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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파인레이더 ○○○ 감시대 다녀왔어요. △△△ 지나서 2차선 해안길을 5km 따라가면 부대 건물이 보여요.” 10일 군 병사 가족과 지인 등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물 제목과 내용 중 일부다. 이 글에는 패트리엇 미사일과 연계된 미사일방어체계의 핵심 자산 그린파인레이더의 상세한 위치가 나와 있었다. 이 레이더는 일반에는 설치된 지역명만 공개돼 있다. 정확한 위치와 이를 운용하는 군부대 주소는 2급 군사기밀이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팀이 군 장병 가족과 지인 등이 주로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 10곳을 살펴본 결과, 면회 정보 등을 통해 민감한 군사 기밀까지 노출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커뮤니티 게시물에는 부대별 정기 훈련 일정, 무기 체계 관련 설명이 담긴 링크가 포함돼 있었다. 링크를 클릭하면 부대 위치와 원경 등을 담은 사진 등이 이어졌다. 한 회원은 이 커뮤니티에 “제 아들이 있는 부대는 2주간 전투지휘검열(ORI) 훈련한다네요”라는 글을 썼다. ORI 훈련 일정은 ‘대외비’다. 다른 커뮤니티에선 비행 관제를 담당하는 공군 부대 18곳의 명칭, 내비게이션 입력용 주소, 관사 주소, 부대별 격오지 등급 등을 일괄 정리한 글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들 커뮤니티는 자녀가 같은 부대에 근무하는 가족끼리 면회 정보 등을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회원이 수만 명에 이르는 곳도 있다.군 관계자는 “민간인 사찰 논란 여지가 있어 (관련 커뮤니티를) 따로 모니터링하진 않는다”면서 “기밀 노출 관련 민원이 들어오면 커뮤니티 운영자에게 연락해 게시글 삭제를 요청하는 정도”라고 했다. 양욱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는 “부대 입구 이정표 위치만 공개돼도 정확한 부대 좌표를 유추할 수 있어 유사시 적이 타격 목표로 삼을 수 있다”며 “가족 면회나 부대 복귀 등에 주소가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온라인으로 무분별하게 공유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고유찬 인턴기자 서울대 동양사학과 졸업}
“OOO 탄도탄 감시대 면회 다녀왔어요.” OO 감시대 다녀왔습니다.” 군 장병의 가족과 지인들이 면회 정보를 얻으려고 가입하는 포털 사이트 군 장병 관련 커뮤니티에는 최근 이런 제목의 면회 후기들이 올라왔다. 해당 후기에는 부대 위치와 가는 법 등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댓글을 통해 해당 부대가 보유한 레이더 장비에 관한 질문과 답변도 오고 갔다. 이 장비를 보유한 부대 위치 자체가 군사 기밀인데도 공개적으로 정보 공유가 이뤄지고 있었다. 10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군 장병 가족과 지인들이 주로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 10곳을 살펴본 결과 모든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문제점이 확인됐다. 군 장병 관련 커뮤니티는 애초 자녀가 같은 부대에 근무하는 가족끼리 면회 정보를 공유하고 부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역사가 오래된 커뮤니티 회원 수는 수만 명에 이른다. 가입 시 별다른 인증 절차가 없는 곳이 대다수였다. 문제는 군 장병 가족과 지인들은 어떤 정보가 군사기밀인지 알기 어렵다 보니, 공개하면 안 되는 정보까지 무분별하게 공유하고 있는 점. 최근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에 따른 군부대 면회 정상화로 면회 관련 정보 공유가 더욱 활발해지면서, 군사기밀 유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커뮤니티에서는 부대 위치와 훈련 일정까지 상세히 적은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최근 올라온 면회 후기에는 “○○번 버스 타고 ○○ 주유소에서 산으로 올라가면 있다”고 적혀 있었다. 아들이 한 포병 부대에 근무하고 있다고 소개한 한 네티즌은 “더운 날씨에 제 아들이 있는 부대는 2주간 전투지휘검열(ORI) 훈련한다네요“라며 훈련 일정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 예비역 중장은 “평일 면회 확대 등에 따른 가족 및 연인과의 소통 확대로 군사기밀이 포털 등을 비롯해 여러 통로로 퍼질 가능성이 커졌다”며 “취지는 좋더라도 정보 공유에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런 우려에 대해 “민간인 사찰의 여지가 있어 (관련 커뮤니티를) 따로 모니터링하지 않고 있으며 할 수도 없다“면서도 ”다만 군사관련 정보가 노출됐다는 민원이 들어올 경우에 한해서만 커뮤니티 운영자에게 연락해 해당 게시글 삭제를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고유찬 인턴기자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졸업}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처가 관련 수사가 도마에 올랐다. 여당은 이 대표가 연루된 성남FC 후원금 사건 등을 언급하며 “지난 정부의 눈치를 봤다”고 비판한 반면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 처가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은 이날 성남FC 후원금 사건과 관련해 “경기 분당경찰서는 3년 이상 되는 기간에 걸쳐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정부(문재인 정부) 눈치를 보고 사건을 뭉갠 것이 아닌가”라며 “명백한 부실수사”라고 질타했다. 이에 윤희근 청장은 “관계자의 진술 변경이 있었고 이에 부합하는 증거 자료가 있어 판단이 달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교흥 의원은 윤 대통령의 장모인 최모 씨의 경기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수사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은 김건희 여사의 허위경력 기재 의혹에 대해 “허위경력 기재는 인정되나 공소시효 도과로 송치하지 않은 건 술을 마셨지만 음주운전이 아니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은 “절차대로 수사하고 있다”며 “(김 여사 허위경력 의혹은) 대학 측에서 공통적으로 채용 조건이 충족됐고 기망당한 부분이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여야는 스토킹 피해자에 대한 경찰의 보호 조치가 미흡하다고 질타했다. 이에 윤 청장은 “피해자 보호를 적극 조치해 나가겠다”면서도 “성범죄 피해 보호 담당 인력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행정안전부에) 증원을 끊임없이 말해도 반영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처가 관련 수사가 도마에 올랐다. 여당은 이 대표가 연루된 성남FC 후원금 사건 등을 언급하며 “지난 정부의 눈치를 봤다”고 비판한 반면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 처가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은 이날 성남FC 후원금 사건과 관련 “경기 분당경찰서는 3년 이상 되는 기간에 걸쳐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정부(문재인 정부) 눈치를 보고 사건을 뭉갠 것이 아닌가”라며 “명백한 부실수사”라고 질타했다. 