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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승리하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5배 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허세처럼 들렸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이 9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현실이 됐다. 파격적인 경제 정책의 변화를 예고해온 트럼프가 예상을 깨고 백악관행 티켓을 거머쥐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은 대혼란에 빠지며 ‘검은 수요일’을 연출했다. 아시아 금융시장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1,930 선까지 주저앉았다가 전날보다 2.25% 하락한 1,958.38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3.92% 급락한 599.74로 마감해 1년 9개월 만에 600 선이 무너졌다. 일본(―5.36%) 홍콩(―2.16%) 등 다른 아시아 증시도 줄줄이 급락했다. 국내 증시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17% 가까이 급등해 브렉시트 결정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외환시장 역시 패닉에 빠져 원-달러 환율은 장중 22원 넘게 급등(원화 가치는 하락)한 끝에 14.5원 오른 1149.5원에 마감했다. 이날 오후 10시 30분(한국 시간) 현재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 증시는 1%대의 하락세를 보였다. 트럼프의 예상 밖 당선에 국내외 투자자들은 위험 자산에서 일제히 발을 빼고 안전 자산으로 몰렸다. 대표적인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엔화는 3% 이상의 초강세를 보이며 엔-달러 환율이 장중 101엔대로 추락했다. 국제 금값도 5% 가까이 치솟았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지정학적 리스크, 정책 불확실성 등이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가 쏟아낸 인기 영합성 정책들이 구체화할 때까지 금융시장은 불확실성에 짓눌려 당분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트럼프가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과 고율의 관세 부과를 공약으로 내건 만큼 향후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이 본격화하면 아시아 등 신흥국 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노무라증권 조사 결과 트럼프가 당선되면 글로벌 투자자의 약 70%가 아시아 증시에 대한 투자 비중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여기에다 트럼프가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교체를 공언해온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12월 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트럼프 당선으로 세계 경제의 룰을 만들어 왔던 미국의 역할이 변화하면서 브렉시트 때보다 더 큰 충격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한국은행, 금융당국은 이날 일제히 긴급회의를 열고 24시간 비상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정부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금융, 외환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외화표시 외평채 발행 등 외화자금 유입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정임수 imsoo@donga.com·이건혁기자}
8일(현지 시간) 시작된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다시 무게가 실리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이 다소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시장의 예상을 벗어났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때처럼 미 대선의 최종 승부도 뒤집힐 수 있어 금융시장과 정부 당국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8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5.80포인트(0.29%) 오른 2,003.38에 마감하며 1주일 만에 2,000 선을 회복했다. 원-달러 환율은 8.1원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한 1135.0원에 마감했다. 클린턴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미국 주요 매체들의 최종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다소 살아났기 때문이다. 간밤에 미국 증시도 2% 이상 올랐고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는 16% 급락했다. 하지만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아 선거 결과를 속단할 수 없다는 경계 심리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미 대선 결과가 국내 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스위스에서 열린 국제결제은행(BIS) 총재 회의에 참석했던 이주열 한은 총재는 하루 일찍 귀국해 이날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정부는 미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인 9일 오전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시장 상황과 시나리오별 대응 계획을 점검할 계획이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8일(현지 시간) 시작된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다시 무게가 실리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이 다소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시장의 예상을 벗어났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때처럼 미 대선의 최종 승부도 뒤집힐 수 있어 금융시장과 정부 당국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8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5.80포인트(0.29%) 오른 2,003.38에 마감하며 1주일 만에 2,000 선을 회복했다. 원-달러 환율은 8.1원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한 1135.0원에 마감했다. 클린턴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미국 주요 매체들의 최종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다소 살아났기 때문이다. 간밤에 미국 증시도 2% 이상 올랐고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는 16% 급락했다. 하지만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아 선거 결과를 속단할 수 없다는 경계 심리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미 대선 결과가 국내 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스위스에서 열린 국제결제은행(BIS) 총재 회의에 참석했던 이주열 한은 총재는 하루 일찍 귀국해 이날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정부는 미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인 9일 오전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시장 상황과 시나리오별 대응 계획을 점검할 계획이다.