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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 ‘방호울타리’만 설치됐더라면….” 대전 서구 둔산동 스쿨존 내 음주사고로 배승아 양(10)이 세상을 떠난 후 뒤늦게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앙선과 인도 부근에 방호울타리가 설치됐다면 음주차량의 돌진을 막을 수 있었을 거란 뜻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스쿨존에 주로 도입되는 보행자용 방호울타리로는 막기 힘들었을 것이라면서 첨단 기술로 강도를 높인 신형 스쿨존용 방호울타리를 개발해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신형 스쿨존용 방호울타리 개발해야” 국토교통부의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 지침’에 따르면 방호울타리는 크게 보행자용과 차량용으로 나뉜다. 현재 스쿨존에는 주로 무단횡단 방지를 목적으로 한 보행자용 방호울타리가 설치되고 있다. 하지만 보행자용 방호울타리로는 차량의 돌진을 막기 어렵다. 대전 스쿨존 당시 음주운전자는 건너편 상가 경계석과 충돌한 뒤 운전대를 반대로 꺾어 중앙선을 넘은 후 인도로 돌진했다. 당시 시속 42km였는데 이 정도 속도라면 보행자용 방호울타리를 쓰러뜨리고 보행자를 덮칠 수 있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스쿨존 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선 더 센 충격을 견딜 수 있는 ‘차량용 방호울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토부 지침에 따르면 가장 낮은 강도(SB1)의 차량용 방호울타리(충격도 60KJ)는 1.5t 차량(쏘나타 차량 평균 무게)이 시속 45km 속도로 45도 각도에서 돌진해도 막을 수 있다. 조준한 삼성교통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차량의 과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 보행자용 울타리로는 스쿨존 내 보행자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 차량용 방호울타리 수준의 강도를 가진 스쿨존용 방호울타리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첨단 기술과 내구성 좋은 신형 소재를 활용하면 보행자용 방호울타리 설치비용(m당 8만∼10만 원)에서 크게 오르지 않은 선에서 도입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 스쿨존 내 방호울타리 설치 의무화 필요 동시에 스쿨존 내 방호울타리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스쿨존에 무인 교통단속 장비, 횡단보도 신호기 등의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펜스나 방호울타리 등 보행안전장치 설치는 ‘권고’ 사항이다. 법 조항이 없다 보니 각 부처 지침도 제각각이다. 국민안전처가 2015년 내놓은 ‘어린이 노인 및 장애인보호구역 통합지침’은 보행자용 방호울타리 설치를 ‘적극 권고’하고, 무단횡단 방지용 펜스 설치를 ‘우선 고려’하도록 했지만 의무화하진 않았다. 행정안전부 지침에서도 스쿨존 내 무단횡단방지시설(중앙분리대 포함)과 보행자용 방호울타리는 ‘설치 적극 권고’ 사항이다. 반면 국토부의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 지침’은 초등학교, 유치원 부근의 통학로에 “반드시 방호울타리를 설치할 것”이라고 규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법이 미비한 탓에 스쿨존 내 방호울타리 설치 현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부처 지침을 넘어 법이나 시행령으로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 양 사고 이후 스쿨존 내 안전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국회 움직임은 여전히 더딘 상황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배 양 사고 발생 12일 만인 20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도로교통법 개정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방호울타리나 볼라드(차량 진입 억제용 말뚝) 등의 의무 설치를 골자로 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은 법안심사소위에도 오르지 못했다. 행안위 관계자는 “비용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지만 국민 공감대가 큰 사안인 만큼 서둘러 관련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과속-신호위반 등 한 번에 단속… ‘AI 카메라’ 도입 추진 초등생 스쿨존 사고 70%가 저학년“통합단속카메라, 사고예방 효과적”“스쿨존 진입 알리는 장치 확충 필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반영된 ‘스쿨존 통합 단속 카메라 장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스쿨존에서 발생하는 여러 반칙운전을 하나의 장비로 관리 감독하면서 안전 수준을 한층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것이다. ‘AI 통합 단속 카메라’는 과속, 신호 위반, 불법 주정차, 정지선 위반,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불이행 등을 한 번에 단속할 수 있다. 지난해 관련법 개정으로 스쿨존 내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의무화가 시행되면서 수요도 늘고 있다. 통합 단속 카메라 개발사인 지앤티솔루션의 윤희돈 박사는 “다양한 교통환경을 AI 기술로 학습해 올해 말까지 단속 정확도를 99%까지 높일 계획”이라며 “주로 운전자 부주의로 사고가 나는 스쿨존의 교통안전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 통합 단속 카메라’가 도입되면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사고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5년(2017∼2021년 ) 동안 스쿨존 내 초등학생 사상자 10명 중 7명이 1∼3학년이었다. 단속도 중요하지만 운전자에게 자발적으로 스쿨존 제한속도(시속 30km)를 잘 지키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상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운전자에게 스쿨존은 ‘마음 놓고 속도를 낼 수 없는 공간’이란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며 “스쿨존에 들어섰다는 것을 운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리는 장치가 확충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스쿨존에 들어서면 자동으로 차량 속도가 제어되는 지능형 기술이 도입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교통 선진국에선 이미 관련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신기술이 개발되고 상용화되면 국내에도 신속하게 도입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한재희(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신아형(경제부) 윤다빈(국제부) 송유근 전혜진(사회부) 기자 특별취재팀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2020년 12월 30일(현지 시간) 조너선 폴라드(69)가 탄 전용기가 이스라엘 벤구리온 공항에 도착했을 때 트랩 끝에서 그를 마중한 이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였다. 폴라드는 간첩 혐의로 미국에서 30년의 옥살이와 5년의 보호관찰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이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에게 이스라엘 주민등록증을 선사했다. 그는 ‘영웅’이었다. 미 해군 정보 분석 요원이던 폴라드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에 포섭돼 일급기밀 수만 건을 빼돌리다 1985년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다. 그는 미 역사상 처음으로 우방국에 기밀정보를 건네다 종신형(30년 뒤 가석방 가능 조건)을 받은 미국인으로 기록됐다. 그가 제공한 기밀정보는 이스라엘 주변 아랍 국가 및 파키스탄의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정보, 소련(현 러시아) 군용기 및 방공 시스템, 그리고 아랍 국가 군 전력 배치와 준비 태세 등이었다. 이스라엘은 혈맹과 마찬가지인 미국의 고급 정보 획득에 여념이 없었던 것이다. 미 매사추세츠주 방위군 소속 정보병 잭 테세이라 일병(21)이 자기 과시욕으로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기밀문건 유출 사건은 ‘첩보 전쟁’에는 적도, 친구도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전문가들은 국익을 위해서 스파이든, 감청이든, 도청이든, 무엇이든 활용해 상대국 정보를 캐내는 것이 국제정치에서 새로운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전 세계에서 ‘총성 없는 전쟁’은 하루 24시간 쉴 틈 없이 벌어지고 있다.● 첩보 세계는 ‘피아(彼我)’를 가르지 않는다 2013년 전 미 국가안보국(NSA) 계약직 정보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NSA 기밀 폭로 사건을 통해 미 정부의 ‘글로벌 인터넷 정보 수집 네트워크(프리즘·PRISM)’는 우방이라고 ‘우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한국 일본 프랑스 독일 같은 아시아와 유럽 동맹국 정상들의 자료가 수집됐고, 당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휴대전화까지 도청했다는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해 “수십 년 우방국의 최고지도자 대화를 엿듣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항의했다. 하지만 독일이라고 가만있었던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2014년 독일 연방정보국(BND)이 미 정보기관과 공조해 유럽 우방국 고위 인사에 대한 도청 공작을 폈다는 의혹이 터져 나왔다. 2017년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BND가 독자적으로 백악관을 비롯해 미 주요 정부 기관 100여 곳을 도청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메르켈 총리는 정보 세계 ‘불문율’을 따르듯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쉼 없이 이어지는 우방국 간 첩보전은 간간이 세상에 알려졌다. 2016년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는 NSA가 2008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메르켈 총리 대화를 도청했다고 폭로했다. 2015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정부가 이란 핵 협상에 반발한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해 이스라엘 고위 관료들을 도청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2021년 5월에는 NSA가 2012∼2014년 덴마크 국방정보국의 도움을 받아 러시아와 중국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메르켈 총리,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교장관 등을 도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물론 우방끼리도 서로 정보 획득에 열을 올리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상대국이 관심 갖지 않는 자국 이익을 보호하고, 상대국이 뒤통수를 치지 않도록 대비하며, 양국 이익이 엇갈리는 데서 생기는 뜻밖의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국가 간 정보 수집 역량 차이일 뿐 우방국이든, 적성국이든 상대국에 대한 정보 수집 자체는 피할 수 없는 활동이라는 뜻이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전 대통령안보특보)는 “세계 각국 정보기관이 국익 차원에서 정보 수집 활동을 하는 것은 매우 일상적”이라며 “대체로 수집하는 정보가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면 눈감아 주는 게 국가 간 관례”라고 말했다.