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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법사 팀이다. 이제는 5위가 4위를 꺾을 때가 됐다.”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 감독의 말은 절반의 현실이 됐다. 하루 전 SSG와의 사상 첫 5위 결정전에서 8회말 터진 로하스의 역전 결승 3점 홈런에 힘입어 마지막 포스트시즌 티켓을 따낸 KT는 이날 공수에 걸쳐 두산을 압도하며 4-0 완승을 거뒀다. KT는 3일 오후 2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와일드카드 2차전을 잡으면 사상 처음 5위 팀의 준플레이오프(준PO) 진출을 이뤄낼 수 있다. 2015년 KBO리그에 와일드카드 제도가 도입된 후 지난해까지 5위가 4위를 꺾고 준PO에 진출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4위 팀은 두 경기 중 한 번만 이겨도 준PO에 진출하지만 5위 팀은 두 경기를 연속으로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경기는 또 4위 팀 안방 구장에서 열리기에 5위 팀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하지만 KT는 이날 마법 같은 야구로 승리하며 사상 최초 기록을 향해 도전을 이어가게 됐다.KT 타자들은 올 시즌 ‘천적’으로 군림하던 두산 토종 에이스 곽빈을 1이닝 만에 무너뜨렸다. 올해 15승(9패)으로 삼성 원태인과 함께 공동 다승왕에 오른 곽빈은 KT를 상대로는 6경기 5승 무패 평균자책점 1.51로 더 강했다. 하지만 ‘가을 무대’에선 전혀 달랐다. 1회초 선두타자 김민혁이 볼넷을 골라 나간 게 시작이었다. 2번 타자 로하스의 좌전 안타로 만든 무사 1, 2루에서 장성우는 좌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적시타를 터뜨려 선제점을 뽑았다. 두산의 실책으로 만들어진 무사 2, 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4번 타자 강백호는 우전 적시타로 추가점을 뽑았다. 5번 타자 오재일도 우전 적시타로 곽빈을 두들겼다. 오윤석의 희생번트로 만든 1사 2, 3루에서 황재균이 삼진으로 돌아서며 찬스가 무산되나 했으나 8번 타자 배정대가 다시 중전 적시타를 때려 4점째를 올렸다. 홈으로 쇄도한 2루 주자 오재일이 두산 중견수 정수빈의 정확한 홈 송구에 객사하지 않았다면 1회에만 5득점을 할 뻔했다. KT 마운드에서는 ‘빅 게임 피처’ 쿠에바스의 호투가 빛났다. 정규시즌에서 7승 12패 평균자책점 4.10으로 주춤했던 쿠에바스는 이날 선발 투수로 나서 6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의 눈부신 피칭을 했다.쿠에바스는 이전에도 팀의 운명이 걸린 중요한 경기에서 여러 차례 호투한 바 있다. 쿠에바스는 2021년 NC와의 경기에서 승리 투수가 된 후 단 이틀을 쉬고 삼성과의 1위 결정전에 등판해 7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해 팀의 한국시리즈 직행을 이끌었다. 작년에도 NC와의 PO 2차전에 등판한 뒤 사흘 휴식 후 PO 4차전에 선발 등판해 승리 투수가 됐다. 작년까지 포스트시즌 6경기에 등판해 3승 1패 평균자책점 2.87을 기록했던 쿠에바스는 자신의 포스트시즌 4번째 승리를 따내며 데일리 MVP에도 선정됐다. 두산으로서는 믿었던 곽빈이 1이닝 만에 강판당한 게 아쉬웠다. 2회부터 줄줄이 나선 두산 계투진은 9회까지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쇄골 부상으로 타석에 들어서지 못한 포수 양의지의 공백도 영향을 끼쳤다. 두산은 1회 무사 1, 2루, 6회 1사 1, 3루 등 여러 차례 찬스를 잡았지만 득점에 실패하며 결국 영봉패를 당하고 말았다. 물러설 곳이 없는 두 팀의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은 3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KT는 벤자민, 두산은 최승용을 각각 선발투수로 예고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선수 시절 독보적인 활약을 펼쳤지만 감독 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어 자신의 명성을 더럽힌 ‘위대한 선수’가 영면에 들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공식 매체 ‘MLB.com’은 1일 피트 로즈 전 신시내티 감독의 별세 소식을 다루며 이렇게 전했다. 로즈는 1일 향년 83세로 눈을 감았다. 로즈는 MLB 개인 통산 최다 안타 기록(4256개) 보유자이지만 감독 시절 자신이 지휘하는 팀 경기에 돈을 거는 베팅을 해 MLB에서 영구 추방됐다. MLB.com과 ESPN 등 미국 현지 매체의 평가대로 로즈는 영욕(榮辱)이 교차하는 삶을 살았다. 로즈는 1963년부터 1986년까지 24시즌 동안 신시내티와 필라델피아, 몬트리올 등에서 뛰면서 통산 356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3, 160홈런, 1314타점, 198도루를 기록했다. 스위치 타자였던 그는 MLB 역사상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했고, 가장 많은 안타 기록을 남긴 뒤 선수 유니폼을 벗었다. 타격왕에 세 차례 올랐고 올스타에 17번이나 뽑혔다. 내셔널리그 신인왕(1963년)과 리그 최우수선수(MVP·1973년)에도 선정됐다. 월드시리즈에서도 세 번 우승(1975, 1976, 1980년)했고 1975년엔 월드시리즈 MVP로 뽑혔다. 하지만 로즈는 신시내티 감독으로 자기 팀 경기에 베팅한 사실이 드러나 1989년 MLB로부터 영구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 때문에 명예의전당에도 입성하지 못했다. 이듬해인 1990년엔 탈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다섯 달간 감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로즈는 야구계에서 영구 추방된 이후에도 “야구 도박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다가 2004년에야 야구 도박 사실을 인정했다. 2016년 신시내티 구단은 그의 선수 시절 등 번호 14번을 영구 결번시키고, 구단 자체 명예의전당에 입회시키며 그를 다시 받아들였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개인 통산 최대 안타 기록 보유자이지만 감독 시절 자신이 지휘하는 팀 경기에 베팅해 MLB에서 영구 추방된 피트 로즈 전 신시내티 감독이 1일 83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MLB.com과 ESPN 등 미국 현지 언론들은 “독보적인 활약을 펼쳤지만 동시에 씻을 수 없는 죄로 자신의 명성을 더럽힌 ‘위대한 선수’가 영면에 들었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의 평가대로 로즈는 영욕이 교차하는 삶을 살았다. 신시내티 출신으로 1963년부터 1986년까지 24시즌 동안 신시내티와 필라델피아 등에서 뛰었던 로즈는 통산 356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3, 160홈런, 1314타점, 198도루를 기록했다. 스위치 타자였던 그는 MLB 역사상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해 역시 가장 많은 4256개의 안타를 때려냈다. 그는 또 MLB 통산 최다 타석(1만5890개)과 최다 타수(1만4053개) 기록도 갖고 있다. ‘찰리 허슬’이라는 별명처럼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그는 “야구를 할 수만 있다면 기름통을 짊어지고 지옥 불에도 뛰어들 것”이라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1970년 친선 경기인 올스타전에서 홈으로 쇄도하면서 상대 포수를 쓰러뜨린 장면은 많은 팬들의 뇌리에 남아 있다. 그는 타격왕을 3차례 차지했고 17번이나 올스타에 뽑혔다. 1963년 데뷔와 함께 내셔널리그 신인왕에 올랐고, 1974년에는 리그 최우수선수(MVP)에도 선정됐다. 1975년과 1976년(이상 신시내티), 1980년(필라델피아) 등 세 차례 월드시리즈 우승도 차지했다. 기록으로는 당연히 ‘명예의 전당’에 올라야 했다. 하지만 감독 시절 그는 ‘야구 도박’에 연루되며 야구계에서 영구 추방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1984년 감독 겸 선수로 신시내티 사령탑에 취임한 1989년 자기 팀을 대상으로 한 경기에 베팅한 사실이 발각돼 MLB에서 영구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듬해인 1990년에는 탈세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아 다섯 달 동안 감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MLB 영구 추방 징계 후 거의 20년 가까이 “야구 도박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 온 그는 몇해 전에야 자신이 지휘한 경기에 돈을 걸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신시내티 구단은 2016년 그의 현역 시절 등 번호 14번을 영구결번시키고, 구단 자체 ‘명예의 전당’에 입회시키며 그를 다시 받아들였다. 하지만 MLB의 영구 추방 징계는 끝내 풀리지 않은 채 그는 파란만장했던 삶을 마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148년 역사상 최초로 ‘한 시즌 50홈런-50도루 클럽’ 문을 연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54홈런-59도루로 만화 같은 시즌을 마쳤다. 에런 저지(뉴욕 양키스)는 홈런(58개)과 타점(144점)에서 MLB 양대 리그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소속 팀을 리그 최고 승률로 이끈 오타니와 저지는 각각 내셔널리그(NL)와 아메리칸리그(AL) 최우수선수(MVP) 수상이 유력하다. 오타니는 30일 콜로라도와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도루 1개를 추가했다. 오타니는 8회초 1사 1루에서 우전 안타로 1루를 밟은 뒤 2루 주자 오스틴 반스와 더블 스틸을 합작하며 시즌 59번째 도루를 기록했다. 