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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한국 정부와 배터리 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중국 인도네시아 광물도 한국에서 가공하면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지침을 변경했다. 부품 요건도 완화해 국내 배터리 업체는 현재 공급망을 유지한 채 미국 시장 공략이 가능해졌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세액공제 형태의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한 IRA 세부지침 규정안을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배터리협회는 “광물 조달과 핵심 부품 범위에 대해 요구했던 바가 거의 반영됐다”며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세부지침에도 사실상 중국을 뜻하는 ‘우려국가(foreign entity of concern)’와 관련된 보조금 배제 조건의 상세한 내용은 빠져 있다. 이에 따라 당장은 리튬 코발트 흑연 등 중국이 장악한 주요 광물을 한국에서 가공해 배터리 제조에 쓸 수 있지만 2025년부터는 아예 쓸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정부와 업계에 공급망 다변화라는 과제가 여전히 남은 셈이다.● 中·인니 광물로 배터리 제조 가능해져 지난해 8월 공개된 IRA법상 배터리 핵심 광물과 핵심 부품 범위가 세부지침을 통해 어떻게 구체화될지는 우리 정부와 한국 배터리 업체들에 초미의 관심사였다. 향후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공급망과 경쟁 구도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올해부터 배터리 핵심 광물은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최소 40% 이상 조달해야 하고, 부품은 북미 지역에서 50% 이상 생산해야 한다. 한국 업체들은 주로 중국,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등에서 광물을 조달하는데 이들 지역은 미국과 FTA를 맺지 않은 곳이라 우려가 제기돼 왔다. 미 재무부는 이번 세부지침에서 핵심 광물의 경우 추출·가공 중 한 과정에서만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미국 또는 FTA 체결국에서 창출하면 세액공제 요건을 충족한다고 규정했다. 산업부는 “FTA 미체결국에서 광물을 추출했더라도 FTA 체결국에서 가공해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보조금 대상이 된다”고 분석했다. 지금처럼 한국 배터리 업계가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광물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또 한국 업체들은 배터리 양극판과 음극판의 구성물질인 각각의 활물질을 가루 형태로 한국에서 제조한 뒤 미국에 수출해 현지에서 양극판 및 음극판을 제조해 왔다. 미 재무부는 이번 세부지침에서 구성물질은 부품이 아니라고 규정했다.● 中 광물 의존도 낮춰야…“과제 남아” 이번 세부지침에는 보조금 배제 대상이 되는 중국 등 ‘우려국가’에 대한 정의와 규제 방식이 담기지 않았다. 이에 따라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우려국가에서 조달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은 IRA 규정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조건은 중국 배터리의 미국 수출에 제약이 생겨 한국 배터리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동시에 배터리 제조에 중국 광물을 쓸 수 없어 ‘양날의 칼’이다. 당장은 중국산 핵심 광물을 한국에서 가공해 쓸 수 있지만 2025년부터는 이조차 아예 막힐 수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중국 등의 광물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데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은 이미 미국에 공장을 가동 중이고 삼성SDI도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공장을 2025년 가동할 예정”이라며 “북미에 공장을 돌려 직접 생산하는 이상 IRA 기준 충족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번 발표에서 미국과 FTA를 맺지 않은 일본은 ‘광물협정’을 맺어 FTA 체결국에 준하는 국가가 됐지만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는 혜택을 받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광물 추출뿐 아니라 가공까지도 현지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의견을 적극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지난해 말 기준 국내 100대 기업의 재고자산이 10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등 재무안정성까지 악화돼 기업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됐다. 30일 본보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 100대 기업의 최근 5년 치(2018∼2022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 기업들의 재고자산은 지난해 말 110조3211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말 82조5689억 원에서 1년 만에 27조7522억 원(33.6%) 늘어났다. 2018년 67조2259억 원과 비교하면 4년 만에 64.1% 증가한 것이다. 100대 기업은 24일까지 금융감독원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상장사 중 금융업을 제외한 매출액 기준 상위 100곳이다. 재고자산은 기업이 생산·판매 목적으로 갖고 있는 물건들을 가리킨다. 시장이 좋을 때 적극적으로 확보해 늘어나기도 하지만 지금처럼 경기가 안 좋을 때 쌓이는 재고는 기업의 골칫거리가 된다. 실제로 기업 활동성의 대표적 지표인 재고자산회전율(재고자산 대비 매출액)도 악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이 비율은 12.4회로 2021년 14.0회에서 11.4% 낮아졌다. 그만큼 물건이 팔리는 속도보다 재고가 축적되는 속도가 빨라졌다는 얘기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이끌어왔던 반도체 업종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말 재고자산은 각각 27조9900억 원, 10조3457억 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75.2%, 88.3% 증가했다. 두 회사에서만 1년 만에 재고자산이 17조 원가량 불어났다. ● 부채 늘고 이익 줄어 이중고재고 누적으로 실적이 나빠지며 재무 상태도 악화됐다. 100대 기업의 부채총계는 지난해 말 기준 720조305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2% 늘어났다. 평균 부채비율(자본 대비 부채)도 같은 기간 7.2%포인트 상승한 87.5%를 기록했다. 기업의 순자산보다 빚이 더 커질 위험에 가까워진 것이다. 100대 기업의 2018년 부채총계는 505조4341억 원, 부채비율은 71.3%였다. 4년 사이 부채비율은 16.2%포인트 높아졌다. LG디스플레이는 경기 침체 장기화와 패널 가격 하락에 지난해 2분기(4∼6월)부터 세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298.1%까지 올랐다. 2018년 104.8%에서 3배 가까이로 높아진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계부채도 위태로운데 기업마저 휘청거리며 경기 불황에 대한 위기감이 크다”고 했다. 소비시장이 얼어붙은 여파는 석유화학 등 중간재 산업과 유통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말 포스코케미칼, 롯데케미칼의 부채비율은 각각 전년 대비 14.9%포인트, 16.8%포인트 올랐다. 롯데하이마트, 한샘도 각각 29.2%포인트, 37.1%포인트 상승했다. 삼성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한화, 금호건설 등 조선·건설 업종의 재무 상태도 악화됐다. 1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이 2018년 91조1826억 원에서 지난해 50조1628억 원으로 45.0% 줄어든 반면 이자비용은 같은 기간 7조3140억 원에서 9조8053억 원으로 34.1% 늘었다. 그만큼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는 능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지난해 100대 기업의 평균 이자보상배율(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은 5.1배로 2021년(12.1배)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가 얼어붙었던 2020년의 6.9배보다도 낮다. 