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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사업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월 1200만 원이던 이자가 몇 개월 새 2000만 원이 됐어요.” 경기 안산시 시화국가산업단지(시화산단)에서 연매출 180억 원 규모의 제조회사를 운영하는 A 씨는 23일 이렇게 하소연했다. 원자재 구매 비용이 늘어나 수익성이 악화됐는데 최근 대출 이자 부담까지 급증해 ‘빚에 치이는 삶’이 됐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연 2%대로 빌린 대출 금리는 현재 연 5.9% 수준까지 오른 상태다. 그는 “이자 비용을 탕감해주지 않으면 망하는 기업들이 속출할 것”이라며 “지금은 은행이 ‘돈잔치’를 벌일 게 아니라 힘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을 줄여줄 때”라고 토로했다. 국내 은행에서 돈을 빌린 중소기업의 80% 가까이가 연 5% 이상의 고금리를 감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중 금리가 연 5%를 넘는 고금리 대출의 비중(신규 취급액 기준)은 지난해 11월 현재 83.8%로 집계됐다. 이자 부담 증가에 따라 대출 부실도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신용보증기금이 중소기업의 운전자금 대출 등을 위해 제공하는 일반보증의 부실률(연체, 휴·폐업 등으로 보증 사고가 발생한 보증액의 비율)은 올해 1월 3.2%로 지난해 1월(1.9%)보다 70% 가까이 급증했다. 신보가 부실기업 대신 빚을 갚아주는 대위변제 비율도 지난해 1월 1.2%에서 12월 1.9%로 불어났다. 지난해 팬데믹과 글로벌 원자재 대란, 고환율 등 여러 악조건이 겹친 상황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대출을 늘릴 수밖에 없었는데, 여기에 고금리 파도가 겹치며 부실 위험이 급격히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공급망 대란에 늘린 대출, 이자 폭탄으로… 中企 “더는 못버텨” ‘대출이자 부담 2배로’ 中企대출금리 1년새 2.39%P 껑충은행 연체율 올라 건전성 악화 우려저금리 보증 확대 등 대책 시급 23일 찾은 시화산단에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했다. 안산 반월산단, 인천 남동산단과 함께 수도권 3대 제조업 단지로 손꼽히는 곳이지만 활기찬 모습을 찾긴 어려웠다. 폐업한 것으로 보이는 몇몇 업체의 문은 닫혀 있었고 직원 한 명 없이 장비와 철강 제품만 널브러진 공장도 상당했다. 공장과 공장 사이 골목에는 채권 추심업체의 전단지도 곳곳에 붙어 있었다. 지난해 팬데믹과 원자재 대란 등의 영향으로 제조업 경기가 위축된 데다 최근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느끼는 중소기업들이 많아진 결과다.● 中企 80%가 연 5% 이상 고금리 감당2021년 12월까지만 해도 연 5%가 넘는 금리가 적용된 중기 대출은 전체의 4.4%에 불과했다. 전체 대출의 82.7%는 연 4% 미만 금리에 몰려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기준금리 인상이 가속화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연 5% 이상 금리가 적용된 대출의 비중은 지난해 6월 12.3%까지 오르더니 7월과 10월 두 번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거쳐 11월 83.8%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월(92.3%) 이후 14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소기업 대출에 적용되는 평균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도 지난해 12월 현재 연 5.76%로 1년 전(3.37%)보다 2.39%포인트 급등했다. 같은 기간 기준금리 인상 폭(2.25%포인트)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런 가파른 금리 상승에도 환율 급등과 공급망 대란 등으로 현금이 부족해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오히려 ‘살기 위해’ 대출을 늘려야 했다. 인천 남동구 간석동에서 수제가방 장사를 하는 송모 씨는 사업 및 정책자금 대출, 소상공인 대출 등으로 1억5000만 원의 빚을 지고 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그가 부담했던 대출 이자는 매달 50만∼60만 원 수준이었는데 지난해 12월부터는 100만 원이 넘는 이자를 내고 있다. 송 씨는 팬데믹 이후 사업소득까지 줄어들며 차상위 계층으로 전락했다. 그는 “이자 부담이 너무 커져 장사로 대출 비용을 충당하는 것도 힘겨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연체·부실 본격화 조짐에 은행도 ‘경고등’고금리 대출이 늘어나면서 부실도 늘어나고 있다. 5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평균 연체율은 지난해 1월 0.23%에서 12월 0.28%로 올랐다. 개인사업자 대출의 평균 연체율도 같은 기간 0.16%에서 0.24%로 급등했다. 한 시중은행의 임원급 관계자는 “가계대출은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지만 ‘살기 위해 빚을 내는’ 중기들의 부실이 상대적으로 더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담보 능력이 약한 중소기업을 위해 대출 보증을 해주는 신보 역시 보증 부실률이 1년 만에 1%대에서 3%대로 급격히 치솟았다. 그만큼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가계대출이 감소한 대신 기업대출을 늘리면서 막대한 이자 이익을 챙겼다. 하지만 은행들도 기업 대출에서 부실이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올 경우 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크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대출 부실에 대비해 은행들이 충당금을 상당히 쌓아놓는 등 대비에 들어갔다”며 “향후 경기 상황에 따른 연체율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부담으로 고통받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석용찬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장은 23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만나 “중소기업 절반 이상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일시적으로 신용등급 하향이나 금리 인상을 유예하고 저금리 보증 대출 공급을 확대해주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은행들은 중소기업이 어려울 때 기계적으로 금리를 올리지 말고 낮은 금리로 연체율을 관리하는 등 ‘관계형’ 금융으로 가야 한다”며 “금융 지원 등을 통해 중소기업들이 회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경제 연착륙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안산=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카카오, 케이뱅크에 이어 인터넷은행 3위 업체 ‘토스뱅크’가 최대 5000억 원 규모의 투자금 유치에 나섰다. 자본을 늘려 재무 상태를 개선하고 후발 주자로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최근 외부 자금을 유치하고자 다수의 외국계 증권사에 입찰 제안을 요청했다. 약 50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해 현재 1조4500억 원인 자본금을 2조 원 정도까지 늘리길 희망하고 있다. 