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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엄마 연기에 도전할 날도 오리란 건 알고 있었죠. 그런데 영화 ‘허삼관’처럼 따뜻함이 넘치는 작품에서 그런 역할을 하게 돼 정말 기뻤어요.” 14일 개봉한 영화 ‘허삼관’에서 주인공 허삼관(하정우)의 아내 허옥란을 연기한 하지원은 앳된 소녀 같은 구석이 있었다. 연말 TV시상식에 나갔던 모습을 평소 진중하던 아버지가 “예쁘다고 칭찬해주셨다”며 자랑(?)하는데 눈웃음이 보통이 아니었다. 그런 그에게 억척스런 엄마 역은 어떤 도전이었을까. -삼형제의 엄마 역이 힘들지 않았나. “처음엔 거절하려 했다. 당시 드라마 ‘기황후’ 촬영 탓에 체력적으로도 힘들었고. 그런데 시나리오가 너무 재밌었다. 게다가 하 감독이 이 역에 잘 맞는다며 열심히 설득했다. 왜 잘 어울린다고 할까, 나도 모르는 내 안의 뭔가를 발견할 기회일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막상 촬영에 들어가선 현장 분위기가 좋아 부담감이 확 사라졌다. 그냥 전형적인 캐릭터보단 하지원이 보여줄 수 있는 엄마를 있는 그대로 담으려 했다.” -1950~60년대 시대극도 처음이다. “그 때라 해서 특별히 사람의 감성이 다르지 않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물론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절이란 건 고려했다. 하지만 시대적 상황에 몰입해 선입견을 갖지 않으려 했다. (당시 문예소설처럼) 문어체를 쓰는 연기도 출연배우가 다 함께 하니 전혀 오글거리지 않더라.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문어체 말투가 확 와 닿았고. 세 아들로 나오는 아역배우들과 사이가 좋아 촬영장에 아이들과 소풍가는 기분으로 찍었다.” -하지만 옥란은 내면이 복잡한 캐릭터다. “맞다. 대본 역시 설명이 디테일하지 않아 쉽진 않았다. 그래서 시나리오엔 없는 옥란의 상황이나 심경을 직접 만들어봤다. 예를 들어, 삼관이 야밤에 옥란에게 만두를 사준다며 찾아온 신이 있다. 그때 낮부터 밤까지 옥란은 뭘 했는지 ‘또 하나의 시나리오’를 써서 혼자 연기해보곤 했다. 카메라에 담기진 않아도 그런 흐름을 이어가니 훨씬 느낌이 살았다. 쉬는 시간은 줄었지만 더 연기가 즐거워졌다.” -액션에 멜로도 잘한다는 이미지가 있다. “고마울 따름이다. 액션도 멜로도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다. 다만 그간 착한 역만 해서 이젠 악역을 하고 싶다. ‘허삼관’에서 자신도 몰랐던 새로운 면을 발견한 것처럼, 내 안에 숨겨진 또 다른 면을 끄집어낼 수 있지 않을까. 일상은 참한 유치원 선생인데, 뒤로는 유괴를 일삼는 악마라든가. 너무 과한가, 호호.”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디즈니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의 한국인 캐릭터 고고는 한국 쇼트트랙 선수의 체형에다 배우 배두나 씨의 분위기를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14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만난 만화영화 ‘빅 히어로’의 캐릭터 디자인 슈퍼바이저인 김상진 감독(55)은 편안하면서도 무척 기대에 찬 표정이었다. 김 감독은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를 구상하고 스크린에 구현하는 일을 총괄 책임진다. 1995년 입사해 ‘디즈니 최초의 한국인 애니메이터’로 화제를 모았던 그는 ‘라푼젤’(2010년)부터 캐릭터 디자인에 전념해왔다. ‘겨울왕국’에도 참여한 김 감독은 “지난해 한국에서 ‘겨울왕국’이 큰 성공을 거둬 기분 좋다”며 “엘사와 안나만큼 ‘빅 히어로’ 캐릭터들도 사랑받길 바란다”고 말했다.주요 배역인 고고는 처음부터 한국인이란 설정 아래 만든 캐릭터. 목소리도 한국계 배우인 제이미 정이 맡았다. 김 감독은 “김시윤 수석 캐릭터 디자이너가 강인하고 독립적인 여성의 느낌을 살리려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의 근육 형태까지 연구했다”며 “거기에 영화 ‘괴물’에서 보여준 배두나 씨의 묘한 매력이 잘 어울릴 것 같아 최대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적 느낌을 살린 캐릭터는 그뿐만이 아니다. 주인공 로봇 ‘베어맥스’ 역시 마찬가지. 하얀 풍선이나 마시멜로처럼 보이는 베어맥스는 얼굴이 구멍 뚫린 눈이 선 하나로 연결된 단순한 형태. 바로 ‘목탁’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김 감독은 “군더더기 없이 여백을 많이 준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며 “극중 캐릭터인 와사비가 입은 넉넉한 바지 역시 한복에서 착안했다”고 말했다. “영화 ‘빅 히어로’는 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적 색채가 많이 깃든 작품입니다. 그렇다고 어느 한쪽으로 편향되지도 않아요. 우린 세계의 모든 이미지를 참조하고 함께 녹이려고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수많은 군중이 몰린 장면을 만들 때 특수프로그램을 이용해 모든 인종이 골고루 섞이도록 합니다. 특정 나라나 세대 구분 없이 모두가 좋아하는 작품을 만드는 게 목표니까요.” 하지만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도 분명 엿보였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은 언제나 크다”는 김 감독은 최근 부인과 함께 영화 ‘해무’를 관람하는 등 한국 영화를 자주 본다고 했다. “최근 미국 애니메이션 업계에선 ‘쿵푸팬더2’의 여인영 감독처럼 결정권을 가진 직책에 오른 한국인이 많아요. 이들을 통해 한국 문화가 세계 속에서 잘 꽃피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디즈니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의 한국인 캐릭터 고고는 한국 쇼트트랙 선수의 체형에다 배우 배두나 씨의 분위기를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만난 만화영화 ‘빅 히어로’의 캐릭터 디자인 슈퍼바이저인 김상진 감독(55)은 편안하면서도 무척 기대에 찬 표정이었다. 김 감독은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을 구상하고 스크린에 구현하는 일을 총괄 책임진다. 1995년 입사해 ‘디즈니 최초의 한국인 애니메이터’로 화제를 모았던 그는 ‘라푼젤’(2010년)부터 캐릭터 디자인에 전념해왔다. ‘겨울왕국’에도 참여한 김 감독은 “지난해 한국에서 ‘겨울왕국’이 큰 성공을 거둬 기분 좋다”며 “엘사와 안나만큼 ‘빅 히어로’ 캐릭터들도 사랑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요 배역인 고고는 처음부터 한국인이란 설정 아래 만든 캐릭터. 목소리도 한국계 배우인 제이미 정이 맡았다. 김 감독은 “김시윤 수석 캐릭터 디자이너가 강인하고 독립적인 여성의 느낌을 살리려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의 근육 형태까지 연구했다”며 “거기에 영화 ‘괴물’에서 보여준 배두나 씨의 묘한 매력이 잘 어울릴 것 같아 최대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적 느낌을 살린 캐릭터는 그뿐만이 아니다. 주인공 로봇 ‘베어맥스’ 역시 마찬가지. 하얀 풍선이나 마시멜로처럼 보이는 베어맥스는 얼굴이 구멍 뚫린 눈이 선 하나로 연결된 단순한 형태. 바로 ‘목탁’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김 감독은 “군더더기 없이 여백을 많이 준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며 “극중 캐릭터인 와사비가 입은 넉넉한 바지 역시 한복에서 착안했다”고 말했다. “영화 ‘빅 히어로’는 한국은 물론 아시아적 색채가 많이 깃든 작품입니다. 