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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경력이 없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36)이 당 대표 선거에서 선전하면서 30, 40대의 젊은 지도자가 많은 유럽의 정치 환경이 주목받고 있다. 유럽의 젊은 지도자로는 현직 최연소 국가수반인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35)를 비롯해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36),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43),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44),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44),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44),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46), 그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48) 등이 있다. 지금은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이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79)도 30세이던 1972년에 첫 상원의원 임기를 시작했다. 빌 클린턴(75),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60)도 각각 47세, 48세에 미국의 최고 권력자가 됐다. 서구 선진국에서 젊은 지도자들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오래전부터 정착된 청년 정치인 육성 체계 △양극화, 이민, 기후변화 등 과거의 정치 문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새로운 과제의 등장 △청년 정치인의 약점이었던 자금과 조직력의 한계를 상당 부분 없애준 정보기술(IT)의 발전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젊은 지도자와 의회…10대 시절부터 정당 경험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연합(EU) 27개국 정상의 평균 연령은 1960년대엔 64세였다. 1970년대에는 63세, 1980년대 65세, 1990년대 61세였고 2010년대에는 58세까지 내려왔다. 현재 27개 회원국 최고 지도자 중 30, 40대의 비율은 37%(10명)다. 마린 총리가 이끄는 핀란드는 ‘밀레니얼(1980∼2000년 출생자) 여성 내각’을 구성했다. 집권 사회민주당을 포함해 연정을 구성하는 5개 정당 대표가 모두 여성이고 이 중 4명이 30대다. 의회도 젊다. 2019년 총 751명을 선출한 EU 의회의 평균 연령은 49.5세였다. 최연소는 당시 21세이던 키라 페테르한센 덴마크 인민당 의원. 국제의원연맹(IPU)에 따르면 이탈리아 의회 내 2030 정치인 비율은 42.7%다. 네덜란드(33.3%), 노르웨이(34.3%), 스웨덴(31.4%)도 높은 수준이다. 영국(21.7%) 및 프랑스(23.2%), 독일(11.6%) 등 EU 대표 국가의 젊은 의원 비율도 상당하다. 지난해 5월 출범한 한국의 21대 국회 300명 의원 나이는 평균 54.9세다. 20, 30대 의원은 4.3%(13명)에 불과했다. 미국(11.5%), 일본(8.4%)의 2030 의원 비율 역시 한국보다는 높다. 유럽은 젊은 정치인을 키우는 각종 제도 또한 잘 갖춰져 있다. 핀란드 의회 내 9개 정당은 모두 청년조직을 갖췄다. 핀란드 청소년은 15세 때부터 정당 청년조직에 가입할 수 있다. 2006년 만들어진 청소년기본법 8조는 “청소년에게 지역사회의 청소년 단체 및 정책을 다루는 일에 참여할 기회가 반드시 주어져야 한다”고 정해 놓았다. 스웨덴 사회민주당은 25∼35세가 대상인 ‘봄메르스비크(Bommersvik)’라는 청년조직을 운영한다. 녹색당에도 청년조직 ‘영 그린스(Young Greens)’가 있다. 2014∼2019년 교육장관을 지낸 구스타브 프리돌린(38)은 11세이던 1994년에 녹색당에 입당했고 ‘영 그린스’를 거쳐 의원, 장관을 지냈다. 인생 대부분을 정치인으로 산 셈이다. 영국의 집권 보수당, 제1야당 노동당 등도 청년조직을 두고 있다. 보수당의 25세 이하 청년조직 ‘젊은 보수당’(Young Conservative)은 15만 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총리(57) 역시 청년 시절부터 이 조직에서 활동했다.○ 성소수자 코미디언 출신 최고 권력자불평등, 성 평등, 환경 문제 등 새로운 해결 과제가 속속 등장한 것도 젊은 정치인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젊은 지도자들은 소속 정당의 이념과 완전히 다른 정책을 도입하거나 반대파와 손잡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자신이 성소수자이거나 코미디언 등 정치와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다 정계에 입문한 지도자도 많다. 베텔 총리는 2015년 현직 국가수반 중 최초로 동성 결혼식을 올렸다. 가톨릭 전통이 강한 룩셈부르크에서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법이 통과된 것 역시 그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7∼2020년 아일랜드 총리를 지낸 리오 버라드커 부총리(43)도 성소수자다. 그는 총리 시절인 2019년 복음주의 기독교인이며 동성결혼 등에 반대하는 마이크 펜스 당시 미국 부통령을 만나 성소수자 차별 철폐를 촉구했다. 정치 경력이 없던 코미디언 출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19년 대선에서 득표율 70%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2018∼2020년 권좌에 올랐던 마랸 샤레츠 전 슬로베니아 총리(44) 역시 정치풍자 코미디언으로 이름을 날렸다. 중도좌파 사회민주당 소속인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강력한 반이민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좌파, 우파가 아닌 중도를 표방한 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를 창당해 2017년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이 됐다. 우파 국민당 소속인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첫 집권 때인 2017년 극우 자유당과 연정을 구성했다. 2019년 5월 하인츠크리스티안 슈트라헤 당시 자유당 대표 겸 부총리가 러시아 재벌과의 결탁 의혹에 휩싸이자 결별했다. 4개월 뒤 조기 총선에서 강경 진보 녹색당을 연정 파트너로 택해 재집권에 성공했다. ○ IT 발달로 돈·조직 한계 줄어젊은 정치인은 소셜미디어, 게임 등을 통해 유권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6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맥플라이와 칼리토’에 출연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등 정부의 여러 정책을 설명하고 출연자와 함께 게임도 했다. 1200만 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소셜미디어 추종자가 2200만 명이 넘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미국 하원의원(민주·32)은 인스타그램 생방송에서 요리를 하거나 춤을 추면서 유권자의 질문에 바로바로 답한다. 지난해 10월에는 온라인 게임 ‘어몽어스’를 하며 젊은층의 대선 투표를 독려했다. 역시 소셜미디어 애용자인 마린 총리는 지난해 10월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은 채 목걸이와 재킷만 걸치고 가슴골을 드러낸 사진을 선보였다. 일각에서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로서 적절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수많은 2030 세대들이 총리와 비슷한 옷을 입은 자신의 인증 사진을 올리며 ‘나는 산나와 함께한다(#imwithsanna)’는 응원 해시태그를 달았다. 존댓말 등이 없는 사회 분위기 또한 젊은 지도자의 탄생에 일조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U 통계청에 따르면 EU 전체 4억5000만 인구 중 22.2%(1억 명)가 65세 이상일 정도로 EU 또한 한국 못지않게 고령화가 심하다. 하지만 고령 유권자의 자식뻘, 손자뻘인 3040 정치인에게 투표하는 과정에서 나이, 연륜, 경험 등을 따지는 분위기는 짙지 않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교수(정치외교)는 “유교문화, 장유유서 전통이 강한 한국에서는 젊은 정치인을 설익었다고 보는 시각이 많지만 자유주의 문화가 짙은 서구에서는 ‘젊어도 능력만 있으면 괜찮다’는 분위기가 훨씬 강하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 역시 “대부분의 서구 정치인은 10대 시절부터 지역 유권자와 밀착해 활동하고 이 때문에 유권자들은 일종의 검증을 끝냈다고 여긴다”며 나이에 비해 상당히 긴 의정활동 경력이 젊은 정치인에 대한 유권자의 거부감을 해소하고 있다고 평가했다.한국은 ‘고령의 정치’ 틀 못벗어나… 여야 대선주자 대부분 60, 70대 정세균 70대, 이낙연 윤석열 60대… 이재명 57세로 그나마 젊은 편국민의힘 지도부 60대 포진… 與 송영길 등 86그룹 환갑 바라봐각 당 청년정치 앞세우지만 제 목소리 못내고 존재감 미미 150세. 얼마 전까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이끌었던 이해찬 대표(69)와 제1야당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81)의 나이를 합친 숫자다. 