정임수기자 imsoo@donga.com}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국정 혼란과 미국 대선발(發) 불확실성 등 대내외 불안 요인이 고조되면서 정부가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임종룡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사진)는 현재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 상황을 ‘여리박빙(如履薄氷·살얼음을 밟는 것처럼 위험한 상황)’으로 진단하고 정부 부처 및 한국은행 간의 공조 체제를 강화해 대내외 리스크 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임 후보자는 7일 오전 ‘금융위·금감원 합동 금융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금융당국은 비상 상황실을 가동해 비상 대응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며 “국내외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를 24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대내외 여건상 리스크 관리에 작은 빈틈이라도 생기면 경제와 금융시스템 전체가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며 “필요하면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에 따라 시장 안정화 조치를 즉시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임 후보자는 금융위원장 자격으로 회의를 주재했지만 경제 상황에 대한 그의 인식들은 새 경제팀의 정책 방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정부의 경제 컨트롤타워 공백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임 후보자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 후보자는 또 미국 대선과 12월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금융권의 외화 유동성 상황과 대외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관련 동향을 매일 점검해 외환시장의 과도한 쏠림 현상을 막겠다고 밝혔다. 대내 위험 요인으로 꼽히는 가계, 기업부채에 대해서는 위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현장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과거 “금융규제 완화는 절대,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 ‘절절포’라는 별명을 얻었던 임 후보자는 이날도 “금융시장 안정은 한국 경제의 재도약 기회를 만들기 위해 절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국정 혼란과 미국 대선발(發) 불확실성 등 대내외 불안 요인이 고조되면서 정부가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임종룡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현재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 상황을 '여리박빙(如履薄氷·살얼음을 밟는 것처럼 위험한 상황)'으로 진단하고 정부 부처 및 한국은행 간의 공조 체제를 강화해 대내외 리스크 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임 후보자는 7일 오전 '금융위·금감원 합동 금융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금융당국은 비상 상황실을 가동해 비상 대응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며 "국내외 금융시장 및 실물 경제를 24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대내외 여건상 리스크 관리에 작은 빈틈이라도 생기면 경제와 금융시스템 전체가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며 "필요하면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 따라 시장 안정화 조치를 즉시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임 후보자는 금융위원장 자격으로 회의를 주재했지만 경제 상황에 대한 그의 인식들은 새 경제팀의 정책 방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개각으로 경제 컨트롤타워 장기 공백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임 후보자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 후보자는 또 미국 대선과 12월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금융권의 외화 유동성 상황과 대외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관련 동향을 매일 점검해 외환시장의 과도한 쏠림 현상을 막겠다고 밝혔다. 대내 위험 요인으로 꼽히는 가계, 기업부채에 대해서는 위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현장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과거 "금융규제 완화는 절대,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 '절절포'라는 별명을 얻었던 임 후보자는 이날도 "금융시장 안정은 한국 경제의 재도약 기회를 만들기 위해 절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정임수기자 imsoo@donga.com}
앞으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도 크라우드펀딩(온라인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서 자금을 모으는 방식) 광고가 허용된다. 또 이달 14일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주식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전용 시장이 문을 연다. 금융위원회는 일반 투자자들과 기업들이 크라우드펀딩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이런 내용의 ‘크라우드펀딩 발전 방안’을 6일 내놓았다. 올 1월 출범한 크라우드펀딩은 개인 투자자들이 온라인 중개업체를 통해 성장 가능성이 큰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지난달 말까지 6000여 명의 투자자가 참여해 89개 기업이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발전 방안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관련법을 개정해 인터넷 포털, SNS, 멀티미디어 등에서도 크라우드펀딩에 나선 기업과 사업 내용, 자금 모집 기간 등을 알리는 광고를 허용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개별 중개업체 홈페이지에서만 광고를 할 수 있어 일반 투자자가 관련 내용을 알기 어려웠다. 또 이달 14일에는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기업의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스타트업 전용 거래시장(KSM)’이 한국거래소 산하에 개설된다.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기업은 별다른 조건 없이 전용 시장에 등록할 수 있으며, 내년 초부터는 주식 발행 후 1년간 보호예수를 거쳐야 하는 전매제한 규제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아울러 내년 초부터 일정 규모 이상으로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해 KSM에 등록한 기업들은 중소·벤처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시장에 상장하기도 쉬워진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3억 원 이상을 조달하면서 50명 이상의 투자자가 참여한 스타트업은 코넥스시장에 특례 상장할 수 있다.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보증하면 1억 원 이상만 조달해도 특례 상장이 허용된다. 또 KSM에 등록한 지 6개월 이상 지나면 이 같은 특례 상장 허용 기준이 절반 수준으로 완화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독자적이면서도 투명한 시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꾸준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이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미국 대선발(發) 불확실성까지 고조되면서 금융, 통상 당국이 긴급 대응책 마련에 나선다. 중국, 멕시코 등 주요 신흥국들도 강도 높은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6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종룡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주재로 합동 회의를 열고 금융시장 및 외화 유동성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이번 회의에는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등 6개 금융 관련 협회장과 한국거래소 이사장, 주요 연구원장 등 금융 관련 기관 고위급이 모두 참석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최순실 사태와 미국 대선 불확실성으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는 등 위기 징후가 확대되고 있어 선제적으로 시장 점검 및 대응 방안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미 대선 결과에 따른 주요 통상 정책별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긴급 현안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트럼프 후보는 세계 최대 경제통합체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 등을 주장하고 있다. 정임수 imsoo@donga.com·조은아 기자}
