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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 시간이 다가오자 브라질 팬들은 국기를 흔들면서 노란색 상의의 유니폼을 입은 ‘카나리아 군단’(브라질 축구대표팀 애칭)을 향해 환호했다. 승리를 알리는 종료 휘슬이 울리자 5만6000여 명의 팬들도, 선수들도 서로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브라질에 비극의 장소였던 미네이랑 경기장이 축제의 장으로 바뀐 순간이다. 브라질은 3일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2019 코파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2-0으로 이겼다. 5년 전 브라질 월드컵 당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 독일과의 준결승에서 1-7의 참패를 당했던 브라질은 남미 최고 라이벌 아르헨티나를 꺾고 아픔을 씻어냈다. 브라질은 코파아메리카 등 공식 대회(친선 경기 제외)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안방 무패 행진(9승 2무)을 이어갔다. 브라질은 전반 19분 가브리엘 제주스(22)가 측면에서 올라온 땅볼 크로스를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뽑아냈다. 이후 아르헨티나가 거세게 반격했지만 브라질은 대회 무실점 행진을 이끌고 있는 수비수 치아구 시우바(35)를 중심으로 밀집 수비를 펼치며 실점을 막았다. 볼 점유율은 아르헨티나가 51%로 앞섰지만 브라질은 역습 한 방으로 추가골을 터뜨렸다. 후반 26분 제주스가 드리블 돌파로 페널티 지역까지 진입한 뒤 건넨 패스를 호베르투 피르미누가 침착히 차 넣어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브라질은 결승에서 칠레-페루의 준결승(4일 오전 9시 30분) 승자와 8일 맞붙는다. 브라질은 2007년 우승 이후 12년 만에 대회 통산 9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일부 브라질 팬들은 이날 한 선수를 향해 조롱에 가까운 구호를 외쳤다. AP통신은 “브라질 팬들은 또다시 메이저 대회 무관에 그친 아르헨티나의 슈퍼스타 리오넬 메시(32)를 향해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또 트로피를 놓쳤네’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 축구 영웅)는 약물 중독자였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고 전했다. 월드컵과 코파아메리카 등 메이저 대회에서 준우승만 4차례 기록한 메시는 이번에도 ‘메이저 대회 징크스’를 떨쳐내지 못했다. 이날 공격형 미드필더로 뛴 메시는 개인기를 앞세운 돌파와 연계 플레이로 아르헨티나의 엔진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전방에서 골을 터뜨려야 하는 공격수 세르히오 아궤로(31) 등이 부진하면서 아르헨티나는 무득점에 그쳤다. 메시도 후반 12분 슈팅이 골포스트를 맞고 튀어나오는 등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경기 후 메시는 심판 판정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브라질 페널티박스 지역에서 거친 몸싸움에 쓰러지기도 했지만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았다. 메시는 “우리가 페널티킥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 있었지만 주심은 비디오판독(VAR)을 진행하지 않았다. 브라질에 판정이 유리했다”고 말했다. 2016년 코파아메리카 준우승 이후 메시는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가 복귀했다. 이날 메시는 당분간 대표팀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메시는 “현 대표팀 선수들과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다. 내가 어떤 식으로든 팀을 도와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성장 중이고, 내가 그들과 함께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브라질이 겪은 ‘미네이랑의 비극’과 슈퍼스타 리오넬 메시(32·아르헨티나)의 ‘메이저대회 잔혹사’. 둘 중 하나는 반복될 운명에 처했다. 남미 축구 최대 라이벌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3일 오전 9시 30분(한국 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열리는 2019 코파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맞붙는다. 브라질은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독일에 1-7의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성난 팬들이 브라질 국기를 불태우고, 시내 곳곳에서 폭력 사태까지 벌어지는 결과를 낳은 이 경기는 ‘미네이랑의 비극’으로 불린다. 올해 코파아메리카 개최국도 5년 전처럼 브라질이다. 그리고 준결승 장소도 공교롭게 또다시 미네이랑 경기장이다. 브라질은 에이스 네이마르(27)가 준결승에 나설 수 없는 상황도 반복됐다. 네이마르는 브라질 월드컵 당시 8강에서 허리 부상을 당해 준결승에 나서지 못했고, 올해는 대회를 앞두고 발목 부상을 당해 엔트리에서 일찌감치 제외됐다. 브라질은 참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수비수 치아구 시우바(35)는 “과거의 나쁜 기억을 계속 떠올리면 안 된다. 상대는 독일이 아닌 아르헨티나다. 우리는 세계 최고의 선수인 메시를 막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라질의 ‘경계 대상 1호’인 메시에게 코파아메리카는 수차례 좌절을 안긴 대회다. 축구계 최고 권위의 상인 ‘발롱도르’를 5번이나 수상한 메시지만 성인 무대에서 메이저 대회(월드컵, 코파아메리카) 우승 타이틀 획득에 실패했다. 특히 코파아메리카에서는 2007, 2015, 2016년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이번 대회에서 메시는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에 시달리며 1골에 그치고 있다. 스페인 일간 마르카는 “브라질 팬들은 ‘메시가 경기를 뛰긴 뛰었나?’ ‘메시는 소속팀 FC바르셀로나에서만 잘한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조롱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시는 이런 비판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내가 아직까지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어느덧 서른 살을 넘어선 메시는 이번에는 반드시 메이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겠다는 각오다. 그는 “단판 승부의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아르헨티나는 경기를 치를수록 팀으로서 더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8강까지 기록을 보면 브라질이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아르헨티나에 앞서 있다. 