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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인 28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의 ‘철도민영화 반대’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철도 파업과는 무관한 정치성 발언을 이어갔다. 정부가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한 통합진보당의 오병윤 원내대표는 연단에 올라 박근혜 대통령을 지칭하며 “그냥 놔둘까요, 끌어낼까요?”라며 막말성 발언을 했다. 참석자들은 “끌어내립시다!”라고 외쳤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이 정부는 정당성도 없고 정상적이지도 않다. 함께 싸워서 정부를 굴복시키자”고 했다.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의원들이 참석하진 않았지만 철도 파업이 시작된 이후 진지하게 해법을 제시한 적은 없었다. 사회적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야당이 공당(公黨)이 아니라 길거리 시민단체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게 문제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국회 안에서 토론과 숙의를 통해 해법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걸핏하면 길거리로 나오는 것은 정상적인 정당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127석의 의석을 갖고 있고,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10년의 국정 운영 경험을 갖춘 제1야당 민주당이 시민운동 하듯이 행동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민주당은 이번 철도노조 파업 사태만 해도 체포영장이 발부된 철도노조 최은철 사무처장 등이 민주당사로 몸을 피하자 “당사에 들어온 이상 거리로 내몰 수는 없다”고 밝혔다. 철도노조의 피신처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설훈 의원 등 몇몇 의원은 28일 최 처장 등을 면담해 “절대 신변은 걱정하지 말라”는 격려까지 했다. 몇몇 의원은 ‘국민의 발’을 볼모로 전개하고 있는 파업 사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오히려 파업을 부추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김광진 의원은 민주노총 본부에서 허탕을 친 경찰이 철수 도중 커피믹스 두 박스 등을 반출하려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경찰청장 측에 택배를 보내 공권력을 조롱했다. 트위터에 “경찰청장님 커피믹스 택배로 보내드립니다. 애들 먹을 것 좀 잘 챙기시죠…”라고 쓰고 경찰청장 앞으로 보내는 커피믹스 사진을 실은 것. 2003년 6월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시절 철도 파업이 발생하자 2시간여 만에 경찰력을 투입해 해산시켰던 문재인 의원도 정부에 연일 맹공을 가하고 있다. 그는 27일 부산에서 열린 대선 회고록 ‘1219 끝이 시작이다’ 북콘서트에서 “박근혜 정부가 사실상 민영화의 길을 열어놓았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에서 민영화는 없겠지만 정권이 바뀌고 KTX 수서발 자회사 주식을 민간에 양도하면 곧바로 민영화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물론이고 국무총리, 국토교통부 장관, 코레일 사장까지 모두 “민영화가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지만 제1야당의 대선후보였고, 민정수석까지 지낸 문 의원이 선동 대열의 맨 앞에 서 있는 모양새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철도 파업이든 뭐든 첨예한 현안들은 국회 상임위원회 등 국회란 틀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 초 구성됐던 민주당 정치혁신위에서 활동한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는 “국민과 사회적 약자가 힘들어하는 사안에 대해 구체적 대안을 제시해야만 국민이 신뢰할 수 있다. 그것이 수권으로 가는 길”이라고 조언했다.민동용 mindy@donga.com·황승택 기자}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연 긴급 기자회견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가정보원 개혁특별위원회의 민주당 간사를 사실상 공개적으로 비판한 데다 최대 현안인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어제(28일) 밤 국정원 개혁특위 차원에서 여야 간사 간 잠정적으로 의견 접근을 이룬 내용을 보고받았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표로서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정원 개혁특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과 민주당 문병호 의원이 10여 차례의 논의를 거쳐 만든 ‘잠정 합의안’을 거부한 것이다. ‘국정원 정보관(IO)의 정부기관 상시 출입 금지를 법으로 명문화하지 않은 개혁안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여야 간사들이 잠정 합의한 내용을 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걷어찬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아무리 새누리당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공개 기자회견을 통해 소속 당의 협상 책임자를 비판한 것은 국정원 개혁특위에 냉소적인 당내 강경파를 의식하는 데 급급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정작 철도 파업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긴급 기자회견을 앞두고 당연히 철도파업에 대한 언급을 기대했던 기자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철도 파업을 둘러싼 노정(勞政)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철도노조 간부가 민주당사로 피신해 있어 민주당이 이번 사태에 깊숙이 발을 담그게 된 모양새가 됐는데도 말이다. 당 관계자는 “철도 파업에 대한 언급을 준비하긴 했지만 메시지의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 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철도 파업을 지나치게 편들 수도 없고, 공개적으로 반대할 수도 없는 김 대표의 딜레마를 보여준 것은 아닐지. 민주당이 그토록 강조하는 ‘국민’은 들어갈 틈이 없었다. 이런 태도에서 현안이 생길 때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김 대표와 민주당의 현주소가 드러난다. 정부 여당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각을 세워야 하는데, 그렇다고 여론의 역풍도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갈팡질팡하면서 당 지지율은 아직 반등의 전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에도 2013년은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민동용·정치부 mindy@donga.com}
지난해 대선 때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이 ‘말 바꾸기’ 논란에 휩싸였다. 문 의원은 경찰이 철도 파업을 주도한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러 민노총 사무실에 진입한 22일 트위터를 통해 “왜 이리 강경합니까? 대화와 협상이 먼저여야지 공권력이 먼저여서는 안 됩니다. 공권력 투입은 마지막 수단이어야 합니다”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문 의원은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던 2003년 6월 “공무원 신분으로 불법 파업을 벌여 사회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조기 경찰력 투입이 불가피하다”고 한 바 있다. 철도노조가 연세대에서 파업 농성을 시작한 지 2시간여 만에 경찰력을 투입해 해산시킨 직후였다. 새누리당이 “말을 바꾼 데 대해 해명해야 한다”고 몰아붙이자 문 의원 측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은 24일 반박에 나섰다. 김 본부장은 트위터를 통해 “(2003년) 1차 파업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철도노조 간부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식사까지 하면서 합의를 이끌어 낼 만큼 대화하고 인내했다. 그 자리를 만든 사람이 문재인이었다”고 했다. 근거는 이렇다. 2003년 4월 노무현 정부는 철도 민영화를 시도했지만 철도노조가 파업을 벌이자 사실상 민영화 방침을 철회했다. 그러다 같은 해 6월 말 철도구조개혁법안이 국회 소관 상임위를 통과하자 철도노조는 이를 명분 삼아 2차 파업에 돌입했고 정부는 공권력을 투입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 의원 측이 “지금과 상황이 다르다”고 주장해도 군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공권력 투입이 노무현 정부 때는 명분이 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주장 아니냐는 것이다. 문 의원의 말 바꾸기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대선 때도 문 의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등 노무현 정부 시절 추진했던 핵심 사안들을 반대하고 부정했다. 집권 세력일 때와 야당일 때 말이 다르고,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식으로 접근해서야 국민에게 믿음을 줄 수 있을까. 민동용·정치부 mindy@donga.com}
