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김수현 기자

동아일보 히어로스쿼드

구독 32

추천

세상은 둥글고 신문은 네모납니다. 빙글빙글 세상 이야기, 재밌게 알려드릴게요.

newsoo@donga.com

취재분야

2024-10-24~2024-11-23
사회일반61%
사건·범죄20%
사고10%
문화 일반3%
검찰-법원판결3%
기타3%
  • 버핏 “美 금융시장 카지노처럼 변했다…월가 투기 부추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2019년 이후 3년 만에 대면 주주총회를 개최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미국 버크셔해서웨이 창업자가 미 금융시장이 단기 투자가 성행하는 카지노처럼 변했으며 월가 금융사가 투자자들의 투기 행태를 부추기고 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지난달 30일 버크셔 본사가 있는 미 중부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주주총회에 등장한 버핏은 “주식 거래자들이 마치 주식을 포커판의 칩을 다루듯 대하도록 월가가 장려하고 있다. 미 금융시장이 사실상 카지노로 변했다”고 질타했다. 금융사에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안겨주지만 개인 투자자에겐 위험한 콜옵션 같은 파생상품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며 “월가는 사람들이 ‘투자’보다 ‘도박’을 할 때 더 많은 돈을 번다. 자본주의라는 식탁에서 떨어지는 빵 부스러기들을 챙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이 주식시장이라는 도박판의 칩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월가의 주류 투자 포트폴리오에 편입되고 있지만 이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기존 입장 또한 고수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생산적인 자산이 아니다”라며 “어떤 가치도 창출해내지 못한다. 그저 속임수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마술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농지는 식자재를 생산하고 아파트는 임대료를 벌게 해주지만 비트코인은 다른 사람에게 파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이유다. 버핏의 오른팔로 불리는 찰리 멍거 버크셔 부회장 또한 “어리석은 것, 악한 것, 다른 사람과 비교해 나를 나쁘게 보이게 하는 것을 피해야 하는데 비트코인은 세 가지를 다 가졌다”고 가세했다. ‘자본주의자의 우드스톡(유명 록페스티벌)’으로 불리는 버크셔 주총에는 매년 전 세계 유명인, 주주, 버핏의 투자 조언을 들으려는 일반인 수만 명이 몰린다. 올해에도 ‘월가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 팀 쿡 애플 CEO, 배우 빌 머레이 등 약 4만 명이 참석했다. 버핏은 올해 1분기(1~3월)에 510억 달러(약 64조2600억 원) 이상의 주식을 매수했다고 밝혔다. 셰브론, 옥시덴텔 페트롤리움 등 미 에너지 기업의 주식을 사들이고 비디오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지분 9.5%를 보유했다고 공개했다. 다만 1분기 주식 투자에서 16억 달러 손실을 보면서 1분기 버크셔의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급감한 54억 달러에 그쳤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주주가 실망스런 실적 때문에 버핏의 퇴장을 원하지만 그의 스타 파워는 건재하다고 전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5-01
    • 좋아요
    • 코멘트
  • 코로나 이긴 118세 佛수녀, 세계 최고령자 등극

    118세 하고도 74일. 최근 세계 최고령자였던 119세 일본인 여성이 숨지면서 프랑스의 앙드레 수녀(사진)가 세계에서 가장 나이 많은 사람으로 등극했다고 세계기네스협회가 25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앙드레 수녀는 올 2월 118세 생일을 맞았다. 그는 유럽 현존 최고령자이자 역대 세계 4번째 최고령자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기 10년 전인 1904년 2월 프랑스 남부 알레스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뒤 프랑스에서는 대통령이 18번 바뀌었고 영국에서는 24명의 총리가 등장했다. 앙드레 수녀는 또한 세계 최고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치자이기도 하다. 그는 117세 생일을 몇 주 앞둔 지난해 2월 코로나19에 감염됐으나 별다른 이상 없이 3주 만에 회복했다. 당시 그는 “여러분과 함께 있는 것도 행복하지만 (나보다 먼저 사망한) 큰오빠와 할머니도 만나고 싶다”며 농담을 건넸다. 그는 12세에 가정교사로 일하기 시작해 제2차 세계대전 때에도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쳤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1년 전인 1944년 수녀가 됐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28년간 비시의 한 병원에서 고아와 노인을 돌봤다. 1979년 75세에 은퇴했고 2009년부터 13년 동안 툴롱의 요양원에서 거주하고 있다. 현재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 앙드레 수녀는 장수의 비결로 “매일 드리는 기도와 코코아 한 잔”을 꼽았다. 휠체어에 의지한 채로 그는 매일 오전 7시에 일어나 미사를 드리고 아침을 먹는 등 규칙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초콜릿과 와인 한 잔은 마지막 날까지 하루도 빠뜨릴 수 없는 ‘행복’이라고도 밝혔다. 118세 생일을 맞이했을 때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 그런데 주님이 나를 까먹으신 것 같다”고 전했다. 최고령자로 등극한 후 쏟아지는 사람들의 관심에 앙드레 수녀는 기쁨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요양원 대변인은 “그의 목표는 세계 최고령 기록인 122세를 넘는 것”이라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4-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118세 佛 수녀, 코로나 확진 딛고 세계 최고령자 등극

    118세 하고도 74일. 최근 세계 최고령자였던 119세 일본인 여성이 숨지면서 프랑스의 앙드레 수녀가 세계에서 가장 나이 많은 사람으로 등극했다고 세계기네스협회가 25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앙드레 수녀는 올 2월 118세 생일을 맞았다. 그는 유럽 현존 최고령자이자 역대 세계 4번째 최고령자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기 10년 전인 1904년 2월 프랑스 남부 알레스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뒤 프랑스에서는 대통령이 18번 바뀌었고 영국에서도 24명의 총리가 등장했다. 1918년 전 세계에서 수천만 명을 숨지게 한 스페인 독감도 그가 태어난 후 발생했다. 앙드레 수녀는 또한 세계 최고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치자이기도 하다. 그는 117세 생일을 몇 주 앞둔 지난해 2월 코로나19에 감염됐으나 별다른 이상 없이 3주 만에 회복했다. 당시 그는 “여러분과 함께 있는 것도 행복하지만 (나보다 먼저 사망한) 큰오빠와 할머니도 만나고 싶다”며 농담을 건넸다. 그는 12세에 가정교사로 일하기 시작해 제2차 세계대전 때에도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쳤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1년 전인 1944년 수녀가 됐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28년간 비시의 한 병원에서 고아와 노인을 돌봤다. 1979년 75세에 은퇴했고 2009년 이후 13년까지 툴롱의 요양원에서 거주하고 있다. 현재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앙드레 수녀는 장수의 비결로 “매일 드리는 기도와 코코아 한 잔”을 꼽았다. 휠체어에 의지한 채로 그는 매일 오전 7시에 일어나 미사를 드리고 아침을 먹는 등 규칙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초콜릿과 와인 한 잔은 마지막 날까지 하루도 빠뜨릴 수 없는 ‘행복’이라고도 밝혔다. 118세 생일을 맞이했을 때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 그런데 주님이 나를 까먹으신 것 같다”고 전했다. 최고령자로 등극한 후 쏟아지는 사람들의 관심에 앙드레 수녀는 기쁨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요양원 대변인은 “그의 목표는 세계 최고령 기록인 122세를 넘는 것”이라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4-26
    • 좋아요
    • 코멘트
  • 美대법관 9명중 4명이 여성… 성소수자 판결 변화 올까[글로벌 포커스]