토스뱅크가 외부 자금 확보에 나선 것은 카카오, 케이뱅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예금, 적금, 대출 등의 금융 서비스를 보다 공격적으로 펼치기 위해선 자본금을 늘려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2021년 10월 출범한 토스뱅크는 경쟁사보다 높은 2% 금리의 수시입출금 통장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개인 고객을 넘어 사업자 대출로 운신의 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2월 인터넷은행 최초로 비대면, 무보증, 무담보 신용대출인 ‘토스뱅크 사장님 대출’ 서비스를 출시해 차별화를 꾀했다. 20일 기준 이 대출 서비스의 공급 규모는 1조5000억 원까지 불어났다. 토스뱅크의 투자 유치 행보는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금융 당국의 정책 기조와도 맞닿아 있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금융 당국은 국내 시중은행들의 과점 체제를 깨뜨리기 위해 소규모 특화 은행의 신규 허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은행권의 ‘성과급 돈잔치’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경영진의 보수를 주주가 감시하는 제도와 회사에 손해를 끼친 임직원의 성과급을 환수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금융 당국이 대형은행 중심의 과점체계를 허물고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해 보험, 증권, 카드사도 은행 영역에 일부 진입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규 플레이어가 시장에 들어와 은행들과 나란히 경쟁하려면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증권이나 보험 등 다른 업권 금융사들부터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최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은행권의 경쟁 촉진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연구기관뿐 아니라 민간 전문가, 협회 등의 관계자들도 다수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 중이다. 우선 금융 당국은 보험, 증권, 카드사의 법인 지급결제 허용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현재 법인은 은행의 가상 계좌를 거쳐야만 이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데, 이 같은 은행 영역을 다른 금융권에 열어주려는 것이다. 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 요건을 완화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렇게 되면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이 더 다양한 대출 상품을 내놓으며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올해 카카오뱅크는 전체 가계 신용대출에서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율을 30%, 케이·토스뱅크는 각각 32%, 44%로 맞춰야 한다. 시중은행(신한 KB국민 우리 하나 NH농협) 간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수신 및 대출 비교 플랫폼을 확대 개편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을 시중은행과 유의미한 경쟁자로 만들기 위해 예금·대출 업무 확대, 지점 증설 등도 검토한다. 당국이 주도하는 태스크포스의 실무 작업반 회의는 매주 개최된다. 최종 방안은 늦어도 6월에는 나올 전망이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금융감독원이 간편결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고객 보호 미비에 대한 제재에 나섰다. 금융 당국의 압박이 은행, 보험, 카드를 넘어 ‘빅테크’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네이버페이를 운영하는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에 각각 7건, 4건의 개선 사항을 요구하는 제재를 내렸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자금세탁 등 의심스러운 거래를 검토하는 기준을 불합리하게 운영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페이는 위험 평가모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고객 정책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받았다. 금융업계에서는 감독 당국의 금융권 압박이 빅테크까지 확장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결제 사업을 펼치는 빅테크들은 기존 카드사 대비 가맹점 수수료율을 높게 적용해 왔다. 현재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는 연 매출 10억∼30억 원 규모의 가맹점에 각각 1.85%, 2.70%의 결제 수수료를 부과한다. 주요 카드사의 수수료율이 1.5%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다소 높은 수준이다. 특히 이들이 연 매출 3억 원 미만의 소상공인 사업장에 부과하는 수수료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네이버페이(0.9%)와 카카오페이(1.7%)의 수수료율 모두 카드사(0.5%)와 비교했을 때 최대 3배 수준이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의 빅테크 관리 감독 기조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금감원은 12일에 주요 선진국의 빅테크 규제 사례를 연구하고자 직원 한 명을 영국 금융감독청에 파견 보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빅테크의 금융 부문에 대해 어떤 식으로 규제할지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정부, ‘챌린저 은행’ 신설 추진… 은행 과점체제 개선 나선다 과점 체제에서 과도한 이자 이익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받는 국내 은행들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챌린저 은행’으로 불리는 소규모 특화 은행 신설 등을 본격적으로 검토한다. 또 경영진의 보수를 주주가 감시하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임직원의 성과급은 적극 환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금융사들의 자발적인 혁신과 경쟁을 유도해 은행의 ‘돈잔치’를 막고 금융소비자들의 효용을 높이려는 취지이지만, 이로 인해 실제 금융업계에 의미 있는 변화의 바람이 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금융당국이 국내 시중은행들의 과점(寡占) 체제를 깨뜨리기 위해 이른바 ‘챌린저 은행’이라고 불리는 소규모 특화 은행의 신규 허가 여부를 본격적으로 검토한다. 은행들의 성과급 ‘돈 잔치’ 논란과 관련해서는 경영진의 보수를 주주가 감시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임직원의 성과급을 적극 환수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한다. 금융위원회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등과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이 같은 개선 방향을 밝혔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과점 문제를 지적한 가운데 출범한 이번 TF에서는 5대 시중은행 중심의 구도가 굳어진 금융권에 치열한 경쟁 구도를 조성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살펴볼 계획이다. 