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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야마구치(山口)에 뿌리를 둔 정치 명문가 출신이다. 조부는 중의원 의원을 지낸 아베 간(安倍寬)이고 외조부는 1957∼1960년 총리를 지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외종조부는 1964∼1972년 총리를 지낸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다. 또 청일전쟁의 도화선이 됐던 1894년 경복궁 기습 점령의 주역 오시마 요시마사(大島義昌·1850∼1926)가 고조부이고 아버지는 ‘정계의 황태자’라 불린 외무대신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다. 아베 총리는 태생부터 정치이념까지 메이지(明治) 유신의 발상지 조슈(長州·현재의 야마구치)와 떼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조슈 출신들은 메이지 유신은 물론이고 침략전쟁으로 치달은 일본의 근현대사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아 왔다. 야마구치가 배출한 총리만 해도 초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에서 아베까지, 8명에 이른다(표 참조). 아베 총리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메이지 유신의 정신적 지도자로 추앙받는 요시다 쇼인(吉田松陰·1830∼1859). 막부 타도 활동으로 29세에 처형당한 그는 1857년 야마구치현 하기(萩)에 쇼카손주쿠(松下村塾)를 열고 불과 1년여 만에 90여 명의 제자를 배출했다. 다카스기 신사쿠(高杉晋作) 등 일부 제자들은 20대에 생을 마감했지만 이토 히로부미, 야마가타 아리토모(山縣有朋) 등은 살아남아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의 근대화를 이끌었다. 아베 총리와 부친의 이름에 공통되게 들어간 ‘신(晋)’은 다카스기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요시다 쇼인은 정한론(征韓論)의 주창자로 근대 일본우익 사상의 창시자라 할 수 있다. 그가 감옥에서 쓴 유수록(幽囚錄)은 정한론과 대동아공영론 등을 주창해 일본의 제국주의 팽창에 큰 영향을 끼쳤다. 홋카이도 개척과 오키나와 영토화, 조선의 식민지화, 만주 대만 필리핀의 영유 등 일본이 밖으로 뻗어나갈 것을 주장했다. 메이지 유신의 귀결이 제국주의와 침략전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베 총리 뒤에는 일본 최대 우익단체 ‘일본회의’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아베 총리는 5월 3일 자신의 ‘2020년 새 헌법 시행’ 구상을 밝힐 때도 일본회의 관련 행사에 동영상 메시지를 보내 “개헌을 위해서는 여러분의 활동이 불가결하다”고 도움을 호소했다. 3만8000여 명의 회원과 전국 지부를 거느린 일본회의는 물밑에서 개헌론을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다. 모태는 좌익에 반발해 학원 정상화 운동을 펼치던 우파 종교단체 소속 학생들로 1997년에 결성됐다. 수십 년간 ‘풀뿌리 운동’을 지속한 끝에 지금은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에 소속된 국회의원만 280명이나 되는 단체로 성장했다. 각료 상당수가 일본회의 소속인 아베 내각에 대해 ‘일본회의 내각’이라는 말도 나온다. 일본회의는 개헌을 위한 1000만 명 서명운동을 전개하며 개헌 드라이브를 뒷받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회의의 최종 목표가 일왕을 중심으로 국가신도주의를 표방한 ‘메이지 헌법’의 복원이라고 보고 있다.도쿄=서영아 sya@donga.com·장원재 특파원}
“일본과 미국, 인도, 호주를 잇는 전략대화를 만들자.” 일본 정부가 미국과 호주, 인도를 포함한 4개국 정상급이 참가하는 전략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이 밝혔다. 남중국해에서 인도양을 거쳐 아프리카에 이르는 해역에서 4개국이 자유무역과 방위협력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광역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내걸고 해양 진출에 속도를 내는 중국에 대항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고노 외상은 26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전략대화를 실현하기 위해 이미 각국과 협의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8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기간에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줄리 비숍 호주 외교장관과 만나 4개국 전략대화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고 영국과 프랑스 외교장관에게도 연대 의사를 타진했다고 알려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다음 달 6일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4개국 전략대화를 여는 방안을 제안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해를 구한다는 방침이다. 신문은 고노 외상이 “일본도 전략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며 외교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최근 중국이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최고 지도부 인사를 마무리하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권력을 강화한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고노 외상은 전략대화의 의의에 대해 잠재 경제성장률이 높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며 “자유롭고 개방된 해양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 경제와 안보도 당연히 테이블에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은 4개국 국장급 대화부터 시작해 내년까지 외교장관급이나 정상급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4개국 전략대화는 아베 총리가 지난해 8월 케냐 아프리카 개발회의에서 제창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급성장 중인 아시아와 잠재력이 큰 아프리카를 경제적 요충지로 평가하고, 공적개발원조(ODA)와 민간투자를 끌어들여 집중 개발을 이끌어낸다는 구상이다. 고노 외상은 “항해의 자유를 유지하는 것은 안전 보장의 큰 주제”라면서 “자유롭고 열린 해양은 ‘일대일로’를 추진하는 중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에 혜택이 된다”고 말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22일 일본 총선에서 당선된 차기 중의원 의원의 82%가 개헌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사히신문은 도쿄대와 함께 총선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동조사에서 이번 선거 당선자들의 회답만을 분석한 결과 헌법 개정에 대해 ‘찬성’ 혹은 ‘어느 쪽이냐면 찬성’이라고 답한 후보가 82%에 달했다고 24일 보도했다. 의원 5명 중 4명이 개헌에 찬성하는 셈이다. 당선된 465명의 의원 중 답변한 453명을 분석한 결과다. 개헌에 찬성하는 당선자는 자민당(회답 261명) 97%, 공명당(26명) 86%, 희망의당(47명) 88%, 일본유신회(11명)는 전원이었다. 