● 美 18개 정보기관 첩보 수집, 정보 생산 미국의 글로벌 첩보전(戰)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미국은 정보기관을 감독 및 조정하는 국가정보국(DNI)을 중심으로 NSA, 중앙정보국(CIA), 국방정보국, 국가정찰국, 국방비밀국 등 18개 정보기관이 신호정보 시긴트(SIGINT·Signal Intelligence)와 첩보원(스파이)을 활용한 휴민트(HUMINT·Human Intelligence), 위성사진을 비롯해 영상정보를 활용한 이민트(IMINT·Imagery intelligence)를 통해 수집된 첩보로 정보를 생산한다. 정보 수집 예산은 지난해 기준 약 657억 달러(약 85조4000억 원)다. 최근엔 위성 및 통신 기술이 발달해 위험이 큰 휴민트보다 시긴트가 정보 생산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NSA는 시긴트를 하루 10억 개 이상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현대 첩보전이나 정보전은 과거 휴민트 기반과 달리 시긴트를 활용한 기술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며 “첩보전에서도 지정학 시대는 저물고 기술이 지배하는 ‘기정학(技政學)’ 시대로 접어든 상태”라고 설명했다. CIA는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이나 MS 운영체제(OS)는 물론이고 전원이 꺼진 TV까지 감청 도구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CIA 사이버정보센터 문건에 따르면 CIA는 TV, 라디오, 컴퓨터 같은 각종 가전제품 해킹 도구를 개발했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해킹 시스템을 통해 주변 소리를 도청하고 화면을 녹음할 수 있다. 사용자가 TV 전원을 꺼도 화면만 꺼진 채 주변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는 TV용 악성코드 ‘우는 천사(Weeping Angel)’가 대표적이다. 통신정보 수집을 위해서는 한반도에서 자주 정찰 비행하는 고고도 무인정찰기 ‘RQ-4’와 최근 일본에 배치된 무인기 ‘MQ-9 리퍼’ 그리고 대규모 정찰위성을 활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찰위성은 최근 유출된 기밀문건에도 등장한 국가정찰국(NRO)이 담당한다. NRO 정찰위성들은 길이 100m가 넘는 안테나를 갖춰 휴대전화 통신신호를 수십만 건씩 빨아들인다고 한다. 확보한 신호를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로 분류하고 필요한 정보를 뽑아내 통화 내용을 재구성한다. 현재 50개 넘는 정찰위성을 포함해 군사위성을 150개 이상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2021년 스파이웨어 ‘페가수스’를 개발한 이스라엘 보안업체 NSO그룹을 인수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페가수스는 컴퓨터나 휴대전화에 침입하면 악성코드 링크를 클릭하지 않아도 사진과 영상, 문자메시지, 통화 목록 등을 빼낼 수 있고 위치 추적과 도청도 가능하다. 스노든의 폭로로 드러난 NSA 프리즘에서는 광섬유 케이블에 일종의 도청기를 달아 각종 휴대전화 신호와 이메일을 비롯한 인터넷 데이터를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음파를 통한 도청은 전통적인 방식이다. 도청 대상이 있는 사무실 창문에 레이저를 발사해 통화나 대화 등 말할 때 발생하는 음파로 인한 창문 진동을 수집해 통화 내용을 재조합한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정상은 해외 방문 때도 민감한 대화를 할 때는 원격 도청 방지 장치가 설치된 공간에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휴대전화 속 가속도계 같은 센서 진동을 감지하는 방식으로 음파를 가로채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음성 도청부터 전자기 신호 분석, 스마트 기기 해킹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를 수집한다”며 “(음성 방지) 기술이 끊임없이 진화하듯 음성을 낚아채는 기술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익 차원 첩보 활동 매우 일상적” 미국처럼 대규모 기밀 폭로나 문건 유출 사태를 상대적으로 덜 겪어 첩보 능력을 가늠하기 쉽지 않지만 해외 주요국 정보기관이 손가락만 빨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14년 국내정보국(MI5), 해외정보국(MI6)과 함께 영국 3대 정보기관인 정보통신본부(GCHQ)가 ‘앵그리버드’ 같은 스마트폰 인기 애플리케이션(앱)을 정보 수집 도구로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게임 앱, ‘구글 맵’을 비롯한 지도 앱, 사진 공유 앱 플리커 등에서 개인정보를 대규모로 수집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된 사진에서 사용자 위치 정보를 빼내기도 했다. 냉전 시기 서방을 상대로 치열한 첩보전을 치른 소련이 1991년 해체되고 최고 정보기관으로 꼽히던 KGB도 나눠지면서 러시아의 해외 첩보 활동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집권한 2000년 이후 해외정보국(SVR)과 정보총국(GRU)은 정치·군사 안보는 물론이고 경제 안보까지 관심을 쏟아 더 적극적으로 해외 정보 수집에 나서고 있다. SVR과 GRU는 독일 프랑스 벨기에 오스트리아 등 유럽 국가에서 휴민트를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트리아 의회는 러시아 정보기관의 침투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지난해 진상 조사를 벌였다. 또 오스트리아 국내정보부(BVT)는 비밀요원이 러시아에 정보를 건넨 혐의로 수사받은 뒤 2021년 해산됐다. 프랑스도 자국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요원들을 2018년 이후 추방했다. 하지만 러시아 정보기관은 여전히 프랑스 민간 기업, 학계뿐 아니라 파리 2024 올림픽위원회도 표적으로 삼고 암약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주변 이슬람 국가들을 상대로 정보 수집 및 공작 업무를 담당하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첩보 역량은 세계적, 역사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이란 핵 개발에 매우 민감해 이란 핵 관련 시설 해킹 및 파괴, 핵 과학자 암살도 실행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스라엘과 사실상 ‘물밑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란은 장관급 부처 첩보안보부를 두고 있다. 적국뿐 아니라 자국민까지 감시 범위에 넣고 국내외 정보를 수집한다. 최근에는 정보기술(IT)을 이용한 감청에 집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제1차 세계대전 직전부터 제정 러시아에서 암약하며 혁명세력을 지원하고 정보를 입수하는 요원을 파견했던 일본은 내각 관방 산하에 내각정보조사실이라는 정보기관이 있다. 해외 고급 정보 수집, 대테러 정보 수집을 비롯해 업무 분야가 방대하다. 기밀 유지를 위해 프린터를 아예 설치하지 않고 외부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기기나 녹음기, 카메라 등의 반입은 엄격히 제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 광범위한 첩보 수집 중’ 한국 정부 정보기관의 정보 수집 역량과 내용은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기밀인 만큼 당연하다. 다만 때때로 공작이 실패해 그 한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1년 서울 한 호텔의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에 국가정보원 직원 3명이 침입했다가 들통난 일이다. 한국산 고등훈련기 T-50 수출을 위해 특사단 내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잠입했다 벌어진 사건이었다. 다행히 인도네시아 정부가 외교적 문제로 비화시키지 않았지만 정보 세계에서 단단히 비웃음을 샀다. 정부 소식통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보기관이 공식 확인을 해주지는 못하지만 우리도 당연히 다양한 정찰 자산을 활용해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 지역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첩보를 수집하고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북 정보 수집이 중심이지만 상황에 따라 주변국 동향 같은 첩보도 정보 당국을 중심으로 수집하고 분석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른 소식통은 “기술 발전이 눈부시게 빠른 만큼 통신기술 등을 활용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정보 수집 역량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예나 지금이나 휴민트의 중요성은 변함없지만 기술 발전을 활용한 시긴트나 이민트 수집에 정부가 자원을 점점 더 집중하고 있다는 얘기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특파원 종합}
“우리가 먼저 해봅시다.” 두산에너빌리티(구 두산중공업)가 박지원 회장(사진)의 지시로 사내 출퇴근 버스에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를 도입했다. 혹시라도 나타날 수 있는 사내 음주운전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운전자가 술을 마시면 차량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한 것이다.● 출퇴근 버스 이어 임원 차량에도 설치 검토 2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경남 창원공장 출퇴근 셔틀버스 일부에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를 설치했다. 다음 달 초까지 창원공장과 경기 성남시 본사 두산타워를 오가는 버스 2대에도 같은 장치를 설치할 계획이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평소 안전사고 방지에 관심이 많던 박 회장이 제안해 사내 출퇴근 버스부터 시범 적용을 시작한 것”이라며 “시범 운영 결과를 평가해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전체 임원 차량에 같은 장치를 확대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8일 대전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배승아 양(10)이 숨지는 등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이어지자 동아일보는 11일 ‘도로 위 생명 지키는 M-Tech’ 시리즈를 통해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도입의 필요성을 소개했다. 이후 공감대가 확산되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도 전날(19일) “음주운전 방지장치 의무화 법안을 당 차원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동잠금장치는 운전자가 차량에 설치된 음주측정기를 활용해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고 술을 마시지 않은 것으로 판정돼야 시동이 걸리는 장치다. 대리 측정을 막기 위해 운전 중간에도 일정 시간마다 재측정하도록 한다.● 공감대 형성되며 국회 법안 논의에도 속도 본보 보도 후 자발적으로 시동잠금장치를 설치하는 차량도 늘고 있다. 경기 수원시의 한 시동잠금장치 설치업체 관계자는 “이달 들어 설치를 원하는 개인 운전자가 늘고 있다. 기업 및 기관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설치 비용은 대당 250만 원가량인데 최근 클라우드를 활용해 원격 제어하는 방식이 도입되면서 가격대가 낮아지고 있다. 경기 화성시에 거주하는 한 여성은 “과거에 술을 마시고 운전하는 버릇이 있었는데, 이 장치를 설치해서라도 습관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에 업체를 찾았다”고 했다. 시동잠금장치는 미국 유럽 등 교통안전 선진국에선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은 전체 주 50곳 중 36곳에 도입돼 2006∼2018년 음주운전 사망자 수를 19% 줄이는 등 효과를 냈다. 