이들은 퇴임한 뒤에도 현역처럼 왕성하게 활동하며 현실 정치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36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세대교체’가 여의도를 넘어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권에 불어 닥친 세대교체 열풍은 그만큼 한국의 정치권이 고령화된 현실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력 대선주자 대부분이 60, 70대민주당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나이는 71세, 이낙연 전 대표는 69세다. 1964년생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57세로 그나마 젊은 편. 야권의 대선주자인 무소속 홍준표 의원(67),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63), 윤석열 전 검찰총장(61) 등 모두 60대다. 여야의 당 지도부 또는 당권주자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올해 5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송영길 대표(58)와 맞붙었던 홍영표 의원과 우원식 의원은 64세 동갑내기다. 국민의힘에서도 이종배 정책위의장(64), 김기현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62),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주호영 전 원내대표(61) 홍문표 의원(74) 등 60, 70대가 다수다. 학생운동 출신으로 2000년 전후 30대 시절 여의도에 대거 입성하며 한때 청년 정치를 이끌었던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도 이제 50대 후반으로 곧 60줄을 바라보고 있다. 민주당의 투톱인 송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는 58세 동갑내기다. 86그룹의 맏형 격인 우상호 의원은 59세,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57세다. 국민의힘에서도 나경원 전 의원(58), 원희룡 제주지사(57) 등이 같은 세대에 해당한다.○ 청년 들러리 현상은 여전여야 모두 선거 때마다 청년 정치를 앞세우지만 실상 정치권에서 청년 정치인들은 들러리 역할인 경우가 많다. 민주당은 청년 대변인, 청년 최고위원 등을 지명하고 있지만 당내 주류인 친문(친문재인)과 86그룹에 맞서는 목소리를 내는 경우는 극소수에 그쳤다. 국민의힘 역시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서 20, 30대 비대위원 3명을 선임했으나 김 위원장의 이른바 ‘짜르(러시아 절대군주)’ 리더십하에 존재감이 미미했다는 게 당내 공통적인 평가다. 청년 출마자들이 겪는 고충도 여전하다. 공직선거 출마를 위해서는 기탁금, 사무실 임차, 현수막과 명함 제작, 선거운동원 인건비, 차량과 앰프 임대 등에 들어가는 ‘억 단위’의 돈은 청년들에게 넘을 수 없는 벽이다. 후원회를 만들더라도 청년이 충분한 돈을 모금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에 결국 가진 돈이 없는 청년 정치인은 출마조차 하기 힘든 게 현실. 이 때문에 정치자금법이나 공직선거법을 청년 친화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노년층이 사회 전반을 장악해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는 정치 체제를 뜻하는 ‘제론토크라시(gerontocracy)’ 현상이 한국 정치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21대 국회의원 당선자 중 50대 이상은 300명 중 249명(83%)에 달하는 반면 20대(18∼29세)와 30대 당선자는 각각 2명(0.7%), 11명(3.7%)에 불과하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보수 정당은 특유의 나이 존중 문화로, 진보 정당은 운동권에서 서로 끌어주는 분위기 속에서 하나의 기득권층을 형성했다”며 한국의 청년 정치가 발전하지 못한 이유를 진단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김예윤 기자 / 윤다빈 empty@donga.com·최혜령 기자}
지난달 23일 벨라루스가 제3국 민항기를 강제착륙 시키는 과정에서 체포한 반정부 언론인 로만 프로타세비치(26)가 국영 방송에 출연해 불법 시위를 조직했다고 자백했다. 나아가 그는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67)을 존경한다고 했다. 정부 고문과 강압으로 인한 국제적 촌극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BBC 등에 따르면 프로타세비치는 3일(현지 시간) 벨라루스 국영 ONT TV에 출연해 “대규모 불법 시위를 조직한 유죄를 인정한다”며 “나의 언론활동으로 거리가 불안해졌고, 수도 민스크가 혼란에 빠졌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옳은 일을 한다고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를 존경한다”고 말했다. 자신과 시민사회, 언론을 탄압한 대통령을 칭찬한 그는 인터뷰 말미 눈물을 흘리며 “다시는 정치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 언젠가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이 80%의 지지율로 압승했다. 그러나 야권은 부정선거 의혹일 제기했고, 대규모 시위로 이어졌다. 프로타세비치는 당시 독립언론 ‘넥스타’ 편집장을 맡아 루카셴코 정권을 비판하고, 시위를 독려했다. 벨라루스 정부는 지난달 23일 리투아니아행 아일랜드 여객기를 타고 있던 그를 잡기 위해 해당 민항기를 민스크에 강제착륙시켜 국제사회의 빈축을 샀다. 그의 가족들은 고문으로 인한 자백이라고 반발했다. 프로타세비치 부친은 AFP통신에 “아들이 그런 말을 할 리가 없다”며 “그를 고문하고 억지로 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역시 “유죄 시 15년형, 최대 사형인 상황에서 유죄를 인정하고, 루카셴코에게 존경을 표시한다는 것은 거짓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도 정부에 감금된 프라타세비치의 얼굴에 타박상 흔적이 있다며 고문가능성을 제기했다. CNN은 “이번 인터뷰는 다른 야권 운동가에게 영향과 좌절감을 주려는 조치”라고 전했다. 유럽연합(EU)의 벨라루스 제재 시행도 본격화되고 있다. 폴란드, 포르투갈, 그리스 등 7개 국가들이 이날 자국 항공사에 벨라루스 영공을 통과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러시아 대외첩보국(SVR)과 벨라루스 정보당국은 이날 서방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공조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은 전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2.6% 올라 9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물가 상승률이 2개월 연속 2%를 웃돌자 정부는 “하반기(7∼12월)엔 물가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잠재우고 나섰다. 하지만 급격한 경기 회복세로 고(高)물가가 이어지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일시적 상승”이라면서도 기대인플레 우려 통계청은 5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07.46으로 작년 같은 달 대비 2.6% 올랐다고 2일 밝혔다. 2012년 4월(2.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작황 부진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오름세를 이어가는 데다 지난해 국제유가가 급락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해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장바구니 물가’인 농축수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12.1% 올라 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파(130.5%), 마늘(53.0%) 등 채소 값이 뛰며 농산물 가격이 16.6% 올랐다. 석유류 가격이 23.3% 급등해 공업제품 물가는 3.1% 올랐다. 재료비 인상으로 외식 등 개인서비스 물가도 2.5% 상승했다. 가정에서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지난달 3.3% 올라 상승률이 2017년 8월 이후 처음으로 3%를 넘었다. 정부는 “작년 저물가의 기저효과와 공급난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향후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 경계감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높게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정부는 불안 심리를 차단하기 위해 이달 달걀 수입물량을 5000만 개 이상으로 늘리고, 정부가 보유한 비철금속 할인 물량을 2만9000t 방출한다. ○ 글로벌 인플레 공포에 ‘통화 긴축’ 빨라지나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대되며 소비 심리가 빠르게 회복돼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여당이 추진하는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편성되면 소비 심리가 더 자극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세계적인 물가 상승세도 정부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4.2% 상승했다. 2008년 9월 이후 약 13년 만에 최대로 올랐다. 물가가 예상보다 크게 오르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언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논의를 시작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도 소비자물가와 집값이 최근 3년 내 최고치로 올라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로 국제 원자재 가격도 상승세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이날 시장에서 2.1% 올라 약 2년 만의 최고치인 배럴당 67.72달러에 거래됐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외 여건을 감안하면 연내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봤다. 