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수

홍정수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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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사회부, 편집부를 거쳐 다시 정치부에서 취재중입니다.

hong@donga.com

취재분야

2024-11-19~2024-12-19
미국/북미34%
국제정치20%
인사일반10%
유럽/EU10%
국제정세7%
대통령5%
국제일반5%
중동5%
국제교류2%
국제인물2%
  • ‘인종차별’ 해결 위해 ‘백인 표준억양’으로 바꿔주는 기술 개발 논란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스타트업이 콜센터 직원들의 영어 억양을 실시간으로 ‘미국 백인 표준억양’으로 바꿔주는 기술을 개발하자 이를 둘러싼 인종차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스타트업 ‘사나스’는 자사가 개발한 ‘실시간 억양 번역 서비스’가 기업들이 비용을 줄이려 전화고객상담센터를 인도와 필리핀 등으로 외주화하면서 벌어지는 문제점을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센터 직원들이 자신들의 영어 억양 때문에 고객들로부터 인종차별적 학대를 당하거나 회사에서 해고 등 불이익을 겪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이들은 전화상담센터에 해당 ‘번역 서비스’를 적용하면 비영어권 직원들에게 일어나는 인종차별적 편견과 학대를 줄일 수 있다고 영국 BBC방송에 26일(현지시간) 설명했다. 실제로 사나스의 홈페이지에는 콜센터에서 자주 쓰이는 문장들을 버튼 하나로 서남아시아권 억양에서 미국식 영어 억양으로 바꿔 들어볼 수 있다. 2018년 개봉한 코미디 영화 ‘쏘리 투 보더 유’에서 텔레마케터로 일하는 흑인 주인공이 백인 목소리를 흉내내 승승장구하는 장면들이 기술로 구현된 셈이다. 하지만 이 기술이 인종에 대한 편견을 강화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캐나다 토론토대 키리안 머천다니 교수는 미 매체 에스에프게이트에 “근로자와 고객 사이에 앱이 들어가면 근로자가 더욱 비인간화되므로 고객들의 인종차별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IT기업인 ‘컬러인테크’의 공동설립자 애슐리 에인슬리도 “특정 피부색을 싫어하는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있기 때문에 피부색을 변경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IT전문매체 매셔블은 “억양 번역은 이미 비인간적인 직업을 더 비인간화하는 방법”이라는 비평을 전했다. 이에 대해 사나스의 공동설립자 샤라스 케샤야 나라야나는 “공동설립자 4명뿐 아니라 회사 전직원의 80%가 이민자”라며 “억양이 장벽이 될 수 있는 곳에서 더 원활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라고 반박했다. 2021년 8월 설립된 사나스는 1년도 되지 않아 3200만 달러(약 43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 7개 업체가 콜센터에 사나스 제품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정수기자 hong@donga.com}

    • 2022-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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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카페, 1년에 일회용컵 3억6950만개 사용…쌓으면 스카이트리 6만개

    일본의 주요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한 해 동안 사용하는 일회용컵이 하루에 100만개, 1년에 3억6950만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쌓으면 도쿄의 상징물인 고층건물 스카이트리(634m)를 6만 개 세울 수 있는 양이다. 우리나라에서 12월부터 일회용컵 보증급제도가 시행되는 가운데, 일본에서도 일회용컵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재팬의 지난달 조사에 따르면, 스타벅스재팬, 타리즈커피(タリーズコーヒ), 프론토(プロント) 등 일본의 주요 카페 프랜차이즈 업체 9곳이 2020년에 배출한 일회용컵은 약 3억6950만개로 추정됐다. 무게로 따지면 2808톤에 이른다. 그린피스재팬이 각 기업에서 입수한 정보와 개별 점포에서 실제 조사한 수치를 토대로 추정한 규모다. 일본 내 일회용컵 소비량이 전국 단위로 추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 소비량이 많았던 것은 스타벅스로, 나머지 8개사를 합친 것보다 많은 2억3170만개를 배출했다. 특히 스타벅스와 타리즈커피, 프론토 등 세 개 업체는 다른 업체들에 비해 매장 내에서 일회용컵을 사용한 비율도 높았다. 스타벅스에서는 매장 내에서 판매하는 음료 10잔 중 9잔이 일회용컵에 제공됐다. 도토루커피 등 나머지 5개 체인은 전체 판매음료 중 재사용 가능한 머그잔이나 유리잔에 제공하는 비율이 모두 70% 이상으로 높았다. 9개 업체가 모두 매장 내에서 재사용컵을 사용하면 1년에 사용되는 일회용컵을 현재의 43% 수준인 1억5860만개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린피스 재팬은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에게 실제 사용되는 일회용컵 양을 조사하고 재사용컵 사용비율을 높이라고 촉구했다. 우리나라의 보증금제도와 비슷하게 여러 업체가 공유하는 ‘반납식 재사용 컵’ 제도를 확대도입하라는 주장도 나온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2-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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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홍콩, 김치…한중 MZ세대 20명의 못 다한 이야기

