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

장환수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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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장환수 기자입니다.

zangpabo@donga.com

취재분야

2025-01-02~2025-02-01
교육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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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환수의 스포츠 뒤집기]야구장에 부는 진영 논리

    프로야구는 출범 이후 몇 번이나 일정이 중단됐을까. 매년 비로 30경기는 취소됐을 테니 34년간 약 1000경기? 그러고 보니 야구는 비가 그 어떤 외부 변수보다 강력한 장애물이다. 하지만 이는 질문의 의도를 벗어난 답일 테고…. ‘걸어 다니는 야구 사전’으로 불리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정금조 운영육성부장에게 물어봤다. 일곱 차례란다. 생각보다는 적다. 다섯 번은 야구 드림팀이 국제대회에 출전하면서 정규시즌을 잠시 쉬었다. 1999년 서울 아시아야구선수권,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때다. 미국이나 일본에선 없는 일이다.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 때는 야구가 종목에 포함되지도 않았지만 국가 대사란 이름 아래 일정을 중단했다. 동시간대에 경기가 열린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한국전이 열린 6일간을 쉬었다. 이 밖에도 더 있는 것 같은데…. 오래된 연감들을 뒤져 보니 1988년 서울 올림픽은 정규시즌이 끝난 뒤여서 포스트시즌을 한참 있다 여는 것으로 일정을 조정했다. 박찬호가 이끄는 원조 드림팀이 결성된 1998년 방콕 아시아경기는 12월에 열렸다.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진 날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연기된 것은, 기억을 더듬어 보니 그날 장대비가 내렸다. 그러고 보면 우리 프로야구는 팬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꽤 노력해 왔다. 초대형 재난사고가 났을 때도 야구장을 찾는 관중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돌려보내지 않았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는 치어리더와 앰프를 이용한 단체응원을 55일간 금지해 일부 논란이 일긴 했어도 경기는 쉬지 않았다. 2009년 신종플루 때는 일부 선수가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체온측정기와 손 세정기 등을 설치하고 야구장 문을 열었다. 미국은 제1, 2차 세계대전은 물론이고 1918∼19년 세계를 강타한 스페인 독감 때 자국민 2500만 명이 감염돼 60만 명이 사망하는 와중에도 리그를 강행했다. 2001년 9·11 테러 때 며칠 경기를 중단한 게 전부다. 일본도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나자 개막을 2주 정도 늦춘 게 전부라는 게 ‘일본통’이기도 한 정 부장의 설명이다.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야구장을 강타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심야 기자회견을 하고 나서다. 마스크를 쓴 관중이 하나둘 보이더니 중부권 관중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처음 맞이한 10구단 체제에서 목표인 800만 관중 신기록도 좋지만 안전을 위해 리그를 중단하거나 경기 수를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9일 오후 늦게 끝난 프로야구 이사회에선 일단 중단 없이 리그를 계속하기로 했다. 앞으로 메르스 확산 여부에 따라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좋다. 정치권의 진영 논리에 좌우되지만 않으면 된다. 그 결정은 오로지 의료 전문가와 야구 전문가들의 몫이기 때문이다.장환수 zangpabo@donga.com}

    • 2015-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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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환수의 스포츠 뒤집기]도박이 스포츠라고?

    태진아 씨의 도박 사건은 여러 생각이 들게 한다. 성완종 리스트가 터진 뒤에도 위력을 잃지 않았던, 그래서 음모론으로까지 의심받았던 속보 경쟁은 어느 순간 자취를 감췄다. 태 씨의 ‘눈물의 기자회견’에 이어 시사저널 USA 대표의 잠적 기사가 마지막이었다. 사건은 발생했지만 결론은 없는 이상한 보도. 스포츠로 치면 개인기록은 있되 승패는 없는 경기였다. 도박은 형법에 규정된 범죄 행위다. 친고죄가 아니어서 미국 교포가 운영하는 매체가 꼬리를 내렸다고 태 씨의 혐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 왜 그럴까. 도박에 대한 고무줄 잣대 탓이다. 우리는 세계 어느 카지노라도 가면 범죄자가 될 위험에 노출된다. 반면 강원랜드에선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애국자’가 된다. 너무 자주 가면 출입이 금지되거나, 도박중독 예방센터를 찾으면 되지 형사소송을 당할 일은 없다. 해외 카지노도 상습, 고액 도박이 아니면 괜찮긴 하다. 그러나 상습, 고액이란 것은 객관적 기준이 아니어서 코에 걸면 코걸이다. 규제가 법리가 아닌 판단의 영역으로 넘어간 경우다. 따라서 해외 도박은 문제를 삼는다면 대체로 외환관리법 위반 등으로 제재한다. 스포츠 칼럼에서 주제넘게 웬 도박 얘기인가 하겠다. 화제를 바꾸면 도박도 바둑처럼 언젠가는 스포츠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바둑은 2009년 대한체육회 정식 가맹단체가 됐다. 이듬해 광저우 아시아경기, 올해 소년체전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바둑과 도박은 스포츠인 듯, 아닌 듯한 점에서 닮은꼴이다.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이 필요하고, 전술로 승부를 가리고 리그를 하며, 감동과 드라마가 있고 많은 팬이 즐긴다는 점에서 분명 스포츠다. 반면 여느 스포츠와는 달리 운동역학은 무시된다. 손가락 끝의 미세한 변화가 신체 움직임의 전부로 보이는 사격조차 자세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바둑과 도박은 폼이 나쁘다고 기량이 변하진 않는다. 도박이 바둑과 달리 아직 음지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두 가지다. 매번 재물을 걸며, 우연에 의해 승부가 결정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 도박사는 재물이 아닌 포인트를 건다. 단기 승부는 우연의 산물일 수 있지만 장기 승부는 실력에 의한 필연으로 귀결된다. 사실 터놓고 얘기하면 상대가 있는 스포츠라면 사행성과 우연성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투수가 던지는 공이나, 공격수의 드리블은 속이기 위한 행위다. 좋은 타구가 무조건 안타로 연결되지도 않는다. 결국엔 시즌이 끝난 뒤 가장 잘 속인 선수가 부와 명예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 글은 태 씨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도박도 스포츠로 양성화될 수 있음을 말하려는 것이다. 굳이 사족을 붙이자면, 필자가 좋아하는 ‘사모곡’이 태 씨가 도박을 했다고 해서 애간장을 덜 태우지는 않을 것이다.장환수 zangpabo@donga.com}

    • 201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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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환수의 스포츠 뒤집기]동아마라톤의 성차별