민주당과 정의당, 무소속 안철수 의원 및 시민사회·종교계 일부가 참여하는 ‘국정원과 군 등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진상규명과 민주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각계 연석회의’는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범정부적 대선개입 사안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용 등에 관한 법률안’을 23일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전병헌,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 안 의원 측 송호창 의원이 공동 발의하는 특검법안은 ‘18대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국가정보원, 국방부, 국가보훈처, 안전행정부, 통일부 등 정부기관이 저지른 선거 관련 모든 불법행위’를 수사 대상으로 했다. 매우 포괄적이다. 민주당 최원식 전략기획위원장은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검찰 조사를 받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의혹도 특검 수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 의원 측은 “특검이 임명되면 그의 해석에 맡겨야 한다는 뜻”이라고 달리 해석했다. 특검은 여야 동수로 구성된 추천위에서 추천한 후보자 2명 가운데 낙점하기로 했다. 수사 기간은 60일 이내로 하되 최대 45일을 연장할 수 있게 했다. 연석회의는 특검법안의 ‘연내 처리’를 원칙으로 한다고 했지만 새누리당과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달 ‘특검 문제는 추후 논의를 계속한다’고만 합의했기 때문에 처리 시점은 불투명하다. 새누리당은 “야권이 또 다른 정쟁을 유발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종북세력을 국회에 입성시킨 야권연대가 이제는 국가기관 대선개입 진상규명 신(新)야권연대라는 이름으로 신장개업했다”며 “실제 내용은 야권연대 대선불복특별법이다. 남탓특별법, 책임전가특별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특검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 있어야 통과된다. 재적 300석 가운데 155석을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동의 없이는 처리가 쉽지 않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특검법안 연내처리는 선언적 의미”라면서도 “그러나 여론과 명분은 우리 편”이라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민노총과 철도노조, 야당은 22일 정부가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해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 건물에 경찰을 대거 투입한 것에 대해 강력 반발했다. 민노총 신승철 위원장은 이날 경찰의 체포작전이 실패로 돌아간 직후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110만 노동자에게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 민노총은 철도 민영화를 막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며 28일에는 전 조직원이 투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긴급최고위원회를 열었으며 김한길 대표는 민노총과 경찰이 대치하는 현장을 직접 찾았다. 김 대표는 “대화로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다. 오늘은 더이상 진압이 없도록 조치해 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의 ‘박근혜 대통령에게 드리는 글’을 노웅래 비서실장을 통해 청와대에 전달하기도 했다. 신경민 최고위원, 최원식 전략기획위원장, 이찬열 국회 안전행정위 간사 등은 경찰청을 항의방문했다. 문재인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왜 이리 강경합니까? 공권력은 마지막 수단이어야 합니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민주당 유은혜, 김기식 의원을 비롯해 통합진보당, 정의당 의원 20여 명은 밤늦게까지 경향신문사 앞에 머무르며 경찰과 대치했다. 정의당 천호선 대표는 “YH 노동자들을 강제 진압했던 박정희 정권은 결국 무너졌다”며 “이번 공권력 투입은 이 정권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반면 새누리당 유일호 원내대변인은 “정부는 법질서 확립을 통해 불법파업의 악순환을 근절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것”이라며 “(철도)노조 지도부는 국민의 불편을 초래하는 불법파업을 즉각 중지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파업이 3주차에 들어서는 23일부터 열차 운행횟수를 추가 감축한다. 현재 평시 대비 88% 수준(주중 하루 176대)으로 운행되는 고속철도(KTX)는 23일부터 73.0%(146대)로 줄어든다. 수도권 지하철 운행 역시 현행 하루 1903대(92.2%)에서 1770대(85.7%)로 줄어 출퇴근길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수연 suyeon@donga.com·민동용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이 40%대로 내려갔다. 한국갤럽이 16∼19일 전국 성인 1207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박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응답은 48%로 지난주 54%에서 6%포인트 떨어졌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이 40%대를 기록한 것은 초대 장관 후보자들이 줄줄이 사퇴하면서 인사 난맥상을 드러낸 3월 말∼4월 초를 제외하곤 처음이다. 박 대통령이 직무를 잘못 수행하고 있다는 응답은 41%로 지난주 대비 6%포인트가 늘어났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40%를 넘은 것 역시 처음이다. 부정적이라고 평가한 이유로는 △소통 미흡(20%) △공기업 민영화 논란(14%) △공약 실천 미흡·공약에 대한 입장 바뀜(13%) △독단적(11%) △국정 운영이 원활하지 않다(11%) 순으로 대답했다. 부정적 평가는 지역별로 서울과 호남, 연령별로는 40대 이하에서 두드러졌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민주당은 19일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국군사이버사령부의 연계성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국방부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몸통은커녕 깃털도 아닌 솜털 깎는 수준의 비겁하고 의도적인 부실수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즉각 사퇴하고 특별검사를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사이버사령부 대선개입 진상조사단’도 “모든 의혹의 정점에 있는 연제욱 대통령국방비서관이 제외됐다. 청와대 눈치를 본 것이다”라며 특검 도입을 주장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변인은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라는 식의, 반박할 가치도 없는 어처구니없는 헛소리”라고 비난했다. 반면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독립적이고 공정한 수사가 이뤄졌다. 야당은 무차별적인 의혹 생산을 멈춰야 한다”고 반박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대선 1주년을 맞아 민주당이 술렁이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도권과 세력 확장을 위한 헤게모니 쟁탈전이 점화한 것이다.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은 대선 재도전 의사를 거듭 밝히면서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재결집을 꾀하고 있다. 