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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선 만리장성 넘을 겁니다!”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 여자 탁구 단체전 은메달을 획득한 서수연(35·광주시청)과 이미규(33·울산시장애인체육회), 윤지유(21·성남시청)는 3년 뒤 파리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반드시 따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한국 대표팀은 2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탁구 여자 TT1-3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에 0-2로 패했다. 이들 세 명은 2016년 리우 대회에서 동메달을 합작한 사이다 5년 만에 열린 이번 패럴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따내겠다는 각오를 다져왔지만 중국에 막혀 은메달을 획득했다. 승부처로 꼽았던 1복식에서 이미규-윤지유 조가 중국 쉐쥐안(32)-리첸(32) 조에게 2-3 역전패를 당하면서 흐름을 내줬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선수들은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미규는 “복식을 잡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처음에 쉽게 풀어 가다가 나중에 져서 좀 아쉽다. 복식을 잡았어야 (단식을) 부담 없이 풀어 갔을 텐데…”라고 곱씹었다. 복식에 이어 단식에 나선 윤지유는 “개인전에서 진 선수(쉐쥐안)에게 도전하고 싶었는데 잘 나가다 뒷심이 부족해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윤지유는 지난달 28일 개인 단식 4강에서 쉐쥐안에 2-3으로 패해 결승에 오르지 못한 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단체전에서 설욕을 노렸으나 이번에도 만리장성은 높기만 했다. 옆에서 동생들을 지켜본 ‘맏언니’ 서수연은 “아무래도 두 친구(이미규·윤지유)가 주전으로 뛰다 보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응원을 많이 하려고 하는데 할 수 있는 게 응원뿐이라 안타까웠다”며 “다들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한 것이니 정말 대단하고 잘했다”고 다독였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경기장에서는 남자부 시상식을 진행했다. 금메달을 딴 중국 국가 ‘의용군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탁구 강국인 중국은 시상대 단골손님이다. 이날 열린 단체전 결승 3경기에서 금메달은 모두 중국이 차지했다. 이날 오전에는 남자 TT4-5 단체전 결승에서 나선 김영건(37), 김정길(35·이상 광주시청), 백영복(44·장수군장애인체육회)도 중국에 덜미를 잡혔다. 서수연은 “항상 애국가를 많이 들어봤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메달) 색깔 바꾸고 싶다는 얘기도 많이 한다”며 “오늘도 단체전 들어가기 전부터 ‘이번엔 꼭 금메달 따보자’고 했다. 이번 경기 초반부터 경기 흐름을 가져와서 정말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쉽다. 다 똑같은 마음일 것 같다”고 했다. 한국 탁구 역시 발전하고 있다. 5년 전 동메달을 도쿄에서는 은메달로 바꿨다. 3년 후 파리 대회에선 금메달을 노려볼 만 하다. 서수연은 “지유가 충분히 기량이 되니 앞으로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에이스’로 인정받은 윤지유는 “파리에서는 애국가가 더 많이 울렸으면 좋겠다”며 “쉽게 이기면 그다음 세트를 더 밀어붙여야 하는데 중간에 풀어버려서 경기가 쉽게 넘어간 것 같다. 안 되는 부분을 보강하면 파리 대회 때는 쉽게 이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국 여자 선수 가운데는 아직 패럴림픽 금메달을 차지한 이가 없다. ‘언제쯤 금메달이 나오겠느냐’는 질문에 세 선수는 망설임 없이 “파리”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대회 개인 단식에서도 메달을 획득한 서수연(은)과 이미규, 윤지유(이상 동)는 메달 두 개씩을 목에 걸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이미규는 “응원해주는 가족들이 너무 보고 싶다. 친구와 지인 분들이 많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고, 열심히 지도해주신 황은빛 코치님께도 감사하다”며 “일단 돌아가서 일주일 동안 쉬고 싶다”고 했다. 한국 음식이 그립다는 윤지유는 “배달 음식과 치킨 같은 걸 먹고 싶다. 빨리 집에 가고 싶다”며 웃었다. 서수연은 “다들 피로가 쌓여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라며 “가족과 주변 분들께 많은 응원을 받았다. 경기를 시청하시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응원해주신 분들이 많았는데, 모두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21년 만에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본선에 진출한 한국 남자 휠체어농구 대표팀이 10위로 일정을 모두 마쳤다. 고광엽(49)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패럴림픽 남자 휠체어농구 9, 10위 순위결정전에서 이란에 54-64로 패했다. A조 조별리그에서 1승4패에 그쳐 8강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던 한국은 조 5위로 밀려나 B조 5위 이란과 순위결정전에서 만났다. 주장 조승현(38·춘천시장애인체육회)과 맏형 김호용(49·제주삼다수)이 각각 17점, 12점으로 분전했지만 패배를 막지 못했다. 휠체어농구가 패럴림픽 무대에 선 건 2000 시드니대회 이후 21년만이다. 개최국 자격으로 처음 나섰던 1988 서울대회까지 포함하면 총 세 번째인데 이번에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서울 대회에선 16개국 중 13위, 시드니대회에서 12개국 중 11위를 차지했다. 목표로 했던 토너먼트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스페인, 터키 등 강호들을 상대로 대등하게 싸워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러나 주축 선수들의 나이가 적지 않아 세대교체의 필요성도 절감한 대회였다. 4쿼터 승부처에서 밸런스가 무너지고, 턴오버가 자주 나온 원인이다. 한국 선수 12명의 평균 연령은 36.5세로 이날 상대였던 이란(29.9세)보다 여섯 살 이상 많았다. 한국 대표팀에는 40대 선수도 세 명(김호용·이치원·이병재)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휠체어농구 대표팀은 지난해 9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고 한사현 전 감독의 영전 앞에 꼭 메달을 바치겠다는 각오로 이번 대회에 임했다. 한 전 감독은 국내 휠체어농구의 대부로 2010년부터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2014년 인천 세계선수권에서 사상 첫 8강(6위)을 이끌었다. 2018년부터 간암 투병을 하면서도 내색하지 않았던 그는 2019년 12월 국제휠체어농구연맹(IWBF) 아시아·오세아니아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하며 도쿄행 티켓을 따내며 결실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대회가 1년 연기되면서 한 전 감독은 선수들이 패럴림픽 코트를 누비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선수들이 한 전 감독을 가슴에 품고 8강을 넘어 4강이라는 목표를 새겼던 배경이다. 