    얼마 전 소중한 의견이 담긴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아마추어 고수 12명이 서명한 동아마라톤 명예의 전당 여성 기준기록 변경 제안서. 이들의 주장은 이랬다. 지난달 15일 서울국제마라톤 풀코스에서 ‘서브스리’(3시간 이내 완주)를 달성한 동호인은 남자 441명, 여자 8명. 남자 441위는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지만 여자는 9위를 해도 안 된다. 남녀 똑같이 적용되는 기준 탓. 이는 명백한 성차별이라는 것이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 스포츠에서도 성차별의 뿌리는 깊다. 고대올림픽에 이어 1896년 제1회 아테네 근대올림픽에서 여성의 참가는 금지됐다. 2회 대회인 1900년 파리 올림픽에서 테니스와 골프에 문호가 개방된 이후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와서야 여자 복싱 선수가 참가함으로써 양성평등이 완벽하게 이뤄졌다. 스포츠는 태동기부터 남녀의 생리적 차이를 인정해왔다. 최근에 스포츠로 편입된 바둑과 e스포츠 그리고 이벤트성이 강한 혼성경기를 제외하면 남녀가 겨루는 종목은 없다. 육상 트랙 종목의 경우 여자의 기량은 남자의 90% 수준이다. 세계기록을 비교하면 장거리로 갈수록 편차가 커져 하프마라톤에서 88.7%로 최저점을 찍는다. 풀코스에선 90.8%(남자 2시간2분57초, 여자 2시간15분25초)로 다시 올라간다. 수영도 남녀 편차는 90% 수준. 근력이 더 요구되는 육상 필드종목은 85%이며 역도는 70%까지 떨어진다. 반면 남녀간에 차이가 없거나 역전된 종목도 있다. 원반은 여자가 멀리 던지고, 포환은 비슷하다. 이는 원반과 포환의 재질 차이 때문. 완벽하게 같은 조건에서 여자가 이기는 종목은 양궁과 사격이다. 양궁은 70m 세계기록에서, 사격은 대부분 종목에서 여자가 앞선다. 그러나 같은 멘털 스포츠인 바둑 장기 체스 e스포츠에선 아직은 남자가 압도적이다. 다시 마라톤으로 가보자. 마라톤은 양성평등이 가장 잘 이뤄진 종목이다. 남녀가 함께 출발하고, 같은 코스와 거리를 달린다. 국내 유일한 골드라벨 마라톤인 서울국제마라톤의 남녀 순위 상금은 같다. 남녀평등이 골드라벨의 중요한 요건이기 때문이다. 반면 동아마라톤 조직위가 아마추어 마라톤 활성화를 위해 2005년 경주오픈마라톤 때 세계 최초로 만든 명예의 전당은 공식 시상이 아니다. 따라서 여성도 똑같은 인원이 인증서를 받도록 하기 위해, 예를 들어 3시간20분으로 기준기록을 낮추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반대다. 서브 3.20은 깔끔하지 못하다. 이 논리면 60대 이상 노인층과 이제 마라톤을 시작한 20대에겐 세대차별을 없애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동아마라톤 조직위는 오래전부터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해왔다. 특히 여성과 젊은층을 모을 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풀코스의 여성 참가 비율은 10% 안팎, 20대는 6% 수준에 불과하다. 좋은 해답이 나올 수 있도록 소중한 의견을 계속 보내주시길 부탁드린다. 장환수 zangpabo@donga.com}

    • 2015-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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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환수의 스포츠 뒤집기]골프 유죄

    내 이름은 골프다. 채널A 카메라 테스트 때 ‘꼴프’라고 발음했다가 혼났다. 그런데 골프채널 보니 버젓이 ‘꼴프’라고 하던 그 골프다. 스포츠를 ‘쓰포츠’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뭘 그리 잘못했는지. 누군가 틈만 나면 시비를 걸어온다. 이래봬도 나는 대한체육회 정회원이다. 내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선 112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부활한다. 우리나라에선 야구, 축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메이저 종목이다. 나를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 500만 명이다. 사람들은 연간 30조 원을 쓴다. 미국 일본에 이어 3위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즐기고, 기꺼이 지갑을 여는 스포츠가 몇이나 될까. 자화자찬 같아 머쓱하지만 최고의 생활스포츠이자 스포츠산업이다. 사람들은 타이거 우즈의 스팅어샷과 박세리의 맨발에 열광한다. 끼리끼리 모이면 온통 내 얘기다. 그런데도 정작 나와 정면으로 맞닥뜨리면 악의 축이라도 되는 양 손사래를 친다. 지난달 대통령이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10월 프레지던츠컵(미국과 인터내셔널팀 간의 남자 프로골프 대항전)을 앞두고 골프 활성화 얘기를 꺼냈다가 융단 폭격을 맞았다. 최근엔 경남도지사가 미국 출장 때 평일에 골프를 쳤다고 난리가 났다. 지지율이 약간 떨어지니까 나 때문이란 분석까지 나왔다. 묻고 싶다. 만약 경남도지사가 테니스를 쳤어도 논란이 됐을까. 아차, 테니스는 적절한 비유가 아니다. 지난 정권 때 황제 테니스란 신조어가 생겼으니 말이다. 나만큼은 아니지만 테니스도 비슷한 처지다. 여하튼 다른 ‘건전한’ 운동을 했어도 그렇게 됐을까. 나를 비즈니스 수단으로 활용한 것 자체가 문제라면, 같은 논리로 앞으로 평일에는 차도 마시지 말고 신상 잡담도 생략하고 업무 얘기만 해야 될 것이다. 물론 내가 전혀 흠결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요즘 이렇게 말하는 이는 드물지만 예전에는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불렸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특별소비세 때문에 비싸다며 귀족 스포츠라고도 했다. 몇 년 전에는 전기 많이 쓴다고 야간 금지령까지 내려졌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선 할 말이 많다. 쓸데없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한마디만 하자. 나를 국가 성장의 동력인 산업으로 인정하는가. 동의한다면 앞의 문제들은 다른 산업과 공평하게 득실을 따져봐야 할 것이다. 결국 나를 음해하는 진짜 이유는 접대, 권력, 부패, 도박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이 자리를 빌려 단호하게 얘기한다. 이런 단어들은 나와는 직접 상관이 없는 검색어들이다. 내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나를 이용하는 사람이 문제다. 경남도지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도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태극낭자들은 세계 골프계를 이미 접수했다. 내년 올림픽의 강력한 금메달 후보다. 남자 골프는 프레지던츠컵을 계기로 한 단계 도약할 것이다. 할 일이 태산이다. 제발 골프는 골프로만 봐주시길…. 장환수 스포츠 전문기자 zangpabo@donga.com}

    • 201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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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환수의 스포츠 뒤집기]일반인이 이봉주보다 낫다?

    마라톤 운영을 직접 하면서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 42.195km 풀코스를 달리는 일반 참가자의 완주율은 얼마나 될까. 인간 한계에 맞서는데 기껏해야 절반 정도? 아니다. 15일 끝난 서울국제마라톤에선 87.3%가 완주 메달을 받았다. 지난해 신설돼 인기가 급상승한 서울챌린지 10K(10km)의 완주율은 97.4%에 이른다. 반면에 엘리트 선수의 완주율은 남자가 56.8%, 여자가 85.7%다. 남자 선수의 완주율이 낮은 이유는 스피드에 대한 압박감이 여자 선수나 일반인보다 훨씬 심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서울국제마라톤에서 하프코스 기록이 공인됨에 따라 하프마라톤 선수가 8명 참가했고, 대체로 30km 지점에서 레이스를 그만두는 페이스메이커가 10명 안팎 포함된 것도 남자 선수의 완주율을 눈에 띄게 낮춘 원인이다. 하지만 이런 역전 현상은 이봉주에게만은 예외다. 국민 마라토너로 불렸던 이봉주는 2009년 은퇴할 때까지 18년간 44개 대회에 참가해 41회를 완주했다. 완주율은 93.2%로 눈이 부시다. 그렇다면 대회 참가율은 어떨까. 참가비를 내고도 당일 불참하는 일반인의 비율은 예상외로 높다. 올해는 81.9%가 참석했는데 예년에 비해선 높은 편이다. 날씨가 가장 큰 변수다. 비가 내리고 쌀쌀했던 2011년에는 28.7%가 불참했다. 이에 비해 대회 몇 달 전부터 컨디션 조절을 해온 선수들은 갑작스러운 부상이나 복통이 없는 한 전원 참석이 원칙이다. 올해 조직위에 1주 전까지 참가 의사를 밝힌 선수의 100%가 출발선에 섰다. 일반인의 완주율이 선수보다 높은 기현상은 다음 통계를 보면 이해가 된다. 올해 광화문광장에선 보이지 않았다가 5km 지점에서 첫선을 보인 참가자는 13명이다. 골인 지점인 잠실종합운동장에선 스타트 라인에 없었던 사람이 94명이나 됐다. 선수들이 마의 30km를 지난 뒤 탈락하는 반면에 일반인은 줄어들던 수가 오히려 이 지점부터 늘어난다. 30km 지점에서 마라톤 칩이 인식한 수보다 35km에선 28명, 40km에선 48명, 골인 지점에선 308명이 증가했다. 힘이 드니 중간에 코스를 이탈해 지하철을 이용하기도 하고, 최단 거리를 달리기도 한 결과다. 지각했거나 광화문광장의 번잡함을 피하고 싶었던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조직위에선 간단한 조작만으로도 이런 사람들의 명단을 확보할 수 있지만 입상자나 명예의 전당 회원(3시간 이내)이 아닌 한 완주 메달을 주는 게 관례다. 서울국제마라톤은 최고 대회답게 올해도 2만4000명이 참가 신청을 해 대성황을 이뤘다. 대규모 국제 행사를 치르기 위해 당일 동원되는 인력은 응원에 나선 시민을 제외하고도 1만 명에 이른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서울시경 소속 경찰관 4000명, 자원봉사자 3500명, 모범운전자 500명 등 대회의 숨은 일꾼 1만 명에게 행사 담당자로서 이 자리를 빌려 경의를 보낸다.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zangpabo@donga.com}

