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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동 주미 대사가 앞서 11일(현지 시간) 다음 달 미국 대선 뒤 새 행정부가 출범하면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재처리 권리 확보를 위한 외교를 우선순위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한미 간 원자력협정 개정이 실제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 협정은 핵무기로 전용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미국과의 서면 합의 없이 한국이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 등을 못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은 항상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조 대사의 발언도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걸로 안다”고 했다. 다만 “아직 협정 개정에 대해 한미 간 실제 논의되거나 언제 논의하자고 얘기가 나온 건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지만 현재로선 이와 관련해 미 측과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는 의미다. 한국은 국내에서 25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지만 매년 700t 가까이 쏟아지는 사용후핵연료를 독자적으로 재처리할 권한이 없다.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이 재처리를 금지하고 있어서다. 다만 미국은 1988년 미일 원자력협정 개정으로 일본에는 재처리 시설을 둘 수 있게 했고, 플루토늄 생산 역시 핵무기 비보유국 중 유일하게 허용했다. 그런 만큼 한미도 미일처럼 원자력협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정부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미 원자력협정 유효 기간은 20년이지만 한미 간 합의에 따라 개정은 언제든 가능하다. 정부 내부에선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부터 서둘러 완비한 뒤 필요한 시점에 미 측에 재처리 권한 등을 위한 협정 개정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파이로 프로세싱은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하기 위해 건식 재처리하는 기술로, 한미가 현재 공동으로 연구 중이다. 습식 재처리는 고순도 플루토늄 등 핵물질 추출이 가능해 핵무기화 우려가 큰 반면, 건식 재처리는 고순도 플루토늄만 따로 추출하기 어려워 핵무기로의 전용도 어렵다. 또 방사성폐기물 부피와 독성 등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북한이 한국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세 차례나 침투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가 12일 국경선 부근 포병연합부대와 중요화력임무가 부과된 부대들에 완전사격 준비태세를 갖추라는 작전예비지시를 하달했다고 보도했다. 13일 매체에 따르면 국방성 대변인은 총참모부의 작전예비지시에는 “전시정원편제대로 완전무장된 8개의 포병여단을 이날 오후 8시까지 사격대기태세로 전환하라”는 내용이 담겼다며 이같이 밝혔다. 총참모부는 한국 무인기가 또다시 국경을 넘었을 때를 대비해 대상물을 타격하고, 그로 인해 무력충돌이 확대되는 상황까지 가정해 각급 부대에 철저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한국 무인기의 평양 상공 침투 주장을 빌미로 전방에서 언제든 대규모 포격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고 노골적으로 통첩성 협박에 나선 것. 우리 군은 도발 징후 포착 시 화력대기 태세 격상을 비롯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북한 노동신문에 실린 담화에서 “(북한의) 수도 상공에서 대한민국 무인기가 다시 발견되는 순간 끔찍한 참변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자 국방부는 13일 입장을 내 “만약 북한이 우리 국민 안전에 위해를 가한다면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의 종말이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반박했다.軍 “평양 무인기, 확인 못해줘”… 전략적 모호성으로 北혼란 유도평양 왕복 300㎞ 상용 드론 드물어… 탈북단체 “드론 이용 전단 안보내”일각 정부기관 지원 가능성 거론北, 평양 방공망 허점 사실상 자인… 軍일부 “2014년 靑침투 갚아준 셈”최근 한국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세 차례나 침투해 반공화국 선동삐라(대북전단)를 살포했다는 북한 주장에 대해 대통령실과 군은 “사실 여부 확인 불가”를 고수 중이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도 13일 “북한 주장에 일일이 대응하는 건 북이 원하는 대로 말려드는 것”이라며 “경험에 의하면 제일 좋은 최고의 정답은 무시”라고 밝혔다.김정은 국무위원장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본부 청사 상공 등 평양 ‘심장부’가 뚫린 북한은 외무성의 ‘중대 성명’에 이어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대남 협박 전면에 나섰다.우리 정부가 북한 주장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전략적 모호성을 취해 북한의 대응과 행동에 혼선을 초래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도발 주체’를 특정 짓지 못하는 상황에서 후속 대응에 골머리를 앓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軍 “확인 불가” 탈북 단체 “드론 보낸 적 없다”평양 핵심부 상공에 출현한 무인기를 누가 보냈는지를 놓고서는 여러 가설이 제기된다. 우선 군이 직접 나섰을 수 있다. 최전방인 경기 파주 임진각에서 평양까지는 직선 150km, 왕복 300km 거리다. 이 거리를 오갈 수 있는 상용 드론은 드물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대신 우리 군이 보유한 ‘원거리 정찰용 소형 드론’이라면 비행이 가능하다. 2023년 국군의 날 시가행진에서 공개된 이 드론은 최대 4시간 동안 400km를 비행할 수 있다. 전방에서 차량 발사대로 날리면 ‘평양 왕복’도 가능하다. 일각에선 북한이 공개한 사진 속 ‘고정익 무인기’ 외형이 우리 군의 드론과 유사하다는 분석도 있다.반면 군이 정전협정을 위반하고 무인기를 북한에 선제적으로 진입시켰을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많다. 2022년 북한 무인기의 대남 침투 당시 우리 군도 무인기를 휴전선 이북으로 보내자 유엔군사령부는 둘 다 정전협정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그 때문에 민간단체의 주도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거 일부 탈북민 단체가 드론을 북한에 보내 전단을 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북전단을 날려 온 탈북민 단체들은 드론을 이용해 대북전단을 보낸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는 이날 “애드벌룬(대형 풍선)을 이용하면 한 번에 수십만 장의 전단을 보낼 수 있지만 드론으론 수천 장밖에 보낼 수 없다. 비용 차이가 크다”고 했다. ‘가성비’가 떨어져 전단 살포에 드론을 활용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또 북한이 공개한 사진 속 무인기는 고정익으로 대북전단을 보낼 때 민간단체들이 활용하는 프로펠러형 드론과는 확연히 다르다.일각에선 정부 기관과 민간단체의 ‘합작품’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기관의 비공식 지원을 받고 민간단체가 고성능 무인기를 입수해 평양에 침투시켰을 수 있다는 것이다.● “10년 전 靑 상공 침투한 北에 되갚아 준 격”이번 사태로 평양 방공망의 허점이 노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평양 일대는 수천 문의 대공포와 지대공미사일, 레이더 등이 배치된 세계에서 가장 조밀한 방공망으로 평가돼 왔지만 무인기의 연이은 침투에도 격추에 실패했음을 북한이 사실상 자인했기 때문이다.더욱이 무인기가 출현한 노동당 본부 청사에서 700m 떨어진 곳에는 김일성광장, 약 2km 떨어진 곳에는 류경호텔 등이 자리 잡고 있다. 군 소식통은 “서울의 광화문광장 상공을 무인기가 휘젓고 간 것과 다름없다”며 “2014년 북한 무인기가 서울로 침투해 청와대 경내 사진을 촬영한 것을 되갚아 준 격”이라고 했다. 최근 북한이 국방상을 강순남에서 노광철으로 교체한 것도 무인기 대응 실패의 책임을 물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이런 가운데 군은 그간 수거된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일부에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발신기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기존에 군이 확인한 오물 살포 방식은 사전에 타이머에 입력한 시간이 되면 발열 장치로 낙하물 봉지를 태워 뿌리는 방식이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오물풍선의 이동 경로를 실시간 추적해 원하는 상공에서 원격으로 터뜨릴 가능성이 있는지를 면밀히 분석 중”이라고 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사진)은 12일 담화문에서 평양 상공을 침범했다는 무인기(드론)에 대해 “한국 군부가 감행했거나 적극적 조장 또는 묵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드론을 날려보낸 주체가 민간인지 군인지도 특정하지 못한 북한이 책임을 우리 군에 돌리고 나선 것이다. 