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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무부가 미 프로골프(PGA)투어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의 후원을 받는 LIV 골프 시리즈의 합병이 독과점에 해당하는지 조사하기로 했다. 세계 남자 골프계의 전통 강자인 PGA투어와 사우디 자본을 앞세운 신흥 강자 LIV는 1년 가까이 대립하다 7일 전격 합병을 발표했다. 법무부의 반독점 조사 착수에 따라 양측의 합병 작업이 앞으로 최소 1년간은 중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PGA와 LIV의 합병을 두고 미국 스포츠계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인권 문제 등 부정적 이미지를 탈색하기 위해 ‘스포츠워싱(sportswashing)’을 시도하는 것이란 목소리가 높아지던 상황에서 미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美 법무부, PGA-LIV 합병 독과점 조사 나서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 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법무부가 PGA투어 측에 LIV 골프와의 합병 결정과 관련해 독과점 우려가 있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앞서 14일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론 와이든 상원의원은 법무부에 “PGA투어와 LIV 골프의 합병이 경쟁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반독점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CNBC가 보도했다. 법무부의 이번 조사로 양측의 합병 계획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WSJ는 PGA투어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최소한 1년간 합병 논의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6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의 후원으로 출범한 LIV는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PGA투어 소속이던 필 미컬슨, 브룩스 켑카, 더스틴 존슨 등 정상급 선수를 대거 빼갔다. 이에 PGA투어는 LIV로 넘어간 선수의 대회 출전을 금지시키고, LIV 후원자를 상대로 “선수 계약을 방해한다”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하는 등 이른바 ‘골프 전쟁’을 벌여 왔다.● “‘스포츠워싱’ 방관 안 돼” 美 의회도 조사 그동안 LIV 골프의 공격적인 확장을 경계하며 반독점법 위반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미 정부는 사우디와의 외교 관계를 고려해 개입을 자제해 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배후로 무함마드 왕세자를 지목한 이후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냉랭해졌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석유 거래에서 위안화를 사용하고, 중국 중재로 ‘앙숙’ 이란과 외교 정상화에 합의하는 등 중국과 밀착하는 행보를 보였다. 중국이 중동 지역 내 영향력을 확장하는 가운데 미국이 사우디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LIV 문제에 방관하는 태도를 취했다는 해석도 있다. LIV 골프와 PGA투어의 합병 발표는 이달 초 사우디를 공식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동 내 최우선 동맹국인) 이스라엘과 사우디 간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며 미국의 중동 리더십 회복을 선언한 직후이기도 했다. 하지만 미 의회가 합병에 대한 의회 차원 조사에 나서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부정적 여론도 커지면서 미 정부도 관련 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미 하원에는 PGA투어의 면세 특권을 박탈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돼 있다. 미 상원 상설조사소위원회 리처드 블루멘솔 상원의원(민주)도 12일 “PGA와 LIV에 사우디 국부펀드와 합의에 이르게 된 경위와 새로운 리그가 어떻게 운영될지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다”며 의회 차원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법원으로 가는 중. 마녀사냥!’ ‘미국 역사에서 가장 슬픈 날 중 하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13일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으로 이동하면서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이런 글을 올렸다. 퇴임 당시 기밀문서 반출 혐의 등으로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기소된 그는 이날 피고인 신분으로 법원에 출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경 법원에 들어서며 자신을 기다리던 지지자들에게 연신 손을 흔들고 엄지를 들어 보였다. 지지자 수백 명은 경적과 함성으로 화답했다. 일부는 다음 날(14일) 77세 생일을 맞는 그를 위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단체 이메일을 보내 내년 대선 캠페인을 위해 1달러 이상 후원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전직 대통령의 법정 출석 현장이 사실상 내년 대선을 위한 유세장으로 바뀐 것이다.● 법정 출석을 대선 유세로 활용한 트럼프 CNN,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50분경 법정에 들어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피고인에게 기소 사유를 알리고 그에 대한 인정 여부를 묻는 ‘기소 인부(認否) 절차’ 동안 팔짱을 끼고 굳은 표정으로 말없이 앉아 있었다. 트럼프 측 토드 블랜치 변호사는 재판부에 “우리는 확실히 무죄”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 핵무기 현황과 동맹국 군사정보 등이 담긴 기밀문서 320여 건 무단 반출 등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7개 죄목, 37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배심원 재판을 요청했다. 1시간쯤 뒤인 오후 3시 55분경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원을 나와 찾아간 곳은 마이애미의 유명 쿠바 식당인 ‘베르사유’였다. 그곳에서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사진을 찍었다. 자신을 찍는 카메라를 향해선 “우리는 조작된 국가, 부패한 나라에 살고 있다”고 했다. 미국 언론은 그가 쿠바 식당에 들른 이유에 대해 최근 인구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히스패닉 유권자의 표심을 공략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NYT는 “트럼프는 남부 플로리다의 히스패닉계가 정적을 표적으로 삼는 정부에 익숙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동정심을 느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저녁 전용기로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자신의 골프 리조트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10만 달러 이상 기부자들을 초청한 만찬 행사를 벌였다. 그는 연단에 올라 이번 기소에 대해 “부패한 현직 대통령이 그의 최대 정치적 경쟁자를 조작된 혐의로 체포했다. 이것은 선거 개입이자 대선 조작 시도”라며 “내년 선거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조 바이든 대통령 뒤를 쫓을 특별검사를 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침묵하는 바이든… 트럼프와 본선 노리나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와 관련해 언급을 삼가고 있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보좌관들은 트럼프 기소에 대해 침묵 중이며 민주당에도 무대응을 주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하면서 트럼프 지지층이 결집하는 현상을 바이든 대통령 측이 내심 반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81세 고령’이 최대 약점인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본선에서 세대교체론을 앞세운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45)보다 77세의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보수 진영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당내 경선에선 지지층 결집의 촉매제가 될 수 있지만 본선에선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화당 소속 폴 라이언 전 하원의장은 13일 CBS 방송에 출연해 “공화당이 트럼프가 아닌 다른 사람을 (대선 후보로) 지명하면 바이든을 이길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질 바이든 여사는 12일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2024 대선 모금행사에 참석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밀문건 유출 혐의로 기소됐음에도 공화당 상당수가 그를 지지한다는 여론조사를 언급하며 “그들은 기소에는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조금 충격적”이라고 말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퇴임 당시 기밀문서 반출 혐의 등으로 연방검찰에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 출석을 앞두고 지지자의 시위를 촉구했다. 그의 지지층은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2021년 1월 6일 워싱턴 미 의회에 난입한 전력이 있다. 당시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를 선동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터라 이번에도 비슷한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그는 미 동부 시간 13일 오후 3시(한국 시간 14일 오전 4시)에 법원에 출석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2일 뉴저지주 ‘트럼프 골프리조트’에서 역시 자신이 소유한 마이애미 ‘도럴 골프리조트’에 도착해 다음 날 출두를 준비했다. 그는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재집권하면) 미 역사상 가장 부패한 조 바이든 대통령 일가의 범죄를 파헤칠 진짜 특별검사를 임명하겠다”고 주장했다. 측근 로저 스톤과의 인터뷰에서는 “우리나라는 시위해야 한다”며 지지층의 시위를 촉구했다. 