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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상 사용이 금지된 개량형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우라늄 농축 수준을 더욱 끌어올렸다. 자국 내 미신고 핵물질 관련 조사를 촉구하는 서방 국가에 반발하는 동시에 ‘히잡 의문사’ 반정부 시위로 쏠린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은 22일(현지 시간) 이란 포르도 지하 핵시설에서 개량형 원심분리기인 ‘IR-6’를 이용한 농도 60% 농축 우라늄 생산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60% 순도 농축우라늄 25kg이 확보되면 순도 핵무기 제조에 쓰이는 순도 90% 핵물질로 재처리가 가능하다. 파르스 통신은 이날 이란이 60% 농축 우라늄을 얼마나 확보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란 반관영 통신의 이 같은 보도는 사실상 이란이 자국 내 미신고 시설에서 고농도 우라늄 농축을 실시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IR-6는 2015년 서방과 맺은 이란 핵합의 상 사용이 금지된 원심분리기로 이란 핵합의에서 허용하고 있는 원심분리기 초기 모델인 IR-1보다 농축 속도가 10배 가량 빠른 것으로 알려져있다. 또한 핵합의에 따르면 이란 내 우라늄 농축이 가능한 시설은 나탄즈 한 곳으로 포르도는 우라늄 농축을 할 수 없다. 이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IAEA가 이란 내 미신고 장소 핵물질 조사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데 따른 맞대응으로 보인다. 이란 원자력청(AEOI)은 IAEA에 보낸 서한을 통해 “IAEA 이사회 결의안 채택에 대한 단호한 대처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IAEA 이사회는 17일 이란 내 미신고 장소 3곳에 대한 핵물질 조사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1일 기자회견에서 “IAEA의 결의는 미국과 유럽 3국(영국·프랑스·독일)에 의해 주도된 것이며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란 내 미신고 핵물질 조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현재 교착 상태에 빠진 서방과 이란 간 핵협상 복원의 가장 큰 걸림돌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이란이 금지된 농축 우라늄 생산 사실을 공개한 것이 히잡 의문사로 인한 반정부 시위 등 내부 불만을 바깥으로 돌리기 위한 노림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핵물질 문제로 서방과 갈등을 조장해 외부의 적으로 여론의 관심을 돌리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것. 현재 이란에서는 9월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가 사망한 마사 아미니(22)의 죽음을 계기로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2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이란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첫 경기에서 자국 국가를 따라 부르지 않았다. 이란에서 석 달째 계속되는 ‘히잡 의문사’ 반정부 시위에 연대하기로 한 것이다. 21일 카타르 칼리파 인터내셔널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B조 1차전 잉글랜드와의 경기 시작에 앞서 이란 국가가 연주되자 운동장에 줄 서 있던 이란 선수들은 모두 굳은 표정으로 침묵을 지켰다. 몇몇 선수는 고개를 숙였다. 생방송으로 선수들을 비추던 이란 국영 TV 화면은 급히 경기장 전경으로 바뀌었다. 주장 알리레자 자한바흐시는 경기 후 “국가를 따라 부르지 않기로 하면서 시위대에 연대를 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란 선수들은 이날 두 골을 넣었지만 평소 같은 골 세리머니도 하지 않았다. 이란 축구 대표팀은 9월 27일 세네갈과의 마지막 평가전에서도 국가 연주 때 이란 축구협회 마크와 국기를 가린 검은색 점퍼를 입었고 선수 대부분은 국가를 부르지 않았다. 잉글랜드전 관중석에서도 반정부 시위 연대 움직임이 보였다. 이란 응원단석에는 반정부 시위대 슬로건 ‘여성, 삶, 자유(Women, Life, Freedom)’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전반전 22분에는 일부 팬이 히잡 의문사 희생자인 ‘마사 아미니’ 이름을 외쳤다. 22는 아미니의 나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선수들이 조국으로 돌아가면 당국의 보복을 마주할 위험이 크다”고 전했다. 지난달 서울 스포츠 클라이밍 대회에서 히잡을 쓰지 않고 경기한 이란 선수 엘나즈 레카비는 귀국 후 체포되지는 않았지만 가택 연금되거나 재산 몰수 협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이란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첫 경기에서 자국 국가를 따라 부르지 않았다. 이란에서 석 달째 계속되는 ‘히잡 의문사’ 반정부 시위에 연대하기로 한 것이다. 21일 카타르 칼리파 인터내셔널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B조 1차전 잉글랜드와의 경기 시작에 앞서 이란 국가가 연주되자 운동장에 줄서 있던 이란 선수들은 모두 굳은 표정으로 침묵을 지켰다. 몇몇 선수는 고개를 숙였다. 생방송으로 선수들을 비추던 이란 국영 TV 화면은 급히 경기장 전경으로 바뀌었다. 주장 알리레자 자한바흐슈는 경기 후 “국가를 따라 부르지 않기로 하면서 시위대에 연대를 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란 선수들은 이날 두 골을 넣었지만 평소 같은 골 세리머니도 하지 않았다. 이란 축구 대표팀은 9월 27일 세네갈과의 마지막 평가전에서도 국가 연주 때 이란 축구협회 마크와 국기를 가린 검정색 점퍼를 입었고 선수 대부분은 국가를 부르지 않았다. 잉글랜드전 관중석에서도 반정부 시위 연대 움직임이 보였다. 이란 응원단석에는 반정부 시위대 슬로건 ‘여성, 삶, 자유(Women, Life, Freedom)’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전반전 22분에는 일부 팬이 희잡 의문사 희생자인 ‘마사 아미니’ 이름을 외쳤다. 22는 아미니 나이다. 미국 뉴욕타임즈(NYT)는 “(이란) 선수들이 조국으로 돌아가면 당국 보복을 마주할 위험이 크다”고 전했다. 지난달 서울 스포츠 클라이밍 대회에서 히잡을 쓰지 않고 경기한 이란 선수 엘나즈 레카비는 귀국 후 체포되지는 않았지만 가택 연금되거나 재산 몰수 협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yolo@donga.com}
“지금부터 내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숨을 거둘 때까지 이란 국민과 함께할 것입니다.” 이란의 유명 여배우 헹가메 가지아니(52)는 19일(현지 시간) 인스타그램에 이런 글을 올렸다. 그는 “마지막 게시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수도 테헤란 도심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채 뒤돌아 머리를 묶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함께 올렸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다음 날인 20일 가지아니가 히잡 의문사 반정부 시위를 선동하고 지원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가지아니는 이란 ‘파즈르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2번 수상했다. 이란의 또 다른 유명 여배우 카타윤 리아히(61)도 가지아니처럼 히잡 착용을 거부하는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게재했다는 이유로 이날 이란 당국에 체포됐다. 리아히는 반정부 시위가 발발한 올 9월 이후 이란 유명인 중 최초로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채 공공장소에 등장했다. 히잡 착용 거부 운동을 주도한 상징적 인물로 꼽힌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지금부터 내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숨을 거둘 때까지 이란 국민과 함께할 것입니다.” 