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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러시아의 식민지나 다름없다.” 장세르주 보카사 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내무장관이 2012년 내전 발발 후 러시아가 좌지우지하는 자국 현실을 언급하며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한 말이다. NYT는 24일 러시아가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을 통해 중아공을 사실상 장악했다고 전했다. 미국 등 서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신경을 쏟는 사이 러시아가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병(私兵)으로 불리는 바그너그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최근 미 백악관은 북한이 바그너그룹에 우크라이나전에 쓰일 로켓, 미사일 등을 인도했다고 공개했다. NYT에 따르면 바그너그룹 용병들은 얼굴을 덮는 복면을 쓰고 소총 등으로 중무장한 채 거리 곳곳을 활보하지만 아무 제재도 받지 않고 있다. 현재 약 5000명의 러시아인이 중아공에 체류하고 있다. 상당수가 바그너그룹 소속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중아공에 머무는 명분은 반군 진압 및 치안 유지다. 내전 후 약 1만4500명의 유엔 평화유지군이 배치됐다. 하지만 현지 민심은 바그너그룹에 더 우호적이다. 한 주민은 “반군이 누군가를 죽일 때 유엔군은 사진만 찍어가지만 바그너그룹은 살인자를 찾아 처단해준다”고 옹호했다. 오노레 방두아 브리아주(州) 부지사는 “러시아인 덕분에 평온을 되찾았다. 그들의 폭력성은 효율적”이라고 했다. 바그너그룹은 치안 유지 대가로 금 및 다이아몬드 광산, 삼림 등 자원 채굴권을 넘겨받아 막대한 이익을 보고 있다. 특히 친러 성향의 포스탱아르캉주 투아데라 대통령의 임기 연장을 위한 개헌 절차에도 관여하고 있다. 올 3월 중아공 주재 러시아대사는 다니엘 다를랑 대법원장을 찾아가 노골적으로 개헌을 요구했다. 이에 부정적 반응을 보인 다를랑 대법원장이 10월 축출된 후 개헌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NYT는 러시아가 수단, 말리 등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5일 미 워싱턴에서 열린 ‘아프리카 리더 서밋’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중아공을 비롯한) 아프리카의 안정성을 해치고 천연자원을 약탈하며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yolo@donga.com}
중동의 대표적 앙숙으로 2016년부터 외교 관계가 단절된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맹주’ 이란이 관계 회복을 위한 대화에 나섰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은 21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하루 전 요르단에서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 외교장관과 만나 회담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아랍어로 “관계 회복을 위한 대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뜻을 파이살 장관과 함께했다”고 썼다. 이란이 쓰는 페르시아어가 아니라 사우디가 사용하는 아랍어로 협력을 강조한 것이다. 관계 회복에 대한 이란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살 장관은 “사우디는 중동 안정을 위해 이란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을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했다. 두 장관의 만남은 20일 요르단에서 열린 ‘중동 국가 지도자 회의’를 통해 이뤄졌다. 이라크, 터키, 이집트,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 프랑스, 유럽연합(EU) 정상 혹은 외교 수장이 참석하는 회의로 올해로 2회째를 맞았다. 종파, 언어 등이 다른 두 나라는 중동 패권을 두고 대립해 왔다. 특히 2016년 사우디가 이란의 강한 반대에도 자국 내 시아파 유력 성직자를 처형하자 단교했다. 두 나라는 시리아, 예멘 내전 등에서도 각기 다른 쪽을 지원하며 일종의 대리전쟁을 벌였다. 두 나라는 지난해 외교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네 차례 회담을 진행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최근 이란은 ‘히잡 의문사’가 촉발한 자국 내 반정부 시위를 사우디가 배후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이번 외교 장관 회동이 오랜 갈등을 해결할 계기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린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고 있는 탈레반 정부가 여성들의 대학 교육을 전면 중단했다. 여학생들의 중등 및 고등 교육 금지 조치에 이어 대학 교육까지 금지하며 사실상 여성을 대부분의 정규 교육 과정에서 배제시킨 셈이다.아프가니스탄 고등교육부는 추가 통보가 있을 때까지 공립 및 사립 대학교에서 여성들의 수업 참여를 금지한다고 20일(현지 시간) 탈레반 정부 대변인이 밝혔다. 이와 같은 대학 교육 금지 결정은 아프가니스탄 여학생들의 고등학교 졸업 시험 이후 세 달 만에 나왔다. 정권을 장악한 초기 탈레반 정부는 여성 및 소수자 권리 보장을 서방 및 국제사회에 약속했지만 실상은 전혀 반대다. 탈레반은 이에 앞서 여학생들의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실 출입을 금지했으며 대부분의 업종에서 여성들의 취업을 제한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여성들의 공원 출입도 금지했다. 대학에서도 남녀 분반 교육을 실시했으며 여학생들은 여성 교수나 노인들에게서만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이번 조치로 인해 이 같은 교육 기회마저 빼앗기게 됐다.서방은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로버투 우드 미국 부대표는 “탈레반은 그들이 여성과 소녀를 비롯한 모든 아프가니스탄인의 인권과 기본권을 존중하기 전까지는 국제사회의 합법적 일원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규탄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탈레반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추가 조치를 알아보는 중”이라고 밝히며 제재를 예고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유럽연합(EU) 의회에 대한 카타르의 로비 의혹에 대해 카타르가 강하게 부인하고 나섰다.