반면 공산당(11명)과 사민당(2명)은 전원이 개헌에 반대했다. 입헌민주당(53명)도 반대 58%, 찬성 25%로 반대가 많았다. 개헌에 찬성해도 개정 항목에 대해서는 정당 간에 차이가 있었다. 자민당은 ‘전쟁 포기와 자위대’, 공명당은 ‘긴급사태조항’, 입헌민주당과 희망의당은 ‘중의원 해산’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헌법 개정 시기에 대해서도 “꼭 이번 중의원 임기 중에 해야 한다고 보지는 않는다”는 답변이 65%를 차지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제안하는 헌법 9조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안에 대해 자민당은 74%가 찬성한 반면 공명당은 54%가 “어느 쪽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24일 마이니치신문이 전한 당선자 전원에 대한 조사 결과에서도 개헌 찬성은 82%였다. 자민당은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처음으로 ‘개헌’을 주요 공약에 넣었다. 아베 총리는 23일 선거 압승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개헌에 대해 “여야당의 폭넓은 합의 형성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추진에 의욕을 밝혔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 국민은 결국 아베 신조 정권의 계속, 즉 안정을 택했다. 22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는 30년 경력의 베테랑 정치부 기자가 “이런 선거 처음”이라고 토로할 정도로 명분과 초점이 불확실하고, 야당의 분열 등 이변이 속출했다. 하지만 귀착점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별일 없으면 2021년까지 정권을 이끌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은 평화헌법 개정을 향한 모색을 계속할 것이다. 한일 관계도 답보할 공산이 크다. 선거판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사이 일본의 미래 변화를 예고하는 소식도 전해졌다. 일본 언론은 20일 일본 정부가 아키히토 덴노(天皇)의 퇴위 시기를 2019년 3월 31일로 잡고 있다고 전했다. 선거일인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 1면은 이번 선거가 ‘포스트 헤이세이(平成)를 내다보는 선거’라는 제목을 뽑았다. 일왕이 바뀔 때마다 즉위한 해를 원년(1년)으로 새로 정해지는 연호는 공공기관의 연도 표기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그는 쇼와 사람”이라고 하면 1926년부터 1989년생 세대를 뜻하는 식으로 한 세대, 한 시대를 묶는 단위로 쓰이기도 한다. 아키히토 일왕의 즉위와 함께 1989년 시작된 헤이세이 시대도 31년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연호 자체가 ‘평화’를 담고 있는 헤이세이 시대는 전쟁의 참화를 기록한 쇼와 덴노의 64년 통치를 끝내고 새로운 시대로 돌입한 것을 의미했다. 돌이켜 보면 1990년대 일본에서 자민당 소속이 아닌 총리가 집권하고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 등을 내놓으면서 주변 국가들과 관계 개선을 도모한 것도 헤이세이, 즉 아키히토 일왕이 발신하는 분위기랄까 성향이 반영된 것 아니었나 싶다. 11세에 일본의 패전을 맞은 아키히토 일왕은 평화헌법이 규정한 덴노의 임무, 즉 국가의 상징 역할에 충실하려 노력했다. 1989년 즉위하자 일본이 전쟁 피해를 입힌 각국으로 ‘위령 여행’을 하며 진정한 ‘전후(戰後)’를 다듬어 갔다. 1991년에는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를 방문했고 1992년에는 중일 국교정상화 20년을 기념해 중국을 찾았다. 2005년에는 사이판의 한국인 전몰자 위령탑을 찾아 참배했고 2015년 팔라우, 2016년 필리핀 등의 옛 격전지를 찾았다. 이제 대만과 한국(북한 포함)만 남았다. 즉위 때부터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친선 관계 증진에 노력하겠다”고 말해 왔지만 지금껏 성사되지 못했다. 주변에서는 “한국 방문은 위령 여행의 화룡점정”이라거나 “한국에 가지 않는다면 그의 전후는 끝나지 않는다”는 말이 돈다. 지난달 20일 일본 내 고구려 왕족을 모신 고마(高麗) 신사를 참배하자 일각에서는 “한국에 대한 반성과 화해의 메시지”라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이런 그의 진심은 한국 내에도 상당히 알려져 있다. 한일 관계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그가 양국 관계 개선 계기를 만들어줄 것을 기대하기도 한다. 이낙연 총리는 23일자에 실린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아키히토 일왕이) 퇴위 전 한국에 와서 그간 양국이 풀지 못했던 문제에 대한 물꼬를 터 준다면 양국 관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런 분위기가 빨리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헤이세이 시대의 종언은 아베 총리의 장기집권 안착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예고한다. 헌법상 일본의 ‘상징’에 불과한 일왕은 일본 정부의 허락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처지다. 장기집권의 발판을 다진 아베 정권에서 아키히토 일왕은 자신의 염원을 실현할 수 있을까. 혹 그가 방한하게 됐을 때 한국은 그 선의를 수용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서영아 부국장·도쿄 특파원 sya@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자마자 ‘필생의 과업’으로 정한 평화헌법 개정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아베 총리는 23일 오후 도쿄(東京) 자민당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개헌안에 대해) 정치권의 폭넓은 합의를 형성하면서 국민의 이해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헌을 공약의 주요 항목으로 포함시킨 것은 처음”이라고 강조해 이번 압승을 개헌에 대한 지지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번 선거로 개헌 세력이 전체 의석의 80%가량을 차지하면서 개헌 움직임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희망의당 등 여야 협력” 개헌연대 시사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 공명당은 전체 465석 중 313석을 얻어 개헌안 발의에 필요한 3분의 2(310석)를 넘는 의석을 확보했다. 특히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상임위원장을 전원 독식하고 전체 상임위 과반을 차지할 수 있는 ‘절대 안정 다수’(261석)를 크게 웃도는 284석을 얻는 데 성공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민당이 한 총재 밑에서 3번 연속 중의원 과반수를 차지한 것은 처음”이라며 “목표를 넘는 신임을 받은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연립여당이 개헌안 발의선을 확보한 만큼 개헌을 분모로 보수 성향의 야당 정당과도 손잡고 ‘개헌연대’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연립여당(313석)에 개헌에 전향적인 희망의당(50석) 및 일본유신회(11석)를 합치면 전체 의석의 약 80%를 차지한다. 