이날 도럴 골프리조트 앞에는 ‘트럼프는 무죄’라는 팻말을 든 그의 지지자들이 몰려 연방검찰의 형사 기소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지지자는 13일 마이애미 법원 앞에서도 집회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21년 트럼프 지지층의 의회 난입 당시 적극 가담한 극우단체 ‘프라우드 보이스’ 또한 이번에도 적극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친트럼프 인사들은 노골적으로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응징’을 언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약혼한 유명 방송인 킴벌리 길포일은 인스타그램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진을 올리고 “응징(retribution)이 다가오고 있다”고 썼다. 야당 공화당 내 주요 트럼프 지지자인 앤디 비그스 하원의원도 트위터에 “눈에는 눈”이라고 올렸다. 마이애미 경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원 출석을 전후로 최대 5만 명의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찰은 이미 법원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쳤고 배치 인원도 대폭 늘렸다. 매니 모랄레스 마이애미 경찰서장은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올 3월 뉴욕 맨해튼 지검으로부터 문서 조작 혐의 등으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맨해튼 법원 출두 때 ‘머그샷’(범죄자 인상착의 기록 사진)을 찍지 않았다. 통상 형사 피고인은 머그샷 촬영은 물론 수갑을 찬 채 지문을 채취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연방법원 또한 이 과정을 건너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정 출두를 마친 후 다시 뉴저지주로 이동해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퇴임 당시 기밀문서를 반출하는 등 37개 혐의로 8일 연방검찰에 의해 기소당한 후 미 사회의 분열 양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층은 올 3월 뉴욕주 맨해튼 지검이 그를 ‘성관계 입막음용’ 돈 지급을 위한 문서 조작 등 집권 전 34개 혐의로 기소한 데 이어 연방검찰까지 정치적 동기로 기소했다며 반발했다. 일부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 맞서기 위한 무력 행동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반면 집권 민주당 지지자와 야당 공화당 일부 대선 주자는 거듭된 사법 위험에 직면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후보 자격이 없다며 “경선 사퇴”를 촉구했다. 여론조사에서도 “정당한 수사”라는 의견과 “정적(政敵) 탄압”이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선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3월 맨해튼 지검 기소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연방검찰의 기소 또한 지지층 결집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자신만만한 모습이다. ● 48% “기소 당연” vs 47% “정치적 기소” ABC방송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9, 10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8%가 “그렇다”고 답했다. 46%는 “그가 선거 운동을 중단해야 한다”고도 했다. 반면 47%는 “이번 기소가 정치적 동기로 이뤄졌다”고 답해 이번 사태를 두고 완전히 엇갈린 미 여론의 현주소를 보여줬다. 지지 정당별 응답 또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집권 민주당 지지자 91%는 그의 기밀문서 반출 혐의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반면 공화당 지지층은 38%만이 이에 동의했다. 트럼프 강성 지지자들은 아예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친트럼프 성향인 케리 레이크 전 애리조나 주지사 후보는 9일 “나와 동지 대부분은 미국총기협회(NRA) 카드를 소지한 회원”이라며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발언을 했다. 보수 선동가 피트 산틸리 또한 같은 날 “내가 해병대 사령관이라면 모든 해병대원에게 ‘바이든 대통령을 픽업트럭 뒤칸에 집어넣은 후 백악관에서 내보내라’고 명령할 것”이라는 막말을 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낸 윌리엄 바는 11일 “나는 그렇게 많은 문건이 거기(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 있었다는 것과 그 문건의 민감성에 놀랐다”면서 “연방검찰의 주장이 절반만 사실로 확인돼도 그는 끝났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도전 중인 에이사 허친슨 전 아칸소 주지사도 기소 당일인 8일 “진행 중인 형사소송은 경선에 큰 방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선 사퇴를 촉구했다.● 13일 법원 출두… 유세장 방불케 할 듯 트럼프 지지층은 결집하고 있다. CBS방송과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7∼10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층 61%는 공화당 대선 후보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당내 지지율 2위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불과 23% 지지를 얻었다. 팀 스콧 상원의원,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등 나머지 주자들은 아예 한 자릿수 지지율에 그쳤다. 주자들이 난립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압도적 1위를 달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진행한 유세에서 “병적인 방식이기는 하지만 나도 (기소를) 좀 즐기고 있다”면서 “여론조사 수치는 급증했고 소액 기부도 기록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 인터뷰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아도 (경선을) 결코 떠나지 않겠다”며 완주를 다짐했다. 그는 13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에 출두하기로 했다. 전 세계 언론의 열띤 취재 경쟁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 이 자리가 그의 유세장을 방불케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번 재판을 주재할 에일린 캐넌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당시 연방판사로 지명했으며 친트럼프 성향으로 분류된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40대 김모 씨는 지난달 서울 잠수교 인근 한강공원에서 전기자전거를 타다 큰 사고를 당했다. 커브 구간을 돌다가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다른 전기자전거와 정면충돌한 것이다. 김 씨는 충돌 직후 공중에서 한 바퀴 돌고 지면에 떨어졌다. 헬멧을 쓰고 있었는데도 목 신경이 손상돼 응급 수술을 받아야 했다. 전치 5주에 달하는 부상을 입었지만 ‘스로틀(Throttle)형’ 전기자전거를 타고 있었다는 이유로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 김 씨는 “사고 전 여러 차례 보험회사에 문의했지만 그때마다 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란 말을 들었다”며 “보험 적용이 이렇게 어려운 줄 알았다면 전기자전거를 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 사각지대 놓인 전기자전거 모터를 장착한 전기자전거 이용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관련 사고도 늘고 있다. 최대 시속 25km까지 달릴 수 있다 보니 사고 발생 시 부상도 심한 편이다. 하지만 전기자전거 관련 사고는 따로 집계되지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8일 “아직 전기자전거를 별도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지 않다”며 “그렇다 보니 보급 현황과 사고 건수, 단속 통계 등도 따로 없다”고 했다. 신종 모빌리티 수단이다 보니 관련 규정도 명확하지 않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같은 전기자전거라도 일부는 개인형 이동장치(PM)로, 일부는 자전거로 분류된다. 먼저 페달을 밟지 않아도 손으로 레버를 돌리면 모터가 작동하는 스로틀형은 PM으로 분류돼 도로교통법을 적용받는다. 하지만 페달을 돌릴 때만 모터가 작동되는 파스(PAS·페달보조)형 전기자전거는 자전거로 분류돼 자전거법을 적용받는다. 분류가 다르니 적용되는 규제에도 차이가 있다. 스로틀형 전기자전거는 전동 킥보드 등 다른 PM과 비슷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운전면허증이 있어야 탈 수 있고, 13세 미만은 탈 수 없다. 탈 때는 헬멧을 반드시 써야 한다. 안 쓰면 벌금이 부과된다. 야간에 전조등과 후미등 없이 주행하면 1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파스형 전기자전거의 경우 외관상 큰 차이가 없는데도 이 같은 규제를 모두 적용받지 않는다. 정경옥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같은 전기자전거지만 법 적용에서 차이가 크다 보니 현장에서 혼란이 심한 상황”이라며 “신종 모빌리티 출현에 따른 법적 공백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 가입 어려운 스로틀형전기자전거의 법적 공백은 이용자들에게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전기자전거 동호회 등에선 “스로틀형의 경우에도 파스형인 것처럼 위장하면 단속을 피할 수 있다” 등의 노하우가 공유되고 있다. 6일 한강공원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스로틀형 전기자전거 이용자는 “가끔 경찰을 만나면 페달을 밟는 척하며 단속을 피하곤 한다”고 털어놨다.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 보니 전기자전거 이용자 상당수는 안전 장비도 잘 착용하지 않는다. 특히 공유 전기자전거의 경우 대부분 헬멧 등 안전 장비 없이 이용한다. 올 3월 발표된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지하철역 주변 40개 장소에서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이용한 시민 115명 중 단 1명만 개인 안전모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 가입도 쉽지 않다. 특히 스로틀형 전기자전거의 경우 국내에서 보험을 취급하는 회사가 거의 없다. 전기자전거를 타는 김태현 씨(33)는 “스로틀형은 각종 안전 장비 착용 의무가 부여되지만 정작 보험 가입은 어렵다”며 “이 때문에 페달을 좀 돌리더라도 자전거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파스형을 타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자전거 안전 규제를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안전을 위해 스로틀형과 마찬가지로 파스형에 대해서도 안전모 착용 등을 의무화하자는 것이다. 