금리가 오르면 사상 최대로 불어난 가계부채의 이자 부담이 커져 한국 경제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 뉴욕=유재동 / 파리=김윤종 특파원}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몽드가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한국 청년들로부터 외면받는 현상을 짚은 기사를 1일 실었다. 르몽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위선을 꼽았다. 르몽드는 이날 ‘젊은층으로부터 외면받는 한국 대통령, 문재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4년 전 진보주의자 문 대통령을 당선시킨 것은 바로 청년들이었다”며 “하지만 지금 이 젊은층이 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를 어렵게 하면서 내년 대선에서 보수우파가 권력을 잡을 위험이 커졌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문 대통령) 지지율이 2017년 취임 후 가장 낮은 29%까지 떨어졌다가 5월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쳐 34%까지 회복했다”며 “그러나 2018년 9월 평양에서 김정은과 남북 정상회담을 가졌을 당시의 80%와는 큰 차이가 있다”고 했다. 르몽드는 민주당은 20대 유권자들에게서 거의 30%포인트나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청년들은 경제 분야에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가치 문제에서 더 이상 설득력이 없으며, 북한과의 관계에서 실패한 권력을 거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문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비리 등 청년들을 분노하게 만든 사례들도 거론했다. 르몽드는 “2019년 검찰개혁을 맡았던 조 장관이 가족들을 위해 불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사건으로 사임했다”며 “20대 여성들은 민주당 지도부들이 성희롱 혐의를 받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박 전 시장의 업적을 찬양한 것에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청년실업 문제, 급등한 부동산 가격으로 청년들의 거부감이 심해졌고, 이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르몽드는 분석했다. 르몽드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USKI) 이서호 연구원의 기고글을 인용해 586세대에 대한 청년들의 시각도 전했다. 르몽드는 한국 청년들은 한국판 베이비부머라 할 수 있는 ‘꼰대(kkondae)’들에 대한 반감을 공통적으로 지적한다며 “586세대 대다수가 민주당 지지자들로 권력을 쥐고 있다”고 했다. 이어 청년들은 민주당 정권 창출에 기여했지만 이제는 꼰대들의 위선을 참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2006년부터 15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이끈 멕시코 이코노미스트 출신의 앙헬 구리아 사무총장(72·사진)이 1일(현지 시간) 물러난다. 1948년 설립된 OECD의 최장수 수장인 그는 지난달 28일 프랑스 주재 한국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이 한 세대 만에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놀라운 변신을 한 회원국이라는 점이 자랑스럽다”며 한국의 경제 발전을 높이 평가했다. 다만 집값, 가계 부채, 고령화 등은 우려했다. 그의 후임은 머티어스 코먼 전 호주 재무장관(51)이다. 구리아 총장은 한국을 “가장 극적으로 변화한 국가의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반도체, 정보기술(IT), 인공지능(AI) 등 여러 분야에서 한국의 발전은 인상적”이라며 “각국 정부에 ‘한국이 자랑스럽다. 그 비결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대해서도 비교적 후한 평가를 내리며 “코로나19 대유행을 성공적으로 관리했다. 한국의 내년 경제 전망 또한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구리아 총장은 “한국의 집값, 가계 부채가 우려된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저하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해법으로는 ‘보육 인프라 확대’를 들었다. 그는 “여성이 출산 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보육 시설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출산 여성의 재교육, 업무 능력 향상을 지원하는 정책 등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 회복이 명확해질 때까지 경기부양책 또한 멈추지 말아야 한다며 “경기부양책은 시기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인구 대비 10% 선(1회 접종 기준)에 머물고 있는 한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구리아 총장은 “한국은 코로나19 확산 규모가 작아 시간을 벌 수 있었지만 이제는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모두가 안전할 때까지는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전 인류의 안전을 위해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백신 공급뿐만 아니라 구매 자금, 백신 생산시설 구축 등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내년쯤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인류가 싸워야 할 가장 큰 적으로 ‘기후변화’를 꼽으며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 세대를 위해 지구온난화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라며 “오래전부터 탄소에 어마어마한 가격을 매겨야 한다고 말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탄소세, 탄소배출권 거래제 등을 활성화하고 각국 정부가 화석연료 산업에 보조금을 주는 것도 멈춰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69)이 제3국 민항기 강제 착륙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67) 지원에 나섰다. 인근 국가들의 반(反)러시아 전선 확대를 막는 한편으로 러시아 영토 확장이란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8일 오후 러시아 남부 도시 소치에서 루카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푸틴은 “2013년 미국의 요청으로 러시아로 망명한 미 정보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을 잡기 위해 오스트리아가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의 전용기를 강제 착륙시켰을 때 (서방은) 조용했다”며 “최근 사건은 비우호국에 대한 서방의 감정 분출”이라고 밝혔다. 푸틴은 29일 루카셴코에게 차관 5억 달러(약 5800억 원)를 제공하고 양국 간 항공편 수도 늘리는 등 벨라루스 원조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23일 루카셴코 대통령은 반정부 언론인 로만 프라타세비치(26)를 체포하기 위해 아일랜드 민항기를 자국에 강제 착륙시켰다. 체포된 프라타세비치는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의 국가보안위원회(KGB) 산하 구치소에 수감 중이라고 그의 가족이 30일 BBC에 밝혔다. 푸틴이 루카셴코를 지원하고 나선 이유는 ‘러시아 확장’과 연관이 있다. 국경을 맞댄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1999년 ‘연합국가’ 창설 조약을 맺고 국가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옛 소련에서 독립한 국가들이 러시아와 적대적 관계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의중도 포함됐다고 가디언 등은 전했다. 이들은 29일 흑해 요트 여행도 함께 했다. 요트에서 마련된 식사 자리에는 루카셴코의 막내아들 니콜라이(17)까지 참석했다. 1994년부터 27년째 집권해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루카셴코는 빅토르(46), 드미트리(41), 니콜라이 등 아들 3명에게 권력을 승계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29일(현지 시간) 오후 1시 반. 영국 런던 중심에 있는 웨스트민스터 대성당. 성당 측은 갑자기 관람객들에게 “나가 달라”고 요청했다. 30분 뒤인 오후 2시 한 고급 리무진이 성당 앞에 도착했다. 차에서는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내렸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57)의 약혼녀 캐리 시먼즈(33)였다. 존슨 총리와 시먼즈는 이날 깜짝 결혼식을 올렸다. 영국 더선은 “영국의 현직 총리가 재임 중 결혼한 것은 1822년 로버트 젱킨슨 총리(당시 52세) 이후 199년 만”이라며 존슨 총리의 결혼식을 보도했다. 결혼식에는 존슨 총리와 시먼즈 외 지인 30명만 참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규정에 따라 결혼식 참석자는 30명으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존슨과 시먼즈는 서약서를 읽고 키스를 나눈 후 바로 결혼을 선언했다. 