비록 메달을 목에 걸진 못했지만 패럴림픽 역대 최고 순위이라는 한국 휠체어농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한국과 이란 양국 선수들은 경기 후에 서로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고, 박수를 보내며 격려했다. 김동현(33·제주삼다수)은 “마지막 종료 부저가 울리는데 벅차올랐다. 이번 대회를 통해 끝까지 강팀과 막상막하로 할 수 있었다는 게 소득이다. 더 끝까지 비벼볼 수 있는 팀이 되겠다”며 “4쿼터에 안일하게 플레이하는 게 반복됐다. 잘 보완해서 다음 대회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김영무(43·서울시청) 코치는 “강팀에 강하고, 약팀에 약했다. 선수들의 기복이 너무 심했다. 멘탈을 강하게 해 평균을 꾸준히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고 감독은 “선수들이 나이가 많다 보니 막판에 체력 문제가 나왔다. 유망주 발굴에 힘쓰겠다”고 말했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나는 이렇게 웃으며 무대 위 주인공 됐지. 나를 괴롭히던 너는 방 안에만 갇혀 있는 동안에.” 아프가니스탄 태권도 대표 자키아 쿠다다디(23)는 문자 그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깜깐한 경기장에 들어섰다. 홀 전체에 미국 록 밴드 ‘이매진 드래곤스’가 부른 ‘선더’가 울려 퍼지고 있던 와중이었다. 이 노래 가사처럼 쿠다다디는 이 경기뿐 아니라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무대 주인공이 되어 활짝 웃었다. 2일 오전 10시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홀 B에서는 패럴림픽 역사상 첫 번째 태권도 경기가 열렸다. 태권도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까지는 패럴림픽 정식 종목에서 빠져 있었지만 이번 대회부터 정식 종목이 됐다. 이 대회 첫날 첫 경기 주인공이 바로 쿠다다디였다. 이날 쿠다다디와 여자 49kg급 경기를 치른 지요타혼 이자코바(23·우즈베키스탄)보다 선수 소개도 빨랐다. 이 경기에 출전하면서 쿠다다디는 2004년 아테네 대회 육상에 나섰던 마리나 카림(32) 이후 아프간 역사상 두 번째 여자 패럴림픽 선수가 됐다. 쿠다다디는 원래 지난달 16일 아프간 수도 카불을 떠나 도쿄에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하면서 공항이 폐쇄되는 바람에 카불에 갇힌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후 국세 사회 도움으로 프랑스 파리를 거쳐 도쿄에 도착하는 데 성공했다. 한 손으로 머리 보호대를 착용한 두 선수는 상대 몸통을 발로 차면서 호구 센서를 점검했다. 이제 크루퍼 제니퍼 주심이 “준비”, “시작”을 외쳤다. 두 선수는 곧바로 타격전에 들어갔다. 쿠다다디가 몸통 공격으로 먼저 선취점을 뽑았다. 그 뒤 이자코바가 반격에 나서면서 공방이 이어졌다. 1회전은 쿠다다디가 6-5로 앞선 채 끝이 났다. 그러나 이자코바가 2회전 시작과 함께 몸통 발차기를 세 번 성공하면서 12-6 역전에 성공했다. 마지막 3회전에서 쿠다다디가 추격에 나섰지만 더블 스코어 차이를 극복하기는 무리였다. 결국 쿠다다디가 12-17로 패했다. 쿠다다디는 왼팔에 선천적인 장애가 있다. 아프간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을 딴 태권도 대표 로훌라 니크파이(34)를 TV에서 보고 태권도를 시작했다. 그 뒤 뒤뜰이나 공원에서 계속 연습하면서 패럴림픽 출전 꿈을 키웠다. 그리고 이날 마침내 그 꿈을 이뤘다. 쿠다다디와 함께 국경을 넘은 호사인 라소울리(26)는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육상 남자 멀리뛰기 T47에 출전해 참가 선수 13명 중 13위를 기록했다. 라소울리는 원래 100m가 주종목이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낯선 종목 경기를 통해 패럴림픽 무대를 밟아야 했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첫 메달을 땄으니까 이제 메달 색깔을 바꿔 보겠습니다.” ‘장애인 사격의 진종오’ 박진호(44·청주시청)는 지난달 30일 2020 도쿄 패럴림픽 사격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 SH1에서 동메달을 따낸 뒤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이틀 뒤인 1일 일본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혼성 10m 공기소총 복사 SH1 결선에서 253.0점으로 은메달을 차지하면서 다짐을 현실로 만들었다. 금메달을 딴 나타샤 힐트로프(29·독일)와는 딱 0.1점 차이. 박진호는 “영점도 일찍 잡혔고 컨디션도 좋았다. 딱 한 발 실수가 문제였다”며 “그래도 내가 가진 경기력을 다 보여준 것 같아 후회는 없다. 재미있는 경기였다”고 말했다. 박진호는 이날 총 60발을 쏘는 예선에서 638.9점으로 패럴림픽 최고 기록을 세우면서 결선에 올랐다. 결선에서도 선두를 지키다 22번째 총알이 9.6점에 그치며 2위로 내려갔다. 박진호는 남은 두 발에서 순위를 뒤집지 못하고 결국 2위로 경기를 마쳤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해 체대에 진학한 박진호는 스물다섯 살이던 2002년 낙상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재활 도중 의사가 운동을 권하자 “남자다운 종목을 하고 싶다”며 사격 선수가 됐다. 한국에서 경기를 지켜본 아내 양연주 씨(40)는 “남편이 ‘어떤 메달이든 꼭 가지고 오겠다’고 했는데 벌써 2개나 따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양 씨 역시 최근 남편 권유로 충북장애인사격연맹에 선수 등록을 마쳐 둘은 부부 사격 선수가 됐다. 3일 남자 50m 소총 3자세, 5일 혼성 50m 소총 복사 경기를 남겨둔 박진호가 동빛과 은빛이 아닌 다른 색으로 또 메달 색깔을 바꿀 수 있을까.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한국은 배드민턴이 비장애인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1992년 바르셀로나 이후 세계 톱3 성적을 유지해 왔다. 한국이 2020 도쿄 대회 때까지 올림픽 배드민턴에서 따낸 메달은 총 20개(금 6개, 은·동 각 7개)로 중국(47개), 인도네시아(21개) 다음으로 많은 기록이다. 반면 한국 장애인 배드민턴 선수들은 여태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 메달을 한 개도 따지 못했다. 선수들 잘못이 아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까지는 배드민턴이 패럴림픽 정식 종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배드민턴은 이번 도쿄 대회부터 태권도와 함께 정식 종목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WH2 남자 단식 4연패를 비롯해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을 6번 차지한 김정준(43·울산 중구청)을 비롯한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이번 대회 개막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도쿄에 도착했다. 