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환

정양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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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양환 기자입니다.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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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2~2024-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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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마니아들이 들뜬다… 2일부터 열흘간 ‘부산국제영화제’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2∼11일 부산의 밤을 환하게 밝힌다. 지난해보다 11편이 늘어난 79개국 314편이 상영된다. 지난달 25일 시작된 온라인 예매에서 개막작인 ‘군중낙원’(대만·도제 니우 감독)과 폐막작 ‘갱스터의 월급날’(홍콩·리포청 감독)은 각각 2분 32초, 5분 58초 만에 매진됐다. 거장의 신작을 소개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대된 △쉬안화 감독의 ‘황금시대’(탕웨이가 나온다) △임권택의 ‘화장’ △장이머우의 ‘5일의 마중’ △모흐센 마흐말바프 ‘대통령’의 표도 순식간에 동이 났다. 가장 인기인 개·폐막작과 갈라 말고 어떤 작품에 관객이 몰렸을까. 영화제 사무국의 도움을 얻어 예매 마감속도를 기준으로 7편을 골랐다. 거장의 신작이나 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작품이 주를 이뤘다.○ 언어와의 작별(프랑스)=프랑스 누벨바그의 상징인 장 뤼크 고다르 감독이 올해 선보인 작품. ‘당연하게도’ 실험적이고 난해하다. 해외 평단에 따르면 ‘인간과 예술의 역사에 대한 성찰’이 담겼단다. 3차원(3D)으로 제작됐는데 할리우드의 매끈한 영상과 사운드는 기대하지 말길.○ 마미(캐나다)=1989년생 배우 출신 자비에 돌란 감독의 작품으로 올해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이다. 부모가 문제 있는 자식을 병원에 버릴 수 있는 가상세계가 배경. 정신장애를 지닌 아들과 홀어머니, 의문의 이웃집 여자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을 그렸다.○ 내 남자(일본)=올해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탔다. 데뷔작 ‘귀축대연회’(1997년)부터 단단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구마키리 가즈요시 감독의 영화. 일본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한 남성이 고아가 된 여아를 딸처럼 키우다 관계가 이상야릇해진다고. 주연을 맡은 남녀 배우의 연기가 끝내준다는 소문이다.○ 위플래쉬(미국)=데미언 차젤 감독의 영화로 올해 선댄스영화제 대상작. 유명 드러머가 되고 싶은 음대 신입생과 기이한 교수의 관계가 뼈대인데, 흔한 음악 영재 성장기를 따르지 않는다. 재즈음악의 진수가 가득한 작품으로 특히 마지막 드럼 연주는 영화의 백미란다.○ 사랑이 이긴다(한국)=명문학교 진학에 대한 부담과 부모의 사랑 결핍으로 고뇌하는 여고생과 가족 이야기. 배우 장현성과 최정원이 나오며 1998년 ‘벌이 날다’로 이탈리아 토리노영화제 대상을 받았던 민병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전작 ‘터치’(2012년)에 이어 가족에 대한 진지한 메시지를 담았다.○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일본)=여성 감독 가와세 나오미는 1997년 첫 장편 ‘수자쿠’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촬영상, 2007년엔 ‘너를 보내는 숲’으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소년…’은 신비로운 섬 아마미의 해변에 떠오른 시체를 우연히 발견한 소년과 소녀가 주인공. 삶과 죽음의 과정을 겪으며 인생의 의미를 깨달아 가는 과정을 담았다.○ 카트(한국)=대형마트 비정규직 사원들이 사측의 해고 통보에 맞서 싸우는 내용. 인권 문제에 관심을 쏟아온 부지영 감독 작품으로 염정아 문정희 김영애 김강우에 ‘한공주’의 천우희도 나온다. 특히 신인배우 도경수가 초미의 관심사. 아이돌 ‘엑소’의 멤버 디오이다. 초기 예매 사이트가 먹통이 됐던 이유가 엑소의 힘이었다는 소문도 돌았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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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상미 “내게 치유제가 된 가슴 따뜻한 영화”

    “영화 ‘슬로우 비디오’는 한 장의 스틸사진 같아요. 옛 수첩을 꺼내들었을 때 마주한 빛바랜 사진. 아련하지만 반가운, 자기도 모르게 미소가 머금어지는 작품이에요.” 배우 남상미(30)는 ‘의외로’ 말솜씨가 상당했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벼운 톤인데 정곡을 콕 집는 표현을 찾을 줄 알았다. 다음 달 2일 개봉하는 ‘슬로우 비디오’는 남다른 동체시력(빠르게 움직이는 사물을 식별해내는 능력) 탓에 정상생활이 어려운 여장부(차태현)와 생활고에 허덕이는 첫사랑 수미의 사랑 이야기. 수미 역을 맡은 그는 “(수미에게) 내 몸을 빌려줬다”고 표현했다. ‘측은한 현실도 내려놓고 웃을 줄 아는 친구’라고 했다. ―코미디보단 따뜻함이 살아 있는 영화다. “촬영장에 갈 때마다 가슴이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요즘 다작을 한 편인데 이 작품이 치유제가 됐다. 수미는 사채가 잔뜩 밀린 계약직이란 현실에도 뮤지컬 배우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는 긍정의 화신이다. 연기하며 배우는 게 많았다.” ―본인 성격과 잘 맞아 보인다. “최근 참하고 여성스러운 역할을 줄곧 했는데, 원래 성격은 초긍정적이다. 가진 것이 적음에도 주위 사람들 덕에 이만큼 왔다고 생각한다. 20대 후반에 연기가 내 길이 맞나 고민한 적도 있다. 하지만 30대가 되니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크다. 시사회를 보면서도 들떴다.” ―관객이 즐겨야지, 배우가 신나면 어떡하나. “팔불출 같긴 하다. 그래도 배우와 스태프가 느낀 감동이 잘 전해지면 좋겠다. 장부는 세상이 슬로 비디오로 보이는 캐릭터다. 그게 이 영화에 담긴 메시지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다들 휴대전화만 들여다보는 삶에서 벗어나 천천히 흘러가는 구름을 보자고 손짓하는. 이 영화가 그런 쉼표가 될 수 있길. 다만 한 장면 한 대사라도.” ―본인에겐 어떤 장면이 그랬나. “길거리에서 전화로 노래 오디션을 보는 신이 그랬다. 뭔가를 간절히 바라는 절박함에 먹먹해졌다. 처음 오디션을 봤을 때의 기억도 떠오르고. 바쁘게 살다 잠깐 숨을 고르며 뒤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최근 드라마 ‘조선총잡이’에선 “바다 끝까지 가고 싶다”란 대사가 탁 가슴에 꽂혔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러고 싶은 순간, 누구나 있지 않나.” ―주로 착한 역할만 해왔다. “운동신경이 좋아서 액션도 잘할 수 있는데. 뭣보다 악역이 너무 탐난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악한 인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살인마(하비에르 바르뎀)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태연하게 살인을 저지르는.”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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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이즈 러너’ 카야 vs ‘베리 굿 걸’ 다코타, 두 여배우의 매력, 사자성어로 비교해보니…

