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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가계 빚이 1300조 원을 넘어서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한국 경제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가계부채 고삐를 죄겠다며 은행권의 대출 문턱을 높이자 관리감독이 취약한 제2금융권 대출이 올해 3분기(7∼9월)에도 사상 최대 규모의 급증세를 이어갔다. 최근 ‘트럼프발(發) 인플레이션’ 우려와 미국의 12월 금리 인상으로 국내 대출 금리까지 치솟고 있다. 이자 부담에 짓눌린 취약계층이 부실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가계부채 잔액은 1295조8000억 원으로 1년 새 130조9000억 원(11.2%)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 빚 증가세는 작년 3분기(10.3%) 이후 줄곧 두 자릿수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을 이어가며 정상 궤도를 벗어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올 3분기만 놓고 봐도 가계부채는 38조1700억 원 늘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2년 이후 3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증가폭이다. 2월 은행권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도입에 이어 범정부 차원의 ‘8·25 가계부채 대책’이 쏟아졌지만 빚 증가세를 잡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가계부채의 총량뿐 아니라 질까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권의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저소득·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이 금리가 훨씬 더 높은 제2금융권으로 내몰리는 ‘풍선효과’가 심해졌기 때문이다. 9월 말 현재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 비(非)은행 예금취급 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277조7000억 원으로 전 분기 말보다 11조1000억 원(4.2%) 불어났다.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의 증가폭이다. 이 중 기타 대출이 역대 최대 폭인 7조5000억 원 늘었다. 기타 대출엔 토지 빌라 상가 등을 담보로 한 비(非)주택 대출과 ‘생계형 대출’로 꼽히는 신용대출 등이 포함된다. 다음 달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 금리도 급등세를 타고 있어 제2금융권 등의 취약계층이 금리 상승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손종칠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는 “향후 금리 인상은 제2금융권을 이용하는 가계에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다. 빚을 갚지 못하는 가계가 속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1300조 원을 돌파한 가계 빚이 민간 소비를 위축시키고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국정 혼란과 수출, 내수의 ‘쌍끌이 부진’도 계속되고 있다. 정임수 imsoo@donga.com·박창규 기자}
내년 1월부터 분양되는 새 아파트의 계약자는 아파트 잔금 대출을 받을 때 까다로운 소득 심사를 받아야 하고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야 한다. 내년 1분기(1∼3월)부터 지역농협·신협 등 상호금융권과 새마을금고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것도 지금보다 까다로워진다. 한국 경제의 ‘뇌관’인 가계 빚이 1300조 원을 넘어서자 정부가 그동안 규제의 사각지대였던 집단대출 등에도 손을 댄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24일 내놓은 ‘8·25 가계 부채 대책’ 후속 조치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신규 분양 아파트의 집단대출에 대해서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적용된다. 대출자가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빌리고 처음부터 원리금을 나눠 갚는 원칙이 가이드라인의 핵심이다. 은행권의 일반 주택담보대출은 이미 2월부터 이 조치가 적용됐다. 다만 집단대출 중 계약자가 분양 시점에 받는 중도금 대출을 제외하고 입주 때 신청하는 잔금 대출에만 이번 가이드라인이 적용된다. 또 상호금융과 새마을금고의 일반 주택담보대출도 내년 1분기부터 매년 원금의 30분의 1은 이자와 함께 갚아 나가야 한다. 8·25대책 이후에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 빚 급증세가 꺾이지 않자 정부가 이 같은 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가계 부채 잔액은 1295조8000억 원으로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로 사상 최대 폭인 130조9000억 원(11.2%)이 급증한 것이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 대출 증가액(7조5000억 원)을 감안하면 가계 부채는 이미 1300조 원을 훌쩍 넘어섰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얼마 전 결혼한 회사원 김모 씨(36)는 KB국민은행의 모바일뱅킹 서비스인 ‘리브(Liiv)’ 덕을 톡톡히 봤다. 리브의 ‘해야 할 일’ 기능을 통해 결혼 준비 과정을 꼼꼼히 관리했고 ‘경조사’ 메뉴를 통해 청첩장을 만들어 지인들에게 알렸다. 신혼여행에서 쓸 외화도 ‘리브 환전’에서 환율 우대를 적용받아 미리 환전을 신청했다. 결혼식에 참석 못 하는 지인들은 ‘리브 머니’를 통해 축의금을 보내왔다. 국민은행이 올해 6월 선보인 리브는 ‘모바일에서 경험하는 금융 라이프스타일’을 표방한다. 다른 은행의 모바일뱅킹 서비스가 금융상품을 앞세우는 것과 달리 리브는 ‘모바일 생활금융 플랫폼’을 추구하며 생활과 밀착한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각종 모임의 회비를 걷고 일정을 관리하는 ‘리브 모임’, 경조사 일정과 비용 관리를 하는 ‘리브 경조사’, 밥값을 각자 내기 편하게 만든 ‘리브 더치페이’ 등이 대표적인 기능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현금 거래’를 스마트폰으로 끌어들였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생활에 편리한 서비스를 누리다가 리브를 통해 금융상품도 가입할 수 있다. 리브 하단에는 KB금융그룹 계열사의 모든 금융상품을 연계해 놨다. 특히 국민은행 거래 고객이 아니어도 은행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 입출금통장을 개설할 수 있는 게 리브의 장점이다. 별도의 회원 가입을 하지 않고도 외화 환전이나 해외 송금도 할 수 있다. 리브 가입자끼리는 공인인증서 등 보안매체가 없어도 카카오톡에 등록된 이름만 알면 송금을 할 수 있다. 가령 대학 동문회의 총무를 맞고 있다면 모임 회비 및 일정 관리가 가능한 ‘리브 모임’을 통해 비대면 실명 확인으로 모임 통장을 만들어 회비를 관리하면 된다. 또 매달 회비 중 일부를 동문회 여행 경비로 모으고 싶다면 국민은행 예·적금 상품 등을 연결해 이용할 수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리브는 어떤 제휴업체와도 자유롭게 협업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며 “앞으로 생활금융 및 비금융 서비스를 더 확대해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신한은행의 모바일뱅킹인 ‘써니뱅크’의 환전 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약 1년 반 만에 환전 건수가 100만 건을 넘어섰고 환전 액수는 6000억 원을 돌파했다. 