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수

홍정수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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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사회부, 편집부를 거쳐 다시 정치부에서 취재중입니다.

hong@donga.com

취재분야

2024-11-19~2024-12-19
미국/북미34%
국제정치20%
인사일반10%
유럽/EU10%
국제정세7%
대통령5%
국제일반5%
중동5%
국제교류2%
국제인물2%
  • 이란서 ‘히잡 미착용 의문사’ 시위 확산…최소 50명 숨져

    “이란에서 과거에 벌어졌던 어느 시위와도 극명하게 다르다.”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금됐던 이란의 쿠르드족 여성 마사 아미니(22)의 사망이 촉발시킨 시위가 전례 없는 반정부 시위로 번지고 있다. 이란에서는 2019년 유가 인상 등 열악한 경제상황에 반발하는 반정부 시위가 여러 차례 일어났지만, 이번에는 수십 년간의 정치적 탄압을 향한 분노가 젊은 세대에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자 이란 당국은 인터넷을 차단하고 나섰다.● 젊은이들 “잃을 게 없다” 시위 확산 외신에 따르면 17일(현지 시간) 아미니의 장례식 이후 시작된 시위의 불길은 24일 전국 대부분의 중소도시는 물론 해외로도 번졌다. 외신에 따르면 시위대와 경찰이 최소 50명이 숨졌다. 언론인을 포함해 1200명이 넘는 인원이 체포됐다. 주말 동안 전국에서 유혈사태가 발생한 만큼 실제 사망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경찰들이 시위대에게 수차례 발포하거나 최루탄을 쏘고 여성 시위자를 보도블럭에 밀쳐 쓰러뜨리는 등 과격하게 진압하는 영상들이 올라왔다. 시위대가 경찰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물리적으로 대항하는 영상들도 퍼져나가고 있다. 당국의 과격한 진압에도 젊은층의 반정부 시위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테헤란대학교 앞에서는 남녀를 막론하고 거리를 가득 메운 젊은이들이 “독재자에게 죽음을” “여성, 생명, 자유”라고 외치며 행진했다. SNS에는 젊은 여성들이 자동차 위에 올라가 히잡을 불태우고 여성 노인도 히잡을 흔들며 동조하는 영상들이 공유되고 있다 . 국제위기그룹의 알리 바에즈 이사는 “젊은 세대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동 전문 매체 미들이스트아이(MME) 역시 “2019년 시위에는 주로 가난한 사람들이 참여했지만, 전과 달리 이번에는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여성억압 종식이라는 문화적인 요구에 목숨을 걸고 거리로 나섰다”라고 전했다. 정치·경제 위기에 시달려온 이란 국민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집권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억압적인 통치에 분노를 표출한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테헤란 북부의 고층 아파트에 사는 부유층과 남부 노동계급의 시장 상인들, 투르크족과 쿠르드족이 건국 이후 처음으로 하나로 뭉쳤다”라며 “시위대의 다양성은 경기 침체와 사회 부패, 정치 억압 등 전방위적인 불만의 폭을 반영한다”라고 분석했다. ● 이란, 인터넷·SNS 플랫폼 접속 차단 이란 당국은 시위를 막기 위해 인터넷 연결과 SNS 플랫폼 접속을 차단하고 나섰다. 인터넷 분석업체 넷블록스는 미 CNN에 “2019년 반정부 시위 이후 3년 만에 가장 광범위한 인터넷 제한”이라고 말했다. 정보부는 국민들에게 “반정부 세력이 조직한 시위에 참여한 사람은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처벌될 것”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 압박하기도 했다. 국제사회와 IT기업 등은 지원의사를 밝히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4일 트위터에 “이란 국민의 인터넷 자유와 정보의 자유를 증진하기 위해 조치했다”는 온라인 성명을 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스타링크’를 통해 위성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답글을 달았다. 보안 메신저 앱인 시그널은 이용자들에게 “이란인들이 앱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라며 임시적인 ‘우회로’를 설정해달라고 요청했다.}