북한의 속내에 대해 “한국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키워 ‘남남 갈등’을 조장하려는 노림수”란 해석도 나온다. 김 부부장은 12, 13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한 A4용지 4쪽 분량 담화문에서 “민간에서 날려보낸 무인기를 군부가 식별조차 못 했다면 문제거리”라며 “(무인기가) 국경을 넘어가 무력 충돌 위험을 키울 수 있는데도 군이 손털고 나앉아 있었다면 고의적 묵인이고 공모”라고 했다. 그는 “우리 민간단체가 무인기로 대통령실 상공에 삐라를 뿌린다고 해도 문제되지 않는다는 소리”라며 추가 도발 가능성도 시사했다. 김 부부장은 무인기가 상공에 침범한다면 “성분을 가리지 않고 강력하게 대응 보복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했다. 민간이 보냈건, 군이 보냈건 상관없이 북한이 상공에서 드론을 발견한 순간 보복하겠다는 뜻이다. 김 부부장은 담화문에서 우리 군에 대해 “국민 목숨을 놓고 도박하려는 자들”이라고 비난했고 “국민들이 뭐라 할지 궁금하다”고 하는 등 국민이란 표현을 8번 써가면서 우리 군과 국민 사이의 ‘갈라치기’를 시도했다. 북한은 13일 한국이 평양에 무인기를 보내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는 주장을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은 선대의 정책을 뒤집고 반(反)통일 노선을 걷고 있지만 주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상태”라며 “주민들의 대남 적개심을 고취시켜 통일해선 안 되는 이유를 정당화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국방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 “노동신문에까지 이 사실을 공개하며 ‘인민들의 보복열기’ 등을 언급한 것은 김정은 일가의 거짓 독재정권에 지쳐 있는 북한 주민들의 적개심이라도 이용해 보려는 노림수에 불과하다”며 “북한 당국은 주체도 알 수 없는 ‘무인기 삐라’ 하나 떨어진 것에 놀라 기겁하지 말고 국제적으로 망신스러운 오물쓰레기 풍선부터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북-러 수교 76주년을 맞아 평양에서 열린 기념 연회에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참석했다고 북한 관영매체가 밝혔다. 불과 일주일 전이었던 북-중 수교 75주년 기념일에 북한과 중국 정상이 축전만 주고받았을 뿐 연회를 열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 군사적으로 밀착하는 한편 중국과 불편한 기류를 이어가고 있는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온도 차를 여과없이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최 외무상이 북-러 수교 76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11일 대동강 외교단 회관에서 주북 러시아대사 주최로 열린 연회에 참석했다고 12일 밝혔다. 최 외무상은 이 자리에서 북-러 관계에 대해 “가장 높은 동맹자 관계 수준”이라고 했다. 이어 북-러가 올 들어 군사동맹에 준하는 북-러 조약을 체결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새 조약 기반 위에서 다방면으로 긴밀히 지지 연대하겠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수교 76주년 기념 연회에 ‘실세 장관’인 최 외무상을 보낸 것에 대해 외교가에선 “북-러 밀착을 과시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2018년 북-러 수교 70주년을 기념해 평양에서 열린 연회에 리용호 당시 외무상이 참석한 전례는 있지만 지난해 75주년 기념 연회를 비롯한 대부분의 북-러 수교일 기념연회에는 외무성 부상이 참석해왔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이 대한체육회와 관련한 비위 첩보를 받아 8일 조사에 착수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5월 대한체육회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하고, 지난달엔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한 상황에서 공직복무관리관실까지 공직 감찰 성격의 조사에 나선 것이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직복무관리관실은 이날 서울 송파구에 있는 대한체육회로 1개 팀 조사관 6명 전부를 보내 현장 조사에 들어갔다. 정부 관계자 A는 “체육회의 업무 처리가 부적절하게 이뤄졌다는 첩보가 있어 조사에 나서게 됐다”고 8일 밝혔다. 공직복무관리관실은 이번 조사에서 대한체육회의 정부 지원 예산 사용 내역, 체육회장 선거인단 관리 등과 관련한 비위 의혹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복무관리관실은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및 산하 기관 직원의 비위 의혹을 조사하는 곳이다. 암행 감찰을 하기도 한다.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담당 업무 중에는 ‘공직자 복무 관리와 관련한 대통령 및 국무총리 지시 사항 처리’도 포함돼 있다. 그동안 공직에 대한 감찰을 주도해 왔던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관실이 윤석열 정부 들어 폐지되면서 공직복무관리관실이 공직 감찰 업무를 도맡게 됐다. 정부 관계자 B는 이번 조사와 관련해 “첩보 내용을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문체부의 공익감사 청구와는 별개로 따로 확인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문체부가 체육회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하고 감사원에 공익감사까지 청구했는데 이번에 따로 조사하게 된 건 체육회와 관련해 제기되는 의혹들은 사실관계를 반드시 확인하고 넘어가겠다는 의미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문체부는 지난달 12일 체육회에 대한 공익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하면서 △특정 업체 일감 몰아주기 △체육회 자체 예산의 방만한 사용 △국가계약법 위반 가능성이 있는 과도한 수의계약 △파리 올림픽 선수단 해단식 일방적 취소 등을 청구 이유로 들었다. 앞서 5월 문체부는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시설관리 용역 계약 과정에서 용역 업체와 체육회 관계자의 유착이 의심된다면서 체육회를 검찰에 수사 의뢰하기도 했다. 서울동부지검이 관련 수사를 하고 있다. 감사원은 체육회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 건을 검토 중으로 감사 개시 결정은 아직 하지 않았다. 공직복무관리관실은 이번 조사에서 체육회 비위 첩보가 사실로 확인되면 관련자에 대한 수사를 의뢰할 것으로 보인다. 공직복무관리관실은 수사권이 없다. 지난해 7월 폭우로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 당시 36명을 수사 의뢰한 적이 있다. 체육회는 8일 열린 이사회에서 ‘문체부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안건을 회의 참석 이사들에게 설명했다. 체육회는 문체부가 공익감사를 청구하자 하루 뒤인 지난달 13일 “문체부의 공익감사 청구를 환영하고 감사에 적극 협조할 예정이다. 공정하고 균형 있는 감사원 감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문체부의 위법 부당한 체육 업무 행태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서를 필요한 절차에 따라 감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문체부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에 앞서 관련 내용을 이날 이사들에게 설명한 것이다.김정훈 기자 hu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다음 달 7일부터 금융당국에 등록된 정식 대부업체만 유튜브에서 대출 상품을 광고할 수 있게 된다. 유튜브 운영사인 구글이 불법 사채 광고를 막기 위해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불법 업체는 아예 금융상품 광고를 할 수 없도록 사전에 차단하는 조치에 나서기 때문이다. 국무조정실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구글 메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운영) 등 온라인 플랫폼 관계자들,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 등과 ‘불법 사금융 척결 실무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었다. 회의 뒤 구글의 자율 규제 방안이 공개됐다. 국내 이용자가 있는 해외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가 불법 사채 광고 등을 막기 위한 자율 규제 방안을 공개한 건 처음이다. 불법 사채 조직과 그에 따른 피해 실태를 고발한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의 ‘트랩: 돈의 덫에 걸리다’ 시리즈 보도 이후 정부는 금융 사기 피해 등을 막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 왔다. 구글의 자율 규제 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광고주는 구글 유튜브나 크롬에 대출이나 보험과 같은 금융상품 광고를 올리기 전에 구글로부터 인증을 받아야 한다. 광고주가 계정을 만들 때 사업 정보와 광고 목적 등을 상세하게 적어 제출하고, 구글이 이 광고주 정보가 금융당국에 등록돼 있는지 확인한 뒤 인증을 내주게 되는 것. 