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저출산 인구감소의 악순환으로 2040년이면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절반이 소멸할 것이다.” 2014년 일본 생산성본부 산하에 설치된 일본창생회의가 이런 경고로 전국에 충격을 던진 뒤, 일본 정부는 지방창생성을 설치하고 지방 살리기를 위한 각종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창생회의 좌장인 마스다 히로야(增田寬也) 전 일본 총무상은 한 걸음 나아가 지방 소멸을 막아낼 방안을 제시한다. 지방 살리기의 열쇠는 ‘외지인, 젊은이, 바보(무모한 자)’가 쥐고 있다는 것. 젊은이는 지역의 미래를 그려내는 에너지원이 되고, 외지인은 지역민과 다른 발상법을 제공해 준다. 무모한 자는 용감하게 일을 실천에 옮긴다. 이달 중순 찾은 외딴섬 이키(壹岐)에서는 이런 도전이 한창이었다. 관과 민간이 연대해 출향자들의 U턴, 도시에서 살다가 연고가 없는 농촌으로 이주하는 I턴을 유도하고 ‘지방 살리기’나 ‘외딴섬이 불리하지 않은 일하는 방식’을 실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했다. 고향의 소멸을 막아내기 위한 몸부림이다.○ 한반도와도 인연 깊은 이키섬 후쿠오카(福岡)현 하카타(博多)항을 출발한 고속선이 약 1시간을 달려 도착한 나가사키(長崎)현 이키시. 인구 2만7000명에 강화도의 절반도 안 되는 면적. 에메랄드빛 바다에 둘러싸인 섬은 참치와 성게 등 해산물, 브랜드 쇠고기인 이키규(牛)가 유명한 미식의 땅이기도 하다. 규슈(九州)와 쓰시마(對馬)섬 사이에 있는 이키는 한반도와도 인연이 깊다. 고대로부터 한반도나 대륙과의 교역 요충으로 번성했다. 이키역사박물관에는 한반도와의 교류 역사를 보여주는 유적이 가득하고, ‘이키국(一支國)’이란 지명은 중국 역사서 ‘위지왜인전(魏志倭人傳)’에도 등장한다. 고대 일본의 풍경이 많이 남아 있어 일본문화청이 2015년 ‘일본유산 제1호’로 지정했다. 하지만 지금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섬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60년 전 5만 명이 넘었던 인구는 근 절반으로 줄었고 이 중 35.5%가 65세 이상 고령자다. 2014년 일본창생회의는 이키를 비롯한 외딴섬들의 인구가 2040년까지 소멸될 가능성이 60%가 넘는 것으로 추정했다.○ ‘해녀’ 동경해 섬으로 이주한 전직 엔지니어 12일 항구에서 만난 후지모토 아야코(藤本彩子·32) 씨는 지난해 2월 해녀가 되기 위해 이키로 이주했다. 그 전에는 대도시 요코하마(橫濱)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했다. 섬 연안에는 성게 전복 소라 등이 풍부하다. 하지만 고령의 해녀들을 이을 후계자가 없었다. 이키시는 2014년부터 전국에 해녀 후계자 모집에 나섰다. 여기에 응해 섬으로 온 후지모토 씨는 올해 5월부터 물에 들어갔다. 일단 주요 수입원은 정부가 어부지망생에게 3년 기한으로 지급하는 보조금 월 13만 엔이다. “TV에서 본 해녀의 모습에 반했어요. 매일 바다에 뛰어드는 조용한 생활이 즐겁습니다.” 그는 도회지 생활과 가장 큰 차이로 “모두가 따뜻한 눈으로 지켜봐준다”는 점을 들었다. 섬은 해녀 지망생 한 명이 온 것만으로도 활기를 얻었다. 그는 이날 선배 해녀 4명과 함께 물질을 했다. 후지모토 씨를 제외하면 모두 60대다. 리더 격인 시게이 미에코 씨(68)는 “그저 고맙지요. 잘 키워 놓고 은퇴해야죠”라고 했다. 사실 후지모토 씨는 외지 출신 해녀 2호다. 2014년 역시 해녀 후계자 모집에 이와테(巖手)에서 오카와 가나(大川香菜·32) 씨가 왔다. 오카와 씨는 그 뒤 현지 어부와 결혼해, 지난해에는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직접 잡은 해산물을 식탁에 내놓고 있다.○ 섬이 불리하지 않은 일하는 방식이란 섬은 육지와 멀리 떨어져 고립된 곳이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ICT)이 발달한 시대, 외딴섬이라는 불리한 입지를 기회로 바꿀 길은 없을까. 그 실험적 시도로 29일 ‘이키 텔레워크 센터’가 문을 연다. 방치됐던 대형 창고를 리뉴얼해 기업과 개인의 일터 및 교류처로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다. 텔레워크를 통해 도시 업무를 지방에서도 할 수 있고 사람과 일의 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공사가 진행 중인 텔레워크 센터에는 이미 후지제록스 나가사키, 후지제록스 지역창생영업부 등의 직원 5명이 이곳을 위성사무소로 삼아 일하고 있다. 10월 추가로 도쿄, 후쿠오카로부터 4개사가 들어올 예정이다. 이미 주부들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펀딩 교육을 실시해 10여 명에게 고정 수입이 있는 일자리를 마련해줬다. 2018년까지는 시설 이용자를 위한 단기 체류형 주택도 지을 예정이다. 민간기업인 후지제록스는 왜 이 사업을 적극 후원할까. 2년 전부터 이키섬에서 상주하며 사업을 이끌어온 다카시타 도쿠히로(高下德廣·51) 후지제록스 광역마케팅팀장은 “차세대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위한 공간으로 이곳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도심보다 일에 몰두하기 정말 좋다. 출퇴근에 시달리지 않고 사람에게 치이지 않고 훨씬 창의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외지인의 눈으로 해법 찾기 8월 문을 연 이키 산업지원센터(통칭 이키 비즈)의 모리 슌스케(森俊介·33) 센터장은 요즘 이키섬에서 가장 많은 기대를 모으는 인물이다. 섬은 폐쇄적이기 쉽다. 발전을 위한 자극제도 없는 반면 자신들의 장점도 깨닫지 못한다. 타인의 평가는 숨은 매력을 발견하는 지름길이다. 이키시는 외지인의 눈으로 섬 내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에게 신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매출 증대를 도울 센터를 만들기로 하고 지난해 11월부터 센터장 공모에 들어갔다. 이키시장의 월급 80만 엔보다 많은 ‘월 100만 엔(약 1016만 원)’이라는 파격 조건이었다. 일본 국내외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 보유자, 상징기업 임원, 경영자, 공인회계사 등 391명이 응모했고 이 중 최연소인 모리 씨가 선발됐다. 그는 도쿄에서 카페가 있는 도서실이나 격투기 피트니스 짐 개업에 성공하는 등 벤처창업가로 화제를 모았다. “섬 분들이 만든 물건은 품질은 좋은데 포장이 구식이거나 홍보가 전혀 안 돼 있어요.” 이날까지 60여 사업자를 상담한 결과를 그는 이렇게 정리했다. 가령 지역업자가 들고 온 동백기름. 품질은 깜짝 놀랄 정도로 좋은데 포장이나 가격은 수십 년간 그대로, 판로도 섬 일대와 규슈 일부 지역에 불과하다. “우선은 패키지 디자인을 개선하고 홈페이지를 만들고 홍보 방법을 연구하려 합니다.” 이 센터를 아낌없이 지원해주는 시라카와 히로카즈(白川博一·67) 이키시장의 포부는 크다. “이키에는 1500개 사업자가 있지만 대부분 가내공업 수준입니다. 고령화와 후계자 구하기에 어려움이 있죠. 이들 한 명 한 명이 매출 증대를 이뤄내 섬 전체가 활성화된다면 그것이야말로 궁극의 ‘섬 살리기’가 됩니다. 외딴섬이 일본의 희망이 될 수도 있어요.” 이키시가 이처럼 과감하게 전방위 섬 살리기 사업에 나서는 데는 중앙정부의 지원도 큰 힘이 됐다. 일본 정부는 올 4월 ‘유인국경외딴섬법’ 시행에 들어갔다. 인구 감소가 진행되는 국경 외딴섬 지역의 무인화를 막기 위해 10년간 한시적으로 지원을 약속하는 법이다. 여기 부응해 이키시가 적극적으로 판을 벌이면서, 올 한 해 정부지원금은 10억 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합계출산율은 2.1, 도시로부터 U턴 일본에서 출산율 상위권은 거의 섬들이 차지한다. 이키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도 2.1명으로 전국에서 열손가락 안에 꼽힌다. 섬 생활은 생활비가 적게 들고 가족은 물론 이웃까지 육아를 도와주는 문화가 있다. 도시보다 어린이를 소중히 여긴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문제는 젊은이들이 진학과 취업을 위해 섬을 떠나는 걸 막을 수가 없다는 점. 하지만 이런 가운데 U턴하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다. 