회의를 주재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은행이 미래를 위한 혁신과 변화보다 안전한 이자 수익에만 안주하는 보수적인 영업 행태 등을 전면 재점검하고 과감히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소규모 특화 은행 설립 추진 정부는 우선 은행업 인가 단위를 잘게 쪼개거나(스몰 라이선스) 인터넷 전문은행에 핀테크를 접목한 형태의 챌린저 은행 설립 방안을 검토한다. 영국 등 유럽에서 영역을 키우고 있는 챌린저 은행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 인터넷 전문은행과 비슷하지만 특정한 고객군을 위해 개인영업, 기업영업, 주택담보대출 같은 특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다르다. 또 금융업 인가를 기존보다 세분해 간편 대출이나 중소기업 대출 등 특정 상품을 전문으로 하는 은행 신설을 추진한다. 가령 앞으로는 ‘소상공인 전문은행’ 등이 만들어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기존 금융사와 금융 서비스를 활용해 시중은행들의 경쟁을 유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예금·대출 비교 추천 서비스를 활성화해 기존 은행들 간 금리 경쟁을 이끌어내고 보험, 증권 등 다른 금융업권이 은행과 경쟁하도록 하는 방안도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과점화된 대형 은행들이 서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경쟁 의지 자체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경쟁 강화를 위해 최대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경영진 보수의 주주 감시, 환수 장치도 마련 은행들이 고금리 상황에서 과도한 이자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가계부채와 금리체계 개선 방안도 TF의 주요 검토 대상이다. 현재 변동금리 대출이 대부분인 가계대출에서 고정금리 대출을 확대하고 예대금리 차 공시제도 개편 등을 통해 은행의 금리 산정 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다. 은행의 과도한 성과급 논란과 관련해서는 보수체계 개선에 나선다. 경영진의 보수를 주주들이 심의하는 ‘세이 온 페이(say on pay)’ 제도 도입과 금융사 임원이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때 성과급을 환수할 수 있는 ‘클로백(claw back)’ 제도를 강화하는 방안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TF는 이 밖에 은행의 △손실흡수능력 제고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사회공헌 활성화 방안 등도 함께 논의해 올 6월 말까지 개선 방안을 확정 짓고 보험, 카드, 증권 등 다른 금융업계에도 이를 확대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다만 금융당국의 이런 방안들이 기존 시중은행들의 시장점유율을 위협할 정도로 금융권의 판을 뒤흔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 인터넷은행도 시중은행과 경쟁이 어려운 상황인데 소규모 특화 은행들이 얼마나 ‘메기 효과’를 낼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금융당국 수장들이 손쉬운 이자 장사로 ‘돈잔치’를 벌인 은행권을 또다시 질타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은행 고객은 분명히 어려워졌는데 고객에게 돈을 빌려준 은행은 돈을 벌었다”며 “하지만 은행이 어떤 혁신적인 노력과 서비스를 기울였는지에 대해서는 마땅한 답이 없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성과 체계가 단기 이익 중심인지 전면적으로 살펴보겠다”고 언급했다. 이 원장은 금융지주에서 10년 가까이 제왕적 회장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며 개선책을 고민 중이라고도 했다. 여야도 한목소리로 은행들을 질타하며 당국에 조치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은 “국민의 고혈로 얻은 반사 이익으로 성과급 잔치를 하면서 사회적 책임에는 소홀하다는 것에 공감하지 않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야당은 정부의 금융 정책도 질타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민금융 위기의 주범은 윤석열 대통령과 금융위”라며 “대통령과 정부가 ‘이자 칼춤’을 추는 선무당이자 ‘이자 폭탄’을 던지는 금융 폭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주택담보대출 이용 고객의 원금 상환을 유예해주는 ‘프리 워크아웃’ 적용 대상을 다음 달부터 확대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9억 원 미만 주택을 보유 중이면서 총부채상환비율(DTI)이 70% 이상인 대출자에게 최대 3년 동안 원금 없이 이자만 상환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엔 6억 원 미만 주택 보유자로 실업이나 질병 등 사유가 있을 때만 원금 상환 유예가 됐는데 그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 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금리 부담을 덜어주는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도 전체 개인사업자 등으로 확대 실시한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과도한 ‘돈 잔치’를 벌였다고 지적받는 주요 시중은행들이 올해에도 임금과 성과급을 전년보다 대폭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역대급’ 실적,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하지만 여론의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금융 당국은 시중은행에 이어 증권, 보험, 카드사 등의 보상 체계도 점검하기로 했다. 성과급 논란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은 임단협 협상을 통해 올해 일반직 임금상승률(기본급 기준)을 지난해 2.4%에서 올해 3%로 높였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네 곳의 은행은 성과급에 대한 협상도 마무리했다. NH농협은행은 올해 성과급 지급률이 기본급 대비 400%로 가장 높게 책정됐고, 신한(361%·우리사주 포함), 하나(350%), KB국민(280%·격려금 별도) 등이 뒤를 이었다. 은행들의 성과급 지급률은 지난해 대비 약 50∼60%포인트 높아졌다. 은행들의 성과급 지급률이 높아지면서 전체 지급 규모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황운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은 총 1조3823억 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올해 성과급 규모는 1조4000억 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전년도 실적과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 임금 상승률과 성과급 지급률을 책정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금리 상승으로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된 시기에 은행권이 계속해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이를 임직원들에게 지급하는 것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은행권 ‘성과급 잔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가운데 금융 당국은 은행에 이어 증권, 보험, 카드사 등 전 금융권의 보상 체계도 점검하기 시작했다. 