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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47)은 그날도 큰딸(28)을 때리고 있었다. 중학교 때 교통사고로 뇌병변 장애를 앓던 딸이었다. 술에 취한 남편은 급기야 ‘딸을 죽여버리겠다’며 흉기를 찾기 시작했다. 말려도 소용없었다. 부인 이모 씨(47)는 방에서 숨죽이고 있던 둘째 딸(27)과 아들(15)에게 구원 요청을 했다. 함께 남편의 팔다리를 붙잡은 뒤 청테이프로 손발을 묶고 입을 막았다. 그러곤 이불을 뒤집어씌웠다. 5시간쯤 지난 12일 새벽. 이불을 걷어냈을 때 남편은 숨을 쉬지 않았다. 인공호흡도 허사였다. 이 씨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119 구급대원은 남편을 병원으로 옮긴 뒤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 앞에서 이 씨는 “자고 있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숨을 안 쉰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의 추궁에 결국 자백했다. 이 씨는 “막내는 모르는 일”이라며 중학생 아들만은 보호하려 했으나 부질없었다. 경기 성남중원경찰서는 가족에게 폭행을 일삼던 남편을 질식시켜 숨지게 한 혐의(폭행치사)로 이 씨를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둘째 딸과 막내아들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이 씨와 자녀들이 가장을 죽인 것에 심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일부러 살해하려 한 건 아닌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성남=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경기도 신청사 건립 사업이 무기한 보류됐다. 3800억 원에 이르는 사업비 마련이 어렵기 때문이다. 김용삼 경기도 대변인은 16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세금 걷기가 어렵고 복지예산 증가로 재원 마련이 어려운 형편”이라며 “도청 신청사 건립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신청사 건립에 필요한 재원이 마련될 때까지 보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언제 경기가 회복될지 알 수 없어 사실상 ‘신청사 건립 포기 선언’으로 해석된다. 최근 인천시도 심각한 재정난으로 수당 지급을 늦췄고 경기 용인시는 경전철 사업 여파로 지방채를 발행하며 공무원 월급까지 깎았다.도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세수는 1조2525억 원에 불과하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취득세·등록세 수입이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3000억 원가량 급감했다. 수입은 줄어들었지만 지출해야 할 돈은 갈수록 태산이다. 올 1월부터 시행된 영유아 보육료 지원에 870억 원이 투입되는 등 올 한 해 써야 할 복지예산만 3조8835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3조4115억 원보다 4000억 원 이상을 더 써야 한다.앞서 도는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현 청사를 영통구 이의동 광교신도시로 옮겨 다른 공공기관과 함께 행정타운을 조성하기로 2004년 결정했다. 당초 50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최고 36층 규모의 청사를 지으려고 했지만 2010년 공공기관 ‘호화청사’ 논란이 일면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 공사 규모를 3800억 원으로 줄였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
경기 시흥시에서 부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 내 유기한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아내를 살해했다고 경찰에서 자백했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 및 살해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16일 시흥경찰서에 따르면 최모 씨(64·시흥시 목감동)는 15일 오전 5시경 집에서 부인 이모 씨(69)를 목 졸라 살해한 뒤 10여 조각으로 토막 내 다음 날 오전 4시 10분경 시흥시 은행동 D아파트 단지 내 쓰레기 분리수거함에 이 씨의 시신을 유기했다. 최 씨는 경찰에서 “술을 먹고 들어갔는데 집사람이 자꾸 나무라서 목 졸라 살해하고 화장실에서 집에 있던 흉기와 톱으로 시신을 토막 내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렸다”고 진술했다. 이 씨의 시신은 이날 오전 8시 2분 D아파트 청소용역업체 W실업 직원들이 쓰레기를 수거하다 발견했다. 이 씨의 시신은 일반쓰레기를 담는 흰색 20L 봉투 3개와 50L 봉투 3개 등 6개에 나뉘어 담겨 있었다.신고자 신모 씨(45)는 “쓰레기봉투를 차에 싣고 있는데 봉투 안팎에 핏기가 있어 뜯어보니 토막 난 시신이었다”며 “쓰레기봉투는 테이프 등으로 봉해 있지 않고, 그냥 끝이 묶여 있었다”고 말했다. 쓰레기봉투는 시흥시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쓰레기봉투가 발견된 아파트는 최 씨 집에서 8.5km가량 떨어진 곳으로 최 씨가 2009년 11월부터 2010년 6월까지 경비원으로 근무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최 씨는 현재 다른 아파트에 경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경찰은 이날 최 씨의 반지하 집을 현장감식해 화장실과 거실, 계단에서 혈흔 20여 점을 발견했다. 최 씨의 차 트렁크에서도 혈흔반응을 확인했다. 최 씨 집 앞 폐쇄회로(CC)TV와 시신이 유기된 D아파트 입구 CCTV에서도 최 씨 차량의 진출입 장면이 찍힌 화면을 찾아냈다. 최 씨 차량은 집 앞에서 이날 오전 3시 48분에 출발해 33분 뒤인 4시 21분에 돌아왔다. 시신 유기 장소인 D아파트 입구에서는 4시 6분, 나가는 장면은 4시 11분에 찍혔다. 경찰은 최 씨가 평소 잘 아는 D아파트 쓰레기장에 시신을 버리고 돌아온 것으로 보고 있다.경찰은 이날 최 씨를 존속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최 씨 집과 차 트렁크의 혈흔과 이 씨의 혈흔이 일치하는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식 및 부검을 의뢰했다. 또 최 씨가 사용한 범행 도구를 찾는 한편 최 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를 추궁하고 있다.이웃주민들은 동네 반장에 활달한 성격의 이 씨가 남편과 사이가 좋았으며 주민들과도 잘 어울렸다고 전했다. 주민 문모 씨(55)는 “일요일(15일)에 최 씨를 만났는데 근처 텃밭에 뭘 심을 건지 얘기를 나눌 정도로 평소와 달라 보이지 않았다”며 “5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인데… 생각만 해도 오싹하다”고 말했다.시흥=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
