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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학부과정에 방위산업학과를 개설하는 전북대학교는 23일 전주캠퍼스 대회의실에서 도내 방산기업인 다산기공, 데크카본, 비나텍과 업무협약을 맺었다.전라북도 김관영 지사를 대신해 김종훈 부지사가 참석했고, 전북대 양오봉 총장과 도내 3개 기업 대표가 모여 산·학·관 협력으로 탄생할 방위산업학과의 미래에 기대감을 안겼다. 전북대는 도내 3개 기업 외에도 6월 첫 주까지 한화시스템, 현대로템 등 모두 12개의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는 등 협력 기업을 늘려갈 계획이다. 양오봉 총장은 “10대 방위산업 핵심전략 중 전북대와 전라북도의 강점을 살린 커리큘럼을 마련해 방위산업 전문인력을 학부부터 육성해 산업체 취업, 대학원 진학 등 다양한 진로로 배출할 계획”이라며 “전라북도가 새만금을 차세대 방위산업과 첨단전략산업 기지로 육성할 계획인 만큼 방위산업학과의 개설은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고 말했다. 김종훈 부지사와 도내 기업 대표들 역시 전북대의 취지에 공감하며, 우리나라 방위산업 발전에 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것을 다짐했다. 전북대학교는 올해 중 방위산업학과를 계약학과로 설치하고, 내년부터 학생을 선발할 계획이다. 미래의 방위산업을 이끌 우수인재를 길러낼 방위산업학과는 군특성화고 출신자 전형을 채택하며, 졸업생은 희망기업에 100% 우선 취업하는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그린 수소 생산에 필요한 초고효율 촉매 기술을 담은 이중희 전북대 교수팀(나노융합공학과)의 논문이 에너지 소재 분야의 세계 최고 학술지인 ‘어드벤스드 에너지 머터리얼’의 4월호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이 교수팀이 규명한 초고효율 촉매 기술은 미래 에너지로 주목받는 그린 수소 생산 비용을 낮추면서도 기존 귀금속계 백금 촉매와 동등한 효율을 유지하는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세계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물 분해 방식으로 생산되는 그린 수소는 수전해 장치에 들어가는 고가의 백금 촉매 탓에 생산 비용이 값비싸 실용화의 최대 난제였다. 표지 논문명은 ‘분자 내부 단원자 금속이 상호 결합 된 맥신·몰리브텐설파이드 이종 구조체로 향상된 태양광 기동 수전해’로 연구에는 김남훈, 트란듀이탄 교수도 공동으로 참여했다. 이 교수팀은 금속에 들어있는 철 프탈로사이아닌과 산화바나디움, 프탈로시아닌 등 값싼 유기 화합물을 촉매로 활용해 기존 백금 촉매보다 비용은 1/10로 낮추면서도 동등한 효율을 내는 데 성공했다. 또 이 촉매제를 사용한 수전해 장치는 30시간이 지나도 수전해 효율 99% 이상을 유지해 85%에 그쳤던 기존 백금 촉매보다 월등한 내구성을 보였다. 이중희 교수는 “3년이 걸린 연구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과기부의 지역혁신을 위한 지역선도연구센터(RLRC)사업의 지원 덕분”이라면서 “한국이 미국 중국과 각축하고 있는 저비용·고효율 그린 수소 생산기술 경쟁에서 한발 앞서갈 수 있게 됐다”라고 연구의 의미를 짚었다. 연구팀은 개발된 촉매 기술 상용화를 위해 연구팀이 창업한 그린 수소 설비 전문 벤처 기업인 아헤스 주식회사에서 후속 연구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서울시 동작관악교육지원청이 지난달 시작한 장애인 학생 대상 ‘학교로 찾아가는 칼림바 음악 교실’이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칼림바란 아프리카 전통악기로 영롱한 음색이 듣는 이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게 특징이다. 크기가 작아 어디서도 연주가 가능하다. 이 사업에는 서울시 보라매병원의 서울 남부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가 함께하고 있다. ‘학교로 찾아가는 칼림바 음악 교실’은 서울시교육지원청 가운데 유일하게 진행하고 있는 특수교육 학생 대상 평생교육 사업이다. 관내 난향초 등 8개 초등학교 46명의 학생이 대상이다. 백민영 난향초 특수교육 교사는 “음악 교육은 정서적 감수성을 높이고 인지발달에 도움이 돼 특수교육 학생에게 매우 중요하다”면서 “칼림바 연주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자녀가 칼림바를 배우고 있다는 허 모 씨는 “아이가 연주를 통해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라고 했다. 지난달 4일 개강한 ‘학교로 찾아가는 칼림바 음악 교실’은 학교별로 6회씩 진행되며 7월까지 운영된다. 김경희 동작관악교육지원청 평생교육건강과장은 “특수교육 학생들의 행복지수를 높이고 정서 안정을 위해 맞춤형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해 제공하겠다”고 말했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IB가 도입되면 상위권일수록 사교육을 더 받는 패턴이 바뀔 수 있다.” 국제 바칼로레아(IB)가 사교육을 폭발시킬 것이라는 세간의 인식과는 정반대의 주장이 14일 서울시 동작관악교육지원청 주최 IB 연수회에서 나왔다. 상위권일수록 사교육에 의존하는 게 IB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사로 나선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IB가 사교육을 유발할 거라는 우려가 있다”는 방청객 질문에 “IB 프로그램에선 교사마다, 학급마다 다른 수업과 시험이 이뤄지기 때문에 사교육 시장이 존재하기 위한 규모의 경제가 나올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금도 특목고, 자사고에 들어가기 위해선 사교육에 의존하는데 모든 학생이 아닌 상위권 학생들만 대상으로 IB를 도입한다면 진학 경쟁으로 사교육은 더 극성을 부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 NGO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019년 IB 도입과 사교육 유발 효과에 대한 검토를 한 뒤 △IB가 특목고, 자사고에 본격 도입되면 진학을 위한 사교육은 폭발할 것이지만 △IB 교육으로 사교육은 지금보다 늘어나지 않으며 △IB에 바탕을 둔 KB(한국형 바칼로레아) 패러다임으로 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동작·관악구 학부모와 관내 교원 1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3시간 30분 동안 열린 IB 연수회에서 이 소장은 IB 교육과정과 평가의 상세한 예를 소개하고, IB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것들을 바로잡는 데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이 소장은 학교 폭력이 세간의 화제인 걸 염두에 둔 듯 “IB에서 고득점을 받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논리가 얼마나 풍부하고 완성도 높은지가 중요한데 이는 다른 사람의 논리를 알아야 완성될 수 있는 것”이라며 “한 일본 중학교 교장이 IB 프로그램 도입 후 학생 간의 소통이 활발해져 이지메(왕따)가 줄어서 놀랐다”라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나아가 IB가 세계 최초로 논술 시험에서 챗GPT를 허용하는 데서 자신만의 논리를 구성하는데 필요한 수단 활용에 융통성을 발휘하는 IB만의 특징을 설명했다. 이날 IB 연수회는 서울시 교육청의 한국형 바칼로레아(KB) 예산 10억여 원이 추경으로 확정된 뒤 하루 만에 열리는 것이어서 IB에 대한 조희연 교육감의 의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됐다. 서울시 의회는 지난해 12월 서울시 교육청이 요구한 ‘한국형 바칼로레아(KB) 구축을 위한 탐색학교 운영’ 예산 26억 원을 전액 삭감한 바 있다. 이에 서울시 교육청은 “서울형 교수 학습 시스템을 보완하고 교사 협력 및 서·논술형 쓰기 중심의 평가 모델을 만들어 학생들의 비판적 창의적 사고를 기르는 기회를 상실”했다며 유감을 표명했었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조 교육감은 KB는 IB 체계를 바탕으로 세워지는 것이어서 IB 탐색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오정훈 동작관악교육지원청 교육장은 “IB를 제대로 공부하고 적극적으로 분석해야 서울교육이 추구하는 미래 교육에 도움이 되는 요소를 찾을 수 있다”라면서 “교사들의 IB 경험을 늘려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윤석열 정부의 120대 국정과제에는 ‘창의적 교육으로 미래 인재를 키워내겠다’는 약속이 있다. 이 약속에 따라 교육부가 추진하는 5개의 국정과제 중 하나는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이다. 9월 발표 예정인 글로컬 대학 선정에도 지방대학을 육성해 국가 균형 발전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들어 있다. 정부는 우선 10개의 지방대학을 글로컬 대학으로 시범 선정해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하고 앞으로 3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지방대학들은 글로컬 대학 선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학 혁신, 재정 충족, 인지도 향상에 도움이 되는 등 부수 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6일 전호환 동명대 총장을 만나 글로컬 대학 구상을 들어봤다.● 동명대의 전략은 무엇인가. “혁신과 지속 가능성이다. 혁신은 국내 최초로 시도한 무학년·무학점·무티칭 등 3무(無)를 바탕으로 한 두잉(Do-ing)대학과 한 해 3학기 프로그램이다. 지속 가능성은 외국 유학생이 정원의 50%가 되도록 국제화하고, 캠퍼스에 경상국립대 동물병원 분원 설립과 작년에 신설한 반려동물대학을 기반으로 펫파크 등을 활용한 수익사업을 확대해 안정적인 재정을 확보하는 것이다.” ● 두잉대학 확산과 1년 3학기제 실시가 왜 혁신인가. “두잉 대학과 1년 3학기제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두잉에서 강조하는 건 어떤 세상이 와도 살아남는 힘이다. 실천적인 힘을 말하는 것인데 강의실에서 이뤄지는 주입식 교육으로는 길러질 수 없다. 