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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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4-10-24~2024-11-23
사회일반61%
사건·범죄20%
사고10%
문화 일반3%
검찰-법원판결3%
기타3%
  • 러 “영토 침입 우크라軍 5명 사살”… 침공 시나리오 현실화 촉각

    러시아가 21일(현지 시간) 자국 영토인 로스토프에 침입한 우크라이나군 정찰대원 5명을 사살하고 우크라이나군 장갑차 2대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는 “러시아군이 대전차 무기로 보병전투장갑차를 공격했다”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실이라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군 간 첫 번째 직접적인 충돌이라면서도 러시아가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관련 사실을 즉각 부인했다. 러시아는 자국 영토가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친러시아 반군세력이 일부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침공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예정에 없던 비상 안전보장회의를 소집했다. 미국 등 서방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제시했던 ‘도발 조작→최고위급 비상회의→침공’으로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침공 3단계 시나리오가 현실화된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러시아 침공이 임박했다는 각종 기밀첩보를 쏟아내며 “러시아가 곧(very soon) 우크라이나에 대한 총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백악관)고 밝혔다.○ 푸틴, 예정 없던 안보회의 열어 연설스푸트니크는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돈바스 지역 점령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국경 방향으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는 친러 반군세력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주장을 보도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역시 “21일 오전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날아온 미확인 발사체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150m 떨어진 로스토프 지역의 러시아 연방보안국 국경수비대 근무지를 완전히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은 “국경 검문소 포격은 가짜 뉴스다. 어떤 공격 작전도 수행하지 않고 있다”며 즉각 반박했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비상 러시아 안전보장위원회 회의를 소집해 연설을 하기로 했다”며 “정례 회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블링컨 장관이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제시한 침공 시나리오와 비슷하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는 러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나 공격을 조작한 뒤 최고위급 비상회의를 소집할 것이고 자국 시민 보호를 명분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고 했다.○ 전쟁 임박 첩보 실시간 쏟아낸 美바이든 행정부는 20일 최소 4건의 기밀첩보를 공개하며 러시아의 침공 임박을 기정사실화했다. 미 CBS방송은 미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침략을 진행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며 “이에 따라 러시아군 사령관들은 전장에서 어떻게 작전을 펼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CNN은 이어 이날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러시아가 주력 전투부대 전력의 75%를 이미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러시아는 현재 120개 대대전술단(BTG)이 우크라이나 국경 60km 이내에 배치돼 있으며 35개 방공대대와 50대의 중대형 폭격기 및 500대의 전투기가 우크라이나를 타격할 수 있는 거리 내에 배치돼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수도 키예프 외에 우크라이나 북동부에 있는 제2의 도시 하리코프, 남부 최대 항구 도시인 오데사, 남부 드네프르강 하구 항구 도시 헤르손 등을 표적으로 삼을 것이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첩보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시 우크라이나에 망명 중인 반체제 인사와 언론인, 소수민족 및 종교 지도자 등에 대한 살해 및 구금 계획을 담은 이른바 살생부를 갖고 있다는 ‘신뢰할 만한 정보’를 바이든 행정부가 입수해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에게 전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한 뒤 델라웨어 자택으로 이동하려던 일정을 취소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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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하이브리드戰 올인…美대선-아바나증후군 개입 의혹[글로벌 포커스]