그 뒤 “하던 대로만 하면 된다”는 자세로 현지 적응 훈련을 진행해 왔다. 한국은 휠체어를 타고 경기를 치르는 남자 WH1(중증), WH2(경증) 단식 종목에서 메달을 노린다. 이동섭(50·제주도)과 이삼섭(51·울산 중구청)이 WH1 경기에 출전하며 김경훈(45·울산 중구청)이 김정준과 함께 WH2 경기에 나선다. 이동섭과 김정준은 WH1-WH2 복식에서도 강력한 메달 후보로 손꼽힌다. 이동섭은 1일 도쿄 국립 요요기 경기장에서 열린 첫날 A조 예선 경기에서 자카란 홈후알(33·태국)을 2-0(23-21, 21-16)으로 물리치고 한국 선수 첫 승을 신고했다. 이동섭은 초반부터 매서운 공격력으로 점수를 따내면서 격차를 벌렸다. 상대 추격도 만만치 않았다. 중간 중간 위기도 있었지만 결국 23-21 스코어로 1세트를 따냈다. 2쿼터도 접전이었다. 이동섭이 달아다면 홈후알이 쫓아오는 공방전이 이어졌다. 막바지 이동섭의 분투가 빛을 발했고 결국 21-16으로 세트를 잡으면서 2-0으로 승리했다. 이동섭은 경기 후 “초반 경기장 에어컨 바람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 셔틀콕이 날아가는 게 들쭉날쭉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를 하면서 몸이 풀렸고 결국 이길 수 있었다. 몸 상태가 100%는 아니지만 남은 경기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내겠다”면서 “목표는 단식, 복식 2관왕”이라고 선전을 다짐했다. 반면 통산 세계선수권 메달 20개(금 14개·은 6개)를 자랑하는 이삼섭은 무라야마 히로시(47·일본)에게 1-2(21-15, 13-21, 17-21)로 역전패했다. 한국 대표팀 첫 주자로 나선 강정금(53·제주도)은 여자 단식 WH1 A조 경기에서 사토미 사리나(23·일본)에게 0-2(12-21, 7-21)로 패했다. 이어 이선애(52·부산장애인배드민턴협회)도 여자 단식 WH2 B조 첫 경기에서 야마자키 유마(33·일본)에게 0-2(20-22, 16-21)로 덜미가 잡혔다. 김경훈 김경준은 2일 맞대결로 일정을 시작한다. 패럴림픽 배드민턴 개인전은 4명씩 3개조를 이뤄 풀리그를 펼친 뒤 각조 상위 2위 안에 이름을 올린 6명과 부전승 혜택을 받은 세계랭킹 1, 2위가 8강 토너먼트를 치른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키 149cm의 작은 거인’ 전민재(44·전북장애인체육회)가 100m 8위로 자신의 네 번째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을 마무리했다. 전민재는 1일 오후 7시 10분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여자육상 100m T36 결선에서 15초51를 기록했다. 전민재는 이놀 오전 예선에서 15초41로 시즌 베스트 기록을 스면서 8위로 결선에 올랐다. 오후에 열린 결선에서는 8번 레인에서 투혼의 질주를 선보였지만 기록은 예선보다 0.10초 늦었다. 이 종목 세계신기록 보유자이자 이번 대회 200m에서 세계신기록(28초21)으로 금메달을 딴 스이팅(24·중국)이 13초61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는 자신의 종전 세계기록(13초68)을 0.07초 앞당긴 결과다. 이어 2012년 런던 금메달리스트인 옐레나 이바노바(33·러시아패럴림픽위원회)가 14초60로 은메달을 땄고, 도쿄에서 200m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대니엘 애치손(20·뉴질랜드)이 14초62로 동메달리스트가 됐다. 전민재는 자타공인 한국 장애인 육상 레전드다. 31세 때인 2008년 베이징 대회에 첫 출전한 뒤 2012년 런던 대회에서 100m와 200m에서 각각 은메달, 2016년 리우 대회 때는 200m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육상 여자 스탠딩 선수로 패럴림픽 메달을 딴 건 전민재가 유일하다. 전민재는 “3등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자”며 지난달 29일 주종목인 200m 경주에 나섰지만 31초17로 4위를 기록하면서 3개 대회 연속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경기 직후 전민재는 크게 낙담한 표정으로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을 그냥 지나쳤다. 전민재를 대신해 인터뷰에 응한 이상준 코치는 “아침에 예선 뛴 것보다 결과가 안 나왔다. 선수와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200m 부진 영향도 남아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3년 후인 2024년 파리 패럴림픽 출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코치는 “선수에게 물어보기 조심스러운 문제이기도 하고, 선수에게 부담이 될까 싶어 아직 확인하지 않았다”면서 “현재 컨디션을 볼 때 2022년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 때까지는 나갈 수 있지 않겠냐고 이야기는 나누고 있다. 하지만 아직 선수가 직접 ‘나가겠다’고 결정한 건 아니다”고 전했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대한민국 국기(國技)’ 태권도가 2일 마침내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무대에서 첫 선을 보인다. 태권도는 2015년 1월 31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집행위원회에서 배드민턴과 함께 도쿄 패럴림픽 정식종목에 채택됐다.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 총재는 당시 “WT의 꿈이 이뤄진 것일 뿐 아니라 전세계 장애인태권도 선수들의 꿈이 이뤄진 것”이라고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날 이후 세월이 6년 반 흘렀다. 2일 오전 10시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홀 B에서 도쿄 패럴림픽 태권도 첫 경기가 막을 올린다. 역사적인 태권도 패럴림픽 데뷔전 주인공이 우여곡절 끝에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한 자키아 쿠다다디(23)라는 사실이 드라마틱하다. 쿠다다디는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비장애인 올림픽에서 연속 동메달을 획득한 ‘아프간 최초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된 로훌라 니크파이(34)를 TV로 보고 태권도를 시작했다. 쿠다다디는 이날 여자 49㎏급 16강에서 지요다콘 이자코바(23※우즈베키스탄)와 첫 대결에 나선다. 세계 챔피언 4회, 유럽 챔피언 4회에 빛나는 ‘레전드’ 리사 게싱(43·덴마크)은 여자 58㎏급에서 초대 패럴림픽 챔피언을 노린다. 게싱은 “6년 반은 선수에게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다. 모든 선수들이 패럴림픽의 목표 하나로 아주 오랜 기간을 달려왔다”며 기대감을 전했다. 한국에서는 주정훈(27·SK에코플랜트·세계 12위)이 3일 오전 10시 반 남자 75kg급에서 첫 경기에 나선다. 상대는 세계 5위 마고메드자기르 이살디비로프(30·러시아패럴림픽위원)다. 주정훈은 ‘태권도 종주국’ 한국 최초 패럴림피언이자 이 대회 유일한 출전선수다. 두 살 때 할머니가 자리를 비운 새 소여물 절단기에 오른손을 잃은 주정훈은 초등학교 2학년 때 부모님 권유로 태권도를 시작했다. 비범한 재능으로 비장애인 선수들과 경쟁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주변 시선에 상처를 받고 고등학교 2학년 때 태권도의 꿈을 내려놓았다. 