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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머리에 흰 끈을 두르고 누워만 계셨어요. 베개 주변에는 늘 아버지가 토해낸 핏자국이 묻어 있었습니다.”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위원(62)이 최근 펴낸 ‘탐욕의 땅, 미쓰비시 사도광산과 조선인 강제동원’(선인)에 담은 강제징용자 고 홍동철 씨 유족의 증언이다. 홍 씨는 1939년부터 4년간 일본 니가타(新瀉)현 사도(佐渡)시 사도광산에 끌려간 뒤 진폐증을 앓아 1965년 45세로 세상을 떠났다. 사도광산 조선인 강제징용 피해 실태를 다룬 단행본 발간은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28일 일본 정부는 일제강점기 조선인을 강제 동원한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추천 후보로 선정했다. 정 위원은 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15년 일본 정부는 ‘군함도’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조선인 강제동원 역사를 은폐했다”며 “사도광산도 그 연장선에 있다. 가만히 손놓고 지켜볼 수 없어 흩어진 자료를 모아 책을 냈다”고 밝혔다. 앞서 사도시는 일본 정부에 세계문화유산 추천서를 내면서 사도광산 기간을 에도시대(1603∼1867년)로 한정했다. 조선인 강제동원 역사를 지우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정 위원은 2019년 발표한 사도광산 조사보고서를 통해 광산 내 담배 공급업자와 조선총독부가 각각 작성한 ‘조선인연초배급명부’, ‘지정연령자연명부’를 처음 공개했다. 조선인 징용자의 이름과 생년월일, 근무시기가 적힌 조선인연초배급명부에는 1943∼1945년 강제 동원된 조선인 피해자 463명의 명단이 들어있다. 이는 국무총리실 산하 강제동원피해자조사위원회가 파악한 사도광산 피해자 148명 중 22명의 인적사항과 일치했다. 학계는 사도광산이 일본 정부에 제출한 체불임금 자료를 바탕으로 광복 직전까지 최소 약 1140명의 조선인이 사도광산에 동원됐다고 보고 있다. 정 위원은 “내가 찾은 자료는 극히 일부일 뿐이다. 아직도 찾아야 할 사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에 대응하는 우리 정부의 범부처 태스크포스(TF)에 조만간 참여할 예정이다. 외교부를 주축으로 행정안전부와 국가기록원, 동북아역사재단이 사도광산의 강제동원 피해 실태를 조사한다. 정 위원은 관련 자료를 찾고 피해자 유족들의 구술기록을 모을 계획이다. 사도광산 피해자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 조사 과정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만약 일본 정부가 다음 달 1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하면 내년 중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만큼 시간이 촉박하다는 얘기다. 정 위원은 “일본 정부와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 시작됐다”며 “올해 말까지 조선인 강제동원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연구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인천=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내가 계속 유체역학을 공부해야 하는지 아니면 바보인지 좀 알려주세요.” 1911년 10월,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를 지낸 버트런드 러셀의 연구실로 22세의 앳된 공대생이 들이닥쳤다. 러셀은 순간 당황했지만 애잔한 생각이 들었다. 가을학기 내내 자신을 쫓아다닌 학생에게 러셀은 “유체역학을 관두고 내게 배우라”고 권유했다. 학생의 이름은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는 명언을 남긴 불세출의 철학자다. 현대철학의 두 거인을 사제관계로 엮어준 건 철학이나 문학이 아닌 유체역학이었다. 고대 그리스부터 20세기까지 약 2500년에 이르는 과학사의 중심에는 유체역학이 있었다. 저자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로켓 엔진의 핵심 부품을 개발한 공학자다. 그는 1990년대 학부생 때부터 이 책의 뼈대가 된 글을 써내려갔다고 한다. 전공서에 적힌 수식보다 이를 만들어낸 이들의 삶이 궁금해서였다. 30년간 쌓아온 노력의 결실 덕분일까. 만담꾼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듯 과학사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저자는 “과학의 역사는 곧 유체 소멸의 역사”라고 평하면서도 실패로 끝난 유체역학 실험에 경의를 표한다. 1880년대까지만 해도 유체역학의 과제는 ‘에테르’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이었다. 아이작 뉴턴을 비롯한 고전 물리학자들은 빛이 입자로만 이뤄져 있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이들의 이론에 따르면 중력이 존재하지 않는 진공에서 입자인 빛은 나아갈 수 없었다. 하지만 빛은 진공의 우주공간에서도 나아간다. 19세기 유체역학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가상의 유체인 에테르 개념을 고안했다. 중력을 전달하는 에테르를 통해 빛이 직진한다는 것. 하지만 20세기 들어 에테르 개념은 불필요해졌다. 빛이 입자인 동시에 파동이며, 진공에서도 불변의 속도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를 실험으로 규명한 물리학자는 유체역학을 전공한 앨버트 마이컬슨이다. 저자는 마이컬슨에게 1907년 노벨 물리학상을 안긴 이 실험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실패”라고 평했다. 비록 에테르를 증명하려던 실험은 실패했지만 양자역학 같은 현대물리학이 싹틀 수 있었다. 유체역학을 둘러싼 담론은 물리학을 넘어 다양한 학문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전자의 이동을 전류(電流)라고 명명한 게 대표적이다. 유체역학을 공부한 비트겐슈타인과 절친했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유체역학의 ‘유동성’ 개념을 경제학에 도입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본래 회전을 뜻하는 레볼루션(revolution)이 혁명을 의미하게 된 것도 유체역학에 밝았던 철학자 볼테르와 몽테스키외가 지동설의 지적 충격을 혁명에 빗댄 데 따른 것이었다. 당대 예술에 끼친 영향도 지대했다. 르네상스 시대 화가 보티첼리는 ‘비너스의 탄생’에서 여신의 머릿결을 유체역학의 핵심 주제인 ‘소용돌이’로 표현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무수히 많은 소용돌이 스케치를 남겼다. 이 책에 나오는 각계 지식인 500여 명은 유체역학을 통해 서로 연결된다. 어쩌면 학문의 경계를 뛰어넘은 지식인들의 교류야말로 우리가 이어가야 할 과학사의 유산 아닐까.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교류’의 단어 뜻에도 ‘근원이 다른 물줄기가 서로 섞여 흐른다’는 유체역학 개념이 담겨 있다. 우연의 일치만은 아니다. 고대 그리스어로 ‘모든 것은 흐른다’는 뜻을 지닌 책 제목(판타레이)처럼 모든 지식은 흐르기 때문이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하정이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습니다. 저 역시 현장에서 막노동하며 살고 있지만… 어떻게 자기 빚도 아닌 엄마의 빚 5000만 원을 물려받은 아이를 모른 척할 수 있겠습니까.”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2시경 동아일보 독자센터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 경기 시흥시에 사는 방왕수 씨(61)는 이날 본보에 실린 ‘빚더미 벗어난 아이들’ 기사를 보고 용기 내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하정이(가명·9)는 3년 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생활고에 시달리던 어머니가 생전 대부업체 8곳에서 빌려 쓴 빚 5000만 원을 물려받았다. 