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김정은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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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정은 기자입니다.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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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8~202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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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들 잃은 어민 가정의 처절한 삶 덤덤히 그려

     극장 객석에 앉자마자 마주한 무대세트에 압도당한다. 단출한 초가집 한 채와 너른 마당, 집터와 골목길을 연결하는 돌계단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사람 냄새가 물씬 느껴진다. 마당 한편에 켜켜이 쌓인 조개더미는 실제 서해바다에서 구해온 조개들로 사실성을 더한다. 헌데, 그 공간을 지키고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는 배경과 달리 처절하고 애잔하다.  연극 ‘산허구리’는 월북 작가 함세덕의 초기작이다. 월북 작가란 한계 탓에 그동안 제대로 공연조차 되지 못한 그의 작품이 국립극단 무대에 올랐다. 연출을 맡은 고선웅은 원작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았지만, 극의 결말에 새로운 해석을 더해 반전미를 준다.  산허구리는 바다를 품에 끼고 살아가는 한 가난한 어민 가족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큰아들 복조가 바다에서 불의의 사고로 숨지면서 평화롭던 가정에 ‘불행’이 찾아온다. 주요 인물은 아들을 잃고 정신이 나간 상태로 지내는 어머니, 상어에게 물려 외다리가 된 것도 모자라 아들까지 바다에 빼앗긴 아버지, 조개를 팔아 가난한 살림에 보태는 막내아들 석이와 딸 복실이 등이다.  극의 70∼80% 분량은 대부분 큰아들 복조를 잃은 이 가족의 평범하면서도 평범치 않은 일상을 덤덤하게 그린다. 아들이 배를 타러 나가던 날의 기억을 끊임없이 복기하는 어머니와 마당 한쪽에 앉아 숟가락으로 조개 입을 따는 복실이, 조개를 한껏 잡아와 다시 장으로 팔러 나가는 석이, 술에 취해 가족들에게 행패 부리는 아버지의 일상까지 대부분 ‘기승전결’에 의한 이야기 구조가 아닌 한 가정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그래서일까. 복조를 잃은 가족의 슬픔을 관객에게 강요하기보단 리트머스 종이가 물을 머금듯 서서히 가족 잃은 구성원들의 애잔한 감성을 느끼게 한다. 연출가 고선웅의 힘은 사실 마지막 장면에서 빛을 발한다. 러닝타임 가운데 마지막 5∼10분에 그의 역량이 집중된 모양새다. 어머니와 막내 석이에게만 보이는 죽은 복조가 짚으로 엮은 배 위에 올라 죽은 이들과 함께 ‘어기야디야’를 외치며 배를 모는 모습에서 슬픔과 한이 폭발하듯 터져 나온다.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특히 노어부의 처, 즉 복조 어머니 역할을 맡은 배우 김용선의 연기가 일품이다. 진이 다 빠진 듯 미친 사람 같다가도 아들에 대한 믿음을 분출하는 연기에선 강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31일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3만 원. 1644-2003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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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스타트업 기업의 3D 사이버 걸그룹, 차은택 석사 논문속 ‘나나걸스’와 흡사

     5일 서울 중구 청계천로 문화창조벤처단지 내 ‘셀 스테이지’에서는 3인조 3차원(3D) 캐릭터 힙합 걸그룹 ‘고고로켓씨스타’ 쇼케이스 행사가 열렸다. 1997년 사이버 가수 ‘아담’ 이후 오랜만에 등장한 사이버 걸그룹인 데다 외계에서 왔다는 독특한 콘셉트, 유명 힙합 뮤지션 ‘리쌍’의 길과 프라이머리가 프로듀싱을 맡았다는 점 등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 걸그룹은 8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2016 서울국제뮤직페어’의 폐막 공연에서 공식 데뷔도 했다. ‘고고로켓…’의 제작사는 광고영상 전문가였던 P 씨(48)가 지난해 8월 세운 푸른고래엔터테인먼트다. 이 회사는 최근 미르재단 관련 각종 의혹에 휩싸인 CF감독 차은택 씨(47)가 문화창조융합본부장으로 재임하던 올해 1월 문화창조벤처단지에 입주했다. 사무실 임차료가 무료인 데다 마케팅, 법률 지원 등 수억 원대의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업계에서는 벤처단지 입주만으로도 큰 혜택으로 여긴다. 당시 입주 경쟁률은 13 대 1이 넘었다.   그런데 ‘고고로켓…’의 원작자가 수상하다. 차 씨가 2013년 6월 홍익대 영상대학원에서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도교수로 제출한 석사학위 논문에 나온 3D 캐릭터와 판에 박은 듯 똑같기 때문이다. 동아일보가 단독 입수한 차 씨의 석사논문 ‘가상 캐릭터를 활용한 콘텐츠 융합에 관한 연구’에 나온 3D 캐릭터 ‘나나걸스’도 외계에서 온 3인조 캐릭터다. 멤버의 이름도 ‘제시카, 소이, 래요’(나나걸스)에서 ‘제시, 소이, 래요’(고고로켓…)로 한 글자만 고쳤을 뿐이다. 외모도 판박이다. 논문 속 ‘나나걸스’의 제시카는 비대칭 은발이 포인트인 섹시 캐릭터이고, 소이는 강렬한 붉은색 머리를 가진 작고 귀여운 모습, 래요는 짧은 머리에 털털하고 남자다운 성격이 돋보이는 캐릭터로 묘사된다.  캐릭터를 구축한 뒤 ‘원 소스 멀티 유스’로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같다. 차 씨가 논문에서 밝힌 계획대로 ‘고고로켓…’은 유명 아티스트인 길과 프라이머리의 명성에 힘입어 인지도를 높인 뒤 가수들이 서는 실제 무대에도 올랐다. ‘고고로켓…’을 만든 P 씨는 2004년 차 씨와 함께 애니콜 TV광고를 함께 작업했던 지인이다. 1996년 차 씨와 전시회 작업을 통해 처음 만난 20년 지기다. 차 씨가 자신이 논문에 쓴 3D 캐릭터 걸그룹을 지인의 회사에 맡겨 자신이 본부장으로 있던 문화창조벤처단지에 입주시켜 정부 예산을 ‘셀프 지원’받아 데뷔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P 씨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프로듀싱 작업은) 아는 음악감독이 소개해줬지만 누군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차 감독은 예전에 알던 사이였지만, 벤처단지 입주에 도움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그는 차 씨의 논문에 나온 ‘나나걸스’와 ‘고고로켓…’ 캐릭터가 유사한 이유에 대해 “차 감독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김배중 wanted@donga.com·이지훈·김정은 기자  }

    • 201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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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野 “문예위 미르 회의록 삭제… 은폐 의혹”