그러나 태권도가 패럴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2017년 12월 다시 도복을 입었다. 주정훈은 올해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도쿄 패럴림픽 아시아 선발전을 1위로 통과해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도쿄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패럴림픽 태권도가 6년 반 기다림 끝에 도쿄에서 첫 발을 떼는 의미 있는 자리에 ‘종주국’ 선수가 단 1명뿐이며, 여성 선수는 전무하다는 사실은 아쉽다. 터키는 남녀 6체급에 6명이 모두 출전권을 따냈다. 러시아에서는 남자 3명, 여자 1명, 아제르바이잔에서는 남녀 각 2명 등 총 4명이 이 대회에 출전했다. 주최국 일본도 남자 2명, 여자 1명 등 총 3명이 나선다. 이에 대해 국내 태권도계가 패럴림픽 정식 종목 채택에만 신경 썼을 뿐 국내 장애인 태권도 저변 확대나 선수 발굴에는 무심했던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장애인태권도협회는 “다른 나라보다 예산 지원이 늦어졌고 선수들 랭킹 포인트도 낮다. 3년 후 파리 패럴림픽을 앞두고 기초 종목 육성사업을 통해 적극적으로 선수를 발굴하겠다. 주정훈 이외에도 1, 2명을 더 출전시킬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도쿄 패럴림픽 태권도 금메달은 ▽남자 △61㎏ △75㎏ △75㎏초과급 ▽여자 △49㎏ △58㎏ △58㎏초과급 등 6개다. 양쪽 팔 모두 팔꿈치 아래 장애가 있는 K43과 한쪽 팔 또는 다리 기능에 제약이 있는 K44 등급을 통합해 진행한다. 태권도를 전파한 200여 개국 중 현재 장애인 태권도 프로그램을 시행중인 나라는 80여 개 국. 도쿄 대회에는 남자 27개국 36명, 여자 26개국 35명이 출전한다. 도쿄 패럴림픽 태권도는 경기 규칙도 비장애인 올림픽과 조금 다르다. 유효타는 2점, 180도 발차기는 3점, 360도 발차기는 4점이지만 도쿄 패럴림픽 경기에서는 선수 보호 차원에서 머리공격(3~5점)은 허용하지 않는다. K43, K44가 손목 절단 장애 유형인 만큼 몸통 부위 주먹공격(1점)도 금지다. 채점방식도 다르다. 예를 들어 뒤차기의 경우 비장애인 올림픽에선 4점이지만 패럴림픽에선 3점이다. 올림픽에선 16강 이후 패한 선수만 패자부활전에 나갈 수 있짐나 패럴림픽에서는 모든 선수가 패자부활 기회를 얻을 수 있다.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당신이 걱정하고 원하던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 왔는데 당신 빈자리가 너무 크네요.” 2020 도쿄 패럴림픽에 출전한 양궁 여자 국가대표 조장문(55·광주시청)은 3년 전 남편 김진환 씨를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다. 소아마비로 오른발이 불편한 조장문이 2012년 선수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준 남편이었다. 남편은 2018년 3월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2017년 10월 김 씨가 갑작스레 허리 통증을 호소해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진행했는데 간암 말기라는 결과가 나왔다. 암세포가 간에서 척추로 전이돼 척추 4번이 무너졌고 이 때문에 심한 허리 통증을 겪은 것이다. 서울에서 치료 방법을 찾았지만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고, 수술도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김 씨 선택으로 2017년 12월 전남 화순군 전남대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석 달 뒤 가족을 남겨준 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겨우 마음을 추스른 조장문은 남편 유품을 정리하다가 한 번 더 오열했다. 김 씨가 병원에서 쓰던 다이어리에 자신에게 쓴 편지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여보, 고맙고 미안하다. 못난 남편을 살리려고 했는데 평생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다. 도쿄 패럴림픽도 함께 할 수 없구나.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못난 나를 만나서 아들과 딸 잘 키우고, 열심히 살아줘서 고맙다. 여보, 너무 슬퍼하지 마. 장성한 두 아들이 있고, 예쁜 딸도 있잖아. 힘든 일은 큰 아들과 상의하고”라고 썼다. 마지막으로 “여보, 패럴림픽에는 꼭 나가. 내가 위에서 응원할게. 사랑한다. 문이야. 못난 남편이”라고 썼다. 다이어리에는 아내뿐 아니라 일가친척에게 쓴 편지도 있었는데 모두 ‘부인을 잘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영원한 내 편’이었던 남편을 잃었다는 허전함,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과 자식들을 위해 마음 썼을 남편의 모습이 그려졌다. 패럴림픽만 바라보며 연일 구슬땀을 흘려온 조장문은 도쿄에 도착해 펜을 잡았다. 하늘에 있는 남편에게 보내는 답장이다. 조장문은 “항상 국내 경기 때 함께 했던 당신의 힘으로 2019년 네덜란드(세계선수권대회)에서 쿼터(출전권)를 획득해 당신이 걱정하고 원하던 도쿄 패럴림픽에 왔어요. 남편 빈자리가 너무 크고, 힘들 때마다 산소를 찾아 (당신을) 불러보지만 대답이 없어서 눈물만 나오네요”라고 답했다. 이어 “끝까지 함께 하며 내 오른발이 돼주겠다던 약속은 어디로 가버리고, 하늘이 야속하기만 하네요”라며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세요. 남편 덕분으로 아이들과 씩씩하게 살아갈게요. 항상 하늘에서 응원해주세요. 우리 남편 너무 보고 싶네. 사랑해”라고 썼다.조장문은 2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리는 여자 개인전 리커브 오픈(32강전)에 출전한다. 2016 리우 대회에선 이 종목 9위에 이름을 올렸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지겨운가요 힘든가요 / 숨이 턱까지 찼나요 / 할 수 없죠 어차피 / 시작해 버린 것을” ‘충무의 딸’ 이경화(49·경남)는 1일 일본 시즈오카현 후지국제스피드웨이 일대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도로 사이클 여자 개인 도로 경주 결선 H1-4에서 14위(1시간15분28초)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쏟아지는 햇살 속에 / 입이 바싹 말라와도 / 할 수 없죠 창피하게 / 멈춰설 순 없으니” 2018년 사이클을 시작한 이경화에게는 첫 번째 패럴림픽 첫 출전이다. 그 전에는 운동 경험이 없다. 그래도 전체 참가 선수 16명중 14위를 기록했으니 꼴찌는 아니다. 그런데도 이경화는 “꼴찌들도 열심히 노력하거든요. 많이 사랑해주세요”라며 응원과 격려를 부탁했다. “이유도 없이 가끔은 / 눈물나게 억울하겠죠 / 1등 아닌 보통들에겐 / 박수조차 남의 일인걸” 이경화는 경기 후 “메달권 선수들이 긴장할 텐데 나도 너무 가슴이 설렜다. 메달 선수를 옆에 두고 표를 안냈지만 밤새 두근두근했다. 그러나 경기에선 두근거림이 사라지고 기쁨으로 경기를 끝내 행복하다”고 말했다. “단 한가지 약속은 /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 / 끝난 뒤엔 지겨울 만큼 / 오랫동안 쉴 수 있다는 것” 이경화는 “운동을 시작한 뒤 긍정의 힘이 더 생겼다. 사회에 한발 더 다가갔다. 나를 찾는 길 인거 같아 더 행복하다. 사이클을 할 수 있어 영광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힘든 경기를 마쳤지만 목소리엔 긍정 에너지가 넘쳤다.