이란의 유명 여배우 헹가메 가지아니(52)는 19일(현지 시간) 인스타그램에 이런 글을 올렸다. 그는 “마지막 게시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수도 테헤란 도심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채 뒤돌아 머리를 묶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함께 올렸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다음날인 20일 가지아니가 히잡 의문사 반정부 시위를 선동하고 지원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가지아니는 이란 ‘파즈르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2번 수상했다. 지난주에는 당국이 반정부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는 과정에서 아동 50여 명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며 ‘아동 살해범’이라고 비판했다. 이란의 또 다른 유명 여배우 카타윤 리아히(61)도 가지아니처럼 히잡 착용을 거부하는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게재했다는 이유로 이날 이란 당국에 체포됐다. 리아히는 반정부 시위가 발발한 올 9월 이후 이란 유명인 중 최초로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채 공공장소에 등장했다. 히잡 착용 거부 운동을 주도한 상징적 인물로 꼽힌다. 최근 이란에서는 소셜미디어에 도발적인 게시물을 올려 반정부 시위를 부추겼다는 혐의로 유명인이 속속 체포되고 있다. 체포 인사 중에는 여배우 미트라 하자르, 이란 프로축구팀 감독 야흐야 골모하마디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yolo@donga.com}
이란 혁명재판소가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 참가자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반정부 시위 참가자에 대한 사형선고 사실이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3일 이란 사법부 관련 매체 ‘미잔’에 따르면 혁명재판소는 최근 정부 기관 건물에 불을 지른 혐의로 기소된 반정부 시위자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국가안보와 공공질서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다른 5명은 징역 5∼10년형을 선고받았다. 미잔은 사형선고를 받은 피의자가 누구인지, 이 사람이 항소할 권리가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앞서 22세 남성이 지난달 시위 도중 차량을 몰고 경찰에게 돌진하려고 했다는 혐의로 단 한 차례 심리 끝에 사형선고를 받았다는 가족의 증언을 서방 언론이 보도했지만 이란 사법부는 이를 부인했다. 기소된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중형 선고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란 당국은 반정부 시위 관련 수도 테헤란에서만 1000여 명을 기소했고 공개 재판을 예고했다. 이란 의회는 “본보기 삼아 엄벌로 다스려야 한다”는 서한을 사법부에 보내기도 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생긴 혁명재판소는 이슬람 성직자 통치에 반대하는 이들을 엄하게 처분해 왔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튀르키예(터키) 최대 도시 이스탄불 번화가에서 폭발물이 터져 6명이 숨졌다. 붙잡힌 용의자는 쿠르드계 분리주의 무장단체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 AP통신에 따르면 13일 오후 4시경 이스탄불 베이올루 이스티클랄 거리에서 테러로 의심되는 폭발 사건으로 6명이 목숨을 잃고 8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스티클랄 거리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이스탄불 최대 번화가로 꼽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사건 발생 후 기자회견에서 “이스탄불 주지사에게서 들은 정보에 의하면 테러 냄새가 난다”며 사실상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했다. 쿠르드계 분리주의 무장단체 PKK는 튀르키예 정부와 긴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튀르키예 정부는 PKK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국내는 물론이고 국경을 넘어 이라크 시리아 등 인접 국가에서까지 소탕 작전을 벌이고 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이란 혁명재판소가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 참가자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반정부 시위 참가자에 대한 사형 선고 사실이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3일 이란 사법부 관련 매체 ‘미잔’에 따르면 혁명재판소는 최근 정부 기관 건물에 불을 지른 혐의로 기소된 반정부 시위자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국가안보와 공공질서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다른 5명은 징역 5~10년형을 선고받았다. 미잔은 사형선고를 받은 피의자가 누구인지, 이 사람이 항소할 권리가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앞서 22세 남성이 지난달 시위 도중 차량을 몰고 경찰에게 돌진하려고 했다는 혐의로 단 한 차례 심리 끝에 사형 선고를 받았다는 가족 증언을 서방 언론이 보도했지만 이란 사법부는 이를 부인했다. 기소된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중형 선고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란 당국은 반정부 시위 관련 수도 테헤란에서만 1000여 명을 기소했고 공개 재판을 예고했다. 이란 의회는 “본보기 삼아 엄벌로 다스려야 한다”는 서한을 사법부에 보내기도 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생긴 혁명재판소는 이슬람 성직자 통치에 반대하는 이들을 엄하게 처분해왔다.}
중동 국가들의 경제난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우크라이나 전쟁, ‘킹달러’로 불리는 달러화 초강세 현상까지 ‘3중고’가 겹친 결과다. 이집트와 레바논, 시리아, 튀니지 등 경제적 기반이 약한 국가들에선 경기 침체, 물가 폭등, 고환율에 따른 수입 대란 등 경제 위기가 국내 정세 불안을 고조시키면서 복합 위기로 번지고 있다. 이 국가들은 국제통화기금(IMF) 또는 인근의 걸프 산유국에 손을 벌리거나 외화 유출을 막으려 은행 현금 인출까지 금지하는 등 고육지책을 펴고 있지만 역부족인 실정이다. 일각에선 식량 가격 폭등과 생필품 부족으로 서민들의 불만이 가중되면서 ‘제2의 아랍의 봄’이 촉발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마트 5곳 돌아 일주일 식량 겨우 구해”인구가 1억1000만여 명으로 중동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이집트 시민들은 요즘 식량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식료품점에선 몇 달 전부터 1인당 쌀 구매량을 1회 1봉지로 제한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동나기 일쑤다. 이집트에 3년째 거주 중인 김모 씨(45)는 “4인 가족이 일주일 먹을 수 있는 양을 사려면 적어도 마트 5곳은 돌아다녀야 한다”며 “보통 자녀를 셋 이상 둔 이집트 가정들은 어려움이 더 심할 것”이라고 했다. 재래시장에서 파는 채소 가격도 최근 한 달 사이 50% 이상 올랐다. 레바논도 상황이 비슷하다. 수도 베이루트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엘리아스 파레스 씨는 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대부분의 레바논 사람들은 요즘 빵만 먹으면서 산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막막하다”고 했다. 