외지에서 배우자와 함께 돌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키 사람들은 이들을 소중한 인재로 대접하고 일할 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해 애쓴다. 텔레워크 센터에서 이뤄진 클라우드 소싱 교육도 도시에서 사무직 등으로 일하던 외지 출신 아내들의 일거리 창출을 배려하고 있었다. 이키에서는 산도 건물도 야트막한 대신 한 사람 한 사람이 크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저널리스트 후지요시 마사하루(藤吉雅春)는 저서 ‘후쿠이 모델’에서 “미래는 지방에서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17. 통계청에 따르면 인구의 92%가 도시에서 산다. 한국에서도 지방을 살리자는 목소리가 높지만, 실천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키의 도전이 부럽지 않을 수 없다. 이키(나가사키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가 25일 중의원 해산 계획을 공식 표명할 예정인 가운데 마이니치신문은 그가 ‘9월 말 해산, 10월 총선’을 결단한 이유는 긴박한 북한 상황이 올해 말 이후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24일 보도했다. 그는 해산 총선거 일정에 대해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와 10일경 상의하며 “중국 공산당대회가 열리는 10월에는 큰 움직임이 없을 것이고, (10월) 총선 후 개각도 11월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일 일정 전에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는 것. 아베 총리에게는 외무성 등에서 “유엔 대북 제재 효과가 나타나는 올해 말 이후에 북한 정세가 급박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들어와 있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긴장 국면을 부추기면서도 해산 총선거로 한 달 가까이 국회 공백 사태를 불사하겠다는 일정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 우려가 작지 않지만, 정작 아베 총리는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아소 부총리는 예전부터 “쫓겨서 해산하면 이기기 어렵다. 해산을 미루면 정권 운영 핸들링이 어려워진다”며 조기 해산을 주장해왔다. 자신이 총리였던 2009년 7월 중의원 임기 만료 직전에 일정에 쫓겨 해산 총선거를 했다가 정권을 잃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충고다. 이 같은 계획에는 연립여당인 자민당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도 찬성했다. 그간 10월 총선거 일정을 잡은 이유에 대해서는 북풍에 힘입어 아베 내각 지지율이 어느 정도 회복된 점, 제1야당인 민진당이 혼란에 빠져 있고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신당이 체제를 갖추기 전 틈새를 노리며 아베 총리 본인의 학원 스캔들에 대한 추궁에서 벗어나기 위한 계산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한편 아베 대항마로 주목받는 고이케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희망의 당’이 26일 공식 출범을 선언한다고 이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고이케 지사는 도지사직을 유지하며 희망의 당 공동대표 혹은 고문을 맡아 ‘당의 얼굴’ 역할을 할 예정이다. 이날 일본 정부의 현역 차관급인 후쿠다 미네유키(福田峰之·53) 내각부 부대신이 자민당을 떠나 ‘희망의 당’에 참여하기로 해 아베 정권에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2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 대해 ‘한국 왕따’를 조장하는 듯한 일본 언론의 보도가 노골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23일 1면 해설기사로 이날 3개국 정상회의가 겉으로는 3개국의 결속을 어필했지만 실제로는 북한에 유화적인 문재인 한국 대통령을 미국과 일본 정상이 강하게 추궁하는 자리였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미일 연대로 ‘문 정권의 배신’ 추궁” 제하의 기사에서 “문 대통령이 바늘방석에 앉은 기분이었을 것”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신문은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800만 달러 대북 인도지원안에 대해 “북한에 대한 역(逆)메시지가 된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이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북한에는 핵·미사일 개발에 돌릴 돈이 있다. 그 돈을 인도 지원에 돌려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옆에서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고 전했다. 신문은 북한과의 대결 자세를 강화하는 두 정상에게 한국의 인도 지원 움직임은 ‘배신’으로 보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미일 정상회의장이 이처럼 얼어붙은 분위기인 가운데 갑자기 서프라이즈가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피 버스데이, 신조”라며 큰 소리로 외치자 정상회의장에 커다란 생일 케이크가 운반돼왔다. 이날 63세 생일을 맞은 아베 총리를 축하하기 위한 이벤트였다. 미국과 일본 양국 정부 관계자에게서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터져나왔고 아베 총리도 찌푸린 표정을 풀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날 한미일 정상회의는 점심을 곁들여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신문은 그 후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호텔에서 따로 회담을 1시간 가졌다며 “정말 중요한 얘기엔 한국은 안 끼워준다”는 자세를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청와대는 누적된 일본 언론의 의도적 보도에 격앙된 분위기다. 22일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직접 나서 “한미일 정상 간 만남을 둘러싼 악의적 보도와 관련해 해당 언론사와 일본 정부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반발했다. 미국도 한미일 정상회의 발언과 관련된 일부 일본 언론의 왜곡 보도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에 따르면 23일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와 전화 통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일본 언론이 한미일 정상회의 발언 내용을 수차례 왜곡했다”는 주장에 동의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한미일 3국의 공조에 균열을 불러올 수 있고, 이는 북한이 희망하는 상황”이라며 “매우 실망스럽고 우려스럽다는 미국 측 입장을 일본에 전달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불만은 새 정부 출범 이후부터 쌓여온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 언론에 의도적으로 왜곡된 정보를 흘리는 일본 정부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이 매우 격앙되어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시선도 곱지 않다. 24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1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에게 “일본 측이 언행에 신중을 기해 한반도 핵 문제에 건설적인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한상준·이세형 기자}