    《 “잘 커줘서 고마워.” “이대로만 자라다오.” 요즘 인터넷에선 유독 이런 글이 많이 달리는 배우들이 있다. 김유정 김소현 김새론이 대표적이다. 올해 열다섯, 열여섯이 되며 폭풍 성장해 숙녀 티가 물씬하다. 18일 개봉한 영화 ‘메이즈 러너’와 25일 선보이는 ‘베리 굿 걸’엔 이들에게 모범사례 격인 두 배우가 등장한다. 올해 딱 스무 살인 다코타 패닝과 스물두 살인 카야 스코델라리오. 다코타는 아역 때부터 명성이 자자했고, 카야는 2007년 영국 드라마 ‘스킨스’로 데뷔해 국내에선 배우 김수현이 이상형으로 꼽아 화제가 됐다. 미인을 향한 찬사를 뜻하는 중국 사자성어에 빗대 두 여배우를 비교해 봤다. 》카야 〈 다코타 꽃처럼 아름답기야 막상막하지만, 하얀 피부는 단연 다코타가 우위다. 백인치고도 너무 멀게서 백반증 환자가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너무 어릴 때부터 스타가 돼 바깥출입이 자유롭지 않았던 탓일까. 허나 아기 같은 뽀얀 얼굴은 이번 작품의 릴리 역엔 너무나 잘 맞는다. ‘베리 굿 걸’은 고교 졸업식을 앞둔 단짝 릴리와 제리(엘리자베스 올슨)가 우연히 만난 데이브(보이드 홀브록)에게 동시에 마음을 뺏기며 벌어지는 청춘 러브스토리. 다코타는 부잣집에서 잘 자라 예일대 입학을 앞둔 예비 처녀의 명모호치(明眸皓齒·맑은 눈동자와 깨끗한 이) 그 자체다. 남자 경험이 한 번도 없다는 설정도 왠지 믿어주고 싶다. 반면 영국 출신으로 엄마가 브라질 사람인 카야는 아무리 “아무것도 몰라요”라고 해도 거짓말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심지어 14세 때도 퇴폐적 미모란 평가를 받았다. 애한테 심하다 싶지만 스크린에서 마주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메이즈 러너’에선 정말 이름밖에 기억 못하는 트리사를 맡았는데, 왠지 눈빛은 “나 다 알아”다. 카야 〉 다코타평범한 고교생(베리 굿 걸)과 미로감옥 수감자(메이즈 러너)가 꾸며봤자 얼마나 되겠나. 하지만 낭중지추(囊中之錐·주머니 속 송곳)는 결국 삐져나오는 법. 카야가 그렇다. 청바지에 티 하나 걸쳤는데 168cm의 늘씬함을 숨길 수 없다. ‘메이즈 러너’는 누군가에 의해 기억을 잃은 청년들이 미로의 숨겨진 비밀을 찾아 탈출을 감행하는 내용. 함께 갇힌 배우가 카야 빼곤 모두 남성이다. 반면 다코타는 과감한 장면이 많은데 이상하게 후끈하질 않다. 첫 신부터 시원하게 뒤태를 까더니, 데이브와 콩닥콩닥한 정사신도 펼친다. 아, 근데 왜 우리 딸이 저러면 속상하겠단 생각만 들까. 오히려 절친 제리가 참 묘한 입술을 지녔다. 7월 개봉한 ‘테레즈 라캥’에서 바람난 유부녀 역할을 소화했던 그는 10대 소녀 역인데 교태가 넘친다. 카야 〈 다코타맞다. 그들은 말도 하는 꽃이다. 근데 연기까지 출중하다. 다코타야 여덟 살에 이미 천재 소릴 들었고, 카야는 스킨스에서 불량청소년 연기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두 배우는 2012년 영국 영화 ‘나우 이즈 굿’에서 친구로 함께 출연한 적 있다. 다코타는 ‘나우 이즈 굿’ ‘베리 굿 걸’에서 보여주듯 이미 ‘원 톱’으로서도 검증을 끝마쳤다. 연기의 강약도 노련하게 조절해 이미 믿고 보는 배우의 반열에 올랐다. 다만 문근영처럼 나이를 먹어도 앳된 외모 탓에 연기 변신이 쉬워 보이진 않는다. 카야는 강렬했던 데뷔작에 비해 영화에선 인상적이지 않다. ‘메이즈 러너’에서도 다소 천편일률적이다. 이전처럼 발랑 까진 역이나 악역에 도전해보면 어떨까. 앤젤리나 졸리가 될 눈빛을 갖췄는데 너무 심심한 역할만 한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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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철학자와 심리학자의 ‘촌철살인 인생조언’

    미리 말하지만, 솔직히 이런 스타일의 책은 싫어한다. 인생철학이나 자기계발을 다룬 책들은 서점가에서 꾸준히 사랑받지만, 딱히 속 시원한 정답을 들려주는 경우를 그다지 본 적이 없다. 이 책 겉표지에도 나오는 ‘오늘 하루를 잘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따위 잠언이야 누군들 몰라서 실천을 안 하나. 하지만 이 책은 ‘조금’ 결이 다르다. 철학자와 심리학자가 20개의 주제를 놓고 함께 고민했기 때문이다. 사실 철학과 심리학은 우리네 장삼이사에겐 그 밥에 그 나물 같지만, 서로 완전히 다른 분야다. 19세기까진 엇비슷했지만, ‘과학이 인간의 마음을 객관적인 척도로 측정하려고 시도’하면서 두 학문은 서로 다른 길을 갔다. 그런데 이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답을 찾는다? 꽤나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두 ‘조합’은 묘하게 엇갈려서 더 흥미진진하다. 예를 들어, 책 제목이기도 한 ‘최고가 아니면 다 실패한 삶일까’란 명제에 대한 두 학자의 의견을 들어보자. 둘 다 완벽주의에 대한 경계를 풀지 않는다는 공통점은 있다. 그런데 심리학자는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노력이니 과정 자체에 만족하라고 조언한다. 반면 철학자는 완벽해질 수 있다는 허상을 떨쳐버리고 그간 자신이 살아온 삶 자체가 자신임을 받아들이라고 제안한다. 어떤가. 최고가 아니어도 좋다고 어깨를 다독이긴 마찬가지인데 시각이 전혀 다르다. 누구 말이 더 끌리는지 판단하는 건 역시 독자의 몫이다. 사실 뭔가 뚜렷한 해결책을 바랐던 이들이라면 이 책 또한 실망스러울 것이다. ‘범인은 바로 너’라고 콕 찍어주는 일은 여기서도 벌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인간의 삶을 고민하는 철학과 심리학의 입장을 엿보고 싶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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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9억 들인 ‘비긴 어게인’이 다양성영화라고?