유럽연합(EU) 국가에선 음주운전 유죄 판결 시 운전 금지 조치와 시동잠금장치 설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18대부터 현재 21대 국회까지 계속 관련 법이 발의됐지만 14년째 계류 중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관계자는 “개인정보 보호, 설치 의무화 대상 범위, 비용 분담 등 쟁점이 남아 있지만 최근 도입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국회 논의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고 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음주운전 재범률이 줄지 않는 점을 감안해 음주운전 전력자를 대상으로 우선 설치할 필요가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학교 및 학원 버스나 화물차 운전사 등에 대해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숫자는 독서만큼이나 필수적이다. 당신이 수학을 못한다고 농담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용인돼선 안 된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수학 의무교육 연령을 기존 16세에서 18세로 상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수낵 총리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서도 수학 교육 강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는데, 물러서지 않고 이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교원 부족 등을 이유로 야당과 교사단체가 반발하는 가운데 영국이 ‘수학 교육 논쟁’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수낵 “수학 능력 없으면 수입 적어” 영국 BBC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수낵 총리는 17일 런던 북부에서 학생, 교사 등을 대상으로 한 연설을 통해 수학을 화두로 꺼냈다. 그는 “부족한 수학 능력으로 경제에 연간 수백억 달러의 손실이 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경제가 성장할 수 있도록 반(反)수학적 사고방식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7세 이상 학생들이 수학 의무교육을 받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수학 능력이 없으면 수입이 적다”고 말했다. 수낵 총리는 앞서 올해 1월 신년사를 통해 기존 16세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수학 의무교육을 18세까지 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그는 “통계가 모든 일을 뒷받침하는 세상에서 미래 직업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분석 기술을 요구할 것”이라면서 “우리 아이들을 무방비로 세상에 내보내면 아이들은 좌절하고 만다”고 했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수학자, 교육 전문가 및 기업 대표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통해 수학 의무교육 연령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며, 그 결과를 7월경 발표할 예정이다. BBC 등에 따르면 정부 내에서도 준비 부족 등을 고려해 내년 말로 예정된 총선 전에 실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번 수낵 총리의 연설로 인해 ‘수학 교육 연령 확대’에 대한 논쟁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英 800만 명 ‘9세 아동 이하’ 수학 능력 BBC에 따르면 영국은 15세 학생들이 치른 시험을 기준으로 2019년 수학 성취도가 세계 18위 수준이다. 그 연령 이후로는 더 급격히 떨어진다는 분석이 있다. 수낵 총리가 올해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약 800만 명의 영국 성인이 9세 아동의 기대 수준에도 못 미치는 낮은 수학 능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 학생의 경우 약 60%가 16세에도 기초수학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고등학교 격인 영국 식스폼(6th form)에서는 학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해당하는 에이레벨(A-Level) 시험 준비를 위해 3, 4과목만 선택해 공부한다. 수학이 필수 과목이 아니기 때문에 이때부터 수학을 배우지 않는 학생이 많다. 식스폼을 거치지 않은 채 16세까지만 교육을 받고 사회로 일찍 진출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17세 이상 영국 학생들의 절반가량이 수학을 전혀 공부하지 않는다. 반면 수낵 총리는 오랜 기간 수학을 활용하면서 자신의 경력을 쌓아왔다. 그는 영국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를 거쳐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와 헤지펀드 매니저로 일했다. 부인 역시 스탠퍼드대 MBA 출신으로 인도 정보기술(IT) 대기업 인포시스 창업자 나라야나 무르티의 딸이다. 수낵 총리는 “아이들에게 가능한 한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제가 정치에 입문하게 된 이유”라고 강한 신념을 밝히고 있다. 다만 그의 구상이 현실화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수학은 영어나 과학에 비해 교사 수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영국국립교육연구재단이 영국의 중고교를 대상으로 2021년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수학 교사 부족으로 인해 비전공 교사가 수학 수업을 한 적이 있다고 답한 학교가 45%에 이르렀다. 야당인 노동당이 “더 많은 교사가 없다면 18세 미만을 위한 수학 정책은 빈 공약에 불과할 뿐”이라고 비판한 이유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전방 주시율 0%.’ 14일 충남 천안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DMS)’ 시험장. 운전대를 잡고 2, 3초가량 눈을 감자 모니터에 이 같은 경고 메시지가 뜨더니 “삐비빅∼” 하는 경고음이 차내에 울렸다. 옆 모니터도 붉은색으로 변하더니 ‘졸음 경보’ 문구가 나타났다. 인공지능(AI) 카메라가 쏜 적외선이 기자의 눈 움직임을 파악해 졸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다. 이 AI 카메라는 이미 인체 모형(더미)을 통해 인간이 졸릴 때 나오는 다양한 신체 움직임을 학습했다고 한다. 잠시 고개를 숙이거나, 옆 창문을 2초가량 응시해도 어김없이 ‘부주의 경보’ 메시지가 날아들어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이 연구원의 박선홍 주행제어기술부문 실장은 “AI 카메라는 운전자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더 정교하게 졸음운전을 포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늘어나는 졸음 및 주시 태만 사고 비율도로 위 졸음운전은 교통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022년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156명 중 76%(119명)이 졸음 및 주시 태만 사고로 숨졌다. 2018년 67%였는데 9%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시속 100km로 달리던 운전자가 3초만 졸면 84m가량을 나아가게 된다”며 “졸음운전은 교통 안전의 최대 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졸음운전 사고를 막기 위한 첨단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기자가 체험한 DMS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DMS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국가에선 이미 교통사고 감소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영국의 교통 전문 매체 ‘트래픽 테크놀로지 투데이’에 따르면 전체 시내버스의 95%에 DMS를 설치한 러시아 모스크바는 2020년 대중교통 사고가 전년 대비 약 30% 줄었다고 한다. 호주 DMS 개발업체 시잉머신은 DMS가 향후 미국 교통사고 사망자를 3분의 1로 줄일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뇌파 등 생체 신호를 활용한 DMS도 개발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세계 첫 뇌파 활용 안전운전 보조 기술인 ‘엠브레인’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이어셋 모양의 장치를 착용하면 뇌파를 감지하며 운전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방식이다. 뇌 활동이 둔화되거나, 집중도가 저하하면 경고음이 울리도록 설계됐다. 옵션에 따라 좌석 진동을 통해 경고하기도 한다. 시범 사업에서 엠브레인을 착용한 버스 운전사들은 부주의 운전 발생 빈도가 평균 25.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범 사업에 참여한 버스 운전사 김연학 씨(54)는 “점심 식사 후 오후 1, 2시경 고속도로를 지날 때 가장 졸린데 엠브레인에서 경고음이 울리니 더 안전하게 운전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법 규정 미비로 국내 도입 더뎌전문가들은 졸음운전 방지 관련 국내 기술력은 충분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국내 도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 GV70, GV80에 ‘전방주시경고(FAW)’ 등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을 옵션에 적용한 정도다. 보급이 더딘 이유는 법 규정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 관련 규정이 있긴 하지만 현재는 자율주행(레벨3) 차에만 적용된다. 일반 승용차의 경우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 관련 규정이 전혀 없다. 그렇다 보니 완성차 업체도 차 가격 경쟁력 등을 이유로 전면 도입을 꺼리고 옵션에만 적용하는 것이다. 반면 유럽연합(EU)은 지난해 7월 ‘자동차 일반 안전에 관한 법령’을 통해 운전자 졸음 운전 경고 시스템을 2024년 7월 이후 출고되는 신차에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기술 진화 속도라면 조만간 전 세계 자동차에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이 도입될 날이 머지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엠브레인 등 한국이 우위를 점한 기술이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선제적으로 규정을 만들고 기술 개발 및 보급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형구 자동차안전연구원 국제기준팀장은 “EU가 제안하면 자동차 국제 기준 논의 기구인 ‘UN WP29’가 관련 논의를 곧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 기준에 정부와 산업계의 입장을 반영시키려면 정부도 관심을 갖고 필요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기술 도입이 본격화되기 전에 개인정보 보호 방안 등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성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영상이 녹화되지 않는 방식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얼굴을 카메라에 노출하는 걸 꺼리는 사람도 있다”며 “기술 고도화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졸음쉼터 241곳… 설치후 졸음운전 사망 42% 감소 2011년 고속도로 도입 이후 확대이용자 99% “졸음 예방에 효과” 10년차 화물차 운전사 오세권 씨(41)는 최근 부산에서 공연장비를 싣고 상주∼영천 고속도로를 달리다 자칫 사고를 낼 뻔했다. 장시간 운전을 하다 자신도 모르게 눈이 감긴 것. 차선을 이탈하면서 평소와 다른 타이어 소리에 놀라 운전대를 바로잡으며 간신히 사고를 피했다. 피곤해 졸음쉼터를 찾았는데, 화물차 자리가 없어 다시 달리기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 오 씨는 “2, 3시간에 한 번씩 졸음쉼터에서 20, 30분 정도 자는 습관이 있는데 앞으로는 더 철저히 지키기로 했다. 