최근 러시아가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 합의를 파기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올 3월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곡물 수출이 완전 중지됐을 때 벌어졌던 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밀가루 사재기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의약품을 비롯한 기초 생필품도 동나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 있는 약국에서도 의약품 재고가 없어 해외에서 약을 구할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은 암시장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기자가 7일 찾은 이집트의 한 쇼핑몰 옷가게에선 물건을 판매대에 채워 넣지 못해 드문드문 비어 있었다. 한 직원은 “곧 겨울이 오지만 겨울옷을 들여오기가 힘들다”며 “지난해 팔고 남은 옷들을 팔고 있는데 이마저도 지난해보다 가격이 올랐다”고 했다. 자동차는 중고차 값이 신차 가격을 뛰어넘는 기현상이 벌어진 지 오래다. 이집트 정부가 달러 등 외환보유액을 지키기 위해 수입 장벽을 높이면서 최근 신차 수입이 크게 줄었다. 그 결과 중고차로 수요가 몰려 중고차 값이 같은 차종 신차 출고가보다 비싼 경우가 많다. 일부 수입 자동차 판매 법인들은 “고객이 신차 가격을 지급한 후 1년 안에 차를 인수받지 못할 경우 구매 금액에 14%를 추가로 얹어 환불해 주겠다”는 마케팅까지 하고 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2019년부터 은행의 외화 현금 인출을 제한하는 레바논에서는 “내 달러 예금을 인출할 수 있게 해달라”며 은행에서 강도 행각을 벌인 여성이 영웅 취급을 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살리 하피즈라는 레바논 여성은 9월 14일 장난감 총을 들고 베이루트의 한 은행에 들어가 “내 돈을 내놓으라”고 위협했다. 하피즈는 현지 언론에 “암 치료를 받고 있는 언니를 살리기 위해 계좌에 있는 달러가 필요했다”고 했다. ○ 세계 경제 위기, 내수 취약 중동에 직격탄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달러화 강세 등 여러 위기가 겹치면서 이집트와 레바논 시리아 등 중동 일부 국가에서 이 같은 총체적 난국이 벌어지고 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관광 수입 감소, 식량 가격 상승, 달러 유출 심화 등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FT는 “이들 국가가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에서 회복되기도 전에 관광객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관광객이 급격히 줄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고 했다. 식량 위기는 이 같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인 5월 국제 곡물가격지수는 173.5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이집트는 세계 최대 밀 수입국으로 전체 밀 수입량 중 75%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조달했다. 알제리, 모로코 등도 아프리카 및 중동에서 밀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다. 튀르키예(터키)와 유엔의 중재로 흑해를 통한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산 식량 수출이 일부 재개되면서 8월 곡물가격지수가 145.6으로 떨어지는 등 일시적으로 안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까지 152.3으로 오르는 등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지난주 미국 시카고선물거래소 밀 가격은 1부셸(약 27kg)당 8.73달러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평균치보다 50% 비싸다. 여기에 자국 내 식량 생산에 필요한 비료 값까지 오르며 안팎으로 식량 조달난이 가중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2021년 9월 중국에 이어 올 3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가 자국 비료 수출 규제를 시작하면서 전 세계 비료 공급 물량의 20% 이상이 영향을 받고 있다. 여기에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등 북아프리카 국가들은 가뭄 등 이상 기후의 영향으로 자국 내 밀 작황이 지난해보다 줄어 식량 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식량 값 상승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레바논의 9월 물가상승률은 162.47%로 26개월 연속 세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집트 역시 올 3∼8월 평균 월별 물가 상승률은 13.7%에 달했다. 올해 물가상승률은 9월 기준 15%로 4년 만에 최고치다. 세계은행은 “세계 경제 불안정성이 큰 상황에서 내수 시장 공급 능력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유엔세계식량프로그램의 수석 경제학자인 아리프 후사인은 FT에 “연료와 식량, 비료 등을 수입에 의존하면서 동시에 해외 부채가 많은 국가들은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외환보유액 부족 위기까지 겹쳐 미국의 초강력 재정 긴축이 야기한 ‘킹달러’ 현상으로 외환보유액 사수에도 비상이 걸렸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월 545억 달러였던 이집트 외환보유액은 8월 말 기준 374억 달러로 급감했다.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인 2월과 3월에만 해외 투자 자본 200억 달러가 이집트에서 빠져나갔다. 여기에 최근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외화 유출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IMF 부채액이 아르헨티나 다음으로 많은 이집트는 수년간 상환해야 할 외채가 1580억 달러(약 227조 원)가 넘는다. 여기에 해외 곡물 구매와 이집트 파운드화 가격 방어 등을 위해선 달러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이집트 정부는 달러 유출을 어떻게든 막아 보려고 3월 수입업자들의 달러 사용과 해외에서 달러 인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하지만 안 그래도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식량과 생필품 등 각종 수입품 공급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물가가 더욱 치솟고 있다. FAO 보고서에 따르면 이집트 인구의 70% 이상이 건강한 식단에 접근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인 것으로 파악됐다. 튀니지와 알제리 같은 인근 국가들 역시 달러화 부족으로 설탕, 식용유, 우유 등 식품 수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화 예금 지급 정지 조치가 수년째 시행 중인 레바논에서도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레바논에서는 해외에 취업한 가족이 송금해 주는 달러에 의존해 생계를 꾸리는 가정이 많은데 은행 거래가 막혀 돈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유엔은 “레바논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인권침해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끌어온 IMF 대출은 인플레이션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집트는 지난달 말 IMF로부터 60억 달러 규모 추가 금융 지원을 받기 위해 IMF의 요구대로 이집트파운드화 환율을 대폭 조정했다. 이집트파운드화 가치는 종전 1달러당 19이집트파운드 수준에서 역대 최저인 24이집트파운드화까지 떨어졌다. 포린폴리시는 “이집트 정부가 환율을 강제 조정하면서 단기간에 물가 상승과 수입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으며 국민 중 60%가 빈곤층인 이집트인들의 삶은 더욱 버거워졌다”고 분석했다. 레바논 정부 역시 IMF의 요구에 따라 1달러당 1507레바논파운드로 약 25년째 고정돼 있던 환율을 이달 1일부터 1만5000레바논파운드로 대폭 조정했다. 