당시 시먼즈는 웨딩베일도 쓰지 않았다고 더선은 전했다. 영국 언론들은 ‘기습적이고 은밀한 결혼’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결혼식을 ‘스텔스급 행사’라고 전했다. 존슨 내각과 총리실 고위직 참모들조차 존슨의 이날 결혼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존슨 총리가 지인들에게 내년 7월 30일 결혼식을 올린다고 알렸다는 내용이 보도되는 등 내년 결혼설이 유력했다. 총리실은 기습적으로 결혼이 이뤄진 이유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제1야당인 노동당 소속 존 크리켓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존슨 총리의 최측근이었던 도미닉 커밍스 전 총리 최고수석보좌관의 폭로, 인도발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총리관저 리모델링 비용 출처가 논란인 가운데 결혼식은 나쁜 소식을 묻을 좋은 방법”이라고 밝혔다. 커밍스는 26일 하원에 출석해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초기 존슨 총리의 부실 대응으로 수만 명이 희생됐다고 폭로했다. 영국은 인도발 변이가 확산되면서 신규 확진자 수가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다음 달 11일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권력욕이 강한 시먼즈가 ‘퍼스트레이디’로 참석하기 위해 결혼을 서둘렀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더선은 전했다. 시먼즈는 현지에서 존슨 내각의 실세라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정치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 케인 총리 공보담당자, 커밍스 전 수석보좌관 등도 시먼즈와의 권력 다툼에서 패해 물러났다고 텔레그래프 등은 전했다. 유력지 인디펜던트 창간인의 딸인 시먼즈는 존슨 총리가 2012년 런던시장 재선에 도전할 때 홍보 책임자로 영입돼 보수당 홍보본부장을 지냈다. 2019년 7월 존슨 총리와 함께 총리관저에서 동거를 시작했고 지난해 4월 아들을 낳았다. 존슨 총리의 결혼은 이번이 세 번째다. 그는 1987년 옥스퍼드대 동급생인 알레그라 모스틴오언과 결혼했지만 변호사 마리나 휠러와의 불륜으로 1993년 이혼했다. 이후 휠러와 재혼해 2남 2녀를 뒀지만 2018년부터 별거했고 지난해 이혼했다. 그는 2009년 미술평론가와의 혼외 관계에서 딸을 뒀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69)이 제3국 민항기 강제착륙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67) 지원에 나섰다. 인근 국가들의 반(反) 러시아 전선 확대를 막는 한편 러시아 영토 확장이란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8일 오후 러시아 남부도시 소치에서 루카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푸틴은 “2013년 미국의 요청으로 러시아로 망명한 미 정보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을 잡기 위해 오스트리아가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의 전용기를 강제 착륙시켰을 때 (서방은) 조용했다”며 “최근 사건은 비우호국에 대한 서방의 감정 분출”이라고 밝혔다. 푸틴은 이날 루카셴코에게 차관 5억 달러(약 5800억 원)를 제공하고 양국 간 항공편 수도 늘리는 등 벨라루스 원조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지난 23일 루카셴코 대통령은 반정부 언론인 로만 프라타세비치(26)를 체포하기 위해 아일랜드 민항기를 자국에 강제 착륙시켰다. 푸틴이 루카셴코를 지원하고 나선 이유는 ‘러시아 확장’과 연관이 있다. 국경을 맞댄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1999년 ‘연합국가’ 창설 조약을 맺고 국가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옛 소련에서 독립한 국가들이 러시아와 적대적 관계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의중도 포함됐다고 가디언 등은 전했다. 이들은 29일 흑해 요트 여행도 함께 했다. 요트에서 열린 식사자리에는 루카셴코의 막내아들 니콜라이(17)까지 참석했다. 1994년부터 27년째 집권해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루카셴코는 빅토르(46), 드미트리(41), 니콜라이 등 아들 3명에게 권력을 승계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에는 29일 루카센코를 비난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이들은 “루카셴코가 벨라루스를 북한처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29일(현지 시간) 오후 1시 반. 영국 런던 중심에 있는 웨스트민스터 대성당. 성당 측은 갑자기 관람객들에게 “나가달라”고 요청했다. 30분 뒤인 오후 2시 한 고급 리무진이 성당 앞에 도착했다. 차에서는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내렸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57)의 약혼녀 캐리 시먼즈(33)였다. 존슨 총리와 시먼즈는 이날 깜짝 결혼식을 올렸다. 영국 더선은 “영국의 현직 총리가 재임 중 결혼한 것은 1822년 로버트 젱킨슨 총리(당시 52세) 이후 199년 만”이라며 존슨 총리의 결혼식을 보도했다. 결혼식에는 존슨 총리와 시먼즈 외 지인 30명 만 참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규정에 따라 결혼식 참석자는 30명으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존슨과 시먼즈는 서약서를 읽고 키스를 나눈 후 바로 결혼을 선언했다. 당시 시먼즈는 웨딩베일도 쓰지 않았다고 더선은 전했다. 영국 언론들은 ‘기습적이고 은밀한 결혼’이라고 보도했다. 존슨 내각과 총리실 고위직 참모들조차 존슨의 이날 결혼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존슨 총리가 지인들에게 내년 7월 30일 결혼식을 올린다고 알렸다는 내용이 보도되는 등 내년 결혼설이 유력했다. 총리실은 기습적으로 결혼이 이뤄진 이유에 묵묵부답으로 일관 중이다. 제1야당인 노동당 소속 존 크리켓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존슨 총리의 최측근이었던 도미닉 커밍스 전 총리 최고 수석보좌관의 폭로, 인도발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총리 관저 리모델링 비용 출처가 논란인 가운데 결혼식은 나쁜 소식을 묻을 좋은 방법”이라고 밝혔다. 다음달 11일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권력욕이 강한 시먼즈가 ‘퍼스트레이디’로 참석하기 위해 결혼을 서둘렀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더선은 전했다. 유력지 인디펜던트 창간인의 딸인 시먼즈는 존슨 총리가 2012년 런던시장 재선에 도전할 때 홍보 책임자로 영입돼 보수당 홍보본부장을 지냈다. 2019년 7월 존슨 총리와 함께 총리 관저에서 동거를 시작했고 지난해 4월 아들을 낳았다. 시먼즈는 존슨 내각 실세라는 분석도 나온다. 리 케인 총리 공보담당자, 커밍스 전 수석보좌관 등도 시먼즈와의 권력다툼에서 패해 물러났다고 텔레그래프 등은 전했다. 존슨 총리의 결혼은 이번이 세 번째다. 그는 1987년 옥스퍼드대 동급생인 알레그라 모스틴오언과 결혼했지만 변호사 마리나 휠러와의 불륜으로 1993년 이혼했다. 이후 휠러와 재혼해 2남 2녀를 뒀지만 2018년부터 별거했고 지난해 이혼했다. 그는 2009년 미술평론가와의 혼외관계에서 딸을 뒀다.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유럽과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30대 정치인이 돌풍을 일으켰다. 대부분 10대 시절부터 정당,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활동하며 풍부한 정치·행정 경험을 쌓은 후 중앙무대에 등판해 ‘준비된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현직 최연소 국가수반인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35)는 17세에 집권 국민당에 입당했고 27세인 2013년 유럽연합(EU) 최연소 외교장관에 오른 18년 경력의 정치인이다. 2017년 총리가 됐고 지난해 1월 재집권에 성공했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36) 또한 21세에 집권 사회민주당의 청년조직에 가입했고 교통장관 등을 거쳐 2019년 12월 집권했다. EU의 국회의장 격인 샤를 미셸 정상회의 상임의장(46)은 2014년 39세에 벨기에 총리에 오른 후 EU 수뇌부에 등극했다. 루이지 디마이오 이탈리아 외교장관(35) 또한 2017년 좌파 정당 ‘오성운동’ 대표, 2018∼2019년 부총리를 지냈다. 2017∼2020년 아일랜드 총리를 지낸 후 현재 부총리를 맡고 있는 리오 버라드커(42)는 집권 당시 38세였다. 본인 또한 40세에 집권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한국계 세드리크 오 디지털경제장관(39), 장관급인 가브리엘 아탈 정부 대변인(32) 등 30대 각료를 중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집권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초반 돌풍을 일으킨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39)이 30대 기수로 꼽힌다. 인구 10만 명의 소도시인 오하이오주 사우스벤드에서 2012∼2020년 재선 시장을 지냈다. 젊고 참신한 이미지, 명문 하버드대 졸업, 뛰어난 연설 능력 등이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과 유사해 ‘백인 오바마’로도 불린다. 2019년 1월 하원에 입성한 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대립하며 명성을 얻은 4명의 민주당 유색인종 여성 하원의원 즉 ‘스쿼드’도 빼놓을 수 없다. 