브라질은 8골을 터뜨리는 동안 무실점을 기록했다. ‘삼바 축구’ 브라질은 화려한 개인기를 바탕으로 한 공격력이 팀의 장점이었으나 이번 대회는 중앙 수비수 치우바를 중심으로 한 탄탄한 수비력까지 돋보인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8강까지 5골을 넣고 3골을 내줬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전체적인 전력에서 브라질이 우세하다. 양쪽 측면 윙어를 활용한 브라질의 공격과, 수비를 탄탄히 한 뒤 역습에 나서는 아르헨티나의 전술이 충돌한다. 아르헨티나로서는 메시 등 공격진이 브라질의 수비 뒤 공간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골을 터뜨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요즘 팔이 좀 아픕니다. 팬들과 ‘셀카’를 찍을 때가 많아서요. 하하.” 정호진(20·고려대)은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준우승을 이뤄낸 뒤 달라진 삶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일 대한축구협회의 U-20 대표팀 격려금 전달식이 열린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행사 시작 1시간 전부터 50명 가까운 팬이 몰려들었다. 선수들이 등장하자 “실제로 보니 더 멋있다”는 말과 함께 함성이 터졌다. 선수들은 팬들에게 사인을 해준 뒤 행사장에 모여 서로의 근황을 전하며 담소를 나눴다. 골키퍼 최민수(19·함부르크) 등 개인 일정이 있는 선수 6명을 제외한 15명이 참석했다. 월드컵에서 주전 골키퍼로 활약한 ‘빛광연’ 이광연(20·강원)의 프로 데뷔는 선수들 사이에서도 화제였다. 이강인(18·발렌시아)은 “광연이 형이 데뷔한 날 휴대전화 단체 채팅방이 시끌벅적했다. 축하도 하고 놀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광연은 지난달 23일 포항과의 K리그1 경기에서 데뷔전에 나서 4실점(5-4 강원 승)을 했다. 수비수 김현우(20·디나모 자그레브)는 “광연이에게 동료들이 ‘어깨에 힘 빼라’ ‘너 거품 빠졌다’고 놀렸다”며 웃었다. 이날 행사는 U-20 대표팀의 마지막 공식 일정이었다. 선수들은 대표팀 유니폼에 서로 사인을 해주며 아쉬움을 달랬다. 이들은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 더 성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월드컵에서 ‘골든볼’을 수상한 이강인은 레반테(스페인) 등으로의 이적설이 나오고 있다. 그는 “지금은 거취에 대해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지금은 휴가 중이니 즐기고 싶다. 이후 어떤 곳에서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내년 도쿄 올림픽 출전에 대해서는 “대표팀 경기라면 어느 대회든 출전하고 싶다”고 답했다. 대학생 선수인 정호진과 최준(20·연세대) 등은 대회가 끝난 후 학업에 집중했다. 정호진은 “학점을 받기 위해 수업을 주로 듣고, 나머지 시간에 운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9월 정기전(고려대-연세대)에서 준이와 적으로 만나는데 꼭 이겨보겠다”며 최준에게 선전포고를 해 눈길을 끌었다. 협회는 선수들에게 격려금 2000만 원씩을 지급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선수들이 격려금의 일부를 모아 기부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박세리를 기억한다.” 지난달 29일 환영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청와대 상춘재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박세리 여자골프 대표팀 감독(사진)을 만나 이같이 말하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광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이날 행사에 박세리를 특별히 초청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만찬에 앞서 열린 칵테일 리셉션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박세리를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박성현을 비롯해 지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여성 골퍼들이 모두 박세리의 성공을 보고 그 꿈을 따라간 ‘박세리 키즈’다”라고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박세리와 인사를 나누며 “한국 선수들이 골프를 너무 잘한다. 연습을 많이 해서 그런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미국 내 17개를 포함해 전 세계에 20개 넘는 골프장을 갖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사랑은 유명하다. 2017년 11월 첫 방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서 “미국 뉴저지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US여자오픈에서 한국의 위대한 골프 선수인 박성현이 우승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청와대는 이번 만찬에 박성현, 박인비도 초대하려 했지만 LPGA투어 일정 등으로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사랑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또 한 번의 방한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여유 있게 한국을 방문하신다면 그때는 뛰어난 한국 여성 골프 선수들과 함께 라운딩을 하셔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좋다. 박세리와 함께 라운딩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정윤철 trigger@donga.com·한상준 기자}
18번홀(파5) 핀까지 남은 거리는 3.5m였다. 최혜진(20·롯데)은 심호흡을 한 뒤 퍼팅을 시도했다. 공은 똑바로 굴러가 홀 안으로 사라졌다. 굳은 표정을 짓던 최혜진은 버디를 성공시키며 우승을 확정한 뒤에야 미소를 보였다. 그린 주변에서 응원을 보내던 그의 팬들은 ‘최강 혜진’이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며 축하를 건넸다. ‘대세’ 최혜진이 시즌 4승을 달성했다. 그는 30일 강원 평창의 버치힐GC(파72)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맥콜·용평리조트 오픈에서 최종 합계 10언더파 206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KLPGA투어 통산 우승 횟수는 8승이 됐다. 2라운드까지 선두에게 1타 뒤진 공동 2위(7언더파)였던 최혜진은 이날 최종 3라운드에서 1∼4번홀 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단숨에 선두로 올라섰다. 4번홀(파4)에서는 5m짜리 버디 퍼팅을 성공시켰다. 손쉽게 우승하는 듯했던 그는 8번홀(파5)부터 흔들렸다. 티샷이 벙커에 빠지면서 이날 첫 보기를 한 그는 후반 14, 16번홀에서도 보기를 추가해 2위 그룹에 2타 앞선 불안한 선두가 됐다. 최혜진은 “8번홀에서 좋았던 흐름이 끊겼다. 이후 강한 바람을 의식하고 부담이 늘면서 실수가 나왔다. 하지만 마지막 홀로 걸어가면서 1, 2라운드에서 60대 타수(69, 68타)를 쳤으니 이번에 꼭 버디를 해 마지막 라운드도 60대 타수로 마치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결국 최혜진은 18번홀 버디로 3라운드에서도 69타를 치며 정상에 올랐다. 