    • 2022-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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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젤렌스키 “러 안보리 상임국 박탈-전범 처벌해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이 21일(현지 시간) 유엔 총회 화상연설에서 러시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지위를 박탈하고 러시아를 전쟁 범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비군 30만 명 부분 동원령을 발표한 지 약 15시간 만에 이날 유엔 총회 일반토의에서 사전에 녹화한 약 25분 분량의 영상을 발표했다. 그는 “모든 유엔 회원국 중 전쟁에 만족하는 국가는 단 하나”라며 러시아를 지목했다. 이어 자신이 취임한 직후부터 2월까지 러시아와 88차례나 회담했지만 침공을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협상을 말할 때는 자신들의 후퇴를 늦추고 싶을 때뿐”이라며 “러시아가 전쟁을 끝내려는 진지한 의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종전을 위한 5가지 조건으로 우크라이나 영토 회복과 함께 러시아의 전쟁 범죄에 대한 정당한 심판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러시아를 처벌할 특별재판소 설치와 전쟁 보상금 지급을 요구했다. 특히 “침략 국가가 국제기구의 의사결정에 참여해선 안 된다”라며 유엔 안보리에서 러시아의 거부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생명 보호와 안전 보장도 요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동원령 발동 직후 독일 언론 ‘빌트’ TV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피바다에서 익사시키려 하지만, 그 피에는 러시아군의 피도 포함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의 핵 공격 위협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를 쓸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면서도 “핵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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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젤렌스키,유엔총회서 화상 연설…“러 안보리 거부권 박탈해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유엔총회 화상연설에서 러시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지위를 박탈하고 러시아를 전쟁범죄로 처벌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비군 30만 명 부분 동원령을 발표한지 약 15시간 만에 이날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사전에 녹화한 약 25분 분량의 영상을 발표했다. 그는 “모든 유엔 회원국 중 전쟁에 만족하는 국가는 단 하나”라며 러시아를 지목했다. 이어 자신이 취임한 직후부터 2월까지 러시아와 88차례나 회담했지만 침공을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협상을 말할 때는 자신들의 후퇴를 늦추고 싶을 때 뿐”이라며 “러시아가 전쟁을 끝내려는 진지한 의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종전을 위한 5가지 조건으로 우크라이나 영토 회복과 함께 러시아의 전쟁범죄에 대한 정당한 심판을 강조했다. 이를 위한 러시아를 처벌할 특별재판소 설치와 전쟁 보상금 지급을 요구했다. 특히 “침략 국가가 국제기구의 의사결정에 참여해선 안 된다“라며 유엔 안보리에서 러시아의 거부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생명 보호와 안전 보장도 요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동원령 발동 직후 독일 언론 ‘빌트’ TV채널과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피바다에서 익사시키려 하지만, 그 피에는 러시아 군의 피도 포함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의 핵 공격 위험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를 쓸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면서도 핵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2-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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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젤렌스키 “푸틴, 우크라 피바다 되길 원해…안보리 거부권 박탈해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제 77차 유엔총회 화상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지위를 박탈하고 러시아를 전쟁범죄로 처벌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비군 30만 명 부분 동원령을 발표한지 약 15시간 만에 이날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사전에 녹화한 영상으로 연설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유럽과 세계는 평화를 원한다. 모든 유엔 회원국 중 이 전쟁에 만족하는 국가는 단 하나”라며 러시아를 지목했다. 자신이 취임 직후부터 2월까지 러시아와 88차례나 회담했지만 침공을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협상을 말할 때는 자신들의 후퇴를 늦추고 싶을 때 뿐”이라며 러시아가 진지하게 전쟁을 끝내려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전의 최우선 조건으로 러시아의 범죄에 대한 정당한 처벌을 요구했다. 영국 BBC는 그가 연설 중 ‘처벌’이라는 단어를 15번이나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특히 “침략국이 국제기구의 의사결정에 참여해선 안 된다. 반드시 격리해서 고립시켜야 한다”라며 유엔 안보리에서 러시아의 거부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러시아는 전쟁 당사자이면서도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다. 이 때문에 2월 안보리에 러시아의 즉각 철수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상정됐을 때 이를 막을 수 있었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잇따르자 유엔은 결국 올해 3월 긴급특별총회를 규탄 결의안을 채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를 처벌할 특별 재판소 설치와 전쟁 보상금도 요구했다. 우크라이나 영토 회복과 안전 보장 등을 협상 불가능한 종전 조건으로 못 박기도 했다. 그는 최근 러시아에게서 탈환한 북동부 지역 이줌에서 민간인이집단 학살됐다는 의혹을 언급하고 “우리에게 이것은 생명을 위한 전쟁”이라며 국제사회를 향해 군사적·재정적 도움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약 25분간의 화상연설이 끝나자 참석자들은 1분가량 기립박수를 쳤다. 유엔총회 일반토의는 대면 참석해 연설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침공 상황을 고려해 유일하게 예외를 인정받았다. 그는 연설 말미에 자신의 화상 참석을 반대한 러시아 등 7개국을 비난하고, 전쟁에 중립적 입장을 지켜온 나라들을 향해 “기득권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동원령 발동 직후 이뤄진 독일 매체 ‘빌트’ TV채널과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피바다에서 익사시키려 하지만, 그 피에는 러시아 군의 피도 포함될 것”이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러시아의 군 동원령은 러시아 병력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러시아가 사관후보생을 동원한 것을 알고 있다”라며 “아직 전투를 할 수 없는 그 청년들은 교육을 마치지도 못하고 전사했다”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핵 공격 가능성에 대해서는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를 투입하리라 믿지 않는다. 전 세계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우리가 그 사람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는 없다”라며 위험을 배제하지 않았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2-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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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속 아동 급식비 3480억원 빼돌려 부동산 구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전방위적으로 뿌린 미국에서 어린이 급식 지원 명목으로 2억5000만 달러(약 3482억 원)를 빼돌린 역대 최대 ‘코로나19 사기’가 발각됐다. 미 법무부는 미네소타주 비영리단체 ‘피딩아워퓨처’ 관련자 47명을 금융사기 및 뇌물수수, 돈세탁 혐의로 기소했다고 20일 발표했다. 이들은 ‘이름 자동 생성기’ 웹사이트에서 어린이 이름을 대량으로 지어낸 뒤 무료 식사를 제공했다고 허위 서류를 만든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팬데믹 기간 학교 대면 수업이 없어져 급식을 못 받아 굶는 학생이 늘자 식당이 아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면 이 비용을 후원한 비영리단체에 사후 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악용한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렇게 만들어진 위조 영수증이 1억2500만 건에 이른다고 전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피딩아워퓨처는 이렇게 가로챈 돈으로 미국뿐 아니라 케냐와 터키에서 고급 자동차 20여 대와 부동산 40여 건, 명품 백과 보석 등을 구입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 단체는 이름과 달리 우리 미래를 먹여 살리는 일이 아니라 자신들 탐욕을 채우는 데만 관심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미 연방정부는 지난 2년여간 지급된 재난지원금 5조 달러(약 6971조 원) 가운데 이처럼 가로챈 사례가 이어지자 대규모 수사에 나섰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경기 부양 자금은 미국 경제를 파멸에서 구한 동시에, 수십억 달러를 낭비하는 사기, 남용의 문을 열어줬다”고 지적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2-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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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합의 장 된 ‘세기의 장례식’… 尹-바이든 등 정상-왕족 500명 참석

    19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엄수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국장(國葬)은 전 세계 주요국의 정상과 왕족 500여 명을 포함한 주요 인사 약 2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전 세계 지도자들이 대규모로 집결한 ‘세기의 장례식’은 그 자체로도 세계가 화합하는 장이 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롯한 외국 귀빈들은 대부분 장례식 시작 1시간 전부터 전용차 대신 영국 정부가 마련한 셔틀버스를 타고 장례식장에 도착해 줄을 서서 입장했다. 이들은 장례식장에서 3km 떨어진 첼시 왕립병원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부부는 전용차 비스트를 타고 도착했다. 검은 넥타이를 맨 윤 대통령과 검은 베일이 있는 모자, 검은 정장을 갖춰 입은 김건희 여사는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같은 줄인 14번째 열에 앉았다. 여왕의 국장 하루 전날인 18일, 주요국 조문객들은 웨스트민스터 홀에 안치되어 있던 여왕의 관을 직접 조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여왕의 관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십자성호(十字聖號)를 긋고 가슴에 손을 얹고 조의를 표했다. 아일랜드계인 바이든 대통령은 1982년 상원의원으로 첫 대면했을 때부터 한 번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지 않았다. “영국 여왕에게 고개를 숙이지 말라”는 어머니의 부탁 때문이다.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는 약 800년간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으며 극심한 역사적 갈등을 겪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만큼은 가톨릭식으로 예를 표한 뒤 조문록에 ‘엘리자베스 여왕은 직무를 위한 변함없는 헌신으로 전 세계의 존경을 받았다’고 썼다. 바이든 대통령은 참배 직후 “영국인들이 70년간 여왕을 모실 수 있던 것은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들과 만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나를 만났을 때) 몸을 숙여 나를 만지던 손길이 내 어머니를 생각나게 했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도 18일 선글라스와 검은 스카프, 운동화를 착용하고 웨스트민스터 홀까지 걸어가 참배한 뒤 기자들에게 “영국인의 고통을 나누기 위해 런던에 왔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대신해서는 부인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웨스트민스터 홀을 찾았다. 나루히토 일왕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도 조문했다. 트뤼도 총리는 성명에서 “여왕의 존재는 내 평생에 변함없는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일부 국가 지도자들은 부적절한 행동으로 비판받았다. 바하근 하차투랸 아르메니아 대통령은 웨스트민스터 홀 안에서 규정을 어기고 사진을 촬영했다. 2주 뒤 열리는 대선에서 연임에 도전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런던의 브라질대사관에서 사실상 ‘선거 유세’를 해 빈축을 샀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런던=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 2022-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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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바이든-마크롱-일왕…세기의 장례식, 세계 화합의 장으로