세상에 나가 부딪치고 실패하면서 자신만의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과거의 틀을 벗어나기 위해 어떤 것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이 두잉 대학의 3무에 들어 있다. 3학기제는 수업-인턴-수업으로 구성돼 있는데 산업체의 유급 인턴이 필수다. 현장 실무를 익히고 현장의 과제를 캠퍼스로 가져와 교수와 함께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른다. 필요하면 학기를 더 확대해 나갈 것이다.”● 입학 정원의 반을 외국 학생으로 채우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부산의 국제화에 동명대가 이바지하겠다는 것이다. 부산은 한국의 동남부와 일본의 큐슈까지 포함해 가장 큰 도시이다. 동북아 국제화의 중심도시가 될 수 있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학내 혁신과도 관계 있다. 일본 벳푸에 있는 리츠메이칸 아시아퍼시픽대학(APU)의 외국인 학생 비율은 2022년 기준 46% 정도로 일본에서 가장 국제화된 대학이다. 동명대는 APU를 벤치마킹하는데 유학생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이 대학이 이룬 혁신 때문이다. APU는 일본의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시기에 세워졌지만, 성공한 혁신대학의 모델이 됐다. APU는 한국 대학이 처한 상황보다 더 어려운 가운데서도 차원이 다른 전략을 구사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우리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본다.” ● 유학생 비율이 높아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구조조정도 될 것 같다. “구조조정이 목표가 아니라 혁신을 통해 학교가 가벼워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학과 사이의 칸막이가 없어질 것이고,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을 위한 창의와 도전이 대학의 문화로 자리 잡을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대학을 지원할 때 학생 수를 줄이거나 대학 간 통폐합을 평가하는데 점수를 줬다. 그렇다 보니 대학에서는 혁신 전략보다 안 되는 학과 위주로 정원 조정이 일반화됐다. 교육부의 글로컬 대학 선정에도 구조조정 항목이 있지만, 숫자 뒤에 들어 있는 혁신 의지가 더 중시돼야 한다. 우리 대학은 앞으로 2030년까지 입학 정원을 1000명 수준으로 줄여나갈 것이다. 공과대학 중심에서 벗어나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미래 사회에 필요한 학문 개설은 물론 학생 중심 전공 선택이 되도록 과감히 바꿀 것이다. 학령인구 급감, 시대 상황 변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구성원들의 생각과 바람이 들어간 질서 있는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 글로컬 대학의 시작은 지역이다. 동명대는 부산의 발전에 어떻게 이바지할 계획인가. “부산의 목표는 글로벌 항만 도시가 되는 것이다. 최근 부산은 교육부의 라이즈 사업(지역혁신 중심 대학 지원 체계)에 선정되면서 스마트 항만물류, 친환경 스마트 선박, 청정에너지 융합부품 소재 육성을 핵심 과제로 선정하고 대학과 협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동명대는 이 가운데 스마트 항만물류와 스마트 선박 분야에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부산의 뛰어난 자연환경, 스마트 도시, 인구 고령화에 필요한 헬스 케어에 역량을 발휘함으로써 시민의 삶의 질 개선에 이바지할 수 있다. 경상국립대 동물병원이 캠퍼스 안에 건립되면 반려동물 케어와 산업육성과 함께 반려동물대학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다. 또 부산의 실버세대를 위한 평생교육과 더 나은 삶을 제공하기 위한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부산=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원주 한라대는 2021년부터 4차산업의 핵심 역량을 키우기 위해 신입생들에게 ABCD(AI-BigData-Coding-Design)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이 교육을 통해 19명의 학생이 글로벌 설계회사 다쏘시스템이 개발한 국제 인증시험인 카티아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 자격증은 실물 제작 전 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가능케 하는 버츄얼 트윈 기법이 적용된 것으로 모빌리티 설계 핵심기술이다. 한라대 미래모빌리티공학과에 입학한 신입생들은 입학 전 ‘첫 단추 새내기 ABCD’ 프로그램 수강으로 4차산업 핵심기술에 입문한다. 이들은 지난달 2일부터 이달 6일까지 하루 2시간 이상 ‘청출어람’ 프로그램 집중 수업을 들으며 자격시험에 대비했다. 학과에서는 신입생들의 교육을 위해 온라인 교육과정과 버추얼 트윈 실습 환경을 구축하는 한편 기업 실무자와 선배들과의 멘토-멘티를 맺게 했다. 신입생 가운데 제일 먼저 자격증을 취득한 홍경서 씨(20)는 “체계적인 학습 프로그램과 멘토 및 교수님의 가르침 덕분에 생각보다 빨리 자격증을 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과는 카티아 자격증을 획득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제작 실무 과정에 입문케 하는 등 모빌리티 설계 실전 역량을 길러줄 계획이다.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서울시교육청 동작관악교육지원청은 지난달 말 ‘2023 한 번에 따라 하는 학교 폭력 사안 처리’ 자료집을 제작해 관내 103개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 등에 배포하고 행정 처리에 활용하고 있다. 자료집은 학교 폭력 사안 처리 절차에 맞는 조치사항과 표준화된 양식을 제시해 담당자의 업무역량을 높이면서 업무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제작됐다. 교육지원청은 이 자료집을 교사 대상 학교 폭력 연수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2023 한 번에 따라 하는 학교 폭력 사안 처리’ 자료집에는 △학교 폭력 신고·접수 △가해 학생 조치 사항 △학교생활기록부 관리 등 학교 폭력이 발생할 때 필요한 시행문과 양식이 들어 있다. 수록된 QR 코드를 통해 관련 법령 및 자료들도 파악할 수 있다. 김용국 동작관악교육지원청 학교통합지원센터장은 “이번 자료집은 서울시교육청이 만든 ‘학교 업무담당자를 위한 알·쓸·소·중(알아두면 쓸모 있고 소소해 보이지만 중요한 것들)’과 교육부의 ‘학교 폭력 사안 처리 안내서’와 함께 학교 폭력 처리 표준화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지원청은 자료집에 학교 폭력 법령·지침 개정과 새로운 사례·내용의 변화도 반영할 계획이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윤석열 정부의 대학 정책이 짜임새 있게 진행되고 있다. 대학과 교육이 지역 균형발전의 핵심이라는 인식에 따라 계획된 정책이 제대로 실행될 경우 그 파급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지역 균형발전은 주요 국정과제였지만, 교육과 대학을 지역 균형발전의 핵심으로 내세운 건 윤석열 정부가 처음이다. 정부의 의지는 이달 초 발표한 7개 지역의 라이즈 사업(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 체계) 선정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그동안 대학 육성은 교육부의 평가와 지원을 통해 이뤄졌는데 라이즈 사업이 실시됨으로써 지방정부 주도의 대학 육성이 가능해졌다. 정부가 국립대 사무국장을 지낸 교육부 고위 공무원들을 광역 지자체에 지역협력관으로 파견해 지방정부의 대학 육성에 조언하게 한 것도 지자체의 대학 정책 수립에 도움이 될 것이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는 현 정부의 정책에 동의하면서 4년 정도 남은 시간에 효과를 낼 수 있는 제안을 하고자 한다. 지방대학 육성을 위해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에 이양했음에도 성과가 나지 않으면 지역 주도의 대학 육성의 기회가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첫째 국가거점국립대 중심 대학 육성이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9개의 국가거점국립대는 광역 지자체에서 가장 큰 고등교육 기관이자 지역 발전의 보루다. 이 대학들이 흔들리면 지방은 걷잡을 수 없이 쇠퇴할 가능성이 크다. 국가거점국립대는 연구 중심 대학 전환을 통해 지역발전의 성장 동력이 돼야 한다. 라이즈 사업에서도 국가거점국립대의 역할이 더 강조돼야 한다. 지방정부에서도 국가거점국립대 중심의 대학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을 것이지만, 중앙정부의 의지가 더해지면 효과는 더 빨리 나올 수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3년간 사상 처음으로 국립대를 위해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예산에 1조7200억 원을 배정했다. 하지만 라이즈 및 글로컬 대학 육성에 국가거점국립대의 역할을 자주 언급하지 않아 지방정부가 국가거점국립대의 가치를 과소평가할 우려가 있다. 둘째 KAIST(한국과학기술원), UNIST(울산과학기술원) 등 6개의 과학 특성화 대학 육성도 고려돼야 한다. 이 대학의 일부 학과는 반도체, 배터리 등 한국의 먹거리는 물론이고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연구 역량이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와 있다. 과학 특성화 대학과 국가거점국립대, 국책 연구기관, 기업의 융합을 통해 대학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 균형발전의 주춧돌이 돼야 한다. 