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인

황규인 기자

동아일보 스포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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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모든 질문이 스포츠였으면 좋겠다.

kini@donga.com

취재분야

2024-10-27~2024-11-26
스포츠일반26%
야구21%
사회일반10%
정치일반10%
테니스10%
인사일반7%
메이저리그7%
각종 경기3%
농구3%
배구3%
  • ‘육상 간판’ 유병훈, 단거리·장거리 가리지 않고 출전하는 이유는…

    한국 육상 대표 유병훈(49·경북장애인체육회)이 마라톤을 마지막으로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일정을 모두 마쳤다.휠체어를 타고 달리는 스포츠 등급 T53 선수인 유벙훈은 5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출발한 남자 마라톤에서 1시간41분44초로 14위를 기록했다. 1시간24분02초로 1위를 차지한 후그 마르셀(35·스위스)과는 15분 이상 차이나는 기록이다. 유병훈은 피니시 라인을 통과한 뒤 “패럴림픽 마라톤에 처음 도전해 완주까지 했다. 한국선수로 경험치를 만든 부분은 만족스럽다”라고 했다.유병훈은 이번 대회에서 단거리와 장거리를 가리지 않고 힘껏 바퀴를 굴렸다. 100m에서는 예선 6위(15초37)를 기록했고, 400m에서는 결선 7위(50초02)에 이름을 올렸다. 800m는 예선 6위(1분41초55)로 경기를 마쳤다. 메달 획득과 별개로 유병훈이 여러 종목에 출전한 건 육상 홍보 때문이다. “육상은 비인기 종목이다. 비장애인 육상도 마찬가지다. 젊은 층이 육상은 힘든 종목이라 생각해 도전하는 이가 별로 없다. 신인 선수들은 대회 참가의 기회도 적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국제적으로 기량이 떨어지는 이유다. 그게 개인적으로 안타깝다. 마음이 아프다. 내가 비록 좋은 결과를 만들진 못했지만 육상 후배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자극을 줬으면 한다.”유병훈은 육상의 매력도 설파했다. 그는 “육상은 기록경기다. 상대와 경쟁하는 것도 있지만 내가 원하는 기록에 얼마나 도달하는지가 관건이다.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큰 매력이다. 기록이 안좋으면 자신과의 싸움에서 진 거다. 강인한 멘털을 가지는게 육상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했다.27년차 선수인 유병훈은 한국 육상 발전을 위해 개인별 훈련 및 지역별 상시훈련 시스템을 제안했다. 그는 “개별화 된 훈련이 휠체어 육상의 국제적 추세다. 팀에 대한 일괄 지원이 아닌 개별 지원이 필요하다. 또 지역별로 특성화 된 선수가 있으면 그 지역에서 상시 훈련을 한다. 대표팀 소집 이후에도 그런 방식으로 기량을 유지한다”라고 했다. 육상 뿐 아니라 도쿄 패럴림픽에 출전한 여러 선수가 같은 내용을 호소한다. 대표팀 소집 훈련 장점은 분명하지만 그외 기간 훈련 기회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유병훈은 “지난해부터 경기장 폐쇄로 준비를 많이 못했다. 대표팀 소집이 늦고 기간도 짧았다. 다른나라 선수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도 패럴림픽에 걸맞은 컨디션으로 출전한 점에 놀랐다”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이번 도쿄 대회 육상 종목엔 유병훈과 전민재(44·T36) 두 선수가 출전했다. ‘키 149cm의 작은 거인’ 전민재는 100m와 200m에서 2012 런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 이어 메달에 도전했지만 3개 대회 연속 메달 획득엔 실패했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 2021-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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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상의 복식조’ 김정준·이동섭 은메달…“전력 많이 노출됐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대한민국 장애인 배드민턴 대표팀 ‘환상의 복식조’ 김정준(43·울산 중구청·WH2)과 이동섭(50·제주도·WH1)이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뒤 가족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전했다. 장애인 배드민턴은 이번 도쿄 대회를 통해 처음으로 패럴림픽 정식 종목이 됐다. WH는 휠체어를 타고 경기를 치르는 등급으로 WH1(중증)과 WH12(경증)으로 나뉜다.세계선수권 대회 4연패에 빛나는 이 종목 세계랭킹 1위 김정준은 단· 복식 모두 결승에 올라 ‘금빛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는 은메달 2개였다.김정준-이동섭 조는 5일 일본 도쿄 요요기국제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복식 WH2-WH1 결승전에서 중국 대표 마이젠펑(32)-취쯔모(20) 조에게 0-2(14-21, 10-21) 패했다. 김정준은 앞서 열린 단식 결승전 때도 가지와라 다이키(20·일본)에게 0-2(18-21, 19-21)로 무릎을 꿇었다.복식 결승전이 끝난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김정준, 이동섭은 “아쉽지만 홀가분하다”면서 “배드민턴이 처음 정식종목이 된 패럴림픽에서 은메달을 딸 수 있어 다행이다. 앞으로 더 열심히 훈련하겠다는 각오뿐”이라고 말했다.‘소문난 딸 바보’ 김정준은 “딸들에게 금메달을 따간다고 약속했는데 ‘아빠 은메달 2개 땄다. 많이 좀 봐주라’”며 웃었다.“두 딸에게 하나씩 은메달을 나눠줄 생각”이라던 김정준은 “아내가 패럴림픽 훈련 기간 내내 혼자 고생을 많이 했다. 아내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전날 WH1 단식에서 동메달을 따낸 이동섭 역시 “아내와 아들, 딸을 못 본 지 한 달이 넘었다. 언제 어디서나 나를 걱정해주는 가족들에게 고맙다고, 정말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랭킹 1위 조’에 대해 견제가 심하고, 전력도 노출이 많이 된 탓에 금메달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정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비밀이 많이 노출됐다. 다른 나라 기량이 많이 올라왔고 세계적으로 전력이 상당히 평준화됐다”고 말했다.이동섭은 “상대는 10~30대인데 나는 쉰 살이 넘었다. 김정준 선수도 벌써 40대 중반을 바라본다. 체력적으로 다른 나라 선수들이 훨씬 좋았고 스포츠 등급 면에서도 불리한 부분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내년 항저우아시안경기와 3년 뒤 열릴 파리 패럴림픽을 이야기를 꺼내자 이들의 눈빛이 다시 빛났다. 결승에서 만난 중국 조를 또 만날 가능성에 대해 두 선수는 “100%”라고 답했다. 김정준은 “오늘은 아쉽게 졌지만 더 열심히 노력해서 다음 대결에선 반드시 이기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설욕 의지를 다졌다. 이날 경기 후 김정준의 손엔 일본 자원봉사자 팬이 선물한 아사히신문 기사 스크랩이 들려 있었다. 2005년 사고 이후 2년 만인 2007년 재활 치료로 배드민턴을 시작한 김정준은 2013~2019년까지 세계선수권 우승을 단 한번도 놓치지 않은 장애인 배드민턴 최고 스타다.한국 장애인 배드민턴의 인기를 실감케 하는 장면에 이동섭은 “어느 나라에 가든 우리를 응원해주시는 팬들이 꽤 많다”고 귀띔했다. 전날 세계선수권 메달 총 20개(금 14개·은 6개)를 자랑하는 ‘레전드’ 이삼섭(51·제주도)도 남자 단식 WH1 은메달을 따내면서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은 3개, 동 1개로 마무리했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 2021-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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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도는 최고의 치료”…골수암 극복하고 금메달 따낸 덴마크 대표

