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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상인’ ‘전쟁의 제왕’으로 알려진 러시아 무기 거래상 빅토르 부트(55)가 미국과 러시아의 거래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부트는 2005년 미국 배우 니컬러스 케이지가 주연한 할리우드 영화 ‘로드 오브 워’의 실제 주인공이다. 옛 소련군 장교 출신인 그는 2012년 미국에서 살인 등 혐의로 2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27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올 2월 러시아 입국 과정에서 마약 밀수 혐의로 체포된 미 여자프로농구(WNBA) 선수 브리트니 그라이너와 2018년 간첩 혐의로 징역 16년형을 선고받은 폴 웰런을 석방시키기 위해 지난달 러시아에 “실질적인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며칠 안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이에 대해 대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 CNN방송은 제안 대상은 부트이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법무부의 반대에도 올 초부터 맞교환을 검토했다고 전했다. 부트는 미국인 살해를 공모하고 대공미사일을 밀수출하며 테러조직에 무기를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통역장교로 일하던 그는 옛 소련 해체 후 항공수송업에 종사하다 무기 밀매에 발을 들였다. CNN은 6개 언어를 구사하는 그가 1990년대부터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 아프가니스탄 같은 분쟁지역에 조립한 화물비행기로 무기를 실어 팔았다고 보도했다. 부트의 고객 명단에는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등 각국 독재자들이 포함됐다. 이름이 다른 여권 여러 개를 쓰며 종횡무진하던 부트는 2008년 콜롬비아의 좌익 반군에게 무기를 판매하려다가 미국의 ‘함정 작전’에 걸려 붙잡혔다. 검찰은 그를 기소하며 “수년간 국제 무기 밀매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당시 부트의 보유 자산은 60억 달러(약 7조8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부트는 “합법적인 사업가”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러시아 정부도 “근거 없고 편파적인 선고”라고 반발하며 석방을 요청했다. 그는 2002년 CNN 인터뷰에서 라이베리아에 무기를 팔고 ‘피의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약탈된 다이아몬드를 대가로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평생 다이아몬드를 만져본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한편 미국과 러시아 외교장관이 만난다면 올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첫 회동이다. 이 자리에서는 억류된 양 국민 문제와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재개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죽음의 상인’으로 알려진 러시아 무기 거래상 빅토르 보우트가 미국과 러시아의 거래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보우트는 2005년 미국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한 할리우드 영화 ‘로드 오브 워’ 실제 주인공이다. 소련군 장교 출신인 그는 현재 살인 등 혐의로 미국에서 25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27일(현지 시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올 2월 러시아 입국 과정에서 마약 밀수 혐의로 체포된 미 여자프로농구(WNBA) 선수 브리트니 그라이너, 2018년 간첩 혐의로 징역 16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폴 휠런을 석방시키기 위해 지난달 러시아에 “실질적인 제안”을 했다고 발표했다. 미 CNN방송은 실질적 제안 대상이 보우트이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법무부 반대에도 올 초부터 맞교환을 검토했다고 전했다. 보우트는 미국인을 살해하고 대공미사일을 밀수출하며 테러조직에 무기를 지원한 혐의로 2012년부터 복역 중이다. CNN은 타지키스탄 출신으로 6개 국어를 구사하는 그가 1990년대부터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 아프가니스탄 같은 세계 분쟁지역에 화물비행기를 조립해 무기를 싣고 팔아왔다고 보도했다. 1967년생으로 알려진 그는 러시아 군첩보기관으로 알려진 ‘외국어 군사 연구소’를 졸업했다고 과거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름이 다른 여권 여러 개를 사용해 논란이 됐다. 통역장교로 일하던 그는 옛 소련 해체 후 항공수송업에 종사하다 무기 밀매에 발을 들여놓았고 죽음의 상인으로 통했다. 그는 2008년 태국에서 콜롬비아 좌익 반군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에게 무기를 판매하려다가 미 마약단속국(DEA) 요원들의 위장 작전에 붙잡혔다. 미 맨해튼 검찰은 그를 기소하며 “보우트는 수년간 국제 무기 밀매 1위를 기록했고 전 세계에서 가장 폭력적인 분쟁에 무기를 공급했다”라며 “미국인 살해 테러조직에 엄청난 양의 군대 무기를 제공했음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보우트는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도 “근거 없고 편파적인 선고”라며 석방을 요청해왔다. 앞서 그는 2002년 모스크바에서 CNN과 인터뷰할 때 탈레반과 알카에다, 아프리카 반군에 무기를 공급한 대가로 ‘피 묻은 다이아몬드’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평생 다이아몬드를 만져본 적도 없다. 모든 게 거짓말”이라고 부인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미국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국립공원에서 22일 발생한 초대형 산불로 인근 주민 6000여 명이 대피하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미 언론은 요세미티국립공원 남서쪽 마을에서 시작된 산불이 급속도로 퍼져 24일 오후 9시 현재 63km² 넓이의 산림을 태웠다고 전했다. 