    “21세기는 하이브리드 전쟁의 시대다. 이 전쟁에 대응할 단일 정책은 없다.” 토드 헬머스 미국 싱크탱크 랜드코퍼레이션 연구원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한 말이다. 복합 전쟁, 비(非)대칭 전쟁으로도 불리는 하이브리드 전쟁(Hybrid Warfare)은 무기 외에도 해킹, 가짜 뉴스, 경제 침투, 정치 공작 등을 결합한 현대전의 양상을 일컫는 용어다. 공격 주체와 공격 의도가 잘 드러나지 않으므로 신속한 방어가 어렵고 소셜미디어, 드론 등 정보기술(IT)의 중요성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 정규군과 비정규군, 군인과 민간인, 전시와 평상시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하이브리드 전쟁의 최강국’으로 꼽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 또한 선전포고, 국가 대 국가의 대립, 최신식 무기를 동반한 지상군 교전 등으로 표현되는 기존 전쟁의 문법을 바꿔놓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10만 대군을 보낸 러시아는 현재까지 약 넉 달 동안 직접적인 교전을 하지 않은 채 우크라이나 정부 기관에 대한 잇따른 사이버 공격, 가짜 뉴스와 음모론 유포 등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도 실제 우크라이나 영토를 침공한 것 이상의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며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및 나토 동진(東進) 금지 같은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관철하려 하고 있다.○ 러, 소련 붕괴 뒤 하이브리드戰 전력러시아가 하이브리드 전쟁에 천착하게 된 계기로 소련 붕괴가 꼽힌다. 고질적 경제난에 직면한 러시아는 걸프전,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 등에서 속속 최신식 무기를 시험하는 미국에 맞설 수 없었다. 이런 비대칭적인 상황에서 러시아가 들고나온 전략이 바로 하이브리드 공격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짜 뉴스와 왜곡 정보를 퍼뜨리고 해킹을 통해 상대국 주요 정부기관, 발전소, 교량 등 핵심 인프라를 마비시키는 데에는 최신식 미사일과 전투기를 개발할 때만큼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이로 인한 사회 혼란은 상당해 공격 효과가 크다. 책임 소재를 회피하기도 쉽다.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공격을 총괄하는 사람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발레리 게라시모프 군총참모장(67)이 꼽힌다. 그는 2013년 러시아 군사 매체에 소위 ‘게라시모프 독트린’으로 불리는 새로운 안보 전략을 담은 글을 기고해 큰 반향을 불렀다. 당시 그는 “전쟁은 더 이상 선전포고로 시작되지 않으며, 일단 시작되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방법과 완전히 다르게 진행된다”고 주장했다. 게라시모프는 현대전을 정치 경제 정보 등 비군사적 조치를 현지 주민의 항의와 결합시킨 비대칭적 군사 행동으로 정의했다. 여론 조작과 선전선동 등으로 아군과 적군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집단 간의 분열과 무력 충돌이 일어나면 멀쩡한 국가가 순식간에 무정부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게라시모프를 비롯한 러시아 수뇌부는 2000년대 중반부터 우크라이나 조지아 키르기스스탄 등 옛 소련 지역에서 일어난 ‘색깔 혁명(color revolution)’, 2011년 ‘아랍의 봄’ 같은 반정부 시위가 서구의 개입으로 이뤄졌다는 강한 의심을 갖고 있다. 특히 2013년 말부터 벌어진 ‘유로마이단’ 반정부 시위로 친러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축출된 것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재래식 군사력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이런 위협에 대응하려면 러시아 또한 하이브리드 전쟁으로 맞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를 문제 삼는 러시아 또한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병합, 이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의 정부군과 친러 반군의 교전에 하이브리드 전쟁 형태로 깊숙이 개입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영 언론도 대거 동원러시아투데이(RT), 타스통신, 스푸트니크통신 같은 국영 언론을 동원해 대대적인 선전선동에 나서는 것 또한 러시아 특유의 하이브리드 전술로 꼽힌다. 이들은 러시아를 찬양하고 서방을 비판하는 일방적인 기사를 거듭 내보내면서 여론에 강한 영향을 주고 있다. 그 한가운데에 2005년 설립된 국영방송 RT가 있다. 설립 직후만 해도 주로 러시아 문화를 소개했지만 2008년 러시아의 조지아 침공 후 본격적으로 푸틴 정권을 칭찬하고 서방을 비난하는 콘텐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2018년 3월 영국 솔즈베리에 거주하던 전 러시아 정보 요원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딸 율리야가 독성 물질 ‘노비초크’에 노출돼 생명의 위협을 받은 사건이 벌어졌다. 노비초크는 2020년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암살 미수 때도 사용된 물질이다. 당시 영국 정보기관은 “러시아 정보 요원의 소행이며 이들의 배후에 푸틴 대통령이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RT는 “용의자로 지목받는 사람들은 모두 영국 관광을 갔을 뿐이며 암살과 무관하다”며 서방을 규탄했다. 이런 보도에 거듭 노출된 러시아인으로선 ‘서방은 언제나 러시아만 문제 삼는다’는 왜곡된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서방 언론학계는 RT를 ‘허위 정보와 음모론의 공급자’라고 비판한다. 2일 독일 정부 또한 자국 내 RT 채널의 독일어 방송을 중단시켰다. 영국, 프랑스 미디어 규제당국 또한 수차례 “RT가 중요한 오해의 소지가 있는 콘텐츠를 거듭 방송하며 공정성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2016년 미 대선에도 러 개입 의혹러시아가 직접적으로 관련됐거나 관련 의혹을 받는 하이브리드 공격의 사례는 상당하다. 뉴욕타임스(NYT) 등 서구 언론은 러시아가 체제 전복, 사보타주, 암살 등이 전문인 ‘29155’ 특수부대와 대외정보국(SVR) 내 해커 집단 ‘ATP-29’ 같은 하이브리드 전쟁에 특화된 조직, 민간 해커 고용 등을 통해 수많은 공격을 벌였다고 지적한다. 러시아는 2008년 조지아 침공 당시 지상군 파견과 별도로 조지아 대통령실, 국방부, 외교부, 의회, 주요 언론 등에 무차별 디도스 공격을 가했다. 2014년 초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의 강제 병합 때도 2000여 명의 러시아군이 소속 부대, 계급, 명찰 식별이 어려운 국적 불명의 군복을 착용한 후 크림반도에 투입됐다. 크림반도 병합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정부군과 친러 반군이 교전을 시작한 후에는 러시아 군인들이 군복에서 부대 기장을 떼어내 민간인처럼 가장하고 친러 반군을 돕는 일이 벌어졌다. 러시아는 이와 별도로 돈바스 지역에 수천 명의 정보 요원을 보내 중앙정부를 공격하고 분리 독립 혹은 러시아와 합병을 해야 한다는 여론을 설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5월 우크라이나 대선 때도 친러 성향 해커들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등에 사이버 공격을 가했다. 당시 ‘초콜릿 왕’으로 유명한 제과 재벌 페트로 포로셴코 후보가 월등히 앞서고 있는데도 러시아 채널1방송은 “극우 정당 후보가 이기고 있다”는 가짜 뉴스를 거듭 보도했다. 2016년 쿠바 아바나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처음 발견된 후 현재까지 약 750건이 보고된 ‘아바나 증후군’의 배후에도 러시아가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해외 파견된 미 외교관과 정보 요원이 두통, 환청, 어지럼증, 인지 장애 등에 시달리는 현상이다. 미 정보당국은 조사를 통해 극초단파 공격이 원인임을 밝혀냈지만 배후에 관한 직접적 증거를 찾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강한 부인에도 러시아가 배후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NYT에 따르면 지난해 말 러시아를 방문한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아바나 증후군의 배후가 러시아로 드러나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미 의회는 2016년 미 대선에도 러시아가 개입했다고 수차례 지적했다. 러시아가 친러 성향인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피자가게 지하에서 아동 성매매 조직을 운영했다는 ‘피자게이트’ 같은 음모론을 확산시키는 데 관여했다는 것이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와 프랑스 대선, 독일 연방하원 총선거 등이 줄줄이 치러진 2017년 유럽 주요국의 정치 일정에도 러시아가 관여해 반EU 및 무슬림 혐오 여론을 조성하고 극우 후보를 지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5월에는 미 최대 송유관 운영사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러시아 해커 집단의 공격을 받아 뉴욕 등 미 17개 주가 비상사태를 선언하는 일도 벌어졌다.○ 우크라 사태에서도 하이브리드 공격 기승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에서도 하이브리드 공격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가짜 정보를 퍼뜨리고 자작극을 연출하는 데 열심이다. 미 정보당국은 지난달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에서 정부군이 러시아계를 공격하는 장면을 의도적으로 연출한 동영상을 퍼뜨려 침공 명분을 쌓으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나토 무기처럼 보이는 듯한 무기로 정부군이 친러파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여줘 러시아계의 공분을 유도하려 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14일에도 우크라이나 7개 정부 부처, 국가응급서비스 등 70여 개 주요 기관의 웹사이트가 해킹으로 몇 시간 동안 마비됐다. 이달 15일에도 우크라이나 최대 상업은행 프리바트와 대형 국영은행 오샤드, 국방부 웹사이트가 먹통이 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모두 러시아 소행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돈바스에서 집단학살(genocide)이 일어나고 있다”는 과격한 주장을 펴는 것, 서방이 직접적인 철군 증거가 없다고 거듭 지적하는데도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서 철군했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 전형적인 하이브리드 전술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재 돈바스 지역의 소셜미디어에는 정부군이 화학무기까지 사용해 친러파에 대한 집단학살을 자행했고, 시신을 묻은 집단 매장지가 발견됐다는 가짜 정보까지 퍼지고 있다. 제성훈 한국외국어대 교수(노어과)는 “러시아가 유로마이단 시위 때부터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를 본격적으로 악마화했다”고 진단했다. 시위대가 친러 야누코비치 정권을 반헌법적 방식으로 축출했고, 친서방파의 대부분은 과거 나치 독일의 부역자 후손이라는 식의 선전선동을 통해 친러와 반러로 우크라이나 국민을 완전히 분열시켰다는 것이다. 그는 “RT 같은 선전 매체를 통해 옛 소련 국가의 국민에게 자국 정보와 언론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것도 러시아 특유의 하이브리드 전술”이라고 진단했다. 지금보다 소련 시절이 훨씬 살기 좋았다는 식으로 친러파를 자극해 러시아와의 합병 여론을 고조시킨다는 것이다.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때도 총 한번 쏘지 않고 목적을 달성했던 러시아가 이번 사태에서도 친러 성향의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손아귀에 넣기 위해 유사한 전략을 펴고 있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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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 백기 든 英앤드루 왕자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62)가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청구한 피해자와 전격 합의했다. 왕자 측은 합의금 액수를 밝히지 않았으나 데일리미러는 피해자에게 직접 주는 돈이 1000만 파운드(약 160억 원), 성폭행 피해자 관련 단체에 내는 기부금이 200만 파운드(약 32억 원)로 총 1200만 파운드(약 192억 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앤드루 왕자는 미국 억만장자 겸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과 함께 2001년 당시 10대였던 미국인 여성 버지니아 주프레(39)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받아 왔다. 앤드루 왕자는 15일(현지 시간) 미 뉴욕 맨해튼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주프레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성명에서 “엡스타인과 친분을 쌓은 것을 후회한다”며 엡스타인이 오랫동안 수많은 어린 여성의 성을 착취해 왔다고 비판했다. 또 “주프레와 다른 성폭력 피해자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며 관련 단체에 기부할 의향이 있다고도 했다. 다만 합의금 액수를 공개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성폭행 혐의에 대한 인정 여부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의 이런 태도는 과거와 180도 달라진 것이다. 그는 주프레가 소송을 걸자 “주프레를 본 기억이 없다. 그가 돈을 위해 소송을 걸었다”고 비난했다. 생전의 엡스타인이 주프레와 면책 합의를 했으므로 자신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 또한 이 면책 합의에 어긋난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달 영국 왕실이 자신의 군(軍) 직함과 ‘전하’ 호칭을 박탈할 정도로 영국에서조차 여론이 악화되고, 다음 달 주프레 측으로부터 반대 신문을 받는 날짜까지 확정되면서 천문학적 돈을 주고 구속 위기에서 빠져나왔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엡스타인의 성폭행 피해자를 대변하는 리사 블룸 변호사는 이날 합의를 두고 “기념비적인 승리”라고 평했다. 주프레는 고소 당시 앤드루 왕자가 엡스타인의 소개를 받아 미성년자였던 자신을 수차례 성폭행했으며, 엡스타인의 옛 연인 길레인 맥스웰 또한 자신에게 왕자와 성관계를 하라고 강요했다고 폭로했다. 이들의 권력과 연줄 등이 두려워 저항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엡스타인은 성폭력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9년 감옥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맥스웰은 지난해 12월 성매매 알선, 미성년자 성 착취 등의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 앤드루 왕자 측이 거액의 합의금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관심사다. 텔레그래프 등은 그가 스위스에 소유한 별장을 매각하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또한 사유지에서 거둔 개인 수입을 일부 지원할 것으로 내다봤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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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림픽 2연패’ 클로이 김 “인종차별” 호소에… 백악관 “아시아계 증오범죄 강력 조치할 것”

    미국 여자 스노보드 국가대표로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출전해 10일 금메달을 딴 한국계 미국인 클로이 김(한국명 김선·22)의 인종차별 피해 호소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인종 범죄에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15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클로이 김이 지난해 인종차별의 두려움을 호소했고,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아시아계 증오 범죄가 증가했는데도 백악관의 대처가 미흡한 것 같다’는 취재진 질문에 “클로이 김은 본인과 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에 대해 얘기했고, 이는 매우 용기 있는 일이다. 그가 용기를 낸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답했다.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인종 범죄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설치했고, 아시아계 미국인 공동체가 느끼는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고위급 참모를 배치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인종 범죄에 계속 목소리를 내고 엄중한 조치를 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4년 전 평창 올림픽에 이어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부문 2연패를 한 클로이 김은 지난해 4월 미 스포츠전문매체 ESPN 인터뷰에서 “매일같이 인종차별 피해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폭행 소식을 들을 때마다 “부모님이 살해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고도 했다. 13일 미 뉴욕 맨해튼 차이나타운에서는 한국계 여성이 자신의 아파트로 귀가하다 뒤따라 들어온 노숙인에게 습격을 받은 뒤 사망했다.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혐오와 극단주의’ 연구소는 지난해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 범죄가 전년 대비 339% 증가했다고 밝혔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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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오범죄 두려워” 클로이김 호소에…바이든 응답했다

