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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남자부 선두 한국전력이 OK금융그룹과 안방 맞대결을 치르고 있던 4일 경기 수원체육관. 마무리 투수 김재윤(31)을 비롯한 프로야구 KT 위즈 선수단 몇몇이 관중석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창단 후 처음으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기운’을 수원을 연고지로 삼고 있는 한국전력 선수단과 나누고 싶다는 뜻으로 이날 체육관을 찾았다. 한국전력과 수원체육관을 나눠 쓰는 현대건설 역시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선두다. 수원KT위즈파크와 수원체육관은 수원종합운동장 안에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차로 15분 정도 떨어진 서수원칠보체육관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주인이 바뀌었다. 지난 시즌까지 부산 사직체육관에 둥지를 틀고 있던 프로농구 KT 소닉붐이 이 체육관으로 둥지를 옮긴 것. 그러면서 체육관 이름도 ‘KT소닉붐아레나’로 바꿨다. 지난 시즌 6위에 그쳤던 KT 소닉붐 역시 이번 시즌 첫 10경기를 7승 3패로 마치면서 2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12년 동안 이 팀을 응원한 부산 팬들에게는 섭섭한 일이겠지만 이 정도면 KT 소닉붐이 시즌 초반 연고지 이전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KT 소닉붐 이전으로 수원은 4대 프로 스포츠(농구 배구 야구 축구) 팀이 모두 있는 도시가 됐다.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수원은 ‘축구의 도시’로 통했다. 1995년 수원 삼성이 창단하고 2002 한일 월드컵 개최 도시가 되면서 축구 붐이 일었던 것. 그러나 이제 프로 스포츠 팀 가운데서는 수원 삼성이 제일 성적이 떨어진다. 수원 삼성은 올 시즌 K리그1에서 6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수원시청’으로 시작한 수원FC보다 한 계단 낮은 순위이기도 하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프로배구 KGC인삼공사의 박혜민(21·사진)은 GS칼텍스에 몸담았던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실력보다 외모로 주목을 받는 선수였다. 별명도 GS칼텍스의 안방구장 서울 장충체육관과 걸그룹 ‘TWICE’ 멤버 이름을 합친 ‘장충 쯔위’였다. 박혜민은 팀이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지난 시즌 팀이 치른 122세트 가운데 24세트 출전에 그쳤다. 박혜민은 비시즌 기간 대전 충무체육관을 안방으로 쓰는 인삼공사로 트레이드됐지만 출전 시간이 크게 늘어날 것 같지는 않았다. 인삼공사는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영입한 이소영(27)을 제외하고도 레프트 5명이 주전 한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구도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국 이 경쟁을 뚫고 붙박이 자리를 차지한 건 박혜민이었다. 이영택 인삼공사 감독은 “박혜민을 올 시즌 이소영과 나란히 출전시키는 건 서브 리시브 능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데뷔 후 세 시즌 동안 통산 서브 리시브 효율 28.1%였던 박혜민은 이번 시즌 이 기록을 34.8%까지 끌어올렸다. 리그 9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덕분에 인삼공사는 이소영(39.1%·5위), 노란(36.9%·7위), 박혜민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서브 리시브 라인을 구축했다. 공격 시도 횟수(111번)도 이미 지난 시즌 기록(70번)을 넘어선 상태다. 공격 성공률(36.9%) 역시 데뷔 후 네 시즌 동안 최고치다. 이 감독은 “그래도 박혜민은 공격이 되지 않는다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많이 때리다 보면 공격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를 보였다. 현재까지는 확실히 장충 쯔위보다 ‘충무 쯔위’가 더 예쁘다. 한편 5일 남자부 현대캐피탈은 삼성화재에 3-0(25-19, 25-11, 26-24) 완승을 거두며 한국전력을 제치고 선두로 올라섰다. 여자부 선두 현대건설은 페퍼저축은행에 3-2(25-21, 23-25, 19-25, 25-12, 15-13) 진땀승을 거두고 1라운드를 6전 전승으로 마감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경기 시작 전 “오늘은 혈전이 될 것 같다”던 말이 경기 후에는 “저희만 피 봤네요”로 바뀌었다. 한국전력 장병철 감독의 말이었다. 프로배구 남자부 선두 한국전력은 4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V리그 안방경기에서 OK금융그룹에 0-3(14-25, 21-25, 22-25)으로 완패했다. 한국전력(승점 9)은 순위 변화가 없었지만 OK금융그룹(승점 8)은 승점 3을 더하면서 6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이날 경기를 지배한 건 OK금융그룹 외국인 선수 레오(31·쿠바·오른쪽)였다. 레오는 이날 양 팀 최다인 29점(공격 성공률 60.8%)을 올리면서 지난 경기 부진을 만회했다. 지난달 30일 대한항공전에서는 10점(공격 성공률 37%)에 그쳤던 레오는 “지난 경기에서는 한국에 온 뒤 최악의 경기력을 보였다. 오늘은 ‘설마 그때보다 나쁘겠어?’라는 마음으로 편하게 뛴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장신(201cm) 레프트 차지환(25)도 공격 성공률 57.1%로 11점을 올리면서 레오를 도왔다. 