축구장(7140m²) 8823개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올해 미국에서 발생한 화재 중 최대 규모로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캘리포니아 산림소방부에 따르면 소방관 2548명과 헬기 17대 등이 진화 작업에 나섰지만 진화율은 사실상 0%다. 소방 당국은 “최저 습도가 5∼10%에 불과한 데다 죽어 말라붙은 나무가 많아 진화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산불에 더해 미국 곳곳의 폭염도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국 인구의 22%에 해당하는 7120만 명이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부 보스턴 최고기온은 지난달 30일에 이어 이날 다시 한 번 화씨 100도(섭씨 37.8도)를 기록했다. 1933년 화씨 98도를 넘어선 최고기온이다. 이날 예정된 보스턴 철인 3종 경기도 다음 달로 미뤄졌다. 미 기상청은 뉴저지주 뉴어크도 5일 연속 화씨 100도를 돌파해 1931년 이후 최장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폭염과 산불이 이어지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존 케리 대통령기후특사는 24일 영국 BBC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쓸 준비가 됐다”며 이렇게 밝혔다. 국가비상사태는 미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 권한이다. 정부가 천재지변이나 전쟁 위기를 비롯한 국가적 비상 상황에 신속히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선포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해온 기후변화 및 사회복지 관련 예산안이 최근 의회에서 반대에 부닥치자 더 강도 높은 대응책을 꺼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신은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면 미국산 원유 수출 금지 또는 천연가스 해양 시추 중단 같은 조치가 전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13세 소녀 앨레나 위커(사진)는 미국 역대 최연소로 의대에 합격한 흑인 학생이다. 더 특별한 점이 있다면 단순한 영재를 넘어 직접 장학재단을 설립한 사업가라는 사실이다. 코에는 커다란 안경을, 목에는 늘 헤드폰을 걸고 다니는 위커는 지난해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텍사스에 사는 그는 애리조나주립대와 오크우드대에서 동시에 생물학 학부 과정을 밟고 있다. 5월엔 앨라배마대 의대에 2024학년도 조기 입학 허가를 받았다. 4세 때 별을 가리키며 “엄마, 나는 나중에 커서 항공우주국(NASA·나사)에서 일하고 ‘저기’도 갈 거예요”라고 했던 소녀는 지난해 나사 역대 최연소 인턴에 합격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위커를 ‘올해의 아이’ 최종 후보로 올렸고, 지역 언론은 “흑인 빌 게이츠”라며 그의 천재성을 조명했다. 위커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지난해 ‘브라운 스템(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걸’ 재단을 세워 자신과 비슷한 소녀들의 지원군을 자처하기 때문이다. 미 국립과학위원회에 따르면 미국 내 과학 및 공학 인력 중 유색인종 여성 비율은 5%에 불과하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설립한 이 재단에서는 스템 분야를 공부하는 유색인종 여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저는 이 세상 모든 똑똑한 소녀들을 대표해요”라고 당차게 말한 위커는 여학생이 잠재력을 펼칠 수 있도록 더 분발할 계획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소녀들에게 말하고 싶어요. 나이는 중요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넌 못 할 거야’라고 말하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흐릿하고 옅은 색이 넓게 퍼진 아프리카 아시아 대륙 동쪽에 짙푸른 색 국가가 눈에 띈다. 대한민국이다. 글로벌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는 지난해 기준 177개국 자유민주주의 지수를 색으로 나타낸 지도를 19일 공개했다. 진할수록 민주주의 국가다. 스웨덴 예테보리대에서 제시한 브이뎀(V-Dem) 지수를 비롯해 8개 자료를 바탕으로 측정한 지수에는 선거의 자유와 공정성, 표현의 자유 등이 반영돼 있다. 한국 자유민주주의 지수는 0.789로 세계 17위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일본(0.736)을 넘어 가장 높다. 하지만 한국 민주주의 핵심 축인 국회는 정작 몇 달째 공전 중이다. 정치권의 반목과 갈등이 계속된다면 내년 지도에서는 올해 같은 존재감을 보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기록적인 고온과 가뭄에 시달리는 세계 각국의 도시들이 ‘최고 열 담당자(CHO·Chief Heat Officer)’를 임명하며 폭염 대응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첫 CHO로 임명된 환경·공중보건 전문가 마르타 세구라는 19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2000년대 초반에 비해 지금은 폭염이 6배 더 자주 발생한다”라며 심각성을 강조했다. 세구라 씨는 자신의 핵심 임무가 “폭염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망과 입원을 최대한 막는 것”이라며 특히 저소득층이나 만성질환자 등 ‘더위 취약계층’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역사회의 민간기업과 비영리 단체, 병원의 참여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기온이 올라갈 때 도로가 패이거나 철로가 휘어지는 등 교통인프라가 파손되지 않도록 점검하는 것 역시 이들의 업무다. 세구라 씨는 “전력을 활용하는 냉방시설에 의존하는 대신, 나무그늘과 식수대 등 ‘물과 그늘’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라고 밝혔다. 폭염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CHO라는 직책을 처음 만든 것은 2021년 미국 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다. 2020년에 온열질환으로 191명이 사망했던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도 지난해 10월 전담 부서를 만들었다. 