    ‘리사 그엣싱, 관장님 몸메 크눗첸, 태권도라이프아카데미’3일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태권도 여자 58㎏급에서 금메달을 따낸 리사 게싱(43·덴마크)의 도복 검은 띠엔 노란색 실로 새긴 한글이 또렷하다.게싱은 자타공인 여자 장애인 태권도 레전드 선수다. 남편 크리스티안은 덴마크 핸드볼 국가대표 출신, 두 딸도 핸드볼 선수인 스포츠 가족이기도 하다. 게싱은 원래 2001년, 2003년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비장애인 태권도 국가대표였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앞두고 은퇴한 그는 2007년 골수암 판정을 받았고, 2012년 종양이 자란 왼쪽 손목을 잘라내야 했다. 장애를 얻게 된 게싱은 태권도를 통해 다시 일어섰다. 2015년 1월 태권도가 도쿄 패럴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자 게싱은 6년 반의 기나긴 시간을 태권도 수련에 바쳤다. 이변은 없었다. 게싱은 3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베스 먼로(33·영국)를 32-14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금메달을 따낸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게싱은 “내가 수려한 도장 관장님이 만들어주신 띠다. 태권도라이프아카데미는 우리 태권도 재단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선수권대회 4회 우승(2013~2015, 2016년), 유럽선수권대회 3회 우승(2016, 2018~2019년)을 차지한 그에게도 사상 첫 패럴림픽 금메달 획득 순간은 특별했다. 게싱은 “세상을 다 얻은 느낌이다.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태권도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후 6년 넘게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고 지금 금메달을 걸고 여기 서 있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순간”이라고 말했다.이어 “여기까지 오는 데 가족들의 엄청난 희생이 있었고, 팀과 감독님 모두 함께 열심히 노력했다. 이 금메달은 그 희생과 노력의 보상이다. 우리 가족들이 정말 자랑스러워할 것 같다”면서 활짝 웃었다. 올림픽 금메달 꿈을 패럴림픽에서 이룬 그에게 태권도는 어떤 의미일까.게싱은 “내게 태권도는 최고의 치료(therapy)다. 어느 날 암에 걸렸고 한손을 잃었다. 태권도를 통해 밖에 나가 무언가에 도전할 수 있었고 태권도를 통해 더 강해질 수 있었다. 태권도는 내 병을 극복하고 치유하는 최고의 치료제가 됐다”고 답했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 2021-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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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지마비로 접은 체육교사 꿈… 그는 대신 탁구 세계챔피언이 됐다

    ‘신한불란(信汗不亂)’. 땀을 믿으면 흔들리지 않는다.장애인 탁구 대표 주영대(48·경남장애인체육회)는 자신이 좌우명을 삼고 있는 이 네 글자를 가슴에 품고 2020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개최지 일본 도쿄에 도착했다. 그리고 남자 단식 TT1 금메달을 차지하면서 그는 다시 땀을 믿게 됐다.경남 사천시에서 태어난 주영대는 원래 체육 교사가 꿈이었다. 어릴 때부터 누구보다 운동장에서 땀 흘리기를 좋아하던 주영대였다. 그러나 경상대 체육교육과에 재학 중이던 1994년 여름 교통사고를 당해 사지마비가 찾아왔다. 4일 오전 일본 도쿄 미나토구(港區) 베이사이드 호텔 아주르 다케시바(竹芝) 내 ‘코리아 하우스’에서 만난 주영대는 “처음 다치고 나서 4년 정도 집에만 처박혀 있었다. 웹 디자이너로 일하던 중 진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개관 소식을 듣고 재활 목적으로 탁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처음에는 ‘라켓을 잡지도 못하는 데 탁구를 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강했다. 그런데 라켓과 손을 붕대를 묶고 시작하면서 ‘아, 나도 이거는 할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사고 이후 14년 만에 주영대는 다시 흠뻑 땀을 흘릴 수 있게 됐다.이제 주영대의 탁구 실력은 그냥 ‘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삼두박근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장애를 가진 이들이 휠체어를 타고 진행하는 탁구 TT1 종목에서는 전 세계 어디에도 주영대보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없다. 주영대는 장애를 얻으면서 평범한 체육 교사가 되지는 못했지만 그 대신 세계 챔피언이 됐다.주영대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때는 금메달을 딸 거라고 90% 생각하고 갔다. 그런데 은메달을 따서 너무 아쉬웠다”면서 “이번에는 몸이 좀 안 좋아서 4강 정도만 생각해고 왔다. 마음을 비우고 나니 탁구가 더 잘 되더라”고 말했다.이어 “(장애인) 탁구에도 그랜드슬램이 있다. 패럴림픽, 세계장애인선수권대회, 장애인아시아경기, 아시아장애인선수권대회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면 그랜드슬램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아직 세계선수권 금메달이 없다. 내년에 세계선수권이 있는데 꼭 금메달을 따서 그랜드슬램을 이루고 싶다”고 밝혔다.주영대가 그랜드슬램을 완성하려면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선수촌에서 한솥밥을 먹는 동료 선수들을 이겨야 한다. 이번 대회 남자 TT1 단식에서는 금메달을 딴 주영대에 이어 김현욱(26·울산장애인체육회)이 은메달, 남기원(55·광주광역시청)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주영대는 “TT1 등급 선수끼리는 원래 자주 뭉치는 사이다. 합숙 훈련하면서 서로 금·은·동 메달 세 개를 다 따자고 약속을 하고 왔다. 그 약속을 이룬 건 매우 기뻤다”면서 “장애인 탁구는 선수도 많고, 실업팀도 많다. 그렇다 보니 국내 선수끼리 경쟁을 하면서 자연스레 실력이 좋아진 것 같다. 양궁처럼 세계 랭킹과 한국 랭킹이 엇비슷하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선수 생활 와중에 경남장애인탁구협회 사무국장, 진주시장애인탁구협회 부회장 등을 겸임하기도 했던 주영대는 “탁구 선수들 가운데 고령자가 많다. 탁구에도 젊은 선수들이 나와서 앞으로 명맥을 이어갔으면 좋겠다”면서 “나도 이제 나이가 많으니 노하우 등 전수해서 TT1, TT2 등급에서 한국이 계속 세계 최강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김현욱은 탁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저와 결승에서 맞붙었다. 제가 긴장을 덜 해서 이겼을 뿐 김현욱이 실력이 부족해서 진 게 아니다”면서 “요즘에는 장애인 스포츠 기반이 잘 잡혀 있고 전문 코치들도 많아서 젊은 선수들이 열심히 하기만 하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그는 마지막으로 “장애가 있다고 방 안에만 갇혀 있을 이유는 없다. 여러분 자신에게 땀 흘릴 기회를 주라”고 조언했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 2021-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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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첫 태권도 메달리스트 주정훈 “동정의 대상이 아닌 ‘동경의 대상’이 되자”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동경의 대상이 되자’고 이야기했는데 정말 동경의 대상이 됐습니다.”한국 태권도 선수로는 처음으로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된 주정훈(27·SK에코플랜트)은 4일 오전 일본 도쿄 미나토구(港區) 베이사이드 호텔 아주르 다케시바(竹芝) 내 ‘코리아 하우스’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주정훈은 태권도가 처음 정식 종목이 된 2020 도쿄 패럴림픽에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참가해 전날 남자 75kg급 동메달을 차지했다.주정훈은 전날 이 대회 첫 경기였던 16강전에서 마고메자기르 이살디비로프(30·러시아패럴림픽위원회)에 31-35로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패자부활전에서 2연승을 거둔 뒤 ‘리턴 매치’로 열린 3, 4위 결정전에서 이살디비로프를 24-14로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메달 확정 후 경기장에 앉아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울었던 주정훈은 “경기 시작 전부터 ‘아, 오늘 하루가 내 태권도 인생 같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메달을 따고 났더니 부담감과 압박감을 털어냈다는 생각이 들어 온갖 감정이 북받쳐 올라왔다”고 말했다.주정훈은 태어난 직후부터 맞벌이를 하던 부모님 대신 할머니 밑에서 컸다. 두 살 때 할머니가 지리를 비운 사이 농기구에 오른손이 잘못 들어가는 바람에 손목 아래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가장 하얗지만 그래서 가장 쉽게 더러워지는 도복처럼 태권도는 주정훈에게 희망이자 절망이었다. 원래 비장애인 전국 대회에서 4강까지 오르며 기대를 모으던 주정훈은 사춘기 시절 경기장 곳곳에서 들리는 수근거림에 상처를 받아 고등학교 2학년 때 태권도를 접었다.태권도가 패럴림픽 정식 종목이 되면서 주정훈은 태권도복을 다시 꺼내 입었다. 2017년 12월 장애인 선수로 변신한 그는 올해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아시아 선발전을 1위로 통과하면서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도쿄행 티켓을 거머쥐었다.주정훈은 “사실 저말고 다른 선수(김태민)도 있었는데 저만 패럴림픽에 출전하게 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 같다. 먼저 길을 닦아 주신 선배들도 계셨다”며 몸을 낮춘 뒤 “이제 내가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한다. 실력이 조금 부족해도 강한 정신력과 의지가 있다면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사실 첫 번째 경기 도중 다리 등을 많이 다쳤다. 그래도 다리가 부러져도 발차기를 멈추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 한국 장애인 태권도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한국 태권도가 외국에서 무시당하지 않게끔 정신력으로 버텨내려 했다”고 덧붙였다.주정훈은 인터넷 메신저 자기소개 문구에도 ‘강한 정신력’이라는 다섯 글자를 써놓았다. 배경 이미지에는 “가장 위대한 영광은 한번도 실패하지 않음이 아니라 실패할 때마다 일어서는 데 있다”는 문구를 적어 뒀다. “안 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끝까지 해보는 사람(是知其不可而爲之者與)”이라는 ‘논어’ 구절을 변주한 문장이다.주정훈은 “솔직히 장애가 있기 때문에 남들과 틀리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런데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 장애인선수촌에 들어가고 나서 장애는 그저 남들과 다를 뿐이라는 걸 알게 됐다”면서 “나는 뒤늦게 알았지만 장애가 있는 유년기, 청소년기 여러분들도 ‘내가 남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 하루 빨리 밖으로 나와야 동경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많이 도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정훈에게도 여전히 동경의 대상이 있다. 2024 파리 패럴림픽 금메달이다. 주정훈은 “파리 패럴림픽 경기장을 미리 찾아봤다.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금메달은 가장 많이 노력한 사람이 가져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파리에선 저도 1등을 할 수 있도록 죽어라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아직 장애인 태권도 실업팀은 비장애인 팀처럼 합숙 훈련을 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 정식 실업팀이 생기면 기량 발전에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원을 부탁했다. 계속해 “패럴림픽보다 먼저 내년 세계선수권대회와 장애인아시아경기 준비를 해야 한다. 이번 메달이 동료들에게 더욱 절실함을 느끼게 해줬을 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사람들이 장애가 있다고 약하다고 생각하는 편견을 깰 수 있도록 더욱 많이 노력하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취재진 질문이 끝나자 주정훈이 취재진에게 부탁 아닌 부탁을 하나 했다. “제가 V로그를 찍고 있거든요. 웃으시면서 ‘파이팅’이라고 크게 한 번만 외쳐주세요.” 편견 가득한 세상을 향해 오른쪽 로켓 주먹을 발사한 ‘태권V’는 어느새 주전자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해맑게 웃는 철이가 되어 있었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 2021-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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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치아, 日 꺾고 9회 연속 금메달… 도쿄 패럴림픽 한국 두번째 金

