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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30일 정기 주주총회 이후 ‘주주와의 대화’에서 주주들에게 배터리 사업자회사 SK온의 주식을 나눠 주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추후 SK온 기업공개(IPO) 시 SK이노베이션 시가총액의 10% 규모로 SK온 주식을 교부해 기존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이 손실을 입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일 회사 주가는 전날 대비 13.8% 오른 18만7200원에 마감했다. #2. KT는 지난달 31일 주총을 통해 자사주를 다른 기업과의 지분 교환에 활용할 때 반드시 주총 승인을 받도록 정관을 수정했다. 자사주를 경영상의 이유로 상호 교환하는 행위가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네덜란드 연금투자회사 APG의 지적을 반영한 것이었다. 국내 기업들이 주주친화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외국인투자가들은 물론이고 국내 기관투자가나 소액주주들까지도 기업 경영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다. 이들의 의견을 외면하기 어려워진 기업들로서는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같은 방식으로 주주가치를 높이고 있다. 20일 본보가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의뢰해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 100대 기업(금융, 공기업 제외)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평균 배당금은 2012년의 3.2배였다. 이들 기업의 평균 당기순이익이 10년 새 1.9배로 늘었는데, 배당금 증가 속도가 더 빠른 셈이다. 지난해 배당을 실시한 기업은 90%였다. 작년 적자를 낸 기업 중 전년 실적에 대한 배당을 실시한 기업도 6곳이 있었다. LG디스플레이는 3조1956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나 배당금 2928억 원을 지급했다. 502억 원의 순손실이 난 호텔신라는 배당에 76억 원을 썼다. 국내 배당 정책은 여전히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 낮은 편이지만 최근 5년 사이 차이가 줄어들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17년 한국 기업들의 배당성향은 14.9%로 미국 51.2%, 영국 83.4%, 독일 45.6%에 비해 30∼70%포인트 차이가 났다. 지난해 기준 한국은 20.1%로 오르는 동안 미국(40.5%), 영국(45.7%), 독일(40.8%)은 줄어들며 차이가 20%포인트 수준으로 축소됐다. ESG 평가기관인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재 대표는 “과거보다 유튜브나 각종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며 ‘개미’라 불리는 소액투자자들의 정보 접근성이 높아졌다”며 “KCGI, 트러스톤 등 국내 행동주의 펀드도 많아지면서 주주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주들은 배당뿐만 아니라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서도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IPO 정책이나, KT의 자사주 정책 변화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태광산업은 흥국생명에 대한 4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검토했다가 2대 주주인 트러스톤의 반대에 “주식을 인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당시 트러스톤은 흥국생명의 지분을 태광그룹 일가가 100%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이 주주 이익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한국ESG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주총 시즌에 주주 제안 안건 수는 72건으로 지난해 18건에서 4배로 늘었다. ESG연구소는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영향을 행사해 경영 관행, 지배구조를 개선하면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뿌리깊어진 결과”라며 “앞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개선하지 않는 기업들은 주주 대처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리사이클링(recycling·재활용)’ 주제를 다루지 않는 기업을 찾기 힘들 정도네요.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입니다.” 17일 세계 3대 플라스틱·고무 박람회 ‘차이나플라스(Chinaplas) 2023’이 열린 중국 선전 국제 컨벤션센터. 이곳에서 만난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은 행사장을 둘러보던 중 이같이 말했다.● 석유화학의 ‘대세’가 된 리사이클링실제 SK지오센트릭을 비롯한 LG화학, 롯데케미칼, 코오롱 등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화학기업인 독일 바스프, 네덜란드 라이온델바젤, 중국 석유화학 산업을 이끄는 시노펙(중국석유화공) 등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하나같이 ‘recycle’을 부스 전면에 내세워 재활용 기술을 뽐냈다. 