넷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모두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소셜미디어 추종자가 2200만 명이 넘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32·뉴욕)은 탄소 제로(0), 부유세 등을 주창하며 젊은층에게 열광적 지지를 얻고 있다. 부티지지 장관과 마찬가지로 높은 전국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언제든 대선에 도전할 수 있는 ‘잠룡’으로 꼽힌다.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 태어난 무슬림 난민 출신의 일한 오마르 의원(39·미네소타)은 미 최초의 여성 무슬림 하원의원이다. 13세에 미국에 왔고 18세인 2000년 시민권을 얻은 입지전적 성공의 주인공이다. 보수적 분위기가 강한 일본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뚜렷하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인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40)은 38세인 2019년 환경상에 입각했다. 세습 정치인이지만 28세에 국회의원으로 뽑혀 벌써 4선(選)이다. 역시 38세인 2019년에 홋카이도 지사로 선출된 스즈키 나오미치 지사(40)는 흙수저 정치인의 대표주자다. 부모의 이혼과 가난 등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했지만 31세인 2012년 재정파탄 도시였던 유바리 시장에 올라 시를 살린 후 도지사가 됐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55)는 2005년 39세에 집권 보수당 대표에 오른 후 2010∼2016년 총리를 지냈다. 파리=김윤종 zozo@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 김예윤 기자}
세계 최대 박물관인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 228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박물관장이 임명됐다. 르몽드 등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26일(현지 시간) 미술사학자 로랑스 데카르(55)를 신임 루브르박물관장으로 임명했다. 데카르는 2013년부터 루브르를 이끌어온 장뤼크 마르티네즈 현 관장 후임으로 9월 1일부터 관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1793년 루브르박물관이 개관된 후 여성 박물관장은 처음이다. 루브르박물관을 비롯해 오르세미술관, 베르사유 궁전, 퐁피두센터 등 프랑스 유명 공공 박물관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데카르는 사회 현안을 예술을 통해 알려야 한다는 철학을 가진 미술사학자로 알려져 있다. 데카르는 1966년 파리 외곽 안토니 출생으로 문학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할아버지 기 데카르는 소설가, 아버지 장 데카르는 기자이자 작가로 활동했다. 그는 파리 소르본대, 프랑스 최고 예술문화교육기관인 에콜 뒤 루브르(Ecole du Louvre)에서 19, 20세기 미술사를 공부한 후 1994년 오르세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위대한 박물관은 역사와 사회를 직시해야 한다”고 자주 주장해 왔다. 그는 지난달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박물관의 전시는 사회에서 중요한 이슈를 반영해야 한다”며 “그래야 모든 사회적, 문화적 배경을 가진 새로운 세대를 관람객으로 데려올 수 있다”고 했다. 사회 이슈와 예술, 미술 전시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명성을 얻은 그는 2014년 파리 오랑주리미술관을 거쳐 2017년 파리 오르세미술관장으로 임명됐다. 그의 임명 이후 오르세미술관은 관람객이 꾸준히 늘어 2019년에는 370만 명이라는 최대 방문 기록을 세웠다. 2019년 그는 19세기 서양 회화 속에 담긴 흑인 여성들의 표현 방식을 주제로 전시를 열어 인종 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다. 독일 나치가 약탈한 예술 작품을 반환하도록 하는 활동도 주도했다. 올해 3월에는 오스트리아의 유대인 가문이 소장하고 있다가 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38년 나치에게 빼앗긴 구스타브 클림트(1862∼1918)의 풍경화 ‘나무 아래 핀 장미’를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데카르는 “루브르박물관 전시도 사회의 주요 이슈들을 반영해 기획하겠다”며 “젊은 관람객을 늘리기 위해 오후 5시 반에 문을 닫는 루브르박물관의 개장 시간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57)가 한때 최측근이었지만 지난해 11월 결별한 도미닉 커밍스 전 총리 최고 수석보좌관(50)의 폭로로 정치생명의 위기를 맞았다. 의회에 출석한 커밍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 총리의 부실 대응으로 수 만 명이 희생됐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BBC 등에 따르면 커밍스는 26일 하원 보건사회복지위원회 청문회에 등장해 “지난해 2월 총리는 코로나19를 단순히 겁주는 이야기로 여겼다. 새로운 ‘돼지 독감(swine flu)’이라고도 했다”며 “총리가 TV 생중계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것까지 고려하며 사람들에게 겁낼 필요가 없다고 알리는 것을 원했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실제 바이러스를 주입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3월 말 감염돼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회복했다. 커밍스는 “국민들이 정부를 필요로 할 때 정부는 실패했다”며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존슨이 그 자리(총리직)에 안 맞는다는 것”이라며 “맷 행콕 보건장관 역시 코로나19 회의에서 거짓말을 수없이 했다”고 폭로했다. 지난해 2월 당시 이탈리아, 프랑스 등 주변국은 이미 강력한 봉쇄조치를 실시했지만 존슨 총리는 봉쇄를 건의한 참모들에게 ‘과한 공포분위기를 만들지 말라’는 반응을 보였다. 총리와 내각 주요 인사 모두 지난해 2월 휴가를 즐겼다. 커밍스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당시 두 번째 아내와의 이혼 마무리, 내년 7월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 동거녀 캐리 시먼즈(33)와의 약혼에 더 많은 신경을 썼다. 특히 시먼즈는 자신이 총리 관저로 데려와 키우는 반려견 ‘딜런’에 대한 기사 대응을 봉쇄 검토보다 우선시했다. 시먼즈는 영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속출하는 지난해 3월 12일 언론에 반려견에 관한 부정적 기사가 나오자 화를 내며 “총리실 공보부에서 빨리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커밍스는 한때 존슨을 총리로 만든 인물로 불렸다. 그와 존슨 총리는 모두 강경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지지론자다.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찬반 논란으로 영국의 국론 분열이 한창이던 2019년 7월 집권 보수당 경선에서 ‘브렉시트 완수’를 주창해 총리에 취임했다. 하지만 시먼즈와의 갈등 등으로 지난해 11월 보좌관직을 사임했다. 커밍스는 이날 “시먼즈가 친구들을 총리실의 특정 보직에 앉히려 한 것이 나의 사임은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총리 관저 인테리어비용 유용 의혹, 존슨 총리가일부 기업가에 보낸 세금 감면 약속 문자 메시지 유출 등이 모두 ‘커밍스의 보복’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에 그의 발언을 100% 믿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세계 최대박물관인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 228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박물관장이 임명됐다. 르몽드 등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26일(현지 시간) 미술사학자 로랑스 데 카르(55·사진)를 신임 루브르 박물관장으로 임명했다. 데카르는 2013년부터 루브르를 이끌어온 장 뤼크 마르티네스 현 관장 후임으로 9월 1일부터 관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1793년 루브르 박물관이 개관된 후 여성 박물관장은 처음이다. 데 카르는 사회현안을 예술을 통해 알려야 한다는 철학을 가진 미술사학자로 유명하다. 데 카르는 1966년 파리 외곽 안토니 출생으로 문학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할아버지 기 데카르는 소설가, 아버지 장 데카르도 언론인 겸 작가로 활동했다. 그는 파리 소르본대, 프랑스 최고 예술문화교육기관인 에콜 뒤 루브르(Ecole du Louvre)에서 19, 20세기 미술사를 공부한 후 1994년 오르세 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위대한 박물관은 역사와 사회를 직시해야 한다”고 자주 말해왔다. 사회 이슈와 예술, 미술 전시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명성을 얻어 2014년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을 거쳐 2017년 파리 오르세 미술관장으로 임명됐다. 루브르박물관을 비롯해 오르세미술관, 베르사유 궁전, 퐁피두 센터 등 프랑스 유명 공공 박물관장은 대통령이 선임한다. 그는 2019년 19세기 서양회화 속에 담긴 흑인여성들의 표현방식을 주제로 전시를 열어 인종 문제에 메시지를 던졌다. 독일 나치에 의해 약탈된 예술작품을 반환하는 활동도 주도했다. 