    한국 보치아가 연장 접전 끝에 안방팀 일본을 물리치고 1988 서울 대회 이후 9개 대회 연속 패럴림픽 금메달 획득에 성공했다.정호원(35·강원도장애인체육회)과 최예진(30·충청남도), 김한수(29·경기도)가 출전한 한국 보치아 BC3 페어 대표팀은 4일 일본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일본을 5-4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탁구 남자 단식 TT1 주영대(48·경남장애인체육회)에 이은 이번 대회 한국 두 번째 금메달이다. 정호원은 △2008 베이징 페어 금 △〃 개인 동 △2012 런던 개인 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개인 금 △〃 페어 은메달에 이어 4대회 연속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2012 런던 대회 때 개인전 금메달, 2016 리우 대회 때 페어 은메달을 딴 최예진도 3개 대회 연속으로 패럴림픽 메달을 따냈다.2016 리우 대회 때 두 선수와 함께 페어 은메달을 딴 김한수는 생애 첫 패럴림픽 금메달을 안았다.임광택 대표팀 감독은 “이 세 선수가 페어에 나선 게 세 번째인데 그동안 금메달이 없었다. 금메달을 꼭 따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는데 승리하고 대성통곡하면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다 풀었다. 날아갈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비장애인 올림픽에서는 볼 수 없는 종목인 보치아는 구슬치기와 컬링을 합친 듯한 형태로 표적구를 향해 공을 던지거나 굴려서 표적구에 더 가까이 있는 공에 1점씩 부여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진행한다.BC3 등급 참가 선수는 홈통 같은 도구를 활용해 투구를 하며 이 과정에서 경기 파트너 도움을 받는다. 경기 파트너 역시 대회 조직위원회에서 메달을 받고, 한국에 들어오면 메달 포상금도 받는다.페어는 2인조 경기라는 뜻으로 참가 선수 3명 가운데 2명이 각 엔드에 출전해 경기를 치른다. 페어 경기는 4엔드까지 진행하며 이때까지 동점일 때는 연장전을 치른다.연장전은 표적구를 코트 한 가운데 두고 시작한다.일본 쪽으로 기울던 연장 승부 방향을 되돌린 건 최예진이었다.최예진이 투구한 다섯 번째 공이 표적구 앞에 있던 한국 공을 밀어 표적구 쪽으로 더욱 가까이 붙게 만들었다. 일본은 남은 공 4개로 이 공을 쳐내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하면서 한국이 금메달을 확정했다.연장전을 치를 때 임 감독은 “죽는 심정이었다”고 했고 이문영 코치도 옆에서 “제가 더 죽는 심정이었다”고 거들었다.그러나 선수들은 의연했다. 최예진은 “떨리지 않았다. 정호원을 믿고 플레이 했다”며 “선수촌에서도 연습을 많이 했기 때문에 그렇게 힘든 경기는 아니었다”고 했다.보치아 대표팀은 경기 일정을 시작하기 전부터 노영진(28·광주광역시)이 건강 악화로 급히 귀국하는 등 악재를 맞았다.개인전과 단체전에서는 ‘강호’답지 않게 선수들이 연이어 탈락하면서 페어에 나서는 선수들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임 감독은 “노영진이 갑자기 건강 악화로 조기 귀국 하면서 선수단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다. ‘왜 이렇게 안 좋은 일이 벌어질까?’ 오만가지 걱정을 했다”면서 “빨리 한국에 가서 노영진과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 2021-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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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양궁, 53년 만에 패럴림픽 ‘노메달’…“세대교체 필요”

