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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제왕’으로 불리는 미국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92·사진)가 설립한 ‘열린사회재단’이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돕는 펀드를 출범시켜 총 1억 달러(약 1250억 원)를 모금하기로 했다고 AP통신 등이 2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난민 지원단체, 공중보건 전문가, 우크라이나 언론과 시민단체 등을 지원하는 데 쓰겠다고 밝혔다. 마크 브라운 열린사회재단 의장은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을 지금 당장 충분히 돕지 못하면 그 결과 발생하는 장기적 문제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자유 및 독립을 수호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을 진전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말 두려워하는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핵무기도 아닌 자유 민주주의라며 우크라이나와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대계 헝가리 출신 이민자인 소로스는 동구권의 민주화를 지원하기 위해 1979년 이 재단을 설립했다. 1991년 우크라이나가 옛 소련에서 독립한 후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에 2억3000만 달러를 이미 지원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헤지펀드 제왕’으로 불리는 미국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92)가 설립한 ‘열린사회재단’이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돕는 펀드를 출범시켜 총 1억 달러(약 1250억 원)를 모금하기로 했다고 AP통신 등이 2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난민 지원단체, 공중보건 전문가, 우크라이나 언론과 시민단체 등을 지원하는데 쓰겠다고 밝혔다. 마크 브라운 열린사회재단 의장은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을 지금 당장 충분히 돕지 못하면 그 결과 발생하는 장기적 문제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자유 및 독립을 수호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을 진전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말 두려워하는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NATO)도 핵무기도 아닌 자유 민주주의“라며 우크라이나와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대계 헝가리 출신 이민자인 소로스는 동구권의 민주화를 지원하기 위해 1979년 이 재단을 설립했다. 1991년 우크라이나가 옛 소련에서 독립한 후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에 2억3000만 달러를 이미 지원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러시아군의 포격이 언제 재개될지 몰라 통금령이 내려진 18일 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한 유대교 회당 앞.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흰색 승합차 10여 대가 회당 앞에 속속 멈춰 섰다. 차문이 열리자 아이들의 손을 잡은 사람들이 줄지어 내렸다. 러시아군에 포위된 북부 도시 체르니히우에 숨어 지내던 시민들이었다. 11세, 14세 두 딸과 함께 온 한 여성은 불 켜진 회당 안을 감격스러운 듯 바라봤다. “기적 같아요.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불빛을 보지 못했어요. 지하에 어른 148명과 아이 26명이 화장실 1개를 나눠 썼어요. 약도, 음식도, 전기도 없고요. 중세로 돌아간 듯했어요.” 휠체어에 탄 노모를 모시고 온 40대 남성은 “포격이 시작되면 바닥에 엎드려 ‘우리 집만은 피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고 했다. 키이우에서 두 번째로 큰 유대교 회당인 브로즈키 회당(사진)은 마리우폴 등 러시아군에 포위되거나 초토화된 지역에 차량을 보내 시민들을 실어오는 아찔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시민들의 기부금이 차량과 운전기사를 구하는 데 쓰인다. 버스 한 대당 약 2만 달러(약 2400만 원)가 소요되는데 현재까지 약 200만 달러(약 24억 원)가 사용됐다. 1898년에 설립된 브로즈키 회당은 그동안 숱한 수모를 겪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키이우를 점령한 나치 독일은 이 건물을 무너뜨렸고, 1970년대 이후엔 소련의 인형극 극장으로 쓰였다. 2000년에야 재건된 이 회당은 이번 전쟁에서 종교를 초월해 러시아군에 포위된 시민들에게 ‘구출 버스’를 보내는 전초기지로 자리매김했다. 회당 최고 랍비인 모셰 아즈만 씨는 “내 눈으로 직접 보는 이 광경조차 믿을 수 없다. 악몽인가 싶어 꼬집어 봐야 할 정도”라고 워싱턴포스트(WP)에 전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러시아군의 포격이 언제 재개될지 몰라 통금령이 내려진 18일 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한 유대교 회당 앞.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흰색 승합차 10여 대가 회당 앞에 속속 멈춰 섰다. 차문이 열리자 아이들의 손을 잡은 사람들이 줄지어 내렸다. 러시아군에 포위된 북부 도시 체르니히우에 숨어 지내던 시민들이었다. 11세, 14세 두 딸과 함께 온 한 여성은 불 켜진 회당 안을 감격스러운 듯 바라봤다. “마치 기적 같아요.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불빛을 보지 못했어요. 지하에 어른 148명과 아이 26명이 화장실 1개를 나눠 썼어요. 약도, 음식도, 전기도 없고요. 중세로 돌아간 듯했어요.” 휠체어에 탄 노모를 모시고 온 40대 남성은 “8일간 전력도, 히터도, 통화도 되지 않았다. 포격이 시작되면 바닥에 엎드려 ‘우리 집만은 피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고 했다. 키이우에서 두 번째로 큰 유대교 회당인 브로즈키 회당은 마리우폴 등 러시아군에 포위되거나 초토화된 지역에 차량을 보내 시민들을 실어오는 아찔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시민들의 기부금이 차량과 운전기사를 구하는 데 쓰인다. 운전기사에 자원한 한 남성은 “(침공) 일주일도 되지 않은 날 나는 운전기사로 옷을 갈아입었다. 우리는 모두 전쟁에 적응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버스 한 대당 약 2만 달러(약 2400만 원)가 소요되는데 현재까지 약 200만 달러(약 24억 원)가 사용됐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의 유대교 회당은 세계 곳곳의 유대인들이 보내오는 경제적 지원을 기반으로 시민 대피소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의 한 유대인 단체는 200만 달러의 성금을 모아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곳 역시 언제든 러시아군의 포격에 노출될 수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탈나치화’를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나치의 최대 피해자인 유대인들의 종교 시설(회당)도 여러 곳 공격을 당했다. 1898년에 설립된 브로즈키 회당은 그동안 숱한 수모를 겪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키이우를 점령한 나치 독일은 이 건물을 무너뜨렸고, 1970년대 이후엔 소련의 인형극 극장으로 쓰였다. 2000년에야 재건된 이 회당은 이번 전쟁에서 종교를 초월해 러시아군에 포위된 시민들에게 ‘구출 버스’를 보내는 전초기지로 자리매김했다. 회당 최고 랍비인 모셰 아즈만 씨는 “내 눈으로 직접 보는 이 광경조차 믿을 수 없다. 악몽인가 싶어 꼬집어 봐야 할 정도”라고 워싱턴포스트(WP)에 전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제2차 세계대전 당시 4곳의 유대인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우크라이나의 96세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생존자가 러시아의 공습으로 숨졌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유를 ‘탈나치화’라고 주장한 러시아에 의해 나치 독일 치하에서도 살아남았던 사람이 사망하면서 러시아가 내세우는 전쟁 명분이 갈수록 설득력을 잃고 있다. 21일(현지 시간) CNN 등에 따르면 독일 부헨발트 강제수용소 기념관은 이곳의 생존자인 보리스 로만첸코 씨가 18일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 자택에서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로만첸코 씨는 1941년 나치가 소련 침공을 목적으로 진행한 ‘바르바로사 작전’에서 전쟁 포로로 잡혔다. 