※중간중간 등장하는 노랫말은 윤상 ‘달리기’에서 따왔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한국 장애인 탁구 대표팀이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단체전 준결승에서도 순항하며 최소 은메달 3개를 확보했다. 백영복(44·장수군장애인체육회), 김영건(37), 김정길(35·이상 광주시청)이 나선 한국 남자 탁구 TT4-5 단체전 대표팀은 1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4강전에서 프랑스를 2-0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김영건은 개인 단식 TT4 은메달에 이어 이 대회 두 번째 메달을 걸게 됐다. 패럴림픽 탁구 단체전은 비장애인 올림픽처럼 복식-단식-단식 순으로 경기를 치르며 두 경기에서 먼저 이기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한다. 한국은 김영건-김정길 조가 복식에서 승리한 뒤 김영건이 2단식에서 승리하면서 결승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한국은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2일 오전 10시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결승에서 ‘강호’ 중국을 상대로 패럴림픽 2연패에 도전한다. 중국은 2012년 런던 대회 때 챔피언에 올랐던 팀이다. 리우 금메달 멤버였던 김정길은 “2016년 대회 때 중국을 이기고 결승을 갔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때처럼 이길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개인전 결승에서 터키 선수 압둘라 외즈튀르크(32)에 패한 김영건은 앞서 단체전에서 터키를 꺾고 우승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터키는 단체전 8강에서 슬로바키아에 져 탈락하고 말았다. 김영건은 “복수는 아쉽게 됐지만 중국이 올라올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었다. 내일 아침 경기 준비 잘 해서 꼭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을 벗어난 이들은 “야, 금메달 따자”고 유쾌하게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서수연(35·광주시청), 이미규(33·울산시장애인체육회), 윤지유(21·성남시청)가 출전한 여자 탁구 TT1-3 단체전도 결승에서 중국을 만나게 됐다. 이들은 이날 준결승에서 크로아티아를 역시 2-0으로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다. 개인 단식에서 서수연이 은메달, 이미규와 윤지유가 동메달을 따낸 상태라 이들 세 명은 모두 이번 대회에서 메달 두 개씩을 획득한다. 단식에서 중국 류징(33)에 분패한 ‘맏언니’ 서수연은 “개인전 때 중국에 져서 단체전에서는 꼭 금메달을 따자고 이야기를 했다”며 “단체전에서는 꼭 좋은 결과를 얻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여자 TT1-3 단체전은 2일 오후 1시에 시작할 예정이다. 이어 차수용(41·대구광역시), 박진철(39·광주시청), 김현욱(26·울산시장애인체육회)이 출전한 남자 TT1-2 단체전 대표팀도 폴란드를 2-1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1복식에서 박진철-차수용이 5세트 접전 끝에 3-2로 승리한 한국은 박진철이 2단식에서 2-3으로 패했으나, 3단식에서 차수용이 3-1로 승리하면서 결승행을 확정했다. 남자 TT1-2 대표팀은 3일 오후 5시 프랑스와 금메달을 놓고 맞붙는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2008 베이징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사격 2관왕 이지석(47·광주광역시청)이 13년 만의 패럴림픽 메달을 눈앞에서 놓쳤다. 이지석은 1일 일본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혼성 10m 공기소총 복사 SH2 결선을 4위로 마무리했다. 2008 베이징 대회 때 복사·입사 2관왕에 올랐던 이지석은 2012 런던 대회에도 출전했지만 입상하지 못했다. 이후 9년 만에 이번 대회를 통해 패럴림픽 무대에 복귀했다. 지난달 30일 첫 경기인 혼성 10m 공기소총 입사 결선에선 7위에 자리했다. 이지석은 이날 총 60발을 쏘는 예선에서 635.5점을 맞추며 7위로 상위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진출했다. 이지석은 결선 첫 10발에서 105.2점을 쏘며 4위까지 올라섰다. 106.7점을 쏜 선두 드라간 리스티치(42·세르비아와)와는 1.3점차였다. 11번째 총알부턴 2발씩 쏴서 총점이 가장 낮은 선수가 탈락하는 ‘서든 데스’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지석은 13, 14번째 총알을 각각 10.5, 10.6점에 맞추며 총점 147.8점으로 4위에서 3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이지석은 18번째 총알을 쏠 때까지 190.2점으로 2위에 바실 코발추크(48·우크라이나)에 0.4점 뒤진 3위를 유지했다. 그때 4위 프란체크 고라즈드 티르섹(46·슬로베니아)이 무섭게 추격해 왔다. 티르섹은 18번째 총알을 최고점(10.9점)에 맞추면서 190.0점으로 이지석과 차이를 0.2점으로 좁혔다. 이지석은 19번째 총알을 10.3점에 쐈다. 기세가 오른 티르섹은 10.7점을 쏘며 0.2점 차 역전에 성공했다. 이어 이지석이 10.5점, 티르섹이 10.6점을 쐈다. 이지석은 총점 211.0점으로 티르섹(211.3점)에 0.3점이 모자라 4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리스티치와 코발추크, 티르섹이 각각 금, 은, 동을 나눠 가졌다. 태권도 사범이었던 이지석은 2001년 운전을 하다가 차가 뒤집히는 사고를 당해 경추를 다쳤고 사지가 마비됐다. 총을 들 힘이 부족해 받침대에 총을 걸쳐야 한다. 총알 장전을 할 땐 경기 보조원인 아내 박경순(44)씨의 도움을 받는다. 두 사람은 2004년 서울의 한 재활병원에서 환자와 간호사로 만나 2006년에 결혼했다. 이지석은 경기 후 “4위는 아쉬우면서도 욕심도 나는 자리”라며 “아직 마지막 종목이 남았다. 몸 상태는 나쁘지 않다. 남은 경기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말했다. 이지석은 4일 혼성 50m 소총 복사에 출전한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아쉬움보다는 뿌듯함이 더 컸다.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사격 공기 소총 10m SH1에서 은메달을 딴 박진호(44·청주시청)가 “후회 없는 재미있던 경기”라고 소감을 전했다. 박진호는 1일 일본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결선에서 나타샤 힐트로프(29·독일)에 딱 0.1점 뒤진 253.0점으로 은메달을 따냈다. 이틀 전인 지난달 30일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 동메달에 이어 이번 패럴림픽 두 번째 메달이다. 박진호는 총 60발을 쏘는 예선에서 총점 638.9으로 패럴림픽 최고 기록을 세우면서 결선에 진출했다. 결선에서도 선두를 지키던 박진호는 22번째 총알이 9.6점을 기록하며 2위로 내려갔다. 이날 예선과 결선에서 쏜 84발 중 유일한 9점대 점수였다. 남은 두 발에서 순위를 뒤집지 못하고 2위로 경기를 마쳤다. 박진호는 경기 후 “영점도 일찍 잡혔고 컨디션도 좋았다. ‘한번 해보자’하고 집중하고 있었는데 딱 한 발을 실수했다”며 “그래도 할 수 있는 경기력을 다 선보인 것 같아 후회는 없다. 재미있던 경기였다”고 말했다. 22번째 격발에서 9.6점을 쏜 뒤 심정은 어땠을까. 