카타르 EU 대표부는 18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벨기에 당국이 수사 중인 부패 사건과 관련해 카타르 정부는 어떤 식으로도 개입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카타르 대표부는 “우리는 우리 정부가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주장을 단호하게 거부한다”며 “이번 조사에서 지명된 당사자는 카타르뿐만이 아닌데 카타르만 비난과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카타르 대표부는 “법적 절차가 끝나기 전에 카타르와의 대화 및 협력을 제한하는 등의 차별적 제한을 적용하기로 한 결정은 지역 및 세계 안보 협력 뿐 아니라 세계 에너지 부족과 안보에 대한 지속적 논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부패 사건을 조사 중인 벨기에 정부를 향해 “카타르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벨기에와의 협력 관계를 유지했으며 벨기에에 LNG(액화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주요 공급국”이라며 “(벨기에 정부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 우리 정부와 접촉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벨기에 수사 당국은 걸프 국가가 유럽 의회에 로비를 벌였다며 관련해 뇌물 수수 혐의가 있는 6명을 조사해 4명을 기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외신 등에서는 걸프 국가가 카타르라는 추측이 이어졌다. 카타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 에바 카일리 유럽의회 부의장은 13일 해임됐다. 또 유럽의회는 15일 카타르 국민 EU 비자 면제, 카타르-EU 항공로 확대 등 카타르 관련 입법을 전면 중단하고 카타르 관계자의 의회 출입을 금지했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이란이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 산하 여성지위위원회(CSW)에서 제명됐다.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하는 등 여성 인권을 탄압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엔 경제사회이사회는 14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이란을 여성지위위원회에서 제명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미국이 제안한 이번 결의안은 이란이 2026년까지인 여성지위위원회 잔여 임기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즉각 퇴출시키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한국을 포함한 29개국이 결의안에 찬성했다.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볼리비아, 카자흐스탄, 니카라과, 나이지리아, 오만, 짐바브웨 등 8개국이 반대표를 던졌다. 멕시코를 포함해 16개국은 기권했다. 표결은 기권을 제외하고 찬성과 반대 중 많은 쪽으로 결정된다. 45개국으로 구성된 여성지위위원회는 정치, 경제, 사회 등의 분야에서 여성 지위 향상에 관한 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하고 필요한 사항을 권고한다. 이날 표결에 앞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란에서 ‘히잡 착용 불량’을 이유로 9월 의문사한 마사 아미니에 대해 “우리 모두 그녀가 단지 여성이었다는 이유로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란에서는 이런 일이 너무 오래도록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아미르 이라바니 이란대사는 “미국이 불분명한 증거와 거짓된 정보로 결의안을 밀어붙이려 한다. 여성 인권을 명분으로 이란 국민들, 특히 이란 여성에 대한 미국의 적대 행위를 목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겅솽 부대사는 “미국이 제안한 이번 결의안은 그릇된 의도에서 비롯됐으며 결함투성이”라고 비난했다. 미국은 최근 이란의 반정부 시위자 사형 집행에 대해 추가 조치를 예고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성명에서 “이번 (이란 퇴출) 결의안 채택은 이란 정부의 책임에 국제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라면서 “(이란의 사형 집행) 관련 만행에 대해 이란 정부와 관리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모든 가능한 수단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이란이 유엔 경제이사회(ECOSOC) 산하 여성지위위원회(CSW)에서 제명됐다.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하는 등 여성 인권을 탄압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엔 경제이사회는 14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이란을 여성지위위원회에서 제명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미국이 제안한 이번 결의안은 이란이 2026년까지인 여성지위위원회 잔여 임기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즉각 퇴출시키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한국을 포함한 29개국이 결의안에 찬성했다.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볼리비아, 카자흐스탄, 니카라과, 나이지리아, 오만, 짐바브웨 등 8개국이 반대표를 던졌다. 맥시코를 포함해 16개국은 기권했다. 표결은 기권을 제외하고 찬성과 반대 중 많은 쪽으로 결정된다. 45개국으로 구성된 여성지위위원회는 정치, 경제, 사회 등의 분야에서 여성 지위 향상에 관한 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하고 필요한 사항을 권고한다. 이날 표결에 앞서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미국 대사는 이란에서 ‘히잡 착용 불량’을 이유로 9월 의문사한 마사 아미니에 대해 “우리 모두 그녀가 단지 여성이었다는 이유로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란에서는 이런 일이 너무 오래도록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아미르 이라반티 이란 대사는 “미국이 불분명한 증거와 거짓된 정보로 결의안을 밀어붙이려 한다. 여성 인권을 명분으로 이란 국민들, 특히 이란 여성에 대한 미국의 적대 행위를 목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젠 슈앙 부대사는 “미국이 제안한 이번 결의안은 그릇된 의도에서 비롯됐으며 결함투성이”라고 비난했다. 미국은 최근 이란의 반정부 시위자 사형 집행에 대해 추가 조치를 예고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성명에서 “이번 (이란 퇴출) 결의안 채택은 이란 정부의 책임에 국제적인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라면서 “(이란의 사형 집행) 관련 만행에 대해 이란 정부와 관리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모든 가능한 수단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yolo@donga.com}