8일(현지 시간) 실시되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역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일제히 휘청거리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은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국내 정국 혼란 속에 ‘트럼프 리스크’까지 겹쳐 살얼음판을 걷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허 스타일의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정책 불확실성 등이 더해져 세계 경제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맞먹는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계속되는 가운데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 신흥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세계 금융 흔드는 ‘트럼프 리스크’ 4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날보다 0.17% 떨어진 2,085.18로 마감하며 9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1980년 12월 이후 36년 만에 최장 기간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금융시장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도 같은 기간 72.9% 급등해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최근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이 치고 올라와 미국 대선 판세가 대혼전의 양상을 보이자 글로벌 투자자들이 주식시장 등 위험자산에서 서둘러 발을 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서 6주 만에 ‘팔자’로 돌아서 지난주에 1억1400만 달러를 순매도했다. 국내 증시에서도 2월부터 월간 기준 순매수 행진을 이어오던 외국인들이 이달 들어 나흘 만에 4000억 원 이상의 코스피 주식을 팔아치웠다. 국내 증시는 ‘최순실 게이트’와 ‘트럼프 리스크’ 등의 대내외 악재로 연일 하락했다. 최근 일주일 새 코스피 시가총액은 24조 원 가까이 증발했다. 코스피 하루 거래대금이 4일 연중 최저치인 3조 원대로 주저앉을 정도로 투자 심리가 바짝 얼어붙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트럼프가 대권을 거머쥐면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더 심해지면서 브렉시트급의 충격이 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바클레이스는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S&P500지수가 10∼13% 하락할 것으로, 씨티그룹은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가 최소 10% 이상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노무라증권은 “트럼프가 이기면 금융시장 변동성은 브렉시트 때보다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후보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원점 재검토, 주한미군 철수 검토 등 한반도 관련 정책의 강력한 변화를 시사하고 있어 국내 금융시장이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수출환경, 엎친 데 덮친 격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트럼프 후보 모두 수위는 다르지만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예고하고 있어 미국 대선 이후 한국을 포함한 세계 무역 질서에 일대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는 세계 최대 경제통합체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비롯해 한미 FTA 및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멕시코·중국 수입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 등 극단적인 보호무역 조치를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후보가 당선돼 미국이 맺고 있는 무역협정을 폐기 또는 개정하고 이에 맞서 중국마저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설 경우 글로벌 교역, 소비, 투자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세계 경제가 장기 침체 국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 신흥국 경제는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한국 경제는 20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한 여파로 기업 설비투자가 위축되고 민간 소비가 감소하는 악순환에 빠진 상황이다. 윤우진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가 집권하면 미국 통상 정책이 공격적으로 변해 대미 수출을 포함한 국내 주력 산업의 수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원화를 비롯해 중국 위안화, 멕시코 페소 등 신흥국 통화의 급격한 약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의 통상마찰 등 주요국 간의 갈등과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국제 교역이 더 위축돼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며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내수 부문을 확충하는 등 경제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정임수 imsoo@donga.com·한정연 / 세종=신민기 기자}
최순실 게이트로 정부의 경제정책 추진이 사실상 마비된 가운데 현 정부의 산업 구조조정 책임자인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구원 등판’했다. 임 후보자는 극심한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흔들림 없이 경제정책의 중심을 잡아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떠안게 됐다. 현직 금융수장으로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 과제들을 맡아온 만큼 새 업무 파악에 따른 공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수출-내수 ‘쌍끌이 부진’으로 2%대 저성장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정국 혼란이 워낙 커 역할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 인사청문회 성사 여부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임명 시기조차 가늠하기 힘들어 경제 컨트롤타워 장기 공백에 따른 ‘경제팀 실종사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염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 “최대 과제는 시장-관료사회 안정” 임 후보자가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최순실 게이트로 혼란에 빠진 시장을 빨리 안정시키는 것이다. 당장 주식시장에서는 지난달 24일 이후 42조 원이 증발할 정도로 ‘패닉 장세’가 계속되고 9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4.5% 감소하며 소비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하지만 시장 주체들의 불안감을 달랠 조치나 신호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경제 컨트롤타워 기능은 유일호 부총리가 한 달 넘게 대통령 대면보고를 못할 정도로 작동하지 않았다. 