박진호는 “솔직히 나도 모르게 (순위를 표시하는) 모니터로 눈길이 갔다. 모니터를 안 봐야 하는데… 그래도 생각보다 순위가 많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괜찮다’고 생각했다. ‘끝까지 남은 거 해보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동메달을 땄던 첫날 경기보다 오늘 마음이 더 편했다. 내가 가진 기술을 다 써보고 싶은 욕심뿐이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좋은 경기력이 나온다면 결과가 어떻게 되든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인터뷰를 마쳤다. 어린 시절 운동을 즐겨 체대에 진학했던 박진호는 25살에 낙상 사고로 척수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됐다. 재활 중 의사가 운동을 권유하자 “남자다운 종목이 하고 싶다”면서 사격 선수가 됐다. 박진호가 재활 과정에서 사격만 만난 게 아니다. 박진호는 병원에서 함께 재활하던 양연주(40) 씨와 사랑을 키워 부부의 연을 맺기도 했다. 양 씨는 “남편이 2002년에 사고가 났고 저는 2003년에 사고가 났다. 병원에서 만나 서로 의지하면서 2004년 연애를 시작했고 이듬해 결혼하게 됐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남편 경기를 지켜본 아내 양 씨는 “정말 기쁘다. 남편이 처음 패럴림픽에 나간 2016 리우 대회 때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메달을 못 따 아쉬웠다. 남편이 ‘이번에는 어떤 메달이든 꼭 가지고 오겠다’고 했는데 벌써 은, 동 두 개나 따줘 고맙다. 남은 경기도 부담 없이 최선을 다하고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 씨 역시 남편 권유로 충북장애인사격연맹 소속으로 사격을 배우고 있다. 양 씨는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 남편이 집에서 혼자 있지만 말고 건강을 위해 같이 하자고 해 시작했다. 아직 너무 신인이라 성적은 그냥 그렇다”고 했다. 양 씨는 남편에게 “날도 덥고 부담도 많았을 텐데 지금까지 잘해줘서 너무 고맙다. 내 남편인 게 너무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이 말을 까먹을 뻔 했는데 ‘너무 사랑한다’”고 전했다. 박진호는 3일 남자 50m 소총 3자세, 5일 혼성 50m 소총 복사에 출전해 금빛 사냥에 나선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였다. 0.1점 차이로 금, 은 메달 색깔이 바뀌었다. 아쉽게도 은메달을 차지한 쪽이 한국 선수였다. 한국 장애인 사격 ‘간판’ 박진호(44·청주시청)는 1일 일본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혼성 10m 공기소총 복사 SH1 결선에서 나타샤 힐트로프(29·독일)에 0.1점 뒤진 253.0점을 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달 30일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 동메달에 이어 이번 대회 두 번째 메달이다. 박진호는 총 60발을 쏘는 예선에서 638.9점을 맞추며 패럴림픽 기록을 갈아치웠다. 박진호는 전체 47명 중 1위로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진출했다. 결선에서도 좋은 흐름이 이어졌다. 박진호는 첫 10발에서 106.3점으로 선두에 0.1점 차 뒤진 2위에 올랐다. 11번째 총알부턴 2발씩 쏴서 총점이 가장 낮은 선수가 탈락하는 ‘서든 데스’ 방식으로 진행한다. 박진호는 11·12번째 총알을 합쳐 21.0점을 쏘며 선두로 올라섰다. 박진호는 이후 10.3점 아래로 한발도 쏘지 않으면서 선두를 계속 지켰다. 경기 막판 위기가 찾아왔다. 19번째 총알을 10.1점에 쏘며 2위로 내려앉았다. 박진호는 당황하지 않고 곧바로 10.5점을 쏘며 다시 1위로 올라섰다. 스무 번째 총알까지 총점 211.2점으로 2위 힐트로프(210.5점)에 0.7점 차로 앞섰다. 210.3점으로 3위를 달리는 이리나 슈체트니크(22·우크라이나·210.3점)와도 0.9점 차이. 금메달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박진호와 힐트로프, 슈체트니크는 메달 색깔을 결정하는 마지막 승부에 들어갔다. 박진호는 21번째 총알을 최고점(10.9점)에 가까운 10.8점에 맞추며 기선을 제압했다. 힐트로프는 10.6점, 슈체트니크는 10.4점이었다. 22번째 총알이 문제였다. 9.6점. 박진호가 이날 예선과 결선에서 쏜 84발 중 유일한 9점대 점수였다. 기회를 잡은 힐트로프는 10.6점을 쏘며 총점 231.7점으로 박진호(231.6점)에 0.1점 차로 앞서 나갔다. 10.7점을 쏜 슈체트니크는 총점 231.2점, 동메달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박진호와 힐트로프는 마지막 23·24번째 총알을 각각 10.7·10.7점, 10.8·10.6점에 쏘며 두 발 합계 21.4점으로 동률을 이뤘다. 박진호가 끝내 0.1점 차이를 뒤집지 못한 것이다. 총점 253.1점으로 이 종목 패럴림픽 신기록을 세운 힐트로프가 박진호(253.0점)를 0.1점 차로 누르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박진호는 어린 시절 운동을 즐겨 체대에 진학했다. 하지만 스물 다섯살이던 2002년 낙상 사고로 척수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됐다. 재활을 하던 중 의사 권유로 운동을 시작했다. “남자다운 운동을 하고 싶다”며 총을 들었다. 박진호의 도전은 계속된다. 3일 50m 소총 3자세, 5일엔 50m 소총 복사에서 추가 메달 획득을 노린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1만5266km. 아프가니스탄 육상 대표 호사인 라소울리(26)는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출전’이라는 꿈을 이루려고 지구를 반 바퀴 돌았다. 라소울리가 진짜 꿈을 현실로 만드는 데는 13.04m가 더 필요했다. 탈레반이 아프간 정권을 장악하면서 2020 도쿄 패럴림픽 출전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던 라소울리는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프랑스 파리를 거쳐 대회 나흘 째였던 지난달 28일 태권도 여자 대표 자키아 쿠다다디(23)와 함께 도쿄에 입성했다. 의무 자가 격리 종료 시점인 31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육상 남자 멀리뛰기 T47 결선을 통해 꿈에 그리던 패럴림픽 무대를 밟았다. T47은 상체 장애가 있는 선수가 출전하는 종목이다. 라소울리는 지뢰 폭발로 왼손을 잃었다. 이날 처음 세계무대에 나선 그는 1차 시기에서 개인 최고인 4.37m 기록을 남긴 뒤 2차에서 4.21m를 뛰었다. 3차에서 4.46m 지점에 안착하며 개인 최고 기록을 뛰어넘었다. 라소울리는 참가 선수 13명 중 13위로 이날 경기를 마쳤다. 이날 라소울리의 1∼3차 시기 기록을 모두 더하면 13.04m가 나온다. 라소울리는 원래 100m 선수다. 그러나 그가 입국하기 전인 지난달 27일 이미 100m 종목은 끝났다. 이에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에서는 400m 출전을 권했지만 그는 “100m 스프린터에게 400m는 무리다. 힘들어서 못 뛴다”면서 멀리뛰기를 선택했다. IPC는 선수 정신 건강 보호 차원에서 아프간 선수단에 대한 언론 접근을 차단하고 있어 경기 후 인터뷰 등은 진행되지 않았다. 이 종목 금메달은 7.46m를 기록한 로비엘 세르반테스(18·쿠바)에게 돌아갔다.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한국 선수 심리를 뒤흔들 비책을 찾아라.” 