    19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엄수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국장(國葬)은 전 세계 주요국의 정상과 왕족 500여 명을 포함한 주요 인사 약 2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전 세계 지도자들이 대규모로 집결한 ‘세기의 장례식’은 그 자체로도 세계가 화합하는 장이 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롯한 외국 귀빈들은 대부분 전용차 대신 영국 정부가 마련한 셔틀버스를 타고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부부는 전용차 비스트를 타고 도착했다.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비롯해 장례식 참석 인사들은 줄을 서서 웨스트민스터 사원 안으로 들어갔다. 검은 넥타이를 맨 윤 대통령과 검은 베일이 있는 모자, 검은 정장을 갖춰 입은 김건희 여사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의 뒤편에 앉았다. 여왕의 국장 하루 전날인 18일, 주요국 조문객들은 웨스트민스터 홀에 안치되어있던 여왕의 관을 직접 조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여왕의 관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십자성호(十字聖號)를 긋고 가슴에 손을 얹고 조의를 표했다. 아일랜드계인 바이든 대통령은 1982년 상원의원으로 첫 대면했을 때부터 한 번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지 않았다. “영국 여왕에게 고개를 숙이지 말라”는 어머니의 부탁 때문이다.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는 약 800년간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으며 극심한 역사적 갈등을 겪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만큼은 가톨릭식으로 예를 표한 뒤, 조문록에 ‘엘리자베스 여왕은 직무를 위한 변함없는 헌신으로 전 세계의 존경을 받았다’라고 썼다. 바이든 대통령은 참배 직후 “영국인들이 70년간 여왕을 모실 수 있던 것은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들과 만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나를 만났을 때) 몸을 숙여 나를 만지던 손길이 내 어머니를 생각나게 했다”고 말했다.마크롱 대통령 부부도 18일 선글라스와 검은 스카프, 운동화를 착용하고 웨스트민스터 홀까지 걸어가 참배한 뒤 기자들에게 “영국인의 고통을 나누기 위해 런던에 왔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대신해서는 부인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웨스트민스터 홀을 찾았다. 나루히토 일왕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도 조문했다. 트뤼도 총리는 성명에서 “여왕의 존재는 내 평생에 변함없는 영감을 줬다”라고 말했다. 아던 총리는 여왕에게 “국가를 이끌면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지 고민된다”고 털어놓자 여왕이 “그냥 하면 된다”라는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고 BBC에 말했다. 일부 국가 지도자들은 부적절한 행동으로 비판받았다. 바하근 하차투랸 아르메니아 대통령은 웨스트민스터 홀 안에서 규정을 어기고 사진을 촬영해 비판을 받았다. 2주 뒤 열리는 대선에서 연임에 도전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런던의 브라질대사관에서 사실상 ‘선거 유세’를 논란이 됐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2-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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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템스강변 16km 추모행렬… 베컴도 13시간 줄 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을 이틀 앞둔 17일(현지 시간) 여왕의 관이 안치된 런던 웨스트민스터 홀 인근 템스강변을 따라 추모객 줄이 16km나 뻗어 있었다. 밤새 기온이 영상 5도까지 떨어졌지만 전국에서 온 추모객들은 담요나 외투를 두르고 보온병에 담아온 따뜻한 차를 마시며 기다렸다. 영국 정부가 유튜브를 통해 안내한 실시간 예상 대기 시간은 이날 오전 4시경 24시간에 육박했다.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도 13시간 동안 줄을 선 뒤 여왕의 관 앞에서 눈물을 닦았다. 이날 오전 2시부터 줄을 섰다는 베컴은 기자들에게 “나는 항상 조국을 대표하고, 조국의 주장이 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에는 찰스 3세 왕과 윌리엄 왕세자가 예고 없이 약 20분간 참배객들을 깜짝 방문해 환호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일간 가디언은 “군중은 관을 마주하는 단 몇 초를 위해 몇 시간 동안 기다리며 엄숙하고도 긍정적인 감정을 즐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14∼16일 사흘간 쌀쌀한 날씨에 710명이 응급의료 서비스를 이용했고 81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2-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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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수 요소’된 자막… 美Z세대 70% “자막 없이 영화 안 봐요”

    영화감독 봉준호가 2020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영어권 시청자들에게 “자막이라는 1인치 장벽을 뛰어넘어 달라”고 호소한 지 2년 만에 미국 젊은이들은 자막에 익숙해진 정도를 넘어 ‘자막이 있어야 영상을 볼 수 있다’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 “자막이 청각장애인의 전유물이던 시대는 지났다”며 미 시청자에게도 더빙 대신 자막이 일상화됐다고 진단했다. 영어교육 플랫폼 프레플리가 올 5월 미국 성인 1200명의 콘텐츠 이용법을 조사한 결과 Z세대(18~25세) 70%가 ‘대부분 텍스트와 함께 콘텐츠를 시청한다’고 응답했다. 또 영어로 된 작품이라도 미국식 영어가 아니면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특성을 보였다.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과 ‘가장 (영어를) 알아듣기 힘든 배우’에는 영국 드라마 ‘피키 블라인더스’와 영국 배우 톰 하디가 각각 1위에 올랐다. 틱톡 같은 소셜미디어에서도 자막은 필수 요소가 됐다. 23세 인플루언서는 “최근 몇 년간 콘텐츠를 만들면서 자막을 넣지 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 이용자는 “1~2분짜리 영상을 볼 때도 자막이 없으면 자꾸 (내용을) 오해하게 된다”고 했다. 애플은 아예 새 모바일 운영체제 iOS16에 영상을 재생하면 자막이 자동 생성되는 기능을 넣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2-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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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철도노조 파업, 일단 막았다… 협상 잠정 타결