그렇다고 어느 한쪽으로 편향되지도 않아요. 우린 세계의 모든 이미지를 참조하고 함께 녹이려고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수많은 군중이 몰린 장면을 만들 때 특수프로그램을 이용해 모든 인종이 골고루 섞이도록 합니다. 특정 나라나 세대 구별 없이 모두가 좋아하는 작품을 만드는 게 목표니까요.” 하지만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도 분명 엿보였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은 언제나 크다”는 김 감독은 최근 부인과 함께 영화 ‘해무’를 관람하는 등 한국 영화를 자주 본다고 했다. “최근 미국 애니메이션 업계에선 ‘쿵푸팬더2’의 여인영 감독처럼 결정권을 가진 직책에 오른 한국인이 많아요. 이들을 통해 한국 문화가 세계 속에서 잘 꽃피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앞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선 ‘빅 히어로’의 테디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다니엘 헤니도 참석했다. 연출을 맡은 돈 홀 감독은 “헤니를 보는 순간 그가 바로 테디라고 확신했다”며 “테디의 표정과 행동도 그의 이미지를 많이 반영했다”고 말했다. 헤니는 “목소리로만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유쾌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두둥∼, 한미일 만화영화 삼국지!’(※부끄럽더라도 살짝 변사 톤과 발음으로 읽으면 감칠맛이 산다.) 서기 2015년. 정월에 들어서자 조선의 극장가는 만화영화의 군웅할거 시대가 도래했구나. 먼저 깃발을 올린 건 ‘빅 히어로’ 되시겠다. 세계를 주름잡는 아메리카 디즈니족이 21일 출정을 선포하는 게 아닌가. 이에 다음 날로 야심만만한 젊은 여장수가 이끄는 한국의 ‘생각보다 맑은’ 무리도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자 기회만 엿보던 일본의 에쑤에푸(SF) 애니메이숀 ‘진격의 거인: 홍련의 화살’도 29일 이름처럼 진격을 선언했도다. 아, 아스라이 떠오르는 삼국지연의의 향취여. 위촉오(魏蜀吳)와 같은 3편의 만화 앞에 어떤 운명의 신이 버티고 섰단 말인가. 대제국 꿈꾸는 위나라 ‘빅 히어로’뭔 수사가 그리도 필요하리오. 들인 군비가 미국 돈 1억6500만 딸라(약 1785억 원). 대륙을 뒤흔든 조조의 기세가 푸드득 밀려든다. 게다가 지난해 이맘때 한반도에서 ‘겨울왕국’으로 1000만 제국을 건설했던 여운이 아직도 입안을 감도는 바에야. ‘렛 잇 고’ 사자후(獅子吼)로 청각을 손상시켰던 추억. 올해는 ‘무쇠팔 무쇠다리’(실은 물렁팔 물렁다리) 로봇 신공으로 갈아입었다. 천재 소년 히로(라이언 포터)가 자신의 형인 공학도 테디(다니엘 헤니)가 만든 로봇과 함께 세상을 구한다는 전법. ‘따뜻한 유머’를 연마한 디즈니파와 초인 영웅에 일가견 있는 마블파가 힘을 합치어 새로운 무예를 선보인다. 조선을 홀릴 미약(媚藥)도 마련했다. 김상진 캐릭터 디자인 슈퍼바이저가 이끄는 디즈니 군단은 다니엘 헤니는 물론 한국계 배우 제이미 정도 참여시켰다. 그런데 그가 맡은 역 ‘고고’는 디즈니 최초의 한국인 캐릭터. 실제로 쇼트트랙 한국낭자의 기운이 넘실거리질 않나. 허나 세 살배기 갓난애도 몽환에 빠뜨렸던 ‘함께 눈사람 만들래’를 재현하기엔 다소 소년 취향의 분위기가 강하지 싶다. [신년 운세는?] 아, 기상은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틈새 노리는 촉나라 ‘생각보다 맑은’ 흑, 차라리 묻지 말라. 디즈니 뒤에 제작비를 까는 건 법도에도 어긋난다. 그보다 주목할 건 예상 밖으로 현란한 초식일지니. ‘럭키미’ ‘사랑한다 말해’ ‘학교가는 길’ ‘코피루왁’ 4편의 옴니버스 작품은 각기 다른 다양한 그림체와 주제를 쏟아냈다. 모두 26세 한지원 감독이 거의 혼자서 일궈낸 결과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렇다고 앳된 외모에 방심했다간 파르라니 매서운 칼끝에 소스라칠 터. 10대부터 30대를 아우르는 우리네 장삼이사(張三李四)를 등장시켜 담박하되 정확하게 맥을 찍어온다. 굳이 희망을 주려고도, 교훈을 전할 의도도 없지만 내장을 울렁거리게 만드는 마력. 쥐뿔도 없이 초야에 묻혀 살면서도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를 갈파하던 제갈량의 그림자가 언뜻 비치리니. [신년 운세는?] 남을 누를 가업은 아니 되니 홀로 살길을 도모할지어다. 물산이 풍부한 오나라 ‘진격의 거인’디즈니만 한 화력은 아니다. 그래도 ‘만화의 곡창지대’ 일국(日國)에서 나고 자라 바탕이 넉넉하지 아니한가. 원작은 지네 나라에서만 누적판매 4000만 부를 넘겼다. 한반도에서도 14권까지 출간돼 60만 부 이상 팔아치웠다. 그만큼 우군(팬 층)의 지지가 빵빵하다. 어디선가 나타난 식인 거인들로 인해 인류가 멸망 직전에 놓였단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한 ‘진격의…’는 왠지 종교무예집단 냄새가 짙다. 신앙이 두텁기에 내딛는 발길에도 거침이 없으리니. 분명 볼 사람은 볼 것이다. 그러나 만화와 TV애니메이션으로 공력 시전이 이미 노출됐다는 약점도 두드러진다. [신년 운세는?] 안으로 내실을 기하면 곳간은 차고 넘친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두둥~, 한미일 만화영화 삼국지!’ (※부끄럽더라도 살짝 변사 톤과 발음으로 읽으면 감칠맛이 산다.) 서기 2015년. 정월에 들어서자 조선의 극장가는 만화영화의 군웅할거 시대가 도래했구나. 먼저 깃발을 올린 건 ‘빅 히어로’ 되시겠다. 세계를 주름잡는 아메리카 디즈니 족이 21일 출정을 선포하는 게 아닌가. 이에 다음날로 야심만만한 젊은 여장수가 이끄는 한국의 ‘생각보다 맑은’ 무리도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자 기회만 엿보던 일본의 에쑤에푸(SF) 애니메이숀 ‘진격의 거인: 홍련의 화살’도 29일 이름처럼 진격을 선언했다. 아, 아스라이 떠오르는 삼국지연의의 향취여. 위촉오(魏蜀吳)와 같은 3편의 만화 앞에 어떤 운명의 신이 버티고 섰단 말인가.●대제국을 꿈꾸는 위나라 ‘빅 히어로’ 뭔 수사가 그리도 필요하리오. 들인 군비가 미국 돈 1억6500만 딸라(약 1785억 원). 대륙을 뒤흔든 조조의 기세가 푸드득 밀려든다. 게다가 지난해 이맘때 한반도에서 ‘겨울왕국’으로 1000만 제국을 건설했던 여운이 아직도 입안을 감도는 바에야. ‘렛 잇 고’ 사자후(獅子吼)로 청각을 손상시켰던 추억. 올해는 ‘무쇠 팔 무쇠 다리’(실은 물렁 팔 물렁 다리) 로봇 신공으로 갈아입었다. 천재 소년 히로(라이언 포터)가 자신의 형인 공학도 테디(다니엘 헤니)가 만든 로봇과 함께 세상을 구한다는 전법. ‘따뜻한 유머’를 연마한 디즈니 파와 초인 영웅에 일가견이 있는 마블 파가 힘을 합치어 새로운 무예를 선보인다. 조선을 홀릴 미약(媚藥)도 마련했다. 김상진 캐릭터 디자인 슈퍼바이저가 이끄는 디즈니 군단은 다니엘 헤니는 물론 한국계 배우 제이미 정도 참여시켰다. 그런데 그가 맡은 역 ‘고고’는 디즈니 최초의 한국인 캐릭터. 실제로 쇼트트랙 한국낭자의 기운이 넘실거리질 않나. 허나 세 살배기 갓난애도 몽환에 빠뜨렸던 ‘함께 눈사람 만들래’를 재현하기엔 다소 소년 취향의 분위기가 강하지 싶다. ▲[신년운세는?] 아, 기상은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틈새시장 일구고픈 촉나라 ‘생각보다 맑은’ 흑, 차라리 묻지 말라. 디즈니 뒤에 제작비를 까는 건 법도에도 어긋난다. 그보다 주목할 건 예상 밖으로 현란한 초식일지니. ‘럭키미’ ‘사랑한다 말해’ ‘학교가는 길’ ‘코피루왁’ 4편의 옴니버스 작품은 각기 다른 다양한 그림체와 주제를 쏟아냈다. 모두 26세 한지원 감독이 거의 혼자서 일궈낸 결과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렇다고 앳된 외모에 방심했다간 파르라니 매서운 칼끝에 소스라칠 터. 10대부터 30대를 아우르는 우리네 장삼이사(張三李四)를 등장시켜 담박하되 정확하게 맥을 찍어온다. 