비장애인 올림픽에 출전하는 모든 양궁 선수에게는 ‘타도 한국’이 제1 과제다.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종목 보치아 출전 선수 목표도 같다. 한국은 이번 도쿄 패럴림픽에서 1988년 서울 패럴림픽 이후 9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노리는 보치아 절대 강국이다. 보치아는 구슬치기와 컬링을 합친 듯한 종목으로 표적구 주변으로 공 6개를 굴려 상대 선수(팀)보다 1mm라도 더 가까운 공에 1점씩 부여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진행한다. 뇌병변 선수가 참가하는 종목이다 보니 비장애인 경기 파트너가 홈통을 조절해 선수가 공을 굴릴 수 있도록 돕는다. 양궁에서 한국산 활이 세계 정상급으로 통하는 것처럼 보치아 홈통과 공 역시 한국산이 세계 제일이다. 예선 조 1위로 승승장구하던 김한수(29·경기도)와 정호원(35·강원장애인체육회)이 바로 이 ‘한국산 무기’에 당했다. 31일 일본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보치아 개인전 BC 8강전에서 김한수는 대니얼 미첼(26·호주)에게 0-8, 정호원은 아담 페스카(24·체코)에 3-7로 패하고 말았다. 보치아 BC3에는 사미 마비 장애가 있어 손으로 공을 굴릴 수 없는 선수가 참가한다. 이날 호주와 체코 선수 모두 한국산 홈통과 보치아 공을 가지고 나와 한국 선수를 상대했다. 한국산 보치아 공은 표적구에 붙일 때 쓰는 것과 상대 공을 밀어낼 때 쓰는 것 두 종류가 있는데 이제는 해외에서도 이 공을 주문해 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상대팀은 또 ‘장거리 표적구’를 앞세워 한국 선수들 심리를 흔드는 데도 성공했다. 한국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장애가 더 심하기 때문에 장거리 공격에 시간을 더 많이 쓸 수밖에 없다. 가장 장애가 심한 김한수는 “실력에 쫓겨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한국 선수들 정보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반면 해외 선수는 베일에 쌓인 경우가 많다는 것도 한국 대표팀에게는 고민거리다. 정호원의 경기 파트너인 이문영 코치는 “상대 선수가 유럽 지역 선수권 대회 우승 자격으로 패럴림픽 참가했다. 출전 기록이 많지 않아 정보가 충분하지 않았다. 최선을 다했지만 아쉽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두 선수의 금메달 꿈이 사라진 건 아니다. 페어(2인제) 경기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정호원은 “개인전은 아쉽게 됐지만 페어가 남아있기에 잘 추스르고 가다듬어 한국 보치아가 9개 대회 연속으로 금메달을 따는 데 일조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만화영화 ‘달려라 하니’ 아시죠? 엄마 생각하면서 힘껏 달리는…. 그 마음이 어떤 건지 알겠어요. 아버지가 너무 보고 싶고…. 아버지가 이 자전거 풀 세트 해주셨는데…. 같이 있지는 못하지만 아버지께 꼭 기쁨을 드리고 싶었는데….” ‘철인(鐵人)’ 이도연(49·전북)이 울었다. 지난달 31일 일본 시즈오카현 후지국제스피드웨이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도로 사이클 여자 독주 H4-5에서 55분42초91로 참가 선수 12명 가운데 10위를 차지한 다음이었다. 5년 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는 이 종목에서는 4위, 도로 경주에서는 은메달을 따낸 이도연이었다. “아버지가 도쿄 메달을 기대하시다가 작년에 돌아가셨어요. 성적을 내야 했는데… 미안해요…. 하늘의 아버지 생각하면서 죽을 만큼 달렸어요. 정말 죽을 만큼…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후회 없이 달렸지만 제 인생에서 가장 어렵고 벅찬 코스였어요.”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어깨가 부서져라 손으로 페달을 돌리고 또 돌렸지만 숨 돌릴 틈 없이 나타나는 오르막은 지독히도 가혹했다. 건물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던 20년 전 그날처럼 말이다. 사고 이후 좌절에 빠져 있던 이도연은 탁구를 시작하면서 활력을 되찾았고, 불혹이 된 2012년에는 육상에 도전해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원반·포환·창 던지기에서 모두 한국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듬해에는 사이클 선수로 변신한 뒤 2014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에서 2관왕에 올랐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평창에서 열린 2018 겨울패럴림픽 때는 노르딕 스키 선수로 출전해 7개 종목에 걸쳐 49.1km를 완주하기도 했다. 눈밭에서 수 없이 넘어지고 쓰러지고 돌아와서도 결승선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저 참 예쁘죠?”라며 활짝 웃던 이도연이었다. 이도연이 다시 미소를 되찾은 건 이날 전북 무주군 펜션에 모여 엄마를 응원한 설유선(28), 유준(26), 유희(24) 세 딸 이야기가 나온 다음이었다. “우리 딸들은 저를 달리게 하는 힘이죠. 우리 딸들 응원 영상 보니까 내일은 정말 무엇이라도 값진 것 하나 가지고 가고 싶어요. 물론 메달 못 가져도 우리 딸들이니까 실망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엄마로서 뭔가 보여주고 싶어요.” 이도연은 1일 여자 개인 경주 H1-4, 2일 혼성 단체전 계주 H1-5에 도전한다. 눈물을 닦아낸 철인은 다시 씽씽 손 페달을 돌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을 빠져 나갔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한국 사격 대표팀 김연미(42·청주시청)가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 SH1에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김연미는 31일 일본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예선에서 6위(총점 560점)로 8명이 결선에 올랐다. 결선은 총 24발 중 11번째 총알부터 가장 점수가 낮은 선수를 탈락시키는 ‘서든 데스’ 방식으로 진행한다. 10번째 총알까지 10위(93.1점)였던 김연미는 12번째 격발 때 10.7점을 쏘며 4위로 올라섰다. 이어 16번째 총알로 10.6점을 쏘면서 3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18번째 총알이 8.6점에 그치면서 4위로 내려갔다. 19번째는 10.7점, 20번째는 10.2점을 쐈지만 순위를 뒤집지 못해 결국 그대로 총을 내려놓아야 했다. 이 종목에서는 자반마르디 사레(37·이란)가 239.2점으로 금메달을 땄고, 펠리바넬라르 아이세굴르(42·터키·234.5점)가 은메달, 다비드 크리스치나(46·헝가리·210.5)가 동메달을 차지했다. 김연미는 경기 후 “시원섭섭하다. 경기장에 호흡도 더 가다듬고 들어가고 좀 더 집중을 했어야 됐는데 이 부분에서 아쉽다”면서 “(남은 경기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연미는 9월 2일 혼성 25m 권총 완사·급사, 3일 혼성 50m 권총에 출전해 다시 한번 메달 사냥에 나선다. 한편 서영균(50·경남장애인체육회)은 이날 같은 종목 남자 예선에서 총점 557점을 기록하며 전체 13위에 그쳤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1만5266km. 