기업들은 불필요한 사업과 자산을 매각하는 고육책을 쓰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 1월 파키스탄 자회사 ‘롯데케미칼파키스탄(LCPL)’을 1924억 원에 매각했다. 8년 연속 적자인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중국 선박·조선 부품업체인 ‘영성가야선업유한공사’를 처분했다. 동국제강은 중국 법인 DKSC의 지분을 현지 지방정부에 팔았고 현대제철은 올해 중국 ‘베이징스틸서비스센터’ 법인 매각에 나섰다.● 올해 1분기도 부진 전망 1분기(1∼3월)에도 국내 주요 기업의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실적은 매출 64조6380억 원, 영업이익 1조5028억 원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분기 대비 매출은 16.9%, 영업이익은 89.4% 줄어든 전망치다. 지난해 4분기 1조898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3조4864억 원 적자가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가 2분기(4∼6월)와 3분기(7∼9월)에도 적자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LG화학은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0.9%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1분기에도 적자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홀딩스(―66.6%), 현대제철(―63.8%)은 영업이익 감소 폭이 60%대에 이른다. 코로나19 팬데믹 과정에서 호실적을 거뒀던 LG전자(―44.6%)와 LG디스플레이(적자)는 동반 침체가 예상된다. 다만 자동차 산업은 선방이 예상된다. 현대자동차는 2조5481억 원, 기아는 2조278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2.1%, 26.2% 증가한 수치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삼성전자는 한계없는 도전과 혁신을 통해 새롭게 성장해 나갈 계획이다. 기술 혁신으로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본질에 충실하며 불확실성 높은 대외 경영 환경을 새로운 도전의 기회로 삼고 끊임없이 혁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인공지능(AI)과 차세대통신 등 미래 신사업을 중심으로 연구개발(R&D)에 매진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계속 찾아나가고 있다.멀티 디바이스 고객 경험·원 삼성 시너지 강화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부문은 사업 간 경계를 뛰어넘는 통합 시너지를 확대하고, 미래 신성장 동력을 발굴 육성하는 데 R&D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우선 멀티 디바이스를 기반으로 고객 경험을 혁신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한 해 5억 대 규모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 차별화된 디바이스 경험을 제공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 이를 기반으로 고객들이 어떤 디바이스를 쓰더라도 동일한 경험을 느끼고 차원이 다른 가치를 느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특히 고객들이 가장 쉽고 편안하게 다양한 기기를 연결하고 가장 똑똑한 기능을 개인화된 형태로 사용할 수 있도록 R&D에 집중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다양한 기기들의 연결성과 사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쉽고 직관적인 기술을 구현하고 초연결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삼성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는 이제 단순한 사물인터넷(IoT)용 플랫폼이 아니라 고객에게 초연결 경험을 제공하는 삼성전자의 새로운 가치와 비전이다. 삼성 제품과 스마트싱스를 중심으로 글로벌 IoT 표준 매터(Matter)와 가전 연합인 HCA(Home Connectivity Alliance)를 통해 더 많은 파트너 기기들의 생태계가 확장되는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DX 원 삼성 시너지 강화삼성전자는 또 DX부문의 ‘원 삼성(One Samsung)’ 시너지를 강화하고 있다. 기술 리더십에 기반한 프리미엄 라인업을 강화해 경쟁력을 제고하고, 고객 맞춤형 초연결 경험을 제공하는 차별화된 기술과 다양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스마트싱스 생태계를 더욱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MX(모바일)는 플래그십 제품 경쟁력 강화에 기술 역량을 집중해 폴더블 제품의 고성장과 S시리즈 판매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또 중저가 시장에서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 판매를 확대해 시장 역성장을 극복하고, 프리미엄 태블릿 라인업과 웨어러블 제품 경쟁력을 강화해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네트워크는 주요 해외 사업 확대에 적기 대응해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고, 5G 핵심 칩과 vRAN(가상화 기지국) 등 기술 리더십을 지속 강화할 예정이다. VD(영상디스플레이)는 삼성의 최신 기술이 집약된 TV ‘Neo QLED’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중심 판매 전략을 추구하고 다양한 소비자들의 수요 만족을 위해 마이크로 LED와 OLED 라인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동시에 제품의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친환경 경영 기조를 강화하고, 스크린과 다양한 제품을 연계한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생활가전은 스마트싱스 기반의 초연결 경험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가운데, 비스포크를 중심으로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B2B와 온라인 채널 판매를 확대하며 매출 성장을 추진할 계획이다.신성장 IT 핵심기술 확보 삼성은 미래 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AI와 차세대통신 등 신성장 정보기술(IT) 분야에서도 R&D에 집중할 계획이다. AI와 차세대통신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산업, 사회, 경제 전반의 혁신과 고도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AI 글로벌 연구개발 역량 확보와 기반 생태계 구축 지원에 힘쓰고 있다. 전 세계 7개 지역(서울, 미국 실리콘밸리·뉴욕, 영국 케임브리지, 캐나다 토론토·몬트리올, 러시아 모스크바)의 글로벌 AI센터를 통해 선행 기술연구에 나서는 한편, 인재 영입과 전문인력 육성을 추진한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해 국내 신진 연구자들의 혁신적인 AI 연구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존 3G·4G·5G 통신을 선도해온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차세대통신 분야에서도 연구개발 리더십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차세대 이동통신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서는 선제적인 기술 개발과 국제표준 선점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5G, 6G를 넘어서는 ‘Beyond 5G·6G’ 등 선행연구를 주도하고 6G 핵심 기술 선점 및 글로벌 표준화를 통해 통신 분야에서도 초격차를 추진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2019년 삼성리서치에 차세대통신연구센터를 설립해 6G 글로벌 표준화와 기술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2020년에는 6G 백서를 통해 ‘6G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해 5월에는 6G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들과 학계·업계 관계자들이 참가해 미래 기술을 논의하고 공유하는 자리로 ‘삼성 6G 포럼’을 처음 개최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에쓰오일(S-OIL)은 국내 석유화학사상 최대 규모인 9조2580억 원 규모의 ‘샤힌 프로젝트’를 본격화했다. 광범위한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는 친환경 에너지 화학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다진다는 목표다.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공장 설립에 나서 2026년 6월 완공 예정이다. 3월 9일 울산공장에서 열린 기공식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두겸 울산시장, 아민 나세르 사우디 아람코 최고경영자(CEO) 등 정부, 지자체, 건설업체 관계자 등 300여 명이 참석해 에쓰오일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했다. 