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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의 장학금’으로 알려진 미국 ‘맥아더 펠로십’의 올해 수상자에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와 최예진 워싱턴대 교수, 모니카 김 위스콘신대 교수 등 한국계 연구자 3인이 포함됐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맥아더재단이 발표한 수상자 총 25명은 향후 5년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80만 달러(약 11억 원)의 상금을 받게 된다. 외신들이 가장 주목한 인물은 인공지능(AI) 분야 과학자인 최 교수다. 미국 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현안인 ‘가짜 뉴스’와 밀접하게 연관된 연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의 전문 분야 중 하나는 프로그래밍에 적합하게 다듬지 않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문장인 ‘자연어’를 분석하고, 그 안에 함축된 의도를 포착하는 AI 시스템이다. 미 뉴욕타임즈(NYT)는 “(온라인 쇼핑몰의) 가짜 리뷰에서 가짜 뉴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탐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컴퓨터 언어학을 연구한다”라고 소개했다. 최 교수는 “일상적인 사건의 원인과 결과, 그와 관련한 사람들의 의도와 정신 상태를 추론하도록 기계를 가르치는 것은 AI분야의 오랜 과제”라며 “이 연구를 통해 기계가 인간과 더 잘 소통하고 인간의 가치에 더 잘 부합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는 수상소감을 밝혔다. 최 교수는 2015년 미 전기전자공학자학회(IEEE)가 선정한 ‘주목해야 할 AI 과학자’ 10명에 들었고, 2013년에는 컴퓨터과학 분야 최대 학회 중 하나인 국제컴퓨터비전학회(ICCV)이 수여하는 마르상을 공동 수상하는 등 두각을 나타내왔다. 7월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즈상을 수상하며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허 교수도 또 한 번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맥아더 재단은 허 교수의 수학적 성과를 소개하면서 “그가 문제에 혁신적인 방식으로 접근할 뿐 아니라 효과적이고 명확한 의사소통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유익하게 협업하고 있다”라며 “이런 소통방식은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이 수학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라고도 소개했다. 역사 분야 전문가인 김 교수는 미국이 냉전기간에 전 세계 외교·군사정책에 개입한 과정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각국의 탈식민지화 과정을 연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특히 그는 6·25 전쟁을 계기로 미국의 외교정책에 벌어진 변화를 재조명했다. 김 교수의 연구는 ‘부모님의 나라’인 한국에 뿌리를 두고 있다. 6·25 전쟁 당시 미국으로 이주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이민 2세대’ 김 교수는 국가 원수나 지도자가 아닌 서민들의 입장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상향식’ 연구를 추구한다. 맥아더 재단은 선정 이유에 대해 “김 교수의 분석은 인종과 계급, 정체성 등이 그동안 전쟁과 갈등지역에서 수행해온 역할을 보여준다”라며 “그는 국제사회에 대한 참여를 ‘인권 증진’이라는 프레임으로 설명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올해의 수상자 명단에는 미국의 총기문화를 만든 동기를 연구한 제니퍼 칼슨 애리조나대 교수,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규모와 경로를 예측하는 제나 잼벡 조지아대 교수, 재즈 첼리스트이자 작곡가인 토메카 리드 등이 포함됐다. 1981년 시작된 맥아더 펠로십은 분야를 막론하고 최고의 창의성을 발휘하는 연구자들에게 수여된다. 수상자 선정과정은 신비주의에 싸인 것으로도 알려져있다. NYT는 “전국의 익명 인재 풀에게서 비공개로 후보자 수백 명을 추천받은 뒤, 익명의 심사위원 12명이 심사한다”라고 설명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지난달 글로벌 금융시장에 혼란을 일으켰던 영국 금융당국이 10일(현지 시간) 자국 금융시장 안정 조치를 내놨지만 도리어 영국 국채 금리가 급등세를 보였다. 영국은 지난달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 없이 대규모 감세 정책을 발표했다가 파운드화 폭락에 따른 부채 위기로 국채 투매가 이어져 국채 값 폭락(금리 폭등)을 불렀다. 다시 국채 금리가 요동치자 영국발 금융위기가 시작됐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지난달 국채 가격이 급락하자 장기 국채 매입 조치를 발표하며 시장에 긴급 개입했던 영국 중앙은행(BOE)은 매입 종료일인 이달 14일이 다가오며 다시 시장이 들썩이자 “매입 한도를 기존 2배인 하루 100억 파운드(약 15조 원)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채권을 담보로 운용하는 연기금들이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지 않도록 단기 자금을 지원하고, 11일부터는 물가지수연동 국채도 매일 최대 50억 파운드씩 매입한다고 로이터통신 등은 전했다. 영국 재무부는 이날 중기 예산안과 예산책임처(OBR) 추산 재정 전망을 당초 계획보다 3주 이상 앞당긴 31일 발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BOE와 재무부의 잇단 발표에도 10년 만기 물가연동채 금리는 연 1.24%로 0.64%포인트 뛰었다. 미 블룸버그통신은 “1992년 이후 최대 폭”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겐하임파트너스 스콧 마이너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영국 국채가 무너지며 금융위기가 돌아왔다”고 했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 시카고대 더글러스 다이아몬드 교수는 “영국 국채 가격 급락이 (관련 파생상품을 보유한) 보험사 등에 대한 마진콜(추가증거금 요구)로 이어졌다”며 “사람들이 보험사가 도산할 것이라고 믿으면 정말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에서도 11일 달러 대비 엔 환율이 145.80엔을 기록하며 지난달 22일 일본 정부 개입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이날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8월 경상수지는 1985년 이후 역대 최소인 589억 엔(약 5800억 원) 흑자로 1년 전보다 96%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지난달 글로벌 금융시장에 혼란을 일으켰던 영국 금융당국이 10일(현지 시간) 자국 금융시장 안정 조치를 내놨지만 도리어 영국 국채 금리가 급등세를 보였다. 10년 만기 물가연동채 금리는 30년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영국은 지난달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 없이 대규모 감세 정책을 발표했다가 파운드화 폭락에 따른 부채 위기로 국채 투매가 이어져 국채 값 폭락(금리 폭등)을 불렀다. 다시 국채 금리가 요동치자 영국발 금융위기가 시작됐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지난달 국채 가격이 급락하자 장기 국채 매입 조치를 발표하며 시장에 긴급 개입했던 영국 중앙은행(BOE)는 매입 종료일인 이달 14일이 다가오며 다시 시장이 들썩이자 “매입 한도를 기존 2배인 하루 100억 파운드(약 15조 원)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채권을 담보로 운용하는 연기금들이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지 않도록 단기 자금을 지원하고, 11일부터는 물가지수연동 국채도 매일 최대 50억 파운드씩 매입한다고 로이터통신 등은 전했다. 영국 재무부는 이날 중기 예산안과 예산책임처(OBR) 추산 재정 전망을 당초 계획보다 3주 이상 앞당긴 31일 발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BOE와 재무부의 잇단 발표에도 10년 만기 물가연동채 금리는 연 1.24%로 0.64%포인트 뛰었다. 