이에 윤 청장은 “관계자의 진술 변경이 있었고 이에 부합하는 증거자료가 있어 판단이 달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교흥 의원은 윤 대통령의 장모인 최모 씨의 경기 양평의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수사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은 김건희 여사의 허위경력 기재 의혹에 대해 “허위경력 기재는 인정되나 공소시효 도과로 송치하지 않은 건 술을 마셨지만 음주운전이 아니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은 “절차대로 수사하고 있다”며 “(김 여사 허위경력 의혹은) 대학 측에서 공통적으로 채용조건이 충족됐고 기망 당한 부분이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여야는 스토킹 피해자에 대한 경찰의 보호조치가 미흡하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윤 청장은 “피해자 보호를 적극 조치해 나서겠다”면서도 “성범죄 피해보호 담당 인력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행정안전부에) 증원을 끊임없이 말해도 반영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기윤기자 pep@donga.com}
올 상반기(1∼6월) 기준으로 로펌 재취업이 허가된 경찰이 2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로펌들이 경찰 출신을 우대하는 가운데 승진, 처우 등에 불만을 가진 경찰도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에도 역대 최다인 경찰 48명이 로펌행을 택했다. 6일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실이 경찰청과 정부공직자윤리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현직 경찰 27명이 로펌 이직 심사를 요청했고 20명이 재취업 허가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심사 대상에 오른 경찰 50명 중 48명이 취업 가능 처분을 받았다. 2017년과 2018년에는 각각 9명씩, 2019년에는 3명, 2020년에는 5명이 로펌 취업 가능 처분을 받았다. 올해 로펌 취업 가능 처분을 받은 경찰을 계급별로 살펴보면 경감이 8명으로 가장 많았다. 총경(5명), 경위(3명), 경정(2명), 경무관(1명) 등이 뒤를 이었다. 20명 중 12명은 법무법인YK로 이직했다. 명예·정년퇴직 또는 징계 때문이 아니라 자의에 의해 옷을 벗은 ‘의원면직’ 경찰 수도 올 들어 8월까지 전국에서 164명에 달했다.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에 이어 9월부터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이 시행되면서 로펌들은 경찰 영입을 늘리는 추세다. 경찰 내부에선 수사 부서의 업무가 크게 늘면서 더 나은 대우를 받기 위해 경찰을 떠나는 움직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풍부한 수사 경험을 가진 경찰이 조직을 떠나면 일선의 업무 부담이 더 늘고, 수사 지연 등으로 인한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가을바람을 맞으며 서울 도심의 평탄한 코스를 달리는 ‘서울달리기대회’가 3년 만에 다시 제 모습으로 열린다. ‘2022 서울달리기대회’(서울시 동아일보 스포츠동아 공동 주최)가 9일 오전 7시 30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을 출발해 하프 코스와 10km 코스에서 진행된다. 서울달리기가 오프라인에서 열리는 건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2020년과 2021년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비대면 버추얼 레이스로 진행됐다. 올해 대회는 코스가 달라졌다. 하프 코스와 10km 코스 모두 세종대로와 광화문 앞을 지나 경복궁 옆 도로를 달린 뒤 청와대 앞을 거치는 레이스 길이 포함됐다. 이전 대회까지는 없던 코스다. 청와대 앞길을 달리는 대회는 처음이다. 하프 코스의 경우 그동안엔 서울광장에서 출발했고 골인 지점은 뚝섬 유원지였다. 달라진 코스가 이번 대회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개되자 ‘기대된다’는 반응들이 잇따랐다. 특히 청와대 앞을 달릴 수 있는 코스가 마련된 것을 반겼다. 서울달리기는 한강변에 새로 조성된 마라톤 풀코스 완공을 기념하기 위해 2003년 첫 대회가 열렸고 올해로 20년째를 맞았다. 이번 대회에서는 2030 젊은 참가자들이 많이 늘었다. 전체 참가자 약 1만1000명 가운데 67%가 20, 30대다. 전체 여성 참가자(3708명) 중 20, 30대 비율은 75%(2792명)나 된다. 마라톤에 입문하는 젊은층이 많아졌는데 풀코스에 비해 체력적인 부담이 덜한 하프와 10km 레이스를 더 선호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회를 뛰기 위해 제주도에서도 18명이 참가를 신청했다. 최고령 참가자는 윤용운 씨(79)이고 최연소는 진하준 군(6)이다. 하프 코스에는 일반인 마스터스 참가자들뿐 아니라 케냐와 몽골에서 온 엘리트 초청 선수 8명도 출전한다. 엘리트 선수들도 마스터스 참가자들과 함께 출발한다. 마스터스와 엘리트 선수 부문 모두 5위까지 시상한다. 대회 당일에는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캠페인을 독려하기 위해 참가자 전원에게 친환경 비닐 백이 제공된다. 응급조치가 필요한 상황 발생에 대비해 대회 코스 8개 지점에 구급차가 배치된다. 대회 시상식이 진행되는 무대에서는 가수 박군(36)의 축하 공연이 열린다.“건강한 삶 만드는 서울 대표적 가을축제” 오세훈 시장 “평소 달리기로 활력”“맑고 쾌적한 서울 하늘 아래 매력적인 서울 명소를 만끽하는 특별한 경험의 순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사진)은 ‘2022 서울달리기대회’를 앞두고 “서울달리기는 건강한 생활 문화의 기초가 될 수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가을 축제”라며 올해 20주년을 맞은 대회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3년 만에 맞는 대면 대회”라면서 “그동안 결전의 날을 고대하며 몸과 마음을 단련해 온 1만1000명의 참가자들께 감사와 환영의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철인3종 경기 등에 참가할 정도로 평소 운동을 즐기는 오 시장은 ‘달리기 마니아’로도 알려져 있다. 오 시장은 “나이를 먹으면서 달리기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며 “달리기는 육체뿐만 아니라 내면을 단련시켜 주는 가장 정직한 운동”이라고 했다. 또 “대단한 관리가 아니더라도 내 몸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달리기만 해도 분주한 일상 속에서 체력과 활력을 지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오 시장은 “서울달리기대회의 최고 자랑거리는 서울의 매력을 응축한 코스”라며 “걷기 좋고 달리기 좋은 도시의 조건이야말로 살기 좋은 도시, 매력적인 도시의 바로미터”라고 했다. 오 시장은 “푸른 하늘, 푸른 공기가 있는 ‘더 맑은 매력 특별시, 서울’을 만들어 가기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교통통제 최소화… 경찰 등 581명 코스 곳곳 배치” 김광호 서울경찰청장“3년 만에 (오프라인에서) 열리는 서울레이스 등의 문화·체육 행사들이 정상 개최되면서 서울이 활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사진)은 6일 “서울달리기 대회 전부터 코스 주변에 교통통제 안내 입간판 219개와 현수막 283개를 설치하면서 사전 홍보를 충실히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찰은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지원하기 위해 대회 당일인 9일 교통경찰 258명과 모범운전자 등 관리요원 323명을 코스 곳곳에 배치한다. 