샤힌 프로젝트는 글로벌 종합 에너지·화학기업인 아람코가 한국에 투자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사업이다. 2018년에 4조8000억 원을 투입해 완공한 1단계 정유 석유화학 복합시설을 포함하면 총 투자비는 14조 원에 달한다. 주요 시설은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에틸렌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팀 크래커(연 180t 생산)다. 원유에서 직접 석유화학 원료(LPG, 나프타)로 전환하는 TC2C 시설, 플라스틱을 비롯한 합성수지 원료로 쓰이는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폴리머 시설도 갖춘다. 샤힌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에쓰오일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석유화학 비중이 현재 12%에서 25%로 2배 이상 확대된다. 연료유 중심의 정유사업을 다각화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그린 이니셔티브를 구축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도 가속화한다. 핵심 설비인 스팀 크래커와 TC2C는 온실가스 배출 저감 효과가 뛰어난 최신 기술이 적용된다. 자가발전 설비에서 발생한 폐열(스팀)을 재활용해서 스팀크래커 가동에 투입하는 등 선도 기술을 전방위로 도입할 예정이다. 특히 원유를 직접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TC2C는 단순화된 공정과 높은 에너지 효율을 통해 전통적인 설비보다 탄소배출량을 줄일 전망이다. 사우디 아람코가 개발해 세계 최초로 상업화하는 신기술이 적용된다. 원유는 물론 기존 공장 내 저부가가치 중유 제품들을 분해하여 스팀크래커의 원료로 전환한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원유를 직접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하고, 연료유 정제 과정에서 생성되는 부생가스를 비롯한 다양한 저부가가치 중유 제품까지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샤힌 프로젝트는 경쟁사들의 기존 나프타 크래커 대비 원가 경쟁력에서 탁월한 강점을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LG그룹은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도 고객가치 관점에서 과감한 투자와 혁신으로 미래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미래 성장동력으로 ‘A-B-C(AI·바이오·클린테크)’를 낙점하고 적극 육성해 그룹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AI에서는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AI) 및 빅데이터 기술을 확보하고 대규모 연구개발(R&D) 추진을 위해 5년간 3조6000억 원을 투자한다. ‘LG AI연구원’을 중심으로 초거대 AI인 ‘엑사원(EXAONE)’과 AI 관련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이를 통해 계열사의 난제 해결을 돕는다. 또 이종 산업과의 협업을 늘려 AI 리더십을 조기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바이오에서는 혁신신약 개발을 위해 5년간 1조5000억 원 이상을 투자한다. LG화학은 혁신신약 연구와 더불어 신약 파이프라인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인수합병(M&A) 등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을 검토하고 첨단 바이오 기술 확보에도 집중한다. LG는 또 바이오 소재, 신재생 에너지 산업소재, 폐배터리 재활용, 전기차 충전 등 클린테크 분야에 5년간 1조8000억 원을 투자한다.LG AI연구원, 초거대 AI 기반 생태계 확대LG는 2020년 각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AI 개발 역량을 한곳에 모아 그룹 차원의 AI 연구 허브로 ‘LG AI연구원’을 설립했다. LG AI연구원은 설립 1년 만인 2021년 말 엑사원을 공개했다. 초거대 AI는 대용량 연산이 가능한 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한다. 인간처럼 사고·학습·판단할 수 있는 AI를 지향한다. 엑사원은 6000억 개 이상의 말뭉치와 언어·이미지가 결합된 고해상도 이미지 3억5000만 장 이상을 학습했다. 정보기술(IT)·금융·의료·제조·통신 등 다양한 분야의 산업 데이터까지 학습해 실제 산업 현장에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美 항암제 기업 인수, 바이오 광폭 행보바이오는 LG화학을 중심으로 관련 역량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LG화학은 항암 영역의 혁신 신약을 중심으로 글로벌 신약 공급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은 올 1월 미국 ‘아베오 파마슈티컬스’ 인수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아베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신장암 치료제를 보유한 기업이다. 국내 기업이 FDA 승인 신약을 보유한 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이번 아베오 인수로 과학과 혁신을 통해 인류에게 보다 나은 삶을 제공하겠다는 비전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며 “아베오를 미래 바이오 거점으로 집중 육성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해 글로벌 Top 30 제약사로 도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친환경 클린테크 집중 육성해 미래 준비 박차LG는 전 세계가 당면한 기후 위기 문제에 책임의식을 갖고 탄소중립과 제품 폐기물 순환체계 구축, 탄소 저감 등을 위한 클린테크 사업도 지속 육성 중으로 각 계열사 클린테크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역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친환경 사업들을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로 선정하며,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석유화학본부 내에 ‘Sustainability(지속가능성)사업부’를 신설했다. 재활용 소재, 바이오 소재, 탄소저감 등 친환경 분야 유망 기술을 중심으로 친환경 비즈니스에 집중할 계획이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8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공유오피스 헤이그라운드에서 임팩트 투자사 HG이니셔티브(HGI·Holistic Growth Initiative)의 남보현 대표와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요양보호사 매칭 플랫폼 ‘케어링’의 김태성 대표와 신약 개발 플랫폼 개발사 ‘큐리에이터’의 백규석 대표였다. 사회 가치 플랫폼 ‘SK 소셜밸류커넥트(SOVAC)’의 IR Room 3기가 출범하면서 처음 마련된 세션이다. SOVAC는 사회적 기업, 비영리단체, 정부, 학계, 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다. IR Room은 임팩트 투자자와 소셜벤처들이 한곳에 모여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프로그램으로 2021년 시작했다.● 단기보다 장기 비전…‘전체론적’ 성장 지향HGI는 ‘전체론적인 성장’을 견인한다는 의미를 담아 2014년 4월 출범한 벤처캐피털(VC)이다.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장남인 정경선 씨가 창립자다. 정 창립자가 2020년 물러난 이후 당시 투자팀장을 맡고 있던 남 대표가 직을 이어받았다. 남 대표는 전체론적인 성장과 관련해 “고객, 협력사, 정부, 지자체 등 주요 이해 관계자가 만족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가 중요하다”며 “그래야 이해관계자 관리 소홀로 인한 기업 가치 급락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어 안정적인 수익 확보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남 대표는 또 “기업도 미래에 크게 다가올 사회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효과적으로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다”며 “사업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투자 리스크를 경감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이란 단기 수익 극대화가 아니라 장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GI는 인간 삶의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사회·환경 문제들에 대응하는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한다. 