    • 2015-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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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환수의 스포츠 뒤집기]그라운드도 규제 완화해야

    축구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원초적인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축구는 공 하나만 있으면 즐길 수 있다. 몸싸움이 허용된다. 규칙이 단순하다. 스피디하고 박진감이 넘친다. 축구의 기원을 살펴보면 이해가 간다. 윗마을과 아랫마을 사람들이 제한 없이 우르르 몰려나와 한나절을 즐겼다. 골이 쉽게 들어가지 않아야 되니 탄력 없는 공을 썼다. 선수와 관중, 훌리건이 따로 없었다. 룰이 없는 게 룰이니 폭력성을 띠게 됐다. 하지만 룰이 없으니 반칙은 아니었다. 이는 중세 유럽에서 저항 운동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당시 축구에 심판이 필요했던 이유는 살인을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근대로 들어오면서 축구도 여느 후발 종목처럼 보는 스포츠로 성장했다. 이때부터 각종 규제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경기 흐름은 끊기고 예전의 역동성을 잃어갔다. 판정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그런 점에서 최근 축구계가 페널티 지역 반칙 때 페널티킥, 레드카드, 출전정지의 3중 제재를 가했던 것을 완화하기로 한 것은 고무적이다. 지나친 가중처벌이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프로 스포츠에서 퇴장을 시킨 뒤 벌금형과 ‘징역형(출전정지)’을 동시에 내리는 관행도 사라져야 한다. 오심을 막기 위한 비디오 판독은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프로야구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관중이 오는 스포츠로 성장한 첫째 이유로 나는 주저 없이 억대 연봉 심판의 탄생을 꼽는다. 야구는 심판이 가장 많은 판정을 하는 종목이다. 당연히 오심도 가장 많다. 하지만 훌륭한 전임 심판들이 팬들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했다. 이런 이유로 비디오 판독은 심판의 권위를 흔드는 데 사용돼선 안 된다. 운영의 묘를 살려 축구는 골 여부, 야구는 홈런 여부 등 결정적인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심판을 뒷짐 지게 했던 야구의 스트라이크존 레이저 판정과 태권도의 전자 호구는 실패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란 말이 있다. 오심을 허용하자는 게 아니라 심판이 권위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다. 바로 이게 법치이다. 최근 우리 사회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 같다. 똑같은 사안을 놓고 판사가 누구냐에 따라 다른 판결이 내려진다. 고법과 대법을 거치면서 판결이 정반대로 바뀌기도 한다. 사법부가 권위를 회복해야 법이 바로 서고, 국민이 안심한다. 심판이 바로 서야 관중이 오듯이 말이다.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zangpabo@donga.com}

    • 2015-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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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환수의 스포츠 뒤집기]선동열과 시장경제

    1억9325만 원. 얼마 전 발표된 프로야구 1군 평균 연봉이다. 외국인 선수까지 계산에 넣으면 2억 원이 훌쩍 넘어간다. 웬만한 대기업 임원 보수. 10개 구단에 이사님만 20여 명씩 있다는 얘기다. 프로 원년인 1982년 1215만 원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든다. 여기서 문제 하나. ‘국보’ 선동열이 현역 선수라면 얼마를 받을까. 20억 원? 30억 원? 포털 사이트를 뒤져보니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인 300억 원까지 부른 이가 있다. 현재 국내 최고 연봉은 한화 김태균이 2012년부터 받는 15억 원이다. 내가 생각하는 답은 ‘분명 국내 톱이지만 김태균의 연봉보다 많지는 않을 것이다’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선동열은 지나치게 뛰어나기 때문이다. 프로 출범 당시만 해도 선동열의 선배들은 괜찮은 대접을 받았다. 최고 연봉은 박철순과 김재박의 2400만 원. 서울 강남의 30평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거액이었다. 신인 연봉 상한선인 1200만 원은 1981년 실업 최고였던 김봉연의 480만 원보다 훨씬 많았다. 그러나 3년 반 늦게 합류한 선동열의 소득은 신처럼 군림했던 11시즌의 수입을 다 합해도 1996년 일본 주니치에서 받은 첫 연봉 1억 엔(당시 환율로 약 8억 원)보다 적었다. 프로야구단은 처음 의욕과는 달리 쌓여가는 적자에 각종 규제와 악법을 쏟아냈다. 그 최종 타깃은 당연히 선동열이었다. 선동열의 연봉은 곧 모든 선수의 상한선이 되니 해태는 겨울만 되면 전쟁을 치렀다. 0점대 평균자책을 처음 기록한 1986년 시즌이 끝난 뒤 선동열은 임의탈퇴 선수가 될 뻔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이는 병역특례를 받은 선동열을 묶어놓기에 최고의 무기였다. 해태는 한 직장에서 5년 이상 근무해야 된다는 유권해석으로 선동열의 미국행과 연봉투쟁을 동시에 저지시켰다. 결국 선동열은 웃돈을 받긴 했지만 공식 연봉은 1200만 원으로 시작해서 해마다 25%씩밖에 오르지 못했다. 야구 규약에도 없던 연봉 인상 상한선은 1990년대가 돼서야 단계적으로 사라졌고, 선동열은 1993년에야 국내 선수 첫 1억 원 연봉자가 됐다. 선수들의 연봉 대박을 불러온 자유계약선수(FA) 제도는 선동열이 은퇴한 해인 1999년 초에야 도입됐다. 선동열은 불세출의 스타였지만 프로야구의 시장경제 도입엔 전봇대가 되는 역설을 낳았다.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zangpabo@donga.com}

    • 201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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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환수의 스포츠 뒤집기]운동선수는 머리가 나쁘다?

    3년 전 올림픽 성화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한 적이 있다. 나는 태동 단계에 있던 학교체육진흥법을 비판했다. 1%의 운동기계를 겨냥한 학습권 보장, 최저학력제, 주말리그제는 맞는 말이긴 해도 정답은 아니라고 봤다. 그보다는 99%의 공부기계를 위한 운동권 보장과 최저체력제, 주중리그제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했다. 나의 주장은 현장의 체육인들로부터는 박수를 받았지만 아직 포털에서 검색조차 되지 않는 낯선 단어로 남아 있다. 정부가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체육 정상화 방안도 취지엔 공감하지만 유감이다. 공권력 투입이 체육계의 자정 노력으로 이어지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근본적인 치유책은 제쳐둔 채 몰아붙이기만 하면 비리는 더욱 지능화하고 범죄자만 양산된다. 위의 정책들은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웠다는 생각이다. 속을 들여다보면 운동선수는 대부분 ‘돌대가리’여서 사회 부적응자가 될 거라는 심각한 오류에 빠져 있다. 오랜 편견 때문인지 체육 관계자와 심지어 체육기자들도 비슷한 취급을 받곤 한다. 사람들은 자기 이름을 한자로 쓰지 못하는 운동선수는 나무라면서 셈법에 약할 수도 있는 조수미, 달리기 못하는 아인슈타인에겐 관대하다. 몇 건 터졌다고 체육계 전체가 비리의 온상일 것이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도 문제다. 엘리트 스포츠는 서울 올림픽을 거치면서 급성장했다. 반면에 학교체육은 잘못된 교육정책과 교육열에 밀려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로 남았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뛰어난 선수들이 끊임없이 나올까 의문이 드는 역피라미드 구조가 된 것이다. 밑바탕이 취약하니 은퇴 선수가 전문성을 발휘하거나 낙오한 선수가 진출할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 나눠 먹을 게 없는 게 선수의 장래를 불안하게 하고, 비리로까지 이어지게 하는 주된 원인이다. 학교체육이 살아나면 생활체육이 활성화된다. 체육 예산의 50배에 이르는 의료비 지출이 줄어들면 체육 인프라 투자는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된다. 따라서 소수의 운동선수에게 국영수를 시키는 것보다 다수의 학생이 운동을 하도록 만들 방법이 있다면 그게 바로 정답이다. 같은 이유로 골프 최연소 세계 1위 리디아 고가 전인교육을 받는다고 대학에 진학한다면 그건 재앙일 뿐이다.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zangpabo@donga.com}