대선 뒤 독일에서 8개월간 머리를 식히고 돌아온 손학규 전 대표는 16일 토크 콘서트를 통해 정치를 재개한다. 문 의원의 ‘광폭 행보’로 정치적 입지가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김한길 대표는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민주당 각 진영 내부를 들여다봤다.○ 최대 주주인 친노, 속으로는 분화 친노 진영은 2007년 대선 패배 이후 ‘폐족(廢族·죄를 지은 사람의 후손은 벼슬에 나가지 못하는 것) 선언’까지 할 정도로 위축됐다. 그러나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에 대한 동정 여론에 힘입어 2010년 지방선거를 통해 재기했다. 2011년 12월 손학규 당시 대표의 신당(민주통합당) 창당을 통해 이해찬 전 국무총리, 문재인 의원 등 당 밖의 친노 세력이 진입하면서 당권을 손에 쥐더니 지난해 4월 총선 때는 공천을 주도하면서 친노를 당내 최대 계파로 끌어올렸다. ‘범(汎)친노’로 불리는 정세균 전 대표 측 그룹을 더하면 친노는 전체 의원 127명 중 절반을 넘는다. 정 전 대표는 2010년 지방선거 때 대표였다. 현재 친노의 좌장 격은 대선후보였던 문 의원이다. 문 의원 곁에는 전해철 박남춘 박범계 김용익 장병완 이용섭 의원 등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와 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던 인사들이 포진하고 있다. 여기에 작년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던 박영선 우윤근 노영민 의원 등은 친문(친문재인) 인사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친노 진영은 실제로는 분화(分化)하는 양상이란 해석이 나온다. 문 의원이 최근 대선 재도전 의사를 거듭 밝히는 것도 명실상부한 친노의 좌장으로 자리매김해 친노 진영을 재편하겠다는 의도에서라는 얘기가 있다. 이런 관측은 노 전 대통령의 ‘적자(嫡子)’로 불리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에서 기인한다. 안 지사가 내년 재선에 성공한다면 친노 진영의 또 다른 축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한 친노 인사는 “문 의원은 안 지사와 함께 청와대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없다. 같은 친노로 분류되지만 결이 다르다”고 말했다. 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 시절 의장(대표)을 두 번 지냈고 민주당 대표도 지낸 정세균 전 대표 쪽에는 20명 안팎의 의원이 포진해 있다. ‘○○○계’라는 인물 중심의 계보로만 보면 소속 의원이 가장 많다. 정 전 대표가 차기 당권에 가장 근접했다는 해석은 여기서 기인한다.○ 손학규도 정치 재개 손학규 전 대표는 원외 인사지만 여전히 원내 의원 10여 명의 지원을 받고 있다. 2010년 당 대표 시절 보좌했던 인맥과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 그리고 호남 일부 인맥이 축을 이루고 있다. 서울대 정치학과 후배인 신학용 의원이 비서실장 격이다. 손 전 대표는 1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불교역사문화회관에서 열린 동아시아미래재단 송년 후원회의 밤 행사에서 “문 의원이 대선 재도전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초조하지 않으냐”는 질문을 받고 “지금 우리가 할 일은 국민이 어려워하는데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그게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의원을 에둘러 비판한 셈이다. 내년 지방선거 때 민주당이 ‘안철수 신당’과 연대를 해야 할지를 묻는 데 대해서도 “(연대 같은) 안이한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연대를 하면) 지방선거는 이길지 모르지만 다음 정권은 멀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5·4 전당대회 때 ‘비노(비노무현) 바람’을 타고 당권을 잡은 김한길 대표는 역설적으로 세가 없다. 노웅래 민병두 변재일 정성호 의원 등 김 전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은 전당대회 초기부터 도왔고, 현재 당직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다. 김 대표를 ‘보스’로 하는 계보를 형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가 차기 대선주자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평련과 486 고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의 가치와 노선을 따르는 민평련은 수는 적지 않지만 행동통일이 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때도 누구를 지지할지를 놓고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문재인계(노영민 유기홍 윤후덕 이목희 의원)와 손학규계(우원식 의원) 등 계파가 혼재돼 있기도 하다. 486의원들은 모임인 ‘진보행동’이 올 초 해체되면서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전남 지역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독특한 자신만의 작은 진영을 형성하면서 특유의 친화력으로 당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고 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5일 열린 노무현재단 송년행사 ‘응답하라, 민주주의’에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과 북한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국가전복음모’ 혐의로 숙청·사형된 사건을 “동종(同種) 사건”이라고 규정해 논란이 예상된다. 유 전 장관은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영화배우인 문성근 전 통합민주당 대표권한대행과 함께 ‘시민들, 민주주의 파괴와 맞짱 뜨다’라는 제목의 ‘3색 토크’를 진행하면서 “(올해) 가장 두드러지게 기억나는 것은 북에서는 장성택 숙청·사형, 남쪽에서는 이석기 의원 관련된 내란음모 사건이다. 그게 같은 사건이에요. 제가 보기에는…”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위대한 수령의 손자’가, 남한은 ‘반인반신의 지도자’라는 분 따님이 다스리고 있죠”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박통 2세’ ‘박근혜 씨’라고 불렀다. 그는 또 “(박 대통령이 대선 때) 청와대 가서 (이명박 대통령을) 한 차례 만났고, 두어 달 후 또 만났다. 불법 대선개입을 부탁한 적은 없는지 정말 알고 싶다”며 전·현직 대통령의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행사에는 이병완 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참석했다. 앞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이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한 대선 회고록 ‘1219 끝이 시작이다’ 발간 기념 북콘서트는 지지자 1000여 명이 참석해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잇따른 친노 진영의 세(勢) 과시는 대선 패배 책임론,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의 국가기록원 미(未)이관 사태 등으로 움츠렸던 친노 진영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해 정치적 재기를 선언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의원은 “정치는 피해 왔던 일이고 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제는 더이상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며 대선 재도전 의사를 밝혔다. 그는 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1년 동안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감추려 노력한 것 외에는 개혁과제를 (이행하지) 못했다”며 대선 불공정성을 거듭 거론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못마땅한 기색이다. 