이란의 한 강경파 언론인이 자국 내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미국 등 서방국가를 견제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해야 한다가 주장하고 나섰다.AP통신은 이란의 케이한 신문 편집국장인 후세인 샤리아트마다리가 이날 사설을 통해 “서방의 석유 수송선과 선박이 오가는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하는 것은 이란의 권리”라며 “그들이 우리에게 가하고 있는 금융 제재에 대한 보상을 위해 일부 선박들을 붙잡아두는 것까지도 가능한 선택지”라고 제안했다.AP통신에 따르면 케이한 신문은 이란 성직자 정권과 가까운 친정부 성향 언론이다. 샤리아트마다리 편집국장은 이란 최고지도자인 이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지명으로 임명됐다.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해야 한다는 샤리아트마다리의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이란 반정부 시위 강경 진압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심화되자 이와 같은 주장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에서 거래되는 석유의 3분의 1이 통과하는 곳으로 세계 해상 물류 주요 길목으로 꼽힌다.AP통신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하려고 나설 경우 미국과의 심각한 마찰을 유발하게 될 것”이라며 “국제 석유 시장 역시 요동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이란 내 인권단체인 이란인권운동에 따르면 9월 마사 아미니(22)의 사망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석 달 간 이어지면서 시위에 참가한 494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1만8000여 명이 당국에 체포된 것으로 집계됐다. 강경 진압에 나선 이란 군경 중에서도 62명의 사망자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이란 당국이 ‘히잡 의문사’ 반(反)정부 시위 참가자를 도심 한복판 건설 크레인에 매달아 공개 처형했다.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첫 사형 집행 이후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두 번째 형 집행에 나섰다. 특히 이번엔 시민들이 보는 앞에서 충격적인 공개 처형 방식을 택하자 국제사회가 일제히 이란의 반인도적인 행태를 거세게 비판하며 대(對)이란 제재 수위를 높였다.○ 이란 정부, 크레인 매단 시신 사진 공개이란 사법부가 운영하는 미잔통신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12일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사형 선고를 받은 마지드레자 라나바르드(23)를 처형했다. 8일 모센 셰카리(23) 사형 집행 이후 나흘 만이다. 레슬링 선수 출신인 라나바르드는 지난달 17일 동부 도시 마슈하드에서 반정부 시위에 나섰다가 체포됐다. 이란 사법부는 그가 보안군 2명을 살해하고 4명을 다치게 했다며 ‘모하라베’(신에 대항해 전쟁을 벌인 혐의)를 저질렀다고 처형 이유를 밝혔다. 비공개로 진행된 첫 번째 사형 집행 때와는 달리 라나바르드는 그가 체포된 마슈하드 도심에서 공개적으로 처형됐다. 미잔통신은 “사형이 여러 사람들 앞에서 진행됐다”며 교수형 당한 그의 시신 사진을 그대로 공개했다. 이 사진에 따르면 라나바르드는 머리에 검은 천이 씌워져 있었고 손과 발이 묶인 채 건설용 크레인에 매달려 있었다.○ “처형 뒤에야 어머니에게 알렸다”이란 당국은 형 집행 전날까지 그의 가족들에게 어떠한 통보도 하지 않는 등 비인도적인 행태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단체 ‘1500타스비르’에 따르면 라나바르드의 어머니는 처형 직후인 이날 오전에야 당국으로부터 “당신의 아들을 처형했으며, 시신을 이미 묻었다”는 일방적 통보를 받았다. 어머니를 비롯한 유족들은 전날 밤 아들과 접견 당시까지도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전날까지 사형 집행 사실을 몰랐던 모자(母子)는 접견 당시 서로를 마주 보며 찍은 사진을 남겼다. 조사 과정에서 고문 등을 통해 거짓 자백을 강요하고 제대로 된 변호조차 받지 못하게 하는 등의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1500타스비르는 “라나바르드가 고문에 못 이겨 거짓 자백을 했다”며 “그는 변호사를 선임하거나 공개 재판을 요구할 수조차 없었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이와 함께 체포 이후 피범벅이 된 붕대를 팔에 두르고 있는 라나바르드의 사진을 공개했다. AP통신은 라나바르드가 유죄 판결을 받은 마슈하드 혁명 법원이 피고인의 변호사 직접 선임을 금지하고 불리한 증거를 열람할 수 없게 하는 악명 높은 곳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사회 비판에도 추가 사형 준비”국제사회는 일제히 이란을 비판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유죄 판결을 받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사형 집행은 이란 사법체계의 비인간성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유럽연합(EU) 외교이사회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이란인 24명과 관련 기관 5곳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결정했다. 이 중 20명 및 국영 IRIB 방송사는 반정부 시위 강제 진압 및 인권 침해 등을 이유로 제재 대상에 올랐다. 특히 IRIB는 협박과 고문으로 끌어낸 반정부 인사들의 ‘강제 고백’을 방송하는 등의 책임이 있다고 EU는 설명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제재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란 당국이 추가 사형 집행을 준비 중이라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란 당국이 마한 사드라트(22) 등 시위 관련자 10여 명에 대한 사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중도·개혁 성향 신문인 에테마드는 10일 사법부 관계자를 인용해 시위대 24명에 대한 사형이 예정돼 있다고 보도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히잡 의문사’가 촉발한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3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젊은층을 중심으로 성직자를 조롱하는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거나 히잡을 벗고 거리를 활보하는 등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 보도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40여 년간 이슬람식 교육을 통해 국가를 보수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던 성직자 지도자들이 원하는 방향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수도 테헤란에서는 젊은 여성 수천 명이 히잡을 쓰지 않은 채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보기 드문 장면이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여성이 당국에 대한 반항의 의미로 히잡을 착용하지 않는 것이다. 더 과격한 반항 행위도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적지 않은 10대 소녀들이 이슬람 혁명을 이끈 호메이니와 현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사진을 짓밟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고 있다. 일부 젊은층은 길거리에서 성직자들의 터번(이슬람 남성이 머리카락을 가리기 위해 두르는 천)을 쳐서 떨어뜨리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온라인에 게재하고 있다. 젊은층의 변화에 세대 갈등도 나타나고 있다. 한 30세 남성은 WSJ에 반정부 시위에 참가하려고 집을 나서다가 어머니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며 “당국이 자식을 경찰에 신고하게 만들 정도로 부모 세대를 세뇌하고 있다”고 반감을 드러냈다. 