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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불을 막지 못하면 인근 민가는 물론이고 금강송 군락지가 있는 소광리까지 불길이 번질 수 있습니다.” 7일 오전 10시 20분경 경북 울진군 울진읍 신림리. 약 1m 높이로 타오르는 산불을 보며 한 주민이 발을 동동 구르는 사이 소방헬기 4대가 시야에 나타났다. 헬기가 대당 3000L의 물을 야산 위로 뿌리고 지상에 있던 소방차 1대가 ‘지원 사격’에 나서자 산불은 절반 이상 진화됐다.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주민은 “남은 불씨가 어떻게 커질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36번 국도 방어선에 민관군 집결경북 울진 산불 발생 4일째인 이날 산림청과 소방당국은 울진군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신림리, 대흥리, 두천리, 소광리 일대에 산불 저지선을 구축하고 진화에 총력전을 펼쳤다. 소방당국이 ‘36번 국도 방어선’이라 부르는 이 저지선은 200년 이상 된 금강송 8만5000여 그루가 분포된 금강송 군락지(1378ha)와 울진읍내를 지키는 최전선이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팀은 산림청 정책 자문기구인 ‘365산림사랑평가단’으로 활동하는 이희세 씨(61)와 방어선을 동행 취재했다. 국도 36호선 일대의 산불지역은 연기와 재가 가득해 숨을 쉬기 어려웠고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소방헬기들은 곡예에 가까운 비행을 하며 날아들어 물을 뿌렸다. 소방관과 공무원, 육군과 지역 주민들은 금강송과 민가를 사수하기 위해 방어선 곳곳에서 하나로 뭉쳐 화마(火魔)와 맞섰다. 진화 상황을 바라보던 이 씨는 “소나무가 좋아 10년 전 서울에서 아내와 함께 이주했는데, 산림이 불에 타는 걸 보니 허무하다”며 “금강송 군락지만은 꼭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매일 산불 현장 곳곳의 사진을 찍어 산림청에 참고자료로 제공한다”고 했다. 산불이 처음 발화된 북면 두천리 진화 작전도 긴박하게 펼쳐졌다. 7일 오전 9시 반경부터 산을 타고 내려온 불은 1시간 만에 민가 두 채 30m 앞 지점까지 접근했다. 소방관 2명이 호스로 물을 뿌렸고, 공무원 20여 명은 가파른 산비탈에서 15L 물통을 짊어 메고 물을 뿌리며 손을 보탰다. 이어 최대 물 1만1000L를 실을 수 있는 거대 소방차 ‘로젠바워판터’가 등장해 50m 반경에 동시에 물을 뿌린 뒤에야 불길은 잠잠해졌다. 주민 이모 씨(50)는 “산불이 난 뒤로 4일째 한숨도 못 자고 있다”고 했다. 인근 100m 지점까지 불길이 닿은 신림리 용천사에는 소방관 5명이 대기 중이었다. 용천사 여경 스님은 “어젯밤만 하더라도 당장 절을 집어삼킬 것처럼 불기둥이 솟구쳤다”고 했다.○ 진화 진전 더뎌… 장기화 우려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울진·삼척 산불 피해구역은 1만7685ha(울진 1만6913ha, 삼척 772ha)로 여의도 면적(290ha)의 61배에 달한다. 산림청과 소방당국은 이날까지 주불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지만 실패했다. 오전에 50%까지 진화율을 높였지만 오후엔 진화율이 그대로였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10개 구역으로 나눠 진화 중인데 각 구역이 보통 대형산불 수준과 비슷한 면적이라서 진화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산림청은 금강송 군락지 일대에 산불지연제인 ‘리타던트’를 살포했다. 산림청 등은 8일 국방부 등의 헬기와 강릉 화재에 투입된 헬기를 지원받아 울진·삼척 일대에 총 82대의 헬기를 가동할 예정이다. 하지만 나흘째 진화에 실패하면서 이번 산불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 청장도 “현재로서는 언제까지 진화할 수 있다고 예측하기 어렵다. 화세가 여전히 강한 상태라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산불이 최초 발화지점 인근을 지나던 자동차에서 버려진 담뱃불 등으로 인한 실화로 추정되는 가운데 울진경찰서는 발화 직전 발화지점 인근을 지나간 4대의 차량 번호를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 번호와 종류 등을 울진군과 산림청에 통보할 방침”이라고 했다. 해당 차량 운전자의 실화 여부는 산림청이 조사할 예정이다.울진=남건우 기자 woo@donga.com울진=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안 두렵다면 거짓말이죠. 그래도 주민들의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뿐입니다.” 7일 오전 경북 울진군 울진읍 신림리 산불 진화 현장. 올해 임관한 안기범 소방사(27·울진119안전센터)는 가만히 서 있기조차 힘든 비탈길에서 꿈틀거리는 호스를 잡고 온몸으로 버텼다. 헬기가 접근하지 못하는 지역에서 주택가 인근 야산을 태우는 불길이 마을로 번지지 않게 하는 것이 그의 임무. 다행히 불길이 조금씩 사그라지자 매캐한 연기가 능선을 가득 메웠다. 그제야 한숨 돌린 안 소방사의 얼굴은 그을음범벅이었다. 안 소방사는 이달 3일 배치받고 다음 날 바로 산불 현장에 투입됐다. 근무 하루 만에 평생 잊지 못할 화마와 마주한 것. 그는 “처음 출동했을 때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입이 벌어졌다. 여기저기서 시뻘건 화염이 치솟아 오르는데 금방이라도 몸을 덮칠 것 같았다”고 돌이켰다. 그럼에도 물러서지 않고 4일째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사명감으로 버티는 중이다. 안 소방사처럼 화재 현장 곳곳에서 소방관들은 목숨을 걸고 역대 2번째 규모의 산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전남에서 지원을 왔다는 윤장군 소방사(29·강진소방서)는 7일 울진군 죽변면 화성리 진압현장에서 소방차를 운전하며 쉴 새 없이 물을 퍼 나르고 있었다. 소방차에 2800L의 물을 채우지만 15분이면 바닥을 드러내 4km 떨어진 소방서를 하루에도 10여 차례 오간다. 윤 소방사는 “소방차에 물을 채우면 운전이 쉽지 않다. 농로도 좁아서 거의 곡예운전”이라며 “위험하다는 생각보다 빨리 가서 불을 꺼야겠다는 마음이 앞선다”고 했다. 역시 화성리에서 만난 영덕 의용소방대 소속 이진우 씨(51)는 낙엽을 끌어 모으는 갈퀴를 지팡이 삼아 화재 현장 구석구석을 누비며 잔불 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는 기자를 보자마자 신발 바닥부터 보였다. 이 씨는 “10시간 넘게 잔불정리를 하면 신발이며 옷가지가 성한 곳이 없다. 잠을 못 이룰 정도로 발바닥이 후끈거리지만, 집을 잃은 주민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각오를 다졌다.울진=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울진=남건우 기자 woo@donga.com}
경북 울진에서 발생해 강원 삼척 등으로 확산된 산불이 사흘째 계속되고 있어 피해가 커지고 있다.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현재 산불 피해 지역은 1만3351ha(울진 1만2695ha, 삼척 656ha)다. 여의도(290ha) 넓이의 46배 규모다. 2000년 동해안 산불(2만3794ha)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산불이다. 4일 오전 울진군 북면 두천리의 한 야산에서 시작된 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빠르게 북상했다가 5일 새벽부터 불길이 남쪽으로 향하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대본은 6일 헬기 54대와 장비 345대, 인력 5320명을 투입하며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산불로 단일지역에 헬기 50대 이상을 투입한 것은 처음이다. 투입 인력도 가장 많다. 하지만 불이 울진군에서만 모두 8개 구역으로 나누어 진화해야 할 만큼 동시 다발적으로 확산되면서 진화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후 5시 현재 주택 262채 등 모두 391개 시설이 완전히 불에 탔다. 이날까지 진화율은 약 40%이다. 불은 금강송 군락지가 있는 소광리 인근까지 번졌다. 이곳은 2247ha 면적에 수령이 200년이 넘는 노송 8만 그루, 수령 520년의 보호수 2그루가 있다. 6일 현재 울진·삼척 외에 강릉·동해, 영월 등 강원 동해안 일대에 대형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토치를 이용해 강릉에서 산불을 일으킨 60대 남성을 이날 구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울진·삼척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산불로 인한 역대 네 번째 특별재난지역 선포다. 이에 따라 피해 시설에 대한 복구비 일부를 국비로 지원하고 피해 주민에게는 지방세 납부유예와 공공요금 감면 등의 혜택을 준다.화염-연기 뒤덮인 하늘, 통신망 끊겨 신고도 못해… “여기가 전쟁터” [경북-강원 산불]화마 할퀸 울진-삼척 르포곳곳서 ‘타닥타닥’ 나무 타는 소리…소방차-헬기굉음까지 전쟁터 방불인력-장비 총동원에도 진화 어려워“불길둘레 60km… 현재 진화율40%”사흘간 불에 진압요원 체력도 바닥…“문화재 보호” 소방차-인력 배치도 “바로 여기가 전쟁터네요.” 5일 오전 11시경 경북 울진군 죽변면 국도 7호선 죽변교차로 앞에서 만난 주민 김성만 씨(65)의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눈앞에는 대형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쉴 새 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하늘에는 소방헬기 10여 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물을 실어 날랐다. 