    《 2007년 ‘원스’로 화제를 모았던 존 카니 감독의 차기작 ‘비긴 어게인’이 개봉 한 달여 만에 관객 200만 명을 돌파했다.비긴 어게인은 올여름 ‘명량’과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 휩쓸고 간 극장가에서 단연 주목받는 다양성영화다. 블록버스터의 강세가 뚜렷했던 지난달 13일 개봉해 조금씩 입소문을 타더니, 추석이 지난 12일부터 박스오피스 2위로 뛰어올랐다. 》             15일 역대 다양성영화 흥행순위 3위였던 ‘색, 계’(2007년·191만784명)를 제쳤고, 17일 누적 관객이 202만318명을 기록했다. 비긴 어게인은 다양성영화 최대관객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역대 1, 2위는 2009년 개봉했던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293만4409명)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2004년 일본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243만3298명)이다. 비긴 어게인이 선전함에 따라 다양성영화를 선정하는 기준에도 새삼 관심이 쏠린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에 따르면 다양성영화란 상업영화와 달리 독립된 자본이나 저예산으로 찍은 예술영화와 독립영화를 말한다. 영진위는 2007년부터 다양성영화를 뽑아 지원해 왔다. 다양성영화로 선정되면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 심사비용을 면제받고, 예술영화 전용관에 걸릴 수 있어 안정적 상영 기회를 얻게 된다. 비긴 어게인이 다양성영화로 분류된 데 대해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많은 이유는 이 영화가 키라 나이틀리와 마크 러펄로, ‘마룬5’의 보컬 애덤 러빈이란 초호화판 배우들이 출연하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이기 때문이다. 제작비도 2500만 달러(약 259억 원)로 190억여 원을 들인 ‘명량’보다 훨씬 많이 들었다. 왜 이런 작품이 다양성영화로 선정됐을까. 다양성영화라고 반드시 저예산 영화일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다양성영화를 정의하는 기준은 이름처럼 다양하다. 예술영화나 독립영화 어느 쪽으로건 조건이 맞으면 다양성영화로 분류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비긴 어게인은 음악을 다룬 예술영화로 평가받아 다양성영화 자격을 얻었다. 다양성영화가 되려면 개봉관 기준도 충족해야 한다. 200개관이나 하루 840회 이상 상영하는 작품은 신청을 할 수 없다. 비긴 어게인은 185개관(482회)에서 개봉했다. 국내 시장점유율이 1% 이내인 국가의 작품도 다양성영화가 될 수 있다. 보통 한국과 미국 프랑스 일본을 제외한 나라의 영화가 이에 해당한다. ‘색, 계’가 대표적인 사례인데, 영진위 국내진흥부 주성충 팀장은 “이 작품은 대만 자본으로 제작했다는 자료를 제출해 다양성영화 기준을 충족시켰다”고 설명했다. ‘명량’ 같은 대형 배급사들의 작품이 영화 독과점 논란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그나마 작은 영화들을 돕기 위한 다양성영화 혜택에 비긴 어게인 같은 할리우드 영화까지 숟가락을 얹어야 할까. 올해 상반기 화제를 모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편의상 다양성영화로 불렸지만 실제로는 신청하지 않았다. 편장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장은 “상영관 확보가 쉽지 않은 저예산 영화들을 좀 더 챙길 수 있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진위도 이런 현실을 감안해 정책 보완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4-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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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드 적신 청춘의 땀과 눈물… 주름 팬 할머니의 어부사시사…

    “다큐멘터리란 사람들이 봐야만 하는 것들을 보게 해주는 것입니다.” 최근 방한한 러시아 거장 빅토르 코사콥스키 감독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이렇게 정의했다. ‘60만 번의 트라이’(18일 개봉)와 ‘순천’(25일 개봉)은 딱 그런 작품이다. 허나 같은 장르지만 색깔은 다르다. 60만 번의 트라이가 청춘이란 눈부신 태양의 여명을 담았다면, 순천은 누구라도 책 몇 권은 쓴다는 우리네 부모의 인생 황혼을 끌어안았다.○ 60만 번의 트라이 재일동포 취재를 전담하던 리포터였던 박사유 감독과 재일동포 3세인 박돈사 감독이 공동 연출한 영화로 일본 오사카조선고급학교(조고)의 럭비부를 조명했다. 학교명에서 짐작했겠지만 축구선수 정대세 덕분에 익숙해진 ‘재일 조선인’ 학생들이다. 제목의 60만은 일본에 사는 조선인 수. 트라이는 미식축구 터치다운처럼 상대 진영에 공을 가져가 점수를 따는 걸 뜻한다. 오사카조고는 2010년 일본 최고 고교럭비대회인 하나조노(花園)에서 4강에 들며 현지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영화는 여기서 시작한다. 변변한 샤워장 하나 없고 시의 학교보조금 지원도 끊긴 상황. 그들은 다시 전국우승을 노릴 수 있을까. 1년 동안 카메라에 담긴 부원들은, 진부하나 가장 적확한 표현인 ‘땀과 눈물’을 한없이 쏟아낸다. 정치적 이념이나 민족애 때문에 뛰는 게 아니다. 꿈이 있기에, 함께 부대끼는 게 좋아서, 그저 행복하니까 럭비를 할 뿐이다. 사실 이 작품은 웰 메이드 다큐멘터리에 익숙한 관객들의 성을 채우기엔 짜임새가 헐겁다. 감독의 시선을 너무 대놓고 드러내는 것도 다소 불편하다. 내레이션 역시 굳이 연예인(문정희)이 맡았어야 했나 싶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의 본질인 ‘실제 현장’이 지닌 에너지가 너무나 강렬하다. 필드를 꽉 채우는 경기 자체만으로도 빛을 발한다. 게다가 유쾌한 기운을 내뿜는 후보 ‘황상현’은 유해진에 버금가는 신 스틸러(scene stealer). 영화에 나오는 노사이드(No Side)는 럭비의 경기 종료를 일컫는 용어. ‘편이 없어지고 친구가 된다’는 의미다. 작품을 줄곧 관통하는 주제도 여기에 있다.○ 순천 전남 순천만엔 할머니 어부 윤우숙이 산다. 일흔이 넘도록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억세게 일만 해온 그가 바라는 건 남편의 금주와 자식의 안녕뿐. 하지만 평생 밥벌이에 무심했던 남편은 갈수록 병약해지며 모든 걸 아내에게 의지한다. 할머니는 50년 뱃일에 전국구(온몸)가 아프다며 푸념이 끊이지 않으면서도 남편 뒷바라지에 지극정성인데…. 현각 스님의 구도를 담은 다큐 ‘만행(卍行)―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1997년)를 연출한 이홍기 감독의 ‘순천’은 개봉 전부터 입소문이 난 작품이다. 지난해 한국PD대상 작품상과 한국독립PD상 대상을 받았다. 한국 다큐로는 처음으로 캐나다 몬트리올 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됐다. ‘순천’은 공전의 히트작 ‘워낭소리’를 떠올리게 만든다. 워낭소리에서 최원균 옹이 소달구지를 몰던 모습은 윤 할머니가 조각배 노를 젓는 모습에서 스르륵 겹친다. 큰 욕심도 없이 순박하게 평생을 살아온 이 땅의 아버지 어머니는, 땅을 파건 그물을 던지건 어느 풍광에 담아도 가슴이 먹먹하다. 뭣보다 영화는 순천(順天·하늘의 뜻을 따른다)이란 제목 그대로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카메라는 적당한 거리에서 관여하지 않고, 차분히 절제하며 켜켜이 세월을 쌓는다. 그 속엔 비릿하게 꿀렁이는 활어(活魚)의 정취, 삶과 죽음이 뒤섞이는 생태의 울림이 깃들어 있다. 영화는 묻는다. 저 뉘엿뉘엿 지는 해를 누구라서 붙잡겠는가. 허나 그 터전이 없었다면 우린 존재나 했을까. 생명의 어머니 자연은 그 섭리를 살포시 속삭인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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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상의 섬뜩함… 영화보다 더 무서운 건 현실