시에라리온 프리타운, 멕시코 몬테레이, 칠레 산티아고 등 비슷한 조직과 직책을 만든 도시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39년째 미국 ‘방역 사령관’으로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방역을 진두지휘해 온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82·사진)이 은퇴 계획을 공식화했다. 파우치 소장은 18일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아마도 우린 코로나19와 함께 살게 될 것”이라며 “조 바이든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 (소장 직에서) 은퇴하겠다”고 말했다. 로널드 레이건 정부 시절인 1984년 NIAID 소장으로 임명된 그는 바이든 대통령까지 7명의 대통령을 보좌해 보건·의료 정책을 총괄한 백전노장이다.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지나친 공포를 경계하고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사실에 충실한 대응을 강조했다.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 등 강력한 방역 조치 시행에 반대하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갈등을 빚으면서도 코로나19 ‘팩트 체커’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대중의 신뢰를 얻었다. 당시 뉴욕에서는 파우치 소장 얼굴이 그려진 도넛이 날개 돋친 듯 팔리기도 했다.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66년 국립보건원(NIH)에 입사하며 공직에 발을 들인 파우치 소장은 은퇴 후 매년 35만 달러(약 4억6000만 원) 이상의 연금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제 매체 포브스는 보도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영국에 있는 세계 최대 공예·디자인 박물관에 영화 ‘기생충’의 반지하 화장실 세트장이 재현된다. 영국 런던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V&A)이 9월 24일부터 내년 6월 25일까지 ‘한류’를 주제로 여는 전시에서다. V&A는 ‘한류! 코리안 웨이브’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영화, 드라마, 음악, 팬덤 등을 아우르는 작품 200여 점을 통해 한국의 현대사와 대중문화, 한류의 형성 과정과 영향을 입체적으로 짚어본다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해외 주요 박물관에서 ‘한류’를 주제로 기원과 역사, 최신 흐름까지 포괄적으로 조망하는 기획 전시를 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번 전시는 단원 김홍도가 그린 미인도 ‘큰머리여인’부터 1990년대생 패션 디자이너의 의상까지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한국이 전쟁과 분단 이후에 문화·기술강국으로 도약하는 과정 등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케이팝 섹션에서는 싸이가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서 입었던 화려한 재킷을 비롯해 서태지와 아이들, 보아, 에스파 등 아이돌 스타들의 앨범과 의상 등을 소개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참가자들이 입은 초록색·분홍색 복장, 해외에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킹덤’의 갓 등 대중문화 속에 등장한 다양한 소품들이 관객을 맞는다. 백남준·함경아·권오상 등 한국 현대 미술 작가 작품들도 전시된다. 큐레이터 로잘리 킴은 전시 소개글에서 “한류는 한국의 이미지를 전후의 황폐한 국가에서 선도적인 디지털문화 강국으로 바꿔놓았다”라며 “한국은 활기차고 창의적인 대중문화 ‘한류’로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라고 설명했다. 세계 각국의 도자기, 가구 등 약 280만 점의 소장품을 보유한 V&A는 연간 관람객이 400만 명이 넘는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이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게 제일 무서워요.” 우크라이나 동부 최전선인 돈바스 지역의 ‘포크로우스크 분만센터’에서 카테리나 부라우초바 씨(35)가 갓 낳은 둘째아들 일류샤를 품에 안은 채 말했다. 일류샤는 임신 28주 만에 세상에 태어난 조산아다. 어른 엄지손가락 한마디 크기인 아기 발에 맥박·산소포화도 측정기가 붙어있었고, 그곳에서 빨간 불빛이 깜박였다. 아기는 영양공급용 호스를 입에 문 채 잠들어 있었다. 부라우초바는 임신 기간 내내 마을이 포격을 당할까 봐 두려움에 시달렸다. 그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하마터면 지하실에서 아이를 낳을 뻔했다”고 했다. 모자가 머무는 병동에서 전선까지의 거리는 불과 40km. 돈바스에 있던 분만센터 세 곳 중 한 곳은 완파됐고, 다른 한 곳에서는 포격 위험이 높아 모두 대피했다. 포크로우스크 센터는 이 지역에 남은 마지막 분만센터다. 이반 치가노크 센터장(56)은 “때로는 러시아군이 병원 주변을 포격하는 동안 아기를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로이터통신과 영국 BBC 등 취재진에게 “전쟁이 본격화된 2월 24일 이후 센터에서 115건의 출산이 이뤄졌다. 그중 19명(16.5%)이 조산”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체 평균 조산율(9%)의 2배 수준이다. 병원 측은 포격으로 유리 파편이 튈 것에 대비해 건물 유리창 앞에 모래주머니를 높이 쌓아놓았다. 하지만 치가노크 센터장은 “우리 병원도 다른 분만센터처럼 공격을 받는다면 모래주머니가 우리를 구하지 못할 것”이라고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산모인 부라우초바 씨는 취재진에게 말했다. “우린 그저 평화를 원할 뿐이에요. 지금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아이들이 보지 않을 수 있도록요.” 그는 너무 일찍 태어난 품속의 아기에게 속삭였다. “모든 게 잘될 거야. 우리는 항상 최선을 바라고 있으니까. 