이마저도 암시장 가격(1달러당 3만8500레바논파운드)에 한참 못 미쳐 추가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이 같은 난국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은 금리 인상 방침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여 ‘킹달러’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집트의 민간 부문 침체와 빈곤층 증가 등으로 이집트 경제가 이미 경기 후퇴에 들어섰다고 보고 있다.○ 국민들 거리로… ‘제2의 아랍의 봄’ 전망도경제 위기의 장기화는 중동 지역 정세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열리고 있는 이집트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집트에 입국하는 11일(현지 시간) 전국적인 정부 규탄 시위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주이집트 한국대사관은 “COP27 기간에 이집트 주요 지역에서 인권침해, 경제 상황 악화 등을 규탄하는 대규모 대정부 집회가 예고돼 있다. 11일에는 외출 자제 등 신변 안전에 유의해 달라”고 공지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도 올 7월부터 물가 상승에 불만을 품은 시민들의 정부 규탄 시위가 꾸준히 벌어지고 있다. 레바논에서는 예금 인출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은행에서 인질극을 벌이는 사례가 늘고 있고, 교사 등 여러 직군이 동시다발적으로 파업에 들어간 상태다. 튀니지 역시 지난달 말 수도 튀니스에서 시민 수천 명이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5월 보고서에서 “IMF의 방침에 따라 식품 및 에너지 보조금 규모를 축소하는 등 긴축 재정 정책이 강화될 경우 이집트, 튀니지를 비롯한 북아프리카 및 중동 국가들의 정세가 악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중동 지역의 경제 위기가 ‘제2의 아랍의 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랍의 봄’은 2008년 글로벌 식량 위기 이후인 2010년 말 튀니지에서 시작돼 중동과 북아프리카로 확산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다. 당시 식량 부족과 정부의 인권 탄압 등이 주요 원인이었다. 대외정책연구원은 “(일부 중동 국가의 경우) 경제가 2011년보다 견고하고 해외 지원도 있어 심각한 정세 불안이 발생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2008년 식량위기 때보다 낮은 편”이라면서도 “에너지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을 불러오고, 그에 따라 식품 가격까지 덩달아 올라 정세 불안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6∼18일(현지 시간) 열리는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이집트의 유명 휴양지 ‘샤름엘셰이크’에서 개막했다. 하지만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국가의 정상이 대거 불참해 행사 자체가 ‘생색내기용 잔치’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7일 개막식 연설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은 계속 늘고 지구 온도도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다”며 “기후 변화가 초래한 회복 불가능한 혼란의 정점으로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러한 상황이 “지옥행 고속도로에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것과 같다”고 경고했다. 주최국 이집트에 따르면 7, 8일 이틀간 열린 COP27 고위급 회의에는 당초 전 세계 100개국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제 에너지 통계 사이트 ‘에네르다타’ 기준 각각 세계 1, 3, 4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모두 불참했다. 2위 배출국인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중간선거 때문에 11일에야 이집트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역시 온실가스 배출 10위권 국가인 캐나다, 이란, 인도네시아 정상 등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10대 배출국 정상 중 제시간에 회의장에 나타난 사람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유일했다. 한국에서는 나경원 기후환경대사가 윤석열 대통령 특사로 참석했다. 기후 변화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국제 지구빙하권 기후 이니셔티브(ICCI)’는 7일 ‘빙하권 상태 2022’ 보고서를 통해 세계 빙권이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매년 여름 북극해를 떠다니던 해빙이 2050년까지 확실히 녹아 사라질 것”이라며 ‘시한부 선고’를 내렸다. 이로 인해 바람과 파도가 강해져 침식이 증가하고 전 세계 인구 450만 명 이상이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했다. 국제 구호단체 옥스팜은 이날 보고서에서 오염 산업 등에 투자한 전 세계 억만장자 125명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연간 1인당 이산화탄소 평균 300만 t을 배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소득수준 하위 90%가 배출하는 1인당 평균 배출량(2.76t)의 100만 배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COP27은 1992년 유엔 환경개발회의에서 체결한 기후변화협약의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1995년 독일 베를린에서 처음 열렸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회의가 개최되지 못한 것을 제외하고 매년 열리고 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미국과 유럽연합(EU) 주요국의 반발에도 11시간 일정의 방중을 강행했다. 그는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연임을 확정한 후 주요 7개국(G7) 지도자 최초로 중국을 찾았다. 시 주석으로부터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이끌어내는 등 성과가 있었다고 숄츠 총리가 자평했다. 하지만 독일 언론마저 숄츠 총리가 서방의 중국 견제 전선에 균열을 냈다며 “이를 성과로 내세우기에는 한참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숄츠 총리는 4일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를 차례로 면담했다. 폭스바겐, 지멘스, 도이체방크 등 독일 12개 기업 최고경영자(CEO)로 구성된 경제사절단도 동행해 중국과의 경제협력 강화를 타진했다. 시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국제사회는 핵무기 사용 또는 사용 위협에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숄츠 총리는 성명에서 “독일과 중국은 러시아의 핵 위협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5일 집권당인 사회민주당 행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면 안 된다고 선언했다. 이것만으로도 이번 방문의 성과는 충분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방중을 두고 독일 안팎의 비판은 더 거세지고 있다. 미국과 EU 주요국이 시 주석의 3연임 확정 후 중국 견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EU 최대 경제대국을 이끌고 있는 숄츠 총리가 중국과의 경제 협력만 우선하는 ‘자국 우선주의’에 매몰됐다는 비판이 거세다. 최근 EU가 중국을 ‘적대적 경쟁자’로 규정하며 EU 차원의 통일된 중국 견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과 대치된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독일 정부의 전략에 어긋나고 EU 통합도 위태롭게 했다”고 비판했다.