     1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국감에서는 미르재단과 관련한 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 회의록 공방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문예위가 국회에 제출한 회의록 삭제 의혹을 제기했다. 도 의원 측이 이날 문예위로부터 제출받은 지난해 11월 6일 제173차 회의록은 도 의원이 별도로 확보한 45쪽짜리 원본에서 14쪽이 누락돼 있었다. 삭제된 내용 중에는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미르재단 설립을 위한 모금 과정과 관련해 “전경련이 대기업 발목을 비틀어 450억∼460억 원을 내도록 하고 있다”는 부분도 들어 있다.  도 의원은 이를 근거로 “문예위원 중 포스코 사외이사를 겸임하는 분(박 회장)이 ‘포스코에서 미르재단에 30억 원을 낸다고 했는데 이사회에서 추인만 하는 것이라고 해 부결 못하고 왔다’는 등의 내용을 뺐다”며 은폐 가능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도 의원은 회의록 원문을 어떻게 입수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박명진 문예위원장은 “관례적으로 회의록은 속기 초벌본이 아니라 정리본으로 보존한다”며 “실무자들 얘기로는 여담이었고, 안건과 상관이 없어 삭제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CF 감독 출신인 차은택 씨가 본부장을 맡았던 문화창조융합센터를 집중 거론했다. 더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문화창조융합센터의 예산을 지원한 송성각 콘텐츠진흥원장에 대해 “원장 공모 당시 1차 평가에서 2등, 2차 평가에서 3등을 했는데도 원장으로 선정된 것부터 문체부의 특혜 의혹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유은혜 의원은 “차 씨가 2015년 밀라노 엑스포 한국관 전시총괄 감독을 맡은 후 전시대행사인 시공테크는 5억 원짜리 영상 제작 용역 중 하나를 머큐리포스트에 맡겼다”며 “머큐리포스트는 송 원장이 대표로 있었던 업체”라고 했다. 송 원장은 “차 씨와 한때 아주 친했다”면서도 콘텐츠진흥원장 취임 후 유착 의혹은 부인했다. 한편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장은 차 씨 후임으로 문화창조융합본부장으로 임명된 뒤 한 달 만에 사퇴한 이유에 대해 “단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고, 결재권이 없는 구조적인 문제로 사임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정은 kimje@donga.com·이지훈·한상준 기자}

    • 201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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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배상판결 비난한 고영주

     10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 대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는 지난해 복사판을 보는 듯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공산주의자”라고 말했던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사진)을 향한 야권의 성토가 거셌다. 특히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법이 “문 전 대표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3000만 원 손해배상 판결을 내리자, 고 이사장이 6일 방문진 정기이사회에서 “판사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 더민주당이 판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반발한 게 도화선이 됐다.  박홍근 더민주당 의원 등은 “이런 황당한 발언이 건전한 상식 아래 나왔다고 보기 힘들다”며 “일국의 대통령 후보였던 문 전 대표를 여전히 공산주의자라 확신하는 고 이사장은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추구하고 보수의 가치가 발전하길 원하는 이들도 고 이사장의 수위 조절이 안 된 발언에 부담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고 이사장은 ‘문 전 대표를 지지한 국민은 공산주의자를 지지한 것이냐’는 질문에 “아마 국민들이 몰랐을 테지만 그런 사실을 알고도 지지했다면 문제가 있다”며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이번 판결에 대해서도 “사회가 주목하는 사건을 편향적으로 판결할 줄 몰랐다”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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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은택 “미르 이사 몇명 추천… 일이 커져”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는 차은택 씨(47·전 문화창조융합본부장)는 5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을 부인했다. 유명 CF·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인 그는 홍익대 대학원 시절 은사인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외삼촌인 김상률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 광고업계에서 인연을 맺은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 이른바 ‘차은택 사단’을 통해 문화 권력을 휘둘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차 씨가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불리는 최순실 씨와 가까운 사이라는 야당 의원들의 주장도 제기돼 왔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문화계에서 차은택에게 줄을 서야만 일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고 주장했다. 한 달 전부터 웹드라마를 제작하느라 중국에 머무르고 있는 차 씨는 최 씨와의 관계에 대해 “그분(최순실)에 대해선 저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차 씨는 또 “한 번도 박 대통령과 독대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에 대해서는 “제자인 제가 어찌 장관에 추천하느냐. 답답하다”며 “저를 아꼈던 스승이었는데 관련 의혹이 나오자 저를 멀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의혹이 집중되고 있는 미르재단과 관련해 “(연세대 박사 과정에서 알게 된) 스승 김형수 연세대 교수가 이사장이 돼 그분과 일할 수 있는 이사 몇 분을 추천드린 것일 뿐인데 일이 커진 것 같다”고 해명했다.  차 씨는 인터뷰 중 여러 차례 감정적인 표현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저라는 존재가 주변 분들에게 피해만 주고 있어 정말 괴롭다”며 “문화계에서 저같이 미약한 인간이 이런 큰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죽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김정은 kimje@donga.com·전승훈 기자}

    • 201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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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토록 참신한 부활이라니… ‘현대판 햄릿’ 탄생에 박수를

     “사느냐, 죽느냐. 그건 문제가 아니야. 살아있는가, 죽어있는가. 그것이 문제야.” 고전의 힘은 동시대성에 있는 걸까. 서울시극단의 신작 ‘함익’의 대사는 400여 년 전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의 명대사를 약간 비틀었는데도 2016년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함익’은 ‘햄릿’의 시대 상황과 등장인물을 새롭게 바꾼 작품이다.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아 올해 ‘햄릿’ 작품이 숱하게 공연됐는데 ‘함익’은 결을 달리한다. 참신하고 독창적인 재해석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아버지를 살해한 숙부, 그리고 숙부와 결혼한 모친 때문에 괴로워하는 덴마크 왕자 ‘햄릿’은 2016년 한국 기업 마하그룹 가문의 장녀 ‘함익’으로 그려진다. 아버지가 이사장으로 있는 대학에서 연극학과 교수를 맡은 함익의 가슴속엔 늘 새어머니에 대한 복수의 칼날이 숨겨져 있다. 어머니의 비서였던 새어머니가 아버지와 불륜을 저지르고, 이를 참지 못한 함익의 어머니는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햄릿의 연인 오필리어를 떠올리게 하는 인물은 함익의 제자인 연우다. 함익의 고독한 내면세계는 연우를 만나면서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기본적인 인물의 특징과 이야기 구성의 뼈대는 ‘햄릿’에서 따왔지만, 햄릿은 작품의 잔상 정도로만 남아있다. 하지만 극 후반부 함익이 연극학과 학생들의 ‘햄릿’ 공연에 아버지와 새어머니, 이복동생을 초대한 장면에선 원작 햄릿의 ‘극중극’이 떠오르며 대비된다. 원작 ‘햄릿’에선 숙부가 아버지를 죽였다고 의심한 햄릿이 아버지의 죽음을 비유한 연극을 숙부와 어머니에게 보여주며 숙부의 반응을 지켜본다. 함익 역시 어머니를 죽음에 이르게 한 장본인이 아버지와 새어머니임을 ‘햄릿’ 공연을 통해 증명하려 한다. 이 장면에서만큼은 원작 ‘햄릿’과 ‘함익’이 거울 앞에 마주선 듯하다. 극본을 쓴 김은성 작가와 김광보 연출의 합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다만 함익 역의 배우 최나라의 연기는 다소 아쉬웠다. 함익의 캐릭터가 고독하고 차가운 측면이 있는데 그의 연기는 다소 부자연스럽고 과한 힘이 실려 있었다. 최나라는 관객에게 ‘함익’이 아니라 ‘함익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는 배우’라는 느낌을 줬다. 10월 16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2만∼5만 원. 02-399-1111김정은기자 kimje@donga.com}