    한국 장애인 양궁 대표팀이 53년 만에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노메달’에 그쳤다. 김민수(22·대구도시철도공사)-조장문(55·광주시청) 조는 4일 일본 도쿄 유메노사미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양궁 혼성 단체 리커프 오픈 8강전에서 러시아패럴림픽위원회(RPC) 대표 마르가리타 시도렌코(33)-키릴 스미르노프(25) 조에 세트 점수 2-6(29-28, 33-34, 29-34, 30-37)으로 패했다. 그러면서 한국 양궁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메달 없이 마무리했다. 역대 패럴림픽에서 양궁이 노메달에 머문 건 첫 패럴림픽 출전이었던 1968 텔아비브(이스라엘)대회 이후 이번이 53년 만에 처음이다. 1972 하이델베르크대회부터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까지는 한번도 빠짐없이 메달을 가져온 한국 양궁 대표팀이었다. 김-조 조는 1세트에서 조장문이 5점을 쏘며 실수했지만 RPC 역시 3점에 쏘는 큰 실수를 범해 29-28로 승리했다. 운이 따랐다. 그러나 이후 RPC는 기복 없는 경기력으로 전세를 뒤집었고, 승기를 놓치지 않았다. 김민수는 “체력적으로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긴장을 많이 하니까 몸이 많이 떨려서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서도 “아쉬움이 많지만 많이 경험하고 알게 됐다. 앞으로 더 열심히 준비해서 2024 파리 패럴림픽에선 좋은 성적을 내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조장문은 53년만의 노메달에 대해 “우리 한국 패럴림픽 양궁이 나이들이 많다. 세대교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김민수를 가리킨 뒤 “남자는 세대교체가 됐지만 다른 부분(여자)이 안 됐다”고 했다. 한국 선수단 전체에서 최고령인 김옥금(61·광주시청)을 비롯해 조정문, 최나미(55·대전시체육회), 김란숙(54·광주시청)까지 양궁 여자대표팀의 연령대는 50~60대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조장문은 “연습한 만큼 성적이 안 나오니까 속상하다. 우리 남자 선수들은 잘 쐈는데 내가 받쳐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이곳은) 정말 바람과 날씨를 종잡을 수 없다. 그동안 여러 곳에서 경기했지만 이런 곳은 처음인 것 같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열심히 노력만 하면 길이 보인다. 예전과 비교해서 (환경과 대우가) 많이 좋아졌다. 직장 운동 경기부도 있고, 하려는 의지만 있으면 월급을 받으면서 운동을 할 수 있다. 열심히 할 수만 있다면 도전할 만하다”고 미래 장애인 양궁 후배들에게 조언했다.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 2021-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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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슛오프서 동메달 놓쳤지만…양궁 김민수 “혼성전 메달 노리겠다”

    대한민국 장애인 양궁 대표 김민수(22·대구도시철도공사)는 여전히 유망주로 불릴 나이지만 마음가짐은 베테랑 같았다. 당장 메달 획득은 못했지만 후회 없는 경기를 치렀다며 미소를 지었다. 김민수는 3일 오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하르빈데르 싱(30·인도)과 맞붙은 개인전 리커브 동메달 결정전에서 슛오프 끝에 패해 4위로 대회를 마쳤다. 비장애인 올림픽 양궁과 같은 활을 쓰는 리커브 종목은 5세트 경기이며 각 선수가 세트별로 세 발을 쏜다. 승리 2점, 무승부 1점, 패배 무득점이다. 세트 스코어 6점 이상을 먼저 따면 승리다. 김민수는 1세트에서 6점을 쏘는 실수로 기선제압을 하지 못했다. 2세트에서는 10점 과녁에 두 발을 안착시키면서 세트 스코어 2점을 따내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3세트는 내줬지만 김민수는 4세트에서 세트 스코어를 1점씩 나눠 가지면서 승리 희망을 이어갔다. 이후 5세트까지 따내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한 발로 승부를 결정하는 슛오프에서 김민수는 8점을 쏴 10점을 만든 상대에게 동메달을 내줬다. 김민수는 경기 후 “패럴림픽은 두 번째인데 첫 출전 때보다 재미있었다.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후회 없는 경기를 했다. 오늘을 계기로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단, 4강전 마지막에 떨려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아쉬운 부분을 언급했다. 김민수는 자오리쉐(31·중국)와 맞붙은 4강전에서도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지만 결국 패하면서 동메달 결정전으로 향했다. 김민수는 4일 조장문(55·광주광역시청)과 조를 이뤄 리커브 혼성전에 출전한다. 김민수는 “혼성전도 최선을 다해 후회 없는 경기를 치르겠다. 꼭 메달을 노리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김민수는 어릴 적 친구와 놀다 건물 2층 높이의 담벼락에 올라갔다가 담이 무너져 두 다리를 잃고 장애가 생겼지만, 절망 대신 어머니가 권유한 활을 잡았다. 이후 대한민국 장애인 양궁 간판으로 성장했다. 김민수는 처음으로 출전한 2016 리우 패럴림픽에서는 주목할 만한 성적은 거두지 못했지만, 이를 보약 삼아 2018년 체코 세계랭킹 토너먼트 리커브 남자단체전에서 우승했다. 이어 2019년 네덜란드 세계장애인양궁선수권 리커브 오픈에서는 662점으로 세계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 2021-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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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흔도 젊다는 패럴림픽 태극전사… 잦은 역전패, 이유 있었네

    한국 장애인 사격 대표 심영집(48·강릉시청)이 남자 50m 소총 3자세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심영집은 3일 일본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사격 남자 50m 소총 3자세 SH1 결선에서 총점 442.2점으로 3위를 기록했다. 심영집과 함께 이 종목 결선에 오른 박진호(44·청주시청·5위)와 주성철(45·경기장애인체육회·6위)도 전부 40대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남자 휠체어농구 대표팀의 평균 나이는 37.1세로 12개 참가국 중 가장 많았다. 나이 많은 선수가 많다 보니 한국 대표팀은 경기 후반이 되면 눈에 띌 정도로 체력이 떨어지는 일이 흔했다. 그 때문에 시소게임으로 진행되던 경기가 갑자기 상대팀 쪽으로 넘어가곤 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이 ‘졌지만 잘 싸웠다’를 반복하며 10위에 머문 이유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 85명은 평균 40.5세다. 이번 대회에 선수를 15명 넘게 보낸 나라 중 평균 나이가 가장 많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개최국 일본은 평균 33.2세, 중국은 29.7세이니 인종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원래 장애인 스포츠는 성인이 되어 장애를 얻은 선수가 참가하는 일도 많기 때문에 비장애인 올림픽보다는 출전 선수 나이가 많은 편이다. 이번 패럴림픽 참가 선수도 평균 32.2세로 비장애인 올림픽(27.2세)보다 다섯 살이 많다. 그렇다고 해도 한국 선수들이 유독 나이가 많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에 대해 오완석 2020 도쿄 패럴림픽 한국 선수단 부단장(경기도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은 ‘통합교육의 역설’을 이유로 꼽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같은 학교에서 함께 공부하는 일이 늘어나는 건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면서도 “문제는 체육 시간이다. 장애인 체육 전문 인력이 있는 학교가 거의 없다 보니 장애가 있는 학생들이 체육 시간에 소외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갈수록 유망주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애인 체육 전문 인력 양성 없이는 진정한 통합교육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주원홍 선수단장(대한휠체어테니스협회 회장)은 “장애인 스포츠도 결국 돈이 문제다. 장애인 스포츠 선수도 결국 연봉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주는 실업팀이 있는 종목을 선택하게 마련이다. 현재 장애인 체육 시스템은 몇몇 독지가의 선의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런 분위기에서 선수 처우가 부족한 종목은 계속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정책적으로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지원 규모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2021-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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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온 태권청년’ 주정훈, 약속 지킨 동메달