경제부총리가 바뀌더라도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해 온 확장적 재정정책이나 구조개혁 등은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선·해운 구조조정을 계속 추진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로 과열된 부동산 열기를 잠재우는 일도 시급하다. 임 후보자는 이날 “(소비와 투자 활력을 높이기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면서도 “결코 성장을 위해 (부동산) 투기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시장에 강한 경고를 던졌다. 대(對)시장 메시지가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던 유 부총리와 달리 확실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다. 정책 추진 환경은 좋지 않다. 9월 산업활동 동향에서 생산, 소비, 투자가 동시에 전월 대비 마이너스를 나타낼 정도로 부진의 늪이 깊지만, 정부가 확장 재정을 이어가면서 국가채무는 지난달 기준으로 600조3000억 원까지 불어나며 나라 곳간 사정은 어려워지고 있다. 정국 혼란으로 법 개정 등을 통한 새로운 정책 추진은 시도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동요하는 관료사회를 다잡는 것도 주요 과제다. 최순실 사태 이후 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이 커지면서 세종시 관가에는 ‘뭘 해도 안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기재부의 한 과장급 관료는 “정부가 추진한 모든 정책에 ‘최순실 딱지’가 붙는데 새로운 정책 발굴에 나설 공무원이 누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 ‘구조조정 실패 책임자’ 논란 거셀 듯 임 후보자는 행정고시 24회 출신으로 기재부 경제정책국장, 대통령경제금융비서관, 기재부 1차관, 국무총리실장 등 경제 관료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엘리트 코스를 밟아 왔다. 공직생활 내내 선후배들의 신망 속에 거시 경제정책과 금융정책을 이끌며 관료사회에서 ‘준비된 부총리’로까지 꼽혔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재정경제부 금융·기업구조조정 태스크포스(TF) 팀장으로 상업·한일은행 합병, 제일은행 매각, 대우그룹 해체 등을 맡았고, 2001년 증권제도과장 시절에는 지금까지도 구조조정의 근거 규정으로 활용되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 제정을 주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는 조선·해운 구조조정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진해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따른 혼란이 대표적이다. 서별관회의 논란 이후 임 후보자는 구조조정은 ‘채권단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손을 놓았고 그 사이 법정관리가 이뤄지면서 한진해운발 물류 혼란이 현실화됐다. 임 후보자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선 불가피했다”고 밝혔지만 세계 7위, 국내 1위 선사의 자금줄을 끊으면서 사전 준비를 제대로 못한 부분에서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임 후보자가 야심 차게 내세웠던 금융개혁이나 가계부채 해결도 성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비판이 있다. 다만 최근의 구조조정 난국의 책임을 임 후보자 한 사람에게만 묻기는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국책은행 자본 확충 등을 두고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이 커지는 사이 임 후보자가 고군분투해 이나마 선방했다는 것이다. 임 후보자는 이날 “현재의 대내외적 상황을 경제위기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가계부채를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주거, 복지 등 모든 부문을 재점검해 이를 안정시키는 데 자원과 정책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세종=이상훈 january@donga.com /정임수 기자}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정치적 혼란과 미국 대선의 ‘트럼프’ 변수 등이 부각되면서 약 넉 달 만에 코스피가 1,970대로 주저앉았다. 원-달러 환율도 10원 가까이 오르며(원화 가치는 하락)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2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8.45포인트(1.42%) 하락한 1,978.94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 1,980 선이 붕괴된 것은 7월 8일(1,962.10)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 시장은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더 컸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20.32포인트(3.24%) 내린 606.06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2월 6일(604.1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사흘 만에 순매도로 돌아섰다. 원-달러 환율도 출렁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9원 상승한 1149.8원에 마감했다. 이날 장중에 원-달러 환율이 넉 달 만에 115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최순실 게이트로 혼란한 정국 속에서 미국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지지율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앞섰다는 소식 등이 전해지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확산되고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한다. 금융시장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는 7.56% 급등했다. 임종룡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확장적 거시정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지만 국내 증시 하락을 막지 못했다. 최창호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부서장은 “국내외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져 합리적 예측과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투자자들이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최순실 게이트로 국내 4분기(10∼12월) 성장률 둔화폭이 커질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씨티그룹은 정치 불안으로 한국의 실물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바클레이스는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라 한국 정부가 경기 안정에 정책의 주안점을 둘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정연 pressA@donga.com·정임수 기자}