    • 201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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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대의 살인마 이야기… 옴니버스식으로 전개

     왜곡된 여성관을 지닌 남성 인물들의 거친 대사와 행동은 다소 폭력적이다. 배우들은 전형적인 연극적 연기를 펼치지만 희대의 살인마이자 주인공인 로베르토 쥬코를 둘러싼 이야기 소재들은 다분히 사실적이다. 기존 연극에서 자주 봐온 ‘기승전결’ 구성과는 거리가 먼 옴니버스식의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파편처럼 조각난 듯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중심엔 하나의 인물 로베르토 쥬코가 존재한다는 점에선 궤를 같이한다. 국립극단 신작 연극 ‘로베르토 쥬코’ 이야기다. 무대는 단출하지만 인상적이다. 7개의 문이 붙어 있는 반타원형 벽이 무대 위 유일한 구조물이다. 등장인물들은 7개의 문을 열고 닫으며 등장하고 퇴장한다. 문은 열릴 때는 문 그 자체의 기능을 하지만 닫히는 순간 꽉 막힌 하나의 벽의 일부가 된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모습은 등장인물들의 관계 단절, 소통 부재 등의 행태를 상징한다. 극은 로베르토 쥬코가 뚜렷한 이유 없이 부모님을 죽이고 공원에서 만난 10대 소년과 소년의 어머니, 우연히 길에서 만난 형사 등을 죽이는 일련의 ‘묻지 마 살인’, 수배 과정에서 사랑을 나눈 한 소녀와의 일화 등이 에피소드별로 나열된다. 15개의 장을 연결하는 중요한 장치는 ‘암전’이다. 한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칠흑 같은 ‘암전’은 객석과 무대의 모든 공간에 잠깐의 휴지기를 주면서 다음 에피소드를 새롭게 맞이하게끔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주인공 로베르토 쥬코 역을 맡은 배우 백성광을 비롯한 모든 배역의 배우들이 적절한 비중으로 등장한다. 10월 16일까지 명동예술극장. 2만∼5만 원. 1644-2003 ★★★(★ 5개 만점)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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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野 “안종범이 기업에 미르 모금 할당” 안종범 “대기업 관계자와 통화한적 없어”

     여야의 정면 대치 속에 국정감사 이틀째인 27일도 곳곳이 파행으로 얼룩졌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불참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등 6개 상임위에선 야당 의원들이 여당 의원을 기다리다 발걸음을 돌렸다. 위원장이 야당 소속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 7개 상임위만 ‘반쪽’ 국감으로 열렸지만 전반적으로 맥 빠진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날 교문위의 문화체육관광부 국감에선 야당 의원들이 조윤선 장관을 상대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의혹을 추궁했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두 재단에 출연한 기업의 고위 관계자가 “안종범 (대통령정책조정)수석이 전경련에 얘기해 일괄적으로 기업들에 할당해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는 녹취록을 공개했다. 국민의당 이동섭 의원은 “제가 법인 허가를 낼 때는 한 달이 걸렸는데 두 재단은 어떻게 하루 만에 되느냐”고 따졌다.  조 장관은 “두 재단이 미리 문체부 직원과 사전에 상의해 자료를 완비해 제출했고 서류상 하자가 있는지 살펴보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대통령이 과연 퇴임 후 이런 사업에 관여할 일이 있을까 하는 게 제 개인적 생각”이라고 답변했다. 안 수석도 언론 통화에서 “노 의원 비서관이 대기업 관계자를 만나 몰래 녹취한 거라는데…. 모금을 부탁한 사실도 없거니와 대기업 관계자라는 사람들과 통화를 한 적이 없다. 뭐가 사실이라는 거냐”고 반박했다. 통일부 국감에서 더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2009년 이후 북핵 관련 대화가 중단된 뒤 북한 도발이 잇따랐다고 주장했다. 이에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단순히 대화 여부만 갖고 북한의 핵 문제를 평가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핵 개발의 원인은 북한이며 김정일 집권 시기의 북한과 김정은 집권 시기의 북한은 차이점을 볼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해양수산부 국감은 한진해운 사태와 관련해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유수홀딩스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더민주당 박완주 의원이 “최 회장 일가의 재산이 1800억 원가량으로 추정되는데 맞느냐”고 묻자 최 전 회장은 “1000억 원 정도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박 의원이 “재산 1000억 원 중 10%를 한진해운 사태 해결을 위해 출연한 것이냐”고 따져 묻자 최 전 회장은 “개인 재산의 3분의 1을 출연한 것”이라며 추가 출연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최 전 회장은 부실 경영 책임을 계속 추궁당하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무릎을 꿇고 흐느끼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선 여야 의원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김상훈 의원이 자리를 지킨 가운데 더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국감 거부는 의회 민주주의에 반하는 처사’라는 새누리당 소속 김영우 국방위원장의 문자메시지를 언급하며 여당의 국감 불참을 비판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동료 의원의 불참 소회까지 낭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감 불참 이슈를 제기하는 것은 국감 진행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맞섰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최혜령·김정은 기자}

    • 201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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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년 나이차 뛰어넘은 두 배우의 ‘케미’