당국은 우선 작년에 역대급 실적을 내세워 연봉의 30∼50%를 성과급으로 책정한 일부 보험사와 카드사부터 살펴볼 예정이다. 증권사의 경우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유동성 위기를 겪은 곳 위주로 성과급 현황을 점검할 방침이다. 보상 체계의 제도 개선도 검토한다. 금융 당국은 금융사 임원이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때 성과급을 환수할 수 있는 ‘클로백(claw back)’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방안을 연구 중이다. 현재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 규정에 관련 조항이 포함돼 있지만, 규정이 실제로 적용된 사례가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당국은 미국과 영국에서 시행 중인 ‘세이 온 페이(say on pay·임원 보수를 주주총회에서 심의받도록 하는 제도)’도 참고해 개선책을 마련할 예정이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금융 당국이 대출자의 ‘금리 인하 요구권’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관련 공시 제도를 개편한다. 손쉬운 이자 장사로 과도한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지적을 받는 은행권에 대한 ‘기강 잡기’가 연일 이어지는 모습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13일부터 금리 인하 요구권을 활성화하기 위한 은행업 감독 업무 시행 세칙을 시행했다. 금리 인하 요구권이란 승진, 취업 등으로 소득이 늘거나 빚을 성실히 갚아 신용도가 높아진 대출자가 금융회사에 이자 부담을 낮춰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2019년 6월부터 법제화됐지만, 이에 대한 은행들의 공시가 미흡해 소비자에게 관련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금감원은 대출자가 금리 인하 요구권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공시 대상을 다양화하기로 했다. 지금은 공시 내용이 신청 건수, 수용 건수, 이자 감면액, 수용률에 그치고 있지만 앞으로는 운영 실적 현황을 가계와 기업대출로 구분하고 신용, 담보,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 종류별로 수용률을 따로 공시한다. 또 은행 창구를 직접 방문할 때와 비대면 방식으로 할 때 차이를 알 수 있도록 비대면 신청률을 별도로 공시하고 금리 인하 요구권을 수용한 은행권의 평균 금리 인하 폭도 함께 제공한다.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5대 은행(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의 가계대출에 대한 금리 인하 요구권 수용률은 평균 41.2%였다. NH농협은행이 60.5%로 수용률이 가장 높았으며 우리(46.1%), KB국민(37.9%), 하나(32.3%)가 뒤를 이었다. 금리 인하 요구권 수용에 따른 이자 감면액은 신한은행이 27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11억 원), KB국민(8억6000만 원), 우리(7억7000만 원), 농협(5억 원) 순이었다. 금융 당국은 대출 금리 상승으로 경제적인 부담이 커진 서민들이 금리 인하 요구권을 적극 활용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금감원은 은행권을 시작으로 보험, 카드, 저축은행 등 나머지 금융권에서도 금리 인하 요구권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상반기 중 공시 확대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금리 인하 요구권의 수용 기준이 은행별로 각기 다르고 은행들이 구체적인 기준 공개를 꺼리고 있어서 공시 확대만으로 이 제도가 활성화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별로 수용 여부를 판단하는 평가 방식이 조금씩 다른 만큼, 같은 사람이라도 금리 인하 수용 여부가 은행마다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통신 3사가 가계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3월 한 달간 모바일 데이터를 추가로 제공하기로 했다. 은행연합회는 향후 3년 동안 취약 계층에게 10조 원을 공급하는 내용의 공익성 강화 대책을 내놨다. 물가 인상에 따른 정부의 민생 안정 대책에 동참하기 위한 지원책이다. 1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만 19세 이상 3세대(3G)·롱텀에볼루션(LTE)·5G 스마트폰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데이터 30GB(기가바이트)를 추가 제공한다. KT도 데이터 완전 무제한 요금제 이용자를 제외한 만 19세 이상의 고객에게 한 달간 무료 데이터 30GB를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모든 모바일 서비스 고객에게 한 달간 가입 요금제에 포함된 기본 데이터와 같은 양의 데이터를 추가로 제공한다. 통신 3사의 모바일 데이터 지원은 고객의 별도 신청 없이 자동으로 제공된다. 금융권도 민생 안정 방안을 마련했다. 은행권은 공동 사회공헌 자금을 5000억 원 규모로 조성해 취약 대출자(2800억 원)와 성실 상환 대출자(1700억 원) 등을 지원한다. 새희망홀씨, 햇살론15, 햇살론뱅크 등 서민금융상품 지원 규모도 7조 원으로 기존 목표액 대비 약 9.3% 늘릴 계획이다. 다만 통신사의 추가 데이터 제공은 근본적인 민생 안정과는 거리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혜택 기간을 ‘한 달’로 한정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은행권이 제시한 10조 원의 경우 부풀려진 수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증 재원을 늘려 그 수십 배에 이르는 대출을 더 해주는 ‘보증 효과’가 상당 부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통신 3사가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3월 한 달간 모바일 데이터를 추가로 제공하기로 했다. 물가 인상에 따른 정부의 민생 안정 대책에 동참하기 위한 지원책이다. 1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만 19세 이상 3세대(G)·롱텀에볼루션(LTE)·5G 스마트폰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사용 중인 요금제의 기본 제공 데이터 외에 추가로 데이터 30㎇(기가바이트)를 제공한다. KT도 데이터 완전 무제한 요금제 이용자를 제외한 만 19세 이상의 고객에게 3월 한 달간 무료 데이터 30GB를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모든 모바일 서비스 고객에게 3월 한 달간 가입 요금제에 포함된 기본 데이터와 같은 양의 데이터를 추가로 제공한다. 데이터 무한 요금제나 100GB이상 데이터 가입자는 태블릿PC 등 다른 기기에서 나누어 쓸 수 있는 테더링 데이터를 기본 제공량만큼 추가로 받는다. 통신 3사의 모바일 데이터 지원은 고객의 별도 신청 없이 자동으로 제공된다. 금융권도 민생 안정 방안을 마련했다. 은행연합회는 향후 3년 동안 취약 계층에게 10조 원을 공급하는 내용의 공익성 강화 대책을 내놨다. 은행권은 공동 사회공헌 자금을 5000억 원 규모로 조성해 취약 대출자(2800억 원)와 성실 상환 대출자(1700억 원) 등을 지원한다. 새희망홀씨, 햇살론15, 햇살론뱅크 등 서민금융상품 지원 규모도 7조 원으로 기존 목표액 대비 약 9.3% 늘릴 계획이다. 다만 은행권이 제시한 10조 원이란 수치가 다소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증 재원을 늘려 그 수십 배에 이르는 대출을 더 해주는 ‘보증 효과’가 상당 부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작년 한 해 동안 불법 사금융에 대한 신고가 12만 건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취약계층 대출자들을 대상으로 한 불법 사금융 신고 및 상담 건수는 총 12만3233건이었다. 