미 블룸버그통신은 “1992년 이후 최대 폭”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겐하임파트너스 스콧 미너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영국 국채가 무너지며 금융위기가 돌아왔다”고 했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 시카고대 더글러스 다이아몬드 교수는 “영국 국채 가격 급락이 (관련 파생상품을 보유한) 보험사 등에 대한 마진콜(추가증거금 요구)로 이어졌다”며 “사람들이 보험사가 도산할 것이라고 믿으면 정말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에서도 11일 달러 대비 엔 환율이 145.80엔을 기록하며 지난달 22일 일본 정부 개입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이날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8월 경상수지는 1985년 이후 역대 최소인 589억 엔(58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96%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정수기자 hong@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도쿄=이상훈특파원 sanghun@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술핵부대 훈련으로 한국을 겨냥한 핵 위협을 노골화한 가운데 미국에서 북한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2017년보다 커졌다는 우려가 나왔다. 2017년은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 해다. 마이클 멀린 전 미국 합참의장(사진)은 9일(현지 시간) 미국 ABC 방송에 출연해 “북한의 (최근 미사일) 실험을 감안할 때 (핵전쟁의 위기가)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북한은 역대 최다 (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하고 있다”며 “따라서 그는 (핵전쟁) 역량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그것(핵무기)을 사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며 “그런 면에서 우리는 5년 전보다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와 미사일 재진입 기술 등이 이미 완성 단계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우려해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특히 멀린 전 의장은 ‘북한이 실제로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는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나는 그 가능성이 5년 전보다 더 커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이 이 시점에서 자신의 (도발) 경로를 바꿀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압력을 가하는 등 중국이 개입해야 한다고 믿는다”고도 했다. 앞서 같은 방송에 출연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김 위원장은) 분명히 핵 야망을 버리지 않았다”며 “따라서 우리는 모든 (군사적) 역량을 역내에 배치하고 필요할 때 동원할 준비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일각에선 북한에 핵 포기를 요구하는 것이 비현실적이 되고 있는 만큼 북한 핵무기의 존재를 인정하고 비핵화 협상 대신 군축 협상으로 목표를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사일 전문가인 안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북핵 협상에서) 비핵화에 대한 고집은 실패일 뿐 아니라 웃음거리(farce)로 바뀌고 있다”며 “북한은 이미 이겼다. 쓰디쓴 약이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그 약을 삼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 사실을 늦게 인정할수록 북한의 무기고는 더 커지고 정교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우크라이나에서 밀리고 있는 러시아가 민간인 탄압으로 악명 높은 ‘초강경 매파’ 세르게이 수로비킨 남부군사령관(56·사진)을 8일(현지 시간) 합동군 총사령관으로 임명했다.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에 수세에 몰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일부 강경파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수로비킨을 내세웠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부 강경파들은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경질 등을 요구하고 있다. 수로비킨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비인도적 공격으로 유명하다. 2017년 러시아군을 이끌고 시리아 내전에 참가한 그는 반군 제압을 위해 민간인 거주지에서 무차별 폭격을 가해 전범(戰犯) 논란이 일었다. 특히 소련 해체 직전인 1991년 8월 당시 소련공산당 보수파가 일으킨 쿠데타 등으로 사회 전반이 극심한 혼란을 겪을 때 민주화 시위대가 쳐 놓은 바리케이드를 뚫고 들어가 발포 명령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시위 참가자 3명이 숨졌다. 가디언 등은 수로비킨이 당시 발포 명령을 내린 유일한 장교였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사설 용병’으로 꼽히는 민간 군사업체 바그너그룹의 창업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러시아군에서 가장 유능한 지휘관”이라며 수로비킨의 발탁을 반겼다. 러시아군의 부진으로 대다수 고위 장성들이 곤경에 빠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8일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최전선에 있던 고위 장성 중 최소 10여 명이 숨졌다. 또 다른 8명은 해임되거나 업무에서 배제됐다. 수로비킨의 전임자 알렉산드르 드보르니코프 총사령관은 44년 이상 전장을 누빈 베테랑이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해 경질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불리한 전세와 예비군 동원령 등으로 민심이 점점 악화되자 푸틴 대통령이 군부에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쇼이구 국방장관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가 지난달 30일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불법으로 병합한 우크라이나 동남부 4개 주 가운데 한 곳인 남부 헤르손주의 키릴 스트레모우소프 부수반은 6일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든 국방장관은 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해야 한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우크라이나에서 밀리고 있는 러시아가 민간인 탄압으로 악명높은 ‘초강경 매파’ 세르게이 수로비킨 남부군 사령관(56·사진)을 8일(현지 시간) 합동군 총사령관으로 임명했다.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에 수세에 몰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일부 강경파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수로비킨을 내세웠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부 강경파들은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경질 등을 요구하고 있다. 수로비킨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비인도적 공격으로 유명하다. 2017년 러시아군을 이끌고 시리아 내전에 참가한 그는 반군 제압을 위해 민간인 거주지에서 무차별 폭격을 가해 전범(戰犯) 논란이 일었다. 특히 옛 소련 해체 직전인 1991년 8월 당시 소련공산당 보수파가 일으킨 쿠데타 등으로 사회 전반이 극심한 혼란을 겪을 때 민주화 시위대가 쳐 놓은 바리케이드를 뚫고 들어가 발포 명령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시위 참가자 3명이 숨졌다. 