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DZ) 역시 “시 주석의 핵무기 사용 반대 입장 표명에도 총리의 중국 방문이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하기엔 한참 역부족”이라고 가세했다. 중국은 EU에 ‘경제적 선물’을 안겼다. 중국 매체들은 중국의 민항기 구매를 주관하는 중국항공기재그룹이 5일 EU의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의 여객기 140대를 구매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계약 금액은 약 170억 달러(약 24조550억 원)에 달한다. 경제적 이익을 앞세워 EU 주요국과 미국의 분열을 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이란 반정부 시위가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 이란 당국의 강경 진압에도 대학생부터 에너지 산업 노동자와 교사까지 가세한 데다 생활고를 호소하는 목소리까지 더해지며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퇴진 요구로 번졌다.반정부 시위는 이제 국제 이슈로 점화될 조짐이다. 이란 정부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최대 위기를 서방 탓으로 돌리며 국내 시선을 외부로 돌리려 하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은 유혈 강경 진압을 이유로 대(對)이란 제재 강화에 나섰다. 시아파 핵심국 이란이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격하려 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이슬람권에서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혁명 우군’ 석유 노동자도 시위 동참 이란 소수민족 쿠르드계 출신 마사 아미니(22)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올 9월 13일 수도 테헤란에서 도덕 경찰에 체포됐다 사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됐을 때만 해도 반정부 시위가 이렇게까지 커지고 길어질 것으로 예측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정교(政敎)일치 이란 정부의 과도한 억압에 불만을 품고 있던 대학생들은 아미니 의문사 사건을 여성 인권 문제로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쿠르드족 밀집지역 사난다지주(州) 쿠르디스탄 등 전국 대학 수십 곳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대학 캠퍼스에서 경찰과 시위 학생들이 충돌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은 온라인으로 꾸준히 올라왔다. 이란 반정부 성향 인권단체 인권운동가통신(HRANA)에 따르면 132개 지역 122개 대학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거나 벌어지고 있다. 고등학생들도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시위대는 이제 하메네이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핵 개발에 대한 서방 제재로 생활고가 심해지면서 생계에 지친 노동자 교사까지 가세했다. 지난달 22일 이라크 접경 사탕수수 공장과 남부 지역 철강 공단에서 동조 파업이 벌어졌고 이튿날에는 전국 각급 학교 교사들이 파업했다. 일부 지역 석유산업 노동자도 동조 성격의 파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슬람 혁명 당시 든든한 우군이던 석유 노동자가 본격적으로 반기를 들게 된다면 이란 정부에 큰 충격을 던질 수 있다. 한 이란 인권운동가는 트위터에 “파업으로 체포되는 석유 노동자가 늘어 석유산업이 타격을 받았다”고 올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용직 노동자와 공무원까지 반정부 시위에 동참하면 이란 정부가 중대한 위험에 빠져들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시위 양상도 다양하다. 지난달 8일에는 한 해커 집단이 이란 국영방송을 사이버 공격해 하메네이를 비판하는 영상이 10초가량 전파를 탔다. 이즈음 온라인에는 테헤란 도심 분수대 물이 붉게 물든 사진들이 급속히 퍼졌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붉은 물은 권리를 위해 여성이 흘린 피를 상징한다”며 한 예술가가 시위에 동참하며 벌인 퍼포먼스라고 전했다. ○ 재판 한 번에 사형선고 받기도 이란 정부는 강경하다. 지난달 29일 호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이 “거리로 나오지 마라. 오늘이 폭동 마지막 날”이라며 최후통첩을 한 뒤 진압 강도가 더 세졌다. 이달 2일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가 공개한 영상에서는 이란 경찰 10여 명이 남성 시위자를 경찰봉으로 때려 쓰러뜨린 뒤 오토바이를 타고 신체 일부를 밟고 지나갔다. 경찰이 이 남성을 향해 산탄총을 발포하는 장면도 담겼다. 시위대를 향한 실탄 사격은 시위 초기부터 있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미니 사망 40일째인 지난달 26일 경찰은 아미니 묘역에 모인 시위대 1만여 명을 향해 총을 쐈다. 영국 BBC방송은 경찰이 추모객들을 사살했고 수십 명을 체포했다고 전했다. HRANA 및 노르웨이에 기반을 둔 이란휴먼라이츠(IHR)에 따르면 시위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미성년자 44명을 포함해 300명 넘게 숨졌으며 1만4000여 명이 연행됐다. 지난달 15일에는 반정부 시위자가 많이 잡혀 있던 테헤란 에빈교도소에서 의문의 화재가 발생해 최소 60명이 죽거나 다쳤다. IHR는 “수감자 신변이 매우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미국 이란인권센터(CHRI)는 “수감자가 살해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체포된 시위대 2000여 명은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골람호세인 모세니 에제이 이란 법무장관은 이들을 ‘단순 불만 표출자’와 ‘외국에 의존한 정권 전복 기도 인물’로 구분하겠다고 밝혔다. 후자의 경우 ‘손발절단형(刑)’이나 사형까지 받을 수 있다. 시위 도중 경찰을 차로 들이받으려 한 혐의로 체포된 모하마드 고바들로(22)는 재판 한 번에 사형선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밖으로 시선 분산하려는 이란 정부이란 정부는 강경 진압을 하면서 동시에 책임 소재를 밖으로 돌리는 양동작전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외부에 적을 만들어 내부 불만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메네이나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 같은 지도자들은 미국과 서방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등 주변국이 반정부 시위를 선동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라이시 대통령은 올 9월 28일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이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며 “적들이 국민 단합을 해치려고 서로 다투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나세르 카나니 외교부 대변인도 줄곧 “미국과 유럽이 거짓 선동으로 폭도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방은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시위 탄압을 주도한 이란 내무장관과 혁명수비대 주요 인사들, 헤다야트 파르자디 에빈교도소 소장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또 이란을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에서 축출할 방침이다. 