전 세계 3900여 업체가 참여한 이번 차이나플라스의 주제는 ‘더 스마트하고 환경 친화적인 미래를 위한 혁신 기술’이었다. 바스프는 폐기되는 어망을 모아 재활용한 플라스틱 타일을 전시했다. 폐어망은 보통 다시 쓸 수 없는 수준으로 손상이 심한 경우가 많다. 바스프는 플라스틱 소재의 특성을 되살리고 성능을 향상시키는 첨가제를 활용해 4.5kg 폐어망으로 1㎡의 타일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코오롱플라스틱도 폐어망에서 추출한 나일론 원료를 기반으로 만든 어시스트암(기계장치의 지지대)을 선보였다. LG화학은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를 활용해 만든 포대를 진열했다.● 기계적 재활용에서 화학적 재활용으로이전보다 진보한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도 대거 등장했다. 보통 페트병이라고 불리는 폴리에스터(PET) 소재는 이물질이 거의 없는 깨끗한 상태여야 재활용할 수 있다. 기름때가 묻거나 색이 입혀진 페트로는 일상에서 마시는 투명색 물병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 플라스틱 재활용이 분쇄, 세척 등 물리적인 방식으로 처리되는 ‘기계적 재활용’에 머무른 데 따른 한계였다. 국내 기업들은 폐플라스틱을 화학 처리해 불순물 없는 순도 높은 폴리에스터를 뽑아내는 기술을 선보였다. 화학적으로 뭉치고 결합돼 있던 상태를 해부시킨 뒤 맑고 투명한 페트병으로 다시 만드는 ‘해중합’이다. SK지오센트릭은 폴리에스터 섬유로 만든 남색 라운드티를 해중합해 만든 콘셉트로 에비앙 물병과 록시땅 샤워오일병을 전시했다. 롯데케미칼도 빨강, 파랑, 초록 등 각양각색의 폐플라스틱 조각을 해중합해 재활용한 투명한 색깔의 칠성사이다 병을 내놨다.● “재활용도 돈 되는 사업” 속도 내는 기업들이러한 ‘화학적 재활용’은 플라스틱을 무한정 다시 쓸 수 있어 ‘도시유전’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기계적 재활용은 거듭할수록 분자가 훼손돼 2, 3번 쓰면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서강준 롯데케미칼 친환경 PET 프로젝트팀 리더는 “이제 플라스틱 재활용의 주인공이 화학적 재활용으로 바뀌는 추세”라고 했다. 나 사장은 “기계적 재활용은 상태가 좋은 플라스틱 위주로 쓰기 때문에 단가가 비싸고 마진이 작다”며 “반면 화학적 재활용은 훨씬 가치가 낮은 제품을 투입해 비싸게 팔 수 있어 기술력만 갖춘다면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SK지오센트릭은 특히 2025년 목표로 울산에 짓는 플라스틱 재활용 단지 ‘ARC’로 주목받았다. 화학적 재활용의 대표 공정인 해중합, 열분해, 용매 기반 정제가 모두 가능한 클러스터다. 3대 공정을 한데 모은 단지는 전 세계에서 ARC가 처음이다. 롯데케미칼은 울산 2공장에 2024년까지 화학적 플라스틱 재활용 설비를 연 11만 t 규모로 구축할 계획이다. LG화학도 2024년까지 3100억 원을 들여 충남 당진에 열분해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연 2만5000t 규모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미국, 유럽에서는 이미 재활용 플라스틱을 의무화하는 방침을 내놓았고 중국 역시 ‘순환경제’를 강조하고 있다”며 “플라스틱 제품을 쓰는 기업들도 갈수록 ‘친환경’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추세여서 재활용 시장이 빠르게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선전=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답은 항상 고객에게 있다는 믿음으로 과감한 도전, 끊임없는 혁신을 만들어가는 ‘담대한 낙관주의자’가 됩시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사진)은 13일 팀장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소통 프로그램 ‘CEO 펀(F·U·N) 토크Talk’에서 “현재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고 행동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정해질 것임을 잊지 말자”며 이같이 밝혔다. 조 사장 취임 이후 6번째를 맞은 이번 CEO 펀 토크는 리더십을 주제로 진행됐다. 팀장급 80%가 온·오프라인으로 소통했고 리더십에 관심 있는 구성원까지 총 4000여 명이 참여했다. 조 사장은 “리더는 치열하게 논의하고 집요하게 팔로업(추적)하며 각 과정마다 책임을 분명히 하는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소통과 조직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조직 내 문제를 골칫거리가 아닌, 해결 가능한 보물로 바라보는 사고의 전환이 건강한 조직을 만든다”고 했다. 조 사장은 간담회 중 ‘팀장에서 임원으로 승진하는 방법’에 대한 질문에 “3명의 상사를 진급시키고 진심으로 따르는 5명의 후배를 가져라”고 조언했다. 