굳이 희망을 주려고도, 교훈을 전할 의도도 없지만 내장을 울렁거리게 만드는 마력. 쥐뿔도 없이 초야에 묻혀 살면서도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를 갈파하던 제갈량의 그림자가 언뜻 비치리니. ▲[신년운세는?] 남을 누를 가업은 아니 되니 홀로 살 길을 도모할 지어다. ●물산(인프라)가 풍부한 오나라 ‘진격의 거인’ 디즈니만한 화력은 아니다. 그래도 ‘만화의 곡창지대’ 일국(日國)에서 나고 자라 바탕이 넉넉하지 아니한가. 원작은 지네 나라에서만 누적판매 4000만 부를 넘겼다. 한반도에서도 14권까지 출간돼 60만 부 이상 팔아치웠다. 그만큼 우군(팬 층)의 지지가 빵빵하다. 어디선가 나타난 식인 거인들로 인해 인류가 멸망 직전에 놓였단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한 ‘진격의…’은 왠지 종교무예집단 냄새가 짙다. 신앙이 두텁기에 내딛는 발길에도 거침이 없으리니. 분명 볼 사람은 볼 것이다. 그러나 만화와 TV애니메이션으로 공력 시전이 이미 노출됐다는 약점도 두드러진다. ▲[신년운세는?] 안으로 내실을 기하면 곳간은 차고 넘친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미국 할리우드 스타들도 ‘샤를리’였다. 11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7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선 최근 파리 테러와 북한의 소니 해킹 사건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드높았다. 평생공로상인 ‘세실 B 데밀’상을 수상한 배우 조지 클루니는 “프랑스인이 (테러에 대한) 두려움 속에 살지 않겠다는 걸 보여주려 행진했다. 우리 역시 그럴 것이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영국 배우 헬렌 미렌도 드레스에 펜을 꽂고 나와 “표현의 자유를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우 캐시 베이츠와 다이앤 크루거도 ‘내가 샤를리다’라는 문구가 적힌 휴대전화나 종이를 들어 보이며 동참했다. 북한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공동사회자인 티나 페이는 “오늘밤은 북한이 승낙한 영화에 축하를 보내는 자리”라고 농담을 던졌고 한국계 코미디언 마거릿 조는 인민군 복장으로 등장해 북한의 소니 해킹을 풍자하는 콩트를 펼쳤다.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의 테오 킹마 회장도 “북한에서 파리까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이들에게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러 사건은 레드카펫 분위기도 바꿨다. 여배우들은 애도의 의미로 검은색을 주로 택했고 화려한 다이아몬드 장신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관심을 모은 클루니와 미모의 인권변호사 아내 아말 알라무딘 부부는 블랙 커플 룩을 선보였다. 알라무딘은 ‘디오르 오트쿠튀르’의 우아한 블랙 드레스에 흰 장갑과 클러치를 매치해 호평을 받았다. 제니퍼 애니스턴도 ‘생로랑’ 블랙 드레스를 택했다. 액세서리를 절제하고 립스틱 색도 차분했지만 드레스의 비즈 장식과 옆트임이 포인트였다. ‘마르케사’의 톤 다운된 보라색 튜브톱 드레스를 택한 케이티 홈스도 귀걸이와 목걸이를 하지 않은 절제된 모습으로 레드카펫을 밟았다. 이날 시상식에서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보이후드’는 작품상, 감독상, 여우조연상(퍼트리샤 아켓) 등 3관왕에 올랐다. 남녀주연상은 에디 레드메인(‘사랑에 대한 모든 것’)과 줄리앤 무어(‘스틸 앨리스’)가 각각 수상했다.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은 웨스 앤더슨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차지했다.정양환 ray@donga.com·김현수 기자}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돌아올 뿐이다.’ 올해 한국 나이로 64세인 리엄 니슨 옹과 52세가 된 키아누 리브스 아저씨는 여기에 딱 들어맞는다. 2008년 ‘테이큰’으로 뒤늦게 액션 스타 반열에 오른 니슨은 2편에서 힘들게 구해냈던 전처 레니가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테이큰3’로 다시 정열을 불태웠다. 관객 반응은 나쁘지 않다. 1일 개봉해 벌써 134만 명(7일 기준)을 넘어섰다. 리브스는 21일 개봉하는 ‘존 윅’으로 연륜 액션의 맥을 잇는다. 니슨과 용띠 ‘띠동갑’이라 어르신 취급이 억울하겠으나, 수염이 덥수룩한 은퇴 킬러에게서 ‘매트릭스’ 때만큼 허리가 뒤로 꺾일 거라 기대하긴 쉽지 않다. 그래도 지난해 10월 전미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건재를 과시했다. 중후하고 진득한 두 배우의 액션을 비교해봤다.[무술 소화력] 니슨 리브스 ↓ 전작에서 이어진 연상효과겠지만 니슨은 이제 그냥 브라이언 같다. 눈빛이나 목소리에 ‘나 전직 특수요원 맞아’란 분위기가 차고 넘친다. 사랑하는 아내가 숨졌는데도 잠시 흔들릴 뿐 곧바로 냉정을 찾을 줄이야. 역시 훈련받은 스파이는 특별하다. 다만 2편 말미에 “나도 이제 지쳤다”란 솔직함 가득한 대사처럼, 많이 지쳐 보였다. 리브스도 크게 흠 잡을 덴 없으나 왠지 모든 걸 잃은 처절함은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영화에서 존 윅은 사랑 때문에 범죄세계를 떠났지만 아내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는 기구한 운명. 그런 아내가 남긴 마지막 선물을 망가뜨린 이를 향해 폭발하는 분노라기엔 너무 차분하다. 리브스는 ‘콘스탄틴’(2005년)의 시니컬했던 존이 더 잘 맞는 옷일지도.[전술 숙련도] 니스 = 리브스 요즘은 인턴을 뽑아도 스펙이 장난이 아니다. 두 분의 약력은 전직 특수요원이랑 전직 넘버원 킬러니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한가. 내달리는 스포츠카에서 총을 쏴도 백발백중이고(존 윅), 경찰에 FBI, CIA까지 다 출동해도 발끝에도 못 미친다(테이큰3). 미묘한 차이라면 니슨은 공무원 출신답게 정보 수집과 병법에 뛰어나다. 1편부터 사소한 단서만 찾아도 맥가이버처럼 신통방통했던 면모는 여전하다. 필요하면 거짓 체포도 당하고, 고문도 불사한다. 리브스는 임기응변이 두드러진다. 아, 러시아 범죄조직의 보스 비고(미카엘 니크비스트)는 존을 이렇게 찬양해 마지않는다. “연필 하나로 4명을 때려잡는….” 최배달의 재림인가. 그만큼 널리 알려져 존 윅이란 신분만 노출하면 보디가드도 물러선다. 총 쏘는 폼은 리브스가 살짝 낫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돌아올 뿐이다.’ 올해 한국 나이로 64세인 리암 리슨 옹과 52세가 된 키아누 리브스 아저씨는 여기에 딱 들어맞는다. 2008년 ‘테이큰’으로 뒤늦게 액션 스타 반열에 오른 리슨은 2편에서 힘들게 구해냈던 전처 레니가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테이큰3’로 다시 정열을 불태웠다. 관객 반응은 나쁘지 않다. 1일 개봉해 벌써 134만 명(7일 기준)을 넘어섰다. 리브스는 21일 개봉하는 ‘존 윅’으로 연륜 액션의 맥을 잇는다. 리슨과 용띠 ‘띠 동갑’이라 어르신 취급이 억울하겠으나, 수염이 덥수룩한 은퇴 킬러에게서 ‘매트릭스’ 때만큼 허리가 뒤로 꺾일 거라 기대하긴 쉽지 않다. 그래도 지난해 10월 전미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건재를 과시했다. 중후하고 진득한 두 배우의 액션을 비교해봤다.●무술 소화력: 리슨 < 리브스 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브라이언 밀스(리슨)는 이제 태극권에 입문했나 보다. 