출산과 결혼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당국과 보수적 종교 지도자들은 전통적인 지지층인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출산 장려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젊은층 사이에서는 이를 거부하려는 움직임이 점차 커지고 있다. 현재 이란에서는 매해 130만 건의 낙태가 행해지고 있다. 여성 1인당으로 환산하면 미국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이란 문화 전문가인 아바스 밀라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현재 이란 젊은층은 이란 역사상 가장 세속적이고 반종교적”이라며 “미국과 냉전을 벌이고 있다는 당국의 메시지에도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러시아와 서방의 전면전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식 선제 타격’ 개념을 언급하며 핵무기 선제 사용에 나설 수 있다고 위협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실수하지 말라”며 경고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나토와 러시아 간 전면전 가능성을 우려했다. 푸틴 대통령은 9일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열린 유라시아경제연합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핵무기 사용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미국은 선제 타격 개념을 갖고 있고 무장해제 타격 체계도 개발 중”이라며 “미국의 이런 개념을 러시아 안보를 위해 채택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핵무기를 이용해 선제 타격을 하지 않는다는 러시아의 기존 ‘핵 독트린’(핵무기 사용 규정에 대한 대내외적 선언) 폐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틀 전에도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는 7일 “핵무기를 어떤 상황에서도 맨 처음 사용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두 번째로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며 “우리 영토가 핵 공격을 받을 경우 우리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급격히 제한된다”고 주장했다. 오스틴 장관은 9일 미국 핵무기를 감독하는 미 전략사령부 차기 사령관 취임식에서 “핵보유국은 도발적 행동을 삼가고 핵 확산 위험을 줄이며 긴장 고조와 핵전쟁을 방지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며 러시아를 비판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을 향해 “실수하지 말라”며 “러시아도 핵무기를 현대화하고 확장하고 있다. 전 세계가 푸틴 대통령의 무책임한 핵 무력 과시를 목격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나토와 러시아 간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 유럽의 더 많은 국가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러시아는 이란산 자살폭탄 무인기(드론) 등을 이용한 우크라이나 공습을 전면 재개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10일 이란제 자폭 무인기 ‘샤헤드-136’ 등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 등을 폭격했다. 막심 마르첸코 오데사 주지사는 “에너지 기반 시설과 민간인 거주지가 밤새 무인기 공격을 받았다. 지역 내 거의 모든 구역에 전기가 끊겼다”고 공개했다. 러시아군은 올 8월 이란에서 무인기 수백 대를 구매해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공격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산 무인기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러시아가 이란산 무인기 재고를 보충했음을 뜻한다고 진단했다. 미 행정부는 이날 이란산 무인기를 사용하는 러시아 항공우주군 등 러시아 기관 3곳을 제재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이란 최고지도자의 여동생과 전직 대통령이 이란 당국을 비판하며 시위대를 옹호하고 나섰다. 이란 당국이 히잡 착용 의무화 규정 완화 등에 대한 검토를 시사한 가운데 반정부 시위 새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7일(현지 시간)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친남매 사이인 바드리 호세이니 하메네이가 알리 하메네이의 강경 진압 방침을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이란에 거주 중인 그녀는 프랑스에 살고 있는 아들의 트위터를 통해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현 시점에서 나의 형제(알리 하메네이)의 행동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힐 때가 왔다”며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지금까지 이어진 이슬람 공화국의 범죄 행위로 인해 슬퍼하고 있을 이란 어머니들을 향해 애도를 표한다”고 했다.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을 기리면서 동시에 알리 하메네이의 강경 진압 방침을 비판한 것. 이어 “알리 하메네이의 혁명수비대와 용병들은 무기를 내려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보다 하루 전인 6일에는 모하마드 히타미 전 이란 대통령이 현 정부를 향해 “너무 늦게 전에 잘못을 바로 잡고 좋은 통치로 나아가라”고 촉구했다고 영국 BBC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히타미 전 이란 대통령은 7일 이란의 ‘학생의 날’ 하루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반정부 시위를 학생과 교수가 함께 참여한 전례 없는 시위르고 규정하며 “여성, 삶, 자유라는 아름다운 슬로건은 이란 사회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옹호했다. 또한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 중인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자유와 안보가 대립해서는 안 된다”며 “안보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자유가 짓밟히거나 자유라는 이름으로 안보가 무시돼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란 정부 관료들이 이 시위를 진정으로 인정하고 그들의 도움으로 너무 늦게 전에 잘못된 통치의 측면을 인식해 좋은 통치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히타미 전 대통령은 1997년부터 2005년까지 재임했으며 재임 당시 개혁 성향 지도자로 언론 자유와 여성 해방, 시장경제 등의 가치를 앞세웠다. 여성과 학생, 청년층으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았다. BBC는 “히타미 전 대통령이 시위대를 공개적으로 옹호하며 당국을 비판한 것은 드문 일”이라고 평가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일(현지 시간) 사흘간의 중동 일정을 시작했다. 