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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강호(사진)의 30년 영화 인생을 돌아보는 회고전이 다음 달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개최된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은 다음 달 7일부터 내년 1월 13일까지 LA 아카데미영화박물관에서 회고전 ‘송강호: Song Kang-ho’를 연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영화 ‘기생충’ ‘살인의 추억’ ‘괴물’ ‘밀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공동경비구역(JSA)’ 등 송강호의 대표작 14편이 소개된다. 앞서 영화 ‘피아노’로 칸영화제 대상을 받은 제인 캠피언 감독, 스페인 대표 영화감독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등의 거장이 이곳에서 회고전을 열었으며 한국 영화인이자 배우로는 송강호가 처음이다. 행사 초반인 다음 달 7∼10일에는 송강호를 직접 초청해 관객과 대화하는 행사도 마련한다. 박물관 측은 송강호를 한국 영화사를 장식한 주요 인물 중 하나로 꼽으면서 “영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을 바탕으로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선보이며 연기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는 배우”라고 소개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아카데미재단이 설립한 이 박물관은 2021년 9월 개관한 미국 최대 규모의 영화 박물관이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웨스트버지니아·사진)이 한중 전기차 배터리 합작 사업을 거론하며 전기차 보조금(세액공제)에 대한 중국의 우회로를 차단할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 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규정인 ‘해외우려기업(FEOC)’ 기준을 연내 공개할 계획인 가운데 배터리 소재에서 중국 기업의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은 보조금을 받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상원 에너지위원장인 맨친 의원은 13일(현지 시간)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한국, 모로코와 조인트벤처나 투자 등 형태로 사업 기회를 활발히 모색하고 있다는 최근 보도에 극심한 우려를 표한다”며 “가장 강력한 FEOC 규정을 세워야 미 납세자들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IRA 보조금은 내수 기업과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동맹, 친구들을 위한 것”이라며 “이것을 ‘광물 세탁’에 관여한 적국들에게 도둑 맞아선 안된다. 무역법을 우회하고 세계 시장을 약탈하는 중국의 오랜 역사는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중국 업체들이 올해 한국 기업들과의 합작 투자 등으로 총 45억 달러(약 6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이는 미국의 보조금 제한 규정을 우회하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IRA는 2025년부터 배터리에서 차지하는 비율과 관계없이 FEOC에서 조달한 핵심 광물을 사용하면 전기차 세액 공제 적용을 받을 수 없다. 미국은 지난해 말 발표한 IRA 백서에서 중국, 러시아, 이란 등을 FEOC로 지정했지만 구체적인 적용 범위는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합작 기업의 경우 중국 측 지분에 따라 FEOC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FEOC 기준을 좁게 설정할 것을 요구해왔다. 앞서 미국 2위 자동차기업 포드가 중국 배터리 기업 CATL과 미국 미시간주에 합작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가 중국 업체의 IRA 우회를 돕는다는 비난에 시달리며 9월 결국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1948년 이스라엘 건국 후 줄곧 끈끈한 동맹 관계를 유지했으며 지난달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 후에도 한목소리를 냈던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 한 달을 맞아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자지구 사망자가 1만 명에 육박하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맹목적인 이스라엘 지원에 부담을 느끼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에 인도주의적 교전 중지, 소형폭탄 사용 등 민간인 피해 최소화 대책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분명한 거부 의사를 표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또한 가자지구를 직접 방문해 지상전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했다. 하마스 또한 이란과 수시로 전황을 논의하며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는 최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만났다. ● 美 “교전 일시 중단” vs 네타냐후 거부바이든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간) ‘가자지구의 인도적 교전 중단에 진전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스라엘이 이날 가자지구 주민의 대피를 위해 일시적으로 주요 고속도로의 통행을 허용한 조치 등을 거론한 답변으로 풀이된다. 하루 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스라엘 현지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만나 인도적 교전 중단을 거듭 압박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민간인 피해 최소화를 위해 소형폭탄을 사용하라고 권고했다. 이스라엘이 지난달 말부터 가자지구 내 자발리야 난민촌을 공습하는 과정에서 1t가량의 항공 폭탄을 사용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실제 민간인 사망자가 급증한 것을 우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블링컨 장관과의 회담 직후 별도 기자회견에서 “하마스가 붙잡은 이스라엘 인질의 석방안이 포함되지 않은 일시 휴전안은 거부한다”며 선을 그었다. 네타냐후 총리가 언급한 일시적 휴전(ceasefire)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합의에 따라 가자지구 또는 이스라엘 전역에서 정해진 시간 동안 적대행위를 중단하는 것으로, 인질 석방이나 민간인 대피 지역에서만 일시적으로 공격을 멈추는 일시적 교전 중단(pause)과는 다른 개념이다. 그럼에도 블링컨 장관과의 회담 직후 나온 것이라 사실상 미국의 요구에 선을 그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NYT도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에 퇴짜를 놨다”고 평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 또한 4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전쟁의 기습 공격을 주도한) 하마스 고위 간부 예히야 신와르를 찾아내 반드시 제거하겠다”고 전의를 드러냈다. 그는 “가자지구 주민이 신와르에게 먼저 도달한다면 전쟁이 단축될 것”이라며 신와르 색출에 가자 주민 또한 협력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 헤즈볼라 “모든 선택지 고려”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는 3일 전쟁 발발 후 첫 공개 연설에서 “모든 선택지가 고려 대상이다. 이스라엘과의 전면전도 실현할 수 있다”며 참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미국이 먼저 시작한 만큼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것도 오직 미국”이라며 일단 미국의 태도를 보겠다는 뜻도 비쳤다. NYT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무기 소진과 사기를 떨어뜨리는 차원에서 ‘통제된 전투’만 벌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니예와 하메네이의 만남 또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쟁 발발 후 하니예는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교장관과는 수차례 만났으나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를 만난 것은 처음이다. 이스라엘에 대한 이슬람권 전체의 분노는 고조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 이집트 등 4개국 외교장관은 4일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블링컨 장관과 회동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즉각 휴전’을 촉구했다. 다만 미국은 아랍권의 ‘즉각 휴전’ 요구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 하마스가 전열을 정비할 시간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의 인권 침해, 전쟁 범죄 등을 이유로 네타냐후 총리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네타냐후 총리)는 더 이상 대화 상대가 아니다”라며 이스라엘 주재 자국 대사도 소환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1948년 이스라엘 건국 후 줄곧 끈끈한 동맹 관계를 유지했으며 지난달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 후에도 한 목소리를 냈던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 한 달을 맞아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자지구 사망자가 1만 명에 육박하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맹목적인 이스라엘 지원에 부담을 느끼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에 인도주의적 교전 중지, 소형폭탄 사용 등 민간인 피해 최소화 대책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분명한 거부 의사를 표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또한 가자지구를 직접 방문해 지상전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했다. 