국내 가계부채의 위험 수준이 9년 6개월 만에 국제적인 평가 기준으로 ‘주의’ 단계에 도달했다는 경고가 나왔다.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자리 잡은 가계빚 급증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계부채가 가파르게 늘면서 국내 민간 부채의 증가 속도도 세계 주요국 가운데 3번째로 높았다. 한국은행이 1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가계부채의 위험 정도를 나타내는 ‘가계 신용갭’이 2.03%포인트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 0.36%포인트에서 1년 새 약 6배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가계 신용갭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장기 추세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 측정한 것으로, 신용 리스크가 경제 성장에 비해 적정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신용갭이 2%포인트 미만이면 ‘보통’, 2∼10%포인트이면 ‘주의’, 10%포인트를 초과하면 ‘경보’ 등 3단계로 구분해 국가별 부채 위험도를 평가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가계 신용갭은 2006년 4분기(10∼12월·2.09%포인트) 주의 단계에 속한 뒤 줄곧 보통 수준을 이어오다가 9년 6개월 만인 올 2분기에 다시 주의 단계로 분류됐다. 올해 6월 말 현재 국내 가계부채 비율은 처분가능소득 대비 167.5%, 명목 GDP 대비 90.0%로 모두 사상 최고 수준을 보였다. 가계빚이 빠르게 늘면서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를 더한 민간 부채의 증가 속도 또한 세계 주요 19개국 가운데 3번째로 높았다. B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현재 한국의 민간 부채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5.9%였다. 한국보다 부채 증가율이 높은 곳은 과도한 기업부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국(14.7%)과 멕시코(13.7%) 등 2곳뿐이었다. 한은은 국내 민간 부채가 2010년 4분기 이후 22개 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4번째 부채 확장 국면에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과거 3차례의 부채 확장 국면이 1997년 외환위기와 2003년 신용카드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감소세로 돌아선 바 있어 이번 확장 국면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경기 회복세가 미약한 상황에서 가계부채를 중심으로 민간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는 데다 건설 경기에 기댄 경제 성장이 계속되고 있어 경계감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경기 침체와 기업 실적 악화 속에서 ‘최순실 게이트’라는 대형 악재까지 터지면서 코스피가 장중 한때 2,000 선 밑으로 내려가는 등 금융시장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미국 대선과 금리 인상 등 미국발(發)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는 가운데 수출과 물가 등 실물경제를 반영한 각종 경제 지표도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달 25일 최 씨와 관련된 각종 의혹이 쏟아지기 시작한 뒤부터 이날까지 1.46% 하락했다. 이날도 장중 2,000 선이 무너지고 1,990까지 밀리다가 전날보다 0.04%(0.80포인트) 하락한 2,007.39로 거래를 마쳤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순실 사태’로 위축된 투자 심리가 주가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비선 실세’ 의혹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를 하고 관련자들이 구속되는 정치적 혼란의 출구가 보이지 않자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선까지 1년 넘게 정치적 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됐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외국인투자가의 이탈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 외국인투자가 순매수 규모는 9월(1조1042억 원)보다 약 61% 줄어든 4297억 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 확률이 상승하면 외국인투자가들이 혼란에 대비해 국내 시장에서 자금을 빼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물경제 위축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0월 수출액(통관 기준)은 419억 달러(약 48조185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현대·기아자동차 파업과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단종 영향으로 두 달째 수출이 감소했다. 조선·해운업계 구조조정 여파까지 반영되면 연말까지 수출의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진해운 법정관리의 후폭풍으로 9월 서비스수지 적자는 5년 9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날 한국은행이 내놓은 ‘9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서비스수지 적자는 8월 14억5000만 달러에서 9월 25억4000만 달러로 늘었다. 2010년 12월(―26억5000만 달러) 이후 5년 9개월 만에 최대 규모 적자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만만치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장바구니 물가지수’로 불리는 10월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 상승해 2014년 7월(1.4%) 이후 2년 3개월 만에 상승률이 가장 컸다. 전체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1.3% 상승해 9월(1.2%)에 이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투자시장과 실물경제 상황을 관리할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시장에 신뢰를 얻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대통령 대면 보고를 한 지 한 달이 넘었다”며 “최근 예정된 보고는 최순실 사태 때문에 연기됐다”고 밝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 위기에 경제 시스템이 작동을 멈추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경기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이건혁 gun@donga.com / 세종=박민우 / 정임수 기자}
국내 가계부채의 위험 수준이 9년 6개월 만에 국제적인 평가 기준으로 '주의' 단계에 도달했다는 경고가 나왔다.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자리 잡은 가계빚 급증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계부채가 가파르게 늘면서 국내 민간부채의 증가 속도도 세계 주요국 가운데 3번째로 높았다. 한국은행이 1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가계부채의 위험 정도를 나타내는 '가계 신용갭'이 2.03%포인트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 0.36%포인트에서 1년 새 약 6배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가계 신용갭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장기 추세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 측정한 것으로, 신용 리스크가 경제 성장에 비해 적정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신용갭이 2%포인트 미만이면 '보통', 2~10%포인트이면 '주의', 10%포인트를 초과하면 '경보' 등 3단계로 구분해 국가별 부채 위험도를 평가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가계 신용갭은 2006년 4분기(10~12월¤2.09%포인트) 주의 단계에 속한 뒤 줄곧 보통 수준을 이어오다가 9년 6개월 만인 올 2분기에 다시 주의 단계로 분류됐다. 한은 관계자는 "2014년 하반기 이후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규제 완화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주택시장 활황 등이 맞물려 가계부채가 가파르게 늘면서 신용갭이 다시 주의 수준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올해 6월 말 현재 국내 가계부채 비율은 처분가능소득 대비 167.5%, 명목 GDP 대비 90.0%로 모두 사상 최고 수준을 보였다. 가계 빚이 빠르게 늘면서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를 더한 민간부채의 증가 속도 또한 세계 주요 19개국 가운데 3번째로 높았다. B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현재 한국의 민간부채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5.9%였다. 