지금까지는 유튜브에 올라온 ‘불법 사채 광고’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적발해 시정권고를 내리는 방식으로 사후 조치해 왔는데, 앞으로는 사전 차단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금융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가 자기 상품을 알리면서 동시에 금융 서비스를 추가로 끼워서 광고하려 할 때도 구글 측은 이런 금융 서비스 광고를 하는 게 타당한지 심사하게 된다. 예를 들어 자동차 회사가 자동차 판매 정보를 알리면서 보험이나 대출 서비스를 광고하려 할 때 구글 측이 이런 금융 서비스 광고를 하는 것이 타당한지 따지게 된다는 것이다. 구글은 사전 심사에서 걸러내지 못한 불법 위장 업체에 대해서도 사후적으로 실제 광고를 확인해 심사를 할 방침이다. 정부는 자율 규제 방안이 시행되면 유튜브에서의 유명인을 사칭한 불법 리딩방 사기, 사채 광고 등을 차단하는 데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다른 플랫폼들과도 불법 금융 광고 사전 차단 시스템을 마련해 나가도록 지속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투표에 대한 외교부의 판세 분석이 담긴 ‘3급 비밀’ 표시가 있는 외교부 공문을 야당 의원이 공개해 정부·여당과 야당 간 공방이 벌어졌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2030 부산 세계박람회 판세 메시지 송부’란 문서를 공개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개최지 투표를 앞두고 판세를 분석한 문서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차 투표에서 접전이 예상되고 2차 투표에서 한국이 유치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 담겼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우디가 1차 투표에서 119개국 지지를 얻어 개최지로 확정됐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3급 비밀문서를 화면에 띄우는 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냐”고 항의하자 김 의원은 “올 6월 30일 이후 일반 문서로 재분류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조 장관은 “기한이 지난 뒤에 엑스표를 쳐서 재분류 조치해야 일반 문서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외교부 한반도본부장 출신인 국민의힘 김건 의원은 “3급 비밀문서 유출은 국기를 흔드는 범죄 행위”라고 비판한 반면에 민주당 위성락 의원은 “비밀 급수를 따지는 건 형식에 얽매여 본질을 못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어지는 중동 국가 레바논에 있던 국민 96명이 5일 낮 우리 공군의 공중급유 수송기인 ‘시그너스(KC-330)’를 이용해 귀국했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떠나 이날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수송기에는 우리 국민 96명과 교민의 가족인 레바논 국적자 1명이 탑승했다. 일본인을 비롯한 우방국 국민들은 이번엔 탑승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5일 국방부와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교민들이 4일 오후 베이루트를 출발해 현재는 KADIZ(한국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고, 곧 성남공항에 착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민들은 중동 지역 영공을 비롯한 10여 개국 영공을 차례로 거쳐 국내로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송 작전 이전까지 레바논에 체류하던 우리 교민은 대사관 직원을 제외하고 2일 기준 총 130여 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작전이 끝난 뒤로 레바논에 남아있는 한국인 교민은 34명 안팎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이스라엘은 1일(현지시간)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겨냥해 레바논 본토를 공격하는 지상전을 개시했다. 이스라엘 지상군이 레바논 국경을 넘은 건 2006년 헤즈볼라 공격으로 병사 8명이 사망하고 2명이 납치된 것을 계기로 발발한 ‘34일 전쟁’ 이후로 18년 만의 일이었다. 이스라엘은 2일 헤즈볼라와 본격적인 교전에 들어가면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비롯한 공습 지역에 대한 폭격을 이어갔다. 그러자 정부는 이달 2일 레바논에 공군 수송기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중동 사태에 따른 긴급 경제안보점검회의’를 열고 국민을 철수시키기 위해 군수송기를 즉각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레바논 현지에서 교민들이 민간 항공기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 군수송기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레바논을 빠져나가는 민간 항공기가 운항되고 있지만 항공기 대수가 현저하게 적어 교민들이 표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민항기가 정상 운항 중인 이스라엘과 이란에는 군수송기를 급파하지 않았다. 외교부 영사국 심의관을 비롯한 외교부 직원 5명이 ‘신속 대응팀’으로 3일 군수송기를 타고 서울 김해공항을 출발해 레바논 현지로 향했다. ‘신속대응팀’은 현장에서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교민 안전 지원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일 주 레바논 한국 대사를 비롯한 공관원들은 철수하지 않고 레바논에 남기로 했다. 레바논 한국대사관도 그대로 운영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앞으로도 레바논 등 중동지역에 체류하고 있는 국민의 안전 확보를 위해 중동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다양한 안전 조치를 지속 강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한미가 2026∼2030년 5년간 적용되는 제12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 합의했다. 이에 한국은 2026년 주한미군 주둔을 위한 방위비 분담금으로 올해보다 8.3% 증가한 1조5192억 원을 부담한다. 정부는 11월 미국 대선을 33일 앞둔 4일 이번 합의 내용을 전격 발표했다. 앞서 4월 양국이 조기 협상에 착수한 지 반년 만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조 바이든 행정부와 그간 진행된 협의를 무시할 가능성이 큰 만큼 한미 모두 합의문 마련에 속도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트럼프 후보 당선 시 재협상 요구 가능성이 작지 않아 ‘트럼프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란 평가도 나온다. 외교부가 이날 공개한 제12차 SMA 합의 내용에 따르면 첫해인 2026년 분담금만 전해 대비 8.3% 증액하고, 이후엔 분담금 인상률을 물가상승률에 연동시킨다. 2026년 총액은 최근 5년간 연평균 분담금 증가율에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증원 소요 등까지 반영돼 8.3%로 비교적 높지만 이후 물가상승률을 반영한다는 것.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은 각각 2.4%와 2%다. 한미는 이번에 연간 방위비 증가율이 5%를 넘지 않도록 하는 ‘증가율 상한선’도 다시 도입했다. 한미는 앞서 2021년 제11차 협상에서 처음으로 국방비 증가율에 연동시키기로 합의해 적용해 왔지만 이번에 다시 물가상승률에 맞추기로 했다. 제11차 협상을 통해선 분담금이 첫해 13.9% 인상됐고, 이후 국방비 증가율과 연계돼 연평균 4.3%씩 올랐다. 미 대선에 앞서 한미 SMA 협상이 타결되면서 우리 정부 내부에선 “미국의 정치적 상황에 상관없이 민감한 방위비 문제를 안정적으로 끌고 갈 근거를 마련했다”는 자평이 나왔다. 정부 소식통은 “트럼프가 집권해도 합의 자체를 쉽게 흔들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트럼프 1기’ 당시 분담금을 5배 증액하라고 요구한 트럼프 후보가 백악관에 들어서면 재협상을 주장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SMA는 한국에선 국회 비준을 받는 ‘조약’이지만 미국에선 국회 비준이 필요 없는 ‘행정협정’이다.방위비, 美차기 대통령이 재협상 요구 가능… ‘트럼프 리스크’ 우려한미 분담금 협상 타결트럼프 집권 가능성 염두 속전속결… “협정 깨면 美 책임이라 부담 클 것”2026년 이후 물가상승률과 연동… 5% 넘지 않도록 상한선 다시 도입‘한반도 주둔 자산에만 사용’ 명문화미 대선을 33일 앞두고 한미가 제12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타결 사실을 전격 발표하면서 불확실한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향후 안정적으로 분담금을 운영할 수 있는 토대는 일단 마련했다. 다만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은 미국에선 국회 비준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는 ‘연방 행정협정’이라 대통령 결단만으로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월 미 타임지 인터뷰에서 “왜 우리가 부유한 국가를 방어해야 하느냐”고 말하는 등 여러 차례 방위비 재협상에 나설 의지를 노골적으로 밝혔다. 