하마스 또한 이란과 수시로 전황을 논의하며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는 최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만났다. ● 美 “교전 일시 중단” VS 네타냐후 거부바이든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간) ‘가자지구의 인도적 교전 중단에 진전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스라엘이 이날 가자지구 주민의 대피를 위해 일시적으로 주요 고속도로의 통행을 허용한 조치 등을 거론한 답변으로 풀이된다. 하루 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스라엘 현지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만나 인도적 교전 중단을 거듭 압박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민간인 피해 최소화를 위해 소형폭탄을 사용하라고 권고했다. 이스라엘이 지난달 말부터 가자지구 내 자발리야 난민촌을 공습하는 과정에서 1t 가량의 항공 폭탄을 사용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실제 민간인 사망자가 급증한 것을 우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블링컨 장관과의 회담 직후 별도 기자회견에서 “하마스가 붙잡은 이스라엘 인질의 석방안이 포함되지 않은 일시 휴전안은 거부한다”며 선을 그었다. 네타냐후 총리가 언급한 일시적 휴전(ceasefire)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합의에 따라 가자지구 또는 이스라엘 전역에서 정해진 시간 동안 적대행위를 중단하는 것으로, 인질 석방이나 민간인 대피 지역에서만 일시적으로 공격을 멈추는 일시적 교전 중단(pause)과는 다른 개념이다. 그럼에도 블링컨 장관과의 회담 직후 나온 것이라 사실상 미국의 요구에 선을 그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NYT도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에 퇴짜를 놨다”고 평했다.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 또한 4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전쟁의 기습 공격을 주도한) 하마스 고위 간부 야히야 신와르를 찾아내 반드시 제거하겠다”고 전의를 드러냈다. 그는 “가자지구 주민이 신와르에게 먼저 도달한다면 전쟁이 단축될 것”이라며 신와르 색출에 가자 주민 또한 협력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 헤즈볼라 “모든 선택지 고려”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는 3일 전쟁 발발 후 첫 공개 연설에서 “모든 선택지가 고려 대상이다. 이스라엘과의 전면전도 실현할 수 있다”며 참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미국이 먼저 시작한 만큼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것도 오직 미국”이라며 일단 미국의 태도를 보겠다는 뜻도 비쳤다. NYT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무기 소진과 사기를 떨어트리는 차원에서 ‘통제된 전투’만 벌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니예와 하메네이의 만남 또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쟁 발발 후 하니예는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외교장관과는 수차례 만났으나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를 만난 것은 처음이다.이스라엘에 대한 이슬람권 전체의 분노는 고조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 이집트 4개국 외교장관은 4일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블링컨 장관과 회동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즉각 휴전’을 촉구했다. 다만 미국은 아랍권의 ‘즉각 휴전’ 요구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 하마스가 전열을 정비할 시간을 준다는 이유에서다.같은 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의 인권 침해, 전쟁 범죄 등을 이유로 네타냐후 총리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네타냐후 총리)는 더 이상 대화 상대가 아니다”라며 이스라엘 주재 자국 대사도 소환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지금이 전투의 정점이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가자지구 내 본거지인 가자시티에 진입해 고강도 시가전을 펼친 2일(현지 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사진)는 휴전 없는 진격 의지를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7일 전쟁 발발 후 약 한 달 만에 하마스의 심장부인 가자시티를 포위해 본격적인 전투를 시작했고 하마스의 비밀 땅굴 파괴 작업도 밀어붙이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하루에만 약 130명의 무장세력을 사살하고 100곳 이상의 땅굴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에 친(親)이란 세력들이 가세하면서 확전 위기도 커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가운데 3일 이스라엘을 찾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인도적 교전 중지를 거듭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가자시티 진입해 땅굴 100곳 파괴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2일 “가자시티 포위를 완료했다”며 “하마스의 전초기지와 본부, 테러 기반시설을 공격하고 근접전에서 테러리스트들을 제거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도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인상적인 성공을 거뒀고, 가자시티 외곽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위성사진 등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시티를 완전히 포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가자시티의 서쪽은 지중해에 접해 있는데 이곳을 제외한 나머지 육로 세 방향을 모두 군사적으로 봉쇄했다는 것이다. 이날 이스라엘 공군과 해군 등은 대규모 공습으로 가자시티를 폭격했고 땅굴 100곳 등을 파괴했다. 이스라엘군은 육군 공병대가 인공지능(AI)을 사용해 하마스 공격 표적을 확인한 뒤 현재까지 1만2000개 이상의 표적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군 고위 장교는 AP통신에 “땅굴의 주요 기지와 입구 등을 파괴했고, 하마스 대원들을 이곳에 그대로 묻어버렸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군 탱크 지휘관 살만 하바카 중령이 사망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당시 탱크 두 대를 이끌고 민간인들을 구출해 국민 영웅으로 불렸다. 하바카 중령은 이번 가자지구 지상 작전 중 사망한 최고위급 장교다. ● 美, 교전 일시 중지 거듭 압박 이런 가운데 이스마일 하니야 하마스 지도자와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은 이날 전화 회담을 통해 전황을 논의했다.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예멘의 후티 반군에 이어 시리아에서 활동하던 이란 민병대가 헤즈볼라를 지원하기 위해 레바논 남부에 배치됐다. 이날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번 전쟁으로 팔레스타인인 최소 906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 중 18세 미만 미성년자가 3760명에 달했다. 공습이 집중된 자발리야 난민촌에선 주요 병원에서 발전기가 멈췄다. 보건부는 “산소 발생기와 시신 보관소 냉장고 전원을 꺼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인도주의적 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교전 일시 중지(pause)’ 필요성을 언급한 가운데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가자지구에 인도적인 원조를 제공하고 인질을 안전하게 구출하기 위해 교전을 중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3일 이스라엘에 도착한 블링컨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런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이스라엘로 출국하기 전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에 지속 가능한 평화 조건인 ‘두 국가 해법’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지금이 전투의 정점이다.”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가자지구 내 본거지인 가자시티에 진입해 고강도 시가전을 펼친 2일(현지 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휴전 없는 진격 의지를 강조하며 이 같이 말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7일 전쟁 발발 후 약 한 달 만에 하마스의 심장부인 가자시티를 포위해 본격적인 전투를 시작했고 하마스의 비밀 땅굴 파괴 작업도 밀어붙이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하루에만 약 130명의 무장세력을 사살하고 100곳 이상의 땅굴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에 친(親)이란 세력들이 가세하면서 확전 위기도 커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가운데 3일 이스라엘을 찾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인도적 교전 중지를 거듭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가자시티 진입해 땅굴 100곳 파괴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2일 “가자시티 포위를 완료했다”며 “하마스의 전초기지와 본부, 테러 기반시설을 공격하고 근접전에서 테러리스트들을 제거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도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인상적인 성공을 거뒀고, 가자시티 외곽을 통과했다”고 밝혔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위성사진 등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시티를 완전히 포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가자시티의 서쪽은 지중해에 접해 있는데 이곳을 제외한 나머지 육로 세 방향을 모두 군사적으로 봉쇄했다는 것이다. 