홈런은 보태지 못해 55홈런-55도루 클럽은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다저스는 이 경기에서 2-1 승리를 거두고 98승 64패가 되면서 양대 리그를 통틀어 최고 승률(0.605)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다저스는 이번 시즌 MLB 양대 리그 30개 팀을 통틀어 유일하게 6할대 승률을 기록했다. 2018년부터 LA 에인절스에서 뛰던 오타니는 올 시즌을 앞두고 MLB 역대 최대 규모인 10년 7억 달러(약 9150억 원)에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투타를 겸하던 오타니는 팔꿈치 수술 여파로 올 시즌엔 타자로만 출전했고 타자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며 ‘순수’ 지명타자 최초의 MVP 수상을 눈앞에 뒀다. 오타니는 에인절스 시절인 2021년과 2023년 두 차례 만장일치 MVP에 선정됐는데 두 번 모두 투타 겸업을 하면서 이뤄냈다. 오타니는 올해도 만장일치 MVP에 도전한다. 오타니는 올해 15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0 (NL 2위), 54홈런(1위), 130타점(1위)을 기록했다. 타율은 루이스 아라에스(샌디에이고·0.314)에게 4리 차이로 뒤져 타격 3관왕(트리플 크라운)을 놓쳤다. 2022년 미네소타(타율 0.316), 지난해 마이애미(0.354)에서 타격 1위를 차지한 아라에스는 MLB 사상 최초로 서로 다른 세 팀에서 3년 연속 타격왕에 오르는 진기록을 남겼다. 오타니는 득점(134점)과 출루율(0.390), 장타율(0.646)에서도 NL 1위에 올랐다. 도루는 엘리 데 라 크루스(신시내티·67개)에 이어 2위를 했다. MLB 진출 7년 차에 포스트시즌 무대를 처음 밟게 된 오타니는 “정규시즌이 끝났으니 누적된 숫자는 더 이상 중요치 않다. 월드시리즈 우승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지는 이날 양키스가 피츠버그를 6-4로 꺾은 정규시즌 최종전에 출전하지 않고 포스트시즌을 대비했다. 저지는 2022년 자신이 세운 AL 한 시즌 최다 홈런(62개)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출루율(0.458), 장타율(0.701), 볼넷(133개) 등에서도 MLB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양키스가 94승 68패(승률 0.580)로 정규시즌을 마친 가운데 저지는 2022년에 이어 개인 두 번째 MVP 수상을 노린다. 각 리그 승률 1위인 다저스와 양키스는 6일 시작하는 디비전 시리즈(5전 3승제)로 포스트시즌 일정에 들어간다. 두 팀과 맞붙게 될 상대는 2일부터 열리는 와일드카드 시리즈(3전 2승제)를 통해 결정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9시즌 동안 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을 지휘했던 최태웅 전 감독(48)은 요즘 새 인생을 살고 있다.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두 가지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코딩을 배우는 것과 영어 공부다. 최 전 감독은 “예전부터 데이터에 관심이 많았다. 팀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를 나만의 데이터로 바꿔 보고 싶었다”고 했다. 일주일에 두 번씩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성인 영어반에서 회화 수업도 듣는다. 7월에는 국제배구연맹(FIVB)이 주최한 레벨1 지도자 연수에 참가해 ‘베스트 코치상’도 받았다. 틈나는 대로 인근 중고교를 돌며 재능기부도 한다. 오랜 감독 생활로 망가진 건강 회복도 급선무다. 특히 ‘체중과의 전쟁’이 한창이다. 그는 승부 세계의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풀곤 했다. 잦은 폭식으로 선수 시절 80kg 안팎이던 몸무게가 100kg을 훌쩍 넘었다. 체중 조절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케이블 TV의 스포츠 전문 채널 해설위원 자리를 제안받은 뒤다. 그는 “워낙 말주변이 없어 처음에 고사했다. 그런데 해설 역시 새로운 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전한다는 건 살아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선수 시절 다섯 차례나 발목 수술을 받은 그는 달리기를 못 한다. 대신 로잉 기구 등을 사용해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한다. 식단까지 조절하며 현재는 90kg대 초반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주 열린 통영·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KOVO컵) 남자부 경기로 해설위원 데뷔를 한 그는 “100kg이었을 때 맞춘 양복바지가 이제 헐렁하다”며 “프로배구 정규리그가 시작되기 전까지 더 탄탄한 몸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도 운동으로 큰 병을 이겨낸 적이 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그는 림프암 판정을 받았다. 당시 그의 목표는 “한 번만 더 코트에 서보는 것”이었다. 그때 그를 도운 사람은 소속 팀 현대캐피탈의 김호철 감독(현 IBK기업은행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최 전 감독의 몸 상태에 맞게 적절히 훈련을 시켰다. 그는 “몸이 아프다는 게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많은 훈련을 시켜 주셨다. 재미있게 운동하다 보니 운동할 때만큼은 아픈 걸 잊을 수 있었다”며 “아프다고 부정적인 생각만 하기보다 하고 싶은 것을 즐기면서 기운을 내면 병을 물리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술 후 6개월 만에 코트로 돌아왔다. 현대캐피탈 감독 시절 팀을 두 차례 정상으로 이끌었던 그는 남자 배구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라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그 자신이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출전한 올림피안이다. 이후 한국 남자 배구는 올해까지 24년간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다. 최 전 감독은 “우리와 신체 조건이 비슷한 일본은 세계 10위권을 유지하며 꾸준히 올림픽에 나서고 있다”며 “키는 작아도 빠른 스피드와 탄력으로 단점을 커버한다.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장기적으로는 초중고교에서 성인 팀에 이르기까지 선수 육성 시스템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다.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148년 역사상 최초로 50홈런-50도루 클럽 문을 연 ‘슈퍼 스타’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54홈런-59도루로 만화 같은 시즌을 마쳤다. 오타니는 30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쿠어스 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와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1안타 1도루를 기록했다. 앞선 세 타석에서 모두 범타로 물러난 오타니는 8회초 1사 1루에서 우전 안타로 1루를 밟았다. 이어 2루 주자 오스틴 반스와 함께 더블 스틸에 성공하며 시즌 59번째 도루를 기록했다. 3루를 밟은 반스는 이후 투수의 보크 때 홈을 밟으며 2-1로 역전에 성공하는 결승 득점을 올렸다. 올 시즌을 앞두고 10년 7억 달러에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오타니는 지난해 받은 팔꿈치 수술 여파로 투수로는 나서지 못하고 타자로만 출전했다. 하지만 각종 타격 부문에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며 소속팀 다저스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이끌었다. 오타니는 올해 15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0, 54홈런, 130타점, 134득점을 기록했다. 출루율과 장타율은 각각 0.390, 0.644으로 OPS는 1.036에 달했다. 내셔널리그 홈런과 타점, 득점, 출루율, 장타율, OPS 부문에서 모두 1위다. 타율에서 샌디에이고 루이스 아라에즈(0.314)에 불과 4리 뒤진 2위를 차지하며 트리플 크라운(타율, 홈런, 타점 1위)을 놓쳤다. 도루도 신시내티의 엘리 델 라 크루스(67개)에 이어 2위였다. 50-50 달성 후 새 목표로 세웠던 55홈런-55도루에도 홈런 1개가 모자랐다. 하지만 지금 성적만으로도 생애 세 번째 만장일치 최우수선수(MVP)를 받기에 모자람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타니는 LA 에인절스 시절이던 2021년과 2023년 등 두 차례 만장일치 MVP에 선정됐다. 두 번 모두 투타겸업을 하면서 이뤄낸 성과였으나 올해는 MLB 역사상 최초로 지명타자 MVP 수상이 유력하다. 정작 오타니는 다가올 포스트시즌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MLB 진출 7년 차에 처음 가을잔치 무대를 밟게 된 오타니는 “정규시즌이 끝났으니 더이상 누적된 숫자가 중요치 않다”며 “월드시리즈 우승을 향해 모든 것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98승 64패(승률 0.605)를 기록한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최고 승률로 포스트시즌에서 리그 1번 시드를 받았다. 