올해 3월에는 오스트리아의 유대인 가문이 소장하고 있다가 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38년 나치에게 빼앗긴 구스타브 클림트(1862~1918)의 풍경화 ‘나무 아래 핀 장미’가 원 주인에게 반환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BBC는 “오르세미술관은 나치에 의해 약탈된 그림을 자발적으로 복원한 최초의 프랑스 박물관이 되면서 데 카르도 주목을 받게 됐다”고 전했다. 오르세미술관을 찾는 젊은층도 크게 증가해 2019년에는 최다방문기록(370만 명)을 달성했다. 데 카르 임명으로 루브르 박물관이 젊어질 것이라고 르몽드는 전했다. 데 카르는 “루브르 박물관 전시 역시 사회의 주요 이슈들을 반영해 기획하겠다”며 “젊은 관람객을 늘리기 위해 오후 5시 30분에 문을 닫는 루브르박물관의 개장 시간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전시면적 7만3000m², ‘모나리자’를 포함해 50만 점의 예술품을 보유한 루브르박물관은 연간 10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는다. 지난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폐쇄와 재개방을 반복해왔다. 지난해 10월 말 문을 닫은 후 7개월 만인 이달 19일 다시 문을 열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24일 유럽연합(EU)이 벨라루스 여객기가 27개 회원국 영공을 비행하거나 공항에 접근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하루 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67)이 반정부 언론인 로만 프라타세비치(26)를 체포하기 위해 전투기까지 동원해 아일랜드 민항기를 강제 착륙시키자 즉각 제재에 나선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또한 EU의 제재를 전폭 지원할 뜻을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U는 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임시 정상회의에서 벨라루스 여객기의 영공 진입과 공항 접근을 금지하고, 역내 항공사 또한 벨라루스 영공을 비행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독일 루프트한자, 네덜란드 KLM은 이날부터 벨라루스 영공을 지나지 않겠다고 밝혔다. EU는 프라타세비치의 즉각 석방을 촉구하고 강제착륙에 관여한 벨라루스 고위 관리와 주요 기업에 대한 입국 제한과 자산 동결 등 추가 제재에도 나서기로 했다. 해당 여객기에 벨라루스 비밀경찰이 탑승하는 등 루카셴코 정권이 조직적으로 프라타세비치 체포를 준비해온 정황이 포착된 탓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강제착륙과 프라타세비치의 체포는 국제 규약에 대한 모욕”이라며 “EU의 제재 결정을 환영하며 미국 또한 상응하는 방침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루카셴코 정권은 지난해 8월 대선 부정 의혹이 불거지자 인접국이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인 리투아니아, 폴란드와의 육상 국경을 봉쇄했다. 이 와중에 EU와의 항공편까지 막히면서 벨라루스가 철저히 고립된 ‘유럽의 북한’이 될 것이라고 미 외교매체 포린폴리시가 진단했다. EU 회원국으로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라트비아와 벨라루스의 외교 전쟁도 거세지고 있다. 21일 라트비아 수도 리가의 한 호텔 앞 국기 게양대에 걸렸던 벨라루스 국기가 내려지고 벨라루스 야권을 상징하는 ‘백적백’ 깃발이 등장했다. 당초 이날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열리는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대회는 리가와 벨라루스 민스크 두 곳에서 동시에 개최될 예정이었다. 대선 부정 논란 직후 벨라루스가 개최권을 박탈당한 상태에서 라트비아 외교부와 리가 시의회가 벨라루스 야권을 지지한다며 이날 국기 게양 철회 결정을 내렸다. 발끈한 벨라루스는 24일 자국 내 라트비아 외교관의 추방을 명령했다. 라트비아 역시 즉각 맞추방을 선언했다. 민스크의 한 구금 시설에 있는 프라타세비치는 24일 현지 경찰이 공개한 영상을 통해 “지난해 소요 사태를 조직하는 데 역할을 했다”며 대선부정 항의 시위에 동참한 사실을 인정했다. 벨라루스에서는 반정부 폭동을 선동했을 때 최소 15년 징역형에서 최대 사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프라타세비치의 부친은 BBC에 “아들이 고문받고 있을까 두렵다”며 루카셴코 정권의 강압에 의해 촬영된 영상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벨라루스 정부는 24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해당 여객기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착륙시켰다”는 해명을 내놨다. 하마스는 “우린 강제착륙과 무관하다”며 부정했지만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이번 사태를 성급하게 평가하지 말라”며 벨라루스를 두둔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교장관은 “이번 사건이 러시아의 인지 없이 강행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루카셴코 대통령의 후원자를 자처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공조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28년째 집권 중인 ‘유럽 최후의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67)이 자국 공군 전투기를 띄워 비행 중이던 다른 나라 여객기를 강제로 착륙시켰다. 이 여객기에 타고 있던 반체제 인사를 체포하기 위해서이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가가 자행한 ‘하이재킹’(운항 중인 항공기를 공중에서 납치하는 일)이라고 했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국제사회는 테러와 다름없다고 비판하며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 의사를 내비쳤다. 루카셴코의 뒤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있어 이번 사태가 서방과 러시아의 대결로 옮아갈 가능성도 있다. 옛 소련 국가로 러시아 경제 의존도가 높은 벨라루스는 1999년 러시아와 ‘연합국가’ 창설 조약을 맺고 국가 통합을 추진해 왔다. BBC 등에 따르면 2019년부터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을 오가며 텔레그램 메신저에서 반(反)루카셴코 채널 ‘넥스타 라이브’를 운영해온 언론인 로만 프라타세비치(26)는 23일 아일랜드 항공사 라이언에어 여객기를 타고 그리스 아테네에서 리투아니아 빌뉴스로 향했다. 빌뉴스는 벨라루스 국경에서 가까운 곳이다. 항공기는 리투아니아 영공에 접어들기 불과 수분 전 갑자기 방향을 틀어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 내렸다. 루카셴코 정권이 12개국, 171명의 승객이 탄 이 여객기를 소련제 ‘미그-29’ 전투기까지 출격시켜 자국 땅에 강제로 착륙시킨 것이다. 여객기에 폭발물이 설치돼 있어 보안검사가 필요하다면서 비상 착륙을 요구했다. 프라타세비치는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일부 벨라루스인과 러시아인도 민스크 공항에 억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승객들은 원래 목적지인 빌뉴스에 당초 예정 시간보다 7시간 늦은 이날 오후 9시 25분경 도착했다. 도이체벨레 등에 따르면 일부 탑승객은 프라타세비치가 “탑승 전부터 미행을 당했고 (귀국하면) 사형이 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벨라루스 야권 인사들은 루카셴코 정권이 이 여객기에 “비상 착륙하지 않으면 격추하겠다”고 협박했으며 모든 과정이 루카셴코의 직접 지시로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등은 즉각 “용납할 수 없는 불법행위로 벨라루스에 책임을 묻겠다”고 비판했다. EU는 25일까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회원국 정상회의에서 벨라루스 제재 문제를 논의한다. 소련 시절 집단농장 관리인을 지낸 루카셴코는 1991년 벨라루스가 소련에서 독립한 직후 반부패 운동가로 활동했다. 1994년 첫 자유선거에서 초대 대통령에 뽑혔고 헌법을 고쳐 연임 제한을 없애고 집권을 이어왔다. 소련 정보기관 KGB 같은 비밀경찰 조직을 이용해 야당과 언론을 탄압했고 최근 장남 빅토르(47)에게 권력 세습을 시도하고 있다. 루카셴코는 지난해 대선 부정 항의 시위 당시 수차례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번에도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루카셴코는 지난해 8월 대선에서 80%의 지지율로 압승했다. 당시 950만 인구 중 약 20만 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광범위한 부정선거가 이뤄졌다”고 항의했지만 최루탄, 물대포 등으로 진압하는 당국을 이길 순 없었다. 이 과정에서 당국 탄압을 피해 주요 야권 지도자가 줄줄이 망명했다. 2015년 벨라루스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유명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73) 역시 독일로 떠났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우리 결혼에는 셋이 있어 조금 복잡했다.” 1995년 11월 영국 공영방송 BBC 인터뷰에서 남편 찰스 왕세자(73)의 불륜을 폭로해 큰 파장을 일으켰던 다이애나 왕세자빈(1961∼1997)의 인터뷰가 당시 마틴 바시르 BBC 기자(58)의 사기 행위로 이뤄졌다고 BBC가 26년 만에 인정했다. 이 인터뷰는 약 2300만 명의 시청자를 모았고 왕세자 부부의 이혼, 파파라치의 추격으로 인한 왕세자빈의 죽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왔다. 