    다른 나라 대법원과 달리 최종심과 헌법재판소의 기능을 모두 담당하는 데다 대법관 9명이 종신직이어서 대체 불가의 막강한 권위를 누리는 미국 연방대법원에 거센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 1789년 설립 후 233년 만에 처음으로 흑인 여성 커탄지 브라운 잭슨 워싱턴 항소법원 판사(52)가 7일(현지 시간)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서 종신직인 대법관 9명 중 약 절반인 4명이 여성으로 채워진다. 역대 대법관 116명 중 108명(93.1%)이 백인 남성일 정도로 소수계가 넘보기 어려웠던 유리천장에 상당한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백인 여성 샌드라 데이 오코너(92)는 불과 41년 전인 1981년에야 미 최초의 여성 대법관에 올랐다. 2006년 그가 치매 남편을 돌보기 위해 자진 사퇴한 후 2009년 상반기까지는 ‘미 진보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유대계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1933∼2020)가 유일한 여성 대법관이었다. 같은 해 8월 최초의 히스패닉계 대법관 소니아 소토마요르(68)가 취임했고 엘리나 케이건(62), 에이미 코니 배럿(50)에 이어 잭슨까지 등장했다. 미 대법원의 변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있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생전 “여성 대법관이 몇 명 있어야 충분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9명 전부”라고 했다. 대법관 9명이 모두 남성일 때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는데 여성 9명이 무슨 문제냐는 의미다. 지난해 1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최초의 여성 부통령, 최초의 여성 국가정보국(DNI) 국장, 최초의 흑인 여성 대법관 등이 탄생했고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 최초의 여성 백악관 비서실장, 아시아계 대법관의 탄생 등도 머지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 미 최후의 인종장벽 붕괴잭슨은 흑인으로는 남녀 통틀어 세 번째, 여성으로는 여섯 번째 대법관이다. 미 대법원에 최초의 흑인 판사 서굿 마셜이 등장한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55년 전인 1967년. 1991년 두 번째 흑인 판사 클래런스 토머스가 취임한 지 31년이 흐른 후에야 잭슨이 발탁됐다. 그는 고령을 이유로 종신 임기를 지키지 않고 6월 퇴임 예정인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의 자리를 물려받는다. 잭슨은 인준 다음 날 바이든 대통령, 미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자 최초의 흑인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를 대동한 채 백악관에 나타났다. 그는 미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애호하는 흑인 여성 시인 마야 앤절루의 시구 “나는 노예의 꿈이자 희망”을 인용하며 자신의 조부모 세대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날 거의 모든 미 언론이 1면에 그의 인준 소식을 대서특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정부에 남아 있던 가장 중요한 인종적 장벽이 무너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에서 흑인 여성 법조인, 특히 흑인 여성 판사는 그야말로 희귀한 존재다. 미 연방판사 중 여성 비율은 35.7%이지만 흑인 여성만 놓고 보면 5.7%에 그친다. 3억3000만 명 인구 중 흑인 여성 비율(11.4%)보다 훨씬 낮다. 이종곤 이화여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잭슨의 후임인 워싱턴 항소법원판사에도 흑인 여성이 발탁됐다. 소수계가 한번 발탁되면 그 후임 또한 소수계가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 법조계의 인종 다양화 움직임이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명식 조선대 교수(공공인재법무학) 또한 “그냥 여성 대법관 한 명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흑인 여성 대법관의 탄생은 사회적 소수자의 관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고 평했다. 인종과 성별을 제외해도 하버드대 학사, 하버드대 로스쿨 우등 졸업, 브라이어 대법관의 재판연구원, 지방법원 및 항소법원 판사, 연방 국선변호인 등을 지낸 엘리트 법조인 잭슨이 대법관에 오른 것은 이상하지 않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잭슨이 특히 형사 사건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다고 호평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지방법원 판사로 일할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방해 혐의와 관련해 트럼프 측근들이 의회 증언을 거부하자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라며 출석해 증언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야당 공화당은 줄곧 그를 ‘좌파 급진주의자’로 평가하며 인준을 반대했다. 수전 콜린스(메인)를 포함한 공화당 내 중도 성향 의원 3명이 지지해 간신히 인준은 통과했지만 초당적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최초의 여성 대법관 오코너의 인준 당시 표결에 참여한 의원 99명이 전원 찬성했고, 두 번째 여성 대법관 긴즈버그 또한 불과 3명으로부터 반대표를 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트럼프가 임명한 배럿과 대조잭슨과 닮은 점도, 다른 점도 많은 인물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발탁한 배럿 대법관이다. 10대 자녀를 둔 워킹맘이라는 점, 각각 야당으로부터 거센 반대를 받았다는 점이 공통점이고 각각 진보와 보수를 대표한다는 점이 다르다. 낙태를 반대하고 총기 소유를 지지하는 등 강경 보수 성향인 배럿은 미 법조계의 보수 대부 고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의 서기를 지냈다. 모교 노터데임대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사람의 인생은 잉태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낙태 반대 논문을 써서 유명해졌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대법관의 전 단계로 여겨지는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발탁됐고 차기 대선이 불과 한 달 남은 2020년 10월 대법관에 임명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긴즈버그 대법관이 췌장암으로 타계하자 곧바로 배럿을 지명했다. 바이든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선 승리가 유력했고 긴즈버그 또한 생전 “대선 전에는 나의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보수 대법관을 늘릴 기회라 여긴 트럼프 대통령은 지명을 강행했다. 당시 미 상원은 공화당이 53석, 민주당이 47석이었다. 민주당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고 공화당에서도 콜린스 의원이 반대해 찬성 52표, 반대 48표로 인준을 통과했다. 야당으로부터 단 1명의 찬성표도 얻지 못한 대법관은 미 역사상 배럿이 처음이다. 그는 7명의 자녀를 뒀다. 이 중 2명은 아이티에서 입양했고 직접 낳은 막내아들 벤저민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다. 그의 지명 당시 공화당과 보수 진영은 배럿이 학령기 자녀를 둔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라며 적극 홍보했다. 강경 보수 대법관의 탄생을 우려하는 진보 진영에 ‘모성애’로 맞선 것이다. 잭슨 또한 보스턴 명문가의 후손인 백인 의사 남편과의 사이에 각각 21세, 17세의 딸을 두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배럿이 강조했던 모성애가 잭슨의 인준 과정에서도 효과를 발휘했다고 평했다.○ 오바마는 여성 대법관 2명 임명오바마 대통령은 재임 중 여성 대법관 2명을 임명한 최초의 미 대통령이다. 이 중 푸에르토리코계인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현 대법관 9명 중 진보 성향이 강한 인물로 꼽힌다. 그는 판사 시절 “현명한 라틴계 판사가 백인 남성보다 더 나은 판결을 할 수도 있다”며 사법부의 인종차별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보수 텃밭인 남부 텍사스주가 주법으로 ‘낙태금지법’을 강행한 후 대법원이 합헌 결정을 내렸을 때도 “숨이 막힐 지경이다. 다수 대법관이 현실을 외면했다”며 동료를 비난했다. 대법원에서 금기시하는 동료 비판을 꺼리지 않은 것이다. 그의 급진 성향이 성장 환경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출생지인 뉴욕 브롱크스는 빈민가이며 알코올에 의존하던 부친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모친의 높은 교육열과 본인의 의지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 대법관까지 올랐지만 자신의 어린 시절을 ‘폭발적인 불화로 계속된 긴장 상태’로 묘사할 정도로 아픈 기억이 많다. 2010년 임명된 케이건은 진보 성향이지만 보수와 진보 양측의 견해를 조율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얻는다. 별명 또한 좌우를 잇는다는 뜻의 ‘교량 건설자(bridge builder)’. 그는 하버드대 로스쿨 졸업 후 교수로 일했고 2003년 여성 최초의 하버드대 로스쿨 학장이 됐다. 다른 대법관과 달리 판사 경력이 전무한데도 대법관으로 뽑혔다. 시카고대 로스쿨 교수로 활동할 당시 지역의 유명 인사였던 오바마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우위 대법원과 충돌하는 바이든여성 대법관의 증가가 성소수자들에게 유리한 국면을 조성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잭슨은 인준 청문회에서 공화당 의원이 ‘여성의 정의’에 관해 묻자 “답하지 않겠다. 난 생물학자가 아니다”라고 받아쳤다. 그가 성소수자를 옹호할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 대법관 또한 2020년 ‘기업이 특정 직원이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해고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이끈 바 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9명의 대법관 중 보수 성향이 6명, 진보 성향이 3명인 현 대법원과 거듭 충돌하는 상황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텍사스주의 ‘낙태 제한법’ 시행을 중지해 달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요청을 기각했다. 임신 6개월 이전의 여성이 낙태할 권리를 보장한 1973년 ‘로 대(對) 웨이드’ 판결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정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즉각 “매우 우려스럽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대법원은 올 1월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시행한 민간기업의 백신 의무 접종 조치 또한 개인 선택권을 침해한다며 무효화했다. 3월에는 집권 민주당 소속인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가 흑인 인구가 늘어난 선거구를 분할해 기존 6개에서 7개로 늘리자 “위헌”이라며 불허했다. 개별 주가 획정한 선거구를 대법원이 뒤집은 것은 미 역사상 처음이다. 대법관 개개인의 윤리 문제도 불거졌다. 보수 성향인 토머스 대법관의 부인이자 트럼프 지지자로 유명한 로비스트 지니 토머스는 2020년 대선 기간 중 마크 메도스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과 29차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진보 진영에서는 “대법관의 배우자가 대선에 개입했다”며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긴즈버그 대법관 또한 생전 변호사 남편의 관련 소송에서 남편 측에 유리한 판결을 내려 구설에 올랐다. 이에 따라 대법원의 중립성과 신뢰도에 대한 불신도 깊어지고 있다. 민감한 사회 현안에 대한 판결이 헌법에 근거해 중립적으로 내려지지 않고 법관 개인이 선호 또는 지지하는 진영에 유리한 쪽으로 이뤄진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지난해 10월 미 그리넬대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2%는 “대법원 판결은 헌법과 법률이 아니라 정치에 좌우된다”고 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오늘날 대법관들이 스스로를 일종의 정치인으로 간주하고 있다. 대법원이 정치기관으로 전락하면 헌법을 지탱하는 근간이 무너지고 국민 불신이 깊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를 감안할 때 대법원의 자정 기능 강화, 더 많은 다양성이 추가된 대법관 구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법관에게 종신 임기를 보장해준 것 또한 낙태, 대학 입시 등에서의 소수계 우대(어퍼머티브 액션), 총기, 투표법, 성소수자, 종교 자유, 사형제, 인종차별 등 찬반양론이 격렬하게 대립하는 의제에 대해 외풍에 휘둘리지 말고 공명정대한 판결을 내리라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2-04-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야구장 軍낙하산 시범행사에 美의회 대피 소동