자전거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간단한 조작만으로 스로틀형과 파스형을 오갈 수 있는 전기자전거도 나오는 만큼 규제를 달리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당장 규제를 통일할 수 없다면 안전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파스형의 경우 최고 속도를 시속 25km 이하에서 시속 20km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전기에너지가 생성되는 전기차 충전 방식을 전기자전거에도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전기자전거 이용자들은 배터리를 아낀다며 브레이크를 잘 안 잡는 경향이 있는데 브레이크를 잡을 때마다 충전되는 회생제동 장치가 도입되면 좀 더 안전한 운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택배 트럭 대신 ‘화물용 전기자전거’ 뜬다 택배용 트럭보다 탄소 배출량이 약 22% 적은 ‘화물용 전기자전거’가 최근 친환경 배송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지상 화물차 진입을 막는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전거가 주요 운송수단으로 활용되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에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친환경 모빌리티가 확산되고 있는 유럽 국가들에선 이미 화물용 전기자전거가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아마존, DHL 등 글로벌 물류 대기업도 화물용 전기자전거 활용을 늘리고 있다. 전 세계 화물용 전기자전거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으로 약 1조2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한 리서치 회사는 시장 규모가 2030년까지 연평균 11.4%씩 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에선 쿠팡 등이 화물용 전기자전거를 시범도입하고 활용도를 점검 중이다. 삼천리자전거 관계자는 “전기자전거 시장 확대에 발맞춰 배달, 화물 등으로 다양한 라인업을 확대하는 중”이라며 “아직은 화물용 전기자전거를 본격 양산하지 않고 있지만 조만간 생산을 본격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탄소배출 저감 수단으로 화물용 전기자전거에 주목하고 있다.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는 올 4월 회의를 열고 화물용 전기자전거 도입과 관련해 관계 부처에 규제 개선 및 제도 기반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가 실증 결과 및 해외 사례 등을 토대로 중량, 속도 등 세부 안전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행정안전부는 화물용 전기자전거의 신고, 보험 가입 의무 등 관리 기준을 검토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안전 기준과 면허, 주행 기준 등을 검토한다. 다만 화물용 전기자전거 도입을 위해선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한국에서 전기자전거는 동체가 ‘30kg 미만’이어야 한다. 승객용만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화물용 전기자전거에 한해 동체 중량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독일은 화물용 전기자전거의 중량을 300kg 미만, 프랑스는 650kg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캐나다 등은 아예 무게 제한을 두지 않는다. 다만 중량 규제가 완화될 경우 그에 걸맞은 안전규정 확보도 필요하다. 무게를 늘리는 만큼 사고 위험 역시 높아지기 때문이다. 전제호 삼성교통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화물용 전기자전거가 일반 도로에서 달릴 때는 시속 25km 이하로 제한하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을 활용해 아파트 내에 진입해 운행할 때는 시속 10km 이하로 속도를 제한하는 등 세심한 대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한재희(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신아형(경제부) 윤다빈(국제부) 송유근 전혜진(사회부) 기자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한국 정치의 수준은 왜 나아지지 않을까? 대통령, 국회의원 선거를 각각 두 번씩 취재하며 가졌던 의문입니다. 닫힌 섬과 같은 여의도만 보고선 해답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시야를 넓혀 세계 각국의 정치 현실을 살펴보고 한국 정치와 신랄하게 비교하겠습니다. 때로는 ‘우리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위로를, 때로는 우리 정치의 품격을 높일 해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언젠간 K팝, K드라마, K푸드처럼 K정치도 호평받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22대 총선이 이제 10개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여야 정당은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내놓을 것입니다. 이 중 가장 핵심은 인적 쇄신입니다. 여야 극단적 지지층을 제외한 일반 유권자 사이에서 정치 혐오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자연히 선거 때마다 물갈이에 대한 요구는 높습니다. 새로운 인물을 영입해 당의 외연을 넓히는 쪽이 선거에 유리해집니다. 벌써 각 당마다 물갈이 비율이 절반을 넘을 것이라거나 외부 인사가 영입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합니다.하지만 늘 의아한 점이 있습니다. 선거 때마다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지만 왜 성공 사례를 찾기 힘들까요? 해외에서는 국민적 지지를 기반으로 전 세계적 주목을 받는 지도자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는데 말이죠.● 국민의힘은 적자생존, 민주당은 스토리텔링국민의힘은 적자생존 구도에서 자기 능력으로 성장해야 하는 정당입니다. 이준석 대표 시절 능력주의와 공정 경쟁을 화두로 진행한 당 대변인 선발 공개 오디션 ‘나는 국대다(나는 국민의힘 대변인이다)’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김기현 대표 체제에서도 지난달 말 청년 공개 정책 오디션 ‘청년 ON다’를 통해 정책위원회 청년부의장을 선발했습니다. 국민의힘에서 활동하는 인재들은 자신의 힘으로 입문했기에 낙하산 논란이 적고 비교적 독립적인 정치 활동이 가능합니다. 누군가 정치권 진입 과정에서 연줄을 이용하더라도 내부자가 되는 순간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지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소위 ‘존버(최대한 버티기)’하면서 정치적 주목도를 높여야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팍팍한 현실에 놓인 2030 세대 중 자신의 생업을 포기하고 직업 정치인으로 버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물론 국민의힘도 영입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총선에서도 탈북자 출신 태영호・지성호 의원 등이 영입된 사례가 있습니다. 하지만 ‘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 씨 등 당의 조력을 받지 못한 채 소리소문없이 많은 이들이 사라졌죠.더불어민주당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사람을 영입해 키웁니다. 여성·장애인·청년 등 정치권에 부족한 인재를 영입하는 데 공들이는 편입니다. 총선 때마다 꾸준히 외부 인사를 영입해 마케팅을 펼칩니다. 21대 총선 때도 소방관 출신 오영환 의원을 비롯해 장애인 재활전문가 최혜영 의원, 세계은행 최지은 이코노미스트 등을 영입했습니다. 대선 때도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최초로 추적해 세상에 알린 대학생 활동가 출신 박지현 씨를 데려왔습니다. 민주당은 보통 선거를 앞두고 영입할 인재에 대해 콘셉트를 정한 뒤 소속 의원의 추천을 받거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후보군을 정합니다. 이후 대상자들과 비밀리에 접촉합니다. 입당이 확정되면 당사자에게도 철저한 보안을 당부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깜짝 공개하면서 극적 효과를 높입니다. 민주당에서는 성장보다 ‘영입’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결국 자신을 발탁한 정치인과 계보에 충성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을 데려다 놓은 것이기 때문에 여의도 적응부터 총선 공천까지 계보의 도움이 절대적입니다. 단기간에 스스로 성장할 수 없는 환경에서 유능한 정치인이 탄생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실제로 지난 총선에서 영입된 민주당 정치인들은 상식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보다는 특정 계파의 확성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들은 당을 쥐고 흔드는 극렬 지지층의 눈에 들기 위해 국민적 분노를 자아내는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결국 ‘누굴 데려다 놔도 똑같다’라는 인식만 강해지면서 유권자들의 정치 혐오를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 마크롱・피타는 어떻게 지도자가 됐나요즘 급부상 중인 해외 유력 정치인의 입문 경로는 K정치와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고학력 엘리트 출신으로 경제 분야에서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정치 운동에 뛰어든 경우가 많습니다.지난달 치러진 태국 총선에서 제1당으로 올라서며 돌풍을 일으킨 전진당의 피타 림짜른랏 대표(43)는 대표적인 기업인 출신 엘리트 정치인입니다. 그는 하버드대에서 공공정책 석사,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쳤습니다. 정계 입문 전에는 아버지가 운영하던 쌀겨기름 회사를 운영했고, 동남아시아판 우버로 불리는 그랩 태국지사에서 전무이사로 일했습니다.그는 2019년 자신의 대학 동문이 만든 신미래당에 입당해 국회의원이 되면서 정치인으로 거듭났습니다. 신미래당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전진당으로 재탄생시킨 뒤 왕실 모독죄·징병제 폐지 등 파격적인 공약을 앞세워 총선 승리를 거머쥐었습니다. 전 국민적 저항을 뚫고 연금 개혁을 완수한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46)도 비슷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의사 부부의 아들로 태어나 프랑스 최고 명문대인 파리정치대학과 국립행정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는 프랑스 재무부 산하의 금융조사관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공화당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당선되자 정부 부처를 떠나 투자은행 로쉴트에 입사했습니다. 상무이사로 승진한 그는 프랑스 최고의 인수합병 전문가로 활약하면서 ‘금융의 모차르트’라는 명성을 얻었습니다. 