    • 201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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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환수의 스포츠 뒤집기]김성근의 불통 리더십

    스포츠는 세상의 축소판이다. 관객은 재미에 박수치고 감동에 열광한다. 하지만 그 뒤편에는 고뇌와 좌절, 배신과 음모도 출렁인다. 20년 넘게 체육기자를 하며 지켜본 스포츠의 알려지지 않은 뒷면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한화 사령탑으로 프로야구에 복귀한 김성근 감독(73). 그는 야신(野神)이 되고 난 뒤에도 걸핏하면 야인(野人)으로 쫓겨나는 악순환을 겪었다. 4년 전 그가 SK에서 잘렸을 때 ‘일흔이 넘어서도 진화할 김성근 야구를 이제 더는 볼 수 없을지 모른다’고 나는 아쉬워했다. 하지만 김성근은 승승장구했다.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의 허민 구단주가 그를 모셔 갔다. 가을만 되면 감독 후보 1순위로 거론됐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나가는 초청강사가 됐다. 불통의 리더십이 소통의 사회에서 빛을 본 것이다. 김성근의 리더십에 굳이 불통을 붙인 이유는 말 그대로 고집불통이기 때문이다. 그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은 딱 하나, 야구다. 그 시작은 열정이고, 끝은 승리다. 다른 건 없다. 무지하게 힘이 들지만 메시지가 명확한 만큼 조직의 결속력은 단단해질 수밖에 없다. 반면 김성근의 리더십은 비정하다. 그를 간절히 원하는 자는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자식으로 받아들인다. 무한책임을 지는 아버지의 마음이다. 반대로 원하지 않으면 아무리 가능성이 높아도 아웃이다. 그에겐 호불호가 확실하다. 그만큼 적이 생길 수밖에 없다. 김성근은 3개월 전 청와대에서 특강을 했다. 그는 “조직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결과 없는 리더는 아무 쓸모가 없다. 세상의 모든 손가락질을 이겨내야 리더가 될 수 있다”고 했다. 1990년대 중반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로 인연을 맺은 김기춘 비서실장은 3년 연하의 김 감독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김성근의 리더십은 국가 경영에는 그리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스포츠에선 피아가 분명하지만 국민을 그렇게 나눠선 안 된다. 국민을 상대로 승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성근은 자신의 고집이 소통의 다른 면이란 사실을 세월을 통해 증명하면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강의를 듣는 이들이 오랜 고통 속에 얻은 소통의 가치는 경시한 채 왠지 멋있어 보이고 손쉬운 불통 쪽에 더 무게를 두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zangpabo@donga.com}

    • 2015-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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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대공감Harmony]“내 아들과 나, 야구로 맺어진 인생파트너”… 野神 김성근 부자

    ○ 아버지의 그림자. 착한 아들 콤플렉스 子어린 시절 무뚝뚝하고 엄했던 아버지. 대화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한국말이 서툰 탓도 있었지만 평소 얼굴 보기가 힘들었다. 네 살 때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처음 찾은 야구장. 그땐 세상에 야구밖에 없는 줄 알았다. 모태신앙이란 말에 비유하면 ‘부태야구’였다. 하지만 야구의 바다에 던져놓곤 끝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선수 생활. 아버지의 피드백은 없었다. 아버지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제자였던 초중고교 시절 감독들의 입을 통해서였다. 제3자를 통해 아버지의 그림자만 보게 되다니. 나이가 들면서 스타 감독을 아버지로 둔 것이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도 알게 됐다. 자신도 모르게 착한 아들 콤플렉스에 걸렸다. 세상을 향해 삿대질도 해보고, 일상에서 벗어나보고도 싶었지만 마음과 달리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야구도 그렇게, 좀 더 독하고 개성 있게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러다 내 인생은 사라지고 아버지의 아들로만 남는 게 아닌가.○ 수많은 자식들. 친아들도 그중 하나일 뿐 父나는 수백 수천 명의 자식이 있다. 40년 가까이 수없이 잘리고, 여러 팀을 옮겨 다녔으니 그렇게 됐다. 선수든 코치든, 나이가 많든 어리든 내가 데리고 있는 식구면 모두 내 자식이다. 나에게 몸을 맡긴 이상 그들의 인생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 피붙이 아들은 하나밖에 없지만 친자식이어서 오히려 챙겨주지 못한 부분이 더 많았다. 1980년대 중반 OB 감독 시절 마산 캠프에서였다. 고등학생 아들의 훈련장이 근처에 있어 찾아갔다. 감독이 마침 제자였으니 편하게 몇 마디 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싸늘했다. 이후 아들의 팀을 찾은 적이 없다. 어떨 땐 1년에 집에 들어가는 날이 일주일 남짓이었으니 자녀 교육은 오로지 아내의 몫이었다. 2000년대 들어선 아들과 같은 유니폼을 입기도 했지만 아버지가 아닌 감독으로서 대했다. 그러고 보면 역차별을 당했을 수도 있었겠다.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70)과 김정준 SBS-ESPN 해설위원(42). 이들 부자의 관계를 쉽게 이해하려면 김성근의 독특한 야구관을 먼저 다루는 게 순서일 듯싶다. 김성근은 김인식(전 한화 감독)처럼 ‘국민 감독’은 아니다. ‘야신(野神·야구의 신)’으로 불리지만 그를 곱게 보지 않는 시각들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 팬은 물론이고 그가 승리를 안겨주는 소속 구단조차 그를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았다. 제 식구만 챙기기, 승리 지상주의 등 여러 말이 나왔다. 예전에는 재일교포에 대한 편견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사전에 타협이란 단어는 없었다. 앞에서 그가 언급한 것처럼 그에겐 인생을 책임져야 할 수많은 자식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이런 그에게서 경영의 새로운 기법을 배우겠다며 기업체의 강사 초빙이 줄을 이었으니 아이로니컬하기까지 하다. 반면 야구를 향한 그의 몰입은 가족들에겐 고스란히 빚이 돼 돌아왔다. 11일 고양야구장에서 이들 부자를 만났고, 인터뷰는 따로 진행했다.○ 처음으로 나눈 대화 父정준이가 중학교 3학년 때 야구를 그만두겠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야구만 하느라 영어 수학의 기초는 안 돼 있었지만 공부는 곧잘 하는 편이었다. 반에서 10등 안팎. 몇 개월 공부하더니 특기생이 아니라 시험을 쳐서 고교에 들어갔다. 그때 공부를 계속했거나 아니면 한눈팔지 않고 야구를 계속했더라면. 연세대 신입생 때는 구타를 못 이겨 다시 야구를 그만두겠다고 해 한바탕 난리가 나기도 했다. 그리고 2년 후 서울에 홍수가 나 성수동 집에서 여관으로 피신을 했는데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김성근의 아들이라 경기에 나간다는 등 주위에서 말이 많았던 모양이다. 자살하러 한강에 몇 번 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들과 심각하게 나눈 첫 대화였다. 아찔했다.김정준은 이 부분에 대해선 말을 아꼈지만 아버지로부터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지 설령 거지가 되더라도 너는 내 아들이다”는 말을 들었고 큰 힘이 됐다고 했다. 2루수였던 김정준은 1992년 프로에 입단할 때도 특혜를 봤다는 수군거림을 들었다. LG에서 팀 내 12번째로 지명됐고 1군 무대엔 10경기에 나가 안타 2개를 친 게 고작이었다. 그리고 이듬해 대학 때부터 앓았던 허리부상으로 은퇴했으니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했다.○ 백 마디 말보다 소중한 교훈 子 아버지는 내가 어릴 때부터 감독이었고 지금도 감독이다. 물론 30대의 김성근은 70대의 김성근과는 달랐을 것이다. 사실 아버지가 신은 아니지 않은가. 프런트로서, 전력분석 코치로서 감독님(김정준은 평소 아버님보다 감독님이란 호칭을 자주 쓴다)을 LG에서 2년, SK에서 5년 모셨다. 그동안 5번 한국시리즈에 나가 3번 우승했다. 아들이 아닌 같은 야구인의 시각에서 감독님을 중립적으로 보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고 애썼다. 내가 감독이라면 구단이나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저렇게까지 불꽃을 튀기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야구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은 다르지 않다. 대장이 타협을 하면 조직의 근간이 무너진다. 김인식 야구는 잘될 때는 한꺼번에 에너지를 폭발시키지만 끈끈함은 떨어진다. 김성근 야구는 팽팽한 긴장감에 조직원들이 당장엔 힘들지만 나중엔 마음을 열게 되고 그 열매가 보장된다. 서로 장단점이 있다. 아들로서 무엇보다 자랑스러운 것은 평생 태산처럼 한결같은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백 마디 말보다 소중한 교훈이었다.○ 아들은 인생의 동반자 父 아들이 선수로서 대성하지 못했지만 결과를 놓고 아쉬움은 전혀 없다. 그래도 전력분석에 관한 한 일가를 이루지 않았나. 다만 보통 아버지들과는 달리 그동안 내가 마음 고생시킨 게 미안할 따름이다. 구단과 나의 중간에 끼어 많은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요즘은 내가 정준이한테 많이 배운다. 2007년 두산과 한국시리즈에서 초반 2연패를 했을 때 패장이 고개만 숙이고 있으면 어떡하느냐는 메일이 왔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4연승했다. 올해 한화에서 감독 제의가 왔을 때 한대화 감독이 중도 해임되는 모습을 보고 고양과 2년 재계약 결심을 굳힌 것도 아들의 충고 덕분이었다.김성근은 한 인터뷰에서 김정준을 인생의 파트너로 인정했다. 이를 본 아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아버지와 아들이 한 길을 걷는 즐거움. 보통의 가정이 누리지 못하는 행운이리라. 마침 이날 고양야구장에선 입단 테스트가 있었다. 프로에서 버림받았거나 지명조차 받지 못한 무명 선수들이 모이는 이곳. 김성근의 자식이 되기 위한 입양권을 얻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지켜보면서 김정준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zangpabo@donga.com}