재난 영화의 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모습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 김 씨 주변에는 검붉은 화염과 거대한 연기가 사방팔방에서 피어올라 하늘이 거의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타닥타닥’ 나무 타들어가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여의도 46배 잿더미…주민 대피 도로 통제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6일 오후 4시까지 울진·삼척 산불로 산림 1만3351ha(울진 1만2695ha, 삼척 656ha)가 피해를 입었고 주택과 창고 등 391곳이 소실됐다. 집이 완전히 불에 타거나 위험 지역 내에 있는 4150가구 주민 6497명이 학교 체육관과 임시 대피소 등에 몸을 피했다. 4일 오전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시작된 울진·삼척 산불은 같은 날 순간 풍속 초속 25m의 강한 바람을 타고 북상해 강원 삼척까지 빠르게 퍼졌다. 5일 새벽부터 바람 방향이 바뀌면서 불길은 남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국도 7호선 주변 야산을 타고 확산되면서 일대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5일 낮에는 울진 죽변면과 울진읍 일대에 통신망이 끊기면서 119 신고조차 불가능한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됐다. 이날 낮 12시경 울진군 죽변면 화성3리에서 만난 이갑도 씨(66)는 집으로 다가오는 불길을 막으려 아내 김현주 씨(63)와 물동이를 들고 집 안을 오가며 불을 끄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 씨는 취재를 하던 기자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지금 119 전화도 불통이다. 소방차 좀 불러 달라”고 외쳤다. 이 씨 집을 포함해 일대 통신망이 두절되자 군청 등 공공기관 직원들이 마을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대피를 안내했다. 이날 오후 1시경에는 울진읍에 있는 가스충전소 목전까지 화염이 들이닥쳐 대형 폭발이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다행히 충전소 200m 이내에 차량 진입을 막고 주민들을 대피시켜 피해를 막았다.○ 급속도로 번지는 불길에 ‘속수무책’ 산림청과 소방당국은 역대 2번째 규모의 대형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6일 오후 4시 기준으로 헬기 54대와 장비 345대, 인력 5320명 등을 동원했다. 하지만 불길이 빠르게 번지면서 화재 진압에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이날 오후 5시 브리핑에서 “화선(火線·불길의 둘레)이 약 60km로 굉장히 방대하다”며 “현재 산불 진화율은 40%가량”이라고 설명했다. 군까지 동원했지만 당초 목표로 했던 6일 내 주불 진화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 청장은 “다행히 내일(7일) 아침부터는 종일 바람 속도가 낮을 것으로 보인다. 불머리 진압은 내일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6일 밤∼7일 오전에는 최우선 과제인 서면 소광리 금강송 숲 보호를 위해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현재 불길은 금강송 숲 앞 500m 지점까지 접근한 상황이다. 사흘간 이어진 진화작업에 화재 진압 인력도 체력이 바닥났다. 영덕 의용소방대 소속 이진우 씨(51)는 “불이 꺼졌지만 땅에 열기가 남아 있어 잔불 정리 과정에서 신발이 다 녹아 내렸다. 발이 뜨거워서 더 이상 진입하지 못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불길이 울진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1400년의 역사를 가진 사찰 불영사의 문화유적도 보호 대상에 올랐다. 문화재청은 보물로 지정된 불영사 응진전, 대웅보전 주변에 물을 뿌리고 낙엽 제거 및 가지치기 작업 등을 진행했다. 또 만약을 대비해 불영사 주변에 소방차 6대가 대기 중이며, 20여 명의 인력을 배치했다.울진=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동해=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울진=남건우 기자 woo@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4일 경북 울진군에서 시작돼 강원 삼척시로 번진 역대급 산불은 북면 두천리의 한 도로변 야산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산불 원인은 조사 중이지만 산림당국은 실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6일 산림당국에 따르면 이날 산림청 관계자들은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을 최초 발화 지점으로 보고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산림청은 산불 진압이 끝나는 대로 경찰청, 소방청과 함께 산불 원인을 정밀 조사할 예정이다. 산림당국은 실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동아일보가 화재 당일 최초 발화 지점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연기가 나기 직전인 오전 11시 6분부터 14분까지 차량 3대가 인근을 지나가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이어 오전 11시 14분에 연기가 피어올랐고 불과 7분 후인 21분 불길이 산 전체로 번지기 시작했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6일 브리핑에서 “길가에서 발화했기 때문에 담뱃불이나 기타 불씨로 인한 실화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현장을 직접 조사한 권춘근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도 “자연발화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고 했다. 경찰은 화재 직전 지나간 차량과 운전자를 확인하는 중이다. 한편 5일 강릉시 옥계면에서 발생해 강릉과 동해 지역으로 확산된 산불은 방화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60대 남성 A 씨는 5일 오전 1시 8분경 자신의 집 등에 토치로 불을 붙여 화재가 발생했다. 불길은 강풍을 타고 급속히 확산돼 6일 오후 4시까지 1994ha(여의도 면적의 약 7배)의 산림을 태웠다. 경찰은 A 씨를 붙잡아 현주건조물방화 등의 혐의로 6일 구속했다. A 씨는 조사에서 “주민들이 오랫동안 나를 무시해 범행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동이 불편했던 A 씨의 어머니(86)는 대피하던 중 넘어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울진=남건우 기자 woo@donga.com동해=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마을에 50가구가 사는데 30가구 넘게 집이 불에 몽땅 탔다고 해요. 일흔을 넘긴 나이에 어디 가서 뭘 해 먹고살아야 할지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경북 울진군 울진읍 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서 5일 만난 장인열 씨(73)는 긴 한숨부터 쉬었다. 장 씨의 집은 산불 피해가 가장 컸던 지역 중 하나인 울진군 북면 소곡1리에 있다. 산불로 이 마을에서만 전소된 주택은 41채다. 장 씨의 집은 간신히 화마를 피했지만 창고가 모두 불에 탔다. 장 씨는 “값비싼 농기구가 창고에 있었는데 싹 다 타버렸다. 올해 농사는 아무래도 포기해야 할 것 같다”며 답답해했다.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으로 울진·삼척 화재 때문에 대피한 주민은 6497명에 달한다. 주택 창고 등 시설 391곳이 소실됐다.○ “자식들 돈으로 집 고쳤는데…” 4일 오전 11시 16분 울진군 북면 두천리 마을에서 신고 접수된 불은 남서풍을 타고 2∼3시간 만에 인근 마을 전체를 삼켰다. 두천리 북쪽으로 8km가량 사이에 있는 소곡1리, 신화2리의 피해가 특히 심했다. 5일 이재민 대피소에 자리를 잡은 소곡1리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울진국민체육센터 2층 체육관에 마련된 은색 돗자리 위에 앉아 있던 남정희 할머니(80)는 ‘집은 괜찮으냐’는 동아일보 기자의 질문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2년 전 자식들의 도움으로 집을 새로 지었는데,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에 타버렸다”며 “남편을 먼저 보내고 혼자 살고 있는데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고 했다. 급하게 대피하느라 옷가지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할머니는 외투도 걸치지 못한 채 긴팔 티에 얇은 조끼만 입은 차림이었다. 추위에 몸을 웅크리던 할머니는 인터뷰 도중에도 여러 차례 “자식들에게 미안하다”며 눈물을 훔쳤다. 같은 마을에 사는 김순남 할머니(81)는 4일 오전 사전투표를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대피소로 발길을 돌렸다. 할머니는 “대피소에 있다가 지난해 자식들 도움으로 새로 고친 집이 다 타버렸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6남매 살던 집인데”… 화마가 삼킨 고향집산불 소식을 접하고 부모님이 사는 고향으로 달려온 자식들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5일 오후 북면 신화2리 어머니 집 앞에 서 있던 전모 씨(52·울산)는 “연락을 받고 대피소에 계신 어머니를 대신해 집에 왔다”고 했다. 집은 폭삭 무너져 내렸고 검은 잔해만 남아 있었다. 차에서 내려 천천히 집으로 발길을 옮기던 전 씨는 “이거 참…”이라며 탄식을 내뱉었다. 