가디언 등은 수로비킨이 당시 발포 명령을 내린 유일한 장교였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사설 용병’으로 꼽히는 민간 군사업체 바그너그룹의 창업자 예프게니 프리고진은 “러시아군에서 가장 유능한 지휘관”이라며 수로비킨의 발탁을 반겼다. 러시아군의 부진으로 대다수 고위 장성들이 곤경에 빠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8일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최전선에 있던 고위 장성 중 최소 10여 명이 숨졌다. 또 다른 8명은 해임되거나 업무에서 배제됐다. 수로비킨의 전임자 알렉산드르 도보르니코프 전 총사령관은 44년 이상 전장을 누빈 3성 장군이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해 경질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불리한 전세와 예비군 동원령 등으로 민심이 점점 악화되자 푸틴 대통령이 군부에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쇼이구 국방장관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가 지난달 30일 국제 사회의 비판에도 불법으로 병합한 우크라이나 동남부 4개 주 가운데 한 곳인 남부 헤르손주의 키릴 스트레무소프 부수반은 6일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든 국방장관은 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해야 한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가 트위터 인수 계약을 파기했다가 다시 원래대로 진행하겠다고 4일 밝혔다. 머스크의 ‘변덕’에 트위터 주가는 하루 만에 22% 치솟았다. 이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트위터를 총 440억 달러(약 62조 원)에 인수하기로 한 원래 합의를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고했다. 머스크의 입장 변화는 테슬라와의 법정 다툼 시작을 2주 앞두고 나온 것이다. 앞서 머스크는 올 4월 1주당 54.2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해 트위터 측과 계약에 합의했다가 7월 트위터 측이 허위 계정 관련 정보를 충분히 공개를 하지 않아 의무사항을 위반했다며 일방적으로 계약 파기를 선언했다. 이에 트위터가 계약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법적 대응에 나섰고 첫 공판이 17일 열릴 예정이었다. SEC 공시에 따르면 머스크는 3일 트위터에 소송 중단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 계약을 당초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트위터는 성명을 내고 원래 인수 가격에 따라 계약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소송을 취하할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미 CNBC방송은 “이르면 7일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 언론은 머스크가 재판에서 질 확률이 높다고 판단해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위터가 ‘봇’으로 통칭되는 가짜 계정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계약 해지 사유인 ‘중대한 부정적 영향’에 해당하는지 법적으로 입증하기 어렵다고 머스크 측이 우려해 왔다”고 전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트위터 주가는 장중 13% 가까이 오른 47.95달러까지 올라 매매가 일시 정지됐고 이후 거래가 재개되자 22.24% 오른 52달러로 마감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18일째 확산되고 있는 이란 반정부 시위에 대해 경찰이 무력 진압을 지속하는 가운데 10대 여성들이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4일 이란 타스님통신 등에 따르면 니카 샤카라미(17)는 수도 테헤란에서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샤카라미는 생일을 며칠 앞둔 지난달 20일 시위에 참석하러 나갔다가 행방불명된 뒤 열흘 넘게 지나서야 사망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히잡 착용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경찰서에서 의문사한 마사 아미니(22) 사태로 촉발된 시위에 동참했다고 한다. 이란 검찰은 시신에서 외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당국의 부적절한 행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은 샤카라미가 경찰서에 구금된 뒤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BBC페르시안 등은 이란 당국이 추가 시위를 막기 위해 3일 유족들 몰래 시신을 다른 마을에 매장했다고 보도했다. 유족들은 사법부에 사망 원인을 밝혀 달라며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에 샤카라미의 사망 소식을 전하던 일부 유족이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강경진압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17일 시작된 시위가 3주째로 접어들며 현재까지 사망자는 최소 133명에 이른다고 국제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는 집계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지난달 23일 경찰의 지휘봉에 머리를 맞아 사망한 사리나 에스마일자데(16) 등 청소년 6명을 비롯한 사망자 52명의 이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권 활동가들은 희생자들이 대부분 근거리에서 총에 맞았다고 전했다. 비영리단체 압도라만보루만드센터는 AFP통신에 “경찰은 시위 참가자들을 망설임 없이 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반정부시위에 연관됐다는 이유로 접경지대에 있는 이라크의 쿠르드족 자치지역을 포격했다. 미 뉴욕타임스는 사망자가 17명이라고 전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18일째 확산되고 있는 이란 반정부 시위에 대해 경찰이 무력 진압을 지속하는 가운데 10대 여성들이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4일 이란 타스님통신 등에 따르면 니카 샤카라미(17)는 수도 테헤란에서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샤카라미는 생일을 며칠 앞둔 지난달 20일 시위에 참석하러 나갔다가 행방불명된 뒤 열흘 넘게 지나서야 사망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히잡 착용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경찰서에서 의문사한 마사 아미니(22) 사태로 촉발된 시위에 동참했다고 한다. 이란 검찰은 시신에서 외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당국의 부적절한 행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은 샤카라미가 경찰서에 구금된 뒤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BBC페르시안 등은 이란 당국이 추가 시위를 막기 위해 3일 유족들 몰래 시신을 다른 마을에 몰래 매장했다고 보도했다. 유족들은 사법부에 사망 원인을 밝혀달라며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에 샤카라미의 사망 소식을 전하던 일부 유족이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강경진압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17일 시작된 시위가 3주째로 접어들며 현재까지 사망자는 최소 133명에 이른다고 국제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는 집계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지난달 23일 경찰의 지휘봉에 머리를 맞아 사망한 사리나 에스마일자데(16) 등 청소년 6명을 비롯한 사망자 52명의 이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권 활동가들은 희생자들이 대부분 근거리에서 총에 맞았다고 전했다. 비영리단체 압도라만보루만드센터는 AFP통신에 “경찰은 시위 참가자들을 망설임 없이 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반정부시위에 연관됐다는 이유로 접경지대에 있는 이라크의 쿠르드족 자치지역을 포격했다. 