한편 아메리칸리그 뉴욕 양키스의 거포 애런 저지(32)는 같은 날 열린 피츠버그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에 결장하면서 58홈런으로 시즌을 마쳤다. 2022년 자신이 세운 아메리칸리그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62개)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저지는 MLB 전체 타자를 통틀어 가장 많은 홈런과 타점(144개)을 올렸다. 저지 역시 아메리칸리그 MVP 수상이 유력하다. 소속팀 양키스 는 94승 68패(승률 0.580)로 아메리칸리그 승률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최태웅 전 현대캐피탈 감독(48)은 화려한 배구 인생을 살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배구공을 접한 후 지난해까지 약 40년간 항상 코트의 중심에 있었다. 선수 때는 ‘명 세터’로 활약했고, 지도자가 된 이후엔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며 ‘명 감독’으로 불렸다. 실업 시절 그가 몸담았던 삼성화재는 슈퍼리그 9연패와 함께 77연승이란 전무후무한 실적을 올렸다. 프로배구 출범 후에도 그는 여러 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00년에는 태극마크를 달고 시드니 올림픽에도 출전했다. 현대캐피탈에서 선수 생활을 마친 뒤엔 코치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감독 자리에 올랐다. 그는 9시즌 동안 팀을 지휘하면서 두 차례나 팀을 V리그 정상에 올려놓았다. 지난해 말 현대캐피탈 사령탑 자리에서 물러난 그는 요즘 40대 후반의 나이에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감독을 그만둔 후 그는 그동안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두 가지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코딩을 배우는 것과 영어 공부다. 최 전 감독은 “예전부터 데이터에 관심이 많았다. 팀에서 제공하는 데이터에 내가 필요로 하는 데이터만 따로 뽑아내는 걸 해보고 싶었다. 다섯 달째 배우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영어 공부 역시 새로운 도전이다. 일주일에 두 번씩 경기 분당에 있는 성인 영어반에 가서 회화 수업을 듣는다. 그는 “새 시즌에는 외국인 감독들이 지휘하는 팀들이 많다. 안 그래도 영어는 꼭 필요하다 싶었는데 좋은 계기라 생각하고 배우게 됐다”며 “남중-남고를 나와 프로에 와서도 남자팀에만 있어서 여자분들과 함께 수업하는 게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지금은 많이 편해졌다”며 웃었다.7월에는 국제배구연맹(FIVB)이 주최한 레벨1 지도자 연수에도 참가했다. 열심히 한 덕에 ‘베스트 코치상’도 받았다. 그는 “모처럼 받은 상이라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그는 “작년까지는 배구장을 중심으로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처럼 생활했다면 요즘은 모든 일정을 스스로 짜면서 주도적으로 살고 있다”며 “새로운 일을 한다는 건 언제나 즐겁고 재미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요즘 그에게 가장 큰 도전은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체중과의 전쟁’이 한창이다.지난해 말 성적 부진으로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그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는 예전부터 먹는 걸로 스트레스 해소를 하곤 했다. 한창 선수 생활을 할 때 80kg 안팎이던 몸무게가 세 자릿수를 향해 갔다. 감독 자리에서 내려온 뒤에는 체중이 더 불었다. 그동안 만나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술자리도 늘었다. 100kg의 벽도 가볍게 넘어 버렸다. 살을 빼기 위해서는 달리기 등 유산소 운동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는 선수 시절 발목 수술만 5차례를 하면서 뛰는 건 언감생심 생각할 수도 없었다. 본격적으로 체중 조절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건 해설위원 제안을 받은 뒤였다. SBS스포츠에서 배구에 대한 경험과 식견이 남다른 그에게 해설위원직을 제안해왔다. 그는 “워낙 말주변이 없어 처음에 고사했다. 그런데 해설 역시 새로운 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전한다는 건 살아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되든 안 되든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TV 카메라 앞에 서기 위해선 먼저 체중을 줄여야 했다. 해설위원을 말하는 직업인 동시에 보여지는 직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세 자릿수 몸무게를 90kg까지 줄이기도 결심한 후 홈트레이닝을 위한 운동 기구를 구매했다. 발목에 무리가 가지 않는 로우잉 기계 등으로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했다.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하고, 식단도 조절하면서 불과 일주일 만에 5kg 이상을 뺐다.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그는 지난주 경남 통영에서 열린 2024 통영-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KOVO컵)에서 해설위원 데뷔전을 치렀다. 그는 “꾸준히 운동을 한 덕분에 100kg이었을 때 샀던 양복바지가 이제 잘 맞지 않는다”며 “정규리그가 시작되기 전까지 더 탄탄한 몸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트 안이 아닌 밖에서 바라본 배구는 그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는 “개인적으로 배구를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중계를 하면서 보니 그렇지가 않더라”며 “또 코트에 있을 때는 몰랐지만 한 대회를 치르기 위해 정말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고 있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해설위원으로 그는 예전보다 훨씬 자유롭게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8월에는 각 팀을 돌며 연습경기를 관찰했고, 중고교 팀들의 경기를 보면서 유망주들도 유심히 보고 있다. 그는 “배구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다. 새 외국인 감독이 맡은 팀도 예전 우리가 했던 것 똑같이 하기도 한다”며 “올 시즌은 각 팀마다 범실을 줄이는 배구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남자 배구를 대표하는 두 명의 지도자에게 배구를 배웠다. 신치용 전 삼성화재 감독(현 한국체육산업개발 대표)과 김호철 전 현대캐피탈 감독(현 IBK기업은행 감독)이다. 실업 배구 시절 신 감독이 이끄는 삼성화재는 말 그대로 적수가 없었다. 최 전 감독을 비롯해 김세진 신진식 여오현 등 당대 최고의 선수들이 모두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최 전 감독은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지만 당시 삼성화재의 훈련량은 다른 팀 선수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런데 이길수록, 우승을 하면 할수록 해마다 훈련 강도가 세졌다”며 “기술 훈련 뿐 아니라 그 바탕이 된 체력 훈련이 있었기에 오랫동안 최고의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고 했다. 영원한 삼성맨일 것 같았던 최 전 감독은 2010년 FA로 삼성화재로 이적한 박철우의 보상 선수로 갑자기 현대캐피탈로 이적했다. 그곳에서 그는 레전드 세터였던 김호철 감독을 만났다.새 팀에서 그는 불의의 림프암 판정을 받았다. 당시 그의 목표는 “한 번 만 더 코트에 서는 것”이었다. 그때 큰 도움을 준 것이 김 감독이었다.김 감독은 최태웅 감독의 몸 상태에 맞게 적절히 훈련을 시켰다. 최 감독은 너무 과하지도, 또 너무 모자라지도 않게 훈련에 참가할 수 있었다. 그는 “몸이 아프다는 게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많은 훈련에 참가시켜 주셨다. 덕분에 운동을 할 때만큼은 아픈 걸 잊은 채 운동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 전 감독은 처음 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한 뒤 정확히 6개월 후 다시 코트에 설 수 있었다. 비록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고 선수로는 우승하지 못했지만 감독이 된 후 두 차례나 팀 우승을 이끌었다. 감독이 된 후 그는 한국 배구판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코치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감독이 된 그에게 경험 부족이라는 선입견이 따라 붙었지만 그는 ‘스피드 배구’를 비롯한 각종 새로운 시도로 취임 첫해부터 우승을 차지했다.수비 전문 포지션 리베로 자리에 굳이 두 명을 써서 세트를 올리게 한다거나, ‘원 포인트 서브 전문 선수’를 따로 키워 세트마다 마무리 투수처럼 기용했다. 코트 안의 4명의 선수가 한꺼번에 공격을 향해 출발하는 배구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처음엔 욕도 많이 먹었지만 코치 경험이 없었기에 다소 무모한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에게 요즘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라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한국 남자 배구가 마지막으로 올림픽에 나간 건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이다. 