사회당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가 들어서자 공직으로 돌아와 30대의 나이로 비서실 부실장과 경제 장관을 역임했습니다. 이 당시 경제 활성화와 고용 촉진을 위해 대규모 규제 완화 패키지인 일명 ‘마크롱 법’을 통과시키면서 좌파 정부에서 우클릭했다는 지지자들의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는 2016년 장관직에서 물러나 스스로 좌파도 우파도 아닌 자유주의자로 규정하면서 청년과 함께 사회운동 단체 ‘앙 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를 이끌고 정치 세력화에 나섰고 대선에서 승리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정계에 입문해 차근차근 정치적 경력을 쌓은 뒤 지도자 반열에 오른 자수성가형 인물도 있습니다. 역대 세계 최연소 여성 정부 수반인 핀란드 산나 마린 총리(39)는 대학생 때 좌파 사회민주당에 입당했습니다. 23살 때 처음 시의원에 출마해 4년 뒤인 27살에 시의원에 당선되면서 선출직 정치인이 됐습니다. 2015년엔 국회의원, 2017년엔 사민당 부주석이 됐고, 교통부 장관을 거쳐 34살에 총리직에 올랐습니다. 오스트리아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37)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그는 10대 시절부터 우파 국민당에서 활동하다 23살에 당 청년 대표로 당선됐습니다. 24살에는 빈 시의회 의원이 됐고, 27살의 나이로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31세에 첫 총리가 됐고 2019년 재집권에 성공했습니다. 끝으로 소위 ‘정치 명문가’에서 성장한 2, 3세 정치인도 있습니다.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52)는 캐나다의 거물 정치인 중 한 명이었던 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의 장남입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66)도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모두 국회의원을 지낸 명문가 출신이죠.이들은 어릴 적부터 상류층과 교류하면서 정치적 감각을 익혔습니다. 정치 입문에 필요한 돈과 인적 네트워크도 비교적 쉽게 획득했습니다. 세습 정치에 대한 비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긴 하지만 정치 명문가 출신의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수월하게 정계에 안착할 수 있었습니다. ● 소신 행보 막는 ‘K정치의 벽’새 인물에 목마른 K정치에서 이런 방식으로 지도자가 등장할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피타 대표, 마크롱 대통령처럼 외부에서 뚜렷한 성공 사례를 남긴 경제인은 정치를 안 한다고 손사래 칠 확률이 높습니다. 10여년 전 K정치에서도 안랩의 성공을 바탕으로 한 ‘안철수 현상’이 일어났지만 기성 질서를 바꾸는 데 실패했습니다. 오히려 정치인이 되면 어느 정도의 수모를 겪는지를 확인시켜줬습니다. 함부로 정치에 도전해서는 안 된다는 학습효과가 생겨났습니다. 점차 극단화되는 정치 환경 속에서 평소 사회적 존경을 받는 행보를 보였던 인물이라도 정치권에 입문하는 순간 국민의 반을 적으로 돌려야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인재 영입 과정에 여러 차례 참여했던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영입을 위해 접촉해보면 당사자는 관심을 두더라도 가족이나 주변에서 강하게 막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 CEO 등 영입 1순위 인재들도 자기 기업에 미칠 정치적 후폭풍을 우려해 고사하는 게 다수”라고 했습니다.당내 인재 육성 과정은 더욱 쉽지 않습니다. K정치에서 지방의원, 보좌관, 당직자에서 시작해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 민주당 한 보좌관은 “국회의원 시점에서 보면 보좌관, 당직자는 단순 참모일 뿐이다. 이들을 키우려고 하지 않는다”며 “정치 신인이 지방의회에서 차근차근 성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지방의원으로 출발하면 처음부터 급이 낮은 인물로 낙인찍혀 중앙무대 진출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습니다. 당내에서 소신 있는 활동을 펼친 인재들은 강성 지지층의 반감을 사게 됩니다.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투기 논란’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했던 민주당 양소영 전국대학생위원장은 이재명 대표의 극렬 지지층에게 문자 공격을 당하고 있습니다. 당 게시판에는 대학생위원장의 직위해제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당내 일부 청년·대학생 권리당원까지 나서 양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 속에서는 강성 지지자들의 비위를 맞추며, 윗사람의 말을 잘 듣고 줄을 서는 이들이 선택받는 것입니다. 해외처럼 본인의 성공을 바탕으로 정치권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 지도자 자리에 오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너무 단정적으로 얘기하는 것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여야에서 가장 뛰어난 확장성을 보여줬던 이준석 전 대표와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이 대선 이후 어떤 정치적 곤경을 겪었고, 현재 어떤 위치에 있는지 생각하면 답은 쉽게 나올 것 같습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검찰이 가상화폐 테라·루나 사태의 주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2·사진)가 올 3월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후 380억 원 상당의 자산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테라·루나 사태 수사를 이끄는 단성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은 8일(현지 시간) 미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권 대표가 붙잡힌 후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 소유 가상화폐 지갑에서 2900만 달러(약 380억 원) 상당을 인출한 것을 파악해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단 단장은 LFG에서 사라진 가상자산과 관련해 “권 대표나 그의 지시를 받은 누군가가 현금화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단 단장은 권 대표와 일당이 스위스 시그넘 은행에 약 1300만 달러(약 170억 원)를 보유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이 역시 LFG의 지갑에서부터 옮겨진 것으로 파악됐는데 해당 자금의 동결을 추진 중이라고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LFG 지갑에선 권 대표가 구금된 이후인 5월 초부터 달러로 바꾸기 쉬운 가상화폐가 여러 차례 인출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당시 권 대표가 재판 본격화에 대비해 측근을 통해 목돈 마련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한국과 미국이 동시에 권 대표 신병을 원하는 것과 관련해 단 단장은 “한국에서 형이 집행된 뒤 미국에서 수형 생활을 할 수 있다”며 한국 측 인도를 희망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테라·루나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해 4월 한국을 떠난 권 대표는 올 3월 몬테네그로에서 출국하려다 위조 여권 사용 혐의로 체포돼 현지에 구금 중이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지난해 5월 취임한 크리스 릭트 미국 CNN 최고경영자(CEO·사진)가 7일 해임됐다. 집권 민주당 성향인 CNN 주 시청자가 반발하는 친공화당 논조 보도로 재임 내내 안팎의 비판에 직면한 데다 시사매체 디애틀랜틱이 그의 지도력을 비판하는 특집 기사까지 2일 게재했다. 그는 5일 “직원 신뢰를 얻기 위해 미친 듯 싸우겠다”며 CEO직 유지에 강한 의욕을 보였지만 해임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CNN 모회사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의 데이비드 재슬러브 CEO는 이날 성명을 통해 “릭트 CEO의 교체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당분간 임원 4명이 CNN을 공동 운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CNN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뉴햄프셔주 타운홀 미팅을 기획해 70분 동안 생중계했다. 2020년 대선 패배를 부정하고 성추행 피해자를 깎아내리는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일방적 주장이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이에 반발한 민주당 성향 시청자들이 떠나면서 지난달 CNN 시청자 수는 지난해 5월보다 25% 줄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300명 감원 결정 또한 임직원의 사기를 떨어뜨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릭트 CEO는 성명을 통해 “지난 13개월 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며 사임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미국 상원의 초당적 지한파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가 결성됐다. 미 하원에서 2003년 ‘코리아 코커스’가 결성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가운데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상원에서도 ‘코리아 코커스’가 발족된 것이다. 존 오소프 민주당 상원의원(조지아·사진)은 6일(현지 시간) ‘미 상원 코리아 코커스’를 결성한다고 발표했다. 이 외 민주당 브라이언 샤츠(하와이), 공화당 토드 영(인디애나), 댄 설리번(알래스카) 의원 등 총 4명이 참여했다.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전용 공장, SK와 LG의 배터리 공장이 들어서는 조지아가 지역구인 오소프 의원은 “한미 관계 증진에 힘쓰기 위해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이 초당적으로 모였다”고 출범 이유를 설명했다. 영 의원은 “중국과 북한의 위협이 커지고 있지만 한미 관계는 확실하고 강력하다”며 “코리안 코커스는 상호 안보를 증진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을 안정시키고 발전시키는 전략을 수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샤츠 의원도 “한국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우방이며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한다”고 했다. 설리번 의원은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더욱 강력한 한미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화석 연료를 쓰는 가스레인지의 사용 금지 여부를 놓고 미국 집권 민주당과 야당 공화당이 거세게 충돌하고 있다. 