고교 시절이었던 2017년 이 대회에 아마추어로 출전해 코스레코드(63타), 대회 최소타(202타)로 투어 통산 첫 우승을 차지했던 그는 2년 만에 대회 정상에 복귀했다. 최혜진은 “2년 전에도 마지막 라운드에 잘 쳐서 우승했다. 그래서 오늘도 잘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이 대회는 내게 특별한 대회다”라고 말했다. 또한 최혜진은 이번 우승으로 대상 포인트(265점)와 평균 타수(70.575타) 1위로 올라섰고, 상금 순위도 1위(약 6억6800만 원)를 굳게 지켰다. 최혜진은 KLPGA투어 최초의 ‘투어 상반기 5승’에 도전한다. 그는 “상반기에 5개 대회 우승을 차지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승수를 더 추가해 올해 투어를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다승왕(3승)에 오른 뒤 이번 시즌 아직 우승이 없는 이소영(롯데)은 최혜진에게 2타 뒤진 채 마치며 시즌 3번째 준우승을 차지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박세리를 기억한다.” 29일 환영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청와대 상춘재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박세리 여자골프 대표팀 감독을 만나 이같이 말하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광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이날 만찬에 박세리를 특별히 초청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만찬에 앞서 열린 칵테일 리셉션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박세리를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박성현을 비롯해 지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여성 골퍼들이 모두 박세리의 성공을 보고 그 꿈을 따라간 ‘박세리 키즈’다”라고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박세리와 인사를 나누며 “한국 선수들이 골프를 너무 잘한다. 연습을 많이 해서 그런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미국 내 17개를 포함해 전 세계에 20개 넘는 골프장을 갖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사랑은 유명하다. 2017년 11월 첫 방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서 “미국 뉴저지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US여자오픈에서 한국의 위대한 골프 선수인 박성현이 우승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청와대는 이번 만찬에 박성현도 초대하려 했지만 LPGA 투어 일정 등으로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사랑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또 한 번의 방한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여유 있게 한국을 방문하신다면 그 때는 뛰어난 한국 여성 골프 선수들과 함께 라운딩을 하셔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좋다. 박세리와 함께 라운딩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우리도 어느덧 40대 중반이네요. 나이 먹은 만큼 더 잘해야겠습니다.” 올해 45세인 후배의 말에 46세 형님은 “우리 힘이 닿는 데까지 잘해 보자”고 답했다. 한국오픈(20∼23일)에서 만난 최호성(46)과 황인춘(45)이 나눈 대화다. 이 대회에서 최호성은 낚싯대를 잡아채는 듯한 동작의 ‘낚시 스윙’으로 환호를 받았고, 황인춘은 준우승을 차지하며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오픈 출전권을 획득했다. 황인춘은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가는 프로들이 나를 보면서 자신감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역경을 이겨낸 ‘의지의 사나이’다. 황인춘은 2008년 동계 훈련 때 배드민턴을 치다가 왼쪽 아킬레스힘줄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재활 끝에 다음 해 5월 매경오픈에 출전했지만 통증으로 기권하는 아픔을 맛봤다. 황인춘은 ‘긍정의 힘’을 통해 다시 일어섰다고 했다. 그는 “아직도 왼쪽 다리 근력이 100%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부상 이후 무리한 (근력) 운동을 하지 않고, 몸 관리에 집중한 것이 롱런의 비결이 됐다”고 말했다. 최호성은 겨울이 되면 오른손 엄지손가락 때문에 애를 먹는다. 포항수산고 시절 참치 해체 실습을 하다 엄지손가락 일부가 절단됐기 때문. 그는 “겨울에 보습이 안 되면 (엄지손가락) 살이 찢어지고 피가 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전화위복’이 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최호성은 “사고를 당한 뒤 먹고살기 위해 안양의 한 골프장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했다. 그 계기로 골퍼의 길로 접어들어 이런 자리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로 세계의 냉혹한 경쟁이 의지만으로 극복되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저하되는 신체 능력은 이들에게 큰 고민거리. 둘은 각자의 방식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 아킬레스힘줄 부상 이후 하체 근력 운동이 원활하지 않은 황인춘은 스트레칭을 통해 유연성을 키웠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30분, 경기가 끝난 뒤 1시간씩 스트레칭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매트 위에서 좌우로 몸을 크게 돌리거나, 머리 위로 팔을 쭉 뻗는 동작 등을 하며 땀을 흘린다. 황인춘의 트레이너인 조현골프아카데미 조현 프로는 “상체와 하체의 반복적 스트레칭을 통해 신체 가동 범위를 넓혀 유연하게 스윙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황인춘은 “유연한 몸과 스윙 교정 덕분에 올해 비거리가 15∼20야드 정도 늘었다”며 웃었다. 최호성의 독특한 스윙도 비슷한 고민 끝에 나온 것이다. 최호성은 “나이가 들수록 유연성이 떨어졌다. 백스윙 시 20대 골퍼들처럼 팔을 높이 올릴 수가 없었다. 팔 높이를 낮추는 대신 회전력을 높여 비거리를 늘리는 동작을 개발했고 이를 통해 비거리가 30야드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스윙을 ‘낚시꾼 스윙’이라고 하는 것이 다소 부담스럽다고 했다. 최호성은 “‘꾼’이라는 어감이 썩 좋지 않기 때문에 ‘낚시 스윙’으로 불러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둘 모두 가슴이 찡해지는 순간이 있었다. 나이대가 비슷한 타이거 우즈(44·미국)가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며 부활한 것. 최호성은 “우즈가 4차례 허리 수술 등 힘든 과거를 극복한 모습을 보며 감동받았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회에 초청받아 함께 경기하는 기회가 온다면 영광일 것 같다”고 말했다. 