 됐다. 창업자뿐만이 아니다. 유튜브 공동 설립자인 체드 헐리, 스티브 천, 자베드 카림 모두 페이팔 직원 출신이다. 이쯤 되면 구성원 간의 불협화음을 장애가 아닌 발전으로 승화시킨 창업 초기 ‘페이팔’은 도대체 어떤 곳이었는지 궁금해지는 것도 당연할 듯. ‘기탄없이 말하지 못하는 회의’를 하루에도 몇 차례씩 하는 회사라면 사장실 앞에 비치해 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주최하는 ‘2024 국제선명상대회’가 다음 달 28일 서울 광화문광장 특설무대에서 열린다. 국제선명상대회 집행위원장인 성화 스님은 27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사회 양극화, 세대·이념·계층 갈등, 인간성 상실 등으로 마음의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에게 한국 불교가 지켜온 선명상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주고 사회 통합의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열리는 국제선명상대회는 수계법회(受戒法會·신도와 수행자가 계를 지킬 것을 서약하는 예식), 승보공양법회(신도들이 스님에게 공양을 올리는 의식), 국제선명상대회 개막식, 음악회 순으로 진행된다. 개막식에서는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직접 선명상을 진행하며 ‘전 국민 하루 5분 명상’을 제안한다. 오후 7시부터 열리는 음악회에는 가수 겸 배우인 이승기 사회로 스님들로 구성된 선명상 포교 그룹 ‘비텐스(BTENS·Buddha Ten Sunim)’, 뮤지컬 배우 최정원, 상월비보이 ‘이에이트 크루’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광화문광장 옆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에서는 ‘마음의 평화, 행복한 길’을 주제로 한 전통등 전시회(9월 23∼28일)와 명상, 사찰음식, 연꽃등 만들기 등 전통 불교문화 체험 행사(9월 25∼27일)도 열린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작은 절이 템플스테이 최우수 사찰이라고? 이달 10일 방문한 강원 강릉 현덕사(주지 현종 스님·사진)는 오대산 줄기 만월산 중턱에 자리한, 스님이라고는 2명뿐인 자그마한 절. 마당을 중심으로 대웅전과 템플스테이 숙소, 공양간 그리고 극락전과 삼성각 등 작은 전각 두 채가 전부다. 시도 지정 문화재는 고사하고, 절의 입구를 알리는 일주문(一柱門)도 없다. 그런데 이 볼품없는(?) 절이 지난해 대한불교조계종 템플스테이 평가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경북 경주 불국사, 지리산 전남 구례 대화엄사, 국빈들을 모시는 서울 은평구 진관사, 천년 전통 충남 예산 수덕사 등과 나란히 최우수 등급(A)을 받다니…. 평가를 맡은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 따르면 지난해 현덕사 템플스테이를 다녀간 사람은 2100여 명에 이른다. 방 5개에 매주 이틀(화, 수)과 명절 때 휴관하는 것을 고려하면 늘 꽉 찬 셈이다. 현덕사는 시설 대비 참가자 수, 참가자들의 만족도는 물론이고 자질구레한 행정 및 홍보 분야까지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아 A∼F 등급 중 최우수인 A를 받았다. 템플스테이 옷으로 갈아입고 마당으로 나오니 주지 스님이 묻는다. “저녁 먹어야제?” 참가자들이 공양을 발우(鉢盂·스님들의 식기)로, 그것도 스님과 함께 먹는 곳은 굉장히 드물다. 크고 유명한 절일수록 참가자가 많아 대부분 식당에서 식탁에 앉아 먹는다. 미리 신청해야 하지만 현덕사가 발우공양이 가능한 건 역설적으로 작은 절이기 때문이다. 혼자 오거나 낮 동안 인근 휴양지에 놀러 간 사람도 있어 공양 인원이 보통 5, 6명을 넘지 않는다. 공양을 마치니 또 묻는다. “커피 마시제?” 강릉은 커피의 고장. 그만큼 원두를 고르고, 커피를 내리는 주지 스님의 솜씨도 수준급이다. 올봄에는 한 관광회사에서 ‘현종 스님의 사발 커피’를 테마로 한 사찰 커피 여행 상품도 출시할 정도. 1999년 절을 처음 지었을 때 커피잔이 모자라 사발에 따라 준 것이 시작이라고 한다. 물론 당연히 차도 마실 수 있다. 체험형과 휴식형 프로그램이 있지만, 명상 프로그램(체험형) 외에는 둘 사이에 별 차이는 없다. 공양간 벽에 걸린 ‘억지로라도 쉬어가라’가 주지 스님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이날 만난 한 참가자는 “유명 사찰 템플스테이는 관광을 다녀온 느낌이 들어 이제는 잘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입구에 밀집한 각종 음식점과 모텔, 많은 참가자를 수용하기 위해 절 밖에 콘도식으로 지은 숙소, 수업처럼 진행되는 각종 프로그램 등은 진짜 ‘절 맛’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 또 다른 참가자는 “‘볼 것’이 많으면 온 김에 꼭 봐야 한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느냐”라며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진짜 ‘쉼’이 있는 곳이 이곳”이라고 말했다. 