지난해 말 “미 소아 천식의 약 13%가 가스레인지 사용에서 비롯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후 가스레인지 유해 논쟁이 이념 갈등 의제로 떠오른 모양새다.민주당은 “가스레인지가 실내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미세먼지 농도를 높이는 주범”이라며 규제 강화를 주장한다. 공화당은 “국민 선택권을 침해하는 극단적 행위”라고 맞선다. 2020년 기준 미 가정의 38%가 가스레인지를 쓰고 있다.NBC뉴스 등에 따르면 미 하원은 6일 공화당이 발의한 ‘연방정부 차원의 가스레인지 사용 보호 법안’을 논의했다. 50개 주정부의 가스레인지 사용 규제를 금지하고, 주정부가 연방정부 자금을 사용해 가스레인지 규제를 추진하는 일 또한 막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캘리포니아, 뉴욕주 등이 최근 주 차원에서 신축 건물의 가스레인지 금지 법안을 속속 통과시키자 이를 저지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당초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인 만큼 법안이 무난히 통과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법안에 대한 본격 투표를 하기 전 이에 대한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 투표’에서 이날 찬성 206표 대 반대 220표로 부결됐다.이는 공화당 내 극우파 모임 ‘프리덤 코커스’ 의원 약 12명이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달 초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등 공화당 지도부가 백악관과 합의해 통과시킨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상향 법안을 비판하며 ‘반란’을 일으켰다. 이들은 부채한도를 늘리기로 한 이번 합의안이 ‘작은 정부’를 외치는 공화당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미국 야당 공화당의 대선 후보 경선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독보적인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2위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지지율이 답보 상태를 보이자 다른 주자의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5일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대선 출마 선언 서류를 제출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그는 내년 초 공화당의 후보 경선이 열리는 중부 아이오와주에서 7일 공식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로 했다. 창조론을 지지하는 독실한 개신교도인 그는 보수 성향이 강한 아이오와에서 반(反)낙태 등을 외치며 자신이 ‘보수 적자(嫡子)’임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2인자였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불복을 계기로 결별했다. 이 외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6일,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는 7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 집권 민주당 텃밭으로 꼽히는 뉴저지에서 재선 주지사를 지낸 크리스티 전 주지사 또한 공화당 내 대표적인 ‘트럼프 저격수’로 꼽힌다. 본선에서 중도층 유권자에게 호소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가졌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억만장자 기업인 출신의 버검 주지사는 감세 등을 외치고 있다. 트럼프 캠프 측은 경쟁자가 많아지는 것을 오히려 반긴다. 그럴수록 표가 분산돼 자신이 최종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2016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때도 10여 명의 후보가 난립하는 바람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35%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다만 그간 출마를 저울질했던 크리스 서누누 뉴햄프셔 주지사는 5일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많은 후보가 난립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 대선 후보로 선출되는 것을 막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올해 3월 비슷한 이유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한국 사위’ 래리 호건 전 매릴랜드 주지사 또한 최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우리가 2016년의 실수를 반복하는 것 같아 우려하고 있다”며 후보 난립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도와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사실상 후보로 내정된 것이나 다름없는 가운데 진보 성향 인사들도 속속 출사표를 내고 있다. 유명 흑인 사회운동가인 코넬 웨스트 유니언신학대 교수는 2017년 만들어진 소수 정당 인민당 후보로 대선에 나서겠다고 5일 선언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을 ‘변변치 못한 신(新)자유주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을 ‘신파시스트’라고 동시에 겨냥하며 “나를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미국 야당 공화당의 대선후보 경선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독보적인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2위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지지율이 답보 상태를 보이자 다른 주자의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5일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대선 출마 선언 서류를 제출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그는 내년 초 공화당의 후보 경선이 열리는 중부 아이오와주에서 7일 공식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로 했다. 창조론을 지지하는 독실한 개신교도인 그는 보수 성향이 강한 아이오와에서 반(反)낙태 등을 외치며 자신이 ‘보수 적자(嫡子)’임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2인자였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불복을 계기로 결별했다. 이 외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6일,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는 7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 집권 민주당 텃밭으로 꼽히는 뉴저지에서 재선 주지사를 지낸 크리스티 전 주지사 또한 공화당 내 대표적인 ‘트럼프 저격수’로 꼽힌다. 본선에서 중도층 유권자에게 호소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가졌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억만장자 기업인 출신의 버검 주지사는 감세 등을 외치고 있다. 트럼프 캠프 측은 경쟁자가 많아지는 것을 오히려 반긴다. 그럴수록 표가 분산돼 자신이 최종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2016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때도 10여 명의 후보가 난립하는 바람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35%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다만 그간 출마를 저울질했던 크리스 수누누 뉴햄프셔 주지사는 5일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많은 후보가 난립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 대선 후보로 선출되는 것을 막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올해 3월 비슷한 이유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한국 사위’ 래리 호건 전 매릴랜드 주지사 또한 최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우리가 2016년의 실수를 반복하는 것 같아 우려하고 있다”며 후보 난립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도와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사실상 후보로 내정된 것이나 다름없는 가운데 진보 성향 인사들도 속속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유명 흑인 사회운동가인 코넬 웨스트 유니언신학대 교수는 2017년 만들어진 소수 정당 인민당 후보로 대선에 나서겠다고 5일 선언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을 ‘변변치 못한 신(新)자유주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을 ‘신파시스트’라고 동시에 겨냥하며 “나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5일 인도 동부 오디샤주 바르가르에서 화물 열차가 탈선했다. 2일 주내 발라소르에서 열차 3중 충돌 및 탈선으로 최소 275명이 숨진 지 꼭 사흘 만이다. 4일에도 북부 비하르주 바갈푸르에서 건설 중이던 아구와니-술탄간지 대교 일부가 무너져 경비원 1명이 실종됐다. 발라소르 참사의 원인으로는 신호 오류, 정비 불량 등이 제기되고 있으며 대교 붕괴의 원인으로는 부실 자재 사용 등이 꼽힌다. 인도 곳곳에서 인재(人災) 성격의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아 우려를 낳고 있다. 힌두스탄타임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5일 발라소르의 시멘트 공장 경내에서 석회석을 실은 열차가 탈선해 5량이 잇따라 넘어졌다. 다만 사고로 인한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NDTV 방송이 “카드로 만든 집이 붕괴하는 것 같았다”고 묘사한 4일 대교 붕괴 또한 충격을 더한다. 소셜미디어 등에 올라온 영상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경 갠지스강을 잇는 아구와니-술탄간지 대교에서 약 30m 높이 주탑(상판과 연결하는 케이블을 지탱하기 위해 세운 구조물) 하나가 쓰러지면서 상판 하나가 물에 가라앉았다. 곧이어 인접한 주탑도 기울어지면서 양쪽 상판이 동시에 주저앉았다. 이 사고로 주탑 여러 개와 상판 10여 개가 내려앉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착공한 이 대교는 현재까지 171억 루피(약 2700억 원)가 투입됐다. 총 길이 3.16km, 왕복 4차로로 2020년 3월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3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완공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4월에도 붕괴 사고가 발생해 교각이 3개 이상 쓰러졌고 이번에 또 대형 사고가 겹쳤다. 