트럼프 후보 집권 시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에 따른 ‘트럼프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 정부 소식통은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재협상을 하자고 해오더라도 이번 한미 합의로 (트럼프 주장에 맞서) ‘우리의 협상 베이스는 여기’라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집권 시 재협상 주장할 수도”4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2026년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보다 8.3% 인상한 1조5192억 원으로 하고, 2027∼2030년에는 매년 우리 물가상승률을 적용해 인상하는 안에 합의했다. 한미 협상 대표는 3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합의문에 가서명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한미는 이태우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대표와 린다 스펙트 국무부 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을 수석대표로 4월부터 협상을 이어왔다. 앞서 11차 협상 당시엔 트럼프 정부 때 시작됐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하다 2021년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고 나서야 타결됐지만 이번엔 이례적으로 조기 협상에 나섰고, 그 반년 만에 협상이 타결된 것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이번 SMA를 파기하거나 오히려 바이든 정부를 비난하며 더 강한 협상을 주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에선 SMA가 ‘행정협정’으로 분류돼 한국처럼 국회 비준 절차가 필요 없다. 이번 SMA에는 “협상이 서면 합의에 의해 개정되고 수정될 수 있다”는 문구도 포함돼 있다. 기존 SMA에도 이 문구가 있었지만 일각에선 트럼프 후보가 집권하면 이 문구를 재협상 근거로 들고 나올 것이란 전망도 있다. 전직 외교부 당국자는 “트럼프의 주요 관심사는 ‘돈 문제’”라며 “집권 시 바이든 정부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이번 협정을 타깃으로 문제 삼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트럼프 집권 시 한국에 재협상을 요구해 오더라도 이번 SMA 타결에 따라 한국 정부가 트럼프 측의 일방적인 주장을 방어할 근거를 확보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재협상을 해도 이번 합의가 기초 베이스가 되는 것”이라며 “이미 합의한 이상 협정을 깨도 미국의 책임이 되는 만큼 미 측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합의에 성공하면서 2020년과 같은 ‘협정 공백’ 재발 가능성은 현저히 낮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적어도 한국에 방파제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직전 11차 SMA 당시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합의안 승인을 거부하면서 1년 3개월간 협정 공백이 생겼고, 주한미군 근로자 무급휴직 사태가 불거진 바 있다.● 연간 인상률 5% 못 넘게 ‘상한선’ 마련앞서 11차 SMA 때 한미는 방위비 분담금을 처음으로 국방비 증가율에 연동되도록 했지만 이번엔 연간 인상률을 물가상승률에 맞추기로 합의했다. 당시 연간 5% 안팎인 국방비 증가율 수준으로 인상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에선 “분담금 폭탄을 안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이번 SMA에선 한미가 물가상승률 기준으로 다시 바꾸면서 한국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5년 물가상승률을 2%로 전망했다. 이 전망치를 적용하면 2026년 1조5192억 원으로 시작한 분담금은 매년 2%씩 늘어 2030년 1조6444억 원 수준이 된다. 첫해 8.3%를 포함하면 연평균 증가율은 3.2%가 된다. 반면 이전 협정처럼 국방비 증가율(연간 5% 수준·첫해 포함 시 5.7%)로 적용하면 2030년 한국의 분담금은 1조8466억 원가량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정부는 연간 분담금 인상률이 5%를 넘지 않도록 하는 ‘상한선’도 다시 도입했다. 이 상한선은 과거 8차(2009∼2013년)와 9차(2014∼2018년) 협정 때는 4%였지만, 10차와 11차 SMA에선 빠진 바 있다. 한미는 이번 SMA에서 “한국의 분담금을 한반도 주둔 자산의 수리, 정비 용역에만 사용한다”는 점도 명문화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주일미군 전투기 정비 등에 한국의 분담금을 사용할 수 없도록 분명히 한 것이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북한은 2006∼2017년 6차례 핵실험을 거쳐 핵무기를 고도화시켰다. 초기 핵실험은 초보적인 ‘핵장치 시험’ 수준이었지만 마지막이었던 6차 핵실험에선 수소폭탄급 무기를 시험했을 만큼 핵능력을 향상시켰다는 평가가 나왔다. 우리 정보당국은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언제든 핵실험이 가능한 상태로 관리 중이라고 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단에 따라 언제든 7차 핵실험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은 2006년 10월 9일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첫 핵실험을 했다. 당시 파괴력은 1kt(킬로톤·1킬로톤은 TNT 폭약 1000t의 위력) 이하로 추정됐다.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됐던 핵폭탄 위력의 16분의 1에 불과해 당시엔 본격적인 핵실험이 아닌 ‘핵장치 시험’이란 평가가 나왔다. 당시 1차 핵실험은 미국의 조치에 따라 동결된 김정일(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아버지)의 비자금을 돌려받기 위해 북한이 던진 ‘협상 카드’ 성격이 강했다. 미 재무부는 2005년 9월 북한의 자금 세탁을 도운 혐의로 본점이 마카오에 있는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을 우려 대상 기관으로 지목했는데, 이 은행은 뱅크런 사태를 막기 위해 보유 계좌들을 동결했다. 그러자 북한은 은행에 동결된 자금을 돌려받을 때까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이듬해인 2006년 7월 ‘대포동 2호’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뒤 10월에 1차 핵실험까지 강행한 것. 미국이 2007년 6월 BDA에 묶여 있던 북한 자금을 러시아 극동상업은행 등을 거치는 방식으로 돌려주면서 일단 이 문제는 일단락됐다. 북한은 2009년 5월 25일 풍계리에서 2차 핵실험을 했다.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 취임 직후였다. 위력은 2∼6kt 수준으로 1차 때에 비해 커졌다. 당시 북한 핵실험 배경과 관련해 “평양의 내부 권력 다툼을 잠재우기 위한 수단”이란 해석도 나왔다. 김정일이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후계자였던 김정은에게 권력이 이양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핵실험이 이어졌다. 북한은 2013년 2월 12일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3차 핵실험을 했는데 이때 위력은 6∼7kt 수준으로 커졌다. 북한은 플루토늄(Pu)을 주재료로 삼았던 1, 2차 때와 달리 3차 때부터는 고농축우라늄(HEU)을 핵물질 재료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당시는 오바마 2기 행정부 출범 직후이자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권을 앞둔 시점이었다. 미중의 정권교체 시기였던 것. 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선 북한이 한 해에 두 차례나 핵실험을 했다. 2016년 1월 6일 4차 핵실험을 한 뒤 “수소탄 시험에 완전히 성공했다”고 했고, 2016년 9월 9일 5차 핵실험을 한 이후에는 “표준화, 규격화한 핵탄두의 성능과 위력을 최종 검토 확인했다”고 했다. 북한이 ‘핵탄두’ 실험이라고 언급한 건 처음이었다. 이듬해인 2017년에도 핵실험을 했다. 9월 3일 6차 핵실험을 감행한 것. 이때 위력은 우리 당국의 측정치 기준 50∼100kt 수준으로 커졌다.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원자폭탄의 6배 가까운 위력으로, 서울 전체를 한 발로 초토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의 핵실험은 한미의 정권 교체기나, 미국 대선을 앞둔 시기 등에 집중됐다. 김정은이 한미를 겨냥해 그 의미를 최대한 부각시킬 수 있을 만한 타이밍에 핵실험을 진행해 핵능력을 과시하고 결과적으로 파키스탄 같은 ‘핵보유국’ 지위를 얻기 위한 의도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한미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적용되는 제12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 합의했다. 이에 한국은 2026년 주한미군 주둔을 위한 방위비 분담금으로 올해보다 8.3% 증가한 1조5192억 원을 부담한다. 정부는 11월 미국 대선을 33일 앞둔 4일 이번 합의 내용을 전격 발표했다. 앞서 4월 양국이 조기 협상에 착수한 지 반년 만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조 바이든 행정부와 그간 진행된 협의를 무시할 가능성이 큰 만큼 한미 모두 합의문 마련에 속도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트럼프 후보 당선 시 재협상 요구 가능성이 작지 않아 ‘트럼프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란 평가도 나온다.