     “드라마에선 네 상대역이 박보검이었는데…. 미안하다 수빈아. 하하.”(조재현) “조재현 선배님의 상대 배역이란 말에 노 개런티로 출연하고 싶다고 했어요.”(채수빈) 배우뿐 아니라 연극 제작자로도 활약 중인 조재현(51)과 KBS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당찬 세자빈으로 출연하는 채수빈(22)이 연극 무대에서 호흡을 맞춘다. 2005년 영국 에든버러 국제페스티벌 공식개막작으로 초연된 뒤 영국 웨스트엔드, 미국 브로드웨이 등에서 수차례 공연된 연극 ‘블랙버드’를 통해서다.  이 작품은 2인극으로 여주인공 우나가 열두살 때 이웃집에 사는 50대 남자 레이에게 성폭행당한 뒤 15년 만에 그를 찾아간 하루를 그렸다. 배우 추상미 등이 출연했던 2008년 초연 이후 국내에선 8년 만에 관객과 만난다.  최근 대학로에서 만난 두 배우는 30년에 가까운 나이 차를 뛰어넘는 끈끈한 인연으로 묶여 있다. 조재현은 채수빈에게 선배 그 이상의 특별한 존재다. 채수빈은 “조재현 선배님 덕분에 배우로 데뷔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후배에 대한 조재현의 믿음도 만만치 않았다. “젊은 여배우들이 우나 역을 조심스러워하는데 수빈이는 단박에 출연하겠다고 했어요. 노 개런티 제안은 고맙지만 배우에게 당연히 출연료는 지급해야죠.” 이들의 인연은 2014년 수현재씨어터에서 제작한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에서 맺어졌다. 조재현이 배우 배종옥의 추천으로 채수빈을 이경 역에 캐스팅한 것. 채수빈은 “정말 좋은 작품으로 데뷔할 수 있었고, 무대에 서지 않는 날엔 음향 스태프로 참여하며 무대 안팎을 두루 배웠다”고 했다. 이후 채수빈은 2년 만에 영화 ‘로봇, 소리’ ‘밤과 함께’, KBS 드라마 ‘파랑새의 집’ ‘발칙하게 고고’ 등에서 주연으로 활약했다. “아무 경험이 없던 저의 가능성을 보고 믿어주신 분이 조재현 선배님이세요. 앞으로도 선배님께서 연극을 하자고 하시면, 언제든 저는 무대에 오를 거예요.”(채수빈) 2008년 블랙버드 국내 초연 당시 조재현은 제작사 연극열전의 프로그래머였다. 그리고 8년 만에 본인이 직접 제작하며 주인공으로 나섰다.  조재현은 “초연 때는 작품에서 뭔가 비어 있는 듯한 느낌이 컸다”며 “늘 내게 해결해야 할 숙제 같은 작품이었다. 이번에 그 답을 찾았다”고 말했다. 8년 전과 달라진 건 뭘까. ‘리얼함’을 꼽았다. “8년 전엔 좋은 연극을 한 편 본 느낌이었어요. ‘날것’의 느낌이 없었죠. 이번 작품에선 연극이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본 듯한 인상이 강하게 남을 겁니다. 날것의 동물적인 느낌이 강해요.” 블랙버드의 해외 공연과 국내 공연의 가장 큰 차이점은 커튼콜의 유무다. 조재현은 “에든버러 공연에선 커튼콜이 없는 대신 배우들이 극장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후 주차장에서 싸우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영상으로 나왔다”며 “한국 공연에선 커튼콜을 넣을 생각이다.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은 예측하지 못한 반전에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은 10월 15일∼11월 13일 서울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 3만∼6만 원. 1544-1555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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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 윤석화 교통사고…연극 ‘마스터클래스’ 공연 일부 취소

    배우 윤석화(60)가 교통사고로 전치 6주의 중상을 입어 27일 개막 예정이던 연극 '마스터클래스' 공연 일부를 취소하기로 했다. 공연제작사 샘컴퍼니에 따르면 윤석화는 20일 오후 10시 SBS 나이트라인 뉴스 방송 녹화를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날 사고로 윤석화는 갈비뼈 6대가 부러지는 중상을 당해 서울 순천향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27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개막 예정이던 '마스터클래스' 공연 개막은 2주 뒤인 10월 7일로 연기됐다. 샘컴퍼니 측은 애초에 예정됐던 총 17회 공연 중 8회분(27일~10월 6일)의 공연을 취소하고, 9회분(10월 7일~16일)만 진행한다고 밝혔다.김정은기자 kimje@donga.com}

    • 201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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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속성장기업 한세예스24홀딩스]가성비-디자인-기능성 다 갖춘 ‘진’

    2000년대 초중반 섹시 스타 이효리를 메인 모델로 내세워 ‘이효리 청바지’ 열풍을 이끌었던 데님 브랜드 에프알제이진(FRJ Jeans)이 제2의 비상을 꿈꾼다. FRJ진은 올 가을·겨울 시즌부터 메인 콘셉트를 ‘글로벌 노마드’로 잡고 새로운 라인 ‘시티 트래블러(CITY TRAVELER)’와 ‘어드벤처러(ADVENTURER)’를 선보인다. FRJ진 측은 “1인 프리랜서나 공유 오피스, 자유 출근제의 확대 추세 및 실용적인 소비와 경험 지향적인 소비 행태가 확대함에 따라 이에 걸맞은 제품을 선보이고자 리뉴얼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시티 트래블러 라인은 캐주얼과 비즈니스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모던 스트리트룩이다. 블랙과 그레이, 화이트 등 차분하고 단순한 색상을 주로 사용했다. 그 대신 패턴 등에 캐주얼 포인트를 줘 젊은 느낌을 살린다. 소재는 편안한 느낌의 부클이나 질감이 살아있는 네오프랜 등을 활용했다. 오버사이즈 코트나 스웨트 셔츠, 슬랙스 등 유행보다는 실용성이 강한 아이템 위주다. FRJ진 측은 “트래블러 라인은 주로 도시에서 일하거나 여가를 즐기며 자기만의 가치와 스타일을 중요시하는 2030세대를 타깃으로 했다”고 말했다. 어드벤처러 라인은 말 그대로 모험정신이 강한 젊은 세대를 위한 옷이다. 편안하면서도 내구성이 강하게 만들었다. 카키나 브라운, 샌드 베이지 등 톤 다운된 색감에 차갑고 두꺼운 소재나 거친 느낌의 소재를 사용했다. 스카잔 점퍼, 프린트 후드, 자수 또는 패치 스웨트 셔츠, 디스트로이드 페인팅 패치 데님 등이 대표적이다. 신규라인 외에도 FRJ진이 ‘글로벌 노마드’를 브랜드 콘셉트로 내세운 뒤 가장 먼저 출시한 360°진(360° Jeans) 라인도 인기다. 롱보드, 프리러닝 등의 스트리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한 제품들로 뛰어난 신축성과 핏 감이 호평을 받고 있다. 남성용 블랙 스키니 진, 구제 워싱 테이퍼드 진, 프리미엄 워싱 스키니 진, 여성용 구제 앵클 스키니 진, 제깅스 진 등 총 5종이 출시됐다. 특히 블랙 구제 앵클 스키니(FF63F-DP381) 제품의 경우 출시 한 달 만에 판매율 42%를 달성했다. 가격대는 6만∼8만 원대이다. FRJ진 은수빈 홍보 팀장은 “상반기에는 아이스카페 데님, 터키 데님 등의 새로운 시도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매출도 전년 대비 13% 이상 성장했다”며 “하반기에는 360°진을 비롯해 시티 트래블러 라인, 어드벤처러 라인 등 가성비와 디자인, 기능성까지 만족시키는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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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짝이는 눈화장… 15cm 킬 힐… 여배우보다 화려하게