그렇지, 아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유럽 주요국은 폭염 등 이상기후로 인한 전력 생산 감소가 전기료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인플레이션이 더 심해질 상황에 놓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최악의 폭염이 덮쳐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제한할 가능성이 커진 프랑스 전력 가격이 올 4월 3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다음 달 전력 선물가도 4.2% 올라 8월 기준 역대 최고치에 근접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전력공사(EDF)는 최근 프랑스송전공사(RTE)에 보낸 공문에서 “가론강(江) 수온이 올라 14일(현지 시간)부터 남부 골페슈 원전의 전력 생산을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원전 연료봉을 식히는 데 주로 강물을 활용하고 있어 수온이 지나치게 오르면 방출되는 냉각수가 너무 뜨거워 주변 환경을 해칠 수 있다. 프랑스의 올해 전력 생산량은 30년 만에 가장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리 최고기온이 다음 주 섭씨 38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추가 전력 감산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럽 최대 풍력발전국 독일은 바람이 불지 않아 문제다. 12일 기준 풍력발전 출력은 올해 2월의 5∼6% 수준까지 떨어졌다. 유럽에너지거래소(EEX)에서 독일의 내년 전력 선물가는 지난주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풍력발전량이 줄면 화력발전 의존도가 높아져 고공행진 중인 천연가스와 석탄 가격이 더욱 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사진)이 ‘미 방송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에미상 후보에 올랐다. 에미상을 주관하는 미 텔레비전예술과학아카데미는 12일(현지 시간) 제74회 에미상 후보를 발표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우리의 위대한 국립공원’에서 해설자로 참여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우수 내레이터’ 부문 후보에 올랐다. 케냐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바마 전 대통령은 멸종위기 동물을 보호하자는 취지의 이 5부작 다큐멘터리에서 아프리카와 인도네시아의 아름다운 국립공원과 그곳에서 서식하는 진귀한 동식물을 소개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에미상 후보로는 이번에 처음 올랐지만 과거 그래미상은 두 번 받은 경험이 있다. 2006년 ‘아버지로부터의 꿈’과 2008년 ‘담대한 희망’ 오디오북으로 ‘최우수 낭독 앨범’ 부문을 수상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66개. 영국 한 가정에서 일주일 동안 나온 플라스틱 쓰레기 수다. 무심결에 사용하고 버리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1년간 쌓이면 한 가구당 3432개, 영국 전체로는 1000억 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단체 그린피스와 에브리데이플라스틱이 지난달 영국 전역 10만 가구를 대상으로 한 ‘빅 플라스틱 카운트(The Big Plastic Count)’ 조사 결과다. 영국에서 실시한 플라스틱 관련 조사 중 최대 규모인 이번 조사는 참여한 10만 가구, 25만 명이 제출한 일주일간 버린 플라스틱 폐기물 기록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전체 플라스틱의 83%는 음식, 음료 포장재였다. 과일과 채소 포장에 사용된 플라스틱이 102만 개였다. 품목별로는 과자봉지(101만 개)가 가장 많았고, 소스나 익힌 과일 같은 부드러운 음식 및 음료 포장재, 단지나 튜브 그리고 접시, 벗길 수 있는 뚜껑 등이 뒤를 이었다. 이렇게 버려지는 플라스틱 폐기물 중 12%만이 영국 내 시설에서 재활용됐다. 46%는 소각, 25%는 매립, 나머지 17%는 해외로 보내졌다. 재활용률이 낮은 이유는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의 62%가 제대로 수거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재활용이 쉽지 않은 부드러운 플라스틱이나 비닐 같은 플라스틱 필름이 전체 폐기물의 57%를 차지했다. 에브리데이플라스틱은 “장애가 있거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은 독립적으로 살면서 삶의 질을 높이려면 가공식품을 자주 살 수밖에 없어서 플라스틱 포장을 피하기 정말 어렵다”며 “식료품 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대형마트에 큰 책임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플라스틱 폐기물 양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이번 조사 결과를 영국 전역으로 넓힌다면 일주일에 18억5000만 개, 1년에 965억7000만 개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오는 것으로 추산된다. 조사 주체 측은 “이 조사가 참여 가정에 플라스틱을 덜 소비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어 실제 결과는 이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가 부각되자 영국 많은 슈퍼마켓은 빵 봉지나 식품용 비닐 등을 재활용하겠다며 매장에서 직접 수거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최대 유통업체 테스코는 이렇게 수거한 플라스틱 폐기물 일부를 해외 매립지나 소각시설에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에브리데이플라스틱은 “현재 시스템은 재활용에 많은 초점이 맞춰져있지만 애당초 플라스틱 포장재 생산을 줄이는 일이 더 시급하다”며 재사용 가능한 포장재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린피스도 “현재 추세라면 플라스틱 생산량은 향후 20년간 두 배로 증가할 것”이라며 ‘2025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생산 50% 감축’과 ‘쓰레기 수출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우범지대로 유명한 케이프타운 매넨버그에 살던 숀 큐피도 씨(44). 매일같이 총성이 울리는 동네에서 세 아이를 키우던 큐피도 씨는 2017년 ‘더 많은 급여’를 내세운 승차공유서비스 ‘우버’를 만나며 인생역전을 꿈꿨다. 여러 직업을 전전하던 그는 차량을 빌려 운전자로 등록한 뒤 관광지 위주로 운행을 시작했다. 돈을 더 모아 창업하겠다는 꿈도 꿨다. 하지만 달콤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우버가 운전자를 대폭 늘려 매출이 급락하자 운행 범위를 범죄율이 높은 빈민가까지 넓혀야 했다. 