    • 2012-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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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 사나이’ 박찬호 5승째

    ‘코리안 특급’ 박찬호(39·한화)에게 새 별명을 지어준다면 ‘여름 사나이’가 적당할 듯싶다. 허리 근육이 뭉쳐 13일 만에 선발 등판한 박찬호는 1일 LG와의 잠실 경기에서 6회까지 8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며 5승 5패로 5할 승률을 맞췄다. 7월 들어 4경기에서 2승 무패에 22이닝 4실점으로 평균자책 1.64. 무더위가 시작되면 고전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또 잠실에선 두산과 LG를 상대로 1경기씩 나가 13이닝 2실점으로 평균자책 1.38을 기록했다. 박찬호는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4km로 떨어졌지만 작정하고 나온 듯 정면승부를 펼쳤다. 스트라이크 50개에 볼은 27개. 볼넷은 없었지만 4이닝에서 주자를 2루 이상 내보내며 실점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실점을 최소화했다. 전날까지 득점권 피안타율(0.193)이 가장 낮았던 그는 6회 무사 2루에서 LG 박용택 이병규에게 연속 땅볼로 1실점한 것을 비롯해 실점 위기에서 맞은 6명의 타자를 병살타 2개를 포함해 모두 땅볼로 잡아냈다. 타석에선 박찬호의 든든한 도우미인 김태균이 3회 선제 적시타에 이은 5회 쐐기 2점 홈런 등 5타수 5안타의 맹타로 타율을 1푼 1리나 끌어올려 4할 타율(0.401)에 다시 진입했다. 지난달 18일 이후 14일 만의 4할 복귀. 한화는 9회에도 2점을 보태 5-2로 승리했다. 문학에선 넥센 박병호가 SK를 상대로 홈런 3방을 몰아치며 시즌 21호를 기록해 팀 동료 강정호(19개)를 제치고 홈런 선두에 올랐다. 전날에도 홈런을 날렸던 박병호는 강정호가 6월 16일 롯데전 이후 23경기에서 아홉수에 걸려 있는 동안 8개의 홈런을 추가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날 승부는 SK가 3회 박정권의 만루 홈런을 포함해 장단 11안타를 두들기며 넥센에 11-4로 역전승. SK는 5할 승률에 복귀하며 넥센과 공동 4위에 올랐다. 대구에선 두산이 선두 삼성을 9-1로 대파하고 삼성전 최근 3연승을 비롯해 올 시즌 10승 3패의 압도적 우위를 이어갔다. KIA는 사직에서 김원섭과 최희섭의 3점포를 앞세워 롯데를 13-4로 꺾고 최근 4연패에서 탈출했다. 이날 총 관중은 전날보다 2000여 명이 늘어난 5만5214명을 기록했다.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zangpabo@donga.com}

    • 2012-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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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곰, 역시 ‘사자 천적’… 김선우 7이닝 1실점 호투

    섭씨 40도를 오르내린 무더위와 런던 올림픽 열기도 야구장으로 가는 팬들의 발걸음을 막지는 못했다. 평일인 7월 31일 사직 2만1771명을 비롯해 4개 구장에 5만2858명의 관중이 몰렸다. 이들의 성원에 보답하듯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박진감 넘치는 승부가 펼쳐졌다. 4개 구장 모두 역전에 역전을 거듭했다. 사직과 문학이 7회까지 동점, 잠실과 대구는 8회까지 동점이었다. 1, 2위 팀끼리 맞붙은 대구에선 두산이 올 시즌 삼성 천적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두산 톱타자 고영민은 0-1로 뒤진 6회 2사 2루에서 동점타, 1-1로 맞선 9회 무사 3루에서 역전 결승타를 날렸다. 마운드에선 두산 김선우와 삼성 배영수가 팽팽한 투수전을 펼쳤다. 김선우는 7회까지 6안타 1실점, 배영수는 8회까지 3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둘 다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다. 삼성은 9회 정현욱 권혁 권오준으로 이어지는 필승 계투진을 투입하고도 패배해 아쉬움이 더했다. 삼성은 최근 5연승을 달리는 등 선두를 질주하고 있지만 두산에만은 3승 9패로 열세를 면치 못했다. 5할 승률의 공동 4위끼리 맞붙은 문학에선 난타전 끝에 선발 전원 안타를 날린 넥센이 SK에 7-5로 승리를 거두고 최근 5연패에서 탈출했다. 넥센은 5-5로 맞선 8회 2사 후 서건창이 내야안타로 나간 뒤 장기영이 우중간을 가르는 결승 3루타, 9회 조중근이 쐐기 1점 홈런을 날려 승부를 갈랐다. 공익근무와 부상 등으로 1042일 만에 선발 등판한 SK 채병용은 5회까지 6안타 2실점으로 호투한 뒤 3-2로 앞선 6회 마운드를 넘겼지만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잠실에선 LG가 3-3으로 맞선 8회 2사 만루에서 김태군의 2타점 적시타로 한화에 5-3으로 승리했다. 한화는 1일 LG전에 허리 부상에서 완쾌한 박찬호를 선발 예고했다. 장환수 스포츠전문 기자 zangpabo@donga.com}