    뮤지컬 작품 중 ‘헤드윅’과 함께 여장 남자 분장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작품이 있다. 드래그퀸(여장 남자)인 롤라와 엔젤 6명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킹키부츠’다. 킹키부츠의 분장은 여느 뮤지컬과 다르다. 여배우보단 남자 배우에게, 주연 배우보단 앙상블 엔젤 배우 6명에게 더 많은 공을 들인다. 엔젤 배우의 분장을 통해 여장 남자 분장의 화려하고 복잡한 과정을 들여다봤다. ○ 1단계 ‘킹키부츠 색깔 따라 메이크업 색상 정하기’ 이달 중순 저녁 공연을 4시간 앞두고 엔젤 역의 우지원(33)이 분장대에 앉았다. ‘레미제라블’ ‘맘마미아’ ‘마타하리’ 등 뮤지컬에서 분장을 담당한 20년 경력의 이모용 분장감독의 손이 바빠졌다. 이 감독은 “엔젤 배우들의 분장 순서는 크게 메이크업→의상→가슴 메이크업→가발 착용→킹키부츠 착용 순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주인공 롤라의 메이크업 색상은 빨강이다. 엔젤 배우 6명의 메이크업 색상은 1막 ‘섹스 이즈 인 더 힐’에서 신고 나오는 킹키부츠의 색깔(보라, 짙은 갈색, 청록, 파랑, 오렌지, 분홍)에 따른다. ○ 2단계 ‘화려한 메이크업’ 이 감독은 우지원의 눈썹에 제일 먼저 더마 왁스를 발랐다. 이 감독은 “더마 왁스를 통해 눈썹을 죽여 피부처럼 만든 뒤 그 위에 색조를 입힌다”고 설명했다. 이후 밝은 톤과 어두운 톤의 파운데이션을 섞어 얼굴 전체에 두껍게 발랐다. 킹키부츠 분장에는 총 43개 아이섀도가 사용되는데, 배우 한 명당 최대 4, 5가지 색상의 섀도를 쓴다. ‘보라’가 메인 컬러인 우지원의 경우 하늘색, 흰색 펄, 연보라, 짙은 보라 등 4개의 섀도와 글리터로 눈 주변을 화려하게 꾸민다. 드래그퀸 메이크업의 특징인 ‘과장’을 위해 눈썹은 기존 눈썹에서 1.5cm 떨어진 지점에 갈매기 날개 모양으로 그린다. 아이라인은 보통 2cm 두께로 두껍게 그리고, 속눈썹은 기본 2개씩 붙인다. 반면 여배우들은 속눈썹을 붙이지 않는다.○ 3단계 ‘가슴 메이크업’ 얼굴 못잖게 공들이는 것이 바로 ‘가슴 메이크업’이다. 어깨 라인이 드러나는 무대 의상을 입은 상태에서 브러시에 짙은 브라운 섀도를 묻혀 가슴 라인을 갈매기 모양으로 그려준다. 섀도 라인 바로 아래에는 흰색 펄을 발라 음영 효과를 극대화한다. 우지원은 “간단한 분장이지만 객석에서 보면 엔젤 배우들의 가슴이 C컵 이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4단계 ‘인모로 만든 가발 장착’ 킹키부츠에서 여장 남자 배우들이 쓰는 가발 수는 무려 82개다. 배우들의 머리 사이즈를 잰 뒤 머리 망에 인모(人毛)를 심어 만든다. 이 감독은 “인조 가발은 화학섬유라 드라이도 못하지만 인모 가발은 2일에 한 번 고데 작업을 통해 자연스러운 웨이브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인모 가발은 분장 스태프 4명이 사람 머리처럼 일주일에 한 번씩 샴푸 린스 등을 해준다. 또 매일 가발용 특수 빗을 이용해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도록 빗질을 한다. 가발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바버핀, 핀컬핀 등 수십 개의 핀으로 고정시킨다. 배우가 장착하는 마이크는 바로 가발 안에 숨겨져 있다. ○ 5단계 ‘킹키부츠 신기’ 분장의 완성은 80cm 길이의 킹키부츠를 신는 작업이다. 15cm 굽의 화려한 킹키부츠를 신으면 드래그퀸으로 180도 변신에 성공한다. 우지원은 “이 신발을 신는 순간 엔젤로서 자신감이 100% 완성된다”며 웃었다. 3시간 가까운 러닝타임 내내 높은 굽을 신고 춤을 추다 보니 공연이 끝나면 엔젤 배우들은 발에 꼭 얼음찜질을 한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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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화 “칼라스의 말처럼… 무대가 실망스러우면 박수 치지 마세요”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배우는 관객의 시간과 돈을 빼앗는 ‘도둑’과 다를 게 없어요.” 배우 윤석화(60)가 전설의 오페라 가수 마리아 칼라스(1923∼1977)의 은퇴 후 삶을 다룬 연극 ‘마스터 클래스’ 무대에 다시 오른다. 3월 LG아트센터에서 연기 인생 40주년을 기념해 이 작품을 올린 지 6개월 만이다. 당시 윤석화는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관객을 압도하며 호평을 받았다. 9일 서울 대학로 정미소 극장에서 만난 그는 “3월 공연 당시 막바지엔 연일 매진이 되면서 표를 구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관객이 많았다”며 “선배인 박정자 선생님과 팬들의 격려에 재공연을 하게 됐다. 내 인생에서 ‘마스터 클래스’ 공연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배우 윤석화에게 이 작품은 특별하다. 어려운 시기에 그를 일으켜준 작품이다. 뮤지컬 ‘명성황후’ 초연 배우였던 그는 1997년 뉴욕 공연 캐스팅에서 탈락해 슬럼프에 빠졌다. 같은 해 세계연극제 공식 초청작인 리어왕 연습 도중 홍콩으로 출국한 것이 문제가 돼 그는 연극계의 문제아로 낙인찍혔다. 이듬해 여인극장 강유정 대표가 이 작품으로 그에게 재기의 기회를 줬고, 그는 노 개런티 출연과 열연으로 화답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이 작품은 그에게 이해랑연극상 최연소 수상자란 영광을 안겨주기도 했다. “마리아 칼라스의 첫 대사는 관객을 향해 ‘박수는 치지 마세요. 안치셔도 됩니다’예요. 굉장히 아픈 말이죠. 박수를 받지 못할까봐 먼저 선수를 치는, 강한 자존심을 지닌 여자예요. 묘하게 끌리는 여자죠.” 이번 공연 역시 3월 공연과 마찬가지로 화려한 진용을 자랑한다. 연극계의 대부로 불리는 임영웅 산울림극장 대표가 예술감독을, 구자범 전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가 음악감독을 맡았다. 러시아 피아니스트인 안드레이 비니첸코가 반주자로 나오고, 뮤지컬 ‘스위니 토드’ ‘레미제라블’ 등에서 주역으로 활약한 뮤지컬 배우 양준모가 테너 역으로 새롭게 합류했다. 화려한 캐스팅의 비결이 뭘까. 윤석화는 “나이를 떠나 좋은 사람이라면 나는 어느 누구와도 친구 관계를 맺는다”며 “함께 출연을 결심해준 친구들의 그릇이 큰 덕분”이라고 했다. 배우 윤석화를 선배 이상으로 따르는 후배도 적지 않다. 연극 ‘나는 너다’에서 연출과 주연 배우로 인연을 맺은 삼둥이 아빠 송일국이 대표적이다. 윤석화의 말이다. “일국이가 3월 공연을 보고 어찌나 울었는지 몰라요. 마리아 칼라스를 연기하는 모습에서 제 인생이 엿보여 감정을 누를 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윤석화는 2004년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 연출 당시 무명이었던 배우 박건형을 토니 역으로 발탁하기도 했다. “같이 작업하는 후배들에겐 연기적으론 누구보다 엄한 선배지만 인간적으론 엄마 같은 선배가 되려고 노력해요. 진심을 다해서요.” 27일부터 10월 16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5만∼7만 원. 02-3672-3001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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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즐거운추석]‘통 큰 할인’으로 보는 명품 공연… 눈과 귀가 황홀해져요