경기 수원 20대 여성 피살사건의 범인 오원춘(吳元春·42) 씨의 여죄수사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 씨가 경남 창원까지 가서 막노동한 사실이 새롭게 확인되는 등 활동범위가 사실상 전국적이어서 수사 범위가 대폭 확대됐다.경찰은 15일 “오 씨의 휴대전화 발신 기록을 확인한 결과 지난해 가을 창원에서도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오 씨가 전국을 오가며 일한 것 같다”고 밝혔다. 오 씨의 국내 체류 지역과 기간은 노동 현장 동료나 주변 중국동포를 통해 알아보고 있지만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는 올해 초부터는 주변 동료들과 함께 서울 동대문 재개발 현장에 다니며 일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현재 오 씨가 체류했다고 밝힌 용인 부산 거제의 여성 실종자(가출인 및 미귀가자) 157명 가운데 아직 생존이 확인되지 않은 53명의 행적을 추적 중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오 씨에게 살해당한 A 씨(28·여)의 직접사인은 경부압박에 따른 질식사(손으로 목 졸라 살해)로 최종 확인됐다. 그러나 A 씨가 정확히 언제 살해당했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국과원은 A 씨의 위에서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이 36g만 검출된 데다 건강 상태나 환경, 심리상태에 따라 소화시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사망시간을 추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 오 씨가 타고 다닌 50cc 오토바이는 박모 씨 소유로 박 씨가 지난해 9월 지방 건설현장에 간 사이에 오 씨가 5개월 정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오 씨 집 건너편에 있던 125cc 오토바이도 그가 3월 중순경 동료로부터 받아 타고 다닌 것이라고 설명했다.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
경기 용인시가 지방채 추가 발행을 위해 공무원 급여 반납, 판공비 삭감 등 대대적인 긴축 재정을 펼치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채를 발행하면서 공무원 월급까지 내놓기로 한 것은 처음이다.○ 공무원뿐 아니라 주민 피해도 불가피 용인시 관계자는 “올 2월에 요청한 4420억 원 규모의 지방채 추가 발행을 12일 행정안전부가 승인했다”며 “올해 한도액 733억 원을 포함해 총 5153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게 됐다”고 15일 밝혔다. 이 과정에서 행안부는 강도 높은 자구책 마련을 요구했고 용인시는 경상경비 절감, 투자사업 축소, 자산 매각 등 채무관리 이행계획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김학규 시장 등 5급 이상 간부 공무원 122명(지난달 말 기준)은 올해 급여인상분을 반납하기로 했다. 기본급의 3.8%로 올해 전체 반납분은 약 1억8500만 원에 이른다. 급여 반납은 이미 3월부터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또 고위 간부와 부서에 배정된 시책업무추진비 및 기관운영업무추진비 등 판공비도 10% 줄이기로 했다. 올해 편성된 예산은 약 13억 원이다. 5급 이하 공무원이 받는 초과근무수당은 25%, 연가보상비도 50% 삭감된다. 개인별로 다르지만 한 달에 적게는 10만 원 정도, 많게는 30만 원가량 덜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포인트 국외연수비 등도 일부 또는 전액 삭감이 불가피하다. 시의회 의장단 판공비와 시의원 국외연수비도 적게는 30%, 많게는 50%까지 깎일 것으로 보인다. 민선 5기 공약사업인 교향악단 및 국악단 창단도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두 사업을 추진하려면 100억 원가량이 필요하다. 학교 내 노후시설 정비 등에 쓰이는 교육환경개선사업비와 민간단체에 지급하는 민간사업보조비 등도 삭감 대상이다. ‘묻지마 사업’의 피해를 주민들까지 입게 된 셈이다.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시유지 등 행정자산의 조기 매각도 추진한다. 김정한 용인시 부시장은 “지자체가 법이나 제도에 따라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사업 외에 최대한 절약해 재정을 회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방채 발행 때 ‘용인 기준’ 적용 용인시 사례를 계기로 지자체들의 무분별한 지방채 발행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행안부 관계자는 “공무원 월급을 깎을 정도의 이행계획을 제출한 경우는 용인시가 처음”이라며 “앞으로 지방채 발행 심사 때 해당 지자체의 자구 노력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겠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일부 지자체는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재정난에 빠지면 지방채 발행으로 이를 메우는 경우가 많았다. 용인시는 1조 원가량 투입된 경전철 사업 때문에 공사를 맡은 민자회사에 배상금 5159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 송태수 가천대 교수(행정학과)는 “미국 같으면 공무원을 해고도 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그렇게 못하니 경상비라도 깎아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단체장이 어떤 사업을 하자고 해도 직원들이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고 꼼꼼히 따져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용인=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살인자만 살인자가 아니다. 그들도(112신고센터 직원) 같은 살인자다.” 조카를 잃은 이모는 입술을 깨물며 울음을 참았다. 하지만 속에서는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13일 오후 경기 수원에서 살해된 A 씨(28·여) 유족 5명이 경기지방경찰청 112신고센터를 찾았다. 오후 5시 25분 A 씨의 언니와 형부, 남동생, 이모, 이모부는 굳은 표정으로 센터에 들어섰다. A 씨 부모는 비참하게 죽어간 딸의 목소리를 차마 들을 수 없어 찾지 않았다. 센터에서 음성파일을 2회 반복해서 듣는 동안 내내 유족들은 복받쳐 오르는 분노와 슬픔에 간간이 센터 밖 복도에서도 들릴 만큼 흐느끼기도 했다. 남동생(25)은 이를 악물고 손바닥으로 책상을 두어 차례 내리쳤다. 1시간가량 뒤인 오후 6시 반에 112센터를 나온 이모부 박모 씨(51)는 “다급한 비명소리와 가슴을 쿵쿵 때리는 비명이 반복해서 들리는데 너무나 처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씨는 “응답자들이 ‘부부싸움 같은데’라고 서로 태평하게 대화를 나누던데, 만일 부부싸움이라도 이런 고통스러운 신음소리가 들려오면 나 같으면 출동했을 것 같다”고 경찰을 비난했다. 이모 한모 씨(50)도 “조카는 몸부림치는데 112센터 응답자는 너무나 태연하고 느긋하게 전화를 받고 있었다”며 “무성의한 대응에 가슴이 두 번 무너지고 그들도 같은 살인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경기 수원시 20대 여성 피살사건의 범인 오원춘(吳元春·42) 씨는 수원에 거주하면서도 경남 창원 등지를 다니며 일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오 씨가 전국을 돌며 범죄행각을 벌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경찰에서 진술한 오 씨의 행적은 실제 활동지역과 차이가 나지만 경찰은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 여죄 수사 확대 불가피 오 씨가 국내에 체류한 5년간 머물렀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경남 거제, 부산, 대전, 경기 용인, 제주, 수원 외에 창원 등지로 일을 다녔다는 증언이 처음 나왔다. 