    • 2012-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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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단버스로 이동하는 ‘보통 찬호’

    “기껏해야 8승? 더워지면 체력 문제로 고전할 것이다.”전문가 예상은 빗나갔다. 박찬호(39·한화)는 전반기를 마친 20일 현재 평균자책 3.77(15위)로 팀 내에선 에이스급 활약을 했다. 4승 5패로 승률은 5할 아래지만 타선과 수비 지원을 못 받는 등 유난히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한화가 꼴찌 팀이 아니었다면 전반기 8승도 가능했다. 최근 2경기에서 첫 완투와 무실점 경기를 하는 등 7월 성적은 1승에 평균자책 1.69.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은 박찬호의 활약에 팬들은 열광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그라운드 밖 생활은 여전히 알려진 게 거의 없어 아쉽다. 박찬호에 대한 궁금증을 Q&A로 풀어본다.―박찬호의 살아가는 얘기는 왜 보도되지 않나.“한마디로 너무 거물이기 때문이다. 특정 언론과 단독 인터뷰를 할 경우 형평성이 문제가 된다. 그렇다고 팬들의 관심을 외면한 채 계속 이렇게 지낼 수도 없으니 더 걱정이다.”―불펜이 불안한 팀 사정상 마무리 기용설이 있었는데 왜 무산됐나.“시즌 초 투수코치가 제안했다. 한대화 감독은 일단 본인의 의향을 먼저 물어보라고 했다. 박찬호는 매일 대기해야 하는 마무리는 체력 관리에 문제가 있다며 정중히 사양했다.”―박찬호가 래퍼로 변신해 화제를 모았던 CF 촬영 때 한화 유니폼을 입지 않은 이유는….“유니폼을 입고 상업 행위를 하려면 구단의 허락을 받고 개런티를 내야 한다. 마침 광고주는 한화그룹 계열사여서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한화 박찬호이기에 앞서 대한민국 박찬호를 먼저 생각했다. 나머지 7개 구단 팬의 눈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래퍼 버전’에 이은 ‘아빠 버전’에 나오는 두 딸은 친딸인가.“박찬호는 애린(6)과 세린(4)을 끔찍이도 사랑하는 ‘딸딸이 아빠’다. 광고에선 비슷한 나이의 배우를 물색했다. 미성년자인 두 딸의 얼굴이 벌써부터 세간에 알려지는 것은 곤란하기 때문이다.”―청년 재벌 박찬호는 어떤 차 타나.“에쿠스 중에서도 가장 고급인 리무진이다. 시가 1억3000만 원을 넘는다. 경호원은 따로 없지만 운전은 팀61 직원이 한다. 하지만 박찬호는 원정지에선 구단 버스로 선수단과 함께 이동한다. 한대화 감독은 박찬호가 자가용을 타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박찬호의 집은 서울인가, 대전인가.“둘 다 정답이다. 부인 박리혜 씨(37)는 서울에, 박찬호는 대전에 사는 주말부부다. 박리혜 씨가 대전을 자주 찾는다. 또 원정지에 딸들과 함께 몰래 가 남편을 위한 깜짝 이벤트를 하는 것을 즐긴다.”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zangpabo@donga.com}

    • 201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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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경원 “스페셜올림픽 홍보위해 물구나무도 설 수 있죠”

    우리나라는 올림픽을 한 번 개최했다. 1988년 서울 여름올림픽. 24년이 흐른 현재 국내엔 두 명의 올림픽 조직위원장이 있다. 한 명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준비하는 김진선 새누리당 최고위원. 반면 불과 5개월 후인 내년 1월 평창과 강릉에서 2013년 겨울 스페셜올림픽이 열리고, 조직위원장이 새누리당 나경원 전 의원이란 사실을 아는 국민은 드물다. 지적발달 장애인들이 참가하는 ‘특별한’ 대회인 스페셜올림픽은 올림픽,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과 함께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주관하는 3대 올림픽 중 하나. 런던 여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두 조직위원장이 1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 있는 평창 겨울올림픽 조직위 사무실에서 유쾌한 시간을 가졌다. 나경원 위원장이 본보에 먼저 만남을 제안하고, 김진선 위원장이 흔쾌히 동의한 자리였다. 나 위원장은 “스페셜올림픽을 국민들께 널리 알릴 수 있다면 물구나무라도 설 각오가 돼 있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의원 시절보다 더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스페셜올림픽을 위해서라면 누가 어디서 부르건 달려간다. 스페셜올림픽 개최는 장애인 인식 개선과 권익 증진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 일이다. 국민들께서 더 많은 사랑을 보내줘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던 가족 얘기까지 털어놓으며 스페셜올림픽과의 각별한 인연을 강조했다. 그는 “장애인들을 대할 때면 남의 일 같지 않다. 봉사하는 마음이기도 하겠지만 나 위원장의 자제분(딸)과 같이 다운증후군을 앓는 맏아들이 있기 때문이다. 30년 넘게 마음을 졸여왔다. 나는 (나 위원장에 비해) 덜 유명하니까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나 위원장과 동병상련의 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겨울올림픽 유치를 삼수(三修) 끝에 성공시킨 김 위원장은 스페셜올림픽 유치 때 힘을 보탠 일화도 얘기했다. 그는 “강원도지사 때 겨울 스페셜올림픽 개최에 뜻있는 분들이 지원 요청을 해왔다. 얼마가 드냐고 물으니 300억 원 정도라고 했다. 개인적으로도 꼭 해보고 싶은 일이었는데 알다시피 강원도는 겨울올림픽 유치에 전력투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 의원의 열정에 감복했다. 장애인 문제에 관한 한 나 위원장을 이길 사람이 있겠나. 결국 강원도에서 없는 살림에 30억 원을 내놓았다. 그게 유치의 첫 단추가 됐다”며 웃었다. 두 개의 올림픽이 같은 장소에서 순차적으로 개최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을까. 나 위원장은 “저희야 큰 집에 도움을 부탁할 일밖에 더 있겠나. 김 위원장님께 업혀가야 한다. 경기장은 물론이고 홍보와 관중 동원 등 각종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스페셜올림픽이 성공해야 겨울올림픽도 성공한다. 스페셜 조직위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쌓은 경험은 겨울올림픽은 물론이고 이어 열리는 패럴림픽 때 큰 자산이 될 것이다”라고 화답했다. 두 위원장은 런던 올림픽에 참가하는 태극전사들에게 격려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1948년 런던 여름올림픽 때 건국 이후 처음으로 선수단을 파견했다. 여름과 겨울 올림픽을 모두 유치한 나라답게 스포츠 강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 달라”고 말했다. 나 위원장은 “패럴림픽은 도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꼴찌가 더 큰 박수를 받아야 한다. 스페셜올림픽은 4위부터는 메달만큼 값진 리본을 가슴에 달아준다”고 말했다.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zangpabo@donga.com}

    • 2012-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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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환수의 휘슬]NC 거부론에 발목 잡힌 야구 1000만 관중의 꿈