이후 부헨발트 등 4곳의 수용소를 전전했다. 그는 1945년 4월 베르겐벨젠 수용소에서 연합군에 의해 구출됐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나치 독일 지도자인 히틀러 치하에서도 생존한 그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의해 살해됐다며 “말할 수 없을 정도의 범죄”라고 분노했다.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실장은 “이것이 당신들이 주장하는 ‘탈나치화’ 작전이냐”며 민간인을 살상하는 러시아를 규탄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당신이 잠든 사이, 오늘 밤에도 세상은 빙글빙글 돌아가는 중입니다. 지난 밤 당신이 놓쳤을 수도 있는 세계 각국의 소식들, ‘세계 한 조각’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고 합니다. 순식간에 바뀌는 세상만사, “잠깐! 왜 이러는 거지?”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뉴(New) 슈가 러시‘슈가 러시(sugar rush)’, 서구권에서는 사탕처럼 단 음식을 먹고 극도의 행복감을 느낄 때 흔히 슈가 러시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최근 러시아에서는 다른 의미의 ‘슈가 러시’가 등장했습니다. 계속되는 서방 세계의 제재에 불안감을 느낀 러시아 시민들이 설탕을 구하기 위해 마트로 달려가는, 그야말로 설탕을 향한 ‘질주’가 시작된 것입니다. 냉전을 겪어본 구(舊)소련 현(現) 러시아의 중장년층들에게 식품의 보존 기간을 늘려주는 설탕은 비상 시 꼭 비축해야 할 필수품입니다. 설탕 품귀 현상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이미 텅 빈 마트 매대를 보여주는 사진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러시아 전역에서 올라오고 있습니다. 16일 러시아의 설탕 가격은 전주 대비 12.8%로 상승했으며 러시아는 8월 31일까지 대부분의 설탕 수출을 금지했습니다. 그런데, 설탕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11일 러시아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2015년 이후 최고 수준인 12.54%를 기록했습니다. 지난달 러시아 내 식품 가격도 11.46% 상승했습니다. 서방의 전례 없는 제재에 루블은 폭락 중입니다. ◆1루블 < 1센트8일 미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를 발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제 루블은 미국의 1센트보다도 적은 가치”라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이었던 올해 초 달러/루블 환율은 1달러 당 약 75루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원유 제재’가 임박했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지자 7일 루블은 장중 1달러 당 158루블 수준으로 추락합니다. 추락하는 루블,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내 손에 루블이 없으면 됩니다. 이미 1998년 심각한 금융 위기를 겪은 러시아인들은 곧장 루블을 외화로 환전하기 위해 은행으로 달려갑니다. 그럼, 외화가 필요한 국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외화를 못 가져가게 막으면 됩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9월 9일까지 6개월 간 루블화 외화 환전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래 결심했어! 푸틴 대 $ “이 자산은 해방됐다(This property has been liberated)!” 14일 영국 런던의 한 대저택이 열 명 정도 되는 시민들에게 무단 점거됩니다. 그런데, 말리는 사람도, 심지어는 집주인도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무단 점거자들’ 뒤로 우크라이나 국기가 보입니다. 이 저택은 러시아의 ‘알루미늄 재벌’ 올렉 데리파스카 소유로 알려집니다. 그는 10일 영국 정부가 자산 동결 조처를 내린 7인의 러시아 부호 중 한 명입니다. ‘합법 점거’도 있습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서방 국가들의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 재벌) 제재가 본격화되자 유럽 전역에는 각국 정부의 올리가르히 자산 압류 조처로 ‘주인 잃은’ 초호화 요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푸틴 소유로 추정되는 7억 달러(약 8400억 원) 정도의 슈퍼요트 ‘셰에라자드 호’가 발견됐으나 압류되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이미 2014년 러시아의 크름 반도 강제 병합 이후부터 올리가르히에 대한 서방의 제재는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최고 수준의 회계사를 동원해 조세회피처에 유령회사를 세우고, 그 밑에 또 다른 유령회사를 둬 지배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며 이들은 요리조리 법망을 피해갔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가능하게 된 데는 서방 국가의 ‘미온적 대처’도 한몫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영국은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런던그라드(Londongrad·러시아 재벌들이 영국 런던을 통해 자산을 빼돌리는 것을 비꼬는 말)’ 시대의 종말을 선언했습니다. 2014년 당시 제재에 불참한 중립국 스위스마저도 5명의 올리가르히에 대한 입국을 금지했습니다. 현재까지 약 100조 원 가량의 러시아 올리가르히의 자산이 증발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푸틴 대 돈. 이제 푸틴의 ‘친구들’에게도 선택의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SWIFT 퇴출 통상적으로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송금을 하거나 또는 해외에서 결제를 할 경우, ‘돈’은 다수의 은행을 거쳐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각 기관에게 “이 거래는 진짜야! 숫자들도 다 정확해”라고 한 번에 말해주는 ‘메신저’가 있으면 거래는 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입니다. SWIFT는 1973년 15개국 239개 은행에서 ‘국경 간 결제’의 신속하고 안전한 처리를 목적으로 결성된 금융기관 간 일종의 보안메시지 시스템입니다. 현재는 200여 국가(이란·북한 제외)의 금융기관 1만1000곳 이상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사실 SWIFT가 직접 돈 거래를 처리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여기에서 퇴출되면 러시아는 무역, 외국인 투자, 해외 송금, 무엇보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경제 운용에 필요한 정보를 받을 수 없습니다. 사실상 국제 금융 거래나 해외 결제가 불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지난달 26일 러시아 주요 은행의 SWIFT 결제망 퇴출을 선언한데 이어 2일 EU는 국영은행인 VTB를 포함한 러시아 은행 7개이 포함된 공식 퇴출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해외 결제가 불안정해지자 금융결제 서비스인 애플·구글페이는 러시아 내에서 중단됩니다. 지하철 요금조차 카드 결제가 불가능해진 것입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자국 은행이 발행한 신용카드 사용은 문제 없다”라고 밝혔지만, 두려움에 빠진 시민들은 다시 한 번 은행으로 달려가야 했습니다. ◆‘국가 부도의 날’ 우려도 푸틴 대통령은 이번 제재에 대해 “새로운 현실을 마주한 러시아 경제는 깊은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며, 이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 경제가 타격을 입었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제재로 전체 러시아 GDP의 최대 7% 정도가 증발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16일, 러시아 ‘국가 부도의 날’이 도래했습니다. 러시아의 1억1700만 달러(약 1400억원) 규모의 국채 이자 상환 만기일이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이날 러시아는 이자를 지급했다고 주장했으나, 서방의 제재로 이자 지급 처리는 다음 날 오후에 겨우 확인됐습니다. 이자 상환 확인이 늦어지자 국제 신용평가사 S&P는 러시아의 국가 신용 등급을 CCC-에서 CC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습니다. 