손만 까딱까딱 하거나 타고난 덩치로 밀어붙일 뿐이다. 그래도 추풍낙엽처럼 적들은 나가떨어지니 역시 고수는 남다르다. 물론 1,2편에서도 화려한 초식은 딱히 없지만, 이번엔 ‘무표정 암살자’ 스티븐 시걸이 떠오를 정도다. 근데 달려가는 건 왜 이리 숨차 보이는지. 이에 비해 전설로 불렸던 킬러 역을 맡은 리브스는 하도 현란해서 의심이 든다. 5년이나 일선에서 물러났던 은퇴자가 최신 주짓수 기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옹박’(2003년)의 토니 자까진 아니어도 ‘아저씨’(2010년)의 원빈은 ‘맞짱’ 뜰 듯. 착각이겠지만, 왠지 ‘아저씨’의 액션 신을 참조한 기분도 든다.●폼생폼사 지수: 리슨 > 리브스 전작에서 이어진 연상효과겠지만, 리슨이 이제 그냥 브라이언 같다. 눈빛이나 목소리에 ‘나 전직 특수요원 맞아’란 분위기가 차고 넘친다. 사랑하는 아내가 숨졌는데도 잠시 흔들릴 뿐 곧바로 냉정을 찾을 줄이야. 역시 훈련 받은 스파이는 특별하다. 다만 2편 말미에 “나도 이제 지쳤다”란 솔직함 가득한 대사처럼, 많이 지쳐 보였다. 리브스도 크게 흠 잡을 덴 없으나, 왠지 모든 걸 잃은 처절함은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영화에서 존 윅은 사랑 때문에 범죄세계를 떠났지만 아내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는 기구한 운명. 그런 아내가 남긴 마지막 선물을 망가뜨린 이를 향해 폭발하는 분노라기엔 너무 차분하다. 리브스는 ‘콘스탄틴(2005년)’의 시니컬했던 존이 더 잘 맞는 옷일지도.●전술 숙련도: 리슨=리브스요즘은 인턴을 뽑아도 스펙이 장난이 아니다. 두 분의 약력은 전직 특수요원이랑 전직 넘버원 킬러니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한가. 내달리는 스포츠카에서 총을 쏴도 백발백중이고(존 윅), 경찰에 FBI, CIA까지 다 출동해도 발끝에도 못 미친다(테이큰3). 미묘한 차이라면 리슨은 공무원 출신답게 정보수집과 병법에 뛰어나다. 1편부터 사소한 단서만 찾아도 맥가이버 마냥 신통방통했던 면모는 여전하다. 필요하면 거짓 체포도 당하고, 고문도 불사한다. 리브스는 임기응변이 두드러진다. 아, 러시아 범죄조직의 보스 비고(미카엘 니크비스트)는 존을 이렇게 찬양해마지 않는다. “연필 하나로 4명을 때려잡는….” 최배달의 재림인가. 그만큼 널리 알려져 존 윅이란 신분만 노출하면 보디가드도 물러선다. 총 쏘는 폼은 리브스가 살짝 낫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칼 캐스퍼(존 패브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고급 레스토랑 셰프. 자부심이 대단한 유명 요리사이지만 아들 퍼시(엠제이 앤서니)의 맘도 몰라주는 이혼남이기도 하다. 음식평론가 램지(올리버 플랫)의 방문을 앞두고 레스토랑 사장인 리바(더스틴 호프먼)와 메뉴를 놓고 다투다 결국 사장 고집을 따랐지만 최악의 혹평을 받고 만다. 홧김에 램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험담을 주고받다 싸움을 벌이고 레스토랑까지 관두는데…. 문제 요리사로 찍혀 갈 곳 없던 캐스퍼는 전처 이네즈(소피아 베르가라)가 제안한 푸드 트럭에 도전하기로 맘먹는다. 8일 개봉하는 영화 ‘아메리칸 셰프’는 참 의외다. ‘아이언맨’ 1, 2편을 연출한 패브로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영화라기에, 대작 프로젝트에 지친 감독의 심심풀이 땅콩 같은 소품일 줄 알았더니 큰 오산이었다. 확실히 소품이긴 해도 아기자기하면서도 맛깔스러운 전개에 지루할 틈이 없다. 러닝타임 114분 내내 유쾌한 기운이 넘실거린다. 이 영화의 메인요리는 역시 패브로다. 딱 봐도 감독 같은 덩치가 섬세하면서도 뚝심 있는 주방장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실제 푸드 트럭에서 경험을 쌓았다는데 그런 노력이 자연스레 배어난다. 하긴 주방 직원을 이끄는 셰프와 영화 현장을 통솔하는 감독은 왠지 닮은 점이 많다. 여기에 호프먼은 물론이고 아이언맨으로 친분을 쌓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스칼릿 조핸슨 같은 스타들이 단역으로 등장해 고급 조미료를 듬뿍 쳐준다. 이런 밥상을 더욱 푸짐하게 만드는 사이드메뉴는 어깨가 들썩이는 음악으로 버무려진 다양한 요리다. 쿠바식 샌드위치부터 텍사스 바비큐, 뉴올리언스 베네(밀가루 튀김 요리의 일종) 등 침샘을 마구 자극하는 먹거리가 쏟아진다. 게다가 고추장이나 주꾸미볶음 같은 한국음식도 선보이는데, 이는 요리 자문을 한국계 요리사 로이 최가 맡았기 때문일 터. 미국에서 한식과 멕시코 요리를 접합한 ‘코기 BBQ’를 운영하며 명성을 얻은 그를 감독이 적극 섭외했단 후문이다. ‘아메리칸 셰프’는 ‘뻔한’ 흐름이 대충 눈에 보인다. 자기 일에 빠져 가족을 등한시하던 요리사가 가족과 친구 덕에 역경을 딛고 삶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는다는. 허나 뻔한 재료도 조리법에 따라 근사한 요리가 만들어지는 법. 아들에게 하는 “난 최고의 남편도 최고의 아빠도 아니었어. 하지만 이건 잘해. 요리로 사람들을 위로하고 거기서 힘을 얻어”란 전형적인 대사가 전혀 식상하질 않다. 그건 그렇고, 이 영화 땜에 식욕이 확 당기는 건 감점 요소일지도. 15세 이상 관람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칼 캐스퍼(존 파브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고급 레스토랑 셰프. 자부심이 대단한 유명 요리사지만 아들 퍼시(엠제이 안소니)의 맘도 몰라주는 이혼남이기도 하다. 음식평론가 램지(올리버 플랫)의 방문을 앞두고 레스토랑 사장인 리바(더스틴 호프만)와 메뉴를 놓고 다투다 결국 사장 고집을 따랐지만 최악의 혹평을 받고 만다. 홧김에 램지와 SNS로 험담을 주고받다 싸움을 벌이고 레스토랑까지 관두는데…. 문제 요리사로 찍혀 갈 곳 없던 캐스퍼는 전처 이네즈(소피아 베르가라)가 제안한 푸드 트럭에 도전하기로 맘먹는다. 8일 개봉하는 영화 ‘아메리칸 셰프’는 참 의외다. ‘아이언맨’ 1,2편을 연출한 파브로가 감독 주연을 맡은 영화라기에, 대작 프로젝트에 지친 감독의 심심풀이 땅콩 같은 소품일 줄 알았더니 큰 오산이었다. 확실히 소품이긴 해도 아기자기하면서도 맛깔스러운 전개에 지루할 틈이 없다. 러닝타임 114분 내내 유쾌한 기운이 넘실거린다. 이 영화의 메인요리는 역시 파브로다. 딱 봐도 감독 같은 덩치가 섬세하면서도 뚝심 있는 주방장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실제 푸드 트럭에서 경험을 쌓았다는데 그런 노력이 자연스레 배어난다. 하긴 주방 직원을 이끄는 셰프와 영화 현장을 통솔하는 감독은 왠지 닮은 점이 많다. 여기에 호프만은 물론 아이언맨으로 친분을 쌓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스칼릿 조핸슨 같은 스타들이 단역으로 등장해 고급 조미료를 듬뿍 쳐준다. 이런 밥상을 더욱 푸짐하게 만드는 사이드메뉴는 어깨가 들썩이는 음악으로 버무려진 다양한 요리다. 쿠바 식 샌드위치부터 텍사스 바비큐, 뉴올리언스 베녜(beignets·밀가루 튀김 요리의 일종) 등 침샘을 마구 자극하는 먹거리가 쏟아진다. 게다가 고추장이나 주꾸미볶음 같은 한국음식도 선보이는데, 이는 요리 자문을 한국계 요리사 로이 최가 맡았기 때문일 터. 미국에서 한식과 멕시코 요리를 접합한 ‘코기 BBQ’를 운영하며 명성을 얻은 그를 감독이 적극 섭외했단 후문이다. ‘아메리칸 셰프’는 ‘뻔한’ 흐름이 대충 눈에 보인다. 자기 일에 빠져 가족을 등한시하던 요리사가 가족과 친구 덕에 역경을 딛고 삶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는다는. 허나 뻔한 재료도 조리법에 따라 근사한 요리가 만들어지는 법. 아들에게 하는 “난 최고의 남편도 최고의 아빠도 아니었어. 하지만 이건 잘해. 요리로 사람들을 위로하고 거기서 힘을 얻어”란 전형적인 대사가 전혀 식상하질 않다. 그건 그렇고, 이 영화 땜에 식욕이 확 당기는 건 감점 요소일지도. 15세 이상 관람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2015년은 돌아온 탕아의 해? 