한 당직자는 “북한의 급변 사태로 국정원개혁특위가 성과를 거두지 못할까봐 촉각을 곤두세우는 마당에 자기들만 생각하는 정치를 해서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비노(비노무현)계로 분류되는 김영환 의원은 홈페이지에 띄운 글에서 “밀려오는 위기 앞에서 말라비틀어진 친노 등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라며 “대선 불복과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박수를 보내고 그들을 옹호하는 정치세력이 존재하는 한 야당의 집권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도 “대선이 끝난 지 1년도 안 돼 다음 대선에 나가겠다는 비상식적 초조함은 ‘안철수 신당’의 출현, 친노 세력의 쇠락과 연관돼 있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북한의 전격적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이 국가정보원개혁특위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야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 내부의 급변 사태로 대북 정보기관인 국정원의 중요성이 재조명되면서 개혁의 메스를 어디까지 들이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내심 국정원 개혁에 관한 여야 합의안이 마뜩지 않던 새누리당은 13일 국정원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장성택 처형 등으로 북한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만큼 국정원 개혁에만 매몰되다가 대북 정보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도 “김정은 체제가 불안정해질수록 남한에 대한 직·간접 공격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국정원이 흔들리지 않고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여야 합의안을 조목조목 반박했던 서상기 의원도 목청을 높였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서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장성택을 처형한 12일에 국정원장을 비롯한 최고 지도부가 일은 하지 못하고 국정원 개혁특위를 위해 몇 시간을 국회에서 보냈다는 것 자체가 국가적으로 부끄럽고 유감스러운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국정원의 대북 휴민트, 인적정보망이 거의 말살되다시피 했는데 되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줬다”며 지난주 장성택 숙청을 발표한 국정원의 정보력을 평가했다. 민주당은 이번 일이 국정원 개혁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고수하면서도 북한의 상황에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국정원 개혁특위 민주당 간사인 문병호 의원은 통화에서 “특위 활동에 사실상 영향을 주겠지만 1년 가까이 정치권을 논란에 휩싸이게 한 국정원 개혁 이슈가 가려질 수는 없다”며 “민주당은 국정원이 대북 정보수집 같은 원래 임무에 더욱 충실할 수 있도록 개혁을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의원은 “국정원 개혁은 그동안 국정원이 정치에 과다하게 개입해온 업보”라며 “민주당은 국정원의 역할을 축소하거나 저해하려는 어떤 의도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박용진 대변인도 논평에서 “새누리당이 최근 북한 상황을 이유로 국정원 개혁을 좌절시키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근시안적이고 매우 어리석다”며 “북한 상황을 이유로 국정원 개혁을 어물쩍 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및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를 결정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가 12일 첫 전체회의를 열었다. 지난해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여야의 속내는 각기 달라 결론이 쉽게 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호영 위원장도 “어차피 타협될 수밖에 없는데 어떤 안이 나올지는 예측할 수 없다”고 말해 여야 합의 과정이 험난할 것임을 예고했다. 정당공천제 폐지와 관련해 구체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새누리당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니 만큼 합당한 명분 없이 폐지에 반대하기가 쉽지 않다. 황우여 대표는 ‘폐지 쪽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지만 당내에선 ‘폐지 반대’가 대세다. 지방선거 실무를 총괄할 홍문종 사무총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공천을 해야 선거 관련 비리를 줄이고 더 좋은 사람을 골라내기에 용이하다는 의견이 많다”며 “여성, 청년,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에게는 (정치 참여의) 문을 닫아 버리는 셈이라며 반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공천 폐지 시 후유증이 있다는 논리를 들어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하지만 정개특위가 구성된 만큼 기초의원은 공천제를 폐지하되 기초단체장 공천은 유지하는 방향으로 타협을 도모하자는 기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시와 광역시의 기초의회를 폐지하는 방안도 논의됐다고 한다. 일찌감치 전 당원 투표를 통해 정당공천제 폐지를 당론으로 결정한 민주당은 “꽃놀이패를 쥐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당공천제 폐지를 지지하는 여론이 높은 만큼 새누리당이 머뭇거릴수록 민주당에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최근 당 공식회의에서 지도부가 거듭 ‘폐지’를 강조하는 것도 이런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특히 정당공천제가 폐지될 경우 수도권과 호남에서 안철수 신당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수도권과 호남의 기초의원과 단체장은 거의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다”며 “선거에서 정당 표시가 없다면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과 단체장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정당공천제 폐지 시엔 지방 토호나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 기초의원이나 단체장에 올라 물의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일단 정당 공천을 폐지하되 유권자가 그로 인한 폐해를 깨닫게 되면 다시 정당공천제로 돌아올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신당 준비 기구인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를 발족한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은 정당공천제 폐지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다만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수원, 창원같이 인구 100만 명이 넘는 곳은 공천제를 유지하자고 했다. 그러나 공천제가 완전 폐지될 경우 안철수 신당의 창당은 진척에 지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 지망생들을 유입할 동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여야 18명으로 구성된 정개특위는 새누리당 김학용, 민주당 백재현 의원을 각각 간사로 호선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가 정당정치에 반하는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혀 온 정의당 원내대표인 심상정 의원도 포함됐다. 정개특위 활동 시한은 내년 1월 31일이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시해 사건을 언급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해 파문을 불러일으킨 민주당 양승조 최고위원이 11일 다시 기자회견을 열었다. 양 최고위원은 새누리당이 자신의 의원직 제명안을 제출한 것에 대해 “한 정치인의 정치생명에 사형을 선고해 달라는 검사의 구형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또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을 향해 “구미에 맞지 않고, 귀에 거슬리면 발언 당사자조차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이유를 대며 인격과 정치생명을 말살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양 최고위원을 향해 “언어살인” “박 대통령의 위해를 선동하는 무서운 테러”라고 한 이 수석에게 화살을 돌린 것이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이 “일부 민주당 의원이 헌정을 유린하고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려는 반역을 자행하고 있다”는 논평을 낸 데 대해서도 “우리가 왕조시대에 사는 거냐”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이 12일 양 최고위원의 지역구인 천안에서 충남 지역 의원 전원(7명)과 당원 3000여 명을 동원해 규탄대회를 열기로 하자 공개 반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선 불복’을 선언했던 장하나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어 “나는 부정선거에 불복하는 것”이라며 새누리당이 자신에 대한 제명안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새누리당 의원 전원(155명)을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민주당 지도부는 김한길 대표가 전날 의원총회에서 “개인 발언을 자제해 달라”고 공개 요청했음에도 두 의원의 독자 행동이 계속되자 곤혹스러워했다. 