차지환은 “오프 시즌에 결혼을 한 뒤로 나쁜 경기를 치른 다음에도 빨리 잊고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면서 “아내가 끓여준 김치찌개를 먹고 나면 나쁜 생각이 싹 사라진다”며 웃었다. 반면 한국전력은 외국인 선수 다우디(26·우간다)가 9점을 올리는 동안 범실 7개를 저지르는 등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1시간 34분 만에 OK금융그룹에 무릎을 꿇고 말앗다. 한편 여자부 화성 경기에서는 KGC인삼공사가 3-1(25-20, 25-14, 23-25, 25-18)로 승리하면서 안방 팀 IBK기업은행을 개막 후 5연패로 몰아넣었다.수원=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준PO) 때만 해도 ‘1년 뒤 제가 두산 소속으로 LG를 만난다’고 예측한 점술가는 없었을걸요.”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이 끝난 뒤 이 경기에서 결승타를 비롯해 5타수 3안타 4타점을 기록한 두산 내야수 양석환(30)은 이렇게 말했다. 이 경기에서 키움을 16-8로 물리친 두산은 2년 연속 ‘잠실 라이벌’ LG와 준PO 무대에서 만나게 됐다. 올해 준PO 1차전은 4일 같은 장소에서 막을 올린다. 양석환은 LG 선수였던 지난해 준PO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한 타석에도 서지 못했다. 그리고 올 시즌 개막 직전이던 3월 25일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두산에서 주전 1루수 자리를 꿰찬 양석환은 정규시즌 때 타율 0.273, 28홈런(7위), 96타점(8위)을 기록하면서 데뷔 이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양석환은 두산과 LG가 정규시즌 마지막 맞대결을 벌인 지난달 24일 더블헤더 2차전 때는 2-3으로 끌려가던 9회말 2사 후 대타로 등장해 LG 마무리 고우석(23)을 상대로 동점 홈런을 터뜨리면서 친정팀의 정규시즌 우승 도전에 제동을 걸었다. 양석환은 “LG와 맞붙으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면서 “오늘처럼 선취점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LG에는 두산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김현수(33)가 공격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김현수는 2006년 신고선수(현 육성선수)로 두산에 입단한 뒤 10년 동안 팀의 중심 타자로 활약하다가 메이저리그를 거쳐 2017년 12월 19일 LG와 계약했다. 두산 시절 LG를 상대로 통산 OPS 0.913을 기록하면서 ‘라이벌 킬러’로 명성을 떨친 김현수는 LG 입단 이후에는 두산을 상대로 OPS 0.914를 기록하며 ‘친정팀 킬러’로 변신했다. 팀 주장을 맡고 있는 김현수는 “선수단 분위기는 매우 좋다. 그동안의 경험을 잘 생각해서 경기에 임한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양 팀이 포스트시즌(PS)에서 맞붙는 것은 통산 6번째다. 1990년대 LG와 두 차례의 준PO에서 모두 패했던 두산은 2000년대 들어 2차례의 플레이오프(PO)와 지난해 준PO에서 모두 승리했다. 올해 전력상으로는 LG의 우위가 예상된다. 정규시즌 3위로 충분한 휴식을 취한 LG는 외국인 원투펀치 수아레즈와 켈리가 건재하다. 반면 두산의 두 외국인 투수 로켓과 미란다는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되어 있다. 기선 제압이 중요한 4일 1차전에 두산은 토종 에이스 최원준을, LG는 수아레즈를 각각 선발투수로 예고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우간다 남자 배구 대표팀은 9월 7일부터 14일까지 르완다 키갈리에서 열린 2021 아프리카선수권대회에 참가했다. 우간다는 이전까지는 이 대회 출전 경력이 ‘제로(0)’인 나라였다. 우간다 출신인 다우디(26·한국전력·사진)는 이 대회 득점 1위(141점)를 기록하며 팀을 16개국 중 5위로 이끌었다. 다우디 물롱고 우간다 체육청소년부 장관은 이 대회가 끝난 뒤 다우디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그저 다우디가 이 대회에서 뛰어난 활약을 선보였기 때문이 아니다. 다우디가 우간다 대표팀이 이 대회에 출전하는 데 필요한 이동과 숙박 등 모든 경비를 혼자 부담했기 때문이었다. 다우디는 우간다 배구 선수 가운데 최초로 프로 선수가 된 주인공이기도 하다. 다우디는 원래 이 대회를 마친 뒤 터키 리그로 향할 예정이었다. 그때 한국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식이 날아왔다. 한국전력에서 대체 외국인 선수로 그를 영입하고 싶다는 제안이 온 것. 한국전력은 이번 시즌 이란 출신 사닷(19)과 함께할 예정이었지만 아시아선수권대회 등 국제 대회 참가 문제로 갈등을 빚던 끝에 결국 그를 놓아주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이전 두 시즌 동안 현대캐피탈에서 뛰었던 다우디를 영입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다우디는 다시 한국 땅을 밟으면서 설계도 한 장을 가지고 왔다. 실내 배구장을 지을 수 있는 설계도다. 다우디는 “우간다에는 아직 실내 배구장이 없다. 이 도면을 가지고 다니면서 늘 마음을 다잡는다. 언젠가 한국에 있는 것처럼 멋진 배구장을 꼭 짓고 싶다”며 “한국에서 뛰면서 번 돈으로 이미 배구장을 지을 땅은 사 둔 상태”라며 웃었다. 다우디에게 한국은 기회의 땅 그 자체인 것이다. 사실 다우디뿐만이 아니다. ‘쿠바 폭격기’ 레오(31·OK저축은행) 역시 한국을 잊지 못해 7시즌 만에 다시 V리그 무대로 돌아왔다. 이제 레오는 삼성화재에 몸담았던 2012∼2015년처럼 상대 코트에 융단 폭격을 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여전히 득점(113점)과 서브(세트당 0.563점)에서 3위에 이름을 올리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한편 2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도드람 V리그 남자부 경기에서는 안방 팀 삼성화재가 우리카드에 3-2(25-22, 23-25, 11-25, 25-22, 15-9) 재역전승을 거뒀다. 