황인춘은 “우즈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며 나도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황인춘과 최호성은 다음 달 해외에서 뜻깊은 도전에 나선다. 최호성은 PGA투어 존 디어 클래식과 배러쿠다 챔피언십에 초청 선수로 참가한다. 황인춘은 북아일랜드에서 열리는 브리티시오픈에 출격한다. 황인춘은 “꾸준히 선수 생활을 하다 보니 생애 처음으로 유럽 땅을 밟게 됐다. 대회를 마음껏 즐기고 오겠다”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국내 스크린골프 시장을 이끌고 있는 골프존이 사업 영역 확장과 해외 진출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골프존이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뛰어든 스크린골프 가맹 사업 ‘골프존파크’의 경우 6월 현재 1020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매출도 1분기에 좋은 실적을 보이며 순항 중이다. 골프존 관계자는 “5월 전자 공시에 따르면 1분기 매출은 60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9% 증가했다. 영업 이익은 14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골프존은 첨단 스윙 분석 시스템인 ‘GDR(Golfzon driving range)’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골프 레슨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내 골프연습장은 디지털 중심의 대형화 시스템으로 변화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첨단 시스템을 갖춘 골프존의 대형 골프연습장 운영 사업이 탄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골프존 GDR는 골퍼가 스윙 후 공의 속도와 궤적, 방향 등을 직접 스크린으로 확인하고 분석할 수 있다. 골프존은 현재 수도권과 영남, 호남지역에 38개의 GDR 직영 매장을 운영 중이며 올해 안에 80여 개로 매장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골프존 해외 사업 부문의 성장도 눈에 띈다. 골프존의 최근 5년간 해외 수출은 300억 원 이상이다. 골프존 스크린골프 시뮬레이터의 경우 최근 3년간 일본 520대, 중국 홍콩 대만 지역에 300대를 판매했다. 미국은 법인 설립 첫해에 50대 이상의 시뮬레이터 판매를 기록했다. 골프존은 6월 중국에 골프존 아카데미를 설립하며 해외 골프 아카데미 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골프존 관계자는 “골프존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평가되는 골프존 GDR 아카데미 사업 및 해외 사업 등을 통해 지속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밝혔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국내 선수와 비교해 평범한 모습을 보인다면 경기를 뛰게 할 이유가 없다.”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의 최용수 감독(46)은 외국인 선수들에게 훈련장과 경기장에서 항상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의 부진 속에 강등 위기까지 몰리는 아찔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서울은 공격수 안델손(6골) 에반드로(3골·이상 브라질) 마티치(1골·세르비아) 등이 모두 두 자릿수 득점에 실패했다. 서울은 K리그1 팀 최소 득점(40골)의 불명예를 안았다. 하지만 올 시즌 서울은 새롭게 영입한 외국인 선수들의 맹활약 속에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25일 현재 서울은 전북(1위)과 승점이 37로 같지만 다득점에서 밀려 2위를 기록 중이다. 서울의 공격을 이끌고 있는 핵심 선수는 ‘세르비아 특급’ 페시치(27)다. 190cm의 장신임에도 유연성과 발재간이 뛰어난 그는 9골을 터뜨리며 개인 득점 1위에 올라 있다. 그는 2017∼2018시즌 세르비아 리그에서 득점왕(25골)에 올랐던 선수다. 최 감독은 “(페시치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할 줄 알았다. 그런데 생활하는 것을 보니 신사적이고 성실한 태도로 동료들과 빠르게 친해졌다. 별명을 붙여준다면 ‘젠틀맨’으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페시치는 “K리그1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해 보고 싶다. 팀을 위해 더 많은 골을 넣겠다”고 말했다. 서울은 22일 대구와의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페시치가 허벅지를 다쳐 결장했지만 알리바예프(25)가 중거리슛으로 골을 터뜨리며 맹활약했다. 2골 3도움을 기록 중인 알리바예프는 우즈베키스탄 축구대표팀 소속으로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8강에서 한국을 상대로 2골을 넣기도 했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알리바예프는 활동량이 많고 패스 능력이 뛰어나다. 알리바예프와 페시치의 호흡이 살아나면서 서울의 공격력이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16일 라이벌 수원과의 경기에서 페시치는 후반 36분 알리바예프의 침투 패스를 받아 리그 9호 골을 뽑아냈다. 당시 알리바예프는 페시치의 볼에 뽀뽀를 하며 함께 기쁨을 나눠 눈길을 끌었다. 서울 관계자에 따르면 두 선수의 한국 무대 적응을 위해 서울 선수단 전체가 노력을 했다고 한다. 과거 서울의 주장을 맡기도 했던 미드필더 오스마르(31·스페인)는 둘과 영어로 대화하면서 팀 분위기와 전술적 움직임을 알려줬다. 국내 선수들은 훈련 후에 함께 식사를 하면서 친분을 쌓았다. 알리바예프는 “박주영(34), 고요한(31) 등 한국 선수들이 경기장 밖에서도 한국 문화에 대해 많이 알려주고 있다. 그 덕분에 좀 더 빠르게 한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우리 팀에는 또 다른 코파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대회)가 시작됐다.”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팀의 에이스 리오넬 메시(32·사진)는 토너먼트에서부터 반전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2019 코파아메리카에서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몰렸던 아르헨티나가 극적으로 8강 진출에 성공한 뒤였다. 아르헨티나는 24일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B조 조별리그 최종전(3차전)에서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전반 4분)와 세르히오 아궤로(후반 37분)의 골에 힘입어 2-0으로 이겼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인 카타르는 초청국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1무 1패를 기록하며 조 최하위(4위)에 처져 있던 아르헨티나는 카타르전 승리로 승점 4가 되며 콜롬비아(1위·승점 9)에 이어 2위로 8강에 올랐다. 경기 내내 활발한 돌파로 공격을 이끈 메시는 경기 최우수선수(MOM)에 선정됐다. 메시는 “이번 승리로 마침내 우리 팀은 자신감을 얻었다.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승리였다”고 말했다. 