    ‘태권 청년’ 주정훈(27·SK에코플랜트·사진)이 “할머니와 부모님께 꼭 메달을 걸어드리겠다”던 약속을 지켰다. 주정훈은 3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홀 B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태권도 남자 75kg급 3, 4위전에서 마고메자기르 이살디비로프(30·러시아패럴림픽위원회)를 24-14로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정훈은 이날 첫 경기였던 16강전에서 이살디비로프에게 31-35로 무릎을 꿇으면서 패자부활전으로 밀려났다. 2연승으로 패자 결승전에 오른 주정훈은 ‘리턴 매치’에서 이살디비로프를 물리치면서 한국 태권도 선수로는 처음으로 패럴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태권도가 패럴림픽 정식 종목이 된 건 이번 대회가 처음이고, 주정훈은 한국 태권도 선수로는 유일하게 이 대회에 나갔다. 주정훈은 맞벌이를 하던 부모님 대신 할머니 밑에서 컸다. 두 살 때 할머니가 지리를 비운 사이 농기구에 오른쪽 손이 잘못 들어가는 바람에 손목 아래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주정훈은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던 할머니가 3년 전 치매에 걸리셨다. 저를 잘 알아보지 못하시지만 할머니를 찾아뵙고 ‘할머니 덕분에 세계에서 3등을 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면서 “처음 태권도로 이끌어 주셨고 (2011년 비장애인 선수 생활을 접은 뒤 2015년 장애인 선수로) 다시 시작하는 데 가장 큰 용기를 주신 부모님께도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태권도를 통해 남들로부터 동정받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이 동경하는 대상이 될 수 있었다”면서 “(3년 후) 파리 패럴림픽 때는 꼭 금메달을 따서 더욱 자랑스러운 손자와 아들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2021-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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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혼의 태권청년’ 주정훈, 동메달 결정되자 주저앉아 오열

    기적같은 동메달이 확정된 순간 ‘투혼의 태권청년’ 주정훈(27·SK에코플랜트)은 오열했다. 무릎에 얼굴을 묻은 채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종주국’ 한국 태권도를 대표해 ‘나 홀로’ 나선 첫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무대. 부담감이 컸다. 첫 경기를 패한 뒤 자신감이 떨어졌지만 무너지진 않았다. 모두가 고개를 젓던 패자부활전에서 ‘내 발을 믿자’, ‘할 수 있다’는 주문을 외우며 끝까지 살아남았다. 결국 꿈의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패럴림픽 메달은 신이 내리는 것”이라고 했다. 롤러코스터 같은 긴 하루를 빛나는 동메달로 마무리한 태권 청년은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우는 듯 웃었다. 주정훈은 3일 오후 8시 15분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홀 B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태권도 남자 75㎏급 패자 결승전에서 마고메자드기르 이살디비로프(30·러시아패럴림픽위원회)와 맞붙어 24-14로 승리했다. 이살디비로프는 이날 오전 열린 16강전에서 주정훈을 35-31로 물리치며 패자부활전 무대로 내몬 장본인이었다. 첫 경기 패배 충격을 딛고 승승장구한 주정훈은 승자 준결승에서 후안 디에고 로페스(19·멕시코)에게 12-14로 패한 뒤 동메달 결정전에 나선 이살디비로프를 다시 마주했다. 주정훈은 1회전부터 작정한 듯 강공으로 나섰다. 3연속 몸통차기에 성공하며 6-0으로 앞서나갔다. 패자 4강 승리 뒤 “내 오른다리는 지금 내 다리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그의 발차기에는 거침이 없었다. 마음 급한 상대가 머리 부분을 가격하는 플레이로 감점을 받으면서 주정훈은 8-2로 앞선 채 1회전을 마쳤다. 패럴림픽에서는 머리 부분 공격이 금지다. 2회전 초반 한차례 공격을 주고 받은 뒤 탐색전이 이어졌다. 10-6에서 주정훈의 몸통차기가 두 차례 작렬했다. 14-7로 앞선 채 맞이한 3회전. 이살디비로프가 몸통차기로 따라붙었지만 45초를 남기고 주정훈이 3연속 발차기에 성공하면서 24-14 승리를 거뒀다. 주정훈은 이날 출전한 네 경기 중 세 경기에서 30점 이상을 올렸다. 상대 몸통을 노리는 발차기 기술를 앞세운 ‘닥공’(닥치고 공격) 모드로 패럴림픽 첫 메달 역사를 완성했다. 주정훈은 태어난 직후부터 맞벌이를 하던 부모님 대신 할머니 밑에서 컸다. 두 살 때 할머니가 지리를 비운 사이 농기구에 오른쪽 손이 잘못 들어가는 바람에 오른쪽 손목 아래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비장애인 태권도 선수로도 전국 대회에서 8강, 4강에 오르며 기대를 모으던 주정훈은 사춘기 시절 경기장에서 쏟아지는 시선에 상처를 받고 고등학교 2학년 때 태권도를 접었다. 다시 태권도를 꿈꾸게 된 건 태권도가 패럴림픽 정식 종목이 된 다음이었다. 2017년 12월 도복을 다시 입었고 올해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아시아 선발전을 1위로 통과하면서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도쿄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주정훈은 “이제 상처를 당당히 드러낼 수 있다. 태권도로 돌아오길 잘했다”면서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아들이 세계에서 3등 했다. 낳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부모님도 아들 자랑을 많이 하시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모님과 함께 메달을 들고 치매를 앓고 계신 할머니를 뵈러 갈 것이다. 할머니가 저를 못 알아보시더라도, 손자가 할머니 집에서 다치긴 했지만 할머니 덕에 이 대회에 나올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어 “할머니가 제가 자라면서 본인 탓을 많이 하셨다. 우리 손자 너무 잘 컸는데 나 때문에 이렇게 다쳤다고 자책하셨다. 이젠 그 마음의 짐을 덜어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이제 주정훈은 2024 파리 패럴림픽 금메달을 바라본다. 주정훈은 “파리 패럴림픽 경기장을 미리 찾아봤다.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금메달은 가장 많이 노력한 사람이 가져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파리에선 저도 1등을 할 수 있도록 죽어라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 2021-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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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럴림픽 남자 탁구 선수들 귀국…3년 뒤 파리 향하는 ‘금빛 꿈’

    “21개월 된 아들이 아빠를 아직 못 알아봐요. 그간 집을 자주 비웠거든요. 집에 가면 아들과 많이 놀아주면서 즐겁게 지내고 싶어요.”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일정을 모두 마친 차수용(41·대구광역시)은 아들 생각에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차수용은 박진철(39·광주시청), 김현욱(26·울산시장애인체육회)과 함께 3일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남자 탁구 TT1-2 단체전에서 프랑스에 0-2로 패하며 은메달을 차지했다. 차수용과 박진철은 TT2 개인전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김현욱도 TT1 단식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선수 3명이 모두 메달을 2개씩 든 채 ‘손은 무겁고, 마음은 가볍게’ 한국행 비행기 몸을 실을 수 있게 됐다. 박진철은 “여자 친구를 못 본지 오래됐다. 얼른 만나서 메달 시상식에서 받은 인형을 주고 싶다”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김현욱도 “아쉬운 마음은 잠깐 접어 두고 친구들과 맛있는 것 먹으면서 메달 딴 거 자랑하고 싶다”고 했다. 4개월 가까이 합숙 생활을 했던 이들은 4일 나머지 탁구 대표와 함께 귀국길에 오른다. 한국 탁구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6개, 동메달 6개를 따내며 ‘효자 종목’으로서 제 몫을 했다. 차수용은 “대회 전 합숙 훈련할 때 오른쪽 갈비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당해 훈련에서 이탈한 적이 있다”며 “포핸드가 생각대로 공이 가지 않아 많이 힘들었다. 같이 고생했는데 내가 조금만 더 잘했다면 금메달을 딸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어 아쉽다”고 했다. 박진철은 “복식에서 리시브에 실수가 있었다. 마지막 세트에서 아쉽게 지면서 수용이형이 단식 경기에서 부담감을 가진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3년 후 파리 대회를 얘기할 땐 눈빛이 반짝거렸다. 차수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훈련을 많이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열심히 했고 최선을 다했다. 파리 대회를 위해 좀 더 힘을 내려고 한다”고 했다. 박진철도 “파리 대회 단체전에선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했다. 김현욱은 “이번에 은메달을 딴 게 좋은 자극이 될 것 같다. 파리 땐 더 좋은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 2021-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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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도 주정훈, 패자부활전 나선다…“목표는 메달”