〈2026~2030년 방위비 분담금 예상 액수〉연도액수 2026년1조5192억 원 2027년1조5496억 원 2028년1조5806억 원 2029년1조6122억 원 2030년1조6444억 원 외교부가 이날 공개한 제12차 SMA 합의 내용에 따르면 한미는 매년 방위비 분담금 인상률을 물가상승률에 연동시키기로 했다. 앞서 2021년 제11차 협상에선 처음으로 국방비 증가율에 연동시키기로 합의해 적용해 왔지만 이번에 다시 물가상승률에 맞추기로 한 것. 정부가 이날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물가상승률 적용 시 5년 동안 방위비 증가율은 14.9~19.5% 수준으로 국방비 증가율 연동 시(26.7~31.6%)보다 증가 폭이 최대 15%포인트 이상 적을 것으로 전망됐다. 한미는 이번에 연간 방위비 증가율이 5%를 넘지 않도록 하는 ‘증가율 상한선’도 다시 도입했다.〈달라지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률〉인상 기준연평균 증가율 총액 증가율 국방비 증가율(2021~2025)5.7%31.6%물가상승률(2026~2030)3.2%17.2%미 대선에 앞서 한미 SMA 협상이 타결되면서 우리 정부 내부에선 “미국의 정치적 상황에 상관 없이 민감한 방위비 문제를 안정적으로 끌고 갈 근거를 마련했다”는 자평이 나왔다. 정부 소식통은 “앞서 방위비 합의 뒤 재협상을 한 전례가 없다”며 “트럼프가 집권해도 합의 자체를 쉽게 흔들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트럼프 1기’ 당시 분담금을 5배 증액하라고 요구한 트럼프 후보가 백악관에 들어서면 재협상을 주장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트럼프 후보는 4월 미 타임지 인터뷰에서 미국에 유리한 조건이 다수 반영된 제11차 SMA 합의 결과에 대해서도 “말이 안 된다(Doesn’t make sense)”며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SMA는 한국에선 국회 비준을 받는 ‘조약’이지만 미국에선 국회 비준이 필요 없는 ‘행정협정’이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정부가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외국인 인재를 2030년까지 1000명 이상 유치하겠다는 목표로 이들에게 전세자금 대출을 최대 5억 원까지 내주고, 부모와 가사도우미까지 한국으로 데려와 살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이공계 인재 육성을 위해 생애 전 주기에 걸쳐 장학금과 해외 연수, 연구소 채용 확대 등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27일 서울대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산업통상자원부와 교육부 등이 참여한 인재양성전략회의를 열고 신설되는 ‘K-테크 패스 지원프로그램’ 등을 발표했다. 한 총리는 “(첨단 산업은) 누가 먼저 기술과 인재를 확보하느냐가 승부를 결정짓는 것”이라고 이 같은 외국인 인재 지원 배경에 대해 밝혔다. 정부는 외국인 인재들에 대해서는 특별 비자를 제공하기로 했다. 특별비자를 받은 ‘과학 인재’ 외국인이 입국한 지 1년이 지나면 5년 동안 장기 체류할 수 있고, 직종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거주 비자(F-2)’를 받을 기회도 가질 수 있다. 특별 비자는 다른 비자들과는 달리 심사 기간이 2주 안팎으로 짧게 끝날 예정이다. 외국인 인재들의 자녀들은 국내 외국인학교에 정원 외로 입학할 수 있게 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10년 동안 근로소득세의 50%를 감면해주는 방안도 추진해 2030년까지 1000명의 해외 우수 인재를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유치 대상으로 보는 외국인 인재는 세계 최상위권 공과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수석 엔지니어급 이상 인력이다. 해외 인재를 파악하기 위해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전 세계의 논문과 특허, 뉴스 등을 AI 시스템으로 분석해 실시간으로 유치 대상인 인재를 탐색할 예정이다. 국내 이공계 인재 유치를 위한 글로벌 연수 기회도 대폭 늘어난다. 올해 1496명에게 1014억 원을 지원한 것을 4000명에게 3000억 원 규모로, 2030년까지 약 3배로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KAIST를 비롯한 4대 과학기술원과 대학 부설 연구소에도 향후 10년간 ‘박사 후 연구원’ 일자리를 최소 2900개 더 늘릴 방침이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북한의 핵무기 보유 사실을 인정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국제사회의 핵 정책을 관장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63)이 26일(현지 시간) AP통신 인터뷰에서 “북한이 유엔 제재와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지만 (이런 북한과)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북한과의 대화 중단이 상황을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악화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IAEA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북한 핵시설에 대한 사찰 검증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이런 IAEA의 수장인 그로시 사무총장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는 발언을 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또 북한의 핵무기 보유 인정은 그간 한국과 국제사회가 고수해 온 ‘한반도 비핵화’ 목표와 반대되는 것이기도 하다. 11월 5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 정계 일각에서도 ‘한반도 비핵화를 포기하고 핵 군축에 나서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주장이 일고 있는 터라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北 핵무기 최대 50개 보유”그로시 총장은 이날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와 국제법을 위반한 것으로 비난받아야 한다”라면서도 “2006년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이 된 후 국제적 관여가 없었고 핵 프로그램 또한 상당히 확대됐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대화하지 않는 상황을 멈추고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최근 핵탄두 원료인 고농축우라늄(HEU)을 생산할 수 있는 무기급 생산시설의 사진을 공개한 것을 언급하며 “북한이 방대한 핵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핵탄두를 30개 또는 50개 정도 보유하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고 했다. 북한 외에 세계 주요국도 핵무기를 늘려가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우리가 해결해야 할 매우 근본적이고 불안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최근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대선을 앞두고 4년 만에 새로 채택한 ‘정강 정책’에서 모두 ‘한반도 비핵화’ 관련 문구를 삭제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24일 유엔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전쟁 등 전 세계 분쟁을 우려했지만 북한은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 정계의 관심과 의지가 크게 줄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26일 외교부 웹사이트를 통해 “북한 비핵화란 용어는 우리에겐 종결된 문제”라고 주장했다. 외교부 측은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 및 전 세계 평화 안정을 달성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자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표”라며 그로시 총장의 발언에 대한 불쾌감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외교부 당국자 역시 “북한은 (대화) 제안에 일절 호응하지 않고 핵 개발 및 도발에 매진해 왔다. 또 대화 와중에도 핵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며 일방적으로 합의 파기를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애초부터 북한은 비핵화 의사가 거의 없었다는 의미다.● 오브라이언 “韓 방위비, GDP 3.0∼3.5%로 늘려야”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유력한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같은 날 워싱턴의 미국기업연구소(AEI) 행사에서 북한, 이란 등의 핵무기 능력이 미국보다 앞섰다고 우려했다. 그는 “북한과 이란이 미국보다 (핵무기 생산을 위해) 훨씬 많은 원심분리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5%인 한국의 국방비를 GDP의 3.0∼3.5%로 늘려야 한다”며 방위비 증액도 압박했다. 현재 한국은 바이든 행정부와 방위비 분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는 “한국은 국방비로 GDP의 2.8%를 쓰고 있다. 평균 2%가 안 되는 유럽 주요국보다 비교할 수 없이 높은 수준”이라고 이 발언을 반박했다. 