여자부 흥국생명은 페퍼저축은행을 3-1(25-23, 25-23, 25-27, 30-28)로 물리쳤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정말 KT의 최동원입니다.” 이틀을 쉬고 선발 등판한 KT 쿠에바스가 2021 KBO리그 1위 결정전에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자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이렇게 평했다. 쿠에바스는 7회 위기를 넘긴 뒤 8회 마운드를 넘겼다. 그러자 한 롯데 팬이 말했다. “최동원은 8회에도 당연히 마운드에 올랐을걸?” 2021년에 ‘1984, 최동원’이라는 영화가 개봉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인가 보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역시 스타는 스타였다. 4-4 동점이던 9회초 2사 1, 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바람의 손자’ 키움 이정후가 결승 2루타를 터뜨리며 KBO리그 가을 야구 첫 무대를 2차전까지 끌고 갔다. 5위로 정규시즌을 마친 키움은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WC) 1차전에서 4위 두산을 7-4로 물리쳤다. 4위가 1차전에서 이기거나 두 팀이 비기기만 해도 막을 내리게 되는 WC가 2차전까지 열리게 된 건 2016년 당시 5위 KIA가 1차전에서 4위 LG에 4-2 승리를 거둔 후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에는 LG가 2차전에서 1-0 승리를 거두면서 준플레이오프(준PO) 무대를 밟았다. 올해 1차전을 내준 두산도 2차전에서 승리하면 ‘잠실 라이벌’이자 정규시즌 3위 LG가 기다리고 있는 준PO로 올라갈 수 있다. 2021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을 야구 관련 명언으로 정리했다.○ “안경 낀 포수는 조심해야 한다고” 일본 야구 만화 ‘H2’에서 포수 노다 아츠시는 이렇게 말한다. 이날 경기 초반을 지배한 건 키움의 안경 낀 포수 이지영이었다. 0-0 동점이던 5회초 1사 1, 2루 상황에 타석에 들어서 중전 안타로 팀에 선취점을 안긴 이지영은 7회초 1사 3루 상황에서도 3루수 앞 땅볼로 추가 타점을 올렸다. 이지영은 수비에서도 선발 투수 안우진과 호흡을 맞춰 5회 2아웃까지 퍼펙트로 두산 타선을 막아냈다. ○ “희생플라이는 타율 계산에서 빼주거든” 미국 영화 ‘더 팬(The Fan)’에서 길 버나드는 이렇게 말한 뒤 “야구가 인생보다 공평한 이유”라고 설명한다. 7회말 2점을 내주며 동점을 허용한 키움은 8회초 공격 때 박병호와 김웅빈이 징검다리 희생플라이를 치면서 4-2로 다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8회말 ‘필승 카드’ 조상우가 두산 4번 타자 김재환에게 동점 2점 홈런을 내주면서 키움은 ‘희생’으로 승리를 차지하는 데 실패했다. ○ “홈런왕은 캐딜락을 타고 타격왕은 포드를 몬다” 1946∼1952년 7년 연속으로 내셔널리그 홈런왕을 차지한 랠프 카이너는 이렇게 말했다. 홈런왕이 타격왕보다 더 비싼 차를 탄다는 뜻이다. 하지만 마지막 이닝에는 안타 한 방이 홈런만큼 임팩트가 클 때도 있다. 아버지 이종범에 이어 이번 시즌 ‘타격왕’에 오른 이정후는 9회초 2사 1, 2루에서 중견수 키를 넘기는 싹쓸이 2루타를 치면서 다시 팀에 2점 차 리드를 안겼다. 이어 왕년의 홈런왕 박병호가 중견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적시타로 쐐기 타점을 올렸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737일 만에 야구장에 ‘치맥(치킨+맥주)’이 돌아왔다. 야구장에서 마지막으로 치맥을 먹을 수 있었던 건 2019년 10월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 키움의 한국시리즈(KS) 4차전이었다. 치맥이 다시 돌아온 1일 맞대결을 펼친 두 팀은 공교롭게도 키움과 두산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넘어 펼쳐진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이었다. 방역당국의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지침에 따라 이날 처음 정원 100%를 개방한 서울 잠실구장에는 1만2422명의 관중이 몰렸다. 이번 시즌 최다 관중 기록이다. 이날 경기장에서는 치맥이나 분식 등 음식물 없는 관중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야구장 내 취식은 코로나19 사태 확산에 따라 지난 시즌부터 전날까지 중단돼 왔다. 30년 두산 팬 이강재 씨(38)는 아내와 아들 셋을 데리고 경기장을 찾았다. 그가 앉은 테이블 위에도 치킨과 떡볶이가 가득했다. 이 씨는 “코로나19 이후 방역수칙 때문에 늘 막내아들과 둘이서만 야구장을 찾았는데, 올해 처음으로 가족이 다같이 오니 소풍 온 기분이다”라며 “백신 접종 완료자나 음성이 확인된 분들만 오셨으니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전병록 씨(24)도 “야구장에서 음식을 먹어도 된다는 소식에 근처 시장 맛집에서 닭강정을 사왔다”며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면서 야구를 보니 재미가 배가됐다”고 말했다. 구장 내 식당 주인들도 모처럼 함박웃음을 지었다. 잠실구장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여)는 “이 자리가 대박이라고 해서 운영을 시작했는데 코로나19가 터진 뒤로 임대료만 겨우 갚아왔다. 하루 매출 20만 원도 어려웠다”며 “오늘 관중이 얼마나 올지 기대돼 하루 종일 예매 좌석 수를 확인했다. 앞으로 관중이 더 많이 오시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날 경기 시작 약 30분 전인 오후 6시경에는 구장 3루 측에 위치한 치킨집의 치킨이 동이 나기도 했다. 