중동 지역 영향력 확장을 노리는 중국과 미국을 대체할 우방이 필요한 사우디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양국이 미국 보란 듯 더욱 붙어 앉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AP통신과 중국중앙TV(CCTV)등 외산들은 이날 시 주석이 사우디아라비아 리디야 국제공항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의 사우디 방문은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시 주석은 사우디 도착 즈음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번 방문을 통해 양국 관계 및 공통 관심사인 국제 및 지역 현안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하고, 중-사우디 관계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사흘 동안 사우디에 머무르며 제1회 중국-아랍 정상회의와 중국·걸프협력회의(GCC) 콘퍼런스 등에 참석해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 빈 살만 왕세자 등과 연이어 회담을 할 예정이다. 마오 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시 주석의 중국-아랍 정상회의 참석은 중국 건국 이후 아랍 세계를 향한 사상 최대이자 최고위급 외교적 행동”이라며 “중국과 아랍 간 관계의 역사에서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사우디 측은 시 주석을 환영한다는 의미로 리야드 도심 주요 도로변에 중국 국기를 내걸었다. 사우디 국영방송에는 사우디 전투기가 중국 국기를 상징하는 붉은색과 노란색 연기를 내뿜으며 환영 비행을 하는 장면이 방송을 탔다. AP통신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성대한 환영 행사를 주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은 경제 협력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 국영 SPA통신은 시 주석 방문 기간 사우디와 중국이 우리 돈 36조6000억 원 규모 경제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과 사우디가 총 34가지 에너지 및 투자 협력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각각 계약들이 어떤 내용일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 없다. 중국과 사우디가 이처럼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고 나선 데에는 경제적 이해관계뿐 아니라 양국의 안보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동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줄여 나가는 사이 이 지역 패권을 대체하려고 나선 중국 입장에서는 중동의 맹주이자 그간 미국과 동맹 관계를 유지해온 사우디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또한 대만 해협 문제로 인해 서방의 제재를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에너지 수입원을 확보한다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사우디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사우디 원유 수출량의 25%가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사우디 역시 미국을 대체해 이란과 같은 주변국들을 견제하면서 중동 지역 안정을 유지해 줄 강력한 우방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과 사우디는 반체제 언론인인 카슈끄지 암살 사건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감산 결정 등을 계기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의 관계가 틀어진 상황이다. 실제로 사우디는 적극적으로 중국을 향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중국 신장의 위구르족 문제나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등 주요 사안에 있어 중국을 옹호해왔다. 또한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시 주석 방문 직전인 7일 “사우디는 중동 지역 내에서 안정적이고 믿을 수 있는 중국의 파트너로 남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중국의 안정적 에너지 공급원은 자처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이란 최고지도자가 “이란의 문화 시스템에 대한 혁명적 재건(revolutionary reconstruction)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란 당국이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히잡(hijab·여성의 머리카락과 상반신을 가리는 이슬람 복장) 착용을 의무화하는 법 조항을 재검토에 나선 가운데 나온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실제 법 조항 수정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란 최고지도자실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아야톨라 알리 하마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6일(현지 시간) 국가문화위원회와의 회의에서 “이란 최고위원회는 국가의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이란의 문화적 약점을 잘 관찰하고 인식하여 더 나은 상황으로 나아가기 위한 현명한 해결책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메네이는 이어 “이란 내 드러나지 않은 문화적 변화와 이에 대한 시기적절한 대처는 국가 문화 구조 재건에 필수적”이라며 “이러한 변화를 이해하는데 늦거나 이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막는데 뒤쳐진다면 이란 사회가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메네이의 이 같은 발언은 모하메다 자페르 몬타제리 이란 검찰총장의 최근 ‘히잡 의무화 규정 재검토’ 발언 이후 나왔다. 몬타제리 총장은 1일 기자회견에서 히잡 의무화 규정과 관련한 질문에 “이 문제와 관련해 관계 기관들이 함께 협력 중”이라며 “바로 어제(지난달 30일)에도 사법부와 의회 문화위원회가 이와 관련 회의를 했으며 앞으로 1, 2주 안에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란에서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히잡 착용을 법으로 강제하고 있다. 현재 이란에서 세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는 22세 여성 마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돌연 사망하면서 촉발됐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이란 반정부 시위대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총파업에 들어가자는 소셜미디어 운동을 벌이고 있다. 시위를 겸한 총파업이 벌어질 경우 이란 당국과 시위대 간 충돌이 더욱 고조될 것이란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4일(현지 시간) 이란 내 반정부 시위대가 5일부터 3일간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란 내 인권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한 복수의 트위터 계정에 이 같은 제안들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으며 최소 이란 전역 30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파업과 함께 시위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 수도 테헤란 아자디 광장에서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자는 제안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시위대의 이런 움직임은 이란 정부가 히잡 착용을 단속하는 도덕 경찰 폐지와 히잡 착용 의무화 규정 완화를 두고 엇박자를 내는 가운데 나왔다. 