    《 “오늘 밤 8시까지 마감 못하면 손가락 하나 자를 수 있어?”팀장 이선과 신입사원 세영은 결재서류를 두고 홧김에 손가락을 건 내기를 벌인다. 그런데 팀장은 세영에 대한 오싹한 소문을 듣는다. 서류를 마무리한 세영의 손엔 가위가 들려 있다….11일 개봉한 영화 ‘마녀’(감독 유영선·청소년관람불가)는 독특한 지점을 건드리는 작품이다. 이 땅에 2500만 명이나 된다는 직장인들이 집만큼 오래 머무는 회사란 공간에 공포를 덧칠했기 때문이다. 가위나 스테이플러, 심지어 머그컵과 연필깎이마저 비릿한 피 냄새를 풍기는 설정은 ‘일상의 섬뜩함’을 전하는 데 단단한 역할을 한다. 제작비 3000만 원을 들인 저예산 영화라기엔 짜임새가 헐겁지 않고, 주인공 세영(박주영)의 서늘한 눈빛도 여운이 짙다.허나 진짜 뒷목 찌릿한 대목은 ‘손가락 내기’가 아니다. 오히려 심장은 극중 사무실의 평범한 대화에서 쿵쾅거린다. 현실이 그렇지 않나. 상사나 동료의 무신경한 언행이 때론 마음을 할퀴는 칼날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20∼40대 직장인 5명에게 ‘상사나 동료가 마녀로 보였던 순간’을 물어봤다. 첨엔 모두 미적거리더니 익명을 보장하자 무섭게 달려들었다. 》           ○ 그 상사 “대학을 나오면 뭐해” A 대리=영화 속 팀장의 막말은 아무것도 아냐. 초등학교, 가정교육까지 들먹이는 상사도 많아. 옆 부서 부장은 명문대 나왔다고 얼마나 거들먹거리는데. 또 연애까지 간섭하는 인간도 있어. 아니 남의 애인이 살을 빼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고. B 사원=우리 팀장은 결재 올리면 일단 불러서 옆에 세워둬요. 10분 넘게 한마디 없이 한숨만 쉬어. 차라리 욕을 하든지, 미쳐버리겠어요. 그러곤 기껏 하는 한마디가 “다시 올려”예요. 가끔 하는 칭찬도 짜증 나. “간만에 제대로 했네”가 뭐야. C 과장=전 직장 선배는 내 듀○ 라이터에 눈독을 엄청 들였어. 담배 피울 때마다 가져가 한참 뒤에 돌려줘. 결국 비슷한 걸 선물로 줬어. 그랬더니 하는 말이 “뭐가 더 비싼 거야?” A 대리=근무시간 잔소리는 일이니 참을 만해. 제발 휴일에 등산 가자고 안 부르면 좋겠어. 이번 추석 때 고향이 같은 과장이 술 먹자고 전화했어. 핑계 대고 안 갔는데, 연휴 끝나고 보니 눈빛이 냉랭하네. D 팀장=쉰 다 된 부장이 요즘 술집 마담한테 꽂혔어. 자꾸 꽃이니 뭐니 선물 배달을 시켜. 여자들이 좋아하는 속옷 스타일이 뭔지도 알아 오래.○ 그 후배 “팀장님, 저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B 사원=회식만 잡히면 쏙 빠지는 후배는 정말 얄미워. 누군 좋아서 가나. 근데 한우나 뭐 비싼 거 먹을 땐 와. 걔 외근 핑계대고 피부 관리 받으러 다니는 것도 여직원들은 다 알아. E 대리=신입이 들어왔는데 뭘 시켜도 심드렁한 거야. 심지어 일 마무리 못해서 딴 선배가 야근하는데 퇴근해버려. 어느 날 술 좀 먹였더니, 자긴 여기서 썩을 인재가 아니라나. 6개월쯤 지나 이제 일 좀 한다 싶으니 사표 내더라. A 대리=몇 번씩 기한 어길 땐 환장하겠어. 설명을 해도 알아듣는 거 같지도 않고…. 그래놓고 술자리에선 훌쩍거리며 왜 자기만 미워하냐고 하네. 뭣도 모르는 과장은 나보고 뭐라 그러고.○ 그 동료 “○○ 씨에 대해 들은 얘기가…” D 팀장=팀에 ‘배트맨’이라 불리는 친구가 있어. 영웅이 아니라 박쥐라서. 여기선 후배 모략, 저기선 상사 험담하느라 바쁜 스타일. 첨엔 싹싹해서 다들 좋아했는데, 갈수록 실체를 알게 됐지. 한번은 어느 과장이 처제한데 용돈 주는 걸 보고 원조교제로 소문냈다가 엄청 곤욕 치렀지. E 대리=예전에 사내소문만 듣고 무심결에 말 옮긴 적 있는데, 당사자가 결국 관뒀어. 근데 알고 보니 사실이 아니더라고. 어찌나 미안하던지…. 조직에서 마녀는 사람이 아니라 ‘세치 혀’야. C 과장=영화에서 마녀가 “사랑받는 것들은 다 죽어야 해”라고 말하잖아. 조직에선 결국 업무능력이 선악의 기준이지. 일 잘하면 사랑받고, 못하면 마녀 되는 거야. 진짜 무서운 건 영화가 아니라 현실 같아.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4-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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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웨덴 안데르손 ‘비둘기…’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제71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은 스웨덴 영화 ‘비둘기, 가지에 앉아 존재를 성찰하다’가 차지했다. 6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리도 섬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경쟁부문 최고상을 받은 ‘비둘기…’는 스웨덴 노장감독 로이 안데르손(71·사진)이 자국의 현실을 담은 코미디 영화다. 스웨덴 작품이 황금사자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감독상에 해당하는 은사자상은 안드레이 콘찰롭스키 감독의 러시아 영화 ‘더 포스트맨스 화이트 나이츠’가 수상했다.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은 이탈리아 사베리오 코스탄초 감독의 ‘헝그리 하츠’에서 부부로 나온 할리우드의 애덤 드라이버와 이탈리아 여배우 알바 로르바케르가 받았다. 올해 새롭게 신설됐던 오리종티 장편 경쟁부문 대상은 차이타니아 탐하네 감독의 인도 영화 ‘코트’가 차지했다. 이 부문에 진출했던 홍상수 감독의 ‘자유의 언덕’은 수상에 실패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4-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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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연휴 극장가 ‘타짜2’ ‘루시’ 흥행 1, 2위