그는 “상사 진급은 본인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의미이고, 후배가 따른다는 것은 리더십이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LG화학은 북미 친환경 연료 전문업체 지보(Gevo)와 2026년까지 바이오 프로필렌을 공동 연구개발하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프로필렌은 자동차 내외장재, 바닥재, 기저귀 등에 쓰이는 원료다. LG화학은 지보에서 제공하는 프로필렌 기술을 기반으로 공장을 구축하고 상업화에 나설 계획이다. LG화학 측은 “옥수수,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바이오 에탄올로 에틸렌(포장재, 건축자재 등의 원료)을 만드는 기술은 현재 상업화됐지만 바이오 프로필렌 생산 기술을 상업화하는 것은 우리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에 따르면 바이오 프로필렌을 사용하면 기존 제품보다 90% 이상의 탄소 저감 효과를 볼 수 있다. LG화학은 이와 함께 친환경 사업 강화를 위해 충남 당진시에 열분해유 공장을 짓고 있고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한 자원 선순환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미국 정부가 2032년 신차의 3분의 2를 전기차로 채우고, 내연기관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이라는 규제 초안을 내놓으면서 한국 기업들도 발 빠른 대응이 불가피해졌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차 비중을 당초 목표보다 더 가파르게 올리기 위해 내연기관차 전략을 재검토할 필요가 생겼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북미 사업의 추가 확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 환경보호청(EPA)이 12일(현지 시간) 공개한 운송 분야 탄소 배출 감축안은 2032년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67% 이상을 전기차로 채우는 게 핵심이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 등의 배출 허용 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2년 1마일(약 1.6km)당 82g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26년 기준인 1마일당 186g보다 약 56% 수준으로 감축됐다. 이는 2021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발표했던 2030년 신차 중 전기차 비중 50% 달성 목표를 더 강화한 것이다. 미국 내에서조차 실현 가능성을 두고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해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비중은 5.8%였다.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생산 규모를 더욱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현대차는 지난해 전체 미국 판매량의 3.8%, 기아는 4.1%가 전기차였다. 지난해 현대차는 2030년 전기차 판매 비중 목표를 58%(53만 대)로 세웠고, 기아는 6일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47%(47만5000대)를 제시했다. 반면 EPA는 규제 강화의 효과로 2032년 현대차의 경우 전체 판매량의 70%, 기아는 71%를 전기차로 채울 것으로 전망해 부담이 커졌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해서도 전기차 판매를 늘려야 한다. 내연기관차 판매는 갈수록 어려워질 수 있다. 미국에서 판매 중인 내연기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현대 싼타페와 기아 쏘렌토는 각각 1마일당 375g, 377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북미 사업 기회가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기차 생산이 늘어나는 만큼 배터리 수요도 덩달아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12일 2035년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이차전지 시장은 수요가 4.6TWh(테라와트시)에 이르는 반면 공급은 3.0TWh에 그칠 것으로 봤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시행하는 미국, 핵심원자재법(CRMA) 도입을 예고한 유럽 중심으로 배터리 수요가 늘어나고 생산설비 증설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국내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지난해 생산능력 기준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의 75%를 중국이 차지했지만 2035년에는 38%까지 낮아지고, 미국은 6%에서 31%, 유럽은 12%에서 27%로 늘어날 것으로 봤다. 하지만 2030년 이후 폭증하는 배터리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배터리 3사가 완성차 업체들과 해오던 합작(JV) 사업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투자에 대한 부담을 배터리 업체들과 나눠 가지려 할 것”이라며 “JV는 배터리 기업 입장에서 명확한 공급처를 확보하는 모델이기 때문에 서로 윈윈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수요·공급 불균형 심화를 메꾸기 위해 결국 중국 업체들이 다시 진입 기회를 가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IRA 도입 취지에 따라 배터리 산업은 ‘한미일 중심’이 되고 있지만, 중국의 움직임은 늘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전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LG전자는 성능과 고객 편의성을 향상시킨 서빙 전문 로봇 ‘LG 클로이 서브봇’ 3세대를 선보인다고 11일 밝혔다. 