    미국 여자 스노보드 국가대표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10일 금메달을 딴 한국계 미국인 클로이 김(한국명 김선·22)의 인종차별 피해 호소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인종 범죄에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15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김이 지난해 인종차별의 두려움을 호소했고,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아시아계 증오 범죄가 증가했는데도 백악관의 대처가 미흡한 것 같다’는 취재진 질문에 “김은 본인과 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에 대해 얘기했고, 이는 매우 용기 있는 일이다. 그가 용기를 낸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답했다.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인종 범죄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설치했고, 아시아계 미국인 공동체가 느끼는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고위급 참모를 배치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인종 범죄에 계속 목소리를 내고 엄중한 조처를 하는데 전념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4년 전 평창올림픽에 이어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부문 2연패를 한 김는 지난해 4월 미 스포츠전문매체 ESPN 인터뷰에서 “매일같이 인종차별 피해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폭행 소식을 들을 때마다 “부모님이 살해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고도 했다. 13일 미 뉴욕 맨해튼 차이나타운에서는 한국계 여성이 자신의 아파트로 귀가하다 뒤따라 들어온 노숙자에 의해 피살됐다.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혐오와 극단주의’ 연구소는 지난해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 범죄가 전년 비 339% 증가했다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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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전운에 석유-광물-농산물값 껑충… 서민물가-무역 비상등

    우크라이나 사태가 원유, 광물 등 에너지 자원은 물론이고 밀, 옥수수 등 곡물 가격까지 끌어올려 ‘원자재발(發)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민 경제 부담이 늘고, 에너지 수입비용 증가로 한국 경제의 ‘엔진’인 무역마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15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긴장 고조와 국내 에너지 수급 영향’ 자료를 내고 시나리오에 따라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배럴당 70∼125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군사 개입을 하고 주요 7개국(G7)이 러시아에 고강도 금융·경제 제재를 가하면 국제유가는 100∼125달러로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러시아산 석유·가스 공급이 대규모로 중단되면 배럴당 150달러를 찍을 것으로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제유가를 자극한 이유는 러시아가 주요 산유국이기 때문이다. 미국 투자은행 카우언에 따르면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는 하루 약 500만 배럴(세계 무역의 약 12%)의 원유를 수출하고, 약 250만 배럴(세계 무역의 약 10%)의 석유 제품을 수출한다. 연구원은 “위기가 진정된 이후에도 미국과 러시아 간 긴장은 국제유가에 배럴당 5달러 이상의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을 유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유가 상승은 경제성장을 둔화시키고 물가를 높일 수 있다.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10% 상승하면 경제성장률은 0.12%포인트 하락하고, 물가상승률은 0.1%포인트 오를 것으로 봤다. 다른 원자재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금 가격(KRX 금시장)은 이날 g당 7만2270원에 거래돼 1년 4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불안한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2월 둘째 주 유연탄 가격은 전주 대비 6.18% 올랐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이 불안해지며 석탄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철광석(1.73%), 구리(1.82%), 니켈(1.97%) 등 다른 원자재 값도 전주 대비 상승했다. 농산물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미국 CNN은 14일(현지 시간) 세계 식량가격이 10년 만에 최고치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농산물 시장을 흔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밀 수출국이며, 우크라이나도 주요 밀·옥수수 수출국이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국제 밀과 옥수수 가격은 각각 한 달 전 대비 7.79%, 9.98% 상승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수입물가도 올랐다. 이날 한은의 ‘2022년 1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원재료가 전달 대비 8.2% 올랐다. 특히 원유가 15.0%, 광산품이 9.0% 뛰었다. 수입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돼 서민 부담이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수입비용이 늘면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무역수지도 악화할 수 있다.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에너지 수입액은 1360억 달러로, 국가 총 수입액의 22.1%를 차지한다. 연구원은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이 2개월 연속된 무역수지 적자의 주요 원인”이라고 했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날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제3차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KOTRA 등을 중심으로 현지 기업인과 핫라인을 구축하고 원자재, 에너지, 곡물 등 주요 품목은 사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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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측근’ 美대사, 日기시다 첫대면서 “함께 야구 봅시다”[글로벌 포커스]