전 씨는 언론에 보도된 산불 피해 사진을 보던 동생이 ‘여기 우리 집 같다’는 말을 할 때까지만 해도 ‘설마’라고 여겼다. 전 씨는 “여섯 남매가 이 집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함께 살았다”고 말한 뒤 휴대전화를 꺼내 불에 탄 집 구석구석을 찍었다. 기자에게 “가족 형제들에게 굳이 불에 타 쓰러진 집 사진을 보낼 생각은 없다. 마음만 더 아프지 않겠느냐”며 한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집 주변을 서성였다. 소곡1리가 고향이라는 장모 씨(44)는 “여기가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본가이고 근처에서 직장 생활하며 부모님 농사일을 돕고 있다”며 “처음 두천리에서 불이 났다고 했을 때 통신 장애로 부모님과 연락이 안 돼 속이 탔다”고 했다. 그는 “다행히 부모님은 무사히 대피했는데, 농기계와 비료가 모두 타버려 앞으로 농사일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울진군 관계자는 “진화 작업이 끝나는 대로 주민들을 대상으로 정확한 피해 규모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울진=남건우 기자 woo@donga.com울진=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바로 여기가 전쟁터네요.” 5일 오전 11시경 경북 울진군 죽변면 7번국도 죽변교차로 앞에서 만난 주민 김성만 씨(65)의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눈 앞에는 대형 소방차가 싸이렌을 울리며 쉴새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하늘에는 소방헬기 10여 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물을 실어날랐다. 재난 영화의 한 장면이 눈 앞에 펼쳐지는 모습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 김 씨 주변에는 검붉은 화염과 거대한 연기가 사방팔방에서 피어올라 하늘이 거의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타닥타닥’ 나무 타들어가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여의도 46배 잿더미…주민대피 도로통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6일 오후 4시까지 울진·삼척 산불로 산림 1만3351㏊(울진1만2695㏊, 삼척656㏊)이 피해를 입었고 주택과 창고 등 391곳이 소실됐다. 집이 완전히 불에 타거나 위험 지역 내 4150가구 주민 6497명이 학교 체육관과 임시 대피소 등에 몸을 피했다. 4일 오전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시작된 울진·삼척 산불은 같은 날 순간 풍속 초속 25m 강한 바람을 타고 북상해 강원 삼척과 동해까지 빠르게 퍼졌다. 5일 새벽부터 바람 방향이 바뀌면서 불길은 남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7번국도 주변 야산을 타고 확산되면서 일대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5일 낮에는 울진 죽변면과 울진읍 일대에 통신망이 끊기면서 119 신고조차 불가능한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됐다. 이날 낮 12시 경 울진군 죽변면 화성3리에서 만난 이갑도 씨(66)는 집으로 다가오는 불길을 막으려 아내 김현주 씨(63)와 물동이를 들고 집안을 오가며 불을 끄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 씨는 취재를 하던 기자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지금 119 전화도 불통이다. 소방차 좀 불러달라”고 외쳤다. 이 씨 집을 포함해 일대 통신망이 두절되자 군청 등 공공기관 직원들이 마을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대피를 안내했다. 이날 오후 1시경에는 울진읍에 있는 가스충전소 목전까지 화염이 들이닥쳐 대형 폭발이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다행히 충전소 200m 이내에 차량 진입을 막고 주민들을 대피시켜 피해를 막았다.● 급속도로 번지는 불길에 ‘속수무책’ 산림청과 소방당국은 역대 2번째 규모의 대형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6일 오후 4시 기준으로 헬기 54대와 장비 345대, 인력 5320명 등을 동원했다. 하지만 불길이 빠르게 번지면서 화재 진압에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이날 오후 5시 브리핑에서 “화선(火線·불길의 둘레)이 약 60km로 굉장히 방대하다”며 “현재 산불 진압률은 40% 가량”이라고 설명했다. 군까지 동원했지만 당초 목표로 했던 오늘 내 주불 진화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 청장은 “다행히 내일 아침부터는 종일 바람 속도가 낮을 것으로 보인다. 불머리 진압은 내일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6일 밤~7일 오전에는 최우선 과제인 서면 소광리 금강송 숲 보호를 위해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현재 불길은 금강송 숲 앞 500m 지점까지 접근한 상황이다. 사흘간 이어진 진화작업에 화재 진압 인력도 체력이 바닥났다. 영덕 의용소방대 소속 이진우 씨(51)는 “불이 꺼졌지만 땅에 열기가 남아있어 잔불정리 과정에서 신발이 다 녹아 내렸다. 발이 뜨거워서 더 이상 진입하지 못할 지경”고 하소연했다. 불길이 울진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1400년의 역사를 가진 사찰 불영사의 문화유적도 보호 대상에 올랐다. 문화재청은 보물로 지정된 불영사 응진전, 대웅보전 주변에 물을 뿌리고 낙엽 제거 및 가지치기 작업 등을 진행했다. 또 만약을 대비해 불영사 주변에 소방차 6대가 대기 중이며, 20여 명의 인력을 배치했다. 울진=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울진=남건우 기자 woo@donga.com}
경북 울진에서 강원 삼척으로 확산된 대형 산불이 4일 처음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영상이 확인됐다. 영상에는 강풍과 건조한 날씨 탓에 발화 지점에서 연기가 피어오른 지 약 7분 만에 불길이 산 전체로 번지는 모습이 담겼다. 5일 산림당국에 따르면 이번 산불 최초 발화 지점은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의 한 야산으로 추정된다. 동아일보는 최초 발화 지점 인근 사유지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입수했다. 영상에는 4일 오전 11시 14분경 연기가 피어오르다 1분 뒤 불길이 솟아오르는 모습이 담겼다. 이어 오전 11시 21분경 불길이 산 전체로 번지기 시작했다. 이 곳은 개울가를 따라 뻗은 왕복 2차선 도로변이다. 100m 가량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펜션 외에는 불이 날 만한 시설이 없다보니 차량 운전자나 행인의 담뱃불 등 실화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CCTV에는 연기가 나기 직전인 오전 11시 6~14분 사이 차량 3대가 최초 발화지점 인근을 지나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자연발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산림당국 관계자는 “정확한 화재 원인은 조사해 봐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개울가 건너편에서 화재 발생 당시를 목격한 윤석현 씨(56)는 “‘타닥타닥’ 소리와 함께 연기가 나서 곧바로 119에 신고했다”고 전했다. 오전 11시 16분 윤 씨의 신고를 접수한 소방은 오전 11시 35분경 현장에 도착했다. 산림당국은 최초 발화 추정 지역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조만간 정확한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산불은 울진에서 삼척 강릉 등으로 확산되며 오후 3시까지 주택 159채를 포함해 216개 시설이 소실됐다. 산림 피해는 6352헥타르(ha)로 축구장 9000개 면적에 해당한다. 울진, 삼척, 강릉, 동해에서 6280명이 대피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신속한 복구와 피해 지원을 위해 피해 지역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울진=남건우 기자 woo@donga.com울진=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국내 반중(反中) 정서가 심상치 않은 수준이다.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진행 중이던 지난달 9일 부산 남구에서는 30대 남성이 20대 남성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적과는 관련이 없는 단순 충돌이었지만 이를 보도한 기사에는 중국을 비난하거나 중국인에 대한 혐오 표현을 담은 댓글이 상당수 달렸다. 사건 피해자가 중국인 유학생이었기 때문이다.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경기 등에서 벌어진 편파 판정 논란을 언급한 글도 적지 않았다. 상당 수위에 올라선 국내 반중 정서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중국과 중국인을 향해 사용된 인종주의에 가까운 혐오 표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혐오 표현을 사용하는 이들은 한국인 중 극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런 표현을 거리낌 없이 쓸 수 있는 바탕이 된 것이 악화된 한국인의 대중 인식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 심해지는 혐오 표현 최근 베이징 겨울올림픽 편파 판정이나 김치, 한복 기원 시비는 반중 정서가 수면으로 떠오른 계기일 뿐이라는 의견이 많다. 