일례로 UNIST는 2022년 펴낸 ‘유니스트 경제적 효과’에서 UNIST의 2020년 경제적 영향이 1조6815억 원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융합하면 더 큰 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반경 30km 내에 GIST(광주과학기술원), 전남대, KENTECH(한국에너지공대) 등 연구 중심대학 3개가 모여 있는 광주·나주 사례의 창조적 이용이 필요하다. 위 대학들은 각각 AI(GIST), 바이오·헬스 및 AI(전남대), 미래 에너지(KENTECH) 분야에 경쟁력을 갖고 있다. 대학과 기업, 국책연구소가 협업하면 대학 주도 지역 균형발전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셋째 지방정부의 교육과 대학에 대한 인식 개선이다. 지금까지 많은 지방정부에서는 기업 유치에만 공을 들였지, 대학이 중심인 콘텐츠를 통한 성장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정부예산 수십 조원이 교육과 대학을 통해 지방정부에 지원되는 만큼 이를 활용하는데 필요한 의식과 전문성을 쌓아야 한다. 만약 이 예산들이 지방정부 수장들의 선거용 인기 영합 정책에 쓰인다면 지역 균형발전과 대학 발전을 바라는 정부와 대학의 염원을 차버리는 게 될 것이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교육이 지방을 살릴 수 있을까. 이 질문에 ‘가능하다’라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에서 숫자로 나오고 있다.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의대 등 사교육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가능성을 일깨우는 교육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의미가 크다. 표선면에서 주목해야 할 숫자는 인구수다. 지역소멸을 걱정하던 표선면은 유아, 청소년과 3040 학부모의 유입에 따라 인구 역전에 성공했다. 표선면 인구는 2019년 말 1만2284명에서 2022년 말 1만2526명으로 242명이 늘었다. 세대수는 228가구가 증가했다. 강연호 제주특별자치도 의원(국민의힘·서귀포시 표선면)은 “유입 인구의 80%는 육지에서 왔고, 20%는 도내 이동”이라고 했다. 이들 상당수는 국제바칼로레아 프로그램(이하 IB) 교육을 받기 위해 육지에서 온 초·중학생이라는 추정이다. 표선초 재학생은 IB를 도입한 2020년 238명에서 2022년 335명으로 97명이나 늘었다. 표선중도 같은 기간 94명이 늘었다. 전학생은 각각 95명과 36명이 증가했다. 표선면에 외부 인구 유입이 없었더라면 표선면은 지역소멸 초읽기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IB를 도입한 전교조 출신 이석문 전 제주도교육감은 “표선 지역 초중고교 입학생이 없어서 표선중과 표선고의 통합을 고민하다가 교육으로 지역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IB를 도입했다”라고 설명했다. 표선면의 2022년 출생아 수는 26명, 인구소멸 위험지수 0.37로 2019년 0.44에 비해 더 악화한 상황이었다. 인구소멸 위험지수 0.2 미만은 소멸 고위험 단계다.IB가 이끈 인구 증가표선면의 인구 증가는 표선 초중고교의 IB 도입 덕분이다. IB란 1968년부터 시작된 국제공인 교육프로그램으로 교육 목표와 일치하는 교육과정과 서술형 평가를 통해 학생의 진정한 성장을 추구한다(동아일보 2023년 1월 26일 자 기사 참조). IB에서 진정한 성장은 미래의 핵심 역량인 4C(협업, 소통, 창의, 비판적 사고)가 읽고, 쓰고, 말하기를 통해 길러지는 것을 말한다. IB는 진학 위주의 한국 교육을 대체할 대안으로 부상하며 세력을 넓히고 있다. 대구 92개교, 경기 25개교, 제주 12개교, 부산 10개교에서 한국어 IB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표선면의 인구 증가는 2020년 9월 표선초가 IB 관심 학교에 선정됐을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IB 초등 프로그램은 관심-후보-인증학교를 거치면서 체계화된다. 주입식 교육과 경쟁 교육을 대체할 교육을 찾던 전국의 학부모들이 뛰어난 자연환경과 함께 자신만의 생각을 키워주는 교육에 관심을 가지면서 제주로 몰렸다. 네이버에 ‘국내 IB 학교 부모 카페’를 운영하는 네 자녀의 엄마 이혜선 씨도 그해 제주로 이주했다. 표선면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임호준 씨는 “2020년 말부터 육지에서 표선면의 방 2개 이상을 갖춘 빌라를 찾는 전화가 많이 왔다. 표선초 입학이 가능한 표선리 매물을 주로 찾았는데 수요가 넘쳐 연세(年貰)가 30∼60% 정도 올랐다. 현재 서너 곳의 건설 현장에선 100실 규모의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표선면 인구 유입비 1인당 1400만 원표선면의 인구 증가는 가성비가 뛰어나다. 서귀포를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 있는 대정읍의 제주영어교육도시와 비교했을 때 진가가 드러난다. 2019년 하반기부터 2022년까지 제주 IB 학교 12개에 들어간 총예산은 34여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 안에는 IB 사무국에 내는 분담금, 교사 지침 번역비, 교사 연수비, 교육 환경 시설 투자비, 교사 숙소 임차비, 산학 겸임 강사비, 홍보비 등 IB 프로그램을 위한 모든 비용이 들어 있다. 교육투자를 통해 사용한 비용은 1인당 1400만 원 정도다. 1400만 원을 쓴 게 많은 것 같지만 에듀푸어를 양산하는 국내 교육 현실을 고려하면 적은 비용이다. 학교에 들어간 IB 투자비 대부분은 교사의 역량을 높이고, 교육 환경 개선에 쓰이는 만큼 교육의 내실화에 긍정적이란 평가도 있다. 앞으로 IB를 도입하는 교육청이 늘어날수록 IB 사무국에 내는 평균 분담금은 줄어드는 등 1인당 투자비는 감소할 전망이다. 교사에 따라, 또 학급마다 다른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IB 프로그램 특성상 사교육의 지형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IB 프로그램을 하는 제주 NLCS(노스 런던 칼리지 스쿨)의 경우 상위권일수록 사교육을 덜 받고 중하위권 학생일수록 학습 결손을 위한 사교육을 받는 경향을 보였다”면서 “상위권이 사교육에 시간과 비용을 더 쓰는 통계가 보고돼 온 국내 학교와 다른 패턴을 보인다”라고 했다.제주영어교육도시 인구 유입비 1억7200만 원제주영어교육도시는 2008년 노무현 정부 때 해외 유학과 어학연수를 대체하기 위해 시작된 사업으로 지금까지 1조9000억 원이 투입됐다. 서귀포시 대정읍 일대 3,790,597㎡(약 115만 평)에 국제학교 7개를 유치해 2만 명의 상주인구가 목표였지만, 4개 국제학교 유치와 활동 인구(학생, 학교 종사자, 주민)는 1만1000명에 머물고 있다. 제주영어교육도시가 1인당 인구 유입에 쓴 사업비는 1억7200만 원으로 세종시의 2배, 원주기업도시의 4.3배 등 전국 혁신도시 사업비 중에서 최고다. 1㎡당 사업비도 1.2∼5배가량 많다. 제주영어교육도시에 유입된 인구는 비싼 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는 상류층일 가능성이 크다. 4개 국제학교 가운데 IB 프로그램을 도입한 2개 학교의 수업료와 기숙사비는 중고교 기준 연간 3600만∼4400만 원 사이지만, 여기에는 수백만 원에 이르는 교복값과 방과 후 클럽 활동비가 들어있지 않다. 자녀가 국제학교에 다니다 표선고로 옮긴 한 학부모는 “중고생 기준 연 교육비가 6000만∼8000만 원이다”라고 했다. 제주영어교육도시의 4개 국제학교에는 현재 4813명의 학생이 재학 중인데 이 가운데 내국인은 4444명이다(제주도교육청 자료).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는 2013년 제주영어교육도시 조성 이후 유학수지 절감 누적 금액이 2022년 기준 1조 1196억 원이라고 밝혔다. 유치원부터 고교 3학년까지 교육과정을 운영 중인 국제학교에는 일부 학년에 대기자가 많아 근처 국내 학교에 다니다 국제학교로 옮기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IB, 한국 교육 해법 될까한국 교육은 1995년 5·31 교육개혁 이래 어떤 혁신도 이뤄지지 않은 채 악화해왔다. 객관식 대입 시험과 문제 풀이 위주의 일방통행식 교육 탓이다. 누구나 교육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고치지 못했던 것은 대입과 연계된 제대로 된 교육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입 시험만을 교육 정책의 골간으로 삼아 갑론을박을 벌이면서 교육의 근본을 바꾸지 못한다면, 280조∼360조 원을 쓰고도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는 출산 정책의 판박이가 될 수 있다. 한국 교육이 갈팡질팡하는 사이 아이들은 신음하고 있으며 에듀푸어가 양산되고 있다. 질문 능력이 강조되는 시대에 챗 GPT가 1분이면 답을 하는 걸 12년 동안 배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호환 동명대 총장은 “대학 선택의 기준이 점수와 지역인 것은 초중고 교육이 진학 위주인 탓도 있다. 지역대학의 혁신이 지역 발전의 마중물이 되려면 지금부터라도 초중고 교육과 대학 교육이 혁신적 동행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장민주 씨(표선고 3학년 박가영 학생 어머니)는 “가영이가 대학을 안 가도 된다”라고 말한다. 3년간의 IB 교육을 통해 “자신만의 생각을 가졌기에 어떤 세상이 와도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IB가 교육의 주체인 교사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도 강점이다. 이혜정 소장은 “아이들이 변하는 걸 본 교사들이 노력하고 있다”라면서 “교과 내용 전문성이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 교사들이 IB를 통해 잠재력을 발휘하고 있다”라고 했다. IB를 경험한 교사들이 학부모 민원이나 잡다한 공문 처리보다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와 수업 설계, 학습 부진아 끌어 올리기 등 수업과 직결된 영역으로 관심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타인과 경쟁이 아니라 자신과 경쟁이 강조되는 IB 교육철학 덕분에 학교 폭력과 정신 질환 등 경쟁 교육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이 현저히 줄어든 것도 교사들의 교직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의 IB 프로그램은 국가가 인정한 교육 가운데 하나로 IB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도 대학에 들어갈 수 있어서 기존의 교육 방법이 갖는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IB 고교 과정(DP)을 이수한 학생은 수능 최저가 없는 수시 학생부종합전형과 논술 전형 등으로 국내 대학 진학의 문이 열려 있다. 2024학년도 대입 시험에선 44개 대학에서 2만 5055명을 △학생부종합전형 △학생부교과전형 △SW, 특기자, 실기전형 △논술 전형으로 뽑는다.IB 확대와 지역 균형발전제주도에서 IB 프로그램은 김광수 교육감의 ‘제주형 자율학교’에 포함돼 있다. 