인구절벽에 대응하는 헬스케어나 돌봄, 주거 및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솔루션 기업에 주목한다. 지금까지 자체 자본금과 펀드를 통해 마련한 1077억 원의 자산을 운용하며 55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남 대표는 “HGI는 기술적 차별성과 진입장벽이 높은 테크기업에 주목한다”며 “소비·광고 플랫폼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과거와 달리 앞으로는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다루는 솔루션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 요양 ‘케어링’, 신약 개발 ‘큐리에이터’케어링은 도움이 필요한 고령 인구를 대상으로 방문 요양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기업이다. 기존 다양한 영세 사업자들이 노동집약적으로 운영하던 업계 관행에서 벗어나 디지털 솔루션을 활용해 서비스 효율을 높였다. 남 대표는 “케어링은 요양보호사의 처우, 만족도를 높이면서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 성장의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며 “빠른 성장으로 매출 규모 1위 플랫폼으로 도약했고 앞으로 요양원뿐만 아니라 비대면 의료, 신탁 등 시니어 시장에서 빠르게 사업을 키우려는 성장성까지 갖췄다”고 설명했다. 큐리에이터는 신약 개발 중 어려운 임상시험에서 기존 동물실험을 대체할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동물보다 더 높은 인체 유사성을 지닌 테스팅 플랫폼을 만들어 신약 효능을 정확하게 예측하려는 것이다. 백 대표는 “현재 신약 개발 과정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후보 물질의 효능을 예측하는 데 사용되는 동물실험의 한계”라며 “천문학적인 비용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성공률도 낮다”고 했다. 백 대표는 이어 “기존의 동물실험을 대체해 불필요한 실험을 줄이고, 효율적인 신약 개발을 통해 치료법의 부재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삶을 개선하고 싶다”고 했다.● 난임·육아, 기후위기 솔루션 기업에도 투자HGI는 이 밖에도 난임, 육아 등 인구절벽에 현실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거나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투자를 검토중인 카이헬스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임신 확률이 높은 배아를 선별하고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난임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카이헬스 관계자는 “좋은 배아일수록 난임 치료에서 마지막으로 수행되는 시험관 아기 시술(체외 수정) 성공 확률이 상승한다”며 “카이헬스는 등급이 좋은 배아를 가려내는 과정을 육안이 아닌 AI 알고리즘으로 선별해 적중률을 높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HGI가 지난해 4월 투자한 테라릭스는 드론, 자동차 등 모빌리티용 고분자 전해질 연료전지 파워팩을 개발하고 있다.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수소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해 내는 장치다. 현재 소형 드론에 적용하는 파워팩 개발을 완료해 성능을 시험 중이며 자동차용 파워팩도 개발 중이다. 한편 SOVAC는 올해 사회적 기업, 소셜벤처 지원을 위해 유튜브 등 온라인 콘텐츠 개발을 적극적으로 하고 온라인 커뮤니티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SK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연결을 지원하여 사회적 가치를 지속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LS그룹은 3세 경영인인 이상현 ㈜태인 대표(사진)가 안중근 의사 순국 113주기 기념식을 맞아 안중근의사숭모회 신임 이사로 임명됐다고 27일 밝혔다. 이 대표는 2018년 국내 및 북한에서 발행한 안중근 의사의 우표와 화폐 등 관련 자료를 기증한 바 있다. 또 부친인 이인정 아시아산악연맹 회장의 안중근 의사 유묵 기탁사업을 맡아 추진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안중근 의사는 남북 모두에서 추앙받는 분”이라며 “향후 함께 추모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SK이노베이션은 암모니아 기반의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 전문 기업인 미국 아모지(Amogy)에 5000만 달러(약 654억 원)를 투자했다고 23일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에도 아모지에 3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아모지는 암모니아 기반의 연료전지를 통해 동력을 발생시키는 기술을 개발한다. 암모니아는 연소할 때 탄소를 매출하지 않는다. 액화 상태일 때 수소보다 저장·운송 비용이 경제적이이어서 미래 수소 경제의 핵심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아모지는 2021년 5kW(킬로와트)급 드론, 지난해 100kW급 트랙터를 암모니아로 구동했다. 올 1월에는 300kW급 클래스8 트럭을 주행하는 데도 성공했다. 클래스8은 총중량이 15t에 이르는 미국 대형 트럭의 최대 규격이다. 아모지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시스템 적용 범위를 선박까지 넓힐 계획이다. 연내 예인선을 활용한 실증 시험을 추진한다. 2024년부터는 본격적인 상업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은 아모지와 청정 에너지 수요가 커질 것으로 기대되는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지역에서 협력을 확대한다.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해 양 사 간 미래 협력 방향도 논의하기로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한화그룹은 지난해 창립 70주년을 맞아 미래를 향한 도약에 나섰다. 새 미래를 설계하는 대전환에 앞장서며 더 과감한 혁신과 도전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11일 창립 70주년 기념사에서 “한화의 70년은 끊임없는 도전과 개척으로 대한민국의 산업 지형을 확대해온 역사”라며 창업 이념인 ‘사업보국’을 강조했다. 국가적 역량을 집중할 일이 있다면 개별 회사의 경계나 기업의 한계를 넘어 똘똘 뭉쳐야 한다는 게 한화의 경영 철학이다. 한화는 이러한 맥락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가 단순히 부산만의 문제가 아닌 사업보국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모든 참여 기업과 함께 적극적인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기존 방산, 태양광 등 글로벌 리더십을 가진 제품을 통한 이미지 제고 활동뿐만 아니라 고객 접점이 많은 사업장을 활용한 홍보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한화는 지난해 7월부터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아쿠아플라넷, 갤러리아백화점,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 국내외 시민들과 접점이 많고 친밀도가 높은 계열사의 모든 사업장에 홍보물을 배포했다. 디지털 옥외광고를 활용해 응원 문구도 게시했다. 또 한화이글스 야구단이 유치 기원 스티커 패치를 붙이고 경기에 나서는 홍보 활동도 진행했다. 국내 손꼽히는 불꽃축제인 한화의 ‘서울세계불꽃축제 2022’에서도 부산엑스포 홍보 영상을 상영하면서 시민의 뜻을 모으는 데 앞장섰다. 지난해 10월8일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 진행된 행사에서 한화는 부산엑스포 홍보 영상 2편을 행사 시작 전인 낮 12시40분부터 18시 55분까지 발광다이오드(LED) 차량과 무대 LED를 활용해 상영했다. 당일 행사 관람객이 약 105만 명에 달해 행사장 내 부산엑스포 홍보 영상의 노출 효과가 컸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행보도 적극적이다. 이강만 한화에스테이트 대표는 지난해 8월 국회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지원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서병수 의원과 함께 타지키스탄,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등 3국을 방문했다. 이 대표는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 등 주요 인사를 만나 아제르바이잔 내 스마트 도시 건설 사업 계획 설명과 함께 부산엑스포 유치에 아제르바이잔의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 밖에 한화디펜스의 폴란드, 인도,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등 방산 수출 성과와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의 미국 내 태양광 사업 성과 등은 전 세계에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이미지를 조성해 부산엑스포 유치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2144.9원. 