시원시원한 목소리와 힘이 넘치는 춤, 구릿빛 피부, 혼전임신과 출산휴가를 공표하는가 하면 이혼과 친모 피살 이후에도 가수 활동을 강행한 무쇠 같은 행보…. 작은 체구의 가수는 보수적인 일본 사회를 뒤흔들었다. 젊은 여성들에게 그는 연예인이 아닌 롤모델이었다. 한국에서도 1990년대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전에 이미 팬클럽을 보유한 몇 안 되는 스타 중 하나였다. 1990년대 ‘아무로 따라 하기’ 사회현상을 불러일으켰던 가수 아무로 나미에(安室奈美惠·40·사진)가 은퇴를 선언해 일본 열도가 충격에 빠졌다. 아무로는 40세 생일을 맞은 20일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에 데뷔 26주년이 되는 내년 9월 16일 은퇴한다고 발표했다. 홈페이지에서 그는 “오랜 세월 마음먹고 있었고 데뷔 25주년을 계기로 결의했다”며 1년 뒤 은퇴 의사를 표명하고 “남은 1년간 앨범이나 콘서트 등 최후까지 가능한 모든 것을 열심히 해 의미 있는 1년으로 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무로는 16일에 데뷔 25주년을 맞아 고향인 오키나와에서 기념콘서트를 가진 직후였다. 일본 언론은 이날 밤 뉴스부터 이 소식을 크게 전했다. 산케이신문은 1면에 기사를 싣기도 했다. 아무로는 오키나와 출신으로 1992년 아이돌 그룹 ‘슈퍼 몽키스’ 멤버로 데뷔한 뒤 1995년 솔로로 전향했다. 당대 최고의 음악프로듀서 고무로 데쓰야(小室哲哉)와 콤비를 이뤄 스타 가도에 올랐다. 1996년 발표한 앨범 ‘Sweet 19 Blues’는 약 305만 장이 팔려 당시 일본 앨범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1997년 싱글 ‘Can You Celebrate?’는 200만 장 넘게 팔렸다. 인기 절정이던 그해 댄스그룹 멤버 SAM(본명 마루야마 마사하루·55)과의 혼전임신을 발표해 팬들을 놀라게 했다. 아무로는 삶의 방식에서도 독자적인 스타일을 관철하면서 젊은 여성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통굽부츠, 갈색머리, 가느다란 눈썹 등 아무로 패션도 그의 추종자를 일컫는 ‘아무러(Amurer) 현상’에 일조했다. 연예계 밑바닥에서 출발해 정상급 스타의 자리에 오른 과정, 결혼과 출산에 따른 산후휴가를 갖는 모습에서 젊은 여성들은 이상적 삶의 스타일을 읽어냈다. 1999년에는 오키나와에서 생모가 살해당하는 불행한 사건을 겪었지만 꿋꿋이 극복하고 활동에 복귀했다. 최근 10년간은 미디어 노출을 줄이고 무대공연을 중시하며 아티스트로서의 이미지를 지켜왔다. 지난해에는 NHK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중계 주제곡 ‘Hero’를 불렀다. 아무로는 2005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몇 살까지 노래하고 춤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무대에서 쓰러지더라도 내가 할 수 있을 때까지 음악 활동을 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팬과 업계 관계자들은 충격 속에 너무 이른 은퇴를 애석해하고 있다. 한 음악평론가는 “삶의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친 아티스트였다. 그가 없었으면 1990년대 이후 댄스 뮤직 중심의 새로운 음악은 태어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일본 음악을 국내에 소개해온 제이박스엔터테인먼트의 김익래 대표는 “장년층도 공연 티켓과 음반을 열심히 구매하는 일본 팬 문화의 특성상 언제든 부도칸(武道館) 같은 큰 무대에 설 수 있는 가수인데 은퇴라니 의아하다”고 했다. 일본 언론은 아무로의 은퇴 이후 생활에 대해서도 관심을 쏟고 있다. 아무로가 최근 교토(京都)에 맨션을 산 걸로 보아 은퇴 이후 그곳을 중심으로 지내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임희윤 기자}
“신조(아베 신조)는 강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오찬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옆자리에 앉힌 채 이렇게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주재하는 자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대치하려면 힘이 필요하다. ‘신조’는 강하다”며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해 협력을 요청했다. 자리 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아베 총리와 동행한 소식통이 신문에 전했다. 두 사람은 북한 정세와 납치문제, 11월 상순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북한이 내놓는 발언은 예사롭지 않다. 보통이 아닌 상대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강한 단어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는 “‘모든 옵션이 있을 수 있다’는 (트럼프의) 강한 메시지가 중국과 러시아를 (제재 결의에) 협력적으로 만들었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의 ‘찰떡궁합’은 유엔 총회 연설에서도 나타났다. 아베 총리는 전날 트럼프에 이은 20일 기조연설에서 대부분을 북한 문제에 할애하며 “지금 필요한 일은 대화가 아니라 압박”이라고 호소했다. “북한에 대화는 우리를 속이고 시간을 버는 최상의 수단이었다. 무슨 희망을 갖고 똑같은 실패를 3번째나 하려고 하는가”라며 “우리는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올라 있다’는 미국의 대북 태도를 일관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도 언급했던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다. 20일 미 뉴욕타임스(NYT)는 “일본이 북한에 대한 트럼프의 입장을 지지했다”고 평가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북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레토릭에 일본이 꺼림칙함을 느꼈더라도 (일본의) 리더는 드러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위은지 기자}
중의원 해산 중에 북한 정세를 둘러싼 유사상황이 발생할 경우 일본 방위성은 먼저 행동에 돌입한 뒤 추후 국회승인을 받을 생각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아사히신문이 20일 보도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은 19일 회견에서 “국회 해산중이라도 유사시 사후승인 제도가 있다”며 유사시에는 국회승인 없이도 자위대 활동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일본 정치권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달 28일 국회를 해산하고 다음달 22일 총선을 실시할 것이라는 예상 아래 선거모드로 돌입해 있다. 일정대로라면 일본 중의원은 근 한 달간 공백상태가 된다. 2년 전 제개정된 안전보장관련법에 따르면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아 자위대가 방위출동하는 ‘존립위기사태’나 자위대의 미군 후방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영향사태’의 경우 국회가 이 같은 상황에 해당한다고 사전 승인하도록 돼 있다. 