    3일 개봉한 ‘타짜-신의 손’(타짜2)이 6일째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추석 연휴 200만 명 관객 돌파를 눈앞에 뒀다. 9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타짜2’는 8일까지 누적 관객 약 160만 명을 기록했다. 주말 들어 일일 30만 명을 넘어서더니 추석 당일엔 40만7152명이 관람했다. 이 기세대로라면 9일 200만 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최민식이 출연해 화제를 모은 할리우드 영화 ‘루시’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타짜2와 같은 날 개봉해 110만 명을 넘어서 2위에 올랐다. 루시는 세계 흥행 수익도 3억 달러(약 3075억 원)를 돌파했다. 3위는 강동원 송혜교가 주연한 가족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으로 8일까지 82만4325명이 관람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뒷심이다. 지난달 31일 700만 명을 넘어서며 올여름 ‘명량’에 이어 제2의 승자가 된 ‘해적…’은 추석 연휴 다시 박스오피스 4위로 뛰어올랐다. 8일 현재 총 관객 약 767만 명을 기록했다. 명량은 박스오피스 7, 8위에 머무르며 1724만 명을 넘어섰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4-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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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즐거운 추석]8일 TV속 영화관

    조선시대, 전설의 피리 만파식적 반쪽이 사라지자…전우치(EBS 8일 오후 10시 50분) 최동훈 감독. 강동원 김윤석 임수정 유해진 주연. 때는 조선시대. 전설의 피리인 만파식적이 요괴의 손에 넘어가자 신선들은 당대 최고의 도인인 천관대사와 화담에게 도와줄 것을 부탁한다. 어렵사리 요괴를 봉인한 도인들이 만파식적을 둘로 나누어 두 사람에게 맡긴 것. 천관대사의 제자인 전우치가 둔갑술로 왕을 희롱하는 소동을 벌이자 신선들은 화담과 함께 천관대사를 찾아간다. 하지만 천관대사는 살해당하고 만파식적 반쪽은 이미 사라져버렸는데….▼홍콩서 로마로 날아온 쿵푸달인, 폭력배 혼내줘▼맹룡과강(KBS1 8일 밤 12시 50분) 리샤오룽 감독. 리샤오룽, 노라 미아오, 척 노리스 주연. 이탈리아 로마에서 중국식당을 차린 진청화는 폭력조직에 당하다 삼촌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에 당룡이란 쿵푸 달인이 홍콩에서 날아와 폭력배들을 혼내준다. 폭력배 두목은 진청화를 납치해 불법 계약서 서명을 강요하나 이 역시 당룡 덕분에 위기를 모면한다. 폭력배들은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 무술 고수들을 불러들지만 당룡이 모두 제압한다. 결국 당룡은 최고수인 콜트와 콜로세움에서 피할 수 없는 일전을 벌인다.}

    • 201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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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즐거운 추석]9일 TV속 영화관

    북한 엘리트 남파 요원들에게 맡겨진 뜻밖의 임무은밀하게 위대하게(OCN 9일 오전 8시 40분) 장철수 감독. 김수현 박기웅 이현우 주연. 북한에는 2000 대 1의 경쟁을 뚫어야 하는 특수공작부대가 있다. 최고 엘리트 요원 원류환과 그에 못지않은 실력을 지닌 최고위층 간부의 아들 리해랑, 그리고 사상 최연소 남파간첩인 리해진은 이 부대의 전설 같은 존재. 하지만 조국통일이란 사명을 띠고 남파된 이들이 맡은 임무는 어이없게도 달동네 바보와 가수 지망생, 고등학생이다. 시간이 갈수록 달동네 주민들과의 일상에 익숙해지던 셋에게 뜻밖의 임무가 내려지는데….▼풍운아 3명, 만주서 비밀 지도 차지하려고 각축전▼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EBS 9일 오후 10시 50분)김지운 감독. 송강호 정우성 이병헌 주연. 1930년대 무법천지 만주에서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풍운아 3명이 운명처럼 뒤엉킨다. 돈이 되면 누구든 붙잡는 현상금사냥꾼 박도원과 최고가 아니면 참을 수 없는 잔인한 마적단 두목 박창이, 잡초처럼 불가사의한 생명력을 지닌 열차털이범 윤태구가 그들. 이들은 태구가 우연히 열차에서 발견한 비밀 지도를 차지하려 각축전을 벌인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대혼전 속에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까.}

    • 201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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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즐거운 추석]6일 TV 속 영화관

    칩거하던 관상가, 한양 갔다가 수양대군 역모에 휩쓸려관상(SBS 6일 오후 8시 45분) 한재림 감독. 송강호 이정재 백윤식 김혜수 조정석 주연. 사람의 얼굴만 봐도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명관상가 내경. 깊은 산속에서 아들 처남과 칩거하던 그는 관상에 조예가 있는 기생 연홍의 제안을 받고 한양으로 간다. 기방에서 관상을 봐주기 시작하자마자 용하다는 소문이 저잣거리에 퍼지고, 이를 알게 된 김종서는 내경에게 인재를 등용하는 국사를 도우라는 명을 내린다. 궁에 들어간 내경은 우연한 기회에 수양대군이 역모를 꾀하고 있다는 걸 눈치 채는데….▼퇴역장교의 자살 계획과 그의 비밀을 알게 된 모범생▼여인의 향기(EBS 6일 밤 12시) 마틴 브레스트 감독. 알 파치노, 크리스 오도넬, 제임스 레브혼, 가브리엘 앤워 주연. 모범생 찰리는 크리스마스 때 고향에 갈 여비를 마련하려고 시각장애인 퇴역장교인 프랭크를 돌보는 일을 한다. 추수감사절 프랭크는 찰리와 뉴욕으로 데려가 자신의 비밀 계획에 동참시키려 한다. 바로 친형을 방문해 놀라게 해준 다음 아름다운 여성과 하룻밤을 보낸 뒤 자살하려는 것. 영문도 모른 채 뉴욕에 가게 된 찰리는 프랭크 형 집에서 조카를 만나 그가 시력을 잃은 원인을 알게 되는데…}

    • 201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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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즐거운 추석]7일 TV속 영화관