전쟁 포기와 군대 보유 금지를 규정한 헌법 9조 개헌에 유보적인 공명당(29석)을 제외하고도 충분히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베 총리는 향후 일정에 대해 “자민당의 개헌안을 국회 헌법심사회에 제안하고 국회 논의를 통해 국민의 이해를 심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르면 올해 안에 자민당 개헌안을 내놓고 정치권에서 논의를 진행하면서 국민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을 환경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아베 총리는 5월 인터뷰에서 ‘2020년 새 헌법 시행’을 목표로 밝힌 바 있다. 선거 압승으로 아베 총리의 국정 장악력과 당내 입지는 한층 굳건해졌다. 자민당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은 전날 자민당이 압승한다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아베 총리 다음은 아베 총리”라고 말했다. 이는 내년 가을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의 3연임을 지지하겠다는 뜻이다. 3연임에 성공하면 아베 총리는 2021년까지 안정적으로 집권할 수 있으며, 2019년 11월이 지나면 일본 역사상 최장수 총리 기록을 새로 쓰게 된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30분 동안 통화를 하고 대북 정책 등을 협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대승리를 축하한다. 강한 리더가 국민의 강한 지지를 받았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는 5일 함께 골프를 치기로 했다. 대승을 거뒀지만 아베 총리 개인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여전히 낮다는 점은 향후 국정운영의 변수로 꼽힌다. 교도통신 출구조사에 따르면 아베 총리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은 51%였던 반면 ‘신뢰한다’는 답변은 44.1%에 불과했다. 여당은 다음 달 1일 특별국회를 소집해 제4차 아베 내각을 발족한다.○ 고이케 “완패” 인정…야권 정계개편 이뤄질 듯 야권에서는 선거 직전 급조된 두 정당 사이에 희비가 엇갈렸다. 한때 돌풍을 일으킨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의 희망의당은 기존 의석(57석)에서 7석이나 줄어든 50석을 얻으며 몰락했다. 반면 진보 성향 민진당 의원들이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대표를 중심으로 만든 입헌민주당은 기존 의석(15석)의 3배를 넘는 55석을 얻으며 제1 야당이 됐다. 입헌민주당은 야권의 합종연횡 과정에서 원칙과 명분을 지킨 점이 평가를 받으며 표심을 모았다. 향후 공산당 사민당 등 군소 야당들과 연대하며 반(反)아베 전선의 중심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에다노 대표는 “궁극적으로 자민당과 입헌민주당이 정권을 다투는 두 개의 큰 세력이 되는 상황을 만들어 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서영아 특파원}
대항마로 떠오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희망의당’을 창당하고 제1 야당 민진당의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대표가 이 당 합류를 선언하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한때 사색이 됐었다. 그러나 ‘태풍의 눈’처럼 보였던 희망의당은 전략 부재에 더해 민진당과의 합류 과정에서 안보법제 등에 반대했던 의원들을 ‘배제’하면서 하루아침에 민심을 잃었다. 그 사이 희망의당에 합류하지 않은 진보계열 민진당 의원 일부는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대표를 중심으로 입헌민주당을 만들어 ‘반아베’ 세력 결집에 나섰다. 투표 결과 ‘희망의당’ 바람은 미풍에 그쳤다. NHK 출구조사에 따르면 희망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38∼59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돼 기존 의석(57석)보다 오히려 의석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반면 입헌민주당은 기존 의석(15석)의 3, 4배에 달하는 44∼67석을 얻으며 제1 야당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온난화 대책 관련 국제회의 참석차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고이케 지사는 이날 희망의당이 참패할 것이라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기자들에게 “나 자신도 교만함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압승은 일본 정치권의 대안세력 부재 영향도 컸다. 일본 정치사에서 야당이 제1당으로 정권을 잡은 기간은 2009년 9월∼2012년 12월의 3년여뿐이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당시 총리는 오키나와의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갈등을 초래했다. 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도 미숙한 대처로 혼란과 원성을 샀다. 결국 이번 선거에서 일본 국민은 학원 스캔들 등으로 도덕성이 훼손된 아베 총리 개인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불만을 갖고 있지만 믿고 국정을 맡길 세력은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가 입만 열면 강조하는 북한의 위협, 나아가 중국의 팽창주의도 일본인들의 선택에 한몫했다. 이 같은 외교안보 현안을 해결하려면 일본은 미국에 더욱 밀착할 수밖에 없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를 과시하는 아베 총리를 밀어주는 게 일본의 국익과 직결된다는 판단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 정부는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퇴위일을 2019년 3월 31일로 하고 이튿날인 4월 1일 나루히토(德仁) 왕세자가 새 덴노(天皇)로 즉위하며 그 날부터 새로운 원호(元號)를 시행하는 방향으로 최종조정에 들어갔다고 아사히신문이 20일 보도했다. 중의원 선거가 끝나고 나면 11월 이후 총리 등 3권의 장과 왕족으로 구성된 ‘왕실회의’를 열고 일왕 퇴위일에 해당하는 특례법 시행일에 대해 법령으로 결정하게 된다. 아키히토 일왕은 지난해 8월 8일 퇴위 의향을 밝히면서 “전후 70년이라는 큰 계기가 지났고 2년 후에는 헤이세이(平成) 30년을 맞는다”며 시기를 언급한 바 있다. 일왕 퇴위 시기와 관련해서는 ‘2018년 말 퇴위, 2019년 1월1일 새 원호’ 안과 ‘2019년 3월말 퇴위, 4월 1일 개원’ 방안이 검토돼 왔다. 1월1일 연호를 바꾸게 되면 관공서나 민간 시스템 등 국민 생활에 대한 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연말연시에는 일왕이 중시하는 궁중행사가 이어지고 2019년 1월 7일 쇼와(昭和) 일왕의 서거 30주기 행사도 있어 궁내청이 난색을 표해왔다. 일본 정부는 “궁중행사에 배려해달라”는 궁내청 요망을 받아들여 4월1일 개원으로 하는 방향으로 최종조정에 들어갔다. 새 원호는 일본 정부가 내년 중에 발표할 예정이다. 새 원호가 시행되면 일본에서 첫 원호가 시행된 645년으로부터 248번째가 된다. 새 원호 공표시기는 그간 내년 여름 경이 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일본 정부 내에서 내년 봄으로 앞당기는 안도 떠오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공지기간을 길게 잡아 달력 등을 만드는 업자에도 배려하기 위해서다. 