잠깐 쉬는 게 졸음운전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한국도로공사 직원 아이디어로 2011년 도입된 졸음쉼터는 현재 전국 고속도로에 241곳까지 늘었다. 그 덕분에 고속도로 내 휴게시설 간 평균 거리는 2010년 22.1km에서 현재 14.5km로 34% 줄었다. 독일(10∼12km) 프랑스(8∼50km)의 도로 휴게시설 간 거리와 비슷한 수준이고, 미국(16∼48km)보다 짧다. 졸음쉼터가 사고 예방에 실질적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육동형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발표한 ‘고속도로 졸음쉼터의 전략적 설치 방안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졸음쉼터 개설은 약 11.9%의 사고 감소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의 ‘일반국도 졸음쉼터 설치 및 개선 기본계획 수립 연구’에 따르면 졸음쉼터 이용자의 99.1%가 “쉼터가 졸음운전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쉼터가 생기기 전인 2010년에는 연간 졸음운전 사망자가 119명이었지만, 이후 10년 평균(2011∼2022년) 69명으로 42% 줄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사망자 수는 많이 줄었지만 아직 졸음운전이 적지 않은 만큼 쉼터 이용을 더 독려하는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했다. 졸음쉼터는 출범 13년째를 맞아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며 진화하고 있다. 규정상 주차면 10면 이하인 소형 졸음쉼터에는 화장실, 여성화장실 비상벨, 방범용 폐쇄회로(CC)TV, 조명시설 등을 갖춰야 한다. 중형(주차면 11∼29면)과 대형(주차면 30면 이상) 시설에는 벤치, 운동시설, 자판기 등이 설치된 곳도 있다. 다만 오 씨 사례처럼 일부 쉼터에 화물차 주차공간이 없거나 부족하다 보니 화물차 운전사들이 이용하기 불편하단 지적도 나온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달 27일 화물차 주차공간을 의무 설치하는 내용의 ‘졸음쉼터의 설치 및 관리지침 전부개정안’을 행정예고한 상태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졸음운전을 방지하기 위한 여러 조치들이 나오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운전자 스스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피곤하면 졸음쉼터를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한재희(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신아형(경제부) 윤다빈(국제부) 송유근 전혜진(사회부) 기자 특별취재팀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수단의사중앙위원회는 16일(현지 시간) 수단 전역에서 교전으로 민간인이 최소 56명 숨졌다고 밝혔다. 군인과 민간인을 아우른 부상자는 595명으로 집계됐다. 양측 병력이 집중된 수도 하르툼을 비롯한 도시 곳곳에서 총성이 들렸고, 장갑차, 기관총, 심지어 전차(탱크)까지 동원됐다. 교전은 정부군 지도자인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과 수단 군부의 실력자로 신속지원군(RSF)를 이끄는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 간의 권력 다툼으로 벌어지고 있다. 정부군과 RSF는 함께 2019년 쿠데타를 일으켜 30년간 수단을 통치했던 독재자 오마르 알 바시르 대통령을 축출하고 정권을 장악했다. 이들은 선거를 통한 민정 이양을 약속했으나 2021년 정부군 지도자인 부르한 장군이 이끄는 군벌이 두 번째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후 정부군과 RSF 간의 권력 투쟁이 이어지고 있으며 정부군은 RSF를 ‘반군’으로 규정했다. 양측 모두 교전 의사를 고수하면서 수단이 전면적인 내전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미국, 러시아,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유엔, 유럽연합, 아프리카 연합 등은 양측에 적대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주수단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현재 수단에 체류 중인 한국인 25명은 모두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한국 정치의 수준은 왜 나아지지 않을까? 대통령, 국회의원 선거를 각각 두 번씩 취재하며 가졌던 의문입니다. 닫힌 섬과 같은 여의도만 보고선 해답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시야를 넓혀 세계 각국의 정치 현실을 살펴보고 한국 정치와 신랄하게 비교하겠습니다. 때로는 ‘우리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위로를, 때로는 우리 정치의 품격을 높일 해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언젠간 K팝, K드라마, K푸드처럼 K정치도 호평받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언론과 전문가들은 (공화당의) 거대한 붉은 물결을 예측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미국 중간선거 직후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백악관 회견장에 서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당초 선거 전문가들은 집권당의 무덤으로 불리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를 휩쓰는 ‘레드 웨이브(Red Wave)’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이 상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하고, 주지사 선거에서도 선전하자 기쁨을 감출 수 없었던 것이죠. 전문가 예측이 벗어난 배경에는 미국의 Z세대가 있었습니다. NBC방송 출구조사에 따르면 전국 18~29세 유권자의 3분의 2가 민주당에 투표했습니다. Z세대 유권자들이 ‘레드 웨이브’를 막아낸 것이죠. 미 LA타임스는 “중간선거에서 Z세대는 민주당이 거의 모든 격전지에서 승리하도록 도왔고, 상원에서 민주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나라 젊은이들에게 감사하고 싶다. 그들이 2년 전에 했던 것처럼 역사적인 투표를 했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기후 위기, 총기 폭력, 개인의 권리와 자유, 학생 부채 탕감을 계속 다루는데 투표했다”고 Z세대 유권자를 콕 집어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반면 Z세대의 선택에 공화당은 좌절했습니다. 중간선거 승리를 바탕으로 내년 대선에서 정권을 탈환하려던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마음을 돌릴 뚜렷한 해법이 없다는 점이죠. 20대 시절 트럼프 행정부 보좌관을 지낸 캐롤라인 레빗은 최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공화당이 직면한 가장 거대한 도전은 우리 Z세대와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 국민의힘 3연승 이끈 ‘민지의 추억’청년층이 보수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현상은 k정치에서도 오랫동안 나타났습니다. 역대 대선에서 대체로 2030 청년층은 민주당 계열, 6070 노년층은 보수당 계열을 지지하는 성향을 보였습니다.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51.6%의 득표율을 얻어 당선됐지만 20대와 30대에서는 3명 중 1명꼴인 33%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습니다. 반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그 2배인 66%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2002년 대선에서도 같은 현상이 있었습니다. 2030세대의 59%는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34% 지지를 얻는 데 그쳤습니다. 2007년 대선에서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상대적으로 2030세대에서 선전하면서 40% 초반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그렇지만 자신의 전체 득표율보다는 6~8%포인트 부족한 수치였죠. ‘2030=민주당 지지’의 선거 공식이 확실히 깨진 것은 2021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때였습니다. 당시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57.5%의 득표율로 당선됐는데 20대(55.3%), 30대(56.5%)에서도 과반을 달성해 자신의 전체 득표와 거의 일치하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보수정당에 드디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햇볕이 들기 시작한 순간이었습니다. 미 외교 전문지인 디플로매트(Diplomat)는 이를 두고 ‘한국의 젊은이들은 왜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을 버렸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쓰기도 했습니다. 젠더 갈등 속에서 20대 남성들이 먼저 지지를 철회했고, 부동산 문제 등에 실망한 청년층 다수가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거둬들였다고 해석했습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두 달 후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만 36세의 이준석 대표가 당선됐습니다. ‘이준석 현상’이라고 불렸던 이 대표의 돌풍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뤄낸 성취가 아니었습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직전 한길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에 따르면 20대 56.8%, 30대 51%가 이 대표를 지지한다고 했습니다. 정치권에서 주변부에 머물렀던 2030세대가 집단으로 이 대표에게 힘을 모아줬기에 여의도의 반란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탄핵으로 물러난 박근혜 정권에 대해 사과했고, 국민의힘은 당을 괴롭혔던 ‘탄핵의 늪’에서 간신히 빠져 나올 수 있었습니다. 대선 기간에도 ‘AI 윤석열’, ‘59초 유튜브 공약’ 등을 잇달아 내놓으며 선거운동의 일대 혁신을 일으켰습니다. 처음에는 “무성의하다”고 비판했던 더불어민주당도 결국 이 대표의 선거운동 방식을 모방했습니다. 민주당 선거 실무자들 사이에서 “이준석이 제일 무섭다” “왜 우리는 이준석 같은 사람이 없냐”는 말이 나오던 시기였습니다. 대선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20대(45.5%)와 30대(48.1%)에서 자신의 전체 득표율(48.6%)과 비슷한 지지를 받았습니다. 한 달 뒤 이어진 6‧1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은 20대(46.3%)와 30대(49.6%)에서 고른 지지를 얻어 또 한 번 대승하며 ‘전국 선거 3연승’을 기록합니다.● ‘민지’가 정부여당에 등을 돌린 이유하지만 이같이 국민의힘을 비췄던 ‘민지(MZ)’ 햇볕이 사라지는 데는 채 1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한국갤럽이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에 따르면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18~29세 14%, 30대 13%에 그쳤습니다.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는 각각 63%, 81%에 달했습니다.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대선에서 절반 가까이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민지’는 어디로 간 것일까요?윤 대통령 당선 후 친윤 일색으로 짜인 국민의힘은 ‘민지’가 시대교체의 상징으로 선출한 이 대표를 인위적으로 쫓아냈습니다. 정치권에 새바람을 일으키면서 전국 선거 3연승을 이끈 공로는 깡그리 무시됐습니다. 낡음이 새로움을, 복고가 트렌드를 이겼습니다. 물론 이 대표가 여성할당제 폐지, 페미니즘 논쟁으로 가뜩이나 분열이 심한 한국 사회에서 젠더갈등을 확대한 점은 비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대표와 식사 자리에서 이 문제를 두고 논쟁을 벌인 적도 있습니다. 