    미국 화물철도노조가 근무 여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철도업체와 팽팽한 협상을 벌인 끝에 협상 시한을 24시간도 남기지 않은 15일 오전 5시경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고 미국 백악관이 밝혔다. 1992년 이후 30년 만에 파업이 벌어진다면 미국 내 공급망 대란과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더 악화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공식 성명을 통해 “밤사이 체결된 잠정 합의는 우리 경제와 미국 국민에게 중요한 승리”라며 “노동자 급여와 근무 조건이 개선될 것이며, 건강관리비용에 대한 마음의 평화를 얻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잠정 합의는 마티 월시 노동부 장관 중재로 20시간의 마라톤협상 끝에 도출됐다. 미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오후 9시경 노사 양측에 전화해 합의를 압박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구체적인 합의안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워싱턴포스트(WP)는 “응급 의료 상황이 벌어져 결근하더라도 해고하거나 처벌하지 않는 병가(病暇)제도 등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미국 12개 철도노조는 노동자 본인이나 그 가족이 아플 때도 병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는 점 등을 들며 2020년부터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해 왔다. 협상 기한을 하루 앞둔 14일까지도 전체 화물철도 노동자의 절반(5만7000명)이 속한 두 노조가 사측과 협상을 이어가자 사실상 파업이 임박했다는 위기의식이 커졌다. 대표적인 여객철도회사 암트랙(전미여객철도공사)은 승객 혼선을 막기 위해 15일부터 장거리 여객열차 운행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철도협회(AAR)는 파업이 현실화한다면 하루 손실이 20억 달러(약 2조7880억 원)에 이르는 등 경제적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한 공급망 혼란이 미국 물가 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도 컸다. 이 때문에 최근 ‘미국 우선주의’라는 국제적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제정을 경제 성과로 홍보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합의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잠정 합의안은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2-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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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무력 충돌…양국 사망자 100명 이상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가 이틀 연속 교전을 벌여 양국에서 1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두 국가는 2020년에도 분쟁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2주간 전쟁을 벌였는데, 2년 만에 같은 곳에서 다시 부딪힌 것이다. 러시아의 중재로 휴전했던 그때와 달리, 이번에는 중재자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어서 충돌이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아르메니아 국방부는 14일 양국 군대 사이에 이틀째 무력 충돌이 빚어졌다고 밝혔다. 전날에도 아르메니아의 니콜 파시냔 총리는 의회에서 “아제르바이잔이 밤새 공격해 군인 49명이 전사했다”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지원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아제르바이잔 정부도 자국 군인 5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아제르바이잔 국방부는 아르메니아군이 국경지역에서 지뢰를 매설하고 위협 사격을 가한 것에 대응했을 뿐, 민간 시설을 공격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문제의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는 두 나라 사이에 있는 산악지대다. 국제법상으로는 아제르바이잔의 영토로 인정받지만 실질적으로는 아르메니아의 지배 하에 있다. 옛 소련 시절인 1920년대에 영유권 갈등이 시작됐고, 1991년 소련 해체 이후엔 전쟁으로 이어져 3만 명이 사망했다. 당시 두 나라는 1994년 러시아의 중재로 휴전협정을 맺었다. 현재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가 이번에도 그런 역할을 수행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 지역에서 러시아가 갖고 있던 평화 보증자로서의 위상을 훼손했다”라고 지적했다. 영국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의 로렌스 브로어스 부연구원은 “아제르바이잔은 지금이야말로 무력을 동원해 최대치를 얻어낼 수 있는 시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13일 러시아 외무부는 “러시아의 중재 결과에 따라 (이날) 오전 9시부터 정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지만 교전은 계속됐다. 만일 이번 충돌이 양국의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유럽대륙의 에너지난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 지역에는 카스피해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운반하는 대형 송유관이 통과하기 때문이다. 인근의 강대국인 러시아와 튀르키예까지 양국 충돌에 휘말릴 경우 겉잡을 수 없는 확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유럽연합(EU), 미국 등 국제사회는 일제히 양국의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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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존슨 “여왕, 서거 이틀전까지 직무 집중”… 추모 100만명 몰릴듯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영면에 들기 이틀 전인 6일 스코틀랜드 밸모럴성(城).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 임명을 앞두고 여왕에게 사직서를 제출하기 위해 방문했다. 엘리자베스 2세의 열네 번째 총리였던 존슨 전 총리는 12일 BBC방송에 “그날 여왕은 병색이 확연해 보였지만 총기 있는 태도로 대화에 집중했다”며 “여왕의 책임감에 감동받았다”고 회상했다. 여왕으로서 마지막 의무를 다한 엘리자베스 2세가 눈을 감은 지 나흘이 지났지만 영국 국민의 추모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이날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세인트자일스 대성당에 도착한 관이 공개되자 수많은 시민이 여왕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여왕 관 보러 런던에 100만 명 운집할 듯밸모럴성에서 출발한 여왕의 관은 스코틀랜드 의회를 거쳐 이날 세인트자일스 대성당에 도착하며 스코틀랜드 여정을 마무리했다. 거리는 ‘세기의 운구 행렬’을 맞이하러 이른 아침부터 나온 추모객으로 가득했다. 새벽부터 성당 앞 거리가 철야 추모객으로 붐비자 구세군은 따뜻한 음료를 제공했고 화장실과 급수대도 배치했다. 스코틀랜드 정부는 “경의를 표한 뒤에는 줄이 빠르게 줄어들 수 있도록 바로 출입구에서 벗어나 달라”고 안내했다. 백파이프 연주 속에 운구 행렬이 성당에 들어온 뒤 찰스 3세 국왕과 커밀라 왕비를 비롯한 왕실 일가가 장례 예배에 참석했다. 오후 5시 반경 일반 대중에게 관이 공개됐다. 관은 13일 왕실 군용기로 런던 버킹엄궁으로, 이튿날 웨스트민스터홀로 다시 옮겨진 뒤 장례식 당일인 19일 오전 6시 30분까지 대중에게 공개된다. 영국 언론은 최대 100만 명 이상이 여왕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몰릴 것으로 내다봤다. 여왕의 관을 보려면 20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자 인근 템스강변에는 12일부터 길게 줄이 늘어섰다. 영국 정부는 “미리 줄을 서거나 (기다리면서) 텐트를 치면 이동하라고 요구하겠다”며 자제를 요청했다.○ “국민 빈곤한데 호화 장례식” 비판도영국 군주제와 새 국왕 찰스 3세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 여론도 커지고 있다. 런던 직장인 벤저민 호드게이스 씨는 10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여왕은 새 총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임명하는) 형식적인 역할만 했다”며 “여왕은 워낙 아이콘 같은 인물이었지만 찰스 3세의 영향력은 그보다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민은 “(찰스 3세보다) 아들인 윌리엄 왕세자의 리더십이 더 기대된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젊은 세대일수록 군주제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올 5월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국 국민 중 군주제 찬성 비율은 65세 이상에서는 74%였지만 18∼24세에서는 24%에 불과했다. 글로벌 복합위기로 전국이 경제난에 시달리는데 장례 절차에 천문학적 비용을 쓰는 것에도 비판이 인다. 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인 숄라 모스쇼그바미무는 자신의 트위터에 “수천만 명이 집 없이 살고 수백만 명이 물가 위기에 시달리고 있는데 여왕의 죽음에 수백만 파운드가 든다”고 비판했다. 옛 식민국가에서는 과거 영국이 약탈한 재물을 돌려달라는 요구도 확산되고 있다. 인도에서 발굴돼 1849년 영국으로 넘어가 왕관 한가운데 박힌 105.6캐럿 코이누르 다이아몬드에 대해 인도에서는 “오래전에 인도로 돌아왔어야 했지만 여왕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미 CNN방송이 전했다.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 칼럼니스트 하워드 프렌치는 “많은 국가를 순방한 여왕은 과거사를 비판하거나 사과하지 않으면서 유능하게 국가와 체제를 홍보했다”고 지적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런던=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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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마다 확신 준 퀸’… 나라를 하나로 묶은 겸손-탈권위 리더십