    중국 청년들이 보는 한국은…“외모 중시하고 치열하게 노력하는 문화강국홍콩 시위 때 사회적 토론 덜 이뤄져 아쉬워韓아이돌, 중국 팬덤 배려해주면 좋을 것”한국 청년들이 보는 중국은…“예전엔 기회의 땅, 지금은 리스크의 땅‘우영우’ 등 K콘텐츠 유출·표절도 심각국가차원 총력전이 가능한 건 위력적”동아일보와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는 24일 ‘한중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한국과 중국의 2030세대 20명을 대상으로 일주일간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중 관계를 주제로 양국 젊은이들 간 토론의 장을 마련하려면 이들의 솔직한 생각을 먼저 들어볼 필요가 있었다. 인터뷰 대상자는 한국에서 유학 중인 중국인 10명과, 중국 관련 전공자이거나 중국 체류 경험이 있는 한국인 10명이다. 이들은 서로의 정치체제에 대한 평소 생각과 현재의 한중관계, 홍콩 민주화 시위, 한복·김치 논란 등 현안에 대해 거침없는 의견을 내놨다.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요약했다.▼ 쉬카이(25·남·중국인)―한국에 관한 이미지는 어떤가요?“외모를 중시한다는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크기는 작지만 세계적 존재감이 강한 나라고요. 특히 중국에 한국의 영화 드라마 등 문화콘텐츠가 매우 유명하죠. 저도 대학교 때 댄스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한국 댄서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한국이 김치와 한복 등 중국에서 기원한 문화를 훔쳤다’는 생각에 동의하나요?“아뇨. 김치도 한국 전통 음식이고, 한복도 한국의 전통 의상이라고 생각해요. 중국의 나이 지긋하신 분들도 ‘한국’ 하면 김치라고 말하세요. 물론 기원에 대한 논란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무의미하다고 봅니다. 각 나라가 발전해온 역사에 따라 관용의 자세가 필요해요.”▼ 임모 씨(27·여·중국인)―최근에 한국과 관련해 접한 소식 중 기억나는 것이 있나요?“윤석열 대통령에 관련한 뉴스에 ‘친미’ 이슈가 자주 나오는 것 같아요. 한국이 경제적 이익을 위해 친미 행보를 보이는 건 이해할 수 있어요. 다만 이번 대선 결과가 한국의 ‘친미반중’ 정서를 대변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중국인으로서 한국에 사는 것이 조금 걱정돼요.”▼ 왕태얼(20·여·중국인)―중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보편적 이미지는 어떻다고 생각하시나요?“중국이 인구 14억의 다양한 문화와 민족이 있는 국가가 아니라 하나의 민족국가인 것처럼 오해하는 것 같아요. 시장경제를 받아들인 사회주의 국가라는 사실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같고요. 단순히 정치 형태만 두고 북한처럼 가난한 공산주의 국가라고 오해하는 거죠.”―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당시 중국의 대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저도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대자보를 붙인 경험이 있어요. 중국의 폭력적 진압이 비참하고 암담했어요. 다만 그때 일부 홍콩 사람들이 대륙 사람들을 비하한 경우가 있었는데, 이런 일은 한국 언론에 잘 보도되지 않았어요. 아마 한국에 있던 중국인들은 ‘중국 사람들만 홍콩을 비난하고 있다’는 보도행태에 감정이 상했을 거예요.”▼ 진모 씨(29·여·중국인)―한국의 문화콘텐츠 중 좋아하는 것이 있나요?“많아요. 주변 한국 분들이 ‘너는 한국인보다 한국 드라마를 더 많이 보는 중국인’이라고 할 정도예요. 특히 나영석 피디의 콘텐츠가 진심이 느껴져서 좋아해요. 저도 나중에 한국의 대학에서 강의를 하거나 콘텐츠 관련 업계에서 일하고 싶어요.”―한중관계와 관련한 한국과 중화권 연예인들의 논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방탄소년단이 한미우호 공로로 밴플리트상을 받으면서 6·25전쟁을 언급할 때 중국을 말하지 않은 건 아쉬웠어요. 물론 아이돌도 자기 생각을 얼마든지 발언할 수 있어요. 하지만 중국 팬들이 한국 아이돌 콘텐츠를 굉장히 많이 소비하는데도, 이들의 감정을 배려해줬다면 좋았겠죠.”▼ 고모 씨(27·남·중국인)―한국에서 사는 중국인으로서 차별을 겪은 적이 있나요?“한국은 여전히 ‘단일민족’처럼 민족중심적 표현을 사용해요. 인터넷 댓글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짱깨’라는 표현을 볼 때마다 우리를 환영하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고요. 다만 이것이 유학생으로서의 숙명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선입견을 없앨 방법을 고민해야겠죠.”▼ 원모 씨(26·여·중국인)―홍콩 민주화 시위 때 한국 유학을 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나요?“사실 조금 놀랐어요. 학교 안에 홍콩 관련된 대자보가 올라오거나 커뮤니티에 홍콩 이미지가 뜨면 중국 학생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여기가 중국이 아닌데도 대자보 앞에서 홍콩 문제라는 정치적인 이슈로 대학생들이 토론하고 충돌하는 일이 생겨서 놀랐죠.”▼ 유모 씨(21·여·중국인)―한국에 대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나요?“아이돌 연습생들이 열심히 연습하는 이미지요. 아이돌뿐 아니라 학생들도 너무 열심히 공부해요. 한국에 온 뒤에 처음으로 지난 학기에 대면수업을 했는데, 한국 학생들은 PPT도 잘 만들고. 발표도 잘하고. 과제도 너무 열심히 해요. 물론 열심히 하는 중국 학생도 있지만, 발표과제 같은 경우엔 한국 학생들이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고 기술도 더 좋은 것 같아요.”▼ 양모 씨(22·남·중국인)―현재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어떻다고 생각하시나요? “10점 만점에 5.5점정도. 현 상태를 유지하는 정도도 괜찮다고 봐요. 사드문제, 베이징올림픽 문제 같은 것들이 또 나오면 더 안 좋아질 수도 있겠죠. 한국 사드배치가 어떤 목적으로 이뤄졌든, 중국에게 상처를 준 것은 사실이에요. 세대별로도 비슷한 생각인 것 같아요.”▼ 한모 씨(22·남·중국인)―홍콩 민주화 시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중국 청년들은 홍콩 시위를 ‘민주화’ 시위로 보진 않아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중 청년들간에 ‘민주화란 무엇인가’ ‘중국과 한국의 체제는 어떻게 다른가’라는 사회적 토론이 이어졌으면 좋았을 텐데, 감정적으로만 치우쳤던 게 아쉬워요.”―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부당하게 평가받고 있다고 보세요?“천안문사건의 여파 때문에 아직도 폭력적인 나라로 비춰지는 것 같아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로는 안전과 질서가 갖춰졌다는 이미지가 조금 생겼지만요. 다만 홍콩 시위 진압의 경우엔, 한쪽이 폭력을 쓰니 다른 쪽도 폭력을 쓰며 ‘에스컬레이트’된 것이겠죠. 하지만 중국은 군대도 파견을 안했고, 시위대 역시 인명사고를 줄이려 서로 자제했다고 생각해요.”▼ 란모 씨(25·여·중국인)―베이징 동계올림픽이 한중관계에 크게 악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나요?“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저도 중국인으로서 감정이 조금 남아있어요. 사실 스포츠 영역에서 중국과 한국의 사이가 별로 안 좋잖아요. 중국인 입장에서 보기엔, 과거 국제대회에서 한국 선수들도 반칙 행위가 몇 번 있었다보니 더 예민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한국인이 중국에 대해 오해한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많죠. 조선족이 나오는 영화 때문에 중국은 인신매매, 장기매매가 벌어지는 무서운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요. 중국인은 다 부자라거나 중국 여자는 다 고집이 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요. 제가 아니라고 설명해도,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임동준(24·남·한국인)―중국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를 말해주세요.“음식처럼 문화적인 게 먼저 떠오르고요, 정치적인 이미지는 G2강국? 그런데 선진국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중국계 일본인 친구가 말하길 중국인은 애국심이 강하대요. 그래서 다른 나라의 우수함이나 여러 가지 이념의 공존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어떻게 하면 양국 관계가 좋아질 수 있을까요?“중국은 한국을 속국으로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는 수천 년을 중국과 갑을관계로 보냈지만, 현대에는 서로 간의 존중이 필요하죠. 그런데 중국은 여전히 속 좁은 인식과 행동을 보이는 것 같아요. 중국이 좀 더 인권과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박한별(23·여·한국인)-BTS의 밴플리트상 수상소감 논란이 한중관계에 영향을 얼마나 미쳤다고 생각하나요?“청년층의 주 관심사인 K팝 이슈와 역사가 결합되면서 분노가 폭발한 것 같아요. 중국 친구들은 BTS에 실망했다고 한 반면 한국 친구들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에 관한 소감이라고 했죠. 자기 나라를 건드리는 것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민족주의적 감정 때문인 것 같아요.”―중국은 강대국이라는 말에 대해 동의하시나요?“동의해요.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강력하고, GDP나 군사력 측면에서도 상위권이니까요. 중국이라는 큰 나라가 옆에 있다는 건 한국에게 경제적으로 긍정적인 측면이 됐을 거예요. 중국 내 한류 열풍도 문화산업적인 측면에서 좋은 기회였을 거고요.”▼ 주모 씨(25·여·한국인)―한중관계를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을까요?“중국은 한국과 정치 체제가 다르고, 국민들에게 민족주의 감정을 고취시키면서 ‘중국몽’같은 목표들을 제시하는데,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들은 이해하기가 힘들죠. 양국의 사회문화적 교류가 늘어서 서로 이해도가 높아지면 정치·경제 분야의 개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박모 씨(25·남·한국인)―중국과 중국인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를 말해주세요.“중국이라는 국가를 생각하면 감옥, 중국인을 생각하면 본인이 감옥에 있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중국에서 살면서 또래친구들이 정치교육을 받고 공산당을 찬양하는 것을 보며 자라서 그런 프레임으로 중국을 보게 된 것 같아요.”―현재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어떻다고 생각하시나요? “한중 관계는 ‘21세기 버전 조공’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원나라 명나라 청나라시대처럼 한국이 중국에 정치적·영토적 주권을 상실하진 않았죠. 하지만 현재의 중국이 한국에 요구하는 것을 보면 아직도 한국을 조공국가로 여기는 것 같아요. 중국이 바뀌지 않으면 한중관계가 바뀌기 어렵고, 반대로 중국의 태도가 바뀌면 손쉽고 빠르게 바뀔 수 있을 거예요.”▼ 최모 씨(22·여·한국인)―중국학을 전공하면서 중국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가 바뀌었나요?“과거엔 젊은 세대가 이해하기 힘든 나라, 세련되지 못한 나라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중국에 대해 공부한 뒤에는 꽤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나라로 생각하게 됐어요.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에서는 할 수 없는 총력전을 국가단위로 할 수 있는 나라이니까요.”―2017년 한국의 사드 배치는 한중 청년들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시나요?“사드는 정치 이슈였지만, 결과는 문화·예술분야의 한한령으로 두드러졌죠. 이 분야에 가장 예민한 게 청년 세대에요. 여기에 ‘중국이 과연 한국 문화 콘텐츠 없이 살 수 있겠냐’라는 생각이 더해지면서 혐중 정서가 나타난 것 같고요.”▼ 도모 씨(21·여·한국인)―유학생으로서 느끼기에, 중국 청년들은 국가에 대한 자긍심이 큰가요?“굉장히 커요. 이번엔 코로나19로 도시를 봉쇄하면서 조금 불만들이 생겼지만요. 중국 대학에서 유학생은 안 듣고 중국인만 듣는 수업이 사상·군사·체육수업 3가지예요. 시진핑 정치 철학 같은 사상수업을 계속 배우면 국가에 대한 충성도나 자긍심이 클 수밖에 없죠.”▼ 전유진(25·여·한국인)―중국인들과 소통하면서 갈등을 겪으신 부분이 있나요?“아무리 친한 중국인 친구더라도, 김치나 한복 이야기를 하면 가끔 벽에 대고 말하는 느낌이 들어요. 김치가 ‘한국의 파오차이’라는 말을 들으면 ‘분노 버튼’이 눌리는 기분이에요. 다른 친구는 ‘한국이 너무 민족주의적이다’라고 말하지만 저는 ‘중국만큼 심한 곳이 있냐’며 반격했어요.”―현재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어떻다고 생각하시나요? “중국이 한창 붐이었던 입학 당시에는 ‘중국어를 배우면 굶진 않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중국어를 해도 취업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한국과 중국이 발전적인 논의 대신 하나의 키워드에 꽂혀서 계속 소모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유모 씨(32·남·한국인)-최근에 접한 중국 관련 뉴스 중 기억나는 것이 있나요?“중국이 외국 회사와 벌이는 상표권 분쟁 뉴스를 봤어요. 해외 진출의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미리 탐색해 이들이 중국으로 진출하기 전에 미리 상표권을 등록해 분쟁이 일어난다는 내용이었죠. 중국은 ‘대국’이지만 그들에게 ‘대국의 국격’이 있는지는 의문이에요.”-앞으로 한중 관계가 어떻게 돼야 한다고 보시나요?“부당한 요구를 하는데 굳이 친하게 지낼 필요가 있을까요? 지난 정권에서 중국에 저자세로 임했음에도 별 실익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상 ‘조공무역’이 실패한 거죠. ‘기회의 땅’도 옛말이에요. 고통스럽겠지만 중국 시장에 의존하지 않아도 결국 적응할 수 있겠죠.”▼ 문경언(29·남·한국인)-중국에 대한 부정적 보도를 계속 접하게 되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쓰레기 김치, 쓰레기 만두 등 불량 음식 파동이 반복되다보니 이제는 굳이 확인해볼 생각도 안 해요. ‘와 대박이다’ 하고 그냥 받아들이면서 ‘중국은 원래 이런 나라’라는 부정적 편견이 강화돼요. 이런 이미지를 바꾸려면 저희보단 중국의 태도 변화가 선행돼야 해요.”-자신의 나라가 상대 국가에게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시나요?“K콘텐츠 표절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봐요. 정식 유통된 적도 없는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오는 아이템들이 중국에서 유행이래요. 한국 영화가 중국으로 유출돼 몇 백억이 날아갔다는 이야기도 비일비재한데 중국 정부가 딱히 막을 생각이 없어 보여요.”▼ 박윤상(32·남·한국인)-중국에 대해 어떠한 이미지를 가지고 걔신가요?“저는 유소년기 전부를 중국에서 보냈고, 스스로를 친중파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인’은 사소한 것을 따지기보다는 큰 것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호방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초기에 정보공개 등 대응이 미흡했는데도 자국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니 ‘크기가 크다고 대국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드네요.”-중국은 ‘기회의 땅’이라는 말에 동의하나요? “이제는 기회보다는 오히려 리스크가 많다고 생각해요. 과거엔 많은 분들이 중국에서 크게 성장하고 부를 축적해왔지만, 이제 그런 기회들이 점점 줄고 있어요. 게다가 중국은 공산당의 일당전제주의 국가이다보니 정책적인 변수가 너무 심하고요.”관련 기사MZ세대 79% “中 싫다”… 北-日보다 호감도 낮아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822/115076899/1韓 2030세대 52% “한미동맹 강화하되 中견제 신중해야”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822/115076947/1“中선 말 잘못하면 생명 위협” vs “韓, 누구나 대통령 비난해 놀라”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822/115076772/1“한중 미래세대 충돌, 양국관계 위험 신호… 한한령 해제 등 문화 교류부터 늘려가야”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822/115076806/1특별취재팀홍정수 기자 hong@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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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브레인’ 두긴의 딸, 차량 폭발로 사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브레인으로 불리는 극우 사상가의 딸이 20일 모스크바에서 차량 폭발사고로 숨졌다. 이 부녀를 노린 고의적 공격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사상가 알렉산드르 두긴(사진)의 딸 다리야 두기나(30)는 이날 오후 9시 반경 도요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운전하고 가다 차에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 현장에서 즉사했다. 한 러시아 매체는 두긴이 딸과 함께 모스크바 외곽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가 함께 차를 타고 돌아올 예정이었다고 전했다. 두긴은 마지막 순간 다른 차에 타고는 두기나 차량 뒤를 따라가다 사고를 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 경찰 당국은 살인사건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두긴은 푸틴 대통령 사상에 큰 영향력을 미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러시아 패권을 되찾아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를 “푸틴의 팽창주의적 외교 정책 형성에 일조한 러시아 파시스트”라고 전했다. 정치평론가로 활동한 두기나도 우크라이나 침공을 옹호해왔다.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세운 가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수장 데니스 푸실린은 텔레그램에 “우크라이나 정권 테러리스트들이 알렉산더 두긴을 제거하려 했다”고 주장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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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중 미래세대 충돌, 양국관계 위험 신호… 한한령 해제 등 문화 교류부터 늘려가야”