이는 최하 단계인 ‘D’보다 고작 두 계단 위 수준입니다. 러시아는 이번 연말까지 약 400억 달러(48조 원)를 상환해야 합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18일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착한 3명의 러시아 우주비행사들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연상시키는 ‘노란색’ 우주복을 입고 등장해 화제다. 이들이 조국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반대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지만 러시아 당국은 부인했다. 이날 러시아연방우주국(로스코스모스)이 공개한 ‘소유스 MS-21’의 ISS 도킹 영상에서는 우주정거장에 도착한 우주비행사 3명이 모두 노란색 바탕에 일부 파란색 줄무늬가 들어간 우주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노란색과 파란색은 우크라이나 국기의 상징색이다. 특히 도킹 준비 당시 우주비행사 중 한 명인 올레크 아르테미예프가 파란색 비행복을 입고 있는 장면도 발견됐다. 러시아 당국은 노란색이 우주비행사 3명의 모교인 모스크바 바우만공대를 상징한다며 우크라이나 지지설을 일축했다. 아르테미예프 역시 “노란색 우주복 재고가 많이 남아 이를 골랐다”며 우연이라고 해명했다. 19일 아동 인권단체 유니세프는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침공 후 150만 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인신매매와 착취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우려했다. 대규모 난민 이동으로 혼란스러운 국경 지대에서 어린이가 실종되는 사례 또한 속속 보고되고 있다. BBC에 따르면 미국 비영리단체 ‘에어리얼 리커버리’는 9일 기준 약 5000명의 우크라이나 어린이가 행방불명됐으며, 피란 중 사망했는지 납치됐는지조차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폴란드 인권단체 ‘호모 파베르’ 역시 홀로 국경까지 온 아이들이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사라지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18일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착한 3명의 러시아 우주비행사들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연상시키는 ‘노란색’ 우주복을 입고 등장해 화제다. 이들이 조국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반대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지만 러시아 당국은 부인했다. 이날 러시아 우주연방국(로스코스모스)이 공개한 ‘소유즈 MS-21’의 ISS 도킹 영상에서는 우주정거장에 도착한 우주비행사 3명이 모두 노란색 바탕에 일부 파란색 줄무늬가 들어간 우주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노란색과 파란색은 우크라이나 국기의 상징색이다. 특히 도킹 준비 당시 우주비행사 중 한 명인 올렉 아르테미예프가 파란색 비행복을 입고 있는 장면도 발견됐다. 러시아 당국은 노란색이 3명 우주비행사의 모교인 모스크바 바우만공과대를 상징한다며 우크라이나 지지설을 축했다. 아르테미예프 역시 “노란색 우주복 재고가 많이 남아 이를 골랐다”며 우연이라고 해명했다. 19일 아동 인권단체 유니세프는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침공 후 150만 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인신매매와 착취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우려했다. 대규모 난민 이동으로 혼란스러운 국경 지대에서 어린이가 실종되는 사례 또한 속속 보고되고 있다. BBC에 따르면 미국 비영리단체 ‘에어리얼 리커버리’는 9일 기준 약 5000명의 우크라이나 어린이가 행방불명됐으며, 피난 중 사망했는지 납치됐는지조차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폴란드 인권단체 ‘호모 파버’ 역시 홀로 국경까지 온 아이들이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사라지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미국의 대표적 패스트푸드 프렌차이즈 맥도날드가 러시아 내 사업 철수를 발표한 가운데 러시아가 기존 맥도날드의 상징인 ‘M’을 따라한 새로운 ‘러시아판 맥도날드’의 로고를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인 ‘뉴스24’ 등에 따르면 러시아의 신규 패스트푸드 체인인 ‘바냐아저씨’는 12일(현지 시간) 러시아 지식재산청에 새 로고를 제출했다. 앞서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의장은 맥도날드가 러시아 내 운영 중단을 발표 이틀 후인 10일 “맥도날드 대신 바냐아저씨가 운영될 것”이라며 새로운 체인의 등장을 암시했다. 해당 브랜드는 러시아 대문호 안톤 체호프의 1897년 희곡집에 수록된 작품 ‘바냐 아저씨’에서 비롯됐다. 이에 바냐아저씨의 로고가 기존 맥도날드의 상징과 로고 색상을 도용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공개된 로고에는 빨간색 배경 위에 노란색으로 바냐의 첫 글자인 ‘V’를 뜻하는 키릴 문자 ‘B’가 그려져 있다. 밑에는 흰색으로 ‘바냐아저씨’를 뜻하는 러시아어 ‘Дядя Ваня’가 쓰여 있다. 영국 데일리익스프레스는 “매의 눈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맥도날드의) 상징적인 ‘M’ 모양에 노란색 막대를 급하게 붙여 심지어 바닥 부분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서방의 제재에 보복을 암시한 러시아가 본격적인 상표권 무단 도용을 시작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러시아 법원은 최근 영국의 유명 애니메이션 ‘페파 피그’의 캐릭터 상표권을 러시아 기업들이 어떠한 제재 없이도 사용 가능하다고 판결했다고 영국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페파 피그 저작권 소유자인 엔터테인먼트 회사 ‘엔터테이먼트 원’은 지난해 9월 페파 피그를 무단 도용했다며 한 러시아 기업가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최근 기각됐다. 러시아 법원은 이에 “미국과 관련 국가들의 불친절한 행동” 때문이라며 기각 이유를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당신이 잠든 사이, 오늘 밤에도 세상은 빙글빙글 돌아가는 중입니다. 지난 밤 당신이 놓쳤을 수도 있는 세계 각국의 소식들, ‘세계 한 조각’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고 합니다. 순식간에 바뀌는 세상만사, “잠깐! 왜 이러는 거지?”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여기, 30대 평범한 역사교사가 있습니다. 이름은 바실 홀로보로드코. 평소처럼 가족에게 치이면서 출근을 준비하는 그에게 양복 차림 남자가 찾아와 인사합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대통령님.” ‘하룻밤 사이’ 대통령이 된 이 남자, 알고 보니 본인만 모르는 인터넷 스타였습니다. 한 학생이 몰래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그가 정치인을 ‘까는’ 영상은 인터넷에서 공전의 히트를 칩니다. 물론 현실은 아닙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15년 제작, 주연한 TV 드라마 ‘국민의 종’입니다. 이 드라마는 실제 정치인들의 부패와 협잡에 지친 우크라이나 국민에게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습니다. 젤렌스키는 드라마의 인기를 등에 업고 2018년 ‘국민의 종’ 당을 출범시킵니다. 여세를 몰아 2019년 5월 우크라이나 대선에서 73% 지지를 받으며 진짜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유대인 우크라이나가 옛 소비에트연방공화국(소련)으로부터 독립하기 13년 전인 1978년 젤렌스키는 현 우크라이나 중부 크리이우-리의 ‘평범한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할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에 맞서 싸우다 전사했고 친척 중에는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 희생자들도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탈(脫)나치화를 위해 ‘특별군사작전’을 펼친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침공 명분’에 그가 코웃음 치는 이유입니다.●러시아어 젤렌스키는 유년 시절 가정에서 우크라이나어 대신 러시아어를 사용했고 대학을 졸업한 뒤 배우를 할 때도 러시아말로 된 작품에 많이 출연합니다. 2019년 대선 때 상대 후보이자 당시 현직 대통령이던 페트로 포로셴코는 ‘군대 언어 신념’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그의 모어(母語)를 공격했습니다. 러시아말을 쓴다는 거였죠. 