    성폭행당한 딸을 위한 부부의 눈물겨운 노력 소원(SBS 7일 오후 11시 15분) 이준익 감독. 설경구 엄지원 이레 김해숙 주연. 공장에 다니는 아빠 동훈과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엄마 미희는 초등학교 1학년인 외동딸 소원과 함께 풍족하진 않지만 단란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비가 오는 날, 소원은 등굣길에 우산을 씌워달라던 술 취한 중년 남성에게 끌려가 끔찍한 성폭행을 당한다. 씻을 수 없는 상처는 소원과 가족의 마음을 갈가리 찢어놓았지만, 동훈과 미희는 마냥 슬픔에 젖어있을 수는 없다. 웃음을 잃어버린 딸 소원을 위해 부부는 눈물 겨운 노력을 벌인다.▼착한 소녀와 ‘동물 소년’ 애틋한 감정을 품지만…▼늑대소년(KBS2 7일 밤 12시) 조성희 감독. 송중기 박보영 유연석 김향기 주연. 몸이 좋지 않아 요양차 시골에 내려간 순이는 어느 날 창고에서 이상한 소년을 만난다. 순이 가족은 야생의 눈빛을 지닌 채 동물처럼 행동하는 소년에게 철수라는 이름을 붙인다. 순이는 철수에게 글을 읽고 수저로 밥 먹는 법을 가르치며 조금씩 정이 쌓인다. 철수 역시 따뜻한 마음을 지닌 순이에게 애틋한 감정을 품기 시작한다. 하지만 순이를 좋아하던 동네 부잣집 아들인 지태는 철수가 점점 못마땅해지고 계략을 꾸민다.}

    • 201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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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즐거운 추석]5일 TV 속 영화관

    자유롭던 흑인 음악가, 루이지애나 주 노예로 팔려가노예 12년(KBS1 5일 밤 12시 20분) 스티브 매퀸 감독. 추이텔 에지오포, 마이클 패스벤더,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 1840년대 미국에선 노예 수입이 금지되자 미국 내 노예 해방 주에서 흑인을 납치해 노예 제도가 있는 주로 팔아넘기는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 1841년 뉴욕에서 아내, 두 아이와 함께 자유롭게 살던 흑인 음악가 솔로몬 노섭 역시 어느 날 갑자기 납치돼 악명 높은 루이지애나 주로 팔려간다. 신분을 증명할 방법이 없던 솔로몬은 플랫이란 새 이름을 받고 노예 생활을 이어간다.폭력배 중간 보스, 신내림 받고 무당-건달 이중생활박수건달(SBS 5일 밤 1시 5분) 조진규 감독. 박신양 김정태 주연. 광호는 보스에겐 두터운 신임을, 부하에겐 존경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부산의 조직폭력배 중간 보스. 하지만 그에게도 조직의 라이벌 태주는 피할 수 없는 인생의 걸림돌이다. 결국 태주의 사주로 칼에 찔린 광호는 일이 꼬이며 무당의 신 내림을 받게 된다. 거부할 수 없는 운명에 말려든 광호는 낮에는 박수무당으로, 밤에는 건달로 살아가는 이중생활을 이어간다. 그런데 그의 신기가 빛을 발하며 점점 전국적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한다.}

    • 201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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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례상만큼 푸짐한 영화 상차림… 뭘 맛볼까

    한가위 연휴 스크린 대전《험난했던 여름 스크린 전쟁이 채 끝나기도 전에 ‘추석 대전’이 찾아왔다. 올해는 대체휴일로 최대 5일까지 연휴가 이어져 충무로의 기대지수가 더욱 올라간 상태. 극장가엔 한가위 차례상다운 푸짐한 영화가 차려졌다. 하지만 올해 상차림은 약간 밍밍하다. 공들여 차린 이에겐 미안하지만 가짓수가 부족하지는 않으나 살짝 그 나물에 그 밥 같다. 정성도 모르고 투정만 일삼는 영화담당 정양환 구가인 기자가 젓가락 들고 깨작거려봤다.》              ▽정양환 기자=일단 한국 영화부터. 강형철 감독의 ‘타짜-신의 손’과 이재용 감독의 ‘두근두근 내 인생’이 3일 같이 개봉하네. ▽구가인 기자=‘타짜-신의 손’은 전편의 주인공 고니(조승우)는 나오지 않지만 꽤 볼거리가 많아. 빵빵한 출연진에 오락성도 꽤 갖췄고. ▽정=정말? 솔직히 난 실망했는데. 전작의 쫀쫀함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타짜보단 사기꾼만 난무해. 어디 그 실력으로 돈 따겠어. ▽구=에이, 감독이 다르잖아. 강 감독은 ‘과속스캔들’ ‘써니’로 쉽고 편안한 코미디에 강해. 이번에도 ‘촌스러운’ 매력을 잘 살렸어. 자동차 추격 도중 나미의 ‘빙글빙글’이 나오는 설정이 딱 그 성향을 드러내는 듯. ▽정=도박은 쪼는 게 묘미건만. 누가 딸지 알고 치는 도박판만큼 뻔한 전개가 거슬려. 다만 유해진과 곽도원은 정말 끝내주더라. 전혀 다른 스타일이지만 볼수록 놀라워. ▽구=신세경 이하늬도 나쁘지 않아. 남성 관객에겐 ‘흐뭇한’ 노출도 있고. 하지만 주인공인 ‘빅뱅’의 최승현은 어투 고민을 좀 해야겠어. 가난한 시골 배달원이 부잣집 도련님 같은 뉘앙스라니. 1편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줬던 아귀(김윤석)도 아쉬웠어. 그 배우를 이렇게밖에 못 쓰다니. ▽정=주연들의 출중한 외모가 몰입을 방해한 면도 있었어. 하지만 그 점에선 ‘두근두근…’이 갑이야. ▽구=‘백퍼(100%)’ 동감. 근데 원작인 김애란 소설의 산뜻한 분위기를 살리긴 버거웠나봐. 게다가 강동원 송혜교가 생계에 허덕이는 부모? 뭘 해도 한가락씩 했을 얼굴인데 설득력 제로. ▽정=그래도 욕심을 덜어낸 건 큰 미덕이야. 너무 웃기려고도 울리려고도 하질 않았어. 특히 강동원은 이제껏 본 중에 가장 자연스러워. 경상도 사투리 덕도 봤겠지만. 송혜교도 욕이 차지던데. 어차피 둘 생김새는 배우 사이에서도 튀잖아. ▽구=김갑수의 연기 내공을 보는 기쁨이 컸어. 짧지만 강력해. 아역 아름이(조성목) 얘길 안 할 수 없네. 애한테 미안하지만 연기가 너무 정제된 느낌. ▽정=첫 연기에 분장만 하루 너덧 시간씩 했다더라. 토닥토닥 해줄 수밖에. 젠장, 다 어른들 탓이야! ▽구=참, 4일에 홍상수 감독의 ‘자유의 언덕’도 개봉하죠. ▽정=주위에 물어보면 신작인데도 평이 항상 같은 감독이 둘 있어. “영화 어땠어?” 하면 “우디 앨런 영화잖아” 하고 “홍상수 영화잖아”. ▽구=그만큼 기본 퀄리티는 보장되잖아. 2011년 ‘다른 나라에서’부터 이어지는 외국어 시리즈랄까. 나름의 실험정신이 확실히 엿보이는데, 재미는 솔직히 별로. 홍 감독 예전 작품 같은 끈적끈적한 조소가 그리워. ▽정=외화 중엔 뤼크 베송 감독의 ‘루시’가 가장 눈에 띄는군. 21세기 판 ‘제5원소’(1997년)야. 스칼릿 조핸슨은 매력적인데 그다지 신선하지 않은 주제에 뭔가 가르치려 드는 분위기가 불편했어. 그래도 ‘최민식 장군’이 등장하셔서 반갑긴 하더라. ▽구=감독의 야심은 인정할 만해. 근데 표현방식이 좀 구닥다리 같아. 최민식의 비중은 꽤 큰데 연기는 평소답지 않게 좀 어색했어. ▽정=다들 영어 쓰는데 혼자 한국말 써서 그런가. 연기보단 연출 문제인 듯. ▽구=또 다른 외화로 ‘선샤인 온 리스’도 있어. 뮤지컬 영화라 전체적으로 흥겨워. 아는 노래도 아닌데 유쾌해. 다만 사전 지식이 없으면 생소한 건 마이너스. ▽정=난 뮤지컬보다는 스코틀랜드의 암울한 날씨를 닮은 사회적 시대적 배경이 와 닿던데? 전체적으로 올 추석 극장가는 뭔가 ‘38광땡’ 같은 패가 없는 느낌이야. TV에선 무슨 영화 해주나.정양환 ray@donga.com·구가인 기자}