현지 시간으로 경기 다음 날이 생일인 메시는 “우리가 이기지 못했다면 내 생일을 축하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축구계 최고 권위의 상인 ‘발롱도르’를 5번이나 수상한 메시이지만 성인 무대에서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획득하지 못했다. 그는 메이저 대회 준우승만 4차례(2014 브라질 월드컵, 2007·2015·2016 코파아메리카)에 그쳤다. 어느덧 서른 살을 넘어선 메시는 이번 대회에서 반드시 우승컵을 들어올리겠다는 각오다. 메시는 “경기를 치를수록 아르헨티나는 성장하고 있다. 우리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는 29일(한국 시간) 베네수엘라(A조 2위)와 8강전을 치른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힘을 내라! 이광연!” 강원과 포항의 K리그1(1부) 경기가 열린 23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 강원 안방 팬들은 수문장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7경기에서 8실점하며 한국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해 준우승을 이끈 ‘빛광연’ 이광연(20·강원·사진)이 이날 K리그1 데뷔전을 치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이광연은 전반 18분 포항 완델손의 중거리슛을 막지 못해 실점했다. 전반 38분에는 포항의 프리킥에서 완델손이 찬 공이 골대 앞에 바운드된 뒤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이광연은 긴장한 듯 공의 낙하지점을 놓치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광연은 후반 9, 11분에도 골을 내줬다. 완델손은 해트트릭으로 공격을 주도했다. 0-4. 패색이 짙었지만 이광연은 온몸을 던지며 추가 실점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괜찮아!”라고 외치며 선배 수비수들을 독려했다. 강원의 형들은 동생(이광연)의 데뷔전에 기어코 승리를 안겼다. 후반 25분 강원 조재완의 골이 ‘반전쇼’의 시작이었다. 후반 33분 발렌티노스의 골로 2-4까지 추격한 강원. 정규시간 90분이 지난 뒤에도 강원은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추가 시간에 조재완(후반 46분, 48분)이 해트트릭을 완성하며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마침표는 베테랑 정조국(35)이 찍었다. 그는 후반 50분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헤딩슛으로 연결해 5-4 역전승을 이끌어내는 결승골을 터뜨렸다. 후반 추가시간 4분 동안 3골이 터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K리그 역사상 0-4로 뒤지던 팀이 역전승한 것은 처음이다. 또 양 팀에서 각각 해트트릭 선수가 나온 건 K리그 통산 세 번째이자 2013년 출범한 K리그1에선 첫 기록이다. 이광연은 “월드컵보다 프로 무대가 어려웠다. 많은 실점을 해서 독이 됐지만, 고쳐야 할 점을 깨달았다는 점에서는 약이 됐다. 형들이 끝까지 투혼을 보여주며 승리를 만들어줘서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K리그는 ‘젊은 태극전사들’의 복귀로 한층 뜨거운 열기를 자랑했다.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2골을 터뜨린 공격수 오세훈(20·아산)은 전날 대전과의 K리그2(2부) 안방경기에 후반 10분 교체 출전했다. 그가 그라운드를 밟자 관중석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지난 라운드까지 아산의 평균 관중 수(2150명)의 두 배도 넘는 5016명의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아산의 올 시즌 홈 최다 관중. 오세훈은 강력한 왼발 슈팅을 시도하는 등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아산은 대전을 1-0으로 꺾었다. K리그1 FC서울과 대구가 맞붙은 DGB대구은행파크의 열기도 후끈 달아올랐다. 대구는 지난 라운드까지 평균 관중 수가 1만397명이었는데 이날은 1만2068명을 기록했다. 월드컵에서 2골을 넣은 조영욱(20·서울)은 후반 20분 교체 투입됐다. 그는 전방에서 수차례 위협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며 서울의 2-1 승리에 힘을 보탰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20세 이하 대표팀 선수를 보유한 구단들이 선수 사인회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에 나서고 있는 만큼 당분간 월드컵이 불어넣은 K리그 열기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세계 랭킹 62위 재즈 짜네와따나논(24·태국·사진)이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랐다. 짜네와따나논은 23일 천안 우정힐스CC(파71)에서 끝난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에서 최종 합계 6언더파 278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2타 차 선두로 최종 4라운드를 출발한 짜네와따나논은 전반에 3타를 줄이며 선두를 달렸다. 그는 11번홀(파4) 트리플 보기와 14번홀(파4) 보기로 2위 황인춘(최종 합계 5언더파)에게 1타 앞선 불안한 선두가 됐지만 이후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더는 타수를 잃지 않고 승리를 지켰다. 짜네와따나논은 “트리플 보기로 정신력이 조금 흔들렸지만 다행히 잘 이겨낸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가 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2011년 리키 파울러(미국) 이후 8년 만이다. 우승 상금은 3억 원이다. 이번 대회는 4대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오픈(디 오픈) 출전권 2장이 걸려 있다. 우승자 짜네와따나논은 이미 디 오픈 출전권이 있기 때문에 준우승을 차지한 황인춘이 티켓 1장을 획득했다. 단독 3위 김찬도 디 오픈 출전권 보유자였다. 공동 4위 장동규가 같은 순위였던 김민준보다 높은 세계 랭킹(359위)에 따라 디 오픈 티켓을 손에 넣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세계적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사진)가 이끄는 유벤투스(이탈리아)와 프로축구 K리그 올스타가 맞대결을 펼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9일 “K리그 올스타와 유벤투스가 7월 26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친선경기를 치른다”고 밝혔다. 유벤투스는 세리에A 우승 35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2회를 달성한 이탈리아 최고 명문 구단이다. 유벤투스는 1996년 잠실종합운동장에서 한국 국가대표팀과 친선경기를 치른 지 23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친선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단에 ‘득점 기계’ 호날두가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호날두는 리오넬 메시(32·FC 바르셀로나)와 축구계 최고 권위의 상인 ‘발롱도르’를 5회씩 나눠 가진 슈퍼 스타다. 