당시 젤렌스키는 ‘모두 같은 우크라이나인’이라며 점잖게 반격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러시아의 침공 우려가 점점 고조되던 올 1월 젤렌스키가 국가 모든 인쇄물을 우크라이나어로 출판하도록 하는 법안에 서명했다는 것입니다. 러시아어로 출판할 경우 반드시 우크라이나어로도 출판해야 해, 사실상 공공영역에 내 러시아어 사용을 제한했다는 평가입니다. 통합을 강조하던 젤렌스키에게도 변화가 생겼음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잠깐:우크라이나는 인구의 약 78%는 우크라이나계, 18%는 러시아계로 구분됩니다. 지역에 따라 우크라이나어-러시아어 사용 비율은 격차가 큽니다. 서부에서는 대부분 우크라이나어를 사용하는 반면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동부로 갈수록 러시아어 사용 비율이 높아집니다. 젤렌스키가 태어난 중부는 두 언어 사용 비율이 비슷합니다. ●법학과 젤렌스키는 키이우국립경제대학 법학과 출신입니다. 그러나 졸업하기 전 배우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가 만든 퍼포먼스그룹 ‘크바르탈 95(Kvartal 95·태어난 크리이우-리 중심 구역 이름에서 따왔다고 합니다)’는 1997년 TV 코미디 대회 결승전까지 올라 유명해집니다. 졸업하고 코미디 전문 스튜디오 ‘크바르탈95’를 공동 설립해서 많은 코미디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출연합니다. 크바르탈95는 코미디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까지 발을 넓히면서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유명한 스튜디오로 우뚝 섭니다. 그의 대표작은 신랄한 정치 풍자 드라마 ‘국민의 종’입니다.●당선 “나는 한평생 우크라이나를 웃기는 데 바쳤다. 향후 5년간 당신들이 웃을 수 있게 모든 일을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인이여, 울지 말라.” 배우는 배역을 따라간다고 했나요. 2019년 우크라이나 대선에서 젤렌스키는 포로셴코 대통령을 꺾고 승리합니다. 우크라이나 국민은 단 9%만이 ‘정부를 신뢰한다’고 할 정도로 기존 정치에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죠. ‘부패 척결’과 ‘기득권 세력 타파’라는 구호를 들고 나온 그에게 국민은 열광했습니다. 결선투표 73% 득표율이 이를 증명합니다. 정치 경력이 전무한 그를 의심하는 눈초리도 적지 않았습니다. 우크라이나 최대 부호이자 ‘국민의 종’이 방영된 채널 ‘1+1’ 소유주 이호르 콜로모이스키가 그의 후원자라는 사실 때문에 더욱 그랬습니다. 젤렌스키 역시 올리가르히(신흥 재벌)의 꼭두각시에 불과할 것이라는 우려였죠. ●‘주춤’ 젤렌스키는 지난해 10월 조세회피처를 통해 거액의 재산을 은닉하고 탈세를 해왔다는 의혹에 휩싸입니다. 지지율은 같은 달 24.7%까지 떨어집니다. 지지율은 그전부터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정치적 기반이 부족했던 그는 크바르탈95 동료들 밖에 믿을 사람이 없었을 것입니다. 외교와 국방 같은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에 배우 연출가 등 동료들을 앉혔습니다. 크바르탈95 총감독 이반 바카노프를 국가정보국장에 임명한 것이 우크라이나 안보 위기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지율 반등을 노리고 젤렌스키는 지난해 11월 ‘반(反)재벌법’에 서명합니다만 지지율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러시아 젤렌스키가 러시아를 처음부터 적대한 것은 아닙니다. 취임 초 그는 “평화를 위해선 자리도 내놓겠다”면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및 강제 병합이 만들어낸 동남부 돈바스 지역 내전 종식 의지를 드러냅니다. 그는 러시아가 지원하는 돈바스 지역 분리주의 반군 세력 포로와 러시아가 억류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인사 35명의 맞교환에 성공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의 평화 구상은 “푸틴에 굴복하지 말라”는 시민들의 대규모 저항에 직면합니다. 대다수 우크라이나 시민의 반러시아 정서는 뿌리가 깊습니다. 2013년 11월 당시 우크라이나 정부가 유럽연합(EU) 가입 계획을 철회하고 친러시아로 돌아서자 수도 키이우를 중심으로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가 일어납니다. 2014년 2월 시위대와 정부군이 키이우 마이단(독립) 광장에서 유혈 충돌한 끝에 정부는 굴복하고 퇴진합니다. ‘마이단 혁명’입니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러시아 영향 아래 살기보다는 서방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원하고 있습니다.●“나는 여기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튿날인 지난달 25일 젤렌스키는 키이우 대통령 집무실 건물 앞에서 참모들과 함께 찍은 영상을 공개합니다. “나는 여기 있다.” 이 한마디로 러시아가 불을 지피던 그의 해외도피설은 잠잠해집니다. 다음날, 그의 안전이 위험하다며 피신차량을 제공하겠다는 미국 제안에 젤렌스키가 “차량(ride)이 아니라 총탄(ammunition)을 원한다”고 말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미국의) 대피 제안이 실제 있었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보도도 있습니다만 우크라이나는 물론 세계의 가슴을 뛰게 만든 건 확실합니다. “내가 살아 있는 모습을 보는 마지막 순간일 수도 있다. 우리는 어제처럼 오늘도 국가를 홀로 지키고 있다.”(젤렌스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러시아의 최신 전차도 ‘성스러운 재블린(St. Javelin)’ 앞에선 나약할 뿐이다.” 미국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군에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에 지원한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이 전쟁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고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15일 보도했다. 대당 수십억 원에 달하는 러시아군 전차와 장갑차들이 대전차 미사일 앞에 속절없이 파괴되자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이 무기를 ‘성자(聖子)’에 빗대고 있다. 지상전에서 예상 밖으로 고전하고 있는 러시아는 ‘정체불명의 미끼’라고 불리는 신무기까지 동원하기 시작했다.○ 러 전차, 대전차 미사일에 속수무책 이탈리아 군사 프로젝트 그룹 오릭스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현재까지 전차 214대를 포함해 전투차량 1292대를 잃었다. 이는 우크라이나군이 전차 65대를 포함해 총 343대를 잃은 것과 비교해 4배 가까운 손실이다. 다만 양국의 전차 등 기갑무기 손실 비율은 러시아가 4%, 우크라이나가 6%로 “우크라이나의 미래를 낙관하긴 이른 상황”이라고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러시아군이 지상전에서 고전하는 주요 요인으로 우크라이나군의 대전차 미사일이 꼽힌다. 미국, 영국 등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재블린, 엔로(NLAW) 등 대전차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대량으로 지원했다.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가 지원받은 대전차 미사일이 총 1만7000기에 달한다”며 현대전에서 전례가 없는 규모라고 전했다. 영국은 엔로 3615기를 보냈고, 독일, 노르웨이, 스웨덴은 1000∼5000기의 대전차 미사일을 지원했다. 재블린과 엔로는 기갑부대를 무력화하기 위해 개발된 최첨단 무기다. 과거의 대전차 미사일은 발사장치와 미사일이 케이블로 연결돼 있어 목표물을 맞힐 때까지 사수(射手)가 자리를 뜰 수 없었고 파괴력도 약했다. 사수 위치가 노출돼 피격될 위험도 컸다. 이에 비해 재블린, 엔로는 무선 방식으로 목표물을 타격하기 때문에 사수는 쏘고 바로 피하면 된다. 또 높이 치솟았다가 전차의 가장 약한 상부를 타격하는 ‘톱어택(Top Attack)’ 방식이어서 파괴력도 크다. 전쟁 초기에는 광활한 국경 지대에서 러시아군 전차가 위력을 발휘했지만, 현재는 아파트나 빌딩 등 엄폐물이 많은 도시 내 시가전이 많아 러시아군 전차들은 곳곳에서 날아드는 재블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스위치 블레이드’라고 불리는 최첨단 ‘자폭 드론’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15일 미국 NBC가 보도했다. 최대 80km를 날아가 전차나 장갑차를 파괴할 수 있어 군사 전문가들은 “전쟁 양상이 크게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대형 전함이 전투기와 잠수함의 공격에 취약성을 드러내며 구시대의 유물로 사라졌듯, 전차도 같은 운명에 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 요격 피하려 극비 신무기 동원러시아는 이스칸데르-M 등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할 때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피하기 위해 신형 무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30cm 길이의 다트 촉처럼 생긴 이 무기는 방공 레이더를 교란시키는 무선 신호를 생성한다. 