이런 입소문 때문인지 지난해 가을에는 모델 한혜진이 어머니와 함께 이곳에서 보낸 1박 2일을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 올리기도 했다. 현종 스님은 한때 ‘꽈당’ 스님으로 꽤 유명했다. 2013년 MBC ‘아빠 어디가’를 여기서 촬영했는데, 배우 성동일, 아나운서 김성주 등 출연진과 함께 ‘고무신 멀리 날리기’를 하다 너무 세게 차는 바람에 뒤로 자빠진 게 그대로 방송에 나간 것. 성동일은 올해 스님이 출간한 책(‘억지로라도 쉬어가라’)의 추천사를 쓰는 등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다음 날 아침, 방문을 나서니 스님이 배웅을 나왔다. “옥수수 좋아하제.” “네.” “가져가라.” 좁은 산길을 따라 내려오는데, 문득 들고 왔던 의문도 버리고 왔다는 걸 알았다. 강릉=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작은 절이 템플스테이 최우수 사찰이라고? 지난 10일 방문한 강원 강릉 현덕사(주지 현종 스님)는 오대산 줄기 만월산 중턱에 자리한, 스님이라고는 2명뿐인 자그마한 절. 마당을 중심으로 대웅전과 템플스테이 숙소, 공양간 그리고 극락전과 삼성각 등 작은 전각 두 채가 전부다. 시, 도 지정 문화재는 고사하고, 절의 입구를 알리는 일주문(一柱門)도 없다. 그런데 이 볼품없는(?) 절이 지난해 대한불교조계종 템플스테이 평가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경주 불국사, 지리산 구례 대화엄사, 국빈들을 모시는 서울 은평구 진관사, 천년 전통 예산 수덕사 등과 나란히 최우수 등급(A)을 받다니…. 평가를 맡은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 따르면 지난해 현덕사 템플스테이를 다녀간 사람은 2100여 명에 이른다. 방 5개에 매주 이틀(화, 수)과 명절 때 휴관하는 것을 고려하면 늘 꽉 찬 셈이다. 현덕사는 시설 대비 참가자 수, 참가자들의 만족도는 물론이고 자질구레한 행정 및 홍보 분야까지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아 A~F 등급 중 최우수인 A를 받았다. 템플스테이 옷으로 갈아입고 마당으로 나오니 주지 스님이 묻는다. “저녁 먹어야제?” 참가자들이 공양을 발우(鉢盂·스님들의 식기)로, 그것도 스님과 함께 먹는 곳은 굉장히 드물다. 크고 유명한 절 일수록 참가자가 많아 대부분 식당에서 식탁에 앉아 먹는다. 미리 신청해야 하지만 현덕사가 발우공양이 가능한 건 역설적으로 작은 절이기 때문. 혼자 오거나 낮 동안 인근 휴양지에 놀러 간 사람도 있어 공양 인원이 보통 5, 6명을 넘지 않는다. 공양을 마치니 또 묻는다. “커피 마시제?” 강릉은 커피의 고장. 그만큼 원두를 고르고, 커피를 내리는 주지 스님의 솜씨도 수준급이다. 올봄에는 한 관광회사에서 ‘현종 스님의 사발 커피’를 테마로 한 사찰 커피 여행 상품도 출시할 정도. 1999년 절을 처음 지었을 때 커피잔이 모자라 사발에 따라 준 것이 시작이라고 한다. 물론 당연히 차도 마실 수 있다.체험형과 휴식형 프로그램이 있지만, 명상 프로그램(체험형) 외에는 둘 사이에 별 차이는 없다. 공양간 벽에 걸린 ‘억지로라도 쉬어가라’가 주지 스님의 지론이기 때문. 이날 만난 한 참가자는 “유명 사찰 템플스테이는 관광을 다녀온 느낌이 들어 이제는 잘 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입구에 밀집한 각종 음식점과 모텔, 많은 참가자를 수용하기 위해 절 밖에 콘도식으로 지은 숙소, 수업처럼 진행되는 각종 프로그램 등은 진짜 ‘절 맛’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 또 다른 참가자는 “‘볼 것’이 많으면 온 김에 꼭 봐야 한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느냐”라며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진짜 ‘쉼’이 있는 곳이 이곳”이라고 말했다. 이런 입소문 탓인지 지난해 가을에는 모델 한혜진이 어머니와 함께 이곳에서 보낸 1박 2일을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 올리기도 했다. 현종 스님은 한 때 ‘꽈당’ 스님으로 꽤 유명세를 탔다. 2013년 MBC ‘아빠 어디가’를 여기서 촬영했는데, 배우 성동일, 아나운서 김성주 등 출연진과 함께 ‘고무신 멀리 날리기’를 하다 너무 세게 차는 바람에 뒤로 자빠진 게 그대로 방송에 나간 것. 배우 성동일은 올해 스님이 출간한 책(‘억지로라도 쉬어가라’)의 추천사를 쓰는 등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다음 날 아침, 방문을 나서니 스님이 배웅을 나왔다.“옥수수 좋아하제.”“네.”“가져가라.”