카드 결제가 대중화되지 않은 남아공에서 우버가 이용료 현금 지불을 허용하면서 위험은 더 커졌다. 2년 뒤 어느 날 밤, 큐피도 씨는 승객 두 명이 휘두른 칼자루에 머리를 맞아 피를 쏟으며 도망쳤다. 승객들은 그의 차를 몰고 현장을 떴다. 큐피도 씨는 병원에서 회복하는 데만 한 달이 걸렸다.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현지 시간) 큐피도 씨 사례를 전하며 당초 ‘카드 전용’을 앞세워 안전성을 강조하던 우버가 현금 지불을 허용해 개발도상국 운전자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현금 지불은 승객의 신원 확인이 어렵고 차에 현금이 있어야 해 강도 위험이 높은데도 실질적인 예방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 2016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도 현금 지불이 허용된 뒤 우버 운전자 피습이 10배로 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버는 운전자 의료보험을 갖췄다고 주장하지만 큐피도 씨는 “사건 당시 부러진 안경조차 보상받지 못했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망연자실했다. 우버에 사표를 내고 운전도 창업도 포기한 그는 현재 공장에서 밤샘 근무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사람은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해야 한다. 그 열정을 찾아내 끝까지 도전하라.” 인류가 개발한 최고성능 우주 관측기구로 불리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핵심 장비 근적외선카메라(NIRCam) 개발을 이끈 마르시아 리케 미국 애리조나대 천문학과 교수(71)의 말이다. 제임스 웹이 촬영한 ‘SMACS 0723’ 은하 사진이 11일(현지 시간) 공개되면서 1988년부터 NIRCam 개발을 주도한 여성 과학자 리케 교수에게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951년 미 미시간주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적부터 우주에 관심을 품었다. 올 3월 애리조나대 교지 ‘데일리 와일드캣’ 인터뷰에서 리케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과학소설(SF)을 워낙 많이 읽다 보니 다른 행성에도 가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리케 교수는 중학생 때 베이비시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며 모은 돈으로 자신의 첫 망원경을 장만했다.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었던 그는 매사추세츠공대(MIT) 항공공학과에 진학했지만 이후 물리학으로 진로를 바꿔 1976년 박사학위를 땄다. 그는 1998년 제임스 웹 연구팀에 들어간 뒤 2001년 본격적으로 NIRCam 개발을 이끌었다. NIRCam은 빅뱅 이후 몇 억 년이 지난 초기 우주 상태인 135억 년 전에 나온 빛을 포착해야 하는 만큼 제임스 웹 프로젝트 성공에 결정적인 요소였다. 리케 교수가 개발을 주도한 NIRCam은 가시광선 대신 파장이 더 긴 적외선을 이용해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성능을 약 100배 높였다. 그는 11일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공식 블로그에 “우리 팀의 20년 노력이 놀라운 성과로 실현돼 매우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임스 웹 프로젝트에는 리케 교수 외에도 많은 과학자가 전력을 다했다. 1996년부터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 에릭 스미스는 나사 인터뷰에서 최근 첫 손녀를 봤다며 “아기들은 눈을 깜박이며 고개를 돌릴 때마다 자기가 살고 있는 곳을 배운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역시 우주를 관찰할 수 있는 신선하고 강력한 눈을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독일과 프랑스가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러시아는 11∼21일 유지보수를 이유로 독일을 통해 유럽 주요국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노르트스트림1’ 송유관의 가동을 멈췄다. 하지만 유럽은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보복성으로 천연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장관은 1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항상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고 노력해야 한다”며 러시아에서 가스가 다시 공급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독일은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중단될 때 가정보다 병원 및 응급 서비스를 최우선 사용처로 규정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대형 기숙사에 시민 수용, 수영장 폐쇄, 가로등 및 신호등 끄기 등도 논의하고 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장관 역시 이날 “러시아의 가스 공급이 전면 중단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발생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프랑스는 가정 및 기업의 에너지 절약, 가스 비축량 확대, 대체에너지 개발, 신규 원자로 건설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기업별 에너지 공급량에 차등을 두거나 에너지 취약계층인 저소득층에 에너지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 또한 검토하고 있다. 다만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의 터빈 수리를 담당했지만 제재를 이유로 이 터빈을 독일에 돌려주지 않았던 캐나다는 9일 반환을 결정했다. 러시아는 가스 공급 중단의 주요 이유로 해당 터빈의 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러시아가 21일 이후 가스를 다시 공급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캐나다 측의 결정에 “깊이 실망했다”며 반발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독일과 프랑스가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을 하루 앞두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러시아는 11~21일 열흘간 유지보수를 이유로 독일을 통해 유럽 주요국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노르트스트림1’ 송유관의 가동을 멈췄다. 