    “여왕은 영국이 어려울 때마다 확신을 주는 존재(assuring presence)였다.” 9일(현지 시간) 서거한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2세에 대해 영국 지역신문 기자인 멜라니 맥도널드 씨는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여왕은 영국이라는 한 국가가 지속될 수 있음을 보여준 존재였다”며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의 영국인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없는 세상을 살아본 적이 없다. 그는 70년 재위 기간 동안 영국 왕실이 과거처럼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며 국민 앞에 개방적이고 겸손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고 외신들이 평가했다. 미국 ABC 방송은 “겸손함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진짜 강점”이라고 했다. 이런 성품을 바탕으로 영국 국민에게 흔들리지 않는 안정된 리더십에 대한 믿음을 주면서 영국을 지탱한 구심점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 대해서는 군주제 반대론자들도 존중을 표시할 때가 많다. 6월 여왕 즉위 70주년 행사에서 본보 기자와 만난 런던 시민 테일러 씨는 “왕실이 아닌 여왕이 국민의 구심점이다. 100세까지 군주 자리를 지켜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여왕은 “(국민이) 보여준 호의에 힘을 얻었다”며 70년 재위의 공을 국민에게 돌렸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여왕은 군주제 지지자와 군주제 철폐를 요구하는 공화주의자 양쪽에서 모두 존경받았다”고 평가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격변하는 세계 속에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존재였다”고 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는 “바위처럼 든든한 존재”라고 여왕을 기렸다. 정치가 분열을 부추기고 위기를 극복할 해답을 제시하는 지도자가 보이지 않는 한국에 여왕의 리더십이 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군에 자원입대 ‘노블레스 오블리주’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즉위 전 스무 살 되던 1945년 아버지 조지 6세에게 “조국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밝힌 뒤 영국 여자국방군에 자원입대했다. 군번 ‘230873’을 달고 군용트럭 운전사로 복무했다. “믿음을 얻으려면 (자신을) 보여야 한다.” 왕실이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없다고 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969년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다큐멘터리 ‘로열패밀리’를 통해 왕실의 일상을 소탈하게 보여주며 군주제에 비판적이던 영국 국민의 인식을 바꾸려 했다. 2012년 런던 여름올림픽에서 ‘본드걸’로 영상에 출연하거나 올해 재위 70주년 기념식 영상에서 영국의 ‘국민 캐릭터’인 곰 인형 패딩턴 베어와 함께 출연해 화제가 됐다. 그러면서도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공개적인 발언을 삼가며 ‘정치 불개입’ 전통을 고수했다. 특히 즉위 직후부터 시대 변화에 맞게 고압적인 태도 대신 탈권위적이고 개방적인 발언과 행보를 보이며 주목받았다. 1961년 가나를 방문해 ‘아프리카 독립운동의 아버지’로 불리던 콰메 은크루마 초대 대통령과 춤을 추던 모습이 가장 대표적이다. 테러 우려에도 가나를 방문한 여왕은 카메라 앞에서 은크루마 대통령에게 춤을 먼저 제안했다. 군주인 백인 여성과 탈식민지 운동을 주도한 흑인 남성이 손을 잡고 춤을 추는 장면은 전 세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2011년 여왕이 100년 만에 아일랜드를 방문한 것이 1922년 아일랜드가 독립한 뒤 양국 간 깊은 갈등을 조금이나마 씻어내는 화해의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시 BBC는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에 빗대 “여왕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두 나라의 역사에는 위대한 순간”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 英 총리들도 속내 보이며 절대 신뢰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정치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삼가면서도 영국 총리들의 고민을 경청했다. 1992년 그는 한 다큐멘터리에서 “총리들은 내게 속내를 보이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털어놓곤 한다”며 “일종의 스펀지가 된 듯한 느낌을 받는데, 오히려 좋다”고 말했다. 존 메이저 전 영국 총리는 “여왕에게는 심지어 무분별할 만큼 완전히 솔직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런던=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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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엔 “中, 신장서 수감자 물고문-성폭행… 위구르족 인권탄압”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중국이 신장지역 소수민족 위구르족의 인권을 탄압해 왔다는 보고서를 지난달 31일 공식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중국 정부 직업교육훈련센터(VETC)에 수감된 위구르족이 받은 인권 침해 관련 증언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이번 보고서는 2018년 OHCHR가 신장지역 인권 침해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밝힌 지 4년 만에 나왔다. 서방 언론에서 위구르족에 대한 집단강간과 고문을 비롯한 중국 정부의 인권 침해 의혹을 꾸준히 제기했지만 유엔 차원에서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은 “무효이고 허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 ‘호랑이 의자’ 물고문에 성폭행도46쪽 분량의 보고서는 위구르족과 이슬람 소수민족이 VETC에 수감되는 과정에서부터 벌어진 인권 침해 관련 증언을 소개했다. 중국 정부는 이 시설이 극단주의와 테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교육기관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보고서는 모호한 법적 기준을 적용해 반체제 성향 인사들을 이곳에 자의적으로 구금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등장한 인터뷰 대상자 26명은 VETC에 짧게는 두 달에서 길게는 18개월 동안 구금됐다. 이들 중 3분의 2는 수감 과정이나 수감 중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경찰서나 관련 시설에서 심문받을 때에는 상당수가 ‘호랑이 의자’라고 불리는 작은 의자에 팔을 묶인 채 앉아서 전기 곤봉 세례를 받거나 물고문에 시달렸고 독방에 감금되기도 했다. 수감 과정에서는 변호사의 법적 조력을 받을 수 없었고 가족들과의 연락도 제한됐다. 한 수감자는 “언제 풀려날지 알 수 없다는 것이 가장 끔찍했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 수감자에게는 성적 학대도 자행됐다. 여성 수감자에게 억지로 옷을 벗게 하거나, 카메라가 없는 공간으로 데려가 성폭행했다는 것. 교도관들이 구강성교를 강요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수감 중 족쇄를 채우거나 졸음을 유발시키는 알약을 강제로 복용하게 한 일도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 유엔 인권대표 임기 만료 13분 전 발표미첼 바첼레트 인권최고대표(사진)는 4년 임기가 끝나기 불과 13분 전인 지난달 31일 오후 11시 47분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중국이 신장위구르자치구 이슬람교도들에게 심각한 인권 침해를 저질렀다. 이는 반인륜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국제사회 대응을 촉구했다. 바첼레트 대표는 중국의 반발 속에 올 5월에야 신장 방문을 감행했다. 또 몇 달 전부터 보고서를 발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 발표는 임기가 끝나는 날에야 이뤄졌다. 영국 BBC방송은 그가 지난달 25일 퇴임 기자회견에서도 “보고서 출판 여부에 대해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다”고 중국 측 압박을 시인했다고 전했다.○ 포괄적 공식 조사로 확대 여부 주목해당 보고서를 발표 전에 사전 검토한 중국 정부는 131쪽 분량의 반박문을 통해 “반중세력의 허위 날조에 기반한 보고서”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 브리핑에서 “불법적이고 무효이며 완전히 허위인 보고서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가 위구르족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만큼 앞으로 유엔 차원에서 더 포괄적인 공식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인권단체 ‘위구르 인권 프로젝트’ 오메르 카나트 사무총장은 “위구르 위기에 대한 국제적 대응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권단체들은 이번 보고서에 ‘대량학살’이라는 표현이 빠진 것에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위구르족의 독립을 꾀하는 세계위구르회의(WUC)는 로이터통신에 “잔학행위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확인했다는 의의가 있지만, 더 진전돼야 한다”고 말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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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서 ‘케이팝 ETF’ 상장된다…하이브·SM·YG 포함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 주가를 추종하는 ‘케이팝 상장지수펀드(ETF)’가 1일(현지 시간) 미국 증시에 오른다. 우리나라 대중음악계에 초점을 맞춰 미국에 상장하는 최초 ETF다. 콘텐츠 분야 투자사 콘텐츠테크놀로지스(CT)는 미 거래플랫폼 뉴욕증권거래소 아르카에 ‘케이팝 앤드 코리아엔터테인먼트 상장지수펀드’를 종목명(티커) ‘KPOP’으로 이날 상장한다. CT 자회사 CT인베스트먼트가 만드는 KPOP지수에 따라 운용되는 ETF다. KPOP지수에는 방탄소년단(BTS)과 신예 걸그룹 뉴진스를 비롯한 글로벌 최상위권 아이돌 그룹이 소속된 하이브(HYBE)를 비롯해 SM YG JYP 같이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미디어 분야 기업 30개가 포함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연예기획사 비중이 70~80%로, 다른 업체들에 비해 훨씬 많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KPOP지수는 자연어 처리기술 기반의 자체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활용해 기업들을 선정한다. 각 기업이 케이팝 관련 사업을 하는지 온라인에 공개된 기업 설명 등을 AI가 읽어 들여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장원 CT대표는 “KPOP ETF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신뢰하는 투자자를 위해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하이브 SM YG JYP 등 국내 빅4 연예기획사는 올 들어 비교적 안정적인 매출과 주가를 보이고 있다. 하이브는 2분기(4~6월)에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고 SM과 JYP YG도 콘서트 재개와 신규 앨범 출시 등으로 주가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KPOP ETF 실적 전망은 엇갈린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헨리 짐 애널리스트는 “목표로 삼은 시장이 매우 좁기 때문에 (투자자 아닌) ‘개인 팬’만 남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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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키스탄 대홍수, 국토 3분의 1 잠겨… “구조헬기 내릴 땅도 없다”