김세진, 신진식 등 당대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출전한 올림픽에서 한국은 8강 진출에 실패했다. 다만 그 대회에서 미국을 잡은 게 큰 수확이었다. 최 전 감독은 “당시 우리에게 졌던 미국은 그 멤버 그대로 4년 후 아테네 올림픽에서 4위를 했고,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선 금메달을 따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와 신장이 비슷한 일본은 세계 10위권을 유지하며 꾸준히 올림픽 무대에 서고 있다”며 “일본 선수들은 신장을 작지만 빠른 스피드와 탄력을 갖고 있다. 신체조건이 비슷한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유소년부터 성인팀에 이르끼까지 일관된 선수 육성을 위해 힘을 쓸 생각이다. 그는 “선수층이 점점 줄고 있는 상황에서 초중고에서 유소년, 성인팀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배구를 통해 받은 사랑을 어떻게든 팬 여러분께 돌려드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 야구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뭐니 뭐니해도 ‘치맥(치킨+맥주)’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야구장의 ‘소울 푸드’는 무엇일까요. 다름 아닌 핫도그입니다. MLB에선 각 구장마다 명물 핫도그를 판매합니다. LA 다저스의 다저스타디움에 가면 ‘다저 도그’을 먹어봐야 합니다. 다저 도그는 매 시즌 150만 개 이상 팔리는 유명 핫도그입니다. 김하성의 소속팀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는 ‘배리오 도그’가 유명합니다.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파는 ‘몬스터 도그’는 엄청난 크기를 자랑합니다. 9월 27~29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복합문화공간 Y193에서는 MLB 스타일의 다양한 핫도그를 맛볼 수 있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그 무대는 MLB가 한국의 젊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문을 연 팝업스토어 ‘MLB 포차’였습니다. MLB 관계자는 “단지 야구가 아니라 음식과 분위기 등 MLB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화를 한국을 대표하는 ‘포장마차’라는 매개를 통해 한국 팬들에게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팝업스토어를 준비한 김동욱 스포츠인텔리전스 대표는 “야구는 승패를 겨루는 경기인 동시에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는 엔터테인먼트다. 야구팬들 뿐 아니라 다양한 분들께도 MLB의 엔터테인먼트 특성을 보여드리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MLB 포차’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핫도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행사를 위해 9종류의 핫도그 메뉴를 준비했는데요. 현재 MLB에서 가장 뜨거운 9명의 선수들의 출신 지역과 플레이 스타일을 핫도그를 통해 표현했습니다. 대표적인 메뉴는 한국인 메이저리그 이정후의 ‘보쌈 도그’입니다. 삼겹살 수육과 볶은 묵은지가 들어간 한국적인 맛의 핫도그입니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김하성(샌디에이고)의 이름을 딴 ‘골드글러브 도그’는 밖은 골드글러브 모양, 안은 달콤한 디저트로 가득 채웠습니다.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의 치킨 파마산 도그에는 ‘뉴욕 스타일’ 치킨 파마산에 한국적 감각을 더했고, 코리 시거(텍사스)의 닭강정 도그에는 고추장 소스를 입힌 치킨과 코울슬로를 사용했습니다. 짧은 기간에 9가지 핫도그를 탄생시킨 사람은 오스틴 강 셰프입니다. ‘마스터쉐프 코리아’와 ‘돌싱글즈’ 등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모델 출신 셰프 오스틴 강은 최근 넷플릭스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 요리사’에도 ‘본업도 잘하는 남자’에도 출연해 요리 실력을 뽐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살았던 오스틴 강 셰프는 “어릴 적 길거리 음식을 많이 먹었다. 처음 다저스타디움 갔을 때 다저 도그를 먹은 기억이 난다. 한국에 떡볶이나 순대가 있듯 미국에는 핫도그가 있다. 그래서 더 재미있게 준비했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만든 9가지 메뉴 중 최고로 꼽은 메뉴는 ‘오타니 투타도그’입니다. 다저스의 투타 겸업 선수 오타니 쇼헤이(일본)를 생각하면서 만든 핫도그입니다. 다저스 팬이라는 그는 “오타니 투타 도그는 아이디어가 금방 떠올라 30분 안에 만들었던 것 같다. 일본식 타코야키와 함께 LA 지역에서 유명한 ‘인앤아웃’ 버거의 애니멀 스타일 소스를 사용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행사장에도 오타니의 17번이 새겨진 다저스 저지를 입고 나왔습니다. 불과 사흘간의 짧은 팝업스토어를 열기 위해 MLB 측은 적지 않은 돈을 들였습니다. MZ들의 핫 플레이스라는 성수동의 큰 건물을 통째로 임대했고, 오스틴 강을 통해 9종류의 핫도그도 개발했지요. MLB 관계자는 “MLB는 한국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올해 3월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 다저스의 2024시즌 개막전도 같은 맥락이다. 앞으로도 보다 많은 한국 팬들에게 MLB의 매력을 알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MLB가 한국 내에서 더 깊이 뿌리내리게 되면 이정후의 ‘보쌈 도그’, 김하성의 ‘골드글러브 도그’, 오타니의 ‘투타 도그’ 등이 한국 야구장이나 가게에서 정식 메뉴로 판매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김하성(28·샌디에이고·사진)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 출전이 결국 무산됐다. 어깨 수술을 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마이크 실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29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와의 방문경기에 앞서 “김하성의 시즌이 끝났다”고 발표했다. 이어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 응한 김하성은 “약간 찢어진 어깨 관절 테두리 부분을 봉합하는 수술을 받기로 했다”면서 “하루빨리 복귀해 팀에 도움이 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너무 실망스럽고 좌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하성은 지난달 19일 콜로라도와의 방문경기 도중 상대 투수의 견제 때 1루로 슬라이딩하며 돌아오다 어깨를 다쳤다. 곧바로 교체된 그는 결국 2021년 MLB 진출 후 처음으로 부상자명단(IL)에 올랐다. 이후 여러 차례 팀 훈련에 참여하며 복귀를 노렸으나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수술대에 오르기로 하면서 김하성은 타율 0.233, 11홈런, 22도루, 47타점으로 올 시즌을 마무리하게 됐다. 김하성은 정규리그 복귀가 어렵다면 포스트시즌에 돌아와 팀에 힘을 보탠다는 계획이었다. 샌디에이고는 내셔널리그(NL) 와일드카드 선두로 2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에 진출한 상태다. 김하성은 2년 전인 2022년 포스트시즌 때는 12경기에 출전해 8점을 올리며 구단 포스트시즌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김하성은 “이 팀은 내게 가족 같은 곳이다. 올해 우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면서 “올해는 팀과 함께할 수는 없지만 진심으로 동료들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어깨 수술로 김하성의 자유계약선수(FA) 계약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김하성은 시즌 종료 후 FA 시장에 나와 1억 달러 이상의 대형 계약에 도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협상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 됐다. 김하성은 2021년 샌디에이고와 ‘4+1’년 계약을 맺으면서 태평양을 건넜다. 2021∼2024년에는 총액 2800만 달러(약 367억 원)는 보장받고 2025년에는 상호 옵션을 걸어뒀다. 이에 따라 김하성이 계약을 연장해 샌디에이고에서 뛰면 800만 달러(약 105억 원)를 받고, FA 등으로 팀을 떠나면 200만 달러(약 26억 원)를 받게 된다. 현지에서는 김하성이 샌디에이고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FA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하성은 “내년 거취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 않았다. 부상을 빨리 극복하고 내년 시즌에 건강하게 뛰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주무대로 뛰고 있는 김효주는 2014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 그해 5차례나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12억897만8590원의 상금을 받아 KLPGA 투어 역사상 처음으로 단일 시즌 상금 10억 원을 돌파한 것이다. 이후 한 시즌 상금 10억 원은 KLPGA 투어에서 최정상급 선수를 상징하는 액수가 됐다. 김효주를 포함해 지난해까지 ‘10억 원 클럽’에 가입한 선수는 10명밖에 되지 않는다. 1년에 한 명꼴이다. 