입장 절차는 과거보다 엄격해졌다. 구단 직원들은 입장하는 줄을 둘로 나눠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로 구분했다. 미접종자는 음성확인서를, 18세 이하는 학생증을, 불가피한 사유의 접종 불가자는 의사소견서를 각각 구단 직원에게 제출해야 입장이 가능했다.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입장이 허용됐지만 오후 5시 반가량부터 인파가 몰리면서 바닥에 2m 지점마다 표시된 노란 스티커가 무용지물이 되며 거리 두기가 실종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적어도 흰 호랑이는 아기 사자를 이긴다. 3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1 KBO리그 1위 결정전에서는 확실히 그랬다. KT 강백호(姜白虎·22)가 ‘아기 사자’ 원태인(21·삼성)을 상대로 결승타를 때려 내면서 팀을 창단 이후 첫 정규시즌 우승으로 이끌었다. 프로야구 제10구단인 막내 KT는 이 경기서 안방 팀 삼성을 1-0으로 물리치고 2015년 1군 무대 진입 이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따냈다. KT는 지난해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 창단 이듬해부터 ‘가을야구’ 무대에 선 제9 구단 NC보다 성장이 더디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지만 1군 진입 후 첫 정규시즌 우승까지 걸린 시간은 KT(7년)가 NC(8년)보다 빠르다. 우승을 확정지은 뒤 강백호 박경수(37) 등 KT 선수들은 눈물을 흘리며 감격스러워했다. 강백호는 “겪어보지 못한 시즌이었는데 우승할 수 있어 좋다. 감독님, 코치님, 선수, 스태프 모두가 서로 믿고 다 같이 이뤄낸 멋진 1등이다. 한국시리즈 압박감도 뭉쳐서 이겨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강철 KT 감독은 “최고참 유한준(40)을 포함해 박경수 황재균(34) 등 고참들이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어줬다. 젊은 선수들도 자기 역할을 정말 잘했다”며 “창단 첫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는데 잘 준비해서 새로운 구단의 역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최다인 1만2244명(9분 만에 매진)이 찾아 ‘준(準)가을야구’를 만끽한 이날 경기 유일한 득점이 나온 건 6회초였다. 강백호는 상대 유격수 오선진(32)의 실책과 팀 동료 황재균의 볼넷 등으로 찾아온 2사 1, 3루 상황에서 원태인이 던진 시속 147km짜리 속구를 받아쳐 좌익수 앞 적시타를 때려냈다. 5회초까지 안타 1개만을 내줬던 원태인은 이 안타 때문에 패전 투수가 됐다. 28일 NC전 이후 사흘 만에 KT 선발로 나선 쿠에바스(31·베네수엘라)는 이날 7이닝 동안 공 99개를 던져 1피안타 8탈삼진 3볼넷 무실점을 기록하며 승리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쿠에바스는 7회말 우익수 호잉(32)의 포구 실책으로 1사 3루 위기에 몰렸지만 강민호(36)를 2루수 뜬공, 이원석(35)을 삼진으로 처리하면서 실점 없이 등판을 마쳤다. 두 팀은 정규시즌 나란히 76승 9무 59패(승률 0.563)로 마쳤다. 2019년까지는 이럴 때 두 팀 간 상대 전적으로 순위를 가렸다. 그러나 2019년 두산이 이런 식으로 SK(현 SSG)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자 ‘제도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지난해 1위 결정전을 도입하기로 했다. 상대 전적에서 앞선 팀에 안방경기 개최권을 주고 단판으로 승부를 가리는 방식이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가 개장 6년 만에 ‘가을야구’ 무대가 될지 모르겠다. 2016년 이 구장이 문을 연 뒤 5년 동안은 삼성이 ‘야구를 너무 못하는 바람에’ 이곳에서 가을야구 경기를 열지 못했다. 올해는 삼성이 ‘야구를 너무 잘하는 바람에’ 가을야구 경기를 열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다음 달 15일 이후에 열리는 포스트시즌 경기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중립 경기로 치르기로 했기 때문이다. 삼성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다면 곧바로 고척돔에서 한국시리즈를 시작해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삼성과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KT가 28일 수원구장에서 NC와 연속 경기를 치러 1승 1무를 기록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두 팀은 2경기씩을 남겨둔 상태로 75승 9무 58패(승률 0.564)로 동률을 이뤘다. KBO는 지난해 제1차 이사회를 통해 정규리그에서 공동 1위가 나올 때는 단판 1위 결정전을 치르기로 했다. 1위 결정전은 상대 전적에서 앞서는 팀 안방구장에서 열린다. 맞대결이 삼성이 KT에 9승 1무 6패로 앞섰기 때문에 최종전까지 승률이 똑같은 경우 라이온즈파크에서 1위 결정전을 치른다. 1위 결정전은 공식적인 가을야구 경기는 아니지만 무게감 하나만은 여느 포스트시즌 경기에 뒤지지 않을 확률이 높다. 5위 SSG는 이날 안방경기에서 4위 두산을 4-3으로 꺾고 두 팀 간 승차를 0.5경기 차이로 줄였다.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충분히 4위 자리를 넘볼 수 있다. 반면 ‘디펜딩 챔피언’ NC는 이날 패배로 66승 9무 67패(승률 0.496)를 마크하면서 가을야구 진출 희망이 사라졌다. 한편 KBO는 올해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모두 3전 2승제로 진행하기로 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문성민이 돌아왔다.” 