이어 “한국은 대미 투자 1위국이자 미국에 47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준 나라”라며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일방적인 수혜를 보고 있지 않으며 미국을 도와 양국 동맹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앨런 김 선임 연구원은 이날 ‘2024 미 대선의 글로벌 영향’ 보고서에서 “트럼프 후보는 한국을 ‘무역의 적(適), 안보의 무임승차자’로 본다”고 진단했다. 그의 재집권 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한국산 상품에 대한 10∼20%의 보편적 관세 부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일본의 102대 총리에 오를 집권 자민당 총재로 당내 비주류이자 온건파로 꼽히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7) 전 자민당 간사장이 선출됐다. 그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4전 5기’ 도전 끝에 승리했다. 이시바 총재는 다음 달 1일 임시국회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뒤를 잇는 차기 총리로 공식 취임하면서 새 내각을 출범시킨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 여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다. 27일 일본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자민당 총재 선거 2차 결선 투표에서 이시바 총재는 215표를 얻어 194표를 득표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상을 꺾고 신임 총재에 당선됐다. 앞서 열린 1차 투표에서 이시바 총재는 154표(국회의원 46표, 당원 108표)를 얻어 다카이치 경제안보상(181표)에게 뒤졌지만, 결선 투표에서 국회의원 표를 대거 확보하고 도도부현련(한국 정당의 시도당) 표 대결에서도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을 누르며 대역전극을 펼쳤다. 이시바 총재로서는 2012년 자민당이 야당이던 때 총재 선거에 출마해 1차 투표에서 1위를 거두고도 결선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에게 패했던 한을 풀게 됐다. 그는 선출 뒤 기자회견에서 “선거 기간 중 북한의 미사일 발사, 러시아 초계기의 일본 영공 침범, 중국 항공모함의 일본 접속수역 첫 항해가 있었다”며 “일본에는 안보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일본을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보수 강경파였던 아베 전 총리를 비판하며 비주류로 분류됐던 이시바 총재는 자민당 유력 정치인 중 한일 관계에 비교적 전향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 때문에 적어도 집권 후 한일 관계가 후퇴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대통령실은 “새로 출범하는 일본 내각과 긴밀히 소통하는 가운데 한일 관계의 긍정적 흐름을 이어 나가기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양국이 전향적인 자세로 미래 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이시바 “한국 납득할 때까지 사죄해야”… 군비 확충은 갈등 불씨[일본 이시바 시대]日 새 총리 ‘비주류 온건파’ 이시바한일관계-과거사 문제엔 전향적… 아베 주도 강경파와는 다른 목소리징용배상-독도 문제엔 日 입장 견지… “변화 주도하기엔 기반 약해” 분석도“역대 총리가 사죄의 뜻을 밝혔음에도 한국에서 수용되지 않는 것에 좌절감이 크다. 그럼에도 납득을 얻을 때까지 계속 사죄하는 수밖에 없다.” 일본 차기 총리가 되는 자민당 총재로 27일 선출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7) 신임 총재는 2017년 5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자민당 비주류인 이시바 총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주도한 보수 강경파와 줄곧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일각에서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으로 식민지 지배에 대해 공식 사죄한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 총리 이후 한일 관계 개선에 가장 적극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독도 영유권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획기적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또 방위상을 지낸 안보 전문가로서 자위대 헌법 명기,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추진 등 한국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을 내세우는 점은 향후 한일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 “다카이치 지나친 우익 성향에 불안 느껴” 이시바 총재는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공언하며 우익 색채를 드러낸 ‘여자 아베’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상에게 뒤졌지만, 2차 투표에서 극적으로 역전했다. 유력 파벌 및 보수파 지지를 못 받아 2차 투표에서 승산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뒤집었다. 요미우리신문은 “한일 관계가 훼손돼 한미일 공조에 균열이 생기면 러시아, 중국, 북한의 불안한 움직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다카이치 지지세에 제동을 걸었다”고 분석했다. 이시바 총재의 전반적인 성향을 고려할 때 한일 관계 개선세가 적어도 뒷걸음질 치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정치학)는 “이시바 총재 입에서 한일 관계를 악화시킬 발언이 나오거나 새로운 갈등이 불거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시바 총재는 선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다만 안보, 경제 정책을 묻는 질문에 답할 때 한국을 예로 들며 구체적인 수치까지 거론했다. 그는 “경제에서 수출 비중이 한국은 44%인데 일본은 18%”라며 “해외 생산 거점을 일본에 되돌아오게 해 고용 소득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군비 확충 강화 의지, 한국과 갈등 요소 하지만 획기적 한일 관계 진전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과 다른 자세를 보이려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강해야 하는데 이시바 총재는 그렇지 못하다”며 “막판까지 경쟁했던 ‘3강 후보’ 중 한국에 그나마 나았지만, 그 이상의 행동을 보일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안보를 위해 군비 확충에 적극 나설 뜻을 비치는 점은 향후 한국과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 이시바 총재는 이날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자위대는 국내에서 최대 능력을 발휘하는 훈련을 할 수 없다”며 미국에 자위대 훈련 기지를 세우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개헌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온 점도 한국과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 자민당은 줄곧 개헌을 추진해 왔고 이시바 총재도 여기에 동의한다. 아시아판 나토 설립에 대해 그는 “(미일, 한미 동맹 등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것을 생각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아시아판 나토 설립의 경우 한국에서도 대북 억지 차원에서 거론되는 아이디어다. 하지만 중일 갈등, 대만 문제에 자칫 한국의 의지와 무관하게 말려들 수 있어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의견이 많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석유와 가스가 묻혀 있을 가능성이 있는 제주 남쪽 대륙붕 7광구에 대한 공동 개발을 논의하는 한일 공동위원회가 27일 일본 도쿄에서 열렸다. 외교부는 이날 “한일 대륙붕 공동 개발 협정 이행 사항에 대해 폭넓은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7광구의 경제적 가치를 확인하기 위한 2002년 이후 한일 공동 탐사를 할 필요가 있고, 협정도 유지돼야 한다는 점을 제기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회의는 1985년 마지막 회의 이후 39년 만에 열린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공동 개발 협정 연장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상은 정례 브리핑에서 “협정의 향후 처리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1978년 맺었던 기존 협정은 2028년 6월 유효기간이 종료되고, 내년 6월부터는 일방이 협정 종료 의사를 통보할 수 있다. 앞서 일본은 1980∼1986년과 2002년 총 두 차례 한일 공동 탐사를 거친 뒤 7광구 매장 자원의 경제적 가치가 낮다면서 탐사를 중단했다. 협정엔 양국이 공동으로 탐사를 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기에 우리 탐사에도 제동이 걸렸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협정 체제가)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협정이 종료되면 7광구 일대는 ‘경계 미획정 수역’으로 남게 된다. 