    4일 일본 도쿄 나가타정의 총리 관저. 지난달 23일 부임한 람 이매뉴얼 신임 주일 미국 대사(63)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를 처음 예방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윌리엄 해거티 전 대사가 상원의원 선거 출마를 위해 2019년 7월 사퇴한 후 주일 미 대사 자리는 약 2년 반 동안 공석이었다. 미 3대 도시 시카고에서 태어났고 이곳에서 시장까지 지낸 이매뉴얼 대사는 열렬한 야구팬인 기시다 총리를 위해 시카고가 연고인 미 메이저리그(MLB) 프로야구팀 시카고 컵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유니폼을 모두 선물했다. 그는 옷에 지난해 10월 제100대 총리로 취임한 기시다를 위해 등번호 ‘100’과 총리의 영문 이름 ‘기시다’를 새겼다. “이 옷을 입고 같이 야구를 보자”는 그의 말에 기시다 총리 또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매뉴얼 대사는 도착 후 8일간 격리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이달 1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상과 만났다. 3일 후 총리까지 예방했다. 지난해 1월 부임한 강창일 주일 한국 대사가 1년이 흐른 지금 총리는커녕 외상과도 만나지 못한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이 미 대사를 얼마나 예우하는지 잘 보여준다. 미국 또한 대통령의 최측근, 전 부통령 등 백악관과 바로 통화할 수 있는 거물급 인사를 일본에 많이 보냈다. 주한 미 대사로 차관보 혹은 부차관보급의 직업 외교관이 주로 왔던 것과 천양지차다. 이매뉴얼 대사는 2008년 미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 대선에서 당시 초선 상원의원이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잇따른 승리를 이끌어낸 집권 민주당의 ‘실세 중 실세’다. 그 공을 인정받아 오바마 행정부의 1기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내며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고 당시 부통령이던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도 가까워졌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더 밀착하는 미일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이매뉴얼 대사인 것이다.○‘오바마·바이든의 남자’ 이매뉴얼미 정치를 전공한 와타나베 마사히토(渡변將人) 홋카이도대 조교수는 지난해 12월 이매뉴얼 대사의 내정이 보도된 직후 마이니치신문 기고에서 주일 미 대사의 특징을 4가지로 분류했다. △미 대통령에 대한 접근성이 높음 △미 의회와 집권당 내 영향력이 강함 △비즈니스 등 비(非)정계 분야의 영향력이 큼 △일본에 대한 지식이 높음이다. 와타나베 조교수는 “이매뉴얼 대사는 일본에 대한 지식을 제외한 나머지 세 특징을 모두 갖춘 이례적 인물”이라며 그의 부임이 바이든 미 행정부의 일본 중시 경향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매뉴얼은 1959년 몰도바계 유대인 가정의 3남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인문학 명문 세라로런스칼리지와 노스웨스턴대 석사를 졸업한 후 1992년 미 대선 당시 빌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의 캠프에서 자금 모집을 맡았다. 클린턴의 당선 후 정책보좌관을 지냈고 클린턴의 퇴임 후 프레디맥 등 금융사에서 근무하며 큰돈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시카고가 속한 일리노이주 하원의원으로 뽑혔고 4선(選)에 성공했다. 이때 일리노이 상원의원인 오바마 전 대통령을 만났다. 당시 이매뉴얼은 한 살 어린 오바마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클린턴 당시 뉴욕주 상원의원과 오바마가 맞붙었다. 클린턴 의원은 자신이 보좌했던 대통령의 부인이었고 인지도와 자금력 또한 앞섰지만 이매뉴얼은 두 진영 어디에도 참여하지 않고 중립을 지켰다. 사실상의 오바마 지지나 다름없는 행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선에서 승리한 오바마는 그에게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을 맡겼다. 당시 오바마와 차를 타고 가던 이매뉴얼이 민주당 하원의원의 전화를 받고 “지금 바빠서 통화하기 어렵다. 오바마와 얘기하라”며 전화를 넘긴 것은 유명한 일화다. 둘의 관계가 단순한 대통령과 참모가 아니라 정권 창출의 동반자 성격에 가까움을 알 수 있다. 이매뉴얼 일가(一家)는 바이든 대통령과도 막역한 사이다. 하버드대 의대를 졸업했으며 미 생명윤리학계의 석학으로 꼽히는 이매뉴얼의 형 이지키얼 펜실베이니아대 교수(65)는 2020년 미 대선 당시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보건정책 고문을 지냈다. 현재도 바이든 행정부의 방역 정책에 깊게 관여하고 있다. 이런 이매뉴얼 대사의 영향력은 지난달 21일 이뤄진 미일 정상의 화상 정상회담에서도 입증됐다. 기시다 총리는 취임 후 줄곧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면 정상회담을 원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런 상황을 아직 일본에 도착하지도 않은 이매뉴얼이 나서 온라인 회담으로 정리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보도했다. 이매뉴얼은 당시 회담에서 대사 내정자 자격으로 바이든 대통령 옆에 배석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에서는 이매뉴얼 대사를 ‘바이든의 절친’을 넘어 차기 민주당 대선 후보군에도 오를 수 있는 인물로 보고 있다”며 역대 주일 미 대사의 면면이 화려했지만 이매뉴얼의 ‘급’ 또한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평했다. ○JFK 딸 캐럴라인·라이샤워도 유명실제 미국의 역대 일본 주재 대사 중에는 이매뉴얼 못지않은 유명인이 많다. 존 F 케네디 전 미 대통령의 딸 캐럴라인 케네디 전 대사, 지미 카터 미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월터 먼데일,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인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의 창시자인 동아시아 석학 에드윈 라이샤워, 2차 세계대전의 미 승리를 이끈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조카 더글러스 맥아더 주니어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일본의 사랑을 특히 많이 받은 사람은 최초의 여성 주일 미 대사인 케네디 전 대사다. 공직 경험이 전무한 그는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일찌감치 오바마 지지를 선언했고 공을 인정받아 대사로 발탁됐다. 2013년 11월 부임한 그는 전무후무한 환대를 받았다. 도착 나흘 만에 일왕에게 신임장을 제정했고 하루 뒤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총리와 만났다. 면담 후 아베 총리는 관저에서 점심을 대접했다. 현직 총리의 식사 접대는 파격으로 받아들여진다. 그가 일왕의 거처 ‘고쿄(皇居)’로 마차를 타고 갈 때는 약 1km 길에 40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시민들은 미 성조기를 흔들며 박수를 쳤고 방송사 또한 생중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6년 5월 현직 미 대통령 최초로 히로시마 평화공원을 찾았다. 한국 중국 등이 “제2차 세계대전의 가해 역사를 의도적으로 지우고 원폭 피해자만을 자처하는 일본의 역사 공세에 동조하는 행위”라고 반발했지만 방문이 성사됐다. 대통령과 각별한 케네디 대사의 역할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당시 오바마는 이 공원의 한국인 위령비를 찾지 않았다. 앞서 2015년 3월 오바마의 부인 미셸 여사 또한 남편 없이 두 딸과 일본을 방문했다. 케네디 가문이 설립한 미 케네디재단과 일본 와세다대가 공동 주최하는 심포지엄에 초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역시 케네디 대사가 참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1961∼1966년 대사를 지낸 에드윈 라이샤워 또한 일본의 존경을 한몸에 받았다. 그는 미 선교사의 차남으로 도쿄에서 태어났고 재혼한 부인도 일본인이었다. 하버드대에서 일본사도 전공해 역대 최고의 일본통 대사로 꼽혔다. 그는 1964년 정신병을 앓던 일본인 청년의 칼에 넓적다리를 찔려 중상을 입었다. 출혈이 심해 긴급 수혈을 받았다. 당시 라이샤워 대사는 “이제 내 몸에도 일본인의 피가 흐른다”고 말해 일본을 감동시켰다. 안전을 우려해 귀국하라는 조언도 거부했다. 하지만 수혈된 피 속에 간염 균이 들어 있어 평생 간염 후유증을 앓았고 훗날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귀국 후 하버드대에 일본연구소를 설립했고 미국의 아시아 정책 수립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법조인 출신 존 루스 당시 대사 또한 ‘도모다치(友達·친구) 작전’을 포함해 미국의 다양한 지원을 이끌어냈다. 그는 주일 미 대사 최초로 원폭 투하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열린 평화기념식에 참석했다. 루스 대사 역시 오바마의 주요 기부자 겸 측근이었다. 카터 행정부의 부통령 먼데일은 퇴임 후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의해 대사로 발탁됐다. 1984년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그는 당시 미 최초로 여성 부통령 후보인 제럴딘 페라로 뉴욕주 하원의원을 러닝메이트로도 뽑아 화제를 모았다. 전직 미 2인자답게 그는 양국의 해묵은 현안인 오키나와 후텐마의 미 해병대 공군기지 이전 문제 해결에 주력했다. 주거지 한복판에 있는 이 기지는 각종 낙하 사고, 소음 등으로 주민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상태였다. 그는 1996년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당시 총리와 후텐마 기지를 일본에 반환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5∼7년 내 전면 반환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지켜지지 않았다. 옮겨갈 새 기지가 없는 탓이다. 현재 오키나와 헤노코에 새 기지를 짓고 있지만 “아예 오키나와 바깥으로 옮기라”는 주민 반발로 공사 속도가 느리다. ○中 견제 위해 미일 밀착 가속화신임 대사 이매뉴얼의 최고 과제는 중국 견제를 위한 미일 협력 강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미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협력체 ‘쿼드’는 물론 반도체 동맹, 공급망 재편 등에서도 일본이 미국의 편에 서서 중국에 맞서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이매뉴얼 대사 또한 일본의 입맛에 부합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일본이 중국, 러시아와 각각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에 대해 “일본을 지지한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와 처음 만났을 때는 양복 왼쪽 상단에 일본인 납북자를 상징하는 파란 리본으로 된 배지를 달았다. 역대 모든 정권이 주요 과제로 꼽는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을 공동 압박할 뜻을 비친 것이다. 백악관 비서실장 시절 불같은 성정과 거친 언사로 ‘람보’라는 별명도 얻은 그지만 일본을 사로잡기 위해 세심한 준비를 했음을 읽을 수 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중국 견제’라는 거대한 의제가 등장하면서 미일 동맹이 기존의 군사 안보에서 첨단 기술의 취득 및 보호, 사이버 보안, 디지털 통상 등 경제 안보로 확대되고 있다”며 “이 부분에서 한국이 일본에 굉장히 밀리고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최근 주한 미 대사로 내정된 필립 골드버그 주콜롬비아 대사가 과거 대북 제재 업무를 맡았던 국무부 대북제재 조정관 출신임을 거론하며 “한국에 대한 미국의 관심은 ‘북한’에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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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0명 목숨 앗아간 ‘파리 테러’ 범인, “난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 법정 궤변[사람, 세계]

    “나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 누구에게도 흠집 하나 내지 않았다.” 9일 프랑스 파리 특별법원에 출석한 테러범 살라 압데슬람(33)이 투명 칸막이 너머로 판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불쑥 튀어나온 그의 말에 방청석이 들썩였다. 모로코계 프랑스인 압데슬람은 2015년 11월 13일 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파리 연쇄테러 사건에 직접 가담한 10명 중 유일한 생존자다. 나머지 9명은 사살되거나 자살했다. 7년 전 압데슬람의 공범들은 프랑스 국가대표팀 경기가 열리던 축구 경기장과 파리 시내 식당가, 유명 클럽인 바타클랑 극장에서 폭탄을 터트리고 총을 난사했다. 압데슬람의 자살폭탄 조끼는 테러 직후 파리 남부의 한 쓰레기통에서 발견됐다. 그는 “마지막 순간에 나는 폭탄을 터뜨리지 않았다”며 테러 직전 마음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압데슬람은 지난해 9월 첫 재판에서 판사가 이름을 묻자 “알라 외에 신은 없다”고 답했다. 직업을 묻는 질문에는 “나는 이슬람국가(IS) 전사가 되기 위해 모든 직업을 포기했다”고 했다. 그는 이날 재판에서도 자신이 IS 대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테러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을 위기에 놓이자 “나는 사회에 위험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판사에게 “누군가 폭발물을 실은 가방을 들고 지하철에 탔다가 마지막 순간에 터트리지 않겠다고 결심해도 수감되거나 죽을 것을 안다면 누구도 (테러 행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그의 주장에 대해 “자살폭탄 조끼가 작동하지 않아서 버린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압데슬람은 혐의를 계속 부인하면서 “감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감옥에서 하루 종일 감시받고 비난받으며 쓰레기처럼 취급당한다면 ‘마지막 순간 내가 (폭탄을 터뜨리며) 끝까지 갔어야 하는지 되묻게 된다. 차라리 폭탄을 터트리는 게 나았을 것이다.” 압데슬람은 파리 테러 당시 폭탄, 소총 등 무기를 테러 현장으로 옮기는 역할을 했다. 함께 테러에 가담했던 그의 형은 바타클랑 극장에서 자폭했다. 홀로 살아남은 압데슬람은 다음날 새벽 벨기에로 도주했다가 4개월 만에 벨기에 경찰에 체포됐다. 체포 4일 뒤 브뤼셀 국제공항과 사내에서 자폭 테러가 발생해 32명이 숨졌는데 압데슬람은 이 테러에도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주범이 머물던 아파트에서 그의 지문이 묻은 유리잔이 발견되지만 그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압데슬람은 지난해 9월 재판에서 판사를 향해 “나는 죽어도 부활할 것이며 너희들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했고 이날 재판에서도 당당했다. 그는 테러 이유에 대해 “프랑스군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IS를 공격했고,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은 프랑수아 올랑드(당시 프랑스 대통령) 때문”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무고하게 희생된 130명에 대한 사과는 한 마디도 없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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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세계 누적 확진자, 한달새 1억 급증해 4억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4억 명을 넘었다. 9일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전날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4억95만5568명을 기록했다. 지난달 6일 누적 확진자 3억 명을 돌파한 데 이어 약 한달 만에 1억 명이 늘어났다. 확진자 폭증은 기존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오미크론 변이가 최초로 국제사회에 보고된 지난해 11월 24일 전세계 누적 확진자는 2억6053만9106명이었다. 이후 2개월 반 만에 확진자 수의 53.9%인 약 1억4000만 명이 늘어난 것이다. 다만 델타 변이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 변이 중증화율 영향으로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감소 추세를 보였다. 8일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578만2254명이다. 지난달 초 누적 확진자가 3억 명을 돌파했을 때 사망자보다 약 28만 명 늘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스텔스 오미크론’으로 알려진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2가 세계적으로 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CNBC에 따르면 마리아 판 케르코브 WHO 코로나19 긴급대응팀 기술팀장은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스텔스 오미크론 변이가 현재 우세종인 오미크론 변이보다 전염력이 더 높다”고 밝혔다. 다만 WHO는 이 변이가 오미크론에 감염됐다 나은 사람을 재감염시키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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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척수에 전극 이식… 하반신 마비 환자들 걸었다