이날 이스라엘 공군과 해군 등은 대규모 공습으로 가자시티를 폭격했고 땅굴 100곳 등을 파괴했다.이스라엘군은 육군 공병대가 인공지능(AI)을 사용해 하마스 공격 표적을 확인한 뒤 현재까지 1만2000개 이상의 표적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군 고위 장교는 AP통신에 “땅굴의 주요 기지와 입구 등을 파괴했고, 하마스 대원들을 이곳에 그대로 묻어버렸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군 탱크 지휘관 살만 하바카 중령이 사망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당시 탱크 두 대를 이끌고 민간인들을 구출해 국민 영웅으로 불렸다. 하바카 중령은 이번 가자지구 지상 작전 중 사망한 최고위급 장교다. ● 美, 교전 일시 중지 거듭 압박이런 가운데 이스마일 하니야 하마스 지도자와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전화 회담을 통해 전황을 논의했다.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예멘의 후티 반군에 이어 시리아에서 활동하던 이란 민병대가 헤즈볼라를 지원하기 위해 레바논 남부에 배치됐다.이날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번 전쟁으로 팔레스타인인 최소 906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 중 18세 미만 미성년자가 3760명에 달했다. 공습이 집중된 자발리야 난민촌에선 주요 병원에서 발전기가 멈췄다. 보건부는 “산소 발생기와 시신 보관소 냉장고 전원을 꺼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인도주의적 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교전 일시 중지(pause)’ 필요성을 언급한 가운데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가자지구에 인도적인 원조를 제공하고 인질을 안전하게 구출하기 위해 교전을 중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3일 이스라엘에 도착한 블링컨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런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이스라엘로 출국하기 전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에 지속 가능한 평화 조건인 ‘두 국가 해법’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처참하게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얼굴이 재범벅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남성이 겁에 질린 다섯 아이를 업거나 손을 잡고 터벅터벅 걸어나오고 있다. 지난달 21일(현지 시간) ‘공격 받는 가자(Gaza-under-attack)’라는 해시태그(#)로 인스타그램에 등장해 큰 반향을 일으킨 사진이다. 같은 달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후 적지 않은 반(反)이스라엘 진영에서 이 사진을 예로 들며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이스라엘의 거듭된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큰 피해를 입고 있으며 이 사진이 증거라는 주장이었다. 주프랑스 중국대사관 또한 이 사진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공유하며 반이스라엘 여론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2일 AFP통신에 따르면 이 사진은 인공지능(AI)에 의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굳이 AI 기술의 전문가가 아니라도 자세히 보면 조잡하게 만들어진 이미지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우선 몇몇 아이는 양발의 모양과 크기, 두 발이 향해 있는 방향 등이 모두 제각각이다. 남성의 오른쪽 어깨 위에 올라탄 아이의 모습 또한 상당히 부자연스럽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미국 영국 중국 등 28개국과 유럽연합(EU)은 1일(현지 시간)부터 이틀 동안 영국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안전 정상회의’에서 “AI의 파국적 위험을 막도록 협력하자”며 세계 첫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미국과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는 중국까지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협력 선언 이면엔 AI 산업 규제를 주도하려는 국가 간 기싸움이 치열했다.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규제기관 설립 주도권 다툼이 시작됐고, AI의 규제 범위와 강도를 두고 주요국별로 이견이 가시화됐다. 주요국들이 자국 AI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규제를 주도하고 타국 AI 산업에 진입장벽을 쌓아 AI 패권을 공고히 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제사회, AI 위협 인정” 1일 영국 버밍엄셔주 블레츨리 파크에서 개막한 AI 안전 정상회의에서 28개국과 EU는 AI 안전에 관한 첫 국제 협약인 ‘블레츨리 선언’을 발표했다. 이 선언에는 AI가 사이버보안, 생명공학 등의 분야에서 오용되거나 콘텐츠 조작 등으로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국제사회가 협력해 이를 해결할 것을 결의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위해 AI 개발자에게 시스템의 안전성과 투명성을 높이도록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정상회의에는 올 6월 AI 벤처기업 ‘xAI’를 설립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CEO, ‘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MS) 부회장 겸 사장 등 세계적 정보기술(IT) 기업의 수장도 대거 참석했다. 주요국들이 처음으로 AI를 단일 의제로 하는 정상회의를 갖고 공동선언에 나선 이유는 최근 챗GPT 등 생성형 AI가 급속도로 발전해 일상적인 경제·사회 활동은 물론이고 국가 안보 등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가국들은 협력을 강조했지만 물밑에선 기싸움이 나타나고 있다. 개최국인 영국은 이번 회의 장소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암호 ‘에니그마’를 해독한 현대 컴퓨팅의 발상지 블레츨리 파크로 정했다. 영국이 속한 연합군이 독일군의 전술을 가로채 전세를 뒤집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곳이다. 게다가 영국은 미국의 암묵적 반대에도 중국에 초청장을 보냈다. ● 물밑선 ‘AI 진입장벽’ 구축 전쟁 AI를 규제하는 ‘AI 안전 연구소’ 설립을 두고도 미국과 영국이 맞붙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1일 정상회의 개최와 함께 AI 안전 연구소 설립 포부를 밝힌 당일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도 같은 연구소 설립 계획과 그 우수성을 강조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도 같은 날 런던에 있는 미국대사관에서 한 연설에서 AI의 위험으로부터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긴급 조치를 촉구하며 AI 주도권을 잡겠다는 뜻을 드러내려 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해리스 부통령은 수낵 총리에게 누가 ‘보스’인지를 보여줬다”고 평했다. 주요국들은 AI 규제의 범위와 강도에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수낵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AI가 생물·화학 무기 개발 등 극단적인 위험에 초점을 맞췄지만 해리스 부통령은 현재 이미 가동되고 있는 AI 모델도 ‘실존적 위협’을 초래한다며 좀 더 광범위한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올 7월 강력한 AI 규제안을 발표한 중국은 국제 규제기관을 설립해 첨단 AI 시스템 등록을 의무화하고, 문제가 있으면 즉각 폐쇄하는 등 강도 높은 규제를 요구했다. 이를 두고 주요국들이 자국 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AI 규제를 이끌어 미래산업 패권을 굳히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들은 스스로 규제해 달라고 하기 힘든데 이번에 기술 수준이 높은 기업들까지 참여해 규제를 언급하는 것을 보면 규제로 ‘진입장벽’을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이 1일(현지 시간) 갈등을 종식할 해법으로 ‘두 국가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해 이스라엘과 평화롭게 공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이탈리아 국영방송 RAI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에 대해 “성스러운 땅에서 전쟁이 발발해 나를 두렵게 한다. (확전은) 여러 생명의 종말을 의미한다”며 단호한 반대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함께 살아야 하는 두 민족이 있다”며 “(앞서) 현명한 해결책을 찾았다. 오슬로 협정과 잘 정의된 두 국가, 그리고 특별한 지위를 가진 예루살렘”이라고 강조했다. 