내비게이션과 교통방송으로 실시간 교통정보도 제공한다. 김 청장은 “대회 당일 최소한의 교통통제만 실시하겠다”며 “가급적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차량 운전자들은 교통경찰의 안내를 잘 따라 달라”고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9일 오전 6시∼7시 51분 출발지인 세종대로(서울시청∼광화문 삼거리)는 모든 차로의 차량 통행이 통제된다. 경복궁 주변 도로는 오전 7시 23분∼8시 9분 일부 차로 통행이 제한된다. 오전 7시 30분∼10시 8분에는 세종대로(광화문 삼거리∼숭례문), 남대문로(숭례문∼한국은행), 소공로(한국은행∼서울광장), 을지로(서울광장∼을지로5가∼을지로입구역), 남대문로(을지로입구역∼광교 남단), 청계천로(광교 남단∼고산자교∼무교로 사거리)가 차례로 통제된다. 코스 마지막 구간인 청계천로(무교로 사거리∼광교 남단)와 도착지인 무교로는 오전 7시 10분∼10시 반 통제된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119구급차로 이송된 응급 환자가 첫 병원에서 치료를 못 받고 다른 병원으로 재이송되던 중 사망하는 사례가 최근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병원을 전전하다 사망하는 사례를 줄이기 위해 필수의료 인력 확충을 추진 중이다. 4일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19구급차가 환자를 재이송하는 과정에서 심정지·호흡정지에 빠진 환자가 올해 상반기(1∼6월)에만 200명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재이송 중 심정지·호흡정지 환자는 2020년 221명이 발생했으나 지난해 279명으로 증가했다. 현재 추세라면 올해도 지난해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재이송 건수는 2020년 7705건에서 지난해 7812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4171건에 달했다. 소방청이 집계한 재이송 사유 중 가장 많은 것은 ‘전문의 부재’로 1325건(31.8%)이었다. 병상 부족(903건, 21.6%), 환자·보호자 변심(188건, 4.5%) 등이 뒤를 이었다. 소방청 관계자는 “환자를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없어 다른 병원으로 재차 옮기다 환자가 숨지는 경우가 꽤 있다”고 밝혔다. 올 8월 서울아산병원에서도 간호사가 출근 직후 뇌출혈 증상으로 이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면서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한 바 있다. 당시 필요한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는 휴가 등으로 모두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보건복지부는 서울아산병원 사건을 계기로 ‘필수의료 확충 추진단’을 꾸리고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인력 확대 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다. 대책의 일환으로 중증, 응급수술 등 기피 분야의 의료 수가를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형 병원이라도 세부 진료 분야 전문의가 모두 상주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병원별 협력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허탁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각 지역 병원들이 유기적인 전문의 협력 근무체계를 구축해 환자가 처음부터 수술이 가능한 의사가 있는 병원으로 배정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119구급차로 이송한 응급 환자를 처음 도착한 병원에서 치료하지 못해 다른 병원으로 재이송하던 중 심정지가 온 사례가 최근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구급차가 도착한 첫 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해 다른 병원으로 다시 이송하는 과정에서 심정지에 빠진 환자는 200명으로 집계됐다. 2020년 221명, 2021년 279명이던 재이송 중 심정지 환자가 올해 들어 증가한 것이다. 지역별로는 올 상반기 재이송 중 심정지 환자가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52건)였다. 이어 서울(26건), 부산(19건)이 뒤를 이었다. 구급차의 응급 환자 재이송 사례도 증가세다. 2019년 6709건이던 재이송 건수는 2020년 7705건으로 1000건 가까이 뛰었다. 지난해 7812건, 올해 상반기에는 4171건의 재이송 사례가 발생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재이송의 주된 이유는 처음 도착한 병원에 환자를 치료할 의료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실제 올 상반기 소방청이 분류한 재이송 사례 중 '전문의 부재'가 1325건(31.7%)으로 가장 많았다. 소방청 관계자는 “뇌졸중 등 특정 사유로 쓰러진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면 해당 수술이 가능한 의사가 없어 다른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 8월에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일하던 30대 간호사가 출근 직후 뇌출혈 증상으로 이 병원 응급실을 찾았으나 수술이 가능한 신경외과 의사가 없어 서울대병원으로 전원 됐다가 끝내 숨졌다. 다른 재이송 사유로는 병상 부족(903건), 환자ㆍ보호자 변심(188건) 순으로 많았다. 의료 장비 고장도 60건에 달했다. 특히 병상 부족으로 인한 재이송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한 2020년부터 크게 늘었다. 2019년만 해도 병상 부족은 전체 재이송 사유의 14%에 그쳤지만 2020년 21%까지 증가했다. 전체 재이송 사유 가운데 병상 부족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17%로 다소 줄었다가 올해 상반기 22%로 뛰었다. 허탁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으로 대두된 중환자실 인력 확충과 더불어 전문의 부족과 휴가 등으로 인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 병원들이 하나의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 전문의 부재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최근 발생한 대전 아울렛 화재에서 지하에 설치된 170여 개 격실(칸막이방)이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데 서울 시내 백화점·아웃렛 등 10여 곳을 둘러본 결과 이 시설들의 지하에도 이와 유사한 ‘지하 백오피스’가 조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 휴식 및 사무 공간 등으로 활용되는 장소인데 다닥다닥 붙은 채 환기도 안 돼 화재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재 취약한 ‘지하 백오피스’최근 화재로 7명이 숨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지하층에 170여 개의 격실(칸막이방)이 조성돼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다른 백화점·아웃렛에서도 유사한 ‘지하 백오피스’가 조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2일 서울 시내 백화점과 아웃렛 등 대형 판매시설 10곳을 둘러본 결과 모두 지하층에 ‘백오피스’를 두고 있었다. 