모하마드 자파르 몬타제리 이란 검찰총장이 3일 한 종교행사에서 “도덕 경찰은 사법부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도덕 경찰 폐지를 시사한 것과 관련해 이란 국영 방송인 알알람TV는 “외신들이 그의 발언을 도덕 경찰 폐지와 연관 짓고 있지만 그의 발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건 이란 사법부가 도덕 경찰과 관련 없다는 주장일 뿐”이라고 보도했다. 도덕 경찰을 관할하는 이란 내무부는 이와 관련해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워싱턴에 있는 아랍 걸프 국가연구소 선임연구원인 알리 알포네는 몬타제리 검찰총장의 도덕 경찰 폐지 발언을 두고 AP통신에 “시위자들에게 진정한 양보를 하지 않으면서 국내 불안을 진정시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이란 시민들 사이에서 도덕 경찰 폐지 언급 등에 “속지 말자”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한 방송사 이란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소셜미디어에서 “이란 정부의 도덕 경찰 폐지 뉴스를 내보내지 말라”는 ‘이란 혁명 2022’ 해시태그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이란 당국의 도덕 경찰 폐지와 히잡 착용 의무화 조항 완화 시사 등을 “시위대 눈을 가리기 위한 가짜 뉴스 전략”이라고 비판하고 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튀르키예(터키)가 쿠르드계 분리주의 무장단체를 공격하기 위해 지상군 투입 채비를 거의 마쳤으며 조만간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8일 보도했다. 로이터는 복수의 당국자를 인용해 이같이 전하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사진)의 결단만 남았다고 보도했다. 한 튀르키예 당국자는 로이터에 “우리 무장군이 며칠만 더 있으면 시리아 투입을 위한 준비를 마칠 예정”이라며 “시리아 내 친(親)튀르키예 반군들도 13일 이스탄불 폭발 사고 직후 작전 준비를 마친 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작전이 시작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에르도안 대통령의 명령이 떨어지는 일만 남았다”고 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튀르키예 측은 러시아와 미국에도 지상군 투입 준비 상황을 공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튀르키예는 13일 발생한 이스탄불 폭발 사고 배후로 시리아 내 쿠르드계 분리주의 무장단체인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쿠르드민주연합(PYD) 등을 지목하고 이들이 거점으로 삼고 있는 시리아와 이라크 북부에 대한 공습을 이어오고 있다. 튀르키예 국방부에 따르면 이 공습으로 지금까지 200명 넘는 쿠르드계 무장단체 조직원이 사망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3일 연설에서 “공중 작전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쿠르드계가) 다시 공격해올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지상 공격을 명령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튀르키예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하자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차이코 군사령관이 전날 시리아를 찾아 쿠르드계가 이끄는 시리아민주군(SDF) 마즐룸 압디 사령관과 회담을 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레바논에 기반을 둔 알마야딘TV에 따르면 두 사령관은 튀르키예와 쿠르드계 분리주의 무장단체 간의 확전을 막기 위한 조치를 논의했다고 한다.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로부터 공군기지와 부동항 해군기지를 빌려 쓰고 있어 이 지역 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SDF 관계자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튀르키예 측 입장이 반영된 협상 조건을 제시했지만 모두 거부했다. 정복자들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미국축구협회가 이란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예선전을 앞두고 이슬람 공화국 문양을 삭제한 이란 국기를 산하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이란이 거세게 반발하자 원래 국기(사진)로 되돌려 놓았다. 이번 월드컵에서 B조에 속한 두 나라는 30일 대결한다. 미국축구협회는 26일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 올린 B조 순위표에 변형한 이란 국기를 올렸다. 붉은색 이슬람 공화국 문양을 지운 채 녹색, 흰색, 적색 가로 띠만 있는 국기를 게시한 것이다. 1979년 이슬람 혁명을 일으킨 세력이 한 해 뒤 국기에 추가한 이 문양은 ‘알라 외에 다른 신은 없다’는 뜻을 담고 있다. ‘히잡 의문사’ 반정부 시위대는 억압적인 신정일치 통치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시위 과정에서 이 문양이 삭제된 국기를 쓰고 있다. 논란이 일자 27일 미국축구협회 관계자는 기자회견에서 “인권을 위해 싸우고 있는 이란 여성들에 대한 지지의 의미”라며 대표팀 및 선수단과 상의한 것은 아니라고 진화에 나섰다. 이날 소셜미디어에도 이란의 공식 국기를 다시 게재했다. 그럼에도 이란 측은 미국축구협회를 국제축구연맹(FIFA)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며 반발했다. 27일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 대표팀에 10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내리고 이번 월드컵에서 퇴출하라”고 주장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군 무기가 고갈된 정황이 포착됐다. 러시아에서는 참전군인의 안위를 걱정하는 가족들의 불만이 커지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이들을 달래고 나섰다. 영국 국방부는 26일 트위터에 공개한 국방정보국(DI) 보고를 통해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격추된 러시아 순항미사일 잔해 사진을 보면 1980년대 핵탄두 탑재용 AS-15 KENT 미사일인 것이 명확해 보인다”고 밝혔다고 일간 가디언 등이 전했다. 1980년대 개발된 핵미사일에서 핵탄두를 제거하고 다른 탄두를 장착해 활용했다는 것이다. 이어 “의도가 무엇이든 이런 ‘임시변통’ 미사일은 러시아의 장거리 미사일 재고가 고갈돼 간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방 군사 전문가들도 옛 소련에서 생산한 S-300 지대공 미사일을 반복 사용하는 등 러시아의 미사일 보유량이 바닥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러시아 참전군인 가족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아내와 어머니 위원회’를 비롯한 참전군인 가족 단체들은 푸틴 대통령이 동원된 예비군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크렘린궁은 악화된 여론을 달래기 위해 27일 ‘어머니의 날’을 앞두고 푸틴 대통령이 25일 수도 모스크바 외곽 대통령 관저에서 참전군인 어머니 17명과 담소하는 사진과 발언을 공개했다. 