    “어머니께 꼭 메달을 걸어드리고 싶습니다.” ‘태권 청년’ 주정훈(27·SK에코플랜트)이 ‘종주국’ 한국을 대표해 나 홀로 첫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 나섰다. 주정훈은 3일 오후 2시 30분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홀 B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태권도 남자 75㎏급 8강 패자부활전에서 파티흐 첼리크(27·터키)를 40-31로 물리치면서 한국 선수 첫 승 기록을 남겼다. 주정훈은 이날 오전 16강에서 마고메자드기르 이살디비로프(30·러시아패럴림픽위원회)와 접전을 벌여 31-35로 패한 뒤 패자부활전에 나섰다. 주정훈은 패자부활전 준결승에서 아불파즈 아부잘리(30·아제르바이잔)와 맞붙는다. 이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오후 8시15분 승자조 4강 패자와 동메달을 다툰다. 주정훈이 패럴림픽 첫 승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들어서자 외신 기자들 질문도 이어졌다. 이들은 태권도 종주국에서 출전한 유일한 선수로서 느끼는 부담감에 대해 물었다. 주정훈은 “4년 전에 태권도를 다시 시작한 후 열 번 정도 대회에 나갔다. 종주국 선수로서 단 한번도 부담감을 느끼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외신에서도 국내 언론에서 소개한 주정훈 할머니 이야기에 각별한 관심을 표했다. 주정훈은 태어난 직후 맞벌이하던 부모님 대신 할머니와 함께 지내다가 두 살 때 소 여물 절단기에 손목을 넣는 사고를 겪었다.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던 할머니는 3년 전부터 치매 투병중이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손자를 알아보지 못한다. 주정훈은 “어린 시절 키워주셨던 할머니가 3년 전 치매에 걸리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최근에는 병원에 찾아갈 수도 없었다”면서 “저를 못 알아보신다. 아마 제가 태권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실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패럴림픽이 끝나면 할머니 병원에 찾아가 패럴림픽에 나가 태권도를 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다”고 했다. 주정훈은 이어 “할머니 이야기만 너무 많이 했는데 어머니는 어린 시절 나를 태권도의 길로 이끄셨고, 다시 시작하는 데 가장 큰 용기와 영향을 주신 분”이라고 말했다. 패자부활 4강전을 넘으면 동메달 결정전에 나서게 된다. 한 경기라도 더 치르는 것이 목표냐는 질문에 주정훈이 또렷하게 말했다. “아닙니다. 제 목표는 메달을 따는 것입니다. 어머니께 꼭 메달을 선물하고 싶습니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 2021-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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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격 심영집, 남자 50m 소총 3자세 동메달…출전 9년만에 첫 메달

    한국 장애인 사격 대표 심영집(48·강릉시청)이 남자 50m 소총 3자세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심영집은 3일 일본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사격 남자 50m 소총 3자세 SH1 결선에서 총점 442.2점으로 3위를 기록했다. 압둘라 술탄 알라리야니(51·아랍에미리트)가 453.6점으로 금메달, 라슬로 수라니(43·세르비아)가 452.9점으로은메달을 따냈다. 심영집과 함께 결선에 오른 박진호(44·청주시청)는 421.7점으로 5위, 주성철(45·경기장애인체육회)은 412.3점으로 6위를 기록했다. 결선 첫 5발에서 50.4점으로 박진호와 공동 4위를 기록한 심영집은 10번째 총알을 쏜 뒤 102.2점으로 2위로 올라섰다. 이후 5, 6위를 오가며 중하위권을 지키던 심영집은 36¤40번째 발사에서 49.5점을 더해 3위로 도약했다. 심영집은 결국 알라리야니, 수라니와 메달 색을 결정하는 3파전에 돌입했고 44번째 발에서 9.2점을 쏴 442.2점으로 최종 3위를 기록했다. 심영섭은 경기 후 “9년 전 런던 패럴림픽에 처음 출전해 4위를 했는데 동메달을 따 기쁘다”면서 “런던 때는 메달을 딸 수 있는 상황에서 막판에 한발을 실수해 메달을 놓쳤다. 그때보다 긴장도 덜하고 멘털도 강해졌다. 9년 만에 나온 대회서 메달을 따 기쁨도 더 크다”말했다. 이어 “예선 때 세 선수 모두 잘 했다. 결선 경기장 들어가기 전 다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들어갔다”고 전했다. 심영집은 이날 오전 예선에서 1161점(5위)으로 결선행 티켓을 따냈다. 주성철이 1173점 패럴림픽 예선 최고 기록(QPR)을 새로 쓰면서 1위에 올랐고, 박진호도 1171점으로 2위를 기록해 세 선수가 나란히 결선에 진출했다. 심영집은 “사격은 이젠 내 인생이 됐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 사격이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몸 관리 잘 하겠다”면서 “부모님께서 항상 기도하고 응원해 주신다. 메달로 보답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소총 3자세 예선은 슬사(膝射), 복사(伏射), 입사(立射) 자세로 40발씩 총 120발을 쏴 합산 점수로 순위를 낸다. 2시간 45분 정도 경기를 진행해 ‘소총 마라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슬사 종목에서 선수들은 복사 받침대와 구분할 수 있는 슬사 전용 받침대를 사용하며, 복사판에 고정하여 한쪽 팔을 받칠 수 있다. 입사는 받침대 없이, 복사는 두 팔을 복사판에 지지하고 경기한다. 상위 8명이 진출하는 결선에서는 총 45발을 쏜다. 먼저 슬사로 5발씩 3시리즈(15발), 복사로 5발씩 3시리즈(15발), 입사로 5발씩 2시리즈(10발)를 쏜 뒤 가장 점수가 낮은 선수 두 명이 탈락한다. 남은 선수는 입사 자세로 5발 단발 사격을 하는데, 한 발을 쏠 때마다 총점이 가장 낮은 선수가 한 명씩 탈락하고 최종 2명 중 점수가 높은 선수가 금메달의 주인공이 된다. 한편 이날 여자 50m 소총 3자세에 출전한 이윤리(47·전남)는 예선을 7위(1150점)로 통과한 뒤 결선에서 8명 중 7위(396.5점)로 경기를 마쳤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 2021-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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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균 40.5세…왜 패럴림픽 한국 선수들은 나이가 많을까