이 경우 한일은 수역 획정을 위한 별도의 회담을 해야 한다. 중국이 7광구에 대해 자국 대륙붕이라고 주장하는 만큼 중국이 7광구 일대를 분쟁화시킬 가능성도 크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석유와 가스가 묻혀 있을 가능성이 있는 제주 남쪽 대륙붕 7광구에 대한 공동 개발을 논의하는 한일 공동위원회가 27일 일본 도쿄에서 열렸다. 2002년 이후로 22년째 중단된 한일 공동 탐사가 시작될 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일은 1978년 협정을 맺고 7광구 공동 개발에 나섰지만 일본이 2002년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돌연 탐사를 중단한 뒤로는 개발이 진척되지 않고 있다. 외교부는 27일 열린 회의에서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 협정(JDZ) 이행 사항에 대해 폭넓은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1985년 마지막 회의 이후로 39년 만에 한일이 ‘7광구’ 공동 개발 문제를 두고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것. 그런 만큼 회의에선 석유 매장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일부 소구에 대해 공동 탐사부터 재개하는 문제가 논의 됐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7광구의 경제적 가치를 확인하려면 실제로 탐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이 마지막 공동 탐사를 한 지 22년이 지났고 그동안 탐사 기술도 획기적으로 발전한 만큼 양국이 다시 한 번 탐사를 시도해볼 만하다는 논리였다. 이런 입장을 토대로 정부는 2009년과 2020년 채굴과 탐사를 담당할 조광권자로 한국석유공사를 선정했고, 일본에도 담당 회사를 정해달라고 요청해왔다. 하지만 당시 일본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서는 공동개발 협정 연장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도 정례 브리핑에서 “협정의 향후 처리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1978년 맺었던 공동개발 협정은 2028년 6월 유효기간이 종료되고, 내년 6월부터는 일방이 협정 종료 의사를 통보할 수 있다. ‘7광구’는 제주 남쪽 바다부터 일본 오키나와 해구 직전까지 이어진 대륙붕 해역이다. 유엔 산하 아시아 극동경제개발위원회가 1968년 “세계 최대 석유자원이 묻혀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에머리 보고서’를 발표하면서부터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2004년 미국 정책연구소인 우드로윌슨센터는 7광구 일대에 천연가스가 사우디아라비아의 10배, 석유는 미국 매장량의 4.5배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 정부는 이런 7광구를 일본과 중국보다 앞서 단독 개발하기 위해 선점했다. ‘산유국의 꿈’을 꾸던 박정희 정부가 1970년 6월 해저광물자원개발법을 공포하고 7광구 관할권이 한국에 있다고 선포한 것. 하지만 일본은 즉각 반발했다. 당시 해저에서 석유를 파낼 시추 기술이 부족했던 한국은 기술 강국이었던 일본 손을 잡았다. 한일은 1974년 공동개발을 위한 협정을 맺었고, 협정은 1978년 6월 발효됐다. 이후 한일은 1980년부터 1986년, 2002년 총 두 차례에 걸쳐 공동 탐사를 진행했다. 당시 일부 공구에서 소량의 천연가스가 발견됐다. 그런데 일본은 2002년 공동 탐사를 마친 뒤 “경제적 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어 공동 탐사의 중단을 통보했다. 유전이 발견되더라도 채굴 비용 등을 감안했을 때 경제적 가치가 크지 않다는 이유였다. 협정에는 ‘양국이 공동으로 시추와 탐사를 수행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에 한국의 독자 탐사에도 제동이 걸렸다. 일본이 7광구 공동개발을 중단한 것은 결국 7광구 관할권에 대한 국제법 판례가 일본에 유리한 쪽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7광구는 한반도 영토와 연결돼있지만 거리상으로는 일본 수역과 더 가깝다. 1970년대에는 대륙붕의 관할권이 그 대륙붕과 연결된 나라에 있다는 ‘대륙붕 연장론’이 대세였지만 1985년 이후로는 ‘중간선 기준 거리가 가까운 나라’에 있다는 ‘중간선 기조’로 바뀌기 시작한 것. 1985년 국제사법재판소가 대륙붕을 둘러싼 리비아와 몰타의 분쟁에서 “200해리 이내의 대륙붕 경계를 획정할 때는 거리 개념이 우선 적용된다”고 판결한 ‘리비아-몰타’ 판결이 대표 사례였다. 이때문에 일각에선 일본이 공동개발을 진행하지 않고 협정을 종료한 뒤 7광구에 대한 단독 개발에 나서려 하는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일본이 협정을 연장하지 않고 종료를 통보하더라도 7광구의 관할권이 곧바로 일 측에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이경우 7광구 일대는 경계 미획정 수역으로 남게 된다. 한일은 수역을 획정하기 위한 별도의 회담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국제중재 재판 등을 받게 될 경우에는 한국이 7광구 관할권과 관련해 지금보다 불리한 위치에 놓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이 7광구 일대를 분쟁화시킬 가능성도 크다. 중국은 한 중 해양경계획정에 관한 협상에서 7광구에 대해 자국 대륙붕이라면서 한일 간의 공동개발 협정은 무효라고 주장해왔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석유와 가스가 묻혀 있을 가능성이 있는 제주 남쪽 대륙붕 7광구에 대한 공동 개발을 논의하는 한일 공동위원회가 27일 일본 도쿄에서 열렸다.외교부는 이날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 협정 이행 사항에 대해 폭넓은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7광구의 경제적 가치를 확인하기 위한 2002년 이후 한일 공동탐사를 할 필요가 있고, 협정도 유지돼야 한다는 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는 1985년 마지막 회의 이후 39년 만에 열린 것이다.이날 회의에서는 공동개발 협정 연장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은 정례 브리핑에서 “협정의 향후 처리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1978년 맺었던 기존 협정은 2028년 6월 유효기간이 종료되고, 내년 6월부터는 일방이 협정 종료 의사를 통보할 수 있다.앞서 일본은 1980~1986년과 2002년 총 두 차례 한일 공동탐사를 거친 뒤 7광구 매장 자원의 경제적 가치가 낮다면서 탐사를 중단했다. 협정엔 양국이 공동으로 탐사를 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기에 우리 탐사에도 제동이 걸렸다. 조태열 외교부장관은 1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협정 체제가)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협정이 종료되면 7광구 일대는 ‘경계 미획정 수역’으로 남게 된다. 이 경우 한일은 수역 획정을 위한 별도의 회담을 해야 한다. 중국이 7광구에 대해 자국 대륙붕이라고 주장하는 만큼 중국이 7광구 일대를 분쟁화시킬 가능성도 크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북한의 핵무기 보유 사실을 인정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국제사회의 핵 정책을 관장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63·사진)이 26일(현지 시간) AP통신 인터뷰에서 “북한이 유엔 제재와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지만 (이런 북한과)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북한과의 대화 중단이 상황을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악화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IAEA는 ‘핵비확산조약(NPT)’에 따라 북한 핵시설에 대한 사찰 검증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이에 따라 IAEA의 수장인 그로시 사무총장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는 발언을 한 건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북한의 핵무기 보유 인정은 그간 한국과 국제사회가 고수해 온 ‘한반도 비핵화’ 목표와 반대되는 것이기도 하다. 11월 5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 정계 일각에서도 ‘한반도 비핵화를 포기하고 핵 군축에 나서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주장이 일고 있는 터라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北 핵무기 최대 50개 보유”그로시 총장은 이날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와 국제법을 위반한 것으로 비난받아야 한다”면서도 “2006년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이 된 후 국제적 관여가 없었고 핵 프로그램 또한 상당히 확대됐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대화하지 않는 상황을 멈추고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그는 북한이 최근 핵탄두 원료인 고농축우라늄(HEU)을 생산할 수 있는 무기급 생산시설의 사진을 공개한 것을 언급하며 “북한이 방대한 핵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핵탄두를 30개 또는 50개 정도 보유하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고 했다. 