    “한국과 중국의 미래 세대가 서로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곧 양국 관계를 지탱할 버팀목이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최근 격해지는 반중 정서에 대해 이욱연 서강대 중국문화학과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정치체제가 다른 한국과 중국을 유지해 준 것은 문화·정서적 유대감인데 양국 간 연결고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위험신호”라며 “장기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사드 보복 등 문제에서 양국 정부가 갈등의 주체였다면 지금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양국 시민들이 직접 충돌하고 있으며 민간 차원의 반감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장기화로 인적 교류가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인터넷 공간에서만 서로를 접하는 2030세대가 일부 극단적인 의견을 상대국의 보편적인 정서로 받아들이며 논란이 빠르게 확산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 교수는 “이 경우 정부의 중재에도 갈등이 봉합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사드 보복으로 취한 한국의 대중문화 진출을 막는 이른바 ‘한한령’을 풀지 않으면서 한중 간 문화·관광산업 교류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양국 간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민간 교류의 질을 높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상숙 국립외교원 연구교수는 “단순히 교류를 확대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상대방의 정체성과 변화된 사회상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교류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홍정수 김민 김수현 이채완 기자 (이상 국제부)▽ 공동기획: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특별취재팀▽ 홍정수 김민 김수현 이채완 기자 (이상 국제부)▽ 공동기획: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 202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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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2030세대 52% “한미동맹 강화하되 中견제 신중해야”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외교 방향을 묻는 질문에 한국 2030세대가 가장 많이 한 답변은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되 중국 견제에는 신중해야 한다”(51.7%)였다. “미중 간 균형 외교를 추구해야 한다”(33.6%)가 그 다음이었고, “미국과 동맹을 강화해 중국 견제에 참여해야 한다”는 답은 12.3%였다. 동아일보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가 공동으로 의뢰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만 20∼39세 성인 남녀 4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다. 한국 MZ세대들이 반중국 정서가 강하지만 반도체 등 첨단기술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전략에 한국 정부가 앞장서 동참하면 경제적 피해가 만만치 않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응답자의 78.8%가 중국을 경제 협력이 필요한 국가로 본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여론조사와는 별도로 진행된 2030세대 심층 인터뷰에서 문경언 씨(29)는 “전기차 등 미래 산업에서 거대한 중국 시장이 중요하기 때문에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여론조사에서 “미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중국과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답은 1.7%에 불과했다. 미국을 경제적 측면(94.1%)과 안보적 측면(93.2%)에서 모두 “중요하기 때문에 협력이 필요한 국가”로 꼽았다. 2030세대는 대만 문제에 대해 중국에 강경한 인식을 보였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해 중국이 대만 주변 해역에서 군사훈련을 벌인 데 대해 76.6%가 “정당하지 않다”고 답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서는 70.6%가 “정당하다”고 응답했다. 특별취재팀▽ 홍정수 김민 김수현 이채완 기자 (이상 국제부)▽ 공동기획: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특별취재팀▽ 홍정수 김민 김수현 이채완 기자 (이상 국제부)▽ 공동기획: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 202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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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Z세대 79% “中 싫다”… 北-日보다 호감도 낮아