오 씨 집에서 약 500m 떨어진 H모터샵(오토바이센터) 사장 이모 씨(50)는 13일 “오 씨가 지난해 가을 창원으로 배추 수확 일을 다녀온 뒤 우리 가게에 찾아와 ‘일을 잘해서 주민들이 좋아했고 돈도 많이 벌었다’며 자랑했다”고 밝혔다. 오 씨는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초까지 본인의 오토바이 수리 등을 위해 해당 가게를 대여섯 차례 찾았다. 이 씨는 “인상이 강한 편이어서 정확히 기억을 하는데 늘 ‘사장님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할 정도로 싹싹했다”며 “당시에는 50cc짜리 소형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뒤 경찰이 범행 현장 근처에서 발견한 오토바이는 125cc짜리였다. 이 씨는 “(오 씨의) 체격을 봐라. 힘이 좋아서 일을 잘한 것 같다”며 “한번 지방에 내려가면 일주일씩 머물다 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오 씨가 특정 지역에 거처를 두면서 전국을 돌아다녔다는 정황이 사실로 확인되면 경찰이 진행하고 있는 여죄 수사의 반경도 그만큼 확대될 수밖에 없다. 오 씨가 한국에 들어온 뒤 수시로 중국을 드나든 것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07년 입국한 오 씨는 2008년 4월부터 6월까지 한 달 간격으로 중국을 드나들었다. 또 2010년 9월에도 입출국을 반복했다. 오 씨의 입국 및 출국 횟수는 총 15회에 이른다. 경찰 관계자는 “오 씨는 모친 병환 및 사망, 거주기간 만료 등으로 입출국이 잦았다고 진술했다”며 “그러나 잦은 입출국에 다른 이유가 있는지에 대해 확인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경찰은 2007년 이후 오 씨가 거주했다고 진술한 지역에서 발생한 여성 실종자(가출인 및 미귀가자) 157명 가운데 아직까지 미제로 남은 78명 사건과의 관련성을 집중 추적 중이다.○ 피해자 휴대전화가 먼저 끊겨 숨진 피해자가 112 직원과 통화할 당시 경찰 측이 먼저 전화를 끊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였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은 “신고 전화의 착발신 명세를 분석한 결과 112 측이 아닌 피해자 휴대전화가 통화 종료 2초 전에 먼저 끊긴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청 수사결과 피해자 전화가 끊긴 것은 1일 오후 10시 57분 47초, 112 측은 2초 후인 49초에 전화를 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7분 36초 분량의 녹취파일 말미에 112 직원이 “끊어버려야 되겠다”는 음성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경찰청은 “(휴대전화가 끊긴 뒤) 끊어버렸다. 안 되겠다. 이거”로 들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감찰팀과 지능수사팀의 육성 확인이 엇갈려 정확한 음성을 최종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음성 정밀분석을 의뢰했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경기 수원시 20대 여성 피살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오원춘 씨가 자신의 범행과 관련해 진술한 내용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DFC) 소속 행동·진술분석 전문가를 투입하기로 했다. 필요하면 거짓말탐지기 조사도 실시하기로 했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12일 “진술의 신빙성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대검 DFC에 소속된 관련 전문가 투입을 요청했다”며 “조만간 합류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DFC는 심리분석 음성감정 영상분석 디지털기기분석 등 새로운 기법으로 수사를 돕는 곳이다. 필요에 따라 최면수사를 실시하기도 한다. 검찰은 2010년 발생한 초등학생 납치 성폭행범 김수철(47) 조사 때 DFC 소속 전문가를 투입한 바 있다. 이번 결정은 오 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 때문이다. 검찰에 따르면 오 씨는 A 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혐의는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범행 의도나 시간대에 대한 진술에서는 일관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오 씨가 전체 범행 과정에서 일부를 숨기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이날 오후 범행 현장에서 대검 감식반 3명과 함께 현장 감식도 벌였다. 감식팀은 오 씨 집 안팎에서 범행 단서가 될 수 있는 증거물을 추가로 파악했다. 검찰 관계자는 “오 씨에 대한 행동이나 진술 분석, 현장 감식 등을 통해 이번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경찰이 진행 중인 여죄 수사에 공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죄 수사에 주력하고 있는 경찰은 오 씨 휴대전화에 통화기록이 있는 172명 가운데 170명을 조사했으나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또 2007년 이후 오 씨가 머물렀던 지역에서 발생한 가출인 등 실종자 157명의 행방을 찾고 있다. 대상자는 경기 수원 72명, 화성 28명, 부산 19명, 대전 16명 등이다. 이 가운데 79명은 범죄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
2010년 7월 경기 안산시에서 여성 A 씨(26) 납치미수 사건이 발생했을 무렵 수원 20대 여성 살인범 오원춘(吳元春·42) 씨가 수도권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오 씨는 이 무렵 제주도에 있었다고 진술했었다. 경찰은 오 씨와의 관련성 유무를 조사하고 있다.○ 엇갈리는 행적경찰은 12일 “A 씨 사건을 확인하기 위해 오 씨 계좌 등을 통해 행적을 추적한 결과 오 씨가 납치미수 사건 다음 날 수원의 한 현금인출기에서 현금 수십만 원을 인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오 씨는 수원 살인사건으로 검거된 뒤 경찰 조사에서 2010년 7월경 제주의 한 골프장 공사현장에서 일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A 씨는 “2010년 7월 5일 안산시 상록구 모 아파트 단지 근처에서 화물차 뒤에 숨어 있던 술 취한 남자가 강제로 끌고 가려 했으나 겨우 달아났다”며 “최근 언론에 나온 오 씨 얼굴을 보니 문제의 괴한이 맞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괴한의 키 등 인상착의가 다른 점이 있지만 오 씨가 수원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만큼 범죄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어 계속 수사하겠다”고 말했다.오 씨는 경찰에서 국내 체류 5년간 경남 거제(2007년 9월∼2008년 6월), 부산→대전→용인(2008년 6월∼2010년 1월), 제주(2010년 1∼9월), 서울 화성 등 수도권 일대(2010년 9월∼2011년 2월), 수원(2011년 2월∼현재) 등지에서 거주해 왔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오 씨의 국내 체류지역과 기간, 행적을 정확히 다시 파악하기로 했다.