지난해 사고 원인으로 느슨해진 케이블 등 불량 자재 사용 의혹 등이 제기된다. 이 와중에 정치권은 볼썽사나운 책임 공방을 벌였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집권 인도국민당 측은 “야당 자나타달당, 국민의당 등이 이끄는 비하르 주정부에 부정부패가 만연했다”고 주장했다. 야권 또한 “부실 공사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2017∼2022년 당시 비하르주 도로 건설 장관이 인도국민당 인사였다”며 진정한 책임은 모디 정권 측에 있다고 맞섰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미국 노동자가 번영할 수 있도록 모든 일을 다 하겠다.” 6일(현지 시간) 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를 찾아 노동계 지도자를 만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59·사진)이 지난해 4월 같은 곳을 방문했을 때 한 말이다. 그는 이곳에서 2021년 11월 시행된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법(IIJA)’의 성과를 설명하고 노동계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재선에 도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IIJA를 최고 치적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바이든 대통령의 고향이자 미 대선의 핵심 격전지여서 대통령 대신 그가 이곳을 방문한다는 것 또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해리스 부통령이 2024년 대선의 당사자일 뿐만 아니라 2028년 대선에서는 직접 주자로 뛸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자메이카계 부친과 인도계 모친을 둔 그는 미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자 아시아계 및 비백인 부통령이다. 고령의 백인 남성인 바이든 대통령이 4월 재선 도전 의사를 밝히면서 그를 다시 러닝메이트로 삼은 것 역시 여성, 소수계, 젊은층 유권자를 공략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그의 나이와 건강 상태 등을 감안할 때 해리스 부통령의 입지와 영향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야당 공화당의 대선주자인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 대사 또한 최근 “내년 대선에서 바이든을 찍으면 해리스 대통령을 뽑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그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 낮은 지지율에 軍 관련 행보 늘려 해리스 부통령은 최근 군 관련 행사에 종종 얼굴을 비추고 있다. 지난달 27일 여성 최초로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 졸업식 연설자로 나섰다. 이틀 후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에서 찰스 브라운 합참의장 지명자, 마크 밀리 합참의장,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등 군 수뇌부와 기념촬영한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그가 대통령직을 승계해야 하는 상황에서 ‘과연 해리스가 백악관 주인에 적합한 인물인가’라는 미 정계의 의구심을 해소하려는 행보로 보인다. 여성인 자신이 최고 권력자가 돼도 ‘군 통수권자(Commander-In-Chief)’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음을 강조하려 했다는 의미다. 이는 해리스 부통령의 낮은 지지율과도 관련이 있다. 4월 말 CBS 여론조사에서 그에 대한 긍정 평가는 43%, 부정 평가는 57%였다. 취임 2년을 맞은 올 1월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조사에서도 호감도는 41%, 비호감도는 53%였다. 취임 초의 대중적 인기를 잃은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집권 민주당 내에서도 그가 충분한 카리스마와 정치 역량을 지녔는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걸림돌이 되진 않을지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잦은 실언으로 정치 역량에 물음표 낮은 지지율에는 취임 후 잦은 실언 등이 영향을 미쳤다. 2021년 6월 중남미 과테말라를 방문했을 때 불법 이민자를 향해 “미국에 오지 말라”고 해 논란이 됐다. 바이든 행정부의 메시지와 다른 데다 ‘이민자의 딸’이 할 소리는 아니라는 비판이었다. 지난해 9월 한국을 방문해선 “북한(Republic of North Korea)과의 동맹은 굳건하다”고 했다. 올 3월 ‘여성의 달’ 연설에서는 “역사상 역사를 만든 여성들을 기려야 한다”고 해 ‘놀라운 어휘 중복’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열악한 근무 환경, 소통의 어려움, 적은 진급 기회 등으로 부통령실 직원이 무더기로 사임한 적도 있다. 1964년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태어난 그는 흑인 전문 교육기관인 수도 워싱턴의 하워드대, 캘리포니아 헤이스팅스대 로스쿨을 거쳐 법조인이 됐다. 캘리포니아 최초의 비백인 여성 법무장관, 상원의원 등을 거쳤다. 2014년 유대계 변호사 더글러스 엠호프와 결혼했고 남편이 첫 결혼에서 낳은 두 자녀를 공동 양육하고 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한일이 2018년 12월부터 4년 반 남짓 끌어온 이른바 ‘초계기 갈등’을 봉합하기로 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4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과 회담한 뒤 한일 간 ‘초계기 갈등’에 대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8년 12월 동해상에서 한국 해군 함정이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를 향해 사격 통제용 레이더를 조준했다는 일본 주장과 그런 적이 없고 오히려 초계기가 저공 위협 비행을 했다는 한국 입장을 그대로 둔 채 한일 당국이 재발방지책을 논의하는 방식으로 갈등을 4년 반 만에 봉합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일 국방장관이 회담한 것은 약 3년 6개월 만이다.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양측 입장 차가 오랜 기간 너무 분명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식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양측이 공감했다”며 “양국 정상이 신뢰를 구축해 나가기로 한 만큼 초계기 갈등 역시 양측 입장을 있는 그대로 두는 한편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위해 그런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한미일은 전날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체계를 올해 안에 구축해 정상 가동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산하 하와이 연동통제소를 3국 간 실시간 경보 정보가 오가는 ‘허브’로 활용한다는 것이 3국의 구상이다. 실시간 공유될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는 북한 미사일 발사 시 발사 지점, 비행 궤적, 예상 탄착 지점 등 3가지다.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3국 정상이 합의한 실시간 공유 시스템이 가시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이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하마다 방위상은 3일 3자 회담을 연 뒤 공동 보도문을 통해 “북한 발사 미사일에 대한 각국의 탐지·평가 역량을 증진하기 위한 실시간 공유 메커니즘을 올해 안에 가동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韓日 ‘초계기 갈등’, 입장차 그대로 두고 봉합… “미래지향 공감대” “日 위협 비행” “韓 레이더 조준”4년 갈등 묻어두고 재발방지 협의韓, 북핵위협 억제위해 日과 협력中-러엔 “北 불법 행태 방기 안돼” 약 3년 6개월 만에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도출된 한일 군 당국 간 ‘초계기 갈등’ 해법은 한일 각자의 입장을 있는 그대로 ‘봉인’해 갈등을 ‘봉합’하는 방식이었다. 국방부는 4일 40여 분간의 한일 국방장관 회담이 끝난 후 보도자료를 통해 “한일 국방 당국 간 현안에 대해 재발방지책을 포함한 협의를 가속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 군 당국 간 교류의 걸림돌이었지만 입장 차를 좁히기 어려운 초계기 갈등 문제에 대해 4년 반 만에 양국 모두 더는 양국 입장을 거론하지 않고 묻어두기로 한 것이다. ● 4년 반 한일 양국 입장 차 ‘봉합’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싱가포르 현지에서 취재진을 만나 “상대 입장을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은 데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며 “갈등의 원인이 된 상황이 처음부터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데 양국이 공감했다”고 했다. 이어 “(갈등 재발방지책은) 양측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방지책을 만들어 향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초계기 갈등이 발생한 2018년 12월부터 일본은 “한국 해군이 일본 초계기를 향해 사격 레이더를 조사(조준)했다”고 주장했다. 한국 해군이 자신들에게 사격하려 했다고 주장한 것. 우리 군은 그런 사실이 없고 오히려 일본이 별다른 이유 없이 우리 해군 함정을 향해 저공 위협 비행을 했다고 맞섰다. 한일 모두 4년 6개월간 이 입장을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양국 차관이 만나 이 문제와 관련한 의견을 교환하고 실무진 간 논의도 몇 차례 있었지만 입장 차를 좁힐 수 없다는 사실만 매번 확인했다. 양국은 오랜 기간 팽팽한 대치 끝에 ‘초계기 갈등’은 한쪽 손을 들어주는 식의 해결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입장 차를 좁힐 수 없다면 3월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과 지난달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방한 등으로 한일 셔틀 외교가 복원되고 양국 정상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수차례 강조하고 있는 만큼 국방 당국도 이를 따르는 취지로 갈등을 봉합하고 양국이 재발방지책을 논의하기로 한 것.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3일 샹그릴라 회담 본회의 연설 이후 한일 관계를 묻는 청중의 질문에 “한일 관계는 과거에 매몰되기보다 미래지향적으로 해나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양국 간에 형성돼 있다. 특히 북핵 위협은 (한일이) 함께 해결해나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밝히며 초계기 갈등을 매듭지을 것임을 시사했다.● 美국방 “도쿄-서울 강한 연대 모두에 좋아”양국이 이 갈등을 묻어두기로 한 배경에는 북한의 위협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공동 평가도 있었다. 