새 서브봇은 1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2023 월드 IT쇼’에서 처음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서브봇은 6개의 바퀴 각각에 서스펜션(완충장치)을 달아 국밥, 라면 등 액체가 담긴 음식을 싣고도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울퉁불퉁한 매장 바닥을 돌아다니거나 급정거·급출발 시 떨림으로 인한 액체 쏠림을 최소화한 것이다. 라이다 센서와 3차원(3D) 카메라를 통해 공간 인식 능력도 개선했다. 자동문을 스스로 통과하는 등 주행 영역이 확대된 것이다. 로봇 간 통신이 가능해 10대 이상의 로봇이 같은 공간에서 활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트레이(쟁반)는 이전 모델 대비 132mm 길어졌고 무게도 40kg까지 담을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됐다. 매장 환경이나 배송 물품에 맞게 트레이 위치를 상하로 조절하거나 뺄 수도 있다. 또 서브봇이 트레이 무게를 감지해 직접 조작을 최소화했다는 게 특징이다. 고객이 주문한 음식을 받아 가면 출발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스스로 이동할 수 있다. 반대로 트레이의 식기가 가득 차면 퇴식구로 알아서 움직이는 기능도 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동아일보가 한국경영학회와 함께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경영학자들은 현재의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 총수들에게 ‘비전형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영학회 회원 151명 대상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7.1%는 현재 경제위기 돌파를 위해 필요한 리더십을 묻는 질문에 비전형 리더십이라고 답했다. 경제위기 속에서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비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를,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전기차 글로벌 톱3를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태원 SK 회장은 넷제로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선도를, 구광모 ㈜LG 대표는 인공지능, 바이오, 클린 산업을 통한 체질 개선을 기업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 비전형 리더십 필요 대한리더십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정훈 제주대 경영대학 교수는 “리더는 급박하게 바뀌는 환경 속에서 새것을 발굴·개척하고 방향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어려울수록 앞서가지 않으면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기업이 위기 상황에서 현실에만 안주한다면 성장 가치를 잃고 퇴보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기복 국민대 명예교수는 “비전형 리더십이란 급변하는 사회 환경에 맞춰 사업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짜고 미래를 리드하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했다. 과거 국내 기업들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성장을 경험했다는 점도 비전형 리더십을 강조하는 이유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1997년 IMF 사태나 2008년 금융위기 등 과거 위기가 닥쳤을 때 성공을 이뤄낸 기업들은 공격적인 투자와 인재 확보에 나서 기회를 잡았다는 것이 공통점”이라며 “올해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각국 정부의 긴축 재정이 완화되고 경기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금 발 빠르게 준비하는 역발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비전형 리더십은 현재 및 미래 사업에 대한 전문성과 위기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야 한다고 봤다. 이번 설문에서 ‘글로벌 경영 환경 급변 속 대기업 총수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가’라는 질문(복수 응답)에 52.0%가 ‘현재 및 미래 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꼽았고 이어 46.7%가 ‘위기관리 경영 능력’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백 명예교수는 “당장 문제 해결이 시급한 상황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솔루션도 중요하다는 의미”라며 “존립이 위태로운데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하면 총수와 기업 모두 위험해질 수 있다”고 했다. 