지난해 6월 30일 정점을 찍었던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판매 가격이다.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지난해 6월 11일 2064.59원을 기록하며 기존 역대 최고가(2012년 4월 18일 2062.55원)를 약 10년 만에 경신한 뒤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 2144.9원까지 치솟았다.높은 휘발유 가격으로 생계에 직격탄을 맞은 소비자들의 불만은 정유사로 향했다.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지난해 상반기(1∼6월) 전년 동기 대비 215.9% 증가한 12조3203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상반기 이익만으로 연간 역대 최대 이익인 7조8736억 원(2016년)을 훌쩍 넘어서는 등 고유가로 호황을 누렸기 때문이다.정부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석유제품 도매가의 공개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나섰다. 과점 구조인 국내 정유업계의 경쟁을 촉진하고 시장 투명성을 강화하면 자연스레 유가가 안정될 것이란 취지였다.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9월 정유사별 가격 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24일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유류세가 제품 가격의 반 정유사별 가격 공개 범위 확대의 실효성을 따지기 위해선 우선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부터 살펴봐야 한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정유사의 세전 공급가에 유류세를 더해 정해진다. 정유사의 세전 공급가는 운임과 환율, 관세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유류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교통세)와 주행세, 교육세 등 각종 세금을 통칭한 개념이다. 정부가 2021년 11월 유류세를 내리기 전 휘발유에 붙던 교통세는 L당 529원이었다. 여기에 주행세 137.5원(교통세의 26%), 교육세 79.4원(교통세의 15%)이 더해지면 유류세는 746원으로 오른다. 모두 휘발유 가격과 상관없이 붙는 정액세다. 여기에 10%의 부가세까지 더해져 최종 유류세는 약 820원이다. 차에 기름 넣을 때 ‘절반이 세금이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계속된 유가 상승에 현재 휘발유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25% 인하한 상태다. 정유사는 주유소와 ‘선공급 후정산’이라는 사후정산 방식으로 거래한다. 정유사가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을 주유소에 임의 가격으로 공급한 뒤 수주 뒤 확정 가격을 통보해 정산하는 형태다. 국제 유가가 매일 변동하는 만큼 당일 가격에 손익이 크게 좌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거래 관습이라는 게 정유사의 설명이다. 국내 주유소는 평균적으로 정유사로부터 한 번 구매할 때 2주일 치 물량을 공급받는다.● “시장 투명성 확보 시급” 정부는 기름값이 뛰자 국민의 유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유류세를 인하했음에도 정유사들이 유류세 인하분을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 인하 폭이 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2021년 11월 유류세를 20% 낮춘 데 이어 지난해 5월 30%, 7∼12월에는 법정 최대한도인 37%까지 인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L당 유류세 인하분은 304원까지 확대됐다. 에너지 소비단체인 ‘E컨슈머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0일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유류세 인하 시행 전날인 2021년 11월 11일 대비 L당 285.7원 올랐다. 같은 기간 국제 휘발유 가격은 434.3원 올랐다. 유류세 인하분(304원)을 반영하면 L당 130원이 올라야 하는데 130원보다 휘발유 가격을 더 많이 인상한 주유소는 조사 대상인 1만744개 중 약 99%(1만696개)였다. 국내 정유사들이 수출보다 내수용 제품을 비싸게 팔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가 시장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근본 원인을 과점 체제로 보고 있다. 정유 4사가 국내 석유의 98%를 공급하는 대기업 과점 체제인 만큼 개인 사업자가 90% 이상인 주유소들이 정유사의 가격 정책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정유사별로 가격 공개 범위를 확대하면 가격 경쟁이 활성화하고 정유사가 주도하는 거래 관행이 개선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정부가 입법 예고한 안은 정유사별로 공급 가격을 판매 대상별, 지역별로 구분해 공개하는 내용이다. 기존에는 각 정유사가 주·월 단위로 전체 평균가만 공개해 왔다. 정부는 판매 대상을 대리점(도매), 주유소(소매), 기타 판매처(직영·법인판매 등)로 구분하고 지역은 광역 단위(시도)로 세분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력 수출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 정유업계는 유류세 인하분이 제품 가격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다. 앞서 산업부 석유시장점검회의와 기획재정부 국정감사 등을 통해 100% 반영한 것으로 확인받았다는 것이다. 또 정부 정책에 따라 제품 가격을 낮춰 주유소에 공급해도 이후 개별 주유소가 인하분을 소비자 판매가격에 반영하지 않는 것까지 관리하긴 어렵다고 항변한다. 주유소 판매가격은 개인사업자들이 재량으로 정하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정유업계는 과점 체제로 보는 정부 시각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국내 시장이 완전 자유화돼 있는 만큼 외국 정유사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국내 정유사에만 내수용 비축 의무(판매량의 40일분)를 지우는 등 석유 수입사에 비해 역차별받는 상황이라고 강조한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나라마다 평균 4.16개의 정유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외견상 과점이라 해서 불공정 행위가 발생했다고 판단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 수출 가격이 내수 공급가격보다 낮다는 주장 역시 관세, 국내 유통비 등을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비교라고 설명한다. 내수 공급가격에는 수출 가격에 포함되지 않는 각종 비용이 있는데, 이를 제외하고 단가 자체를 비교하는 건 오류라는 것이다. 도매가 공개 범위 확대가 실제 제품 가격 안정화로 이어질지에 대한 검증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정유사는 각 주유소와 주문 물량이나 계약 방식에 따라 단가를 정하는데 도매가가 공개되면 정유사와 주유소가 공급 과정에서 불필요한 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게 정유업계의 주장이다. 지역별 도매가가 공개되면 제품 가격에 대한 고객 불만이 쏟아지고 중소상공인의 영업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유류세를 제외한 휘발유 공급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만큼 소비자 편익을 높이려면 유류세 자체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석유협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유류세를 제외한 국내 휘발유 가격은 L당 669.6원으로 같은 기간 휘발유 가격을 비교할 수 있는 OECD 23개국 평균인 848.8원보다 21.1% 낮다. 23개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세금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휘발유 가격은 일본 904.3원, 영국 812.5원 등으로 한국보다 높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석유제품 도매가 공개 범위 확대는 가격 안정화라는 실효성도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영업비밀을 침해할 수 있어 자유시장경제 원칙에도 정면 배치된다”며 “자칫 국내 주력 수출산업의 경쟁력만 약화할 수 있어 섣부른 도입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박현익 산업1부 기자 beepark@donga.com}