이는 2020년(12만8538건), 2021년(14만3907건) 대비 소폭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온라인 불법 금융 광고에 대한 차단 의뢰는 1만7435건으로 2020년(1만641건), 2021년(1만6091건)에 이어 계속 증가세를 보였다. 금융 지식이 부족한 청소년들이 ‘불법 대리 입금’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불법 대리 입금 광고는 2019년 1211건에서 지난해는 8월 말까지 약 2.5배인 3082건으로 증가했다. 대리 입금은 업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게임 아이템이나 콘서트 관람권을 사고 싶어하는 청소년을 유인한 뒤 우선 돈을 먼저 납입해주는 행위다. 단기간(2∼7일) 동안 10만 원 안팎의 소액 자금을 최고 수천 %의 금리로 빌려주고 있어, 청소년들이 고리대금 영업에 무분별하게 노출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금감원은 올해 불법 사금융과 관련된 서민 피해를 차단하기 위해 범정부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국내 비상장 기업 대표를 지낸 A 씨(69)는 2013년 한 금융지주사의 제의로 사외이사를 맡았다. 그는 2년 동안 200건 가까운 금융지주사 이사회 안건을 의결했지만 한 번도 반대 의견을 내지 않고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A 씨는 2년 임기를 마친 뒤 해당 그룹의 자회사로 자리를 옮겨 2년을 더 일했고, 또다시 같은 금융지주의 은행에서 1년을 더 채웠다. 그렇게 5년을 동일한 금융그룹의 사외이사로 일하면서 A 씨는 매달 평균 430만 원을 받았다.‘주인 없는 기업’으로 불리는 주요 금융사의 이사회가 사실상 경영진을 위한 ‘거수기’로 전락하면서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이 최근 최고경영자(CEO)의 ‘셀프 연임’을 막기 위해 이사회의 견제, 감시 기능 강화에 착수하고 나선 데도 이런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93건 의결할 때 반대표는 단 하나동아일보가 지난해 상반기(1∼6월)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사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총 93건의 안건 중 100%인 93건이 이사회에서 찬성 의결됐다. 또 6개월간 이사회 표결 과정에서 나온 반대표도 단 1표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독립적인 위치에서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이나 전횡을 막아야 되는 이사회의 기능이 사실상 무력화돼 있다는 징표로 풀이된다. 금융사 사외이사들이 소신껏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이들 상당수가 ‘생계형’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억 원 가까운 연봉을 받는 사외이사 자리가 사실상 하나의 직업과 다름 없이 인식되면서 연임이나 다른 기업 사외이사 자리 확보를 위해 굳이 경영진과 각을 세우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 전직 사외이사는 “경영진에게 쓴소리를 많이 할 경우 ‘사외이사 업계’에서 기피 인물이 돼 도태될 수 있다”며 “억대 연봉에 가까운 자리가 은퇴 후 생계를 위한 일자리라면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기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4대 금융지주 34명 사외이사 가운데 절반은 대학이나 공직, 금융사 등 현업에서 물러난 퇴직자로 1인당 평균 8000만 원 이상의 보수를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다른 전직 사외이사는 “어떤 금융사는 사외이사가 아무런 역할을 안 해주기를 원하는 곳도 있다”며 “말썽꾸러기로 소문 나서 좋을 것이 없기 때문에 사외이사들이 회사에 ‘갑’이 아니라 순한 ‘을’이 돼 버린 상황”이라고 했다. 경영진과 이사회가 ‘서로가 서로를 임명하는’ 유착 관계에 빠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CEO가 사외이사 선임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그로 인해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해당 CEO를 연임시키는 순환 구조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경영진과 친밀한 관계를 쌓은 사외이사가 여러 차례 연임을 하거나 여러 계열사의 사외이사를 돌아가면서 맡는 ‘돌려막기’로도 이어진다. 가령 현재 한 금융지주사 사외이사로 활동 중인 B 씨(60)는 처음 3년간은 이 금융지주의 계열사 사외이사를 지낸 뒤 다시 6년째 지주사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교수 출신의 한 전직 사외이사는 “자회사들을 십분 활용하면 최대 9년까지 한 그룹의 사외이사로 활동할 수 있다”며 “계속 자리를 유지하려면 경영진에게 다른 의견을 내기가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34명의 평균 재임기간은 3년 5개월로 조사됐다. 사외이사의 첫 임기가 보통 2년, 연임 임기는 1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2, 3연임이 관례화돼 있다는 의미다. 최근 금융지주 사외이사를 지내다가 이사회에서 이례적인 반대표를 던지고 자진 사퇴한 변양호 VIG파트너스 고문은 “회장 선임 과정 등에서 이사회가 제 역할을 못 한다는 자괴감이 들어 사임을 선택했다”며 “이사회가 경영진에게 책임을 적극적으로 물을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사회 논의 과정 투명히 공개해야”금융사들은 사외이사가 거수기라는 비판에는 일부 오해도 있다고 설명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사회는 사전에 이미 조율된 방안을 최종적으로 논의하는 자리라서 찬성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사외이사로 활용할 수 있는 인재 풀(pool)이 너무 제한적이라 연임이나 돌려막기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금융사 이사회 구조와 운영 방식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사회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기 힘든 상황을 악용해 일부 경영진이 회사를 사유화하는 게 금융사 지배구조 문제의 본질”이라며 “회장 추천 같은 주요 사안은 논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사회 구성 단계에서도 금융당국이 적극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좁은 네트워크 안에서 쓴소리를 꺼리는 이사회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며 “이사들이 서로를 평가하는 등의 방식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은행들의 과도한 수익성 확대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공공재’ 측면을 강조한 가운데 정부의 금융권 기강 잡기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고금리에 고물가까지 겹쳐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힘든 상황에서 지난해 사상 최대 수준의 이익을 거둔 금융사를 압박해 민생경제 지원에 나서게 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원장은 6일 올해 금감원 업무계획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은행의 영업이익이 10조 원 이상이지만 비이자 부문에서 발생한 손실을 고려하면 이자 이익은 수십조 원에 이른다”며 “상생과 연대의 정신으로 과실을 나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소수의 은행이 과점(寡占) 형태로 영업을 하면서 거두는 이자 이익에는 특권적인 부분이 있다고 규정하고 과도한 배당이나 수익 추구는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은행들의 공적 역할 확대를 위해 금융사들의 사회공헌 활동을 비교 평가한 뒤 공개하는 방안까지 내놨다. 