○ 오 씨의 오토바이도 수사 대상경찰은 오 씨의 집 앞에 있던 오토바이가 오 씨가 사용했던 것이란 점을 확인했다. 국내 업체가 제작한 125cc 오토바이다. 범행 현장인 오 씨의 집에서 길 건너 골목길에 10일가량 세워져 있던 것을 주민들이 신고했다. 인근 오토바이센터 주인은 경찰에서 “3월 중순 오 씨가 찾아와 ‘남에게 받은 것인데 번호판을 달아 달라’고 해 30만 원을 받고 알고 있던 노인(사망)의 번호판을 떼어 달아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토바이에서 오 씨의 지문은 나오지 않았다.경찰은 오 씨가 다른 사람의 오토바이를 훔쳤는지, 오토바이를 이용해 범죄를 저지를 목적으로 다른 사람의 번호판을 단 것인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막노동을 하면서 30만 원씩 들여 타인 명의의 번호판을 단 것을 보면 범죄에 이용하려던 것으로 보인다”며 “주로 언제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는지 주민들을 상대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범행 현장 근처에선 다른 성범죄가경찰은 안산에 이어 오 씨의 집과 인접한 주택가에서 20대 여성이 오 씨로 보이는 괴한에게 성추행당할 뻔했다는 제보를 접수해 확인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대전에 사는 B 씨(27)는 “지난달 11일 0시경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친정집에서 하의를 모두 벗은 한 남성의 습격을 받을 뻔했다”고 신고했다. 수원 살인사건이 발생하기 약 3주 전이다. B 씨는 이날 근처 편의점을 다녀오다 한 남자가 뒤따라와 급히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괴한은 자신의 성기를 내보이며 다가왔고 놀란 B 씨는 비명을 지르며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 남자도 집안으로 들어오다 비명을 듣고 달려 나온 가족을 보고 곧바로 달아났다.B 씨의 친정집은 오 씨 집에서 350m가량 떨어진 지동초등학교 사거리 건너편 주택가다. B 씨는 “집 현관 옆이라 비교적 정확하게 봤는데 오 씨가 맞는 것 같다. 당시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12일 B 씨의 집이 있는 대전으로 내려가 정확한 사건 경위와 오 씨와의 관련성을 조사했다.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
남한산성은 해발 479m의 남한산에 세워졌다. 신라 문무왕 12년(672년) 때 처음 돌 쌓기가 시작됐다. 완전한 산성의 모습을 갖춘 것은 1624년 조선 인조 2년 때다. 남한산성은 비극적 역사의 현장이다. 병자호란(1636∼1637년) 때 인조가 한양을 떠나 47일간 머문 곳이다. 치욕적인 항복으로 끝났지만 한 달 넘게 청나라 군대를 막아냈던 군사 요새다. 주말에 2만 명 안팎의 등산객이 몰리는 인기 산행코스이자 유원지로만 인식되던 이곳의 숨은 역사가 일반에 개방된다. 바로 남한산성 행궁이다. 10년이 넘는 복원공사 끝에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조선의 왕들이 걸었을 길이 500m의 행궁 돌담길도 탄생했다. 자연의 멋을 발끝으로 느끼고 역사의 아픔을 가슴으로 배우는 새로운 명품 길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 한 서린 역사의 길 2일 오전 막바지 복원공사가 한창인 행궁을 찾았다. 5년 넘게 복원사업을 맡고 있는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의 노현균 문화유산팀장(건축학 박사, 문화재수리 기술자)이 안내를 맡았다. 행궁은 상궐과 하궐 좌전으로 구분돼 있다. 상궐은 임금의 처소, 하궐은 대신들과 함께 정사(政事)를 보던 곳이다. 좌전은 종묘(宗廟)를 모신 곳이다. 인조를 비롯해 숙종 영조 정조 철종 고종 등이 여주 이천 등지에 있는 선왕의 능을 찾을 때 이곳에 들렀다. 내행전(임금의 침소) 뒤편으로는 왕이 산책하던 후원이 있다. 후원에는 40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느티나무가 서 있다. 행궁 주변으로는 돌담이 둘러싸고 있다. 돌담을 따라 길을 걷다 보면 궁궐의 모습이 마치 ‘비밀 공간’처럼 보인다. 높은 돌담으로 둘러싸인 덕수궁과는 다른 멋을 느낄 수 있다. 돌담길을 걷다 보면 옥천정(玉泉亭) 터로 이어진다. 옥천정은 왕이 휴식을 취하던 정자였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면 행궁 및 산성마을 전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노 팀장은 “비록 행궁에서 항전하다 끝내 항복했지만 그만큼 군사적 중요성이 입증된 셈”이라며 “신무기 훈련장소로 이곳을 선택할 만큼 조선 왕들이 애착을 가졌던 곳이다”라고 말했다. 2000년 시작한 행궁 복원 1단계 사업은 현재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다음 달 24일 일반에 전면 개방된다.○ 아기자기한 산성마을길 행궁 주변에 형성된 마을에는 5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대부분의 주민은 식당을 운영한다. 먹거리를 파는 곳이지만 대부분 한옥 형태의 건물들이다. 굳이 밥을 사먹지 않아도 식당을 구경하며 골목마다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반월정은 산성마을에서 유일하게 초기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기록에 따르면 1806년에 세워진 곳이다. 곳곳에 자리한 문화재를 둘러보며 마을을 도는 것도 좋다. 군사들의 훈련장이었던 연무관, 백제 시조 온조왕의 궁궐 가운데 일부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침괘정’(정확한 표기는 침과정) 등이 있다. 만해기념관 천주교순교성지 남한산성교회 등 종교 관련 시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마을 한가운데에는 남한산초등학교가 있다. 1912년 개교한 100년 역사의 학교다. 단층 건물의 아담한 모습에서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 노 팀장은 “지금은 마을 규모가 작지만 한때 3000명이 넘게 살 정도로 컸다”며 “행궁을 중심으로 자체적인 생활권을 형성한 이른바 ‘산성도시’의 개념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하철 8호선 산성역에서 시내버스(9, 52번)를 타면 행궁과 산성마을까지 15분 정도 걸린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경기 수원시 20대 여성 피살사건의 여죄 수사가 검찰과 경찰의 자존심 대결이 되고 있다. 경찰 수사권 독립을 놓고 맞붙었던 검경의 갈등 여파가 이번 사건을 놓고 재연되는 양상이다. 수원지검은 10일 경찰에서 범인 오원춘 씨의 신병과 사건기록 일체를 넘겨받고 형사3부장 지휘 아래 강력담당 검사 3명 전원과 수사직원 4명 등 7명으로 전담팀을 꾸렸다. 안상돈 수원지검 2차장은 “중요 사건인 만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며 “전담팀 외에 필요하면 수사 인력을 보강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의 부실수사에 대한 조사에 관해서는 “이미 경찰청장이 사의를 표명한 데다 경찰이 조직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 중인 만큼 경찰에 맡겨두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오 씨가 범행 현장에서 검거된 데다 증거도 충분한 만큼 공소 유지는 별 어려움이 없다고 보고 여죄를 캐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검찰은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사건(2006∼2008년) 당시 범인 강호순의 여죄를 밝혀낸 바 있다. 