써니뱅크의 대표적인 서비스인 ‘스피드업 누구나 환전’은 해외여행객 등 젊은 고객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환전 서비스다. 지난해 6월 서비스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월 3만 건에 불과하던 환전 건수는 현재 월 10만 건까지 급증했다. 이에 따라 누적 환전 건수도 이달 들어 100만 건을 돌파했다. 환전 성수기인 올여름 휴가철에는 신한은행 전국 영업점과 공항의 환전 건수를 넘어서기도 했다. 써니뱅크의 환전 서비스가 이처럼 단기간에 100만 건을 돌파할 수 있었던 비결은 ‘개방형 서비스’에 있다고 은행 측은 강조했다. 환전 신청 절차를 단순화해 신한은행 고객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신한은행 고객은 공인인증서나 보안매체 없이 환전을 신청할 수 있다. 신한은행과 거래하지 않는 고객도 가상계좌를 이용해 환전이 가능하다. 여기에다 신한은행은 모바일 환전의 특성을 감안해 외화를 받을 수 있는 수령 장소를 지역별로 50개로 확대했다. 써니뱅크의 환전 전용 자동화기기(ATM)를 통해서도 대기시간 없이 외화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환전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는 데 주력한 것이다. 써니뱅크는 환전 외에도 다양한 외화 서비스를 선보여 고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환전 모바일금고’ 서비스다. 이는 환율이 낮을 때 수시로 환전해서 보관한 뒤 필요할 때 찾아 쓸 수 있는 가상금고 형태의 서비스다. 환율 변동에 민감한 젊은 고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은행 측은 설명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써니뱅크는 모바일 환전의 대중화를 선도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또 “앞으로 면세점, 글로벌 로밍업체 등 다양한 분야 업체들과 제휴해 해외여행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전문 플랫폼으로 발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미국 대선 이틀 전인 6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5∼13% 폭락하는 등 뉴욕 증시에 엄청난 충격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지 13일이 지난 11월 21일, 미국 3대 지수는 모두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월가의 우려를 비웃듯 뉴욕 증시는 대선 이후 이른바 ‘산타 트럼프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커지는 트럼프노믹스 기대감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8.76포인트(0.47%) 상승한 18,956.69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16.28포인트(0.75%) 오른 2,198.18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7.35포인트(0.89%) 상승한 5,368.86에 장을 마쳤다. 3대 지수가 동시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올해 8월 15일 이후 석 달여 만이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는 국제유가의 4% 급등에 따른 에너지업종 지수 상승과 페이스북의 60억 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 소식 등이 호재로 작용했다. 기술, 소재, 유틸리티 업종을 비롯해 금융과 헬스케어 등 전 업종이 오름세를 이어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정부가 과감한 감세 정책을 펴고, 규제를 개혁하며, 대형 인프라에 투자함으로써 친기업·친성장적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는 기대가 상승장의 동력”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금융업종의 최근 강세는 전적으로 트럼프 정부의 금융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덧붙였다. NBC방송도 “트럼프의 예상 밖 당선으로 금융시장이 공포에 휩싸여 있을 때인 9일 새벽 그의 승리 연설이 시장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고 평가했다. 연설이 ‘미스터 큰 불확실성(Mr. Big Uncertainty)’이라고 불리던 트럼프에 대한 우려와 걱정을 상당 부분 털어냈다는 뜻이다. NBC는 “트럼프가 통합을 강조하고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약속하면서 시장 투자자들의 심리가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스탠리 피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도 이날 뉴욕 미국외교협회(CFR) 강연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재정정책은 경제 잠재력을 향상시키고 장기적인 경제 어려움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해 트럼프의 재정 정책을 일정 부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달러 강세에 힘 빠진 신흥국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미국 증시와는 달리 신흥국 증시에서는 대부분 약세장이 이어져왔다.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9일(한국 시간) 이후 21일까지 코스피는 1.86% 하락했고 브라질(―4.81%)과 인도(―6.61%) 등 신흥국들 역시 미국과 탈동조화 현상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경기 부양 기대감이 달러 강세로 이어지면서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계 자금이 신흥국에서 이탈한 것으로 보고 있다. 12월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도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을 부추겼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강(强)달러 현상이 오래 지속될 수 없는 만큼 외국계 투자자금이 다시 신흥국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상화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의 미국 증시 호조는 정권 교체 후 시행될 경기 부양책을 미리 반영한 것이며 과열된 면이 없지 않은 만큼 시장이 서서히 소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22일 코스피는 17.42포인트(0.89%) 오른 1,983.47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도 1.41포인트(0.23%) 상승하며 610 선을 회복했다. 이달 16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1조8424억 원을 순매도했던 외국인투자가는 17일부터 매수 규모를 늘리며 이날까지 나흘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트럼프 당선 이후 급등세를 이어갔던 원-달러 환율도 모처럼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5원 하락한(원화 가치는 상승) 1176.1원에 마감했다. 환율 하락 폭은 9월 27일(―11.4원) 이후 거의 두 달 만에 가장 컸다.한정연 pressA@donga.com·정임수 기자 / 뉴욕=부형권 특파원}