    “하늘에서 지옥문이 열렸어요. 성서에서나 볼 법한 홍수입니다.” 유례없는 홍수가 덮친 파키스탄의 신드주(州) 관계자는 29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피해 상황을 전하며 “대비책이 없다”고 했다. 파키스탄에서는 6월부터 3개월 가까이 폭우가 지속되고 있다. 사망자는 1100명을 넘어섰으며 누적 이재민은 570만 명에 달한다. 파키스탄에 있는 세계 최대 사력댐(모래와 자갈로 쌓은 댐)의 수용량도 한계치에 임박했다. 댐이 붕괴할 경우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아산 익발 파키스탄 개발계획장관은 29일 로이터에 “피해액이 100억 달러(약 13조5000억 원)를 훨씬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재건에 최소 5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심각한 경제난으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처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 처지인 파키스탄이 국가적 재앙에 처한 것이다. 이상기후가 이번 폭우의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파키스탄의 열악한 기반시설과 무분별한 벌목 등이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 “국토 전체가 거대한 바다처럼 변했다”셰리 레만 파키스탄 기후장관은 이날 BBC에 “파키스탄 국토의 3분의 1이 완전히 물에 잠겼다”며 “국토가 마치 거대한 바다처럼 변했다. 물을 퍼낼 수 있는 마른 땅조차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이번 홍수로 파키스탄 4개 주 전역이 피해를 입었다. 피해가 큰 신드주에는 이달에만 평년 대비 약 8배에 달하는 ‘물 폭탄’이 떨어졌다. 발루치스탄주 남부는 통상 우기 강우량의 5배 넘는 비가 쏟아졌다. 파키스탄 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 1136명 가운데 최소 3분의 1이 어린이인 것으로 추정된다. 파키스탄 인구의 15%인 3300만 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파키스탄 군 관계자는 AFP통신에 “대부분의 땅이 물에 잠겨 구조 헬기가 착륙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최근 비가 거세지면서 이번 홍수로 인한 피해가 2000명 넘게 사망했던 2010년 홍수 때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산 피해도 막대하다. 전국적으로 가옥 약 100만 채가 부서졌고 다리 170여 개가 유실됐다. 가축 피해도 72만7144마리에 달한다. 파키스탄은 ‘앙숙 관계’인 인도에서 식량을 수입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양국은 카슈미르 영유권을 두고 수차례 전쟁까지 치르는 등 적대 관계를 이어왔다.○ 경제난에 이상고온, 대홍수까지이번 대홍수와 별도로 IMF는 경제난에 빠진 파키스탄에 11억7000만 달러(약 1조5765억 원)의 구제금융을 하기로 29일 승인했다. 경제난에 이상고온으로 신음한 데 이어 기록적인 ‘물 폭탄’까지 덮친 것이다. 이번 홍수의 원인은 평년보다 크게 높은 기온인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의 5월 최고기온은 평균 36도 수준이지만 올해엔 일부 지역에서 50도를 넘는 이상고온 현상이 관측됐다. 통상 기온이 1도 높아지면 대기 중의 수증기 양도 7%씩 늘어 비가 더 많이 내린다. 게다가 6월에 찾아오던 우기가 올해엔 5월부터 시작되며 더 많은 비를 뿌렸다. 이상고온으로 파키스탄 동북부 히말라야산맥의 빙하도 녹아내렸다.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50km 떨어진 세계 최대의 사력댐인 타르벨라댐은 연일 최고 수위를 기록하고 있다. 댐이 넘칠 경우 펀자브 등 하류 지역에 큰 피해가 예상된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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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키스탄 3분의 1이 물에 잠겨”…4개월 폭우로 1100명 사망