상대가 요격용 열 추적 미사일 등을 엉뚱한 곳에 발사하도록 ‘미끼’ 역할을 한다. 미국 미들베리국제학연구소(MIIS) 제프리 루이스 교수는 “러시아가 이를 사용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다급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는 시리아 용병도 투입할 예정이다. CNN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둘 다 가용 전력의 90%가 남아있는 상태인 것으로 미국 국방부는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14일 러시아 국영방송 ‘채널1’의 저녁 뉴스가 생방송되던 중 한 여성이 모스크바의 스튜디오에 뛰어들어 ‘전쟁 반대(No War)’라고 쓰인 종이를 펼쳐 들었다. 앵커가 애써 태연한 듯 뉴스를 읽었지만 이 여성은 굴하지 않고 전쟁을 중단하라고 외쳤다. 그의 목소리는 4초간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이 여성은 채널1의 편집자 겸 제작자인 마리나 옵샤니코바 씨(44)다. 아버지는 우크라이나인이고 어머니는 러시아인인 그는 국영 언론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치 선전 도구로 전락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날 ‘깜짝 시위’ 전 직접 촬영한 영상에서 “러시아는 침략국이며 침략의 책임은 오직 푸틴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수년간 채널1에서 근무한 자신이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의 선전을 해왔다며 “TV에서 거짓말을 하고 러시아인을 좀비로 만든 것이 부끄럽다”고 자성했다. 그는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할 때도 침묵했다며 “이 미친 짓을 멈출 힘은 러시아 국민에게 있다. 두려워 말고 시위에 참여해 달라”고 호소했다. 깜짝 시위 직후 경찰에 체포된 그는 약 하루 간 행방이 확인되지 않았으나 다음 날인 15일 오후 인권변호사 안톤 가신스키가 올린 사진을 통해 현재 모스크바 법원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옵샤니코바의 목에는 방송 난입 당시 착용했던 목걸이도 걸려 있었다. 파란색과 노란색이 쓰인 우크라이나 국기 색상의 목걸이다. 현지 언론은 그가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미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옵샤니코바 씨의 행동을 축구 광팬 ‘훌리건’에 비유하며 일종의 훌리거니즘이라고 폄훼했다. 러시아 의회는 4일 러시아군의 움직임을 ‘침공’ ‘전쟁’ 등으로 보도하면 최고 1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텔레그램에 “진실을 전달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 러시아인에게 감사하다”며 옵샤니코바 씨를 높이 평가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러시아가 15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미 최고위급 인사 13명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CNN 등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제재 사실을 공표한 후 모든 품위를 버리고 러시아를 전면 봉쇄하기 위해 나선 바이든 행정부 때문에 러시아 또한 13명의 입국을 막는 등 제재를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세르게이 랴브로프 외무장관을 제재했다. 이후에도 푸틴 정권의 고위 관료와 신흥 재벌(올리가르히)에 대한 제재를 이어가며 이들의 미국 입국 및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있다. 이날 러시아의 제재에는 바이든 행정부에 몸담고 있지 않은 클린턴 전 장관, 공직을 맡고 있지 않은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52)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 변호사 출신인 헌터는 부친이 부통령으로 재직 중일 때 우크라이나 가스사 부리스마의 이사를 지냈다. 러시아는 2016년 미 대선에 개입해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의 당선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줄곧 앞서던 클린턴 전 장관은 러시아를 강하게 비판해왔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 또한 계속되고 있다. 15일 유럽연합(EU) 이사회는 러시아산 철강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고 명품차, 보석 등을 러시아로 수출할 수 없도록 했다. 러시아 국영 회사와의 거래, 러시아 개인과 단체에 대한 신용평가 서비스 제공 등도 금지된다. 영국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첼시 구단을 소유하고 있는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 또한 제재 명단에 포함됐다고 독일 dpa 통신 등이 전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14일 러시아 국영방송 ‘채널1’의 저녁 뉴스가 생방송되던 중 한 여성이 모스크바의 스튜디오에 뛰어들어 ‘전쟁 반대(No War)’라고 쓰인 종이를 펼쳐 들었다. 앵커가 애써 태연한 듯 뉴스를 읽었지만 이 여성은 굴하지 않고 전쟁을 중단하라고 외쳤다. 그의 목소리는 4초간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이 여성은 채널1의 편집자 겸 제작자인 마리나 옵샤니코바 씨(44)다. 아버지는 우크라이나인이고 어머니는 러시아인인 그는 국영 언론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치 선전 도구로 전락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날 ‘깜짝 시위’ 전 직접 촬영한 영상에서 “러시아는 침략국이며 침략의 책임은 오직 푸틴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수년간 채널1에서 근무한 자신이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의 선전을 해왔다며 “TV에서 거짓말을 하고 러시아인을 좀비로 만든 것이 부끄럽다”고 자성했다. 그는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할 때도 침묵했다며 “이 미친 짓을 멈출 힘은 러시아 국민에게 있다. 두려워 말고 시위에 참여해 달라”고 호소했다. 깜짝 시위 직후 경찰에 체포된 그는 약 하루 간 행방이 확인되지 않았으나 다음 날인 15일 오후 인권변호사 안톤 가신스키가 올린 사진을 통해 현재 모스크바 법원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옵샤니코바의 목에는 방송 난입 당시 착용했던 목걸이도 걸려 있었다. 파란색과 노란색이 쓰인 우크라이나 국기 색상의 목걸이다. 현지 언론은 그가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미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옵샤니코바 씨의 행동을 축구 광팬 ‘훌리건’에 비유하며 일종의 훌리거니즘이라고 폄훼했다. 러시아 의회는 4일 러시아군의 움직임을 ‘침공’ ‘전쟁’ 등으로 보도하면 최고 1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텔레그램에 “진실을 전달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 러시아인에게 감사하다”며 옵샤니코바 씨를 높이 평가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14일 러시아 국영방송 ‘채널1’의 저녁 뉴스가 생방송되던 중 한 여성이 모스크바의 스튜디오에 뛰어들어 ‘전쟁 반대(No War)’라고 쓰인 종이를 펼쳐 들었다. 앵커가 애써 태연한 듯 뉴스를 읽었지만 이 여성은 굴하지 않고 “전쟁을 중단하고 프로파간다(선전)를 믿지 말라. 그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외쳤다. 그의 목소리는 약 4초간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이 여성은 채널1의 편집자 겸 제작자인 마리나 옵샤니코바 씨(44)다. 우크라이나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를 둔 그는 국영 언론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치 선전 도구로 전락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날 ‘깜짝 시위’ 전 직접 촬영한 영상에서 “러시아는 침략국이며 침략의 책임은 오직 한 남자, 푸틴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수년간 채널1에서 근무한 자신이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의 선전을 해왔다며 “TV에서 거짓말을 하고 러시아인을 좀비로 만든 것이 부끄럽다”고 자성했다. 