방 씨는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것이 어른의 잘못인 만큼, 돕는 것은 어른의 책임 아니겠느냐”며 “저 역시 상황이 여의치 않아 큰 도움은 줄 수 없지만 하정이가 살아가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필요한 물품을 주고 싶다”고 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하정이의 변호인 측은 “따뜻한 관심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빚더미 아이들’ 기사를 보고 발 벗고 나선 어른들은 또 있었다. 본보 보도 후 사흘 만에 미성년 빚 대물림 방지제도를 운영하는 대한법률구조공단(구조공단)에는 총 3건, 모두 5명의 아이를 빚에서 구제해 달라는 요청서가 접수됐다. 눈 밝은 지방자치단체 담당자들이 자기 일처럼 챙기고 나선 것이다. 각계각층의 관심도 이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보도 당일 내부 회의에서 동아일보 기사가 비중 있게 보고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빚 대물림 방지대책을 지시했던 문재인 대통령도 보고를 주의 깊게 들었다고 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실에서도 보도 당일 본보에 “우리가 어떤 법을 만들 수 있겠느냐”고 문의해 왔다. 서 의원실 관계자는 “관련 민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라니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시민들도 국회에 관련 법 처리를 촉구했다. 동아일보 온라인 기사에는 “미성년 빚 상속은 악법 중에 악법”이라며 “하루빨리 법을 손봐야 한다”는 댓글이 쏟아졌다.시민들 “어른 잘못으로 아이 빚더미… 돕고 싶어”, 국회선 “빚 대물림 방지법 통과에 힘 보태겠다” 최근 5년 파산신청 미성년자 80명… “성인돼 결정할 수 있게 법 바꿔야” 지방자치단체에도 빚더미 아이들을 구제해 달라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11시경 경북 영천시 동부동 행정복지센터에는 한 40대 남성이 방문해 조카를 도울 방법을 물었다. 이 남성의 조카는 어릴 적 어머니가 집을 나가고, 함께 살던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며 부모가 남긴 빚 수천만 원을 떠안은 상황이었다. 그는 복지센터 담당자에게 “그동안 방법을 몰라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며 “기사를 보고 조카를 도울 방법이 있을 것 같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센터를 찾았다”고 했다. 민원을 접수한 오혜림 주무관(31)은 “미성년 빚 대물림 방지제도가 시행된 줄 모르고 있었는데 마침 이날 오전 동아일보 기사를 보고 민원인을 도울 수 있었다”며 “신청 서류를 안내했고 조만간 서류가 접수되면 구조공단을 통해 상속 포기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오 주무관은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사례를 발굴해 어린아이들이 빚을 물려받지 않도록 돕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미성년 80명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빚을 제때 처리하지 못해 개인파산을 신청했다. 한 해 많게는 21명, 적게는 2명씩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신용불량자가 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와 구조공단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미성년자가 재산보다 많은 채무를 물려받지 않도록 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행 중인 대책은 현행법에 따라 3개월 이내에 상속 포기를 하도록 하는 내용이라, 시기를 놓친 하정이와 같은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미 프랑스와 독일 등에서 빚 대물림을 막는 법을 만들어 시행 중이다. 지난해 5월 본보가 ‘빚더미 물려받은 아이들’ 기획보도를 게재한 것을 전후(지난해 5∼7월)해 미성년자가 원천적으로 상속 재산보다 큰 빚을 물려받지 않도록 하거나, 성년이 된 뒤부터 특별한정승인 신청 가능 기간을 계산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민법 개정안 4건이 발의됐다. 하지만 제대로 된 논의 한번 없이 반년이나 국회에 계류 중이다. 새해에도 20대 대통령 선거(3월 9일)를 앞둔 여야가 정쟁에만 몰두할 경우 빚더미 아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법안이 기약 없이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상훈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장(변호사)은 “최소한 미성년자가 성인이 된 뒤 상속 포기나 한정승인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 차례 기회를 더 주는 방향의 법 개정이 신속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석 달 새 부모를 연이어 잃고도 ‘혼자서 잘 살아보겠다’고 하더군요.” 경기 시흥시 연성동 행정복지센터 신미숙 복지팀장은 박재민(가명·17) 군과 만났던 날을 떠올렸다. 재민이는 올 7월 간암 투병 중이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10월 어머니마저 숨지며 혼자가 됐다. 남은 건 부모님의 빚뿐이었다. 수년간 병원에서 지냈던 아버지는 개인회생 후 매달 18만 원씩 갚고 있었다. 어머니는 금리 연 10%의 카드론 450만 원을 남겼다. 재민이 통장으로 매달 기초생활 생계급여 55만 원이 들어오면 부채 상환 원금과 이자로 40여만 원이 빠져나갔다. 남은 돈으로는 먹거리를 사기도 어려웠다. 재민이 혼자 힘으로 빚을 처리할 수도 없었다. 민법상 친척 등이 친권자로 지정된 뒤 재민이를 대리해 채무 상속 포기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재민이는 그런 법이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런 재민이에게 최근 희망이 생겼다. 본보가 올 5월 ‘빚더미 물려받은 아이들’ 시리즈를 통해 빚의 대물림에 고통받는 아이들의 사연과 법의 허점을 지적한 뒤 정부가 ‘미성년 빚 대물림 방지 대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달 1일부터 부모 등 친권자가 사망하면 지방자치단체와 대한법률구조공단(구조공단)이 미성년자 유족의 채무 상속 포기를 일괄 지원하는 제도가 시행됐다. 재민이를 만난 후 신 팀장은 6일 구조공단으로 ‘위기아동 법률구조 요청서’를 보냈고, 구조공단은 최근 이모를 후견인으로 지정해 상속 포기 절차를 밟고 있다. 신 팀장은 “어떻게든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려는 재민이에게 (우리 사회가) 적어도 빚부터 물려주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구조공단에 따르면 대책 시행 이후 채 한 달이 안 된 28일까지 10명의 아이가 이 제도를 통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날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별도의 상속 포기 절차 없이도 미성년자가 재산보다 많은 빚을 물려받지 않도록 민법 개정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랑스와 독일 등이 이미 유사한 법을 시행 중이다. 본보 보도 전후로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백혜련 의원 등이 민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제대로 된 논의 한번 없이 반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석 달 새 부모를 연이어 잃고도 ‘혼자서 잘 살아보겠다’고 하더군요.” 경기 시흥시 연성동 행정복지센터 신미숙 복지팀장은 박재민(가명·17) 군과 만났던 날을 떠올렸다. 재민이는 올 7월 간암 투병 중이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10월 어머니마저 숨지며 혼자가 됐다. 남은 건 부모님의 빚뿐이었다. 수년간 병원에서 지냈던 아버지는 개인회생 후 매달 18만 원씩 갚고 있었다. 어머니는 금리 연 10%의 카드론 450만 원을 남겼다. 재민이 통장으로 매달 기초생활 생계급여 55만 원이 들어오면 부채 상환 원금과 이자로 40여만 원이 빠져나갔다. 남은 돈으로는 먹거리를 사기도 어려웠다. 재민이 혼자 힘으로 빚을 처리할 수도 없었다. 