일왕의 생전 퇴위는 에도(江戶)시대 고카쿠(光格) 덴노 이래 약 200년만이고 현행 일본 헌법 하에서는 처음이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중국이 공산당대회를 열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집권 2기 권력 강화를 골자로 하는 대내외 정책노선을 결정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서면서 다음 달 초까지 한반도 정세의 중대 고비가 이어진다. 북한 핵 폭주에 대한 주요 2개국(G2)의 합의와 북한의 대응 여부에 따라 고조된 긴장의 완화 또는 강화의 큰 흐름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18일 개막하는 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 색깔’이 짙어진 새로운 한반도 정책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 소식통은 “과거보다 미중 관계를 더욱 중심에 놓고 외교를 펼칠 것이기 때문에 대북정책에서도 미국과의 협력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북제재 강도를 높이는 미국과 보조를 맞춰 중국 역시 전쟁을 반대하고 대화를 강조한다는 기존 원칙 위에서 대북 압박의 수위를 상당한 정도로 높여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배치가 전략적 이익을 침해했다는 중국의 근본적인 입장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악의 북-중 관계 속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갈수록 약해지고 북한의 도발이 중국의 국익을 침해한다는 목소리가 중국 내부에서 높아지고 있는 만큼 사드와 별개로 북핵 해결을 위한 한중 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24일 당 대회 폐막과 25일 19기 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1중 전회)를 통해 새 지도부 구성을 마무리한 뒤 다음 달 8일 방중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보다 적극적인 대북 압박을 요청하고 양국 간 무역 역조 문제 등도 논의할 계획이다. 그는 북한과 정상적인 교역을 하는 중국 은행과 기업을 제재할 수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중국을 압박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일본과 한국을 방문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6일), 문재인 대통령(7일)과 잇달아 정상회담을 갖고 대북 압박 및 대중 설득 방안을 논의한다. 3일(현지 시간) 워싱턴을 출발해 하와이에 들러 대북 군사 억제를 담당하고 있는 미군 태평양사령부의 보고를 받고 진주만을 방문한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한미일 3국은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과 중국 공산당 대회 전 전략 도발을 멈추고 32일째 잠잠한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움직임에 맞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시험 발사에 나설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도쿄=서영아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 다음 달 7, 8일 1박 2일 일정으로 확정됐다고 청와대가 17일 밝혔다. 이번 방한은 미국 대통령으로선 25년 만의 국빈 방한이다. 청와대는 “우리 측이 먼저 트럼프 대통령을 국빈으로 맞겠다는 의사를 표명했고 미국이 받아들였다”며 “국제사회에 한미 동맹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미 정상이 25년 만의 국빈 방문에 걸맞은 외교적 성과를 낼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靑, 일정 소화 시간은 비슷하다는데…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미국 측과 트럼프 내외의 방한 일정을 확정하기 위해 긴밀히 협의한 결과 11월 7일 오전에 도착해 8일 오후 출발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취임 후 첫 동아시아 순방에 나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미국을 출발해 하와이와 일본(5∼7일)을 거쳐 한국을 찾은 뒤 중국(8∼10일)으로 떠날 예정이다. 박 대변인은 “미국은 취임 후 첫 방한이라는 점을 감안해 2박 3일 일정을 추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내외의 일정과 한국에 너무 늦은 밤 도착하는 데 따른 의전적 문제를 감안해 7일 오전 도착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1박 일정이지만 전체 시간은 (2박이지만 주말이 끼어 있는) 일본에서의 일정과 비슷하다”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의 정상회담 외에도 골프를 함께 하며 긴 시간 편안한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두 정상은 올 2월에도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인근 트럼프 대통령 소유 골프장에서 27홀 라운드를 함께 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은 “이번 국빈방문은 ‘코리아 패싱’ 우려를 불식시켜야 하는데 1박 2일의 체류 일정은 일본보다 짧다”며 “과거 미국이 아시아 순방 시 한국과 일본에서의 체류 일정을 균형 있게 관리한 점을 보면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방한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이자 백악관 선임고문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도 동행한다. 명실상부한 트럼프 최측근인 이방카 부부는 공식수행원 자격으로 방한 기간 각종 공식 일정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초강력 대북 메시지 내놓을 듯 트럼프 대통령 방한의 하이라이트는 7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이다. 취임 후 세 번째인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북핵 문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전날 방한 일정을 발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기간 중) 국제사회가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에 동참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시 미군 증원을 책임지는 하와이의 미 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한다. “북핵 해결을 위한 한미 공조와 동북아 평화, 안정 구축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이번 방한의 의미를 설명한 청와대와는 달리 이번 순방이 대북 압박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전 일본을 들러 납북자 가족들과 만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정부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인권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면 대화 모드로 국면을 전환하는 게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핵 문제가 꼬여가는 입장에서 일본 납북자 문제까지 끼어들면 북한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22일 치러질 일본 총선거에서 여권이 압승을 거둘 것이라는 판세 분석이 잇따르는 가운데 집권 자민당 단독으로 300석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마이니치신문은 여론조사와 자체 취재정보 등을 더해 판세 분석을 한 결과 총 의석수 465석 가운데 자민당이 281∼303석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16일 보도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30∼33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달 중의원 해산 전 의석은 자민당 284석, 공명당 35석이었다. 