연맹 관계자는 “유벤투스와 경기 개최에 합의하면서 호날두의 출전을 보장하는 조건을 담았다”고 밝혔다. 호날두는 2007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소속으로 FC 서울과 경기를 치른 뒤 12년 만에 한국을 찾게 됐다. 호날두는 “한국을 다시 방문하게 돼 기쁘다. 한국 팬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친선경기에 나설 K리그 올스타의 선발 방식과 티켓 판매 방식 등은 추후 확정된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뜀틀 요정’ 여서정(17)이 신기술을 성공시키며 2020년 도쿄 올림픽 메달 전망을 밝혔다. 여서정은 19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코리아컵 제주 국제체조대회 여자 뜀틀에서 1, 2차 시기 평균 14.817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체조 레전드’인 아버지 여홍철 경희대 교수(48)가 지켜보는 가운데 여서정은 1차 시기부터 뜀틀을 짚은 뒤 공중으로 몸을 띄워 두 바퀴(720도) 회전하는 신기술을 성공시켰다. 착지 때 왼쪽 발이 흔들려 벌점 0.1점을 받기는 했지만 난도 6.2점과 실시 점수 9.0점을 합쳐 15.100점을 획득했다. 2차 시기에서도 완벽한 기술 구사로 14.533점을 획득한 여서정은 2위 옥사나 추소비티나(우즈베키스탄·평균 14.550점)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여서정은 “신기술 훈련을 할 때 착지에 실수가 많았다. 주저앉지 않고 똑바로 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라며 기뻐했다. 대한체조협회 관계자는 “신기술을 시도할 때 엉덩방아를 찧는 등 넘어지지 않고 서서 착지를 하면 국제체조연맹(FIG)은 성공으로 인정한다. 이제 FIG가 여서정의 기술이 담긴 영상을 보고 최종 확인하는 절차만 남았다. 확인 결과에 따라 난도가 올라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FIG 최종 공인을 거쳐 신기술이 여서정의 이름을 따 FIG 채점 규정집에 ‘여서정’으로 등록된다면 여서정과 여 교수는 부녀가 각각 고유 기술을 FIG 채점 규정집에 올리는 독특한 기록을 세우게 된다. 여 교수는 현역 시절 ‘여1’ ‘여2’라는 기술을 개발했다. 여 교수는 “연습 때 딸의 컨디션이 좋아 보여 실전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난도 5.8점, 5.4점짜리 기술을 시도해 온 여서정은 신기술 장착으로 도쿄 올림픽 메달권 진입 전망을 한층 밝혔다. 여서정은 “착지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연습을 하겠다. 2차 시기에 펼치는 기술의 난도도 더 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남자 뜀틀에서는 ‘뜀틀의 신’ 양학선(27)이 정상에 올랐다. 양학선은 1, 2차 시기 평균 14.975점을 받아 우크라이나의 이고르 라디빌로프(평균 14.675점)를 따돌렸다. 양학선은 1차 시기에서 자신의 고유 기술인 ‘양1’(난도 6.0점)을 펼쳐 14.950점을 받았고, 2차 시기에서는 난도 5.6점짜리 기술을 시도해 15.000점을 획득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월드컵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18일 프랑스 랭스에서 열린 노르웨이와의 2019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 조별리그 A조 최종전에서 1-2로 패했다. 페널티킥으로 두 골(전반 4분, 후반 5분)을 내준 대표팀은 후반 33분 여민지(수원도시공사)가 한국의 대회 첫 골을 터뜨렸지만 더는 추가골을 넣지 못했다. 3패를 기록한 한국은 승점 0으로 A조 최하위(4위)가 돼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공수가 모두 부진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1골에 그치는 등 공격력은 빈약했고, 고비 때마다 수비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8골을 내줬다. 윤덕여 여자대표팀 감독은 “1, 2차전에서 승점을 따내지 못해 3차전에서는 모든 역량을 다 쏟아 한국의 자존심을 살리자고 선수들과 이야기했다”면서 “하지만 결과는 또 패배다. 16강 진출에 실패해 팬들에게 죄송스럽다”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골을 내줬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번쩍’ 날아올라 공을 막아내는 동물적 반사 신경과 수비수들에게 “더 집중해”라고 외치는 카리스마.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한국의 준우승을 이끈 골키퍼 ‘빛광연’ 이광연(20·강원)은 이런 모습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선방쇼’의 이면에는 남모를 어려움과 두려움이 있었다. 18일 이광연은 동아일보·채널A 인터뷰에서 “홀로 골문을 지키다 보면 외로울 때가 많다. 스스로에게 ‘외롭지만 잘하고 있다. 끝까지 잘해 보자’고 되뇌며 대회를 치렀다. 그래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빛광연’이라는 별명까지 얻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라운드에서 듬직한 모습을 보인 이광연이지만 대회 전까지 완벽한 몸 상태는 아니었다고 한다. 강원 관계자는 “이광연이 2월 왼쪽 새끼발가락을 다쳐 한동안 팀 훈련을 못했다. 일종의 피로 골절이었다. 월드컵을 앞두고 치료에 집중했기 때문에 K리그1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광연은 “대표팀에 소집된 뒤에도 약간 통증이 있었다. 하지만 다시 다치더라도 팀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각오였다. 대표팀 의료진이 관리를 잘해 주신 덕분에 대회를 치르면서 100%에 가까운 몸 상태가 돼 건강히 골문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점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중압감 속에 골대에 주문을 거는 의식까지 진행한 이광연이었다. “전반전과 후반전을 시작하기 전에 골대를 잡고 ‘오늘도 잘 부탁한다. 슈팅을 막아줘’라고 기도했다. 내가 놓친 공을 골대가 막아줘 (나를) 살려준 적이 많았다.” 그런 그가 딱 한 번 골대에 주문을 걸지 못한 때가 있다. 이광연은 “우크라이나와의 결승(1-3 한국 패) 후반전에 ‘골대 기도’를 못했다. 그때는 골대가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우승에 실패했지만 이광연은 이번 대회 활약을 통해 ‘차세대 국가대표 수문장’으로 발돋움했다. 마음고생이 많았던 이광연이지만 적과 동료들이 자신을 보는 그라운드 위에서는 당당하게 골키퍼의 임무를 수행했다. 이광연은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로 세네갈과의 8강 승부차기를 꼽았다. 당시 그는 세네갈 네 번째 키커의 슛을 몸을 날려 막아내 한국의 승리(승부차기 3-2)를 이끌었다. 이광연은 “승부차기에 돌입하기 전에 공 앞에 최대한 오래 서 있었다. 심판이 골문으로 가라고 하면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다가 또 한 번 멈춰서 상대 키커를 노려본 뒤 골문으로 향했다. 이런 방식으로 신경전을 펼쳐 상대 키커의 흐름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교란 작전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한국 첫 키커 김정민(FC리퍼링)이 실축하자 김정민을 끌어안고 “잘 찼다. 