박성현과 고진영(이상 2016년), 이정은6(2017년), 최혜진(2019년) 등은 한 시즌 상금 10억 원을 찍은 뒤 더 큰 무대인 LPGA 투어에 진출했다. 박성현과 고진영은 미국 진출 후 여자 골프 세계 랭킹 1위에도 올랐다. 역대 한 시즌 최다 상금 기록은 2021년 박민지가 기록한 15억2137만4313원이다. 박민지는 이듬해인 2022년에도 10억 원을 넘기며 KLPGA 투어 역사상 유일하게 두 차례나 ‘10억 원 클럽’에 가입했다.올 시즌은 10억 원 이상 상금을 받는 선수가 가장 많이 나오는 해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우선 이번 시즌 상금과 대상 포인트 1위, 다승 공동 1위(3승)를 달리고 있는 박지영은 이미 KLPGA 투어 10억 원 클럽에 가입한 11번째 선수가 됐다. 박지영은 5월 맹장 수술을 받으며 한 달 가까이 투어에 나서지 못한 상황에서도 10억2277만5444원을 벌었다. 올 시즌 출전한 17개 대회에서 우승 3번을 포함해 9차례나 톱 10에 이름을 올리며 상금을 쌓아 올렸다. 기권으로 인한 컷 탈락이 한 번 있었을 뿐 16번이나 컷을 통과했다. 박지영은 지난해엔 9억8907만9385원의 상금을 받아 약 100만 원 차이로 10억 원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올해 그 한을 풀었다.박지영에 이어 상금과 대상 포인트 2위를 달리고 있는 박현경의 시즌 상금 10억 원 돌파도 사실상 확정적이다. 26일부터 시작된 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전까지 9억8669만6085원의 상금을 기록 중인 박현경은 컷 통과만 해도 10억 원을 가뿐히 넘어서게 된다.두 선수 외에도 윤이나(8억8360만4286원), 이예원(8억5839만1705원), 노승희(8억2384만9752원), 황유민(8억1052만1040원) 등 4명의 선수는 8억 원대의 상금을 기록 중이라 남은 대회에서 충분히 10억 원 돌파가 가능하다.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을 포함해 KLPGA 투어는 7개 대회를 남겨 두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우승 상금은 2억7000만 원, 나머지 대회들의 우승 상금은 1억6200만∼2억1600만 원이다. 우승 한 번이나 준우승 두 번 등이면 충분히 10억 원을 넘길 수 있다. 상금 랭킹 3위를 달리고 있는 윤이나는 올해 우승이 한 번밖에 없지만 10억 원까지 약 1억2000만 원만 남겨 두고 있다. 드라이브 비거리 2위(253.4야드)를 달리는 윤이나는 장타를 앞세워 종종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다. 윤이나는 이번 시즌 준우승 3번과 3위 2번 등 총 10차례나 톱 10에 이름을 올렸다.생애 첫 우승을 메이저대회 한국여자오픈에서 차지하며 우승 상금 3억 원을 받은 노승희는 이달 중순 열린 OK저축은행 읏맨 오픈도 제패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상금왕(14억2481만7530원)을 차지했던 이예원은 2년 연속 상금 10억 원에 도전하고, 황유민 역시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전까지 단일 시즌에 상금 10억 이상을 받은 선수는 최대 2명씩만 나왔다. 2016년 박성현과 고진영, 2019년엔 최혜진과 장하나, 작년에 이예원과 임진희가 10억 원을 넘겼다.지금 추세라면 올해는 3명 이상의 10억 원 클럽 가입자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잘 치는 선수들이 꾸준히 배출되는 가운데 대회 개수가 늘고 상금 규모가 예년에 비해 커진 것도 영향을 끼쳤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샌디에이고 유격수 김하성(28)의 생애 두 번째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 무대가 결국 무산됐다. 어깨 수술로 인해 남은 경기 출전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마이크 실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29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 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와의 방문 경기에 앞서 “김하성의 시즌이 끝났다”고 발표했다. 곧이어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 응한 김하성은 “하루빨리 복귀해 팀에 도움이 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며 “이번 시즌이 끝났다. 너무 실망스럽고 좌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하성은 8월 19일 콜로라도와의 경기 도중 상대 투수의 견제 때 슬라이딩을 하면서 1루로 돌아오다가 어깨를 다쳤다. 통증을 호소하며 곧바로 교체된 그는 이후 어깨 염증 증세로 2021년 MLB 진출 후 처음으로 부상자 명단(IL)에 올랐다. 이후 여러 차례 팀 훈련에 참여하며 복귀를 노렸으나 부상 부위의 통증은 없어지지 않았다. 고민 끝에 그는 수술대에 오르기로 했다. 이로써 김하성은 타율 0.233, 11홈런, 47타점으로 올 시즌을 마무리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LA 다저스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는 샌디에이고는 2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에 진출했으나 리그 최고의 수비수 중 하나로 평가받는 김하성 없이 가을 무대에 서게 됐다. 김하성은 2년 전인 2022년 포스트시즌에서는 ‘득점 머신’으로 활약했다. 김하성은 포스트시즌 12경기에 출전해 8득점을 올렸는데 이는 1984년 토니 그윈(1960∼2014)이 세운 7득점을 넘어선 구단 역대 최다 기록이었다. 김하성이 부상으로 빠진 사이 올 초 스프링캠프에서 유격수 자리를 김하성에게 내주고 2루수로 전향한 산더르 보하르츠가 유격수로 복귀했고, 1루수였던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2루로 돌아왔다. 샌디에이고는 포스트시즌에서도 유격수 보하르츠-2루수 크로넨워스의 키스톤 콤비를 가동할 계획이다. 불의의 어깨 수술을 받게 되면서 김하성의 자유계약선수(FA) 계약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김하성은 2021년 샌디에이고와 4년 2800만 달러(약 367억 원)짜리 보장 계약을 했다. 2025년에는 상호 옵션이 걸려 있다. 김하성이 1년 계약을 연장하면 800만 달러(약 105억 원)를 받고, FA 등으로 팀을 떠나면 200만 달러(약 26억 원)를 받는 내용이다. 지난해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며 리그 최고의 수비수가 된 김하성은 시즌 후 FA 시장에 나와 1억 달러 이상의 대형 계약에 도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어깨 수술로 인해 협상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 됐다. 현지에서는 김하성이 수술을 받은 후 샌디에이고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FA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하성은 이날 계약에 대한 질문에 “내년 거취에 대한 생각은 아직 구체적으로 해보지 않았다. 빨리 부상을 극복하고 내년 시즌에 건강하게 뛰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10월 1일 종료되는 가운데 투수와 타자 각 부문 타이틀 주인공들의 윤곽도 굳어지고 있다. 특징은 새 얼굴들의 득세다. 투수와 타격 가리지 않고 작년과는 다른 선수들이 타이틀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일한 예외는 출루율 부문의 홍창기(LG)다. 지난해 출루율 0.444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던 홍창기는 26일 현재 출루율 0.446으로 2위 김도영(KIA·0.421)에게 2푼 이상 앞서 있다. 2년 연속 타이틀을 사실상 확정했다고 할 수 있다. 홍창기가 이번 시즌 출루율 1위에 오르면 2021년(0.456)과 지난해에 이어 세 번째 수상이 된다. 이미 몇 해 전부터 한국 프로야구의 손꼽히는 출루 전문 선수로 평가받았던 홍창기는 이제는 역대 최고의 ‘출루 머신’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통산 기록에서 ‘타격의 달인’ 장효조(1956∼2011)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홍창기는 한국야구위원회(KBO) 통산 성적 기준선인 3000타석 이상을 소화한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통산 출루율(0.430)을 기록하고 있다. 종전 최고였던 장효조의 0.427을 넘어섰다. 두 사람 뒤로 김태균 양준혁(이상 0.421) 이정후 김기태(이상 0.407) 등이 자리하고 있다. 2016년 LG에 입단한 홍창기는 5년 차인 2020년부터 주전 선수로 자리를 잡았다. 그해 출루율 0.411을 시작으로 2022년(출루율 0.390)을 제외하고 4시즌 동안 ‘4할대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선구안이다. 자신이 정한 스트라이크 존 밖으로 나가는 공에는 좀처럼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는다. 공을 맞히는 콘택트 능력도 뛰어나다. 올해부터 볼·스트라이크 자동 판정 시스템(ABS)이 도입되면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예상도 있었지만 홍창기의 ‘눈 야구’는 더 정교해졌다. 2021년에 처음으로 3할대 타율(0.328)을 기록했던 그는 지난해 타율 0.332에 이어 올 시즌엔 ‘커리어 하이’인 타율 0.335를 기록 중이다. 홍창기는 “ABS는 몸에 맞을 것처럼 들어오는 공도 스트라이크로 판정할 때가 있다. 이를 너무 의식하다 보면 타격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생각한 존을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파리 올림픽 양궁에서 나란히 3관왕을 차지한 김우진과 임시현이 전국남녀양궁종합선수권대회 남녀 개인전 우승을 각각 차지했다. 