좁은 산길을 따라 내려오는데, 문득 들고 왔던 의문도 버리고 왔다는 걸 알았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종교 간의 화합이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가치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지요.” 15일 경기 남양주시 성관사(대한불교조계종)에서 만난 주지 성진 스님은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조직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대주교) 이사를 맡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창설한 이 대회는 교황도 참석하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의 가톨릭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규모 국제 행사. 한국 천주교는 대회 준비를 위해 지난달 중순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에서 조직위원회 창립식을 열고 이사진을 선임했다. 성진 스님은 현재 선임된 이사 중 유일한 비가톨릭계다. 성진 스님은 “그동안 신부, 목사, 교무(원불교) 등으로 구성된 만남중창단 활동을 통해 종교 간의 화합을 위해 노력한 것을 좋게 본 것 같다”라며 “종교와 세대를 뛰어넘는 온 국민의 축제로 만들고 싶다는 취지에 공감해 참여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은 외국처럼 큰 사회 문제로 비화되지는 않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도 점점 더 종교적인 이유로 인한 갈등과 마찰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때 공항, 기차역 같은 공공장소에 설치된 트리를 잘 보면 십자가가 없어요. 그 대신 별이 달렸지요. 공공기관이 왜 특정 종교를 홍보하느냐는 항의가 심하거든요. 이슬람 사원 건립을 놓고 마찰을 벌이는 곳도 있고요. 지금부터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점점 더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성진 스님은 “사회 갈등을 완화하는 역할을 해야 할 종교가 오히려 갈등의 원인이 되면 안 되지 않겠느냐”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종교인들부터 벽을 허무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런 노력의 하나로 성진 스님 등 만남중창단은 26∼27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 처치센터에서 열리는 제5차 국제평화회의(2024 ICCGC-CoNGO)에서 평화와 종교 간의 화합을 노래한다. 또 뉴욕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서는 버스킹 공연을, 뉴저지 사찰과 한인 성당에서는 청년들과 토크 콘서트도 갖는다. 성진 스님은 “종교 간 화합의 첫걸음은 목사·신부·교무·스님 등 각 종교인이 함께 어우러져 있어도 아무도 이상하거나 어색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다”라며 “4대 종교인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고, 제가 타 종교 행사에 참여해 돕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종교 간의 화합이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가치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지요.” 15일 경기 남양주 성관사(대한불교조계종)에서 만난 주지 성진 스님은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조직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대주교)’ 이사를 맡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창설한 이 대회는 교황도 참석하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의 가톨릭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규모 국제 행사. 한국 천주교는 대회 준비를 위해 지난달 중순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에서 조직위원회 창립식을 열고 이사진을 선임했다. 성진 스님은 현재 선임된 이사 중 유일한 비 가톨릭계다. 성진 스님은 “그동안 신부, 목사, 교무(원불교) 등으로 구성된 만남중창단 활동을 통해 종교 간의 화합을 위해 노력한 것을 좋게 본 것 같다”라며 “종교와 세대를 뛰어넘는 온 국민의 축제로 만들고 싶다는 취지에 공감해 참여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은 외국처럼 큰 사회 문제로 비화 되지는 않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도 점점 더 종교적인 이유로 인한 갈등과 마찰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때 공항, 기차역 같은 공공장소에 설치된 트리를 잘 보면 십자가가 없어요. 