하지만 유럽은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보복성으로 천연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병원 우선 공급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장관은 1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항상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고 노력해야 한다”며 러시아에서 가스가 다시 공급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독일은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중단될 때 가정보다 병원 및 응급 서비스를 최우선 사용처로 규정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대형 기숙사에 시민 수용, 수영장 폐쇄, 가로등 및 신호등 끄기 등도 논의하고 있다. 독일 부동산업체 보노비아는 가스 절약을 위해 임대주택의 야간 난방온도를 17도 이하로 제한하기 시작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러시아의 가스 공급이 전면 중단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발생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능성을 무시하는 것은 완전히 무책임한 일이므로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가정 및 기업의 에너지 절약, 가스 비축량 확대, 대체 에너지 개발, 신규 원자로 건설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기업별 에너지 공급량에 차등을 두거나 에너지 취약계층인 저소득층에 에너지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 또한 검토하고 있다. 다만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의 터빈의 수리를 담당했지만 제재를 이유로 이 터빈을 독일에 돌려주지 않았던 캐나다가 9일 반환을 결정했다. 러시아는 가스공급 중단의 주요 이유로 해당 터빈의 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러시아가 21일 이후 가스를 다시 공급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한국계 미국인 청각장애 아티스트 크리스틴 선 킴(42·사진)이 예술가를 꿈꾸는 청각장애 아동에게 롤모델이 되고 있다며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작품세계를 집중 조명했다. 킴은 올 3월부터 뉴욕 퀸스미술관에서 ‘시간은 내게 또 휴식을 빚졌다’라는 제목으로 수화를 활용한 대형 벽화를 전시하고 있다. NYT는 “킴은 지난 10년 동안 그림과 영상 음향 공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적이고 정치적이면서 카리스마 있고 솔직한 작품을 만들어왔다”며 “언어와 소리의 관습을 뒤집었다”고 소개했다. 국립청각장애인기술연구소 제라드 버클리 회장은 NYT에 “청각장애 아동들은 예술에 대한 열망을 자주 부정당해왔지만 이제 전 세계 컬렉터와 박물관은 선 킴의 작품을 찾고 있다”며 높이 평가했다. 킴은 인터뷰에서 “청각장애인은 자신의 정체성이나 사회적 환경 때문에 삶에 재미를 느낄 공간이 부족하다”며 “청각장애가 단순한 장벽이 아니라 행복과 기쁨으로 연결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980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청각장애가 있는 한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킴은 자신의 장애를 예술에 녹여낸 활동을 펼쳐왔다. 2020년 2월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 슈퍼볼에서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수화 공연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지금껏 70년을 살면서 총이라는 걸 본 적이 없어요. 다른 나라 이야기인줄만 알았는데….”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피격 사건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10일, 도쿄 시나가와구 제5투표소 앞에서 만난 70대 여성은 “전전(戰前·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여러 번 (정치인) 테러가 있었다고 들었지만 크면서 단 한 번도 총을 본 적이 없다”며 몸을 떨었다. 50대 회사원도 “일본이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나라도 아닌데 전직 총리가 총에 맞았다니 충격적”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총격, 혼란스럽고 받아들이기 어려워”8일 아베 전 총리가 사제(私製) 총에 맞아 숨지면서 ‘총의 공포’가 일본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총기 규제가 엄격한 일본에서는 조직폭력집단인 야쿠자 간의 불법 총기를 사용한 총격전을 제외하고는 총격 사건 자체가 매우 드물다. 9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17년 이후 5년간 일본에서 총기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14명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는 단 한 명뿐이었다. 하지만 평일 대낮에 전직 총리의 공개 유세 현장에서 피격 사건이 벌어지면서 시민들 충격은 더욱 큰 상황이다. 일본 시민들은 “믿을 수 없다”며 ‘낯선’ 공포감을 드러냈다. 아베 전 총리가 비명에 간 나라현 유세 현장에 있었다는 한 미용사는 10일 마이니치신문에 “‘펑’ ‘펑’ 하는 총소리가 비현실적으로 들렸다”고 말했다. 자민당 소속 선거운동원도 “불꽃놀이 같은 소리라서 장난이라고 생각했다”며 “아직도 몸이 부르르 떨린다”고 했다. 도쿄의 25세 디자이너 에리카 이노우에 씨는 NYT에 “일본에 총이 있나요”라고 반문하며 “총격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혼란스럽고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얘기했다.