제주형 자율학교란 특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로 7개 유형으로 분류되는데 총 76개교가 있다. 김 교육감은 “작년 말 IB 학교를 8개 추가한 것은 학생 중심 교육으로 미래 역량을 키워가는 학교를 지원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또 “제주영어교육도시에 제주도 교육청의 관리를 받으면서 영어로 교육하는 유치원과 초중교를 설립해 영어교육 도시의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했다. IB를 통한 교육 가치의 극대화를 위해선 정치권의 관심과 지원이 꼭 필요하다. 강연호 의원은 “교육이 지역을 견인한다는 것을 체감했다. IB의 확대를 위해 여야가 힘을 모으겠다”라고 했다. 강 의원의 계획은 야당 의원들로부터 지지받고 있다. 제주시 중심인 연동에 지역구를 둔 양영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IB 교육은 이에 부합한다”라면서 “도정 질의 때 교육감에게 지역구에 IB 초등학교 지정을 요구했다”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때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지낸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시 갑)은 “제주는 인구 70만에 불과하지만, 다양한 지역 균형발전 정책을 펼 수 있을 정도로 지역 사정이 다르다. 여기서 교육을 통한 인구 증가 및 한국 교육의 개선점을 찾아내 지역 균형발전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오영훈 지사 및 중앙정치권에 제주가 갖는 의미를 알려 제주의 교육 개혁이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지역소멸 위기에 몰렸던 표선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구 증가 및 질적 변화는 ‘교육이 사람을 모을 수 있다’라는 가능성을 높여주는 긍정적인 신호다. 윤석열 정부는 교육과 대학이 지역균형발전의 핵심임을 천명하고 실행 중인데 ‘교육=지역 성장 동력’임을 증명하는 사례가 나타난 것이다. 윤 정부가 강조하는 교육은 점수가 강조되는 것이 아닌 아이들의 미래에 필요한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다. IB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한국 교육이 가졌던 잠재력을 새롭게 한다. 김대규 남원 용북중 교장은 “서남대 폐교로 지역소멸로 치닫고 있는 남원에 IB 교육이 도입되면 유아와 청소년을 모을 수 있어 지역 발전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표선=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IB) 교육 프로그램을 대학입시와 연계하기 위한 ‘IB, 공교육 도입 의의와 과제’ 공청회가 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공청회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 경기도교육청, 대구시교육청, 부산시교육청이 공동 주최했다. IB는 1968년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비영리 교육재단인 IBO가 개발한 국제 공인 교육 프로그램이다. 탐구학습을 기반으로 학습자의 내적 성장을 추구한다. 프랑스의 논술형 수능 시험인 바칼로레아와 이름은 비슷하지만 국제 대입 과정의 개념으로 특정 국가가 아닌 IBO 사무국에서 주관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IB의 평가는 논술, 서술 및 프로젝트 기반의 정성평가로서 공정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평가와 일치하는 교육과정을 엄격히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세계 159개국 5725개 학교에서 도입했다.● IB 시험 결과 정시 반영이 핵심 공청회에선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과 권오현 서울대 교수가 IB 고교과정(IBDP) 국내 도입이 공교육 개혁에 이바지한 내용과 IBDP 이수자들이 겪는 대입 관련 쟁점에 대해 각각 발제했다. 임영구 제주 표선고 교장은 표선고의 IB 프로그램 도입 현황을 소개했다. 김지현 경북사대부고 교사와 박지영 대구 포산고 교사는 IBDP에서 수학 및 역사 과목의 평가 사례를 발표했다. 이 소장은 “한국형 바칼로레아(KB)로 가기 위해선 IB를 더욱 확산시키고 수시 문호 확대와 정시 반영으로 대입 연계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입학본부장을 지낸 권 교수는 “공교육에서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IB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이 정시에 지원할 수 없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면서 “IB 시험 결과를 대학입학 자격고사 중 하나로 인정하고, 향후 수능 성적과 동일한 위상을 부여하는 방안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공청회가 주목받은 것은 △IB로 대학에 진학하는 길을 넓히기 위한 구체적 논의가 이뤄졌고 △국회 교육위 소속이 아닌 여야 의원이 IB 확산 걸림돌 해결을 위해 손을 잡은 것과 △IB가 활발한 교육청과 IB를 준비 중인 교육청이 공동 주최자로 나서 IB 확산에 대한 의지를 밝혔으며 △IB의 실제 수업 사례 제시로 방청객들에게 한국 교육과 IB 교육의 다른 점을 알렸다는 데 있다. 한국 교육은 훌륭한 교육 목표를 갖고 있지만, 평가가 목표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문제를 안고 있다. IB는 이 괴리를 해결할 대안 교육 프로그램으로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수능 최저 기준 면제 및 정시 반영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5개 기관이 공동 주최자로 나서 국회에서 공청회를 연 배경이다.● 수시 학생부종합전형과 논술 전형만 가능 IBDP는 우리 고교 과정과 달리 2년이다. 11월에 최종 시험을 봐서 1월 초에 성적이 나온다. 평가는 3주 동안 이루어지며 만점은 45점이고 24점 이상을 받아야 졸업증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재외 국민 전형으로는 IBDP 점수를 인정하는 대학이 여럿 있지만, 국내 고교 출신들은 IBDP 점수를 대입에 반영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수능 최저 등급 점수 제출 요구가 없는 수시 학생부종합전형과 논술전형에만 지원할 수 있다. 이 소장은 “IB 이수 학생도 수능에 응시할 수는 있다. 그러나 IBDP 최종 시험 기간에 수능을 치러야 하고, 탐구 기반 학습에 익숙한 학생들이 킬러 문항이 들어간 수능에 약할 수밖에 없어 현실적으로는 응시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IBDP 이수자들은 사실상 수시로만 대학 진학이 가능하기에 IBDP를 도입하고 있는 고교와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지역에서 공격적인 확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달 말 25개 IB 관심 학교를 선정할 예정인데 고교는 아예 제외했다. IBDP가 대입 전형과 제대로 연계가 안 된 상황에서 일선 고교에 도입할 경우 학생들에게 혼란과 부담을 준다는 도의회의 의견을 교육청이 받아들인 결과다. 부산시교육청도 IB 시범학교를 10개(초등학교 7개, 중학교 3개) 선정했으나 같은 이유로 고교를 제외했다. IBDP는 IBO로부터 인증받은 ‘인증학교(World School)’만이 운영할 수 있는데 현재 국내에는 대구 3개 고교(경북사대부고, 대구외고, 포산고)와 제주 표선고 등 4개교가 전부다. 이들 학교는 영어를 제외한 나머지 과목을 한국어로 가르친다. 대구 3개 고교의 IBDP 이수 학생은 학교당 1개 반 15∼30명씩 총 75명이고, 표선고는 3학년 전체 5개 반 125명에 불과하다. 대구는 IB 반을 학생이 선택할 수 있게 했고, 제주는 전교생이 IB 수업을 받는 구조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이수 학생 수에서 차이가 난다. 이 밖에 경기외고가 IBDP를 2011년부터 운영하고 있는데 국어를 제외하고는 모두 영어로 수업하고 있고 학비를 학생이 부담한다는 점에서 대구, 제주와 차이가 있다.● IB 공론의 장 올라가나 IB의 대입 전형 연계는 이날 공청회를 계기로 활발하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위 소속이 아니면서 공청회를 주최한 하태경 의원은 “현재 우리 교육으로는 아이들이 미래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데 IB가 교육을 변화시킬 수 있다”며 “수능 단독 체제는 다양성의 시대에 맞지 않고 학생의 선택권을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IBDP 점수를 대입 정시에 연계하는 법안을 이번 달 내로 발의하겠다”고 했다. 하 의원은 2017년부터 IB 연구를 해왔다. 그는 21대 총선 출마 1호 공약으로 IB 도입을 내걸었는데 그의 지역구는 부산에서 사교육이 가장 활발한 해운대다. 위성곤 의원은 “IBDP 이수 학생들이 수능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보장을 위해서 주최자로 나섰다”고 했다. 그의 지역구인 서귀포시 표선면에 있는 표선고 IBDP 이수 학생은 전국에서 가장 많다. IBDP 학생들의 대학 진학을 IB 확산의 가늠자로 삼겠다는 제주도교육청의 정책에 학생과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IBDP의 정시 반영은 지역 현안임과 동시에 교육적 현안이 됐다. 