한류 콘텐츠의 수출이 늘면서 올해 2분기(4∼6월) 문화예술 저작권 부문의 무역수지가 사상 처음으로 흑자를 나타냈다. 이 여파로 2분기 지식재산권 무역수지도 크게 개선됐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산업재산권,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 무역수지는 1억6370만 달러 규모의 적자를 나타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0년 이후 2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저 규모다. 또 지난해 2분기(―5억8460만 달러)에 비해서도 적자 규모가 72% 급감했다. 2분기 지식재산권 수출액이 23억4000만 달러, 수입액이 25억 달러였다. 부문별로 보면 문화예술 저작권이 처음으로 3400만 달러의 흑자를 냈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 주요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의 해외 공연 수출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연구개발 및 소프트웨어 저작권도 2억3630만 달러 흑자로 4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반면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 기업에 지급하는 로열티 등의 여파로 특허 및 실용신안권(―3억280만 달러), 상표 및 프랜차이즈권(―1억4290만 달러) 등은 적자를 이어갔다. 특히 올 2분기에는 중국(3억6000만 달러)을 제치고 베트남(4억6000만 달러)이 지식재산권 최대 흑자 국가로 부상했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한 영향으로 분석된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내년 초부터 편의점에서 현금 대신 교통카드에 충전하는 식으로 거스름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동전이 사라지는 ‘동전 없는 사회(coinless society)’가 내년부터 점차 현실화되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동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시범사업의 첫 단계로 내년 초부터 편의점에서 잔돈을 선불식 교통카드에 충전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21일 밝혔다. 소비자들은 교통카드에 충전된 거스름돈을 버스비나 지하철 요금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한은은 시범사업의 성과가 좋으면 잔돈 충전 서비스 업종을 동전을 많이 쓰는 마트, 약국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중장기적으로 거스름돈을 신용카드에 충전해 주거나 소비자의 은행 계좌로 직접 이체해 주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한은은 선진국의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 모델을 바탕으로 2020년까지 동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연간 600억 원가량 되는 동전 발행 비용을 줄이고 동전 사용의 불편도 없앨 수 있다. 한국 사회는 신용카드 인프라가 잘돼 있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간편 결제 서비스(페이)가 활성화돼 동전 없는 사회를 위한 기반이 충분히 마련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간에서는 이미 동전 사용을 없애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편의점은 잔돈을 네이버페이 등의 포인트로 적립해주고 있다. KB국민은행도 지난달 초부터 고객이 영업점에서 현금으로 공과금이나 등록금을 납부하고 생긴 거스름돈을 고객 계좌로 입금해주고 있다. 해외에서는 현금 없는 사회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해 일정 금액 이상의 현금 거래를 전면 금지했다. 스웨덴은 소매점의 현금 결제 거부를 합법화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내년 초부터 편의점에서 현금 대신 교통카드에 충전하는 식으로 거스름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동전이 사라지는 '동전 없는 사회(coinless society)'가 내년부터 점차 현실화되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동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시범사업의 첫 단계로 내년 초부터 편의점에서 잔돈을 선불식 교통카드에 충전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21일 밝혔다. 소비자들은 교통카드에 충전된 거스름돈을 버스비나 지하철 요금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한은은 시범사업의 성과가 좋으면 잔돈 충전 서비스 업종을 동전을 많이 쓰는 마트, 약국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중장기적으로 거스름돈을 신용카드에 충전해주거나 소비자의 은행 계좌로 직접 이체해주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한은은 선진국의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 모델을 바탕으로 2020년까지 동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연간 600억 원가량 되는 동전 발행 비용을 줄이고 동전 사용의 불편도 없앨 수 있다. 한국 사회는 신용카드 인프라가 잘돼 있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간편 결제 서비스(페이)가 활성화돼 동전 없는 사회를 위한 기반이 충분히 마련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간에서는 이미 동전 사용을 없애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편의점은 잔돈을 네이버페이 등의 포인트로 적립해주고 있다. KB국민은행도 지난달 초부터 고객이 영업점에서 현금으로 공과금이나 등록금을 납부하고 생긴 거스름돈을 고객 계좌로 입금해주고 있다. 해외에서는 현금 없는 사회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해 일정 금액 이상의 현금 거래를 전면 금지했다. 스웨덴은 소매점의 현금 결제 거부를 합법화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과자, 콜라, 맥주에 이어 화장품까지 최근 소비재 가격이 잇따라 올랐다. 10월 생산자물가지수가 지난해 10월 이후 1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해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18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로레알은 랑콤, 슈에무라, 입생로랑, 조르조 아르마니 등 계열사 화장품 가격을 평균 6% 인상했다. 이번 인상 조치로 가격이 오른 품목은 랑콤 20여 개, 슈에무라 200여 개, 조르조 아르마니 300여 개 등이다. 인상 이유는 원자재 가격 인상과 환율 변동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종합 화장품 회사이기도 한 로레알은 산하에 거느린 브랜드만 500여 개에 이른다. 국내 화장품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19.6%(백화점 기준)로 3위다. 앞서 1일에는 맥주업계 1위 오비맥주가 4년 2개월 만에 주요 맥주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가량 인상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 코카콜라도 약 2년 만에 콜라와 환타 가격을 5% 인상했다. 이에 앞서 7월에는 농심, 크라운제과 등 제과업체들이 과자 가격을 올렸다. 이처럼 소비자물가가 계속해서 오르는 가운데 생산자물가 역시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생산자물가지수는 99.45로 전달(99.23)보다 0.2% 상승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로써 생산자물가는 8월부터 3개월째 올라 지난해 10월(99.65) 이후 1년 만에 최고치가 됐다.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부문별로 보면 국제유가 상승의 여파로 석탄 및 석유제품이 6.4% 급등했다. 주택용 전력요금이 뛰면서 전력, 가스 및 수도도 2.0% 상승했다. 7∼9월 한시적으로 시행된 전기료 누진제 완화가 종료된 영향이 컸다. 반면 폭염과 가뭄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가격이 급등했던 농산물은 전달보다 11.0% 떨어졌다. 배추는 전달보다 52.8%나 급락했고 풋고추(―49.3%), 감귤(―22.6%)도 큰 폭으로 내렸다.이새샘 iamsam@donga.com·정임수 기자}