    “제가 한국 나이로 서른 아홉입니다. 우리가 이번 휠체어농구 대표팀 가운데 나이가 제일 많을 겁니다. 한국도 10대 선수들이 휠체어농구를 접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남자 휠체어농구 대표팀 조승현(38·춘천시장애인체육회)은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을 10위로 마감한 뒤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이번 대회 때 남자 휠체어농구에 출전한 12개국 가운데 한국(37.1세)은 평균 나이가 가장 많은 팀이었다. 나이 많은 선수가 많다 보니 한국 대표팀은 경기 후반이 되면 눈에 띌 정도로 체력이 떨어지는 일이 흔했다. 그 때문에 시소게임으로 진행되던 경기가 갑자기 상대팀 쪽으로 넘어가곤 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이 ‘졌지만 잘 싸웠다’를 반복할 수밖에 없던 이유다. 그나마 휠체어농구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 85명의 평균 나이는 40.5세였다. 이번 대회에 선수를 15명 넘게 보낸 나라 중 평균 나이가 가장 많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었다. 개최국 일본은 평균 33.2세, 중국은 29.7세였으니 인종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원래 장애인 스포츠는 성인이 되어 장애를 얻은 선수가 참가하는 일도 많기 때문에 비장애인 올림픽보다는 출전 선수 나이가 많은 편이다. 이번 패럴림픽 참가 선수도 평균 32.2세로 비장애인 올림픽(27.2세)보다 5살이 많았다. 사정이 그렇다고 해도 한국 선수들은 유독 나이가 많다. 이에 대해 오완석 2020 도쿄 패럴림픽 한국 선수단 부단장(경기도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은 ‘통합교육의 역설’을 이유로 꼽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같은 학교에서 함께 공부하는 일이 늘어나는 건 아주 아주 바람직한 일”이라면서 “문제는 체육 시간이다. 장애인 체육 전문 인력이 있는 학교가 거의 없다 보니 장애가 있는 학생들이 체육 시간에 소외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갈수록 유망주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의료 기술 발달로 선척전으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이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 역시 장애인 스포츠 유망주를 찾기 어려운 이유로 분석하기도 한다. 주원홍 선수단장(대한휠체어테니스협회 회장)은 “장애인 스포츠도 결국 돈이 문제다. 장애인 스포츠 선수도 결국 연봉을 조금이라도 많이 주는 실업팀이 있는 종목을 선택하게 마련”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비인기 종목은 계속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전체적으로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지원 규모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2021-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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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와 결혼해줄래?” 끈이 이어준 트랙 위 사랑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육상 경기장에서 동화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아프리카의 보석’이라 불리는 섬나라 카보베르데 출신 육상 선수 쿨라 니드레이라 페레이라 세메도(32)는 2일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100m T11 예선 4조에서 스타트했다. 그의 이번 패럴림픽 마지막 레이스였다. 33초04로 시즌 베스트 기록을 세웠지만 전체 참가 선수 15명 중 14위로 준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보슬비가 내리는 트랙, 준결선행 티켓을 놓친 뒤 가쁜 숨을 몰아쉬는 그를 향해 가이드러너 마뉴엘 안토니오 바즈 다 베이가가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꼭 잡은 “나와 결혼해줄래?”라면서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줬다. 페레이라 세메도는 함박 웃음으로 청혼을 수락했다. 이 광경에 함께 가이드 러너가 먼저 일제히 환호했다. 상황을 묻는 시각장애 선수들에게 귓속말을 건넸다. 동료 선수와 가이드 러너가 뜨거운 축복의 박수를 보내는 가운데 둘은 서로를 꼭 껴안으며 장밋빛 미래를 약속했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프러포즈 영상을 소개하며 ‘인생에서도 둘이 함께 달리기를!(May the two of them run together for life!)’이라고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세메도 페레이라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물리치료를 전공했고, 선수와 모델로 활동 중이다. 그는 이번 대회 공식 프로필을 통해 ‘가이드 러너’를 자신에게 가장 영향을 준 인물로 꼽기도 했다. 트랙에서 자기 눈이 되어 준 가이드 러너와 인생 레이스도 함께 달리게 됐다. 손을 이은 끈이 두 청춘의 심장을 이었다. 도쿄 패럴림픽에서 메달보다 값진 인생의 선물을 받았다. 전맹(全盲) 선수가 참가하는 T11 종목은 장애인 선수가 비장애인 가이드 러너와 2인 1조로 함께 뛴다. 가이드 러너는 스타트 위치와 자세를 잡아주고 끈으로 선수와 손을 연결해 전 레이스를 동행한다. 가이드 러너는 선수의 50cm 이내에서 달려야 한다. 가이드 러너는 선수의 눈이자 파트너이자 페이스 메이커이자 운명공동체다. 가이드 러너가 부정 출발하면 해당 선수는 실격 처분을 받게 된다. 가이드 러너가 선수보다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도 실격이다.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 2021-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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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럴림픽서 첫 선 보인 태권도…WT 총재 “약자 돕는 게 태권도 정신”

    세계태권도연맹(WT) 조정원 총재(74)가 태권도가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에서 첫 선을 보인 2020 도쿄 패럴림픽 현장을 찾아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태권도 패럴림픽 정식종목 채택은 WT와 조 총재의 숙원이었다. 조 총재는 3일 대회 태권도 경기가 열리는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홀B에서 “패럴림픽에 태권도가 들어간다는 꿈을 상상하다가 현실이 돼 기쁘다.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태권도는 올림픽, 패럴림픽에 모두 정식종목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기쁘다”면서 “WT 가맹 210개국 숫자와 비교하면 세계적인 (장애인 태권도) 수준은 아직 미비하지만 패럴림픽 이후 붐이 일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태권도는 2015년 1월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집행위원회에서 배드민턴과 함께 패럴림픽 정식 종목으로 이름을 올렸다. 조 총재는 “오늘 주정훈(27·SK에코플랜트) 선수의 첫 경기(패배)를 봤지만 아무래도 경험이 적어서 그런 것 같다. 한국이 종주국임에도 뒤늦게 출발한 것 같지만 우리가 좀 더 관심을 갖는다면 2024 파리 패럴림픽에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태권도 종주국의 힘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주정훈은 이번 패럴림픽 태권도에 출전한 유일한 한국 선수다. 패자전을 거쳐 동메달을 노린다. WT와 조 총재가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아프가니스탄 태권도 선수 자키아 쿠다다디(23)와 관련이 있다. 지난달 아프간 수도 카불을 떠나 도쿄에 도착할 예정이었던 쿠다다디는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하면서 발길이 묶였다. 쿠다다디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도움을 요청했고, IPC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 노력으로 프랑스 파리를 거쳐 도쿄에 도착했다. 이 과정에서 WT와 현지 사정에 밝은 태권도계 인사들이 도움을 줬다. 조 총재는 “WT는 어떤 단체보다 앞장서서 난민, 어려운 국가의 선수들을 지원하는 최전선에 섰다. 2016년 태권도박애재단을 설립했고, 태권도 케어스(cares) 프로그램을 운영·지원하며 각지에 있는 난민, 유소년에게 태권도를 통해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힘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프간 사태 이후 쿠다다디 선수와 육상 선수(호사인 라소울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걸 봤다. 특히 태권도 선수가 포함돼 있었다”며 “‘그들이 도쿄 패럴림픽에 출전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쿠다다디가 ‘도쿄 패럴림픽에 꼭 출전하고 싶다’는 동영상을 올렸는데 우리 역할은 작은 부분이었지만 기꺼이 나서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관련 인사들의 사정을 고려해 쿠다다디, 라소울리가 카불을 떠나 도쿄에 도착하기까지 자세한 절차, 내용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쿠다다디가 경기를 치른 2일 앤드류 파슨스 IPC 위원장은 조 총재를 찾아 감사 인사를 전했다. WT는 쿠다다디에게 이름을 새긴 연맹 블랙벨트를 선물로 건네며 격려했다. 조 총재는 “쿠다다디는 세계장애인선수권대회에 출전했던 선수다. 나이는 어리지만 장래가 기대되는 선수”라며 “어린 선수가 고통, 고뇌, 긴 여정 등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심적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고 했다. 이어 “태권도 정신이라는 게 약자를 돕고, 평화를 인식시켜주는 일이라고 본다면 당연히 할 일을 했다고 본다”며 “태권도를 통해 난민, 유소년, 고아, 재소자 등을 도우면서 꿈과 희망을 널리 알리는 일을 해야 한다. 태권도가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 건 곧 대한민국, 우리나라에도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일이다”고 했다. 약자에 대한 배려, 양성 평등처럼 WT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잘 드러난 장면이 올림픽과 패럴림픽 남녀 심판 숫자다. 남녀 심판을 각 15명씩 똑같은 숫자로 배정한다. 조 총재는 “2016 리우 대회 때부터 남녀 심판의 숫자를 똑같이 하고 있다. 국제 기구로선 최초”라고 강조했다. 조 총재는 다음 달 화상으로 진행하는 총재 선거에 단독 출마했다. 사실상 2025년까지 세계 태권도를 이끌어 갈 게 유력하다. 2004년 고 김운용 전 총재 뒤를 이어 총재에 취임한 조 총재는 잔여 임기 10개월을 수행한 뒤 2005년, 2009년, 2013년, 2017년 차례로 연임에 성공했다. 조 총재는 “태권도가 세계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올림픽 종목 중 회원국 수가 랭킹 5위 안에 들 정도 규모가 됐다”면서 “이제는 태권도가 사회에 기여하는 스포츠,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올림픽 잔류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존중받는 스포츠 기구로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태권도가 다이나믹하고, 재미있으면서도 사회에 더 많이 기여하는 스포츠라고 인식될 때, 비로소 올림픽과 패럴림픽 스포츠로서 길이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 2021-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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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탁구 단체전 잇단 은메달 “3년 뒤 파리선 더 끈끈하게”