시즌 개막 전 약체라는 평가가 우세했던 현대캐피탈이 2021∼2022 도드람 V리그 시즌 초반 잘나가고 있는 이유는 이 여덟 글자로 설명할 수 있다. 외국인 선수가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개막을 맞이한 현대캐피탈은 시즌 첫 네 경기를 소화한 27일 현재 3승 1패로 승점 9를 기록하며 순위표 제일 높은 곳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사실 문성민(35)처럼 자주 돌아온 선수도 없다. 이미 세 차례나 무릎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재활을 거쳐도 예전 같은 점프력이 나오지 않는 나이가 됐다. 그러면서 문성민은 자연스레 허수봉(23)에 이은 팀 내 두 번째 공격 옵션으로 내려왔다. 문성민은 이날까지 득점(67점)과 공격 성공률(53.7%)에서 모두 전체 6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허수봉은 득점(107점)과 공격 성공률(58.8%) 모두 전체 2위다. 그래도 현대캐피탈은 여전히 문성민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팀이다. 선수 생활 내내 팀 구성에 따라 서브 리시브 부담이 있는 레프트와 주 공격수 자리인 라이트를 오갔던 문성민은 이번 시즌에는 한 경기 안에서도 세트마다 두 포지션을 번갈아 뛰면서 팀에 도움을 주고 있다. 매 경기 ‘준비된 조커’로 코트를 밟고 있는 셈이다. 현대캐피탈이 ‘디펜딩 챔피언’ 대한항공에 3-2(25-21, 16-25, 22-25, 25-20, 15-10) 재역전승을 거둔 27일 안방 대한항공전 때도 그랬다. 1∼3세트에 문성민을 레프트로 출전시킨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세트스코어 1-2로 패배 위기에 몰린 4세트가 되자 문성민을 라이트로 기용했다. 4세트 공격성공률 66.7%를 기록한 문성민은 서브 득점까지 2개를 곁들이면서 경기를 최종 5세트까지 끌고 가게 만들었다. 최 감독은 5세트 때도 문성민을 라이트로 기용하면서 결국 역전승을 완성했다. 이 경기 중계를 맡은 김세진 KBSN 해설위원은 “사실 현대캐피탈 세터 김명관(24)이 몇 차례 세트(토스) 미스를 저지르면서 라이트 허수봉과 호흡이 맞지 않는 장면을 노출했다. 그런데 문성민은 공을 조금 잘못 올려줘도 경험을 바탕으로 상대 코트에 깔끔하게 꽂아 넣으면서 김명관의 기를 살려줬다. 그 덕에 현대캐피탈이 경기 분위기를 뒤집을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문성민이 라이트로 들어가면 현대캐피탈은 상황에 맞는 선수를 레프트 자리에 넣을 수 있는 여유를 얻기 때문에 경기를 조금 더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 신인 레프트 홍동선(20)이 이날 8점을 올리며 인상적으로 데뷔전을 치를 수 있었던 것도 문성민이 양쪽 날개를 모두 소화할 수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문성민은 자기 이름보다 팀을 더 앞세운다. 문성민은 “모든 선수가 오프 시즌 동안 열심히 훈련을 했다. 그 덕에 코트 위에서 서로 믿고 즐겁게 배구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팀 성적도 잘 나오는 것 같다”며 “개인적인 욕심 없이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 최선을 다해서 뛰는 게 이번 시즌 목표”라고 말했다.우리카드, 한국전력 꺾고 첫승 한편 남자부 우리카드는 2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한국전력에 3-0(25-18, 25-23, 25-17) 완승을 거두고 4경기 만에 시즌 첫 승을 수확했다. 여자부 KGC인삼공사는 흥국생명을 3-1(15-25, 25-20, 25-15, 25-18)로 물리쳤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쇼트트랙 대표 최민정(23)이 자신과 고의로 충돌했다는 의혹을 빚고 있는 심석희(24)가 ‘사과를 받아달라’고 강요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연락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최민정의 매니지먼트업무를 맡고 있는 올댓스포츠는 “심석희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당시 1000m 결선을 앞두고 국가대표 C모 코치와 충돌을 사전에 모의한 듯한 대화 내용이 공개된 뒤부터 최민정에게 수십 차례에 걸쳐 전화 통화를 시도하고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어 올댓스포츠는 “최민정은 정신적인 어려움과 불안을 호소한 상태다.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경기에 전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앞으로는 최민정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거나 사과를 받아달라고 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최민정은 지난달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1~202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제1차 월드컵에 출전했지만 1500m와 500m 경기에서 상대 선수와 두 차례 충돌하면서 부상을 입었다. 이에 2차 대회를 건너뛰기로 하고 국내에서 치료와 재활을 병행하고 있다. 올댓스포츠는 “심석희는 2018년 12월 조재범 코치 폭행 관련 법정을 통해 ‘조 코치가 최민정을 밀어주려고 자신을 폭행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면서 “이 발언 이후 한 번도 사과한 적이 없는 심석희가 이번 일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최민정의 용서 한 번으로 모든 의혹을 무마시키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이 간다”고 밝혔다. 