한편 이주호 교육부 장관도 지난 연말 경북대 사범대학 부설 중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IB는 암기, 시험 위주의 교육을 탈피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다”며 “확신이 들면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대입 연계 주장 IB 효과 확신이 배경 IB의 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대구에서는 교사들이 IB 확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초중고교에서 모두 IB를 실시하고 있는 표선면에서는 IB 교육을 받으려는 전학생이 눈에 띄게 늘어 교육으로 지역 회생이 가능하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표선면은 지난해 출생아 수 22명, 소멸 위험 지수 0.37로 소멸 위험 지역에 해당됐지만 전학생은 대폭 증가했다. 표선초의 경우 2020년 재학생 240명에서 지난해 336명으로, 표선중은 306명에서 365명으로 늘었다. 만년 학생 부족이었던 표선고도 127명에서 140명으로 늘었다. 전교조는 IB 프로그램 도입에 반대하고 있지만, 이 두 지역에서는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학생의 눈에 띄는 변화 때문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2명의 주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IB 교육을 위해 대구로 이사할 예정이다”면서 “대입 연계가 안 돼 불안했는데 오늘 논의가 이어져 사회적 공감대를 얻으면 IB로도 충분히 대학에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 총장으로 유일하게 참석한 전호환 동명대 총장은 “초중고교에서 주입식 교육을 벗어나 시대 흐름에 맞는 교육을 도입해야 미래 세대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수 있다”며 “IB의 대학판인 무학년·무학점·무티칭이 골격인 동명대의 두잉(Do-Ing) 대학에 IB의 가치를 입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교육자유특구는 윤석열 정부가 교육 개혁과 지역균형발전의 핵심으로 내세운 정책으로 교육과 지역발전을 융합한 최초의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시범 운영 등 향후 일정은 아직 ‘준비 중’이다. 역대 정부는 교육 개혁과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하기는 했어도 두 정책을 결합하는 정책을 펼치지 못했는데 윤석열 정부가 전인미답의 길을 가려 하고 있다. 교육자유특구는 성공해야 한다. 교육과 지역균형개발 해법 없이 한국의 발전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진학 위주의 한국 교육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효용이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희생양은 미래 세대를 비롯한 전 국민이다. 2022년 23조4000억 원에 달하는 사상 최고의 사교육비 지출, 에듀푸어의 양산, 코로나19로 인한 기초학력 저하와 수도권과 지방의 교육 격차 등 교육에서 비롯된 사회 문제는 한국의 발전을 위협하고 있다. 지역균형발전도 시급하다. 세계 어느 나라도 수도권 1극으로 국가발전을 견인한 사례가 없다. 한국만 유독 수도권에 인구와 재화가 집중하고 있고 지역은 소멸위기에 처해 있다. 지금까지 지자체들은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었지만 성과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성과는 대학에서 나왔다. 울산과학기술원이 있는 울산과 포스텍이 있는 포항,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이 있는 달성의 변화를 봤으면 한다. 연구중심대학을 발판 삼아 미국과 독일 심지어 중국도 지역발전을 꾀하고 있다. 1980년대 초반까지 SKY와 겨뤘던 부산대, 경북대 등은 연구중심대학 전환을 꾀하고 있지만 학생들에게 수도권 중하위 대학보다 관심을 덜 받는 상황에서 연구역량을 향상시키기는 어렵다. 지역에 있는 국립대학이 지역 및 국가 성장 동력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대통령이 강조하고 교육부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뒤를 받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3가지 제안을 한다. 첫째, 교육자유특구는 첫 시도인 만큼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지방의 자원 융합으로 교육자유특구를 만들려면 중앙에서 방향을 잡아주는 부처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현재 대통령실의 교육비서관만으로는 업무의 양과 폭, 조정에 한계가 있으니 교육과 지역균형개발 정책을 전담할 수석의 신설을 권한다. 둘째, 교육부 전문 인력의 지방 배치다. 상당수 지방정부에는 교육 전문가가 없을 뿐 아니라 ‘교육은 내 일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전 정부의 지자체 대학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RIS) 시행으로 대학이 지역에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됐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 방침은 30조원에 달하는 대학육성 정부 지원 자금을 순차적으로 지방에 내려보내 지방대학 육성의 권한을 지방에 넘기는 것이다. 정부의 의지와 자금을 지방에서 제대도 받아낼 환경을 만들지 못한다면 교육자유특구는 성공할 수 없다. 교육부의 전문 인력들을 지방에 배치해 지방정부의 교육정책 수립을 도와야 하는 이유다. 셋째, 창의성이다. 교육자유특구에는 지방 명문 초중고교와 대학도 있어야겠지만 핵심은 교육의 본령에 맞는 교육을 통해 미래 세대의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다. 다행히 대구, 제주에서 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 확산을 통해 진학 위주의 교육을 벗어나려는 시도가 교사 학생 학부모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IB 같은 역량을 키워주는 교육을 지역 자원의 결합을 통해 발전시키려면 창의성은 필수다. 스마트, 디지털, 체덕지(體德智) 등 미래 세대의 역량과 인성을 키워주는 교육 방법의 다양한 융합이 필요하다. 공부만 잘하는 학교 만들기 경쟁은 교육자유특구의 본래 취지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며 사교육이 발달한 수도권 학교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국제바칼로레아(IB) 프로그램 전도사다. 그는 한국에 IB의 씨앗을 뿌렸을 뿐 아니라 안착에도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대구의 IB 순항과 제주의 IB 실시, 경기 및 부산의 IB 도입 배후에도 모두 이혜정 소장이 있었다. 대구의 교사들은 이 소장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란 1968년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 교육재단인 IB 사무국이 개발, 운영하는 국제 공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프랑스의 대입 시험인 바칼로레아와는 이름만 비슷하지 전혀 관계가 없다. 탐구기반 학습을 통해 자기 성장을 추구한다. IB는 지난해 7월 기준 세계 160개국 5500여 초중고에서 실시되고 있다(본보 2022년 12월 29일자 참조). 교육공학 박사인 이 소장은 2014년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란 책에서 점수를 따기 위해 자기 생각을 갖기보다 타인의 생각을 따라가는 교육이 서울대에서도 일어나는 현실을 비판한 바 있다. IB의 확산은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윤 정부는 교육을 통해 인구 증가와 지역균형발전을 꾀하는 교육자유특구를 구상하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의 인구 증가는 표선초·중·고의 IB 실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 역시 전국의 많은 학부모로부터 IB 문의를 받고 있다. 6일 동아일보에서 “교육의 본질을 구현하기 위해 계란으로 바위를 치고 있는데 조금은 금이 간 느낌을 받는다”는 이 소장을 만났다.교육 목표와 괴리된 평가 바로잡아야-IB 프로그램을 주장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한국 교육은 훌륭한 목표가 있지만, 정작 평가가 목표를 측정하지 못하는 모순을 안고 있습니다. IB 프로그램을 도입해 목표와 평가의 괴리를 없애야 합니다. 저는 IB 교육을 받았던 첫째 아이와 한국 교육을 받은 둘째 아이와의 차이를 온몸으로 체감했습니다. 큰아이는 중학교 때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IB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제주국제학교로 전학 갔습니다. 처음에는 힘들어했지만, 적응하고 난 뒤에는 성장하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둘째 아이는 국사시험에 나오는 임진왜란 정유재란 병자호란의 순서를 알았지만, 전쟁 후 평화를 위한 합의가 어떤 의미인지 몰랐습니다. 두 아이의 차이를 가져온 교육이 서울대에서도 교수들의 생각만 추종하려는 학생들을 길러낸 것과 연관돼 있다는 생각에 IB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그래서 2017년에 쓴 ‘대한민국의 시험’에서 IB 교육의 강점을 설명했습니다.” 이 소장은 큰애 뒷바라지를 위해 제주에 머물렀던 3년 동안 두 권의 책을 냈는데 처음 낸 책이 위에서 언급한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이다.-평가에서 IB와 한국 교육은 어떻게 다릅니까. “IB 평가의 4분의 1은 지식의 숙지 정도를 측정하고, 4분의 3은 지식을 바탕으로 내 생각을 어떻게 비판적 창의적 통찰적으로 꺼내는가를 봅니다. 반면 한국 교육에서 평가의 대상은 100%가 주입된 지식의 양입니다.”-IB를 실시하고 있는 지역에서 평가의 공정성을 어떻게 확보했습니까. “한국은 점수가 최고의 공정성이다 보니 정성평가가 위주인 IB에서 과연 이게 통할지 학생도 교사도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해보니까 믿을 만하다는 신뢰가 형성됐습니다. 