한국보다 부채 증가율이 높은 곳은 과도한 기업부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국(14.7%)과 멕시코(13.7%) 등 2곳뿐이었다. 한은은 국내 민간부채가 2010년 4분기 이후 22개 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4번째 부채 확장 국면에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과거 3차례의 부채 확장 국면이 1997년 외환위기와 2003년 신용카드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감소세로 돌아선 바 있어 이번 확장 국면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경기 회복세가 미약한 상황에서 가계부채를 중심으로 민간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는 데다 건설경기에 기댄 경제 성장이 계속되고 있어 경계감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은행권의 대출 금리가 바닥을 찍고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선 가운데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국내 대출 금리 오름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변동금리를 이용하는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팍팍한 살림살이와 가계빚 부담에 적금을 깨는 서민이 크게 늘어 가계 경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은행권 가계대출(신규 취급액 기준) 가운데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48.6%로 전달(55.8%)보다 7.2%포인트 줄었다. 은행권의 고정금리 신규 대출 비중은 두 달째 감소세를 이어가 6개월 만에 40%대로 떨어졌다. 가계대출 잔액 기준으로도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8월 34.7%에서 9월 34.6%로 0.1%포인트 감소했다. 고정금리 대출 잔액 비중이 줄어든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나머지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같은 수신금리와 시장금리 등에 연동된 변동금리 대출이 차지했다. 연말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국내 금리가 꿈틀대자 시중은행이 변동금리 대출을 중심으로 대출 영업을 확대한 결과로 분석된다. 또 금융당국이 제시한 고정금리 대출 목표치를 채운 은행들이 다시 변동금리 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출 금리가 들썩이는 상황에서 변동금리 대출이 늘면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9월 은행 가계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가 연 3.03%로 6개월 만에 올랐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80%로 두 달째 상승했다. 10월 들어서는 연 2%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정부는 그동안 ‘변동금리-거치식’ 대출 대신 ‘고정금리-분할상환’ 중심의 대출 관행이 정착되면서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가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고정금리 대출이 다시 줄면서 이런 평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침체 여파로 적금을 중도에 해지하는 서민도 다시 늘고 있다. 신한, KB국민, KEB하나, 우리, NH농협, IBK기업 등 주요 은행 6곳에 따르면 올 들어 9월 말까지 전체 적금 해지 건수 573만8000건 가운데 만기가 되기 전에 중도 해지한 적금은 259만2000건으로 45.2%를 차지했다. 이 비율은 2014년 44.5%에서 지난해 42.6%로 떨어졌다가 올 들어 다시 늘었다. 중도에 해지하면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는 보험을 깨는 이들도 늘었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25개 생명보험사와 16개 손해보험사가 고객에게 지급한 해지 환급금은 14조7300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700억 원 늘었다. 이 추세가 계속되면 올해 전체 보험 해지 환급금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소득이 정체되면서 미래를 대비한 자금인 적금 등을 해지해 미리 당겨쓰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가계경제의 안정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정임수 imsoo@donga.com·박희창 기자}
《 경제와 안보의 위기가 동시에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와 정부의 국정 컨트롤타워 기능이 마비되면서 초유의 국가 위기가 닥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이 사실상의 대통령 유고 상태를 서둘러 수습하지 않을 경우 국정 공백을 넘어 국정 운영이 완전히 붕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공직사회 동요]외교2차관-공공기관 CEO 후임 못채워 최순실 파문으로 청와대를 비롯한 행정부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공직사회도 크게 동요하는 모습이다. 경제부처의 한 국장급 인사는 “청와대가 그렇게 보안을 강조하고 공직사회에 대해 솔선수범을 요구해 왔는데 정작 대통령은 비선을 통해 공식 문건을 대거 유출했다”며 “과연 공직사회에 영(令)이 설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공직사회가 패닉에 빠지면서 “이 정권에선 더 이상 앞장서서 일하지 않겠다”는 복지부동도 심화되는 모습이다. 정부 당국자들이 일제히 내부 단속에 나섰지만 공직사회를 달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금융위 전 직원에게 e메일을 보내 “공직자는 국민이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기재부 내부망에 “이럴 때일수록 공무원이 중심을 잡고 업무에 더욱 매진해주길 바란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개혁 인사로 가라앉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하지만 인사 검증을 해야 할 청와대 참모진이 물갈이되면서 부처별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는 전면 중단된 상태다. 주유엔 대사로 임명돼 자리를 비워야 하는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의 후임 인선은 한 달 가까이 멈춰 서 있다. 한국석유관리원, 한국예탁결제원 등 정부 산하 공공기관에서도 최고경영자(CEO) 후임 인선 작업이 중단돼 경영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경제개혁 표류]노동5법 사실상 무산… 성과연봉제 위기 당초 전문가들은 올해 정부 목표치인 2.8% 성장률 달성의 변수로 미국의 금리 인상, 부정청탁금지법 등을 꼽았지만 지금은 정치 불확실성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당장 규제프리존특별법,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 신산업 육성책 등 정부의 경제 활성화 방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야당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노동 5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사실상 박근혜 정부 임기에서 처리가 무산됐다. 예산국회 역시 주도권이 야당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정부는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사상 처음으로 400조 원대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했다. 하지만 야당이 ‘최순실 예산’에 대한 집중 검증을 예고해 예산안의 법정기한(12월 2일) 내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실제로 3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예산소위는 미르재단이 관여한 정황이 드러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인 ‘코리아에이드(K-Aid)’의 내년도 예산 42억 원을 삭감했다. 당초 정부는 아프리카 6개국에 지원할 143억 원, 코리아에이드 센터 운영비 등 17억 원을 더해 모두 160억 원을 편성했다. 