북한 외에 세계 주요국도 핵무기를 늘려가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우리가 해결해야 할 매우 근본적이고 불안한 문제”라고 우려했다.최근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대선을 앞두고 4년 만에 새로 채택한 ‘정강 정책’에서 모두 ‘한반도 비핵화’ 관련 문구를 삭제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24일 유엔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전쟁 등 전 세계 분쟁을 우려했지만 북한은 언급하지 않았다. 북핵 비핵화에 대한 미국 정계의 관심과 의지가 크게 줄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26일 외교부 웹사이트를 통해 “북한 비핵화란 용어는 우리에게 종결된 문제”라고 주장했다.외교부는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 및 전 세계 평화 안정을 달성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자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표”라며 그로시 총장의 발언에 대한 불쾌감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외교부 당국자 역시 “북한은 (대화) 제안에 일절 호응하지 않고 핵 개발 및 도발에 매진해 왔다. 또 대화 와중에도 핵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며 일방적으로 합의 파기를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애초부터 북한은 비핵화 의사가 거의 없었다는 의미다.● 오브라이언 “韓 방위비, GDP 3.0~3.5%로 늘려야”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유력한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같은 날 워싱턴의 ‘미국기업연구소(AEI)’ 행사에서 북한, 이란 등의 핵무기 능력이 미국보다 앞섰다고 우려했다. 그는 “북한과 이란이 미국보다 (핵무기 생산을 위해) 훨씬 많은 원심분리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특히 그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5%인 한국의 국방비를 GDP의 3.0~3.5%로 늘려야 한다”며 방위비 증액도 압박했다. 현재 한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와 방위비 분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다만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는 “한국은 국방비로 GDP의 2.8%를 쓰고 있다. 평균 2%가 안 되는 유럽 주요국보다 비교할 수 없이 높은 수준”이라고 이 발언을 반박했다. 이어 “한국은 대미 투자 1위국이자 미국에 47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준 나라”라며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일방적인 수혜를 보고 있지 않으며 미국을 도와 양국 동맹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앨런 김 선임 연구원은 이날 ‘2024 미 대선의 글로벌 영향’ 보고서에서 “트럼프 후보는 한국을 ‘무역의 적(適), 안보의 무임승차자’로 본다”고 진단했다. 그의 재집권 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한국산 상품에 대한 10~20%의 보편적 관세 부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석유와 가스가 묻혀 있을 가능성이 있는 제주 남쪽 대륙붕 ‘7광구’에 대한 공동개발을 논의하는 한일 공동위원회가 27일 열린다. 한일은 1978년 7광구를 공동개발하는 협정을 맺었지만 2002년 일본이 경제성이 없다면서 공동탐사를 중단했고, 그 뒤 개발이 진척되지 않고 있다. 도쿄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는 마지막 회의 이후 39년 만, 공동탐사 중단 뒤 22년 만이다. 기존 공동개발 협정은 2028년 6월 종료된다. 그런 만큼 이를 연장할지에 대한 양국 입장이 이번에 어느 정도 확인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 1970년 7광구를 단독 개발하기 위해 선점했지만 일본이 반발해 한일은 1978년 공동개발 협정을 맺었다. 다만 일본은 2002년 “경제성이 없다”며 공동 탐사를 중단했고, 협정엔 양국이 공동으로 시추, 탐사를 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기에 우리 탐사에도 제동이 걸렸다. 앞서 미국 우드로윌슨센터는 7광구 일대에 천연가스가 사우디아라비아의 10배, 석유가 미국 매장량의 4.5배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협정이 연장되지 않고 종료된다면 7광구 관할권 대부분이 일본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국제법 전문가 사이에서 나온다. 협정 체결 당시 대륙붕 관할권이 ‘대륙붕과 연결된 영토를 가진 국가’에 있다고 판단한 국제사법재판소가 1985년 이후엔 ‘더 가까운 국가’에 있다고 보고 있어서다. 한국과 연결된 7광구는 거리상으로 일본과 더 가깝다. 이에 일본이 내년에 협정을 종료한 뒤 단독 개발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있다. 다만 협정이 종료될 경우 7광구 관할권을 주장하는 중국이 일대를 분쟁화할 가능성도 큰 만큼 일본이 한국과의 공동개발 협정을 포기하기 쉽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25일 새벽 4시(현지시간) 페루 수도 리마의 한 도로. 고요한 작은 도시에 총격 소리가 이어졌다. 차량에 탄 괴한들이 추격 중인 경찰차에 총을 쏘며 달아나는 중이었다. 괴한은 창문을 열고 도로로 수류탄을 던졌다. 수류탄은 경찰차 앞에서 터졌다. 페루 경찰은 총격전 끝에 한 정류장 근처에서 3명의 괴한을 붙잡았다. 이어 차량 뒷좌석에 타고 있던 A 씨를 발견했다. 전날 새벽 리마의 거리에서 사라졌던 한국인 사업가였다.● 페루 도심 한복판서 한국인 납치 26일 외교부와 현지 언론 엘 코메르시오, 라 레푸블리카 등에 따르면 페루에서 사업을 해온 60대 A 씨는 전날인 24일 새벽 리마의 한 거리에서 지인과 헤어졌다. 하지만 이후 A 씨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와 연락이 닿지 않자 사무실 직원은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A 씨의 휴대전화를 받은 건 낯선 외국인이었다. 그는 A 씨를 데리고 있다고 했다. 괴한들은 A 씨 가족과의 통화에서는 그를 풀어주는 대가로 거액의 몸값을 요구했다고 한다. 가족의 연락을 받은 주페루 한국대사관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도록 안내했다. 이후 대사관은 페루 경찰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신속한 수사를 요청했다. 외교부는 25일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를 가동했다. 김홍균 1차관 주재로 열린 회의에선 A 씨의 구출 방안 등이 집중 논의됐다. 페루 경찰은 납치범의 은신처를 리마 북부의 한 지역으로 특정하고 포위망을 좁혔다. 납치범들은 차량을 타고 리마를 벗어나려다가 순찰 중인 경찰에 발각됐다. 페루 경찰의 한 관계자는 “리마 북부 지역을 순찰하던 중에 수상한 차량을 발견했는데 경찰을 보고 도주하는 차량을 즉시 추격했다”고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납치범들은 경찰을 따돌리기 위해 도로로 수류탄 2개를 던졌고, 이중 1개가 터지면서 추격하던 경찰관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납치범은 총 3명인데 모두 20대 베네수엘라 국적의 남성이라고 페루 당국은 밝혔다. 이들은 직역하면 ‘오렌지밭의 청년들’이란 뜻인 ‘로스 차모스 델 나랑할(Los Chamos del Naranjal)’이란 범죄 조직의 구성원인 것으로 페루 수사당국은 보고 있다. 납치된 A 씨는 구출 직후 현지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는 타박상을 입었지만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안전했던 페루, 코로나 이후 4년 만에 납치 건수 ‘2배’ 중남미에서 비교적 안전한 국가로 알려져있던 페루는 2019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로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범죄율이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해 페루 전체에서 발생한 납치 사건은 4060건으로 2020년(1698건)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었다. 납치 사건은 주로 수도 리마와 북서부 ‘라 리베르타드(La Libertad)‘주에서 발생했다. 납치범들이 한국인을 표적으로 삼아 범죄를 벌인 것은 아닌 것으로 우리 당국은 보고 있다. 페루에서 한국인이 납치된 것은 2011년 10대 학생이 등굣길에 납치됐다가 23일 만에 풀려난 뒤로 1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페루에는 한국 교민 1200명이 살고 있고 이중 약 1000명이 수도 리마에 거주한다.주페루대사관은 페루를 여행하거나 체류할 경우에 개인 신변 안전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치안 불안 지역에서는 여행을 자제해달라고 대사관은 밝혔다. 이에 앞서 주페루 한국 대사관은 올 5월 “납치범을 자극하지 말고, (납치범이) 몸값 요구를 위한 서한이나 녹음을 요청할 때는 이에 응할 것”, “이동할 때는 도로 상태 등을 최대한 기억할 것”, “구출된다는 희망을 갖고 최대한 건강상태를 유지할 것” 등 내용이 담긴 행동 요령을 공지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