유럽연합(EU)도 혁명수비대를 테러단체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란 정부가 수니파 종주국이자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WSJ는 최근 사우디와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이 사우디 일부 지역과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이라크 쿠르디스탄 에르빌을 공격하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전했다. WSJ는 “이란의 임박한 공격으로 사우디와 미국이 초비상 상태에 돌입했다”고 했다. 이란 정부는 “전혀 근거 없는 보도”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서방은 이란이 시위 선동 책임을 물어 이라크 일부 쿠르드족 거주지역을 탄도미사일과 드론(무인항공기)으로 폭격한 점 등을 볼 때 실제로 사우디를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우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미국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란 반정부 시위를 놓고도 양국이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더 큰 국제적 분쟁을 부를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달 26일 브리핑을 통해 “러시아가 이란 저항 세력을 무너뜨리는 데 다양한 지원을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며 “러시아가 이란 당국 시위 진압 훈련을 지원하려는 징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그동안 수차례 크고 작은 반정부 시위를 겪은 이슬람공화국(이란)이 이번 시위를 계기로 무너질지는 확실하지 않다”면서도 “이란과 국제정치 구도를 변화시키는 분명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성휘 카이로 특파원 yolo@donga.com}
중동의 ‘시아파 맹주’ 이란이 적대 관계인 ‘수니파 맏형’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격하려 한다는 첩보를 사우디가 입수해 미국에 전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 전했다. 이날 이스라엘 총선을 통해 ‘반이란’을 주창한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가 재집권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이란과 사우디 간 갈등이 무력충돌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제기돼 중동 지역의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사우디 측은 이란이 미군이 주둔 중인 이라크 북부 에르빌과 사우디 내 몇몇 거점을 공격 목표로 삼고 있으며 공격이 임박했다는 첩보를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 전달했다. 에르빌은 쿠르드족이 많은 곳이다.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 의문사한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로 인한 반정부 시위가 거세지자 외부의 적을 공격해 시위 후폭풍을 누그러뜨리려는 의도가 있다고 사우디 정부는 주장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는 WSJ에 “이란이 공격을 감행하면 즉각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사우디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반정부 시위 발발 이후 미국, 사우디, 이스라엘이 이란 내에서 혼란을 일으키기 위해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최근 에르빌 등 이라크 북부 지역에 이란 소행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과 무인기(드론) 공격이 이어졌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1일 치러진 이스라엘 총선 결과 극우 세력과 연대한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 세력의 승리가 유력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스라엘에서도 극우 정권 탄생 가능성이 커졌다. 팔레스타인과 이란 문제에서 초강경 입장을 보여온 네타냐후 전 총리 등 대(對)아랍 강경파가 득세하면서 중동 정세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초강경파 네타냐후, 정계 복귀 유력이스라엘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개표가 85.9% 진행된 2일 오후 현재 네타냐후 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 중심 우파 진영은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 의석 120석 중 과반인 65석 확보가 예측돼 출구조사 결과(61∼62석)를 넘었다. 야이르 라피드 현 총리가 이끄는 ‘반(反)네타냐후’ 진영은 연합한 ‘마레츠’당이 원내 진출 최저 득표율(3.35%)도 넘지 못하는 등 저조한 성과를 보였다. 이 같은 개표 흐름이 이어진다면 네타냐후 전 총리는 지난해 6월 총리직에서 물러난 이후 1년 6개월 만에 재집권하게 된다. 그는 2019년 뇌물 수수 및 사기, 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데 이어 지난해 반네타냐후 연정에 밀려 실각했다. 그는 “다시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재집권한다면 15년이 넘은 자신의 역대 최장수 총리 재임 기간도 늘리게 된다. 네타냐후 전 총리는 이날 “최종 결과를 기다려봐야 알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우리의 길, 리쿠드당의 길이 옳다는 것이 증명됐다”면서 “강하고 안정적인 정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극우세력 집권으로 중동 정세 파장 불가피이번 총선에서는 ‘오츠마 예후디트’(이스라엘의 힘)와 정통파 유대 극우 정당 나움이 연합한 ‘독실한 시오니즘당’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현재 6석인 독실한 시오니즘당은 14석 확보가 예상돼 리쿠드당과 라피드 총리의 ‘예시 아티드’에 이어 제3당 지위가 유력하다. 특히 네타냐후 전 총리와 손잡으며 우파 진영 ‘킹 메이커’로 떠오른 이타마르 벤그비르 오츠마 예후디트 대표의 장관직이 유력하다. 강경 시오니스트(유대인 중심 민족주의자)인 벤그비르는 2019년 총선에서 “이스라엘에 충성하지 않는 아랍계 시민은 추방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켜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벤그비르는 공공치안 담당인 공안장관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단적 민족주의를 표방하며 팔레스타인 내 유대인 정착촌 확장을 주장하는 벤그비르가 공안장관이 된다면 대(對)팔레스타인 정책 및 무력 대응은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팔레스타인 내 유대인 정착촌 확장은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크네세트의 극우 색채가 짙어지면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대응이 더 강경해질 것”이라면서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과의 관계는 물론이고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맺은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도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우파 블록이 압도적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최근 3년간 5번 총선을 치른 이스라엘 국내 정치의 혼란도 네타냐후 전 총리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1일 예루살렘 법원이 네타냐후 전 총리 부패 혐의 관련 300여 명을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미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이스라엘 신문사 및 통신업체 등 편의를 봐주는 대신 금품을 받은 혐의다. 로이터는 “네타냐후 전 총리가 이끄는 정부가 오래 지탱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이스라엘에서 1일 총선이 치러졌다. 