코리아에이드는 의료진이 진료를 보면서 케이팝과 K밀(한식)을 소개하는 이동식 트럭으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 순방 당시 시범 실시됐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미르재단이 사업 기획 단계부터 참여했고 K밀을 개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야당은 ‘최순실표 예산’이라며 삭감을 예고해 왔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올해 금융권 최대 현안인 성과연봉제 도입이나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위한 은행법 개정안, 한국거래소의 지주사 전환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이 사실상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등 양대 노총 소속 공공부문 노조들은 31일 기자회견을 열어 “성과연봉제에도 최순실의 국정 농단이 개입됐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갖고 있다”며 성과연봉제 폐기를 주장하고 나섰다.[외교활동 타격]해외순방 제약… 한일정보협정 여론 악화 대규모 시위가 잇따르고 야당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정상적인 대외활동을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2014년 5월 19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1박 2일로 아랍에미리트(UAE)를 다녀와 국면 전환을 시도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나라를 비울 수 없는 상태여서 외국 방문은 언급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올해 12월경 취임 후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하고 과거사 해법을 모색하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개최가 물 건너갔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통상적으로 이뤄진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방부가 발표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협상 재개 결정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최순실 사태의 혼란을 틈타 여론도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구렁이 담 넘어가듯’ 은근슬쩍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외교안보 부처에서도 제기되고 있다.[안보태세 비상]혼란 틈탄 北도발 우려… 사드도 영향 일각에선 최순실 사태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늦어도 내년 말까지 배치하기로 한 일정에도 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대통령의 역할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 여부와 배치 부지를 최종 결정하는 것으로, 세부 절차와는 관련이 없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7일 열릴 예정이던 방위산업 진흥 확대회의는 최순실 사태로 연기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리로 얼룩진 방위산업을 바로 세우고 각종 규제를 철폐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회의는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처음 열렸고, 1980년에 중단된 지 36년 만에 열릴 예정이었다. 국방부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회의를 대신 주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적 혼란을 틈탄 북한의 도발도 우려된다. 군은 미국 대선(8일) 등을 틈타 북한이 추가 핵실험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기습 발사 등 도발을 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은 1일부터 7박 8일 일정으로 호주, 뉴질랜드, 인도네시아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북한이 국내 상황이 어수선한 것을 노려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순방 일정을 연기했다. 외교라인은 어수선한 분위기 다잡기에 나섰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31일 실국장회의에서 “중심을 잡고 흔들림 없이 업무에 매진하라”고 지시했다고 참석자가 전했다. 1일 열릴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도 대북 압박 지속 및 ‘대북 공조 이상 없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려는 목적이 강하다.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 /정임수·손효주 기자}
한국 경제의 오랜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돼 온 가계부채가 올해 말 1300조 원을 넘어서 내년 말에는 최대 1540조 원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997년 외환위기 때만 해도 경제 회복세의 발판이 됐던 가계가 과도한 빚더미에 짓눌리면서 향후 경제 위기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말 미국의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내년 대선 정국에서 부채 관리가 소홀해지면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 빚이 한국 경제에 치명적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정부 5년, 가계 빚 496조 원 불어 30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 6월 말 현재 1257조 원인 가계부채는 평균치 기준으로 올해 말 1330조 원에 이어 내년 말에는 1460조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최대치 기준으로는 연말 1360조 원, 내년 말 1540조 원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내년 국내 기준금리가 한 차례 인상되고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각각 2.6%, 1.4%에 이를 것을 전제로 산출된 수치다. 이 전망(평균치 기준)대로라면 지난해 전년 대비 10.9% 급증한 가계 빚은 올해 10.6%에 이어 내년에도 9.8%의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게 된다. 또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부터 내년 말까지 5년간 가계 빚은 496조 원 불어나 노무현 정부 5년(200조7000억 원)과 이명박 정부 5년(298조4000억 원)의 증가액을 뛰어넘게 된다. ‘가계부채 해결’을 대선 공약 1호로 내세웠던 현 정부의 부채 관리 정책이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부는 2014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자금순환 통계 기준) 비율을 2017년까지 5%포인트 낮추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이 비율은 2014년 말 162.9%에서 올 6월 말 173.6%로 치솟았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을 완화해 부동산으로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나서면서 빚의 고삐를 풀어버렸다”고 꼬집었다.○ “부채 연착륙 위한 근본 대책 필요” 가계부채는 규모, 증가 속도, 질적 측면에서 모두 정상 궤도를 벗어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국제결제은행(BIS) 통계 기준으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 6월 말 현재 처음으로 90%에 도달했다. 불과 3년 반 새 80%에서 90%로 뛴 것이다. BIS는 이 비율이 85%이면 가계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 성장에 제약을 주는 임계점으로 보고 있다. 손종칠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북유럽이 한국보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지만 연금 등 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며 “가계부채가 소비 위축을 불러와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미국처럼 큰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비율(DSR)이 40%를 넘는 한계가구는 작년 3월 벌써 134만 가구를 돌파했다. 