    이탈리아인 미켈 로카티 씨(30)는 2017년 오토바이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사고 후 하체를 움직이지 못했고 어떠한 감각도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눈이 펑펑 내리던 지난해 12월 그는 스위스 로잔 시내에서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조금씩 걸음을 내디뎠다. 척수를 자극하는 전극 이식 수술을 통해 몸을 움직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그레구아르 쿠르틴 스위스 로잔공대 교수와 조슬린 블로흐 로잔의대 교수가 이끈 연구진은 7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하반신이 완전히 마비된 남성 세 명의 척수에 전극을 이식한 결과 세 사람 모두 움직일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세 사람은 1년 이상 허리 아래가 완전히 마비된 상태였다. 이번 이식술은 척추 뒤에서 전기 신호를 주던 기존 방식과 다르게 옆에서 신호를 줘 더 정밀하게 개별 신경을 자극할 수 있게 했다. 더 넓은 범위의 척수로 신호를 보내 몸통과 다리 근육 모두 자극받을 수 있게 했다. 하체에 약간의 감각이 남았던 환자들이 재활에 성공한 적은 있지만 감각을 완전히 잃은 환자들이 다시 걷는 데 성공한 것은 처음이다. 로카티 씨는 “어디든 걸을 수 있다. 완전히 자유로워졌다”고 수술 성공에 대한 기쁨을 드러냈다. 그는 올여름까지 1km를 걷겠다는 목표도 세웠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무선으로 제어할 수 있는 16개 전극을 환자들의 척추 바로 아래 삽입했다. 환자들이 태블릿 컴퓨터로 자신이 원하는 움직임의 형태를 선택하면 컴퓨터는 그에 맞는 신호를 복부에 이식한 신경자극기로 보낸다. 신경자극기는 척수에 이식한 전극에 전류를 보내 필요한 근육들이 움직일 수 있게 환자들의 신경을 자극한다. 연구진은 마비 환자라고 해도 온전한 척수가 6cm만 있으면 누구나 전극 이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전극 이식이 척수 손상을 본질적으로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보조장치 없이 환자가 스스로 움직이거나 일상의 복잡한 활동을 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쿠르틴 교수는 “이 수술의 목적은 척수 손상 치료가 아니라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심각한 척수 손상을 입은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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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反戰 상징 피카소 ‘게르니카’, 1년만에 다시 유엔으로

    스페인 내전의 참상을 묘사해 반전(反戰)을 상징해온 파블로 피카소의 걸작 ‘게르니카’ 태피스트리(색실로 천에 그림을 짜 넣은 직물) 버전이 1년 만에 다시 유엔의 품에 돌아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은 ‘게르니카’ 태피스트리 작품이 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실 바깥벽에 다시 걸렸다고 보도했다. ‘게르니카’ 유화는 스페인 마드리드의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태피스트리 버전은 피카소가 1955년 친구였던 넬슨 록펠러 전 미국 부통령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프랑스의 섬유 예술가 자클린 뒤르바흐와 공동 창작한 작품이다. 록펠러 일가의 장기 대여로 1985년부터 35년 넘게 유엔 안보리 벽면을 지켰으나 지난해 2월 록펠러 전 부통령의 아들인 넬슨 록펠러 주니어가 별다른 설명 없이 작품을 회수했다. 당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끔찍한 일”이라고 했다. 록펠러 주니어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1년 전 청소와 보존 작업을 위해 작품을 회수한 것이고 자세한 설명이 없었던 것은 나의 실수”라고 말했다. 게르니카는 유엔본부에서 인터뷰하는 외교관이나 고위 관료들의 배경으로 사용되어 왔다. 2003년 콜린 파월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이라크의 유엔 결의 위반 관련 증거 자료를 공개할 때 유엔 측이 게르니카가 보이지 않도록 커튼으로 가려 “미국이 유엔에 이 같은 조치를 압박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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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억명 하루 식수를 인공눈으로… 베이징 ‘反환경 올림픽’ 논란

    중국이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의 모든 설상 경기를 인공 눈으로 치르기로 하면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대회 인공 눈의 양은 1억 명이 하루에 마시는 물의 양과 맞먹어 경기장 인근 주민들의 물 부족 사태가 벌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에서 작은 성화를 선보이며 ‘친환경 올림픽’이라고 강조했지만 이와 대조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CNN은 이번 대회가 겨울올림픽을 열기에 적합하지 않은 기후에서 진행되고 있고,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까지 겹쳐 인공 눈 제조에 더 많은 전력과 물이 소모될 것이라고 5일 보도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따르면 이번 올림픽에서 인공눈을 만들기 위해 약 4900만 갤런(약 1억8548억 L)이 소모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약 1억 명이 하루에 마시는 물의 양과 비슷하다. 야외 종목이 열리는 지역 중 상당수가 올겨울 극심한 가뭄 탓에 강설량이 부족해 인공눈에 대한 의존도가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야외 종목이 진행되는 장자커우(張家口) 지역은 평소에도 연평균 강설량이 200mm에 불과하다. 1인당 사용 가능한 물의 양이 중국 전체 평균의 5분의 1도 안 되는 건조한 지역이다. 앞서 블룸버그는 이 지역의 스키장을 채우기 위해 200m³의 물이 필요하지만 53m³밖에 확보되지 못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은 ‘친환경 올림픽’을 실현했다며 자화자찬하는 분위기다. 4일 개회식에서 올림픽 사상 가장 작은 성화를 선보인 장이머우(張藝謀) 총감독은 “연료가 대량으로 쓰이는 대형 성화 대신 중국 정부의 환경친화적 아이디어를 전달한 것”이라고 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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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억명 하루 식수로 ‘100% 인공눈’ 올림픽…中은 “친환경” 자화자찬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의 모든 설상 경기를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인공 눈 위에서 치르기로 하면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대회를 위해 만들어지는 눈의 양은 1억 명이 하루에 마시는 물의 양과 맞먹어 심각한 자원 낭비와 함께 인근 주민들의 물부족 사태가 벌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에서 작은 성화를 선보이며 ‘친환경 올림픽’을 강조했지만 이와 극명히 대조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CNN은 동계 올림픽을 개최하기 적합하지 않은 기후 속에서 이번 대회가 진행되면서 대량의 인공눈에 의존하게 됐다고 5일 보도했다. 특히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높아지면서 인공눈을 제조하기 위해 더 많은 전력과 물이 소모될 것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서는 인공눈을 만들기 위해 약 4900만 갤런(약1억8548억 L)이 소모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약 1억 명이 하루에 마시는 물의 양과 비슷하다. 이번 대회에서 인공눈 제조 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테크노알파인 측은 “날씨가 따뜻해질수록 에너지가 더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라고 밝혔다. 특히 야외 종목이 열리는 지역 중 상당수가 올 겨울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며 강설량이 부족해 인공눈에 대한 의존도가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야외 종목이 진행되는 장자커우(張家口) 지역은 평소에도 연평균 강설량이 200mm에 불과하며, 1인당 사용 가능한 물의 양이 중국 전체 평균의 5분의 1도 안되는 건조한 지역이다. 앞서 블룸버그는 이 지역의 스키장을 채우기 위해 200㎥의 물이 필요하나 53㎥밖에 확보되지 못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IOC는 “지역 내 물 부족 현상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은 ‘친환경 올림픽’을 실현했다며 자화자찬하는 분위기다. 4일(현지 시간) 개회식에서 올림픽 역사상 가장 작은 성화를 선보인 중국의 올림픽 총감독 장이머우 감독은 “대량으로 연료를 사용해야 하는 대형 성화 대신 중국 정부의 환경친화적 아이디어를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13일 중국이 지속 가능한 올림픽을 실현하기 위해 내걸은 약속 중 98%를 이행했다고 보도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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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세 동생까지 잡아간 군부 향해 굴복 대신 총잡은 미얀마 여대생[사람, 세계]