우리 사회가 신뢰의 자본을 축적하면 IB를 지지하는 사람도 많아져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창의력과 비판적인 사고는 누구에게나 필요-두 교육의 차이는 어떻게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칩니까. “한국 교육은 거대한 피라미드 하나를 향해 전 학생들이 질주하게 만들고 있지만, IB는 자신만의 피라미드를 만들어서 성장하게 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경쟁을 하게 합니다. IB는 어떤 수준에 있는 학생이라도 자신만의 생각을 가질 수 있게 하고 그것을 개발할 수 있게 합니다.” -IB가 모든 학생에게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창의력과 비판적인 사고, 나만의 논리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라 모든 학생에게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설거지에도 창의력이 들어가면 더 나은 식기세척기가 만들어질 수 있지요. 2017년 제가 충남도교육청 등과 충남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내신과 창의력 사이에 관계가 없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자질은 창의력이지만 현재 한국 교육으로는 보석이 있는 원석을 놓칠 수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한국에 IB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시는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지금까지 먹혔던 교육이 통하지 않게 됩니다. 이를 교육 패러다임 변화로 극복해 날개를 달아보자는 것입니다. 우리는 교육이 변해야 한다는 공감대와 뛰어난 교사,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문화 등 교육이 발전할 수 있는 훌륭한 환경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 IB가 가세하면 한국 교육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인프라가 될 수 있습니다. 또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 흐름을 놓친 구한말처럼 되지 말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나서 교육개혁을 이끌었고, 영국은 총리를 지냈던 토니 블레어가 우리의 수능인 에이레벨(A-LEVEL)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퇴물이 됐다면서 바꾸자는 주장을 해 공감을 얻었습니다.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들도 지도자들이 앞장서 교육을 바꾸는데 우리는 생각만 있지 바꾸려는 노력이 없습니다.”IB 반대 논리는 오해에서 비롯-진보 쪽에서는 IB를 귀족 교육, 상위권 교육, 사교육 폭발 교육, 교사들이 감당할 수 없는 교육, 외국에 돈을 내야 하는 교육 등으로 표현하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그런 말을 토론회 갈 때마다 듣습니다. 저는 반대하는 분들에게 최초로 IB를 도입하자고 한 쪽은 극진보였다고 말해 드립니다. 전교조 해직 교사 출신인 이석문 전 제주도교육감도 교사 시절 IB 교육을 하는 제주국제학교가 들어오는 걸 맨 앞에서 반대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감이 된 후 치열한 고민 끝에 2017년 광역 교육청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IB 교육을 하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IB 교육을 통해 반대 논리를 넘을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IB가 귀족 교육이나 엘리트 교육도 아니지만 설사 그렇다 해도 상위권 학생들만 받고 다른 학생들에게는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기회균등 차원에서도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중하위권 학생들에게도 유의미한 성장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강조합니다. IB를 한국어로 할 수 있으니 외국에 들어가는 돈도 많지 않고 그것도 학생이 부담하지 않습니다.”-제주 표선고의 예를 IB 교육이 가져온 긍정적인 효과로 자주 거론하시던데요. “농촌에 있는 표선고는 사교육과 거리가 멀고, 그런 지역에는 대개 수포자가 많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IB 교육을 한 학기 받고 난 뒤 수학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습니다. 수학적 개념을 활용해 탐구 보고서를 쓰는 기말고사 과제를 하면서 수학과 친해진 거였죠. 한 학생은 2차 방정식과 2차 함수를 이용해 드론으로 농약을 살포할 때 가장 적정한 높이를 탐구했고, 또 다른 학생은 잔디밭에 스프링쿨러가 안 닿는 부분에 물이 가게 하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IB에서는 자신만의 어젠다를 발전시키지만, 일반 학교는 문제로 평가를 하기에 이 학생들이 뭔가 모자란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교사들의 열정과 노력으로 이룬 IB-IB가 대구에서 안착하고 있는 건 교사들의 노력 덕이라고 들었습니다. IB에 반대하는 분들의 편견은 왜 생겼을까요. “주입식 교육만 받은 교사들이 창의적이지 않고, 일반 수업보다 몇 배는 더 노력을 해야 하는데 가능하냐는 의구심입니다. 그러나 교사들의 능력과 열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2017년 겨울 대구에서 백채경 장학사 등 3명이 생면부지인 저를 찾아와서 IB 교육을 꼭 해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들은 2010년부터 모임을 결성해 다양한 교수학습방법을 연구했는데 제 책을 보고 실마리를 찾았다고 했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찾아와 제게 도움을 요청한 것은 한국 교육이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2018년 2개 학교에서 시작한 대구의 IB 프로그램이 올해 92개 초중고교로 확산할 수 있었던 것도 교사들의 열정과 엄청난 노력 덕분입니다. 더 중요한 건 교사들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어려운 수학 대신 재미있는 수학. ‘수포자(수학 포기 학생)‘를 양산하는 한국 교육이 넘어야 할 산이다.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한 한국이지만, 한국 중·고생 사이에는 수포자가 넘쳐난다. 서울 관악구 난곡에 자리한 난우중은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난우 수학’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수호자(數好者.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를 만들기 위한 수학 교육을 하고 있다. 이 학교는 학생 스스로 수학 개념과 원리를 발견하고 터득하는 수업 방법을 도입해 수학에 대한 공포를 가시게 해준다. 특히 학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1학년 수학 수업이 주목받고 있다. 수업에서는 대안 수학 교과서인 ‘수학의 발견’을 활용하고 있는데 수학적 사고력을 기르는데 목표를 둔 신개념의 수학 교과서다. 이빛나 수학교사는 “1학년 수학 시간에 보조 교과서로 ‘수학의 발견’을 활용해 학생들이 수학 개념과 원리를 스스로 발견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서울시 교육청이 작년 1학년 학생들에게 지급한 태블릿 PC로 온라인 수학 교육 프로그램인 ‘데스모스 액티비티’에 접속해 효율을 높이고 있다”고 했다. “수업에서 답 맞추기보다 개념 이해와 이해한 걸 말과 글로 표현하는 걸 장려하다 보니 학생의 발표력과 표현력도 향상됐다”는 얘기다. 교사들은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드는 빨강(모르겠음), 노랑(약간 어려움), 초록(이해 됨)의 의미를 지닌 신호등 컵을 보고 학생들의 이해 정도를 파악하는 등 다양한 수업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학생들은 새로운 수학 수업을 처음에는 힘들어했지만, 지금은 학생-학생, 교사-학생의 소통을 통해 수학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수호자를 만드는 수학 수업은 수학교사들이 주 1회 공동 연구를 통해 학생 참여와 발견 중심의 수학 수업 방법을 연구한 덕에 만들어졌다. 기본 학력 담당 나미영 교사는 “학생들이 수학뿐만 아니라 모든 과목에 대해 고무줄 놀이처럼 시작하는 방법을 알고 이해하면, 고무줄 높이가 높아져도 재미있게 도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학생들이 교과목에 흥미를 갖도록 다양한 수업 방법을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1학년 수학 수업을 참관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선생님들의 노력과 디지털 기기가 융합해 수학 수업의 혁신을 가져왔다”며 “학생들이 공부하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데 도움을 주는 인공지능(AI) 기반 교육 플랫폼 확산에도 속력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IB(국제 바칼로레아)는 가성비가 최고인 교육입니다.” 교육 경력 35년째인 박재선 경북사대부고 교장(56)의 말이다. ‘가성비가 최고’라는 말은 지금의 한국 교육이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점수와 줄 세우기가 당연시된 한국 교육은 바뀔 수 없을까? 기자는 이 질문에 IB 프로그램 도입으로 답을 찾고 있는 대구의 초중고교를 12일부터 3일간 둘러봤다. 1968년 시작된 IB는 스위스에 본부를 둔 IBO 사무국이 개발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탐구학습을 통해 학생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구의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은 IB를 통해 ‘1등만을 위한 교육’을 깨고 있었다.