    프로야구는 불과 5년 전만 해도 현대가 해체를 결정하면서 큰 위기를 맞았다. 이때 구원투수로 나선 이가 투자 전문 회사인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를 운영하는 넥센 이장석 대표다. 거대 기업 KT가 창단 의사를 철회하자 7구단으로 뒷걸음질 쳐선 안 된다는 야구계의 절박함이 이름도 생소한 센테니얼에 원군이 됐다. 넥센은 현대가 태평양을 인수할 때 낸 400억 원보다 훨씬 적은 120억 원에 서울 연고권까지 얻었다. 그러나 창단도 하기 전부터 나쁜 뉴스를 쏟아냈다. 창단 가입금 분납 요구에 이은 연체, 담배업체와의 메인 스폰서 계약, 혹독한 연봉 삭감, 선수 팔아 운영비 충당하기. 매년 팀 성적은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5년이 지난 지금 넥센의 변신은 놀랍다. LG로 보냈던 이택근을 더 비싼 값에 데려온 데다 김병현을 영입했고 직원 연봉도 대폭 인상했다. 흑자 경영의 가능성도 보여줬다. 팀 성적도 올라 창단 후 처음으로 4월 승률 5할대를 기록했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700만 관중 돌파를 바라보는 프로야구의 전성기는 넥센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9구단, 10구단 창단 욕구가 분출했다. 결국 지난해 NC가 창원을 연고로 9구단 창단을 승인받았다. 올해 2군 리그에 처음 참가하는 NC는 7구단 빙그레, 8구단 쌍방울의 전례를 들어 내년 1군 진입을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달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는 답을 주지 않았다. 게다가 삼성 롯데 등 일부 구단은 10구단 창단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롯데 장병수 사장을 본보가 인터뷰한 내용을 요약하면 반대 논리는 이렇다. “NC가 내년에 1군에 합류하면 리그의 질이 떨어진다. 원래 2014년 1군 진입을 약속하지 않았는가. NC가 한 해 200억 원에 이르는 적자를 감당할 능력이 되는가. NC가 중간에 떨어져 나가면 전체가 부메랑을 맞는다. 9구단 체제에선 한 구단이 매일 쉬어야 하니 경기 수가 줄어든다. 10구단을 하겠다는 기업이 당장에 나올 리 없다. 있다고 해도 3∼4년은 준비해야 한다.” 먼저 NC의 능력을 의심하는 대목은 원인 무효다. 당시 롯데는 반대했지만 9구단 창단은 이사회를 거쳐 구단주 총회의 승인을 받았다. 소급해 따질 사안이 아니다. 리그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예상된다. 그렇다고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면서 2군에 계속 있어야 한다는 것은 더욱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경기 수는 팀 입장에선 줄어들지만 전체는 늘어난다. 게다가 NC는 2014년을 약속한 적이 없다. 더 큰 문제는 10구단 창단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이다. 장 사장도 지적했듯이 9구단 체제는 리그 운영에 문제가 있다. KBO 관중 예측 보고서에 의하면 10구단이 돼야 1000만 관중이 가능해 파이를 왕창 키울 수 있다. 모범답안은 아니지만 넥센의 성공사례도 있다. 10구단 준비에 그렇게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면 하루라도 빨리 이사회를 열어 창단 승인부터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이 때문에 대기업 위주의 8구단 체제로 복귀하려는 음모가 진행 중이라고 수군거리는 이도 있다. 넥센이든 NC든 떨어져 나갈 때까지 시간을 끌고 있다는 의심이다. 선수들을 비롯해 야구인과 팬들은 한마음인데 10구단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이 궁금하다.스포츠 전문기자 zangpabo@donga.com}

    • 201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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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한국말 인사 준비했었는데… ”

    벤 헨더슨은 북미에선 전국구 스타다. UFC를 홍보하는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광고판에 그가 등장한다. 이번 대회에서 그의 경기는 라이트급임에도 12경기 중 맨 마지막 순서인 메인이벤트였다. 추성훈은 아홉 번째. 그러나 헨더슨은 국내에선 마니아층을 제외하고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하프코리안이긴 하지만 외모는 흑인에 가깝다. 반면 재일교포 추성훈은 한때 국내 최고 스타였다.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버림받은 특이한 전력에 잘 생긴 외모와 카리스마를 갖춰 사랑을 받았다. 추성훈은 이번 대회 직전까지 3연패를 당했어도 한일 양국의 인기와 영향력을 감안해 일본 선수 가운데선 가장 늦게 경기를 했다. 기자도 일본에 취재를 오면서 헨더슨의 챔피언 등극보다는 추성훈의 재기 여부에 더 관심이 갔다. UFC로 흡수 통합된 프라이드의 성지였던 사이타마 슈퍼아레나는 3만7000 관중석이 가득 찼다. 링 사이드에선 좌석이 들썩거릴 정도의 헤비메탈 사운드, 주먹과 발길이 오갈 때마다 들리는 둔탁한 타격음과 거친 숨소리, 라운드걸의 현란한 움직임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기대했던 추성훈이 패배한 뒤 밀려오던 실망감과 허탈함은 얼마 지나지 않아 헨더슨에 의해 감쪽같이 사라졌다. 경량급의 스피드와 중량급의 한 방을 겸비한 그의 경기는 완벽 그 자체였다. 게다가 그는 누구보다도 한국인이었다. 어머니 김성화 씨(51)는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도 술 담배 마약은 입에도 대지 않았다”고 자랑했다. 헨더슨은 “승리 소감으로 한국말 인사를 준비했는데 경황이 없어 말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했다. 그의 셔츠에는 태극기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이제 우리는 또 한 명의 슈퍼 코리안을 얻었다. 강력한 전사이자 한국인 어머니에게 지극 정성인 효자 아들. 헨더슨이 새로운 챔피언으로 호명되자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가 금메달을 땄을 때와 같은 울컥함이 밀려왔다. 사이타마=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 2012-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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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치 파이터’ 역시 매웠다… 한국계 美파이터 헨더슨 UFC라이트급 챔프에

    한국인 어머니와 주한미군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벤 헨더슨(29·미국)의 몸엔 한국어로 힘, 명예, 전사란 문신이 새겨져 있다. 등짝은 전체가 날개다. 힘과 명예, 전사의 칭호를 이미 얻고 날개까지 단 그는 이제 최강이란 단어를 추가해야 할 것 같다,헨더슨은 26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린 UFC144 메인 이벤트인 라이트급 타이틀 매치에서 챔피언 프랭키 에드거(31·미국)에게 3-0(49-46, 48-47, 49-46)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헨더슨은 16승 2패, 에드거는 14승 1무 2패.헨더슨이 왜 세계에서 가장 강한 라이트급(70kg 이하) 선수인가를 보여준 한 판이었다. 5분 5라운드로 치러진 경기에서 헨더슨은 펀치와 발차기, 그라운드 기술은 물론이고 스피드와 맷집, 투지와 집중력에서 챔피언을 압도했다. 1라운드에서 상대에게 한 발을 잡힌 상태에서 시도한 강력한 돌려차기는 빗나갔지만 장내를 깜짝 놀라게 한 최고의 팬서비스였다. 2라운드에서도 한 발을 잡힌 채 연타로 펀치를 성공했고 테이크다운 상태에서 오른발을 제대로 적중시켜 상대 얼굴을 피로 물들였다. 4라운드에선 테이크다운을 당하는 절박한 순간에 상대 목을 조르며 떨어져 초크로 한판승을 거둘 수 있는 기회를 맞기도 했다. 확실하게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헨더슨은 5라운드가 시작되자 양팔을 들어 관중의 함성을 유도하는 여유를 보였다.반면 앞선 경기에서 추성훈(37)은 4연패를 당해 은퇴의 기로에 몰렸다. 2004년 종합격투기 전향 후 미들급을 고수했던 그는 웰터급(77kg 이하)으로 감량하며 재기를 노렸다. 3분 5라운드 경기에서 ‘그라운드 지옥’이라고 불리는 제이크 실즈(33·미국)를 맞아 14분간 잘 싸우고도 막판 결정적인 테이크다운에 걸려 심판 전원 일치 27-30 판정패를 당했다. 추성훈은 13승 5패 2무효, 실즈는 27승 1무 6패.사이타마=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 2012-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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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마주協, 이웃돕기성금 1억4700만원

    서울마주협회(회장 강용식)는 1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송년의 밤 행사에서 이웃돕기 성금으로 1억4700만 원을 내놓았다. 서울마주협회는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 하트하트재단, 한일시각장애인골프대회 등을 후원한다. 서울마주협회는 17일에는 송파구 거여동에서 ‘사랑의 연탄 배달’ 봉사활동을 하고 서울역 쪽방촌 노인들을 위한 월동용품 나눔 행사도 연다.}

    • 2011-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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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장환수]조광래를 위한 변명