민법상 친척 등이 친권자로 지정된 뒤 재민이를 대리해 채무 상속 포기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재민이는 그런 법이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런 재민이에게 최근 희망이 생겼다. 본보가 올 5월 ‘빚더미 물려받은 아이들’ 시리즈를 통해 빚의 대물림에 고통받는 아이들의 사연과 법의 허점을 지적한 뒤 정부가 ‘미성년 빚 대물림 방지 대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달 1일부터 부모 등 친권자가 사망하면 지방자치단체와 대한법률구조공단(구조공단)이 미성년자 유족의 채무 상속 포기를 일괄 지원하는 제도가 시행됐다. 재민이를 만난 후 신 팀장은 6일 구조공단으로 ‘위기아동 법률구조 요청서’를 보냈고, 구조공단은 최근 이모를 후견인으로 지정해 상속 포기 절차를 밟고 있다. 신 팀장은 “어떻게든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려는 재민이에게 (우리 사회가) 적어도 빚부터 물려주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구조공단에 따르면 대책 시행 이후 채 한 달이 안 된 28일까지 10명의 아이가 이 제도를 통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날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별도의 상속 포기 절차 없이도 미성년자가 재산보다 많은 빚을 물려받지 않도록 민법 개정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랑스와 독일 등이 이미 유사한 법을 시행 중이다. 본보 보도 전후로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백혜련 의원 등이 민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제대로 된 논의 한번 없이 반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재산보다 많은 빚 떠안게된 미성년, 복지센터 직원이 법률구조 요청구조공단, 상속포기 절차 등 지원…전국 곳곳서 지원 요청서 보내와“복지 담당자가 선제적 발굴해 빚더미 안고 사회 첫발 막아야”부산에 사는 A 군(16)은 올 9월 아버지를 여의었다. 어머니는 어릴 적 세상을 떠났다. 부모를 잃은 A 군에게 남겨진 것은 아버지가 남긴 재산보다 많은 빚이었다. 자칫 빚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뻔한 A 군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건 부산지역 복지센터의 한 직원이었다. 법무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가 연계한 ‘미성년 빚 대물림 방지대책’이 이달 1일 시행됐다. 부산 복지센터의 이 직원은 대책이 시행된다는 교육을 지난달 30일 대한법률구조공단(구조공단)에서 받다가 A 군의 사정을 떠올렸다. 이 직원은 “부모가 모두 세상을 떠나고 남겨진 아이의 이름 석 자가 뇌리에 계속 박혀 있었다”면서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빚까지 물려받은 아이라 더욱 기억에 남았다”고 말했다. 직원은 다음 날 A 군의 고모를 통해 ‘정확한 부채 규모는 모르지만 A 군의 아버지가 재산보다 많은 빚을 남겼다’는 말을 듣고 곧장 경북 김천시에 있는 구조공단 본부에 ‘위기아동 법률구조 요청서’를 보냈다. 요청서는 이달 2일 도착했다. 대책 시행 하루 만이다. 구조공단은 A 군의 고모를 법정 후견인으로 신청한 뒤 상속재산 조회부터 상속 포기 절차까지 일괄 지원하고 있다. 구조공단에 따르면 대책 시행 이후 전국 곳곳에서 법률 지원 신청서가 도착했다. 그 결과 이달 28일까지 10명의 아이가 이 제도를 통해 빚의 사슬을 끊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생후 6개월 된 갓난아기부터 18세 청소년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구조공단 내부에서도 “부모 등 친권자가 죽고 빚부터 물려받는 아이들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는 반응이 나왔다.○ “복지 담당자가 선제적 발굴해야”법무부는 이달 1일 ‘미성년 빚 대물림 방지대책’을 발표하면서 친권자가 세상을 떠나고 미성년자만 남은 경우뿐 아니라 유족 가운데 친권자가 있더라도 별거 등의 사유로 법률 대리인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적극 법률 지원에 나서달라고 지자체 등에 권고했다. 지난달 25일 세상을 떠난 아버지로부터 수천만 원에 이르는 빚을 물려받은 B 양(2)도 지자체 담당자의 적극적인 노력 덕분에 채무의 대물림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B 양에겐 상속 포기 등 법적 절차를 밟아줄 어머니가 있었지만 중국 출신으로 우리말이 서툴고 법 절차를 잘 몰랐다. 지난달 말 B 양의 어머니로부터 남편의 사망신고 서류를 접수한 제주시 한 주민센터의 정모 주무관은 제도 시행 하루 만인 2일 구조공단에 B 양의 구조 요청서를 제출했다. 정 주무관은 “외국인 어머니가 한국에서 법률적 행위를 하기 쉽지 않고, 한국어마저 서툴러 즉시 개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공단의 위승용 변호사는 “지금으로서는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자치단체 복지 담당자가 부모 등 친권자가 사망한 미성년 가정에 적극 개입해 사례를 발굴해야 ‘빚의 대물림’을 끊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모가 남긴 재산 없다면 법률 지원 신청”이달 13일 구조공단에는 태어난 지 6개월이 갓 넘은 C 양의 ‘법률구조 요청서’가 들어왔다. 홀로 아이를 키우던 어머니가 지난달 세상을 떠난 뒤 복지시설에 맡겨진 아이였다. 친권자가 없다 보니 어머니가 남긴 재산과 빚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되는지 알 수조차 없었다. 아이의 사례를 관리하는 대전지역의 한 복지 담당자는 “상속재산을 조회해 부채 규모를 파악하는 등 법률 지원이 필요하다”고 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구조공단은 “구체적인 부채 규모를 알지 못하더라도 아이가 친권자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없다고 판단되면 대체로 빚이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우선 구조공단에 법률 지원 신청을 하길 바란다”고 답했다. 위 변호사는 “부모의 빚을 빠른 시일 내에 처리하지 못하면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부채가 불어날 수 있다”며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아이들이 빚을 떠안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미성년 70명을 성 착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찬욱(26)에게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23일 대전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박헌행)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찬욱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또 신상정보 공개 10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 10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10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성 착취는 신체·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아동·청소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엄정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최찬욱은 2014년부터 올 4월까지 30개에 이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이용해 남아 70명에게 성 착취 영상을 전송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6·25전쟁 민간인 학살피해 유족들에게 접근해 배상금 청구소송을 도와주겠다며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받으려 한 60대 남성 A 씨가 내사(입건 전 조사)를 받고 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23일 “올 8월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A 씨를 수사해달라고 경찰에 의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A 씨와 유족들, 진실화해위를 대상으로 사실 관계를 조사 중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자신을 전남지역 6·25전쟁 민간인 학살피해 유족회장이라고 주장하는 A 씨는 올해 초부터 8월까지 유족들에게 “나를 통해 진실 규명을 신청하라”며 유족회 가입을 권하고 회비 명목의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유족 등에게 “진실 규명을 신청하면서 추후 국가를 상대로 배상금 청구소송도 진행할 수 있다”며 로펌을 알선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사 신분이 아닌데도 수수료 등을 받을 것을 약속하고 법률사무를 하는 행위는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한다. 