김우진은 26일 경북 예천 진호국제양궁장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한종혁에게 세트 점수 6-0으로 승리했다. 여자 개인전 결승에선 임시현이 5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정다소미를 세트 점수 7-3으로 눌렀다. 27일부터 이틀 동안 같은 장소에서는 2025년도 양궁 국가대표 1차 선발전이 열린다. 모두 다섯 차례의 선발전과 평가전을 통해 뽑히게 되는 국가대표 선수들은 내년 9월 광주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을 비롯한 주요 국제대회에 출전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정말 꿈같은 두 달을 보내고 있다. 좋은 일이 왜 이렇게 많이 생기는지 나도 믿기지 않는다. 그만큼 감사드릴 일도 많다.”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리디아 고(27·뉴질랜드)는 최근 자신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두고 “동화 같은 이야기”라며 이렇게 말했다. 하나금융그룹의 후원을 받는 리디아 고는 26일부터 나흘간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리디아 고는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25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최근 출전한 네 번의 대회에서 세 번 우승했다. 집에 있는 우승 트로피와 올림픽 금메달을 볼 때마다 내가 최근 이뤄낸 성과를 새삼 깨닫곤 한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는 8월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명예의 전당 가입 요건을 채웠다. 같은 달 골프의 성지라 불리는 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에서 열린 메이저대회 AIG 여자오픈 정상에도 올랐다. 또 23일 끝난 LPGA투어 크로거 퀸 시티 챔피언십 우승으로 LPGA투어 통산 22승째를 거뒀다.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시작으로 우승할 때마다 리디아 고는 “동화 같은 일이 일어났다. 마치 내가 동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다”고 말해 왔다. 리디아 고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은메달과 2021년 도쿄 올림픽 동메달이 내 골프 인생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고, 8년 만에 메이저대회 정상에도 올랐다”며 “주변분들로부터 받은 사랑과 응원을 어떻게 돌려드릴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좋은 성적의 비결로는 페이드 구질 적응을 꼽았다. 그는 “예전엔 비거리를 내기 위해 드로 구질을 구사하려 했다. 하지만 최근엔 거리를 좀 손해 보더라도 정확도가 높은 페이드를 꾸준히 연습했는데 이 구질이 안정적으로 나와주면서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리디아 고는 2억7000만 원의 우승 상금이 걸린 이번 대회에서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힌다. 리디아 고는 KLPGA투어 다승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박현경(24) 이예원(21·이상 3승)과 함께 26일 오전 10시 44분 티오프한다. 그동안 리디아 고는 KLPGA투어에서 한 번 우승했다. 2013년 12월 대만에서 열린 KLPGA투어 스윙잉 스커츠 월드 레이디스 마스터스 정상에 오르며 프로 전향 후 두 달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리디아 고가 한국에서 열린 공식 대회에서 우승한 건 2022년 강원 원주에서 열린 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였다. 김효주(29) 이민지(28·호주) 패티 타와타나낏(25·태국) 등 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대거 출전한다. KLPGA투어에선 시즌 상금과 대상포인트 1위를 달리고 있는 박지영(28)과 박현경, 이예원, 배소현(31)이 ‘시즌 4승’ 경쟁을 벌인다. ‘디펜딩 챔피언’ 이다연(27)은 타이틀 방어에 나선다. 이다연은 같은 장소에서 열린 작년 대회에서 3차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이민지와 타와타나낏을 제치고 우승했다. 올해 5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메이저대회 살롱파스컵 정상에 오른 이효송(16)과 3월 KLPGA투어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에서 단독 3위를 한 아마추어 선수 오수민(16)도 출전한다. 인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디펜딩 챔피언’ LG가 정규시즌 3위를 확정 짓고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LG는 2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의 방문경기에서 박동원의 홈런 2방 등 장단 16안타를 집중시키며 14-5로 크게 이겼다. 74승 65패 2무를 기록한 LG는 남은 3경기 결과에 관계 없이 정규시즌 3위를 확정했다. 지난해 정규리그 1위로 29년 만에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LG는 올해는 5전 3승제의 준플레이오프부터 타이틀 방어에 나선다. LG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승자와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다툰다. LG는 1회 볼넷 2개와 내야 안타로 만든 1사 만루에서 문성주의 병살타성 타구를 잡은 SSG 유격수 박성한의 2루 악송구를 틈타 2점을 먼저 얻었다. 2회에는 박동원의 우월 솔로포와 오스틴 딘의 우전 적시타, 오지환의 2타점 우전 안타 등으로 4점을 보태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6-0으로 앞선 4회에는 7번 타자 김현수가 대승을 자축하는 우중월 3점 아치를 그렸다. 박동원은 6회 다시 한 번 3점 홈런을 쏘아올리며 시즌 20번째 홈런을 기록했다. 9회초 대타로 나선 김성진은 2점 홈런으로 이번 시즌 첫 홈런을 신고했다. LG 타선은 이날 선발 전원 안타를 기록했다. 마운드에서는 지난해부터 토종 에이스로 자리 잡은 임찬규의 호투가 빛났다. 인천에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이는 임찬규는 9-0으로 크게 앞선 4회말 에레디아에게 불의의 3점 홈런을 허용하며 3실점했으나 5이닝을 4피안타 2볼넷 5탈삼진 3실점으로 막고 시즌 10승(6패) 째를 따냈다. 반면 5강 싸움에 한창인 SSG는 6연승 후 2연패를 당하며 포스트 시즌 진출에 빨간 불이 켜졌다. SSG는 이날 패배로 5위 KT에 1경기 차로 뒤졌다. LG와 서울 잠실구장을 공동 안방으로 쓰는 두산도 이날 홈경기에서 NC를 10-5로 꺾고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4위 두산은 5회 KT에 2경기 차로 앞서 있어 4위가 훨씬 유력하다. 두산 강승호는 1-1 동점이던 2회말 우월 솔로포를 터뜨린 데 이어 2-1로 앞선 4회에는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으로 연타석 홈런을 기록했다. 4-2로 쫓긴 5회에는 외국인 타자 제러드 영이 6-2로 도망가는 우월 2점 홈런을 때렸다. 시즌 10호 홈런. 홈런 선두를 달리는 NC 외국인 타자 맷 데이비슨은 6회 중월 투런포로 시즌 46호 홈런을 기록했지만 승부를 뒤집는 데는 실패했다. 두산은 이날 LG에 이어 잠실구장 시즌 누적 관중 130만 명을 돌파했다. KT는 수원 안방 경기에서 롯데를 5-1로 제압하고 5할 승률(70승 2무 70패)에 복귀했고, 최하위 키움은 한화에 5-4 역전승했다. 이날 나란히 패한 롯데와 한화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불발됐다. 롯데는 7년 연속, 한화는 6년 연속 가을 야구에 나가지 못한다. 일찌감치 선두를 확정지은 KIA는 광주 안방 경기에서 2위 삼성에 7-1로 승리했다. 국내 선수 최초로 40홈런-40홈런에 홈런 2개만을 남겨두고 있는 김도영은 홈런을 추가하진 못했지만 4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선수 시절 등번호 51번과 같은 나이가 된 일본 야구의 레전드 스즈키 이치로(51)가 올해도 변함없이 ‘철완’을 과시했다. 자신이 구단주이자 감독을 맡고 있는 ‘동네 야구’ 팀 고베 지벤의 선발 투수로서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3089개의 안타를 때리며 ‘타격 기계’로 불린 이치로는 2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여자 고교야구 선발팀과의 경기에 선발 투수 겸 1번 타자로 출전해 17-3의 대승을 이끌었다. 2021년부터 매년 한 차례씩 열리고 있는 이 경기는 친선 경기이지만 일본 내에서 많은 화제를 모은다.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의 안방인 도쿄돔에서 열리고, 지상파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다. 여자 고교생들과의 경기이지만 이치로가 온 힘을 다해 플레이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치로는 2021년 9이닝 완봉승으로 1-0 승리를 이끌었고, 2022년에는 9이닝 1실점 했다. 작년에도 9이닝 완봉으로 4-0 승리를 거뒀다. 올해는 지난 3년간과는 달리 1회부터 3점을 먼저 내주며 시작했다. 하지만 곧바로 컨디션을 되찾은 뒤 9회까지 추가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 이날 이치로의 최종 성적은 9이닝 10피안타 10탈삼진 3실점 완투승이었다. 투구 수는 141개였고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시속 138km까지 나왔다. 타석에선 4개의 안타를 몰아치며 4득점했다. 