    20일 미국 수도 워싱턴에 있는 국회의사당에서 잘못된 경보로 대피령이 내려지는 소동이 빚어졌다. 의회 경찰이 인근 야구장에서 진행된 ‘낙하산 시범’ 행사를 오인한 것이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의회 경찰은 이날 오후 6시 30분경 “위협 가능성이 있는 항공기가 발견돼 추적 중”이라며 의사당 내 직원들에게 즉시 대피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경찰은 20여 분 만인 오후 6시 50분 “위협이 없다”며 상황을 종료했다. 의회가 11일부터 2주간 부활절 휴회에 들어가 의사당 내에 머무는 상·하원 의원과 직원이 평소보다 적어 큰 혼란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날 소동은 의회 경찰이 인근 야구경기장에서 진행된 낙하산 시범 행사를 위해 동원된 군용기를 수상한 항공기로 오인하면서 발생했다. 이날 ‘군 감사의 밤’을 맞아 의사당에서 약 1.6km 떨어진 워싱턴 내셔널스파크에서는 경기 전 미 육군 낙하산 시범단 ‘골든 나이츠’의 공중 낙하 시범이 진행됐다. 대피령 발령 당시 이 군용기는 비행이 금지된 의회 상공 주변을 맴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미 연방항공국(FAA)으로부터 비행 일정을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군용기 조종사가 FAA에 이륙 보고를 하지 않았거나, 비행 허가를 받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이날 밤 성명을 내고 “인근 경기장에서 미리 준비된 상공 비행 계획을 의회 경찰에게 알리지 않은 이 명백한 실수는 터무니없고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FAA를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번 소동은 1월 6일(미 의사당 습격 날)의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직원들에게 특히 상처를 줬다. 책임 소재를 면밀히 따지겠다”고 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4-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美셰프, 러 포격 속 우크라서 ‘1200만끼 봉사’

    “무섭냐고요? 당연하죠. 이것은 전쟁입니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저희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러시아의 계속되는 포격에도 미국의 유명 요리사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자원봉사를 50일째 이어가고 있다. 미슐랭 2스타 보유자이자 자선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의 설립자인 호세 안드레스(53)와 직원들은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현재까지 약 1200만 명분의 식사를 현지 주민들에게 제공했다고 미국 뉴욕포스트가 1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WCK는 우크라이나에서 키이우, 마리우폴, 부차 등 90여 곳에서 주방을 운영하고 있다. 폴란드, 루마니아 등 인근 국경 지대에도 난민들을 위한 주방이 열려 있다. 이들은 하루에 약 30만 명분의 식사를 만들고 직접 배달한다. 요리가 가능한 주민들에겐 11kg 상당의 식료품이 담긴 가방도 나눠 준다. 안드레스와 WCK의 직원들은 2월 러시아의 침공 소식이 들려온 지 하루도 되지 않아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 당시 미국 마이애미주의 한 행사에 참석 중이던 안드레스는 저녁에 예정된 연설도 포기하고 우크라이나로 간 것으로 알려졌다. 도착 후 이들은 빈 창고 등을 부엌으로 개조하거나 현지 레스토랑과 푸드트럭 등을 빌려 음식을 만들고 있다. 150명이 넘는 우크라이나 현지 요리사들도 함께하고 있다. 러시아군의 점령으로 식료품을 구하기 어려운 곳에서도 봉사는 이어졌다. 러시아군의 무차별 폭격이 한 달 넘게 이어진 마리우폴에서는 요리사들이 직접 사슴을 사냥해 지하 방공호에서 음식을 만들었다. 러시아군이 점령했다가 퇴각한 부차와 이르핀에서도 퇴각 날부터 수백 인분의 식사를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러시아군의 공격에 상시 노출돼 있다.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에 있는 한 WCK 주방은 16일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현장에 있던 협력 직원 4명은 부상을 입었다. 부상당한 직원들은 “(포격으로 인한) 화상이 다 나으면 다시 부엌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했다. 2010년 아이티 대지진을 계기로 설립된 WCK는 자연재해 등으로 피해를 입은 현지인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자선단체다. 전쟁 현장에서 활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드레스는 “지뢰가 도처에 깔려 있고 사이렌이 계속 울리는 곳에서 음식을 배달하면 이전과는 다른 상황임을 느낀다. 그러나 아이들이 여기 있는 이상 우리도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제정한 ‘용기와 정중’상의 첫 공동 수상자인 안드레스는 당시 상금으로 받았던 1억 달러(약 1230억 원)를 우크라이나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4-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러시아를 다시 위대하게” 푸틴의 뒤틀린 외침[김수현의 세계 한 조각]

    ●러시아를 다시 위대하게2014년 6월. 러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굼(GUM)’ 백화점 앞으로 수백 명이 사람들이 몰립니다. 이 날 열린 ‘깜짝 가게’ 때문인데요, 각양각색의 티셔츠 속에 공통적으로 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바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입니다. ‘패션이 곧 애국’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 강제 합병 이후 역설적으로 세계 곳곳에서는 ‘푸틴 굿즈’ 열풍이 일어납니다. 특히 ‘가장 정중한 사람들(Самый вежливый из людей)’ 문구는 유행처럼 번집니다. 언뜻 칭찬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는 2014년 크름반도를 점령한 러시아군을 지칭합니다. 총을 쏘지 않고 크름반도를 장악했다는 이유로 러시아는 자국 군인들에게 ‘정중한 사람들’이라는 호칭을 부여한 것입니다. 말 위의 영웅, 유도 마스터, 팔씨름 제왕, 하키 천재…집권 초부터 ‘강한 지도자’ 이미지에 집착한 푸틴 대통령은 2012년 세 번째 대통령 임기를 기점으로 ‘구원자’ 이미지를 추가합니다. 서방 국가들의 탄압 속에 오직 본인만이 러시아를 구원할 수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미-러 동상이몽2008년 4월 3일. 이날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진행됐습니다. 그리고 이날 나토는 “조지아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염원을 환영한다”는 선언문을 채택했습니다. 비록 양국은 나토 가입의 첫 법적 절차인 ‘회원국 자격 행동 계획’(MAP) 지위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열린 결말’은 푸틴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당시 우크라이나 내 나토 가입을 지지하는 여론은 30%에 불과했습니다. 가스와 원유 등 러시아에 의존하던 부분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사람은 다름 아닌 푸틴의 ‘친구’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입니다. 임기 마지막 정상회의에 참여한 그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겠다”며 “러시아는 이를 거부할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사실, 2001년 9.11 테러를 기점으로 미국과 러시아 간 관계는 탈냉전 이후 최전성기인 ‘9.11 신혼(honeymoon)’에 돌입합니다. 테러 이틀 전 부시에게 아프가니스탄 국방장관의 암살 소식을 전하며 “낌새가 이상하다”고 경고한 것도 푸틴이었습니다.푸틴이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협력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가 진정으로 원한 것은 옛 소련 영토 내 러시아의 패권 회복과 이에 대한 미국의 인정이었습니다. 데탕트를 이끌었던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처럼 미국과 서방 국가의 존중을 받고 싶었던 것입니다. 미국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러시아의 ‘뒷마당’인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을 진압해준 것, 거기에 자국 내 비판도 무릅쓰고 푸틴 대통령의 체첸 전쟁을 묵인한 것으로 ‘감사 표시’는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유럽 내 패권을 양보할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여러분 우리 모두 친구가 되고, 서로에게 솔직해집시다” 러시아 대통령 최초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푸틴은 나토의 노골적인 확장 계획에도 침착한 어조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이 때도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국가로 인정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2008년=2022년잠깐! 2008년 조지아 침공이란2008년 8월 8일 러시아군은 전날 조지아가 분리 지역인 남오세티야를 침공하자 자국민 보호를 주장하며 조지아를 침공했다. 이후 러시아의 압도적인 군사력에 조지아는 단 5일만에 항복을 선언한다. 전쟁 이후 러시아는 친(親)러시아계 자치 공화국이었던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의 독립을 승인한다.조지아의 나토 가입이 논의됐던 그 순간부터 푸틴의 조지아 침공은 예견된 일이었을 수 있습니다. 부쿠레슈티 정상회의가 끝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푸틴은 남오세티야, 압하지야 지역에 병력 배치를 지시합니다.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미 국무장관 역시 “러시아가 지난 몇 달간 이번 작전을 준비했다”고 비판하죠. 그러나 푸틴은 대선을 앞두고 있던 미국이 조지아를 꾀어내면서 이번 전쟁이 발발했다고 반박합니다. 당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를 밀어주기 위해 백악관이 의도적으로 신(新)냉전의 기류를 형성했다는 것입니다. 또 푸틴은 미국이 의도적으로 전쟁을 방치했다고 비판합니다. “남오세티야에 탱크를 배치시키기 전 나는 그(부시)에게 조지아의 선제공격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그의 참모들은 전쟁을 막을 생각이 없어보였다”고 그는 주장합니다. 한편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은 2008년 조지아 침공과 상당한 유사성을 보입니다. ▽이전부터 분리 지역 주민들에게 러시아 여권을 제공한 점 ▽침공 직전 병력 일부를 철수하며 가짜 화해 신호를 보낸 점 ▽상대방이 무력 도발을 하고 있다는 거짓 정보를 흘린 점 ▽민간인 피해와 대피를 주장한 점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침공을 시작한 점 모두 2008년 그대로입니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러시아의 ‘트로이 목마’ 돈바스잠깐! 2014년 러시아 크름반도 강제 합병2014년 2월 유로마이단 시위로 우크라이나 내 친러 정권이 축출되자 위기감을 느낀 친(親)러시아 성향이 크름 자치공화국이 러시아에 지원을 요청, 이후 러시아군이 해당 지역을 점거한다. 3월 주민투표를 실시한 크름 자치공화국은 독립을 선포, 러시아에 편입됐고 현재 이 지역은 러시아가 실질적으로 지배 중이다.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푸틴은 “동부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계 주민들을 해방시켜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희한한 것은 푸틴은 크름반도 강제 합병 직후인 2014년 5월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주민들의 요청에도 이들의 독립 승인을 보류했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압도적인 찬성률로 독립을 지지하는 주민투표를 거친 후였습니다(푸틴은 생각보다 ‘공식 절차’를 중시하는 인물입니다). 이는 2022년 ‘미치광이 블라드(블라디미르의 줄임말)’와 2014년 ‘합리주의자 푸틴’이 현격히 구분되는 지점입니다. DPR과 LPR이 포함된 돈바스 지역은 2011년 기준 우크라이나 GDP의 16%를 차지하는 우크라이나 경제 중추였습니다. 이곳을 무리하게 점령하다간 자칫 지금처럼 우크라이나의 ‘결사항쟁’을 직면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푸틴이 두 분리주의 세력을 인정하지 않은 데는 철저한 계산이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입니다. 우선 돈바스 지역과 크름반도는 러시아에게 ‘의미’가 다릅니다. 크름반도는 최초로 러시아 정교회를 국교로 인정한 블라디미르 1세 키예프 공국 대공이 세례를 받은 지역으로 전해집니다. 러시아 국민들에게는 성지이자 정체성이 담긴 지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지역의 러시아계 주민 비율 역시 58.3%(2001년 기준)에 달합니다. DPR과 LPR의 러시아계 주민 비율 역시 50%에 가깝지만, 돈바스 지역 전체로 봤을 때는 38%에 불과합니다. 푸틴의 계산에는 돈바스 지역의 갈라진 정체성도 고려됩니다. 2014년 돈바스 지역의 북서부 일대에서는 DPR과 LPR의 분리·독립 주민투표에 맞선 ‘통합’ 주민투표가 진행됐고, 주민 약 70%는 우크라이나에 남아있길 희망합니다. 게다가 푸틴 역시 친서방 국가로 돌아선 우크라이나와 직접 국경을 맞대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푸틴은 의도적으로 돈바스 지역의 독립 승인을 보류하며 ‘버퍼 존(buffer zone)’으로 남겨둔 것으로 여겨집니다.그랬던 푸틴은 8년이 지난 올해 2월, 갑작스럽게 돈바스 지역의 독립을 승인합니다. 이어 채 하루도 되지 않아 우크라이나 영토에 본격 침공을 감행합니다. 푸틴은 왜 갑자기 변한 것일까요? 다음 주는 ‘푸틴 vs. 우크라이나’로 찾아뵙겠습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4-19
    • 좋아요
    • 코멘트
  • 민간인 학살해 공포 극대화… ‘가짜뉴스-언론통제’로 진실 감춰[글로벌 포커스]