오노데라 방위상은 이에 대해 “어느 쪽이나 원칙이 그렇다는 것이고 법률 중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 사후승인이 가능하다는 항목이 있다”며 선거가 끝난 뒤 새 국회에서 승인 절차를 밝음으로써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열린 중의원 안전보장위원회 이사회에서도 자민당 나카타니 신이치(中谷眞一) 이사가 “(중의원) 해산 뒤 북한 관련해 어떤 일이 벌어져도 일본 정부 대응은 괜찮겠는가”고 묻자 후쿠다 다쓰오(福田達夫) 방위성 정무관은 “정무 3역(장관, 차관, 정무관) 체제는 변함이 없으니 괜찮다”고 답하는 장면이 있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 노인 22.3%는 65세가 넘어서도 일한다. 남성의 경우 70세 넘어서도 일하는 사람이 근 20%에 이른다.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은 27.7%로 세계 최고다. 일본 총무성이 18일 ‘경로의 날’을 기해 발표한 내용이다. 15일 해외 언론을 대상으로 한 사전 기자회견장에서는 외신기자들에게서 각이 선 질문이 빗발쳤다. 많은 노인이 일하는 이유에 대해 특히 유럽 기자들은 고령자들이 저임금에 시달리기 때문 아니냐, 사회복지가 불충분하기 때문 아니냐고 물었다. 고용 고령자 4명 중 3명이 비정규직인 것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는 ‘본인이 일하고 싶은 시간대에 일하고 싶어서’가 1위를 차지한 설문 결과를 소개했지만 기자들은 수긍하지 못하는 듯했다. 노년 근로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일손 부족으로 허덕이는 일본의 경우 노인들이 일을 해줘야 사회가 돌아간다는 현실도 있다. 지난해 아베 신조 총리가 ‘1억 총활약 사회’를 내걸고 노인과 여성이 활약하는 사회를 주창하자 일각에서는 “죽을 때까지 일하란 말이냐”는 반발도 들려왔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도 일을 통해 삶의 보람을 찾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가 11일 출범시킨 ‘인생 100년 시대 구상회의’도 장수사회 일본의 좌표를 찾기 위한 시도다. 이 회의 멤버로 초빙된 ‘라이프 시프트(100세 시대)’의 저자 린다 그래턴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100세 시대에는 60, 65세 은퇴란 있을 수 없다”며 일하는 방식의 설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업 뒤에도 새로 공부할 기회가 주어져 생애를 통해 배우고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이중고를 맞아 위기의식을 토로하는 목소리로 가득하다. ‘2025년 문제’, ‘2035년 문제’ 등 인구 피라미드에서 읽어낼 수 있는 미래상은 암울하기만 하다. 오죽하면 군사안보 전문가인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조차 “일본 최대의 안보 위기는 인구 문제”라고 지적했을까. “이거 등골 서늘해지는 책이에요.” 기자회견이 끝난 뒤 만난 사이키 슈지 총무성 통계조사부장은 ‘미래의 연표’라는 책을 소개했다. 8월 취임한 노다 세이코 총무상이 직원들에게 일독을 권했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책에서 제시된 연표를 따라가다 보니 공포감이 몰려온다. ‘2020년, 일본 여성의 절반이 50세를 넘긴다. 2024년이면 전 국민의 3분의 1이 65세 이상이 된다. 2025년엔 임종을 맞을 장소가, 2027년엔 수혈용 혈액이 부족해지고, 2033년이면 세 집 중 한 집이 빈집이 된다. 2039년이 되면 시신을 처리할 화장장이 부족해지고, 2040년이면 지방자치단체의 절반이 소멸한다. 2042년에는 고령자 인구가 정점을 맞이한다….’ 책은 처방전도 제시했다. “고령자를 삭감하자”는 항목도 있다. 고령자의 정의를 ‘65세 이상’에서 ‘75세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 셋째 아이부터 국가가 1000만 엔(약 1억130만 원)씩 지원해 줄 것도 권하고 있다. 한국은 2018년에 고령화율 14%에 이른다.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다. 일본이 고령화율 7%에서 14%까지 가는 데 24년 걸렸지만 한국은 18년 걸렸다. 같은 구간을 프랑스는 114년, 스웨덴은 82년, 미국은 69년 걸려 지나갔다. 더군다나 한국의 현재 합계출산율은 1.17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일본은 그래도 1.44는 된다. 머지않아 우리는 일본보다 더 심각한 미래를 맞게 된다.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부디 희망이 보이는 길을 찾아내 주길 비는 마음이다. 서영아 도쿄 특파원 sya@donga.com}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된 가운데 일본에서는 방사성물질로부터 몸을 지키는 ‘핵 셸터(피난시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15일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북한 핵실험 미사일 문제 대책본부’ 모임에서는 공공용 핵 셸터 마련에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일본 정부는 전국순간경보시스템(J얼러트)으로 피난을 지시하지만 주민들로부터 “어디로 가야 하느냐”는 문의가 이어진다는 것. 피난소로 쓰이는 지하시설을 제공하는 기업과 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이나 신축 주택에 셸터를 설치할 경우 우대 조치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아예 독자적으로 셸터 정비에 나선 지자체도 있다. 나가노(長野)현 가루이자와(輕井澤)정은 폐쇄된 철도용 터널을 셸터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정비 중이다. 못미더운 행정에 앞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가정용 셸터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시즈오카(靜岡)현의 셸터 판매회사 ‘아스 시프트’사에는 연간 1, 2건에 불과하던 견적 문의가 지난해부터 10여 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연말까지 20기 이상이 팔릴 것으로 보인다. 가정용 셸터는 지하에 설치하는 것부터 방 하나를 셸터로 사용하는 타입까지 다양하다고 18일 산케이신문이 소개했다. 오사카(大阪)의 ‘셸터’사가 판매하는 지하 설치 타입을 보면 입구는 폭풍이나 열을 막는 콘크리트 내폭(耐爆)문과 내부로 이어지는 내압(耐壓)문의 이중 구조다. 두 개의 문 사이에는 오염된 외부 공기가 침입하는 것을 막는 ‘에어록 실’이 있다. 생활공간은 침대나 간이화장실 외에 식품 비축실과 옥외로 이어지는 비상용 탈출구를 갖췄다. 벽에는 바깥의 공기에서 방사성 물질을 흡착, 제거할 수 있다는 공기청정기가 설치됐다. 이 같은 지하형은 설치에 약 3개월 걸리고, 비용은 1300만∼1500만 엔 정도 든다. 이보다 간단하게 공기청정기를 방 하나에 설치하는 ‘일실형’ 방식에 대한 관심도 높다. 공기청정기는 에어컨처럼 생긴 이스라엘제 ‘레인보 36V’가 가장 많이 쓰인다. 3∼4평 넓이의 방에 사용 가능하며 1대 가격은 280만 엔으로 약 1시간이면 설치 공사가 끝난다. 미사일이 가까이에 떨어질 경우 핵폭풍 등은 막지 못하지만 필터로 방사성물질, 세균, 독가스를 99% 이상 제거한다. 쉴 새 없이 정화된 외부 공기를 가져와 내부 기압을 높여 작은 틈새에서도 유해물질이 들어오기 어렵게 했다. 판매 회사인 월드넷 인터내셔널(도쿄)에 따르면 3월까지는 월 1, 2건의 문의가 있었으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국회에서 “북한이 사린가스를 미사일 탄두에 넣어 쏠 능력을 가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한 4월부터 약 50건으로 급증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달 28일 중의원을 해산하고 다음 달 22일 총선을 치른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일본 언론이 18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치권은 급격하게 선거 체제로 전환하는 모양새다. 조기 총선 결정까지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상황 변화가 있었다.