오랜 갈등을 종식할 해법으로 팔레스타인의 자치와 이스라엘의 존재를 상호 인정하는 데 합의한 오슬로 협정과 함께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기독교·유대교·이슬람교의 공동 성지 예루살렘에 대해선 중립 지역으로 남겨야 한다는 주장을 언급한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1993년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중재로 양측의 공존 방안을 담은 이 협정에 합의했다. 하지만 2000년 팔레스타인 자치구역 내 이스라엘군 추가 철수와 이스라엘 주민 정착촌 건설 등을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국 결렬됐다. 이후 현재까지 협정으로 출범한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에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영토로 하는 신생 독립국가 지위를 부여하자는 구상은 이뤄지지 못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30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최되는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참석한다. 당사국총회가 열린 이래 교황이 이 행사에 참석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처참하게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얼굴이 재범벅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남성이 겁에 질린 다섯 아이를 업거나 손을 잡고 터벅터벅 걸어나오고 있다. 지난달 21일(현지 시간) ‘공격 받는 가자(Gaza_under_attack)’라는 해시태그(#)로 인스타그램에 등장해 큰 반향을 일으킨 사진이다. 같은 달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후 적지 않은 반(反)이스라엘 진영에서 이 사진을 예로 들며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이스라엘의 거듭된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큰 피해를 입고 있으며 이 사진이 증거라는 주장이었다. 주프랑스 중국대사관 또한 이 사진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공유하며 반이스라엘 여론에 힘을 실었다.하지만 2일 AFP통신에 따르면 이 사진은 인공지능(AI)에 의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굳이 AI 기술의 전문가가 아니라 해도 자세히 보면 조잡하게 만들어진 이미지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우선 몇몇 아이는 양 발의 모양과 크기, 두 발이 향해 있는 방향 등이 모두 제각각이다. 남성의 오른쪽 어깨 위에 올라탄 아이의 모습 또한 상당히 부자연스럽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국제사회의 여론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돌리려고 안간힘을 쓰는 상황에서 AI로 생성한 허위 콘텐츠가 잘못 쓰일 위험을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온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7일 새벽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해올 때까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깨울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한 참모는 아무도 없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9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징후를 파악하지 못한 채 처참하게 정보전에 실패했던 이스라엘의 당일 모습을 이같이 묘사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신베트와 군 당국은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 국경에 침투하는 것을 보고도 야간 훈련을 하는 것으로 여겼다. 시간이 흐르면서 하마스가 ‘소규모 공격’을 시도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대테러 부대인 ‘테킬라’ 팀을 파견했다. 그러는 새 하마스는 민간인 학살을 저지른 가자지구 인근 크파르아자 키부츠(집단농장)를 장악하고 있었다. NYT는 이스라엘 및 미국 관료들과의 인터뷰, 이스라엘 정부 문서 등을 토대로 “이스라엘의 오만함으로 인해 하마스의 능력을 과소평가했을 뿐만 아니라 정보 수집에도 완전히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네타냐후 총리는 ‘사법부 무력화’ 작업에 매몰돼 외부 위협에 안이했으며 미 중앙정보국(CIA)조차 이런 이스라엘을 믿고 하마스 관련 정보를 수집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년 전 하마스 무전기 도청 중단 NYT에 따르면 암호 해독, 첩보신호 수집 등 시긴트(SIGINT·신호정보) 분야에서 최고로 꼽히는 이스라엘 8200부대는 1년 전 하마스 무전기에 대한 도청을 중단했다. NYT는 “7일 밤 하마스 대원들이 휴대용 무전기를 통해 나누는 교통 상황에 대해 들었다면 이스라엘 측의 판단은 달라졌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는 하마스가 더 이상 이스라엘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킬 의도가 없다고 오판했기 때문이다. 대신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가장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 정보 자산을 헤즈볼라에 집중시켰다. 지난달 말 이스라엘 고위 관리들은 향후 몇 주 또는 몇 달 안에 이란이 지원하는 민병대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하마스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스라엘 정치인들이 사법부 무력화에 집중한 나머지 안보 위협을 지속적으로 무시한 정황도 나왔다. 이스라엘 고위 관료 2명은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초강경 우파 연정이 사법부 무력화 법안을 가결하기 직전인 7월 24일 의회를 방문해 경종을 울렸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이스라엘의 정치적 혼란을 틈타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이 공격해올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이들의 ‘안보 브리핑’을 들으러 온 의원은 단 2명뿐이었다. 에얄 훌라타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미 워싱턴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번 전쟁에 관여하는 사람들 중에 책임을 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보고 못 받아” 책임 회피 이스라엘 수뇌부의 총체적 안보 부실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는 “군 간부들이 하마스의 침공을 예측하지 못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전쟁 중 아군을 저격했다가 여론의 역풍에 결국 사과했다. 이스라엘 온라인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28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하마스의 전쟁 의도에 대해 어떠한 보고도 받은 적이 없다”며 “군 정보당국과 신베트 수장 등 모든 정보기관은 하마스가 (도발을) 단념하고 합의점을 찾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야권이 거세게 반발하고, 제2야당인 국가통합당 대표로 전시내각에 국방장관으로 합류한 베니 간츠조차 “전쟁 중에 지도부는 군을 지지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네타냐후 총리는 해당 게시글을 삭제했다. 이어 29일 “내가 한 말은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 사과한다”고 했다. 현지 매체들은 ‘이례적(rare) 사과’였다고 표현했다. 전쟁 전 사법무 무력화 강행으로 각계 반발을 불렀던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 이후 자국 내 ‘하마스 척결’ 분위기 속에도 비판 여론에 휩싸여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공격 이후인 11, 12일 여론조사 결과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율은 29%에 불과한 반면, 간츠 대표는 48%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으며 궁지에 몰렸던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전쟁으로) 입지가 더욱 심하게 훼손됐다”고 분석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이스라엘이 27일(현지 시간) 밤부터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로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해 개전 이후 최대 폭격을 가하며 작전을 벌이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쟁이 2단계에 돌입했다”고 선언했다. 이스라엘이 ‘전면전’ 등의 표현을 피했지만 사실상 하마스와의 지상전을 개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7일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보복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의 ‘2단계’ 전환을 선언하며 “목표는 하마스의 군사력과 정부를 파괴하고 인질을 데려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쟁은 길고 어렵겠지만 우린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보병·기갑·공병부대와 포병이 가자지구 북부에 주둔 중이고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23일 첫 ‘제한적 지상작전’ 실시 사실을 공개하며 작전을 마친 부대를 철수시켰을 때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지상전 전환 첫날인 27일에는 하마스 땅굴과 벙커 등 약 150곳을 폭격으로 파괴하고, 하마스의 공중전을 맡던 잇삼 아부 루크베흐 사령관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28일에는 하마스 지휘소, 대전차 유도탄 발사 원점 등 450곳을 더 타격하며 지상전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중동 전역에는 확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29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의 범죄가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이는 모두를 행동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7일 이란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의 미군기지 공격이나 참전 가능성에 “추가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이스라엘 “첫 타깃은 하마스 480km 땅굴”… 터널-벙커 600곳 맹폭 환기시설 갖춰 수개월 생활 가능최근엔 지휘소-의무실 등 시설 개선이스라엘 인질 일부 터널에 억류가족들 ‘인간 방패 내세울까’ 발동동 “하마스를 파괴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의 지하도시를 파괴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내에서 본격적인 지상전을 개시한 가운데 이들의 첫 번째 목표는 하마스가 건설한 지하 터널인 ‘가자 메트로(Gaza Metro)’를 파괴하는 것이다. ‘하마스의 지하철’ ‘미니 신도시급’으로 불리는 이 터널은 총길이가 약 480km로 서울 지하철의 1.5배로 알려졌다. 