    “전쟁에서도 규칙이 있다. 전쟁범죄는 이 최소한의 규칙마저 어긴 행위다.” 전쟁범죄(war crime)는 전쟁 중에 일어나는 각종 반인도적 행위를 뜻한다. 민간인 살해, 대량살상무기 사용, 강간, 고문, 부상병과 포로에 대한 적절하지 않은 처우 등이 대표적이다.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벌인 행위는 전쟁범죄의 교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차, 보로i카, 모티진 등에서 자행된 민간인 집단학살(제노사이드), 피란민 이동 경로 폭격, 산부인과와 학교 공습 등 21세기 문명국가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잔인무도한 행위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오나 힐 전 미국 백악관 고문은 최근 영국 더타임스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목표는 우크라이나 ‘장악’이 아니라 ‘절멸’”이라며 그가 우크라이나인 말살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고 단언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베트남, 캄보디아, 옛 유고슬라비아, 시리아, 미얀마 등 세계 각국에서 전쟁범죄가 자행됐지만 러시아의 최근 행보는 수위와 강도 면에서 역대급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특히 상당수 전쟁범죄가 특정 국가의 내전 과정에서 벌어져 같은 나라 국민이 피해를 입은 반면 러시아는 엄연한 주권 국가인 타국 국민을 상대로 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옛 유고슬라비아 내전 때 인종학살을 자행한 세르비아 지도자가 전범(war criminal)으로 법정에 선 것과 달리 폭주하는 푸틴 대통령을 처벌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다.○ 전 세계서 전쟁범죄 잇따라유엔이 정한 전쟁범죄의 요건은 △무고한 사람에 대한 고의적 살인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의도적으로 지시 △민간인 인명 및 재산피해 △무방비 상태의 도시, 마을, 건물 등을 폭격 등 총 15가지다. 하나같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자행한 짓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곳곳에서는 이런 전쟁범죄가 수차례 벌어졌다.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8년 남부 밀라이에서 미군의 손에 민간인 약 500명이 숨졌다. 이웃 캄보디아에서는 급진 공산정권 ‘크메르 루주’가 1975∼1979년 당시 전 인구의 약 4분의 1인 최대 200만 명의 민간인 학살을 자행해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은 이란과 내통했다는 혐의로 1988년 쿠르드족에 국제법이 금지한 화학무기 ‘사린가스’를 사용해 역시 5000명이 사망했다. 1994년 아프리카 르완다에서는 다수파 후투족이 100일간 소수파 투치족 및 온건 후투족 80만 명을 살해했다. 별도의 성폭행 피해 여성 또한 최대 50만 명으로 추산된다. 1990년대 유고 내전은 전 세계가 전쟁범죄의 참상에 눈뜬 계기로 평가받는다.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 대통령은 세르비아 민족주의를 앞세워 보스니아, 코소보, 크로아티아 등의 독립 요구를 탄압하고 곳곳에서 집단학살을 자행해 냉전 붕괴 이후 최악의 전쟁범죄자 겸 학살자로 꼽힌다. 그를 따르는 세르비아계 민병대는 1995년 보스니아 스레브레니차에서 무슬림 민간인 8000명을 학살했다. 이 사건은 유고 내전의 전쟁범죄를 처벌하기 위해 특별 설립된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유일한 ‘인종학살’로 인정한 사건이다. 세르비아계는 이슬람계가 많은 코소보가 1998년 독립을 요구하자 역시 민간인 학살을 자행해 현재 약 8600명이 사망 또는 실종 상태다. 당시 코소보의 난민만 100만 명에 달했다. 2001년 권력남용 등으로 체포된 밀로셰비치는 2002년 네덜란드 헤이그에 설립된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재판을 받았다. 최종 결론이 나기 전인 2006년 헤이그 교도소에서 숨졌다. 지난해 2월 쿠데타가 발생한 미얀마에서도 군부가 소수민족과 민간인을 학살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미얀마군은 지난해 7월 중부 사가잉에서 민간인 40명을 살해했다. 이번 우크라이나 부차 집단학살의 희생자와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손과 발이 묶인 시체가 여럿 발견됐다. 5개월 후에는 동부 카야주에서 불에 탄 40명의 주검이 발견됐다. 주민들은 “어린이를 포함한 일부 희생자는 산 채로 불탔다”는 끔찍한 증언을 내놓았다. 유엔은 쿠데타 발발 후 1년간 최소 1600명이 사망했으며 미얀마군이 인구 밀집지역에 중화기를 사용한 정황이 다수 발견됐다고 규탄했다.○ 러, 체첸-시리아 때부터 민간인 학살 러시아군의 민간인 집단학살이 푸틴 대통령의 전형적인 전쟁 방식이며 과거 체첸, 시리아 때도 널리 쓰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의 민간인 대상 범죄가 본격화한 것은 제2차 체첸 전쟁 때부터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군이 최근 부차 등에서 자행한 집단학살에 대해 “2000년 체첸에서 벌인 ‘자치스트카(Zachistka·청소)’의 완벽한 재현”이라고 평했다. 1999년 당시 러시아는 독립을 요구하는 체첸의 수도 그로즈니를 장악하려 했지만 함락이 쉽지 않았다. 그러자 도시를 포위하고 이듬해 초 일대 민간인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민간인 수천 명이 사망했고, 그로즈니는 도시 전체가 폐허가 됐다. 82명의 민간인은 재판도 없이 즉결 처형됐다. 지난달 초부터 러시아군이 포위해 2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 봉쇄의 모델이 그로즈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는 2011년 발발한 시리아 내전에도 깊숙이 개입했다. 특히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기 위해 각종 화학무기와 대량살상무기를 공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사드 정권은 2013년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에서 사린가스를 사용해 민간인 1400명을 숨지게 했다. 2017, 2018년에도 각각 사린가스와 염소가스를 투하해 최소 87명, 100명의 민간인이 희생됐다. 러시아군은 정부군을 동원해 반군에 국제법이 금지한 ‘진공폭탄’ 등 각종 대량살상무기도 사용했다. 아녜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푸틴은) 과거에도 군사 작전을 벌일 때마다 국제법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더럽혔다”며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하고 금지된 무기를 사용하며 고의적으로 민간인과 민간물자를 겨냥한 것은 전형적인 전쟁범죄라고 규탄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시리아 전쟁의 유산이 푸틴 대통령에게 폭력을 적절히 사용하고, 이로 인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아도 권력을 유지하는 방법을 알려준 셈이라고 진단했다.○ 상대국 공포 극대화 및 분열 노려전 세계가 한목소리로 러시아를 규탄하고 초강력 제재를 가하고 있음에도 푸틴 대통령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이유는 전쟁범죄가 상대방에게 치명타를 입힌다는 점을 여러 차례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NYT에 따르면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군사 전략가 알렉세이 아르바토프는 “러시아는 민간인의 사망을 용인하는 전략을 내부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평했다. 민간인 사망자가 늘어나면 상대국의 저항 의지를 손쉽게 꺾고 공포와 두려움을 확산시킬 수 있다. 상대국의 분열도 부추길 수 있다. 민간인 피해가 커질수록 여론 또한 ‘전쟁을 빨리 끝내고 협상하자’는 쪽과 ‘끝까지 저항해야 한다’는 쪽으로 갈라지기 때문이다. 주변국에도 부담을 안길 수 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국경을 넘으려는 피란민들이 증가해 주변국 또한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을 꺼리는 탓이다. 폭력을 부추기는 러시아 군대 특유의 ‘데도브시나(dedovshchina)’ 문화 또한 러시아 병사로 하여금 죄책감 없이 전쟁범죄를 자행하도록 만든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데도브시나는 신병의 정신과 신체를 강화한다는 목적으로 자행되며 구타, 집단 폭행, 성폭력 등이 빈번하게 자행된다. 미 CNN은 우크라이나 침공 훨씬 이전부터 러시아 군대는 잔인하고 야만적인 문화로 유명했다고 지적했다. ○ 러 국민이 나서야 단죄 가능하나 난망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4일 푸틴 대통령을 전범 재판에 회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12일에는 러시아의 침공 후 처음으로 러시아군의 행위를 ‘제노사이드’로 규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줄곧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군 전 지휘관은 물론 민간인 공격 명령을 내린 모든 사람을 처벌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푸틴 대통령을 단죄할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를 ICC에 세우는 것이다. ICC는 지난달부터 러시아군의 전쟁범죄 위반 수사에 착수했다. 문제는 ICC가 공권력을 동원할 수 없어 전범 용의자를 체포하려면 해당국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이미 2016년 “ICC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탈퇴했다. 특히 ICC는 결석 재판을 열지 않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자국에서 체포되지 않는 한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 유고 내전, 르완다 대학살 당시 국제사회는 전범을 기소하기 위해 특별 ICC를 일회성으로 만들었다. 이 같은 특별 법정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로 설립된다. 역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쓰면 불가능하다. 밀로셰비치 전 유고 대통령이 ICC 법정에 선 이유도 그가 민중 봉기로 실각했기 때문이다. 즉 러시아의 전쟁 범죄를 단죄하려면 러시아 국민이 현실을 깨닫고 푸틴 대통령을 몰아내야 가능하다. 가디언은 “전쟁범죄와 잔학 행위를 가장 강력하게 억제할 수 있는 것은 해당 국가의 국민”이라며 수만 명의 러시아인이 거리에서 전쟁 반대를 외치는 것이 잔혹한 행위를 막는 최선의 도구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푸틴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지지는 굳건하다. 모스크바의 여론조사회사 ‘레바다센터’가 침공 후 최초인 지난달 31일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83%는 ‘푸틴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직전 조사인 1월(69%)보다 14%포인트 올랐다. 푸틴 대통령은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을 때도 지지율 급상승을 경험한 바 있다. 2000년 집권 후 22년간 강력한 언론 통제를 통해 서방을 악마화하고 전쟁범죄를 ‘가짜뉴스’ 혹은 ‘우크라이나 내 나치주의자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그의 전략이 먹혀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감옥에 갇힌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를 제외하면 푸틴에 대항할 만한 정치인도 전혀 안 보인다. 제성훈 한국외대 노어과 교수는 “체첸전쟁 때는 체첸군 또한 러시아에 테러를 저질렀고, 시리아에는 직접 지상군을 파병한 것이 아니어서 일반 러시아인은 두 사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현재는 대다수 러시아 국민이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계 주민이 많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러시아계를 탄압하고 있다. 이들을 구하기 위해선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푸틴 정권의 주장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푸틴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분석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파리=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파리=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4-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왕따 아이 푸틴이 쥐끓는 아파트에서 배운 것은…[김수현의 세계 한 조각]