신제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대한리더십학회 명예회장)는 “과거에는 비전이 ‘꿈(dream)’이었다면 오늘날 비전은 ‘계획(plan)’”이라며 “비전형 리더십은 미래를 고려해 현재를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경영학자들은 비전형 리더십에 이어 ‘글로벌 파트너 협력을 위한 네트워크 리더십’(19.9%), ‘임직원과 교류하는 소통 리더십’(17.9%) 등을 2, 3위로 꼽았다. ‘사회적 규칙을 잘 지키는 윤리적 리더십’(8.6%), ‘구성원을 섬기는 서번트 리더십’(4.6%) 등에 대한 주문도 있었다.● 기업 존속 위해 인재 육성 나서야 경영학자들은 기업의 존속과 성장을 위해 인재 확보 및 육성과 지배구조 선진화에 나설 것을 총수들에게 주문했다. ‘현재 대기업 총수들이 기업의 존속과 성장을 위해 완수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43%(복수 응답)가 ‘인재 확보 및 육성’이라고 답했다. 이어 ‘지배구조 선진화’(41.7%), ‘협력업체 등 생태계의 공존’(37.7%), ‘글로벌 시장 진출 가속화’(30.5%) 등이 뒤를 이었다. ‘사회 문제 해결’(2.0%)이나 ‘임직원 처우 개선’(1.3%) 등에 대한 주문은 비교적 적었다. 이 같은 과제를 해결해야 할 총수들의 강점에 대해 경영학자들은 ‘선대 회장으로부터 전수된 경영 노하우’(28.5%)와 ‘글로벌 경험 및 마인드’(21.9%) 등을 꼽았다. ‘사업 추진력과 과감함’(24명·15.9%), ‘새로운 시장과 기술에 대한 도전정신’(23명·15.2%) 등이 뒤를 이었다. 현재의 총수들이 과거 세대보다 뛰어난 점을 묻자(2개 복수 응답) 절반이 넘는 51.0%가 ‘국내외 기업들과의 네트워크’라고 답했다. ‘조직 내부와의 소통 능력’(39.7%), ‘경영환경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25.2%) 등도 꼽혔다. 반면 부족한 점으로는 ‘과감한 실행 능력과 도전정신’(58.3%)이 가장 많이 꼽혔다. 조봉순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주영, 이병철 등 폐허에서 시작한 선대 회장과 비교하면 그 누구라도 도전정신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현대차의 수소사업 진출, LG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 등 현재 재계 3, 4세 총수가 과감한 실행 능력을 보인 사례도 많다”고 설명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20, 30대 ‘M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리더십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직원들과 함께 고민하는 ‘소통형’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MZ세대 827명을 대상으로 기업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7.9%가 가장 선호하는 경영진의 리더십 유형으로 ‘소통형’을 선택했다고 10일 밝혔다. 강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신속한 결정을 내리는 ‘카리스마형’이 13.9%, 직원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자율성을 부여하는 ‘위임형’은 8.2%로 집계됐다. 기업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키우는 데 필요한 요소로는 37.2%가 ‘기업 내 조직원 간 소통 강화’를 꼽았다. 이어 ‘적극적 투자 및 일자리 창출’이 29.7%, ‘좋은 제품과 서비스 생산’ 24.7% 순이었다. 최근 주요 기업의 경영진들이 MZ와 적극적인 소통 행보를 이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0.2%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7.9%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올 2월 경기 수원사업장의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를 방문해 신입사원과 간담회를 가졌다. 현대자동차도 정의선 회장이 1월 타운홀미팅에 참석해 직원들이 평소 궁금해하던 것들에 대해 직접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다. SK는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 8월 직원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회장과의 찐솔대화’를 진행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36.6%는 취업하고 싶은 기업으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보장되는 곳을 꼽았다. 이어 ‘월급과 성과보상 체계가 잘 갖춰진 기업’(29.6%), ‘정년 보장 등 안정적인 기업’(16.3%), ‘기업과 개인의 발전 가능성이 있는 기업’(10.4%) 순이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기지 확보에서 경쟁국인 일본에 앞섰지만 광물 확보전에선 일본에 밀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중국이 광물 수출을 제한하는 보복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일본보다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말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 지침이 공개되면서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한중일 3국의 지각변동이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국의 보복 조치에 더 취약한 한국 10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한미일의 배제 전략 속에서 중국은 최근 광물 수출을 제한하겠다는 맞불 작전을 내놓았다. 