하지만 영국 BBC방송은 크렘린궁이 참석자들을 엄선했으며 몇몇 어머니는 친(親)푸틴 운동을 벌여 왔다고 전했다. 아내와 어머니 위원회도 참석자들이 ‘올바른 질문’만 하라는 말을 들었다며 연출 의혹을 제기했다. 푸틴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러시아에선 한 해) 교통사고로 약 3만 명이 숨진다”며 전사자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음을 에둘러 말하기도 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튀르키예(터키)가 시리아와 이라크의 쿠르드계 분리주의 무장세력 관련 목표물을 대거 폭격하고 지상군 투입까지 예고했다. 이스라엘과 시리아에서도 테러로 추정되는 폭발이 발생하는 등 중동 전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23일(현지 시간) 튀르키예 국방부는 20∼22일 사흘간 시리아 북부, 이라크 북부 등에 있는 쿠르드계 분리주의 무장세력과 관련해 “목표물 471곳을 타격하고 245명을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무력화’는 보통 사살했다는 의미로 쓰인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23일 연설에서 “공중에서 이뤄진 작전은 시작일 뿐”이라며 “우리를 다시 공격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지상 공격을 명령할 것”이라고 추가 공격을 예고했다. 지상군 투입 시점은 튀르키예 측에 가장 편리한 시간으로 정할 것이라며 시리아 북부의 ‘아인알아랍’ 지역이 목표라고 제시했다. 이날 공격은 13일 최대 도시 이스탄불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에 대한 보복 성격이다. 튀르키예는 사고 배후로 쿠르드노동자당(PKK), 쿠르드민주연합(PYD) 등 쿠르드계 분리독립 무장세력을 지목한 후 이들의 거점을 타격하고 있다. 시리아에 미군을 배치한 미국은 반발했다. 미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튀르키예의 시리아 공습으로 이슬람국가(IS) 퇴치를 위해 시리아에 머무르고 있는 미군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도 이날 테러로 추정되는 연쇄 폭발이 일어나 15세 소년 1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부상했다. 폭발은 예루살렘 북동부의 한 버스 정류장과 인근 교차로 등에서 연이어 발생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버스 정류장에서 일어난 첫 번째 폭발이 가방으로 위장한 폭탄에서 비롯됐다며 테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날 폭발은 지난달 말 총선에서 강경 우파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가 극우 정당과 손잡고 승리한 상황에서 벌어졌다. 내각 구성이 끝나면 네타냐후 전 총리가 재집권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는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번 폭발을 “작전”이라고 지칭하며 가해자들을 칭찬했다. 22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는 급조 폭발물이 터지면서 정부군 자문 임무를 수행하던 이란 혁명수비대 대령이 숨졌다. 혁명수비대는 이스라엘을 폭발 배후로 지목하고 “죗값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후 이란이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자 이스라엘은 ‘앙숙’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시리아 공습을 이어오고 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튀르키예(터키)가 시리아와 이라크의 쿠르드계 분리주의 무장세력 관련 목표물을 대거 폭격하고 지상군 투입까지 예고했다. 이스라엘과 시리아에서도 테러로 추정되는 폭발이 발생하는 등 중동 전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23일(현지 시간) 터키 국방부는 20~22일 사흘 간 시리아 북부, 이라크 북부 등에 있는 쿠르드계 분리주의 무장세력 관련 “목표물 471곳을 타격하고 245명을 ‘무력화’ 했다”고 밝혔다. ‘무력화’는 보통 사살했다는 의미로 쓰인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23일 연설에서 “공중에서 이뤄진 작전은 시작일 뿐”이라며 “우리를 다시 공격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지상 공격을 명령할 것”이라고 추가 공격을 예고했다. 지상군 투입 시점은 튀르키예 측에 가장 편리한 시간으로 정할 것이라며 시리아 북부의 ‘아인알아랍’ 지역이 목표라고 제시했다. 이날 공격은 13일 최대 도시 이스탄불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에 대한 보복 성격이다. 튀르키예는 사고 배후로 쿠르드노동자당(PKK), 쿠르드민주연합(PYD) 등 쿠르드계 분리독립 무장세력을 지목한 후 이들의 거점을 타격하고 있다. 시리아에 미군을 배치한 미국은 반발했다. 미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튀르키예의 시리아 공습으로 이슬람국가(IS) 퇴치를 위해 시리아에 머무르고 있는 미군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도 이날 테러로 추정되는 연쇄 폭발이 일어나 15세 소년 1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부상했다. 폭발은 예루살렘 북동부의 한 버스 정류장과 인근 교차로 등에서 연이어 발생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버스 정류장에서 일어난 첫 번째 폭발이 가방으로 위장한 폭탄에서 비롯됐다며 테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날 폭발은 지난달 말 총선에서 강경 우파 베냐민 네탸나후 전 총리가 극우 정당과 손잡고 승리한 상황에서 벌어졌다. 내각 구성이 끝나면 네탸나후 전 총리가 재집권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는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번 폭발을 “작전”이라고 지칭하며 가해자들을 칭찬했다. 22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는 급조 폭발물이 터지면서 정부군 자문 임무를 수행 하던 이란 혁명수비대 대령이 숨졌다. 혁명수비대는 이스라엘을 폭발 배후로 지목하고 “죗값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후 이란이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자 이스라엘은 ‘앙숙’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시리아 공습을 이어오고 있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yolo@donga.com}