    기울었던 달이 가득 차 오르는 추석, 명절 나들이를 공연으로 즐겨 보자. 긴 연휴 동안 온 가족이 함께 볼 수작이 적지 않다. 게다가 할인해 주는 공연도 많아 가격 부담도 평소보다 덜하다.대형 뮤지컬의 통 큰 할인 눈과 귀가 즐거운 신나는 쇼 뮤지컬을 경험하고 싶다면 뮤지컬 ‘킹키부츠’가 제격이다. 2013년 토니상 6개 부문 수상작. 15cm 굽에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킹키부츠를 신은 드랙퀸(여장 남자) 롤라와 6명의 ‘에인절’이 선보이는 화려한 의상은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왕년의 팝스타 신디 로퍼가 만든 음악은 귀에 꽂힌다. 뮤지컬은 파산 위기의 신발 공장을 물려받은 찰리가 여장 남자 롤라를 만난 뒤 킹키부츠를 만들어 성공한 스토리를 그린다. 롤라 역에는 배우 정성화와 강홍석이 나란히 캐스팅됐다. 추석 연휴를 맞아 13∼18일 공연에 한해 기존 6만∼14만 원짜리 티켓을 최고 5만 원까지 할인해 3만(A석)∼9만 원(VIP석)에 판매한다.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1544-1555 조승우 옥주현 전미도 양준모 등 화려한 배우 라인업을 자랑하는 뮤지컬 ‘스위니 토드’도 추석 명절을 맞아 통 큰 할인에 나선다. 추석 연휴(13∼18일) 다섯 번 공연의 경우 2장 단위로 티켓을 구매하면 원래 가격인 6만∼14만 원 선에서 40% 할인된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다. 9년 만에 재공연된 스위니 토드는 배우들의 힘이 큰 작품이다. 특히 조승우는 복수심에 불타 잔혹한 살인을 일삼는 이발사 스위니 토드 캐릭터를 날카롭게 해석했고, 매혹적인 광기를 뽐낸다. 기괴하면서도 웅장한 느낌의 뮤지컬 넘버 역시 여느 뮤지컬과 차별화됐다. 10월 3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 1588-5212 고 김광석의 음악을 엮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그날들’은 청와대 경호원실을 배경으로 20년 전 사라진 ‘그날’의 미스터리 사건을 좇는 현재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김광석의 ‘변해가네’ ‘나무’ ‘이등병의 편지’ ‘나의 노래’ ‘내 사람이여’ ‘사랑했지만’ 등이 뮤지컬 넘버로 사용된다. 유준상 오만석 이건명 민영기 오종혁 지창욱 이홍기 등이 출연한다. 13일부터 18일까지 40% 할인 행사를 벌인다.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1544-1555 유명 연출가들의 연극 작품 볼 거리 풍성 올해로 창단 30주년을 맞은 연희단거리패는 천재 화가 이중섭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이중섭의 인생과 예술세계를 그린 연극 ‘길 떠나는 가족’을 공연한다. 1991년 초연된 뒤 꾸준히 공연된 작품이다. 일제강점기, 6·25전쟁과 경제적 빈곤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치열한 예술혼으로 맞선 이중섭의 삶을 한 폭의 그림처럼 담아낸다. 연희단거리패의 대표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윤정섭이 이중섭을 연기하고, 김소희 오동식 등이 출연한다. 2만∼5만 원인 티켓을 50% 할인해 주는 추석맞이 가족 할인과 연인 할인 행사를 벌인다.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유명 연출가 김광보가 이끄는 서울시극단의 신작 ‘함익’도 12∼18일에만 전 좌석 30% 할인에 나선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작품의 모티브로 한 함익은 햄릿을 2016년 서울에서 사는 여성으로 그린다. 재벌 2세이자 대학교수로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지만 고독한 내면을 지닌 함익이 청년 연우를 만나 흔들리는 이야기로 바꿨다. 기본적 가족 구도와 인물 관계는 유지된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02-399-1794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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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극은 어떤 오페라보다 더 오페라적인 장르”

    국내 여성 오페라 연출가 1호 이소영 전 국립오페라단장(55)이 국립창극단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춘다. 국립극장 2016∼2017 레퍼토리 시즌 개막작 ‘오르페오전’을 통해서다. 지난해 같은 극단의 ‘적벽가’로 첫 창극 연출 도전에 나섰던 그는 화려하고 세련된 연출로 호평을 받았다. 창극 연출의 격을 높였다는 평이다. 가로 22.9m, 세로 10m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는 연출가들이 가장 꺼리는 무대로 꼽힌다. 이 무대는 1973년 가부키 전용극장인 일본 국립극장 대극장을 본떠 만들었다. 세로에 비해 가로 폭이 워낙 넓어 아무리 무대를 채워도 휑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소영 연출은 달랐다. 지난해 ‘적벽가’ 무대에선 오히려 부챗살 모양의 세트를 활용해 넓은 가로 무대를 가득 채웠다. ‘오르페오전’에서도 이소영 연출은 특유의 ‘공간 마술’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평소 공연에 활용되지 않았던 프로시니엄 무대 앞(OP석), 뒤편의 공간을 모두 터 무대 세로의 길이를 31m, 무려 세 배로 늘려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계를 한계로 보지 않고, 오히려 도전할 기회로 볼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어릴 때부터 성악가인 어머니(황영금 예술원 회원)의 영향으로 무대 뒤 숨은 공간들을 자주 접했거든요. 보이지 않는 공간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죠.” ‘오르페오전’에서 그가 선택한 무대는 ‘방패연’이다. 이 연출은 “방패연 가운데 뚫린 구멍을 회전 경사 무대로 최대 6m까지 들어올려 이승과 사후세계를 연결하는 문으로 활용한다”며 “무대 배경으로는 수묵 산수화 영상 등을 활용해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은 스케일을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출은 이번 공연을 ‘오페라 창극’이라 명명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랫동안 오페라를 만들어온 사람으로서 창극은 그 어떤 오페라보다 더 오페라적인 장르죠.” 소재의 선택도 자연스럽게 오페라에서 옮겨왔다. 오페라의 효시라 꼽히는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와 오페라 형식을 확립한 글루크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의 공통 소재가 된 그리스 신화의 오르페오를 창극 소재로 활용한 것.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이 연출의 각오가 단단하다. “창극은 동양의 오페라를 뛰어넘어 종합예술이 뭔지 알려주는 장르예요. ‘창극을 통해 오페라를 한번 안아주겠다’는 마음으로 이번 작품을 만들게 됐죠. 하하.” 23일부터 28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만∼7만 원. 02-2280-0114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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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연성 없는 전개… 천하의 김준수도 묻혀버려