미 뉴욕타임즈는 사망자가 17명이라고 전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 인수 계약을 파기했다가 다시 원래대로 진행하겠다고 4일 밝혔다. 머스크의 ‘변덕’에 트위터 주가는 하루 만에 22% 치솟았다. 이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트위터를 총 440억 달러(62조 원)에 인수하기로 한 원래 합의를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고했다. 머스크의 입장 변화는 테슬라와의 법정 다툼 시작을 2주 앞두고 나온 것이다. 앞서 머스크는 올 4월 1주당 54.2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해 트위터 측과 계약에 합의했다가 7월 트위터 측이 허위 계정 공개를 하지 않아 의무사항을 위반했다며 일방적으로 계약 파기를 선언했다. 이에 트위터가 계약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법적 대응에 나섰고 첫 공판이 17일 열릴 예정이었다. SEC 공시에 따르면 머스크는 3일 트위터에 소송 중단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 계약을 당초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트위터는 성명을 내고 원래 인수가격에 따라 계약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소송을 취하할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미 CNBC방송은 “이르면 7일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 언론은 머스크가 재판에서 질 확률이 높다고 판단해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위터가 ‘봇’으로 통칭되는 가짜 계정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계약 해지 사유인 ‘중대한 부정적 영향’에 해당하는지 법적으로 입증하기 어렵다고 머스크 측은 우려해왔다”고 전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트위터 주가는 장중 13% 가까이 오른 47.95달러까지 올라 매매가 일시 정지됐고 이후 거래가 재개되자 22.24% 오른 52달러로 마감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미국 최대 도시 뉴욕의 텅 빈 신문 가판대가 음식 배달원 등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휴게소로 거듭난다. 인쇄매체의 퇴조로 수요가 다한 신문 가판대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특히 많은 고생을 한 사람들을 위해 쓰겠다는 취지다. 집권 민주당 소속인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시내 곳곳의 신문 가판대 중 일부를 배달 노동자 6만5000명을 위한 휴게 공간으로 바꾸는 데 필요한 100만 달러(약 14억 원)의 연방 보조금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돈은 휴게소 내 냉난방을 공급하고, 배달 노동자가 휴대전화 및 전기 자전거를 충전하거나 자전거를 수리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드는 데 쓰인다. 애덤스 시장은 “사람들은 배달원의 업무를 당연하게 여기지만 그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기간 중 안전한 곳에서 재택근무를 할 수 없었다”며 우리 모두 그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간지 뉴요커에 따르면 1950년대 뉴욕시에는 1525개의 신문 가판대가 있었으나 지난해 354곳으로 대폭 줄었다. 뉴욕은 지난해에도 음식배달 앱 도어대시,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 등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 조건을 향상시키는 법안을 미 주요 도시 중 처음 도입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2일 브라질 대선 1차 투표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을 힘겹게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과반 득표에는 실패해 두 후보는 30일 결선 투표에서 일대일로 맞붙는다. 3일 마무리된 개표 결과 룰라 전 대통령은 득표율 48.4%로 보우소나루 대통령(43.2%)에게 5.2%포인트 앞섰다. 이는 대선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두 자릿수 차이로 앞선 룰라 전 대통령이 1차 투표에서 승리를 확정 지을 것이라는 예측을 뒤엎은 것이다. 투표 전날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지지율 30%대에 머물렀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개표율 70%까지는 룰라 전 대통령을 앞설 만큼 선전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는 모든 선거를 첫판에 이기고 싶지만 항상 그럴 수는 없다”며 결선 투표를 축구 경기 연장전에 빗대 대세 굳히기에 나섰다. 반면 대선 기간 ‘여론조사가 왜곡됐다’고 주장해 온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거짓말을 극복했다”며 의기양양했다. 그는 전자투표 시스템에 거듭 불신을 표하며 “국방부가 전체 개표 결과를 교차 점검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도 했다. 1차 투표 결과가 예상과 크게 달라진 배경에는 여론조사에서 지지 여부를 밝히지 않던 ‘샤이 보우소나루 지지층’이 결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그(보우소나루)는 브라질 27개 전체 주에서 여론조사기관 IPEC 예측보다 더 많이 득표했다”고 보도했다. 저소득층 생계비 지원 프로그램 ‘아우실리우 브라질’같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포퓰리즘 비판을 감수하며 밀어붙인 정책들이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선 투표에서 룰라 전 대통령이 좀 더 유리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1차 투표에서 8%가량 득표한 군소 후보 9명의 표가 어디로 향할지도 관심 대상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실업률과 물가상승률 하락세가 한 달 더 이어진다면 전세가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로 기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결선 투표까지 4주간 룰라 전 대통령 측 좌파와 보우소나루 측 우파 양 진영의 갈등은 극에 달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룰라 전 대통령의 1차 투표 승리로 ‘핑크타이드(pink tide·온건 좌파 물결)’가 중남미에 퍼질 가능성이 커지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바빠졌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3∼7일 콜롬비아와 칠레, 페루를 순방하며 이민과 마약 밀매, 기후 대응을 논의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한때 미국 지정학적 뒷마당이던 중남미에서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에 맞서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앞서 6월 중남미의 대표적인 미 우방국이자 보수 국가인 콜롬비아 대선에서 게릴라 출신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이 당선돼 처음으로 좌파 정권이 들어섰다. 칠레와 페루도 지난해 대선을 통해 좌파 정권이 집권하고 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2일 브라질 대선 1차 투표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을 힘겹게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과반 득표에는 실패해 두 후보는 30일 결선 투표에서 일 대 일로 맞붙는다. 3일 마무리된 개표 결과 룰라 전 대통령은 득표율 48.4%로 보우소나루 대통령(43.2%)에게 5.2%포인트 앞섰다. 이는 대선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두 자릿수 차이로 앞선 룰라 전 대통령이 1차 투표에서 승리를 확정지을 것이라는 예측을 뒤엎은 것이다. 투표 전날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지지율 30%대에 머물렀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개표율 70%까지는 룰라 전 대통령을 앞설 만큼 선전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승리는 다만 미뤄졌을 뿐이다. 