직원들의 휴식 및 사무 공간 등으로 활용되는 장소인데 다닥다닥 붙은 데다 환기도 안 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내부에선 전열기구 사용도 빈번해 화재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로처럼 복잡한 지하 백오피스2일 찾은 강남권 백화점. 이 건물 지하층에는 미로처럼 만들어진 백오피스 구역에 15개 이상의 격실이 조성돼 있었다. 각 격실 공간은 5평(약 16.5m²) 내외였다. 한 격실의 출입구 옆에는 ‘박스 적재 절대 금지’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지만 물품이 담긴 종이박스 9개와 의류 거치대가 바로 앞에 놓여 있었다. 포장재와 의류 등이 통로와 복도 곳곳에 쌓여 있어 성인 한 명이 지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일부 격실에는 소화기가 있었지만 주변 종이상자에 파묻혀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한 직원은 “매일 다니는데도 헷갈려 길을 잃은 적도 있다”고 했다. 중구의 한 백화점 직원은 “비상구를 통해 지상으로 빠져나가는 데 최소 15∼20분은 걸릴 것 같다”며 “백오피스 내부 전등이라도 꺼지면 아무것도 안 보일 정도로 어둡고, 환기도 안돼 늘 먼지가 가득하다”고 했다. 아웃렛·쇼핑몰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2일 둘러본 영등포구의 한 쇼핑몰 지하주차장 한 쪽에는 직원 사무 공간과 휴게실이 조성돼 있었다. 창고 옆 10평 남짓한 사무공간에는 7∼8명이 앉아 있었는데 환기가 안 돼 냄새가 퀴퀴했다.○ 전열기 사용 빈번한 휴게 공간직원들은 백오피스에 마련된 휴게 공간에서 간단히 숙식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때문에 압력밥솥, 전자레인지, 전기포트 등 전열기구가 다수 놓여 있었다. 휴대전화 충전기 등 개인용품도 있다 보니 멀티탭이 문어발처럼 뻗은 경우가 많았다. 일부 전선은 피복이 벗겨져 있었다. 구로구의 아웃렛에선 노후 전선으로 연결된 멀티탭이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린 모습도 목격됐다. 시내 대형 백화점에서 건물관리를 담당하는 A 씨(62)는 “휴게실에서 식사를 매일 해결하니 냉장고와 전자레인지는 필수”라며 “전기는 계속 필요하고 이용자는 많다 보니 멀티탭을 3, 4개씩 연결해 쓴다”고 말했다. 또 “대전 아울렛 사건을 보면서 남 일 같지 않아 가슴이 철렁했다”고 덧붙였다. 대전 아울렛 화재를 계기로 일부 개선에 나선 곳도 있었지만 현장에선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하 백오피스’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쇼핑시설 지하 공간에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하에선 환기가 안돼 연기 질식으로 인한 인명 피해 위험이 훨씬 크다”며 “사람이 자주 머무는 공간은 가급적 지상에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동현 가천대 소방공학과 명예교수는 “당분간 백오피스를 지상으로 이동시키기 어렵다면 전력이 차단돼도 ‘피난 유도등’이 늘 눈에 띌 수 있도록 적재물을 치워놓고 지상 대피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쌍방울그룹으로부터 3억여 원의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28일 구속된 이화영 전 국회의원(현 킨텍스 대표이사)이 사직서를 냈다. 2일 킨텍스 등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은 지난달 29일 변호인 등을 통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2005년 설립된 국내 최대 규모의 전시ㆍ컨벤션센터인 킨텍스의 대표이사 중 임기 내 구속돼 사직서를 낸 것은 이 전 의원이 처음이다.이에 따라 킨텍스는 이번 주 이사회를 열고 이 전 의원의 사표 수리 여부와 대표 직무대행 선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킨텍스에 따르면 조승문 경영부사장이 직무대행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 직무대행이 선임되면 주주총회 등을 통해 신임 사장 공모 절차도 진행할 계획이다.이 전 의원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 전 의원이 쌍방울그룹의 법인카드를 사용하고 측근 A 씨를 쌍방울 직원으로 허위 등재해 월급을 수령하는 등의 방식으로 총 2억5000여만 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의원의 아들은 쌍방울 계열 연예기획사에 입사해 1년 동안 근무하기도 했다. 앞서 이 전 의원이 구속된 지난달 28일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행정사무 감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이경진 기자 lkj@donga.com}
경찰은 올 6월 경북 포항시 한동대 일대에서 길고양이 7마리를 학대 끝에 죽인 혐의로 30대 남성 A 씨를 체포했다. 하지만 체포된 A 씨는 범행을 인정하지 않은 채 묵비권을 행사했다. 범행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에는 그가 범행 현장을 드나드는 모습은 담겨 있었지만 고양이를 죽이는 장면은 없었다. A 씨가 ‘고양이 사체를 발견하고 훼손했을 뿐’이라고 주장할 경우 반박할 근거가 없었던 경찰은 궁리 끝에 농림축산검역본부(검역본부)에 사체 부검을 의뢰했다. 부검 결과 ‘살아있는 상태에서 학대를 당한 끝에 죽었다’는 회신을 받고 추궁한 끝에 A 씨가 고양이들을 발로 밟는 등 엽기적으로 학대해 죽인 사실을 밝혀냈다. 21일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A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최근 동물 학대 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동물 사체 부검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역본부에 따르면 2017년 49건이었던 부검 건수는 지난해 228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1∼8월 기준으로 235건에 달한다. 부검은 폭력 등 동물 학대가 있었는지 판단할 때 중요한 근거가 된다. 검역본부에서 동물 부검을 담당하는 이경현 연구원은 “털이 있는 동물들은 겉만 보면 출혈이나 찔린 흔적 등을 찾기가 쉽지 않다 보니 부검이 사인 규명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올 7월 대구 남구에선 다수의 고양이를 집에 가둬 놓고 방치해 죽게 한 20대 여성 B 씨가 붙잡혔다. 그러나 B 씨는 경찰 조사에서 “얼마나 고양이를 방치했는지, 총 몇 마리가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검역본부는 부검을 통해 고양이가 총 17마리 있었고, 4월부터 방치된 고양이들이 극도의 배고픔 속에서 동족을 해쳤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부검이 묻힐 뻔한 사안의 심각성을 드러낸 것이다. 동물 부검의 유용성을 확인한 서울경찰청은 올 6월 “동물 사체 부검을 적극 의뢰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하지만 전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국내에서 동물을 부검하는 곳은 검역본부 질병진단과뿐인데, 담당 수의사는 2명에 불과하다. 독성 검사의 경우 장비가 없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맡겨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검역본부는 본부 내 동물 부검을 전담하는 ‘수의법의학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최민경 정책팀장은 “동물 학대는 늘고 있는데, 국내는 동물 부검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 과정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의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21일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법정에 선 피고인 A 씨. 