이 가구의 상당수는 고령층과 자영업자, 저소득층 등으로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대출 연체나 파산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가계 빚 급증세를 우려한 정부가 ‘8·25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최근 우회적인 총량 관리를 통해 전방위로 ‘대출 조이기’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김지섭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초저금리 기조와 DTI,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 같은 근본적인 규제는 전혀 손을 대지 않고 정부가 부채 관리에 신경을 쓴다는 신호만 준 정도”라며 “내년 대선 정국에서 부동산 경기를 통한 성장률 관리와 가계부채 관리 사이에서 정부의 딜레마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근본적으로 가계가 상환 능력 이상으로 대출받는 것을 방지하면서 가계의 실질소득을 높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영국처럼 저소득층, 과다 채무자 같은 고위험 대출에 대해 대출 상한선을 두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정임수 imsoo@donga.com·박창규 기자}
국제유가 하락, 수출 부진 등의 여파로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 매출이 지난해 2년 연속 뒷걸음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빚이 있는 기업의 3분의 1은 여전히 수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처지였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5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금융회사를 제외한 영리기업 57만4851개(제조업 13만748개, 비제조업 44만4103개)를 조사한 결과 기업 매출액은 2014년보다 0.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나온 2002년 이후 최저 수준의 증가율이다. 특히 제조업 매출은 3.0%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은 2014년(―1.6%)에 이어 2년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업종별로 보면 석유·화학(―15.2%)과 금속제품(―6.8%) 업종의 하락폭이 컸다. 한편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 비중은 지난해 31.5%였다. 약 8만6700개의 기업이 여전히 수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할 정도로 부실하다는 뜻이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금융당국의 ‘대출 조이기’가 본격화되면서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가 6개월 만에 반등해 연 3%를 넘어섰다. 1300조 원에 육박하는 부채를 지고 있는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3.03%로 전달보다 0.08%포인트 상승했다. 3월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던 대출 금리가 6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80%로 8월보다 0.10%포인트 오르며 두 달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집단대출 금리는 2.90%로 0.11%포인트 뛰며 3개월 만에 반등했다. 이 밖에 신용대출, 예·적금 담보대출, 소액대출 등 다른 대출 금리도 일제히 올랐다. 이는 금융당국이 ‘8·25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은행권을 대상으로 우회적인 부채 총량 관리에 들어간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이 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 조이기를 본격화한 것이다. 반면 지난달 저축은행(15.19%)과 상호금융회사(3.70%)의 가계대출 금리는 일제히 하락했다.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고객 대상의 대출이 늘면서 이들 기관의 대출 금리가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은행권 대출 규제 강화로 제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넘어가는 ‘풍선효과’가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한화생명이 최근 치과 치료는 물론이고 안과, 이비인후과 질환의 수술비 등을 보장하는 ‘스마일 얼굴보장보험’을 내놨다. 그동안 치아보험 같은 얼굴보장보험은 보험료가 비교적 저렴해 중소형 보험사가 주로 판매해 왔으며 대형 생명보험사가 선보인 것은 한화생명이 처음이다. 한화생명의 스마일 얼굴보장보험은 만기 환급금이 없는 ‘순수형’과 만기 생존 시에 이미 납입한 보험료의 50%를 환급받는 ‘환급형’ 등 2종류로 나왔다. 가입 10년 후에 보험료가 갱신되며 5년 단위로 2회까지 갱신할 수 있다. 주 계약은 보존치료, 보철치료, 신경치료, 영구치 발치 등 치아치료를 보장한다. 보존치료는 연간 3개 한도로 보험금이 지급된다. 가입금액 5000만 원을 기준으로 할 때 치아 전체를 씌우는 크라운치료는 개당 최대 20만 원, 골드인레이·온레이충전치료는 10만 원, 레진충전치료는 5만 원, 아말감충전치료는 1만 원이 보장된다. 치료비가 비싼 보철치료와 관련해서는 틀니치료가 연간 1회 50만 원, 임플란트가 연간 3개 한도로 개당 50만 원이 지급된다. 치아와 치아를 연결하는 브리지치료는 20만 원씩 연간 3개까지 보장된다. 이 상품은 ‘안면특정수술 보장특약’을 통해 안과, 이비인후과 질환과 안면부 상해수술을 보장하는 게 특징이다. 안면특정수술 보장특약 가입금액 1000만 원을 기준으로 할 때 각막이식 수술은 최초 1회 1000만 원이 보장된다. 녹내장, 황반변성, 당뇨망막 등 3대 수술은 회당 70만 원, 백내장 등 일반질환 수술은 회당 20만 원이 보장된다. 고액의 치료비가 필요한 틀니, 임플란트 등의 치료는 ‘치아보철치료 보장특약’에 가입하면 주 계약에서 보장하는 금액의 2배를 받을 수 있다. 최저 가입 보험료는 월 1만 원이며 20∼60세가 가입할 수 있다. 40세 남성 기준으로 10년 만기에 주 계약 5000만 원 보장과 ‘안면특정수술 보장특약’ 및 ‘치아보철치료 보장특약’ 1000만 원을 더해 가입하면 보험료는 순수형 2만7730원, 환급형 4만7230원이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KB국민은행이 연금 수령부터 건강관리, 질병 대비, 자산 이전까지 은퇴자의 노후 생활을 한꺼번에 지원하는 금융 서비스 패키지를 선보여 시니어 고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금융권 최초로 내놓은 ‘KB골든라이프 노후대비 패키지’다. 연금 수령과 관련해서는 각종 금융 혜택을 주는 ‘KB골든라이프 연금우대통장 연금우대 예·적금’ 등이 있다. 연금우대통장은 연금 건수에 따라 금리 및 환율 혜택을 제공하고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KB골든라이프 연금우대예금은 목돈 예치 후 최장 10년까지 매달 원금을 연금처럼 분할해서 받을 수 있다. ‘KB골든라이프 행복건강 서비스’는 전문 의료진의 건강상담, 병원 예약 대행, 심리 상담, 건강정보 제공, 건강검진 우대 예약, 상조·요양 서비스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선보인 서비스인데 혜택이 많다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가입 고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KB골든라이프 성년후견제도 지원신탁’은 금융권 최초로 성년후견제도와 신탁을 결합한 것으로 치매와 노후를 함께 대비할 수 있는 상품이다. 이 상품은 고객이 치매 발병 등 후견이 필요할 경우를 대비해 은행과 신탁계약을 하고 금전을 맡기는 방식이다. 이후 치매가 발병하면 후견인이 치매 치료비와 생활자금을 은행에서 정기적으로 받아 고객을 위해 사용하게 된다. 치매가 발병했을 때 가족이 지게 될 부담을 사전에 대비하고 가족들이 본인을 방치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줄일 수 있는 상품이라고 은행 측은 설명했다. ‘KB골든라이프 치매안심 상담서비스’를 이용하면 은행 소속 변호사로부터 성년후견제도와 관련한 무료 법률 상담도 받을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전문적인 상담을 위해 국내 최초의 성년후견전문법인인 ‘성년후견지원본부’와 3월 업무 협약을 맺었다. ‘KB골든라이프 110LTC 건강보험’은 110세까지 노인 장기요양보험에서 지급하는 급여와 별개로 간병비를 보장해주는 상품이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