축구로 따지면 연장전에 돌입했다”며 “연장전에서도 이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선 기간 ‘여론조사가 왜곡됐다’고 주장해온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거짓말을 극복했다”고 밝혔다. 1차 투표 결과가 예상과 크게 달라진 배경에는 여론조사에서 지지 여부를 밝히지 않던 ‘샤이 보우소나루 지지층’이 결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즈(NYT)는 “그(보우소나루)는 브라질 27개 전체 주에서 여론조사기관 IPEC 예측보다 더 많이 득표했다”고 보도했다. 저소득층 생계비 지원 프로그램 ‘아우실리우 브라질’ 같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포퓰리즘 비판을 감수하며 밀어붙인 정책들이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선 투표에서 룰라 전 대통령이 좀 더 유리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1차 투표에서 8%가량 득표한 군소 후보 9명 표가 어디로 향할지도 관심 대상이다. 영국 BBC방송은 “3위 후보 시몬 테베(득표율 4%) 지지층은 보우소나루, 4위 후보 시로 고메스(3%) 지지층은 룰라에게 쏠린다”며 결과 예측이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실업률과 물가상승률 하락세가 한 달 더 이어진다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로 기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결선 투표까지 4주간 양 진영의 갈등은 극에 달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룰라 전 대통령의 1차 투표 승리로 ‘핑크타이드(pink tide·온건 좌파 물결)’가 중남미에 퍼질 가능성이 커지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바빠졌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3~7일 콜롬비아와 칠레 페루를 순방하며 이민과 마약 밀매, 기후 대응을 논의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한때 미국 지정학적 뒷마당이던 중남미에서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에 맞서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앞서 6월 중남미 대표적인 미 우방국이자 보수 국가인 콜롬비아 대선에서 게릴라 출신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이 당선돼 처음으로 좌파 정권이 들어섰다. 칠레와 페루도 지난해 대선을 통해 좌파 정권이 집권하고 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러시아가 지난달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스트림 1, 2 천연가스관을 고의로 파손했다는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러시아가 다음 수순으로 해저 광케이블 절단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밀리고 있는 러시아가 가스 수송관에 이어 서방의 또 다른 핵심 기반시설을 공격하는 식으로 판세를 뒤엎으려 한다는 것이다. 해저 케이블은 대부분 공해(公海)에 있어 특정 국가가 고의로 파손하더라도 빠른 대처가 어렵고 법적 책임을 묻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존 노턴 영국 오픈대 교수는 1일(현지 시간) 가디언 기고를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조만간 해저 광케이블을 노릴 것”이라며 “케이블망은 대부분 각국 정부가 아닌 민간기업이 소유하고 있어 안보적으로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리시 수낵 전 영국 재무장관 또한 과거 “해저 케이블망은 위치가 공개돼 있고 공격이 어렵지 않은 반면에 국제법상 보호의 범위는 모호하다”며 공격 목표가 되기 쉽다고 평했다.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가스관 고의 파손 같은 사보타주, 해킹, 가짜뉴스, 선거조작 등 비(非)군사적 수단을 활용한 ‘하이브리드 전쟁’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인물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7개월이 지났음에도 당초 목표했던 성과를 이루지 못한 푸틴 정권이 전통적인 재래식 전쟁 대신 하이브리드전에 집중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중국은 러시아의 가스관 고의 누출 의혹에 대해 “공정하고 전문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겅솽 주유엔 중국 부대사는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이번 누출이 불의의 사고가 아니라 고의적인 파괴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한다”며 “이것이 사실이면 국가 시설에 대한 기습으로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남미 좌파의 대부’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12년 만에 다시 권좌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2일 브라질 대선 1차 투표에서 룰라 전 대통령이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을 꺾을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룰라의 ‘권토중래(捲土重來·실패하고 떠난 뒤 실력을 키워 다시 도전함)’라는 평가가 나온다. 룰라 전 대통령은 브라질의 유력 여론조사 기관인 IPEC와 다타폴랴가 1일 발표한 조사에서 각각 51%, 50%의 지지율을 얻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14%포인트 격차로 따돌렸다고 로이터통신은 이날 보도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30일 결선투표를 치르지만, 지금 추세대로라면 룰라 전 대통령이 1차 투표에서 당선을 확정지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대선은 극우 성향의 육군 대위 출신 현직 대통령과 온건 좌파 성향의 노동자 출신 전직 대통령의 ‘극과 극’ 대결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룰라 전 대통령은 가난한 구두닦이 소년으로 시작해 2003년 브라질 최초의 좌파 대통령에 당선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퇴임 후 비리 의혹으로 옥살이를 했지만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자 5월 출마 선언을 해 여론조사에서 탄탄한 1위를 지켜왔다. 문제는 앞으로다. 대선을 겪으면서 브라질은 반으로 쪼개졌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후보와 지지자들에 대한 살해 위협이 고조돼 룰라 전 대통령과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유세 때 방탄조끼를 입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에 함께 열리는 대선과 총선에 출마한 후보자 최소 24명이 상대 정당 측으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고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연방대 연구에 따르면 올해 1∼6월 살해된 정치인은 40여 명에 이른다. 170여 명은 구타, 납치, 살해 협박 등의 공격에 시달렸다. 3년 전보다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만일 1차 투표에서 룰라 전 대통령이 과반 득표를 할 경우 폭력사태가 더욱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전자개표 시스템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며 불복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1차 투표 결과는 한국 시간으로 이르면 3일 오전 9시경 나올 예정이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2022년 10월 현재 지구상에서 헌법상 군주를 국가원수로 두고 있는 나라는 영국 스페인 스웨덴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태국 등 42개국이다. 이 중 영국 국왕을 국가원수로 삼는 곳만 호주 캐나다 등 영연방 소속 15개국에 달한다. 