지난해 11월부터 BBC 측의 의뢰를 받고 사기 인터뷰 의혹을 조사해온 전직 대법관 존 다이슨 경은 20일(현지 시간) 보고서를 통해 “바시르가 부적절하게 행동했고 BBC의 편집 기준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밝혔다. BBC 역시 “공영방송의 윤리와 투명성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조건 없이 사과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4년 차 기자였던 바시르는 인터뷰를 성사시키기 위해 다이애나빈의 남동생 얼 스펜서 백작을 만났다. 그는 백작에게 “왕실 직원들이 돈을 받고 다이애나빈의 개인정보를 흘렸다”며 위조한 은행 명세서를 들이밀었다. 다이애나빈의 개인 전화 또한 도청되고 있다며 이런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자신과 인터뷰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지난해 11월 인터뷰 방영 25주년을 맞아 스펜서 백작이 “바시르의 속임수로 인터뷰가 이뤄졌다”고 주장해 파문이 확산됐고 외부 인사인 다이슨 경을 통한 독립 조사가 실시됐다. 바시르는 런던에서 파키스탄계 이민자 후손으로 태어나 무명 프리랜서 스포츠 기자로 일했다. BBC로 옮긴 직후 다아애나빈을 인터뷰했고 이를 계기로 유명 언론인이 돼 승승장구했다. 바시르는 지난주 다이슨 경이 BBC에 조사 보고서를 제출하기 직전 건강을 이유로 퇴사했다.다이애나빈의 아들 윌리엄 왕세손(39)과 해리 왕손(37)은 20일 각각 성명을 발표하며 BBC를 질타했다. 둘은 “기만적인 인터뷰가 부모님 관계를 악화시키고 많은 이에게 고통을 줬다. 결국 어머니 목숨까지 앗아갔다”고 비판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중국에 이어 미국도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최근 가상화폐의 변동성이 커지며 투자 손실 등 각종 피해가 급증하자 세계 각국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각국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시장의 ‘규제 리스크’를 증폭시켜 가상화폐 투자 분위기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20일(현지 시간) 공개한 조세 강화 방안을 통해 “앞으로 1만 달러(약 1130만 원) 이상의 가상화폐 거래는 반드시 국세청(IRS)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가상화폐는 세금 회피를 포함한 불법 행위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이미 심각한 문제를 만들고 있다”며 “현금 거래와 마찬가지로 시가 1만 달러 이상의 가상 자산을 받는 기업체들도 국세청에 신고해야 한다”고 규제 배경을 설명했다. 월가에서는 이미 몇 달 전부터 재무부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관련 당국이 가상화폐 규제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었다고 미 경제매체 CNBC는 보도했다. 미국 정부의 이 같은 발표는 앞서 중국이 내놓은 규제 방안에 이어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을 옥죄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금융당국은 18일 가상화폐 거래나 사용을 원천 봉쇄하는 정책을 발표한 데 이어 가상화폐 채굴까지 금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3년 뒤인 2024년 도입을 목표로 27개 회원국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가상화폐 규제 방안을 만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달 30일부터 상품이나 서비스 결제 수단으로 가상화폐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20일 미국의 규제 소식에 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시세는 오름세를 멈췄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전(미 동부 시간 기준)만 해도 개당 4만2000달러를 넘었지만 오후 한때 4만 달러 아래로 가파르게 떨어지기도 했다.가상화폐 거래내역 들여다보는 美… ‘돈세탁-탈세’에 칼 뺐다 美, 1만달러 이상 신고 의무화“변동성이 매우 심하다. 투기다.”(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 “가상화폐를 산다면 돈을 다 잃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앤드루 베일리 영국 중앙은행 총재) 세계 각국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규제에 팔을 걷고 나서는 분위기다. 각종 가상화폐가 투자자들의 ‘묻지 마’ 투기뿐만 아니라 세금 회피와 돈세탁 등 탈법 행위에도 동원되면서 이런 시장을 그냥 방치해 둘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 규제 당국이 가장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 재무부는 20일(현지 시간) 시가 1만 달러 이상의 가상화폐 거래는 반드시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이나 ‘큰손’ 투자자의 대규모 거래는 그 내역을 꼼꼼히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가상화폐 매매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 최근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로 꼽히는 바이낸스를 미 법무부와 국세청(IRS)이 자금세탁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하는 것도 ‘가상화폐 손보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많다. 미국의 가상화폐 규제는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됐던 부분이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올해 초 의회 상원 인준청문회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비트코인은 매우 투기적 자산”이라며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주식 등 위험 자산에 대한 규제·감시를 담당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이달 11일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거래가 매우 투기적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관련 규제도 없고 사기나 조작 가능성도 있다”며 투자주의보를 발령했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역시 이달 초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가상화폐의 급락 위험을 경고하며 우려를 표출했다. 중국은 가상화폐 거래를 아예 금지하겠다는 더 노골적인 규제를 알리고 나섰다. 중국은행업협회 등이 18일 발표한 공고문에 따르면 앞으로 금융기관과 기업들은 가상화폐의 거래나 교환, 관련 서비스 제공 등을 포함한 어떤 활동도 해서는 안 된다. 중국은 원래도 가상화폐 거래를 허용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단속을 적극적으로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적인 투자 열기로 중국에서도 불법 행위가 늘어나자 이대로 둘 경우 공산당 체제에 대한 도전이 될 것으로 보고 철저히 단속하기로 했다. 중국은 더 나아가 가상화폐 채굴장 폐쇄에도 나서고 있다. 대형 채굴장이 몰려 있는 네이멍구자치구는 18일부터 채굴장 단속을 위한 신고센터 운영에 들어갔다. 가상화폐 채굴 기업뿐 아니라 이들에게 땅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까지 신고 대상에 포함된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9월 ‘디지털자산 거래·발행 포괄적 규제’를 발표하고 규제 방안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 가상화폐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규제를 EU 27개 회원국에 동일하게 적용해 혼란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가상화폐를 EU의 금융 관련 법률로 규제하고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감독기구도 새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중앙은행 차원에서 디지털 화폐를 만들어 시장에 난립하는 가상화폐의 힘을 빼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20일 미 연준은 올여름 디지털 달러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발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이날 영상 메시지에서 “우리의 포커스는 안전하고 효율적인 지불결제 시스템을 만들어 폭넓은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정부도 지난달 19일 디지털 화폐에 대한 시범 업무를 위해 재무부와 중앙은행이 특별전담반을 출범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금융당국도 최근 디지털 위안화 확대를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뉴욕=유재동 jarrett@donga.com / 베이징=김기용 / 파리=김윤종 특파원}