    “중국 하면 감옥이라는 이미지가 떠올라요. 중국인은 스스로가 감옥에 갇혀 있는 줄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중 수교 30주년인 24일을 앞두고 동아일보와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가 한중 2030세대 각각 10명씩 모두 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층 인터뷰에서 한국인 박모 씨(25)는 이렇게 말했다. 중국에 대한 한국 MZ세대들의 부정적 인식은 동아일보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 성균중국연구소가 공동으로 의뢰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11∼14일 전국 만 20∼39세 성인 남녀 4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확인됐다. 호감도를 ‘매우 비호감’(0점)부터 ‘매우 호감’(10점) 척도로 평가해 달라고 물었을 때 나온 중국에 대한 평균 호감도는 2.73점에 그쳤다. 미국(6.76점)은 물론이고 일본(3.98점), 북한(2.89점)보다 낮았다. 중국에 대해 비호감 평가(10점 만점 중 0∼4점) 비율은 응답자 중 78.8%에 달했다. 0점을 준 비율이 3점을 준 비율(21.8%)과 비슷한 20.5%였다. 응답자들은 중국에 대한 비호감의 이유로 ‘김치와 한복이 중국에서 기원했다는 주장’(48.2%)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중국의 홍콩 민주화 시위 진압과 신장위구르 등 인권 침해 문제’(35%), ‘첨단기술·인재·정보 유출과 지식재산권 침해’(29.3%), ‘중국 공산당의 일당 통치 등 정치체제’(26.4%),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18.8%) 순이었다. 별도로 진행된 심층 인터뷰에서 전모 씨는 “김치 문화를 중국 것이라고 한다면 내가 평생 누린 문화의 근본을 흔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중 관계가 나쁘다는 평가도 58.9%에 달했다. 한중 관계가 좋다는 평가는 5.3%에 그쳤다. ‘한국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고압적 외교 및 태도’(52.9%)가 관계 악화 원인으로 가장 많이 제시됐다. 호감 여부와 상관없이 중국에 대해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요소를 말해 달라는 질문에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요소가 없다”(31%)는 답변이 자연환경과 역사유적(32.1%)이라는 의견과 비슷한 비율로 많이 꼽혔다. 전문가들은 중국에 대한 정서적 유대감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균중국연구소 소장인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2030세대의 부정적 인식이 여과 없이 확산되면 미래 한중 관계의 가교가 매우 취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욱연 서강대 중국문화학과 교수는 “교류가 실질적 혜택으로 이어진다고 젊은층들이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선(14%) 및 무선(86%) 전화 면접으로 실시된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8%포인트다.“中, 경제-안보 韓 압박 말아야 관계개선” 60%… “호감 0점” 21% MZ세대가 보는 중국-韓中관계“中 고압적 외교 탓 관계악화” 53%… “10년뒤 관계 더 나빠질 것” 30%20~24세 78% “中 가고 싶지 않아”… “中과 경제협력 해야” 79% 동의안보협력 두고는 찬반 의견 팽팽 동아일보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가 공동으로 의뢰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한국의 2030세대의 75.3%는 한중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관계 개선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중국이 경제·안보 분야에서 한국을 압박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60.2%)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현재 한중 관계가 나쁜 원인으로 ‘한국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고압적 외교 및 태도’(52.9%)를 가장 많이 꼽은 것과 일맥상통한다. 한국의 MZ세대들은 중국이 한국을 동등한 파트너로 존중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한국이 해야 할 일을 요구하는 모습을 양국 관계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한국이 응당 해야 할 5가지”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20∼24세 78% “중국 가고 싶지 않다”공세적으로 변한 중국의 외교정책을 탈권위주의 시대에 자란 한국 MZ세대들이 특히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성균중국연구소 소장인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중국이 힘이 커지며 매우 공세적인 태도로 바뀌었고 (사드) 보복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런 행태가 젊은 세대에겐 일종의 ‘꼰대 문화’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만 20∼39세 성인 남녀 42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이 중국에 비호감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로 한복이나 김치가 중국에서 기원했다는 주장(48.2%)을 꼽았다. 중국이 역사와 문화에서 한국을 함부로 대하는 태도가 깔려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별도로 동아일보와 성균중국연구소가 진행한 심층인터뷰에 응한 임동준 씨(24)는 “역사적으로 수천 년간 갑을관계로 지냈다는 인식에 중국이 한국을 속국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런 인식은 향후 한중 관계에 대한 전망에도 영향을 미쳤다. 여론조사에서 10년 뒤 한중 관계가 “더 나빠질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30%로 나타났다. “더 좋아질 것”이라고 평가한 응답자는 16%에 그쳤다. 51.9%는 “현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고 했지만 58.9%가 현 한중 관계를 나쁘다고 평가한 것을 감안하면 ‘나쁜 한중관계가 유지될 것’이라고 본 셈이다. 중국에 대한 비호감은 중국인에 대한 비호감에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인에 대한 호감도를 ‘매우 비호감’(0점)부터 ‘매우 호감’(10점) 척도로 평가해달라고 물었을 때 0점 비율이 22.8%로 가장 높았다. 평균 점수는 2.64점, 비호감이라고 답한 비율은 74.4%에 달했다. ‘중국을 방문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65.4%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20∼24세는 방문 의사가 없다는 답변이 78%로 특히 높았다. 호감도와 상관없이 중국의 긍정적 요인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긍정적인 면이 없다’는 대답이 31%로 ‘중국이 제공하는 경제적 기회와 성장 잠재력’(24%)보다 많았다. 가장 비중이 높은 답은 ‘자연환경과 역사유적’(32.1%)이지만 “긍정적 요소가 없다”는 답과 별 차이가 없었다.○ 78.8% “中과 경제협력 필요” 그럼에도 응답자의 78.8%가 ‘중국이 경제적 측면에서 중요하므로 협력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경제 협력의 이유로는 “인구가 많고 거대한 시장이기 때문”(42.3%), “중국에 대한 한국의 경제·무역 의존도가 높기 때문”(36.7%)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반면 안보적 측면에서 중국을 협력 대상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49.7%)와 그렇다(48.7%)는 비율이 팽팽했다. 다만 ‘매우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8.3%인 반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27.2%였다. 안보 협력 대상이 아닌 이유로는 ‘중국이 주변국과 정치·경제·안보 분쟁을 일으킬 위험이 있기 때문’(38.9%)이라는 답을 가장 많이 꼽았다. 안보 협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40.8%)가 가장 많았다. 이 교수는 “젊은 세대가 현실적 감각을 갖고 있다”며 “중국의 행태가 개선되면 한중 관계가 모멘텀을 찾을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홍정수 김민 김수현 이채완 기자 (이상 국제부)▽ 공동기획: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특별취재팀▽ 홍정수 김민 김수현 이채완 기자 (이상 국제부)▽ 공동기획: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 202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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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선 말 잘못하면 생명 위협” vs “韓, 누구나 대통령 비난해 놀라”