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던 불과 몇 달 전까지 아베 총리는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연임을 확정한 뒤 중의원 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가케(加計)학원 스캔들로 지지율이 급락하고 7월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총선을 생각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그러다 최근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로 지지율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자 조기 총선 카드를 뽑아든 것이다. 경쟁 상대인 제1야당 민진당이 흔들리고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의 신당이 아직 정비되지 않은 상황도 고려됐다. 민진당은 최근 새 지도부를 출범시키며 새 출발을 선언했지만 탈당이 잇따르면서 지리멸렬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고이케 지사의 도민퍼스트(우선)회도 최근 전국 정당의 기치를 걸고 막 세력 규합에 나서 전열 정비가 되지 않은 상태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아베 총리의 구상에 대해 북한 핵 위협이 현재진형형인 상황에서 정치적 계산에만 몰두해 생각해 낸 ‘꼼수’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조기 총선의 최대 관심사는 개헌 발의선인 3분의 2 의석을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확보할 수 있느냐에 쏠린다. 현재 자민당과 공명당은 중의원 475석 가운데 3분의 2(317명)를 넘는 321석(자민당 286석, 공명당 35석)을 확보하고 있다. 다음 달 총선에서는 선거구 조정으로 중의원 의석이 465석으로 줄어 310석 이상을 얻으면 3분의 2를 확보한다. 연립 여당이 3분의 2 이상을 확보할 경우 아베 총리의 개헌 행보는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의 65세 이상 고령자 5명 중 1명은 여전히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일본 통계청이 밝힌 ‘일본의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17년 9월 현재 인구 1억2671만 명 중 고령자는 3514만 명으로 27.7%를 차지했다. 고령자 비중은 역대 최고치이자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에 해당한다. 65세 이상 고령자 중 770만 명이 일을 하고 있어 고령자의 취업률은 22.3%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취업자 중 고령 근로자 비중은 11.9%로 일본에서 일을 통해 돈을 버는 사람 10명 중 1명은 고령자인 셈이다. 남성 고령자는 30.9%, 여성은 15.8%가 일해 남성 고령자가 더 오래 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령 근로자 중 회사 임원 102만여 명과 자영업자 263만여 명을 제외하면 고용된 근로자는 400만여 명으로 추산됐다. 이 중 75.1%가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계약 및 촉탁, 파견사원 등의 비정규직이었다. 비정규직 고령자에게 그 일을 하는 이유를 묻자 ‘본인 사정에 따라 원하는 시간에 일하고 싶어서’가 1위(남성 28.7%, 여성 37.2%), ‘가계 보조 등 수입 목적’이 2위(남성 18.7%, 여성 24.8%)를 차지했다. 일본의 고령자 취업률 22.3%는 주요 선진국 중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미국 18.6%, 캐나다 13.1%, 영국 10.6%, 독일 6.6% 등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다만 10년 전에 비해 모든 국가에서 고령자 취업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보다 총인구는 21만 명 줄었지만 고령자는 57만 명 늘어나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90세 이상이 206만 명으로 처음 200만 명을 넘어섰고 100세 이상은 6만7824명으로 과거 기록을 경신했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1950년 4.9%에서 일관되게 상승해 1960년에 10%, 2002년에 20%를 넘겼다. 일본 국립사회보장 인구문제연구소는 제2차 베이비붐 세대(1971∼1974년생)가 65세 이상이 되는 2040년에는 인구에서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35.3%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과 인도가 안보와 경제에서 ‘찰떡공조’를 과시하며 ‘윈윈’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인도를 방문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14일 정상회담을 하고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의 완전 이행과 ‘압력의 최대화’를 국제사회에 요청했다. 양국은 또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하기 위해 태평양에서 인도양까지 연대를 강화한다는 방침도 확인했다. 이 지역 항만과 도로 등을 양국이 정비하고 미국을 포함한 방위협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양국 간 항공사가 노선 등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항공자유화협정 체결에도 합의했다. 또 올 7월 발효된 일본-인도 간 원자력협정에 따라 원자력발전소 수출을 위한 관민 워킹그룹을 설치하기로 했다. 양국은 중국의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대항해 아시아와 아프리카 저개발국의 인프라 구축에 협력하는 ‘아시아-아프리카 성장회랑(AAGC)’ 사업에 대해서도 깊이 논의했다. 일본의 자본과 기술, 인도의 인력과 현지 경험을 결합하면 이들 지역에서 윈윈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아베 총리는 이번 인도 방문에서 총 1900억 엔(약 1조9483억 원)의 차관 공여 방침을 전했다. 뭄바이와 아마다바드를 연결하는 고속철도 건설 등에 약 1000억 엔과 인도 동북부 도로 개선 계획에 386억 엔 등 모두 5건이 대상이다. 인도는 2015년 자국의 첫 고속철도를 일본 신칸센 방식으로 결정했다. 인도의 경제발전을 밀어줌으로써 양국 관계 강화를 도모하고 일본 경제 성장에도 연결한다는 계산이다. 양 정상은 이날 정상회담을 갖기 전 인도 첫 고속철도 기공식에 참석했다. 13일 오후 인도 구자라트주 최대 도시 아마다바드에 부인 아키에 여사와 함께 도착한 아베 총리는 모디 총리로부터 뜨거운 포옹과 영접을 받았다. 두 정상은 2014년 모디 총리가 취임한 첫해 일본을 방문한 이래 매년 상대국을 오가며 정상회담을 열고 있다. 다자회의에서 가진 회담까지 포함하면 이번이 10번째 정상회담이 된다. 안보 면에서는 인도와 미국이 태평양과 인도양을 오가며 하던 연례 연합해군훈련에 지난해부터 일본 해상자위대의 참가가 정례화됐다. 일본과 인도는 외교·국방 차관급이던 2+2회담을 장관급으로 격상하는 등 양국 관계를 한층 더 고도화할 방침이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초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북아시아 3국을 순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트럼프 대통령의 11월 한국 방문에 대해 미국 측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10, 11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취임 후 처음으로 아시아를 방문하는 길에 한중일 3국을 들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또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18∼22일 미국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 시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2375호에 대해 처음으로 “또 하나의 매우 작은 스텝(걸음)에 불과하다. 