역시 MLB에서 뛰었던 거포 마쓰이 히데키(50)와 ‘괴물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44)가 고베 지벤 유니폼을 입고 함께 경기에 출전했다. 4번 타자 중견수로 나선 마쓰이는 8회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을 때리기도 했다. 일본 현지 매체들은 “홈런을 치고 들어오는 마쓰이를 이치로가 활짝 웃는 얼굴로 맞았다”고 전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역사상 최초로 한 시즌 50홈런-50도루를 달성한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스즈키 이치로(51·은퇴)의 MLB 아시아 선수 한 시즌 최다 득점 기록을 넘어섰다. 오타니는 23일 콜로라도와의 안방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4안타 1타점 2득점 2도루로 활약했다. 오타니는 이날 4-5로 뒤진 9회말 마지막 타석에서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동점 솔로 홈런을 날렸다. 앞서 3회엔 안타를 치고 나간 뒤 2루 도루에 성공했고 7회에도 안타로 1루를 밟은 뒤 2루를 훔쳤다. 이날 홈런 1개와 도루 2개를 더한 오타니는 시즌 53홈런-55도루를 기록했다. 다저스가 정규시즌 6경기를 남겨 놓은 가운데 오타니는 ‘55홈런-55도루’에 홈런 2개만 남겼다. 오타니는 7회 프레디 프리먼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이치로가 2001년 세운 아시아 선수 한 시즌 최다 득점(127점)과 타이를 이룬 뒤 9회 솔로포로 시즌 128득점을 기록하며 이치로를 넘어섰다. 시즌 도루를 55개로 늘린 오타니는 역시 이치로가 2001년 남긴 아시아 선수 한 시즌 최다 도루 기록(56개)에 한 개 차로 다가섰다. 지금의 페이스대로면 오타니는 이치로의 도루 기록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오타니는 올 시즌 59번의 도루를 시도해 55번 성공했다. 도루 성공률 93.2%로 이날까지 MLB 양대 리그를 통틀어 도루 40개 이상을 기록한 5명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이날 4안타를 몰아친 오타니는 3할 타율(0.301)로 올라섰다. 다저스는 9회말 2번 타자 무키 베츠의 끝내기 홈런이 터지면서 6-5로 역전승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파리 올림픽에서 부탄 양궁 대표팀을 이끈 박영숙 감독(64)은 한국 양궁 초창기 ‘명궁’ 중 한 명이다. 박 감독은 1979년 독일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진호 한국체육대 교수(63) 등과 함께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했다. 1987년 은퇴한 뒤 그는 국내 초중고교 양궁팀을 가르치며 지도자의 길을 걷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불현듯 ‘국제심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흔 가까운 나이에 그는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영국 런던에서 1년간 어학연수를 하기도 했다. 노력 끝에 그는 2006년 아시아 대륙 심판 시험을 통과했고, 2007년에는 마침내 국제심판 자격증을 받았다. 늦게 배운 영어가 그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2009년 그는 싱가포르 대표팀 감독을 맡았고, 2010년에는 이탈리아 여자 대표팀 감독으로 취임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정말 좋은 대우를 받았다. 이후엔 돈을 받지 않더라도 어려운 나라를 도와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이탈리아는 그에게 재계약을 제안했다. 하지만 그는 이를 뿌리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아프리카 최빈국 중 하나인 말라위 대표팀을 맡기로 한 것이다. 말라위에선 제대로 된 장비가 없어 과녁도 달걀판과 폐지를 섞어 만들었다. 1 더하기 1도 모르던 아이들에게는 점수 계산을 위해 산수를 가르쳤다. 그에게 양궁을 배운 알레네오 데이비드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양궁 개인전에 출전했다. 말라위 역사상 첫 올림픽 양궁 선수였다. 박 감독의 다음 행선지는 ‘행복한 나라’ 부탄이었다. 처음엔 그도 주저했다. 돈 때문이 아니라 고산병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는 ‘가능한 한 비행기를 타지 말고 고산지대를 피하라’고 조언했다. 그래도 그는 견학을 겸해 부탄을 찾았다가 한 산봉우리 정상에서 바라본 절경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2021년 도쿄 올림픽 때 그가 가르친 여자 선수가 부탄 양궁 역사상 처음으로 자력 출전권을 따냈다. 올해 파리 올림픽에는 남자 선수 한 명과 함께 출전했다. 두 명 모두 메달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출전 자체가 의미 있었다. 몇 해 전 대장 일부를 잘라내는 큰 수술을 받았던 그이지만 요즘 주변 사람들로부터 “얼굴이 훨씬 좋아졌다”는 인사를 받곤 한다. 그는 ‘소식(小食)’과 ‘편안한 마음’을 원인으로 꼽았다. 박 감독은 “부탄은 먹을 게 그리 풍부한 편이 아니다. 덕분에 소식을 한다. 야채 위주로 간단히 먹고, 단백질은 달걀로 섭취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행정적인 일 처리 등이 한국에 비하면 무척 느리지만 사람들이 좋고 환경이 좋다. 그래서인지 정신적으로 무척 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여러 나라에서 감독직 제의를 받고 있다. 그중에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유럽 국가도 있다. 하지만 일단 부탄에서 감독직을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앞으로도 선진국보다는 도움이 필요한 나라에서 양궁을 가르칠 생각이다. 박 감독은 “남은 인생을 좀 더 알차게 보내며 뜻깊은 일을 하고 싶다”며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때가 오면 온라인 등을 통해서 도움이 필요한 곳에 양궁 봉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은 한국 양궁이 올림픽 무대에 첫선을 보인 대회다. 당시엔 단체전 없이 남녀 개인전만 열렸는데 한국 여자 대표팀은 서향순이 금메달, 김진호가 동메달을 따내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그리고 여자 대표팀엔 한 선수가 더 있었다. 지난달 파리 올림픽에서 부탄 양궁 대표팀을 이끈 박영숙 감독(64)이다. 그의 이름이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건 여자 대표팀 선수들 중 유일하게 메달을 따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회 전부터 어깨 부상에 시달리던 그는 17위로 대회를 마쳤다. 박 감독은 “올림픽을 앞두고 실시한 호주 전지훈련 때 활의 파운드를 올리는 시도를 하다가 부상을 당했다. 팔을 제대로 들어 올리기도 힘들어 밥도 왼손으로 먹을 정도였다. 돌이켜 보면 왜 그때 욕심을 부렸나 싶다”고 했다. 올림픽 메달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그도 엄연히 한국 양궁 초창기의 ‘명궁’ 중 한 명이었다. 한국 양궁이 세계에 처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197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 김진호가 5관왕에 오르면서부터였는데 당시 박영숙은 단체전에서 김진호와 함께 금메달을 합작했다. 1983년 로스앤젤레스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도 그는 김진호와 함께 금메달을 따냈고,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도 수확했다. 박 감독은 “베를린 세계선수권 대회가 열린 곳이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기정 선생님이 마라톤 금메달을 땄던 베를린 스타디움이었다”며 “현지 동포들이 먹을 걸 잔뜩 싸 왔다. 현지 기자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뭘 먹고 그렇게 활을 잘 쏘느냐’고 질문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출전했던 양궁 여자 대표 3인방은 이후 각자의 길에서 멋진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김진호는 한국체육대학교 교수로, 서향순은 미국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양궁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박 감독 역시 자신이 평생 원했던 일을 하면서 지내고 있다. 바로 양궁이 보급되지 않은 나라들을 돌며 양궁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는 “은퇴 즈음에 대학 학보사 인터뷰에서 ‘다음 꿈이 뭐냐’는 질문을 받는 적이 있다”며 “당시 어려운 나라에 가서 양궁을 가르치고 싶다고 답했는데 실제 내 삶이 그런 식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웃었다. 처음부터 그가 외국 생활을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1987년을 마지막으로 선수에서 은퇴한 뒤 그는 국내에서 초중고교 양궁팀을 가르치며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불현듯 ‘국제심판’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단다. 곧바로 서울 종로에 있는 영어학원에 등록했다. 마흔 가까운 나이에 제대로 시작한 영어가 쉬울 리가 없었다. 처음엔 영어 단어 하나 외우기가 그렇게 힘들었다. 하지만 그는 끈질기게 영어를 파고들었다. 대한양궁협회 전임 지도자 생활을 하던 그는 오전에 훈련이 끝나면 후엔 곧장 학원으로 달려가 영어 공부에 몰두했다. 