현대식 민주주의가 오래전 정착됐다고 평가받는 선진국에서조차 얼핏 시대착오적으로 여겨질 수 있는 군주제가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1952년부터 70년간 재위했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타계는 군주제를 둘러싼 논의에 다시 불을 붙였다. ‘실권이 없는 입헌군주라 해도 21세기에 군주제가 웬 말이냐’는 비판부터 ‘군주제 또한 민주주의의 또 다른 형태이며 경제적 효과 및 국민 통합이란 순기능이 상당하다’는 반론이 맞선다. ○ “입헌군주가 현실 권력자 견제”엘리자베스 2세의 국장이 영국과 영연방을 넘어 전 세계적 관심을 모은 이유는 격변하는 세계에서 70년이란 긴 세월 동안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지킨 여왕의 조용한 리더십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권력의 상호 견제를 중시하는 현대 민주주의의 속성이 입헌군주제라는 제도 자체에 상당 부분 투영됐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군주의 존재가 현실 권력자의 일방통행과 횡포를 어느 정도 제어해 준다는 것이다. 재위 당시 ‘살아있는 신’으로 추앙받은 푸미폰 아둔야뎃 전 태국 국왕(1946∼2016년 재위) 또한 몇 차례의 군부 쿠데타를 지지하지 않는 방식으로 현실 정치에 개입해 헌정 질서의 수호자로 평가받았다. 재위 중 16명의 총리를 맞은 엘리자베스 2세 역시 매주 총리와의 접견에서 각종 사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직간접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당시 언론에는 ‘여왕이 브렉시트를 지지한다’는 보도와 ‘만류했다’는 보도가 동시에 등장할 정도로 이 사안에 대한 여왕의 견해가 큰 관심을 모았다. 여왕이 총리와 의회, 여당과 야당의 상호견제로 운영되는 입헌군주제의 당당한 한 축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모자람이 없다는 의미다. 여왕이 제2차 세계대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위기 때마다 국민을 위로하는 데 앞장섰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프랭크 프로차스카 영국 옥스퍼드대 선임연구원은 저서 ‘로열 바운티’에서 현대 영국 왕실의 성격을 ‘복지군주제’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군주는 언제든 해산될 수 있는 내각과 달리 지속성을 지녀 여론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수 있고, 정부의 사각지대에 있는 소외계층을 도울 수 있다는 뜻이다. 영국 유명 칼럼니스트 에이드리언 올드리지는 미 블룸버그통신에 거짓말로 여러 번 해고된 사람도 총리가 되는 세태와 여왕의 존엄성이 대조를 이뤘다고 칭송했다. 언론인 출신의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과거 가짜 인용문을 사용한 기사 작성으로 해고됐다. 집권 후에도 방역, 측근 비호 등에서 잇따른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나 취임 3년 만에 사퇴했다. 이와 달리 오랜 시간 재위했음에도 거짓말 논란에 휩싸인 적이 없는 엘리자베스 2세의 모습이 영국민에게 신뢰와 안정감을 줬다는 것이다. 영국이 영연방 56개국의 수장으로서 국제사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도 상당 부분 엘리자베스 2세 개인의 인기와 후광에 기댔다는 분석도 있다. 필립 머피 영국 런던대 역사연구소 교수는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여왕이 영연방 내 소수민족들을 적극 만나면서 영국을 ‘다양성을 존중하는 국가’로 인식시키는 데 역할을 담당했다”고 평했다. 군주제에 대한 영국민의 지지도 견고하다. 여론조사회사 유고브가 지난달 13, 14일 영국 성인 1710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7%는 “영국이 군주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렇지 않다”(20%)를 3배 이상 웃돈다. “군주제가 영국에 좋은 제도”라는 답도 62%로 “나쁜 제도”(12%)를 압도했다. 특히 장·노년층일수록 군주제 유지 및 선호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50∼64세 응답자는 70%대의 비율로, 65세 이상은 80%대 비율로 “군주제를 유지해야 하며 영국에도 좋은 제도”라고 답했다.○ 본드·비틀스보다 유명한 英 왕실 브랜드영국 왕실의 경제적 가치가 유명 인사와 브랜드를 상회한다는 평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왕실의 브랜드 가치가 영화 007 시리즈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 전설적인 4인조 밴드 ‘비틀스’보다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전 세계 41억 명이 엘리자베스 2세의 장례식을 시청했다. 어떤 유명인과 브랜드도 이 정도의 명성과 인지도를 누리지 못한다. 버버리, 조니워커, 포트넘&메이슨 등 영국 왕실의 인정을 받은 영국 유명 브랜드는 자사 제품에 왕실 문양을 표시할 수 있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전통을 수호하는 믿을 만한 브랜드’라는 인상을 주는 효과를 낳는다. 컨설팅사 브랜드파이낸스의 데이비드 헤이 최고경영자(CEO)는 미 경제매체 포브스에 “왕실 문양은 특정 브랜드의 수익을 10%까지 늘리는 효과가 있다”며 영국 재계가 왕실의 가치를 통해 얻은 경제적 이익을 최소 5억5000만 달러(약 7700억 원)로 추산했다. 왕실 인사 개개인은 1840년부터 시작된 품질보증제도 ‘로열 워런트’를 관리하는 일종의 ‘재계 유명인사(비즈니스 인플루언서)’로도 여겨진다. 미디어업계 또한 왕실 인사의 일거수일투족을 유명 연예인의 동정처럼 보도하며 유무형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왕실에 따르면 세금으로 지급되는 왕실의 연간 유지 비용은 2017년 4190만 파운드(약 642억 원)에서 올해 1억240만 파운드(약 1567억 원)로 훌쩍 뛰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군주 집무실이 있는 런던 버킹엄궁 등 기존 자산을 유지하는 비용으로 쓰인다. 하지만 왕가 관련 산업으로 영국이 벌어들이는 돈이 이보다 많다는 점이 군주제 유지 의견의 주요 논거로 꼽힌다. 버킹엄궁, 런던 근교 윈저성, 엘리자베스 2세가 서거한 스코틀랜드 밸모럴궁 등에는 매년 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린다. 데이터분석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왕가 관련 명소의 입장권 수익만 4990만 파운드(약 772억 원)에 달한다. 브랜드파이낸스 역시 군주제를 통해 영국 전체가 벌어들인 관광 수입을 2017년 기준으로 6억4000만 달러(약 8960억 원)로 추산했다.○ 찰스 3세의 과제, 투명성 강화다만 엘리자베스 2세의 뒤를 이은 찰스 3세 국왕이 어머니만큼의 존재감과 영향력을 행사할지는 알 수 없다. 불륜과 이혼 등 사생활 외에도 그가 왕세자 시절부터 이런저런 논란에 휘말렸다는 점, 특히 왕실 영향력을 사유재산 축재에 이용했다는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이 위험 요소로 꼽힌다. 그는 모친의 즉위 당시 모친으로부터 잉글랜드 남서부의 ‘콘월 공국’을 물려받았다. 1337년 에드워드 3세 시절 만들어진 14만 에이커(약 567㎢)의 넓은 땅으로 대대로 왕위 계승자가 물려받았다. 과거 왕위 계승자들은 이 땅을 이용한 돈벌이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찰스 3세는 적극적인 자산 증식에 나섰다. 그는 이 땅에서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식품과 포도주 등을 판매하는 기업 ‘더치오리지널스’를 세워 상당한 돈을 벌었다. 하지만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3월 기준 콘월 공국이 보유한 자산은 최소 10억 파운드(약 1조5500억 원)다. 찰스 3세 또한 이 땅에서만 연 2100만 파운드(약 325억 원)의 수입을 올린다. 찰스 3세의 ‘블랙스파이더 메모’ 스캔들도 콘월 공국과 깊은 관련이 있다. 2015년 당시 왕세자였던 그가 수년간 고위 관료와 유력 정치인에게 쓴 메모가 대거 폭로된 사건을 가리킨다. 찰스 3세의 독특한 필체가 검은 거미처럼 보여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이 메모를 통해 찰스 3세가 더치오리지널스에 전문가를 파견해 달라거나 기부를 해 달라고 내각에 요청했음이 드러났다. 자신이 선호하는 일종의 대체의학을 영국 건강보험 격인 ‘국민건강서비스(NHS)’의 지원 목록에 올려 달라고 로비한 의혹도 불거졌다. 당시에도 그가 왕세자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즉위하면 이런 행태가 더 심각해질 것이란 비판이 잇따랐다. 