렉스(틸러슨 국무장관)와 (유엔 제재 결의에 대해) 의논했는데, 큰 건(big deal)은 아니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궁극적으로 일어날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더 강력한 대북제재를 예고했다.뉴욕=박용 parky@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 폭발사고를 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원전 2기를 재가동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1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원자력 규제위원회는 이날 도쿄전력의 원전 재가동에 필요한 ‘적격성’ 부문에 ‘조건부 적격’ 판단을 내렸다. 위원회가 제시한 조건은 후쿠시마 원전 폐로 작업 및 주민 배상, 원전 안전성 확보를 위한 각오를 담은 문서를 원전 안전규정에 포함할 것과 경제산업성의 지도감독을 받을 것 등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도쿄전력이 원전 재가동 승인을 향해 진전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가동에 들어갈 원전은 니가타(新潟)현 가시와자키(柏崎)시에 있는 가시와자키카리와(柏崎刈羽) 원전 7, 8호기로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비등수형(沸騰水型) 원자로’를 사용한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를 겪은 당시 민주당 정부는 이듬해 ‘2030년대 원전제로’를 선언하고 2013년까지 전국 54기 원전의 가동을 전면 중단시켰다. 후쿠시마 원전의 1∼6호기와 노후한 6기의 폐로도 결정했다. 그러나 2012년 12월 재집권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취임 전부터 원전제로 정책에 대해 ‘무책임하다’며 재검토 의사를 밝혔다. 2014년 4월에는 원전 재가동 방침을 명기한 에너지 기본계획을 각의결정했다. 이에 따라 2015년 8월 규슈(九州)전력의 센다이(川內)원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간사이(關西)전력, 시코쿠(四國)전력 등이 운영하는 원전 5기가 재가동 중이다. 규슈전력은 내년 3월 전에 2기를 더 재가동할 계획이다. 그간 위원회가 도쿄전력에 대해서만은 재가동 승인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날 내려진 ‘적격’ 판단은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다만 곧바로 원전 재가동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재가동 합격증에 해당하는 ‘심사서안’에 대한 논의는 20일 이후로 연기됐다. 주민 피난계획과 지역 동의도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해 가을 취임한 요네야마 류이치(米山隆一) 니가타 지사는 “향후 몇 년은 더 걸릴 후쿠시마 사고 검증이 끝나기 전에는 원전 가동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아사히신문은 지적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미국과 일본이 대북공조를 강화하기 위한 공동훈련에 나서자 중국이 맞불훈련을 실시하는 등 동중국해가 강대국들의 힘겨루기 각축장이 되고 있다. 미국 일본 인도를 한 축으로 하고 중국과 파키스탄을 다른 축으로 하는 세 싸움으로도 확장되는 모양새다. 미국 공군의 B-1 전략폭격기와 일본 항공자위대의 F-15 전투기는 9일 동중국해 상공에서 공동훈련을 실시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은 “앞으로도 공동훈련을 통해 미일 협력관계를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의 정권수립일에 맞춰 이뤄진 공동훈련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견제용으로 분석됐다. 괌 앤더슨 공군기지 소속의 B-1 전략폭격기 2대와 일본 나하(那覇)기지의 F-15 전투기 2대가 편대 비행했다. 미국과 일본은 6∼7일에도 동중국해에서 전자전기(電子戰機)를 활용한 공동훈련을 실시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최근 며칠 동안 동중국해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했다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10일 전했다. 052C형 미사일 장착 구축함과 054A형 미사일 호위함, 056 소형 호위함이 참여했으며 중국 해군은 두 개 함대로 편을 나눠 잠수침투방어, 섬을 타깃으로 한 실전사격, 해상보급 훈련을 전개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최근 중국과 인도가 도클람 고원 국경지역에서 군사적 대치를 하는 등 갈등을 빚는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인도와의 관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아베 총리는 13일부터 인도 방문에 나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대북 압력 강화를 요청할 계획이다. 인근 해역에서 항행의 자유와 법의 지배 원칙을 강조한 뒤 인도와의 안보 협력방침을 확인할 계획이다. 2023년부터 운행할 예정인 인도의 첫 고속철 총사업비 1조8000억 엔 중 80%를 일본이 엔차관으로 제공한다는 ‘당근’도 준비됐다. 이에 맞서 중국은 인도와 분쟁 중인 파키스탄과 공동전선을 강화하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8일 베이징(北京)에서 카와자 아시프 파키스탄 외교장관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파키스탄은 중국의 좋은 형제이며 절친”이라고 치켜세웠다. “파키스탄이 반(反)테러리즘 문제에서 전력을 다해 왔고 양심에 부끄러울 게 없다”며 “일부 국가들이 파키스탄을 공정하게 대해야 한다”며 인도와 미국을 겨냥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파키스탄을 ‘테러범 비난처’로 지목하면서 파키스탄에 대한 군사 원조 보류를 시사하고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격퇴에서 인도와 협력할 뜻을 비쳤다. 여기에 위기감을 느낀 파키스탄과 남아시아 인도양에서 미국-인도 간 군사협력을 경계하는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일본은 영국과 공동 군사훈련을 위한 지위협정 체결 검토에 들어가는 등 국제적인 군사 공조 범위를 넓혀 나가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10일 일본과 영국 정부가 올해 안에 영국에서 열릴 외교·국방장관 협의(2+2) 등을 통해 조기 체결을 추진키로 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말 일본을 방문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항공모함을 파견하는 등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미국·일본의 대중국 공조에 가세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31일 메이 총리를 일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특별회의에 초청했다.도쿄=서영아 sya@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북한이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한 지난달 29일부터 6차 핵실험을 강행한 3일까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4차례 통화했다. 