진실화해위는 “진실 규명 신청서를 검토하고 신청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A 씨에 대한 범죄사실을 알게 됐다”며 “A 씨의 행위는 피해자와 유족들의 억울함과 간절함을 이용해 자신의 영리를 취하고자 한 불법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A 씨는 유족회 운영을 위한 활동비 명목으로 가입비를 받은 것일 뿐 진실규명 신청에 대한 수수료를 받은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는 ‘누구든지 피해자 또는 유족을 지원한다는 명목 아래 영리 목적으로 단체를 조직하거나 개인 활동을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정부와 싸우자는 게 아니에요. 자영업자의 현실도 한번 들여다봐 달라는 겁니다.” 인천 계양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권모 씨(46)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권 씨는 “영업시간이 제한되면서 PC방처럼 24시간 운영해 오던 업종은 매출액이 80% 넘게 줄었다”면서 “당장 한 달 임차료도 감당하기 힘든데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울부짖었다. 22일 오후 3시경 서울 종로구 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서 열린 ‘전국 소상공인·자영업자 총궐기 집회’에는 권 씨처럼 정부의 거리 두기 방침에 반발한 자영업자들이 생업을 접어두고 거리로 나왔다.○ “왜 자영업자만 손해 봐야 하나요”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시간 40분 동안 영업제한 등 정부의 거리 두기 방침 철폐를 촉구했다. 이들은 ‘왜 자영업자만 멈춤인가’ ‘협조하면 빛 볼 줄 알았거늘 어찌 빚만 보이는가’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일률적인 영업제한 철폐하고 손실보상 보장하라”고 소리쳤다. 전국에서 모인 자영업자는 400여 명. 현행 거리 두기 방침에서 허용 가능한 인원(299명)을 넘어서면서 한때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비대위 측은 임시 출입구를 마련해 참가자 명단을 작성하고 초과한 인원에 대해선 현장 출입을 통제했다. 하지만 집회 현장에 들어가지 못한 자영업자 100여 명은 경찰 통제선 밖에서 “자영업자 죽이는 방역을 중단하라”며 함께 구호를 외쳤다. 충북 청주에서 맥줏집을 운영하는 김응패 씨(51)도 경찰 통제선 너머에서 집회에 동참했다. 김 씨는 “어젯밤 오후 9시까지 혼자 장사한 뒤 잠 한숨 못 자고 나왔다”며 “밤에 장사하는 업종에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건 문 닫으라는 소리”라고 토로했다. 일부 자영업자는 집회 현장 출입을 가로막는 경찰을 향해 “다 비켜라. 억울해서 가게 문까지 닫고 온 사람들”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곳곳에서 경찰과 옥신각신하기도 했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참가자들이 펜스 밖에서 경찰에게 항의는 했지만 대부분은 명부를 작성하고 방역수칙을 준수했다”고 설명했다. 맥줏집을 운영하는 문영태 씨(43·서울 영등포구)도 “6개월째 밀린 임차료만 1500만 원”이라며 “어떻게든 버텨 보려고 직원도 전부 내보내고 대출까지 수천만 원 받았지만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곳곳서 ‘방역 불복’ 움직임 같은 날 인천 연수구 송도유원지에 있는 한 카페. 입구에 붙어 있던 ‘24시간 정상 영업’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떼어져 있었다. 앞서 연수구는 이 카페 본점과 지점 2곳을 ‘영업시간 제한 등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았다’며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결국 카페는 24시간 영업을 포기했다. 직원 A 씨는 “경찰이 카페에 찾아와 손님을 내보내고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면서 “구청에서 고발까지 하는데 어쩔 수 있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치단체마다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으면 강경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방역 불복 움직임은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6개 소상공인단체가 포함된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 측은 27, 28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간판 불을 끄는 단체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민상헌 대표는 “영업시간 제한에 항의 표시로 업소 100만여 곳이 단체행동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싸우자는 게 아녜요. 자영업자의 현실도 한번 들여다 봐달라는 겁니다.” 인천 계양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권모 씨(46)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권 씨는 “영업시간이 제한되면서 PC방처럼 24시간을 운영해오던 업종은 매출액이 80% 넘게 줄었다”며 “임대료도 감당하기 힘들다.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22일 오후 3시경 서울 종로구 광화문 거리에서 ‘전국 소상공인·자영업자 총궐기 집회’에는 권 씨처럼 정부의 거리두기 방침에 반발한 자영업자들이 생업을 접어두고 거리로 몰려나왔다.● “왜 자영업자만 손해를 봐야 하나요”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시간 40분 동안 영업제한 등 정부의 거리두기 방침 철폐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그들의 손에는 ‘왜 자영업자만 멈춤인가’ ‘방역 협조하면 빛 볼 줄 알았거늘 어찌 빚만 보이는가’라고 적힌 손팻말을 손에 들고 “일률적인 영업제한 철폐하고 손실보상 보장하라”고 소리쳤다. 집회에 모인 자영업자는 400여 명. 현행 거리두기 방침에서 허용 가능한 인원(299명)을 넘어서면서 한때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 충돌이 일기도 했다. 비대위 측은 광장 주변에 임시 출입구를 마련해 참가자 명단을 작성하고 초과한 인원에 대해선 현장 출입을 통제했다. 자영업자 100여 명은 경찰 통제선 밖에서 “자영업자 죽이는 방역을 중단하라”며 함께 구호를 외쳤다. 충북 청주에서 맥줏집을 하는 김응패 씨(51)도 경찰 통제선 너머에서 집회에 동참했다. 김 씨는 “어젯밤 9시까지 혼자 장사를 한 뒤 잠 한숨 제대로 못 자고 집회에 나왔다”며 “밤 장사하는 업종에 시간을 제한하는 건 문 닫으라는 소리”라며 토로했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집회 현장 출입을 가로막는 경찰을 향해 “다 비켜라. 억울해서 가게 문까지 닫고 온 사람들”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곳곳에서 경찰과 충돌은 있었지만 집회는 큰 마찰 없DLL 진행됐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참가자들이 경찰 펜스 밖에서 충돌을 빚기도 했지만 집회 참가자 대부분이 명부를 작성하고 방역수칙을 준수했다”고 설명했다.● 곳곳서 ‘방역 불복’ 움직임 같은 날 인천 연수구 송도유원지에 있는 한 카페. 