보통 방탕한 이를 일컫는 탕아는 부정적인 뜻. 하나 방탕을 “마음이 들떠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의미로 읽자면 올해 영화계엔 꽤나 어울리는 표현이다. 타이틀만으로도 관객의 마음을 쿵쾅거리게 만들 대작 속편들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1일 개봉한 리엄 니슨 주연의 ‘테이큰3’와 15일 선보일 ‘박물관이 살아있다: 비밀의 무덤’은 본게임을 앞둔 몸풀기에 불과하다. ○ 봄=슈퍼 히어로 떼와 자동차 액션 ‘초인들이 진짜 OO천국에서 회식을 할까?’ 지난해 한국 로케이션 이후 국내에서 숱한 패러디가 양산됐던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4월 봄바람을 맞으며 찾아온다. 2012년 1편이 국내에서 약 707만 명을 동원했다. 제작사 마블이 지난해 10월 선보인 첫 번째 공식 트레일러에선 서울 시내가 배경으로 나왔다. 미국 연예 정보지 할리우드리포터에 따르면 12일 두 번째 트레일러를 공개할 예정이다. 2편은 초인 집단이 인류를 파괴하려는 인공지능로봇 울트론과 대적하는 게 기본 뼈대.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과 캡틴아메리카(크리스 에번스) 등 주요 배우들이 그대로 출연한다. 한국 배우 수현은 과학자 ‘닥터 조’ 역을 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1년부터 시리즈를 이어 온 ‘분노의 질주’도 7편을 4월에 개봉한다. ‘스트리트 레이싱 액션’이란 장르를 개척한 이 작품은 열혈 관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특히 1편부터 주연을 맡았던 배우 폴 워커가 지난해 11월 교통사고로 세상을 뜨며 유작이 됐다. 멜 깁슨을 세계적 스타로 만든 ‘매드 맥스’ 시리즈도 5월에 돌아온다. 1985년 3편 이후 30년 만의 귀환. 아쉽게 깁슨은 참여하지 않았으나, 영국 미남 배우 톰 하디와 니컬러스 홀트가 출연했다.○ 여름=공룡과 미래 기계인간 1993년 세상을 놀라게 했던 ‘쥬라기 공원’도 6월 4편 ‘쥬라기 월드’를 내놓는다. 2001년 3편 이후 12년 만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총괄 제작을 맡았고, 2012년 선댄스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영화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을 연출한 콜린 트레보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에선 다음 달 1일(현지 시간) 슈퍼볼 방송 때 TV 광고를 내보내 분위기를 띄울 계획이다. 7월엔 이병헌이 출연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도 선보인다. 4편 ‘미래 전쟁의 시작’ 이후 6년 만이며, 1편을 개봉한 지 31년째다. 1947년생으로 일흔에 가까운 아널드 슈워제너거가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벌써부터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인기 덕에 국내에서도 여신으로 불리는 에밀리아 클라크의 출연도 화제다.○ 가을 & 겨울=톰 아저씨와 우주전쟁 가을인 10월 007 시리즈의 24번째 영화 ‘007 스펙터’가 개봉된다. 2006년 ‘007 카지노 로얄’부터 본드 역을 맡은 대니얼 크레이그가 그대로 주연을 맡았고, ‘만 51세’ 모니카 벨루치가 본드걸로 나온다. 11월엔 지난해 파트1을 공개한 ‘헝거게임: 모킹제이’의 파트2가 나온다. 다소 중량감이 떨어지는 가을보단 겨울이 더 기대된다. 공상과학(SF) 영화의 전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가 연말에 찾아올 예정이기 때문. 프리퀄에 해당하는 ‘스타워즈: 시스의 복수’(2005년)가 나온 지 10년 만이다. 특히 오리지널에 출연했던 해리슨 포드와 마크 해밀이 합류한 사실이 알려지며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나중에 4∼6편으로 명명된 원조 스타워즈(1977∼1983년) 이후의 이야기가 다뤄지는 건 처음이다. 1996년 이래 꾸준히 시리즈를 내놓은 ‘미션 임파서블’도 연말에 5편이 등장한다. 첫 편 출연 때 34세였던 ‘톰 아저씨’ 톰 크루즈가 올해 53세. 2011년 4편 ‘고스트 프로토콜’의 흥행기록(758만 명)을 깰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011년 2편이 500만 명 관객을 모았던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 3편도 연말 개봉 예정.정양환 기자 ray@donga.com}
2015년은 돌아온 탕아의 해? 보통 방탕한 이를 일컫는 탕아는 부정적 뜻. 허나 방탕을 “마음이 들떠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의미로 읽자면 올해 영화계엔 꽤나 어울리는 표현이다. 타이틀만으로도 관객의 마음을 쿵쾅거리게 만들 대작 속편들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1일 개봉한 리암 리슨 주연의 ‘테이큰3’와 15일 선보일 ‘박물관이 살아있다: 비밀의 무덤’은 본 게임을 앞둔 몸 풀기에 불과하다. ●봄=슈퍼히어로 떼와 자동차 액션 ‘초인들이 진짜 OO천국에서 회식을 할까?’ 지난해 한국 로케이션 이후 국내에서 숱한 패러디가 양산됐던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4월 봄바람을 맞으며 찾아온다. 2012년 1편이 국내에서 약 707만 명을 동원했다. 제작사 마블은 지난해 10월 선보인 첫 번째 공식 트레일러에선 서울 시내가 배경으로 나왔다. 미 연예정보지 할리우드리포터에 따르면 12일 두 번째 트레일러를 공개할 예정이다. 2편은 초인 집단이 인류를 파괴하려는 인공지능로봇 울트론과 대적하는 게 기본 뼈대.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캡틴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등 주요 배우들이 그대로 출연한다. 한국배우 수현은 과학자 ‘닥터 조’ 역을 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1년부터 시리즈를 이어온 ‘분노의 질주’도 7편을 4월에 개봉한다. ‘스트리트 레이싱 액션’이란 장르를 개척한 이 작품은 열혈 관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특히 1편부터 주연을 맡았던 배우 폴 워커가 지난해 11월 교통사고로 세상을 뜨며 유작이 됐다. 멜 깁슨을 세계적 스타로 만든 ‘매드 맥스’ 시리즈도 5월에 돌아온다. 1985년 3편 이후 30년 만의 귀환. 아쉽게 깁슨은 참여하지 않았으나, 영국 미남배우 톰 하디와 니콜라스 홀트가 출연했다. ●여름=공룡과 미래 기계인간 1993년 세상을 놀라게 했던 ‘쥬라기 공원’도 6월 4편 ‘쥬라기 월드’를 내놓는다. 2001년 3편 이후 12년 만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총괄 제작을 맡았고, 2012년 선댄스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영화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을 연출한 콜린 트레보로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에선 다음달 1일(현지 시간) 슈퍼볼 방송 때 TV광고를 내보내 분위기를 띄울 계획이다. 7월엔 이병헌이 출연한 ‘터미네이터: 제네시스’도 선보인다. 4편 ‘미래 전쟁의 시작’ 이후 6년 만이며, 1편이 개봉한지 31년째 된다. 1947년생으로 일흔에 가까운 아놀드 슈워제너거가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벌써부터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인기 덕에 국내에서도 여신으로 불리는 에밀리아 클라크의 출연도 화제다.