근래 반중 정서는 2016년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본격화되기 시작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심화됐다고 할 수 있다. 동북공정과 미세먼지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던 차에 ‘코로나19 중국 기원설’ 등이 퍼지면서 중국에 대한 감정이 더욱 나빠진 것이다. 중국에서 고교와 대학을 나온 한국인 장모 씨(33)는 “중국인들은 (자국 중심적) 중화사상을 갖고 있어 ‘소국’이 자기 말을 잘 안 듣는다는 식으로 한국을 바라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직장인 최모 씨(29)는 “미세먼지 때문에 중국에 대해 감정이 좋지 않았는데, 이번 올림픽에서 편파 판정 논란까지 벌어지니 화가 치밀었다”고 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신기욱 교수 연구팀이 올 1월 한국인 10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26.5점(100점 만점)으로 동맹 미국(69.1점)은 물론이고 식민 지배와 역사 왜곡 논란 등으로 감정의 골이 깊은 일본(30.7점)보다도 낮았다. 중국이 최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반대하며 친러 행보를 보이는 것도 국내 반중 정서를 더욱 키우고 있다. 중국은 평소 미국을 겨냥해 약소국에 대한 내정간섭을 비판해 왔지만, 러시아에 대해서는 아무런 비판도 하지 않으면서 이중적 태도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연구팀은 “(한국인의 낮은 중국 호감도는) 중국발 미세먼지와 황사,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 등이 원인”이라면서 “중국의 문화 제국주의와 반(反)자유주의에 대한 반발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반중 정서, 젊은층에서 강해 최근 반중 정서는 2030세대를 비롯한 젊은층에서 상대적으로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리서치가 올 1월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18∼29세가 16.6점(100점 만점)으로 가장 낮았고, 30대(20.1점)가 뒤를 이었다. 반면 50대(33.3점)와 60세 이상(32.7점)은 평균(27.0점)을 넘어 비교적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았다. 젊은층을 자주 접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은 온라인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혐오 표현을 마주치는 일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서울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한 중국인 유학생은 “얼마 전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옆 테이블에 앉은 사람이 ‘중국인은 깨끗하지 않다’는 취지로 말하기에 중국인이 아닌 척했다”며 “거리에서 중국어로 얘기하다가 주변에서 ‘×깨’라고 비하하는 말을 들은 적이 적지 않다”고 했다. 젊은층에서 비교적 반중 정서가 심한 것을 두고 2010년대 들어 중국의 정치 경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본격적으로 ‘굴기(굴起)’하는 모습을 청소년기부터 접한 것과도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 규모나 국민 소득 수준이 지금 같지 않았던 중국의 모습을 기억하는 윗세대보다 특히 더 중국을 위협적 대상으로 느낀다는 분석이다. 하남석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는 “이전에는 중국을 협력 대상으로 봤는데, 중국의 경제 규모가 커지고 사드 배치에 따른 경제 보복 등을 겪으며 경쟁과 갈등 상대로 인식하게 됐다”며 “문화적으로도 젊은층은 삼국지나 홍콩 영화 등이 익숙한 이전 세대에 비해 중국 문화에 대한 친숙도가 낮다”고 했다.○ 반한 정서 확산에 재중 한국인 불안 반대로 중국에서는 반한(反韓) 정서가 우려되는 수준이다. 최근 중국의 반한 정서가 촉발된 것은 2016년 7월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발표하고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사드 배치 이후 중국에선 “한국도 중국의 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대중에게 깊숙이 파고들었다. 교민들이 택시를 타고 가던 중 한국말을 한다고 운전사가 내리게 했다거나, 식당에 갔다가 쫓겨났다는 사연이 쏟아졌다. 한류 스타 공연 불허와 동영상 사이트의 한류 콘텐츠 업데이트 금지, 한국 단체관광 금지 등 당시 내려진 ‘한한령(限韓令)’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교민 사회에선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 내에서 더 높아진 반한 감정에 대해 우려가 큰 상황이다. 아직까지 반한 감정으로 인한 사건이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불꽃만 생겨도 폭발할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베이징에서 14년간 생활한 권모 씨(54)는 “한중 사이에 김치 기원 논란이 있었을 당시 베이징의 한 중국 식당에서 우리 김치를 중국 이름인 ‘파오차이(泡菜)’라고 부르지 말라고 요구했다가 중국 종업원과 싸울 뻔했다”고 했다.○ 정치권 부추김 자제해야 주변국의 잘못된 행동에 거부감을 갖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편견을 바탕으로 한 혐오의 확산은 장기적으로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중국과 경제 사회 정치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차분하고 합리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노린 정치권 일각에서 잇달아 불붙은 반중 정서를 자극하는 발언을 내놓는 것을 두고도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갈등을 빚으면 결국 양국 모두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정치인들은 당장 국민의 분노에 편승하는 발언을 내놓을 게 아니라 양국 관계를 고려해 좀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언론도 혐오 표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한중 관계 악화에 따른 다양한 영향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남건우 기자 woo@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경기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6, 2017년 시장 비서실에서 다른 부서 업무추진비를 당겨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 시절이던 지난해 측근 배모 씨(전 경기도 총무과 소속 5급 사무관)가 당시 비서실 공무원을 시켜 법인카드로 산 음식들을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에게 여러 차례 배달했고, 이때 일선 부서 업무추진비가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18일 한 성남시의원이 본보에 공개한 성남시 전직 공무원과의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이 시장 재임 당시 성남시에서 일했던 전직 공무원 A 씨는 “(시장 비서실에서) 국장 및 (여러) 부서의 업무추진비를 가져다 쓰고 몇십만 원 남으면 우리(부서)에게 쓰라고 했다”고 말했다. 성남시의원이 “성남시청 전직 국장을 최근에 만났는데 당시 이재명 시장이 (비서실 등을 통해) 국장 카드를 회수하고 10만, 20만 원만 남겨줬다고 하더라”고 하자 이 공무원은 “그때는 다 그렇게 했다”고도 했다. 녹취록에는 업무추진비 전용과 관련해 “국장실도 했고, 과도 몇 개냐”라며 비서실이 여러 부서 업무추진비를 썼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도 나온다. 비서실에서 업무추진비를 대부분 쓴 탓에 시청 행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A 씨는 18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2016, 2017년 당시 행사 참석자들에게 부서 업무추진비로 점심을 대접하려 했는데 ‘비서실 거라 쓸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식사 제공을 포기했다”고 했다. 그가 일했던 부서 업무추진비는 연간 수백만 원 규모였다. 김혜경 씨 법인카드 사적 유용 논란의 핵심 인물인 배 씨는 이 후보가 성남시장일 때 비서실에 있었다. A 씨는 배 씨에 대해 “(이 후보가) 시장이 되면서 (비서실에) 데려와서 있는 사람이라고 들었다”고 돌이켰다. 배 씨는 이 후보가 변호사로 일할 당시 인연을 맺고 성남시에 이어 경기도에서도 최근까지 근무한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 2월 성남시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새누리당 소속 박완정 의원이 “배 씨는 사모님 수행하는 친구죠?”라고 질의하자 윤기천 성남시청 비서실장은 “시장님께서 가셔야 할 데를 굳이 못 가실 때 사모님이 가시면 (수행한다)”라고 답했다. 동아일보는 성남시청 비서실이 다른 부서 업무추진비를 당겨썼다는 의혹과 관련해 배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의혹에 대해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사실무근”이라며 “네거티브”라고 반박했다.