트럼프발(發) 인플레이션 우려로 요동치는 국내외 금융시장에 미국의 금리 인상 공포까지 덮쳤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2월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자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한국 등 신흥국 통화가 일제히 추락했다. 이에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의 엑소더스(대탈출)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등을 내세운 트럼프노믹스(트럼프의 경제정책)에 대한 우려로 국내 금융시장은 물론이고 실물경제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원-달러 환율 1180원 돌파 옐런 의장은 17일(현지 시간) 미 의회 합동경제위원회 청문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비교적 이른 시점에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금리를 현 수준에서 너무 오래 유지하면 위험 선호 현상을 부추기고 금융 안전성을 해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 대통령 선거 이후 처음 공식석상에 나선 옐런 의장이 12월 금리 인상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다. 금융시장은 다음 달 13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현재 0.25∼0.50%인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옐런 의장의 발언은 최근 트럼프의 경기 부양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탄 달러 강세를 부채질했다. 18일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1 선을 돌파해 13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그 여파로 아시아 주요국 통화 가치는 가파르게 떨어졌다. 18일 원-달러 환율은 7.3원 상승(원화 가치 하락)한 1183.2원에 마감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직후인 6월 27일(1182.3원) 이후 약 5개월 만에 처음으로 1180원을 넘어섰다. 국내 국고채 금리도 줄줄이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 런민(人民)은행은 이날 위안화 기준 환율을 전날보다 0.15% 올린(위안화 가치 하락) 달러당 6.8495위안에 고시했다. 위안화 가치는 4일부터 이날까지 11거래일 연속 절하돼 달러 대비 총 1.9% 떨어졌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5년 6월 이후 최장기간 절하된 것이다. 엔-달러 환율도 5개월 반 만에 110엔 선을 돌파하며 엔화 약세를 이어갔다.○ 외국 자본 엑소더스 우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연준이 12월에 이어 내년에 2, 3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 등 신흥국과 미국 간 금리 격차가 좁혀져 외국인 자금의 미국으로의 ‘유턴’이 가속화하고 신흥국 금융시장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이미 국내 증시에서는 이달 들어 외국인들이 1조7000억 원어치가 넘는 코스피 주식을 순매도하는 등 우려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이현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차익 실현에 나서는 환율이 1150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자금 이탈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연내 1200원대까지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트럼프노믹스가 본격화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BNP파리바가 트럼프 당선에 따른 20개 신흥국의 취약성지수를 산출한 결과 한국은 3번째로 취약했다. 한국은행은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시장 안정화를 위한 국고채 매입에 나서기로 했다. 한은은 21일 국고채 1조5000억 원어치를 매입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시장 불안이 확산되면 적시에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정임수 imsoo@donga.com·이건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미국과 중국이 무역 분야에서 기세 싸움을 벌이고 있다. 위안화 약세를 둘러싼 두 나라 간 환율 갈등과 더불어 자국 기업을 상대국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벌써부터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이 17일 10거래일간 위안화 약세를 유지하며 8년 5개월 만에 위안화 가치를 최저치로 고시한 것은 무엇보다 중국 경제가 아주 불안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저금리를 유지해 소비를 늘리려는 정책을 폈지만 오히려 부동산 가격 거품만 심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투자자들은 중국에서 위안화를 내다팔고 외국 통화로 바꿔 해외투자처로 빠져나가고 있다. 향후 중국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면서 위안화 가치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위안화 약세로 시장 불안감은 확산되고 있다. 중국 런민은행은 6월 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직후 금융시장이 출렁이자 위안화를 안정시키겠다고 밝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에도 2년간 달러당 위안화 환율을 6.81∼6.83위안 수준으로 고정했다. 이번엔 브렉시트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위안화 환율이 치솟고 있지만 런민은행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가 취임 첫날인 내년 1월 20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법률안을 의회에 제출하기 전에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고집하며 선제적 ‘환율 공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약세가 장기적 추세로 굳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위안화 약세가 길어지면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수입품 관세 부과를 비롯한 다른 무역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주요 2개국(G2) 간 갈등은 한국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데다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 기업도 많다. 