한 당직자는 “잘못을 인정하기만 하면 되는데 왜 자꾸 당을 어렵게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외적으로는 이정현 홍보수석이 국론분열과 위기조장을 선동했다며 역공세를 취했다. 배재정 대변인은 “이 수석은 참 나쁜 대통령의 수족이다. 양 최고위원의 발언에 비분강개하며 울먹이기까지 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이 수석을 내치라”며 “당장은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효자손’ 같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긁어부스럼을 만드는 ‘독 손’”이라고 비판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에서 이 수석을 ‘심기(心氣) 수석’이라 규정하면서 “민주공화국의 홍보수석이 조선왕조의 내시(內侍)처럼 굴면 곤란하다”고까지 했다. 새누리당은 “적반하장”이라며 비판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중진 의원 연석회의에서 “헌법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망각한 반민주적 발언으로 국민 공분을 초래한 당사자들이 어이없는 자기변명과 적반하장식 막말만 늘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수석은 브리핑을 열어 “저는 울먹인 적이 없다. 내시도 아니다”라고 불쾌해했다.민동용 mindy@donga.com·권오혁 기자}
9월 2일 ‘민생’을 내걸고 문을 열었던 정기국회가 10일로 100일간의 회기를 마쳤다. 그러나 정기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은 고작 34건으로 ‘역대 최악’ ‘고비용 저효율 국회’ 등의 오명을 떨치기 어렵게 됐다. 여야는 회기 마감 하루 전날인 9일 오전까지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해 초유의 ‘입법 제로(0)’ 위기에 몰리자 부랴부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면피용 법안 심사’를 하고 마지막 날인 10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날림 처리’ 했다. 본회의에서는 결의안 3건까지 모두 37건의 안건이 처리됐는데, 고작 95분이 소요됐다. 2분 30초당 한 건씩 통과시킨 것이다. 정기국회 시작부터 여야는 지난해 대선의 ‘인저리타임’(축구에서 정규시간이 끝나고 심판 재량으로 주는 시간)에 발목이 잡혀 있었다. 국회법이 정한 정기국회 개회일인 9월 2일 민주당은 국회가 아닌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천막당사에 있었다. 여야는 정기국회 개회 이전에 심사 의결해야 하는 전년도 결산안을 처리하지 못했고 정기국회 일정 조율조차 하지 못했다. 공전이 계속되자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정기국회가 불성실하고 무능력한 국회로 반복되지 않도록 회의에 불참하는 국회의원들에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 세비를 지급하지 않아야 한다”며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세비를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여야가 우여곡절 끝에 의사일정에 합의한 것은 정기국회가 개회한 지 25일 만인 9월 27일. 그것도 지속적인 장외투쟁의 동력을 찾지 못한 민주당이 국회로 돌아온 덕분이었다. 9월 16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국회 3자 회담’에서 국회 정상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은 민주당의 진상 규명, 대통령 사과, 책임자 처벌, 특위 설치 등의 요구 중 어떤 것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의사일정 합의는 더디게 진행됐다. 국정감사와 대정부 질문, 그리고 현안 질의를 거치면서 여야는 곧장 다시 가파르게 대치했다. 국정감사에서 국가정보원뿐만 아니라 국군사이버사령부에서도 대북 심리전의 일환으로 활동을 하다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국가보훈처 등에서 실시한 안보 교육이 사실상 대선 개입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한 특검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민주당 내부에서 점점 커져 갔다. 여기에 황찬현 감사원장 임명동의안과 민주당이 제출한 황교안 법무부 장관 해임 촉구 결의안 처리를 놓고 여야는 다시 격돌했다. 새누리당이 황 감사원장 인준안을 단독 처리하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세 번이나 의사일정을 보이콧했다. 정쟁에 허덕이며 정기국회를 허송세월하듯 하면서 여야 지도부는 당내 리더십에 큰 취약점을 보였다. 새누리당은 이미 7월 민주당과 특위 설치 등 국회 정상화 방안 7개안을 합의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재가’를 받지 못하면서 여야 합의는 물거품이 됐다. 정국은 더욱 꼬여만 갔다. 집권 첫해이긴 했지만 청와대를 설득하지 못하는 여당 지도부는 야당에 신뢰를 줄 수 없었다. 당내 친박(친박근혜) 중심의 강경파에 휘둘린다는 지적도 많았다. 민주당 지도부도 리더십을 확실하게 보여 주지 못했다. 지난달 의사일정을 세 번 중단할 때나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황 감사원장 인준안 처리와 연계시킨 것도 지도부의 의지가 아니었다. 당내 친노(친노무현)·초선들의 눈치를 본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여야 지도부가 양당의 강경파인 친박과 친노 세력에 끼여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악평도 나왔다. 양당 지도부는 본회의장에서 황 감사원장 인준안과 황 법무부 장관 해임 촉구 결의안 처리 순서를 놓고 서로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다 파행을 빚기도 했다. 각기 유리한 것만 처리해 버린 뒤 본회의장을 떠나 버릴까 의심을 거두지 못한 것이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낮은지를 보여 주는 단적인 사례다. 10일 여야는 정기국회에서 생색내듯 30여 개의 법안을 처리했지만 정작 박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에 필요하다고 국회 시정연설에서 역설한 외국인투자촉진법 관광진흥법과 민주당이 주거 복지 강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 전월세 상한제법 등은 손을 대지 않았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 준비기구인 ‘새 정치 추진위원회’(새정추)의 공동위원장 인선은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안철수 신당’의 목표를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새정추 공동위원장 4명의 출신지와 대표 지역을 보면 수도권 2명(이계안 전 의원·서울, 박호군 전 과학기술부 장관·인천), 호남 2명(윤장현 전 YMCA 전국연맹이사장·광주, 김효석 전 의원·전남)이다. 더구나 이들은 해당 지역의 광역단체장 후보로 자천타천 거론된다. 신당 창당 준비기구인 동시에 일종의 지방선거 준비기획단 성격을 띤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영남과 충청 출신이나 두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은 인선 발표에서 빠졌다. 안 의원은 “제가 부산 (출신)이고 (새정추 소통위원장인) 송호창 의원은 대구(출신)”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비어 있는 지역은 추후 인선을 해서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인물난에 허덕여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영남과 충청에서 생각보다 ‘안철수 바람’이 세지 않다는 방증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안 의원이 수도권과 호남을 승부처로 삼고 있으며, 지방선거 때 이 두 지역에서 민주당과 정면대결해 야권의 ‘적자’를 가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많다. 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안철수 신당은 야권에 속해 있고, 향후 지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반은 호남과 수도권이다. 