괜찮아. 내가 막아줄게”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세네갈 선수들을 보며 싱긋 웃어 보였다. 이광연은 “우리가 절대 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내가 웃는 모습을 보이니 세네갈 선수들이 긴장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세네갈은 키커 5명 중 3명이 실축했다. 이광연은 키가 184cm로 골키퍼치고는 큰 편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새벽마다 계단을 오르며 체력을 키우고, 세트피스 시 위치 선정 능력과 순발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개인 훈련을 해왔다. 이광연은 “순발력은 장난꾸러기였던 어린 시절에 강아지에게 물리지 않기 위해 도망 다니면서 향상된 측면이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해외 선수들과 경기를 하면 키가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을 통해 내가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광연은 K리그1 강원으로 돌아가 주전 경쟁을 펼치게 된다. 이광연은 “계속해서 팬들에게 ‘빛광연’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10경기 중 8경기는 선방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는 골키퍼가 되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저 때문에 형들이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그래서 제가 진짜 조금 미안합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골든볼’을 수상한 ‘막내 형’ 이강인(18·발렌시아·사진)은 감사의 뜻을 전하는 순간에도 애교가 넘쳤다. 이강인은 1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20세 이하 대표팀의 정정용 감독과 코치, 지원스태프와 선수를 일일이 거명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원팀’이 되면 어떤 상대라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 팀과 국민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원팀이었고, 그렇기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강인은 “우리 ‘제갈정용(제갈공명+정정용)’ 감독님! 처음으로 저를 대표팀에 불러주시고, 어떤 상황에서도 끝까지 믿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아재 코치’(공오균) 등 코치님들, 의료진들께도 감사합니다”라고 적었다. 대회 기간에 형들의 목을 서슴없이 주무르는 등 장난을 쳤던 막내는 형들 덕분에 자신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했다. 이강인은 “경기장 안팎에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한 사랑하는 형님들! 형들보다 2살 어린 제가 장난 치고 까불어도 재밌게 받아주고, 한 번도 힘들다는 내색을 하지 않아서 고마웠습니다. 형들이 없었다면 저는 절대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을 겁니다”라고 썼다. 형들은 재치 있는 댓글로 화답했다. 조영욱(20·FC서울)은 “강인아, 이런 것 안 해도 되니까 까불지만 마”라는 댓글을 남겼다. 주장 황태현(20·안산)은 “우리가 함께 행복할 수 있었던 이유들”이라는 글을 달았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누나가 2명 있는 걸로 아는데…. 소개해 주고 싶은 형이 있나요?” 사회자의 짓궂은 질문에도 ‘명랑 소년’ 이강인(18·발렌시아·사진)은 웃음을 보였다.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던 그는 “진짜 솔직히는 아무도 소개해 주고 싶지 않은데…. 꼭 해야 한다면 전세진 형이나 엄원상 형요. 나머지 형들은 다 비정상이에요.” 이강인의 답변에 행사장을 찾은 ‘누나 팬’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비정상이란 말을 들은 20세 이하 축구대표팀의 형들도 싫은 표정을 짓지 않았다. 김정민(20·오스트리아 FC리퍼링)은 “스페인 생활을 오래한 강인이가 한국말이 어눌한데 그것까지도 너무 귀엽다”라고 말했다. ‘즐기는 축구’로 한국 남자 축구의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사상 최고 성적(준우승)을 달성한 대표팀의 환영행사는 유쾌함이 가득했다.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대표팀은 서울광장으로 이동해 대한축구협회가 주최한 환영행사에 참석했다. 장시간의 비행으로 인한 피로에도 선수들은 밝은 얼굴로 팬들 앞에 섰다. 평일 낮임에도 인천공항에는 300여 명의 팬이, 서울광장에는 1000여 명의 팬이 모여들었다. 선수들은 새 역사를 쓴 동료들과의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주장 황태현(안산)은 “선수 생활을 하며 많은 팀을 겪어 봤지만 이번 팀의 분위기가 가장 즐겁고 좋았다”고 했다. 그는 “우승을 못 했다는 것보다 우리 팀의 마지막 경기가 끝났다는 것이 아쉽다. 하지만 각자 소속팀으로 돌아가 약점을 보완하면 언젠가 (성인)월드컵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에서 신들린 선방을 선보여 ‘빛광연’으로 떠오른 골키퍼 이광연(강원)은 “귀국 후 실제로 팬들에게 ‘빛광연’이란 말을 들으니 뿌듯하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K리그로 돌아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골 4도움으로 최우수선수에 해당하는 ‘골든볼’을 거머쥔 이강인은 “처음 목표를 우승이라고 했지만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후회는 없다. 좋은 추억이고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묻자 이강인은 “대회가 끝났으니 이제는 방학을 즐기고 싶다”며 싱긋 웃었다. 이강인은 약 한 달간 휴식을 취한 뒤 소속팀 발렌시아로 복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쌤’(감독 선생님의 줄임말)으로 불리며 선수들과 함께 기적을 만든 정정용 대표팀 감독은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면서도 결승전을 복기했다. 그는 “결승전 당시 날씨가 습하고 더워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들어했다. 내가 전략적으로 했으면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패배를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그는 “임금이 있어서 백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백성이 있어서 임금이 있는 것처럼 나 역시 선수들이 있기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헹가래로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서울광장 행사에서 주장 황태현은 “우승을 못 해서 감독님께 헹가래를 못해 드렸다. 선수들이 이 자리에서 헹가래를 해드리고 싶다는 뜻을 모았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수들은 손사래를 치는 정 감독을 무대 가운데로 이끌어 세 차례 힘찬 헹가래로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선수들은 정정용 감독의 이름으로 즉석에서 삼행시를 짓기도 했다. 고재현(대구)은 “‘정’말 훌륭하신, ‘정’정용 감독님, 사랑해‘용’”이라고 말하는 재치를 보였다. 조응형 yesbro@donga.com·정윤철 기자}