● 학생 성장이 교사 변화의 동인 88개의 대구 초중고교에서 IB 프로그램이 연착륙할 수 있었던 것은 교사들 덕분이다. 박재선 교장은 IB가 교육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요인으로 “IB는 내재적 동기와 강력한 외재적 틀을 동시에 갖춘 것”을 꼽았다. 내재적 동기란 ‘학생들이 변하는 것’을 본 교사들이 변하는 것이고, 외재적 틀이란 학교 전체가 교육의 본령을 구현하기 위해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모두 교사가 중심이 돼야 가능한 것들이다. 교사들은 엄청난 노력으로 학생들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대구교육청은 IB 연수에 참여하는 교사들에게 어떤 금전적 보상과 인사 혜택도 주지 않지만, 교사들은 주말 및 방과 후 시간을 활용해 연간 수십 시간의 연수를 받고 있다. 기자가 만난 교장, 교감, 교사들은 예외 없이 “수업시간이, 학교에 오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교사들의 노력은 학생들의 “내재적 성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교사들은 아무리 IB 프로그램이 좋다지만 자기 표현, 글쓰기, 탐구 능력, 교사와의 공감과 소통, 평가에 대한 동의 등 평소 꿈꿨던 것들이 IB를 경험하며 실현되는 걸 보고 놀랐다고 했다. 3∼5:1의 경쟁을 뚫고 IB 디플로마(IB DP·고교과정) 월드 스쿨인 경북사대부고로 온 교사들은 “학생들의 바뀌는 질과 속도가 일반고와 비교할 수 없어서 놀랐다”고 했다. ● 통째로 변해야 가능한 IB IB 프로그램에서는 교사 1,2명의 개인플레이가 통하지 않는다. 시스템 교육으로만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학생의 내적 성장과 탐구 능력 향상을 위해 실시되는 다양한 형태의 수업과 융합 교육은 학교 시스템에서 나온다. 일례로 IB 프로그램에서는 중학교 과정인 MYP부터 간학문 과목(서로 다른 학문을 연계하는 교육과정)을 실시해야 하는데 교사 간의 협력은 필수다. 한국의 일반고처럼 우리 학교 대표 교사는 ○○과 누구라는 개념이 성립할 수 없다. IB 프로그램은 학생 성장을 위해 수업 과정과 평가를 바탕으로 교사-학생, 교사-학부모의 소통을 중시하기에 대표 교사나 전교 1등은 의미가 없다. 그래서 IB 프로그램의 최고 단계인 월드 스쿨 인증 심사는 “학생들을 위한 모든 시스템을 점검”하지 “우수 교사를 강조하지 않는다”.(이혜정 대구교육청 장학관) IB 후보학교인 북구 사수중은 교사 70%의 찬성으로 IB 프로그램을 도입한 케이스다. 교사들은 IB를 경험한 학생들이 중학교에서도 토론과 대화, 개념 이해를 학교생활과 실생활에 잘 적용하는 걸 보고 IB 교육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IB 도입의 전제는 학교의 시스템 변화였지만 교사들은 주저하지 않았다. 김미리 교장(57)은 “학교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3분의 1은 IB를 경험한 삼영초 학생들이고 3분의 2는 일반 학교인 사수초 학생들인데, 3분의 1의 학생들이 주도하는 변화에 놀랐다”고 했다. 이 학교는 학교 폭력이 발생했을 때 일반 학교보다 학폭위까지 가는 수가 훨씬 적은데 김 교장은 “문제가 일어나도 학생 선에서 해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수중 교사들이 IB 교육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데는 교육 경력 38년인 김리리 음악 교사(61)의 역할도 있다. 그는 IB 프로그램 도입에 반신반의하는 동료 교사들에게 “모든 학생이 자기 능력을 발휘하는 다양한 수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황태희 교사(46·국어)는 “소설을 시나리오로 각색하는 것을 모둠 수업 형태로 계획하며 잘할까 걱정했는데, 학생들이 음악 모둠 수업에서 시나리오를 만든 경험을 살려 쉽게 따라왔다”면서 “학생들을 의심한 것을 반성한다”고 했다. 황 교사는 “IB 프로그램이 도입되면 교사는 수업 시뮬레이션을 해야 하는 등 일반 학교보다 2배 이상의 노력을 더 하지만, 수업이 재미있다”고 했다. IB MYP 월드 스쿨인 경북사대부중은 IB 프로그램을 도입한 여느 학교처럼 교사 연수를 위해 한 달 먼저 인사 발령을 낸다. 학기 시작 바로 전 달에는 전체 교사 워크숍을 통해 학기 교육과정 전반을 점검하며, 학기 중에는 기존 교사가 신입 교사와 일대일 멘토링을 한다. 과목별로 교사끼리 교육과정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일상이다. 윤서화 경북사대부중 교장(61)은 “교사끼리 IB 이해를 높이는 과정에서 동료애가 깊어졌고 더 성장했다”고 했다. 이 학교가 2021년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는 학생의 87%, 졸업생 90% 이상이 IB 교육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학생들에게 IB 교육은? IB 프로그램을 도입한 교실은 학생 거의 전부가 수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경북사대부고 IB반은 국어 모둠 수업에 17명 전원이 열심히 참여했지만, 일반 학급은 한국 고교에서 보는 풍경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IB 교육을 접한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윤수빈 학생(경북사대부중 3)은 “프로젝트 수업으로 과제가 많지만, 발표와 글쓰기를 통해 성장할 수 있어서 동생들에게 IB 학교 진학을 권유하고 있다”고 했다. 경북사대부고 IB반에 재학 중인 조영은 양은 “수능과 내신에서 변별력을 높인다며 틀리도록 문제를 낸다. 공부의 목적은 학문을 이해하고 배우는 마음이 들도록 하는 게 아닌가?”라며 한국 교육과 IB 교육의 차이를 지적했다.● 진학의 벽을 넘는 게 과제 IB 프로그램의 안착과 확산 여부는 대입 성적과도 연계돼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는 엄연히 좋은 대학과 의대 치대 등 일부 학과에 대한 선호가 있기 때문이다. 고교 IB 과정인 디플로마(DP)에서는 대학 입학을 위해 초중학교에서부터 유지해 온 IB의 골간을 바꾸지 않고 오히려 더 강화하기에 이 과정에 있는 학생, 교사, 학부모들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대구교육청도 IB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전인 2018년부터 교사 16명과 전직 대학 입학사정관 3명으로 구성된 ‘아이비-대입연계 현장지원단’을 발족시켜 준비하고 있다. DP의 결과는 2년 과정 마지막 해인 12월 말∼1월 초에 나오기에 DP 이수 학생들은 수능 최저가 없는 수시 학생부 종합전형에만 응시할 수 있다. 수능을 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고교 2∼3학년 사이에 DP 과정이 진행돼 현실적으로 따로 수능 공부를 하는 건 어렵다. IB 점수는 국내 대학이 아닌 해외 대학에 지원할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다. 서울대 KAIST 한양대 등 일부 대학에서 IB 점수로 학생을 뽑기는 하지만 재외국민전형으로 제한한다. 학생의 성장을 추구하는 교육과 DP 과정 마지막 해에 유일하게 나오는 점수화된 성적만으로 ‘좋은 대학을 갈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IB 프로그램을 접해 보지 않은 쪽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대구 DP 1년 차(2학년) 학생들은 2024년도 대입에 응시한다. 박재선 교장은 IB 학생들의 진학 전망을 “우리는 일반고지만 해외 대학부터 최소한 한국의 거점 국립대까지 다 보낼 수 있다. 자기 역량보다 더 높은 대학에 갈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이어 “우리 학교가 IB 후보학교(월드 인증을 받기 위해 평균 2년간 준비하는 학교)에 있을 때부터 한국의 대학에서 방문이 잇따랐다. 작년에는 서울대 입학사정관들도 왔다. 그들은 우리가 대학을 잘 보내기 위해 IB를 하는지 의심하는 것 같았다. 서울대는 지금도 IB로 학생을 뽑고 있어서 학생들의 역량이 어떤지 알고 있는데, 대구의 일반고에서도 가능한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 사정관들은 ‘IB만 제대로 하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고 했다. 그의 말은 ‘대학에서 우리가 하는 IB에 대한 기대가 크기에 관심이 있는 것 아니겠냐. 자신 있다’는 뜻으로 들렸다.대구=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IB PYP(IB 초등 프로그램)의 꽃인 탐구 발표회(PYP Exhibition)가 14일 대구 남구 영선초에서 열렸다. 탐구 발표회는 PYP의 마지막 학년 학생들(한국의 경우 초등 6학년)이 PYP 과정을 마무리하며 탐구 결과를 발표하는 것으로 IB 후보학교부터 열 수 있다. 영선초는 2022년 PYP의 최고 수준인 PYP 월드스쿨 인증을 받았다. 이 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탐구 발표회에서는 6학년 학생 62명이 탐구한 주제 18개가 5학년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전시됐다. 탐구 발표회는 전교생과 교사, 학부모들이 입장하는 6학년 학생들을 학교가 떠나가도록 환영하는 축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2∼4명으로 구성된 팀들이 탐구한 주제들은 성평등, 기후변화, 아동 노동, 양질의 일자리, 지속 가능한 생산과 소비 등으로 한국 초등교육 과정에서 다루는 내용보다 훨씬 넓고 심화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학생들이 어려운 주제를 탐구해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은 IB 프로그램을 통해 초학문적 주제 탐구 방식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기자는 13팀의 ‘남자도 핫! 핑크’, 15팀의 ‘양질의 일자리’ 등 2개의 주제 발표를 들었다. 13팀의 김유정, 남도원, 조호현 학생은 성 불평등이 주제인 ‘남자도 핫! 