법원은 동물보호법 위반과 절도, 재물손괴 등 7개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그는 경북 포항시 한동대 일대에서 길고양이 7마리를 학대하고 잔혹하게 죽인 혐의로 올 6월 경찰에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검거 이후에도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줄곧 묵비권을 행사했다. 범행 현장 인근 차량 블랙박스나 폐쇄회로(CC)TV에는 그가 범행 현장을 드나드는 모습은 찍혀 있었지만, 고양이를 죽이는 장면은 없었다. 하지만 재판에서 ‘동물 부검’ 결과를 제시하자 A 씨는 순순히 범행을 인정했다. 부검 결과 A 씨는 주로 고양이들을 발로 밟아 죽게 한 이후에도 사체에 학대를 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동물 학대 범죄가 늘어나면서 동물 부검에 대한 중요성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A 씨 사건처럼 동물 부검이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사례도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경찰도 동물 학대 수사에 동물 부검을 적극적으로 의뢰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전국에서 동물 부검을 담당하는 인원은 2명뿐이라 인력 및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부검으로 밝혀낸 동물들의 안타까운 죽음범행 시기지역 사건 개요2021년 6월경남 경주시경주의 농장에서 공기총에 맞아 죽은 채로 발견된 진돗개 한 마리. 범인은 “개가 위협해 쐈다”고 답변했지만, 부검 통해 개가 땅에 누워있는 상태에서 총을 쐈다는 사실 드러남. 2022년 6월대구시고양이 17마리를 먹이도 주지 않은 채 방치한 집주인. 부검을 통해 굶어 죽은 고양이 숫자와 서로 갉아먹은 흔적 발견. 2022년 7월경북 포항시새끼 고양이를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한 30대 남성. 범행 부인했지만, 부검 통해 살아있는 상태에서 발로 밟아 죽였다는 사실 밝혀내. ●고양이 연쇄 살해범 자백 끌어낸 동물 부검 동물 부검을 통해 A 씨의 범행 정황을 구체적으로 밝혀낸 건 농림축산검역본부 소속 이경현 연구원이다. 이 연구원은 경찰로부터 노끈으로 목이 매달린 채 죽어있는 고양이의 사인(死因)을 밝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부검 결과 고양이는 외부 충격 등으로 먼저 사망한 뒤 목이 매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원은 “동물들은 털로 뒤덮여 있어 외관상으로는 출혈, 찔린 흔적 등을 찾아내기 쉽지 않다”며 “부검 후에 진짜 사인을 찾는 일이 많다”고 했다. 고양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범행 도구’ 윤곽도 부검으로 드러났다. 이 연구원은 죽은 고양이 체중과 내부 장기 손상 정도를 봤을 때 거대한 둔기가 사용된 건 아니라고 봤다. 경찰이 A 씨의 집에서 수거한 증거품 가운데 범행 도구로 의심 가는 물건이 있었지만, 고양이의 혈흔이나 털 등 범행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았다. 이에 검역본부는 “꼬리를 잡아 몸을 못 움직이게 한 뒤 신발을 신은 채 발로 머리를 밟아 죽인 걸로 추정된다”는 부검 결과를 경찰에 전달했다. 범행을 부인하던 A 씨는 경찰이 부검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범행 수법을 추궁하자 당황하며 입을 열었다고 한다. 이 연구원은 “동물 학대 장소 대부분은 CCTV나 블랙박스 영상에 찍히지 않는 사각지대”라며 “남아있는 증거는 결국 사체뿐이라 부검을 거쳐야만 동물의 억울한 죽음이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굶어 죽은 고양이들의 처참했던 마지막 순간 올 7월엔 대구 남구에서 고양이 17마리를 자기 집에 방치해 죽게 한 20대 여성 B 씨가 재판에 넘겨졌다. B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일이 있어 오래 집을 비웠다’며 사실상 학대 행위를 인정했다. 다만 자신이 얼마나 오랜 기간 고양이들을 돌보지 않았는지, 몇 마리가 집에 있었는지 등 구체적 정황에 대해선 “모른다”고 일관했다. 이때도 동물 부검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동물 학대 혐의와 관련된 양형 기준에는 몇 마리를 어떻게 죽게 했는지도 포함돼 있다. 검역본부는 심하게 부패한 사체들을 거두어 머리뼈 개수 기준으로 고양이 총 17마리가 있었음을 밝혀냈다. 오랫동안 먹이를 먹지 못한 고양이들끼리 서로 갉아먹은 흔적도 발견됐다. 17마리의 사망 시점은 모두 달랐는데, 사망 시점이 늦은 고양이 대다수가 현관문 근처에서 발견됐다. 탈출하려고 시도했던 정황이라는 게 검역본부의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고양이들이 동족은 웬만해선 건드리지 않는다. 창문, 문이 닫혀있는 집 안에서 오랫동안 먹이를 먹지 못한 극한의 상황에서 벌어진 비극이다. 명백한 학대”라고 했다. 사망 시점 등을 추정한 결과 B 씨는 4월부터 17마리를 방치했다. 동물의 경우 사망시점은 사체에 생긴 곤충 등을 통해 추정한다. 사람의 사망 시점을 추정할 때 활용되는 ‘법곤충’과 같은 원리다. B 씨 집에선 최소 한 달에서 두 달 사이에 17마리가 모두 죽은 것으로 확인됐다.●부검은 늘어나지만…담당 인력은 2명에 불과 동물 부검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경찰은 동물 부검을 적극적으로 의뢰하고 있다. 검역본부에 따르면 2017년 49건에 불과했던 부검 건수는 2019년 102건, 지난해 228건, 올해(1~8월) 235건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부검 전담 인력은 제자리라 검역본부에선 과부하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동물 부검을 전담하는 검역본부 수의사가 2명에 불과하다. 인프라도 열악한 수준이다. 독성 검사를 할 수 있는 장비가 없어 독성 검사는 국과수에 의존하고 있다. 검역본부는 이달 16일 동물 부검을 전담하는 ‘수의법의학센터’ 설립을 추진하는 안을 행정안전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최민경 정책팀장은 “매년 동물 학대는 늘어나고 있는데, 동물 부검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 과정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부검이 확대될 수 있도록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경찰이 지난해 9월 처음 도입된 위장수사를 통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만들거나 유포·시청한 범죄자를 200명 이상 붙잡았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약 1년 동안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를 대상으로 183건의 위장수사를 벌여 261명을 검거하고 이 중 22명을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범죄 유형별로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판매·배포·광고한 피의자가 179명(68.6%)으로 가장 많았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소지했거나 시청한 피의자가 73명(28.0%), 성착취물을 제작하거나 제작을 알선한 사람이 8명(3.1%)이었다. 