그는 “사회 안정 공헌도가 높은 은행, 증권, 보험사를 국민들에게 알려드린다면 이미지 제고 등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일부 고위 임원 성과급이 수억 원 이상 된다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를 비판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날 별도로 발표한 ‘주요 업무 추진방향’ 자료에서 “은행은 국민 경제 발전을 위해 공공성을 고려해야 함에도 최근 영업시간 정상화 지연처럼 서민과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을 제한하는 등 공공성을 간과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은행들이 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사회적 역할은 소홀히 한 채 과도한 수익성만 추구한다면 국민과 시장으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이사회 구성과 운영 방식을 개선하면서 직접적인 소통에 나서기로 했다. 이 원장은 “이사회와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하는 과정이 ‘블랙박스’(깜깜이) 안에서 이뤄지는 면이 있다”며 “관치 논란까지 제기된 만큼 금융사 지배구조를 공론화시켜 개선할 부분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금융사 이사회와 직접 소통하는 자리를 정례화해 이사회 운영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주요 선진국의 사례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 이 원장은 “경영진과의 친교 관계로 인한 이사회 장기 잔류 등의 문제도 있다”며 “복잡한 금융지주의 개별 이슈를 잘 이해하고 판단할 전문성이 준비된 분들이 이사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CEO가 장기집권을 위해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로 사외이사를 꾸리고, 이사회는 경영진의 의견을 거의 그대로 수용하는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고려한 것이다. 윤 대통령에 이어 ‘실세’로 꼽히는 금융당국 수장의 강도 높은 압박이 이어지자 은행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은행이 금융시장 자금 공급이나 취약계층 지원 등에서 작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자 장사나 지배구조 문제 등을 통해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하는 것 아니냐는 하소연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급 관계자는 “사회공헌 관련 지표를 구체화해서 공개하면 결국 은행들 ‘줄 세우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은행들의 과도한 수익성 확대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공공재’ 측면을 강조한 가운데 정부의 금융권 기강잡기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고금리에 고물가까지 겹쳐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힘든 상황에서 지난해 사상 최대 수준의 이익을 거둔 금융사를 압박해 민생경제 지원에 나서게 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원장은 6일 올해 금감원 업무계획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은행의 영업 이익이 10조 원 이상이지만 비이자 이익에서 발생한 손실을 고려하면 이자 이익은 수십 조 원에 이른다”며 “상생과 연대의 정신으로 과실을 나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소수의 은행이 과점(寡占) 형태로 영업을 하면서 거두는 이자 이익에는 특권적인 부분이 있다고 규정하고 과도한 배당이나 수익 추구는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은행들의 공적 역할 확대를 위해 금융사들의 사회공헌 활동을 비교, 평가한 뒤 공개하는 방안까지 내놨다. 그는 “사회 안정 공헌도가 높은 은행, 증권, 보험사를 국민들에게 알려드린다면 이미지 제고 등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일부 고위 임원 성과급이 수억 원 이상 된다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를 비판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날 별도로 발표한 ‘주요 업무 추진방향’ 자료에서 “은행은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공공성을 고려해야 함에도 최근 영업시간 정상화 지연처럼 서민과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을 제한하는 등 공공성을 간과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은행들이 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사회적 역할은 소홀히 한 채 과도한 수익성만 추구한다면 국민과 시장으로부터 외면받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이사회 구성과 운영 방식을 개선하면서 직접적인 소통에 나서기로 했다. 이 원장은 “이사회와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하는 과정이 ‘블랙박스’(깜깜이) 안에서 이뤄지는 면이 있다”며 “관치 논란까지 제기된 만큼 금융사 지배구조를 공론화 시켜 개선할 부분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금융사 이사회와 직접 소통하는 자리를 정례화해 이사회 운영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주요 선진국의 사례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 이 원장은 “경영진과의 친교 관계로 인한 이사회 장기 잔류 등의 문제도 있다”며 “복잡한 금융지주의 개별 이슈를 잘 이해하고 판단할 전문성이 준비된 분들이 이사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CEO가 장기집권을 위해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로 사외이사를 꾸리고, 이사회는 경영진의 의견을 거의 그대로 수용하는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고려한 것이다. 윤 대통령에 이어 ‘실세’로 꼽히는 금융당국 수장의 강도 높은 압박이 이어지자 은행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은행이 금융시장 자금 공급이나 취약계층 지원 등에서 작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자 장사나 지배구조 문제 등을 통해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하는 것 아니냐는 하소연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급 관계자는 “사회공헌 관련 지표를 구체화해서 공개하면 결국 은행들 ‘줄 세우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아이폰 전용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가 국내에서 서비스를 개시한다.