대신 별이 달렸지요. 공공기관이 왜 특정 종교를 홍보하느냐는 항의가 심하거든요. 이슬람 사원 건립을 놓고 마찰을 벌이는 곳도 있고요. 지금부터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점점 더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성진 스님은 “사회 갈등을 완화하는 역할을 해야 할 종교가 오히려 갈등의 원인이 되면 안 되지 않겠느냐”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종교인들부터 벽을 허무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런 노력의 하나로 성진 스님 등 만남중창단은 26~27일 미국 뉴욕 UN 본부 처치센터(Chuch Center for the United Nations)에서 열리는 제5차 국제평화회의(2024 ICCGC-CoNGO)에서 평화와 종교 간의 화합을 노래한다. 또 뉴욕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서는 버스킹 공연을, 뉴저지 사찰과 한인 성당에서는 청년들과 토크 콘서트도 갖는다. 성진 스님은 “종교 간 화합의 첫걸음은 목사·신부·교무·스님 등 각 종교인이 함께 어우러져 있어도 아무도 이상하거나 어색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다”라며 “4대 종교인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고, 제가 타 종교 행사에 참여해 돕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예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콘테스트 쇼프로그램인 ‘아메리카 갓 탤런트’를 볼 때였다. 아프리카 말라위 출신의 흑인 코미디언이 인류의 진보를 소재로 입담을 펼쳤는데, 그의 마지막 말에 객석은 웃음바다가 됐다. “(지금은) 여성들도 투표권을 갖게 됐고, 누구나 와이파이를 쓰고 있고… 200년 전이었으면 여기는 옥션(인터넷 경매 회사)이었을 겁니다.” 200년 전이라면 흑인이 무대 위에 서 있던 곳은 노예 시장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비유를 통해 평등을 향한 인류 진보를 유쾌하게 역설한 것이다. 그런데 인류가 진보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얼마만큼 진보한 것일까. ‘21세기의 마르크스’로 불린 토마 피케티가 그동안 자신이 쓴 책과 연구가 촉발한 다양한 논의를 되짚고, 불평등의 역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전보다 훨씬 간결하게 정리했다. 저자는 지금까지 인류가 평등을 향해 꾸준히 전진해 왔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단지 평등을 향해 전진해 왔다고 우리가 사는 세상의 불평등과 모순이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 불평등의 기원과 내용을 밝히고 새로운 방식으로 평등을 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앞서 우리는 1980년 이후 소득 격차가 확대된 원인 중 하나가 누진세의 고전에 있었음을 확인했다. 인센티브나 효율성을 이유로 내세워 이런 소득 격차를 정당화하기는 힘들다. 앞으로는 좀 더 강력한 누진세가 다시 도입돼야 임금 격차가 다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제7장 민주주의, 사회주의, 누진세 중) 공산주의, 사회주의에 대한 우리 사회의 특수한 시각 때문에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이 불편하게 느껴질 사람도 꽤 많을 것 같다. 하지만 특정 사회주의 국가가 몰락했다고, 어떤 특정 이념이 쇠퇴했다고 그 안에 담긴 방법론까지 모두 다 ‘잘못된 것’으로 매도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불평등을 줄일 정책은 꼭 필요하고, 그 출발점은 어떤 선입견 없이 객관적으로 제시된 방법을 검토하는 데서 시작한다는 점에서 일독을 권한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한국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소장 적문 스님)는 22일 경기 평택 수도사에서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이슬람교계 대학인 빠순단(Pasundan)대와 기독교 대학인 평택대 관계자들을 초청해 사찰음식 만찬 행사를 연다. 