국방부는 “한일 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를 증진하기 위한 한일·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한미일 3국 간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 구축을 주도하고 있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3일 샹그릴라 회담 본회의 연설에서 북한의 핵 및 미사일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한일 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오스틴 장관은 “미국은 한일이 더 긴밀히 협력하기 위해 취한 과감한 조치(bold steps)에 경의를 표한다”며 “도쿄와 서울의 강한 연대는 양국과 역내 지역 모두에 좋은 것”이라고 했다. ● 이종섭, 중-러에 “일부 국가 北 불법 행태 방기”이 장관은 3일 한중 회담에선 리상푸(李尙福) 중국 국방부장에게 “북한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를 위해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장관은 샹그릴라 본회의 연설에서도 “일부 국가는 규칙 기반의 질서를 위반하는 북한의 불법적 행태를 방기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를 통해 결의했던 대북 제재에 틈이 발생하고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했다.한일 초계기 갈등일본이 2018년 12월 20일 동해상에서 한국 해군 함정이 해상자위대 초계기를 향해 사격용 레이더를 조준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진 한일 갈등. 우리 군은 표류 중이던 북한 어선을 찾기 위해 레이더를 가동했을 뿐 초계기에 사격 레이더를 조준하지 않았고 오히려 초계기가 우리 함정을 향해 저공 위협 비행을 했다고 반박했다. 이후 한일 군 당국 간 교류가 중단됐다. 싱가포르=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이 새벽에 누가 보겠어.” 폭주족 이모 씨는 2일 오전 2시 반경 서울 중랑구 일대를 오토바이로 질주했다. 교차로 신호등에서 빨간불을 만나도 가속을 멈추지 않았다. 상봉지하차도 구간 제한속도는 시속 50km였지만 이보다 30km나 빠른 80km로 질주했다. 새벽 시간대는 과속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씨의 폭주는 서울경찰청 교통관리과에서 관리하는 후면 무인교통단속 장비에 선명하게 잡혔다. 촬영된 파노라마 사진 8장에는 이 씨의 오토바이 번호판도 명확하게 찍혔다. 이진수 서울경찰청 교통관리과 계장은 “그동안 이륜차는 폐쇄회로(CC)TV 단속의 사각지대였지만, 최근 기술 진화로 무인단속이 가능해졌다”며 “반칙운전을 일삼는 오토바이들이 숨을 곳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 배달 오토바이 늘며 사고도 증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배달 서비스가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배달업 종사 라이더들도 급증했다. 국토교통부의 ‘2022년 배달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배달 라이더를 의미하는 소화물 배송대행업 종사자 수는 지난해 상반기(1∼6월) 기준 23만7188명에 달했다. 3년 전 같은 기간(11만9626명)의 2배로 늘어난 것이다. 배달 대행업체는 전국 7794곳에 이른다. 배달 오토바이와 라이더가 늘면서 이들과 관련된 교통사고도 빈발하고 있다. 관련 통계를 보면 전체 교통사고는 줄고 있지만 유독 이륜차 사고는 줄어들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735명으로 역대 최저였다.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등이 줄어든 덕분이다. 반면 이륜차 사고 사망자는 484명으로 전년(459건)보다 5.4% 늘었다. 매일 1명 이상이 이륜차 사고로 세상을 뜨는 셈이다. 대행업체들의 촉박한 배달시간과 짧은 시간에 많은 배달을 하려는 무리한 운전습관 등이 주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다.● 딥러닝 기술로 CCTV 번호판 인식률 높여 이에 교통당국을 중심으로 이륜차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첨단기술 도입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도입된 인공지능(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폐쇄회로(CC)TV 판독 기술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CCTV로 이륜차의 반칙 운전을 잡아내기 힘들었다. 승용차에 비해 오토바이가 심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고, 번호판도 작다 보니 CCTV로 선명한 사진을 얻기 어려웠던 것이다. 불법 주차단속의 경우엔 오토바이 정차 시 차체가 기울어 번호판이 잘 안 찍히는 경우도 많았다. 일각에선 오토바이의 번호판을 앞에 달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AI 딥러닝 프로그램이 도입되며 상황이 달라졌다. 딥러닝 프로그램은 수만 장의 번호판 사진을 학습하며 번호의 패턴을 익혔다. 그 결과 흐릿한 사진도 해상도를 조절해 명료하게 바꿔 줄 수 있게 됐다. 처음 본 형태의 번호판도 보정을 통해 인식할 수 있다. 딥러닝 프로그램은 오토바이의 외양도 학습했다. 예를 들어 ‘A모델 오토바이 번호판은 상대적으로 오른쪽에 위치해 있다’는 정보까지 알고 있다 보니 CCTV 판독을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경찰은 현재 5대인 딥러닝 단속 시스템을 연내에 10대로 늘릴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제는 번호판이 어디에 있던 단속을 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졌다. 오토바이가 단속 사각지대라는 말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수 브레이크와 AR 헬멧도 개발한 번 사고가 나면 부상이 상대적으로 큰 오토바이 운전자를 보호하는 기술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차체의 균형을 인지해 코너를 돌 때 넘어지지 않게 해주는 특수 브레이크(ABS)가 대표적이다. 일반 브레이크는 급제동 시 관성 때문에 오토바이가 미끄러지거나 옆으로 밀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심할 경우 운전자가 차체에서 이탈해 허공을 날기도 한다. 하지만 특수 브레이크를 장착하면 관성측정장치(IMU)가 작동하면서 기울기를 감지해 차체의 중심을 잡아준다. 이를 통해 속도 제어와 안전 주행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륜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몇 바이크 모델이 옵션으로 채택해 라이더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오토바이 운전자를 위한 증강현실(AR) 스마트 헬멧도 개발 중이다. 이 헬멧은 실드(유리) 부분에 내비게이션 AR 영상을 띄워 줘 라이더가 손을 쓰지 않고도 내비게이션을 볼 수 있게 해 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그동안 오토바이 등 이륜차가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탓에 후진국형 사고 사례가 너무 많았다”며 “첨단 기술 개발 및 적용과 함께 이륜차 운전문화 개선에 공을 들이면 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륜차 반칙운전 잡는 공익제보단… 작년에만 23만건 신고 현직 교사 등이 신호위반 등 촬영해교통안전공단에 제보… “사고 줄어” “가르치던 학생이 뺑소니 사고를 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뒤 더 이상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천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A 씨는 오토바이 등 이륜차 반칙운전을 적발하는 ‘공익제보단’ 일원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A 씨는 출퇴근길 또는 주말에 휴대전화로 이륜차들의 신호 위반, 인도 주행, 중앙선 침범 등을 촬영해 한국교통안전공단(공단)에 제보한다. A 씨가 지난해 제보한 도로교통법 위반 건수는 2632건에 달한다. 이륜차 공익제보단 4247명 중 제보 실적 2위다. 현직 교사 신분이라며 익명을 요청한 A 씨는 “예전에는 길에서 보이는 오토바이 10대 중 9대가 교통법규를 어겼다면 지금은 10대 중 5대 정도로 위반 오토바이가 줄었다”며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사는 동네 거리 모습이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공단에 따르면 이륜차 교통안전을 위해 조직된 공익제보단의 법규 위반 제보 건수는 지난해 23만3539건이나 됐다. 신호 위반이 11만3222건(48.5%)으로 가장 많았고 인도 주행(15.3%), 중앙선 침범(11.3%), 안전모 미착용(10.2%) 순이었다. 공단은 제보 1건당 최대 8000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다만 부작용을 막기 위해 월 20건까지만 포상금을 준다. 지난해 이렇게 지급한 포상금은 총 11억2000만 원에 달한다. 공단은 공익제보단이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공익제보단 제보가 가장 많은 신호 위반 사고가 크게 줄었다. 2019년에는 이륜차 신호 위반 사고 사망자가 106명이었지만 2021년에는 68명이 됐다. 공단 관계자는 “전체 이륜차 사고 사망자는 안 줄었는데 신호 위반 사망이 줄어든 건 제보단 활동의 효과가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공익제보단원들의 어려움도 적지 않다. 제보 사진 촬영을 방해하는 건 예사고, 사진이나 영상을 지워달라며 위협을 가하는 운전자도 있다. A 씨는 “배달원들이 저를 몰카범으로 신고해 경찰이 출동한 적도 있었다. 당시 자초지종을 파악한 경찰이 ‘멋있다’며 제 활동을 지지해주면서 상황이 종료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익제보 활성화와 함께 이륜차 반칙운전에 대한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정책본부장은 “오토바이는 금세 사라져 단속이 쉽지 않은 만큼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이륜차는 신고제가 적용되는데 일반 자동차처럼 등록제를 실시해 소유자를 명확히 추적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한재희(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신아형(경제부) 윤다빈(국제부) 송유근 전혜진(사회부) 기자 특별취재팀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가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합의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25주년을 맞아 양국 정치인과 학자들이 3일 일본 도쿄에서 더 나은 한일 관계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와세다대 일미연구소, 한일의원연맹,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는 이날 도쿄 와세다대에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25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열었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은 한일관계의 지침으로 자리매김했다”면서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2025년에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2.0’이 공표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윤덕민 주일 대사도 “한때 악화했던 한일 관계를 회복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이 있었다”며 “이제 한일 관계를 업그레이드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아들인 무소속 김홍걸 의원은 오부치 전 총리가 했던 반성과 사죄가 공동선언의 핵심이며,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한의원연맹 회장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일본 총리는 다케다 료타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일본에서는 한국 요리나 드라마가 일회성 인기에 멈추지 않고, 젊은층은 K팝을 동경하며 한국이 유행의 최첨단이라고 인식하게 됐다”며 “25년 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이 이 흐름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은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이라고도 불린다. 