“저기 모인 분들이 전부 팬이야? 대박이다!” 평일 한낮의 뜨거운 햇볕 아래서도 ‘덕분에 행복했어요’ ‘누나가 많이 아낀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자신들을 기다리는 환영 인파를 본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선수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한축구협회가 17일 서울광장에서 주최한 20세 이하 대표팀 환영행사는 ‘축제의 장’이었다. 1000여 명의 팬들이 한국 남자 축구 사상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대회 최고 성적(준우승)을 달성한 선수들을 보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 지난달 5일 대회가 열리는 폴란드로 출국할 당시 공항을 찾은 팬들은 20여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우리가 잘하면 관심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 믿었다”는 조영욱(FC서울)의 말처럼 선수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팬들의 관심을 이끌어냈고 ‘황금 세대’라는 찬사까지 들었다. 행사장을 찾은 전해옥 씨(65·여)는 “손자뻘인 아이들이 당차게 세계무대를 누비는 모습이 감동스러웠다. 언젠가 내 손자도 저렇게 한계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민호 씨(36)는 “동생들이 중압감을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서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열렬한 환영 분위기에도 굳은 표정을 짓는 선수가 있었다. 1-3으로 패한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에서 부진했던 탓에 무수한 악성 댓글에 시달린 김정민(FC리퍼링)이었다. 도를 넘은 비난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그만큼 마음고생이 심했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원팀 정정용호’는 끝까지 동료애를 잃지 않았다. 주장 황태현(안산)은 “승패는 모두 팀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다. 비난보다는 비판을, 비판보다는 격려와 응원을 해주신다면 한국 축구가 더 높은 곳에서 더 높은 꿈을 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정용 대표팀 감독도 제자의 상처를 감싸기 위해 애썼다. 정 감독은 “선수들은 아직 청소년이다. 비난과 비판은 나에게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민이 호명되자 광장을 찾은 팬들은 야유가 아닌 박수와 함성으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김정민은 “동료들이 힘들겠지만 포기하지 말고 자신 있게 하라는 말을 해줬다. 팬들의 환영을 받으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 것 같다. 이제는 환하게 웃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들뜨기 쉬운 환영 행사장에서도 마지막까지 동료를 배려하는 마음을 잃지 않은 선수단, 그런 선수단과 함께 아낌없는 격려의 박수를 보낸 팬들. 다소 굳은 표정으로 입장했지만 행사장을 떠나는 김정민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정윤철 스포츠부 기자 trigger@donga.com}
한국이 준우승을 차지한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값진 개인 기록을 작성한 선수가 있다. 2년 전 한국 대회에서 막내로 참가했던 그는 올해는 고참으로 후배들을 이끌었다. 두 차례 U-20 월드컵에서 11경기를 뛰며 역대 한국인 최다 출전 기록을 세운 공격수 조영욱(20·FC서울)이다. 17일 조영욱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팀의 ‘악역’을 맡은 이번 대회에서 2년 전(16강)보다 더 높이 날아올랐다. 평생 잊지 못할 대회”라고 말했다. 2년 전 대회에서 무득점(4경기)에 그쳤던 조영욱은 이번 대회에서 2골을 터뜨렸다. 조영욱은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마침내 기다리던 골이 터졌다. 동료들에게 ‘내가 골 넣은 것 맞지’라고 몇 번이나 물어봤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골에 도움을 기록한 정호진(20·고려대)에게 감사의 의미로 용돈(?)을 줬다. 정호진은 “친구 7명과 마음껏 (음식을) 먹을 정도의 금액”이라며 웃었다. 조영욱은 세네갈과의 8강 연장전에서 대회 두 번째 골을 추가했다. 이강인(18·발렌시아)의 침투 패스를 받아 골로 연결했다. 조영욱은 “수비수가 알고도 막을 수 없는 환상적 패스였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러나 이강인에게는 용돈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발렌시아(스페인)에서 뛰는 강인이가 저보다 돈을 더 잘 벌어서….” 조영욱은 경기장 안팎에서 ‘원 팀’으로 뭉친 것이 준우승의 비결이며, 결승 진출 후 화제가 된 ‘버스 안 떼창’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당시 대표팀은 “발라드로 한번 시원하게 틀어보자”는 조영욱의 말에 이재익(강원)이 휴대전화를 통해 가수 노을의 ‘그리워 그리워’를 재생시켰다. 선수들은 다 함께 목청껏 노래를 불렀다. 조영욱은 “신나는 분위기였지만 다 함께 노래를 부르며 원 팀 분위기를 살리기에는 발라드가 더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악역을 맡은 그는 기강을 잡기 위해 막내 이강인을 혼낸 적도 있다. 조영욱은 “대회 전에 강인이가 운동을 하다가 불만을 표시해서 분위기가 흐트러진 적이 있다. 다 같이 모였을 때 내가 강인이를 혼냈다. 강인이가 자존심이 상했을 수도 있지만 잘 받아들이고 팀을 위해 희생해줘 고마웠다”고 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둘의 사이는 더 돈독해졌다. 대회 내내 이강인은 ‘조영욱 바라기’로 통했다. 이강인은 “영욱 형의 매력은 목 뒤에 살이 많다는 것”이라며 조영욱의 목을 수시로 주무르는 스킨십을 보여주기도 했다. 조영욱은 13세 때부터 연령별 대표팀에서 정정용 대표팀 감독(50)의 지도를 받아 왔다. 그는 “감독님이 준비한 전술이 모두 들어맞아 놀랄 때가 많았다. 그래서 감독님을 ‘제갈용(제갈공명+정정용)’으로 불렀다”고 말했다. 평소 이런 별명을 쑥스러워하는 정 감독이지만 경기에서 이긴 뒤에는 기쁨을 표출했다고 한다. 조영욱은 “승리 후 우리가 감독님을 향해 ‘제갈용! 제갈용!’이라고 외쳤다. 그러면 감독님은 라커룸에 들어와 춤을 추며 좋아하셨다”며 웃었다. 조영욱은 나이 제한으로 인해 더는 U-20 월드컵에 나설 수 없다. 누군가 그가 세운 최다 출전 기록을 깬다면 기분이 어떨까. 조영욱은 “저도 기록 하나는 가지고 있어야 해서…. 그 대신 후배들은 우승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소속팀으로 돌아가 주전 경쟁에 나선다. 조영욱은 “나뿐만 아니라 동료들 모두 소속팀에서 더 성장해야 한다. 그래서 다 같이 더 큰 무대(성인 월드컵 등)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