핵실험 직후인 3일 밤에는 중국을 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를 연결하는가 하면, 영국 독일 인도의 지도자와 의견을 교환하며 대북 압박을 호소했다. 아베 총리는 “전화 회담 자체가 억지력”이라고 주변에 말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7일 일본 후지TV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아베 총리와의 통화에서 한국이 대북 대화에 집착한다며 “(구걸하는) 거지 같다”고 비난했다고 보도해 파문을 불렀다. 곧바로 청와대가 강한 유감을 표하고 일본 외무성도 “그런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취했지만, 후지TV는 심야뉴스에서도 같은 보도를 내보냈다. 보도에서는 미일 정상의 잇단 통화는 군사적 압력에 엉거주춤한 태도를 보이는 한국과 그에 짜증을 내는 미국 사이를 일본이 중재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평소 거친 말버릇도 그렇지만, 5일 산케이신문도 트럼프가 아베 총리와의 전화 회담에서 한국의 대응을 비판했다고 한 줄 썼던 걸로 봐서 일본 정부 내에서 이 같은 정보가 흘러나온 것은 사실인 듯하다. 굳이 정보를 흘리고 이를 보도하는 데서 한국을 모욕하고 한미관계를 이간질하려는 의도가 의심되기도 하지만, 이는 미일이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고 한국은 제외되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의 단면이 드러난 것 아닌가 싶다.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동북아 문제에 관한 한 작은 일도 상담하는 사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두 정상 간의 밀월을 볼 때마다 솔직히 속이 타는 심경이 되곤 한다.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하고 골프를 치며 한국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심어줬을지 짐작이 가기 때문이다. 참고로,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오피니언 리더 상당수는 ‘한국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다. 여기에는 문재인 정권이 ‘미래지향’을 말하면서도 말끝마다 일본의 아킬레스건인 역사 문제를 끄집어내는 것에 대한 불만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가령 북한이 괌 주변 포격계획을 발표한 불과 며칠 뒤, 문 대통령은 8·15경축사에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남북 공동조사를 제안해 일본을 경악시켰다. 문재인 정권의 외교안보 정책은 미일 외교가의 문법으로 보자면 모호해 보였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발등의 불이 된 지금은 상황이 급박하다. ‘핵보유국’ 북한이 한국을 제치고 미국과 1 대 1 대결에 집착하는 것을 제어할 수단을 한국은 사실상 가지고 있지 못하다. 더 큰 문제는 한반도 관련 모든 당사국과의 관계가 과거 어느 때보다 비우호적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마치 속국에 하듯 사드 보복을 하고 있고, 미일과의 관계도 삐걱거린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한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발언권 없는 객체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사드 배치 강행을 결정한 지금 문 정권은 전통적인 한미동맹의 편에 설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일본과의 관계도 달리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말 그대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가 필수요소가 된다. 트럼프-아베의 잦은 통화에서 읽을 수 있듯, 일본을 배제한 한미동맹은 불가능하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일본의 힘에 절대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다. 강고한 미일동맹이 우선이고 어찌 보면 한국은 종속적인 위치다. 우리는 세상 돌아가는 것을 제대로 보고, 겸허한 자세와 치밀한 전략하에 이 엄혹한 현실에 임하고 있는가. 확실한 것은 국내에서의 인기만으로는 이 현실을 헤치고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서영아 도쿄 특파원 sya@donga.com}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해외 은닉자산이 30억∼50억 달러(약 3조3825억∼5조6375억 원)에 이른다고 조봉현 IBK 경제연구소 부소장을 인용해 아사히신문이 8일 보도했다. 김씨 일가의 통치 자금을 관리해온 고위층 탈북자들의 증언 등에 따르면 김정은의 은닉자산은 ‘혁명 자금’이란 이름으로 스위스, 홍콩, 중동 등 다양한 금융기관의 가명 계좌에 숨겨진 것으로 추정된다. 혁명 자금은 주로 김정은이 성과를 낸 고위 간부들에게 보내는 명품 시계, 전자제품과 로열패밀리의 사치품을 마련하는 데 사용됐다. 일부는 핵이나 미사일 개발에 쓰였다는 지적도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2005년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정권이 동결했던 방코델타아시아(BDA)의 2500만 달러(약 282억 원)도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개인 자금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6차 핵실험에 따라 미국은 김정은의 자산 동결을 포함한 초강력 대북제재 결의 초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했다. 이 안이 채택되면 김정은은 중국 러시아 외 해외 비밀 계좌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북한 노동당에는 지도자의 자금을 마련하고 관리하는 38호실과 39호실이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보험회사를 운영했던 전직 39호실 요원은 신문에 “각 부서가 연간 목표를 정해 달성하면 훈장과 선물을 받지만, 달성하지 못하면 비판을 받고 부서가 해산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 부소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정일 때는 비자금이 100억∼200억 달러 규모까지 됐으나 김정은 집권 후 많이 감소했다”며 “김정일 때는 무기 수출이 가능했지만 김정은 정권 들어서는 여러 압박과 제재로 비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황인찬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일 간 역사 문제를 다시 끄집어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근거해 ‘해결된 것’”이라는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차 전달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또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합의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의 착실한 이행을 요구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양국 간 합의(한일협정)에도 불구하고 징용자 개인의 민사적 권리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 한국 대법원 판례”라고 밝힌 데 대해 반박한 것이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기존 입장을 거듭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역사 문제에 대해선 일부 언급들이 있었지만 과거사 문제를 보다 미래 지향적인 문제로 발전시켜 나가자는 차원”이라며 “전체적인 회담 분위기는 좋았다. 