    “스탈린 전체주의 사상은 민주주의와 자유를 훼손했습니다. 이제 러시아는 민주주의 사회와 시장경제 건설을 시작하는 첫 단계에 있습니다.” ‘전쟁’이라는 말조차도 감히 사용할 수 없는 러시아에서 과연 누가 이런 용감무쌍한 발언을 했을까요? 다들 놀라지 마세요. 바로 21년 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입니다. 소설 ‘지킬 앤 하이드’처럼 푸틴 대통령에게는 두 가지 버전의 푸틴이 있다고 합니다. ‘합리주의자 푸틴’과 ‘미치광이 블라드(블라디미르의 줄임말)’. 서방 러시아 전문가들은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름반도 무력 강제 병합을 계기로 ‘미치광이’가 전면에 나섰다고 분석합니다. 오늘은 그 이전, 푸틴이 러시아 권력을 장악한 첫 10년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약한 자는 살아남을 수 없다 올해 70세인 푸틴은 1952년 옛 소련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인 1941년~1944년 나치 독일은 레닌그라드를 872일 간 완전 봉쇄하고 공격했습니다. 역사상 최악의 포위작전으로 꼽히는 이 레닌그라드 공방전으로 당시 적어도 레닌그라드 시민 100만 명이 추위와 굶주림으로 숨졌습니다. 푸틴은 참혹함이 가시지 않은 이 도시 길거리에서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소련군으로 레닌그라드 공방전에서 싸운 그의 아버지는 한 팔을 잃었습니다. 어머니는 굶주림에 거의 목숨을 잃을 뻔했습니다. 위로 두 형이 있었지만 전쟁 때 숨졌습니다. 쥐가 들끓는 아파트에 살던 그는 동네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했습니다. 이후 불량배들과 어울리며 비행청소년이 됩니다. “약한 자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가 길거리에서 배운 교훈입니다. 푸틴은 17세 때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레닌그라드 지부를 찾아 비밀요원이 되는 법을 묻습니다. “법학을 공부하고 국가에 반하는 언동을 하지 말라”는 답변을 듣고는 즉시 실행에 옮깁니다. 정확히 1년 후 그는 국립 레닌그라드대학 법학과에 입학합니다. 1975년 졸업하기 전 이미 KGB ‘러브콜’을 받고 국가에 충성할 것을 맹세합니다. 1984년 32세인 그는 KGB 옛 동독 드레스덴 지부로 파견됩니다. 중간급 관리였던 그의 구체적인 임무는 알려진 것이 없지만 주로 현지 요원 모집과 준비를 담당했다고 합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도 그는 드레스덴에 있었습니다. 분노한 군중이 KGB 지부를 습격하려 한 날 밤, 러시아 본부에 무장 지원을 요청한 그에게 돌아온 것은 침묵뿐이었습니다. 그는 그날 밤 옛 소련의 붕괴를 직감했습니다. 이후 그는 “가장 강력했던 제국이 누구보다 한심하고 굴욕적으로 무너지는 것을 목격했다”고 ‘그 밤’을 회고합니다.○호모 소비에티쿠스(소련형 인간) 1999년 8월 어느 날. 러시아 하원 두마에 의원들이 모였습니다. 러시아 차기 총리 입후보자를 의회가 승인하는 날이었습니다. 신진 정치인 푸틴은 떨리는 마음으로 후보자 연설을 마쳤습니다. 그러자 한 의원이 외칩니다. “스테파신 후보를 지지합니다!” 그의 이름을 헷갈린 한 의원이 엉뚱한 사람을 지지한다고 말한 것입니다. 이름조차 틀릴 정도로 주목받지 못한 총리 후보자, 바로 23년 전 푸틴입니다. 젊은 푸틴은 러시아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포부에 대해 확고했습니다. “러시아는 수세기 동안 강대국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우리에게는 합법적으로 보호해야 할 이해관계가 있다. 우리 의견이 (국제사회에서) 무시당해서는 안 된다.” 그의 야욕은 2차 체첸전쟁에서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1991년 체첸 자치공화국은 보리스 옐친 당시 옛 소련 대통령의 강력한 탄압에도 분리 독립을 선언합니다. 1996년 러시아군을 물리치고 사실상 독립을 획득했습니다. 그러나 1999년 푸틴 당시 총리가 주도해 러시아군은 체첸을 다시 침공했습니다. 러시아군은 체첸 수도 그로즈니에 무차별 포격을 가해 수많은 민간인을 죽였고, 도시는 90%가 파괴됐습니다. 진공폭탄을 비롯해 비(非)인도주의적인 새로운 대량살상무기 사용에도 푸틴은 괘념치 않았습니다. 이듬해 러시아군은 그로즈니를 점령합니다. 체첸은 러시아 영토에 귀속됩니다. 2009년 푸틴은 허울뿐인 체첸 지역 ‘반(反)테러 작전’을 종결한다고 선언합니다.○푸틴의 거짓말 KGB 출신인 푸틴을 두고 많은 서방 정치인들은 “사람 속이는 데 매우 능숙한 인물”이라고 평가합니다. 서방 국가와 친구할 준비가 된 것처럼 말하며 뒤통수를 많이 쳤기 때문입니다. 푸틴의 ‘절친’으로 알려진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최근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은 그(푸틴)에 대해 오판했다”고 시인했습니다. 푸틴의 첫 정치적 행보는 샹트페테르부르크에서 시작합니다. 1991년 그는 샹트페테르부르크 시장실 대외관계위원장에 임명됩니다. 푸틴은 서방국가에 개방적이었습니다. 도시 경제를 살리기 위한 해외 투자 유치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2000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과 만나서는 러시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2002년 양국은 협의 기구 나토-러시아위원회(NCR)를 설치합니다. 물론 나토 가입은 말로 그쳤습니다. 정말 나토 가입을 원했는지는 푸틴만이 알 것입니다. 2001년 푸틴은 친(親)서방 외교를 펼쳐 나갑니다. 푸틴과 처음 조우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그의 영혼을 느꼈다. 푸틴은 매우 올곧고 진실한 인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푸틴은 같은 해 미국에서 9·11테러가 발생하자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해 위로를 전하며 미국의 향후 행동에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겠다고 약속합니다. 푸틴은 이날 부시 대통령과 가장 먼저 통화한 국가지도자였습니다. 무엇보다 서방에 ‘충격적인’ 희망을 심어준 것은 그해 9월 독일 연방회의에서 한 연설이었습니다. “괴테 실러 칸트의 언어로 말하겠다”며 독일의 인문학적 자긍심을 추켜세우며 운을 뗀 푸틴은 유창한 독일어로 연설을 이어갔습니다. “유럽의 안정적 평화는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면서 “민주적 권리와 자유는 러시아 국내 정책의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독일 정치인들의 기립박수가 쏟아졌습니다.○탈(脫)미국 중심주의 그러나 평화는 오래가지 않습니다. 2003년 조지아 ‘장미혁명’, 2004년 발트3국(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나토 및 유럽연합(EU) 가입, 같은 해 우크라이나 ‘오렌지혁명’이 잇달으며 옛 소련에 속하면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동구 유럽 국가에서 러시아 입지가 급격히 축소됐습니다. 이때부터 푸틴의 미국에 대한 의심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고 합니다. 이 국가들에서 친러시아 정권을 붕괴시킨 색깔혁명(color revolution)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믿은 것입니다. 특히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푸틴은 미국 일극(一極)체제 아래 유엔 헌장과 국제법의 존재 이유를 강하게 회의합니다. 누군가 이 세계를 다스려야 한다면 미국이 아니라 러시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07년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 안보회의에 참석한 푸틴은 작심한 듯 미국을 비판합니다. “미국이 지배하는 일극체제는 모든 의사결정이 하나(미국)를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민주주의를 파괴한다.” 그는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거의 억제되지 않는 과도한 무력을 사용하고 있다. 이로써 어떤 국가도 국제법으로는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됐다”면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을 비난합니다. ‘러시아 패권’을 되찾으려는 푸틴의 행보는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름반도 무력 강제 병합을 계기로 수면 위로 본격 등장합니다. 러시아와 우호 관계를 유지하려 했던 서방 국가들은 등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유럽 갈등은 심화됩니다. 다음 주 ‘푸틴 VS 유럽’으로 찾아뵙겠습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4-12
    • 좋아요
    • 코멘트
  • “코로나 환자 17%, 후유증에 직장 복귀 못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다가 나았지만 후유증을 경험한 전 세계 1억 명 넘는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건강 문제로 직장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현지 시간) 전했다. 후유증으로 일을 못 하게 된 사람이 늘면서 노동시장에 노동력 부족이라는 후폭풍이 예고된다고 FT는 전망했다. FT에 따르면 영국에서 코로나19에 걸려 입원한 환자 5명 중 1명은 퇴원 후 5개월이 지나도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레스터대 공동연구팀은 2020년 3∼11월 코로나19 입원 환자 1170명을 추적한 결과 약 17%가 후유증으로 직장에 복귀하지 못했고, 약 19%는 건강 문제로 직장을 옮겼다고 발표했다. 또 영국 기업 25%는 코로나19 후유증이 장기 결근의 주요인이라고 밝혔다. 미국도 비슷하다.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기업 등의 구인(求人) 수요 1060만 명 중 15% 이상은 코로나19 후유증에 따른 결원 보충이었다. 건강 문제로 일터로 복귀 못 한 사람이 150만 명을 넘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후유증이 역대 최악 구인난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5일 미 국립보건원(NIH) 등 관계기관에 코로나19 후유증에 대한 국가 차원의 연구를 지시하며 후유증을 앓는 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촉구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4-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英 “코로나 입원환자 5명 중 1명 직장 복귀 못해…구인난 올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다가 완치됐지만 후유증을 경험한 전 세계 1억 명 넘는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건강 문제로 직장에 복귀하지 못한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후유증 때문에 영영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이 늘면서 노동시장에 후폭풍이 예고된다고 FT는 전했다. FT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코로나19에 걸려 입원한 환자 5명 가운데 1명은 퇴원하고 5개월이 지난 뒤에도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라이스터대 공동연구팀은 2020년 3월~11월 코로나19 입원 환자 1170명을 추적한 결과 약 17%가 후유증으로 직장에 복귀하지 못했고, 약 19%는 건강 문제로 직장을 옮겼다고 발표했다. 조사 대상인 영국 기업 25%는 코로나19 후유증이 장기 결근의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미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기업 등의 구인(求人) 대상 1060만 명 중 15% 이상은 코로나19 후유증에 의한 것이었다. 건강 문제로 일터로 돌아가지 못한 사람이 150만 명을 넘는 셈이다. 코로나19 후유증이 장애로 인정될 수 있는 미국에서는 지난해 직업이 있거나 구직 활동을 하는 장애인은 전년보다 23%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후유증이 역대 최악 구인난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5일 미 국립보건원(NIH)을 비롯한 관련 기관에 코로나19 후유증에 대한 국가 차원의 연구를 지시하며 코로나19 후유증을 앓는 노동자 권리 보호를 촉구했다. 그러나 FT는 코로나19 후유증 인정 범위나 환자 규모 등 구체적 정보가 부족해 당분간 관련 법 개정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김수현기자 newsoo@donga.com}