아프가니스탄 육상 대표 호사인 라소울리(26)는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출전’이라는 꿈을 이루려고 지구를 반바퀴 돌았다. 라소울리가 진짜 꿈을 현실로 만드는 데는 13.04m가 더 필요했다.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 탈레반이 아프간 정권을 장악하면서 2020 도쿄 패럴림픽 출전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던 라소울리는 국제 사회 도움으로 프랑스 파리를 거쳐 대회 나흘 째였던 28일 태권도 대표 자키아 쿠다다디(23)와 함께 도쿄에 입성했다. 그리고 의무 자가격리 종료 시점인 31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육상 남자 멀리뛰기 T47 결선을 통해 꿈에 그리던 패럴림픽 무대를 밟았다. T47은 상체 장애가 있는 선수가 출전하는 종목이다. 1차 시기에 4.37m 기록을 남긴 라소울리는 2차 때 4.21m로 기록이 줄었지만 3차에서 4.46m 지점에 안착하면서 개인 최고 기록을 뛰어 넘었다. 사실 라소울리의 이전 개인 최고 기록은 이날 1차 시기 때 4.37m였다. 라소울리가 세계무대에서 멀리뛰기에 나선 게 이날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라소울리는 참가 선수 13명 중 13위로 이날 경기를 마쳤다. 이날 라소울리의 1~3차 시기 기록을 모두 더하면 13.04m가 나온다. 라소울리는 원래 100m 선수다. 그러나 이번 대회 때는 그가 입국하기 전인 27일 이미 이 종목 일정이 끝난 상태였다. 이에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에서는 그에게 대신 400m에 출전한 것을 권했지만 “100m 스프린터에게 400m는 무리다. 힘들어서 못 뛴다”면서 멀리뛰기 출전으로 방향을 틀었다. IPC는 선수 정신 건강 보호 차원에서 아프간 선수단에 대한 언론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는 로비엘 세르반테스(18·쿠바)가 7.46m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어 로더릭 타운센드(29·미국)가 7.43m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니키타 코투코프(22·러시아패럴림픽위원회)가 7.34m로 동메달리스트가 됐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한국 장애인 사이클 대표팀 ‘철인’ 이도연(49·전북)이 2020 도쿄 패럴림픽 첫 레이스를 10위로 마무리했다. 이도연은 31일 일본 시즈오카현 후지국제스피드웨이에서 열린 대회 도로 사이클 여자 도로 독주 H4-5에서 55분42초91로 골인해 12명 중 10위를 기록했다. 옥사나 매스터스(32·미국)가 45분40초05로 금메달을 획득했고, 쑨볜볜(33·중국)이 47분26초53초로 은메달, 예네트 얀선(53·네덜란드)이 48분45초69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도연은 개인 첫 패럴림픽이던 2016년 리우 대회 때는 개인 도로 은메달을 획득했고, 이 종목에서는 4위를 기록했다. 첫 레이스를 마친 이도연은 다음달 1일 여자 개인도로 H1-4, 다음달 2일 혼성전 계주H1-5에 출전한다. 도로 독주는 선수마다 1분씩 간격을 두고 차례로 출발해 달리며, 최단 시간에 코스를 완주하는 선수가 우승한다. 이도연은 12명 중 6번째로 출발선에 섰다. “리우 패럴림픽 은메달리스트, 대한민국의 이도연”이라는 장내 아나운서 소개가 나온 뒤 오전 10시 4분 이도연은 손으로 페달을 돌리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도로 독주는 8㎞의 코스를 3바퀴 도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도연은 첫 바퀴에서 17분35초25로 11위를 기록했다. 10시 30분경부터 경기장에는 빗방울이 조금씩 흩날리기 시작했지만 경기는 계속됐다. 두 번째 바퀴를 돌았을 때도 36분13초60으로 11위를 유지한 이도연은 마지막 한 바퀴에서 힘을 내 최종 10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도연은 19살이던 1991년 건물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한동안 좌절에 빠져있던 그는 잃어버린 활력을 되찾으려 탁구를 시작했고, 마흔 살이던 2012년에는 육상에 도전해 장애인전국체육대회에서 창과 원반, 포환던지기 한국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간판선수'로 등극했다.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13년에는 사이클을 시작해 3년 만에 국가대표로 첫 패럴림픽까지 출전했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8년 평창 겨울패럴림픽 때는 노르딕 스키 선수로 전향해 출전한 전 종목에서 완주하는 투혼도 펼쳤다. 49세가 된 이도연은 다시 핸드 사이클을 잡고 도쿄 대회에 나섰다. 한국에서 한데 모여 선전을 기원하는 세 딸의 응원을 업은 채로 혼신의 힘을 다해 질주했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긴장하지 말고 하던 대로 하자.”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첫 무대를 밟는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 김묘정 감독(49·울산중구청) 주문이다. 한국 배드민턴 선수가 그 동안 패럴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던 건 배드민턴이 정식종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0 도쿄 패럴림픽 때부터 정식 종목이 되면서 배드민턴 선수들도 ‘꿈의 무대’를 밟을 수 있게 됐다. 개회 이틀째인 25일 도쿄에 도착한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이후 현지 적응 및 연습으로 본격적인 메달 사냥 준비에 돌입했다. 김 감독은 “고대하던 도쿄에 드디어 왔다. 떨린다. 좋은 모습으로 성적을 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훈련 환경은 정말 좋다.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 준비해주는 도시락도 맛있고 무엇보다 시차가 없다. 선수들이 적응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면서 “선수들 모두 패럴림픽 출전을 염원해왔다. 도쿄에 오니 동기부여가 더 되는 분위기다”면서 설렘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김 감독은 계속해 “그동안 많은 국제 대회에 나섰지만 패럴림픽은 처음 출전이라 선수들이 긴장할까 걱정된다.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기지 않고 평소 하던 대로만 하면 큰 문제 없이 메달권에 진입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며 자신했다. 남자 팀 주장 김경훈(45·울산중구청)은 “도쿄에 오니 패럴림픽에 참가한다는 실감이 난다. 훈련 환경은 비슷해 좋다”면서 “떨린다. 첫 출전인 만큼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깊은 잠을 못 자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은 다음달 1일 이동섭(50·제주도청), 이삼섭(51·울산중구청)의 WH1 남자 단식 예선 조별리그 경기로 패럴림픽 무대에 역사적인 첫 걸음을 남기게 된다. 대표팀은 WH1에서는 이동섭, 이삼섭이 WH2에서는 김경훈과 김정준(43·울산중구청)이 무난하게 메달을 따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