일본 다이와증권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 수입품에 15% 관세를 매길 때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포인트 떨어진다. 이때 한국의 성장률은 0.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대미 흑자 폭이 큰 한국도 환율조작 의심을 받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6.7원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한 1175.9원에 마감했다. 브렉시트 결정 여파가 컸던 6월 27일(1182.3원) 이후 4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미중 간 힘겨루기는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가시화됐다. 미국의 초당적 기구인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CESRC)는 16일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중국 국유기업이 미국 기업을 사들이는 것은 미국의 안보 이익에 해로울 수 있다며 금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산업스파이와 미국 기관에 대한 중국의 침투로 국가안보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인프라 건설 분야에서도 묘한 기류가 감지된다. 런민일보에 따르면 진리췬(金立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총재는 15일 “미국이 AIIB에 가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은근히 러브콜을 던졌다. 하지만 불과 며칠 뒤인 17일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한 인프라투자은행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해 AIIB 총재의 발언에 찬물을 끼얹었다.조은아 achim@donga.com·정임수 기자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뛰고 있다. ‘트럼프발(發) 인플레이션’ 우려로 시중금리가 급등한 여파다. 시중은행은 16일 한 달에 한 차례 조정하는 주택대출 변동금리를 일제히 올렸다. 10개월 만에 연 5%를 웃도는 고정금리 대출 상품도 등장했다. 다음 달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국내 대출 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예정이어서 13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의 ‘뇌관’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출 최고 금리 5%대 진입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대표적인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금리를 종전 2.70∼4.01%에서 이날 2.86∼4.17%로 0.16%포인트 올렸다. 신한은행도 0.26%포인트 인상한 3.16∼4.46%로 조정했다. KEB하나, 우리은행은 0.06%포인트씩 올렸다. 전날 변동금리 주택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10월보다 0.06%포인트 상승한 1.41%로 고시돼 은행들이 이를 반영해 금리를 일제히 올린 것이다. 금융 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밀고 있는 고정금리형 대출 금리는 더 빠르게 뛰고 있다. 대표적인 고정금리 상품인 ‘5년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은 연 2%대 상품이 자취를 감췄다. KEB하나은행은 5년 혼합형 대출 금리를 지난달 말 3.07∼4.77%에서 이날 3.39∼5.09%로 올렸다. 최고 금리가 5%를 넘어선 것은 1월 이후 처음이다. 우리은행도 같은 기간 2.94∼4.24%에서 3.22∼4.52%로 올려 최저 금리가 3%대에 진입했다. KB국민은행의 5년 혼합형 대출 금리는 현재 3.18∼4.48%로 올 들어 가장 높다. 금융 당국의 ‘대출 조이기’ 압박에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 속도 조절에 나섰다. 여기에 최근 시장금리 상승까지 맞물려 대출 금리가 치솟고 있다. 이달 초 1.7%를 밑돌던 국내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2.084%로 연중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내건 경기 부양책의 여파가 국내 금융시장까지 미친 것이다.○ “2, 3년간 금리 상승 이어져” 다음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돼 국내 대출 금리 상승세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 외국인 자금 유출 등을 우려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 김연주 KEB하나은행 PB부장은 “정책금리가 오르기 전에 시장이 먼저 반응하고 있는데 앞으로 2, 3년간 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사람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10월 말 현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523조4000억 원)을 감안하면 대출 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 가계 이자 부담은 연 1조3000억 원 이상 늘어난다. 대출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고령층, 저소득층,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은 대출 연체나 파산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한은 금융안전보고서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부동산·금융자산보다 빚이 많은 부실위험가구는 6만 가구 늘어난다. 대출을 받을 때도 금리 상승에 대비해야 한다. 김 부장은 “3년 내 상환을 목표로 하는 신규 대출자는 고정금리가 나을 수 있다. 5년 이상 천천히 갚을 계획이면 변동금리를 택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탁규 IBK기업은행 반포자이WM센터 팀장은 “고정금리로 갈아타려는 변동금리 대출자들은 3년이 지나야 중도상환 수수료가 면제되고 갈아탈 때 원리금 상환 조건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정임수 imsoo@donga.com·김성모 기자}
‘트럼프발(發) 인플레이션’ 우려로 글로벌 국채 금리와 원자재 가격, 미국 달러화가 일제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중국 위안화 가치가 7년 11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은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과 통화 가치 약세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내건 재정 확대 등의 여파로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이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14일(현지 시간) 미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연 2.3%를 돌파한 끝에 연중 최고 수준인 연 2.2614%로 마감했다. 미 대선 직전 2%를 밑돌던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일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국채 30년물 금리는 1월 이후 처음으로 3%를 넘었다. 