“변동성이 매우 심하다. 투기다.”(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 “가상화폐를 산다면 돈을 다 잃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앤드루 베일리 영국 중앙은행 총재) 세계 각국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규제에 팔을 걷고 나서는 분위기다. 각종 가상화폐가 투자자들의 ‘묻지 마’ 투기뿐만 아니라 세금 회피와 돈세탁 등 탈법 행위에도 동원되면서 이런 시장을 그냥 방치해 둘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 규제 당국이 가장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 재무부는 20일(현지 시간) 시가 1만 달러 이상의 가상화폐 거래는 반드시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이나 ‘큰손’ 투자자의 대규모 거래는 그 내역을 꼼꼼히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가상화폐 매매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 최근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로 꼽히는 바이낸스를 미 법무부와 국세청(IRS)이 자금세탁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하는 것도 ‘가상화폐 손보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많다. 미국의 가상화폐 규제는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됐던 부분이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올해 초 의회 상원 인준청문회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비트코인은 매우 투기적 자산”이라며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주식 등 위험 자산에 대한 규제·감시를 담당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이달 11일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거래가 매우 투기적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관련 규제도 없고 사기나 조작 가능성도 있다”며 투자주의보를 발령했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역시 이달 초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가상화폐의 급락 위험을 경고하며 우려를 표출했다. 중국은 가상화폐 거래를 아예 금지하겠다는 더 노골적인 규제를 알리고 나섰다. 중국은행업협회 등이 18일 발표한 공고문에 따르면 앞으로 금융기관과 기업들은 가상화폐의 거래나 교환, 관련 서비스 제공 등을 포함한 어떤 활동도 해서는 안 된다. 중국은 원래도 가상화폐 거래를 허용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단속을 적극적으로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적인 투자 열기로 중국에서도 불법 행위가 늘어나자 이대로 둘 경우 공산당 체제에 대한 도전이 될 것으로 보고 철저히 단속하기로 했다. 중국은 더 나아가 가상화폐 채굴장 폐쇄에도 나서고 있다. 대형 채굴장이 몰려 있는 네이멍구자치구는 18일부터 채굴장 단속을 위한 신고센터 운영에 들어갔다. 가상화폐 채굴 기업뿐 아니라 이들에게 땅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까지 신고 대상에 포함된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9월 ‘디지털자산 거래·발행 포괄적 규제’를 발표하고 규제 방안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 가상화폐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규제를 EU 27개 회원국에 동일하게 적용해 혼란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가상화폐를 EU의 금융 관련 법률로 규제하고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감독기구도 새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중앙은행 차원에서 디지털 화폐를 만들어 시장에 난립하는 가상화폐의 힘을 빼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20일 미 연준은 올여름 디지털 달러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발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이날 영상 메시지에서 “우리의 포커스는 안전하고 효율적인 지불결제 시스템을 만들어 폭넓은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정부도 지난달 19일 디지털 화폐에 대한 시범 업무를 위해 재무부와 중앙은행이 특별전담반을 출범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금융당국도 최근 디지털 위안화 확대를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뉴욕=유재동 jarrett@donga.com / 베이징=김기용 / 파리=김윤종 특파원}
“우리 결혼에는 셋이 있어 조금 복잡했다” 1995년 11월 영국 공영방송 BBC 인터뷰에서 남편 찰스 왕세자(73)의 불륜을 폭로해 큰 파장을 일으켰던 다이애나 왕세자빈(1961~1997)의 인터뷰가 당시 마틴 바시르 BBC 기자(58)의 사기 행위로 이뤄졌다고 BBC가 26년 만에 인정했다. 이 인터뷰는 약 2300만 명의 시청자를 모았고 왕세자 부부의 이혼, 파파라치의 추격으로 인한 왕세자빈의 죽음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BBC 측의 의뢰를 받고 사기 인터뷰 의혹을 조사해온 전직 대법관 존 다이슨 경은 20일(현지 시간) 보고서를 통해 “바시르가 부적절하게 행동했고 BBC의 편집 기준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밝혔다. BBC 역시 “공영방송의 윤리와 투명성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조건 없이 사과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4년 차 기자였던 바시르는 인터뷰 성사를 위해 다이애나빈의 남동생 얼 스펜서 백작을 만났다. 그는 백작에게 “왕실 직원들이 돈을 받고 다이애나빈의 개인 정보를 흘렸다”며 위조한 은행 내역서를 들이밀었다. 다이애나빈의 개인 전화 또한 도청되고 있다며 이런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자신과 인터뷰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지난해 11월 인터뷰 방영 25주년을 맞아 스펜서 백작이 “바시르의 속임수로 인터뷰가 이뤄졌다”고 주장해 파문이 확산됐고 외부 인사 다이슨 경을 통한 독립 조사가 실시됐다. 바시르는 1964년 런던에서 파키스탄계 이민자 후손으로 태어나 무명 프리랜서 스포츠 기자로 일했다. BBC로 옮긴 직후 다아애나빈을 인터뷰했고 이를 계기로 유명 언론인이 돼 승승장구했다. 바시르는 지난주 다이슨 경이 BBC에 조사 보고서를 제출하기 직전 건강을 이유로 퇴사했다. 성공을 향한 바시르의 그릇된 욕망이 사기 인터뷰의 배경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BBC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당시에도 31세의 무명 언론인이 어떻게 다이애나빈 같은 유명인 인터뷰를 성사시켰는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BBC가 내부 조사를 벌였지만 1996년 “의혹이 없다”며 무마했다. 다이애나빈의 아들 윌리엄 왕세손(39)과 해리 왕손(37)은 20일 각각 설명을 발표하며 BBC를 질타했다. 둘은 “기만적인 인터뷰가 부모님 관계를 악화시키고 많은 이에게 고통을 줬다. 결국 어머니 목숨까지 앗아갔다”고 비판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유럽연합(EU)이 조만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해외 관광객의 격리 없는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 백신 접종을 마친 한국인도 이르면 올여름 중 자가 격리 없이 유럽을 다녀올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 대사들은 19일(현지 시간) 제3국 관광객의 입국 기준 완화안을 승인했다. 완화안은 EU 역외 관광객 중 유럽의약품청(EMA)이 승인한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백신을 접종받고 2주가 지난 입국자들은 자가 격리 없이 입국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EU 입국이 허용된 일명 ‘화이트리스트’ 국가에 해당됐다. 그럼에도 상당수 국가에선 코로나19 음성확인서를 내거나, 입국 후 격리 기간을 거쳐야 한다. 이번 완화안이 통과될 경우 백신 접종을 마친 한국인은 유럽에 가서 격리 기간 없이 일정을 마친 후 돌아올 수 있게 된다. 한국은 5일부터 국내 백신 접종자가 해외 방문을 했다가 귀국해도 자가 격리를 면제하고 있다. 물론 EU의 입국 완화안이 최종 승인돼도 개별 회원국이 여전히 격리 기간을 운용하는 등 별도의 방역정책을 펼칠 수는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면제 국가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음성확인서는 입국 시점에 코로나19 증상이 발현하지 않았다는 증거에 불과하지만, 백신 접종 완료 증명은 그와 다르다”며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현저히 낮기 때문에 격리 면제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럽의 이번 조치는 관광객 입국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 EU 결정 이후 격리 기간을 두는 나라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미국 영토인 괌 역시 최근 화이자, 얀센 등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의 입국 시 격리 의무를 면제하기로 했다. 다만 자유로운 해외여행이 가능하려면 국가 간 접종 완료 증명이 선행되어야 한다. 한국 정부는 EU와 전자접종증명 연계를 위한 실무협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파리=김윤종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