연구소 측은 “연구소 설립 32주년을 맞아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간의 화합과 소통을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라며 “연잎밥, 더덕오이초무침, 연자조림 등 다양한 한국 전통 사찰음식을 외국에 알리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사 주지인 적문 스님은 사찰음식 명장 중 유일한 비구로 한국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를 설립해 다양한 사찰음식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클럽 대신 절에서 만나면… 이성을 대하는 마음가짐부터 다르겠지요.” 10일 강원 양양 낙산사에서 만난 묘장 스님(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사진)은 왜 절에서 남녀 소개팅(‘나는 절로’)을 주선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절로’는 20, 30대 남녀 젊은이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재단 프로그램. 미혼 남녀의 만남을 소재로 한 TV 프로그램 ‘나는 솔로’에서 이름을 빌렸다. 지난해 11월 시즌 1을 시작한 이후 조금씩 인기를 얻더니 9, 10일 낙산사에서 열린 시즌 5에는 20명 모집에 1501명이 신청해 남자 70.1 대 1, 여자 77.3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나는 절로’는 재단이 2013년부터 해오던 ‘만남 템플스테이’가 원조. 묘장 스님은 “당시는 템플스테이를 기반으로 이성 간의 만남을 가미했는데, 만남보다 템플스테이에 더 치중하다 보니 신청자가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초기에는 참가자가 부족해 직원이 참여하기도 했다고 한다. 근근이 명맥만 잇던 만남 템플스테이는 지난해 8월 묘장 스님이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환골탈태했다. 묘장 스님은 “정말 좋은 프로그램인데 그동안은 기존 관습과 생각에 얽매여 제대로 살리지 못한 면이 많았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잠시 중단됐던 프로그램을 지난해 다시 시작하면서 완전히 갈아엎어 보자고 한 것이 젊은이들의 니즈와 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먼저 프로그램 개념을 템플스테이 중심에서 소개팅 중심으로 완전히 바꿨다. “만남 템플스테이 때 보니까 여성 참가자들이 풀메이크업에 정장, 하이힐을 신고 오더라고요. 그걸 오자마자 템플스테이 옷으로 갈아입히니 이성 간에 매력을 느끼겠습니까? 지금은 첫 3시간 정도는 입고 온 차림 그대로 서로를 볼 시간을 주지요. 템플스테이하러 온 게 아니라 소개팅하러 온 거잖아요? 하하하.” 절 일과에 맞췄던 취침 시간(오후 9시)도 오후 11시 반으로 늦췄다. 묘장 스님은 “멀리 절까지 온 피 끓는 젊은이들에게 밤 9시에 자라고 하면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며 “장소도 큰 영향을 주기에 시즌 1, 2 때는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했지만, 점차 계절에 맞춰 지방 사찰에서 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올 4월과 6월에는 꽃이 흐드러지게 핀 인천 강화 전등사와 충남 공주 마곡사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번에 낙산사에서 한 것도 여름, 휴가, 바다라는 매력을 더하기 위해서였다. 외국 언론에서 취재를 올 정도로 관심이 뜨거운 ‘나는 절로’는 참가자들에게 얼굴 공개 동의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참가를 꺼릴 것도 같은데 의외로 이를 더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묘장 스님은 “우리도 생각하지 못한 부분인데 워낙 서로 믿지 못하는 사회가 되다 보니 참가자들은 오히려 이를 검증의 한 단계로, 긍정적으로 여겼다”고 전했다. 자기 얼굴이 공개된다는 걸 알면 과거에 한 나쁜 짓을 숨기고 싶은 사람들은 아무래도 참가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만남의 장소가 절이라는 것도 서로에게 호감을 더하는 요소가 됐다고 그는 말했다. “절, 불교, 신앙 이런 요소들이 클럽이나 헌팅포차에서 만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서로에 대한 믿음을 주는 것 같아요. 가볍게 놀려는 게 아니라 진지하게 사람을 만나려는 진정성을 보게 해주는 거죠. 어쩌면 세상이 한없이 가벼워진 탓에 기회가 없었을 뿐이지 요즘 젊은이들도 진지한 만남을 늘 원해 왔던 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이번 낙산사 ‘나는 절로’에서는 20명 중 6쌍의 커플이 탄생했다. 그런데 이들은 70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어떻게 뚫은 것일까. 