지방선거는 물론이고 그 이후 펼쳐질 정계개편 과정에서 야권 헤게모니를 두고 민주당과 경쟁하겠다는 강한 속내를 여과 없이 내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안철수 신당과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키지 못할 경우 선거는 새누리당에 유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관계자는 “안철수 신당의 성패 여부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지방선거가 새누리당과 야권의 1 대 다자(多者) 구도로 치러질 경우 야권의 패배는 불 보듯 뻔하다”고 걱정했다. 전직 의원 2명이 탈당해 경쟁 정파의 공동위원장이 된 민주당은 겉으로는 “이 정도 인물이라면 해볼 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 의원이 그토록 외쳐온 ‘새 정치’와는 전혀 걸맞지 않은, 새롭지 않은 인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박지원 의원은 트위터에서 “(공동위원장들이) 민주당에서 한솥밥을 먹던 동지나 주변 인사”라며 “민주당에서 성공과 실패의 과정을 경험했기에 성공의 길이 어디에 있는가를 잘 아시리라 믿는다. 구멍가게로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광주 지역의 장병완 의원은 “강한 야권을 하려면 전국적으로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하는데 이대로라면 호남이나 호남세가 강한 지역에서 (야권) 표의 분할만 하는 구조”라며 “새누리당이 어부지리 하는 결과밖에는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천 지역의 윤관석 의원은 “새 정치의 바람은 일어나지도 않았다. 풀잎조차 흔들리지 않았다”며 “인천만 해도 박호군 전 장관의 정치적 영향력은 미지수”라고 했다. 반면 조경태 최고위원은 “안철수 신당에 대해 민주당이 감 놔라, 배 놔라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당내 일각에선 만약 안 의원과 단일화를 하지 못해 패한다면 안 의원 측이 패배 책임을 떠안을 확률이 높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새누리당은 안 의원 정치 세력화의 한계만 재확인시켜 준 ‘기대 이하 인선’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은 “각 당에서 탈락한 정치 지망생들의 또 하나의 이합집산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안 의원은 여전히 안개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결국 새정추가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는 ‘구인난’이란 세간의 평가를 불식시키는 게 우선시돼야 한다. 즉, 현재 신당행을 선언한 전직 의원이나 민주당 출신 인사들보다는 거물급 인사, 신진 인사 수혈이 시급하다는 것이다.민동용 mindy@donga.com·황승택 기자}
민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사업 관련 예산을 새해 정부 예산안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4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노 전 대통령 기념사업 관련 예산이 배정돼 있지 않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은 6일 자신의 블로그인 ‘여의도 의정일기’에 “최근 노무현재단으로부터 노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대한 예산안을 받았다”며 “정부 쪽 예산안에 담아오지 못했기 때문에 국회에서 제가 담아내야 한다”고 밝혔다. 최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노무현재단이 요청한 노 전 대통령 기념사업 예산은 80억 원. 여기에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건립 예정인 ‘봉하 대통령기념관’ 용역·설계비 7억 원을 합치면 모두 87억 원이 필요하다는 것. 이 자료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 기념사업의 총 사업비는 550억 원이며 이 중 165억 원을 정부 지원으로, 나머지 385억 원은 재단이 모금 등을 통해 부담하기로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지난해까지 국고로 85억 원을 지원했고,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 짠 새해 예산안에는 정부 지원 예산이 배정되지 않았다. 해당 국회 상임위원회인 안전행정위 관계자는 “10월 안행위 전체회의에서 안행부 측은 노무현재단의 요청이 없었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기념사업의 주요 내용은 서울 마포구에 지을 예정인 노무현센터, 사료편찬사업, 생태문화공원 조성, 전시·문화 및 연구·교육사업 등이다. 또 봉하 대통령기념관은 사업 주체를 김해시와 경남도로 해서 내년부터 2016년까지 건립하는 일정으로 전체 예산은 85억 원이 책정됐다. 본관과 별관으로 구성될 봉하 대통령기념관은 본관 지상-지하 각 1층, 별관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로 전시, 체험, 교육·문화 서비스, 행정 및 기념행사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봉하 대통령기념관 용역·설계비 7억 원을 교육문화위원회에서 요청해 광역발전특별회계로 편성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들어가는 정부 지원 165억 원은 박정희기념관 건립 정부 지원 208억 원보다는 적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 기념사업(김대중도서관) 당시의 정부 지원 75억 원(자부담 83억 원)이나 김영삼 전 대통령 기념사업(김영삼민주센터)에 대한 정부 지원 75억 원(자부담 125억 원)보다 많다. 2010년 노 전 대통령 기념사업 계획이 처음 알려졌을 때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서에서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라고 했는데 유지를 제대로 받든다고 볼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최 의원은 “(예산 배정을 위해) 어떻게든 노력하겠다. 꼭 필요한 사업이고 우리 당에서 당연히 대신해야 하고, 나라 전체의 차원에서라도 이제 기념사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민동용 mindy@donga.com·황승택 기자}
“옛날에 ‘수출 100억 불, 1인 개인소득 1000불, 마이카 시대’를 70년에 연다고 했을 때 세상에 3대 웃음거리가 됐대요. 너무 불가능한 목표를 설정했다고. 그런데 국민의 저력이 그것을 이뤄냈거든요.” 박근혜 대통령은 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50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 앞서 역대 수출 유공자들과 환담을 하는 자리에서 꿈, 기적, 도전 같은 단어를 많이 언급했다. 아버지인 고 박정희 대통령 때 시작된 무역의 날이 50주년을 맞이했고 그사이 세계 8위의 무역대국을 이뤄낸 데 대한 감회가 깊은 듯했다. 박 대통령은 1960년대 수출의 날에 훈장을 받은 포상자들이 청와대에 무역의 날 50주년 행사에 초청해 달라는 민원을 보냈다는 소식을 듣고 생존해 있는 인사를 모두 초청하라고 지시해 환담 자리가 마련됐다. 박 대통령은 한 참석자가 “얼마나 여러 가지로 생각할 게 많으시냐”고 묻자 “국민 일자리 창출이라든가 경제활성화라든가 그런 부분을 통해 국민을 어떻게 하면 모두가 잘살게 하느냐는 생각 외에는 다 번뇌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많은 생각을 안 한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국제기능올림픽대회 금메달 수상자, 국제무역사시험 최연소 합격자, 글로벌 무역홍보대사 등 10, 20대 젊은이들과 함께 한국무역 50년 특별전시장을 돌아봤다. 박 대통령은 1960년대 관에서 가발을 가리키며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서 상상이 안 되지요”라고 말하고, 1970년대 관에 있는 포니2 자동차를 보고는 “아직도 포니가 달리는 나라가 있다고 들었다”고 관심을 보였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지난해 대선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현 의원)가 후보 사퇴를 하지 않았다면 자신이 양보해 안 의원의 여론조사 방식을 수용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의원은 5일 언론에 미리 배포(7일 출간)한 18대 대선 평가 회고록 ‘1219 끝이 시작이다’(사진)에서 지난해 11월 23일 단일화 협상이 결렬된 뒤 “우리 측은 마지막으로 남은 후보 담판에서 더이상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되면 안 후보 측 안을 받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썼다. “우리는 협상 마감시한을 24일 정오로 생각했던 반면, 안 후보 측에서는 23일까지로 생각했던 것 같다”며 “안 후보의 사퇴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문 의원은 “양보를 하더라도 막판에 가서 해야 대승적 양보와 극적인 타결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 사실”이라며 “결과적으로 그게 과욕이 됐다. 