대표적 산업용 금속인 구리,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도 치솟고 있다.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선물 가격은 일주일간 8% 오르며 14일 t당 5553달러로 마감했다. 11일엔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t당 600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철광석 가격도 한 주간 23% 급등해 연중 최고인 t당 79달러로 마감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건 대규모 재정 지출 확대와 1조 달러(약 1170조 원) 규모 인프라 투자 등의 공약에 대한 기대감이 금리 및 원자재 가격 상승을 자극하고 있는 모습이다. 트럼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채권 금리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내년 말 2.5%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의 경기 부양 기대감과 미 국채 금리 급등의 영향을 받아 글로벌 자금이 달러로 몰리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화는 미 대선 이후 6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신흥국 통화는 물론이고 엔화, 유로화 등 선진국 통화에 대해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14일(현지 시간)엔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가 장중 100 선을 넘어서며 약 1년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13, 14일(현지 시간)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달러 강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된 9일부터 원-달러 환율은 4거래일 연속 40원 가까이 상승해(원화 가치는 하락) 14일 1170원 선을 돌파했다.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15일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연 1.635%까지 뛰어오르며 트럼프 당선 이후 0.2%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달러 강세-원화 약세’에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환 손실을 우려한 외국인투자가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 올해 2월부터 10월까지 순매수 행진을 보이던 외국인투자가들은 이달 들어 순매도로 돌아서 15일까지 1조8351억 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당분간 달러 강세 기조 속에 외국인 자금의 미국 유턴이 계속되면서 신흥국 금융시장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급진적이고 과감한 내용이 많았던 트럼프의 경제 공약은 행정부 출범 전까지 수시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금융시장의 혼란이 예상되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원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트의 공약은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요소가 많다”며 “선제적 대응책을 세워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건혁 gun@donga.com·정임수·황성호 기자}
2018년부터 TV홈쇼핑에서 현대·기아차 등 국산 자동차도 판매할 수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이를 허용할 계획이었지만 국산차 판매 대리점 등의 반발을 고려해 시행일을 늦췄다. 금융위원회는 14일 이런 내용으로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안’을 변경한다고 예고했다. 현재 CJ, GS, 롯데, 현대 등 4개 홈쇼핑 사업자는 수입 차는 팔지만 국산 차는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 규정상 차 보험을 판매하는 홈쇼핑 같은 손해보험 대리점은 국산 차를 판매하면 대리점 등록이 취소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정에 수입 차와 중고차는 제외돼 있어 국산 차만 못 팔게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이에 정부는 올해 5월 열린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이를 개정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금융위는 다음 달 26일까지 규정 변경을 예고한 뒤 규제 심사, 의결 등을 거쳐 바뀐 규정을 공고할 예정이다. 다만 기존 자동차 대리점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시행 시기는 공고일로부터 1년 후로 늦출 예정이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국정 혼란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등 예기치 못한 대내외 불안 요인이 겹겹이 쌓이면서 한국은행이 5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 같은 불안 요인이 지속되면 한국 경제의 성장세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했다. 이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한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내외적으로 예상치 못한 불안 요인이 발생해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경제 심리를 위축시키고 금융시장 변동성을 높여 전반적인 성장세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최순실 사태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피했지만 “지난달 이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만한 불확실성이 많아졌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국내 정치 상황 등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정부 부처가 일관성 있는 경제 정책을 추진해갈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트럼프 당선인과 관련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철회,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고율의 관세 부과 등의 공약이 정책으로 실현되면 세계 교역은 물론이고 국내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국제금융시장이 트럼프 당선인의 감세, 재정지출 확대, 인프라 투자 같은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로 단기간에 안정됐다”면서도 “하지만 앞으로 트럼프 정부 출범 전후로 구체적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금융시장이 영향을 받아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수출과 내수가 ‘쌍끌이 부진’에 시달리는 가운데 이처럼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돼 한은이 기존에 내놓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2.8%)를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이 총재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당초 예상대로 12월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정부가 바뀐다고 통화 정책이나 금리 인상 속도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라면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고 우리도 곧바로 금리를 인상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금융시장에서도 미국의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과 트럼프의 경기부양 기대감으로 달러화 강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신흥국 통화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14.2원 급등(원화 가치는 약세)한 1164.8원에 마감해 4개월 만에 1160원대를 넘어섰다. 