●가을&겨울=톰 아저씨와 우주전쟁 가을인 10월 007 시리즈의 24번째 영화 ‘007 스펙터’가 개봉된다. 2008년 ‘007 컨텀 오브 솔러스’부터 본드 역을 맡은 대니얼 크레이그가 그대로 주연을 맡았고, ‘만 51세’ 모니카 벨루치가 본드걸로 나온다. 11월엔 지난해 파트1을 공개한 ‘헝거게임: 모킹제이’의 파트2가 나온다. 다소 중량감이 떨어지는 가을보단 겨울이 더 기대된다. 과학공상(SF) 영화의 전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가 연말에 찾아올 예정이기 때문. 프리퀄에 해당하는 ‘스타워즈: 시스의 복수’(2005년)가 나온 지 10년 만이다. 특히 오리지널에 출연했던 해리슨 포드와 마크 해밀이 합류한 사실이 알려지며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나중에 4~6편으로 명명된 원조 스타워즈(1977~1983년) 이후의 이야기가 다뤄지는 건 처음이다. 1996년 이래 꾸준히 시리즈를 내놓은 ‘미션 임파서블’도 연말에 5편이 등장한다. 첫 편 출연 때 34세였던 ‘톰 아저씨’ 톰 크루즈가 올해 53세. 2011년 4편 ‘고스트 프로토콜’의 흥행기록(758만 명)을 깰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011년 2편이 500만 명 관객을 모았던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 3편도 연말 개봉 예정.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영화 ‘국제시장’을 둘러싼 이념·세대 간 논쟁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현대사와 관련해 ‘불티가 날아들기를 기다리는 기름 창고’와 같은 상황임을 보여 준다.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가 아직도 현대사에 대해 합의된 기억을 구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시장’ 흥행 의미를 사회·심리학자들에게 들어 봤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을 배경으로 ‘당시 희생으로 지금의 한국을 세운 것이 아니냐’는 메시지가 현 정치 상황과 맞물리면서 논란이 커졌다. ‘변호인’ ‘광해’도 그렇지만 영화에 필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해 정치적 논쟁으로 만들려는 경향이 있다. 영화는 오락으로 즐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중장년 관객의 호응은 현재 세대가 과거를 망각하는 것에 대한 과거 세대의 집단 무의식적 반격으로 보인다. 복합적 과거의 결과로서 현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집단적 기억을 합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나미 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장=‘거울 효과’가 50대 이상 세대에 심리적 치유 기능을 하는 것 같다. 거울효과는 자신과 공통점을 지닌 대상에게 호감을 느끼고 유대감을 형성한다는 것인데 영화를 통해 무의식 속에 쌓인 ‘감정의 찌꺼기’를 치유하는 셈이다. 특히 50대 이상은 그동안 적절히 평가받지 못했던 생애와 가치를 영화가 긍정적으로 인정해 줌으로써 오래된 응어리를 풀어 낼 수 있다. 정양환 ray@donga.com·조종엽 기자}
“이 정도 수준도 부정하면, 한반도에서 저지른 짓은 어쩌자는 거야.” 지난해 12월 31일 한 영화평론가는 영화 ‘언브로큰’(8일 개봉) 시사회를 본 뒤 투덜거리듯 한마디 했다. 개봉 전부터 일본 극우의 성마른 반응으로 주목받은 이 영화는, 평론가 반응처럼 일본군의 만행에 대한 묘사만 놓고 보면 가소롭기 짝이 없다. 물론 작품성과 별개로.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루이(잭 오코널)는 언제나 부모 속을 썩이던 말썽쟁이. 어느 날 형의 권유로 육상을 시작하며 자신의 재능에 눈을 뜬다. 열아홉에 베를린 올림픽까지 출전하며 주목받는 운동선수가 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나라의 부름을 받는다. 공군으로 입대해 여러 전투를 치르던 루이는 아군 구조작전에 나섰다가 태평양에 추락하게 되는데…. 망망대해에서 동료들과 47일이나 표류하다 겨우 목숨을 건지지만, 그를 구한 건 다름 아닌 일본 군함. 전쟁포로로 수용소로 끌려간 루이 앞엔 잔혹한 일본군의 폭압이 기다리고 있다. 최근 국내에도 출간된 동명소설이 원작인 영화는 지난해 7월 세상을 떠난 루이 잠페리니(1917∼2014)란 인물의 실제 경험을 다뤘다. 원작자 로라 힐런브랜드가 7년 동안 그를 취재했을 만큼 꼼꼼한 사실에 바탕을 뒀다. 이를 조엘, 이선 코언 형제가 각본에 참여하고 스타 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연출을 맡으며 화제를 모았다. 졸리 감독은 “어둠을 헤치고 빛을 찾는 젊은이의 여정이 큰 영감을 줬다”고 소회를 밝혔다. 영화는 꽤나 매끈한 이음새를 갖췄다. 잠페리니의 삶이 워낙 극적이라 담담하게 흘러가는데도 울림이 있다. 여러 차례 등장하는 “견딜 수 있으면 이길 수 있다”는 잠언도 설득력 있다. 오코널은 물론이고 와타나베 상병을 연기한 일본 록 뮤지션 미야비의 연기도 나쁘지 않다. 허나 일부겠지만 일본의 유치한 반응이 아니었다면, 그냥 ‘괜찮은 작품’이었을 영화가 이만큼 시끄러웠을까 싶긴 하다. 미 일간지 USA투데이에 따르면 일 극우세력은 졸리 입국 거부 및 영화 보이콧 운동을 벌이고 있다. 조부모가 한국계로 알려진 미야비도 비난의 도마에 올랐다 한다. 근데 솔직히 영화에서 묘사한 일본군 만행은 우리 입장에서 보자면 그리 인상적이지 않다. 왜 루이만 괴롭히나 싶은 것 외엔 훨씬 잔혹하고 비열했던 당시의 일들을 순화한 듯한 기분마저 든다. 뻔한 말이지만 영화에 대한 평가는 관객의 몫이다. 보기 싫으면 안 보면 된다. 그걸 어쩌고저쩌고 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니까. 다만 일본 극우의 태도를 비난하고 싶다면 우리 모습도 냉정히 돌아봐야 한다. 맘에 안 든다며 상영을 걸고넘어진 경험. 그리 오래전도 아니다. 15세 이상 관람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이 정도 수준도 부정하면, 한반도에서 저지른 짓은 어쩌자는 거야.” 지난해 12월 31일 한 영화평론가는 영화 ‘언브로큰(8일 개봉)’ 시사회를 본 뒤 투덜거리듯 한 마디 했다. 개봉 전부터 일본 극우의 성마른 반응으로 주목받은 이 영화는, 평론가 반응처럼 일본군의 만행에 대해 묘사만 놓고 보면 가소롭기 짝이 없다. 물론 작품성과 별개로.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루이(잭 오코넬)는 언제나 부모 속을 썩이던 말썽쟁이. 어느 날 형의 권유로 육상을 시작하며 자신의 재능에 눈을 뜬다. 열아홉에 베를린올림픽까지 출전하며 주목받는 운동선수가 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나라의 부름을 받는다. 공군으로 입대해 여러 전투를 치르던 루이는 아군 구조작전에 나섰다가 태평양에 추락하게 되는데…. 망망대해에서 동료들과 47일이나 표류하다 겨우 목숨을 건지지만, 그를 구한 건 다름 아닌 일본 군함. 전쟁포로로 수용소로 끌려간 루이 앞엔 잔혹한 일본군의 폭압이 기다리고 있다. 최근 국내에도 출간된 동명소설이 원작인 영화는 지난해 7월 세상을 떠난 루이 잠페리니(Louis Zamperini·1917~2014)란 인물의 실제 경험을 다뤘다. 원작자 로라 힐렌브랜드가 7년 동안 그를 취재했을 만큼 꼼꼼한 사실에 바탕을 뒀다. 이를 조엘, 에단 코엔 형제가 각본에 참여하고 스타 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연출을 맡으며 화제를 모았다. 졸리 감독은 “어둠을 헤치고 빛을 찾는 젊은이의 여정이 큰 영감을 줬다”고 소회를 밝혔다. 영화는 꽤나 매끈한 이음새를 갖췄다. 잠페리니의 삶이 워낙 극적이라 담담하게 흘러가는데도 울림이 있다. 여러 차례 등장하는 “견딜 수 있으면 이길 수 있다”는 잠언도 설득력 있다. 