“지난해 11월 매터(Matter) 1.0 표준 발표 후 50여 기업에서 750개 이상의 제품 및 애플리케이션(앱)을 인증했습니다. 아시아, 특히 한국은 사물인터넷(IoT) 시장에서의 성공과 새 표준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스마트홈 표준 연합인 ‘CSA(Connectivity Standards Alliance)’의 토빈 리처드슨 회장(사진)은 20일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리처드슨 회장은 “지금도 매주 매터가 적용된 새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며 “정보기술(IT)·가전 기업들은 매터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글로벌 표준 제품을 손쉽게 시장에 선보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글로벌 IoT 표준 언어인 ‘매터’ 출시 이후 스마트홈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1.0 버전 발표 후 5개월 사이 141개 기업이 CSA에 새로 가입했다. 현재 회원사는 584개에 이른다. 올해 매터를 적용한 IoT 제품 및 서비스가 대거 쏟아지며 생태계 선점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매터는 삼성, LG를 비롯해 구글, 애플, 아마존 등 글로벌 IT·가전 기업들이 CSA라는 연합을 꾸려 만든 IoT 체계다. 그동안 삼성 가전은 삼성 스마트싱스, LG 기기는 LG 씽큐를 통해서만 연동되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 매번 플랫폼을 바꿔야 해 불편이 컸다. 이에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고 스마트 전구, 도어록, TV, 세탁기 등 각종 기기의 접근 체계, 보안 등 기본 영역을 하나로 묶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국내에선 LG전자가 지난해 7월 CSA 의장사로 가입한 데 이어 삼성전자도 9월 의장단에 합류했다. 특히 올해 첫 CSA 정례회의(20∼23일)는 2021년 5월 출범 후 처음으로 아시아에서 열리는 회원사 정식 미팅이다. 회원사 관계자 350명가량이 참석했다. 리처드슨 회장은 “삼성과 LG는 ‘매터’의 열렬한 지지자일 뿐만 아니라 우리 연합의 리더”라고 했다. 앞으로는 매터라는 표준 아래 누가 더 편리하면서 확장성이 큰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이날 각 기업에 삼성 스마트싱스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에 합류할 것을 제안했다. 정례회의가 열린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만난 정재연 삼성전자 디바이스플랫폼센터 부사장은 “우리의 가장 큰 강점은 모바일, TV, 갤럭시북 등 일상에서 스마트홈 허브로 활용할 수 있는 제품 포트폴리오가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의 핵심 파트너 중 하나가 구글”이라며 “삼성의 기기 및 스마트싱스,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결합한 생태계를 꾸려 애플 등 빅테크 경쟁사에 맞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LG는 LG 씽큐를 앞세운 연결과 개방이라는 가치 아래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별도 조작 없이도 인공지능(AI)이 이용자의 상황과 상태를 인식, 판단해 선제적으로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 올해 매터를 적용한 TV를 출시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정기현 LG전자 플랫폼사업센터 부사장은 “LG전자에는 가전뿐만 아니라 B2B(기업 간 거래) 영역에서의 기술과 사업이 다양하다”며 “매터를 활용해 집, 자동차, 공장 등 여러 공간에서 그동안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기회들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17일 한국과 일본 기업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미래 첨단 신산업 분야 협력이 거론되면서 구체적인 협력 방안에 관심이 모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일본 도쿄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디지털 전환,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미래 첨단 신산업 분야에서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삼성전자 등 한국 반도체 기업과 일본 반도체 소재 장비 업체의 관계, 일본 완성차 업체와 한국 배터리 제조사의 합작 등을 예로 들었다. 우선은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가 기대된다. 한국은 반도체 제조 공정에 특화돼 메모리와 파운드리(위탁 설계)에서 강점을 갖고 있으며, 일본은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소재 및 장비 분야의 세계적 강국이다. 특히 최근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가 발표한 경기 용인시 300조 원 규모의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단지)에서의 협력 가능성이 거론된다. 클러스터 성공을 위해서는 소부장 생태계도 필수적으로 동반돼야 하는데 국내 기술력만으로는 모두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도쿄일렉트론, 캐논(노광장비) 등 일본 소부장 기업들이 앞으로 수출 제한 및 규제 걱정 없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면 클러스터 조성 효과가 커질 수 있다. 전기차용 2차전지도 국내 배터리 기업과 일본 완성차 업체 간 협력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한국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3사가 대규모 투자를 통해 배터리 공급량을 늘리고 있는 반면, 일본은 파나소닉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 완성차 업체가 중국 CATL을 배제한 채 전기차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한국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1월 일본 혼다와 미국에서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4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공장 건설에 나서기도 했다. 미래차의 한 축으로 꼽히는 수소차 분야에서의 협업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대자동차는 넥쏘, 일본 도요타는 미라이를 양산하며 세계 수소차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강남훈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양국이 수소차 분야에서 협력하면 관련 생태계를 선점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등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일본 기업의 협업을 통한 ‘디지털 전환’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는 일본 소프트뱅크와 일본 현지 도시를 3차원 고정밀 지도로 제작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과학기술 및 디지털 분야에서는 양국이 장차관급 협의체를 만드는 방안이 추진된다. 고령화가 가속화하며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일본과의 바이오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LS그룹은 16일 구자은 회장(사진)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전날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3’ 전시를 참관했다고 밝혔다. 구 회장 등은 LS그룹 전시장은 물론이고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타사 부스를 돌며 배터리 업계의 최신 동향을 점검했다. 구 회장은 “선두 기업들이 배터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를 준비하는 등 산업 트렌드를 읽을 수 있었다”며 “LS도 EV(전기차) 분야 소재, 부품, 솔루션의 사업 역량을 결집해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LS는 270㎡ 규모의 전시장에 LS일렉트릭 등 7개 회사의 기술, 제품을 한데 모아 ESS(에너지저장장치), K-Battery(배터리), EV Charging(충전), EV 등 4개 존을 구성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여러분의 꿈의 크기가 미래를 결정합니다. 꿈과 성장에 대한 고민이 더 큰 열매로 맺어지길 항상 응원하며 그 여정에 LG가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구광모 ㈜LG 대표는 16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테크콘퍼런스’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LG가 연구개발(R&D) 분야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개최한 이날 행사에는 국내 이공계 R&D 인재 400여 명이 초청받았다. 