예측이 적중한다면 자민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사퇴 마지노선으로 언급했던 절반 의석(233석)은 물론이고 절대안전다수 의석(261석·모든 상임위에서 과반을 확보할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하게 된다. 좀 더 선전한다면 여권 단독으로 개헌을 발의할 수 있는 의석 기준인 310석(전체 의석의 3분의 2)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앞서 아사히신문은 10∼13일 여론조사 등을 통한 판세 분석 결과 자민당이 286석,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29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일본 언론은 야권 세력이 분열돼 결과적으로 여당에 득이 될 것이라는 분석들을 내놓고 있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희망의 당은 초반에 일으켰던 돌풍과는 달리 42∼54석 정도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거친 발언으로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북한과의 협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13일(현지 시간) 이란의 핵 협정 준수에 대한 불인증을 선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많은 것을 준비하고 있다”며 “(북한과) 협상을 해 뭔가 일어날 수 있다면 나는 언제나 열려 있다”고 말해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전날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취임 이후 처음 브리핑에 나서 “북핵 위협이 현재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다. 외교가 통하기를 기대하자”고 말한 것과 같은 흐름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란식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이 시행돼 본격적인 압박이 시작되면서 북한에서 미국과 대화하려는 수요가 생기고 있는 상황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김덕룡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러시아를 지렛대로 한 북-미 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주지역 협의회 출범식 참석차 워싱턴을 방문한 김 부의장은 14일(현지 시간)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미국이 지금까지는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이지만 러시아를 통해 북한을 설득하는 작업이 지금 시도되고 있지 않은가 한다”며 “그런 접촉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좋지 않다. 중국이 제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비핵화 대화로 끌어내는 데는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을 활용하지 않겠는가”라며 “중국에는 북한을 압박하는 역할을 하도록 하고, 러시아가 최근 북한과의 관계가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를 활용해 비핵화 대화에 끌어들이는 전략을 미국이 쓰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부의장은 ‘러시아를 통한 북-미 대화 가능성에 대해 보고를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말씀은 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다만 북한이 핵 동결이나 폐기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미국에 밝히지 않을 경우 대화 국면이 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 같은 분위기를 감안한 듯 “만약 협상 이외의 것이 진행될 경우에도 나를 믿어주길 바란다. 우리는 준비가 다 됐고 예전보다 더 많은 것을 준비했다”고 덧붙여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한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연설을 통해 북한에 대해 핵·미사일 개발 완전 포기를 요구하고 한국과 일본에 대한 ‘핵우산’ 제공을 확약하며 군사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음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15일 보도했다. 워싱턴=박정훈 sunshade@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손 마사요시(한국명 손정의·孫正義) 소프트뱅크그룹 사장. 재일교포 3세로, 차별의 서러움을 겪으며 성장했다. 1990년 33세 때 일본으로의 국적 변경을 결심한 이유는 사업상의 편의 때문이었다. 이때 자신의 성을 ‘손’으로 등록하려 했지만 일본에 없는 성씨라고 거부당하자 일본인 부인의 이름을 ‘손우미’로 개명해 ‘전례’를 만들어 손씨 성을 지킨 일화는 유명하다. 이는 한국에 대한 애정 때문이라기보다 인간으로서 자존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16세 때 미국 유학을 떠나 넓은 세상을 체험한 그는 이미 오래전에 세계인이 돼 있었다. 그는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인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일본인들의 시각은 칭찬 일색은 아닌 듯하다. 그에게는 ‘괴물’ ‘괴짜’ ‘허풍선이’ 등의 별명이 따라다닌다. “또 무슨 일을 벌이는 거지?” 식의 시선도 많다. 보통사람에게는 무모해 보이는 과감성 때문이다. 그 과감성이 이번엔 미래 인재에 투자하는 ‘키다리 아저씨’로 발현됐다. 미래 리더로 성장할 젊은이를 지원하는 ‘손마사요시 육영재단’을 만든 것.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지진 복구 지원에 40억 엔을, 자연에너지재단에 10억 엔을 쾌척한 데 이어 세 번째 사재 출연이다.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 등과 함께 글로벌 인재를 키우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구체적으론 “인공지능(AI)이 인류의 지적 능력을 넘어서는 특이점, 싱귤래리티(singularity) 시대가 도래할 때 인류를 대표할 리더를 키우고 싶다”는 취지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같은 천재 경영자와 교유해온 손 씨는 획일화한 일본 교육의 풍토에 대해 “이대로 가면 미래는 없다”고 개탄해왔다. 1100명의 응모 영재 가운데 서류심사와 면접,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7월 28일 8∼26세의 96명을 선발했다. 5월 최종 심사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해서는 눈시울을 붉히며 “감동했다. 