    “(중국 당국을 비판했다가 탄압을 받은)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사태를 보며 중국은 말을 잘못 하면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도 있는 나라라는 생각에 불신이 커졌습니다.”(한국인 직장인 동석·가명) “건드리면 안 되는 특정 부분이 있긴 하지만 중국에 살면서 자유롭지 않다는 느낌은 못 받았습니다. 한국은 지나치게 자유로운 것 같아요. 누구나 대통령 비난을 많이 해서 놀랐어요.”(중국인 대학원생 슈잉·가명) 12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국제관에선 ‘너무 다른’ 한국과 중국의 2030세대가 만나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동아일보는 24일 한중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와 공동으로 한국과 중국의 2030세대 6명씩을 선정해 두 차례에 나눠 토론을 진행했다. 참가자 명단은 별도로 실명으로 밝히되,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참가자들이 공개를 원하지 않아 가명으로 표기한다.○ 정치체제·표현의 자유 두고 격렬 논쟁한중 젊은이들이 가장 격렬하게 맞붙은 주제는 양국의 정치체제였다. ―슈잉: 한국에선 정당들의 목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요. 정당이 바뀌면 정책도 바뀌고, 한국을 대표할 목소리가 없어요. 근데 중국은 그게 보여서 마음이 든든합니다. ―동석: 국가가 꼭 일관된 목소리를 내야 하나요? 지금은 국민 수준이 높아져서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시대예요. (한국에선 중국과 달리) 문제가 생기면 선거로 심판할 수 있으니 다행이죠.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던 지윤도 입을 열었다. ―지윤: 정치는 원래 시끄러워야 해요. 비판도 필요하고요. 한국은 중국공산당처럼 지도자 한 명이 모든 것을 이끌어가길 원치 않아요. ―슈잉: 국제 이슈가 있을 때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이 입장을 말하면 믿음이 가요. 그런데 한국에선 정부 발표를 야당이 부정하고 가끔은 (정부) 스스로도 부정하고…. 제가 이렇게 말하면 (한국인들은) ‘중국에서 사상교육을 너무 잘 받았다’고 하는데 저는 실제로 한국의 정치체제가 전혀 부럽지 않아요. 토론은 양국 지도자를 바라보는 한중 청년들의 상반된 시각으로 이어졌다. ―동석: 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얻고 있는 80%라는 지지율이 과연 진정한 지지를 뜻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타오: 한국에서는 퇴임한 대통령을 너무 심하게 ‘청산’해서 혼란이 생기는 것 같아요. 중국인들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은 한국 대통령’이라고 농담을 하기도 해요. ―수현: 정치 보복이 반복돼온 것은 아쉽지만 평등한 사회에선 전직 대통령이라도 죄를 지으면 처벌하는 게 당연합니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와 관련해선 당시 한국 대학 캠퍼스에서 중국인 유학생이 ‘홍콩 지지’ 대자보를 훼손한 사건에 대해 의견이 갈렸다. ―옌: 중국 입장에선 한국 학생들이 ‘반정부 폭동’을 지지하는 것을 반대할 수밖에 없어요. ―정원: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소통의 창구를 닫아버린 건 책임져야 합니다.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서도 논쟁이 벌어졌다. ―융: 사드 배치는 미국이 패권국가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서연: 사드는 북한의 미사일을 막기 위한 방패에 불과합니다. 한국의 주변국들은 대부분 핵무기라는 ‘칼’까지 가지고 있지 않나요? ○ 김치·한복 논란 간극 못 좁혀한국 2030세대들은 최근 김치와 한복이 중국에서 기원했다는 논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중국 젊은이들은 “과장된 논란”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웨이: 한국 김치와 중국 쓰촨 파오차이(泡菜·채소절임)는 결국 비슷한 문화를 바탕으로 다르게 발전한 것인데 굳이 기원을 따지며 싸워야 할까요? ‘굳이’라는 표현에 한국 측 토론자들의 눈썹이 올라갔다. ―서연: 충분히 논쟁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중국이 벌여왔던 동북공정의 기조가 ‘(지금) 우리 지역, 우리 민족에게 일어났던 역사는 우리의 역사’라는 거잖아요. ―지윤: 한국인은 김치볶음밥에 김치찌개를 김치와 먹는 사람들이에요. 어릴 때부터 공유하던 한복과 김치가 사실 중국 것이었다는 주장은 정체성을 흔드는 일이에요. 중국 토론자들은 “배추김치는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 음식”이라며 “정상적인 중국인이라면 ‘조선족이 중국의 소수민족이기에 한복도 중국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한복·김치 논란은 한국의 오해”라는 중국 토론자들과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주장”이라는 한국 토론자들 간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 “민간 교류·대화 막히면 안 돼”한중 MZ세대들은 뜨겁게 논쟁하면서도 상대에 대한 편견을 일부 인정해 공감대를 넓혀가려는 모습도 보였다. ―수현: ‘중국인은 교양이 없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워낙 큰 나라에서 벌어진 지엽적인 사례들이 부각됐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융: 중국은 서양 열강의 침략과 내전을 겪다 보니 다양성을 추구하기보다 체제에 순응하는 데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토론자들은 한중 관계를 개선하는 길은 결국 대화와 교류라는 점에도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 연우는 “정부 사이 정치적 긴장 관계로 민간의 자연스러운 대화가 막히지 않도록 다양한 교류 플랫폼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웨이는 “언론이 양국의 정보를 좀 더 다양하게 보도한다면 갈등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 2030 심층토론 참석자한국인: 문경언(29) 박기배(25) 유시진(32) 임동준(24) 전유진(24) 최한별(22)중국인: 가오천(27) 란닝(25) 쉬카이(25) 왕태얼(20) 원아이롄(26) 한청쉬엔(22)참가자 명단은 실명으로 밝히되 기사에서 발언자는 참가자들의 의사에 따라 가명으로 표기 특별취재팀▽ 홍정수 김민 김수현 이채완 기자 (이상 국제부)▽ 공동기획: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특별취재팀▽ 홍정수 김민 김수현 이채완 기자 (이상 국제부)▽ 공동기획: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 202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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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약 검사’ 받은 30대 핀란드 총리, 춤추는 영상 또 유출

    연예인을 비롯한 친구들과 술 마시고 춤추는 파티 동영상이 공개돼 스스로 마약 검사까지 받은 산나 마린 핀린드 총리(37)가 이번에는 나이트클럽에서 핀란드 유명 남성 가수와 춤추는 영상이 추가로 19일(현지 시간) 공개돼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토요일인 6일 오전 4시경 수도 헬싱키의 클럽에서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 영상에는 마린 총리가 핀란드 팝스타 올라비 우시비르타와 껴안고 대화하면서 춤추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일부 핀란드 매체는 우시비르타가 마린 총리 목에 입을 맞춘 것으로 추정된다며 ‘불륜설’을 제기했다. 2020년 결혼한 마린 총리는 남편, 딸과 함께 살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우시비르타는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우리는 친구이며 부적절한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마린 총리도 기자회견에서 “(그의) 귀에 대고 얘기한 것”이라며 불륜설을 부인했다. 마린 총리는 또 여가에 춤을 춘 것은 총리 업무와 관련 없는 사생활이며, 첫 클럽 영상이 공개된 뒤 마약 검사를 받았다고도 강조했다. 일부 핀란드 여성들은 SNS에 ‘#산나와 연대를’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클럽에서 춤추는 자신의 영상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영상이 촬영됐을 시간에 마린 총리가 부재 시 업무 대행을 지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업무 공백이 초래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핀란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절차가 진행 중인 엄중한 시기에 국가 수장으로서 품격을 훼손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2-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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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인구 감소 우려에 “불필요한 낙태 제한”

    중국이 16일 낙태를 제한하고 불임치료를 지원하는 내용의 임신·출산 지침을 내놓았다.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지만 낙태율은 세계 최고 수준인 중국이 인구감소 우려에 대응책을 강화한 것이다. 중국 국가보건위원회는 이날 홈페이지에 “결혼과 출산에 우호적인 사회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조성하고 출산 지원 시스템 구축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세제, 보험, 교육, 주거 등 전방위적인 임신·출산 장려정책을 발표했다. 보건당국은 “출산율을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해 인구의 장기적 균형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며 “의학적으로 불필요한 낙태를 줄이겠다”라고 밝혔다. 불임·난임 치료를 위한 난자 냉동, 체외수정 등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낙태 제한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에서는 1980년 도입한 ‘한 자녀 정책’의 여파로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가임 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지난해 기준 1.16명으로 떨어졌다. 반면 낙태율은 여전히 높아 올해 신생아 수가 사상 최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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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ICBM ‘미니트맨3’-中 신형 방공미사일 시험발사…군사 긴장 고조

    미국이 3대 핵전력 중 하나로 꼽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의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16일(현지 시간) 밝혔다. 중국도 10월 미국과 인도의 합동훈련을 앞두고 최신형 단거리 방공미사일인 훙치(紅旗·HQ)-17A를 시험발사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 공군지구권타격사령부(AFGSC)는 이날 오전 12시 49분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시험용 대기권 재진입체를 장착한 미니트맨3이 태평양 마셜제도의 환초까지 약 6760km를 비행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앞서 2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뒤 중국이 대규모 군사훈련을 전개하며 반발하자 정기 시험발사를 미뤘는데, 이를 내주 한미 연합훈련을 앞두고 진행한 것이다. AFGSC는 이번 시험발사에 대해 “미국 핵전력의 대비태세를 보여주고 핵 억지력의 치명성과 효과에 대한 신뢰를 주기 위해 이뤄졌다”라며 “지금의 세계정세와는 관련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인민사령군 신장군구가 최근 인도와의 접경지대에서 지대공 방어미사일인 HQ-17A를 두 차례 시험 발사했다고 17일 보도했다. SCMP는 시험비행 첫 시도에서는 저고도에서 비행하는 목표물을 맞췄고, 두 번째 시도에서는 강력한 전자파 간섭에도 불구하고 회피시스템을 이용해 목표물을 명중시켰다고 전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출신 군사전문가 웨강(岳剛)은 “미국과 인도의 합동훈련은 중국으로 통하는 관문에서 병력을 과시하는 것이지만, 중국은 전쟁을 준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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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원형·오미크론 모두 겨냥 모더나 ‘2가 백신’ 세계 첫 승인