    • 2022-04-11
    • 좋아요
    • 코멘트
  • ‘일대일로’ 빚더미… 파키스탄 총리 강제 퇴진

    2018년 8월 집권한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70·사진)가 10일 의회의 불신임안 가결로 축출됐다.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한 후 현직 총리가 강제 퇴진당한 것은 처음이다. 11일 선출될 새 총리에는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무슬림연맹(PML-N) 총재(71)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불신임안 투표는 하원의원 342명 중 반을 갓 넘긴 174명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앞서 야권은 칸 총리의 경제 실정, 친중 정책 등을 문제 삼아 지난달 초부터 불신임 투표를 추진했다. 칸 총리는 의회 해산으로 맞섰지만 7일 대법원이 ‘해산은 위헌’이라고 판결해 축출이 예고된 상태였다. 크리켓 영웅이라는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권좌에 오른 그는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사업인 ‘일대일로’에 적극 참여하며 남부의 전략요충지 과다르항과 중국의 신장위구르자치구 사이에 철도, 송유관 등을 건설하는 사업에 매진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돈을 빌리면서 정부 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건설 또한 지지부진하자 국민 불만이 증폭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 등은 고질적인 경제난에 기름을 부었고 인플레이션도 극심하다. 외교정책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당일인 2월 24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찾았다. 2월 4일 중국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막식에도 참석했고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이 집권하자 세계 주요국과 달리 탈레반 정권을 승인했다. 스리랑카에서도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파키스탄처럼 일대일로에 참여했다가 국가 부도 위기를 맞았다. 중국은 2017년부터 99년간 남부 함반토타항의 운영권을 얻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4-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中 일대일로’ 덫에 빠진 파키스탄 총리 결국…의회 불신임안 가결로 축출