그는 “종로에 있던 영어학원을 다 쓸고 나중엔 강남에 있는 영어학원을 다니면서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2007년부터 1년간은 아예 영국 런던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각고의 노력 끝에 그는 2006년 아시아 대륙 심판 시험을 통과했고, 2007년에는 마침내 목표로 했던 국제심판 자격증을 받았다. 그리고 그해 독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심판으로 데뷔했다. 늦게 배운 영어가 그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2009년 그는 싱가포르 대표팀 감독을 맡았고, 이듬해인 2010년에는 이탈리아 여자 대표팀 감독으로 취임했다. 두 나라에서 그는 상당히 좋은 대우를 받았다. 특히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양궁에 대적인 투자를 했던 이탈리아는 “런던 올림픽에 출전하게만 해주면 뭐든지 다해 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그에겐 실력도 있었지만 운도 따랐다. 그가 이끈 이탈리아 여자 대표팀은 그해 자국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위를 했다. 석동은 감독이 이끈 이탈리아 남자 대표팀은 2012 런던 올림픽 단체전에서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여자 대표팀은 메달은 따진 못했지만 상위권 성적을 올렸다. 이탈리아 협회는 당연히 그에게 재계약을 제안했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했다. 아프리카 최빈국 중 하나인 말라위 대표팀을 맡기로 한 것이다. 대우와 조건은 이탈리아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2014년부터 그는 말라위에서 거의 무보수로 현지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정말 말도 안 되게 좋은 대우를 받았다. 이후엔 돈을 받지 않더라도 어려운 나라를 도와야겠다고 결심했다”며 우연한 기회에 말라위를 찾았는데 사람들도, 환경도 너무 좋았다. 딱 1년만 봉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그게 2년이 되고 3년이 됐다”며 웃었다. 그가 처음 찾은 말라위엔 신문도 TV도 없었다. 제대로 된 장비가 없어 과녁도 달걀판과 폐지는 섞어서 만들었다. 1 더하기 1도 잘 모르던 아이들에게는 점수 계산을 위해 산수를 가르쳤다. 그에게 양궁을 배운 10여 명의 아이들 중 유독 말이 없는 아이가 하나 있었다. 할 줄 아는 영어는 “굿모닝” 밖에 없었다. 주위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아이는 집중력이 가장 좋았고, 활도 가장 잘 쐈다. 알레네오 데이비드라는 이름의 그 소년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양궁 개인전에 출전했다. 그는 말라위 역사상 올림픽 양궁에 출전한 최초의 선수였다. 박 감독의 다음 행선지는 ‘행복한 나라’ 부탄이었다. 세계양궁협회(WA)에서 부탄을 이끌 지도자를 공모했지만 지원자를 찾기가 어려웠다. 당시 부탄이 제시한 월급은 700달러(약 90만 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도 처음엔 주저했다. 돈 때문이 아니라 고산병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한국에 잠시 머물 때 가슴 통증으로 찾은 병원에서는 ‘가능한 한 비행기를 타지 말고 고산지대를 피하라’고 조언했다. 그래도 그는 견학을 겸해 부탄을 찾았다. 마침 경기가 열린 지방 도시를 가기 위해선 꼬박 이틀을 산길을 가야 했는데 한 봉우리 정상에서 그는 평생 처음 본 절경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걱정했던 고산병도 없었다. 그렇게 그는 부탄 감독으로 부임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 때 그가 가르친 여자 선수가 부탄 양궁 역사상 처음으로 자력 출전권을 따냈다. 그리고 올해 파리 올림픽에는 남자 선수 한 명과 함께 출전했다. 두 명 모두 메달권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출전 자체가 기적적인 일이었다. 몇 해 전 그는 대장 일부를 잘라내는 큰 수술을 받았다. 중학생 때 받은 맹장수술의 후유증으로 장기가 유착돼 대장 일부를 잘라내야 했다. 그 여파로 몸무게가 10kg 넘게 빠졌다. 하지만 자신의 원하는 일을,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하는 그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얼굴이 훨씬 좋아졌다”는 인사를 받곤 한다. 그는 ‘소식(小食)’과 ‘편안한 마음’을 원인으로 꼽았다. 박 감독은 “부탄은 먹을 게 그리 풍부한 편이 아니다. 덕분에 소식을 한다. 야채 위주의 간단한 식사를 하고 단백질은 달걀로 섭취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행정적인 일처리 등이 한국에 비하면 무척 느리다. 하지만 사람들과 환경이 좋다보니 정신적으로 무척 편안하다”고 말했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는 그는 지금도 여러 나라에서 감독직 제의를 받고 있다. 그중에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유럽 국가도 있다. 하지만 그는 일단 부탄에서 감독직을 이어갈 생각이다. 향후에도 선진국보다는 도움이 필요한 나라에서 양궁을 가르칠 생각이다. 박 감독은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리 길지 않은 인생을 좀 더 알차게 보내며 뜻깊은 일을 하고 싶다”며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시기가 되면 온라인 등을 통해서 도움이 필요한 곳에 양궁 봉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삼성이 프로야구 정규시즌 2위를 확정하며 플레이오프(PO) 직행 티켓을 따냈다. 삼성은 22일 키움과의 대구 안방경기에서 선발투수 원태인의 호투와 박병호 구자욱의 홈런포를 앞세워 9-8로 승리했다. 77승(61패 2무)째를 거둔 삼성은 남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2위가 확정됐다. 삼성이 남은 4경기를 모두 패하고 3위 LG가 남은 4경기를 모두 이기면 두 팀의 승률이 같아지지만 올 시즌 맞대결 성적에서 삼성이 앞선다. 삼성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정규시즌 2위로 PO에 올랐던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그해 삼성은 PO에서 두산에 패해 최종 순위는 3위였다. 전날까지 두산 곽빈과 다승 공동 1위(14승)였던 원태인은 6이닝 5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 호투로 시즌 15승(6패)째를 따냈다. 2021년 14승을 넘어 한 시즌 개인 최다승을 기록한 원태인은 데뷔 후 첫 다승왕 타이틀에 도전한다. 타선에서는 박병호와 구자욱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올 시즌 중반 KT에서 트레이드돼 삼성 유니폼을 입은 박병호는 1회말 2사 1, 2루에서 키움 선발투수 후라도의 낮은 패스트볼(시속 149km)을 걷어 올려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선제 3점포를 쏘아 올렸다. 박병호의 시즌 22호 홈런이었다. 홈런과 타점에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는 주장 구자욱은 3회와 6회 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3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후라도를 상대로 솔로포를 날린 구자욱은 6회 무사 1루에선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때렸다. 시즌 32호, 33호 홈런으로 3타점을 추가한 구자욱은 시즌 타점을 115개(3위)로 늘렸다. 8회까지 9-2로 여유 있게 앞서던 삼성은 9회 마지막 수비에서 키움의 끈질긴 추격에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9회 등판한 베테랑 투수 오승환이 3분의 2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해 4안타를 맞는 등 6실점(비자책)하며 한 점 차까지 쫓겼다. 1루수 디아즈의 실책에 키움의 집중타가 이어지며 위기를 맞았는데 급하게 마운드에 오른 김재윤이 마지막 타자 장재영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1점 차 승리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김재윤은 다섯 시즌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를 기록했다. 시즌 개막 전 하위권 전력으로 평가받았던 삼성을 2위로 이끈 박진만 감독은 “선수단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남은 기간 부상 선수 등을 잘 관리해서 더 큰 목표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3위 LG는 잠실 라이벌전에서 4위 두산을 9-5로 누르고 준PO 직행에 1승만을 남겼다. LG는 두산과의 시즌 최종전을 승리하며 상대 전적 9승 7패를 기록했다. LG는 남은 4경기에서 1승만 추가하면 3위를 확정한다. SSG는 KT를 6-2로 꺾고 8월 22일 이후 한 달 만에 5위로 올라섰다. 전날까지 5위였던 KT는 SSG에 0.5경기 뒤진 6위가 됐다. 한화는 대전 안방경기에서 롯데에 8-4로 역전승하며 7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3연패를 당한 롯데는 8위로 떨어졌다. 광주에서 열릴 예정이던 NC-KIA 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일찌감치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하고 한국시리즈로 직행한 KIA는 베테랑 타자 최형우와 김선빈을 엔트리에서 제외하며 본격적인 한국시리즈 준비에 들어갔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