대선에서 가장 후회되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패배했다고 해서 그 책임을 안 후보에게 나누거나 안 후보의 공로를 폄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안 후보가 대선 당일 출국한 데 대해서도 “안 의원이 사전에 저에게 연락해줬고 필요한 경우의 연락 채널도 알려줬다”며 “제가 승리할 경우 공동정부나 연정 구성 같은 민감한 논란의 중심에 직접 서게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은 오로지 자신에게 있다고 하면서도 “‘종북’ 프레임의 성공이 박근혜 후보의 결정적인 승인이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문 의원은 “(종북 프레임으로) 새로운 게 없으니 나온 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이었다며 NLL 포기 발언 논란의 본질은 “참여정부가 남겨 놓은 국가비밀기록인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을 새누리당이 불법 유출해서 대선에 악용한 흑색선전”이라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비열한 (종북) 프레임에 속수무책일 정도로 무력했던 요인이 우리 내부에도 있었다”며 “국가, 애국이라는 가치에 관심을 덜 가졌던 게 사실이고 안보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점들이 종북 프레임에 취약한 배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문 의원은 특히 천안함 폭침 사건을 ‘천안함 침몰’이라고 표현했다. 대선 때 문 의원은 ‘천안함 폭침’이라고 말하지 않다가 새누리당 측에서 “폭침을 침몰이라고 하는 세력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며 공격하자 11월 28일 대전역 유세에서 처음 폭침이라고 했고, 대선 전날인 12월 18일 기자회견에서도 ‘천안함 폭침’이라고 했다. 문 의원 측은 “(침몰이라는 표현에) 어떤 의미를 두고 쓴 것 같지는 않다”고 해명했다. 문 의원은 대선 당시 국회의원직 사퇴를 하지 않은 것이 “대선 패배의 요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지난해 4월 총선 후 당 지도부가 사퇴하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시민사회 등의 요구로 이해찬 대표가 사퇴하며 당이 흔들린 것은 대선 패인의 하나로 봤다. 대선 때 언론 환경이 자신에게 편파적이었다고 주장한 문 의원은 “대선 후 지방을 돌아다니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종편(종합편성채널) 때문에 졌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와서 생각하면 대선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엄연한 실체를 모른 체할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며 종편에 출연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그러나 문 의원은 “종편 방송의 편파성과 선정적 저질 보도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문제를 제기하고 항의해야 한다”고 했다. 문 의원은 “친노 패권주의라는 말이 당내에서 상당한 공감을 얻고 있는 것도 깊이 반성해야 한다”며 “우리 안의 근본주의에서 대선 패인의 해답을 찾고 싶다. 선을 긋고 편을 가르는 순결주의 같은 것이 우리를 유연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이른바 ‘싸가지 없는 진보’를 자초한 게 아닌지 겸허한 반성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국회는 5일 국가정보원개혁특위 구성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그러나 연내 처리하기로 합의한 국정원 개혁 방안을 놓고 여야의 해석이 엇갈려 특위 운영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국정원 직원의 정부기관 출입 통제를 놓고 여야의 견해가 다르다. 민주당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은 4일 “국내정보관(IO·Information Officer)이라는 명칭으로 관공서, 언론사, 기업 등을 드나들며 정보수집 활동을 벌이는 국정원 직원의 출입을 금지하는 것일 뿐 아니라 IO 자체를 폐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회 정보위원장인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 발언과 보도자료를 통해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인) RO 사건 수사에서 보듯 일부 종북세력이 주요 부처의 국가 기밀을 조직적으로 수집하는 정황이 드러난 마당에 북한과 대치하는 현실을 간과한 근시안적 조치”라며 안보 약화를 우려했다. 국정원에 대한 국회의 예산통제권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기존의 국정원 예산총액뿐만 아니라 세목별 예산을 다 들여다본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예산총액을 더 꼼꼼히 따진다는 뜻이라고 본다. 서 의원은 “국가정보기관이 공작·정보활동을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해 정보 역량 및 수단 보호가 필요하며, 정보예산은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민주당의 해석에 반대했다. 세부적 예산이 공개되면 국정원의 조직, 인력, 정보활동 방식 등 정보 역량과 수단이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정보위원회를 상설 상임위원회로 바꾸는 문제도 쟁점이다. 민주당은 정보위를 해외 선진국 수준의 독립적 상임위로 해서 정보위원들의 비밀접근권을 보장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한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정치권 내 일부 종북세력이 노리는 대로 국가안보기관이 국회, 특히 야당 눈치만 보고 할 일을 못하는 불상사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정원, 군 등의 사이버심리전 활동을 엄격히 규제하겠다는 방침도 거세지는 북한의 사이버심리전에 적절한 대응을 못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이버심리전과 정치 관여 행위를 어떤 기준으로 구분할지도 의문이라는 게 새누리당의 주장이다. 부당한 정치 관여 행위를 하급자가 거부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은 역시 정치 관여 행위의 개념이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새누리당에선 “하급 직원이 상관의 명령을 무분별하게 거부할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 관여 행위에 대한 내부고발자의 신분 보장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보기관에서 내부고발자의 신분을 보장하는 사례는 해외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전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 국가안보국(NSA)의 첩보활동 내용을 폭로해 해외에서는 ‘세계적 내부고발자’로 영웅시됐지만 미국에서는 간첩죄 등으로 기소됐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보안사항을 폭로해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사람도 내부고발자로 보호받게 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국정원개혁특위는 여야 7명씩 14명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민주당에서 맡는다. 여야가 과반이 되지 않기 때문에 여야 합의가 안 되면 법안 처리는 교착 상태에 빠지기 쉽다.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할 때 민주당 위원장이 야당의 손을 들어줄 확률이 높다고 보면 대공수사권 폐지처럼 국정원과 안보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개혁안’이 통과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극적인 합의였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발생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수사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과 관련해 여야는 3일 “추후에 계속 논의한다”며 비껴가는 방식으로 합의안을 도출해냈다. 반면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특별위원회(국정원개혁특위)를 설치함으로써 정치·선거 개입 사건 재발 방지에 뜻을 같이했다. 여야가 합의한 국정원개혁특위는 내용과 형식에서 사실상 새누리당이 민주당의 제안을 거의 다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정원 개혁 방안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논의하면 된다는 입장에서 물러선 것이다. 