    2018년 8월 집권한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70)가 10일 의회의 불신임안 가결로 축출됐다.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한 후 현직 총리가 강제 퇴진당한 것은 처음이다. 11일 선출될 새 총리에는 샤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무슬림연맹(PML-N) 총재(71)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샤리프 총재는 과거 네 차례 총리를 지낸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동생이다. 이날 불신임안 투표는 하원의원 342명 중 과반을 갓 넘긴 174명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앞서 야권은 칸 총리의 경제 실정, 친중 정책 등을 문제 삼아 지난달 초부터 불신임 투표를 추진했다. 칸 총리는 의회 해산을 추진하며 맞섰지만 7일 대법원이 ‘의회 해산은 위헌’이라고 판결해 축출이 예고된 상태였다. 크리켓 영웅이라는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권좌에 오른 칸 총리는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사업 ‘일대일로’에 적극 참여하며 남부의 전략요충지 과다르항과 중국의 신장위구르자치구 사이에 철도, 송유관 등을 건설하는 사업에 매진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돈을 빌리면서 정부 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건설 또한 지지부진하자 국민 불만이 증폭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 등은 고질적 경제난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달 식량, 연료 등 생필품 가격이 전년비 15.1% 오르는 등 인플레이션이 극심하다. 친중, 친러시아로 일관한 외교 정책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당일인 2월 24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찾았다. 2월 4일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도 참석했고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이 집권하자 세계 주요국과 달리 탈레반 정권을 승인했다. 칸 총리는 “미국의 개입으로 축출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수현기자 newsoo@donga.com}

    • 2022-04-10
    • 좋아요
    • 코멘트
  • “美 권력서열 3위 펠로시, 10일 대만 방문”… 中 “즉각 취소해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중국 또한 대만을 공격할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강도 높은 제재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 대통령, 부통령에 이은 권력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사진) 또한 현직 하원의장으로는 1997년 뉴트 깅그리치 당시 하원의장 이후 25년 만인 10일 대만을 찾을 것이라고 대만 롄허보 등이 보도했다. 옐런 장관은 6일 하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중국에 제재를 가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러시아의 침공 이후 미국은 신속하게 러시아 제재를 감행했다”며 “다른 상황에서도 같은 결정을 내릴 각오가 돼 있다. 우리 능력을 의심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 이날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 또한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미국과 동맹국이 함께한 이번 러시아 제재는 중국에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미 고위 관계자의 잇따른 발언은 러시아의 침공 후 줄곧 러시아를 두둔하고 있는 중국이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며 대만과 우크라이나는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 롄허보 등은 펠로시 의장이 미국의 대만관계법 제정(4월 10일) 43주년을 맞아 하원 의원단을 이끌고 10일 타이베이에 도착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1일에는 마이크 뮬런 전 합참의장, 메건 오설리번 전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차관 등이 대만을 찾았다. 중국은 거세게 반발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사실이라면 즉각 취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1996년 리덩후이(李登輝) 당시 대만 총통의 미국 방문 이후 미국이 대만 사안에 관해 중국에 제기한 최대 도발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글로벌타임스는 공화당 소속인 깅그리치 전 의장의 방문은 당시 민주당의 빌 클린턴 행정부의 대만 정책에 대한 불만의 성격이 강했지만 현재 펠로시 의장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같은 민주당 소속이어서 사실상 미국의 공식 정책이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4-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러, 이동식 화장장비로 시신 소각… 민간인 학살 은폐 시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 가운데 지난달 2일부터 한 달 넘게 러시아군이 봉쇄 중인 남부 요충지 마리우폴에서만 최소 5000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우크라이나 측이 밝혔다. 러시아가 학살을 은폐하기 위해 트럭들에 이동식 화장 장비를 싣고 급히 시체를 소각했으며 시신에도 폭발물을 설치해 시신을 수습하려는 이들까지 노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수도 키이우에서 퇴각한 러시아군이 친러 세력이 많은 동부 돈바스 장악에 집중하면서 돈바스 주민 또한 민간인 학살 위험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즉각 돈바스를 떠나라”며 대피령을 내렸다. 유엔은 미국의 요청에 따라 7일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 특별회의를 열고 러시아의 인권이사회 이사국 퇴출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표결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표결에 앞서 주유엔 러시아 대표부는 다른 회원국에 “결의안 찬성뿐 아니라 기권 및 불참도 비우호적 태도로 간주할 것”이라며 반대표를 던지라고 협박했다. 이전까지 인권이사회 이사국에서 퇴출된 국가는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반정부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했던 2011년의 리비아가 유일했다.○ 마리우폴 시장 “새로운 아우슈비츠” BBC에 따르면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6일(현지 시간) “수주간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어린이 210명을 포함해 최소 50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숨졌다. 도시 전체가 ‘죽음의 수용소’가 됐다”고 밝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이후 마리우폴 정도의 비극을 본 적이 없다며 “마리우폴이 새로운 아우슈비츠 유대인 수용소”라고 규탄했다. 러시아군이 대규모 학살을 숨기기 위해 이동식 화장장비를 통해 시신을 소각했으며 폭격을 맞은 한 병원에서만 50명이 숨졌다고도 했다. 마리우폴은 인구 45만 명 중 12만 명이 러시아군의 봉쇄로 수도, 전기, 식량 보급이 끊어진 상황이다. 이날 우크라이나 의회 역시 키이우 인근 소도시 호스토멜에서도 러시아군 점령 기간에 400명 이상의 주민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이 포로로 잡힌 우크라이나 여성 군인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더타임스 등은 러시아가 키이우 인근에서 퇴각하면서 사망자 시신에도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이날 수도 키이우, 북부 체르니히우에서 모든 병력을 철수했다. 해당 병력은 러시아 본토와 침공 조력자 노릇을 하고 있는 벨라루스에서의 보급을 거쳐 돈바스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바이든 “전쟁 나가야 하면 함께 갈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 북미건설노동조합 행사에서 “미국은 자유를 위해 싸우는 우크라이나 국민과 함께 (러시아에) 맞설 것”이라며 “내가 전쟁터에 나가야 한다면 여러분과 함께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에 선을 그어온 바이든 대통령이 미군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이다. 논란이 되자 백악관은 “대통령은 미 지상군을 우크라이나에 투입하거나 미군이 러시아와 맞서 싸우도록 할 의도가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저지른 민간인 집단 학살을 계기로 러시아를 단순히 우크라이나에서 물러나게 하는 수준이 아니라 러시아의 전쟁 패배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전쟁이 생각보다 장기화할 것이며 미국이 자유를 위해 싸우는 우크라이나 국민과 함께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4-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獨대통령 “우리가 푸틴 오판, 전쟁 막는 데 실패”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66)은 자신이 외교장관이던 시절 러시아와의 평화적 관계 수립을 위해 추진한 정책은 실패였다고 시인했다. 5일 독일 ZDF방송에 따르면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러시아를 유럽 안보 체제 안으로 통합시키려는 지난 20년간의 노력이 허사였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책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있지만 우리는 전쟁을 막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재임 시절 2005∼2009년, 2013∼2017년 두 차례 외교장관을 맡아 독일의 주요 대(對)러시아 정책을 책임졌다. 특히 그는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관 사업인 노르트스트림2에 대해 “파트너들의 경고를 조금 더 심각하게 받아들였어야 했다”며 실수였음을 인정했다. 우크라이나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은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무기화할 수 있다며 이 사업에 반대했지만 독일은 올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까지 이 사업을 고수했다. 푸틴에 대해선 오판했다고 말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그(푸틴)가 자신의 제국주의적 광기(madness)를 위해 러시아의 완전한 경제적, 정치적, 도덕적 파멸을 허용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4일, 2008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독일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반대했다며 메르켈 전 총리를 비판했다. 이에 메르켈 전 총리는 이날 성명을 내고 자신의 당시 결정을 고수한다면서 “러시아의 야만적 행위를 끝내기 위한 정부와 국제사회의 노력에 전폭적 지지를 보낸다”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4-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러軍, 일가족 고문 - 살해” 우크라 여러 도시서 학살 증언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에서 민간인을 집단 학살해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우크라이나 다른 지역에서도 러시아가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전쟁범죄 재판에 세우거나 별도의 특별법정 설립을 추진하기 위해 증거 수집에 나섰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4일(현지 시간) 키이우 서쪽에서 45km 떨어진 모티진에서 마을 지도자와 일가족이 숨진 채 모래에 덮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주민들은 러시아군이 이 가족에게 “우크라이나군의 포대 위치를 말하라”며 고문한 후 살해했다고 전했다. 키이우 일대의 또 다른 소도시인 보로단카, 노바바산 등에서도 집단 학살로 숨진 민간인들의 시신이 잇따라 발견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북동부 수미, 체르니히우 등에서는 더 많은 집단 학살이 있었다는 정보가 있다. 80년 전 나치독일의 점령 기간에도 보지 못한 집단 학살”이라고 러시아를 규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전쟁 범죄를 조사하는 특별 사법기구를 만들고 ICC, 유럽연합(EU)과 전쟁범죄에 대한 공동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전범 재판에 회부하기 위해 “구체적인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번 주 안에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가 있을 것”이라며 “유럽 동맹국과 에너지 제재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 곳곳서 부차보다 더한 학살”… 시신 불에 그슬리고 묶인 흔적모티진 마을선 이장 일가족 몰살…우크라 정부 “협력 거부하자 처형”테이프로 눈가리고 총 쏘며 위협…젤렌스키, 유엔서 조사 필요성 강조러 “학살, 우크라 자작극” 계속 주장…시신 위성사진 등 통해 거짓말 들통 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서쪽으로 약 45km 떨어진 모티진 마을. 지난달 이곳을 점령한 러시아군이 숙소로 쓴 주택 뒷마당 모래를 걷어내자 마을 이장 올가 수헨코와 남편, 아들 등 일가족을 포함한 5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수헨코는 양손이 뒤로 묶여 있었고 검은 비닐봉지로 눈을 가린 자국이 드러났다. 다른 시신들에서도 고문과 근접사살 흔적이 보였다. 다른 농가에서는 우물에 묶이고 불에 그슬리거나 테이프로 머리를 감아놓은 시신들이 발견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모티진 주민들이 협력을 거부하자 러시아군이 고문,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5일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러시아군의 집단학살 조사 필요성을 강조하는 연설을 했다. ○ “다른 지역, 부차보다 집단학살 더 많을 것” 전날 키이우 북서부 소도시 부차에서 학살된 것으로 보이는 민간인 시신 410구가 발견된 데 이어 다른 러시아군 퇴각 지역에서도 고문당하거나 처형된 것으로 보이는 민간인 시신이 속속 발견됐다. 부차의 한 가옥 지하실에서도 손이 뒤로 묶인 민간인 5명의 시신이 새로 발견됐다. 키이우에서 동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노바바산에서도 러시아군의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러시아군 포로로 잡혔다는 남성은 “테이프로 눈을 가리더니 우크라이나군 탄약고 위치를 물으며 머리 위로 계속 총을 쏴댔다”며 “이런 ‘가짜 처형’을 15차례나 당했다”고 말했다. 올렉시 브리즈갈린 씨는 “다리 사이에 수류탄을 낀 채 의자에 30시간 묶여 있었다”고 증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부차를 방문해 “부차에서만 적어도 민간인 300명이 고문당하고 살해됐다”며 “키이우 외곽 지역뿐 아니라 수미, 체르니히우 등 러시아군 퇴각 지역에서 민간인 사망자는 부차보다 더 많이 발견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이날 키이우 북서쪽 70km 지점의 소도시 보로s카에서 부차보다 더 많은 민간인 피해자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날 웹사이트에 부차에 상주했던 러시아군 2000명의 이름, 생년월일, 여권번호 등 개인정보를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 전범 조사 특별사법기구를 창설해 국제형사재판소(ICC), 유럽연합(EU)과 함께 집단학살 공동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휴전을 위한 양국 정상회담 개최를 촉구해왔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5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은 없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 위성사진으로 들통 난 ‘거짓말’ 러시아는 자국군이 부차에서 철수한 지난달 30일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가 민간인 시신들을 가져다 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실리 네벤쟈 주유엔 러시아대사도 이날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살해하지 않았고 부차에서 벌어진 사건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안보리에 제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NYT, 영국 BBC 등이 부차 주민들이 찍은 동영상과 사진, 인공위성 영상을 분석한 결과 약 3주 전인 지난달 9∼11일 부차 시내 거리 곳곳에 검은 비닐포대에 담긴 시신 수십 구가 있는 것이 확인됐다. 미국 상업위성업체 맥사가 공개한 위성 동영상에도 11일 적어도 시신 11구가 포착됐고 20, 21일 영상에서도 다수의 시신이 발견됐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BBC에 “집단학살이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탱크, 전투기 등 무기를 추가 제공하는 게임 체인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4-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푸틴 ‘83%’ 바이든 ‘40%’…우크라 사태에도 엇갈린 지지율, 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어린이와 민간인을 무자비하게 살상하고 있음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70)의 지지율이 5년 최고치인 83%로 치솟았다. 반면 인권과 민주주의를 강조하며 세계 각국의 러시아 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80)의 지지율은 사상 최저인 40%에 머물러 대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러시아 여론조사업체 ‘레바다센터’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응답자가 83%에 달했다. 각각 1월 조사보다 14%포인트, 2월 조사보다 12%포인트 늘었다. ‘러시아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도 69%에 달했다. 역시 한 달 전보다 17%포인트 증가했다. 2017년 9월 83%였던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은 줄곧 하락세였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발한 2020년 초부터 우크라이나 침공 전까지는 방역 정책 실패, 경제난 등으로 내내 60%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강한 러시아’를 주창하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강력한 언론 통제 등으로 ‘서방이 러시아를 악마화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먹혀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데니스 볼코프 레바다 이사는 “서방과의 대립이 러시아인을 단결시켰다”며 “사람들이 ‘전 세계가 모두 러시아에 반대하고 있고 푸틴 대통령이 우리를 방어하지 않으면 산 채로 잡아먹힐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진단했다. 휘발유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 여파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집권 후 최저치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21, 22일 입소스 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권 후 최저치인 40%를 기록했다. 응답자의 22%는 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로 ‘경제·실업’을 꼽았다. ‘전쟁·외교 갈등’을 지목한 사람은 14%였다. 같은 달 27일 NBC 조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시 40%를 보였다. 응답자의 83%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기름값 상승 등 물가 급등으로 이어지는 것이 우려된다”고 했다. 미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30일 기준 1갤런 당 평균 4.23달러로 전년 대비 47% 상승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4-01
    • 좋아요
    • 코멘트
  • 우크라 “러軍 고위 지휘관 최소 15명 사망” WP “지휘관 전사비율, 2차대전 후 최고”