깊이도 30, 40m에 이른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곳곳에 미로처럼 건설된 이 지하 터널을 무력화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시가전을 수행할 수 없고 인명 피해 또한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맞선 하마스는 가자지구 내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 지하에 지휘본부를 차려 사실상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본격적인 지상전 개시로 하마스에 붙잡힌 다국적 민간인 인질의 안전에 대한 우려 또한 커졌다.● 환기-통신망 갖춰 수개월간 생활 가능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지상전에 돌입한 첫날인 27일(현지 시간) 밤 전폭기로 지하 목표물 약 150곳을 공습했다. 이 공습은 지하 터널과 벙커 파괴를 노렸다. 다음 단계 작전에 들어가기 앞서 하마스가 매복 공격에 활용할 터널을 제거하는 게 1순위였다는 얘기다. 다음 날에는 하마스 지휘소 등 450곳을 더 타격했다. 28일 영국 가디언,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통치권을 팔레스타인 측에 인계한 2005년부터 가자지구 곳곳에 지하철 노선처럼 복잡하게 얽힌 지하 터널, 즉 ‘가자 메트로’를 구축했다. 특히 최근에는 콘크리트 내벽을 세우고 무기고, 지휘소, 의무실, 군(軍) 통신망, 환기 체계를 갖추는 등 터널 고도화 작업에 주력했다. 이를 통해 지하에서도 신선한 공기를 쐴 수 있다. 주(主) 터널은 오토바이 통행이 가능할 정도다. 개당 건설 비용은 최소 300만 달러(약 45억 원)로 추정된다. 이 터널을 이용하면 이스라엘, 이집트 등으로 언제든 침투할 수 있다.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대사는 “하마스를 파괴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을 지하 테러도시에서 뿌리 뽑는 것”이라며 터널을 무력화해야 이스라엘에 승산이 있다고 진단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27일 “하마스가 (가자지구 최대 규모인) 알시파 병원 지하에 지휘본부를 숨겨두고 있다”고 주장하며 가자지구 주요 시설을 파괴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수뇌부가 이 병원 입구를 통하지 않고 터널을 통해 지휘본부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를 여러 개 뚫어 놓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8일 “길고 어려운 전쟁이 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지상전이 수개월에서 1년까지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스라엘군이 인명 피해가 큰 전면적 작전 대신 지하 터널 등 가자지구를 정리하며 하마스 숨통을 서서히 조일 것이라는 진단이다. 영국 BBC 방송의 제러미 보언 인터내셔널 에디터는 “이스라엘군은 가자 지역을 한 조각씩 치우고(clear slice by slice)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지상전에 속 타는 인질 가족 이스라엘군은 28일 기준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을 230명으로 집계했다. 이 중 약 50명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이미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인질 가족을 대표하는 ‘인질과 실종자 가족 포럼’은 “인질의 생명이 이스라엘군의 맹폭과 지상군 투입으로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지상전 와중에도 인질 석방을 위한 접촉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마스 측은 인질과 이스라엘 감옥의 팔레스타인인 수감자를 맞교환하자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수감자는 6630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스라엘 측은 “이스라엘 민간인을 움직이려는 심리적 테러”라고 일축했다.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대부분이 무장단체 대원이거나 동조자이며 이들을 풀어주면 추가 공격을 돕는 꼴이라고 보기 때문이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마크 저커버그가 이끄는 소셜미디어 회사 메타가 알고리즘 등을 이용해 청소년이 자사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중독되도록 유발했다는 혐의로 미국 주(州)정부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했다. 24일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 50개 주 가운데 41개 주와 워싱턴은 캘리포니아주 지방법원 및 연방법원에 메타를 고소했다. 롭 본타 캘리포니아 검찰총장은 “우리는 메타가 제품을 홍보하고 이익을 늘리기 위해 아이들의 정신 및 육체 건강을 짓밟는 것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 주 정부들은 메타가 알고리즘, 알림 설정, 페이지를 넘기지 않고도 게시물을 계속 볼 수 있는 무한 스크롤 기능을 통해 청소년 소셜미디어 중독을 유발하고 정신 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소장에 적시했다. 앞서 페이스북 내부 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건은 2021년 페이스북이 쾌락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을 자극하도록 설계됐다고 폭로했다. ‘좋아요’ 등을 받을 때 흥분을 유도해 결국 해당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중독시킨다는 것이다. 또 메타가 부모 동의 없이 13세 미만 이용자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해 ‘아동 온라인 프라이버시 보호법’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인스타그램이 신규 사용자를 모집할 때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나이를 적는 칸이 13세 이상으로 자동 설정되도록 설계해 10대 가입을 조장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메타는 “자사는 청소년 보호를 위해 30가지가 넘는 장치를 설계했다”고 항변했다. 앞서 올 7월에는 미국 200개 지역 교육청이 메타와 틱톡, 유튜브 등이 우울증과 불안감 등 청소년에게 정신적 피해를 주고 사이버 폭력을 야기한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마크 저커버그가 이끄는 소셜미디어 회사 메타가 알고리즘 등을 이용해 청소년이 자사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중독되도록 유발했다는 혐의로 미국 주(州)정부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했다.24일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 50개 주 가운데 41개 주와 컬럼비아 특별구는 캘리포니아주 지방법원 및 연방법원에 메타를 고소했다. 롭 본타 캘리포니아 검찰총장은 “우리는 메타가 제품을 홍보하고 이익을 늘리기 위해 아이들 정신 및 육체 건강을 짓밟는 것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이 주 정부들은 메타가 알고리즘, 알림 설정, 페이지를 넘기지 않고도 게시물을 계속 볼 수 있는 무한 스크롤 기능을 통해 청소년 소셜미디어 중독을 유발하고 정신 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소장에 적시했다. 앞서 페이스북 내부 고발자 프랜시스 하우전은 2021년 페이스북이 쾌락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을 자극하도록 설계됐다고 폭로했다. ‘좋아요’ 등을 받을 때 흥분을 유도해 결국 해당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중독시킨다는 것이다.또 메타가 부모 동의 없이 13세 미만 이용자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해 ‘아동 온라인 프라인버시 보호법’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인스타그램이 신규 사용자를 모집할 때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나이를 적는 칸이 13세 이상으로 자동 설정되도록 설계해 10대 가입을 조장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메타는 “자사는 청소년 보호를 위해 30가지 넘는 장치를 설계했다”고 항변했다.앞서 올 7월에는 미국 200개 지역 교육청이 메타와 틱톡, 유튜브 등이 우울증과 불안감 등 청소년에게 정신적 피해를 주고 사이버 폭력을 야기한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인도판 대치동’으로 부를 수 있는 인도 북서부 라자스탄주 코타에서 10년간 성적 스트레스 등으로 10대 학생 적어도 100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역대 가장 많은 25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라자스탄주 정부는 학생 성적 공개 금지 같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여전히 엄격한 신분 제도(카스트) 속에서 교육이 신분 상승 최고 수단이 된 인도 사회의 씁쓸한 단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BBC는 23일 “자녀의 명문대 합격은 인도 부모들의 최고 목표이고, 특히 명문 의대와 공대 입학은 인도에서 고소득자가 되는 지름길”이라면서 ‘코타’를 소개했다. 