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의 약 30%를 차지하는 아이폰 이용자도 간편결제를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3일 금융위원회는 “관련 법령과 그간의 법령 해석을 고려한 결과 신용카드사들이 필요한 일련의 절차를 준수해 애플페이 서비스 도입을 추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애플페이를 이용할 때 생길 수 있는 결제정보 유출 등 우려사항을 점검한 결과 현행 법령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애플페이의 국내 서비스는 이르면 3월 초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애플페이 결제 시 필요한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를 갖춘 전국 편의점,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에서 먼저 서비스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애플페이가 국내에 출시되면서 간편결제 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게 됐다. 지금까지 국내 오프라인 결제 시장 1위는 약 80%의 점유율을 지닌 삼성페이였다. 국내에서 간편결제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이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뿐이어서 삼성페이의 독주 체제가 오랫동안 이어져왔다. 이런 점에서 애플페이 점유율이 아이폰의 스마트폰 점유율(약 30%)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애플페이 결제에 필수적인 NFC 단말기 보급률이 10% 안팎에 불과해 서비스 출시 직후의 점유율 변화는 미미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금융당국이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청년형 소득공제 장기펀드’ 출시에 속도를 낸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신년 업무보고에서 1분기(1∼3월)에 은행, 증권사의 청년형 소득공제 장기펀드 출시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청년형 소득공제 장기펀드는 연 600만 원 내에서 납입액의 40%를 공제해준다. 가입 기간은 3∼5년이며 3년만 가입해도 최대 720만 원을 공제받을 수 있다. 개인 소득 5000만 원 이하, 만 19∼34세의 청년이면 가입 가능하다. 청년형 소득공제 장기펀드는 2021년 7월 발표된 ‘한국판 뉴딜 2.0 추진계획’에서 정책 과제로 처음 포함됐다. 하지만 그동안 시장 환경이 좋지 않았고 기존에 출시된 청년 상품도 많아 금융사들이 판매에 소극적이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새로운 청년 상품을 출시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6월 중 청년도약계좌도 출시해 청년들의 중장기 자산 증식을 지원할 계획이다. 청년이 5년 만기로 가입해 매달 40만∼70만 원씩 입금하면, 정부가 납입 금액에 비례해 최대 6%의 매칭금액(지원금)을 입금해 주는 방식이다. 개인 소득 6000만 원, 가구소득이 중위 180% 이하인 19∼34세 청년이면 가입할 수 있다. 또 총급여가 7500만 원 이하이거나 종합소득금액이 6300만 원 이하일 경우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비과세의 납입한도는 연간 840만 원까지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금융당국이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청년형 소득공제 장기펀드’ 출시에 속도를 낸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신년 업무보고에서 1분기(1~3월)에 은행, 증권사의 청년형 소득공제 장기펀드 출시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청년형 소득공제 장기펀드는 연 600만 원 내에서 납입액의 40%를 공제해준다. 가입 기간은 3~5년이며 3년만 가입해도 최대 720만 원을 공제받을 수 있다. 개인 소득 5000만 원 이하, 만 19~34세의 청년이면 가입 가능하다.청년형 소득공제 장기펀드는 2021년 7월 발표된 ‘한국판 뉴딜 2.0 추진계획’에서 정책 과제로 처음 포함됐다. 하지만 그동안 시장 환경이 좋지 않았고 기존에 출시된 청년 상품도 많아 금융사들이 판매에 소극적이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새로운 청년 상품을 출시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6월 중 청년도약계좌도 출시해 청년들의 중장기 자산 증식을 지원할 계획이다. 청년이 5년 만기로 가입해 매달 40만~70만 원씩 입금하면, 정부가 납입 금액에 비례해 최대 6%의 매칭금액(지원금)을 입금해주는 방식이다. 개인 소득 6000만 원, 가구소득이 중위 180% 이하인 19~34세 청년이면 가입할 수 있다. 또 총급여가 7500만 원 이하거나 종합소득금액이 6300만 원 이하일 경우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비과세의 납입한도는 연간 840만 원까지다.강우석기자 wskang@donga.com}
서울 성북구에 사는 김모 씨(60·여)는 지난해 말 주택연금에 가입해 매달 200만 원가량을 받고 있다. 최근 수년 동안 집값이 오르면서 2018년에 5억 원을 주고 산 아파트가 10억 원의 시세로 평가를 받았다. 김 씨는 “지난해 남편과 함께 퇴직하면서 주택연금 가입을 저울질하다가 가입했다”며 “장기적으로는 몰라도 당분간은 집값이 더 오르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급격하게 올랐던 주택가격이 조정기에 접어든 가운데 김 씨처럼 집값이 더 내리기 전에 서둘러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주택연금은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맡기고 매달 일정한 금액을 평생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만 55세 이상 중장년층의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돕기 위해 2007년 출시됐다. 가입자가 아무리 오래 살아도 사망할 때까지 약정된 연금이 보장되고, 일찍 사망하면 주택을 처분한 돈이 그간 받은 연금, 이자 등을 빼고 가족에게 상속된다. 31일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연금 가입 건수는 1만4580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 1만805건에 비해 34.9%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고치다. 주택연금의 누적 가입자는 지난해 8월 1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주택연금 가입자 수가 급증한 것은 집값이 추가 하락하고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서둘러 가입하려는 수요가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금공 관계자는 “주택연금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 점과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이 꺾인 점 등으로 인해 가입자가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주택연금 가입 절차를 간소화하고 가입 조건을 완화한 점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주택연금 가입이 가능한 주택가격을 공시가격 9억 원 이하에서 12억 원 이하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올해는 주택연금 가입자들이 받을 수 있는 수령액이 전년보다 다소 줄어들게 됐다. 