올댓스포츠는 “만일 언론 보도가 없었다면 심석희는 영원히 최민정에게 사과할 일이 없었을지 모른다”면서 “평창 올림픽 기간 고의 충동을 암시하거나 해당 경주가 끝난 뒤 기뻐하는 문자 메시지를 C 코치와 주고받은 이유를 밝히는 것이 진정한 사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롯데의 ‘가을 야구’ 진출 희망은 올해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초대장을 받지 못했다. 8위 롯데는 2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안방 경기에서 KIA에 2-3으로 졌다. 이날 패배로 64승 8무 69패(승률 0.481)를 기록하며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롯데는 후반기 들어 이 경기 전까지 승률 0.564로 선두 삼성(0.566) 다음으로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전반기 부진(승률 0.429)을 만회하지는 못했다. 롯데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건 정규리그 3위를 차지한 2017년이 마지막이다. 6위 키움은 이날 안방 경기에서 선두 삼성을 8-3으로 꺾고 가을 야구를 향해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갔다. 키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려면 남은 경기에서 전승을 거둔 뒤 두산과 SSG의 패배를 기다려야 한다. ‘삼성 킬러’로 통하는 키움 선발 정찬헌(31·사진)은 6이닝 동안 3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삼성 상대 7연승에 성공했다. 3위 LG는 대전 방문 경기에서 한화를 9-1로 제압하고 선두 삼성을 1.5경기 차로 추격했다. 확률은 낮지만 여전히 LG가 1위로 시즌을 마칠 가능성도 남아 있는 상태다. 삼성에 0.5경기 뒤진 2위 KT는 이날 수원 안방 경기에서 7위 NC에 6-9로 패하면서 선두 탈환 기회를 놓쳤다. 4회초에 시즌 32호 홈런(3점)을 날린 NC 외국인 타자 알테어(30)는 6회초에 시즌 20호 도루를 성공하면서 2년 연속으로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4, 5위가 맞붙은 문학에서는 4위 두산이 SSG를 8-5로 물리쳤다.▽27일 전적두 산 8-5 SSGK I A 3-2 롯 데N C 9-6 K T삼 성 3-8 키 움L G 9-1 한 화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시즌 초반 프로배구 ‘현대 남매’의 상승세가 무섭다. 남녀부 선두를 달리고 있는 현대캐피탈과 현대건설은 27일 나란히 ‘강팀 시험대’에 올랐다. 두 팀 모두 지난 시즌 챔피언과 맞붙은 것. 그리고 두 팀 모두 이 시험대를 무사히 통과했다. 먼저 승전보를 전한 건 현대건설이었다. 현대건설은 27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도드람 V리그 여자부 방문경기에서 GS칼텍스를 3-1(15-21, 25-21, 25-21, 25-23)로 물리쳤다. 이날 승리로 승점 3을 보탠 현대건설은 4승 무패를 기록해 승점 12를 확보하며 이날 시즌 첫 패배를 당한 2위 GS칼텍스(승점 6)와의 격차를 두 배로 벌렸다. 장충체육관은 지난 시즌까지 세 시즌 동안 현대건설이 1승 8패밖에 기록하지 못한 곳이다. 이날도 1세트를 10점 차로 패하면서 악몽이 재연되는 듯했다. 그러나 2세트부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끝에 장충 징크스를 털어냈다. 현대건설 외국인 공격수 야스민(25·미국)이 양 팀 최다인 28점을 올렸고 양효진(32)이 16점, 정지윤(20)이 13점을 보탰다. 현대캐피탈은 이로부터 12분 뒤 승전고를 울렸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천안 안방경기에서 대한항공에 3-2(25-21, 16-25, 22-25, 25-20, 15-10)로 재역전승을 거두고 시즌 3승째(1패)를 챙겼다. 현대캐피탈은 승점 2를 보태 승점 9를 확보하면서 2승 무패의 2위 한국전력(승점 6)에 승점 3 차이로 앞서가게 됐다. ‘돌아온 에이스’ 문성민(35)이 서브 에이스 3개를 포함해 21점을 올리면서 팀 공격을 이끌었다. ‘문성민의 후계자’ 허수봉(23)이 17점을 보탰다. 장신(197cm) 세터 김명관(24)도 블로킹 7개를 잡아내면서 총 8점을 올렸다. 대한항공에서는 임동혁(22)이 양 팀 최다인 38점을 올렸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베이징 올림픽은 내년 2월 4일 막을 올려 20일까지 15개 종목에서 2018 평창 대회 때보다 7개 늘어난 금메달 총 109개를 놓고 열전을 벌인다. 베이징 올림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개최가 1년 연기됐던 2020 도쿄 여름올림픽이 끝나고 180일 뒤에 열린다. 2008년 여름 대회를 개최했던 베이징은 2015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를 통해 2022년 겨울 대회 개최권을 따냈다. 올림픽 역사상 여름과 겨울 대회를 모두 개최하는 도시는 베이징이 처음이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2008년 여름 대회 주 경기장이었던 궈자티위창을 비롯해 당시 시설을 적극 활용한다. 2008년 여름 대회 때 올림픽 출전 역사상 처음으로 종합 1위를 차지한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도 ‘안방 효과’를 등에 업고 겨울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을 노린다. 1992년 알베르빌(프랑스) 대회 때부터 올림픽 개최 국가는 이전 대회 평균 8.3위였던 순위를 4.8위로 끌어올렸다. 중국이 겨울올림픽에서 거둔 최고 성적은 2010년 밴쿠버 대회의 종합 7위다.