당 대표 퇴출의 명분이 된 ‘성 상납 의혹’ 역시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는 논쟁하고, 수사할 사안이지 대선 승리 두 달만에 당 윤리위원회를 통해 군사작전하듯 대표를 내칠 일은 아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단순히 이준석 개인을 지지한 것이 아니라 시대교체, 정치교체를 원했던 많은 ‘민지’와 결별했습니다.이 대표가 물러나자 ‘김종인-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가려졌던 국민의힘 인적 자원의 민낯이 드러났습니다. 과거 친이-친박이었던 이들이 대부분이었고, 새로운 얼굴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당시 국민의힘의 한 당직자는 “사실 당이 이준석이라는 화장을 했던 것뿐이지 내부적으로 보면 국민의 외면을 받던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 시절과 다른 게 없다”고 푸념했습니다.이 대표 축출과 함께 시대교체의 실패를 상징하는 또 다른 일도 있었습니다. 대선 기간에 윤 후보 측 청년보좌역 40명은 현안에 대한 의견과 각종 아이디어를 매일 두 장 분량의 보고서로 작성해 후보에게 보고했습니다. 윤 후보는 청년보좌역 의견을 대체로 바로 수용했습니다. 청년보좌역이 캠프의 실세라는 말이 나왔고, 의원실에서도 후보에게 건의 사항이 있을 때 청년보좌역을 통해 대신 전달을 부탁할 정도였습니다.하지만 집권 후 부처마다 선발된 6급 청년보좌역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윤 대통령 주도하에 급하게 던지기만 할 뿐 성의 있게 설득하고 소통하는 노력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청년보좌역에게 발언권이 있었다면 국민 설득 과정을 생략한 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해법을 발표하는 일도, ‘주 69시간 노동’ 같은 논란도 없었을 것입니다. 선거 과정에서 정권교체 주역으로 신나게 활동했던 청년들은 집권 후에는 자신의 자리를 잃어버렸습니다. 청년들은 보수정당에서 어렵게 되찾은 ‘정치 효능감’을 다시 빼앗겼습니다. 윤 후보는 대선 기간 “윤석열 정부에서 청년은 정책 시혜 대상이 아니라 국정 운영의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윤석열 정부에서 검사는 많이 보여도 청년은 보이지 않습니다.● 천원 아침밥, 교통비 인하로 민지 돌아올까발등에 불이 떨어진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MZ세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청년층이 많이 이용하는 유튜브 ‘쇼츠’를 통해 윤 대통령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윤 대통령이 한국스카우트연맹 명예총재에 취임하자 보이스카우트 출신 최초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쇼츠로 제작했습니다. 1일 프로야구 개막전 시구를 하기에 앞서 윤 대통령이 공을 던지며 몸을 푸는 모습도 담았죠.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대학생의 식비 부담을 덜어주는 1000원 아침밥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에는 당 지도부가 경희대를 찾아 학생들과 아침 식사를 했고, 정부는 곧바로 1000원 아침밥 지원 대상을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청년층의 교통비와 통신비를 줄이는 대책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당 대표 직속 청년 정책기구를 만들고, 청년 대변인도 뽑았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민지’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돌아온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일 것입니다. 이들이 현 집권 세력에 실망한 본질적인 원인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책에서 영국 현 집권당이자 300년 동안 당명을 바꾸지 않고 지금까지 생존해 온 영국 보수당의 비결을 짚었습니다. 강 교수에 따르면 영국 보수당은 전통적인 가치를 고수하면서도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꾸준히 응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무엇보다 보수당은 기득권을 대표하는 정당이지만 교조적이고 배타적이지 않았으며 포용적이고 개방적이었다”고 평했습니다. 16년간 재임했던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보수성향인 기민당을 이끌면서도 소속 정당의 정책적 노선과 다른 최저임금 도입, 근무시간 단축, 탈원전 등을 시행했습니다. 시민사회, 다른 정당과 소통하면서 지지 기반을 확장했습니다. 지난해 9월 그가 퇴임할 당시 지지율은 70%를 넘었습니다. 당적이 다른 사민당 소속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에게 퇴임증을 주면서 “새로운 형태의 고유한 지도력을 통해 젊은 세대에게 모범을 보였다”고 찬사를 보냈습니다.과연 지금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시대 변화에 발 맞추고 있는지,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에 대해 포용적이고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오히려 당내 비판 세력에 대해 경고하고 인위적으로 이들을 배제하는 모습입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홍준표 후보는 당심을 얻지 못해 패했지만 2030 세대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여론조사에서는 윤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앞섰습니다. 그랬던 홍준표 대구시장은 13일 당 상임고문 자리에서 해촉됐습니다. ‘전광훈 목사 손절’을 요구하면서 친윤 지도부와 대립했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도, 김 대표도 청년의 의견을 듣겠다고 발 벗고 나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친윤과 결을 달리했던 이준석, 유승민, 나경원, 홍준표를 내쳤던 그들 앞에서 어떤 청년이 당당하게 비판 의견을 말할 수 있을까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내에서 민지의 열망은 여전히 넓은 사각 테이블의 구석 자리 어딘가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청년 200여 명과 간담회를 갖고 “미래세대가 우리 사회에 대한 희망을 버린다면 국가가 망한 거나 다름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옳은 말입니다. 그리고 이를 좀만 달리 말하면, 미래 세대가 희망을 버린 정부도 망한 정부나 다름이 없는 것입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미국 정부가 2032년 신차의 3분의 2를 전기차로 채우고, 내연기관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이라는 규제 초안을 내놓으면서 한국 기업들도 발 빠른 대응이 불가피해졌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차 비중을 당초 목표보다 더 가파르게 올리기 위해 내연기관차 전략을 재검토할 필요가 생겼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북미 사업의 추가 확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 환경보호청(EPA)이 12일(현지 시간) 공개한 운송 분야 탄소 배출 감축안은 2032년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67% 이상을 전기차로 채우는 게 핵심이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 등의 배출 허용 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2년 1마일(약 1.6km)당 82g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26년 기준인 1마일당 186g보다 약 56% 수준으로 감축됐다. 이는 2021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발표했던 2030년 신차 중 전기차 비중 50% 달성 목표를 더 강화한 것이다. 미국 내에서조차 실현 가능성을 두고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해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비중은 5.8%였다.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생산 규모를 더욱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현대차는 지난해 전체 미국 판매량의 3.8%, 기아는 4.1%가 전기차였다. 지난해 현대차는 2030년 전기차 판매 비중 목표를 58%(53만 대)로 세웠고, 기아는 6일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47%(47만5000대)를 제시했다. 반면 EPA는 규제 강화의 효과로 2032년 현대차의 경우 전체 판매량의 70%, 기아는 71%를 전기차로 채울 것으로 전망해 부담이 커졌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해서도 전기차 판매를 늘려야 한다. 내연기관차 판매는 갈수록 어려워질 수 있다. 미국에서 판매 중인 내연기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현대 싼타페와 기아 쏘렌토는 각각 1마일당 375g, 377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북미 사업 기회가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기차 생산이 늘어나는 만큼 배터리 수요도 덩달아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12일 2035년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이차전지 시장은 수요가 4.6TWh(테라와트시)에 이르는 반면 공급은 3.0TWh에 그칠 것으로 봤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시행하는 미국, 핵심원자재법(CRMA) 도입을 예고한 유럽 중심으로 배터리 수요가 늘어나고 생산설비 증설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국내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지난해 생산능력 기준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의 75%를 중국이 차지했지만 2035년에는 38%까지 낮아지고, 미국은 6%에서 31%, 유럽은 12%에서 27%로 늘어날 것으로 봤다. 하지만 2030년 이후 폭증하는 배터리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배터리 3사가 완성차 업체들과 해오던 합작(JV) 사업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투자에 대한 부담을 배터리 업체들과 나눠 가지려 할 것”이라며 “JV는 배터리 기업 입장에서 명확한 공급처를 확보하는 모델이기 때문에 서로 윈윈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수요·공급 불균형 심화를 메꾸기 위해 결국 중국 업체들이 다시 진입 기회를 가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IRA 도입 취지에 따라 배터리 산업은 ‘한미일 중심’이 되고 있지만, 중국의 움직임은 늘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전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에게 받은 금장(金裝) 골프채를 국가에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미 하원이 그가 재임 중 외국 정부에서 받은 선물 중 국가에 귀속시키지 않은 것이 있다고 밝힌 지 약 4주 만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수색 끝에 황금(페인트칠 된!) 드라이버를 찾을 수 있었다는 소식을 전하게 돼 기쁘다”며 “친구이자 전 일본 총리 아베가 내게 준 그것은 플로리다 팜비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클럽 라커에 다른 채들과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미 하원 감독위원회는 지난달 17일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 가족이 재임 시절 외국 정부에서 받은 30만 달러(약 3억9000만 원) 상당의 선물 100여 점을 신고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 따르면 대통령이 외국에서 받은 선물은 미 국민 재산으로 귀속된다. NARA 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받은 이 7000달러(약 910만 원) 상당의 골프채와 엘살바도르 대통령에게서 받은 실물 크기 초상화를 빼고는 거의 다 회수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전에 이 골프채를 받았다는 사실에 근거해 신고 의무가 없다고 들었다. 