이 때문에 찰스 3세가 재산 공개와 세금 납부 등을 통한 대대적인 투명성 강화 노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어머니가 누렸던 고른 지지와 신뢰를 얻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외교매체 포린폴리시는 즉위 당시 26세로 매력적이고 활기찬 ‘동화 속 공주’ 같았던 어머니와 달리 이미 74세 고령인 찰스 3세가 국민에게 활기와 에너지를 제공할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왕실과 결별하고 부인 메건 마클 왕자빈의 고향 미국으로 이주한 찰스 3세의 차남 해리 왕자는 내년 출간 예정인 회고록에 왕실에 관한 다양한 폭로를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 왕자는 지난해 “흑백 혼혈인 마클 왕자빈에 대한 왕실 내 인종차별이 있었다”고 주장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가 아버지에 관해 안 좋은 언급을 하고 왕실이 반박하는 식의 여론전이 벌어지면 왕실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할 수 있다.○ 영연방 미래 불투명영연방 56개국을 묶어주던 엘리자베스 2세의 서거를 계기로 영연방 주요국이 영국 왕실과의 관계를 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캐나다에서 최초로 열린 올림픽인 1976년 몬트리올 여름올림픽 당시 개회사를 한 사람은 피에르 트뤼도 당시 총리가 아니라 엘리자베스 2세였다. 당시만 해도 여왕이 개회사를 할 정도로 캐나다 국민에게 영국 군주가 국가수반이란 인식이 강했던 것이다. 피에르 트뤼도는 쥐스탱 트뤼도 현 총리의 아버지다. 하지만 지난달 13, 14일 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캐나다 성인 중 53%는 ‘군주제를 유지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렇다”(46%)를 웃돌았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엘리자베스 2세의 국장 직전 BBC 인터뷰에서 “내가 살아있는 동안 뉴질랜드가 공화국이 될 것”이라며 공화제 전환이 불가피한 시대의 흐름이라는 뜻을 밝혔다. 카리브해 섬나라 사이에서는 영연방 탈퇴 정도가 아니라 ‘현재의 영국에 과거 제국주의 시절 벌어졌던 식민 수탈 등의 책임을 묻고 배상을 요구하자’는 여론이 높다. 바베이도스는 지난해 11월 영연방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인근 앤티가 바부다의 개스턴 브라운 총리는 지난달 여왕 서거 직후 “향후 3년 안에 공화국 전환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고 싶다”고 했다. 다만 영연방 해체 논의가 본격화할 시점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및 식료품 가격 급등, 미국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전 세계 통화 약세, 경기침체 조짐 등으로 각국이 모두 ‘먹고사는 문제’에 관심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입헌군주제 폐지 주장이 매우 시급한 사안으로 여겨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초강력 허리케인 이언이 28일 미국 플로리다주를 강타해 약 260만 명이 정전 사태를 겪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이언이 먼저 지나간 쿠바에서는 최소 2명이 사망하고 전역의 전기가 끊겼다. 플로리다 연안에서는 쿠바 이민자 20명이 실종됐다. 미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경 플로리다 서부 카요코스타섬에 상륙한 이언은 플로리다반도를 가로질렀다. 상륙 당시 최대 풍속은 시속 249km로 최고등급 5등급 기준(시속 252km 이상)에 가까운 위력이었다. 지난해 루이지애나를 덮친 허리케인 아이다와 비슷한 수준이며 미 본토에 상륙한 허리케인 중 역대 5번째로 강력했다. 플로리다주는 이날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주요 공항과 학교는 문을 닫았다. 해안에선 높이 3.7m에 이르는 폭풍 해일이 덮쳐 주택들이 무너졌다. 플로리다 올랜도 디즈니월드도 29일까지 영업을 중단했다. 포트샬럿의 4층짜리 병원에서는 중환자실 건물 지붕이 일부 뜯겨나갔고 응급실은 발목 높이 이상으로 물에 잠겼다. 입원 환자 160여 명은 1, 2층을 벗어나 3, 4층에 모두 옮겨진 채 대피조차 하지 못했다.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미디어에서는 해안에서 1.6km 이상 떨어진 도로가 순식간에 침수되고 소방서 건물에 성인 허리까지 물이 차오르는 영상 등이 올라왔다. 교도소 수감자 2500여 명도 침수 피해를 입지 않은 다른 시설 20여 곳으로 옮겨졌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는 이날 허리케인 영향이 수년간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며 “비극적 사건”이라고 말했다. 아직 구체적인 사상자 수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리 카운티의 카민 마르세노 보안관은 미 ABC방송의 ‘굿모닝 아메리카’ 인터뷰에서 “911에 수천 건의 전화가 걸려왔고 사망자는 수백 명에 이를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플로리다에 이어 허리케인 진행 방향에 있는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노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주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앞서 이언이 3등급 허리케인일 때 타격을 받은 쿠바에서는 서부 피나르델리오에서 건물이 무너져 2명이 숨졌다. 플로리다 연안에서는 쿠바 이민자 23명이 탄 배가 침몰했다. 이 중 3명은 구조됐지만 20명은 실종됐다. 이언은 29일 새벽 1등급으로 약해졌으나 이동 속도가 느려 홍수 피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 기상예측센터(WPC)는 페이스북에 “플로리다 일부 지역에는 30일까지 총 강수량이 최대 30인치(762mm)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언 상륙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 규모가 670억 달러(약 96조 원)로 추정된다며 “미국 역사상 가장 ‘비싼’ 폭풍 10위 안에 들 수 있다”고 보도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 예비군 30만 명 동원령을 내린 이후 러시아에서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빠져나간 러시아인이 이전보다 30% 증가하는 등 엑소더스가 계속되고 있다. EU 소속 유럽국경·해안경비대 프론텍스는 19일부터 25일까지 EU 국가에 입국한 러시아인이 6만5951명으로 이는 그전 한 주보다 30% 는 것이라고 27일 밝혔다. 이 가운데 러시아와 총연장 1300km 국경을 맞댄 핀란드로 입국한 사람이 64%를 차지했다. 올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달 25일까지 러시아에서 EU 국가로 순유출된 인원은 3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당국은 또 다른 주요 탈출 관문으로 꼽히는 러시아 남부 조지아 접경지에 징집 사무소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를 탈출하려는 국민에게 현장에서 입영통지서를 발부하기 위해서다. 러시아 안팎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은 병사들을 전장에 내보내려 한다며 “자국민을 학살하고 있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미국 퇴역 장성 마크 허틀링은 이날 미 워싱턴포스트에 “대부분 직업군인이 아닌 러시아 병사는 사격과 응급처치 같은 초보적 군사훈련만 받았다”면서 “푸틴 대통령이 이들을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작전과 불법 침략에 내보내는 것은 자국민 살인”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 대안 미디어 ‘헬프데스크’를 운영하는 일리야 크라실시크는 미 뉴욕타임스에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보로네시 폭격’ 목록에 가장 지독한 사례를 추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남부 접경도시 보로네시에서 따온 이 말은 러시아 정부가 서방 제재 등에 맞서려다 되레 자국민을 해치는 조치를 내릴 때 주로 쓰인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이란에서 과거에 벌어졌던 어느 시위와도 극명하게 다르다.”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금됐던 이란의 쿠르드족 여성 마사 아미니(22)의 사망이 촉발시킨 시위가 전례 없는 반정부 시위로 번지고 있다. 