국정원개혁특위의 위원장 자리도 새누리당이 아닌 민주당 몫이 됐다. 특히 국정원개혁특위는 의결권(입법권)을 갖게 됐다. 자체적으로 법률안을 만들어 심의·의결해 본회의에 회부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국회 특위는 정치개혁특위를 제외하고는 의결권이 없었기 때문에 법률안을 만들어도 해당 상임위원회에 넘겨 처리 여부를 지켜봐야 했다. 여야가 3월 합의해 설치한 사법개혁특별위원회나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난 이유 중 하나도 의결권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국회에서 정치개혁특위를 제외하고 입법권을 갖게 된 특위는 국정원개혁특위가 처음이다. 또한 국정원개혁특위는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할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민주당은 설명했다. 여야는 공무원의 부당한 정치관여 행위에 대한 직무집행거부권을 보장하고 정치관여 행위에 대한 내부고발자의 신분을 연내에 입법해 보장하기로 했다. 국정원이나 국군 사이버사령부 같은 국가기관에서 상부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국가기관이 벌이는 정치·선거 개입 사건을 내부에서 고발해도 큰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한 것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국정원 직원의 정부기관 출입을 통한 부당한 정보활동의 통제 및 정당과 민간에 대한 부당한 정보수집행위 금지에 대해서도 민주당 측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국정원은 그간 ‘국내정보관(IO)’이라는 직함으로 관공서, 언론사, 기업 등을 출입하며 각종 정보를 수집해 왔다. 국정원 예산에 대한 통제권도 강화했다. 그동안 총액으로만 예산을 볼 수 있었던 국정원 예산을 국회 정보위 소속 의원들이 일일이 들여다보고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민주당이 눈엣가시처럼 여겼던 국회 정보위원회의 운영 방식을 바꿀 방안도 마련했다. 민주당은 6월 국정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을 새누리당 소속 정보위원장과 위원에게 열람시킨 이후 남재준 원장 사퇴를 요구했다. 이번 합의로 비밀누설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도록 함으로써 회의록 내용 공개 같은 행위에 제약을 두도록 했다. 새누리당은 특위를 내주고 새해 예산안 및 법안의 연내 처리를 받아 준예산 사태를 막게 됐다. 또한 ‘특검 도입 불가’라는 입장에서 물러나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의 시기와 범위는 계속 논의한다’는 데 합의했다. 민주당의 주장을 일정 부분 수용한 결과다. 민주당은 이틀간의 세 차례 4자회담을 통해 특검을 논의하는 협의체 구성을 끈질기게 요구했다. 반면 특정 시기를 명시하지 않고 ‘계속 논의한다’고만 함으로써 여야 모두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해석할 수 있는 여지는 남겨 놓았다. 한편 합의를 이끌어낸 데에는 새누리당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과 민주당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이 큰 역할을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두 의원은 4자회담이 시작되기 전에는 물밑 협상을 통해 회담을 성사시켰고, 1차, 2차 회담이 연달아 성과 없이 끝난 뒤에도 계속적으로 협상을 해 합의문 작성까지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는다.민동용 mindy@donga.com·황승택 기자}
여지는 남겨 놓았지만 전망은 불투명한 탐색전이었다. 2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최경환 원내대표, 그리고 민주당 김한길 대표, 전병헌 원내대표의 국회 4자회담에서는 고성이 터져 나오는 등 팽팽한 기 싸움이 1시간 15분 동안 펼쳐졌다.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아무 성과 없이 끝난 것인가”라는 물음에 “아니, 내일 다시 만나는데 왜? 만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며 회담 결렬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견해차를 확인한 것도, 의견 접근한 것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중시하는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제 도입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진전이 없었다. 새누리당은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원 개혁 특별위원회의 국회 설치 문제에서도 양보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특위가 입법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회담에서 양측은 예산안 및 법안 처리, 협의체 구성 방식 등을 놓고 논의를 이어갔다. 민주당은 특검 도입과 특위 설치, 예산안 및 법안 심의, 정치개혁을 논의하는 4인 협의체에 대해 설명한 뒤 예산안 처리와 특검은 병행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최 원내대표는 양 당 대표를 제외하고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가 참여하는 ‘6인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측이 예산안 및 법안 처리가 특검 논의보다 우선시돼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면서 양측 간 감정이 격앙되기도 했다. 민주당 측에 따르면 새누리당 황 대표가 “예산안은 국민을 위해 (먼저 처리하자)…”라고 하자 민주당 김 대표가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치며 “나 김한길이, 죽어도 좋다 이거야, 누가 죽나 한번 봅시다!”라고 소리쳤다. 이 소리는 회담장 밖까지 새어나와 많은 해석을 낳았다. 마침 이때 청와대에서 황찬현 감사원장 및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김진태 검찰총장을 임명한다는 소식이 보도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대표 측은 “회담장에서는 임명 소식을 못 들었다”고 해명했다. 회담이 끝난 뒤 여야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황 대표는 기자들이 “오늘 의견이 좁혀진 부분 있나”라고 묻자 “자꾸 얘기를 하면서 하여간 풀어야지요”라고 답했다. 새누리당 최 원내대표는 회담장에 남아 김기현 정책위의장,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와 따로 3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눴다. 최 원내대표는 기자들의 질문에 손을 내저으며 “내일 얘기할게”라고만 했다. 김 대표도 허전하고 허탈한 표정이었다고 민주당 관계자는 전했다. 김 대표는 의원들에게 “설명할 게 없다”며 줄담배를 피워댄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이 특별한 해법도 없이 회담장에 나온 데 대해 불쾌함을 표시했다는 후문이다. 전 원내대표는 최 원내대표에게 항의 전화를 걸어 “(감사원장 등) 임명을 왜 오늘 했느냐”며 따지기도 했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답답하다. 새누리당이 오늘과 같은 기조로 회담장에 나오면 곤란하다”며 “다만 새누리당도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를 확인했으니 내일(3일) 회담에는 다른 자세로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직을 걸겠다”고 한 김 대표가 만에 하나 사퇴하는 사태가 온다면 새누리당도 유리할 것 없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정치권에서는 여권 내 기류가 ‘특검 무조건 반대’에서 ‘제한적 특검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물꼬가 트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 2일 회담에서 여야가 총론을 이야기하는 데 그쳤다면 3일 회담에서는 특검의 임명 주체, 범위, 기간 등의 각론을 논의할지 모른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회담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회동으로 새누리당의 새해 예산안 예결특위 단독 상정은 보류됐다. 여야의 극한 대립이 유예된 것이다. 회군 명분을 찾던 민주당으로서도 조금 숨 쉴 여지를 갖게 됐다. 그렇다고 3일 속개될 회담에서 정기국회 정상화의 길이 열릴지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관측이 많다. 민주당 내에서는 특검 관철 없이 복귀할 수 없다는 강경론이 만만치 않다. 배수진을 친 김 대표로서도 빈손으로 돌아갈 수만은 없다. 김 대표는 이날 회담을 끝내고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