    A급 배우, A급 제작진이 모여 만든 작품이지만, 결과물은 B급에 머물렀다. 창작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 이야기다. 도리안 그레이는 뮤지컬 흥행 보증수표인 김준수와 박은태가 출연한 데다 이지나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 등 실력파 제작진이 대거 참여해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도리안 그레이’는 실망스러웠다. 가장 큰 문제점은 개연성 없는 장면들이 러닝타임 내내 이어진다는 점이다. 도리안 그레이가 왜 아름다움에 집착하며 초상화와 영혼을 바꾸는지, 여배우 ‘시빌’과 사랑에 빠졌다가 왜 마음이 돌아섰는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연출의 실패다. 도리안 그레이는 ‘노트르담 드 파리’ 등 프랑스 뮤지컬처럼 주요 인물들의 감정을 앙상블의 안무로 표현하는 기법을 도입했다. 그런데 이 안무가 지나치게 남발돼 극의 흐름을 끊었다. 특히 극에 녹아들지 않는 안무가 지루하게 이어지면서 오히려 독이 됐다는 평이다. 1막 막바지에 김준수가 앙상블 배우들과 함께 등장하는 ‘어게인스트 네이처(Against nature)’ 넘버의 군무는 뮤지컬이 아닌 가수들의 음악방송을 보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뮤지컬 배우 ‘김준수’는 온데간데없고 아이돌 가수 시아준수처럼 보였다. 배우들의 연기는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헨리 워튼 역의 박은태는 극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했다. 음색도 이전 작품보다 더 풍성하고 깊어졌다. 도리안 그레이 역의 김준수는 1막보단 2막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잘 표현했다. 다만 일부 장면에서 전작 ‘드라큘라’에서 보여준 대사 톤과 연기가 언뜻언뜻 스치며 기시감을 준 게 아쉬웠다. 10월 29일까지 성남아트센터, 5만∼14만 원, 1577-3363 ★★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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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 꾸미기, 혼자서도 거뜬해요”

    최근 1인 가구가 늘면서 자신만의 취향을 반영한 ‘셀프 인테리어’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인터넷, 블로그 등에선 전문가 못지않은 ‘셀프 인테리어’ 실력을 자랑하는 일반인, 이른바 ‘금손’이 적지 않다. 지난해 네이버 블로거 중 9만여 명의 이웃을 확보해 인기 블로그 1위를 기록한 셀프 인테리어계의 금손 제이쓴이 전하는 셀프 인테리어 팁을 정리했다.○ 1단계―콘셉트를 잡아라 구글에 ‘홈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검색하면 북유럽풍 미국풍 등 수많은 콘셉트의 인테리어 사진이 수천 장, 수만 장 쏟아진다. 이를 눈여겨보고 가장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이미지를 골라라. 또 스마트폰의 인테리어 애플리케이션이나 구글 스케치업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자신의 집 도면 사이즈를 입력하면 가상 인테리어 작업을 할 수 있다. ○ 2단계―천장→벽→바닥 순서로 작업하라 셀프 인테리어 작업의 순서는 천장, 벽, 바닥 순이다. 천장과 벽은 페인트칠 혹은 벽지로 도배 작업을 할 수도 있다.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의 1인가구를 꾸밀 땐 화이트나 그레이 톤의 낮은 채도의 색깔을 고르는 것이 좋다. 어두운 톤은 공간을 좁아 보이게 한다. 도배지가 얼마나 들어갈지 고민된다면, 도배지 판매 사이트를 적극 활용하라.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도배할 벽의 가로 세로 등의 수치만 입력하면 필요한 도배지의 롤 수를 계산해 알려준다. 좀 더 간편하게 도배하려면 ‘풀 발린 도배지’를 선택하면 된다. 페인트칠의 경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벽지를 뜯고 바르냐, 그냥 바르냐’이다. 정답은 ‘벽지 위에 바르세요’다. 인테리어 페인트는 시멘트에 바르는 것이 아니다.○ 3단계―조명은 레일등이 가성비 갑 작은 공간일수록 간접조명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180도 달라진다. ‘레일등’(천장에 레일처럼 선을 깔고 등 여러 개를 매다는 것)은 조명계의 가성비 갑 아이템이다. 전구를 발광다이오드(LED)로 바꾸면 전기 소모량도 3분의 1로 준다. 설치가 간단한 데다 공간에 따라 모양을 다양하게 변형시킬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 4단계―가구는 두 가지 이상 기능 있는 걸로 33m² 이하 좁은 공간에 소파, 가구, 서랍, 식탁 등 모든 가구를 따로 넣을 수는 없는 법. 수납 기능을 갖춘 침대처럼 두 가지 이상의 기능을 가진 가구를 골라라. 작은 공간에서 누릴 수 있는 건 누리되 좀 더 넓게 생활할 수 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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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드커터·파우스트… 세계의 핫한 공연 서울에서 만난다