미국의 국채 금리 급등(채권 가격은 하락)에 따라 국내 국고채 금리도 줄줄이 올랐다. 이 총재는 “최근 시장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취약계층의 가계부채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도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관계기관과 대책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삼성생명이 11일 이사회를 열고 삼성증권의 자사주 10.94%(835만9040주)를 약 2900억 원(주당 3만4700원)에 매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증권 지분은 19.16%에서 30.10%로 높아진다. 이번 거래는 삼성증권의 해외법인이 있는 미국, 영국의 금융당국 승인을 받은 뒤 확정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번 지분 투자로 삼성생명은 이익을 늘릴 수 있고 삼성증권은 자본 확충으로 초대형 투자은행(IB)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분 매입이 삼성생명이 금융 계열사를 관할하는 중간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금융지주회사가 되려면 금융 자회사의 지분을 30% 이상 보유한 최대 주주여야 한다. 삼성생명은 올 1월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을 전량 매입해 지분을 71.86%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한국은행이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1.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6월 사상 최저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내린 뒤 5개월째 동결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한은 금통위가 이번에도 금리를 동결한 것은 급증하는 가계부채와 예상을 깬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미국의 금리 인상 임박 등 대내외 불안 요인이 산적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6월 말 1257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정부의 잇단 대책에도 급증세를 지속해 현재 1300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7월부터 지난달까지 4개월 동안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만 28조5000억 원이 늘었다. 여기다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국내 정국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 대선에서 예상을 깨고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대외 불확실성도 커졌다. 현재 트럼프발(發) 금융시장 충격은 진정된 상태지만 향후 트럼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시장의 변동성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도 커져 한은의 운신의 폭을 좁혔다. 시장에서는 당초 예상대로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12월 금리 인상을 실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양국의 금리 격차가 줄어 외국인 자금 이탈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한은은 금리를 내리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한은이 이날 금통위 직후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도 이 같은 대내외 불안 요인에 대한 우려가 담겼다. 한은은 "10월 이후 금융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 강화, 미 대선 결과의 영향 등으로 장기 시장금리와 환율이 큰 폭 상승하고 주가는 하락했다"며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예년 수준을 웃도는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대내외 여건의 변화로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히며 지난달에 없었던 '더욱'이라는 표현을 추가했다. 그러면서 "금통위는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과 그 영향, 미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 가계부채 증가세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지난달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7조5000억 원 불어나며 예년을 웃도는 급증세를 이어갔다. 정부의 잇단 가계부채 대책에도 가계 빚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권의 가계대출(주택금융공사 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695조7000억 원으로 전달보다 7조5000억 원 늘었다. 이 같은 증가 폭은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8년 이후 10월 기준으로 작년(9조 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크다. 예년(2010∼2014년) 평균 증가액(3조9000억 원)과 비교하면 거의 2배 수준이다. 지난달에도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끈 것은 주택담보대출이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523조4000억 원으로 한 달 새 5조5000억 원 급증했다. 전달 증가액(5조2000억 원)보다 증가 폭이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예년 평균 증가액(3조 원)도 크게 웃돈다. 한은 관계자는 “집단대출이 꾸준한 데다 가을 이사철을 맞아 주택 거래가 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달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 기타대출도 2조 원 늘었다. 전달 증가 폭(8000억 원)의 2.5배 수준이다. 추석 연휴와 코리아 세일 페스타 기간에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으로 빚을 내 소비에 나선 가계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중소기업 대출로 분류되지만 생계형 대출이 많아 넓은 의미의 가계대출로 꼽히는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도 2조2000억 원 늘었다. 