묘장 스님은 “이성을 만나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얼마나 진정성 있게 쓰는지로 선정한다”며 “신청서에 종교는 아예 쓰는 난이 없고, 외모와 직업도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는 절로’ 프로그램은 지난달 제13회 인구의 날 행사에서 저출산 문제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개선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묘장 스님은 “‘나는 절로’가 떠서 그런지 요즘은 40∼50대, 심지어 ‘돌싱’ 쪽에서도 우리를 위한 프로그램도 만들어 달라는 전화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며 “‘돌싱’까지는 아니지만 40대는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양양=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클럽 대신 절에서 만나면… 이성을 대하는 마음가짐부터 다르겠지요.”10일 강원 양양 낙산사에서 만난 묘장 스님(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은 왜 절에서 남녀 소개팅(‘나는 절로’)을 주선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절로’는 20, 30대 남녀 젊은이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재단 프로그램. 미혼 남녀의 만남을 소재로 한 TV 프로그램 ‘나는 솔로’에서 이름을 빌렸다. 지난해 11월 시즌 1을 시작한 이후 조금씩 인기를 얻더니 9, 10일 낙산사에서 열린 시즌 5에는 20명 모집에 1501명이 신청해 남자 70.1 대 1, 여자 77.3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나는 절로’는 재단이 2013년부터 해오던 ‘만남 템플스테이’가 원조. 묘장 스님은 “당시는 템플스테이를 기반으로 이성 간의 만남을 가미했는데, 만남보다 템플스테이에 더 치중하다 보니 신청자가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초기에는 참가자가 부족해 직원이 참여하기도 했다고 한다.근근이 명맥만 잇던 만남 템플스테이는 지난해 8월 묘장 스님이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환골탈태했다. 재단 상임이사로 있으면서 만남 템플스테이를 지켜봤지만 아쉬움이 많았기 때문.묘장 스님은 “정말 좋은 프로그램인데 그동안은 기존 관습과 생각에 얽매여 제대로 살리지 못한 면이 많았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잠시 중단됐던 프로그램을 지난해 다시 시작하면서 완전히 갈아엎어 보자고 한 것이 젊은이들의 니즈와 맞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먼저 프로그램 개념을 템플스테이 중심에서 소개팅 중심으로 완전히 바꿨다. “만남 템플스테이 때 보니까 여성 참가자들이 풀메이크업에 정장, 하이힐을 신고 오더라고요. 그걸 오자마자 템플스테이 옷으로 갈아입히니 이성 간에 매력을 느끼겠습니까? 지금은 첫 3시간 정도는 입고 온 차림 그대로 서로를 볼 시간을 주지요. 템플스테이하러 온 게 아니라 소개팅하러 온 거잖아요? 하하하.”절 일과에 맞췄던 취침 시간(오후 9시)도 오후 11시 반으로 늦췄다. 묘장 스님은 “멀리 절까지 온 피 끓는 젊은이들에게 밤 9시에 자라고 하면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며 “장소도 큰 영향을 주기에 시즌 1, 2 때는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했지만, 점차 계절에 맞춰 지방 사찰에서 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올 4월과 6월에는 꽃이 흐드러지게 핀 인천 강화 전등사와 충남 공주 마곡사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번에 낙산사에서 한 것도 여름, 휴가, 바다라는 매력을 더하기 위해서였다.외국 언론에서 취재를 올 정도로 관심이 뜨거운 ‘나는 절로’는 참가자들에게 얼굴 공개 동의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참가를 꺼릴 것도 같은데 의외로 이를 더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묘장 스님은 “우리도 생각하지 못한 부분인데 워낙 서로 믿지 못하는 사회가 되다 보니 참가자들은 오히려 이를 검증의 한 단계로, 긍정적으로 여겼다”고 전했다. 자기 얼굴이 공개된다는 걸 알면 과거에 한 나쁜 짓을 숨기고 싶은 사람들은 아무래도 참가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는 것이다.만남의 장소가 절이라는 것도 서로에게 호감을 더하는 요소가 됐다고 그는 말했다. “절, 불교, 신앙 이런 요소들이 클럽이나 헌팅포차에서 만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서로에 대한 믿음을 주는 것 같아요. 