남건우 기자 woo@donga.com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경기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6, 2017년 시장 비서실에서 다른 부서 업무추진비를 당겨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 시절이던 지난해 측근 배모 씨(전 경기도 총무과 소속 5급 사무관)가 당시 비서실 공무원을 시켜 법인카드로 산 음식들을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에게 여러 차례 배달했고, 이때 일선 부서 업무추진비가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18일 한 성남시의원이 본보에 공개한 성남시 전직 공무원과의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이 시장 재임 당시 성남시에서 일했던 전직 공무원 A 씨는 “(시장 비서실에서) 국장 및 (여러) 부서의 업무추진비를 가져다 쓰고 몇십만 원 남으면 우리(부서)에게 쓰라고 했다”고 말했다. 성남시의원이 “성남시청 전직 국장을 최근에 만났는데 당시 이재명 시장이 (비서실 등을 통해) 국장 카드를 회수하고 10만, 20만 원만 남겨줬다고 하더라”고 하자 이 공무원은 “그때는 다 그렇게 했다”고도 했다. 녹취록에는 업무추진비 전용과 관련해 “국장실도 했고, 과도 몇 개냐”라며 비서실이 여러 부서 업무추진비를 썼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도 나온다. 비서실에서 업무추진비를 대부분 쓴 탓에 시청 행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A 씨는 18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2016, 2017년 당시 행사 참석자들에게 부서 업무추진비로 점심을 대접하려 했는데 ‘비서실 거라 쓸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식사 제공을 포기했다”고 했다. 그가 일했던 부서 업무추진비는 연간 수백만 원 규모였다. 김혜경 씨 법인카드 사적 유용 논란의 핵심 인물인 배 씨는 이 후보가 성남시장일 때 비서실에 있었다. A 씨는 배 씨에 대해 “(이 후보가) 시장이 되면서 (비서실에) 데려와서 있는 사람이라고 들었다”고 돌이켰다. 배 씨는 이 후보가 변호사로 일할 당시 인연을 맺고 성남시에 이어 경기도에서도 최근까지 근무한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 2월 성남시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새누리당 소속 박완정 의원이 “배 씨는 사모님 수행하는 친구죠?”라고 질의하자 윤기천 성남시청 비서실장은 “시장님께서 가셔야 할 데를 굳이 못 가실 때 사모님이 가시면 (수행한다)”라고 답했다. 동아일보는 성남시청 비서실이 다른 부서 업무추진비를 당겨썼다는 의혹과 관련해 배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의혹에 대해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사실무근”이라며 “네거티브”라고 반박했다.남건우 기자 woo@donga.com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의 과잉 의전 및 법인카드 사적 유용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제보자 A 씨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정황 10건을 추가로 공개했다. A 씨는 경기도청 비서실 7급 공무원으로 일하던 지난해 4∼10월 도청 총무과 5급 사무관 배모 씨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신용카드로 음식을 10여 차례 구매해 경기 성남시 분당구 김 씨 자택으로 배달했다고 10일 주장했다. 또 며칠 뒤 카드 결제를 취소하고 도정 업무에 쓰인 것처럼 경기도청 법인카드로 다시 결제했다고 폭로했다. A 씨가 이날 동아일보에 공개한 카드 결제내역에 따르면 그는 성남시 베트남음식점과 한우전문점, B초밥전문점, 복어전문점, 백숙전문점, 중식당 및 수원시에 있는 C초밥전문점 등 식당 7곳에서 총 11건을 자신의 카드로 결제했다. 금액은 7만9000∼12만 원씩 총 111만8000원이다. 이 중 한우전문점은 앞서 본보 등이 법인카드 유용 논란이 있다고 보도한 곳이다. 식당을 취재한 결과 중식당과 B초밥전문점 등에서 A 씨 주장과 일치하는 결제 후 취소 및 재결제 사실이 확인됐다. B초밥전문점에서는 11만2000원이 지난해 5월 7일 결제된 후 3일 뒤 취소됐고, 같은 날 해당 금액이 NH카드로 결제됐다. 중식당에서도 7만9000원이 지난해 7월 23일 결제된 뒤 사흘 뒤 취소됐고, 같은 금액이 NH카드로 재결제됐다. A 씨는 재결제한 카드가 경기도청 법인카드라고 주장했다. 재결제가 업무추진비로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경기도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보면 경기도청 총무과는 지난해 10월 6일 업무추진비 12만 원을 백숙전문점에서 결제했는데, A 씨는 전날 같은 금액을 이곳에서 결제했다가 취소했다. 경기도청 공정경제과와 노동정책과 역시 C초밥전문점과 복어요리전문점에서 A 씨가 결제하고 3일 뒤 같은 액수를 업무추진비로 지출했다. 이들 식당 7곳은 대부분 김 씨 자택에서 걸어서 10분 또는 차로 10∼15분 거리에 있다. 경기도청에서는 차로 40분 내외의 거리다. 국민의힘 강전애 선거대책본부 상근부대변인은 “김 씨가 법카로 닭백숙, 중화요리, 베트남 쌀국수까지 골고루 시켜 먹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도청 여러 부서 업무추진비가 동원됐다니 더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 후보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보자 A 씨가 전날 김 씨의 사과에 대해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한 것에 대해 묻자 “공직자로서, 남편으로서 제 부족함과 불찰”이라며 “(A 씨에게) 위로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남건우 기자 woo@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의 과잉 의전 및 법인카드 ‘바꿔치기 결제’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제보자 A 씨가 경기도 법인카드의 사적 유용 정황 10건을 추가로 공개했다. A 씨는 경기도청 비서실 7급 공무원으로 일하던 당시인 지난해 4~10월 자신의 카드로 음식을 구매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김 씨 자택으로 배달했으며, 며칠 뒤 이를 취소하고 경기도청 법인카드로 다시 결제했다면서 10일 동아일보에 카드 결제내역을 공개했다. A 씨에 따르면 그는 경기 성남시와 수원시에 있는 백숙전문점과 중식당, B 초밥전문점, C 초밥전문점, 복어요리전문점, 베트남음식점, 한우전문점 등 식당 7곳에서 총 11건을 자신의 카드로 결제했다. A 씨는 여기서 산 음식을 김 씨 자택으로 배달했다. 이어 하루에서 수일이 지나 결제를 취소하고, 마치 도정 업무에 쓰인 것처럼 경기도 법인카드로 바꿔 결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우전문점의 경우 앞서 본보가 한차례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보도했던 곳이다. 10일 본보 취재팀이 해당 식당 7곳을 취재한 결과 취재에 동의한 중식당과 C 초밥전문점에서 실제 A 씨가 밝힌 카드내역과 일치하는 결제내역이 확인됐다. 해당 결제는 각각 2, 3일 뒤 취소됐으며 다른 카드로 같은 금액의 재결제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A 씨는 재결제한 카드가 경기도청 법인카드라고 주장했다. 실제 A 씨가 밝힌 카드내역에 있는 식당에서 경기도 업무추진비가 쓰인 사실도 확인됐다. 경기도청이 공개한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에 따르면 백숙전문점의 경우 A 씨 카드 결제 다음날인 지난해 10월 6일 경기도청 총무과가 ‘광역행정 업무협력방안 논의’를 목적으로 A 씨가 취소한 결제금액과 같은 액수를 지출했다. B 초밥전문점과 복어요리전문점 역시 A 씨가 결제한지 3일 뒤 같은 액수가 각각 경기도청 공정경제과와 노동정책과의 업무추진비로 지출됐다. 식당 7곳의 위치는 거의가 경기도청보다 김 씨 자택에 가까웠다. 복어요리전문점과 중식당은 김 씨 자택에서 걸어서 10분, 백숙전문점과 C 초밥전문점 한우전문점 베트남음식점 등은 차로 10~15분 정도 거리지만, 경기도청에서는 이들 모두 차로 4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다. 이 후보와 김 씨를 기억하는 식당 관계자도 있었다. 백숙전문점 직원은 “성남시장 시절 이 후보가 김 씨와 와서 4, 5번 정도 식사했던 걸로 기억한다”며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가 된 지 얼마 안 됐을 때 김 씨 혼자 와서 백숙을 포장해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도청 총무과 소속 사무관 배모 씨의 지시에 따랐다고 주장했다. 10일 A 씨가 공개한 배 씨와의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배 씨는 베트남음식점 결제와 관련해 “오늘 13만 원이 넘거든요. 오늘 거 12만 원 하나 긁어오고요, 지난번 거하고 오늘 나머지 거 합쳐서 (12만 원 안쪽으로) 하나로 긁어오세요”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 집행기준’에 따르면 공직자에 대한 접대비로 쓰이는 업무추진비는 1인당 3만 원 이하로 제한된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거리 두기 수칙에 따르면 대부분 시기 식당 등에 출입 가능한 모임 인원이 4인 이하로 제한됐다. 종합하면 식당에서 한번에 지출 가능한 업무추진비가 12만 원 이하였던 셈이다. A 씨 측은 “김 씨가 먹을 음식을 배 씨 개인카드로 결제한 뒤 경기도 법인카드로 재결제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남건우 기자 woo@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가 9일 자신을 둘러싼 과잉 의전 및 법인카드 불법 유용 논란과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공과 사의 구분을 명확히 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며 사과했다. 