○ “日 더 이상 안전한 평화의 나라 아냐”일본에서 민간인 권총 소지는 불법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일본에선 총기를 구매하려면 13단계의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사실상 ‘무관용’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특히 2007년 이토 잇초 전 나가사키 시장이 피격당한 뒤 규제와 처벌 강도가 더 세졌다. 총기 보유율도 매우 낮은 편이다. 미국 CNN이 보도한 스위스 제네바 국제개발대학원 연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일본 국민 100명당 0.25정의 총기를 소유하고 있다. 100명당 약 120정인 미국에 비하면 매우 적다. NYT는 “이전까지 일본인은 총기 사건을 겪은 적이 거의 없었다”며 “정치인 유세 현장에서 경찰 경호도 약한 편이어서 유권자는 선거 기간 국가 최고지도자들과 가까이서 교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으로 일본 사회 치안의식과 정치 환경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전망한다. 실제 일본 경찰청은 각 정당에 경호를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9일 야마나시현에서 열린 기시다 후미오 총리 연설회장에는 금속탐지기가 설치됐고 경찰은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일본 전문가인 제럴드 커티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NYT에 “일본은 더 이상 제2차 세계대전 직후처럼 안전하고 평화로운 나라가 아니다”라며 “새로 직면한 무서운 현실에 대처하기 위해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문제는 일본 정치 지도자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라고 지적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지금껏 70년을 살면서 총이라는 걸 본 적이 없어요. 다른 나라 이야기인줄만 알았는데….”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피격 사건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10일, 도쿄 시나가와구 제5투표소 앞에서 만난 70대 여성은 “전전(戰前·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여러 번 (정치인) 테러가 있었다고 들었지만 크면서 단 한 번도 총을 본 적이 없다”며 몸을 떨었다. 50대 회사원도 “일본이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나라도 아닌데 전직 총리가 총에 맞았다니 충격적”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총격, 혼란스럽고 받아들이기 어려워” 8일 아베 전 총리가 사제(私製) 총에 맞아 숨지면서 ‘총의 공포’가 일본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총기 규제가 엄격한 일본에서는 조직폭력집단인 야쿠자 간의 불법 총기를 사용한 총격전을 제외하고는 총격 사건 자체가 매우 드물다. 9일 미국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2017년 이후 5년간 일본에서 총기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14명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는 단 한 명뿐이었다. 하지만 평일 대낮에 전직 총리의 공개 유세 현장에서 피격 사건이 벌어지면서 시민들 충격은 더욱 큰 상황이다. 일본 시민들은 “믿을 수 없다”며 ‘낯선’ 공포감을 드러냈다. 아베 전 총리가 비명에 간 나라현 유세 현장에 있었다는 한 미용사는 10일 마이니치신문에 “‘펑’ ‘펑’ 하는 총소리가 비현실적으로 들렸다”고 말했다. 자민당 소속 선거운동원도 “불꽃놀이 같은 소리라서 장난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아직도 몸이 부르르 떨린다”고 했다. 도쿄의 25세 디자이너 에리카 이노우에 씨는 NYT에 “일본에 총이 있나요”라고 반문하며 “총격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혼란스럽고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얘기했다. 일본에서 민간인 권총 소지는 불법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일본에선 총기를 구매하려면 13단계의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사실상 ‘무관용’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특히 2007년 이토 이초 전 나가사키 시장이 피격 당한 뒤 규제와 처벌 강도가 더 세졌다. 총기 보유율도 매우 낮은 편이다. 영국 BBC는 과거 보도에서 “일본 경찰은 총기 사용법을 배우는 것보다 검도 유도 등을 연습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소개했다.● “日 더 이상 안전한 평화의 나라 아냐” 미국 CNN이 보도한 스위스 제네바 국제개발대학원 연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일본 국민 100명당 0.25정의 총기를 소유하고 있다. 100명당 약 120정인 미국에 비하면 매우 적다. NYT는 “이전까지 일본인은 총기 사건을 겪은 적이 거의 없었다”며 “정치인 유세 현장에서 경찰 경호도 약한 편이어서 유권자는 선거 기간 국가 최고지도자들과 가까이서 교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으로 일본 사회 치안의식과 정치 환경이 크게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일본 경찰청은 각 정당에 경호를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9일 야마나시현에서 열린 기시다 후미오 총리 연설회장에는 금속탐지기가 설치됐고 경찰은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일본 전문가인 제럴드 커티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NYT에 “일본은 더 이상 제2차 세계대전 직후처럼 안전하고 평화로운 나라가 아니다”며 “새로 직면한 무서운 현실에 대처하기 위해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문제는 일본 정치 지도자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라고 지적했다. 홍정수기자 hong@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58·사진)가 7일(현지 시간) 집권 보수당 대표를 전격 사퇴했다. 