    “하늘에서 지옥문이 열렸어요. 성서에서나 볼 법한 홍수입니다.” 유례없는 홍수가 덮친 파키스탄의 신드주(州) 관계자는 29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피해 상황을 전하며 “대비책이 없다”고 했다. 파키스탄에서는 5월부터 4개월 가까이 폭우가 지속되고 있다. 사망자는 1100명을 넘어섰으며 누적 이재민은 570만 명에 달한다. 파키스탄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 댐의 수용량도 한계치에 임박했다. 댐이 붕괴할 경우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이상기후가 이번 폭우의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파키스탄의 열악한 기반시설과 무분별한 벌목 등이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 3분의 1이 물에 잠겼다” 셰리 라만 파키스탄 기후장관은 이날 BBC에 “파키스탄 국토의 3분의 1이 완전히 물에 잠겼다”며 “국토가 마치 거대한 바다처럼 변했다. 물을 퍼낼 수 있는 마른 땅조차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이번 홍수로 파키스탄 4개 주 전역이 피해를 입었다. 피해가 큰 신드주에는 이번 달에만 평년 대비 약 8배에 달하는 ‘물폭탄’이 떨어졌다. 발로치스탄 남부는 통상 우기기간에 내리던 비의 5배 넘는 비가 쏟아졌다. 파키스탄 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 1136명 가운데 최소 3분의 1이 어린이인 것으로 추정된다. 파키스탄 인구의 15%인 3300만 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파키스탄 군 관계자는 AFP에 “대부분의 땅이 물에 잠겨 구조 헬기가 착륙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비가 최근 거세지면서 이번 홍수가 2000명이 넘게 사망했던 2010년 홍수 때보다 더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산피해도 막대하다. 전국적으로 가옥 약 100만 채가 부서졌고 다리 170여 개가 유실됐다. 가축 피해도 72만7144마리에 달한다. 아흐산 아크발 파키스탄 개발계획부 장관은 29일 로이터에 “피해액이 100억 달러(약 13조5000억 원)를 훨씬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재건에 최소 5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파키스탄 당국은 국제통화기금(IMF)에 12억 달러 금융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앙숙 관계’인 인도에서 식량을 수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양국은 카슈미르 영유권을 두고 수차례 전쟁까지 치르는 등 적대 관계를 이어왔다.● 50도 이상고온 나타나다 최악 홍수 기록적인 ‘물폭탄’의 원인은 평년보다 크게 높은 기온인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의 5월 최고기온은 평균 36도 수준이지만 올해엔 일부 지역에서 50도를 넘는 이상고온 현상이 관측됐다. 통상 기온이 1도 높아지면 대기 중의 수증기량도 7%씩 늘어 비가 더 많이 내린다. 게다가 6월에 찾아오던 우기가 올해엔 5월부터 시작되며 더 많은 비를 뿌렸다. 이상고온으로 파키스탄 동북부 히말라야산맥의 빙하도 녹아내렸다.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50km 떨어진 세계 최대의 사력댐(모래와 자갈로 쌓은 댐)인 타르벨라 댐은 연일 최고수위를 기록하고 있다. 댐이 넘칠 경우 펀자브 등 하류지역에 큰 피해가 예상된다. 파키스탄의 열악한 사회기반시설과 경제력도 피해를 키운 요인이다. 영국 레딩대학 리즈 스테판 교수는 가디언에 “삼림 벌채가 빗물의 유출 속도를 더 높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키스탄은 독일의 민간 기후연구기관 ‘저먼워치’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기후위험지수’에서 기후재난에 취약한 국가 8위(2000~2019년 기준)에 오르기도 했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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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6세 교황 “권력 포기는 겸손의 힘”… 힘실리는 조기 사임설