그래도 NARA에 제출한다”고 했다. 한편 ‘성추문 입막음’ 의혹 관련 문서 조작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한 앨빈 브래그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 검사장은 공화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협박과 공격 행위를 중지하라며 일종의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브래그 검사장은 이날 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에 공화당 소속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 및 법사위원회를 상대로 소장을 제출했다. 하원 법사위는 지난주 트럼프 전 대통령 수사를 담당한 마크 포머랜츠 전 맨해튼 지검 검사에게 법사위에 나와 증언하라는 소환장을 보냈다. 이 소환장 집행을 법원에서 막아달라는 것이다. 브래그 검사장은 소장에서 “뉴욕주 형사 사건에 공화당 의원들이 간섭하고 있다”며 “의원들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뉴욕의 주권을 침해할 자유가 없다”고 주장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에게 받은 금장(金裝) 골프채를 국가에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미 하원이 그가 재임 중 외국 정부에서 받은 선물 중 국가에 귀속시키지 않은 것이 있다고 밝힌 지 약 4주 만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수색 끝에 황금(페인트칠 된!) 드라이버를 찾을 수 있었다는 소식을 전하게 돼 기쁘다”며 “친구이자 전 일본 총리 아베가 내게 준 그것은 플로리다 팜비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클럽 라커에 다른 채들과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미 하원 감독위원회는 지난달 17일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 가족이 재임 시절 외국 정부에서 받은 약 30만 달러(3억 9000만 원) 상당 선물 100여 점을 신고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 따르면 대통령이 외국에서 받은 선물은 미 국민 재산으로 귀속된다. NARA 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받은 이 7000달러(약 910만 원) 상당 골프채와 엘살바도르 대통령에게서 받은 실물 크기 초상화를 빼고는 거의 다 회수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전에 이 골프채를 받았다는 사실에 근거해 신고 의무가 없다고 들었다. 그래도 NARA에 제출한다”고 했다. 한편 ‘성추문 입막음’ 의혹 관련 문서 조작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한 앨빈 브래그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 검사장은 공화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협박과 공격 행위를 중지하라며 일종의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미 뉴욕타임스(NYT) 에 따르면 이날 브래그 검사장은 이날 뉴욕 남부 연방 지방법원에 공화당 소속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 및 법사위원회를 상대로 소장을 제출했다. 하원 법사위는 지난주 트럼프 전 대통령 수사를 담당한 포메란즈 전 맨해튼 지검 검사에게 법사위에 나와 증언하라는 소환장을 보냈다. 이 소환장 집행을 법원에서 막아달라는 것이다. 브래그 검사장은 소장에서 “뉴욕주 형사사건에 공화당 의원들이 간섭하고 있다”며 “의원들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뉴욕의 주권을 침해할 자유가 없다”고 주장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10일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의 은행에서 해고된 20대 남성이 앙심을 품고 전 직장에 찾아가 총을 난사하는 바람에 최소 5명이 숨졌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지난달 말 테네시주 내슈빌의 한 초등학교에서 이 학교 졸업생의 총기 난사로 6명이 숨진 데 이어 또다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루이빌의 ‘올드내셔널은행’에서 전 직원 코너 스터전(25)이 1층 회의실에 침입해 소총을 난사했다. 이로 인해 5명이 숨졌고 경찰관 2명을 포함해 최소 9명이 부상을 입었다. 스터전은 신고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2021년 입사한 스터전은 최근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후 부모와 친구들에게 총격 암시 메모를 남겼다. 특히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범행 장면을 생중계했다. 인스타그램은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야당 공화당이 자신의 총기 규제 강화 법안에 빨리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얼마나 많은 미국인이 죽어야 공화당이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행동하겠느냐”며 “모든 총기 판매 시 신원 조회를 의무화하고, 총기 제조업체의 책임 면책 조항 또한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비영리단체 ‘총기폭력아카이브(GVA)’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미 총기 사고로 1만1539명이 숨졌다. 4명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한 사건 또한 146건에 달한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10년 전 교통사고가 크게 나 온몸에 철심을 박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어요. 몸도 불편한데 아들 셋 먹여살리겠다고 직접 배달까지 뛰면서 한 푼도 아끼며 살았는데….” 9일 오후 중앙선을 침범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김모 씨(49)의 아버지(78)는 10일 경기 성남시 성남중앙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에서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하나뿐인 아들을 잃었다”며 탄식했다. 대전 스쿨존에서 배승아 양(10)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지 하루 만에 다시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는 걸 막으려면 교통 선진국처럼 술을 마신 경우 원천적으로 운전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시동잠금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 하남경찰서와 유족에 따르면 하남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던 김 씨는 9일 오후 6시 39분경 오토바이로 떡볶이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다 하남시 덕풍동 풍산고등학교 인근 왕복 4차로에서 중앙선을 침범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치여 숨졌다. 운전자(31)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37%로 면허 정지 수준이었다. 숨진 김 씨는 장애 5등급 판정을 받고도 자녀 셋을 악착같이 키워낸 가장이었다. 김 씨의 작은아버지(58)는 “힘들게 아들 셋을 키워 둘은 대학 보내고 이제 고등학생 하나 남았다. 너무 힘들어해 배달이라도 그만하라고 했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고 했다. 교통 안전 관련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16년 4292명에서 2021년 2000명대(2916명)로 줄었다. 음주운전 사망자도 전체적으로는 감소세지만 음주운전 재범률은 2019년 43.8%에서 2021년 44.8%로 오히려 늘었다. 전문가들은 음주운전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려면 시동잠금장치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운전자가 술을 마시면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하는 장치로 대당 250만 원가량만 내면 기존 차량에도 설치할 수 있다. 이 장치는 이미 미국 36개 주에 도입돼 2006∼2018년 음주운전 사망자 수를 19% 줄이는 등 효과를 입증했다. 유럽연합(EU) 국가에선 음주운전 유죄 판결 시 운전 금지 조치와 시동잠금장치 설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도입 논의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18대부터 21대 국회까지 매번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14년째 국회 문턱을 못 넘고 있다. 2021년 국민권익위원회도 도입을 권고해 이듬해 경찰청에서 시범사업까지 했지만 입법 무산으로 중단됐다. 권용복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음주운전 전력자부터 시동잠금장치를 의무화하고 점차 확대해 나가면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전체 음주운전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국회 ‘음주시동 잠금장치’法 14년째 논의중 21대 들어서도 관련 법안 5건 계류1대당 250만원 장치 설치비용 필요尹, 대선때 “설치에 주세 10% 사용”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국내 도입이 처음 시도된 것은 2009년 국회에 관련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제출되면서부터다. 음주운전을 3회 이상 해 운전면허가 취소된 사람이 새로 운전면허증을 받은 경우 3년 동안 시동잠금장치가 설치된 차를 운전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국내 연구 결과가 부족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충분한 사전 연구조사와 국민 의견 수렴을 거쳐 도입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검토 의견을 냈고 이후 뚜렷한 진전 없이 회기가 끝나 폐기됐다. 이어 19, 20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계류 중인 시동잠금장치 의무화 법안만 5건이나 된다. 14년째 국회에서 논의만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발의된 법안들은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초범이나 버스 등에 대해서도 시동잠금장치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행안위 관계자는 “대상자를 음주운전자로 할 건지 아니면 버스 운전자 등으로 할 건지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고, 대당 250만 원가량 드는 장치 설치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민권익위원회가 2021년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95%는 음주운전자에게 시동잠금장치를 일정 기간 의무 설치하는 방안에 찬성했다. 