    지난해 6월 미얀마 군과 경찰이 들이닥쳤을 때 집에는 세 모녀가 있었다. 고향 집을 찾은 열아홉 살 법대생 테인 산디 소는 어머니와 함께 막내 여동생을 돌보고 있었다. 여동생은 네 살이었다. 군경은 이미 떠나고 없는 아버지의 행방을 따져 물었다. 교사인 아버지는 지역에서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수배된 상태였다. 이날 막내 여동생은 언니, 엄마와 함께 체포됐다. 시위 주동자를 유인하기 위해 가족을 인질로 잡아가는 것은 미얀마 군부의 흔한 수법이었다. 지난해 2월 1일 발생한 군부 쿠데타 이후 소의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다. 1988년 미얀마 민주화운동 당시 학생운동을 했던 아버지는 교사 신분으로 시위에 앞장서다 수배자가 돼 도피 생활을 했다. 오빠(25)와 남동생(15)은 언제 군경에 끌려갈지 몰라 집에서 도망쳐야 했다. 오빠는 소와 어머니가 구속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구치소에 돈을 보내려다 발각돼 감옥에 갇혔다. 남동생은 군부에 맞서기 위해 인민방위군(PDF)에 들어갔다. 류머티스 관절염을 앓고 있는 소에게 구치소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하루에도 몇 시간씩 수갑을 차고 돌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조사를 받았다. 씻을 땐 차가운 변기 물을 이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치료는 기대할 수 없었다. 막냇동생만 다섯 살 생일이 지나고 이틀 뒤 풀려났다. 가족의 구금 소식을 전해 들은 아버지는 “딸의 건강이 너무 걱정된다”며 이웃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소와 어머니는 타협하지 않았다. 법정에서 “부당한 재판”이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그러자 법원은 반란에 가담했다며 모녀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이 끝나고 소의 어머니는 호송 트럭에 오르며 큰 소리로 외쳤다. “우리 둘 다 3년형을 받았어요!” 어딘가에 있을 남편에게 소식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소의 친구는 “소에게 용기는 그의 본질(character)”이라고 했다. 체포된 지 약 4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모녀는 풀려났다. 출소를 위해 ‘다시는 시위에 가담하지 않겠다’고 서약해야 했다. 하지만 소는 “평화적 시위를 먼저 짓밟은 것은 군부”라며 남동생과 함께 인민방위군에 들어갔다. 이제 소에게 예전처럼 과제를 하고 발표 준비를 하던 일상은 없다. 소총 사격을 연습하며 실전에 대비한 전투 훈련을 받는다. 틈틈이 전쟁터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생각한다. 소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발생 1년이 되는 1일, 미국 피츠버그대의 온라인 매체인 ‘주리스트(Jurist)’에 편지를 보냈다. 그는 이렇게 썼다. “이 모든 것이 평범한 법대생이었으면 몰랐을 일이다. 지금 나는 유능한 여성 돌격대원이 되기 위해 인생을 바치며 이 자리에 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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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코로나 제로 올림픽” 선수단 동선 통제에도… 확진 속출 비상

    콧구멍으로 들어온 면봉이 멈출 줄을 몰랐다. 한국에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수십 번 받았을 때도 느끼지 못한 고통이 밀려왔다. ‘뒤통수까지 닿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가 돼서야 검사원은 면봉을 빼갔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제는 입을 벌리란다. 다시 면봉이 들어와 목구멍을 사정없이 찔렀다. 괴로워 고개를 살짝 돌리기가 무섭게 ‘자세를 고쳐 앉아라’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4일 막을 올리는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취재를 앞두고 지난달 31일 도착한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서는 이렇게 엄격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거친 뒤에야 입국 심사를 받을 수 있었다. 숙소에 도착하고 방에서 2시간 정도 대기한 후 검사 결과는 음성이라고 연락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건물 바깥으로 마음대로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2022 베이징 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제공하는 전용 교통수단에 탑승하고 나서야 차창 밖으로 펼쳐진 베이징 시내 풍경을 살펴볼 수 있을 뿐이었다. 중국 정부와 대회조직위는 “이번 올림픽을 ‘코로나19 제로(0)’ 대회로 만들겠다”면서 ‘폐쇄형 루프(閉環)’라고 부르는 방역체계를 가동했다. 대회 참가 선수나 관계자의 동선을 베이징 시민과 완전히 차단하는 방식이다. 베이징 시내에서 약 75km 떨어진 옌칭이나 옌칭에서 다시 75km 떨어진 장자커우로 고속철도를 타고 이동할 때도 올림픽 참가자 전용 플랫폼에서 전용 객차를 이용해야 한다. 문제는 이 폐쇄형 루프 안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2일 대회조직위에 따르면 전날 하루 동안 경기장, 선수촌, 훈련시설 등에서 총 17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러면서 올림픽 관련 확진자 수는 총 232명으로 늘었다. 전날 중국 전역에서 나온 확진자 36명보다 6.4배 많은 수치다. 게다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경기장 수용 규모의 3분의 1에서 절반 정도까지 관중을 받고 싶다”는 뜻을 밝히면서 중국 정부의 고민도 더욱 커지게 됐다. 베이징 조직위는 지난달 17일 “일반 관중은 받지 않고 초청 관중에게만 입장을 허용하겠다”고 밝혔지만 관중석을 어느 정도 개방할지는 발표하지 않았다. 중국은 6일까지 연인원 30억 명이 이동하는 춘제(春節) 연휴 기간인 데다 올림픽이 끝나면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가 열리기 때문에 코로나19 방역에 고삐를 죌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CNN 등 미국 언론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에서 자국 대표 선수단에 “대회 기간 개인 휴대전화는 (베이징에 가져가지 말고) 집에 두고 임시 휴대전화를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고 전했다. 경기 참가에 필수적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포함한 일부 앱이 개인 정보 유출 등에 악용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CNN은 이번 경고가 중국의 첩보 활동 및 지식재산권 절도에 대한 미 안보당국의 우려가 고조된 가운데 나왔다고 덧붙였다.베이징=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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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의 공장’ 중국이 늙어간다… 주거-교육비에 출산 기피[글로벌 포커스]