경찰이 확인한 부녀자 9명 외에 강원 정선군 여성 공무원 1명 살해사건을 새롭게 확인해 기소했다. 경찰이 찾지 못한 오 씨의 여죄를 밝혀내면 인권뿐만 아니라 수사력에서도 경찰보다 ‘한 수 위’라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검찰은 경찰은 아직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을 얻는 효과를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도 여죄 수사에 나섰다. 경기지방경찰청은 광역수사대 강력팀 6명과 강력계 실종수사팀 4명 등 베테랑 형사 10명을 10일 이번 사건을 맡았던 수원중부경찰서에 내려보냈다. 이들은 수원중부서 형사들과 함께 지동 일대 추가 범죄 제보, 오 씨 국내 거주지 실종자 및 미제 강력사건, 오 씨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 등을 조사 중이다.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이후에도 수사 인력을 보강하고 여죄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검찰의 움직임과 의도를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장이 물러날 만큼 조직은 쑥대밭이 됐지만 여죄를 밝혀냄으로써 마지막 자존심을 세우고 검찰에 뒤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은 범인 검거 후 10일 안에 송치해야 하는 반면 검찰은 1회 연장해 20일의 충분한 기소 시간이 있다”며 “경찰도 오 씨의 여죄를 캐는 데 최대한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
수원 20대 여성 피살사건과 관련해 범인 오원춘(吳元春·42) 씨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결정적인 제보가 경기 안산시에 사는 20대 여성에게서도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범행 수법이 이번 수원 사건과 비슷하다고 밝혔다.11일 경기지방경찰청과 수원중부경찰서에 따르면 A 씨(26·여)가 “2010년 7월 오 씨와 비슷한 사람에게 납치당하던 중 도망쳤다”고 신고해 옴에 따라 정식 조사에 착수했다. 사실상 오 씨의 여죄에 대한 첫 수사다.피해자 A 씨에 따르면 약 1년 8개월 전 A 씨는 안산시 상록구 모 아파트단지 근처에서 한 남자에게 강제로 끌려가다 가까스로 달아났다. A 씨는 “주차된 화물차량 뒤에서 갑자기 뛰어들었고 술 냄새가 심하게 났다”고 말했다. 특정한 물체 뒤에 숨었다가 갑자기 여성을 덮치는 수법은 오 씨의 범행 방식과 비슷하다. 오 씨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집 앞 전봇대 뒤에 숨어 있다가 범행을 저질렀다.다행히 이 과정에서 A 씨는 별다른 부상을 입지 않았으나 충격을 받아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당시 A 씨는 해당 지구대에 신고해 안산상록경찰서에서 수사를 했지만 범인은 현재까지 잡히지 않고 있다. A 씨는 수사 과정에서 주변 폐쇄회로(CC)TV 확인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A 씨는 최근 검거된 오 씨가 당시 자신을 납치하려 한 용의자 인상착의와 매우 비슷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A 씨가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시기가 오 씨가 제주를 떠나 있던 때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씨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11일 전담팀 형사들을 보내 당시 진술서 등 수사 자료를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 씨 얼굴이 공개된 뒤 비슷한 사람으로부터 범죄 피해를 당했다는 제보가 일부 있었다”며 “신빙성 있는 내용은 신속하게 확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수원 20대 여성 살인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7시간 후 경기 평택시에서도 20대 여성 납치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지만 경찰은 신고를 받고도 30여 시간이 지나서야 범인을 잡았다.9일 평택경찰서에 따르면 2일 오전 5시 10분 A 씨(21)는 평택시 포승읍 도곡리 한 원룸 앞에서 괴한에게 납치됐다. 경찰에 신고한 A 씨의 애인은 “새벽에 애인과 전화통화를 하다 비명소리가 들려 5분 만에 집에 와 보니 휴대전화만 떨어져 있었다”고 말했다.경찰은 포승파출소 직원 10명과 평택경찰서 형사과 직원 36명을 현장에 보냈고 이후 경기경찰청 직원 15명이 합류해 61명이 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경찰은 범인의 집을 94가구로 특정하고도 허탕을 쳤다. 범인의 집은 경찰의 탐문에 응답하지 않은 12가구에 포함돼 있었지만 경찰은 문만 두드려보고 발길을 돌렸다.그 사이 납치됐던 A 씨는 다음 날 0시 13분 범인에 의해 눈이 가려진 상태로 풀려난 뒤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범행 장소가 4층인 것 같고 아래층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는 A 씨의 진술에 따라 범행 장소를 확인한 뒤 16시간 후 인근 PC방에서 범인 최모 씨(31)를 검거했다. 최 씨는 경찰에서 “집에서 A 씨가 애인과 헤어지는 모습을 보고 범행에 나섰다”고 진술했다.평택=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A 씨가 당했을 장면이 자꾸 떠올라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너무 괴롭습니다.”수원 20대 여성 피살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경기 수원중부경찰서 소속의 한 간부는 9일 기자에게 괴로운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대화 내내 침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112 신고 내용을 듣는데 공포에 질리고 다급했던 A 씨의 목소리를 듣고 정말 경악했다”며 “A 씨가 처한 장면이 자꾸 생각난다. 정말 우리가 너무 큰 잘못을 했다”며 후회했다.사건 발생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들은 A 씨와 유족에게 뒤늦게 사죄의 뜻을 밝혔다. B 경위는 “현장을 보고서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며 “좀 더 미리 발견했어야 하는데…아쉬움이 너무 크다”고 안타까워했다. C 경사는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이게 다 우리 업보 아니겠느냐. 하지만 돌아가신 분에 비하면 우리 사정이야 뭐…”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지령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강력팀 D 순경은 “요즘 납치 관련 보이싱피싱이 많은데 일단 신고가 들어오면 무조건 집에 찾아가 확인해야 한다”며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강력범죄를 판단할 수 있는) 감각이 무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매년 1만 건 넘게 걸려오는 112 허위신고도 경찰을 맥 빠지게 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다. 