    우크라이나군의 격렬한 저항에 직면한 러시아군의 장성을 포함한 지휘관 전사(戰死) 비율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26일(현지 시간) W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23일 기준 러시아군 고위 지휘관 최소 15명이 교전 중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 중 장성은 7명으로 이번 전쟁에 배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전체 장성의 약 3분의 1이다. 이는 옛 소련 시절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물론이고 러시아의 조지아 침공이나 시리아 내전 개입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장성 전사자 비율이 높은 것은 러시아군의 열악한 통신장비 탓에 지휘관이 최전선에서 쉽게 노출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러시아군의 전자 통신 장비가 먹통이 되자 후방에 있던 지휘관들이 최전선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제프리 에드먼즈 미국 싱크탱크 CNA 러시아 전문가 역시 “우크라이나군이 ‘안테나 등 통신 장비 인근에 서 있는 백발의 군인’을 목표로 삼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군의 전면전 경험 부족도 이유로 꼽힌다. 포린폴리시는 미 국방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와 비슷한 크기인) 텍사스주 수준의 전쟁도 해 본 적이 없다”며 우왕좌왕하는 러시아군을 통제하기 위해 고위 지휘관들이 최전선에 배치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BBC는 러시아군이 이달 초부터 포위한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에서 시민들이 식량난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르히 오를로우 마리우폴 부시장은 BBC에 “탈수, 식량과 약품 부족으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도시 전체에 아이들을 위한 음식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영국은 러시아군에 포위된 우크라이나 일부 도시에 200만 파운드(약 32억2000만 원) 규모의 식량을 지원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교장관은 “우크라이나에 통조림과 식수 등을 공급하기 위해 인근 국가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3-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소로스 재단, 1억 달러 ‘우크라 펀드’ 모금 나서

    ‘헤지펀드 제왕’으로 불리는 미국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92·사진)가 설립한 ‘열린사회재단’이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돕는 펀드를 출범시켜 총 1억 달러(약 1250억 원)를 모금하기로 했다고 AP통신 등이 2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난민 지원단체, 공중보건 전문가, 우크라이나 언론과 시민단체 등을 지원하는 데 쓰겠다고 밝혔다. 마크 브라운 열린사회재단 의장은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을 지금 당장 충분히 돕지 못하면 그 결과 발생하는 장기적 문제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자유 및 독립을 수호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을 진전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말 두려워하는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핵무기도 아닌 자유 민주주의라며 우크라이나와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대계 헝가리 출신 이민자인 소로스는 동구권의 민주화를 지원하기 위해 1979년 이 재단을 설립했다. 1991년 우크라이나가 옛 소련에서 독립한 후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에 2억3000만 달러를 이미 지원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3-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