코타는 대학 입시 경쟁이 치열한 인도 최대 학원가로, 대형 학원 12곳과 50개 이상의 작은 학원이 모여 있다. 거리 곳곳에는 유명 고교나 대학 합격생 이름, 사진, 등수가 적힌 대형 학원 광고판이 서 있다. 매년 전국에서 20만 명 넘게 몰리는 학생들은 3500여 개 호스텔이나 임대 숙소에서 생활하면서 하루 14시간씩 공부한다. 이 중에는 13세 학생들도 있다. 학원비는 연간 10만 루피(약 163만 원)로 인도 서민의 연봉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의대 입학시험에 세 번 떨어졌다는 21세 학생은 BBC에 “두 번째 시험에서 떨어졌을 때는 자살 충동이 들었고 다행히 지금은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2021년 학생 1만3000명 이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20년보다 4.5% 증가한 것이다. 라자스탄주 정부는 지난달 29일 14세 이하 학생에게 학원 입학을 권유하지 않고 시험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등의 지침을 발표했다. 앞서 올 6월에는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학생들을 식별하는 11명의 경찰팀도 꾸려졌다. 학원 강사나 학생 숙소 직원 등을 대상으로 자살 예방 교육을 받도록 했고 학생이 언제든 학원비를 환불받을 수 있는 조항도 마련하도록 했다. 인도 교육전문가 우르밀 박시는 “한 반에 수백 명이 있고 강사들은 학생 이름도 다 모른다”며 “다른 학생이 자신의 공부법을 알아낼까 봐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아이도 있다. 아이는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인도판 대치동’으로 부를 수 있는 인도 북서부 라자스탄주 코타에서 10년 간 성적 스트레스 등으로 10대 학생 적어도 100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역대 가장 많은 25명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라자스탄주 정부는 학생 성적 공개 금지 같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여전히 엄격한 신분 제도(카스트) 속에서 교육이 신분 상승 최고 수단이 된 인도 사회 씁쓸한 단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영국 BBC는 23일 “자녀의 명문대 합격은 인도 부모들의 최고 목표”라며 “명문 의대와 공대 입학은 인도에서 고소득자가 되는 지름길”이라면서 코타를 소개했다. 코타는 대학 입시 경쟁이 치열한 인도 최대 학원가로 대형 학원 12곳과 50개 이상 작은 학원이 모여 있다. 거리 곳곳에는 유명 고교나 대학 합격생 이름, 사진, 등수가 적힌 대형 학원 광고판이 서 있다. 매년 전국에서 20만 명 넘게 몰리는 학생들은 3500여 개 호스텔이나 임대 숙소 3.3㎡(1평) 남짓한 방에서 살면서 하루 14시간씩 공부한다. 이 중에는 13세도 있다. 학원비는 연간 10만 루피(약 163만 원)로 인도 서민의 연봉에 육박하는 금액이다.올 8월 18세 아다르시 라지 군은 의사가 되고 싶어 농촌에서 올라와 이렇게 혼자 살다 성적을 비관하며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의대 입학시험에 세 번 떨어졌다는 21세 학생은 BBC에 “비싼 학원에서 공부하면 합격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계속 떨어져 불안감이 커졌고 두통과 가슴 통증이 심해졌다”며 “두 번째 시험에서 떨어졌을 때는 자살 충동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더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느꼈다”며 “(농촌에서 힘들게 학원비를 보내주시는) 부모님 돈을 낭비했고 명예마저 떨어뜨렸다고 생각해 압박감이 심했다”고 했다. 이 학생은 “다행히 지금은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코타의 유명 학원 모션 에듀케이션 니틴 비제이 전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학생들 스트레스가 더 심해졌다”고 진단했다. 인도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2021년 학생 1만3000명 이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20년보다 4.5% 증가한 것이다.라자스탄주 정부는 지난달 29일 14세 이하 학생에게 학원 입학을 권유하지 않고 시험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등의 지침을 발표했다. 앞서 올 6월에는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학생들을 식별하는 11명의 경찰 팀도 꾸려졌다. 경찰 찬드라쉴 씨는 “행동이 갑자기 바뀌는 등 위험 신호가 보이는 학생들과 이야기하고 이들 부모와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원 강사나 학생 숙소 직원 등을 대상으로 자살 예방 교육을 받도록 했고 학생이 언제든 학원비를 환불받을 수 있는 조항도 마련하도록 했다.인도 교육전문가 우르밀 박시는 “한 반에 수백 명이 있고 강사들은 학생 이름도 다 모른다”며 “다른 학생이 자신의 공부법을 알아낼까봐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아이도 있다. 아이는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제이 전무는 “부모는 자녀에게 공대와 의대 너머의 세상도 있다고 말해줘야 한다”며 “아이들이 자신의 열정을 따르도록 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22일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선 1차 투표에서 집권 좌파 ‘조국을 위한 연합’ 소속 세르히오 마사 후보(51·현 경제장관)가 극우 경제학자 하비에르 밀레이 자유전진당 후보(53)를 꺾고 깜짝 1위를 차지했다. 마사 후보는 8월 예비선거에서 1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킨 뒤 두 달 넘게 주요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린 밀레이 후보를 약 7%포인트 차로 눌렀다. 마사 후보의 선전에는 근로소득세 감면, 각종 보조금 지급 등 선거 직전 이뤄진 현 정권의 좌파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책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 정권이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일대 주민들에게 편지봉투에 현금을 넣어 뿌렸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마사 후보 또한 1940, 50년대 집권 당시 돈 풀기 정책으로 빈민층의 열광적 지지는 얻었지만 아직까지 경제난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후안 페론 전 대통령의 계승자(페로니스트)를 자처한다. 마사 후보와 밀레이 후보는 다음 달 19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밀레이 후보는 이날 3위를 차지한 중도우파 ‘변화를 위해 함께’ 소속 파트리시아 불리치 후보(67·전 안전장관)와 손잡고 역전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단일화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최종 승자를 섣불리 예측하긴 어려운 상태다.● 8월 선거보다 15%포인트 더 얻은 마사 현지 언론 ‘인포바에’ 등에 따르면 개표율 98.5% 기준으로 마사 후보가 36.7%를 득표해 30.0%를 얻은 밀레이 후보를 눌렀다. 8월 예비선거 당시 득표율(21.4%)보다 15.2%포인트 많은 지지를 얻었다. 다만 당선 규정(45% 이상 득표하거나, 40% 이상을 받고 2위와 10%포인트 이상 격차)에 따라 결선투표로 가게 됐다. 불리치 후보(23.8%)는 결선행이 좌절됐다. 마사 후보는 1위 확정 후 연설에서 “여러분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며 결선 승리를 자신했다. 그는 이탈리아계 이민자 후손으로 벨그라노대 법대를 졸업한 후 지방의원, 티그레 시장, 하원의장, 경제장관 등을 두루 거쳤다. 페론주의 정치인 중에는 비교적 온건 성향으로 꼽힌다. 그의 선전을 두고 현지에서는 유권자들이 “‘나쁜 X(마사)’가 ‘미친 X(밀레이)’보다 낫다’”는 평가를 한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정치 신인 밀레이 후보가 선거 기간 내내 중앙은행 및 페소 폐지, 장기 매매 허용 등 파격 정책을 주장하고 “페소는 쓰레기” 같은 막말로 일관하는 바람에 그의 극단 성향과 수권 능력을 우려한 중도 유권자가 대거 마사로 쏠렸다는 것이다. 올여름 45일간 아르헨티나 현지에서 머물렀던 손혜현 고려대 스페인라틴아메리카연구소 연구교수는 “밀레이 후보가 정부 지출을 줄이기 위해 각종 보조금을 폐지하겠다고 하자 마사 후보는 버스에 ‘보조금 폐지 시 교통요금 10배 상승’ 등의 문구를 새겨 대응했다. 이 전략이 생활물가 상승을 우려한 서민층에 주효했다”고 진단했다. ● 중도우파 표심에 최종 승자 갈려 마사 후보와 밀레이 후보가 8월 예비선거와 이날 1차 투표에서 각각 한 번씩 승리를 가져간 만큼 11월 결선투표의 최종 승자는 예측하기 어렵다. 앞서 11일 CB컨설턴트가 실시한 가상 양자 대결에서도 밀레이 후보가 36.9%, 마사 후보가 35.3%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다. 승패는 불리치 후보를 밀었던 중도우파 표심에 달려 있다. 이들 중에는 현 집권 좌파의 무능에 실망해 ‘야당 지지’로 돌아선 이가 많다. 캐스팅보트를 쥔 불리치 후보도 “아르헨티나가 포퓰리즘과 빈곤을 떨쳐야 할 때”라며 마사 후보와는 연합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다만 집권 후 권력 배분 등의 문제가 걸려 밀레이 후보와의 연대도 빠른 시일 내 이뤄지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한쪽 극단의 후보(밀레이)가 선전하면 반대 극단의 후보(마사)도 부상하는 중남미 정치의 흐름이 또다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저 나라 사람들은 왜 그렇지?’ ‘우리와는 왜 다르지’ 국내외 뉴스 속 궁금증을 콕 짚어 새로운 시각에 적응시켜 드립니다.》아이를 키우는 부모에 대한 혐오 표현이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 말고 또 있을까요. 요즘엔 ‘맘충(Mom+蟲)’이란 조어가 온라인을 넘어 현실 세계에서도 쓰이고 있습니다. 최근엔 ‘빠충’이란 단어까지 생겨났죠.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웹툰 작가 주호민 부부의 교권침해 논란 등으로 부모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더 냉랭해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이 점차 증가하기 시작해 지난해 550여 개나 생긴 것을 보면 씁쓸한 마음마저 듭니다. 