그는 “예전에는 경찰서에서 지령해 줬는데 언제부턴가 경찰청에 지령센터가 생기면서 혼란이 생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탐문수사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E 순경은 “사생활 보호 같은 민감한 문제가 많다 보니 야간에 아무 집이나 들어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서울 등 다른 지역 경찰도 비슷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서울 동작경찰서 모 팀장은 “아파트 같은 곳은 사복 입고 낮에 가면 신분증을 보여줘도 안 믿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심지어 112에 다시 신고한 뒤 지구대에서 순찰차가 출동해야 우리가 진짜 경찰인 줄 안다”고 말했다.서울 종로경찰서 강력팀 형사는 “같이 사건현장을 뛰는 사람으로서 이번 일은 마음이 참 아프다”면서도 “현장 직원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초동조치를 잘못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비판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1일 오후 10시 반경 경기 수원시 팔달구 지동. 퇴근한 A 씨(28·여)는 버스에서 내려 지동초등학교 옆길을 걸으며 집으로 향했다. 학교 후문을 50여 m 지났을 무렵 갑자기 전봇대 뒤에서 검은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미처 피할 새도 없이 A 씨는 길에 쓰러졌다. 검은 그림자는 우악스러운 손길로 A 씨의 목을 감싸 안고 바로 앞 주택 안으로 끌고 갔다. A 씨는 안간힘을 다해 반항했지만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었다. 그로부터 13시간이 지난 뒤 A 씨는 참혹한 시신으로 발견됐다.A 씨를 살해한 ‘검은 그림자’ 오원춘(吳元春·42) 씨는 검거 직후부터 줄곧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자칫 진실이 될 뻔한 오 씨의 주장은 뒤늦게 폐쇄회로(CC)TV에 찍힌 화면이 발견되면서 가증스러운 거짓말로 확인됐다. 경찰은 중요한 증거물인 CCTV 자료의 존재를 알지도 못했다. 만약 CCTV 자료를 조금만 더 빨리 확인했다면 A 씨는 생명을 구할 수도 있었다.○ 분노하는 유족유족은 “경찰이 딸을 두 번 죽였다”며 분노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오 씨가 뻔뻔한 거짓말을 이어가자 유족들은 “착하고 내성적인 아이라 다른 사람과 몸을 부딪쳤다고 시비를 벌일 애가 아닌데 경찰이 딸에게 책임을 떠넘긴다”라고 주장했다. 결국 유족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었음이 확인됐다.A 씨 아버지(60)는 “딸은 남하고 몸이 스치기라도 하면 ‘죄송합니다’ 그러고 피할 아이”라며 “(경찰에게) 그렇게 얘기했는데…. 내가 뭐랬나, 그놈들 제대로 확인도 안한 것이다”라고 격분했다. 그는 “그놈(범인)이 자기 유리하게 하려고, 우리 딸이 먼저 잘못했다고 하려고 그런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A 씨가 납치당하는 장면은 경찰이 이미 분석을 마친 CCTV 자료에 들어있었다. 분석을 담당한 경찰은 ‘피해자가 청바지를 입었다’는 내용을 듣고 화면에 포착된 사람들의 옷차림에만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런 사이 정작 중요한 납치장면을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흑백 화면에 희미하게 포착된 모습이지만 ‘납치’라는 상황에 초점을 맞춰 분석했다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자료였다. 특히 ‘지동초등학교’를 언급한 112 신고 내용에 초점을 맞춰 CCTV 확보와 분석을 서둘렀다면 경찰 탐문과정에서 A 씨를 찾았을 가능성이 높다.○ ‘무능·무성의·무책임’ 경찰CCTV의 존재와 분석과정의 실수는 경찰청 감찰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났다. 자칫 사건과 함께 영원히 묻혀질 뻔한 진실이 뒤늦게 드러난 셈이다. 경찰은 고의적인 은폐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찰 스스로의 무능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결국 이번 사건은 112 신고부터 수사까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경찰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 처리 과정이 부실했음이 확인됐다.게다가 범죄 피해 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실종된 사건이었다. 경찰은 탐문수사 과정에서 가족들에게 “밤이 늦어 집집마다 방문할 수 없다”며 핑계를 댔다. 심지어 “허위 신고 가능성도 있다”는 말을 하고 함께 있던 가족 앞에서 꾸벅꾸벅 졸기도 했다. A 씨 가족은 “더는 경찰을 믿을 수 없다”며 감찰 과정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는 것도 추진 중이다. 남동생 B 씨(25)는 “국가에 배신을 당한 기분”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이모 찾았어?” “이모는 멀리 공부하러 갔어, 비행기 타고.” “에이, 거짓말.”여섯 살짜리 딸은 아빠의 말을 믿지 못했다. 아빠가 몇 번이나 같은 말을 하니 그제야 “나도 비행기 타고 이모한테 가고 싶다”며 웃었다. 비명에 간 A 씨는 엄마나 다름없는 이모였고 말없이 부모의 카드 빚을 갚아주던 효녀였다.8일 오후 범행현장 앞에서 A 씨의 가족은 오열했다. 112 신고까지 했는데 찾지 못한 경찰을 원망했고 시끄러운 소리를 듣지 못한 주민들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남동생 B 씨(25)는 누구보다 충격이 컸지만 식음을 전폐하는 부모 걱정이 더 컸다. B 씨는 “누나를 보내고 아버지가 마신 소주가 30병은 넘을 것”이라고 털어놨다.가정 형편이 어려워 인문계 대신 실업계 고교 진학을 권한 아버지의 뜻에 군소리 없이 따랐고 결혼한 언니 집에 얹혀살면서도 택시비 3000원을 아끼려 밤에도 버스로 퇴근하던 착한 딸이자 누나였다. 이렇게 아낀 돈은 부모 생활비와 어린 조카 용돈으로 아낌없이 쓰였다. 지난해 8월 고향인 군산에서 수원 언니 집으로 올라와 오산 직장에 다닐 때는 오전 5시에 일어나는 일을 거르지 않았다. 그는 1월 집 근처 전자 부품회사에 취직했다. 가족은 사건 당일 수색과 이후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경찰의 태도에 가슴을 치고 있다. B 씨는 “넋이 나간 큰누나가 순찰차에 함께 타고 있었는데 앞에 앉은 경찰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며 “심지어 자기들끼리 ‘뭐 먹을까’라며 농담처럼 얘기했다고 한다”고 전했다.가족은 실종된 A 씨를 찾기 위해 경찰 대신 뛰어다녔다. A 씨의 아버지와 형부는 2일 오전 A 씨의 회사에서 폐쇄회로(CC)TV까지 확인하고 A 씨가 전날 오후 10시에 퇴근한 사실을 경찰에 알려줬다.A 씨의 시신이 발견된 뒤 일부 경찰은 울고 있는 가족 앞에서 범행 현장의 참혹한 모습을 그대로 묘사하는가 하면 범인 검거 사실을 거론하며 “한 건 했네”라고 말하기도 했다. 빈소에는 장례가 끝날 때까지 단 한 명의 경찰도 찾아오지 않았다. 서천호 경기지방경찰청장은 8일 오전에야 전북 군산시의 A 씨 집을 찾아 부모에게 사과했다.한편 범인 우위안춘(吳元春·42·중국인 조선족) 씨는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후허하오터(呼和浩特) 시에 살다 2007년 9월 처음 취업비자로 국내에 들어와 거제도, 제주도, 경기 용인시, 대전 등지를 떠돌다 지난해 2월 수원에 정착했다. 막노동을 하며 생활했고 월 200여만 원을 벌어 중국에 있는 부인(40)과 아들(11)에게 송금해 왔다. 우 씨는 현재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강력미제사건 유전자(DNA) 감식 결과 일치하는 범죄는 없었다. 경찰은 우 씨의 중국 내 범죄경력을 조회하기 위해 인터폴에 공조를 요청했다. 프로파일러의 범죄심리 상담 결과 우 씨는 소학교만 나와 지능 수준이 떨어지고 내향적인 성격으로 일반적인 사이코패스와는 다른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