    연극과 무용을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매년 가을마다 손꼽아 기다리는 축제가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 공연 축제인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다. 올해로 16회를 맞은 SPAF는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3만∼7만 원대의 가격에 볼 수 있어 해마다 티켓 예매 전쟁이 벌어진다. 30일부터 한 달간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 예술극장 등에서 열리는 올해 행사에선 6개국 17개 단체가 참여한다. 올해도 신선한 발상과 세계 공연 흐름을 짚을 수 있는 작품이 많다. 올해 SPAF의 최대 관심작은 개막작 ‘우드커터’와 폐막작 ‘파우스트’. 폴란드 브로츠와프 폴스키 극장의 ‘우드커터’는 러닝타임만 무려 4시간 40분에 이르는 대작이다. 폴란드 연극계의 거장 크리스티안 루파(74)가 연출을 맡았다. 예술가들의 오래된 사교모임에서 한 인물이 죽게 되면서 일어난 일들을 그렸다. 살아남은 자들이 죽은 자를 애도하기보다는 오히려 무의식 속 공포와 원한, 피해 등을 이야기하며 극이 진행된다. 폐막작인 ‘파우스트’는 괴테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악마에게 자신의 영혼을 팔아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로, 원작과 달리 현대사회를 배경으로 소외된 현대인들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이번 내한공연은 올 4월 연출가인 토마스 판두르가 연습실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하기 일주일 전 선택한 마지막 해외 공연이란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벨기에 극단 포인트제로의 인형극 ‘복화술사의 학교’도 기대작이다. 출연 배우가 조종하는 실제 사람 크기의 인형 ‘셀레스테’가 이상한 복화술사의 학교에 갑자기 뚝 떨어지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그린다. 국내 초청작으로는 연극 5편, 무용 5편 등 총 10개 작품이 선정됐다. 이 가운데 총 4개 작품이 SPAF 무대를 통해 초연된다. 소리꾼 이자람이 김애란의 단편소설 ‘노트하지 않는 집’을 판소리 형식으로 담아낸 연극 ‘여보세요’와 파리오페라발레단 출신의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안무를 맡은 무용 ‘수치심에 대한 기억들’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홈페이지(www.koreapac.kr)와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예매 가능. 02-2098-2984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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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주 다이내믹 댄싱 카니발’ 6일 개막…8개국 민속춤 선보여

    세계 각국의 민속춤이 강원 원주시에서 선보인다. 6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 ‘2016 원주 다이내믹 댄싱 카니발’에선 러시아, 일본 등 해외 8개국 42개팀을 비롯해 국내외 1만 5000여 명이 나라별 민속춤을 선보일 예정이다. 개막식은 6일 오후 6시반 따뚜 공연장에서 원주시립교향악단과 원주시립합창단의 연주회로 시작된다. 이어 원주시민합창단, 1만 명의 플래시몹, 동해 난타의 초청공연 등이 진행된다. ‘길, 사람, 소통’을 주제로 열리는 축제 기간 동안 일산동 원일로와 따뚜 공연장 일대에서 군악의 날(8일), 클래식의 날(9일), 댄싱카니발의 날(10일) 등 특별한 테마 공연이 이어진다.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다채로운 것도 특징이다. 전국의 37개 퍼포먼스팀 뿐만 아니라 원주 내 문화예술체육단체 등 지역 52개 팀이 참가해 밸리댄스, 국학기공, 치어리딩 공연 등을 선보인다. 이재원 예술감독은 “지역 주민들이 공연 준비에 구슬땀을 흘렸고 역대 최대 규모의 해외 팀 참가로 빛나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02-6925-6366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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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이저 쏘는 듯… 두 배우 강렬한 에너지에 깜짝 놀라”

    팝스타 신디 로퍼가 작곡한 신나는 음악을 바탕으로 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킹키부츠’가 올가을 다시 돌아온다. ‘킹키부츠’는 여장 남자들이 즐겨 신는 허벅지까지 오는 긴 가죽부츠. 뮤지컬은 파산 위기의 신발 공장을 물려받은 찰리가 여장 남자 롤라를 만나 킹키부츠를 만들어 성공한 스토리를 그린다. 2013년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토니상 6개 부문을 휩쓸었던 ‘킹키부츠’는 이듬해 연말 국내에서 공연돼 10만 명의 관객을 모은 바 있다. 9월 2일 개막을 앞두고 킹키부츠의 오리지널 안무 및 연출가이자 미국 브로드웨이의 스타 제리 미첼(56)과 작품의 8할 이상을 쥐락펴락해야 하는 주인공 ‘롤라’ 역의 배우 정성화(41) 강홍석(30)을 함께 만났다. 롤라 역을 꿰찬 정성화와 강홍석을 본 순간 단박에 느껴졌다. 둘 다 엄청 날씬해졌다. 전작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으로 분하며 보여줬던 ‘어깨깡패’ 정성화의 모습은 없었다. 흡사 아이돌의 모습이랄까. 정성화는 “전직 복서이면서도 여장 남자인 롤라 역을 위해 8kg 정도 뺐다”며 수줍어했다. 이에 질세라 강홍석은 “전작 드라큘라 때보다 17kg을 감량했다”고 말했다. 작품을 위해 살인적인 다이어트에 성공한 두 배우를 보며 제리 미첼은 연신 “대단하다”며 감탄했다. 미첼은 뮤지컬 ‘라카지’ ‘헤어스프레이’ ‘록키호러쇼’의 안무를, ‘리걸리 블론드’ ‘캐치 미 이프 유 캔’ 등을 연출한 브로드웨이의 스타 연출가다. 게다가 킹키부츠 브로드웨이 공연의 롤라 역을 맡은 배우 빌리 포터 등을 발굴한 캐스팅의 귀재로 통한다. 미첼은 정성화와 강홍석의 오디션 영상을 보면서 소위 ‘레이저 커뮤니케이션’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숱한 배우들의 오디션 영상을 검토했어요. 그중 정성화와 강홍석의 캐릭터 연기와 눈빛은 관객에게 엄청난 집중력과 몰입을 이끌어냈죠. 마치 레이저를 쏘는 듯한 힘이 느껴졌지요.” 정성화와 강홍석은 15cm의 아찔한 힐을 신고 무대에 오른다. 정성화는 “15cm 힐은 신는 게 아니라 올라탄다고 표현해야 맞다”며 “마치 발레처럼 발끝으로 서 있어야 하기 때문에 운동할 때 주로 종아리 근육 운동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에 미첼은 “실제로 힐을 신은 상태에서 안무를 짰다”며 “15cm 힐을 신고 춤을 출 수 있는지 나조차도 의문이었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킹키부츠 초연 멤버인 강홍석은 “초연 당시 ‘섹스 이즈 인 더 힐’ 장면에 신는 부츠를 초연 공연 이틀 전에 처음 신었다”며 “첫 공연 날 실수를 하지 않았다는 기쁨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롤라 역에 나란히 캐스팅된 두 배우는 ‘경쟁자’라기보단 ‘돈독한 형제’ 같았다. 강홍석에게 ‘킹키부츠’는 신인 배우를 단박에 스타급으로 올려준 ‘인생작’이다. 그는 “돈으로 살 수만 있다면 성화 형의 연기 호흡을 사고 싶다”며 “제가 초연 때 놓쳤던 연기를 형을 보고 많이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에 새로 투입된 정성화 역시 “연습 첫날 홍석이가 롤라의 노래를 완벽하게 부르는 걸 보면서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며 “저는 노래보단 코미디와 감정 연기로 승부를 걸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정성화는 경험이 많은 배우로서 클래식한 느낌이 강하고, 강홍석은 현대적이면서도 새로운 느낌의 롤라를 만들어내요. 두 배우의 공통점은 롤라의 이야기를 기가 막히게 표현해 낸다는 거죠.”(미첼) 9월 2일∼11월 13일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6만∼14만 원. 1544-1555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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