경찰은 자신이 제작한 성착취물을 ‘N번방’ ‘박사방’에서 유포됐던 성착취물과 함께 텔레그램을 통해 판매한 범인을 지난해 11월 인천에서 붙잡아 구속했다. 올 4월엔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착취 목적의 대화를 하고 성착취물을 제작한 피의자를 구속했다. 위장수사는 지난해 9월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 한해 처음 도입됐다. 위장수사는 문서·전자기록 등을 활용해 가짜 신분을 꾸며내는 ‘신분 위장수사’와 신분을 밝히지 않고 수사하는 ‘신분 비공개수사’로 나뉜다. 신분 위장수사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신분 비공개수사는 활동 내용을 국가경찰위원회(경찰위)와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범행 수법이 진화하는 만큼 위장수사도 기술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범인들이 다크웹, 가상사설망(VPN) 등을 통해 흔적을 지우려 해도 추적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경찰이 지난해 9월 처음 도입된 위장수사를 통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만들거나 유포·시청한 범죄자를 200명 이상 붙잡았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약 1년 동안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를 대상으로 위장수사 183건을 벌여 261명을 검거하고 이 중 22명을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범죄 유형별로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판매·배포·광고한 피의자가 179명(68.6%)으로 가장 많았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소지했거나 시청한 피의자가 73명(28.0%), 성착취물을 제작하거나 제작을 알선한 사람이 8명(3.1%)이었다. 경찰은 자신이 제작한 성착취물을 ‘N번방’, ‘박사방’에서 유포됐던 성착취물과 함께 텔레그램을 통해 판매한 범인을 지난해 11월 인천에서 붙잡아 구속했다. 올 4월엔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착취 목적의 대화를 하고 성착취물을 제작한 피의자를 구속했다. 위장수사는 지난해 9월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 한해 처음 도입됐다. 위장수사는 문서·전자기록 등을 활용해 가짜 신분을 꾸며내는 ‘신분 위장수사’와 신분을 밝히지 않고 수사하는 ‘신분 비공개수사’로 나뉜다. 신분 위장수사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신분 비공개수사는 활동 내용을 국가경찰위원회(경찰위)와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범행 수법이 진화하는 만큼 위장수사도 기술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범인들이 다크웹, 가상사설망(VPN) 등을 통해 흔적을 지우려 해도 추적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경찰이 20일 ‘신당역 스토킹 살인’ 피의자 전주환(31·구속)을 상대로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 면담을 실시한다. 경찰은 이날 면담 결과를 토대로 '사이코패스 검사'로 불리는 PCL-R 검사를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20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프로파일러로 구성된 서울경찰청 행동분석팀은 이날 전주환에 대한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PCL-R 검사 실시 여부는 면담 과정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 20개 항목으로 구성된 이 검사의 체크리스트에서 만점은 40점으로, 국내에서는 25점 이상일 경우 사이코패스로 분류한다. 과거 사이코패스로 판정된 연쇄 살인범 유영철과 강호순은 각각 38점, 28점을 받았다. 경찰은 전 씨가 범행 당일을 포함해 모두 네 차례에 걸쳐 피해자가 과거에 살던 집 근처를 찾아간 사실을 파악하는 등 보복살인 혐의를 입증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이르면 21일 전 씨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숨진 역무원의 큰아버지 A 씨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출연해 "(전주환은) 일반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자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지능적인 행동으로 범죄를 저질렀다”며 “오랫동안 스토킹을 지속하고 광적인 집착을 보였다”고 토로했다. A 씨는 피해자와 전주환이 근무했던 서울교통공사의 대응에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서울교통공사 측에서 사내 성범죄에 대한 문제를 인지하고 징계까지 내렸는데 기본적인 사원 신분에 제한을 둬 범죄를 막았어야 했다”며 “중범죄 형량을 구형받았는데 회사에서 사원 신분 변동 없이 인트라넷에 접속할 수 있는 아이디, 패스워드를 박탈하지 않은 게 뼈아프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부모에 대해선 “아직도 현실을 인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기윤기자 pep@donga.com}
경찰이 ‘신당역 스토킹 살인’ 범인으로 구속된 전주환(31·사진)의 신상을 19일 공개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후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사전에 계획해 공개된 장소에서 피해자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등 범죄의 중대성 및 잔인성이 인정된다”며 “논의를 거쳐 전주환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스토킹 범죄 등 유사 범행에 대한 예방 효과, 재범 위험성 등 공공의 이익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전주환은 14일 오후 8시 56분경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입사동기인 역무원 A 씨(28)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한 전주환은 ‘우발적 범행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주환이 장시간 범행을 계획했다는 추가 정황들이 연이어 드러나고 있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검거 당시 전주환은 증거 인멸 등을 위해 이미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범행 당일 피해자의 전 주거지 일대를 배회할 당시 착용한 점퍼는 ‘양면 점퍼’인데 범행 후 이를 뒤집어 입고 경찰 추적을 피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시 착용한 장갑에 대해서도 경찰에서 ‘흉기를 잘 잡기 위해서’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전주환을 이번 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전주환은 이번 사건과 별개로 2018년 음란물을 유포해 경찰 조사를 받고 두 차례 처벌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폭행 사건으로 경찰에 입건된 전력도 있다고 한다. 2016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으나 이후 1년간 진행되는 실무수습을 마치지 못했고, 정식 회계사 자격증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경찰이 ‘신당역 스토킹 살인’ 범인으로 구속된 전주환(31·사진)의 신상을 19일 공개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후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사전에 계획해 공개된 장소에서 피해자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등 범죄의 중대성 및 잔인성이 인정된다”며 “논의를 거쳐 전주환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스토킹 범죄 등 유사 범행에 대한 예방 효과, 재범 위험성 등 공공의 이익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전주환은 14일 오후 8시 56분 경 서울 중구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입사동기인 역무원 A 씨(28)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한 전주환은 ‘우발적 범행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주환이 장시간 범행을 계획했다는 추가 정황들이 연이어 드러나고 있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검거 당시 전주환은 증거 인멸 등을 위해 이미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범행 당일 피해자의 전 주거지 일대를 배회할 당시 착용한 점퍼는 ‘양면 점퍼’인데 범행 후 이를 뒤집어 입고 경찰 추적을 피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시 착용한 장갑에 대해서도 경찰에서 ‘흉기를 잘 잡기 위해서’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에서 검찰이 불법촬영과 스토킹 혐의로 징역 9년형을 구형한 지난달 18일에도 지하철 6호선 증산역 역무실에서 서울교통공사 내부망을 이용해 피해자의 근무지 정보를 열람한 정황이 포착됐다. 경찰은 전주환이 전화, 문자메시지 외에도 A 씨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등에 접촉을 시도한 정황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전주환을 이번 주 중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전주환은 이번 사건과 별개로 2018년 음란물을 유포해 경찰 조사를 받고 두 차례 처벌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폭행 사건으로 경찰에 입건된 전력도 있다고 한다. 2016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으나 이후 1년 간 진행되는 실무수습을 마치지 못했고, 정식 회계사 자격증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발생한 역무원 스토킹 살인 사건과 관련해 법원과 검경이 피의자 전모 씨(31·구속)의 범행을 미리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 씨는 올해 초 피해자 A 씨가 고소한 스토킹 혐의 관련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하며 “피해자에게 연락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경찰은 이를 받아들이고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A 씨가 처음 전 씨를 고소했을 때는 법원이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던 전 씨가 이후 A 씨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했는데도 검경은 접근금지 조치 등을 취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16일에야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도록 한 ‘반의사불벌죄’ 규정을 스토킹 처벌법에서 삭제하겠다고 밝혔다.》신당역 스토킹 살인 막을 기회 여러 차례 있었다 1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입사 동기였던 역무원 A 씨(28)를 흉기로 살해한 전모 씨(31·구속)가 올 초 스토킹 혐의로 고소된 후 경찰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 앞으로 피해자에게 연락하지 않겠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그 진술을 받아들이고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는데, 불구속 상태였던 전 씨는 이후에도 A 씨에게 계속 연락하며 형량을 줄이기 위해 합의를 종용했다. 1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0월 사건이 표면화된 후 약 1년 동안 이처럼 여러 차례 법원과 검경이 전 씨의 범행을 막을 기회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도움 받고 싶다” 첫 고소 후 영장 기각경찰에 따르면 2019년부터 스토킹에 시달린 A 씨는 지난해 10월 4일 “도움을 받고 싶다”며 처음으로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전 씨에게 여러 차례 ‘A 씨에게 연락하지 말라’는 경고성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전 씨는 연락을 자제하는 대신에 거꾸로 “돈을 주지 않으면 유포하겠다”며 A 씨에게 불법 촬영한 영상물을 보냈다. 해외 웹하드 주소 등 유포를 암시하는 캡처 화면을 보내면서 “자살하겠다”고도 협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지난해 10월 7일 불법 촬영과 협박 혐의로 경찰에 전 씨를 고소했고, 다음 날 경찰은 전 씨를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구속영장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 인멸, 도주 우려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구속사유 심사 시 범죄의 중대성 및 재범 위험성과 함께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도 감안해야 하는데 이런 고려가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사건 관계 변호사는 “전 씨가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는 점이 영장 심사 때 참작됐다는 말이 나온다”며 “피해자 입장을 고려한 발부 기준이 필요하다”고 했다.○ 수사 단계 신변보호 미흡경찰은 지난해 10월 고소 후 한 달 동안 A 씨를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 시스템에 등록했다. 하지만 이후 A 씨가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기간을 연장하거나, 스마트워치 지급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접근 금지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21일 시행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경찰은 스토킹 행위 시 가해자에게 △100m 이내 접근 금지 △피해자 통신 접근 금지 △유치장·구치소 유치 등의 잠정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상 징후가 없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주위 시선 때문에 피해자가 보호를 원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가해자에 대한 분리 조치가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2차 고소 후 “더 적극적 조치 있었어야”전 씨는 수사 중인 상황에서도 A 씨에 대한 연락을 멈추지 않았다. 