이란에서는 2019년 유가 인상 등 열악한 경제 상황에 반발하는 반정부 시위가 여러 차례 일어났지만, 이번에는 수십 년간의 정치적 탄압을 향한 분노가 젊은 세대에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자 이란 당국은 인터넷을 차단하고 나섰다. ○ 젊은이들 “잃을 게 없다” 시위 확산외신에 따르면 17일(현지 시간) 아미니의 장례식 이후 시작된 시위의 불길은 24일 전국 대부분의 중소도시는 물론이고 해외로도 번졌다. 외신에 따르면 시위대와 경찰이 최소 50명이 숨졌다. 언론인을 포함해 1200명이 넘는 인원이 체포됐다. 주말 동안 전국에서 유혈사태가 발생한 만큼 실제 사망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경찰들이 시위대에 수차례 발포하거나 최루탄을 쏘고 여성 시위자를 보도블록에 밀쳐 쓰러뜨리는 등 과격하게 진압하는 영상들이 올라왔다. 시위대가 경찰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물리적으로 대항하는 영상들도 퍼져 나가고 있다. 당국의 과격한 진압에도 젊은층의 반정부 시위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테헤란대 앞에서는 남녀를 막론하고 거리를 가득 메운 젊은이들이 “독재자에게 죽음을” “여성, 생명, 자유”라고 외치며 행진했다. SNS에는 젊은 여성들이 자동차 위에 올라가 히잡을 불태우고 여성 노인도 히잡을 흔들며 동조하는 영상들이 공유되고 있다 . 국제위기그룹의 알리 바에즈 이사는 “젊은 세대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동 전문 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 역시 “2019년 시위에는 주로 가난한 사람들이 참여했지만, 전과 달리 이번에는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여성 억압 종식이라는 문화적인 요구에 목숨을 걸고 거리로 나섰다”라고 전했다. 정치·경제 위기에 시달려 온 이란 국민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집권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억압적인 통치에 분노를 표출한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테헤란 북부의 고층 아파트에 사는 부유층과 남부 노동계급의 시장 상인들, 튀르크족과 쿠르드족이 건국 이후 처음으로 하나로 뭉쳤다”며 “시위대의 다양성은 경기 침체와 사회 부패, 정치 억압 등 전방위적인 불만의 폭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 이란, 인터넷·SNS 플랫폼 접속 차단이란 당국은 시위를 막기 위해 인터넷 연결과 SNS 플랫폼 접속을 차단하고 나섰다. 인터넷 분석업체 넷블록스는 미 CNN에 “2019년 반정부 시위 이후 3년 만에 가장 광범위한 인터넷 제한”이라고 말했다. 정보부는 국민들에게 “반정부 세력이 조직한 시위에 참여한 사람은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처벌될 것”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압박하기도 했다. 국제사회와 IT기업 등은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4일 트위터에 “이란 국민의 인터넷 자유와 정보의 자유를 증진하기 위해 조치했다”는 온라인 성명을 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스타링크’를 통해 위성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답글을 달았다. 보안 메신저 앱인 시그널은 이용자들에게 “이란인들이 앱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며 임시적인 ‘우회로’를 설정해 달라고 요청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을 자국 영토로 병합하기 위해 23일(현지 시간)부터 진행 중인 주민투표에서 투명 투표함을 사용하고 무장한 군인들이 투표를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밀투표 등 투표의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뿐 아니라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 러시아가 병합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이들 점령지 편입이 결정되면 “점령지 공격은 러시아 (영토) 공격으로 간주하겠다”며 핵무기 사용까지 시사하는 등 확전 의지를 밝히고 있어 전쟁은 국면 전환의 중대 기로에 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가혹한 경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 투명한 투표함에 투표 강행24일 로이터통신과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세력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남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주, 남부 자포리자와 헤르손주에서 27일까지 진행되는 러시아 편입 찬반 주민투표 결과는 30일경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AP통신이 촬영한 영상에는 루한스크 주민 여러 명이 개방된 장소에 모여 투표한 뒤 투명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는 모습이 포착됐다. 로이터가 촬영한 도네츠크주 마리우폴시 투표 영상에도 유권자들이 투표용지를 접지 않고 투명한 플라스틱 투표함에 넣는 모습이 찍혔다. 병합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가 다 드러나는 것이다. 투표를 강요하는 정황도 나타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AP통신에 “총(위협) 아래서 투표가 진행되는 것 같다”며 “러시아 당국이 투표 기간 주민들이 도시를 떠나는 것을 금지하고 무장한 군인들이 가택을 수색한 뒤 투표에 참여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지원한 지방 관료들이 무장병력을 보내 러시아 합병에 반대한 유권자의 이름을 적으려고 한다”고도 했다. 러시아가 투표를 염두에 두고 점령지 주민들에게 구호물품을 대가로 개인정보를 수집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탈환한 동북부 하르키우주 발라클레아 주민들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러시아는 주민들에게 여권과 우크라이나 신분증을 요구해 복사한 뒤 스파게티 한 봉지와 쇠고기 통조림 몇 개를 지급했다”고 말했다. 점령 지역 주민들에게 생활필수품을 미끼로 개인정보를 빼내 선거 조작 등에 활용하려 했다는 것이다.○ 中, 러 병합 투표에 부정적 시각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24일 병합 지역 보호를 명분으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유엔총회 연설 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병합 지역 방어를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근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러시아 헌법에 추가로 명시된 영토를 포함한 러시아 영토는 국가의 완전한 보호 아래 있다”고 밝혔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가 두마(하원) 의원은 “러시아 편입 승인이 이르면 30일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날 편입 승인 절차에 직접 참석할 것 같다고도 전했다. 타스통신은 점령지 주민투표에서 편입 찬성이 우세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국제사회는 반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러시아 주민투표는 가짜”라며 “러시아에 추가 국제은행간통신협회 결제망 (차단) 및 막대한 경제 비용을 안기는 제재를 논의하겠다”고 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도 “러시아와 괴뢰 정부가 오늘 시작한 가짜 주민투표는 법적 효력이나 정당성이 없다”고 밝혔다. 중국도 우크라이나 주권 존중과 영토 보전을 강조하며 주민투표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2일 미국 뉴욕에서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과 회담한 뒤 “각국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장위구르 티베트 등에서 독립을 위한 주민투표가 벌어질 경우를 우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