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미국 알파인 스키 대표 미케일라 시프린(26)이다. 2014년 소치(회전), 2018년 평창(대회전)에서 이미 올림픽 금메달을 하나씩 따낸 시프린은 이번 대회 때 다관왕에 올라 평창 대회를 끝으로 은퇴한 린지 본(37·미국)으로부터 ‘스키 여제’ 자리를 완전히 물려받겠다는 각오다. 빙판 위에서는 하뉴 유즈루(27·일본)의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3연패 달성이 최대 관심사다. 하뉴가 타이틀을 방어한다면 1928년 장크트모리츠 대회 때 일리스 그라프스트룀(1893∼1938·스웨덴) 이후 처음으로 이 종목 3연패를 기록한다. 하뉴는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공중에서 네 바퀴 반을 도는 쿼드러플 악셀을 성공시켜 금메달을 차지하겠다는 목표다. ‘천재 스노보더’ 클로이 김(21·미국)이 평창에 이어 여자 하프파이프 2연패를 달성할지도 흥미롭다. 한국은 평창 대회(금 5개, 은 8개, 동메달 4개로 종합 7위) 이상의 성적을 거두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홈 텃세가 예상되는 중국이 한국 메달밭이었던 쇼트트랙에서 김선태 총감독(45)과 빅토르 안(안현수·36) 기술 코치를 영입하는 등 ‘드림팀’을 꾸렸다. 반면 한국은 감독이 공석인 상태에서 심석희(24)의 문자메시지 유출 사태로 내홍을 앓고 있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도 이상화(32)의 뒤를 잇는 확실한 금메달 후보가 없다. 평창 대회 남자 스켈리턴 금메달리스트 ‘아이언맨’ 윤성빈(27)도 중국 옌칭슬라이딩센터 코스가 “쉽다”고 평하기는 했지만 이 코스의 주행 경험 부족으로 올림픽 2연패를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올림픽 때마다 새 얼굴이 등장해 분위기를 이끈 만큼 이번 베이징에서도 깜짝 스타 탄생이 기대된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가 맞대결을 벌이는 스페인 프로축구 경기에 ‘엘 클라시코’라는 근사한 별명이 붙어 있다. 전 세계 축구팬의 관심도 쏟아지곤 했다. 24일 이번 시즌 첫 대결에는 도박사들도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도 없는 경기여서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말은 적어도 스포츠 마케팅 관점에서는 사실이 아닌지도 모른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는 개장 6년 만에 ‘가을 야구’ 무대가 될 수 있을까. 프로야구 삼성이 2015년까지 안방 구장으로 쓴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은 가을 야구 단골 무대였다. 그러나 삼성이 2016년 이사한 ‘새 집’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는 아직 한 번도 포스트시즌 경기가 열린 적이 없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삼성이 한 번도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5위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야구를 못해서 문제였던 삼성이 올해는 야구를 너무 잘해서 문제다. 삼성은 2위 KT에 0.5경기 앞선 상태로 2021 KBO리그 마지막주 일정을 시작한다. 시즌 3경기를 남겨 놓은 상태로 3위 LG에 3경기 앞서 있기 때문에 페넌트레이스 우승은 몰라도 2위 자리는 사실상 확보한 상태다. 원래 이럴 때는 안방 구장에서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르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 올해는 가을 야구가 너무 늦게 열린다. 시즌 개막 전부터 2020 도쿄 올림픽 기간 리그를 중단하기로 한 데다 NC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 사건 때문에 리그 중단 기간이 길어졌다. 추운 날씨에 대비해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1월 14일까지는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포스트시즌 일정을 진행하되 그 다음부터는 국내 유일 실내 야구장인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중립 경기로 나머지 일정을 소화하기로 했다. KBO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개막을 늦췄던 지난해에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방식으로 포스트시즌을 치렀다. 와일드카드 결정전(WC)과 준플레이오프(준PO)는 원래대로 치르되 플레이오프(PO), 한국시리즈(KS)는 고척돔에서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지난해 PO 1차전은 같은 달 9일, KS 1차전은 11월 17일에 열렸다. 따라서 삼성이 한국시리즈에 직행하게 된다면 올해도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는 가을 야구 경기가 열리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안방에서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르겠다는 목표로 일부러 순위를 떨어뜨리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 일이다. 역시 ‘새 집 증후군’보다 코로나19가 더 문제다.황규인기자 kini@donga.com}