극우 세력과 연대한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73·사진)의 우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지난달 이탈리아에 이어 이스라엘에서도 극우 정권이 탄생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스라엘은 최근 3년 반 동안 5번째 총선이 실시될 정도로 정정 불안이 심각하다. 이번 이스라엘 총선은 총 120명의 의원을 뽑는다. 이스라엘은 전국을 하나의 선거구로 하는 정당 명부에 투표하면 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에 의석이 배분되는 정당별 비례대표제를 택하고 있다. 각 정당은 최소 4석을 확보해야 원내에 진출할 수 있다. 이번 총선에는 총 40개 정당이 참가했다. 사실상 단독 과반(61석)을 확보한 정당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다. 결국 네타냐후 전 총리가 재집권하려면 우파 정당을 규합해 최소 61석을 확보해야 한다. 지난달 28일 여론조사에서는 네타냐후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합이 60∼61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야이르 라피드 현 총리가 주도하는 반네타냐후 연정의 예상 의석수는 56석 내외로 점쳐졌다. 어느 쪽이 승리하더라도 아슬아슬하게 과반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전 총리는 부패 혐의 등으로 지난해 6월 물러난 뒤 이번 총선에서 ‘아랍계 시민 추방’ 등의 극단적 주장을 내세운 이타마르 벤그비르의 ‘독실한 시오니즘당’과 연대했다. 다시 집권하면 벤그비르에게 주요 장관직을 주겠다고 밝혔다. 우파 연합이 승리하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이 지금보다 더 강경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동 정세에도 상당한 후폭풍이 불 수 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양국 관계가 파탄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주권 문제”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27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 ‘발다이 클럽’ 회의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을 알고 있다”며 “이것이 우리 관계를 파탄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만약 북한과 협조를 재개한다면 한국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라며 “그것을 반길 것인지 이 점을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문제를 두고 한국을 지목해 경고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2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인도적, 평화적으로 국제사회와 연계해서 (지원)해왔고 살상무기를 공급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는) 어디까지나 우리 주권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러시아를 포함한 세계 모든 나라와 평화적이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올 4월 한국 국회 화상 연설에서 무기 지원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살상무기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무기를 제외한 방탄헬멧 천막 모포 같은 군수품과 의료 물자, 인도적 지원 등을 제공해 왔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양국 관계가 파탄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주권 문제”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27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 ‘발다이 클럽’ 회의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을 알고 있다”며 “이것이 우리 관계를 파탄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만약 북한과 협조를 재개한다면 한국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라며 “그것을 반길 것인지 이 점을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문제를 두고 한국을 지목해 경고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2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인도적, 평화적으로 국제사회와 연계해서 (지원)해왔고 살상무기를 공급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는) 어디까지나 우리 주권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러시아를 포함한 세계 모든 나라와 평화적이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올 4월 한국 국회 화상 연설에서 무기 지원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살상무기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무기를 제외한 방탄헬멧 천막 모포 같은 군수품과 의료 물자, 인도적 지원 등을 제공해왔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날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한 적도 없고, 할 계획도 없다고 이해하면 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우크라이나 지원 관련 우리 정부 입장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yolo@donga.com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가 이란 경찰에 체포된 뒤 돌연 사망한 마사 아미니(22) 사망 40일을 맞아 1만 명에 달하는 대규모 추모객이 반정부 시위에 나서자 이란 당국이 실탄을 발포하며 강경 진압에 나섰다. 이란 반관영 ISNA통신 등에 따르면 26일(현지 시간) 이란 서부 쿠르디스탄주(州) 사케즈 교외에 있는 아미니 묘지에 인파 약 1만 명이 몰려 이란 정부를 규탄했다. 이날은 아미니가 사망한 지 40일째 되는 날로 이란에서는 보통 고인의 영혼이 사망 40일째 되는 날 잠시 돌아온다고 믿고 이날 추모 행사를 연다. 이날 아미니 묘에 몰린 추모객들은 “여성, 생명, 자유” “독재자에게 죽음을” 등의 반정부 구호를 외쳤다. 현장에는 인파뿐 아니라 이들이 타고 온 차량과 오토바이 등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란 당국이 아미니 가족들에게 40일 추모 행사를 열지 말라고 경고했음에도 아미니 가족들이 굴하지 않고 추모식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란 보안군은 추모객을 향해 실탄과 최루탄을 발사하며 강경 진압에 나섰다. 노르웨이 기반의 인권단체 헹가우는 보안군의 발포로 이날 사케즈 지역 전역에서 약 50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이란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이스파한, 마샤드 등지에서도 아미니를 추모하고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가 동시 다발적으로 열렸다. 테헤란에서는 도시 중심 그랜드 바자르(전통 시장)를 중심으로 많은 인파가 몰려 반정부 구호를 외쳤고, 이를 지켜보던 많은 운전자들도 경적을 울리며 시위대에 지지를 표시했다. 같은 날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이란 시라즈 지역 이슬람 시아파 성지에 총기 테러를 일으켜 15명이 숨지기도 했다. 이란 당국은 테러범을 체포했으며 그를 ‘타크피리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했다. 이는 이란 당국이 이슬람 수니파 강경 무장세력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용어다. 