    • 2014-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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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글]회당 판권 2억 ‘최고가’… “비 복귀작 대박났네”

    17일 시작하는 SBS 수목드라마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사진)의 판권이 중국에 회당 20만 달러(약 2억 원)에 팔리며 중국 수출 최고가를 기록했다. SBS는 중국 동영상업체인 유쿠(優酷)-투더우(土豆)와 ‘내겐…’의 중국 판권 계약을 맺었다고 2일 밝혔다. 이 드라마는 16부작으로 총 수출가는 32억 원에 이른다. 지금까지 중국에 수출된 한국 드라마 최고가는 현재 방영 중인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장혁 장나라 주연)와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조인성 공효진 주연)가 받은 회당 12만 달러였다. 드라마 ‘내겐…’은 가수 비가 4년 만에 연기자로 복귀하는 작품이다. 비는 송혜교와 함께 나온 ‘풀하우스’로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중국어권에서 인기 있는 걸그룹 에프엑스의 크리스탈이 합류한 것도 이 드라마가 중국에서 최고가에 팔리는 데 플러스 요인이 됐다. ‘내겐…’은 한국 가요계를 배경으로 젊은이들의 꿈과 사랑을 그린 로맨틱 판타지물이다. 누리꾼들은 “비는 뭘 해도 스케일이 남다르네” “그만큼 벌면 쪽 대본은 이제 그만” 등의 반응을 보였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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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月 영화관객 3000만 시대

    지난달 영화 관객 수가 사상 처음으로 3000만 명을 돌파했다. 한국영화 월 관객 수도 2500만 명을 넘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 8월 극장가를 찾은 관객은 약 3217만 명. 한국 전체 인구(약 4904만 명)의 66%에 육박하는 수치다. 지난해 8월 관객은 2914만여 명이었다. 한국영화 관객 수도 약 2506만 명으로 지난해 8월(약 2196만 명)보다 310만 명가량 늘었다. 특히 7월 30일 개봉해 8월 31일까지 1693만 명 이상을 모은 ‘명량’과 704만 명을 넘긴 ‘해적: 바다로 간 산적’(8월 6일 개봉)의 흥행이 크게 작용했다. 2편이 한국 영화 관객의 약 95%를 휩쓸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4-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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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생뚱맞고 감칠맛 나는 ‘족보 에피소드’

    족보란 묘한 구석이 있다. 21세기에 무슨 혈연에 얽매이나 하며 타박하는 맘이 들다가도, 막상 누가 양반입네 상놈입네 따지고 들면 영 신경이 쓰인다. 복잡한 집안 족보는 잘 몰라도, 애완견 ‘개 족보’는 관심 갖는 것도 요즘 세태다. 국사편찬위원회 편사부장 및 상임위원을 지낸 저자 역시 이런 형국이 안타까웠나 보다. 이 책은 한마디로 ‘족보란 무엇인가’의 완결판적 성격을 지닌다. 족보의 정의부터 발달 과정, 그리고 족보를 연구하는 보학(譜學)까지 두루 살폈다. 글도 글이지만 인용한 사료나 게재한 사진을 보면 여간 공을 들인 게 아니다. 그런데 총 4부로 구성된 책에서 족보의 개념 정리에 해당하는 1부의 1장은 솔직히 재미가 없다. 족보에 대해 배우려면 가장 기본적인 지식이라는 건 알겠는데, 너무 복잡하고 학술적이다. 머리 싸매고 공부할 요량이 아니면 대충 훑어봐도 무방할 듯싶다. 저자에겐 죄송한 얘기지만. 하지만 2장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확’ 바뀐다. 시골 노인네의 입담처럼 감칠맛 나는 얘기들이 지천이다. 내시 가문의 족보라는 ‘양세계보’같이 흥미로운 사례도 많고, ‘천방지축마골피’에 얽힌 잘못된 오해도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족보 에피소드가 이렇게 풍성하다니 깜짝 놀랄 정도다. 족보에 얽힌 우리네 사회문화사는 뭣보다 인상적이다. 사실 한반도에서 본격적으로 족보를 만든 건 17세기 후반부터의 일이다. 이때만 해도 농촌 도시를 아울러 성관을 가진 인구 비율은 50% 내외였다. 그런데 한 세기 지난 18세기 후반엔 90%를 넘는 이가 성관을 가졌다. 이 기세가 지금까지 이어진 걸 감안하면, 현재 어디 집안이라 내세우는 이들 가운데 반절은 ‘가짜’다. 삼국시대부터 있었다는 고유한 성씨들도 사실은 중국의 영향을 받아 후대에 소급해 붙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또 하나 명심할 게 있다. 조선 후기 이전만 해도 족보는 부계와 장손만 우대하는 답답한 형태가 아니었다. 고려시대 족보는 아버지 어머니 혈통을 모두 중시해 친손과 외손에 차등을 두지 않았다. 서자에 대한 차별도 심하지 않았다. 제대로 족보를 공부하고 싶거들랑 갇힌 물처럼 고루한 형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게 진짜 족보를 살리는 길이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4-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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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객 수 이어 총매출액 기록까지… ‘명량’, 29일 또 ‘아바타’ 넘는다