    영국 보건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일으키는 초기 원형 바이러스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를 둘 다 겨냥하는 백신을 15일(현지 시간) 공식 승인했다. 2020년 초 중국 우한에서 발견된 초기 바이러스와 오미크론 변이를 동시에 예방하는 ‘2가 백신’을 승인한 것은 영국이 처음이다. 로이터·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은 미국 제약사인 모더나가 만든 2가 백신을 성인용 추가 접종(부스터샷)에 사용한다는 조건으로 승인했다. 모더나는 6월 임상시험 자료에 따르면 해당 백신을 4차 접종한 경우 오미크론 바이러스에 대한 중화항체가 8배 늘었다고 밝혔다. MHRA는 이번 2가 백신의 부작용은 기존 백신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일반적으로 가볍고, 자가 치료되는 정도”라고 언급했다. 모더나는 해당 백신이 우세종으로 확산된 오미크론 하위변이 BA.4와 BA.5에 대해서도 더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모더나는 호주와 캐나다, EU에서도 해당 백신의 규제 승인 신청을 마쳤다. 준 레인 MHRA 청장은 이번 백신에 대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점차 진화함에 따라 영국을 보호하기 위한 예리한 도구”라고 설명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2-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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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WP “이상기후로 집중 폭우 늘어… 현 배수시설로는 피해 못막아”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잇달아 발생하는 집중 폭우 등 ‘극한 강수(降水)’ 피해가 수십 년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기후 연구자들은 “하수처리 및 배수 시설 등 현재의 기반시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과거의 기후’에 맞춰 설계됐다”며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를 막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6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비영리단체 클라이미트센트럴이 미국 246개 지점에서 1950년과 지난해 하루 강수량을 비교 분석한 결과 72%인 178곳에서 최다 강수량 기록이 경신됐다. 또 이 단체의 다른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50개 조사 지역 중 90%에서 시간당 강수량이 1970년보다 늘었다. 이 단체는 “1년 동안 내린 비의 총량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줄었지만 집중 홍수 빈도와 강도는 더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알래스카 페어뱅크스에서는 시간당 강우량이 50년 새 50% 가까이 늘었고 텍사스 엘패소에서는 40%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대기가 머금은 수증기 양이 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진단했다. 클라이미트센트럴의 젠 브레이디 연구원은 “홍수 피해를 키우는 것은 연간 총강수량이 아니라 하루에 내리는 강수량”이라고 지적했다. 한 번에 쏟아지는 강수량이 크게 늘어 유럽 호주 중국 등에서도 폭우로 인한 도로 침수, 감전 사망 같은 피해가 잇따른다고 WP가 전했다. 현재 사용되는 하수처리시설이나 도로 교량 배수로를 비롯한 기반시설은 과거 강수량에 맞춰 만들었기 때문에 최근 폭우를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집중 폭우가 우리의 뉴노멀(새로운 표준)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 조기경보 시스템에 투자하고 폭우나 해수면 상승 같은 기후변화 현상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2-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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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한 강수 피해, 계속될 수도…과거 기준으로 만든 하수·배수처리 시설 안맞아”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잇달아 발생하는 집중 폭우 등 ‘극한 강수(降水)’ 피해가 수십 년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기후 연구자들은 “하수처리 및 배수 시설 등 현재의 기반시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과거의 기후’에 맞춰 설계됐다”며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를 막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6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비영리단체 클라이미트센트럴이 미국 246개 지점에서 1950년과 지난해 하루 강수량을 비교분석한 결과 72%인 178곳에서 최다 강수량 기록이 경신됐다. 또 이 단체의 다른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50개 조사 지역 중 90%에서 시간당 강수량이 1970년보다 늘었다. 이 단체는 “1년 동안 내린 비의 총량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줄었지만 집중 홍수 빈도와 강도는 더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알래스카 페어뱅크스에서는 시간당 강우량이 50년 새 50% 가까이 늘었고 텍사스 엘패소에서는 40%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대기가 머금은 수증기 양이 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진단했다. 클라이미트센트럴의 젠 브래디 연구원은 “홍수 피해를 키우는 것은 연간 총 강수량이 아니라 하루에 내리는 강수량”이라고 지적했다. 한번에 쏟아진 강수량이 크게 늘어 유럽 호주 중국 등에서도 폭우로 인한 도로 침수, 감전 사망 같은 피해가 잇따른다고 WP가 전했다. 현재 사용되는 하수처리시설이나 도로 교량 배수로를 비롯한 기반시설은 과거 강수량에 맞춰 만들어졌기 때문에 최근 폭우를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집중 폭우가 우리의 뉴노멀(새로운 표준)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 조기경보 시스템에 투자하고 폭우나 해수면 상승 같은 기후변화 현상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2-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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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가폭등’ 아르헨티나 경제수장 한달만에 또 교체

    경제난이 덮친 아르헨티나는 경제장관이 한 달 만에 교체됐고, 대통령이 부패 혐의로 수사 받은 페루에서는 국무총리가 1년 새 네 명이나 낙마했다. 남미 일부 국가의 정권 혼란이 심각하다. 세르히오 마사 아르헨티나 신임 경제장관은 3일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통령궁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업무를 시작했다. 마사 장관은 국가 권력서열 3위 하원의장직을 사임하고 기존 경제부와 생산개발부 농림축산수산부를 통합한 ‘슈퍼 경제부’를 이끌게 됐다. 올 6월 물가 상승률이 64%나 치솟은 아르헨티나에서는 최근 약 한 달간 경제 수장이 두 번 바뀌었다. 지난달 2일 마르틴 구스만 경제장관이 물러나고 이틀 뒤 실비나 바타키스 장관이 취임했지만 딱 한 달을 버틴 것.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는 마사 장관에 대해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정권의 경제난 극복을 위한 마지막 총알”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 2월 취임한 아니발 토레스 페루 총리는 3일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대통령 최측근인 토레스 총리는 트위터에도 “개인적인 이유로 물러나 대학교수로 돌아가겠다”는 사직서 내용을 올렸다. 카스티요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한다면 지난해 7월 정부 출범 후 벌써 네 번째 총리 사퇴다. 페루는 심각한 연료난에 직면해 있다. 카스티요 대통령은 최근까지 자신과 측근의 5가지 부패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야권은 그에 대해 두 차례 탄핵을 시도했다. 이 와중에 토레스 총리까지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국정 혼란은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페루 일간 엘코메르시오의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74%는 ‘카스티요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2-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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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中 충돌에 뒤숭숭한 대만… 총기사용 배우는 청년 늘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방문으로 최고조에 이른 미국과 중국의 긴장 관계를 지켜보는 대만은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던 대만인에게 양국 마찰이 중국의 군사 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펠로시 방문 후 커지는 불안영국 BBC방송은 펠로시 의장 방문을 앞둔 지난달 31일 대만 수도 타이베이 근교에 있는 총기훈련소 풍경을 이달 2일 보도했다. 폐쇄된 공장 창고에서 젊은이 30명이 공기총 등을 활용해 기본적인 총기 사용법을 배우고 있었다. 그 옆 건물에서는 방탄복을 입고 헬멧을 쓴 훈련생들이 시가전 훈련을 하고 있었다. 훈련소 운영자인 맥스 장 씨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월 말 이후 수강생이 50%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강한 나라가 더 작은 이웃 나라를 침략할 수 있다는 현실을 깨닫기 시작했다”며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일이 이곳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중급반에서 총에 탄환을 장전하던 리사 쉐 씨도 BBC에 “중국이 전쟁을 일으킨다면 나와 가족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총기 사용법을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린창쭤(林昶佐) 입법의원(국회의원)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대만 국민이 국방력 강화를 지지한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난다”라며 “특히 젊은 세대는 조국을 수호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대만 사회 불안감은 펠로시 의장 방문이 공식화된 뒤 더 급격히 커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오랫동안 중국과 긴장관계 속에서 살아온 대만인들은 최근까지도 “우리는 수십 년간 매일 중국의 침략 위협을 받고 있다. 펠로시 의장 방문도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 방문이 확정된 뒤 대만 언론 롄허(聯合)보가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64%는 ‘대만해협을 불안정하게 만들기 때문에 환영하지 않는다’고 부정적 태도를 나타냈다.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전쟁 시 대피 방법까지 거론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펠로시에 대한 찬반 엇갈려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찾은 1박 2일 동안 거친 행선지 곳곳에서는 그의 방문을 두고 엇갈린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단체들은 펠로시 의장이 머문 그랜드하이엇호텔과 타이베이 쑹산공항 앞에서 ‘대만인은 펠로시 의장을 열렬히 환영한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중국은 대만이 아니다”라고 외쳤다. 대만에서 가장 높은 건물 타이베이101 외벽에는 ‘TW(대만)♥USA’라는 대형 메시지가 비춰졌다. 반면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미국인은 나가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미국은 중국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3일 펠로시 의장이 찾은 대만 의회 앞에서도 양측이 맞불 시위를 벌이며 긴장감을 높였다. 호주국립대 쑹원디 객원교수는 2일 미 뉴욕타임스(NYT)에 “대부분 대만인은 이번 방문을 강력한 미-대만 관계의 중요한 신호로 인식하며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NYT는 “대만 일각에서는 펠로시 의장 방문이 대만을 미중 간 지정학적 싸움판의 말(馬)처럼 보이게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덧붙였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2-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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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자 친구 많은 아이, 빈곤 벗어날 가능성 커”