전기차 모터에 들어가는 희토류 자석을 수출 금지 대상에 올린 것이다. 당장은 희토류에만 적용되지만 규제 품목이 확대될 경우 배터리 공급망에 미치는 파장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아무리 공급망 다변화를 한다고 해도 중국을 완전히 배제한 생산 체계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중국이 문고리를 걸어 잠그면 전 세계 배터리 생태계에 치명적”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이 특히 중국의 보복에 민감한 이유는 일본보다 높은 중국 광물 의존도가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되고 있어서다. 본보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산화·수산화리튬, 천연흑연, 황산코발트·망간 등 배터리 핵심 광물 8대 품목을 분석한 결과 한국과 일본의 중국 의존도는 수입액 기준 각각 61.6%, 37.3%로 나타났다. 올 3월 최종 업데이트된 2021년 기준 유엔 무역통계(유엔 컴트레이드)로 분석한 것이다. 현재 배터리 산업 세계 1위는 중국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1, 2위 업체인 CATL, BYD의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각각 37.0%, 13.6%로 합산 50%가 넘는다. 국내 3사 합산 점유율(23.7%)의 두 배 이상이다. 하지만 중국 시장을 제외하면 CATL(22.3%)과 BYD(0.6%)의 합산 점유율은 국내 3사(53.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중국의 올해 친환경 차량 내수 시장은 전년보다 3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지난해 성장률(93.4%)의 3분의 1 수준으로 둔화되는 것이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진출에 사활을 건 배경이다. 미국 포드와 기술협약을 추진 중인 글로벌 1위 배터리 기업 CATL은 미중 양국 정부의 견제에 시달리고 있다. 당장 중국 당국도 2월부터 두 기업 간 협력 방식에 대해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고강도 조사에 나선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도 자국 보조금이 중국 기업에 흘러가는 것을 가만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물 공급망 일본 유리, 현지 생산 능력은 한국 우위 IRA는 광물의 경우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핵심광물협정을 맺은 국가에서 조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 FTA를 맺지 않았지만 ‘광물협정’을 통해 같은 대우를 받아 유리한 입지를 확보했다. 한국과 일본은 IRA가 공급망으로 인정하는 나라로부터 광물을 조달하는 비율이 각각 27.3%, 25.3%로 비슷하다. 일본은 중국 의존도가 한국보다 낮지만 벨기에, 핀란드, 아르헨티나 등 일본의 주요 수입국들이 아직 IRA 공급망의 ‘인정국’ 지위를 받지 못해서다. 이들 국가가 광물협정국으로 추가 지정되면 일본의 경쟁력은 한층 올라갈 수 있다. 배터리 4대 소재 중 양극재는 한국이, 음극재는 일본이 우위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한국이 전 세계 양극재 생산량의 21.9%를 차지해 일본의 10.3%보다 앞섰다. 음극재는 반대로 한국 8.0%, 일본 21.5%다. 나머지 소재인 분리막과 전해질이 광물이 아닌 부품으로 구분되면서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을 시간을 벌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품은 북미에서 생산해야 보조금 지급 대상이 되는데 양국 모두 현지 생산기지가 없어 출발점이 다르지 않다고 본다는 얘기다. 한국이 확실히 우위를 보이는 것은 미국 내 생산기지 규모다. 에너지 조사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북미 지역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 109.7GWh(기가와트시)에서 2030년 813.6GWh로 7배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올해 말 기준 한국의 미국 내 배터리 생산 규모는 LG에너지솔루션 50GWh 이상, SK온 22GWh 등 최소 72GWh로 추정된다. 일본은 파나소닉 한 곳이 40∼50GWh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생산 규모는 2026년 293GWh에 이를 예정이고, SK온과 삼성SDI도 2025년 각각 151GWh, 33GWh 규모의 설비를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2026년쯤이면 3사 합산 규모가 477GWh가 된다. 파나소닉은 2년 뒤인 2028년까지 총생산량을 200GWh로 끌어올리겠다고 목표를 잡은 정도다. 파나소닉은 최근 BMW, 스텔란티스 등과 합작 공장 설립을 논의하는 등 뒤늦게 추가 생산기지 확충에 열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20~30대 ‘M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리더십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직원들과 함께 고민하는 ‘소통형’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MZ세대 827명을 대상으로 기업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7.9%가 가장 선호하는 경영진의 리더십 유형으로 ‘소통형’을 선택했다고 10일 밝혔다. 