입구에 붙어 있던 ‘24시간 정상 영업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떼어져 있었다. 앞서 연수구청은 이 카페 본점과 지점 2곳을 ‘영업시간 제한 등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았다’며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결국 카페는 24시간 영업을 포기했다. 직원 A 씨는 “18, 19일 이틀간 24시간 영업을 했는데 경찰이 카페에 찾아와 손님들을 내보내고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며 “구청에서 고발까지 하는데 어쩔 수 없이 정부의 방침을 따르기로 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치단체마다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으면 강경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방역 불복 움직임은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6개 소상공인단체가 포함된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 측은 27, 28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간판 불을 끄는 단체행동을 나서기로 했다. 민상헌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 대표는 “영업시간 제한에 대한 항의 표시로 업소 100만여 곳이 단체행동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신입사원 최종 면접에서 여성 지원자에게 “결혼 후 육아를 담당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물은 면접위원에 대해 “면접점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성차별 행위”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해 경남개발공사 행정직 신입사원 최종 면접에서 성차별적 질문을 한 면접위원과 인사 책임자 등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 시행하라고 권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당시 면접 전형에 참여한 한 면접관은 여성 지원자인 A 씨에게 “여성들이 직장에서 가정 일 때문에 업무를 못하는데 결혼해서 육아를 담당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물었다. 이후 최종 면접에서 탈락한 A 씨는 해당 질문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에서 해당 질문을 한 면접위원은 “가정과 직장 생활을 동시에 하다 보면 생기는 애로사항에 대해 질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성차별 발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해당 질문은 여성이 결혼할 경우 야근이나 업무 몰입에 있어 남성에 비해 불리할 거라고 전제하고 있으며 여성을 가족 내 돌봄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주체로 가정하는 가부장적 여성관에서 비롯됐다”며 “면접위원이란 지위에서 이런 발언을 할 때 여성의 사회적 참여를 위축시킬 수 있고 다른 면접위원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남개발공사 측은 이에 대해 “면접에서 성차별 발언을 한 면접위원을 정규직 신입사원 채용 면접위원에서 배제했으며 앞으로 면접위원을 대상으로 사전교육을 철저히 실시해 차별 발언을 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경남개발공사는 지난해 행정·기술직 7급 신입사원 10명을 모집했으며, A 씨가 지원한 행정직 최종 면접에는 여성 4명과 남성 8명 등 모두 12명이 올라왔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신입사원 최종면접에서 여성 지원자에게 “결혼 후 육아를 담당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물은 면접위원에 대해 “면접점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성차별 행위”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해 경남개발공사 행정직 신입사원 최종면접에서 성차별적 질문을 한 면접위원과 인사 책임자 등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 시행하라고 권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당시 면접 전형에 참여한 한 면접관은 여성 지원자인 A 씨에게 “여성들이 직장에서 가정 일 때문에 업무를 못하는데 결혼해서 육아를 담당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물었다. 이후 최종면접에서 탈락한 A 씨는 해당 질문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에서 해당 질문을 한 면접위원은 “가정과 직장 생활을 동시에 하다보면 생기는 애로사항에 대해 질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성차별 발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해당 질문은 여성이 결혼할 경우 야근이나 업무 몰입에 있어 남성에 비해 불리할 거라고 전제하고 있으며 여성이 가족 내 돌봄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주체로 가정하는 가부장적 여성관에서 비롯됐다”며 “면접 위원이란 지위에서 이런 발언을 할 때 여성의 사회적 참여를 위축시킬 수 있고 다른 면접위원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남개발공사 측은 이에 대해 “면접에서 성차별 발언을 한 면접위원을 정규직 신입사원 채용 면접 위원에서 배제했으며 앞으로 면접위원을 대상으로 사전 교육을 철저히 실시해 차별 발언을 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경남개발공사는 지난해 행정·기술직 7급 신입사원 10명을 모집했으며, A 씨가 지원한 행정직 최종 면접에는 여성 4명과 남성 8명 등 모두 12명이 올라왔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정부의 강도 높은 거리 두기 방침에 반발한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방역 불복’ 집회를 강행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영화업계와 소상공인단체도 정부의 방역대책을 규탄하는 단체행동을 예고했다. 경찰은 “자영업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굉장히 어렵지만 방역이라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비대위는 22일 오후 3시경 종로구 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서 299명이 모이는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18일 0시부터 내달 2일까지 299명까지 시위 참여가 가능하다. 조지현 대표는 “자영업자에게만 방역 희생을 전가하는 정부의 거리 두기 방침을 더는 따르지 않겠다”며 “생업을 잠시 접어두고서라도 집회에 나와 자영업자들의 절망적인 상황을 알릴 것”이라고 했다. 영화업계에서도 정부의 방역대책에 반발하며 집회를 예고했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상영관협회 등은 21일 오전 10시경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49명이 모여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이들은 “영업시간 제한은 영화관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화계 전체로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며 “영화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달라”고 촉구할 예정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6개 소상공인단체가 포함된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 측은 27, 28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간판 불을 끄는 단체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민상헌 대표는 “영업시간 제한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전국 100만여 업소에서 단체행동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했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299명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주동자 사법 처리가 불가피하다. 방역수칙 위반 사안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