아직 일본에 희망은 있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미 창업해서 사업을 하는 고교생, 어려서부터 프로그래밍 콘테스트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린 중학생, 로봇을 개발 중인 고교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목표를 갖고 노력하는 영재들이 선발됐다. 이들에 대해 4년 동안 각자 희망하는 금액을 상한 없이 필요한 만큼 맞춤형으로 지원해준다고 한다. 지원의 대가는 “각자의 자리에서 세상을 바꿔 달라”는 것뿐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의 시가총액은 10조 엔에 육박하고 손 씨는 지금 일본 최고의 부자다. 평소 ‘60세 은퇴’가 지론이었지만 지난해 이를 깨고 은퇴를 늦췄다. 그 이유로 손 씨는 ‘특이점’ 싱귤래리티를 말하고 있다. ‘AI가 인간의 지력을 능가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윤리 도덕의 힘으로 AI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등의 주장을 설파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안팎에서는 “앞으로 본인 머릿속 데이터를 AI에 이식해 영구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것 아니냐”란 농담도 들린다. 선발된 96명 중에 손 씨를 능가하는 차세대 리더가 자라날 수 있을까. 최고 명문대 출신까지 9급 공무원 시험에 목숨을 거는, ‘안정 추구’가 최우선 가치가 돼 버린 한국 젊은이들의 현실을 보며, 일본의 미래 영재는 최소한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아 부러울 따름이다. 젊은 세대가 안정만을 추구한다면 미래를 선도할 리더는 태어날 수 없다. 생각은 좀 더 꼬리를 문다. 역사에서 ‘만약’은 의미 없다지만 손 씨의 할아버지가 일본에 가지 않았더라면? 손 씨가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했더라면? 아니, 그럼 지금처럼 세계적인 사업가가 됐을까? …. 여러 질문이 떠오르며 은근히 속이 쓰려 오는 것도 사실이다. 서영아 도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 중의원 총선거가 10일 선거 공시 및 후보 등록과 함께 12일간의 공식 레이스에 돌입했다. 이번 총선을 통해 소선거구 289석, 비례대표 176석 등 465명의 중의원이 선출된다. 선거구수 조정으로 종전보다 10명 줄었다. 초반 레이스는 연립 자민·공명당의 강세 속에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급조한 희망의당·유신회의가 추격전을 펼치는 양상이다. 공산·입헌민주·사민당 등 개혁·진보 진영은 극우세력의 개헌선(3분의 2 이상 의석) 확보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연립여당이 과반(233석 이상)을 확보하는 것을 승패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중의원 해산 전 양당은 476석 중 개헌 발의선인 3분의 2(317명)를 넘는 321석(자민당 286명, 공명당 35석)을 보유했었지만 이번에 목표 의석을 낮춰 잡았다. 아베 총리는 연립여당이 과반수를 확보하기만 하면 총리직을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고이케 지사는 연립여당의 과반 확보 저지를 목표로 내세웠다. 다른 파벌과의 합종연횡을 통해 아베 총리의 재집권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재집권에 성공하든, 고이케 지사 측이 선전해 희망의당 중심의 연립정권이 탄생하든 새 정권은 극우 색깔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또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평화헌법 개정 시도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의 자민당과 고이케 지사의 희망의당 모두 개헌 추진을 공약했기 때문이다. 자민당은 2012년 12월 2차 아베 내각 설립 후 처음으로 헌법 개정을 전면에 내세운 공약안을 발표했고, 희망의당은 “헌법 9조를 포함한 헌법 전체의 수정 논의를 여야 협력으로 추진한다”며 개헌 찬성 입장을 밝혔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10일 총선 공시를 앞두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연일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을 강조하며 북풍몰이에 나서고 있다. 아베 총리는 8일 일본기자클럽이 연 정당대표 초청토론회에서 “북한은 핵을 보유하고 있다”며 “핵보유국이 비핵보유국을 위협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일본 정부 입장과도 어긋나는 발언이다. 그는 “북한이 시간을 벌기 위해 대화라는 틀을 이용했고 그 결과 핵 기술을 개발했다”며 “북한에 더 속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선거에서 자민당의 슬로건이 ‘이 나라를 지켜낸다’임을 재차 강조했다. 자민당은 선거 공약에 북한 정세가 긴박할 때 한국 체류 일본인에 대한 구출과 피란 대책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담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같은 날 인터넷TV 프로그램에선 지난달 중의원을 해산한 이유에 대해 “북한에 압력을 가하면 올해 말부터 내년에 걸쳐 선거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연말 이후 북한 정세가 더욱 긴박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아베 총리는 정당대표 토론회에서 승패를 결정하는 의석수로 “자공(자민당과 공명당) 합쳐 과반수(233석)”라고 재차 밝혔다. 해산 전 자공 의석을 합하면 323석, 이 중 자민당은 288석이었다. 토론회에서 자민당이 50석 감소할 경우 퇴진 여부를 고려할 기준이 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오자 “(연립여당이) 과반을 얻게 되면 정권(운영)을 계속해 갈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연립여당이 90석을 잃더라도 과반이면 법적으로 총리 자리는 유지되므로 퇴진하지 않겠다는 주장이다. 중의원 총선거는 10일 공시돼 22일 투·개표가 이뤄진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동유럽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 남부의 담장 높은 건물 안에서는 일주일에도 몇 차례씩 파티가 벌어진다. 시끄러운 노랫소리가 밖으로 흘러나와 주민들이 경찰에 신고하는 등 민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때로는 건물 옥상에서 불꽃놀이도 벌어진다. 북한은 대사관저였던 문제의 ‘테러 레지던스’라는 건물을 현지 업체에 임대해 예식장으로 빌려주거나 잡지 사진과 뮤직비디오, TV 광고 촬영을 위한 공간 등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7일 북한이 전 세계 40여 개 나라의 자국 대사관을 각종 외화벌이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교 공관을 돈벌이에 활용하는 것은 국제법상 불법이다. 폴란드 바르샤바 주재 북한대사관에는 40여 개 북한 기업과 단체가 주소를 두고 활동하고 있다. 제약회사에서부터 광고회사, 요트클럽 등 다양하다. 주중 북한대사관 직원은 ‘해금강무역회사’ 일꾼으로도 이름이 올라 있다. 해금강무역회사는 모잠비크에 대공미사일과 레이더 시스템을 공급한 회사로 알려졌으며 미국의 제재 대상이다. 