오코넬은 물론 와타나베 상병을 연기한 일본 록 뮤지션 미야비의 연기도 나쁘지 않다. 허나 일부겠지만 일본의 유치한 반응이 아니었다면, 그냥 ‘괜찮은 작품’이었을 영화가 이만큼 시끄러웠을까 싶긴 하다. 미 일간지 USA투데이에 따르면 일 극우세력은 졸리 입국 거부 및 영화 보이콧 운동을 벌이고 있다. 조부모가 한국계로 알려진 미야비도 비난의 도마에 올랐다 한다. 근데 솔직히 영화에서 묘사한 일본군 만행은 우리 입장에서 보자면 그리 인상적이지 않다. 왜 루이만 괴롭히나 싶은 것 외엔 훨씬 잔혹하고 비열했던 당시의 일들을 순화한 듯한 기분마저 든다. 뻔한 말이지만 영화에 대한 평가는 관객의 몫이다. 보기 싫으면 안 보면 된다. 그걸 어쩌고저쩌고 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니까. 다만 일본 극우의 태도를 비난하고 싶다면 우리 모습도 냉정히 돌아봐야 한다. 맘에 안 든다며 상영을 걸고 넘어진 경험. 그리 오래 전도 아니다. 15세 이상 관람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독립다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사진)가 28일 344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다양성영화 1위에 올랐다. 곧 400만 명도 넘어선다고 한다. 주위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주인공인 강계열 할머니의 근황이다. 당연하다. 감동이 컸으니, 조병만 할아버지까지 돌아가셨으니 이후 어떻게 사시는지 궁금한 게 인지상정이다. 근데 난감하다. 진모영 감독은 “관심은 고맙지만 할머님을 위해 자제해 달라”고 여러 차례 당부했다. 영화사도 “마케팅과 관련된 일에는 할머님을 절대 끌어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다행이다. 2008년 영화 ‘워낭소리’가 흥행했을 때도 주인공 어르신들이 밀려든 인파에 고초를 겪었던 터. 내년이면 강 할머니는 91세다. 제작진에 안부를 물었다. 일단 할머니는 건강하시다. 무릎이 성치 않지만 정신은 맑다고 한다. 서울 등 육남매 네를 오가시며 영화도 서너 번 봤다. 첨엔 그리 우셨는데 요즘은 할아버지 뵙는다고 반긴단다. 그런데 여기엔 안타까운 사정이 담겨 있다. 자식 집에 머무는 게 할머니 ‘뜻’은 아니란 거다. 아들딸이 잘 모실 텐데 뭔 문제냐 싶지만, 평생 살던 환경에서 벗어나 낯선 도시생활이 어찌 쉬울까. 할머니도 “언제 집에 가냐”고 여러 번 물었다고 한다. 근데 어쩌랴. 그리 만류했건만 고향은 조용하질 않다. 최근에도 한 지상파 방송이 마을을 들쑤셔 이웃이 불편을 겪었단다. 할아버지 기일인 21일에 할머니는 강원도 집에 다녀오셨다. 함께 간 진 감독과 한경수 PD는 산소 앞에서 영화 포스터와 DVD를 불태웠다. 할머니 부탁이었다. 생전에 할아버지는 감독을 ‘일곱 번째 아들’이라 불렀는데, 그곳에서 보시고 좋아하실 거라며. 잠깐 집에 들러 아궁이에 불을 때셨다. 함께 사실 땐 온기가 넘쳤다며. 그러고는 또 한참 눈물을 훔치셨단다. 제작비 1억2000만 원이 든 ‘님아…’는 29일 현재 누적 매출액이 277억 원을 넘어섰다. 수익 배분과 관련해서도 제작자는 말을 아꼈다. “할머님과 가족에게 누를 끼칠까 잠도 안 와요. 영화 탓에 힘드신데도 ‘아들 작품 잘돼 좋다’고 하시는 분이에요. 문제라도 생기면 돈이 뭔 소용입니까. 저희는 평생 죄인이 될 겁니다.”(한 PD) 미안한 마음에 서둘러 전화를 끊으니 겨울바람이 낯짝을 때렸다. 그래, 이제 알겠다. 언제나 곱게 차려 입던 양반들이 잠자리까지 공개했던 이유를. 그건 제작진을 자식으로 받아들였던 맘이었다. 영화가 한 줌이라도 감동을 줬다면, 우리가 할머니를 도와드릴 차례다. 하루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할머님, 건강하세요.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28일 역대 다양성영화 흥행 1위에 올랐다. 홍보사인 ‘영화사하늘’은 “‘님아…’가 28일 오후 344만 명을 돌파해 다양성영화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기존 다양성영화 최고 흥행작은 올 8월 개봉한 미국 영화 ‘비긴 어게인’이 세운 343만 명이었다. ‘님아…’는 25일 ‘워낭소리’(293만 명)가 세운 다큐멘터리 흥행 기록도 깼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크리스마스이브는 다들 잘 보내셨는지. 만족스러웠건 아니건 연말 연초 분위기는 성탄절부터 시작된다. 허나 ‘따신’ 구들방에 누워 TV 리모컨을 돌리는 이도 많을 터. 해마다 틀어대 어디서부터 봐도 다 아는 ‘나 홀로 집에’나 ‘다이하드’가 지겹다면 극장가로 나서 보자. 마침 딱 크리스마스는 물론이고 연말 분위기가 물씬한 미국 영화 ‘숲 속으로’가 24일 개봉했고, 프랑스 영화 ‘노엘의 선물’이 다음 달 8일 관객들을 찾아온다.○ ‘숲 속으로’ 간절히 원하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민인 빵집 주인 ‘베이커 부부’(제임스 고든&에밀리 블런트). 어느 날 이웃 마녀(메릴 스트립)가 찾아와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일러준다. 3일 남은 푸른 달이 뜰 때까지 마녀가 요구한 4개의 물건을 찾아야 하는데…. 모험에 나선 그들은 빨간 망토 소녀(릴라 크로퍼드)와 콩 줄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잭(대니얼 허틀스톤) 등과 만나며 일이 꼬인다. 1987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숲 속으로’는 여러 차례 토니상을 휩쓸며 명성을 떨친 뮤지컬. 2002년 ‘시카고’로 뮤지컬 영화에 일가견이 있음을 증명한 롭 마셜 감독이 연출을 맡아 관심을 모았다. 배우들 역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블런트 외엔 뮤지컬영화 출연 경험이 있거나 뮤지컬 무대 경력을 지닌 이들로 구성돼 기본기를 갖췄다. 재료가 훌륭하면 요리도 웬만해선 망하지 않는 법. 영화 ‘숲 속으로’가 딱 그렇다. 탄탄한 원작에 근사한 배우들이 어우러져 화려한 진수성찬을 펼쳐 보인다. 보통 이런 작품은 원작을 본 관객들이 더 고대하지만, ‘숲 속으로’는 몰라도 재미나다. 신데렐라부터 라푼젤, 잭과 콩 나무, 빨간 망토 등 친숙한 동화들을 맛깔나게 뒤섞어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원작동화와 전혀 다른 전개에 개그 코드도 버무려 정신을 쏙 빼놓는다. 뭣보다 놀라운 건 스트립과 블런트의 노래 실력. 특히 스트립은 ‘맘마미아!’에서도 선보이긴 했지만, 누가 대신 부른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다. 늑대 역을 맡은 조니 뎁은 짧은 분량에도 여전히 강렬한 인상을 남기나 노래는 ‘래퍼’처럼 맛만 보여준다.○ ‘노엘의 선물’ 천식을 앓는 여섯 살 꼬마 앙투완(빅토르 카발)은 성탄절 산타에게 받고 싶은 선물이 있다. 루돌프 썰매에 올라타 별나라로 가보고 싶은 것. 그런데 크리스마스이브에 거짓말처럼 산타(타하르 라힘)가 창문 밖에 쿵 하고 떨어지는 게 아닌가. 그런데 이 산타는 선물은 없이 금딱지가 어디 있는지만 궁금해한다. 이상하긴 해도 소원을 풀고자 앙투완은 산타를 뒤쫓고…. 사실은 도둑이었던 산타는 꼬마를 이용해 또 다른 빈집털이를 계획한다. ‘노엘의 선물’은 보는 내내 머릿속에 누군가가 떠오르는 작품이다. 바로 ‘나 홀로 집에’ 시리즈의 케빈(매컬리 컬킨). 1990년대를 풍미했던 케빈처럼 사랑스러운 꼬마 캐릭터를 오랜만에 만나는 기쁨이 크다. 물론 정확히 말하면 케빈이 하도 야무져 ‘까져’ 보였다면, 곰돌이 푸우처럼 통통한 앙투완은 순수하다 못해 다소 어수룩하다. 모르는 사람 함부로 따라가지 말란 교육도 안 받았단 말인가! 개봉 타이밍은 아쉽다. 아무리 봐도 성탄절 특집영화인데 개봉이 내년 1월 8일이다. 센 영화들 피한 맘은 십분 이해하지만, 그래도 너무 늦다. 동화에 바탕을 둔 ‘숲 속으로’와 달리 현실세계를 다루는데도 훨씬 판타지 같은 이야기 전개도 살짝 거슬린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23일 오후 4시 반 서울 중구 소공동의 한 영화관. 