존슨 총리는 이날 영국 런던 총리 관저 앞에서 “새 리더, 새 총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보수당의 의지”라며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의원내각제인 영국에서는 제1당 대표에게 총리 직이 자동 승계된다. 그러나 “총리 직은 새 총리가 정해지는 10월 당 전당대회까지 유지하겠다”며 장관 인사를 단행해 논란이 예상된다.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한 ‘파티게이트’로 지난달 보수당 신임 투표를 간신히 통과한 존슨 총리는 크리스토퍼 핀처 의원을 보수당 원내부총무에 임명할 때 성(性)비위 전력을 몰랐다는 해명이 거짓말로 드러나 사퇴 압박을 받았다. 최소 50명의 장차관급 인사가 존슨 총리 사퇴를 촉구하며 사의를 밝혔다. 그가 허수아비 총리가 되면서 남은 브렉시트 과제 해결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 지원 대오에 균열이 가는 등 영국 리더십 공백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존슨 英총리, 與대표 전격 사임‘파티게이트’ 겨우 넘겼지만 성비위 인사 옹호 거짓말 들통최측근까지 나서 “사퇴하라” 압박… “10월까지 총리직 유지” 밝히자보수당내 “총리직도 내려놔야”… 노동당 “불신임 표결 요구할 것” “브렉시트를 이뤄냈고 팬데믹을 극복했습니다. 2019년 총선에서 보수당은 1987년 이후 가장 많은 표를 얻었습니다.” 7일(현지 시간) 낮 12시 반,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에 선 보리스 존슨 총리(58)는 당 대표직 사퇴를 밝히면서도 치적 자랑을 잊지 않았다. 존슨 총리가 “‘세계 최고 직업’을 포기하는 것이 슬프지만 10월 전당대회까지 총리 직을 유지하겠다”고 하자 지켜보던 시민들 사이에서 ‘우’ 하는 야유가 나왔다. 일간 더타임스는 “존슨의 오만함이 대가를 치렀다”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존슨 총리의 유통기한은 이미 지났다”며 “인플레이션 11%, 유럽이 전쟁에 휩싸인 이때 영국에는 유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바로 ‘지금’”이라고 전했다. 실권 없는 총리가 된 그의 퇴진은 신뢰가 특히 중요한 국가 정상이 수시로 말을 바꾼 자업자득이란 평가가 나온다. ○ 존슨 “군중심리로 나를 몰아내”올 2월 크리스토퍼 핀처 의원을 보수당 원내부총무로 임명할 때 그가 과거 성(性)비위를 저지른 사실을 몰랐다는 존슨 총리의 말이 허위로 드러나자 거센 비판에 휩싸였다. 보수당 의원들은 방역수칙 위반 논란 때와 마찬가지로 ‘거짓말로 일관한다’며 총리 사퇴를 압박했다. 존슨 총리는 6일 하원에서 사퇴를 요구하는 의원들에게 “막중한 임무를 맡은 이상 끝까지 완수하겠다”고 버텼다. 이날 최측근 마이클 고브 주택장관까지 퇴진을 권고하자 “뱀 같은 사람”이라며 곧바로 해임했다. 그러나 리시 수낵 재무장관을 필두로 장차관급 각료 50명이 5, 6일 총리 사퇴를 촉구하며 줄줄이 사의를 밝히자 보수당 평의원 모임 ‘1922위원회’ 그레이엄 브레이디 위원장을 만나 사의를 표명했다. 브렉시트를 강행하며 2019년 7월 총리에 오른 지 3년 만에 불명예 퇴진한 단명 총리가 됐다. 잇단 거짓말과 스캔들로 보수당 내부에서조차 철저히 미운털이 박혔다. 그럼에도 존슨 총리는 7일 기자회견에서 “보수당 의원들이 비이성적인 군중심리(herd mentality)로 나를 몰아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명문 옥스퍼드대 출신임에도 어수룩한 외모, 쉽고 직설적인 언변으로 대중의 인기를 끌었다. 특히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유럽연합(EU) 탈퇴 진영을 이끈 것은 큰 자산이 됐다. 브렉시트를 놓고 갈팡질팡하던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당 대표를 사퇴하자 2019년 7월 당 경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당 대표에 올라 총리가 됐다. 같은 해 12월 총선에서 압승하고 이듬해 1월 브렉시트가 시행됐다. 그러나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 지난해 코로나19 봉쇄 기간 총리관저에서 방역을 어기고 술잔치를 벌인 ‘파티게이트’ 폭로 등으로 코너에 몰렸다. 지난달 당 신임 투표에서 간신히 총리 직은 유지했지만 이어진 보궐선거에서는 보수당 후보가 전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NYT “영국의 리더십 공백 우려”10월 당 전당대회까지 총리 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그는 7일 잇단 사퇴로 공석이 된 장차관에 새 인사들을 속속 발표했다. 하지만 보수당에서는 “바로 사퇴해야 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한 보수당 의원은 가디언에 “존슨의 행동은 너무 무모하고 변덕스럽다. 가을까지 나라를 이끌 수 없다”고 말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존슨이 10월까지 총리 직을 유지하면 의회에 정부 불신임 표결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존슨 총리가 불신임 투표에서 지면 의회는 해산되고 총선이 실시된다. 존슨 총리 후임으로는 수낵 전 장관, 리즈 트러스 외교장관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쟁 리더십을 인정받은 벤 월리스 국방장관 등이 거론된다.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경기 침체 위기와 인플레이션에 따른 복합위기로 유럽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영국의 전반적인 리더십 공백이 우려된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BBC는 경제 위기가 그의 퇴진을 부채질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소비자물가지수가 40년 만에 최대인 9% 이상 올랐는데 세금은 늘어 서민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또 지난달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해 리더십이 흔들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더불어 서방의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 전선에 비상이 생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그는 우리를 좋아하지 않고 우리도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 미하일로 포돌랴크는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준 점에 감사하다”고 밝혔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