경기 파주시의 한 연립주택에 불이 나 110세 어머니와 70대 딸 부부 등 일가족 3명이 목숨을 잃었다. 19일 파주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6분경 파주시 탄현면에 있는 3층짜리 연립주택 3층에서 불이 났다. 이 화재로 집에 있던 A 씨와 A 씨의 딸(70), 사위(73)가 의식을 잃은 채로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소방당국은 “‘펑펑’ 터지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치솟았다”는 옆집 주민의 119신고를 받고 10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소방대원들이 불이 난 집 현관문을 강제로 열고 집 안으로 진입했을 당시 3명 모두 중문 앞에 쓰러져 있었다. 소방 관계자는 “불길을 피해 탈출을 시도하려다가 닫힌 문을 열지 못하고 중문 앞에서 쓰러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은 인력 34명과 장비 13대를 투입해 불이 난 지 40여 분 만인 오전 7시 50분경 완전히 불을 껐다. 불이 난 집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어 피해를 키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2005년부터 11층 이상 아파트에는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법이 바뀌었지만 이 연립주택은 1998년 지어진 데다 층수 기준에도 못 미쳐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이 아니다. 소방당국 등은 몸이 불편한 고령자만 집에 살고 있어 인명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가족 중 나이가 가장 많은 A 씨는 경증 치매를 앓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A 씨의 의료용 침대 바퀴에 전기장판의 전선이 끊어지면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파주=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연말에 잡아둔 단체회식 예약을 취소하는 전화가 오전부터 빗발치고 있어요. 현재까지 50건 넘게 취소됐네요. 단체회식 예약 건수로 연말연초를 나는데… 이제 더는 버틸 힘이 없습니다.” 16일 낮 12시 15분경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고깃집. 점심식사 시간인데도 4인 테이블 14개가 마련된 식당 안은 손님 없이 텅 비어 있었다. 이 식당을 운영해온 김모 씨(36)는 “단체회식 예약이 집중되는 연말 대목을 바라보며 버텼는데 4인 인원 제한 때문에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며 “당장 이달 매출이 10분의 1로 줄어 인건비와 임차료도 내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16일 정부가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전환 47일 만인 18일 0시부터 사적 모임 인원을 최대 4인, 식당·카페 영업시간을 오후 9시로 제한하는 고강도 방역대책을 내놓자 연말 특수를 기대하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의 방역대책이 발표된 이날 오전부터 전국 식당가에는 기존에 예약해뒀던 단체회식을 취소하는 전화가 빗발쳤다. 자영업자들은 “이대로라면 연말에 식당 문을 여는 게 손실”이라고 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2층 규모의 한식당을 운영하는 이모 씨(65)는 “연말 특수를 기대하고 직원 1명을 추가로 뽑았는데 거리 두기가 강화돼 장사를 제대로 할 수 없으니 인건비마저 부담이 된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지난해 초 19명이던 직원을 4명으로 줄였다. 그런데도 월 1000만 원이 넘는 임차료 등 고정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소상공인 대출 7000만 원까지 받았다. 이 씨는 “빚까지 내서 겨우겨우 2년을 버텼는데 또다시 인원과 영업시간을 제한하면 이제는 어떻게 버텨야 할지 살길이 막막하다”고 했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7000명대를 웃돌며 강도 높은 거리 두기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하면서도 영업제한으로 인한 손실을 정부가 제대로 보상해주겠느냐며 우려했다. 경남 창원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창수 씨(48)는 “자영업자들도 지금 같은 확산세에서는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거리 두기를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자영업자가 겪은 손실을 제대로 보상해주지 않는 정부를 어떻게 믿고 따르겠느냐”고 했다. 집합금지 및 영업제한 조치로 소상공인이 입은 피해를 보상하는 ‘손실보상법’이 국회에서 올 7월 통과돼 이 씨가 받게 된 보상액은 82만 원. 이 씨는 “코로나19 전과 매출을 비교해보니 올 7∼9월 1800만 원가량의 손실을 봤는데 정부가 준 돈은 고작 80여만 원이었다. 이 돈으로는 한 달 관리비 100만 원도 못 낸다”며 “정부만 믿고 버텼는데 이제는 폐업밖에 답이 없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단체는 정부의 영업제한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2일 서울 도심에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자대위)는 “방역 실패의 책임을 자영업자에게 떠넘기는 거리 두기 방침을 더는 따르지 않을 것”이라며 집회 강행 방침을 내놨다.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등 6개 소상공인단체가 포함된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 측은 다음 주 중 식당과 카페 문을 닫는 ‘단체 파업’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상헌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 대표는 “지난 2년간 정부의 방역대책을 믿고 따른 결과 자영업자들은 수천만 원의 빚을 진 채 벼랑 끝에 섰다”며 “전국 6개 자영업단체 소속 100만여 개 업소에서 일시에 영업을 중단하는 단체행동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경찰이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가족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하기로 했다. 경기북부경찰청은 “김 전 장관 등 가족 4명에게 제기된 농지법 부동산실명법 부패방지법 위반 고발사건에 대해 13일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하기로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앞서 한 시민단체는 김 전 장관의 남편이 2012년 경기 연천군 장남면에 2480m² 규모의 농지를 매입하고 주택을 지었으나 실제 농사를 짓지 않았다며 농지법 위반 등 혐의로 김 전 장관과 가족을 고발했다. 경찰 관계자는 “농지를 부정하게 취득한 혐의는 이미 2017년 8월 공소시효(5년)가 완성돼 고발인도 고발을 취하했다”며 “김 전 장관의 남편이 1173m²에 이르는 농지에 과실수를 경작한 사실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경작이 이뤄지지 않은 일부 농지(284m²)에 대해선 행정처분 대상이라고 보고 연천군에 통보 조치했다. 김 전 장관의 남편이 해당 농지에 지은 주택과 도로 일부를 김 전 장관의 동생들에게 매매하는 과정에서 명의를 신탁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서도 경찰은 혐의가 없다고 봤다. 김 전 장관의 남편은 2018년 주택을 김 전 장관의 동생에게 팔았고, 지난해 이 주택은 다시 또 다른 동생에게 팔렸다. 