한국 장애인 탁구 ‘신예’ 윤지유(21·경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년 만에 열린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단식, 복식, 단체전에서 3관왕에 오른 윤지유는 25일 제41회 전국장애인체전 기자단 MVP 투표에서 전체 30표 가운데 16표를 받아 14표를 받은 공혁준(25·경기·육상)를 제쳤다. 윤지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MVP가 돼 너무 기분 좋다”며 “앞으로 더욱 노력해서 좋은 기량을 보일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20일부터 경상 일원에서 엿새 동안 열린 이번 대회에서는 경기가 21만3470.44점으로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서울이 16만9540.66점으로 2위, 개최지 경북이 15만98.95점으로 3위를 차지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개·폐회식은 따로 진행하지 않았다. 경북은 다음 대회 개최지인 울산에 별도로 대회기를 전달할 계획이다.한편 대회 마지막 날 휠체어농구 남자부 결승전에서는 서울이 강원을 58-52로 누르고 대회 3연패를 차지했다. 휠체어럭비 혼성부에서는 충북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좌식배구 남자부에서는 충남, 여자부에서는 서울이 각각 우승했다.황규인기자 kini@donga.com}
마음도 아프고, 몸도 아프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에이스 최민정(23·사진)이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1∼202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1차 월드컵 대회 마지막 날 1000m 경주에 앞서 기권을 선언했다. 전날 500m와 1500m 경주에서 두 번 모두 상대 선수와 충돌해 빙판에 넘어지면서 무릎과 발목 등을 다쳤기 때문이다. 최민정의 에이전시 업무를 맡고 있는 올댓스포츠는 “최대한 빨리 귀국해 검사를 받을 예정”이라며 “부상 정도는 국내에서 진단을 받아 봐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최민정은 전날 1500m 결선에서 선두로 마지막 바퀴를 돌던 중 대표팀 동료 김지유(22)와 부딪치면서 넘어졌다. 심석희(24)의 ‘고의 충돌’ 의혹이 일고 있는 2018 평창 올림픽 1000m 결선이 오버랩되는 장면이었다. 최민정은 다시 일어나 끝까지 달렸지만 결국 6위에 만족해야 했다. 심판진은 비디오 판독 끝에 김지유가 무리하게 코너 안쪽으로 파고들었다며 옐로카드를 줬다. 이어 열린 500m 결선에서는 앞서 달리던 마르티나 발체피나(29·이탈리아)가 넘어지면서 뒤따라 달리던 최민정도 빙판 위에 쓰러졌다. 결국 재경기 끝에 동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통증이 사라지지 않자 결국 1000m 출전을 포기했다. 한편 황대헌(22)은 이날 남자 1000m 결선에서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이번 대회 금메달을 땄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최동원 같은 투수는 다시 못 나온다.” “아니다. 또 나올 수 있다.” 2010년 4월 2일 프로야구 롯데 팬 신모 씨(당시 48세)와 석모 씨(당시 53세)가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폭력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건 최동원(1958∼2011) 때문이었다. 이날 서울 송파구 한 식당에서 우연히 합석하게 된 두 사람은 최동원이 얼마나 대단한 투수인지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주먹다짐을 한 끝에 결국 경찰서까지 가게 된 것이다. 적어도 삼진에 대해서는 37년 만에 ‘최동원 같은 투수’가 나왔다고 할 수 있다. 두산 외국인 투수 미란다가 1984년 최동원이 기록한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223개) 기록을 깨뜨렸기 때문이다. 19일 대구 삼성전까지 삼진 221개를 잡았던 미란다는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연속경기 1차전에 선발 등판해 기록 경신에 도전했다. 1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채은성(31)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최동원―1’을 기록한 미란다는 2회 1사 2루 상황에서 이영빈(19)을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최동원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리고 3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홍창기(28)를 상대로 볼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에서 시속 128km짜리 포크볼을 던져 헛스윙을 유도하면서 마침내 최동원을 넘어섰다. 미란다는 4회초에도 이재원(22)을 상대로 삼진을 잡아내면서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을 225개로 늘렸다. 미란다는 1경기에 더 출전할 예정이라 이 기록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미란다는 “야구 인생에서 금메달을 땄다”면서 “하늘과 동료 선수들이 도와준 덕에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미란다는 승리투수로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다. 2-0으로 앞선 채 5회초 수비를 시작하자마다 세 타자 연속 볼넷을 내주면서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미란다는 결국 동점을 허용한 뒤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미란다는 4와 3분의 1이닝 4삼진 7볼넷 2실점으로 이날 경기를 마쳤다. 두산은 4-4 동점이던 9회말 1사 3루에서 박건우(31)가 끝내기 땅볼로 3루타를 치고 나간 정수빈(31)을 불러들이면서 5-4로 이겼다. 이어 열린 2차전에서는 양석환(30)이 2-3으로 뒤지던 9회말 2아웃 상황에서 LG 마무리 고우석을 상대로 극적인 동점 솔로 홈런을 치면서 3-3 무승부를 기록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