아마드 바히디 이란 내무장관은 이란 내 반정부 시위가 시라즈 성지 테러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역시 테러 행위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혀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러시아가 26일(현지 시간) 핵 타격 훈련을 내세워 3대 핵전력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전략핵폭격기 탑재 미사일을 동시 다발적으로 발사했다. 러시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핵 억지 훈련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핵 탑재 가능 미사일을 발사해 핵 위기를 극도로 고조시켰다.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크렘린궁은 26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영상으로 참관한 가운데 정례 핵 타격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모스크바에서 800km 떨어진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ICBM인 야르스를 발사했다. 북극해 바렌츠해에선 전략핵잠수함인 툴라에서 SLBM인 시네바를 발사했다. 러시아의 대표 전략폭격기인 Tu-95MS 2대도 출격해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러시아의 핵 훈련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2월 19일 이후 약 8개월 만이다.핵훈련 푸틴 “충돌 가능성 높아”… 바이든 “전술핵 쓰면 심각한 실수” 전쟁 8개월만에 핵훈련러, 나토의 핵 억지 연습에 맞불… 육해공서 동시다발 핵 무력시위EU, 우크라 재건 ‘新마셜플랜’ 촉구, “피해 500조… 韓-日 등 동참 필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핵폭격기 탑재 미사일 등 3대 핵전력을 총동원한 러시아의 이번 핵 타격 훈련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에 대비해 연례 핵 억지 연습을 진행하던 상황에서 실시됐다. 특히 26일 3대 핵전력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을 화상으로 지켜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세계와 이 지역에서 잠재적인 충돌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이 보도했다. 그동안 수차례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내비친 푸틴 대통령이 본격적인 핵전쟁 준비에 착수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의 ‘더티봄(dirty bomb·재래식 폭탄에 방사성물질을 결합한 무기)’ 사용 가능성을 주장하는 것도 핵무기 사용의 명분을 만들기 위한 ‘가짜 깃발’ 작전일 가능성이 있다고 서방은 보고 있다. ○ 러 국방장관 “핵 공격 위한 훈련 진행”러시아는 육상과 해상, 공중에서 핵전쟁 훈련인 ‘그롬(Grom·우레)’을 진행해 미사일이 모두 목표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적의 핵 공격에 대응해 대규모 핵 공격을 가하기 위한 훈련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ICBM인 야르스, SLBM인 시네바뿐만 아니라 극초음속 미사일인 킨잘과 지르콘, 이스칸데르 전술 탄도·순항 미사일 등 발사 장면 영상을 공개했다. Tu-95 전략 폭격기, 미그-31 전투기, 카렐리아 잠수함 등의 모습도 함께 공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궁 상황실에서 영상을 통해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의 보고를 받으며 훈련을 참관했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최근 집요하게 우크라이나의 ‘더티봄’ 사용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은 러시아가 더티봄을 투하해 놓고 우크라이나의 소행으로 몰아가려는 ‘가짜 깃발’ 작전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를 통해 핵무기 사용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대변인은 이날 “우크라이나가 파괴적 테러 행위를 준비하고 있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며 “세계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롬’은 러시아군이 매년 10월 실시해 온 정례 훈련이긴 하지만 나토의 핵 억지 연습인 ‘스테드패스트 눈(Steadfast Noon)’에 맞불을 놓으며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강력한 조치를 하겠다고 공언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핵 위기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많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해역에서 최근 의문의 수중 폭발까지 감지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핀란드 헬싱키대 지진학연구소는 지난주 발트해에 있는 러시아 해역에서 5건의 수중 폭발을 감지했다며 “지진 활동이 아니라 폭발에 의한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할 경우 발트해에 핵무기를 배치하겠다고 경고해 왔다.○ 바이든 “러 핵무기 사용은 심각한 실수”미국은 러시아의 핵전쟁 움직임에 대해 거듭 경고하고 나섰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25일 브리핑에서 ‘러시아로부터 그롬 훈련 통보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받았다”면서 “연례적인 훈련이지만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가 전술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믿을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재건 논의 착수를 촉구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25일 EU 집행위와 주요 7개국(G7) 의장국인 독일이 공동 주최한 국제 콘퍼런스에서 ‘우크라이나 피해 규모가 3500억 유로(약 496조 원)에 달한다’는 세계은행의 추산을 언급하며 한국과 일본 등의 동참을 호소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관건은 21세기를 위한 새로운 마셜 플랜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간 후 의문사한 이란의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사 아미니가 촉발한 반정부 시위가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젊은 여성들이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이란 타스님통신 등에 따르면 23일 최고 명문 테헤란대, 샤리프공대 등 유명 대학 곳곳에서 여학생들이 경찰과 충돌했다. 이들은 히잡을 벗은 채 국기를 흔들며 남학생 전용 식당에 들어가 “우리는 수치스러운 일과 폭력 행위에 항의한다”며 반정부 구호를 외쳤다. 1979년 이슬람 혁명 후 이란 대학에서는 남녀 학생의 식사 장소가 분리돼 있다. 일부 대학은 강의실도 나눠서 운영한다. 중부 파르스주에서는 검은 옷을 입은 여학생들이 “바시지 민병대는 꺼지라”고 외치는 동영상도 퍼지고 있다. 혁명수비대 산하 육군 조직인 이 민병대는 반정부 시위 탄압으로 악명이 높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교사, 버스 운전사, 에너지산업 노동자 등 다양한 직군이 반정부 시위에 잇따라 가세해 시위의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고 23일 분석했다. 교사들은 23일부터 이틀간 파업을 벌였다. 24일 이르나통신에 따르면 이란 당국은 최근 시위에 가담한 516명을 공공질서 교란 혐의 등으로 기소해 재판에 부치기로 했다. 이 중 4명은 ‘신에 반하는 전쟁’을 일으킨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대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날 미 CNN은 이란이 오랜 적대 관계인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위대를 지지하고 있다며 사우디를 비난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