물론 일부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한국에선 왜 유독 사회적인 지탄을 받는 부모가 많은지 궁금해졌습니다. 기자는 육아를 하고 있는 덴마크, 미국, 일본의 30대 부모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노키즈존의 존재에 대해선 모두가 놀라워했습니다. 한국처럼 일부 부모의 육아 방식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경우도 드물었습니다. 기자가 만난 이들은 이 세 사람입니다. ▽서유민 / 39세 / 덴마크 : 6세, 3세 아이 양육 중▽제니퍼 김 / 35세 / 미국 : 30개월 아이 양육 중▽핫토리 아야코 / 34세 / 일본 : 28개월 아이 양육 중(사진은 비공개)노키즈존, 큰 문화충격…아이들은 어디서나 환영 받는 존재▽기자한국에선 일부 극성 부모 때문에 종종 논란이 되곤 합니다. 여러분들의 나라에서도 이런 사회적인 이슈가 있나요?▽아야코(일본)일본에도 종종 그런 논란이 생기곤 합니다. 제가 기억나는 사례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족이 해외여행을 가는데 자녀가 학교에 등교하지 않는 동안 진도를 너무 나가지 말아 달라고 요구한 부모가 있었다고 해요. 그 이야기를 듣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제니퍼(미국)어디든지 그런 극성 부모는 있을 수 있죠. 내 아이를 위해서는 뭐든지 할 수 있고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게 부모 마음이니까요. 미국에도 분명 그런 부모들이 있기야 하겠지만 한국만큼 논란이 된 사례는 아직 들어본 적이 없어요.▽유민(덴마크)덴마크에서도 공공장소에서 뛰거나 큰 소리를 내는 아이를 만날 수 있지만 그걸 가만히 두는 부모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아이를 조용히 시키기 위해 더 크게 소리 지르고 화내는 부모 역시 본 적 없어요. 조용히 다가가서 눈높이를 맞추고 앉아서 조곤조곤 설명해준 후에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장소로 데려가죠. 최근 한국에서 일부 교사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덴마크는 ‘갑과 을’ 관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요. 교사들도 집에서 평범한 부모이고, 상호 존중과 신뢰가 덴마크 사회의 가장 기본 가치이기 때문에 부모가 교사를 함부로 대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기자한국에선 노키즈존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여러분들의 나라에도 노키즈존이 있나요?▽유민(덴마크)3월 덴마크 국영방송 TV2 통역사로 한국에 출장을 갔었어요. 당시 출연진이었던 덴마크 가족과 예쁜 카페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노키즈존이라며 문전박대를 당했습니다. 저와 덴마크 가족 모두 너무나 큰 문화 충격을 받았죠. 덴마크에서 아이들은 모든 곳에서 환영받는 존재예요. 버스나 기차에서도 아이들이 울거나 시끄럽다고 눈치를 주며 쳐다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오히려 장시간 앉아 있는 게 힘든 아이들이 조금 덜 힘들 수 있도록 말을 걸어주고 장난을 쳐주며 같이 놀아주기도 하죠. 한국에 노키즈존이 증가하는 것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행복했던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제니퍼(미국)미국에는 노키즈존은 없지만 ‘성인존(Adults Only)’은 있어요. 하지만 이곳은 성인들만 출입이 가능한 술집이나 유흥업소 등이 대부분이죠. 극성 부모들 때문에 일반 음식점이나 카페에 노키즈존이 생겼다는 이야기는 아직 미국에서 들어본 적이 없어요.▽아야코(일본)아직까지 일본에서 노키즈존은 본 적이 없어요. 육아는 아이가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매일 깨닫는 과정▽기자자녀를 훈육할 때 어떤 방식으로 하나요? 또 체벌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제니퍼(미국)아이가 위험하거나 잘못된 행동을 하면 반복적으로 이야기해주는 편입니다. 체벌도 아이에겐 폭력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합니다. 다만 아이가 잘못했을 때는 깨달을 수 있도록 왜 잘못된 건지, 왜 하면 안 되는지 이유를 계속 설명해주죠. 육아는 아이가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매일 깨닫는 과정입니다. 아이는 자신의 속도에 맞춰 배우고 자신만의 개성과 특성을 찾으며 성장하죠. 부모라고 아이가 어떤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요해선 안 됩니다. 전 제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고 자존감 높은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어요.▽아야코(일본)(어떤 행동이) 왜 안 되는지 최대한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설명하려 하죠. 아이가 울고 있다면 일단 진정시킨 뒤 훈육을 합니다. 체벌은 하지 않아요. 꼭 때리지 않더라도 감정적으로도 아이에게 화를 낼 수도 있는데 그건 진정한 훈육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아이는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육아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아이가 낮잠 자는 동안엔 저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쉬면서 제 자신을 돌봐야 해요. 엄마가 웃으면 아이도 웃고 그래야 행복해지니까요.▽유민(덴마크)우리 가정에선 무서운 표정과 큰 소리로 훈육하지 않고 부드럽고 따뜻한 대화로 아이들을 대하려고 합니다. 아이가 잘 하려고 노력했으나 잘 안 된 것으로 여겨주고, 좋은 의도로 했을 것이라 믿어주는 것이 대화의 첫 시작입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인지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묻고 아빠 엄마가 어떻게 도와주길 원하는지 물어봅니다. 만약 아이들 능력 밖의 과제라면 부모가 알려주고 직접 시범을 보여주며 배울 수 있게 해주죠. 결정권이 아닌 선택권을 주며 주체적이고 자발적으로 해낼 수 있게 해 성취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무엇보다 아이를 믿어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작은 발전에도 크게 격려하며 그 노력에 대해 칭찬해줍니다. 쉽지 않은 건데 잘하려고 노력해줘서 고맙다고 구체적으로 표현해줍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 격려하며 기다려줍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체벌이 아니라 믿어주는 부모의 격려와 위로라고 믿습니다. 처음부터 의도를 가지고 잘못된 행동을 하는 아이는 없기 때문입니다. 덴마크에선 아이 옷으로 가정형편 판단 안 해…출산선물도 중고용품으로▽기자한국의 일반적인 부모는 자식을 평생 책임져야 하는 지원의 대상으로 생각합니다. 자식이 성인이 된 후에도 학업, 결혼, 주택 마련 등 각 단계마다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집니다. 당신에게 자녀란 어떤 의미입니까.▽아야코(일본)학업을 마칠 때까지는 부모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이후엔 본인이 스스로 독립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아이는 독립된 인격체기 때문에 아쉽더라도 부모로부터의 분리는 필요하죠.▽유민(덴마크)덴마크에서는 대부분 부모와 조부모가 아이들 이름으로 매달 적금을 부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선물로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대학교 학비가 지원되기 때문에 부모 도움 없이 공부할 수 있어서 보통 18~21세에 독립을 하죠. 물론 그 이후에 부모가 필요하다면 경제적인 지원을 할 수 있겠지만 부모 지원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어요. 아이는 내 꿈을 대신 이뤄줄 대리만족의 대상도 아니고 내 분신도 아니에요. 나와 닮아있다는 것이 놀랍지만 나와는 또 다른 존재죠. 그렇기 때문에 아이를 평생 책임져야 하는 존재가 아닌 스스로 살아낼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하는 독립된 인격체로 바라봅니다.▽제니퍼(미국)미국에서는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만 부모님과 같이 살고 졸업 후에는 보통 독립해서 대학교를 가거나 취직을 합니다. 미국 부모들은 자녀를 고등학생까지 키워놓으면 그 이후에는 부담이 덜한 편이죠.▽기자여러분들의 나라는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하나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아야코(일본)일본은 아직도 ‘여성 육아’를 당연하게 여깁니다. 육아에 있어서 아버지의 존재는 여전히 희박해요. 정부의 지원도 일시금 지급 등 임시방편적인 부분이 많아서 장기적으로 육아에 도움을 주는 정책은 부족한 것 같아요.▽제니퍼(미국)미국은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교육적인 측면에서 모든 아이가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유민(덴마크)덴마크는 아이들의 천국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존중받으며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며 자랄 수 있는 곳이니까요. 주 37시간 근무기 때문에 아이들이 오후 2~3시에 집에 오면 가족과 함께 저녁을 만들고 대화하며 식사를 할 수 있죠. 1년 중 유급휴가 기간도 많아서 가족이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시간도 많아요. 덴마크는 빈부격차가 크지 않고 직업에도 귀천이 없어진 지 오래예요. 아이들의 옷이나 물건으로 부모의 경제적인 수준을 평가한다는 생각 자체가 전혀 없어요. 그래서 아이들 용품을 사고파는 중고 시장이 굉장히 발달해 있어요. 출산 선물로 중고 용품을 선물하는 경우도 흔하죠. 아이들이 금방 크고 뛰어노느라 금세 헌 옷이 되니까 아이들 물품에 큰 지출을 하지 않는 분위기예요. 무엇보다 경쟁을 강조하지 않고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데 목표를 두고 교육을 하는 게 좋아요.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하지 않는 것, 겉치레나 허례허식, 특권의식, 우월감을 찾아볼 수 없는 사회여서 아이들 키우기에 참 좋습니다.