논란이 불거진 지 12일 만이다. 앞서 2일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던 김 씨는 논란이 계속되자 사과 기자회견에 나섰다. 김 씨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부족함의 결과”라며 “수사와 감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씨의 기자회견은 이날 오전 이 후보와 이낙연 총괄선거대책위원장 등이 참석한 회의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할 때 경기도청 비서실에서 7급 공무원으로 일했던 A 씨는 총무과 소속 5급 배모 씨의 지시에 따라 김 씨가 복용하는 약의 대리 처방 및 법인카드 불법 유용 등이 있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김 씨는 배 씨에 대해 “성남시장 선거 때 만나서 오랜 시간 알고 있었던 사이”라고 설명했고, A 씨에 대해서는 “제가 도에 처음 왔을 때 배 씨가 소개시켜 줘서 첫날 인사하고 마주친 게 다다. 그 후에는 소통하고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A 씨는 기자회견 뒤 발표한 입장문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도 본질을 관통하지도 못한 기자회견”이라며 “(김 씨가) 꼭 답해야 하는 질문에는 하나도 정확하게 답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씨를 향해 “‘법인카드 유용을 어디까지 인정하는지’, ‘그 많은 양의 음식은 누가 먹었는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김혜경 “제보자는 피해자… 제가 져야할 책임은 마땅히 지겠다” 이재명 부인 ‘과잉 의전’ 논란 사과, 460자 분량… “책임지겠다” 4차례“5급 공무원 배씨 통해 소개받아, 첫날 인사 전부… 그뒤론 소통 안해남편도 사과하면 좋겠다고 말해”… 법카 유용-대리처방 여부엔 침묵이낙연, 이재명 참석한 회의서… “진솔하게 인정하고 사과할 필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가 법인카드 유용 논란 등에 대해 9일 직접 사과한 것은 이번 논란으로 인한 부정적 여파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민주당의 위기의식 때문이다. 앞서 이 후보와 김 씨가 사과했지만 논란이 지속되면서 11일 열리는 두 번째 대선 후보 TV토론 전에 김 씨의 직접 사과를 통해 매듭 짓기에 나선 것. 김 씨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기로 한 것에 대한 이 후보의 반응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리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빙 승부를 벌이는 상황에서 짚고 넘어갈 문제는 확실히 사과하고 가자는 판단으로 기자회견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 네 차례 고개 숙인 金, “제보자에 사과”김 씨는 이날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논란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 그는 2일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라는 사과문을 발표한 뒤 공개 행보를 취소하고 칩거를 해왔다. “저의 부족함으로 생긴 일들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기자회견을 시작한 김 씨는 “제가 져야 할 책임은 마땅히 지겠다”고 말했다. 약 460자 분량의 사과문을 읽으며 김 씨는 네 번 고개를 숙였고 “책임지겠다”는 표현을 네 차례, “죄송하다”는 말을 두 번 했다. 김 씨는 법인카드 사적 유용 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전 경기도청 총무과 소속 5급 공무원 배모 씨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온 사람”이라며 “오랜 인연이다 보니 때로는 여러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논란을 폭로한 제보자인 전 경기도청 비서실 공무원 A 씨에 대해서는 “제가 A 씨와 배 씨의 관계를 몰랐다고 해서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 저의 불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현근택 대변인 등이 ‘폭로 진의’ 등을 언급하며 A 씨를 비판해 2차 가해 논란이 인 것에 대해 김 씨는 “A 씨는 피해자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김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법인카드로 구입한 음식의 사용처, 대리 처방 여부, 이른바 ‘카드깡’ 논란 등 의혹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A 씨는 기자회견 뒤 입장문을 통해 “(김 씨가) 꼭 답해야 하는 질문에는 하나도 정확하게 답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前 이낙연 “진솔한 사과 필요”당초 민주당은 논란에 대해 “이 후보와 김 씨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안”이라는 태도로 일관했다. 그러나 A 씨의 구체적인 폭로가 이어지자 당내에서도 “무작정 모른 척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우려가 커졌다. 여기에 총괄선대위원장 자격으로 이날 첫 회의를 주재한 이낙연 전 대표가 “어느 것이든 진솔하게 인정하고 겸허하게 사과하는 게 필요하다”고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 회의에는 이 후보도 참석했다. 한 여당 의원은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에 비하면 작은 일로 인해 위축돼 후보 배우자로서 할 일을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사과할 것은 확실히 사과하고, 후보 배우자로서 할 일은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씨가 수사, 감사에 대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만큼 김 씨 관련 의혹의 검경 수사와 경기도 감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난해 12월 이 후보 부부와 배 씨를 국고 손실과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대검에 고발한 것과 관련해서는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경 수사와 별도로 경기도 차원의 감사를 진행 중인 김희수 경기도 감사관은 이날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정식으로 감사 계획보고서를 작성해 (감사를) 실시하도록 지시했다”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남건우 기자 woo@donga.com권오혁 기자 hyuk@donga.com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경기도지사 재직 당시 부인 김혜경 씨에 대한 과잉 의전 논란을 제기한 전 경기도청 비서실 공무원 A 씨가 제사 등 이 후보 가족행사 물품을 준비하는 데도 동원됐다고 7일 주장했다. A 씨는 지난해 3월 경기도청 총무과 소속 5급 공무원 배모 씨의 지시를 받아 과일가게에서 제수를 받은 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이 후보 자택으로 날랐다고 주장했다. 이날 A 씨가 공개한 당시 텔레그램 대화에는 A 씨가 배 씨에게 “과일가게에서 제사용품을 받아서 사진 찍겠다”고 한 뒤 전, 배, 사과, 황태포 등의 사진을 찍어 보낸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배 씨가 차에 실어주고 퇴근하라고 하자 A 씨는 “수내 말씀하시는 거지요?”라고 물었고, 배 씨는 “네”라고 답했다. 이후 A 씨는 이 후보 자택으로 이동한 뒤 “조수석 뒷자리에 넣어두었다”고 보고했다. A 씨가 제사음식을 받아 날랐다는 날은 이 후보 어머니의 음력 기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사음식 대금이 어떻게 결제됐는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날 이 과일가게에서 사용된 경기도 업무추진비 내역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 선대위는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면서도 “배 씨와 A 씨 사이의 일에 이 후보나 김 씨는 관여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사를 위해 이날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대선 후보의 각종 의혹을 둘러싼 여야 간 대리전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예결특위에서 김 씨 관련 경기도비 유용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박 의원은 “(김 씨를 전담하는 비서가) 2명이 아니라 한모 씨 등을 포함해 3명이라는 제보가 있다”라며 “경기도지사 업무추진비에서 (한 씨 급여용으로) 매월 20일 150만 원씩 현금으로 인출됐다”고 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은 입장문을 통해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에게 ‘윤석열이는 형(본인)이 가지고 있는 카드면 죽어’라고 발언한 녹취록을 거론하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겨냥했다. 