경찰 관계자는 “매수·매도자금을 분석한 결과 명의신탁으로 볼 수 없고 김 전 장관이 업무상 비밀을 이용해 해당 부동산을 동생에게 취득하게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가족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한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경기북부경찰청은 “김 전 장관 등 가족 4명에게 제기된 농지법·부동산실명법·부패방지법 위반 고발사건에 대해 13일 불송치를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앞서 6월 한 시민단체는 김 전 장관의 남편이 2012년 8월 경기 연천군 장남면에 2480m² 규모의 농지를 매입하고 주택을 지었으나 실제로는 농사를 짓지 않았다며 농지법 위반 등 혐의로 김 전 장관과 가족을 고발했다. 경찰은 “농지를 부정하게 취득한 혐의는 이미 2017년 8월 27일 공소시효(5년)가 완성돼 고발인도 고발을 취하했다”며 “김 전 장관의 남편이 농지 1필지(1173m²)에 과실수를 경작한 사실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경작하지 않아 행정처분 대상인 일부 농지(284m²)에 대해서는 연천군에 통보 조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경작을 하지 않은 농지에는 도랑을 낀 경사진 땅이 포함돼 있어 실질적으로 농사를 짓기는 어려운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농지 전체를 다른 사람에게 불법적으로 임대하거나 전용한 사실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의 남편이 해당 농지에 지은 주택과 도로 일부를 김 전 장관의 동생들에게 매매하는 과정에서 명의를 신탁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서도 경찰은 혐의가 없다고 봤다. 김 전 장관의 남편은 2018년 주택을 김 전 장관의 동생에게 팔았고, 지난해 이 주택은 다시 또 다른 동생에게 팔렸다. 경찰 관계자는 “매수·매도 자금을 분석한 결과 명의신탁으로 볼 수 없고 김 전 장관이 업무상 비밀을 이용해 해당 부동산을 동생에게 취득하게 했다고도 볼 수 없어 불송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나흘 앞둔 10일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날 오전 4시 10분경 유 전 본부장의 가족으로부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남기고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나갔다”는 실종 신고를 받고 수색에 나서 오전 7시 39분경 자택 인근에서 유 전 본부장의 시신을 찾았다. 유족 측은 경찰 조사에서 A4 3장 분량의 유서에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말했으며, 유서 내용 공개를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대장동 개발 특혜 및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9일 유 전 본부장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영장에는 유 전 본부장이 2014년 8월 대장동 사업 환경영향평가에서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관계사 천화동인 4, 5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총 2억 원을 받은 혐의가 기재됐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선정을 앞둔 2015년 3월 당시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의 사퇴를 종용한 혐의로도 검찰 수사를 받았다. 유 전 본부장을 1일과 7일 피의자 신분으로 두 차례 조사한 서울중앙지검은 10일 “이번 불행한 일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짤막한 입장문을 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내에서 유동규 전 사장 직무대리(수감 중)에 이어 ‘2인자’로 불린 유 전 본부장의 사망으로 성남시 등의 공모 여부를 수사하려고 했던 검찰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고양=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은 사망 전날인 9일 오후 3시경 사직서를 비서에게 맡기고 평소보다 일찍 퇴근했다고 한다. 검찰이 이날 유 전 본부장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유 전 본부장은 부인에게 “자존감이 무너졌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천도시공사 관계자는 1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장 부속실 직원에게 전날 오후 3시경 사직서를 맡긴 걸 오늘 알았다”라며 “정식으로 접수되지 않아 대부분 직원은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공사 소속의 유 전 본부장 수행기사는 “전날 사표를 낸지도 모르고 10일 오전 집에서 출근 대기 중에 회사 직원으로부터 ‘사장님이 실종돼 수색 중’이라는 말을 (뒤늦게) 들었다”고 했다. 공사 직원들은 유 전 본부장의 사망 소식을 듣고 놀라워했다. 공사의 한 직원은 “사장님은 대장동 의혹이 나온 뒤에도 평소대로 출퇴근하며 업무를 수행했고, 9일에도 평소와 다른 점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며 “당황스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공사의 또 다른 직원은 “사장님은 ‘대장동과 관련해 내 명예가 훼손돼 억울하다’는 취지의 말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특히 검찰이 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14일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잡히자 유 전 본부장은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본부장의 유족 측은 경찰 조사에서 유서와 휴대전화를 제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경찰도 유서와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신청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 변사사건은 유족이 유서를 공개하지 않으면 경찰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해 확보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 대신 경찰은 10일 오후 시신에 대한 부검 영장을 신청했다. 유 전 본부장의 한 지인은 “유 전 본부장 아들이 최근 결혼을 해서 그가 주변에 자랑을 많이 했는데 갑자기 극단적 선택을 해 주변에서도 황망하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2018년 9월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퇴직한 뒤 2019년 1월 포천도시공사 전신인 포천시설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같은 해 6월 출범한 포천도시공사 초대 사장으로 부임했다. 포천도시공사 사장 임기는 내년 1월 7일 종료 예정이었다. 