    감독은 파리 목숨이라고 한다. 성적을 못 내면 취임 초기라도 좌불안석이다. 그런데 요즘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최근 프로야구에선 사령탑들의 희비가 성적과 반비례했다. 지난해 말 롯데 제리 로이스터, 삼성 선동열 감독이, 올해는 시즌 중에 두산 김경문, SK 김성근 감독이 옷을 벗었다. SK, 삼성, 두산, 롯데는 지난해 가을잔치에 참가한 1∼4위 팀이다. 올 시즌이 끝난 뒤에는 준플레이오프를 치른 KIA 조범현 감독이 계약 기간을 1년 남겨놓고 경질됐다. 반면 공동 6위에 그친 한화 한대화, 꼴찌 넥센의 김시진 감독은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는 모습이 자주 카메라에 잡혔다. 한대화 감독은 나쁜 전력에도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고 해서 ‘야왕(野王·야구의 왕)’이란 칭호까지 얻었다. 5월에 사장과 단장이 한꺼번에 교체되는 소용돌이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새 집행부가 들어오면 감독도 바뀌는 게 십중팔구인데 말이다. 이제 사령탑에 대한 평가는 성적도 중요하지만 구단이 추구하는 경영 철학이나 팀의 미래 등이 주요 기준이 되는 시대가 됐다. 김성근 감독과 일본 주니치의 오치아이 히로미쓰 감독은 우승을 밥 먹듯이 하고도 성적에만 목을 매는 야구를 한다고 잘렸다. 특이하게 김경문 감독처럼 스스로 그만두는 사례도 나왔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1호 사령탑이라 할 만한 축구 국가대표 감독은 어떨까. 파리 목숨보다 훨씬 살벌한 표현인 ‘독이 든 성배’로 불리는 게 바로 이 자리다. 독주를 마신 감독은 취임과 동시에 시한부 생명이다. 축구 대표팀 감독은 한 경기도 져서는 안 된다. 경기가 재미없어서도 안 된다. 대한축구협회는 물론이고 팬들의 다양하고 상반된 요구를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 마치 초인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동안 해독에 성공한 감독은 거스 히딩크, 허정무, 박종환 정도였다. 차범근 감독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조별 리그를 치르는 중에 해임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번 조광래 감독의 전격 경질은 뒷맛이 개운치 않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끈 허정무 감독이 물러나자 차기 사령탑으로 전북 최강희, 울산 김호곤 감독이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고사했다. 축구협회는 고심 끝에 조 감독을 발탁했다. 조 감독은 속칭 ‘축구 야당’이다. 당시 경남 사령탑이었던 그는 ‘조광래의 아이들’로 불리는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을 키워 K리그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축구협회는 이런 조 감독의 지도력을 대표팀에 수혈하는 한편 비주류를 끌어안아 화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순항하던 조광래호는 8월 한일전과 11월 월드컵 3차 예선 레바논전에서 패퇴했다. 대표팀이 예선 탈락한 것도 아니고, 박지성 이영표 기성용 이청용 등의 공백이 있었다는 것은 고려할 변수조차 아니었다. 다만, 조 감독과 협회의 1년 7개월간 쌓인 불화만 뒤늦게 부각됐다. 결국 처음부터 이들의 만남은 잘못된 만남이라고밖에 볼 수 없었다. 이에 조광래호의 잇따른 패배에 등을 돌렸던 팬들 중에서도 많은 이가 축구협회의 섣부른 감독 경질을 비난했다. 조 감독은 3차 예선까지 계약된 예선용 사령탑이긴 하다. 구원투수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거나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불펜에서 대기하고 있다면 바꿔주는 게 맞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바꾸는 것은 곤란하다. 조 감독의 축구가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채 꺾여 버린 것은 너무 아쉽다.장환수 스포츠레저부장 zangpabo@donga.com}

    • 2011-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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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장환수]괴담, 구설 그리고 보도

    롯데 자이언츠 배재후 단장의 전화다. “아이고, 와 이카십니까. 팬들 등쌀에 죽겠습니다. 다른 데도 아니고 동아일보에서 그렇게 써뿌니….” 롯데는 간판타자 이대호를 잡는 데 실패했다. 프로야구에서 9시즌을 채워 ‘직장 선택의 자유’를 얻은 자유계약선수 이대호는 롯데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일본행을 택했다. 롯데가 4년간 보장금액 80억 원, 성적에 따른 옵션을 포함해 총 100억 원을 베팅했는데도 말이다. 100억 원은 박찬호가 한창 때 받은 연봉(약 1300만 달러)에도 못 미치지만 국내에선 사상 최고 몸값이다. 은퇴한 심정수가 삼성과 4년간 총액 60억 원에 계약한 게 그동안 최고 기록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200년 이상 일해야 하고, 천하의 이대호라도 올해 연봉(6억3000만 원) 기준으로 15년 이상 뛰어야 만질 수 있는 거액이다. 그럼에도 이대호가 일본행을 택한 이유는 뭘까. 이대호는 “선수로서 더 큰 꿈을 좇겠다”고 했다. 물론 괄호 속 이유에는 오릭스가 2년간 100억 원을 주겠다고 한 제의가 들어 있다. 김태균 이범호처럼 적응을 못하면 국내로 유턴하면 된다. 반면 사랑하는 ‘돼랑이(돼지+호랑이·살은 쪘지만 호랑이처럼 날렵한 이대호의 별칭)’를 떠나보내야 하는 팬들 중 일부는 색다른 이유에 주목했다. 그들은 “짜고 친 고스톱이다. 롯데는 이대호를 잡을 능력도 의지도 없었다. 이대호도 처음부터 떠날 계획이었다. 사정이 이러니 롯데는 협상 테이블에서 남부끄럽지 않게 베팅이나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대호가 전인미답의 타격 7관왕과 9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한 뒤 불과 7000만 원 때문에 연봉조정 신청을 하게 된 지난겨울 일까지 거론했다. 본보는 이 과정을 누리꾼의 글을 인용해 상세하게 보도했다. 배 단장과 통화를 막 끝낸 순간 인터넷엔 눈이 번쩍 뜨일 기사가 또 보였다. 김성근 전 SK 감독이 이만수 현 감독에게 직격탄을 날렸다는 내용이었다. 김 전 감독은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만수는 내가 그만둔다고 했을 때, 해임됐을 때, 구단에서 감독대행을 맡아 달라 했을 때 전화할 세 번의 타이밍을 모두 놓쳤다. 도리도 모르는 아이인데 그 다음에 전화해봐야 뭐하나”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앞서 이 감독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정식 사령탑에 취임하고 난 뒤 김 감독님께 수없이 전화를 했지만 안 받아주셨다. 감사의 마음을 전할 기회가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본보는 이 과정도 충실히 전했다. 롯데와 이대호의 ‘짜고 친 고스톱’은 확인이 안 되는 괴담 수준의 얘기다. 김 전 감독의 구설수는 너무나 사적인 것이다. 공인이 언론에 대놓고 할 얘기가 아니다. 이로 인해 팬들은 서로 갈라져 한바탕 설전을 벌이고 있다. 둘 다 독자들을 확 끌어들일 수 있는 가독성 높은 얘기이긴 하다. 하지만 예전 같으면 본보는 두 기사 모두 안 썼을 가능성이 높다. ‘짜고 친 고스톱’은 추론이다. 롯데를 깎아내리기 위한 의도가 보인다. 김 전 감독의 경우 그 정도면 막말도 아니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그의 스타일이다. 사실 우리 기자만 취재한 내용이라면 그냥 덮어둘 수도 있었다. 하지만 둘 다 정보의 바다에서 먼저 공개됐다.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나 알려져 봐야 별로 득이 안 될 내용이라도 독자들에게 거의 실시간으로 여과 없이 전해지는 세상이다. 결국 본보도 보도를 택했다. 많은 생각을 한 하루였다.장환수 스포츠레저부장 zangpabo@donga.com}

    • 201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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