    “야, 그거 내가 빌려줄게.” 한국 장애인 탁구 대표 김정길(35·광주시청)이 “어디서 메달을 하나 빌려야겠다”고 하자 팀 동료 김영건(37)이 이렇게 답했다. 김영건은 지난달 30일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남자 단식 TT4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딴 데 이어 2일 백영복(44·장수군장애인체육회), 김정길과 함께 단체전 은메달까지 차지해 메달이 두 개다. 한국은 이날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TT4-5 단체전 결승전에서 중국에 0-2로 패했다. 이날 은메달을 목에 건 김정길이 메달 하나가 더 필요했던 건 네 살배기 쌍둥이 아들 때문이다. 그는 “쌍둥이라서 금이든 은이든 메달 두 개를 따서 나눠줘야 한다. 그래야 유치원에 가서 사이좋게 자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건이 선뜻 메달을 빌려주겠다고 하면서 고민거리를 해결한 김정길은 아이들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아빠, 빨리 집에 갈게. 같이 공룡 보러 가자!” 사실 김영건에게도 빨리 메달을 자랑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올해 1월 결혼한 아내 문미선 씨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패럴림픽 준비로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한 아내와 꼭 붙어 지낼 예정이다. 백영복에게 제일 그리운 건 어머니다. 백영복은 “처음 출전한 패럴림픽에서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면서 “얼른 집에 가서 어머니가 해주신 집 밥을 먹고 싶다”고 했다. 한국 대표 선수 세 명은 경기 후 중국 대표 가운데 유독 차오닝닝(34)과 친밀함을 드러냈다. 차오닝닝은 한국 대표 문성혜(43)의 남편으로 장애인 탁구 선수 사이에서는 ‘중국 사위’로 통한다. 코로나19 때문에 아내와 2년 넘게 떨어져 연습했다는 차오닝닝은 “아내가 아이를 돌보고 일도 하면서 나를 지지해 줬다”면서 “이제 가족을 볼 수 있다”며 활짝 웃었다. 서수연(35·광주시청), 이미규(33·울산시장애인체육회), 윤지유(21·성남시청)가 출전한 여자 TT1-3 단체전 결승전에서도 한국은 중국에 0-2로 패하면서 은메달을 추가했다.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 2021-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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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간 탈출 쿠다다디, 패럴림픽 꿈 이뤘다

    “나는 이렇게 웃으며 무대 위 주인공 됐지. (나를 괴롭히던) 너는 저 멀리서 나를 지켜봐.” 아프가니스탄 태권도 대표 자키아 쿠다다디(23)는 말 그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깜깜한 경기장에 들어섰다. 홀에는 미국 록 밴드 ‘이매진 드래건스’가 부른 ‘선더’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노래 가사처럼 쿠다다디는 이 경기뿐 아니라 2020 도쿄 패럴림픽의 주인공이 된 듯했다. 2일 오전 10시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홀 B에서는 패럴림픽 역사상 첫 번째 태권도 경기가 열렸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 정식종목이 된 태권도의 첫날 첫 경기에 바로 쿠다다디가 나섰다. 이날 쿠다다디는 여자 49kg급 16강전 상대인 지요다혼 이사코바(23·우즈베키스탄)보다 먼저 소개됐다. 쿠다다디는 원래 지난달 16일 아프간 수도 카불을 떠나 도쿄에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하면서 공항이 폐쇄되는 바람에 출국이 무산되면서 패럴림픽 출전이 불가능할 줄 알았다. 이후 국제 사회 도움으로 프랑스 파리를 거쳐 도쿄에 도착하는 데 성공했다. 발차기로 먼저 첫 포인트를 따낸 쿠다다디는 1회전을 5-6으로 마치며 접전을 펼쳤으나 3회전 승부 끝에 12-17로 패했다. 쿠다다디는 패자부활전에서도 빅토리야 마르추크(31·우크라이나)에게 34-48로 패하면서 대회를 마무리했다. 쿠다다디는 왼팔에 선천적인 장애가 있다. 그는 승패와 관계없이 이날 마침내 그 꿈을 이뤘다.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 2021-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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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자 탁구, 단체전서 銀 “지금 제일 보고싶은 사람은…”

    “야, 그거 내가 빌려줄게.”한국 장애인 탁구 대표 김정길(35·광주시청)이 “어디서 메달을 하나 빌려야겠다”고 하자 팀 동료 김영건(37)이 이렇게 답했다.김영건은 지난달 30일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남자 단식 TT4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딴 데 이어 2일 백영복(44·장수군장애인체육회), 김정길과 함께 단체전 은메달까지 차지해 메달이 두 개다. 한국은 이날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TT4-5 단체전 결승전에서 중국에 0-2로 패했다.이날 은메달을 목에 건 김정길이 메달 하나가 더 필요했던 건 네 살배기 쌍둥이 아들 때문이다. 그는 “쌍둥이라서 금이든 은이든 메달 두 개를 따서 나눠줘야 한다. 그래야 유치원에 가서 사이좋게 자랑할 수 있다”고 말했다.김영건이 선뜻 메달을 빌려주겠다고 하면서 고민거리를 해결한 김정길은 아이들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아빠, 빨리 집에 갈게. 같이 공룡 보러 가자!” 사실 김영건에게도 빨리 메달을 자랑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올해 1월 결혼한 아내 문미선 씨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패럴림픽 준비로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한 아내와 꼭 붙어 지낼 예정이다. 백영복에게 제일 그리운 건 어머니다. 백영복은 “처음 출전한 패럴림픽에서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면서 “집에 얼른 가서 어머니가 해주신 집 밥을 먹고 싶다”고 했다.한국 대표 선수 세 명은 경기 후 중국 대표 가운데 유독 차오닝닝(34)과 친밀함을 드러냈다. 차오닝닝은 한국 대표 문성혜(43)의 남편으로 장애인 탁구 선수 사이에서는 ‘중국 사위’로 통한다.코로나19 때문에 아내와 2년 넘게 떨어져 연습했다는 차오닝닝은 “아내가 아이를 돌보고 일도 하면서 나를 지지해줬다”면서 “이제 가족을 볼 수 있다”며 활짝 웃었다.서수연(35·광주시청), 이미규(33·울산시장애인체육회), 윤지유(21·성남시청)가 출전한 여자 TT1-3 단체전 결승전에서도 한국은 중국에 0-2로 패하면서 은메달을 추가했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 2021-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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