    관객 16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명량(사진)’이 이르면 오늘 총매출액 기준으로도 역대 1위 아바타를 뛰어넘는다. 명량은 영화진흥위원회 공식통계 기준으로 27일 현재 누적 매출액 약 1275억 원을 기록했다. 최근 관객 수가 하락세로 접어들어 이번 주 평일 매출이 6억 원 정도씩 늘어나는 속도를 감안하면 29일 저녁 아바타의 총매출액(1284억여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CJ E&M도 “늦어도 토요일 이전에는 역대 총매출액 1위에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개봉 18일째였던 16일 이미 역대 최다 관객(기존 1위 아바타·약 1362만 명)을 경신했던 명량이 총매출액 신기록을 세우는 데는 2주가량의 시간이 더 걸렸다. 아바타가 일반 영화보다 2배가량 비싼 3차원(3D) 영화 위주로 관람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출액 역시 아바타가 두 달 가까이 걸려 세운 기록을 명량은 개봉 한 달 만에 갈아 치웠다. 이제 관심은 과연 2000만 명을 넘을지다. 하지만 이번 주 평일 관객 수가 10만 명 아래로 떨어지면서 돌파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관건은 추석 시즌이다. 5일간 이어지는 휴일 흥행 스코어에서 판가름이 날 공산이 크다. CJ E&M 영화사업 부문의 윤인호 팀장은 “기대는 하지만 이 시기를 노린 영화가 줄줄이 개봉을 앞둬 낙관하기 힘들다”며 “현재 추이로 봐선 1800만 명 안팎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명량’은 거의 모든 흥행기록을 갈아 치웠지만 수익률 부문은 기록 경신이 어렵다. 1000만 명 이상 관람한 영화 가운데 지난해 흥행작인 ‘7번방의 선물’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제작비 약 60억 원을 들여 914억 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 투자 대비 15배가 넘는다. 약 190억 원을 들인 명량이 이 수익률 기록을 깨려면 28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야 한다. 명량의 흥행은 한국 영화계의 경사지만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씁쓸한 현실도 눈에 띈다. ‘이순신 신드롬’이라 불릴 만큼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음에도 올해 8월 전체 관객 수는 지난해와 별 차이가 없다. 28일 기준 약 2936만 명으로 이번 주말 관객을 포함해도 지난해 2914만여 명보다 약간 늘어난 수준이다. 한국 영화로만 좁혀 보면 관객 수는 약 2388만 명. 명량과 630만 명을 넘은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 8월 한국 영화 관객의 90% 이상을 차지했다는 얘기다. 전체 파이는 그다지 커지지 않은 채 두 작품이 싹쓸이를 해버린 셈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4-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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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난한 4형제의 마지막 여행… 性소수 10대의 출구 없는 삶

    소외는 쓸쓸한 단어다. 원치 않게 주변으로 밀려버린 삶이란 타자가 함부로 이러쿵저러쿵 하기도 조심스럽다. 특히나 요즘처럼 피로감이 극에 달한 우리 사회라면. 하지만 이럴수록 관심을 놓지 말자 손 내미는 다양성 영화 2편이 나왔다. 오늘 개봉하는 ‘야간비행’과 다음 달 4일 선보이는 ‘하늘의 황금마차’다. 소재도 스타일도 다르지만 대작영화 틈에서 선택의 폭이 좁아 아쉬웠던 관객이라면 둘 다 놓치기 아쉽다.○ 하늘의 황금마차 치매에 걸린 홀몸노인 큰형님(문석범). 가진 거라곤 폐가 수준인 집 한 채인데, 비루한 세 동생은 이걸 서로 차지하려고 싸운다.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큰형은 참다못해 집을 걸고 형제에게 여행을 제안한다. 막내 뽕똘(이경준)은 자신이 키우던 허접한 밴드 황금마차도 동참시키며 생뚱맞은 길 떠나기가 펼쳐진다.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영화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영화는 지난해 미국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지슬’의 오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2009년 ‘어이그 저 귓것’으로 데뷔한 오 감독은 고향인 제주도 배경 작품만 찍었는데, 이번에도 섬 내음이 물씬 난다. 하지만 유쾌한 스카 밴드인 킹스턴 루디스카가 참여한 이 음악영화는 분위기가 전작과 다르다. 올해 제10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선 한국 작품 최초로 개막작에 선정됐다. 어찌 보면 하늘의 황금마차는 이율배반적이다. 코딱지만 한 희망도 없어 보이는 저소득 계층 노년(혹은 장년) 형제. 영화는 그들 앞에 다가온 죽음이란 묵직한 주제를 다뤘는데 우울하지 않다. 오히려 신난다. 형제는 물론이고 밴드마저 다툼이 끊이지 않건만 그마저 ‘축제’로 다가온다. 허진호 감독이 남긴 “한국의 에미르 쿠스투리차(‘집시의 시간’ 등으로 세계 3대 영화제를 모두 휩쓴 거장)를 발견한 기쁨”이란 평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이 작품의 흥겨움은 단편적인 폭소와는 질이 다르다. 씁쓸한 현실을 알기에 소주 한 잔 털어 넣으며 머금는 피식거림이랄까.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그 왁자지껄한 여정 속에 뭔가를 깨닫고 마음을 채웠지만, 그렇다고 고단한 살림살이가 나아진 건 아니다. 허나 그런들 어떠한가. 함께 부대낄 이가 옆에 있다면 그 인생을 누가 덧없다고 말할 수 있으랴. 하늘의 황금마차는 그렇게 어깨춤을 추며 스리슬쩍 비벼온다.○ 야간비행 하늘의 황금마차가 까만 반지하방 창문을 뚫고 쏟아진 한 줄기 빛이라면, 이송희일 감독의 이 영화는 쪽방을 위태로이 밝히던 촛불을 뒤흔드는 한 줄기 바람 같다. 불편해도 고개를 돌릴 수 없는. 2006년 ‘후회하지 않아’ 이래 독립영화계에서 상당한 지명도를 쌓아 온 감독은 한국사회의 치부인 학교폭력에 눈을 돌렸다. 비행청소년과 성적 갈등, 왕따에서 교권 상실까지 모든 게 차려진 밥상은 어디 하나 젓가락을 내밀기도 두려울 만큼 구석구석 곪았다. 그리고 그 속엔 편견과 경멸마저 감수해야 하는 10대 성소수자들이 웅크리고 있다. 고교생 용주(곽시양)는 홀어머니가 키웠지만 밝고 건강한 우등생. 하지만 중학교 절친이던 기웅(이재준)에게 남들에겐 말할 수 없는 감정을 품은 채 산다. 가세가 기울며 엇나간 기웅은 학교 일진으로 다른 삶을 살고, 용주가 다가가려 할수록 거친 반응만 보인다. 영화는 올해 4월 개봉했던 ‘한공주’를 떠올리게 한다. 위태로운 청소년의 현실에 카메라를 들이댔기 때문일까. 솔직히 그만한 파괴력은 없어 보이나, 슬금슬금 목덜미를 죄어오는 무게감은 뒤처지지 않는다. 용주의 가녀린 사랑 자체도 애절하지만, 이를 더 벼랑으로 모는 건 잔인한 주위 반응이다. 또 다른 벗 기택(최준하)은 용주의 성적 취향을 ‘배신’으로 욕하고 학교주임은 대놓고 비아냥거린다. 하지만 가장 섬뜩한 건 속내를 알게 된 담임교사의 대사다. “서울대만 가. 그럼 모든 게 해결돼.” 야간비행은 추석 때 가족이 함께 볼 영화는 아니다. 등급도 청소년 관람불가다. 하지만 한 번쯤 곱씹어 보자. 한공주도 그렇고, 이 땅의 10대 문제를 다룬 작품을 왜 당사자 세대는 볼 수 없을까. 그 소외의 간극 역시 볼 ‘자격’을 지닌 어른들이 대답할 몫이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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