《15일 이집트 알렉산드리아항(港) 명소 카이트베이 요새 근처에서는 궂은 날씨에도 방파제 공사가 한창이었다. 거푸집이 여기저기 보였고 레미콘 차량이 관광객 사이로 쉼 없이 드나들었다. 요새 바로 밑에는 1400만 달러를 들인 해안 침식 방지용 콘크리트블록 5000여 개가 쌓여 있다. 이 블록들로도 밀려오는 파도를 막기에 모자라 방파제를 추가하는 공사다. 17년째 요새 주변에서 관광용 보트 뱃사공으로 일하는 오사마 씨(39)는 “겨울인데도 비가 많이 오고 파도가 거세져 일하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이 이상기후(異常氣候)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십 년 안에 해수면이 상승해 수백만 명이 살 곳을 잃게 될 것이라는 극단적인 경고에서부터 광활한 곡창지대로 해수가 역류해 식량 위기를 가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름에는 이상고온과 가뭄, 유례없는 폭우까지 겹쳐 중동뿐 아니라 국제사회도 우려하고 있다.“나일강 삼각지 30% 잠길 수도” 나일강과 지중해가 만나는 삼각지 서쪽 끝자락 알렉산드리아는 이집트 제2 도시이자 가장 큰 항구도시다. 약 1500년 전 술탄이 지배하던 시절 외세를 막기 위해 지은 카이트베이 요새와 고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등으로 유명하지만 미국 마이애미, 중국 상하이와 함께 지구온난화 피해가 가장 큰 지역으로 꼽힌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알렉산드리아는 매년 3mm씩 지중해 밑으로 가라앉고 있다. 알렉산드리아에서 2015, 2018, 2020년에 바닷물이 범람해 홍수가 일어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그때마다 많은 이재민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바닷물에 침식돼 붕괴 위험이 커진 해안가 건물 일부 주민은 이사를 가야 했다. 이날 알렉산드리아 해변에서는 겨울이면 높아지는 해수면과 거세지는 파도를 피해 파라솔과 일광욕 평상 등 해수욕 장비가 모두 치워졌다. 여름에 성행한 야외 식당들도 대부분 철수했다. 해산물 전문식당을 하는 마리얌 씨(55)는 “해가 갈수록 파도가 거세져 겨울에는 실내 식당 중에도 문을 닫는 곳이 늘고 있다”며 “문을 열어도 혹시 피해가 생길까 봐 불안해하며 장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집트에서 가장 비옥한 나일강 삼각지 유역은 이집트 식량 생산의 50%를 담당한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해안이 내륙으로 약 3km까지 밀려들어와 많은 토지가 잠겼다. 삼각지 해안도시 로제타에서는 과거 토마토 가지 호박 등을 재배했지만 최근에는 망고나 시트러스같이 염분에 강한 농작물을 기르고 있다. 인근 지역에서도 고온 현상과 토지 염분 증가로 매년 수확량이 줄고 있다는 보고가 이어진다. IPCC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 2050년까지 삼각지 유역 해수면이 1m 상승해 알렉산드리아를 포함한 이 지역의 약 3분의 1이 가라앉는다. 해수면이 1m 상승하면 서울 면적(605km²)의 10배가 넘는 해안지역 6900km²가 잠긴다. 지중해 수면이 50cm 상승해도 알렉산드리아의 30%가 물에 잠길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면 150만 명이 살 곳을 잃고 19만5000명이 일자리를 잃으며 재산 피해는 30조 달러로 추산된다는 예측도 있다. 물론 해수면이 30년 내에 이렇게까지 상승할 확률은 극히 낮지만 극단적으로 상정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아흐메드 압델카데르 이집트 해안보호청장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기후 위기는 더 이상 경고 수준이 아닌 현실이 됐다”고 주장했다. 유엔은 나일강 삼각지 유역 해수 역류가 심해지면 가뜩이나 식량 위기인 이집트 식량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한다.사라진 봄바람 ‘캄신’ 이상기후는 나일강 삼각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내륙인 수도 카이로는 여름에 과거보다 더 덥고 습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년 봄에 불던 캄신(khamsin·이집트와 이스라엘에 부는 건조하고 더운 모래바람)이 관측되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카이로에 때 이른 폭우가 이틀간 내려 도시 곳곳이 마비되기도 했다. 다른 중동 국가도 상황은 비슷하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극심한 물 부족을 겪는 17개국 중 11개 나라가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있다. 이상기후가 물 부족을 심화시킬 수도 있는 실정이다.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국가로 꼽히는 요르단에서는 물 부족 현상이 심해지면서 지난해 이스라엘로부터의 물 수입량을 두 배로 늘렸다. 세계은행은 이상기후 현상을 방치하면 이라크에서는 2050년 평균기온이 섭씨 1도 상승하고 연간 강수량은 10% 줄어 수자원이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이라크는 최근 2년간 농작물 생산량이 40% 줄었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이들 지역은 난민 문제도 심각하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전 세계 난민 90%가 기후변화에 취약한 국가 출신이다. 에이미 포프 국제이주기구(IOM) 부국장은 AFP통신에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자연재해가 반복돼 지난해 300만 명이 떠나야 했다”고 말했다.국제사회 지원만 기다릴 뿐 중동 각국이 기후변화에 손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이집트 정부는 몇 년째 알렉산드리아를 비롯한 나일강 삼각지 연안을 따라 방파제를 쌓고 있다. 또 바닷물에 침식돼 쓸려 나가는 모래를 보강하기 위해 매년 모래 수백만 t을 해안가에 채워 넣고 있다. 기자가 찾은 이날 카이트베이 요새 근처뿐만 아니라 알렉산드리아 곳곳에서 해안을 따라 방파제 공사가 한창이었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및 식량 위기에 따른 경제난까지 겹쳐 해안 침식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집트는 북부 지중해 연안이 총 연장 1000km에 달한다. 경제 위기를 감안하면 이집트 혼자 지중해 수면 상승으로 인한 피해를 감당하기 어렵다. 알렉산드리아는 도시 배수(排水) 능력을 보강했지만 빠르게 증가하는 강수량에 미치지 못해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압델카데르 해안보호청장은 “이집트 혼자 아무리 방파제를 쌓고 모래를 쏟아부어도 경제적, 물리적으로 역부족”이라고 탄식했다. 국제사회 협력은 현재로서는 요원하다. 18일 이집트 휴양도시 샤름엘셰이크에서 폐막한 유엔 기후변화협약 제27차 당사국 총회(COP27)에서는 사상 최초로 기후변화가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되는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비경제적 손실을 의미하는 ‘손실과 피해’ 기금 조성에 합의하는, 역사적인 진전을 이뤘지만 기금 모금 주체와 지원 대상은 누구인지, 어느 나라가 얼마씩 내야 할지, 어느 나라에 얼마나 지원할지 등등 구체적인 이행 방안 논의는 내년으로 미뤄졌다.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전보다 섭씨 1.5도로 제한하자는 지난해 합의에 대한 행동 계획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외신은 일부 개발도상국이 기금 마련 합의 도출을 위해 지구 온도 상승폭 제한을 양보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프 IOM 부국장은 “국제사회가 중동 및 북아프리카의 기후변화 피해 주민에게 제대로 된 음식과 살 곳, 경작지를 마련해 주지 않는다면 이들에게는 난민이 되는 것 말고는 남은 게 없다”고 말했다. ―알렉산드리아에서 강성휘 카이로 특파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