범정부 차원의 ‘8·25 가계부채 대책’에 이어 금융당국이 은행들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우회적인 부채 총량 관리까지 나섰지만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아시아 증시를 짓눌렀던 ‘트럼프 충격’이 하루 만에 사라졌다. 트럼프 수혜 주로 꼽히는 제약업종과 건설 관련 업종 등이 상승세를 이끌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당선 수락 연설이 나온 이후 친(親)시장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살아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긴장의 끈을 쉽사리 놓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노믹스’가 구체화되기까지 ‘불확실성’이라는 변수가 금융시장을 괴롭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아시아 증시 동반 급등… 환율도 안정 1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44.22포인트(2.26%) 오른 2,002.6으로 장을 마치며 하루 만에 2,000 선을 회복했다. 코스닥 지수도 23.49포인트(3.92%) 급등한 623.23으로 마감해 전일 하락 폭의 대부분을 만회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 시장에서 7거래일 만에 매수 우위로 돌아서 기관과 함께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특히 트럼프 수혜 주의 상승이 눈에 띄었다. ‘오바마 케어’의 전면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트럼프의 공약에 대한 기대감으로 유가증권시장의 제약업종 지수는 9.21% 상승했다. 트럼프가 인프라 투자 확대를 강조한 데 따라 두산인프라코어는 14.8% 급등하는 등 두산그룹 주가 동반 강세였다. 반면 트럼프 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현대차(―3.73%)와 기아차(―4.39%), 현대모비스(―5.88%)는 약세를 보였다. 아시아 증시도 동반 강세를 이어 갔다. 이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6.72% 급등한 1만7344.42엔에 장을 마치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홍콩과 중국 증시도 1.5∼2% 안팎 상승했다. 예상치 못한 트럼프의 승리로 충격을 받았던 외환시장도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았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1원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한 1150.6원에 거래를 마쳤다. 안전 자산으로 분류돼 전일 요동쳤던 달러-엔 환율도 이날 아시아외환시장에서 105엔대에 거래되는 등 안정을 되찾았다. 이상화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가 당선 수락 연설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안정과 화합을 강조했다”라며 “트럼프의 시장 친화적인 발언도 위험 자산인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다”라고 설명했다. 9일(현지 시간) 장 초반 불안한 흐름을 보였던 미 증시도 실제 트럼프의 발언 이후 안정을 되찾고 1.5% 이상 상승했다. 전날 유럽 주요국 증시도 강세로 장을 마감했다. ○ ‘트럼프노믹스 시대’ 불안·기대 공존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을 앞두고 시장에서는 불안과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트럼프는 유세 기간에 저금리 정책의 폐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동시에 달러 약세를 통한 미국 제품의 수출 경쟁력 강화를 강조해 왔다. 이 같은 트럼프의 공약들을 정책화되는 과정에서 신흥국을 비롯한 국내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가 모든 국가를 공평하게 대하겠다고는 했지만 실제 정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라고 걱정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도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와 고립주의는 수출 중심국인 한국 경제에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트럼프의 당선을 미국 공화당의 집권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의 무리한 공약은 공화당 내부의 검증 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정책으로 만들어질 것”이라며 “트럼프가 미 연방준비제도와 불협화음을 내며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는 있겠으나 이 과정을 거쳐 글로벌 경제가 안정을 찾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대선 효과에 대한 기대도 나온다. 미래에셋대우는 2000년 이후 4차례의 미국 대선(2016년 제외)에서 선거 6개월 뒤 코스피가 평균 10.09%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정책에 주목하고 유망 종목을 발굴하는 투자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역시 “트럼프의 적극적인 인프라 투자 확대와 친시장 정책 등은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증시 강세 요인이 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한정연 pressA@donga.com·황성호·정임수 기자}
지난달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7조5000억 원 불어나며 예년을 웃도는 급증세를 이어갔다. 정부의 잇단 가계부채 대책에도 가계 빚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권의 가계대출(주택금융공사 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695조7000억 원으로 전달보다 7조5000억 원 늘었다. 이 같은 증가폭은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8년 이후 10월 기준으로 작년(9조 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다. 예년(2010~2014년) 평균 증가액(3조9000억 원)과 비교하면 거의 2배 수준이다. 지난달에도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끈 것은 주택담보대출이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523조4000억 원으로 한 달 새 5조5000억 원 급증했다. 전달 증가액(5조2000억 원)보다 증가폭이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예년 평균 증가액(3조 원)도 크게 웃돈다. 한은 관계자는 "집단대출이 꾸준한 데다 가을 이사철을 맞아 주택거래가 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달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 기타대출도 2조 원 늘었다. 전달 증가폭(8000억 원)의 2.5배 수준이다. 추석 연휴와 코리아세일 페스타 기간에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으로 빚을 내 소비에 나선 가계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중소기업 대출로 분류되지만 생계형 대출이 많아 넓은 의미의 가계대출로 꼽히는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도 2조2000억 원 늘었다. 범정부 차원의 '8·25 가계부채 대책'에 이어 금융당국이 은행들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우회적인 부채 총량 관리까지 나섰지만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