인도 주재 북한대사관은 지하에 정육점을 운영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독일이 유스호스텔로 사용되는 북한 외교시설을 폐쇄하는 등 일부 국가는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일본 정치권에 돌풍을 몰고 온 ‘희망의 당’ 대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사진) 도쿄도지사가 22일로 다가온 총선에 불출마할 생각임을 누차 밝히면서 선거 후 실시될 총리 지명 선거에서 이 당이 누구에게 표를 던질지 주목되고 있다. 일본에서 제1당 이외에서 총리가 선출된 경우는 세 번 있었다. 1993년 8월 제1당인 자민당이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자 비자민 세력이 연대해 제5당이던 일본신당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총리가 취임했다. 고이케 지사는 당시 일본 신당 의원으로서 이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 그 뒤 2개월 만에 물러난 신생당의 하타 쓰토무(羽田孜) 총리를 거쳐 1994년 6월에는 제1당이던 자민당이 제2당인 사회당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위원장에게 표를 던져 총리로 옹립했다. 일본 정계가 유동적으로 움직인 경우다. 일본 헌법은 총리를 국회의원 중에서 뽑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이케 지사가 공시일인 10일 전에 출마 등록을 해 당선되지 않는다면 총리가 될 길은 없다. 그렇다고 희망의 당 내에서 고이케 지사 외에 이렇다 할 총리 후보도 안 보인다. 고이케 지사는 “아베 1강 정치를 바꿔야 한다”며 ‘아베 타도’를 외치고 있다. 이는 반대로 아베만 아니라면 누구든 괜찮다는 입장으로도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희망의 당이 전체 의석 465석의 과반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연립여당인 자민·공명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일본 정가에서는 총선에서 자민당 의석이 크게 줄 경우 고이케 지사가 대연립 등을 통해 자신과 가까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을 총리 후보로 옹립할 것이라는 관측이 퍼지고 있다. 고이케 지사는 8일 일본기자클럽이 주최한 8개 당 당수 토론에서도 이시바 전 간사장 옹립설에 대해 질문을 받자 “선거 결과를 본 뒤 판단할 문제”라며 적극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이시바 전 간사장은 이 같은 관측에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고이케 지사는 지난달 25일 TV 방송에서 총리 지명 선거 대응에 대한 질문을 받자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공명당 대표를 언급한 바 있다. 이 경우 자민 공명 연립구도를 깰 수도 있는 구상이 된다. 고이케 지사는 ‘킹메이커’가 될 것인가. 일본 정가에서는 그가 누구를 총리로 밀 것인가에 대해 선거 중에는 끝까지 함구하다가 선거 후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계산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다만 희망의 당 출마 예정자들은 “당이 누구를 총리로 지명하는가는 기본 중 기본인데, 유권자에게 설명하기가 어렵다”며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러시아 기업이 운항하는 북한의 화물여객선 만경봉호가 북한과 중국의 무역 중계에 관여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발로 보도했다. 통신은 대북 유엔제재가 갈수록 강화되며 중국의 대북압박이 강화되자 러시아 경유로 제재의 감시망을 피하려는 북한의 수법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신이 입수한 지난달 14일과 29일 선박의 운송화물 내역이 담긴 선하증권(B/L)에 따르면 만경봉호는 북한 라선에서 블라디보스토크에 약 16t의 알루미늄을 수송했다. 최종 목적지는 중국 광둥(廣東)성 포산(佛山)으로, 북한 선적 이외의 선박으로 옮겨 실어 운송할 계획으로 표기돼 있었다. 알루미늄을 옮겨 싣는 데는 다른 러시아 기업이 관여했고 만경봉호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담배와 마작 기구를 싣고 북한으로 돌아갔다. 만경봉호 운영을 맡은 러시아 해운회사 ‘인베스트 스트로이 트레스트’ 측은 “대북제재로 북중 항로가 차단돼 화물 운송 업무가 우리에게 돌아왔다”며 “알루미늄은 유엔 무역제재 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알루미늄은 대량 파괴무기개발과의 관련을 지적받는 물질이라고 통신은 지적했다. 이 회사는 5월 만경봉호를 이용한 북한-러시아 간 첫 정기항로를 개설했으나 블라디보스토크 항만시설사용료를 지불하지 못해 8월에 운항을 정지했다. 9월말 북한 측 요구에 응해 화물만 싣고 다시 나선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왕복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부정기운항을 계속할 방침이다. 러시아의 북한 연구자는 통신에 “북한은 중국보다 러시아와의 관계강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노벨상을 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면 오늘 아침 머리라도 감고 나왔을 텐데요….” 5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의 한 출판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즈오 이시구로는 자신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전혀 뜻밖이라는 소감을 재치 있게 표현했다. 그는 “동시대의 위대한 작가들도 타지 못한 상을 내가 탔다고 하니 마치 사기처럼 느껴졌다”고도 했다. 앞서 그는 수상 직후 자택에서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도 “에이전트로부터 수상 소식을 듣고 ‘가짜 뉴스’의 희생자가 된 게 아닌지 의심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가수 밥 딜런이 열흘 넘게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과 달리 이시구로는 수상 소감을 즉각 피력했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은 앞선 시대의 위대한 작가들이 남긴 발자취를 나도 따라 걷고 있음을 뜻한다. 대단한 영광이자 훌륭한 표창”이라고 했다. 이시구로의 수상 소식에 국내 출판시장은 곧바로 들썩였다.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7일 오전 9시 반에 개장하자마자 그의 책을 찾는 고객들로 붐볐다. 회사원 홍승범 씨(28)는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라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해서 일찍부터 서점을 찾았다”며 “대표작인 ‘남아있는 나날’과 ‘나를 보내지 마’에 특히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이 서점은 이시구로의 작품만 별도로 모은 판매대 2개를 새로 마련했다.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노벨 문학상 수상 전 일주일 동안 6권이 판매됐던 이시구로의 책은 수상 직후 이틀 동안에만 1944권이 팔렸다. 대표작 ‘남아있는…’과 ‘나를… ’은 예스24의 일별 종합베스트셀러 순위 1, 2위에 나란히 올랐다. 알라딘도 수상 전 한 달 동안 이시구로의 작품이 17권 팔렸으나 수상 직후부터 6일 오전까지 885권이 나갔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계 영국인인 이시구로의 선정 소식에 일본 열도는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각 신문은 호외를 발행했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즉각 “일본에도 많은 팬이 있다. 