권익위는 이를 바탕으로 경찰청에 음주운전 재범자에 대해 시동잠금장치를 도입할 것을 권고했고 경찰청은 한국교통안전공단과 함께 지난해 제주 지역 일부 렌터카와 배송차량에 대해 시동잠금장치 설치 차량을 시범운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동잠금장치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려면 국회에서 법이 통과돼야 하는데 국회 행안위 전문위원실에서 설치 의무화 대상자의 기준, 시기, 예산 등을 놓고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걸로 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도 지난해 5월 상습 음주운전자를 가중 처벌하는 이른바 ‘윤창호법’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시동잠금장치 부착을 형벌 강화에 앞서 검토해야 할 수단으로 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과정에서 주세의 10%를 시동잠금장치 설치 등에 사용하겠다고 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음주 감지 센서 등 국내 기술은 충분한데 뚜렷한 이유 없이 법안 통과가 수년째 지체되고 있다”며 “안전운전이 꼭 필요한 스쿨버스나 음주운전 전력자 등에 대해서라도 하루빨리 시동잠금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 팀장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한재희(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신아형(경제부) 윤다빈(국제부) 송유근 전혜진(사회부) 기자특별취재팀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미국 정보기관이 한국 등 동맹국 동향을 감청해 온 정황이 드러나면서 미국 내에서는 향후 외교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뒤 해당 사안을 잘 살펴보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8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유출 문건은 미국이 러시아뿐 아니라 동맹국에 대해서도 첩보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동맹국과의 관계가 복잡해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 정보기관의 보안이 뚫린 것이어서 향후 주요 국가들과의 정보 공유 협조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유출된 문서는 미국의 비밀 유지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NYT도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을 위해 도움을 받아야 하는 한국과 같은 주요 파트너 국가와의 관계를 방해한다”고 했다. 앞서 미국은 2013년 미 국가안보국(NSA) 계약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이후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 정상에 대한 감청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미국의 가까운 친구나 동맹국 정상의 통신 내용을 감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9일 브리핑에서 “과거의 전례, 다른 나라의 사례를 검토하면서 대응책을 검토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관련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미국과의 소통은 필요하다고 보는 기류다. 정부는 스노든 폭로로 주미 한국대사관 도청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외교 채널로 미국 측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다. “안보실도 (감청에) 안전하지 않은 것을 보니 외교부, 국방부도 감청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다만 이번 사태가 한미 관계를 근본적으로 흔들 정도는 아니며, 약 보름 앞으로 다가온 국빈 방미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할 문제지만, 현재로서는 한미 관계가 근본적으로 손상될 일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재산이 390억 달러(약 50조 원) 줄면서 전 세계 부호 1위 자리를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 회장에게 내줬다. 4일 포브스 ‘억만장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머스크의 재산 총액은 1800억 달러(약 234조 원)로, 2110억 달러(약 274조 원)를 기록한 아르노 회장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머스크는 테슬라 주식 매매 등으로 440억 달러를 들여 트위터를 인수했으나 이후 테슬라의 주식 가치가 50%가량 떨어지면서 재산이 감소했다. 반면 루이뷔통과 크리스티앙 디오르 등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아르노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억눌렸던 부유층의 명품 소비가 늘면서 지난해 재산이 530억 달러 증가했다. 3위는 재산 총액 1140억 달러를 기록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다. 베이조스는 아마존 주가 하락으로 지난해 재산이 570억 달러 감소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재산이 390억 달러(약 50조 원) 줄면서 전세계 부호 1위 자리를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회장에게 내줬다.4일 포브스 ‘억만장자 보고서’ 따르면 지난해 10월 머스크의 재산 총액은 1800억 달러(약 234조원)로, 2110억 달러(약 274조원)를 기록한 아르노 LVMH 회장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머스크는 테슬라 주식 매매 등으로 440억 달러를 들여 트위터를 인수했으나 이후 테슬라의 주식 가치가 50%가량 떨어지면서 재산이 감소했다. 반면 루이뷔통과 크리스티앙 디오르 등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아르노 LVMH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억눌렸던 부유층의 명품 소비가 늘면서 지난해 재산이 530억 달러 증가했다. 3위는 재산 총액 1140억 달러를 기록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다. 베이조스는 아마존 주가 하락으로 지난해보다 재산이 570억 달러 감소했다. 이어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과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각각 4위(1070억 달러), 5위(1060억 달러)를 차지했다. 전 세계 부호 1∼10위가 모두 남성인 가운데, 로레알 창업자의 손녀 프랑수아즈 베탕쿠르 메이예가 805억 달러로 11위를 차지하며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 자리를 차지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문서 조작 등 34개 혐의로 기소된 후 4일(현지 시간) 법원의 기소 인부 절차를 마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다음 공판 기일은 12월 4일로 잡혔다. 이번 혐의에 대한 최종심 결과는 빨라야 2024년 11월 대선 이후에나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4일 CNN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 재판부는 “12월 4일 검찰과 변호인의 의견을 듣겠다”며 이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면 참석을 지시했다. 이를 감안할 때 검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본격적인 법정 공방은 내년부터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은 내년 1월,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내년 봄 이후에 재판을 개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2024년 대선에 나설 공화당 후보 경선 시작을 알리는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는 내년 2월 5일,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경선)는 같은 달 13일 열린다. 이번 기소 외에도 2020년 대선 개표 개입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다양한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 각종 사법 절차가 공화당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미국 전현직 대통령 최초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 과정 및 결과가 내년 11월 미 대선의 향방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 전에도 이미 야당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의 지지율 1위 후보였다. 기소 후 그를 향한 보수 유권자의 지지가 두터워지면서 경쟁 후보가 맥을 못 추는 조짐이 뚜렷하다. 주요 공화당 인사 또한 “경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속속 선언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여론의 역풍 등을 우려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 관한 언급을 삼가고 있다. 그 대신 안정적인 지도자의 이미지를 굳히기 위해 경제 등 민생 챙기기에 주력하고 있다.● 공화 ‘트럼프 쏠림’ 가속…지지율 1위 굳건 신디 스미스 공화당 상원의원(미시시피)은 4일 “트럼프의 복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토미 터버빌(앨라배마), 마크 멀린(오클라호마), 에릭 슈밋(미주리), J D 밴스(오하이오) 등에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한 6번째 공화당 상원의원이다. 대배심의 기소 결정 이후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의 보수층 결집 현상이 감지된다. 야후뉴스와 유고브가 지난달 30, 31일 성인 10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화당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5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2위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21%)보다 2배 이상 높았다. 트럼프 캠프 측은 기소를 선거 마케팅에 본격 활용하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법정에 출석하며 ‘머그샷’(피의자의 식별용 사진)을 찍지도 않았는데 캠프는 공식 사이트에서 가짜 머그샷 이미지가 인쇄된 티셔츠를 개당 36달러(약 4만6800원)에 팔고 있다. 캠프 측은 기소 결정 후 5일 만에 총 1000만 달러(약 130억 원)의 선거 자금을 모았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내 경선에서 승리해 공화당의 대선후보가 되더라도 그의 본선 경쟁력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가 2020년 대선에서 패한 것도 중도 유권자를 사로잡지 못했기 때문인데 이번 재판으로 이런 흐름이 더 짙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양한 사법 리스크에 노출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러 재판에 대비하기 위해 선거 유세에 집중하기 어렵고 이 또한 공화당에 악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2일 경선 출마를 선언한 애사 허친슨 전 아칸소 주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선에서 하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민생 강조하며 ‘트럼프’엔 침묵 바이든 대통령은 기소 이후 지금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에 관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고 있다. 그는 4일 백악관에서 인공지능(AI) 관련 회의를 주재하며 “테크 기업은 대중에 공개하기 전에 AI 제품을 안전하게 만들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날 미국 정치전문매체 액시오스는 “대통령의 일부 측근이 3분기가 시작되는 올 7월에 재출마를 선언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된 상황에서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전략가는 로이터통신에 “대통령이 민생에 집중하는 모습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혼란에 빠진 모습이 한 화면에 동시에 잡히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당내 1위가 굳건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내 경쟁자 대신 ‘바이든 때리기’에 나섰다. 