신정훈 의원은 “윤 후보가 대장동 해결사 노릇을 했고, 김 씨와 결탁한 내용이 보이는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기자들에게 “어이가 없는 이야기”라며 “저는 그 사람(김 씨)과 10년 넘도록 밥 먹거나 차 한 잔 마신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남건우 기자 woo@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한성대 경제학과 학생 장선아 씨(25)는 졸업을 앞둔 이달 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사진관에서 학사모를 쓴 채 카메라를 바라보고 리모컨으로 셔터를 눌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에 오프라인 졸업식이 열리지 않자 ‘셀프 졸업사진’을 찍은 것. 장 씨는 “졸업 전 모습을 직접 남기고 싶어 혼자 찍었다”며 “내가 원하는 구도와 모습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오히려 좋았다”고 말했다. 7일 대학가에 따르면 졸업 시즌을 맞아 ‘셀프 졸업사진’을 촬영하는 졸업생이 늘고 있다. 각 대학은 오미크론 확산 우려를 감안해 올해도 졸업식을 취소하거나 비대면으로 열고 있다. 졸업 앨범도 안 만드는 경우가 많다. 기껏해야 교내에 포토존을 설치하고 학사모와 가운을 대여해 알아서 찍으라고 하는 정도다. 그렇다 보니 자신만의 개성과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셀프 졸업사진’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장 씨는 “원하는 방식으로 나만의 모습을 남길 수 있는 셀프 졸업사진이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의 감성과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비용도 크게 비싸지는 않은 편이다. 장 씨가 셀프 사진관에서 20분 동안 촬영하고, 사진 파일 4개와 출력된 사진 2장(A4용지 절반 크기)을 받는 데 지불한 비용은 4만 원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햇수로 3년째 이어지면서 ‘셀프 졸업사진’은 어느덧 대학가의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지난해 한국외국어대 영문학과 졸업 당시 친구들과 스튜디오를 빌려 셀프로 졸업사진을 찍었다는 박성은 씨(27)는 “(코로나19로) 졸업식이 열리지 않아 나만의 사진을 남기고자 했다. 한 시간 남짓 독사진과 단체사진을 다양하게 찍으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돌이켰다. 일부 사진관은 손님이 직접 졸업사진 등을 찍을 수 있도록 공간을 빌려주기도 한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사진관 관계자는 “요즘 사진사의 손을 빌려 졸업사진을 남기려는 학생들이 적어 장사가 안 된다”며 “자리라도 대여해주고 비용을 받는 게 좋겠다 싶어 사진관 내에 ‘셀프 촬영’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친했던 이들끼리 모여 함께 사진을 찍고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것으로 ‘자체 졸업식’을 대신하기도 한다. 이화여대 졸업을 앞두고 있는 장모 씨(25·여)는 “방역 지침에 따라 친한 동아리 사람들 6명만 모이기로 했다”며 “동아리 방에서 서로 사진도 찍고 같이 음식도 먹으면서 우리만의 작은 졸업식을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남건우 기자 woo@donga.com}
경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보했던 이모 씨(55)의 사망 원인을 병사로 결론 내렸다. 6일 서울 양천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이 씨 사망 원인이 ‘대동맥 박리 및 파열’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최종 부검 소견을 전달받았다. 이는 지난달 국과수가 1차로 전달한 구두 소견과 같은 내용이다. 당시 경찰은 “대동맥 박리·파열은 동맥경화 등 기저질환에 의해 발생 가능한 심장질환”이라며 “이 씨는 중증도 이상의 관상동맥경화 증세와 심장 비대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진행한 국과수의 약물 및 독극물 검사 등에서도 범죄를 의심할 만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 씨 변사 사건을 종결할 방침이다. 유족 측에서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1일 이 씨가 서울 양천구의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사망 경위와 관련한 여러 억측이 나왔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 따르면 시신에는 외상이나 다툰 흔적이 없었고,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 등에서도 외부 침입을 의심할 정황은 없었다. 유서 등 극단적 선택을 시사하는 물건도 발견되지 않았다.남건우 기자 woo@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이모 씨(55)의 사망이 병사로 추정된다는 최종 결론이 나왔다. 경찰은 이 같은 결론을 내고 사건을 종결하기로 했다. 6일 서울 양천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이 씨 사망 원인이 대동맥 박리 및 파열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최종 부검 소견을 받았다. 심장과 이어진 대동맥의 안쪽 막이 길게 찢어져 바깥쪽 막과 분리됐고(박리), 일부는 바깥쪽 막까지 터져 있었다(파열)는 것이다. 이는 지난달 국과수가 내놓은 1차 부검 소견과 같은 내용이다. 당시 경찰은 “이 씨는 관상동맥에 중증도 이상의 경화 증세가 있었고, 심장 비대증도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최종 부검 소견이 병사로 나오면서 경찰은 이 씨 변사 사건을 종결할 방침이다. 이 씨 유족 측에서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변사 사건 심의위원회도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씨는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을 당시 이 후보의 변호사비 중 20억 원 상당을 S사가 주식으로 대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씨는 시민단체 ‘깨어있는시민연대당’에 관련 녹취록을 제보했고 이 단체는 이를 근거로 이 후보 등을 지난해 10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수원지검에서 수사 중이다. 하지만 이 씨는 지난달 11일 서울 양천구의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12월에만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던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유한기 전 개발사업본부장과 김문기 개발사업1처장 등 2명이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 이재명 후보 연루 의혹 관련자들이 잇따라 사망한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이 모텔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석 달째 투숙 중이었다. 당시 경찰에 따르면 시신에는 외상이나 다툰 흔적이 없었고 외부의 침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도 없었다. 유서 등 극단적 선택을 의심할 만한 물건도 나오지 않았던 만큼 부검 결과와 배치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남건우 기자 woo@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가 지난해 3월 경기도 공무원 이름으로 1개월 치 약을 ‘대리 처방’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당시 처방된 약과 똑같은 약 6개월 치를 김 씨가 한 달 후 직접 종합병원에서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경기도 비서실 7급 공무원으로 일했던 A 씨가 3일 동아일보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김 씨는 경기 성남시 자택 인근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후 6개월 치 약을 처방받았다. A 씨는 당시 이 후보 측근인 경기도 총무과 소속 5급 사무관 배모 씨가 김 씨의 처방전 사진을 A 씨에게 텔레그램으로 보내며 “약국 가서 받아오세요”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지시대로 약을 받아 김 씨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약은 A 씨가 전날 공개한 지난해 3월 텔레그램 대화에서 A 씨가 “도청 의무실에서 다른 비서 이름으로 처방전을 받았다”며 배 씨에게 보낸 사진의 약과 동일한 것이다. 당시 배 씨는 “사모님 약 알아봐 주세요”라며 김 씨의 약임을 시사했다. 당시에는 1개월 치만 처방됐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에게 직접 진찰을 받은 환자가 아니면 처방전을 수령할 수 없다. 이를 두고 대리 처방 논란이 불거지자 배 씨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늦은 결혼과 임신에 대한 스트레스로 남몰래 약을 복용했다. 제가 복용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이 처방받은 약을 구하려 한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자신의 의료법 위반 가능성을 시인한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A 씨 측은 “지난해 3월 김 씨 집 앞에 직접 약을 걸어놓고 왔는데 배 씨가 몰래 가서 훔치기라도 했다는 말이냐”며 반박했다. 