포천=이경진 기자 lkj@donga.com고양=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이 10일 극단적 선택을 한 데는 검찰이 9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유 전 본부장은 1일과 7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올 10월과 11월에도 검찰과 경찰에서 한 차례씩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검경의 수사망이 점점 자신을 향해 좁혀 오고 14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앞두자 심리적 부담이 커졌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檢, 사망 사흘 전 유 전 본부장 조사 유 전 본부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사흘 전인 7일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을 불러 천화동인 4, 5호를 각각 소유한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2억 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7시간에 걸쳐 조사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을 상대로 “2014년 8월 서울 한 호텔에서 2억 원을 건넸다”는 정 회계사의 진술을 제시하며 당시 상황을 추궁했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이 환경영향평가에서 개발이 제한되는 ‘1등급 권역’으로 대장동 부지가 지정되지 않도록 돕는 대가로 2억 원을 받았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유 전 본부장은 “2억 원을 받은 적이 없고, 환경영향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틀 뒤인 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에 변호인이 모두 입회했고, 인권 침해가 있었다거나 수사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거나 하는 부분은 없었다”고 밝혔다. 한신공영 상무이사 출신인 유 전 본부장은 2011년 성남도시개발공사(당시 성남시설관리공단)로 자리를 옮긴 뒤 2013년 9월 공사가 설립되자 개발사업본부장에 올라 위례신도시와 대장동 등 개발사업을 총괄했다. 공사 내부에선 ‘유원(one)’으로 불린 유동규 전 사장 직무대리(수감 중)에 이어 2인자를 뜻하는 ‘유투(two)’로 불렸다. 유 전 본부장은 2013년 위례신도시 개발 당시 민간사업자에 특혜를 주고 2015년 3월 대장동 사업자 선정 과정에선 1차 절대평가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측에 가산점을 몰아줬다는 의혹도 받아왔지만 결국 관련 의혹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이다. ○ ‘사장 사퇴 종용’ 통한 윗선 수사 난항 유 전 본부장은 검찰 조사에서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에 대한 사퇴 종용 의혹에 대해서도 “황 전 사장이 사기 사건으로 기소됐다는 사실을 알게 돼 사퇴를 건의한 것이고, 정 전 실장 등과 상의한 적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2015년 2월 유 전 본부장과 황 전 사장 사이의 대화 녹취록에는 유 전 본부장이 성남시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의 뜻을 언급하며 황 전 사장에게 사퇴를 종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10월 국회 기자회견에서 “(유 전 본부장이) 황 전 사장을 강제로 사임시켜서 대장동 프로젝트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모든 개발이익을 화천대유에 몰아줬다”고 주장했다. 황 전 사장은 1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모든 걸 다 저질러 놓고도 내가 뭘 잘못했냐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자기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죽나”라며 “그 사람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한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 유동규 전 사장 직무대리에게서 지시를 받았을 것”이라며 “자기가 책임질 일이 뭐가 있나”라고 안타까워했다. 당초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의 신병을 확보한 뒤 성남시 등 ‘윗선’의 개입 여부를 수사하려 했지만 수정이 불가피해졌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고양=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포천=이경진 기자 lkj@donga.com}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이 10일 극단적 선택을 한 데는 검찰이 9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유 전 본부장은 1일과 7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올 10월과 11월에도 검찰과 경찰에서 각각 한차례 씩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검경의 수사망이 점점 자신을 향해 좁혀오고 14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앞두자 심리적 부담이 커졌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檢, 사망 사흘 전 유 전 본부장 조사유 전 본부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사흘 전인 7일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을 불러 천화동인 4, 5호를 각각 소유한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2억 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7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을 상대로 “2014년 8월 서울 한 호텔에서 2억 원을 건넸다”는 정 회계사의 진술을 제시하며 당시 상황을 추궁했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이 환경영향평가에서 개발이 제한되는 ‘1등급 권역’으로 대장동 부지가 지정되지 않도록 돕는 대가로 2억 원을 받았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유 전 본부장은 “2억 원을 받은 적이 없고, 환경영향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틀 뒤인 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에 변호인이 모두 입회했고, 인권침해가 있었다거나 수사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거나 하는 부분은 없었다”고 밝혔다. 한신공영 상무이사 출신인 유 전 본부장은 2011년 성남도시개발공사(당시 성남시설관리공단)으로 자리를 옮긴 뒤 2013년 9월 공사가 설립되자 개발사업본부장에 올라 위례신도시 와 대장동 등 개발사업을 총괄했다. 공사 내부에선 ‘유원(one)’으로 불린 유동규 전 사장 직무대리(수감 중)에 이어 2인자를 뜻하는 ‘유투(two)’로 불렸다. 유 전 본부장은 2013년 위례신도시 개발 당시 민간사업자에게 특혜를 주고 2015년 3월 대장동 사업자 선정 과정에선 1차 절대평가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측에 가산점을 몰아줬다는 의혹도 받아왔지만 결국 관련 의혹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이다. ● ‘사장 사퇴 종용’ 통한 윗선 수사에 차질 유 전 본부장은 검찰 조사에서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에 대한 사퇴 종용 의혹에 대해서도 혐의를 부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3월 유 전 본부장과 황 전 사장 사이의 대화 녹취록에는 유 전 본부장이 성남시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의 뜻을 언급하며 황 전 사장에게 사퇴를 종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10월 국회 기자회견에서 “(유 전 본부장이) 황 전 사장을 강제로 사임시켜서 대장동 프로젝트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초과이익 환수 규정을 삭제함으로써 모든 개발이익을 화천대유에 몰아 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황 전 사장이 사기 사건으로 기소됐다는 사실을 알게 돼 사퇴를 건의한 것이고, 정 전 실장 등과 상의한 적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의 신병을 확보한 뒤 성남시 등 ‘윗선’의 개입 여부를 수사하려고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유 전 본부장은 황 전 사장의 사퇴를 종용했던 당사자라서 ‘윗선 수사’의 길목이었다. 검찰이 아닌 특검에 수사를 맡겨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고양=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