    《중국의 지난해 출생자 수가 6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선진국까진 갈 길이 먼데 벌써부터 ‘출생자 급감’과 ‘빠른 고령화’라는 난제를 만났다. 풍부한 노동력으로 ‘세계의 공장’이라 불렸던 중국이 직면한 속사정을 들여다봤다.》‘세계의 공장’ 중국이 늙어간다 인구대국 중국이 ‘출생자 급감’과 ‘빠른 고령화’라는 두 가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미국과의 패권 다툼 등으로 경제 성장이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인구 문제가 불거졌다는 점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수뇌부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생산가능 인구가 늘수록 경제성장에 유리하다는 ‘인구 훙리(紅利)’는 그간 중국의 고성장을 이끈 핵심 요인이었기 때문이다. ‘훙리’는 보너스를 뜻한다. 특히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 달러 내외였을 때 고령화를 맞이한 주요 선진국과 달리 중국은 이제 겨우 1만2000달러대라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드는 와중에 고령화로 인한 각종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 지출이 필요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 역대 최저 출생, 고령사회 진입지난해 중국의 인구 1000명당 출생인구는 7.52명으로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후 최저치였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자는 1062만 명, 사망자는 1014만 명으로 한 해 전보다 불과 48만 명의 인구가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인구 또한 14억1260만 명으로 간신히 14억 명을 유지했다. 1062만 명은 대기근 시기인 1961년 이후 60년 만의 최저치다. 지금보다 사회 인프라가 현격히 낙후됐던 당시에도 1187만 명이 태어났는데 60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그때보다 출생자가 적다. 일부 전문가는 중국 특유의 ‘고무줄 통계’를 감안할 때 지난해 진짜 출생인구가 949만 명에 그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016년 1786만 명에 달했던 중국의 출생인구는 2017년(1723만 명), 2018년(1523만 명), 2019년(1465만 명), 2020년(1200만 명)으로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내년에 통계가 나오는 올해 인구는 자연 감소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출생인구 감소로 고령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분류된다. 지난해는 중국의 65세 이상 인구가 14.2%(2억56만 명)로 고령사회에 진입한 원년이 됐다.○ 주거·교육비 등으로 출산 포기 뚜렷해이런 현상이 나타난 가장 큰 이유는 젊은이들이 주거비, 교육비 등의 압박으로 결혼과 출산을 원하지 않거나 사실상 포기하기 때문이다. 베이징대가 지난해 전국 34개 대학의 졸업생 2만 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학사 졸업생의 평균 월급은 5825위안(약 109만 원)에 불과했다. 이 돈으로는 어지간한 선진국보다 비싼 중국 대도시의 집값과 학비를 충당할 수 없다. 세계 국가·도시 비교 통계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소득 수준을 고려한 소득대비주택가격비율(PIR)에서 중국 대도시는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남부 경제 중심지 선전과 수도 베이징의 PIR는 각각 46.3, 41.7이다. 평범한 직장인이 40년 이상 한 푼도 안 쓰고 월급을 모아야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역시 집값이 높기로 유명한 서울이 28.86임을 감안할 때 중국 대도시에서 집을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중국에서 출세의 발판으로 여겨지는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이나 명문대에 들어가려면 학업 성적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중국판 대학수학능력시험 ‘가오카오(高考)’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학부모들이 들이는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경제매체 스다이차이징(時代財經)은 중국 자녀 1명이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들어가는 사교육비를 평균 52만 위안(약 9200만 원)으로 추산했다.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최근 중국의 지난해 1인당 GDP가 1만2551달러(약 1506만 원)라고 보도했다. 1인당 소득보다 6배 이상 많은 돈을 지출해야 대학을 보낼 수 있는 셈이다. 중국 초중고 학생의 75% 이상이 과외 등 사교육을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잘못된 정책이 화 키워 당국의 인구 정책이 위기를 증폭시켰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1978년 ‘한 자녀 정책’을 도입한 중국은 38년이 흐른 2016년에야 뒤늦게 2자녀 정책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5월에는 3자녀 정책마저 꺼내들었다. 하지만 2자녀, 3자녀 정책 모두 이미 늦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북동부 산둥성은 1991년 5월부터 8월까지 대규모 낙태 캠페인 ‘100일간 아이 없기’를 실시했다. 당시 지방정부는 중앙정부가 원하는 출산율 지표를 만들기 위해 첫째 아이를 임신한 여성에게도 낙태를 강요했다. 30여 년이 흐른 현재 대가를 치르고 있다. 산둥성 당국은 2019년에만 총 50억 위안을 출산 장려 보조금으로 사용했지만 출산율 증가 효과는 거의 없었다. WSJ는 중국이 한 자녀 정책을 실시할 때만 해도 당시 정책 결정자들은 ‘출생률이 떨어지면 그때 가서 정책을 변경하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했지만 잘못됐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특히 “당국이 태세를 전환하는 동안 한 자녀 정책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희생시켰고 인구 통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설명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 또한 출산 억제 정책 당시 정관 수술을 독려했던 당국이 현재는 정관 수술을 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P 역시 “인구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불임 수술을 강요했던 중국이 사회 안정과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급락하는 출산율을 되돌리려 애쓰고 있다”고 꼬집었다.○ 보여주기식 대책으로 일관최근 지방정부들이 앞다퉈 내놓는 출산 장려책이 오히려 여성 취업을 가로막아 저출산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궁런(工人)일보 등에 따르면 최근 20여 개 성(省)은 출산휴가를 대폭 연장했다. 현재 중국의 법정 출산휴가는 98일임에도 지역에 따라 최대 190일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남성에게도 육아휴가 명목으로 15∼30일을 쉴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지방정부가 출산휴가 연장의 후속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휴가 기간 중 급여, 대체 인력의 급여 등에 따른 비용을 기업 혼자 떠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여성 채용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여성들 또한 출산휴가 연장 때문에 취업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 취업을 준비 중인 쑹(宋)모 씨는 궁런일보에 “최근 두 차례 봤던 면접에서 ‘향후 2년간 출산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출산휴가가 늘어나면 기업들이 여성 고용을 더 꺼리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지난해 ‘중국 여성 직장 현황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10명 중 6명이 구직 과정에서 결혼 및 출산 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지난해 7월 당국이 사교육 규제 정책 ‘솽젠(雙減)’을 도입한 것도 현실을 도외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부모의 사교육비와 학생들의 숙제 부담을 동시에 줄이고 공교육을 강화하자는 뜻이다. 하지만 극소수 부유층은 여전히 사교육의 수혜를 누리는 가운데 서민에게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한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중국 여성이 학교와 직장에서 성과를 거두도록 압력을 받고 있지만 아직 가부장적인 문화가 이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아직 중국에서 ‘아이를 돌보는 사람은 엄마’라는 문화적 기대가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사회 갈등으로도 번져저출산의 주범으로 30, 40대 초반 바링허우(八零後·1980년대 출생자)가 비판받는 등 인구 문제가 사회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도 나타난다. 2020년 현재 바링허우 중 미혼 남성과 여성은 각각 약 700만 명, 약 250만 명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바링허우는 개인주의적이고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짝을 찾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정확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바링허우가 애국주의 교육을 받고 자란 주링허우(九零後·1990년대 출생자)나 링링허우(零零後·2000년대 출생자)보다 비애국적이다. 일에 대한 열정과 근성도 없다”고 몰아붙이고 있다. 신랑왕은 2000년대 이후 주요 경제사회적 문제를 진단할 때 바링허우식 사고방식과 태도 때문이란 비판이 무수하게 나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바링허우 세대는 부모 봉양과 자식 교육을 동시에 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세대보다 오히려 많은 부담을 지고 있다고도 진단했다. 한 자녀가 부모 둘을 봉양해야 하는 데다 평균수명 증가로 과거보다 부모 봉양 기간 또한 훨씬 길어졌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자녀 교육비는 천정부지로 솟아 바링허우 세대를 짓누르고 있다.○ 美와 패권 다툼에도 악영향 인구 문제가 경제 성장과 미국과의 패권 다툼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중국이 한때 연 8%대 이상의 고성장을 구가하며 ‘세계의 공장’으로 군림했던 것은 거대한 노동인구의 영향이 컸다. 싼값에 양질의 노동력을 쉽게 구할 수 있었으므로 전 세계의 생산기지가 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노동인구 감소, 고령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 증가는 향후 경제에 상당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이 2035년경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는 고령화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전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 건강보험, 연금 등 사회적 지출이 늘어나면서 경제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웨이푸셴라오(未富先老)’ 즉 부유해지기 전에 먼저 늙어버린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김시중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두 자녀 정책으로의 전환이 많이 늦었다”며 “2025, 2026년부터 생산가능 인구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때쯤 중국의 1인당 GDP가 1만5000달러 내외일 것이며 이 정도 소득 수준으로는 고령화에 대처하기 위한 각종 비용 부담을 해소하기 어려워 잠재 성장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서봉교 동덕여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또한 “당국이 높은 교육비가 출산율 저하의 주범이라며 사교육을 금지했지만 오히려 이런 숨 막히는 사회 통제 분위기, 권위주의 통치 등이 젊은층으로 하여금 출산을 재고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최근 한 경제학자가 온라인에 쓴 ‘출생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현금 지원, 세금 감면, 보육 확대 등에 3130억 달러의 예산을 투입하자’는 글이 당국의 검열로 사라졌다. 올해 하반기 제20차 공산당 당 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지을 시 주석의 정책 실패를 부각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는 지적이 나온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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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우크라 턱밑 크림반도서 탱크 실탄 훈련… 6000명 병력 투입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와 국경을 맞댄 크림반도에서 25일(현지 시간) 육군 주력 전차부대의 실탄 사격 훈련을 시작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군 8500명에게 우크라이나 인근 동유럽 국가 파병에 대비하라고 명령을 내린 직후 우크라이나 국경 코앞에서 훈련이 개시된 것이다. 러시아 흑해함대 측은 이날 성명에서 “크림반도의 안가르스키 훈련장에서 육군의 주력 전차인 T-72B3를 포함해 전차부대의 실탄 사격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며 “전차부대가 적의 기갑장비와 포를 형상화한 목표물에 포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크림반도 등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남서부 지역 부대들에 훈련 개시 명령을 내렸고 6000명 이상의 병력과 60대 이상 항공 장비가 투입됐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내에서 정체불명의 폭탄테러 위협이 급격히 늘고 있다. 우크라이나 경찰은 올해 들어서만 전국 3183개 시설을 목표물로 한 폭탄테러 위협이 300건 넘게 신고됐고 모두 가짜 협박이었다고 14일 밝혔다. 공항과 학교, 쇼핑몰 등에서 수백 명이 대피하는 일이 잦아지자 겁에 질린 시민들은 ‘탈출 배낭’을 싸고 외국행 항공권 예매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테러 위협에 쓰인 이메일의 발신지가 러시아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경찰은 러시아가 전면전을 감행하기 전에 비(非)군사적 수단으로 우크라이나를 약화시키기 위해 ‘하이브리드 전쟁’을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 “폭탄테러 협박 이메일 배후는 러시아”2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매체 유로마이단프레스는 이날 수도 키예프에서 북쪽으로 143km 떨어진 체르니고프의 한 학교가 “폭탄이 설치됐다”는 이메일 협박을 받고 학생과 교사들이 황급히 대피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이 출동해 학교를 수색한 결과 폭탄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학생과 교사, 학부모 수백 명이 공포에 떨었다. 미국 야후뉴스에 따르면 위협 대상은 학교, 병원뿐만 아니라 지하철역과 정부기관, 중요 보안시설인 공항 등을 가리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비상사태부(SSES)는 1일부터 14일까지 2주일 동안 수사당국에 보고된 폭탄테러 협박이 339건이고, 이는 지난해 전체 건수의 절반에 달한다고 밝혔다. 306건은 이메일, 27건은 전화, 6건은 우편물 등이 쓰였다. 미콜라예프에서는 경찰서장이 협박 전화를 받고 경찰서에서 대피하는 일도 벌어졌다. 현지 언론은 최근 2주간 학생과 교사들이 협박을 받고 학교에서 대피한 뒤 휴교와 경찰 수색이 반복돼 시민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경찰과 SSES는 “치밀하게 계획된 하이브리드 공격이다. 불안과 긴장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불안감 높아지는 우크라이나인들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수도 키예프의 출판사에 근무하는 크세니야 하르첸코 씨는 “가족들이 지금 떠나지 않고 여기에 머문다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은 중요 서류와 겨울옷, 의료용품을 챙긴 ‘탈출 배낭’을 꾸려 현관 앞에 준비해 뒀다. 동네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는 긴 줄이 늘어섰고, 저팬타바코 등 외국계 회사들은 직원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키예프에 사는 마리야 이바노바 씨는 “폭격이 시작되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며 스페인으로 출국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국 외교부는 우크라이나 남동북부 12개 주에 대한 여행 경보를 3단계 출국권고로 상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에 따라 출국권고 지역은 우크라이나 25개 주 가운데 15개 주로 늘어났다.하이브리드 전쟁전쟁 상대국의 혼란과 불안을 야기하기 위해 군사적 수단과 비(非)군사적 수단을 혼합해 타격을 입히는 것. 테러와 범죄, 심리전, 정보전, 사이버 공격 등이 동원된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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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의 섣부른 북미정상회담이 北도발 키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미 국방부 대북 특별보좌관이 최근 북한의 계속되는 미사일 도발에 대해 “(트럼부가) 섣부르게 북미 정상회담을 강행한 탓”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앤서니 홈즈 미국 싱크탱크 ‘프로젝트 2049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1일(현지 시간) 연구소 홈페이지에 ‘트럼프의 대북 정책이 실패한 내막’이라는 기고문을 올려 이같이 지적했다. 홈즈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 당시인 2017~2021년 미국 국방부의 대북 특별보좌관을 지냈고,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에 관여했다. 홈즈 연구원은 “2022년에도 북한은 지속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고, 한국은 북한이 원치도 않는 성과 없는 평화 회담을 제안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대북 제재를 어기고 있다”면서 “이는 2018년 당시 추진된 정상회담이 문제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취임 첫해인 2017년은 미국에게 ‘화염과 분노’의 해였다. 북한은 그해 7월 최초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시험에 성공했으며, 두 달 뒤에는 6차 핵실험을 했다. 이어 3차 발사실험까지 성공해 사거리 안에 사실상 미 전역을 포함시키며 “핵무력이 완성됐다”고 자화자찬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을 상대로 ‘최대 압박 기조’를 택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할수록 스스로를 더 위험한 상황으로 몰고, 입지를 약화시키며 충돌 가능성도 높인다는 점을 북한이 받아들이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뜻이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역대 최대 수준의 제재에 직면했다. 유엔 안보리 제재로 북한산 석탄·철·철광석 수출은 전면 금지됐고, 석유 제품 공급도 기존의 90% 가량 제한됐다. 12개국 이상이 북한과의 관계를 축소하거나 아예 단절했다. 특히 북한노동자 송환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으며 북중 관계도 악화됐다. 하지만 2018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2018년 3월 정의용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김정은의 정상회담 제안을 전달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수락했다. 홈스 연구원은 당시 자신을 포함한 많은 참모들이 “정상회담 제안을 수락할 경우 북한이 (제재) 이전의 패턴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도발 수위를 조금씩 낮추거나 대화에 응하는 것을 명분 삼아 미국에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또 북한이 회담 도중 대화의 틀을 벗어나려 할 경우 미국이 어떠한 형태로든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우방국과 경쟁국들에게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추구해도 된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홈스 연구원은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에 동의했고 결국 북한은 과거로 돌아갔다”고 했다. 회담 직후 북미 관계는 개선된 듯 보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차 북미정상회담 직후 트위터에 “더 이상 북한으로부터 핵위협은 없다”는 메시지를 올리며 북한을 ‘가장 심각한 우려’라고 규정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대조를 보였다. 하지만 2019년 2월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북미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북한은 2020년 1월 ‘병진 노선(핵과 경제 동시 개발)’을 선언하며 1년 8개월 만에 사실상 ‘북핵 모라토리엄(중단)’의 파기를 공표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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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우크라 대사관 직원 가족에 철수 명령