경기 수원시 20대 여성 피살 사건과 관련해 112 신고 직후 이튿날 새벽까지 현장 주변에서 경찰의 탐문 수사는 사실상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경찰이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신고자’를 절박하게 찾아다녔다고 증언하는 주민도 없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현장 주변 상가와 주택 317곳을 직접 탐문 조사했다. 4일 1명, 5일 4명, 6일 8명의 기자가 경찰이 탐문 조사를 벌였다고 한 핵심 지역을 직접 확인했다. 대상은 피해자의 휴대전화가 포착된 기지국에서 반경 300m 안에 있는 주택과 상가다. 취재팀이 직접 확인한 곳은 휴대전화 기지국과 범행 장소에 가장 가까운 지역에 위치한 주택 277곳, 상가 40곳 등 총 317곳이다. 취재에 응한 곳은 주택 102곳, 상가가 35곳 등 137곳이다. 이 중 피해자가 112 신고를 한 직후부터 범행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은 다음 날 오전 7시 사이에 경찰관이 찾아왔다고 밝힌 곳은 단 4곳에 불과했다. 모두 밤늦게 문을 닫는 소형마트들이었다. 다른 주택 및 상가 28곳은 2일 오전 7시 이후에 경찰의 탐문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결국 경찰의 제대로 된 탐문 조사는 신고 뒤 8시간이나 지난 이튿날 오전 7시 이후에 이뤄진 것이다. 취재에 응한 주민 대부분은 이미 밤이 늦어 잠을 자고 있었다는 대답이 많았지만 일부는 자정 이후로도 불을 켜놓은 채 깨어 있었다고 말했다. 김모 씨(67·여)는 “그날도 TV를 보고 오전 1시 넘어서 잤는데 아무 소리도 못 들었다. 경찰도 오지 않았다”고 했다. 밤늦게까지 영업을 하는 상가 주인들도 대부분 경찰의 탐문 조사가 없었다고 전했다. 범행 현장과 가까운 A호프집 주인은 “밤 12시가 훨씬 넘어서 문을 닫았는데 경찰이 오지도 않았다”며 “다만, 문을 닫고 나와 보니 순찰차가 지나다니는 것을 봤다”고 했다. 경찰의 탐문 조사는 대부분 이튿날 날이 밝은 뒤에야 시작됐다. 오전 7시 가까이 돼 강력팀 35명 전원이 투입되면서 실질적인 탐문 조사가 이뤄진 것이다. 범행 현장에서 약 100m 떨어진 곳에 사는 최모 씨(47)는 “다음 날(2일) 오전 9시경 길에서 경찰들을 만났는데 ‘큰 소리 안 났느냐, 싸우는 소리 못 들었느냐’고 물어봤을 뿐”이라고 전했다. 사건 발생 당일과 이튿날 새벽까지 경찰의 탐문 조사를 받은 주민이 이처럼 적었던 것은 탐문 조사에 투입된 경찰관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신고 직후 투입한 인원은 단 5명. 사건 발생 3시간 반이 지난 뒤에야 겨우 10명이 추가됐을 뿐이다. 지동 기지국 반경 500m 이내에 약 5000가구가 산다는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본보 취재진이 실제 주변 지역을 탐문 방식으로 둘러본 결과 보통 1시간에 1인당 평균 30가구 안팎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만약 사안의 시급성을 감안했다면 100명 이상이 투입돼도 모자란 상황이었다. 탐문 조사 방식도 문제다. 신고 내용의 심각성보다 심야 조사의 어려움 때문에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골목길과 공터 등 성폭행이 이뤄질 만한 곳을 보고 다녔지만 주택은 밤이 늦었다는 이유로 제대로 탐문 조사를 벌이지 않았다. 불이 켜진 곳을 찾았지만 그저 벽이나 현관문에 귀를 대고 소리를 엿듣는 ‘귀 대기 탐문’ 수준이었다. 7분이 넘는 시간 동안 112 신고를 통해 주택의 집안에서 일어난 피해자의 위급한 상황이 생생하게 전해진 것을 감안하면 경찰의 탐문 방식이 지나치게 안이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최응렬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한국의 112 신고 시스템 자체는 선진국 못지않은 수준이지만 이를 운영하는 사람의 전문성이 문제”라며 “최초 신고 내용이 현장 출동 경찰관에게 정확히 전달되도록 의사소통 과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경기 용인시가 추진한 경전철 사업은 시작부터 끝까지 총체적 부실로 얼룩진 민자사업이었음이 5일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됐다. 우선 공공 연구기관은 기본 절차도 무시한 채 수요를 과다 예측했다. 기초자치단체장은 치적 쌓기에만 급급해 사업을 추진했다. 중앙정부나 광역자치단체는 이를 제대로 검증하거나 감독하지 못했다. 무책임한 행정의 결과는 1조 원이 넘는 혈세 낭비로 이어졌다. 이정문 전 용인시장은 2002년 지방선거 때 상대 후보의 경전철 공약을 자신의 공약으로 채택했다. 충분한 검토 없이 수천억 원이 드는 공약을 베낀 것이다. 이 전 시장은 취임 당일 캐나다 봄바디어사가 주축이 된 컨소시엄으로부터 사업계획서를 받았다. 이후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교통개발연구원이 과다하게 예측한 교통수요를 검증 없이 반영했다. 2004년 3월 중앙민간투자사업심의위는 용인경전철 사업의 실시협약안을 심의하면서 ‘30년간 90% 운영수입 보장은 단계적으로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달았지만 용인시는 이를 무시하고 협약을 체결했다. 용인시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용인시의회 의결을 거쳐야 했지만 협약 내용을 아예 공개하지 않았다. 이 전 시장은 시의회 지역주민들의 비판과 감시를 차단하기 위해 시의원 18명 등 총 37명의 해외여행을 주선하기도 했다. 2011년까지 용인경전철 사업에는 정부 및 용인시 보조금 3678억 원, 민간투자 6354억 원 등 1조32억 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2010년 준공을 앞두고 용인시와 민자사업자 사이에 안전성 문제를 놓고 갈등이 생겼다. 양측은 국제중재재판까지 가는 법적 다툼을 벌여 용인시가 패소했다. 용인시는 공사대금으로 최소 5159억 원을 사업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이를 위해 4420억 원 규모의 지방채 발행 승인을 요청한 상태다.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경기 수원시 주택가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피살 사건과 관련한 경찰의 해명이 상당수 거짓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경찰은 피해자가 성폭행당한 사실을 말했을 뿐 장소를 전혀 특정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동아일보 확인 결과 피해자는 80초에 걸쳐 상당히 구체적으로 범행 지점을 경찰에 알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또 형사과 강력팀 35명을 모두 동원해 범행현장의 상가와 편의점, 불 켜진 주택을 샅샅이 탐문 조사했다고 주장했지만 동아일보가 4일과 5일 범행현장 주변 주민들을 직접 취재한 결과 주민들은 이를 대부분 부인했다. 