이에 A 씨는 올 1월 전 씨를 다시 고소했다. 경찰은 이때 ‘앞으로 연락하지 않겠다’는 말을 믿고 전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는데, 당시 좀 더 적극적인 조치가 이뤄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혐의를 인정한 발언은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것인데 이 말만 믿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올 5월 재판이 시작되고 검찰이 징역 9년을 구형하자 전 씨는 합의를 종용하며 스토킹을 이어갔다.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도록 한 스토킹처벌법상 반의사불벌죄가 2차 피해를 조장한 것이다. 원하던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전 씨는 결국 1심 선고 전날 지하철역으로 찾아가 A 씨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3년여 동안 전 씨가 A 씨에게 문자 등으로 접촉한 횟수는 총 370여 차례에 달한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검찰이 9년을 구형했을 때 전 씨가 피해자에게 접근할 것이란 사실은 이미 예견됐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구인·구직 사이트에 일자리를 구한다는 글을 올린 20대 A 씨는 올 7월 “부동산 계약금을 대신 받아 송금하면 보수를 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A 씨는 전화 지시대로 2명으로부터 약 5000만 원을 받아 다른 계좌로 송금했다. 지인으로부터 “하는 일이 아무래도 보이스피싱 같다”는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난 그는 경찰에 자수했다. A 씨에게 돈을 건넨 이들은 사실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자였다. 30대 B 씨도 올 4월 통신기기 납품 업체라면서 ‘월 200만 원 보장 단기 재택 아르바이트’ 구인 광고를 낸 곳에 입사 지원서를 냈다. 이후 직원으로부터 스마트폰 수십 대, 유심칩 등을 전달받은 뒤 지시에 따라 약 한 달간 집에서 일했다. 자신도 모르게 보이스피싱 조직의 ‘070’ 발신번호를 ‘010’으로 변환하는 일을 맡았던 B 씨는 최근 경찰에 자수하면서 “5G 광대역 테스트라고 해 그런 줄로만 알았다”고 하소연했다. 2030 청년층이 자신도 모른 채 보이스피싱에 가담했다가 뒤늦게 자수하거나 경찰에 잡히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경찰청은 전화금융사기 특별 자수·신고 기간이었던 6월 8일∼8월 7일 자수와 신고로 총 164명을 붙잡아 12명을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기간 범행을 자수한 피의자는 총 101명이었는데 2030 청년층이 55명(54.4%)으로 전체의 과반을 차지했다. 직업별로는 무직자(61명)가 절반 이상이었고 대학생(17명)이 뒤를 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조직에 속아 범행 가담 사실조차 모르다 뒤늦게 알아차린 피의자가 늘고 있다. 자수할 경우 불구속으로 수사하면서 검찰과 협의해 구형에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청년들은 대면수금원이나 현금인출책으로 조직 몸통이 아니라 말단에서 손발 역할을 한 경우가 많았다. 자수·신고를 통해 검거된 이들(총 164명) 중 가장 많은 수가 직접 피해자를 만나 돈을 받는 대면수금원(128명)이었다. 이어 현금 인출책(15명), 대포계좌 명의자(9명), 대포폰 명의자(5명), 발신번호 조작 가담자(3명) 순이었다. 검거된 이들 중에는 중국에 건너가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한 뒤 전화를 걸며 범행을 하다 친모로부터 수배 및 여권 무효화 사실을 전해 듣고 자수한 청년도 있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위챗’으로 은행 직원을 사칭해 약 3000만 원을 가로챈 국내 거주 중국인 유학생이 자수하기도 했다. 자수 대신 신고로 붙잡힌 이는 61명이었는데 신고자는 택시기사 등 시민 제보가 30건으로 가장 많았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에 사용된 계좌를 추적해 동결하고 범죄수익이나 수익을 처분해 얻은 재산까지 몰수 보전해 피해금 회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은 해외 체류 중인 이들을 대상으로 ‘해외 특별 자수·신고기간’도 10월 말까지 운영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구인·구직 사이트에 일자리를 구한다는 글을 올린 20대 A 씨는 올 7월 “부동산 계약금을 대신 받아 송금하면 보수를 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A 씨는 전화 지시대로 2명으로부터 약 5000만 원을 받아 다른 계좌로 송금했다. 지인으로부터 “하는 일이 아무래도 보이스피싱 같다”는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난 그는 경찰에 자수했다. A 씨에게 돈을 건넨 이들은 사실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었다. 30대 B 씨도 올 4월 통신기기 납품 업체라면서 ‘월 200만원 보장 단기 재택 아르바이트’ 구인 광고를 낸 곳에 입사 지원서를 냈다. 이후 직원으로부터 스마트폰 수십 대, 유심칩 등을 전달받은 뒤 지시에 따라 약 한 달간 집에서 일했다. 자신도 모르게 보이스피싱 조직의 ‘070’ 발신번호를 ‘010’으로 변환하는 일을 맡았던 B 씨는 최근 경찰에 자수하면서 “5G 광대역 테스트라고 해 그런 줄로만 알았다”고 하소연했다. 2030 청년층이 자신도 모른 채 보이스피싱에 가담했다가 뒤늦게 자수하거나 경찰에 잡히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경찰청은 전화금융사기 특별 자수·신고 기간이었던 6월 8일~8월 7일 자수와 신고로 총 164명을 붙잡아 12명을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기간 범행을 자수한 피의자는 총 101명이었는데 2030 청년층이 55명(54.4%)으로 전체의 과반을 차지했다. 직업별로는 무직자(61명)가 절반 이상이었고 대학생(17명)이 뒤를 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조직에 속아 범행 가담 사실조차 모르다 뒤늦게 알아차린 피의자들이 늘고 있다. 자수할 경우 불구속으로 수사하면서 검찰과 협의해 구형에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청년들은 대면수금원이나 현금인출책으로 조직 몸통이 아니라 말단에서 손발 역할을 한 경우가 많았다. 자수·신고를 통해 검거된 이들(총 164명) 중 가장 많은 이들이 직접 피해자를 만나 돈을 받는 대면수금원(128명)이었다. 이어 현금 인출책(15명), 대포계좌 명의자(9명), 대포폰 명의자(5명), 발신번호 조작 가담자(3명) 순이었다. 검거된 이들 중에는 중국에 건너가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한 뒤 전화를 걸며 범행을 하다 친모로부터 수배 및 여권 무효화 사실을 전해 듣고 자수한 청년도 있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위챗’으로 은행 직원을 사칭해 약 3000만 원을 가로챈 국내 거주 중국인 유학생이 자수하기도 했다. 자수 대신 신고로 붙잡힌 이들은 61명이었는데 신고자는 택시기사 등 시민 제보가 30건으로 가장 많았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에 사용된 계좌를 추적해 동결하고 범죄수익이나 수익을 처분해 얻은 재산까지 몰수 보전해 피해금 회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은 해외 체류 중인 이들을 대상으로 ‘해외 특별 자수·신고기간’도 10월 말까지 운영한다. 김기윤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