구 대표를 비롯해 권봉석 ㈜LG 부회장, 박일평 LG사이언스파크 대표(사장) 등 그룹 최고경영진은 인공지능(AI), 바이오, 클린테크(친환경 기술), 모빌리티, 신소재 등 미래산업을 이끌어 갈 인재들과 만났다. 26개 분야의 테크 세션을 마련해 LG의 우수 기술사례를 함께 설명하는 시간도 가졌다. LG는 행사 슬로건을 ‘Find yourself, Find your future’로 정했다. 인재들이 LG의 기술과 회사를 접하면서 ‘나’를 발견하고 ‘미래’를 찾기 바란다는 뜻을 담았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글로벌 1위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 기업인 미국 퀄컴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48조 원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 점유율이 60%가 넘는 미국 엔비디아도 지난해 28조 원의 매출을 올렸다. 반면 한국 1위 팹리스 업체인 LX세미콘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1000억 원대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조 단위 매출을 올린 곳이다. 어보브반도체와 제주반도체의 매출액은 각각 2429억 원, 1750억 원으로 글로벌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16일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한국의 세계 팹리스 시장 점유율은 1% 수준이다. 미국(68%)은 물론이고 대만(21%)과 중국(9%)에도 한참 뒤처져 있다. 삼성전자가 전날 20년간 300조 원을 투입해 경기 용인에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짓겠다고 발표한 것도 생태계 전체가 성장해야 반도체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가 용인 클러스터에서 매출 1조 원대 팹리스 기업 10곳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배경이다. 팹리스는 그 자체로도 성장성이 큰 산업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세계 팹리스 시장 규모는 2019년 600억 달러(약 78조7000억 원)에서 2020년 680억 달러, 2021년 738억 달러로 매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클러스터 성공을 위해서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성장도 뒷받침돼야 한다. 연구·생산 시설이 모두 필요한 소부장 기업들이 클러스터의 집적 효과를 누리기도 좋고,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네덜란드 ASML은 반도체 업계에서 슈퍼을(乙)로 불린다. 웨이퍼에 감광액을 바르는 코터, 현상하는 디벨로퍼 장비 시장의 90%가량을 차지하는 도쿄일렉트론 등 일본 소부장 기업도 반도체 클러스터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국내 소부장 기업은 외국의 경쟁 기업보다 영세하지만, 국내 기준으론 중견기업이거나 대기업인 탓에 각종 지원을 받지 못했다”며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한국형 아이멕(IMEC·벨기에의 반도체 연구·인력양성센터)을 중심으로 소부장 기업 대상의 지원이 보다 공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민간기업의 투자 결정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책 및 행정적 지원이 뒷받침됐을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속도’가 가장 큰 경쟁력이 될 수도 있어서다. 실제 SK하이닉스도 2019년 2월 용인에 120조 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 4개를 짓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계획대로라면 2021년 토지 수용을 마치고 2022년 반도체 공장 착공에 들어갔어야 했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발생한 민원, 토지 보상 장기화, 용수 공급 인프라 구축 장기화 등으로 현재까지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클러스터는 올해 상반기(1∼6월) 중에야 착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경기 평택에서 송전선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4년, SK하이닉스가 여주시와 용수 공급 해결 방안을 찾는 데 1년 반이 걸렸다”며 “정부, 지자체가 한 팀을 이뤄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화면이 자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탑재했는지 가려주는 검색 사이트 ‘OLED Finder’를 오픈했다고 16일 밝혔다.사이트를 통해 기기 조회를 하면 현재 삼성전자, 비보, 오포, 샤오미 등 8개 스마트폰 브랜드의 700여개 모델에 한해 삼성 OLED 탑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앞으로 확인 가능한 모델을 추가하고 노트북, 태블릿 등 다른 제품군으로도 검색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OLED Finder’ 사이트에서는 검색 외에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삼성 OLED를 탑재한 모델을 선택하고 검색 버튼을 누르면 삼성 OLED의 특징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다. 타사 패널이 탑재된 모델일 경우에는 삼성 OLED가 사용된 최신 스마트폰과 제품 사이트를 소개해 준다.삼성디스플레이는 앞서 ‘MWC 2023’에서 ‘OLED Finder’ 베타 버전을 처음 선보였고 “흥미롭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정용욱 중소형디스플레이 마케팅팀장(상무)은 “OLED가 탑재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약 70%가 삼성디스플레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며 “가장 우수하고 차별화된 삼성 OLED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사이트를 오픈했다”고 했다.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Finder’ 오픈을 기념해 삼성디스플레이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서비스 인증 게시물을 올린 이용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갤럭시S23’을 경품으로 지급할 계획이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추진하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이 완성되면 단일 ‘첨단 시스템 반도체 단지’ 기준 세계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각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내에 확보하려고 나선 가운데 대형 클러스터 구축 경쟁의 양상을 띠고 있다. 1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 일본, 대만 등 주요 반도체 경쟁국은 정부, 지자체, 민간이 한 팀이 돼서 클러스터를 강화하기 위한 전력 질주를 하고 있다.● 미국, 일본, 대만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질주’ 미국은 지난해 8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527억 달러(약 68조 원) 규모 ‘반도체과학법’을 서명하며 자국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향한 신호탄을 쐈다. 이후 보조금, 세제 혜택을 노린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대만 TSMC와 미국 인텔은 애리조나주에 각각 435억 달러, 300억 달러 규모의 공장 설립에 나섰다. 삼성전자도 텍사스주에 170억 달러 규모의 공장 신설에 들어갔다. 미국은 궁극적으로 주요 기업들을 끌어들여 최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드는 게 목표다. 2030년까지 자국 내 최소 2개 이상의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과거 반도체 강국이었던 일본도 미중 갈등으로 촉발된 공급망 재편을 절호의 기회로 삼고 기업들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대표 클러스터는 ‘실리콘 아일랜드’로 불리는 규슈 섬의 구마모토현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추경 예산으로 7740억 엔(약 7조5000억 원)을 편성하고 대만 TSMC가 일본 내 처음으로 짓는 구마모토 생산시설에 공장 건설 비용의 약 40%인 4760억 엔을 지원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공격적으로 육성하며 이에 맞춰 소부장 기업들도 구마모토현에 새로 거점을 신설하거나 이전·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대만은 북부부터 서부, 남부에 이르는 첨단과학단지 13곳을 ‘반도체 벨트’로 키우고 있다. 