심지어 경찰이 가봤다는 주점의 주인은 “그런 사실이 없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경찰의 초동수사가 부실했을 뿐 아니라 사건이 알려진 뒤에도 이번 사건을 축소 은폐하기에만 급급했던 셈이다.○ “지동초등학교 좀 지나서 못골놀이터 가는 길” 신고가 “장소 모른다”로 둔갑그동안 경찰은 피해자 신고 내용에 대해 단지 “성폭행당했다. 누군지도 모르고 장소도 모른다”는 15초 정도의 짤막한 내용이 전부고 장소는 나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1일 피살된 A 씨(28·여)는 살해되기 직전 112 신고를 통해 1분 20초동안 접수자와 12번의 문답을 거치면서 상세하게 범행 장소를 알렸다.A 씨는 1일 오후 10시 50분 58초에 경기지방경찰청 112신고센터에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저 지금 성폭행당하고 있거든요. 어느 집인지는 모르겠어요. 지동초등학교 좀 지나서 못골놀이터 가는 길쯤으로요”라고 밝혔다. 범행 장소는 A 씨의 말대로 지동초등학교 후문에서 50여 m 떨어져 있는 왕복 2차로 도로와 맞붙은 3층의 다가구주택이었다. A 씨가 경찰에 알린 범행 지점은거의 정확했던 셈이다.○ “35명 동원 샅샅이 탐문” 경찰 주장에 주민들 “탐문 거의 없었다” 반박경찰은 정확한 위치를 몰라 112신고센터에 뜬 휴대전화 기지국을 중심으로 반경 500m 범위 내의 후미진 골목길과 공터를 집중적으로 살피되 상가와 편의점, 불 켜진 주택을 상대로 탐문조사를 벌였다고 밝혔다.경찰은 신고자가 ‘집’ ‘지동초등학교를 좀 지나서’라고 특정 장소를 지목했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그물망식으로 탐문 조사해 범행 장소를 빨리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불 켜진 집을 탐문했다고 경찰은 주장했지만 이것도 거짓이었다. 범행 현장 주변 50여가구 주민을 상대로 본보 기자들이 직접 조사한 결과 당일 밤과 새벽 경찰이 방문하거나 탐문한 집은 한 곳도 없었다. 당시 불이 켜진 집도 10여 곳이었다. 범행현장 뒷골목에 사는 이모 씨(51)는 “잠들기 전까지 경찰 온 적 없다. 경찰이 빨리 움직였어야 되는데 늦었다고 주민들끼리 얘기한다”고 말했다.특히 범행이 이뤄질 당시 범인 우모 씨(42·조선족·구속) 집은 불이 켜져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잔인하고 흉측하게 훼손된 A 씨의 시체로 봤을 때 우 씨는 불을 켜놓고 거의 밤새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우 씨 집을 탐문하지 않았다. 경찰은 “우 씨 집은 철문을 열고 들어가야 나오기 때문에 밖에선 불이 켜져 있는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경찰은 또 2일 오전 2시 30분경 범행 장소에서 250여 m 떨어진 인근의 한 주점을 탐문했다고 5일 밝혔으나 해당 주점 주인은 “당일 오전 4시까지 영업을 했지만 경찰이 찾아온 적이 없으며살인사건도 이틀이 지난 뒤 알았다”고 말했다. 거짓 해명의 연속이자 구멍이 숭숭 뚫린 탐문조사였던 셈이다.○ 공포에 질려 떨고 있는 목소리A 씨는 경찰이 누가 성폭행을 하느냐고 묻자 “어떤 아저씨예요. 빨리요, 빨리요. 모르는 아저씨예요”라고 급박하게 대답했다. 이어 “내가 잠깐 아저씨 나간 사이에 문을 잠갔어요.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 잘못했어요. 아저씨 잘못했어요”를 끝으로 신고전화는 끊겼다. 1분 20초가 흐른 오후 10시 52분 18초였다.A 씨의 신고전화 내용은 우 씨가 잠시 현관문을 열고 나간 사이 절박하고 다급한 심정으로 신고를 하는 과정과 우 씨가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A 씨가 공포에 질린 장면이 고스란히연상됐다. 신고 내용을 직접 들은 경찰들은 “A 씨의 목소리는 다급했고 공포에 질려 떨고 있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순찰차 4대를 동원해 범행 장소가 될 만한 곳을 모두 뒤졌다고 했지만 주민들은 순찰차의 사이렌조차 듣지 못했다. 주민들은 “결과적인 얘기가 될지 모르지만 급박했던 순간이었는데 순찰차가 사이렌을 울렸으면 범행을 막거나 주민들의 빠른 협조가 가능했을 수도 있지 않았겠느냐”고 지적했다. 경찰은 “경광등은 켰지만 늦은 밤이라 사이렌을 켜면 자는 주민들이 다 깰 수 있어 자제했다”고 해명했다.A 씨의 남동생(25)은 “당시 밤이라서 집집마다 수색하는 것이 어렵다고 한 경찰의 말에 화가 치민다. 이런 게 늑장 아니겠나. 신고 때 누나가 지동초등학교를 언급했는데 왜 그 근처를 먼저 안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경찰의 부실수사에 불만을 터뜨렸다.이번 사건 수사를 지휘한 수원중부경찰서 조남권 형사과장은 A 씨의 통화내용이 공개된 5일 "사실 신고 내용을 듣지 못했다. 경찰서에 있는 112 범죄신고 접수 처리표를 보고 거기 있는 대로 언론에 답변을 한 것이 불찰"이라며 "사건을 숨기거나 거짓말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조 과장은 하루 전인 4일 "정말 간단한 신고였다. 신고 통화가 15초쯤 되는 것으로 안다. 신고내용에 정말 특정된 장소가 없었다."라고 거듭 말했다.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경기 성남 수정의 지금 상황은 4년 전의 판박이면서도 한 가지 다른 점은 ‘수성’과 ‘도전’의 입장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곳에는 성남시 재개발 범시민대책위 상임대표를 지낸 새누리당 현역 신영수 후보와 17대 의원을 지내고 현재 노무현재단 기획위원인 민주통합당 김태년 후보가 출마했다. 18대 총선에서는 당시 현역이던 김 후보가 신 후보의 거센 도전에 밀려 재선에 실패했다. 전국 최소인 129표차로 당락이 엇갈렸다. 성남 수정은 민주당 등 전통적인 야권 강세지역이라 당시 결과는 이변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번에는 김 후보가 현역인 신 후보에게 도전한다. 4년 전과 마찬가지로 판세는 박빙이다. 경인일보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여론조사(3월 21, 22일 실시)에서 김 후보는 41.6%, 신 후보는 37%로 오차범위(±4.4%포인트) 내 접전이었다. 인지도는 신 후보가 78.2%, 김 후보가 72%로 비슷했다. 신 후보 측은 박빙 열세에서 박빙으로, 김 후보 측은 박빙 우세에서 우세로 돌아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빙이다 보니 후보 간에 공방도 치열하다. 특히 지역 최대 현안인 수정구 신흥동 일대 8만4235m²(약 2만5000평) 규모의 옛 1공단 터 활용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신 후보는 “성남시 재정 투입 없이 일반 분양아파트, 상업시설, 호텔 등을 건립해 지역개발의 핵으로 육성해야 한다”며 “서민과 장애인용 임대주택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김 후보는 “빈 땅만 있으면 짓고 부수는 토건시대가 아니다”라며 “1공단 터는 시민을 위한 문화휴식공간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김 후보는 “옛 한나라당 시장 때 시청이 이전해 수정구는 공동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맞춤형 교육·주거환경 개선으로 이사 오고 싶은 수정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신 후보는 “4년간의 입법활동, 대정부 건의, 집회 등을 통해 성남의 숙원인 고도제한 완화를 시민과 함께 이뤄냈고 시가지 개발을 위한 제도 정비를 이끌어냈다”고 맞서고 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