주금공은 3월 1일부터 주택연금 신규 신청자의 월 지급금이 기존보다 평균 1.8% 감소한다고 이날 밝혔다. 주금공은 주택가격 상승률, 금리 상황, 기대여명 변화 등을 고려해 가입자의 월 수령액을 매년 한 번씩 조정하는데 주택가격 상승률이 낮아지는 반면 이자율은 상승한 결과다. 이에 따라 주택가격 6억 원을 기준으로 55세 가입자가 받게 되는 주택연금 월 지급금은 기존 96만7000원에서 조정 후 90만7000원으로 줄어든다. 2월 28일까지 신청을 마친 가입자의 경우 변경 이전의 월 지급금을 받게 된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서울 성북구에 사는 김모 씨(60·여)는 지난 연말 주택연금에 가입해 매달 200만 원가량을 받고 있다. 최근 수년 동안 집값이 오르면서 2018년에 5억 원을 주고 산 아파트가 10억 원의 시세로 평가를 받았다. 김 씨는 “지난해 남편과 함께 퇴직하면서 주택연금 가입을 저울질하다 가입을 했다”며 “장기적으로는 몰라도 당분간은 집값이 더 오르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급격하게 올랐던 주택가격이 조정기에 접어든 가운데 김 씨처럼 집값이 더 내리기 전에 서둘러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31일 주택금융공사(주금공)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연금 가입 건수는 1만4580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 1만805건에 비해 34.9%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고치다. 주택연금은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맡기고 매달 일정한 금액을 평생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만 55세 이상 중장년층의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돕기 위해 2007년 출시됐다. 주택연금 상품의 누적 가입자는 지난해 8월 1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주택연금 가입자 수가 급증한 것은 집값이 추가 하락하고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서둘러 가입하려는 수요가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금공 관계자는 “주택연금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 점과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꺾인 점 등으로 인해 가입자가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주택연금 가입 절차를 간소화하고 가입 조건을 완화한 점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주택연금 가입이 가능한 주택가격을 공시가격 9억 원 이하에서 12억 원 이하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다만 올해는 주택연금 가입자들이 받을 수 있는 수령액이 전년보다 다소 줄어들게 됐다. 주금공은 3월 1일부터 주택연금 신규 신청자의 월 지급금이 기존보다 평균 1.8% 감소한다고 이날 밝혔다. 주금공은 주택가격 상승률, 금리 상황, 기대여명 변화 등을 고려해 가입자의 월 수령액을 매년 한 번씩 조정하는데 주택가격 상승률이 낮아지는 반면 이자율은 상승한 결과다. 이에 따라 주택가격 6억 원을 기준으로 55세 가입자가 받게 되는 주택연금 월 지급금은 기존 96만7000원에서 조정 후 90만7000원으로 줄어든다. 또 같은 주택가격 60세 가입자의 월 지급금은 128만3000원에서 122만8000원으로 감소한다. 2월 28일까지 신청을 마친 가입자의 경우는 변경 이전의 월 지급금을 받게 된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정부가 금융회사, KT, 포스코 등 소유권이 분산된 이른바 ‘주인 없는 기업’의 지배구조를 보다 투명하게 바꾸는 방안을 추진한다. 부동산 경기 연착륙을 위해 주택 임대·매매사업자의 부동산 대출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30%까지 허용하는 등 추가적인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이날 업무보고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주요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한 가운데 ‘흔들림 없는 금융안전, 내일을 여는 금융산업’을 주제로 한 토론회 형태로 진행됐다. 이날 업무보고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스튜어드십(stewardship·경영수탁 업무)’을 언급하면서 “주인이 없는,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공익에 기여했던 기업들인 만큼 정부의 경영 관여가 적절하지 않으나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를 만들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함께 고민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소유가 분산된 은행이나 KT, 포스코 같은 민영화된 기업을 이끄는 전문경영인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어 “은행은 국방보다 중요한 공공재 시스템”이라며 “그만큼 공정하고 투명한 은행의 거버넌스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놓고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금융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독립성과 최고경영자(CEO)의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주인이 없고 굉장히 중요한 그룹의 후계자 승계 또는 선임 절차가 과연 투명하고 합리적인지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개선 여지가 있는지를 검토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과제는 부동산 관련 리스크 관리에 집중됐다. 대출 규제 완화로 주택 거래에 숨통을 틔우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에도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국토교통부의 규제지역 일부 해제에 이어 추가적인 대출 규제 완화를 검토하기로 했다. 그동안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돼 있던 주택임대사업자와 매매업자에 대한 주담대를 허용하면서 규제지역은 LTV 30%, 비규제 지역은 LTV 60%를 각각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규제지역에서 다주택자에게 LTV 30%까지 주담대를 허용하는 계획과, 생활안정자금이나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의 주담대 대출한도(기존 2억 원)를 폐지하는 방안도 올 3월 말까지 실행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계부채와 주택시장 상황을 보면서 1주택자의 LTV 추가 확대나 등록 임대사업자 LTV 우대 등의 추가 규제 완화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1주택자의 LTV는 규제지역은 50%, 비규제지역은 70%가 각각 적용되고 있다. PF와 관련해서는 대주단 협약을 재정비해 부실 우려가 있는 PF 사업장의 자율적인 사업장 정리를 유도하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중심으로 최대 1조 원의 ‘부실 PF 매입·정리펀드’도 조성해 PF 사업장 정상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자영업자와 금융 취약계층을 위해서는 저금리 대환과 긴급생계비 대출 등의 프로그램을 확대 가동한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