가볍게 놀려는 게 아니라 진지하게 사람을 만나려는 진정성을 보게 해주는 거죠. 어쩌면 세상이 한없이 가벼워진 탓에 기회가 없었을 뿐이지 요즘 젊은이들도 진지한 만남을 늘 원해 왔던 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이번 낙산사 ‘나는 절로’에서는 20명 중 6쌍의 커플이 탄생했다. 그런데 이들은 70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어떻게 뚫은 것일까. 묘장 스님은 “이성을 만나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얼마나 진정성 있게 쓰는지로 선정한다”며 “신청서에 종교는 아예 쓰는 난이 없고, 외모와 직업도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나는 절로’ 프로그램은 지난달 제13회 인구의 날 행사에서 저출산 문제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개선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굉장히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당장 아이를 낳게 하는 정책도 필요하지만 길게 보면 이성에 관한 생각, 남녀 간의 만남과 결혼에 관한 생각까지 변화시켜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종교 기관이 이성 간의 건전한 만남을 주선하는 건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묘장 스님은 “‘나는 절로’가 떠서 그런지 요즘은 40~50대, 심지어 ‘돌싱’ 쪽에서도 우리를 위한 프로그램도 만들어 달라는 전화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며 “‘돌싱’까지는 아니지만 40대는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양양=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하루에 한 개씩 ‘감사 일기’를 한 번 써보세요. 우리가 얼마나 감사한 세상에 살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될 겁니다.” “불교가 이렇게 ‘힙’했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요즘 불교. 그 배경에는 산속이 아니라 도심 젊음의 거리에 템플스테이를 차리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 ‘젊은 스님’들이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스타트업 플랫폼, 크라우드 펀딩도 젊은 스님들에게는 활용하기 좋은 포교 수단. 12일 울산 중구 백양사(대한불교조계종)에서 만난 한산 스님은 이를 이용해 동생인 무여 스님과 함께 1인 출판사(그봄출판사)를 설립해 포교 활동을 하는 젊은 비구니 스님이다. 최근 ‘지금 여기, 감사 일기’를 출간한 그는 “기존 불교 관련 출판사들도 있지만 아무 제약 없이 제가 생각하는, 제 마음에 쏙 드는 내용과 방식으로 불교를 알리는 데는 직접 1인 출판사를 차리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지금 여기, 감사 일기’는 100일 동안 감사 일기와 분노 일기를 실제로 쓰며 마음을 수행하는 일종의 명상 연습서. 한산 스님은 “우리가 살면서 수많은 도움을 받지만 의외로 ‘고맙다’ ‘감사하다’란 말 대신 ‘말 안 해도 알겠지’ 하고 넘어간다”며 “특히 가족, 가까운 친구일수록 더 표현에 인색한데 감사 일기를 쓰는 연습을 하면 고마움을 표현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감사 일기’와 함께 ‘분노 일기’도 함께 쓸 것을 권했다.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 마음속에 눌러 놓고 있다 보면 그것이 마음의 병이 된다는 것. 그렇다고 제대로 생각도 해보지 않고 욱해서 행동으로 옮기면 더 큰 괴로움에 빠지기 때문에 ‘화’ ‘분노’를 잘 다스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산 스님은 “분노 일기는 먼저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고, 상대방의 마음을 역지사지로 헤아려 보는 연습”이라며 “그래서 문장을 ‘∼구나’ ‘∼겠지’ ‘∼감사’로 쓰게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방 청소를 안 했다고 엄마가 화를 내는구나’ ‘며칠 동안 말했는데 안 하니까 화가 나셨겠지’ 하는 식이다. 한산 스님은 “감사 일기를 쓰다 보면 작은 것 하나라도 세상에 얼마나 감사한 것이 많은지, 우리가 이런 감사함을 그동안 얼마나 모르고 살았고, 또 표현하지 않았는지 새삼 깨닫게 될 것”이라며 “분노나 화, 두려움도 실재하지 않는 환상이기에 있는 그대로 보고 놓아주면 사라지고 감사와 사랑이 드러난다. 그런 점에서 분노 일기는 사실은 ‘지혜 일기’”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