핑크’에서 “성 불평등을 개선하는 것이 인간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조호현 학생은 “가족 사이에 일어나는 성 불평등을 바로잡기 위해 주제를 선정했다”고 했다. ‘양질의 일자리’를 발표한 15팀의 권은영, 김건형, 이시흔, 하수민 학생은 “양질의 일자리는 인권이 보장돼야 생길 수 있으며, 지속적으로 늘어나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설명했다. 15팀의 하수민 학생은 “팀원들 간에 의견 충돌이 생겼을 때 잠시 쉬는 과정을 거친 후 다시 상의하면서 의견을 모았다”며 “선생님이 서로가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은 정상이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했다. 13팀 멘토를 했던 1학년 학부모 박선영 씨는 “멘토를 하면서 몸으로 행동하는 것이 많은 IB 교육을 받으면 아이가 바뀔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대구=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미래 자동차 및 모빌리티 학과를 개설한 전국 10개 대학으로 구성된 ‘미래 자동차 교육협의회’가 내년 1월부터 두 달에 걸쳐 제2회 전국 고교 자율 주행 경진대회를 개최한다. 경진대회는 대학의 교육 인프라를 통해 고교-대학 연계 프로그램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미래 자동차 핵심 인재 양성에 도움을 주기 위해 기획됐다. 경진대회에서는 최근 자율 주행 자동차 분야에서 많이 사용되는 로봇 운영 체계가 기반인 가상 환경에서 자율 주행 능력을 겨룬다. 참가 고교생들은 ‘미래 자동차 교육 협의회’의 소속 대학인 경성대, 고려대, 영남대, 원광대, 제주대, 중부대, 한국교통대, 한라대, 호남대, 홍익대에서 활용 중인 자율 주행차 프로그램을 사용할 예정이다. 대회는 참가자들이 내년 1월 9일부터 20일까지 10개 대학의 자율 주행 온라인 교육을 받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교육을 받은 고교생들은 내년 2월 6일부터 10일까지 예선을 치르고 본선은 2월 13일 열릴 예정이다. 참가 신청은 대회 포스터에 있는 QR코드를 통해 할 수 있다. 대회를 주관하는 고국원 한라대 교수는 “자율 주행, 미래 모빌리티, 로봇 및 인공지능 SW에 관심 있는 고교생들에게 대회 참여는 대학과 산업계에서 사용하는 버추얼 트윈 기술 등 신기술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영산대가 구글·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에도 취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유다시티 나노디그리(Udacity Nanodegree)’를 학부 과정에 도입한다. 영산대는 26일 유다시티 한국 독점 파트너인 푸름인재개발원과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유다시티 나노디그리’는 유다시티의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정해진 프로젝트를 수행해 역량을 인정받은 사람에게 부여하는 인증서. 전문가급 나노디그리를 받은 사람은 우리나라 판교 뿐만 아니라 미국 실리콘밸리 등 세계 곳곳의 첨단 IT 기업의 취업이 가능하다. 영산대는 세계적인 기업들은 대학 졸업장 대신 유다시티 나노디그리를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유다시티는 2012년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이자 전 구글 부사장 출신인 세바스찬 스런 박사 등이 설립한 온라인 교육 플랫폼 회사로 100개 이상의 4차 산업혁명 기술 관련 첨단 IT 교육 콘텐츠를 제공한다. 전 세계에 1700만 명 이상의 수강생이 있다. 유다시티 교육 콘텐츠는 구글, 아마존, IBM 등 세계 최고의 IT 기업 전문가들이 설계했으며 강의도 이들 전문가가 한다. 영산대는 유다시티 나노디그리 도입에 따라 공대에 인공지능, 사이버보안, 자율주행, 데이터 사이언스의 4개 융합 과정을 신설한다. 대학은 융합 과정별로 최고 수준인 전문가급에게 수여하는 나노디그리를 취득할 수 있도록 교과 과정을 구성하고 2023학년도에 신입생을 모집한다. 부구욱 영산대 총장은 “유다시티 나노디그리 중심의 영산대 융합전공이 개설됨으로써 재학생들이 AI, 사이버보안, 자율주행,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갖출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동명대가 23일 반려 동물 보건 외과 실습실과 반려견 미용 실습실로 구성된 반려동물 대학의 최신 실습실을 열었다. 2023년 출범하는 반려동물 대학은 전국 4년제 대학으로는 최초로 신설된 단과 대학이다. 반려동물 단과 대학은 반려동물 보건학과, 애견미용·행동교정학과, 영양식품학과 등 3개 학과와 입학 정원 90명으로 구성됐다. 외과 실습실은 동물 병원의 외과 수술실 및 영상 진단실 수준의 시설을 갖췄다. 여기에서는 동물 보건 영상학, 동물 보건 외과학, 동물 보건 치위생학 및 동물 보건 응급간호학 등의 수업이 진행된다. 반려견 미용 실습실에서는 기초 및 기본 그루밍, 펫미용 등의 수업이 이뤄진다. 동명대는 2023년부터 이 실습실을 활용해 각종 경진대회를 열 계획이다. 동명대는 부산·울산권에서 처음으로 캠퍼스 안에 대학 동물병원도 유치함에 따라 ‘웰라이프 특성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K-방산이 세계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산·학·관이 한데 모여 방위산업 발전에 핵심인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세미나를 열었다. 16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 센터에서 방위사업청 주최로 열린 ‘방위산업 전문인력 양성 발전 세미나’에는 방위사업청, 학계, 기업계 인사가 발제자로 나서 방위산업 전문인력 양성 방안을 제안했다. 전광호 전북대 교수는 기조 발제에서 “방위산업 수출 세계 8위인 한국이 세계 4대 방위산업수출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대학이 방위산업 전문인력 양성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경북대, 전북대 등 국가거점국립대의 교육 및 연구 인프라는 방위산업 전문인력 양성에 필요한 융복합 교육을 가능하게 한다”면서 “산학연 체제가 바탕인 계약학과 도입”을 제안했다. 그는 “세계적인 방산 기업인 미국의 록히드 마틴사가 미국 텍사스 알링턴대, 플로리다대 및 프랑스 파리 11대학 등의 방위산업 학과를 후원하는 것은, 대학이 가진 잠재력을 활용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4개의 수도권 대학의 대학원 과정에서 방위산업 재직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교육보다는 학부에서부터 방위산업에 특화된 인재를 양성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와 함께 지방대에서 방위산업 전문인력 양성은 현 정부의 대학 활용 국가균형발전과도 부합한다는 것과 지방대 출신들이 지방에 있는 방위산업 기업에 수도권 대학 출신들보다 오랫동안 근속함으로써 기업에 도움이 된다는 점도 지적했다.강환석 방위사업청 차장은 “방위산업이 국가선도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김진홍 방위사업청 방위산업국장은 “방위산업 전문인력 양성 지원을 위한 방위산업 계약학과 지원, 특성화고 산학연계 등의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기업과 대학이 원하는 것을 충족할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했다. 또 정부가 무인·로봇 및 인공지능 등 국방 첨단 분야의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계약학과 추가 개설 계획도 밝혔다.이승영 LIG넥스원 기술본부장은 “가성비와 기술력으로 무장한 K-방산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방산 수출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AI, 우주, 로봇, 무인화 기술이 미래 방산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학에서 요구하는 취업까지 연계된 산학협력이 특화된 기술을 가진 교수 랩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수 인재가 기업에 오래 머무르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욱 한화에어로스페이스 HR운영팀장은 방산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에 정부와 대학의 역할을 주문했다.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와이즈유 영산대학교(부구욱 총장)가 ‘2022 일자리창출유공 정부포상’ 단체부문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일자리창출유공 정부포상은 고용노동부가 좋은 일자리 창출, 청년고용촉진, 고용안정 등에 선도적 역할을 한 유공자와 단체를 발굴해 매년 시상하고 있다. 지난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영산대는 일자리창출지원 부문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올해 대통령 표창을 받은 유공자‧기관 36건 가운데 단체부문에서 수상한 대학교는 영산대뿐이다. 영산대는 독자적인 진로취업지원 프로그램인 ‘YCMP’(Youngsan Career Map Program)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학생의 취업률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킨 공로를 인정받았다. YCMP는 입학부터 졸업까지 학생의 진로탐색을 돕고 경력을 관리하는 영산대만의 특별한 프로그램이다. YCMP는 국제품질경영인증 ISO9001(2009), 고용노동부장관상 취업지원(2016), 진로취업지원선도대학선정(2017),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상 진로지원(2018) 등을 받았다. YCMP는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사업과 연계해 ▲통합상담체계를 바탕으로 최근 3년간 연평균 1만8953건 상담 ▲진로취업필수교과목 및 비교과 구직역량강화 프로그램 1만4000여명 이수 ▲취업취약계층을 위한 특화프로그램에 지역청년 등 4000여명 참여 ▲경남 양산시, 양산고용센터, 김해고용복지플러스센터, 지역대학, 지역유관기관 등과의 협업체계 구축 ▲영산대 진로취업지원체계의 타 대학 확산 등의 성과를 냈다. 부구욱 총장은 “앞으로도 영산대는 YCMP와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사업 등을 바탕으로 재학생과 졸업생을 비롯한 지역청년의 취‧창업을 지원해 상생 발전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