    미국 국무부가 23일(현지 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상당한 규모의 군사 행동을 계획 중이라는 보고가 있다”며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 직원 가족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고 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미 국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내 미국대사관 직원 가족들에게 철수할 것을 명령했다. 직원 중 비(非)필수 인력에 대해선 본인이 원할 경우 출국을 허용했다. 미국대사관 자체가 철수하는 것은 아니라고 국무부는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주재 영국대사관 직원 약 절반도 철수를 시작했다고 BBC방송이 24일 보도했다. 영국 외교부는 “대사관 필수 업무는 계속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도 현지 대사관 관계자를 비롯한 일본인 대피를 검토 중이라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유럽연합(EU)은 외교관 가족들이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미국의 조치는) 시기상조이며 지나친 우려의 표시”라고 반발했다. 미국 정부는 23일 우크라이나에 있는 모든 미국인 역시 우크라이나를 떠날 것을 권고했다. 우크라이나 여행도 금지했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미국의 여행금지 국가 목록에 올라 있다. 미국은 이날 러시아에 대한 여행 경보도 최고 수준인 4단계(여행 금지)로 올렸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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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인들 “우크라 사태보다 北미사일 발사가 더 우려”

    미국인이 가장 우려하는 외교 현안은 북한 미사일 발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커지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집중하고 있지만 미 유권자들은 미국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북한 미사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셈이다. 23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는 유권자 1001명을 16~19일 조사한 결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우려 된다’는 응답이 68%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북한 미사일 발사가 ‘극히 우려 된다’는 31%, ‘매우 우려 된다’는 37%였다. 반면 ‘우크라이나 사태가 우려 된다’는 응답은 62%였다. 여론조사의 외교 이슈로 선정된 북한 미사일 발사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기 가운데 미국 유권자는 북한 미사일을 더 걱정되는 현안으로 꼽은 것이다. 특히 북한에 대해 우려된다는 응답은 북-미 대화가 본격화되기 전인 2017년, 2018년 조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2017년 8월 조사에선 응답자의 59%, 2018년 1월 조사에선 70%가 북한 미사일 발사가 우려된다고 답했다. 최근 북한이 미사일 방어 체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데다 핵·장거리 미사일 실험 중단 조치를 철회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인은 한반도 정세가 2018년 이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셈이다. 외교 현안을 포함해 가장 우려된다고 꼽은 이슈는 인플레이션(85%)이었다. 지난달 물가가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급등한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물가상승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높은 범죄율(81%), 정치적 분열(78%)이 뒤를 이었다. 남부 국경지대 이민자 유입(59%), 유권자 억압(58%), 부정선거(53%) 등은 북한 미사일 발사나 우크라이나 사태보다 낮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 의사를 거듭 밝힌 가운데 ‘오늘 2024년 대선이 치러지면 누구를 뽑겠느냐’는 질문에 36%만 바이든 대통령을 뽑겠다고 답한 반면 다른 사람을 뽑겠다는 응답은 60%였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취임 1년차인 2018년 1월 조사에서 응답자 56%가 다음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 아닌 다른 후보를 뽑겠다고 답한 것보다 높다. 바이든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해서는 ‘지지하지 않는다’가 52%로 ‘지지한다’(47%)보다 높았다. 코로나19 대응엔 46%가 ‘지지한다’고 했고, 외교정책과 경제정책은 각각 41%만 ‘지지한다’고 답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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