당시 오부치 총리는 공동선언을 통해 “과거 식민지배로 한국 국민에게 손해와 고통을 끼친 것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전한다”고 밝혔다. 이에 김 대통령은 양국이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선린, 우호, 협력에 입각한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라는 뜻을 표명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도 올 3월 한국 정부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겠다고 밝혔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미국 연방정부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예정일을 6일 앞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백악관과 야당 공화당이 합의한 부채한도 상향 합의 법안이 진통 끝에 미 하원을 통과했다. 사상 초유의 디폴트 사태는 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미 정치권이 힘겨루기 끝에 봉합에 가까운 합의안을 이끌어낸 것이라 조 바이든 행정부와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모두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합의안에 따라 미 연방정부가 2024년까지 재정 지출을 줄이게 되면서 미 경기침체 우려를 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 美 하원 ‘찬성 314 대 반대 117’미 하원은 이날 워싱턴 의사당에서 본회의를 열고 앞서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이 합의한 ‘2023 재정책임법’을 표결에 부쳤다. 찬성 314표, 반대 117표, 기권 4표로 과반 의석인 218석을 넘겨 가결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법안 통과 후 성명을 통해 “하원은 사상 초유의 디폴트를 막고 어렵게 이룩한 역사적 경제 회복을 지키기 위해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환영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안은 공화당과 민주당에서 반대표가 각각 71표, 46표가 나올 정도로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다. 다수당인 공화당에선 149명이 찬성하고, 71명이 반대했다. 150명 이상이 찬성할 것이라고 자신하던 매카시 의장이 체면치레만 한 것이다. 공화당의 요구에 따라 빈곤 가정을 위한 ‘푸드 스탬프’(식료품 지원) 수혜자에게 엄격한 근로 의무를 부과하기로 한 것을 두고 ‘매카시 거짓말’ 논란도 빚어졌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이날 표결을 앞두고 푸드 스탬프 수급 연령 상한이 49세에서 54세로 올라가면서 프로그램 등록자가 월평균 7만8000명 증가해 10년간 지출이 21억 달러(약 2조7741억 원) 증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재정 지출 삭감을 주장해온 공화당 내 강경파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들은 하원 본회의장에서 매카시 의장을 향해 “배신을 했다”며 의장직 사퇴를 주장했다. 프리덤 코커스 소속 댄 비숍 의원은 트위터에 “바이든과 매카시의 거래는 복지를 확대한다. 대단한 협상이다”라고 비꼬았다. 매카시 의장은 법안 통과 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것은 결코 끝이 아니다. 정부의 ‘통제 불능’ 지출 방식을 바꾸는 계기”라고 수습했다.● 재정 지출 축소…美 경기침체 우려도법안은 이르면 2일 상원 표결을 거친다. 상원의 경우 민주당이 51석(민주당 성향 무소속 포함)으로 다수당이어서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상원에서 협상안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절차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는 것이 막판 변수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를 막으려면 전체 상원의원의 5분의 3에 해당하는 60표가 필요해 공화당에서도 최소 10표 이상의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이번 합의안으로 2024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2년간 비(非)국방 분야 연방정부 지출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경제 전체에 미칠 영향은 작지만, 학자금 대출 상환 혜택이 줄어든 대학 졸업생이나 그간 이용하던 공공서비스에 제약을 받는 저소득층에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올 하반기 미 경기침체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재정 지출이 준다면 경제에 부정적 여파를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회계·컨설팅업체 KPMG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미 기준금리 인상으로 통화 정책이 제한된 가운데 재정 정책까지 제한되는 것”이라며 “통화·재정 정책이 모두 경기와 반대로 움직이면서 (경기 침체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북한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사진)이 다음 달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발사하겠다고 30일 밝혔다. 리병철은 북한 핵·미사일 개발 총책임자이자 군 서열 2위다. 북한은 전날(29일) 국제해사기구(IMO) 지역별 항행구역 조정국인 일본에 “31일부터 다음 달 11일 사이에 위성을 발사할 것”이라고만 통보했는데, 이날 북한 군 수뇌부가 정찰위성의 발사 시기와 목적을 공개한 것. 이런 가운데 북한이 이동식 조립건물을 옮기는 등 정찰위성 발사를 위한 막판 준비에 들어간 정황도 민간 위성에 포착됐다. 리병철은 이날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6월에 곧 발사하게 될 군사 정찰위성 1호기와 새로 시험할 예정인 다양한 정찰 수단들은 미국과 그 추종무력들의 위험한 군사행동을 실시간으로 추적, 감시, 판별하고 사전억제 및 대비하며 공화국 무력의 군사적 준비태세를 강화하는 데 필수 불가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미가 주축이 된 군사훈련들을 거론하면서 “조선반도 지역에 전개돼 행동하는 미군의 공중 정찰자산들의 작전반경과 감시권은 수도 평양을 포함한 공화국 서북부지대는 물론이고 주변 국가의 중심 지역과 수도권까지 포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리병철이 언급한 ‘주변국’은 중국을 의미한 것으로 사실상 중국을 향해 “함께 대응하자”는 메시지까지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소리(VOA)는 민간 위성사진업체인 ‘플래닛랩스’의 29일자 위성사진을 분석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과 인근의 제2발사장에서 발사체를 장착시키는 역할을 하는 이동식 조립건물이 발사대 쪽으로 이동했다”고 30일 보도했다. 이동식 조립건물은 로켓을 조립하는 주처리건물과 발사대 사이를 오갈 수 있다. 북한이 이동식 조립건물을 옮겼다는 건 발사가 임박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2003년부터 20년째 집권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또다시 집권을 연장하면서 권위주의 성향의 ‘스트롱맨(strongman)’ 지도자가 득세하는 세계적 흐름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각국의 민주주의 동향을 분석한 스웨덴 연구기관인 V-Dem의 보고서를 인용해 전 세계적으로 56개국이 ‘선거 독재국가’에 해당한다고 지난달 보도했다. 대표적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선거를 통해 4선에 성공하며 ‘차르’(제정러시아 황제)라는 별칭을 얻었다. 힌두 민족주의를 강화하고 있는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 사법부 무력화 입법을 추진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13년째 장기 집권 중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도 ‘스트롱맨’으로 분류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올 3월 마오쩌둥, 덩샤오핑도 하지 못한 주석 3연임에 성공하며 사실상 ‘황제’ 자리에 올랐다. 중국이 공산당 1당 체제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후 주석 3연임은 최초다. 이들은 법과 제도보다 개인 숭배를 장려하고 민족주의를 강조하며 공포정치를 펴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수석 칼럼니스트 기디언 래크먼은 지난달 펴낸 저서 ‘더 스트롱맨’에서 “이런 지도자들은 공통적으로 문화적 보수주의자이며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 소수자, 외국인의 이익을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반자유의적 성향에도 대중들의 ‘강한 국가’에 대한 열망으로 집권이 가능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맞서던 소련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시 주석의 ‘중국몽(中國夢)’도 패권 열망과 맞닿아 있다. 튀르키예와 헝가리도 각각 오스만튀르크,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추억을 갖고 있다. 에르도안의 재집권이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 자유주의 동맹 확장을 꾀하는 서방 움직임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CNN은 “국민의 재신임을 받은 에르도안이 자유를 더 위축시키면서 서방 지도자들을 계속 곤혹스럽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