그는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할 때도 침묵했다며 “이 미친 짓을 멈출 힘은 러시아 국민에게 있다. 두려워 말고 시위에 참여해 달라”고 호소했다. 인권단체 ‘OVD-인포’에 따르면 옵샤니코바 씨는 이날 깜짝 시위 직후 경찰에 체포됐다. 그의 행방이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는 가운데 현지 언론은 그가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 의회는 4일 러시아군의 움직임을 ‘침공’ ‘전쟁’ 등으로 표현하거나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망에 관한 보도를 하면 최고 15년의 징역형을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텔레그램을 통해 “진실을 전달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 러시아인에게 감사하다”며 옵샤니코바 씨를 높이 평가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반전 여론을 차단하기 위해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의 사용을 금지하는 등 언론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구멍’이 뚫리고 있다고 AP통신 등이 13일 보도했다. 특히 침공 후 러시아 내 가상사설망(VPN·Virtual Private Network)을 이용해 해외 소식을 접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시도가 성공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VPN 사용 현황을 알려주는 웹사이트 ‘TOP10VPN’에 따르면 5일 기준 러시아 내 VPN 수요는 침공 전과 비교해 하루 평균 10배 넘게(1092%) 증가했다. 특히 러시아 당국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 주요 소셜미디어를 차단하면서 VPN 수요의 급증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영국 BBC나 트위터 등은 러시아 정부의 접속 차단에 맞서 ‘다크 웹’(특정 브라우저로만 접속 가능한 인터넷)을 통한 우회로를 출시해 러시아 사용자들에게 이용 방법을 직접 알리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서방의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도 러시아 내 신규 사업은 중단하지만 당국의 선전용 정보로부터 러시아 사용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기존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를 이어가기로 했다. 사이버 보안회사 ‘클라우드플레어’와 콘텐츠전송망(CDN) 기업 ‘아카마이’ 등도 서방의 제재 대상에 오른 러시아 국영 기업을 제외한 일반 러시아 사용자에게 계속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또한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 스타를 동원해 반전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10일 맷 밀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소통담당 특별고문과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엘리 자일러(18) 등 틱톡 스타 30명과 ‘줌’으로 화상회의를 갖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실상을 알리는 데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10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자일러는 “나는 ‘Z세대’(2000년 전후로 태어나 디지털과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젊은 층)를 위한 백악관 특파원”이라며 “세계의 젊은층에 러시아군의 각종 만행을 전하고 우크라이나를 돕자는 여론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반전 여론을 차단하기 위해 서구 소셜미디어의 사용을 금지하는 등 언론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구멍’이 드러났다고 AP통신 등이 13일 보도했다. 특히 침공 후 러시아 내 가상사설망(VPN·virtual private network)을 이용해 해외 소식을 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시도가 성공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VPN 사용 현황을 알려주는 웹사이트 ‘TOP10VPN’에 따르면 5일 기준 러시아 내 VPN 수요는 침공 전보다 평균 1092% 증가했다. 특히 당국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 주요 소셜미디어를 차단하면서 VPN 사용 수요가 급증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서구 인터넷 서비스 제공 기업 또한 러시아 내 신규 사업은 중단할 뜻을 밝혔지만 기존 서비스를 이어가면서 당국의 ‘허위 정보’로부터 러시아 사용자들을 보호하고 있다. 8일 “러시아 신규 사용자를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기존 사용자를한 위한 서비스는 계속한다고 밝혔다. 인터넷 보안업체 ‘클라우드플레어’, ‘아카마이’ 등도 서방의 제재 대상에 오른 러시아 국영 기업을 제외한 일반 러시아 사용자에게 계속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가세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또한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 스타를 동원해 반전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10일 엘리 자일러(18) 등 틱톡 스타 30명과 ‘줌’으로 화상 회의를 갖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실상을 알리는 데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1000만 명의 추종자를 보유한 자일러는 “나는 ‘Z세대(2000년 전후로 태어나 디지털과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젊은 층)’를 위한 백악관 특파원”이라며 세계 젊은 층에게 러시아군의 각종 만행을 전하고 우크라이나를 돕자는 여론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9일 대통령선거를 치른 한국을 포함해 올해 미국 일본 프랑스 호주 브라질 등 세계 주요국에서도 대선과 총선 등이 실시되는 ‘정치의 계절’이 도래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요동치는 국제 정세를 반영하듯 주요국 정상들의 지지율도 요동치고 있다. ‘전시(戰時)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격언 때문인지 현직 최고 지도자로의 지지율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 혼란 때부터 시작됐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반등했다. 러시아에 대한 초강경 제재를 주도하며 ‘서방의 지도자’를 자처한 덕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중간평가’가 될 11월 미국 중간선거 때까지 반등세가 이어질지 관심이다. 다음 달 대선을 앞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번 전쟁을 계기로 재선에 무난히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최근 ‘유럽연합(EU)의 지도자’를 자처하고 있다. 7월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둔 일본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안보 이슈가 커지고 있다. 중국은 10월로 예정된 제20차 공산당 대회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3연임)을 확정한다. 브라질, 필리핀, 홍콩 등에서도 새 지도자가 탄생한다.○ 지지율 회복한 바이든… ‘경제’가 변수미국은 11월 중간선거를 통해 하원 435석 전체, 상원 100석 중 35석을 새로 뽑는다. 집권 민주당은 현재 하원 다수당이고 상원은 야당 공화당과 50석씩 양분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 중 최소 한 곳에서는 다수당 지위를 잃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 외교협회(CFR)에 따르면 역대 정권의 첫 중간선거마다 여당이 평균 하원 29석을 잃으며 패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전방위적 러시아 제재를 단행하자 여론이 바뀌고 있다. 공영라디오 NPR가 이달 1, 2일 양일간 미국 성인 13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47%를 기록했다. 지난달 15∼21일 조사보다 8%포인트 올랐다. 