평소 한산한 시간대인데도 한 관은 꽤나 붐볐다. 진한 팝콘 냄새를 풍기는 20대 연인부터 왁자지껄한 40대 여성들, 그리고 백발을 빗어 넘긴 노부부까지. 영화 속에서 98세 남편이 시름시름 앓자 곳곳에서 흐느낌이 효과음처럼 퍼졌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여전히 눈가가 벌겋던 관객 강모 씨(29·회사원)는 “얼마 전 돌아가신 할머니에 부모님, 미래의 내 모습까지 떠올라 남자친구 손을 잡고 펑펑 울었다”고 말했다. 76년을 해로한 황혼 노부부의 사랑과 죽음을 다룬 독립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잔향이 갈수록 진해진다. 휴일엔 하루 30만여 명이 몰리며 23일까지 263만 명이 관람했다. 홍보사 영화사하늘은 “이 추세라면 크리스마스(25일)에 다큐멘터리 최고 흥행작인 ‘워낭소리’(약 293만 명) 기록을 깰 것이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역대 다양성영화 1위인 ‘비긴 어게인’(약 343만 명)을 넘어서는 것도 시간문제다. ‘님아…’의 제작비는 약 1억2000만 원. 23일 현재 누적 매출은 204억3000여만 원으로 제작비의 170배 넘게 벌어들였다. 영화사하늘의 최경미 실장은 “중장년층은 비슷한 경험에서 동질감을 느끼고, 청년층은 보편적 정서에 공감하며 76년을 해로한 노부부를 통해 ‘영원한 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님아…’ 돌풍은 올해 문화계 전반을 흔드는 ‘어르신 신드롬’과 맞닿아 있다. ‘어르신 신드롬’은 그동안 비주류로 여겨지던 노년세대를 전면에 내세운 문화콘텐츠들이 ‘대박’을 치는 현상을 일컫는다. 중장년층 이상을 타깃으로 삼아 그들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판매하는 실버마케팅과는 결이 다르다. ‘돌아온 봄(回春)’은 특정 문화 장르에 국한되지 않았다. TV는 예능이 불을 댕겼다. 지난해부터 탄력 받은 tvN ‘꽃보다 할배’ 시즌2와 ‘꽃보다 누나’가 뜨거웠다. 하반기 최고 인기 예능인 ‘삼시세끼’ 역시 백일섭 윤여정 등이 출연해 관심을 모았다. 드라마에선 63세 가장 차순봉(유동근)이 중심인 KBS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가 시청률 40% 안팎에 이르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영화에선 ‘님아…’ 이전에 70대 할머니의 회춘을 다룬 ‘수상한 그녀’가 약 866만 명을 끌어모았다. 6월 스웨덴 영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도 화제였다. 동명소설은 올해 교보문고 집계 종합베스트셀러 1위(45만 부)에 올랐다. 공연에서도 이순재 신구 나문희 씨가 출연한 연극 ‘황금연못’(9∼11월)이 인기를 끌었다. 어르신 신드롬의 특징은 모든 세대를 아우른다는 점이다. CGV에 따르면 ‘님아…’는 관객의 약 70.6%가 10∼30대였다. 연극 ‘황금연못’도 30대 이하가 65.7%였다. 전문가들은 이런 신드롬의 바탕엔 ‘진정성’에 대한 사회적 목마름이 배어 있다고 분석했다. ‘존경할 만한 어른’을 찾기 힘든 시대에 오랜 연륜에서 우러나는 경험치를 배울 수 있고, 골치 아픈 정치색이나 계층 갈등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어느 나이대나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며 노인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가 문화를 통해 표면화되고 있는 것”이라며 “다만 노년의 삶을 매력적인 부분만 부각시키거나 노인을 친근한 캐릭터로 포장함으로써 노년의 현실을 다소 왜곡해서 보여주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양환 ray@donga.com·이새샘 기자}
여느 해처럼 2014년 영화계도 다사다난했다. 김한민 감독의 ‘명량’이 종전 국내 흥행기록을 모조리 갈아 치운 가운데 ‘인터스텔라’까지 천만클럽(관객 1000만 명 넘은 영화) 작품도 4편이나 됐다. ‘비긴 어게인’이 다양성영화 신기록을 세우는 등 작지만 강한 영화의 선전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한국영화는 개봉 편수가 지난해보다 늘었음에도 2010년 이후 4년 만에 외화에 밀려 점유율이 50% 아래로 떨어졌다. 7월 개봉한 ‘명량’의 광풍은 거셌다. 일일 관객 100만 시대를 열며 승승장구하더니 1761만 명을 넘겨 2009년 ‘아바타’(1362만 명)를 제치고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사회적으로도 이순신 신드롬을 일으키며 리더십이라는 화두를 던진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명량’에 앞서 ‘변호인’과 ‘겨울왕국’도 올 초 천만클럽에 가입했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변호인’(1138만 명)은 1월 19일 1000만 명을 넘어섰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재로 한 ‘변호인’은 정치영화로는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 ‘렛잇고’를 히트시킨 ‘겨울왕국’(1030만 명) 역시 애니메이션 최초의 천만클럽 입성이었다. 20일 현재 989만 명을 넘겨 이번 주에 1000만 명이 확실시되는 ‘인터스텔라’까지 올해 천만클럽 영화가 4편인 것도 새로운 기록이다. 8월 개봉한 음악영화 ‘비긴 어게인’은 약 343만 명이 들며 역대 다양성영화 흥행 1위에 올랐다. 종전 기록은 2008년 ‘워낭소리’가 세운 293만 명.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했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77만 명), 인간과 인공지능컴퓨터의 사랑을 다룬 ‘그녀’(35만 명)도 사랑받았다. 큰 화제를 모은 소규모 국내영화도 눈에 띈다. 4월 개봉한 ‘한공주’는 배우 천우희의 열연이 돋보였던 수작이다. 지난달 27일 개봉해 20일 현재 210만 명을 넘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기세도 엄청나다. 하지만 한국영화 전체로는 흉작에 가깝다. ‘명량’을 제외하면 올해 개봉한 영화 가운데 500만 명을 넘긴 작품이 ‘해적: 바다로 간 산적’(867만 명)과 ‘수상한 그녀’(866만 명) 2편밖에 없다. 허리에 해당하는 중간급 흥행작(300만∼500만 명)도 ‘군도: 민란의 시대’ ‘타짜-신의 손’ ‘역린’ ‘신의 한 수’ ‘끝까지 간다’ 5편뿐. 한국영화는 20일 현재 개봉작이 217편으로 지난해(183편)보다 늘었지만 점유율은 지난해 59.7%보다 10%P 이상 떨어진 48.6%에 그쳤다. 세월호의 아픔은 영화계로도 전이됐다. 4월 한 달간 지난해 동월 대비 약 206만 명(1126만→920만 명)이 줄었다. 5월부터 수치상으론 회복세에 들어섰지만 극장가 분위기는 오랫동안 경색됐다. 국내 4대 배급사의 성적은 엇갈렸다. CJ엔터테인먼트는 ‘명량’과 ‘수상한 그녀’가 대박을 친 데다 17일 개봉한 ‘국제시장’까지 20일 현재 110만 명을 넘기며 순항하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해적…’이 히트를 쳤고 ‘역린’ ‘타짜…’도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쇼박스는 대작 ‘군도…’가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신의 한 수’와 ‘끝까지 간다’로 체면치레했다.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신생 배급사로 지난해 ‘7번방의 선물’ ‘숨바꼭질’ ‘감시자들’ ‘신세계’ 등 히트작을 줄줄이 내놓았던 뉴(NEW)는 ‘변호인’이 천만 영화에 올랐지만, 올여름 ‘해무’는 흥행 경쟁에서 밀렸고 이후 눈에 띄는 작품을 내놓지 못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