함께 축하하고 싶다”는 축하 메시지를 발표했다. NHK는 수상 직후 뉴스에서 작가의 출생지인 나가사키 거리의 시민들 반응을 전하고 대형서점마다 이시구로 코너가 단장되는 장면을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내 세계관에는 일본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 일부는 언제나 일본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그의 발언을 비중 있게 전했다. 일부 매체는 50여 년 전에 그를 가르친 나가사키 지역 유치원 교사를 인터뷰하기도 했다. 91세의 이 교사는 “어린 이시구로가 동화책을 잘 읽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회고했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다음 달 방일을 앞두고 미국이 일본에도 거센 통상 압력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아사히신문이 5일 보도했다. 소니 퍼듀 미 농무장관은 4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강연에서 “쇠고기, 돼지고기, 유제품과 그 밖의 많은 제품에 걸리는 높은 관세를 내리고 싶다. 일본과의 2국 간 무역 협상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이달 미일 경제대화와 다음 달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이 예정돼 있다며 이들 자리에서 농업 문제가 협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퍼듀 장관은 강연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교섭과 중국의 시장 개방에 대한 기대를 밝힌 뒤 “일본도 훌륭한 시장이다. 솔직히 말해 더 개선할 수 있다”며 “일본과의 지정학적인 관계도 우대 조치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양국 간 경제 분야 현안을 논의하는 두 번째 미일 경제대화가 16일 워싱턴에서 개최된다고 일본 언론이 6일 전했다. 미일 경제대화에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참석한다. NHK는 미국이 일본과의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에 관심이 있는 반면 일본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합의한 다자 간 논의를 기본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이번 경제대화에선 무역 분야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정부가 8월 취한 미국산 냉동 쇠고기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조치도 논의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퍼듀 장관은 “미국산 쇠고기 판매가 줄면 미국의 대일 무역 적자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며 즉각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5일 일본계 영국인인 가즈오 이시구로(63)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일본 열도는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각 신문은 호외를 발행했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즉각 “일본에도 많은 팬이 있다. 함께 축하하고 싶다”는 축하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시구로 작가는 1954년 일본 나가사키(長崎)에서 태어나 5살 되던 해 아버지가 영국국립해양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이직하면서 영국으로 이주했다. 일본계이긴 하지만 현대 영미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자리매김돼 있다. NHK는 수상 직후 뉴스 프로그램에서 작가의 출생지인 나가사키 거리의 시민들 반응을 전하고 대형서점마다 이시구로 코너가 단장되는 장면을 보도했다. 당초 서점들은 노벨문학상 수상이 유력시됐던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코너를 마련지만 급거 이시구로 코너로 바꾸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5일 오후(현지 시간) 영국 런던 자택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시구로 작가가 “내 세계관에는 일본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 일부는 언제나 일본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이시구로 작가가 초기 작품의 무대를 일본으로 선택해 작가 인생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언론은 작가와 일본의 인연찾기에 분주하다. NHK는 그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인터뷰 장면을 편집해 방송하기도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일본에 와서 거리를 걷고 식사를 하니 어릴 적 일본의 기억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 다른 나라에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이시구로 작가의 작품 중 ‘창백한 언덕 풍경(1982)’과 ‘부유하는 세상의 예술가(1986년)’이 일본을 무대로 하고 일본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또 그가 일본어는 못하지만 일본 영화를 좋아해 일본의 영화감독 오즈 야스지로(小津安二郞)의 영향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시구로 작가가 다니던 나가사키시 한 유치원의 교사(91)는 도쿄신문에 “(어린 이시구로 작가가) 동화책을 잘 읽었던 것이 특히 인상에 남는다”고 회고했다. TV아사히는 이시구로 작가의 숙모를 만나 “어릴 때부터 남을 배려할 줄 알고 똑똑한 아이였다”는 회고를 전했다. 작가의 숙모는 작가의 작품을 읽어봤느냐는 질문에 “친척이 쓴 거니 찾아서 읽어봤지만 어렵더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같은 축제 분위기와 달리 이튿날인 6일 반핵단체 연합체인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이 노벨평화상을 받게 되자 일본 정부는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세계 유일의 피폭 국가이면서도 7월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유엔 핵무기금지협약에 참가하지 않은 점이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은 국내 피폭 단체와 국제사회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ICAN의 노벨평화상 수상소식에 ‘일본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 등 일본내 시민단체는 곧바로 열렬하게 환영했지만 일본 정부는 노벨평화상 발표 하루가 지난 7일까지도 별도의 논평을 발표하지 않았다. 일본은 유일한 피폭국이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명목으로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고 있다. 핵무기 폐기는 핵우산 포기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에겐 ‘딜레마’인 셈이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