최근 40년 중 최고치로 치솟은 미국 소비자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등의 여파로 올해 1월 20일 퀴니피액대의 조사에서 지지율이 33%까지 떨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냉전 때 옛 소련과 치열한 체제 경쟁을 벌였던 기억이 선명한 미국인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반러 정책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NPR 조사에서 “러시아 경제 제재에 찬성한다”는 답이 83%에 달했다. “에너지 가격이 올라도 러시아 제재에 찬성한다”는 답 역시 69%였다. 현재 흐름이 중간선거 때까지 이어질지는 향후 경제 상황에 달렸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제재가 미국의 인플레이션(급격한 물가 상승)을 악화시킨다면 중간선거에서 높은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선 눈앞에 둔 마크롱다음 달 10일, 24일 각각 대선 1차 투표와 결선 투표를 치르는 프랑스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이 유리한 상황이다. 16년간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을 이끈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지난해 12월 은퇴하고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여파가 가시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그는 유럽의 지도자를 자처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모스크바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넘어선 ‘유럽 방위군 창설’ 등을 거론하는 등 국제안보 의제를 주도하고 있다. 3일 프랑스24에 따르면 최근 주요 언론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1차 투표에서 28%, 극우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대표가 17%를 얻어 두 사람이 결선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마크롱 대통령은 결선투표에서 56.7%를 얻을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사회당 소속의 안 이달고 파리 시장 등 좌파 후보들은 지지율이 미미하다. 마크롱 대통령이 승리하면 2002년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이후 20년 만에 재선에 성공한 프랑스 대통령이 된다. 프랑스 싱크탱크 장조레스재단은 “국가적 위기가 닥치면 프랑스 국민은 깃발을 들고 국가원수 뒤에 줄을 선다”고 평했다. 미 CNN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이 프랑스 대선 판도를 결정했다고 분석했다. 오창룡 고려대 노르딕-베네룩스센터 교수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결선투표 상대가 누가 되든 마크롱 대통령의 승리가 예상된다. 프랑스 대통령으로서 국제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에 대한 긍정 평가가 높다”고 진단했다. 미국 영국과 안보동맹 ‘오커스’를 결성한 호주도 5월 21일 총선을 치른다. 현재 여론조사에서는 중도우파 집권 자유당이 중도좌파 야당 노동당에 뒤지고 있다. 미중 갈등 국면에서 미국 편에 서며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제재 등 각종 반중 정책을 주도한 스콧 모리슨 총리는 차기 총리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최근 1위를 달리는 앤서니 앨버니즈 노동당 대표를 ‘친중’이라고 비난하며 반등을 꾀하고 있다. ○ 남미, 좌파 부활 ‘핑크타이드’ 유력남미 최대 경제대국 브라질은 10월 2일 대선을 치른다.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이 방역 실패 이후 지지율 하락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2003∼2010년 집권했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야권 후보로 급부상하며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속노동자 출신인 룰라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보우사 파밀리아’(빈민층 현금 지급) ‘포미 제루’(기아 제로) 등 복지정책을 주도해 저소득층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2018년 재직 중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지만 지난해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고 대권에 재도전할 채비를 갖췄다. 5월 대선을 실시하는 콜롬비아에서도 과거 반정부 무장투쟁을 주도한 좌파 구스타보 페드로 상원의원이 ‘첫 좌파 대통령’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그는 집권에 성공하면 비상사태를 선포해 경제난, 코로나19, 인신매매 등 강력범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선을 치른 페루와 온두라스에서도 모두 좌파가 승리한 상황에서 브라질과 콜롬비아에서도 좌파 지도자가 등장하면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필두로 중남미 곳곳에서 좌파 지도자가 출현한 2000년대 초중반의 1차 ‘핑크타이드’(온건 사회주의 정권의 잇따른 집권)에 이은 2차 핑크타이드가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민주주의 탄압’ 홍콩-필리핀-헝가리도 선거반중 활동을 한 사람에게 최고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다는 홍콩 국가보안법을 2020년 제정한 후 민주 인사를 대대적으로 탄압하고 있는 홍콩에서도 5월 8일 임기 5년의 새 행정장관이 나온다. 당초 지난달 18일 선출할 예정이었지만 캐리 람 행정장관이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하다”며 선거를 연기했다. 홍콩 행정장관은 38개 직능별 선거위원회가 구성한 선거인단이 후보를 지명하면 중국 총리가 임명하는 간선제다. 홍콩 시민은 투표권이 없고 사실상 중국 공산당이 낙점하는 구조여서 ‘거수기 투표’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7년 선출된 람 장관이 재선 도전 여부를 밝히지 않은 가운데 렁춘잉(梁振英) 전 행정장관 등도 후보로 거론된다. 하루 뒤 실시되는 필리핀 대선에는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 마르코스 주니어가 출마했다. 1965년부터 1986년까지 21년간 장기 집권하며 수많은 반대파를 탄압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남긴 상흔이 여전하지만 마르코스 주니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60%대를 기록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현재 유권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40대 이하 젊은층이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독재를 경험하지 못한 것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력한 지도자’상을 내세우고 있는 마르코스 주니어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현 대통령의 딸 사라를 부통령 후보로 기용했다. 전설적인 ‘복싱 영웅’ 매니 파키아오 상원의원 또한 대선에 도전했지만 마르코스 주니어의 지지율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10년 집권 후 ‘동유럽의 도널드 트럼프’로 불릴 정도로 극우 민족주의 정책을 펴고 있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다음 달 총선에서 4연임에 도전한다. 앞선 두 번의 총선에서 그의 재집권을 저지하지 못한 야당들은 정권 교체를 위해 중도우파 후보 마르키저이 페테르 호드메죄바샤르헤이 시장을 단일 후보로 내세웠다. 영국 BBC는 오르반 총리에게 패했던 과거 야권 후보들과 달리 마르키자이 시장은 총리와 비슷한 보수 성향에 젊고 참신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며 오르반 총리가 힘든 선거를 치를 것으로 내다봤다.○ 日 참의원 선거-中 20차 공산당 대회지난해 10월 취임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7월 25일 첫 참의원 선거를 치른다. 