그는 이날 플로리다주의 마러라고 자택에서 연설을 통해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이 위협적이고 파괴적인 연합으로 뭉쳤는데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문서 조작 등 34개 혐의로 기소된 후 4일(현지 시간) 법원의 기소 인부 절차를 마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다음 공판 기일은 12월 4일로 잡혔다. 이번 혐의에 대한 최종심 결과는 빨라야 2024년 11월 대선 이후에나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4일 CNN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 재판부는 “12월 4일 검찰과 변호인의 의견을 듣겠다”며 이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면 참석을 지시했다. 변호인 측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참석을 면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이를 감안할 때 검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본격적인 법정 공방은 내년부터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은 내년 1월,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내년 봄 이후에 재판을 개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2024년 대선에 나설 공화당 후보 경선 시작을 알리는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는 내년 2월 5일,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경선)는 같은 달 13일 각각 열린다. 이번 기소 외에도 2020년 대선 개표 개입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다양한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 각종 사법 절차가 공화당 대선후보 선출 과정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도착하면서부터 긴장감으로 팽팽했다. ‘성추문 입막음’ 의혹 등으로 미 전·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 뉴욕 형사법원에서 피고에게 기소 사유를 알리고 그에 대한 인정 여부를 묻는 절차인 ‘기소 인부(認否) 절차’를 밟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이 지옥으로 갔다”고 쏘아붙였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노 코멘트” 하며 거리를 뒀다. 분열로 치닫는 미국의 단면이 맨해튼에서 펼쳐졌다.● 트럼프 도착부터 TV 생중계 미국 주요 지상파와 지역 방송사는 헬기까지 띄우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3일 오후 3시 40분경 전용기 편으로 뉴욕 퀸스 라과디아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생중계했다. 오후 4시 15분경 뉴욕경찰(NYPD)과 백악관 비밀경호국(SS) 경호를 받으며 맨해튼 트럼프타워에 도착한 그는 거리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굳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고는 들어갔다. 평소에도 관광객이 많이 오가는 5번가 트럼프타워 앞에는 바리케이드가 설치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반(反)트럼프 시위대, 그리고 취재진이 뒤섞여 일대 교통은 사실상 마비됐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는 대선에서 이겼다’ ‘바이든을 체포하라’ 등이 쓰인 팻말을 들고 그를 응원했다. 반면 반트럼프 시위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에 따라 기소되고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트럼프 친위대원’으로 통하는 공화당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조지아주)이 “4일 함께 시위에 나서자”고 예고하자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거짓 정보와 증오 메시지를 퍼뜨려 온 그린 같은 사람이 온다. 폭력 행위에 가담한다면 누구든 체포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맞받았다.● 트럼프 “마녀사냥” vs 바이든 ‘경제 행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뉴욕으로 향하기 직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마녀사냥, 한때 위대했던 미국이 지옥으로 가고 있다”며 자신을 정치적 희생자로 묘사했다. 또 이날 발송된 후원금 모금 이메일에는 “우리나라는 무너졌다. 하지만 미국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린 할 수 있고 2024년 나라를 구할 것”이라고 지지자들을 자극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원의 기소 인부 절차에 출석해 무죄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변호인 조 타코피나 변호사는 3일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번 심리에서 무죄(Not guilty)라는 답변 말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기소 인부 절차 시작 전 취재진 사진 촬영을 허용한 데 대해 “이미 거의 서커스 같은 분위기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기소 인부 절차 심리를 맡은 후안 머천 판사는 CNN방송 등의 생방송 요청에 대해 “이 기소는 기념비적인 의미를 지닌 사안”이라면서도 거부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도 전임자의 법정 출두 관련 질문에 “노 코멘트”라고 답하며 경제 행보에 나섰다. 미네소타주 에너지 기업을 방문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3대 입법’에 따른 투자 및 일자리 창출 성과를 홍보하며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과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 그는 ‘(뉴욕에서) 폭력 시위 등을 우려하느냐’고 묻자 “아니다. 나는 NYPD를 믿는다”라고만 답했다. 미국 내 여론 분열은 극심해지고 있다. 3일 CNN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60%는 ‘기소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지층 94%가 지지했고, 무당층은 60%가 지지했다. 반면 공화당 지지층은 79%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전체 응답자 76%는 ‘기소 결정에 정치가 핵심 또는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봤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도착하면서부터 긴장감으로 팽팽했다. ‘성추문 입막음’ 의혹 등으로 미 전·현직 사상 최초로 기소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 뉴욕 형사법원에서 피고에게 기소 사유를 알리고 그에 대한 인정 여부를 묻는 절차인 ‘기소 인부(認否) 절차’를 밟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이 지옥 같다”고 쏘아붙였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노 코멘트” 하며 일자리 행보에 나섰다. 분열로 치닫는 미국의 단면이 맨해튼에서 펼쳐졌다.● 트럼프 도착부터 TV 생중계 미국 주요 지상파 및 지역 방송사는 헬기까지 띄우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3일 오후 3시 40분경 전용기편으로 뉴욕 퀸스 라구아디아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생중계했다. 오후 4시 15분경 뉴욕경찰(NYPD)과 백악관 비밀경호국(SS) 경호를 받으며 맨해튼 트럼프타워에 도착한 그는 거리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굳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고는 들어갔다. 평소에도 관광객이 많이 오가는 5번가 트럼프타워 앞에는 바리케이드가 설치된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반(反)트럼프 시위대, 그리고 취재진이 뒤섞여 일대 교통이 사실상 마비됐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는 대선에서 이겼다’ ‘바이든을 체포하라’ 등이 쓰인 팻말을 들고 그를 응원했다. 반면 반트럼프 시위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에 따라 기소되고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트럼프 친위대원’으로 통하는 공화당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조지아주)이 “4일 함께 시위에 나서자”고 예고하자 애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거짓 정보와 증오 메시지를 퍼뜨려 온 그린 같은 사람이 온다. 폭력행위에 가담한다면 누구든 체포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맞받았다.● 트럼프 “마녀사냥” vs 바이든 ‘경제 행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뉴욕으로 향하기 직전 자신의 소셜 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마녀사냥, 한때 위대했던 미국이 지옥으로 가고 있다”고 적었다. 또 이날 발송된 후원금 모금 e메일에는 “우리나라는 무너졌다. 하지만 미국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린 할 수 있고 2024년 나라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원 기소 인부 절차에 출석해 무죄 주장을 펼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변호인 조 타코피나 변호사는 3일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통신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번 심리에서 무죄(Not guilty)라는 답변 말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기소 인부 절차 시작 전 취재진 사진 촬영을 허용한 데 대해 “이미 거의 서커스 같은 분위기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기소 인부 절차 심리를 맡은 후안 머천 판사는 CNN방송 등의 생방송 요청은 거부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맨해튼 대배심이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 결정을 내린 날과 마찬가지로 이날도 그의 법정 출두 관련 질문에 “노 코멘트”라고 답하며 경제 행보에 나섰다. 미네소타주 에너지 기업을 방문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3대 입법’에 따른 투자 및 일자리 창출 성과를 홍보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 투자하는 정책이 작동하고 있다”며 “공급망은 다시 미국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뉴욕에서) 폭력 시위 등을 우려하냐고 묻자 “아니다. 나는 NYPD를 믿는다”고 답했다. 여론 분열은 여전했다. 3일 CNN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60%는 ‘기소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지층 94%가 지지했고, 무당층은 60%가 지지했다. 반면 공화당 지지층은 79%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도 전체 응답자 76%는 ‘기소 결정에 정치가 핵심 또는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봤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