    저소득층 아동이 ‘부(富)의 사다리’에 올라타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종이나 가족 구성, 학군보다 고소득층 자녀들과의 우정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부자 아이와 가난한 아이의 교류가 활발한 지역일수록 계층 상향이동이 자주 일어났다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 조직인 ‘오퍼튜니티 인사이트’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1일 게재했다. 연구진이 25∼44세 미국 인구의 82%에 해당하는 7030만 명의 페이스북 친구관계를 분석한 결과 저소득층 어린이라도 친구의 70% 이상이 고소득층인 지역에서 자란 경우 성인이 된 뒤 미래 소득이 20%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부유한 급우들과 단순히 같은 학교를 다니는 것을 넘어, 서로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많이 해야 계층 상향 이동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역별로 저소득층에서 탈출하는 비율이 서로 다른 이유를 밝혀냈다”고 평가했다. 저소득 가정 출신으로 가족 중 처음으로 대학원을 졸업한 뒤 변호사로 일하는 지매리엘 보위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고등학교에서 부유한 친구들과 우정을 쌓으면서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해하게 됐다”며 “그때 경험이 내 삶에서 큰 차이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미국 사회는 이런 계층 간 우정이 점점 줄어들도록 구조화되고 있다”며 “사회가 불평등해지면서 부모들이 자녀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압박감에 자녀가 저소득층과 어울리기를 꺼리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사회가 점점 더 분리되며 가난한 아이들이 기회를 잃고 있다”며 계층 통합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2-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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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난해도 부자 친구 많으면 저소득층 탈출 확률 높아져”

    저소득층 아동이 ‘부(富)의 사다리’를 올라타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종이나 가족 구성, 학군보다 고소득층 자녀들과의 우정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부자 아이와 가난한 아이의 교류가 활발한 지역일수록 계층 상향이동이 자주 일어났다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 조직인 ‘오퍼튜니티 인사이트’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1일 게재했다. 연구진이 25~44세 미국 인구의 82%에 해당하는 7030만 명의 페이스북 친구관계를 분석한 결과 저소득층 어린이라도 친구의 70% 이상이 고소득층인 지역에서 자란 경우 성인이 된 뒤 미래 소득이 20%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부유한 급우들과 단순히 같은 학교를 다니는 것을 넘어, 서로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많이 해야 계층 상향 이동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즈(NYT)는 “지역별로 저소득층에서 탈출하는 비율이 서로 다른 이유를 밝혀냈다”고 평가했다. 저소득 가정 출신으로 가족 중 처음으로 대학원을 졸업한 뒤 변호사로 일하는 지매리엘 보위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고등학교에서 부유한 친구들과 우정을 쌓으면서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해하게 됐다”며 “그때 경험이 내 삶에서 큰 차이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미국 사회는 이런 계층간 우정이 점점 줄어들도록 구조화되고 있다”며 “사회가 불평등해지면서 부모들이 자녀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압박감에 자녀가 저소득층과 어울리기를 꺼려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사회가 점점 더 분리되며 가난한 아이들이 기회를 잃고 있다”며 계층 통합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2-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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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여고생들 만화왕국 日서 ‘만화 고시엔’ 우승

    ‘만화의 왕국’ 일본에서 열린 전국 고등학생 만화경연대회에서 한국 고교생들이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지난달 31일 일본 고치현에서 열린 ‘제31회 만화 고시엔’ 결승전에서 광주 전남여고 학생들이 1위에 오른 것이다. 결승전에 진출한 20개 학교 중 한국 학교는 전남여고가 유일했다. 이번 대회에 화상으로 참석한 김서영 송의연 양(3학년)과 김혜령 이채은 양(2학년)은 결과가 발표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비명을 지르고 눈물을 글썽이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학생들은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영광이다”라며 “(본선이 열린 이틀이) 정말 길고도 짧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만화 고시엔은 1992년 시작돼 신인 만화가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는 일본 최대 규모의 고교 만화경연대회다. 만화 ‘호빵맨’의 작가 야나세 다카시를 배출해 ‘만화의 도시’로 불리는 고치현에서 매년 열린다. 올해는 일본 국내외에서 179개 학교가 참가했다. 경연은 주어진 주제를 5시간 30분 동안 종이 한 장에 표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5년 전인 2017년 대회에서는 한국 최초로 전남예고가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상냥한 세계’를 주제로 열린 이번 결승전에서 전남여고 참가자들은 일본의 전철역에서 길을 잃은 학생들이 문신을 한 남성에게 도움을 받는 에피소드를 통해 ‘사람을 외모가 아닌 내면의 모습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표현했다. 학생들은 처음에 “일본 야쿠자다!”라며 겁을 먹지만, 알고 보니 그 문신은 대회장까지 가는 길을 안내하는 지도였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상냥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문신을 활용해 반전이 있는 재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1위 수상자에게는 상금 30만 엔(약 295만 원)과 고급 물감 등의 상품이 주어진다. 김서영 양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외국 학교인 데다 원격으로 참가해서 수상을 기대하지 않았다”며 “얼떨떨하지만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미술과 애니메이션 분야 진학을 꿈꾸고 있는 이들은 “상금을 받으면 부모님께 드리고 싶다” “미술도구를 사고 싶다”며 들뜬 구상을 내놨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2-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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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진핑 3연임 길에 부동산 덫… “금융위기때보다 심각”[글로벌 포커스]