총 248석 중 124석을 뽑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대만 위협 등으로 안보 강화 여론이 높아지면서 보수 성향인 집권 자민당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고 있는 북방영토 반환은 일본 사회의 주요 의제로도 꼽힌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전통적으로 참의원 선거는 소비세, 세제개혁 등 경제 문제가 주요 의제였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며 이런 흐름이 자민당에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미국의 핵무기를 일본에 배치하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주장하며 반중, 반러 정서가 강한 보수 유권자를 자극하고 있다. 1967년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당시 총리는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소위 ‘비핵화 3원칙’을 선언했다. 이후 55년간 일종의 금기로 여겨졌던 핵 보유를 아베 전 총리가 언급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원폭 피해지인 히로시마 출신인 기시다 총리는 비핵화 원칙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당내 입지가 비교적 약해 최대 파벌인 ‘아베파’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선거 전까지는 그가 아베 전 총리를 의식해 비핵화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지 않더라도 총선에서 승리한 후에는 이 문제를 둘러싸고 당내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부터 11일까지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를 치른 중국은 양회 기간 중 경제성장 등 국내 의제에 집중한다는 관례를 깨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의제에 신경 썼다. 시 주석은 8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화상회담을 갖고 외교 해법을 통해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결하자고 주장했다. 중국 수뇌부가 양회 기간에 외국 정상과 회동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10월 시 주석의 3연임 확정 시 제기될 국내외 비판을 미리 차단하고 전 세계로 확산되는 반중 정서를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8일(현지 시간) 러시아산 석유, 석탄, 천연가스의 수입 금지라는 초강력 제재를 발동했다. 지난해 기준 일일 1078만 배럴(전 세계의 약 11%)의 원유를 생산하며 화석연료 수출이 재정 수입의 60%에 달하는 러시아를 상대로 극약처방을 내린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 조치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음을 알면서도 “자유를 지키는 데는 비용이 든다”며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이날 러시아는 “미국이 러시아에 경제전쟁을 선포했다”고 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또한 “특정 물품 및 원자재에 대한 수입과 수출을 금한다”며 ‘맞불’ 보복에 나서 에너지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자유엔 비용 들어”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을 통해 “푸틴의 전쟁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일원이 되지 않겠다”며 에너지 수입 금지 조치가 러시아의 전쟁자금 확보에 강력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살인의 길’을 계속 가기로 결심한 것 같다며 결코 우크라이나 전체를 장악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제재로 미국 또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자유를 지키는 데는 비용이 든다”며 개의치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독일 등 유럽과 달리 미국이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현실을 반영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수입 원유 중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다. 비중은 낮지만 금액으로는 47억1000만 달러(약 5조7933억 원)에 달한다. 휘발유 등 석유제품까지 추가해도 8%에 불과하고 천연가스 수입은 아예 없다. 천연가스와 석유의 각각 40%, 25%를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유럽연합(EU)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러시아를 대체할 수입처도 마련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19년부터 시행 중인 베네수엘라에 대한 원유 수출 금지 제재를 일정 부분 풀겠다는 뜻을 밝혔다. 베네수엘라 석유협회 또한 BBC에 “하루 80만 배럴 수준인 원유 생산량을 120만 배럴까지 늘릴 설비를 갖췄다. 북미에서 필요로 하는 양의 일부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원자재 수출입 금지로 ‘맞불’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8일 올해 말까지 원자재와 특정 물품의 수입 및 수출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구체적인 물품 및 국가 등은 곧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방에 에너지 관련 제품이나 원료를 수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제재에 맞서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행보로 풀이된다. 이날 블룸버그뉴스는 중국이 국유기업을 동원해 가스프롬 등 러시아 에너지 기업의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를 측면 지원하면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미국은 “우리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중국 기업은 문을 닫게 될 수 있다”며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을 경고했다. 양측 갈등 고조로 당분간 국제 유가의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8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8% 이상 상승한 배럴당 129.44달러에 육박했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미 평균 휘발유 가격 또한 갤런당 4.17달러로 일주일 전(3.62달러)에 비해 50센트 이상 올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계속 차질을 빚으면 유가가 2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점쳤다. 다른 원자재 값이 동반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 와중에 경기침체가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세계에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바다, 공중, 숲, 들판, 거리에서 싸우겠다.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영국 하원을 상대로 한 화상 연설에서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연설을 인용해 화제다. 1940년 6월 당시 처칠 총리는 프랑스 북부 됭케르크 해변에서 고립됐던 영국·프랑스 병사들이 가까스로 탈출한 후 나치 독일에 대한 국민의 결사항전 의지를 북돋우기 위해 이 연설을 했다. 영국이 역사적으로 가장 힘들었을 때 용기를 준 발언을 그대로 따라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국 사회의 전방위적 지지를 얻으려 한 것이다. 보리스 존슨 총리와 하원을 가득 메운 의원들은 이 연설을 듣고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카키색 반소매 티셔츠 차림으로 화면에 등장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치 독일이 영국을 빼앗으려 할 때 당신들 또한 싸웠듯 우리도 우크라이나를 잃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를 ‘테러국’이라고 칭하며 “굴복하지 않고 패배하지도 않겠다. 끝까지 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국의 세계적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햄릿’에서 사용한 명대사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도 언급하며 “우리는 살아야 한다. 살아서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을 해 달라”며 “위대한 국가와 국민은 위대함을 실현해야 할 의무를 진다. 우크라이나에 영광을, 영국에 영광을”이라는 말로 연설을 끝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