덴마크는 아이에 대한 정부 지원도 많습니다. 연령에 따라 육아 지원금이 3달에 한 번 70~90만 원씩 차등 지급되고 사립학교를 제외한 모든 학교는 만 6세(0학년)부터 대학원까지 전액 학비 지원을 받습니다. 의료비 역시 무료이며 치과는 현재 19세까지만 무료지만 2025년에 21세까지 무료 연령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다만 덴마크에서 육아의 어려움이라면 아이들이 너무 어릴 때부터 자기가 스스로 다 결정할 수 있다고 믿게 하는 거예요. 어린이집에 다니는 세 살짜리 아이가 ‘여기서 결정하는 건 바로 나야’라고 종종 말하곤 합니다. 중요한 결정을 놓고 부모와 함께 의논하기 보다는 일단 결정해 버리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버리는 경향도 있어요. 그래서 전 “네가 18세가 되면 그 때부터 결정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죠.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22일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선에서는 8월 13일 예비선거에서 깜짝 승리한 극우 경제학자 하비에르 밀레이 자유전진당 후보(53)가 예상대로 1위를 차지할 것인지에 이목이 쏠린다. 밀레이 후보는 예비선거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30%대의 지지를 받으며 선두를 달려왔다. 집권 좌파 페론당 소속 세르히오 마사 후보(51·현 경제장관)는 예비선거에서 패배한 후 현금 남발성 복지 카드를 꺼내 들며 민심을 얻으려고 안간힘을 써 왔고, 우파 야당 연합의 파트리시아 불리치 후보(67·전 안전장관)도 극우 대통령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1위가 45% 이상 득표하거나, 40% 이상을 받고 2위와 10%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리면 당선되는 규정에 따라 11월 19일 결선투표에서 최종 승자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 역사상 ‘가장 불확실한 대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밀레이, 여론조사서 선두 유지 밀레이 후보는 예비선거 이후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렸지만 아직까지 40% 이상을 얻은 적은 없다. 현지 여론조사업체 DC컨설턴트가 10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밀레이 후보는 35.6%로 1위를 차지했고 불리치 후보가 28.9%로 2위, 마사 후보가 26.2%로 3위를 기록했다. CB컨설턴트가 11일 발표한 조사에서 밀레이 후보는 29.9%로 선두를 달렸고 마사 후보가 29.1%로 근소한 차로 2위를 기록했다. 파트리시아 후보는 21.8%로 3위였다. 연간 140%가 넘는 인플레이션으로 경제 위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밀레이 후보는 휴지조각이 된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달러화로 대체하는 달러화 도입, 중앙은행 폐쇄, 정부 지출 삭감, 장기 매매 허용 등 파격적인 공약을 내세웠다. 미국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아르헨티나 전문가 벤저민 게던 국장은 21일 BBC에 “밀레이 후보에 대한 막강한 지지는 10년간의 부진한 성장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에 따른 반정부 정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달러화 도입 등 공약의 실현 가능성과 별개로 혁명에 가까운 개혁을 내건 데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다. 유세 현장에 전기톱을 들고 다니며 “불필요한 정부 보조금을 삭감하고 기생충 같은 기성 정치인 계급(카스트)을 종식시킬 것”이라며 현란한 퍼포먼스를 펼치는 것도 유권자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다만 낙태 금지, 여성부 폐지 등을 내걸어 여성들의 반감도 적지 않다. ● 비야루엘 부통령 후보에게도 관심 집중 밀레이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빅토리아 비야루엘 부통령 후보(48)에 대한 관심도 높다. 현 하원 의원인 비야루엘 후보는 아르헨티나 마지막 군사독재 정권(1976∼1983년)에 참여했던 군인 집안 출신이다. 아버지 에두아르도 비야루엘은 1975년 북부 도시 투쿠만에서 좌파 게릴라인 인민혁명군 진압 작전에 참여한 특공대 교관이었고, 삼촌은 정보장교 출신이다. 그는 군부 독재정권 시기 정부에 의해 자행된 고문과 실종 등 각종 범죄 행위를 재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당시 실종된 3만 명에 대해 “그 수는 ‘신화’”라며 실종자 수가 과장됐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게릴라 조직이 자행한 폭력에 침묵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밀레이 후보는 당선되면 비야루엘에게 안보와 국방 분야를 맡긴다고 발표했다. 스페인어 매체 엘파이스는 “밀레이 후보가 과학, 보건, 교육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정부 지출 삭감을 공언한 가운데 비야루엘 후보는 군 예산만큼은 늘릴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비야루엘 후보도 선동가적 면모에 소셜미디어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현지 마케팅업체 스키다타가 8월 14일∼9월 8일 ‘X’(옛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분석한 결과 비야루엘 관련 지지(X, 페이스북에 글을 게시하고 인스타그램에 ‘좋아요’를 누른 행위)는 42%로 집권 페론당(32%)과 우파 야당 연합(18.5%) 부통령 후보와 격차가 컸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22일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선에서는 8월 13일 예비선거에서 깜짝 승리한 극우 경제학자 하비에르 밀레이 자유전진당 후보(53)가 예상대로 1위를 차지할 것인지에 이목이 쏠린다. 밀레이 후보는 예비선거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30%대의 지지를 받으며 선두를 달려왔다. 집권 좌파 페론당 소속 세르히오 마사 후보(51·현 경제장관)는 예비선거에서 패배한 후 현금 남발성 복지 카드를 꺼내 들며 민심을 얻으려고 안간힘을 써왔고, 우파 야당 연합의 파트리시아 불리치 후보(67·전 안전장관)도 극우 대통령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다만 1위가 45% 이상 득표하거나, 40% 이상을 받고 2위와 10%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리면 당선되는 규정에 따라 11월 19일 결선투표에서 최종 승자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 역사상 ‘가장 불확실한 대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밀레이, 여론조사서 선두 유지 밀레이 후보는 예비선거 이후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렸지만 아직까지 40% 이상을 얻은 적은 없다.현지 여론조사업체 DC컨설턴트가 10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밀레이 후보는 35.6%로 1위를 차지했고 불리치 후보가 28.9%로 2위, 마사 후보가 26.2%로 3위를 기록했다. CB컨설턴트가 11일 발표한 조사에서 밀레이 후보는 29.9%로 선두를 달렸고 마사 후보가 29.1%로 근소한 차이로 2위를 기록했다. 파트리시아 후보는 21.8%로 3위였다. 연간 140%가 넘는 인플레이션으로 경제 위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밀레이 후보는 휴지조각이 된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달러화로 대체하는 달러화 도입, 중앙은행 폐쇄, 정부 지출 삭감, 장기 매매 허용 등 파격적인 공약을 내세웠다. 미국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아르헨티나 전문가 벤자민 게단 국장은 21일 BBC에 “밀레이 후보에 대한 막강한 지지는 10년간의 부진한 성장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에 따른 반정부 정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달러화 도입 등 공약의 실현 가능성과 별개로 혁명에 가까운 개혁을 내건 데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다. 유세 현장에 전기톱을 들고 다니며 “불필요한 정부 보조금을 삭감하고 기생충 같은 기성 정치인 계급(카스트)을 종식시킬 것”이라며 현란한 퍼포먼스를 펼치는 것도 유권자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다만 낙태 금지, 여성부 폐지 등을 내걸어 여성들의 반감도 적지 않다. ● 비야루엘 부통령 후보에도 관심 집중밀레이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빅토리아 비야루엘 부통령 후보(48)에 대한 관심도 높다. 현 하원 의원인 비야루엘 후보는 아르헨티나 마지막 군사독재 정권(1976~1983년)에 참여했던 군인 집안 출신이다. 아버지 에두아르도 비야루엘은 1975년 북부 도시 투쿠만에서 좌파 게릴라인 인민혁명군 진압 작전에 참여한 특공대 교관이었고, 삼촌은 정보장교 출신이다. 그는 군부 독재정권 시기 정부에 의해 자행된 고민과 실종 등 각종 범죄 행위를 재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당시 실종된 3만 명에 대해 “그 숫자는 ‘신화’”라며 실종자 수가 과장됐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게릴라 조직이 자행한 폭력에 침묵해선 안된다”고도 했다. 밀레이 후보는 당선되면 비야루엘에게 안보와 국방 분야를 맡긴다고 발표했다. 스페인어 매체 엘파이스는 “밀레이 후보가 과학, 보건, 교육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정부 지출 삭감을 공언한 가운데 비야루엘 후보는 군 예산만큼은 늘릴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비야루엘 후보도 선동가적 면모에 소셜미디어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현지 마케팅업체 스키다타가 8월 14일~9월 8일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분석한 결과 비야루엘 관련 지지(트위터 페이스북에 글을 게시하고, 인스타그램에 ‘좋아요’를 누른 행위)는 42%로, 집권 페론당(32%)과 우파 야당 연합(18.5%) 부통령 후보와 격차가 컸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