이어 김 씨가 직접 해당 약을 처방받은 기록을 공개하며 김 씨의 대리 처방 가능성을 재차 제기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통합정보에 따르면 이 약은 호르몬을 조절해 폐경 후 나타나는 홍조와 골다공증 등의 증상을 개선하는 데 주로 쓰인다. 김 씨는 55세이고 배 씨는 40대 중후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배 씨는 과거 임신을 위해 노력했으나 성공하지 못했고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이었다”며 “생리불순, 우울증 등 폐경 증세를 보여 결국 임신을 포기하고 치료를 위해 해당 약을 복용했다”고 밝혔다. A 씨는 경기도청에서 일하는 동안 배 씨 지시를 받아 경기도 비서실 법인카드로 소고기를 구입하는 등 김 씨와 이 후보 가족의 사적인 용무를 처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후보를 비판하는 책 ‘굿바이 이재명’ 저자로 국민의힘 이재명 국민검증특별위원회 소속인 장영하 변호사는 이날 이 후보와 김 씨, 배 씨를 국고손실과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남건우 기자 woo@donga.com권오혁 기자 hyuk@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가 경기도청 공무원 이름으로 ‘대리 처방’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의약품 6개월 치를 지난해 4월 종합병원 진료 후 직접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리 처방 의혹이 제기된 지난해 3월 1개월 치가 전달된 지 약 한 달 만이다.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경기도청 비서실에서 7급 공무원으로 일했던 A 씨가 3일 본보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이 후보 부인 김 씨는 경기 성남시 자택 인근 종합병원 진료를 받은 후 의약품 6개월 분량을 처방받았다. A 씨에 따르면 이 후보의 측근 배모 씨(전 경기도청 총무과 소속 5급 사무관)는 그에게 텔레그램으로 김 씨 처방전 사진을 보내며 “처방전 약 약국 가서 받아오세요”라고 지시했다. A 씨는 약 30분 뒤 “약 수령했습니다”라고 답했다. 해당 약은 A 씨가 공개한 지난해 3월 텔레그램 대화에서 배 씨가 “사모님 약 알아봐주세요”라고 하자 A 씨가 “도청 의무실에서 다른 비서 이름으로 처방전을 받았다”며 배 씨에게 보낸 사진에 있는 약과 동일한 것이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에게 직접 진찰을 받은 환자가 아니면 처방전을 수령하지 못한다. 대리 처방 논란이 불거지자 배 씨는 전날 낸 입장문에서 “늦은 결혼과 임신에 대한 스트레스로 남몰래 호르몬제를 복용했다. 제가 복용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이 처방받은 약을 구하려 한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A 씨 측은 “지난해 3월 김 씨 집 앞에 직접 약을 걸어놓고 왔는데 배 씨가 몰래 가서 훔치기라도 했다는 말인가”라며 반박했다. 이어 김 씨가 직접 해당 약을 처방받은 기록을 공개한 것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관계자는 “해당 약은 주로 폐경기에 있는 중년 여성들이 처방받는 약”이라며 “홍조 감소, 불면증이나 열감 개선 등의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은 “배 씨는 과거 임신을 위해 노력했으나 성공하지 못했고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이었다”며 “생리불순, 우울증 등 폐경증세를 보여 결국 임신을 포기하고 치료를 위해 호르몬제를 복용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경기도청에서 일하는 동안 배 씨 지시를 받아 김 씨와 이 후보 가족의 사적인 용무를 처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남건우기자 woo@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경기도지사 재직 당시 경기도청 공무원이 이 후보 부인 김혜경 씨의 사적 용무에 동원됐다는 논란에 김 씨는 2일 “공과 사를 명료하게 가려야 했는데 배모 씨(경기도청 총무과 소속 5급 사무관)와 친분이 있어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경기도청 비서실 7급 공무원으로 일했던 A 씨는 2일 동아일보에 자신이 부인 김 씨와 이 후보 가족의 사적인 용무를 맡아 처리했으며, 김 씨가 자신의 약을 도청 공무원 이름으로 ‘대리 처방’ 받았다는 의혹 등을 제기했다. 또 A 씨는 경기도청 비서실 법인카드로 이 후보 가족을 위한 식료품을 구입했다는 주장을 내놨다.前공무원 “김씨 약 대리처방 받아… 장남 퇴원수속 대신 해주기도”지시의혹 사무관 “잘보이려 선넘어”… 野 “과잉 충성 아닌 명백한 불법”○ A 씨 “법인카드로 먹거리 사 배달”A 씨는 경기도청 비서실에서 일할 때 당시 도청 총무과 소속 5급 사무관 배모 씨 지시를 받고 이 후보 가족과 김 씨에 대한 사적 활동 의전 업무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배 씨는 이 후보가 변호사로 일할 당시 인연을 맺고 성남시청에 이어 경기도청에서 최근까지 근무한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A 씨 측에 따르면 지난해 4월 A 씨는 배 씨 지시를 받아 자신의 카드로 구매한 소고기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 있는 이 후보의 자택에 전달했다. 그리고 다음 날 결제를 취소한 후 경기도청 비서실 법인카드로 재결제했다. A 씨 측은 “도정 업무에 쓰인 것처럼 시간을 맞춰 경기도 법인카드로 바꿔 다시 결제한 것”이라며 “김 씨 측에 소고기와 식사 등을 포함해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카드를 바꿔 결제한 사례가 열 번이 넘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경기도지사 공관이 아니라 자택에 전달된 것을 두고 “경기도민의 혈세가 김 씨의 소고기 안심과 회덮밥 심부름에 이용됐다”며 “명백한 국고손실죄”라고 비판했다.○ A 씨 “김 씨 약 공무원 이름으로 대리 처방”김 씨가 자신의 약을 도청 공무원 이름으로 ‘대리 처방’ 받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A 씨가 공개한 지난해 3월 텔레그램 대화에 따르면 배 씨가 “사모님 약 알아봐주세요”라고 하자 A 씨는 “도청 의무실에서 다른 비서 이름으로 처방전을 받았다”며 약 사진을 배 씨에게 보냈다. A 씨가 이 후보 자택 앞에 세탁물과 종이봉투를 뒀다고 보고하자, 배 씨는 “사모님 약 넣으신 거 맞지요?”라고 확인하기도 했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에게 직접 진찰을 받은 환자가 아니면 처방전을 수령하지 못한다. 어길 시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A 씨에 따르면 지난해 4월에는 김 씨가 성남시 자택 인근 종합병원에 방문하기 전 배 씨가 A 씨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문진표를 작성하면 출입증을 줄 것”이라며 문진표를 대신 작성해 김 씨의 출입허가증을 받도록 했다. 당시 해당 병원은 원내 방역을 위해 문진표를 작성한 방문객에게만 출입허가증을 내줬다. A 씨는 같은 달 김 씨 대신 모두 네 차례 문진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김 씨의 병원 진료비 수납과 약 수령도 대신 했다고 했다. A 씨는 지난해 6월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또 다른 종합병원에서 자신이 이 후보 장남의 퇴원 수속을 대신 하고 복약지도서 등을 챙겼다고도 주장했다. A 씨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장남 병원 서류에 적힌 보호자 김 씨 이름 옆에는 배 씨의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 있었다. A 씨는 김 씨가 자주 찾는다는 식당에서 음식을 받아 자택에 가져다주는 과정을 배 씨에게 보고하기도 했다고 했다. A 씨가 공개한 자료 중에는 김 씨가 탄 차량 앞을 A 씨가 지나갔다는 이유로 배 씨가 “충성심이 없다”고 질책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김 씨 “저의 불찰” 사과…배 씨 “내가 복용하려 약 구한 것”이 후보 부인 김 씨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배 씨와 친분이 있어 도움을 받았지만 상시 조력을 받은 건 아니다”며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있었다.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다”고 밝혔다. A 씨에 대해서도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아린다”고 했다. 배 씨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 후보를 오래 알았다는 것이 벼슬이라 착각했고, 이 후보 부부에게 잘 보이고 싶어 상식선을 넘는 요구를 했다”며 “A 씨와 국민 여러분, 경기도청 공무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대리 처방 논란에 대해서는 “제가 복용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이 처방받은 약을 구하려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리 처방에 대한 해명에 대해 A 씨 측은 “김 씨 집 앞에 직접 약을 걸어놓고 왔는데 배 씨가 몰래 가서 훔치기라도 했다는 말인가”라며 반박했다. 국민의힘도 “과잉 충성이 아니고 명백한 불법”이라며 공세를 쏟아냈다.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남건우 기자 woo@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