대표 격인 신주과학단지는 1980년 설립돼 첨단기술 분야 기업 600여 곳이 입주해 있다. 초기 설립 시 필요자금의 49%를 지원하고, 투자 초기 5년간 면세 혜택을 주는 등 단지 내 기업 유치에 적극적이다. 대만 정부는 여기서 더 나아가 160조 원을 투입해 북부 신베이부터 남부 가오슝까지 반도체 공장 20곳을 추가 건설하고 있다. 총면적은 약 200만 ㎡로, 야구장 40개 규모다.● “클러스터의 경쟁력이 반도체 운명 갈라“ 이처럼 클러스터에 투자가 집중되는 것은 단순히 기업 한두 곳의 경쟁력이 아닌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대결에서 승부가 갈리기 때문이다. 소재·부품부터 장비, 설계, 제조, 후공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완성되는 것이다. 나아가 반도체 소재, 디자인, 기계, 환경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연구하는 대학 및 연구기관 등의 협업이 필수적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미국만 봐도 애리조나는 컴퓨터, 전자제품의 메카인 데다 여러 대학이 고도로 숙련된 인력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실리콘밸리와도 인접해 칩 제조에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텍사스는 텍사스인스트루먼트, NXP, 인피니언 등 오래전부터 자리를 잡은 종합반도체(IDM) 업체들의 생산기지가 집결돼 있다. 이번에 용인에 구축할 ‘코리아 실리콘 힐즈’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 운명을 결정할 투자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수도권 단지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평가다. 클러스터의 성패를 결정하는 협력회사의 집적과 국내외 인재 유치에 절대적 장점을 봤을 때 수도권이 유일한 선택지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회원사 244개사 중 약 85%가 서울, 경기권에 자리잡고 있다. 새롭게 단지를 조성하는 용인은 기존 생산단지인 기흥, 화성, 평택 등과도 접해 있고, ‘팹리스 밸리’인 판교와도 가까워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타이밍 싸움이고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기존의 클러스터를 최대한 이용하고 확장하는 것이 최선의 해법”이라며 “이런 점을 고려해 수도권 집중에 대한 여러 여론이 있음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파운드리 생산 설비 증대는 국내 팹리스 업체들의 시제품 연구개발(R&D) 기회의 확대로 이어져 반도체 전반의 생태계가 상생하는 선순환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내민 국내 퓨리오사AI나 리벨리온 등과 같은 AI반도체 팹리스들이 성장하는 토대가 되는 것이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반도체연구소를 양적, 질적인 측면에서 두 배로 키워나갈 예정입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은 10일 경기 화성시 반도체연구소를 방문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입사한 신입 박사 연구원들과의 간담회에서다. 이 회장은 “이렇게 커나가는 조직에서 일하는 여러분은 정말 행운아”라고도 했다. 첨단 반도체 기술 확보에 대한 이 회장의 의지가 다시 한번 드러난 대목이다. 이 회장은 “회사의 브레인이자 젊은 인재들을 만나고 싶었다”며 “반도체의 미래를 책임지는 사람들인데 앞으로 잘 부탁한다”고 격려했다. 특히 차세대 메모리로 꼽히는 ‘M램’ 개발과 관련해 “추후 상용화에 성공하면 세상에 없던 일을 현실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M램은 처리 속도가 빠른 D램과 전원 없이도 저장 데이터를 보존하는 낸드플래시의 장점을 결합한 메모리다. 데이터 처리 속도는 D램보다 10배 이상, 낸드보다 1000배 이상 빠르다. 동시에 누설 전류량이 낮아 전력 효율성이 높다는 강점이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불황 속에서도 연구개발(R&D)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경쟁사와의 ‘초격차’를 더 벌리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R&D 비용으로 역대 최대인 24조9292억 원을 썼다. 전년 대비 10.3%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16.0% 줄어들었는데도 투자를 확대한 것이다. 이 회장의 이날 발언은 삼성전자가 앞으로도 반도체 R&D와 설비 투자에 보다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해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말 기준 D램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45.1%로 전 분기보다 4.4%포인트 상승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한화시스템은 불법 드론을 탐지, 추적해 포획하는 ‘안티(Anti)드론’ 시스템 시연에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열상감시장비 등을 기반으로 3km 이내, 300∼800m 상공에서 비행하는 무인기를 무력화하는 시스템이다. 드론을 직접 파괴하거나 포획하는 ‘하드킬’ 방식이 적용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투자한 미국 포르템 테크놀로지스의 그물 포획형 기술을 활용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시연에 사용한 드론은 날개 길이 2m급으로 지난해 12월 한국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와 유사한 크기다. 안티드론 시스템은 현장에서 최고 시속 90km로 움직이는 무인기에 대해 포획률 90%를 기록했다. 어성철 한화시스템 대표는 “한화시스템이 보유한 세계적 수준의 다기능 레이다와 세계 최고 안티드론 기술을 결합했다”며 “무인기 침투에 대한 국가 방어 능력을 강화하는 데 일조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가 구광모 ㈜LG 대표(사진)를 상대로 낸 상속회복청구 소송과 관련해 LG 내부는 물론이고 재계 전체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75년간의 승계 과정에서 분쟁이 한 번도 없었던 LG가(家)여서 배경에 더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1947년 고 구인회 창업주가 그룹 모태이자 LG화학의 전신인 ‘락희화학공업’을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경영권은 물론이고 재산 관련 분쟁도 없었다. LG는 2, 3세 구자경·구본무 회장과 지금의 구광모 대표로 이어지기까지 ‘장자승계’ 원칙을 지키고 있다. 주변 형제들이나 동업자들은 스스로 물러나 지금의 LIG, LS, GS, LX그룹이 출범했다. 일각에선 이런 분위기 때문에 세 모녀가 구본무 회장 별세 직후에는 적극적인 의사 표시를 못 하다 뒤늦게 마음을 바꾼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4년 전 합의 당시 상속을 받는 당사자들이 의견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세 모녀 측도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상속 과정에서 있었던 절차상 문제를 바로잡으려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세 모녀 측은 또 “유언장이 없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LG는 “15차례 협의해 합의를 마무리한 사안인 데다 유언장 유무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상속세마저 정상적으로 납부해 왔기 때문에 지금 와서 유언장을 이슈화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제척기간도 쟁점이 될 수 있다. 민법상 제척기간은 상속권 침해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 발생한 날로부터 10년이다. 이번 소송이 LG그룹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도 관심사다. 세 모녀는 구 회장의 상속 재산을 법정 비율인 1.5(김 여사) 대 1(구광모 대표) 대 1(구연경 대표) 대 1(구연수 씨)로 나누자고 주장하고 있다. 김 여사 등은 올해 초 구광모 대표 측에 내용증명을 보내 이 같은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김 여사 등의 요구대로 된다면 구광모 대표의 ㈜LG 지분은 15.95%에서 9.7%로 축소된다. 반면 세 모녀의 지분은 14.04%로 올라간다. 이현곤 새올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상속에 있어 구두든, 서류든 유언 그 자체보다 서로 간의 합의가 우선하는 효력을 갖는다”며 “또 통상 유언장의 유무도 확인 안 된 상태에서 합의에 이르렀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어 보인다”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