양국 관계가 최근 들어 가장 좋은 관계로 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에선 문 대통령이 북핵 대응에 대한 공조를 위해 한일 관계 정상화와 과거사 문제를 분리 대응하겠다는 뜻을 강조했음에도 아베 총리가 역사 문제를 먼저 언급한 의도에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편 아베 총리는 이날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한중일 정상회의에 문 대통령의 참석을 요청하면서 “그 이전에라도 방문해 주신다면 환영한다”며 일본 방문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한중일 3국 회의가 열리면 기꺼이 참석하겠다”며 별도의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그 대신 아베 총리에게 “내년 평창 올림픽이 열릴 때 한국을 방문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전화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심한 말로 불만을 드러냈다고 후지TV가 7일 보도했다. 북한이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북한과의 대화에 집착하는 한국에 대해 “(구걸하는) 거지같다”고 통렬하게 비판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군사적 압력의 필요성에 대해 “누군가가 전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고, 아베 총리는 그 뜻을 위임받은 형태로 지난달 30일 한일정상 간 전화회담에 임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아베 총리는 이 통화가 끝난 뒤 다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다. 방송은 연달아 열린 미일 전화회담의 배경에는 군사적 압력에 엉거주춤한 태도를 보이는 한국과 그에 짜증을 내는 미국 사이를 일본이 중재해야 했던 사정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또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뒤 행해진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나는 100% 신조(아베 총리)와 함께 한다. 혹 미국이 공격받으면 일본은 우리를 돕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고 이에 아베 총리가 “100% 미국과 함께 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교실 가운데로 모이세요. 머리를 감추고 몸을 작게 웅크리세요.” 6일 오전 10시경 일본 시마네(島根)현 오키(隱岐)제도의 나카스지 초등학교. 미사일 발사 소식을 전하는 교내 방송이 흐르자 교사들이 커튼을 닫은 뒤 학생들에게 외쳤다. 학생들은 교실 가운데로 모여 두꺼운 책을 넣은 가방을 각자 머리 위에 올린 채 일제히 웅크려 앉았다. 이날 훈련은 미사일 발사로 유리창 파편이 흩날리는 상황을 가정해 실시됐다.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비한 일본 대피훈련의 한 장면이다. 전국에서 이 같은 훈련이 늘고 있지만 섬 지역에서는 이곳이 처음 훈련을 실시했다. 참가 주민도 2000여 명으로 과거 실시됐던 훈련 중 가장 많았다. 훈련은 ‘X국가’에서 탄도미사일이 발사돼 오키시마정(町) 가까운 바다에 떨어졌다고 가정해 이뤄졌다. 전국 순간 경보 시스템(J얼러트)과 방재행정무선을 통해 미사일 발사 사실을 주민 1만4000명에게 전하자 학교, 관공서 등에 있던 2000여 명은 튼튼한 건물에 대피하거나 책상 밑에 몸을 숨기고 창이 없는 복도로 피했다. 오키시마정 초·중학교, 현립고교와 관공서가 일제히 훈련에 참가했다. 오키제도는 5월 말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이 지역에서 300km 떨어진 동해상에 떨어진 바 있어 지역 주민들의 경계심이 높은 편이다. 일본 정부는 미사일이 떨어질 경우 실외에 있으면 가급적 튼튼한 건물과 지하상가, 지하역사 등으로 대피하고 건물이 없으면 그늘에 몸을 숨기거나 지면에 웅크려 머리를 보호하고 입과 코를 손수건으로 막으라고 당부한다. 일본 정부는 3월 이후 각 지자체에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비한 훈련을 실시할 것을 요청해 왔다. 지자체들도 갈수록 적극적으로 응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9일 북한이 일본 열도 상공을 통과하는 미사일을 발사한 뒤 훈련이 부쩍 늘었다. 미사일 발사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에는 이시카와(石川)현에서, ‘방재의 날’인 1일에는 홋카이도(北海道), 아오모리(靑森), 후쿠오카(福岡) 등에서 같은 훈련이 실시됐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미국 핵무기로 일본을 지킨다면서 국내에 배치하지 않는 것이 타당한 논의인가.”일본의 ‘포스트 아베’ 주자로 꼽히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이 6일 TV아사히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미군 핵무기의 일본내 배치 방안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그는 또 일본의 비핵 3원칙을 겨냥해 “(핵무기를) 갖지도 만들지도 반입하지도 않고 논의도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정말 괜찮은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억지력으로서 충분한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6번째 핵실험을 강행한 상황에서 미군이 핵무기를 일본 국내에 배치를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이후를 노리는 유력한 주자일 뿐 아니라 방위상을 지낸 군사안보 분야 전문가다. 일본 정부가 비핵3원칙을 내세우며 핵 비확산을 주장하는 가운데 집권 자민당 유력인물의 핵 배치론 언급은 국내외에서 파문을 부를 수 있다.그는 방송에서 “국민 감정상으로는 핵무기를 반입시키지 않는 쪽이 좋다는 것도 알겠고 반입한다면 국민이 반발할 것임도 알겠으나 억지력으로서 충분한가,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으면 안된다”며 “핵무기를 반입하지 않는 것과 확대억지력을 유지하는 것은 모순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일본 스스로 핵을 보유하는 방안에는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유일한 피폭국인 일본이 핵무기를 갖게 되면 세계 어디나 가져도 좋다는 얘기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대변익 격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정례브리핑에서 이에 대한 질문에 “정부로서는 비핵3원칙을 정책방향으로 견지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비핵3원칙 수정 논의를 한 적은 없고 앞으로도 논의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군국주의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앞서 아베 총리의 최측근인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자민당 총재 외교특별보좌관은 5일 인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일본도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나 순항미사일 등을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언론에서도 “핵무장론을 터부시하지 말고 논의만이라도 가능하도록 공간을 열어야 한다”는 각계의 의견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