    건강이 나빠져 물러날 가능성을 시사했던 프란치스코 교황(86)이 28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라퀼라를 방문해 자진 사임한 옛 교황의 겸손함을 칭송했다. 일각에선 교황 사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부터 이틀간 라퀼라 산타마리아 디 콜레마조 성당을 방문했다. 중부 도시 라퀼라에는 가톨릭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스스로 사임한 첫 교황 첼레스티노 5세(1215∼1296)의 유해가 안치돼 있다. 교황 임기는 종신제여서 선종(善終) 전까지 재임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첼레스티노 5세는 즉위 5개월 만인 1294년 12월 교황 직을 내려놨다. 중세 작가 단테는 ‘신곡’에서 ‘겁을 먹고 큰 지위를 버린 사람’으로 평가 절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첼레스티노 5세는) 권력을 포기함으로써 겸손에서 오는 힘을 보여줬다”고 말했다고 교황청 관영 바티칸뉴스가 전했다. 무릎 질환으로 휠체어를 타고 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팡이를 짚고 첼레스티노 5세 묘역에서 기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후 라퀼라 광장에 모인 수천 명 앞에서 미사를 집전하며 “세상눈에는 겸손한 사람이 나약한 패배자로 보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사실은 그들이야말로 주님을 완전히 신뢰하고 주님 뜻을 아는 진정한 승자”라고 강론했다. 이어 “겸손은 우리를 낮춰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불행과 잠재력을 인식하게 만드는 건강한 현실주의”라고 설명했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6월 라퀼라 방문 계획을 발표한 뒤 조기사임설이 나오자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사임은) 전혀 생각해본 적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2016년 역대 교황 중 두 번째로 자진 사임한 베네딕토 16세를 언급하며 “훌륭한 본보기”였다고 여지를 남겼다. 베네딕토 16세도 사임 4년 전인 2009년 라퀼라를 찾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말 언론 인터뷰에서도 “(사임의) 문은 열려 있다”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8일 첼레스티노 5세를 칭송하자 외신들은 “교황의 이번 행보에는 조만간 사임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며 “다시 한번 조기 사임 가능성에 불이 붙었다”고 전했다. 교황은 라퀼라 방문 전날인 27일 유흥식 추기경을 비롯한 새 추기경 20명에 대한 서임식을 거행했다. 이례적으로 휴가철인 8월에 서임식을 한 것은 1807년 이후 처음이다. 이로써 교황 선출회의(콘클라베) 투표권을 가진 추기경 132명 중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한 인물은 83명(63%)이 됐다. 차기 교황 선출 과정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새로운 바티칸 헌장을 논의하기 위해 29∼30일 주재하는 추기경 회의에서도 조기 사임 논의는 비공식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모로코 크리스토발 로페스 로메로 신임 추기경은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조만간 우리는 차기 교황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추기경 회의에서) 서로를 알아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회의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임을 발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다만 새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서는 콘클라베에서 3분의 2 이상이 지지해야 하는 만큼 프란치스코 교황이 내년 새 추기경을 추가로 임명해 자신의 후계 구도를 마무리한 뒤 사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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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황 “권력 포기는 겸손의 힘”…힘 실리는 ‘조기 사임설’

    건강이 나빠져 물러날 가능성을 시사했던 프란치스코 교황(86)이 28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라퀼라를 방문해 자진 사임한 옛 교황의 겸손함을 칭송했다. 일각에선 교황 사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부터 이틀간 라퀼라 산타마리아 디 콜레마조 성당을 방문했다. 중부 도시 라퀼라에는 가톨릭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스스로 사임한 첫 교황 첼레스티노 5세(1215∼1296)의 유해가 안치돼 있다. 교황 임기는 종신제여서 선종(善終) 전까지 재임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첼레스티노 5세는 즉위 5개월 만인 1294년 12월 교황 직을 내려놨다. 중세 작가 단테는 ‘신곡’에서 ‘겁을 먹고 큰 지위를 버린 사람’으로 평가 절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첼레스티노 5세는) 권력을 포기함으로써 겸손에서 오는 힘을 보여줬다”고 말했다고 교황청 관영 바티칸뉴스가 전했다. 무릎 질환으로 휠체어를 타고 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팡이를 짚고 첼레스티노 5세 묘역에서 기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후 라퀼라 광장에 모인 수천 명 앞에서 미사를 집전하며 “세상 눈에는 겸손한 사람이 나약한 패배자로 보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사실은 그들이야말로 주님을 완전히 신뢰하고 주님 뜻을 아는 진정한 승자”라고 강론했다. 이어 “겸손은 우리를 낮춰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불행과 잠재력을 인식하게 만드는 건강한 현실주의”라고 설명했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6월 라퀼라 방문 계획을 발표한 뒤 조기사임설이 나오자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사임은) 전혀 생각해본 적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2016년 역대 교황 중 두 번째로 자진 사임한 베네딕토 16세를 언급하며 “훌륭한 본보기”였다고 여지를 남겼다. 베네딕토 16세도 사임 4년 전인 2009년 라퀼라를 찾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말 언론 인터뷰에서도 “(사임의) 문은 열려 있다”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8일 첼레스티노 5세를 칭송하자 외신들은 “교황의 이번 행보에는 조만간 사임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며 “다시 한번 조기 사임 가능성에 불이 붙었다”고 전했다. 교황은 라퀼라 방문 전날인 27일 유흥식 추기경를 비롯한 새 추기경 20명에 대한 서임식을 거행했다. 이례적으로 휴가철인 8월에 서임식을 한 것은 1807년 이후 처음이다. 이로써 교황 선출회의(콘클라베) 투표권을 가진 추기경 132명 중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한 인물은 83명(63%)이 됐다. 차기 교황 선출 과정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새로운 바티칸 헌장을 논의하기 위해 29~30일 주재하는 추기경 회의에서도 조기 사임 논의는 비공식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모로코 크리스토발 로페즈 로메로 신임 추기경은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조만간 우리는 차기 교황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추기경 회의에서) 서로를 알아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회의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임을 발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다만 새 교황 선출을 위해서는 콘클라베에서 3분의 2 이상의 지지해야 하는 만큼 프란치스코 교황이 내년 새 추기경을 추가로 임명해 자신의 후계 구도를 마무리한 뒤 사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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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공대란에 “전용기 띄우자”… 유럽 운항 30% 늘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 조치가 풀리며 휴가철 항공대란이 벌어진 유럽에서 전용기 사용이 늘었다. 지난달 전용기 운항 편수는 팬데믹 이전 2019년 7월보다 30%가량 증가한 17만9000편에 육박했다. 유럽비즈니스항공협회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전용기가 가장 많이 뜬 도시는 1만2000편을 기록한 영국 런던이었다. 증가율은 이탈리아 나폴리(109%)가 가장 컸다. 런던발 유명 휴양지 스페인 마요르카행 노선은 전용기 운항이 105% 늘었다. 북미권에서 출발하는 전용기 비율도 많이 늘었다. 부유층들의 ‘전용기 사랑’은 고물가로 서민들이 고통받는 미국 영국 등에서 경제 양극화 관련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프랑스 정부는 전용기 온실가스 배출 비판이 커지자 비행 규제 검토에 나섰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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