    《중국 부동산 부실이 심상치 않다. 부동산 기업의 잇따른 부도와 공사 지연, 제때 입주하지 못한 소비자들의 대출 상환 거부 움직임과 시위 등이 3연임을 앞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행보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부동산 부실, 흔들리는 민심 10월로 예정된 제20차 중국공산당 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지으려는 시진핑(習近平·사진) 중국 국가주석이 경제난에 따른 잇따른 민생 불만 시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분기(4∼6월) 성장률이 0.4%에 그칠 정도로 경기 둔화 조짐이 뚜렷한 상황에서 부동산 및 금융권 부실, 강력한 방역 통제 등에 따른 민생고로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력한 언론 통제로 관련 보도를 막고 있지만 장기 집권에 대한 국내외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사회 안정이 절실한 그에게 상당한 부담을 안기고 있다. 특히 부동산 부실은 심각한 수준이란 평가가 적지 않다. 시 주석은 양극화에 따른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해 지난해 8월 ‘공동부유(共同富裕·다 함께 잘살자)’ 개념을 주창했다. 이후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신규 대출 제한 등 강력한 규제를 펼치자 헝다그룹 등 대형 부동산 기업이 잇따라 부도를 냈다. 이로 인한 공사 지연으로 제때 집에 입주하지 못한 피해자들이 주택담보대출 상환 거부 운동을 벌이면서 부동산 위기가 금융 부문으로 전이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중국 부동산 경기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보다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및 경기 침체 징후 또한 중국 경제에 부담을 안기고 있다. 결국 28일 중국공산당 지도부 또한 당초 공언한 올해 성장률 목표 5.5% 달성이 어렵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짓다 만 아파트서 생활최근 웨이보, 더우인 등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건축이 중단된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동영상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중국에서는 이런 집을 ‘마무리가 좋지 않은 건물’이라는 뜻의 ‘란웨이러우(爛尾樓)’라고 부른다. 이들은 전 재산을 쏟아부어 아파트를 분양받고 분양금도 냈지만 건설사의 경영난으로 공사 중단이 장기화하자 어쩔 수 없이 이곳에 들어와 살고 있다. 마감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고 전기와 수도조차 없는 시멘트 덩어리 위에서 최소한의 생필품만 갖추고 살아가는 것이다. 곳곳에서 란웨이러우가 속출하면서 일부 피해자들은 공동 대응에 나섰다. 14일 중서부 산시성 시안에서는 1000여 명의 시위대가 시내 중심가의 은행 감독국 건물을 에워싸고 시위를 벌였다. 아파트 분양 대금을 이미 납부했는데도 불구하고 아파트 건설이 중도에 중단되면서 입주하지 못한 분양자들이 모여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부동산 회사들이 집을 완공하기 전에 미리 집을 팔 수 있으며, 주택 구매자는 집이 완성되기 전부터 담보 대출 상환을 시작한다. 시위대는 대부분 건설 중인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상태였다. 아파트 공사 중단은 입주자들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은행권 부실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들은 당국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로 아파트 건설이 중단됐다고 보고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공사 중단 아파트의 일부 분양자들이 산발적 시위를 벌인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것은 처음이다. 앞서 지난달 말에도 파산 위기에 몰린 중국 최대 부동산 업체 헝다그룹의 아파트 공사 중단으로 입주하지 못한 피해자들이 집단적으로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거부했다. 곳곳의 비슷한 피해자들이 동조하면서 상환 거부 운동 또한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예전에도 공사 중단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대규모로 주택 공사가 멈춘 것은 유례가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광파(廣發)증권,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중국 내에서 건설이 중단된 주택건설 사업은 80개 도시, 230여 개에 달한다. 금액으로는 총 4조7000억 위안(약 932조 원) 규모의 주택 건설 공사가 중단됐다. 중단된 공사와 연계된 주택담보대출 금액 역시 2조 위안(약 390조 원)으로 추산된다.○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 우려도부동산 기업의 부도 역시 계속되고 있다.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된 바오룽(寶龍)부동산은 26일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 원금과 이자 2129만 달러를 상환하지 못해 부도를 맞았다. 중궈신원통신에 따르면 19∼26일 1주일 동안에만 바오룽을 포함해 4개의 부동산 기업이 자금 압박 속에 디폴트를 선언했다. 미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자금력이 약한 중국 부동산 개발 기업들의 디폴트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더 많은 디폴트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미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역시 최근 올해 중국의 부동산 판매가 전년 대비 약 30% 감소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큰 감소 폭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부동산 시장의 회복 또한 내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해외에 진출한 중국 부동산 기업 중 20%가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상반기 채권 디폴트(채무 불이행) 규모가 200억 달러(약 26조 원)로 이미 지난해 전체(약 11조 원)의 두 배를 넘어섰다고 19일 진단했다. 특히 상반기 역외 시장에서 채무 불이행을 선언한 중국 기업은 총 19곳이며 그중 18곳이 부동산 개발회사라고 전했다. 블룸버그 역시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의 채권은 317억 달러(약 41조 원) 규모이며 상반기 지급이 지연된 역외 채권 상환금 대부분이 부동산 개발회사의 책임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경제의 첫째 위기는 부동산, 두 번째 위기는 부동산 시장과 직결된 금융 및 은행 체계”라고 분석했다.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 경제에서 부동산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6.4% 정도다. 토지 구매 비용까지 고려하면 이 비율은 25%까지 올라간다. 부동산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위험하다는 의미다. 중국 컨설팅 업체 판테온 거시경제연구소 역시 중국 가계 자산의 70%가 부동산에 묶여 있고, 은행 대출의 30∼40%가 부동산 관련 대출이며, 지방정부도 수입의 30∼40%가 부동산에서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세부 지표에서도 부동산 개발업이 창출한 부가 가치는 1조8605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했다. 적지 않은 중산층은 부동산 침체로 결혼을 미루고 지출도 줄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인 A 씨는 은행 대출을 끼고 200만 위안(약 3억9000만 원)에 허난성 정저우의 아파트를 계약했다. 하지만 업체의 경영난으로 공사가 중단됐고 A 씨는 허공에 날아가 버린 아파트 대출을 갚기 위해 가처분소득의 90%를 쓰는 상황에 처했다. 이로 인해 그는 창업 및 승용차 구매 계획을 모두 포기했다. A 씨는 “비슷한 상황에 처한 다른 사람들과 뜻을 모아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을 것”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PCR 과잉 검사에 지방정부 재정도 바닥부동산 둔화의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히는 강도 높은 방역 정책의 후폭풍 또한 상당하다. 과도한 유전자증폭(PCR) 검사 강요에 대한 주민 불만이 커지고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 또한 커지고 있다. 25일 홍콩 밍보 등에 따르면 북동부 랴오닝성 선양의 주요 PCR 검사소가 문을 닫았다. ‘다바이(大白)’라 불리는 검사원들이 임금 체불에 맞서 파업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선양에서는 올 5월 24일 이후 두 달 넘게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당국은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사흘에 한 번 PCR 검사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뜩이나 재정이 빠듯한 지방정부가 검사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됐고 불만이 폭주한 이들이 파업으로 맞선 것이다. 베이징, 상하이 등 상반기 봉쇄를 겪은 대도시들 또한 공공장소 출입 시 72시간 내 PCR 검사 음성증명서 제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베이징 펑타이구에서도 PCR 검사원들이 임금체불 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 “부동산 부실은 지방정부 탓”발등에 불이 떨어진 당국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 당국이 1조 위안(약 192조 원) 상당의 자금을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출해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이 2000억 위안을 1.75% 수준의 저금리로 민간 은행에 제공하고 이들이 추가적으로 각자 보유한 자금을 보태 부동산 개발업체나 지방 중소은행에 다시 빌려준다는 의미다. 이 조치가 단순한 부동산 부양을 넘어 잇따른 시위에 따른 사회 불만과 동요를 잠재우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FT는 진단했다. 동시에 부동산 부실의 책임을 지방정부에 떠넘기려는 속내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은 28일 경제정책 관련 회의를 연 뒤 “부동산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이윤을 위한 투기는 계속 제한하겠다”며 지방정부가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성장과 민생고 시위의 도화선이 된 부동산 둔화의 책임을 중앙이 아닌 지방정부에 돌린 셈이다. 또 경기 둔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제로(0) 코로나’ 정책 역시 고수할 뜻을 밝혔다. 중앙정치국은 “방역과 경제 발전 업무를 효과적으로 처리해 우수한 방역 성과를 거뒀고, 경제 발전의 성과도 이뤘다”고 주장하며 현재의 방역 정책을 바꿀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다만 중앙정치국은 올해 전체로 성장률 둔화는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며 “하반기에 물가 안정 등을 통해 경제가 합리적 구간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보장해 ‘최선의 결과’를 쟁취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쓰던 ‘경제사회 발전 목표 달성’ 대신 ‘최선의 결과’란 용어를 사용한 것은 당초 목표했던 올해 5.5% 성장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제 가능” vs “위험“ 평가 엇갈려현재의 부동산 부실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에 관한 전문가 의견은 엇갈린다. 아직은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는 지적과 이대로 놔두면 위험하다는 반론이 팽팽히 맞선다. 시 주석의 3연임 가도에 미칠 영향에 관해서도 의견이 나뉜다. 김수한 인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가가 토지를 소유한 중국의 특성상 부동산으로 인한 민심 이반이 결국 지주(地主), 즉 국가를 향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의 위기가 우려할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당국이 ‘정의로운 중앙정부’와 ‘탐욕스러운 지방정부’로 갈라치기를 해서 지방정부의 부실 관리 등을 문제 삼겠지만 부동산 부실이 금융 부문으로 이전되면 중앙정부에 대한 불만 또한 급증할 수밖에 없어 예전에는 잘 통했던 이 해법이 계속 통할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반면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국제금융연구실은 “부동산 부실 공사 현장 개수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이라는 나라의 규모로 볼 때에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주택담보대출 상환 거부 운동이 중국 금융 체계 전반에 위협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 상황이 시 주석의 3연임 가도에도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2-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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