강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신속한 결정을 내리는 ‘카리스마형’이 13.9%, 직원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자율성을 부여하는 ‘위임형’은 8.2%로 집계됐다.기업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키우는 데 필요한 요소로는 37.2%가 ‘기업 내 조직원간 소통 강화’를 꼽았다. 이어 ‘적극적 투자 및 일자리 창출’이 29.7%, ‘좋은 제품과 서비스 생산’ 24.7% 순이었다. 최근 주요 기업의 경영진들이 MZ와 적극적인 소통 행보를 이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0.2%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7.9%였다.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올 2월 경기 수원사업장의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를 방문해 신입사원과 간담회를 가졌다. 현대차도 정의선 회장이 1월 타운홀미팅에 참석해 직원들이 평소 궁금해하던 것들에 대해 직접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다. SK는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 8월 직원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회장과의 찐솔대화’를 진행했다.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36.6%는 취업하고 싶은 기업으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보장되는 곳을 꼽았다. 이어 ‘월급과 성과보상체계가 잘 갖춰진 기업’(29.6%), ‘정년보장 등 안정적인 기업’(16.3%), ‘기업과 개인의 발전 가능성이 있는 기업’(10.4%) 순이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삼성전자는 경기 수원시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을 방문한 라켈 페냐 도미니카공화국 부통령을 만나 사업 협력을 모색하고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다고 9일 밝혔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페냐 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삼성전자는 2016년 도미니카공화국에 지점을 설립한 이후 휴대전화, TV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도미니카공화국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제품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또 “2030 부산 엑스포는 삼성전자의 첨단 기술을 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도미니카공화국 청년들의 취업을 돕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삼성이노베이션 캠퍼스’를 이달부터 운영할 예정이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국내 기준금리가 지난해 10월 3%대에 진입한 이후 7개월째에 접어들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기업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3월 국내 제조기업 302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 대비 경영 상황 변화를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66.3%는 적자로 전환했거나 손익분기 상황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수익을 꾸준히 창출하고 있거나 수익이 늘어났다고 답한 기업은 33.7%였다. 지난해 하반기(7∼12월)와 비교해 현재 자금 사정을 묻는 질문에는 56.3%가 “고금리 때문에 지난해보다 어려움이 심화됐다”고 했다. ‘비슷한 수준’은 29.3%, ‘어려움이 없거나 개선됐다’가 14.4%였다. 금리 부담에 기업들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지난해 9월 조사 때만 해도 기업의 20.2%가 고금리 대응책을 마련했다고 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71.0%가 긴축경영 조치를 시행했다고 답했다. 주요 조치(중복 응답)로는 ‘소모품 등 일반 관리비 절약’이 71.8%로 가장 많았고 ‘투자 축소’(24.9%), ‘임금 동결 또는 삭감’(11.7%), ‘인력 감축’(9.4%), ‘공장 가동 축소’(8.9%) 순이었다. 기업들은 정부·지자체가 경영안정자금을 빌려주는 등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지원 대상이 제한적’(35.5%)이고 ‘대책을 모르는 기업이 많다’(28.7%)는 이유로 효과가 낮다고 지적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계 1위 삼성전자가 7일 감산 계획을 깜짝 발표하면서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반도체 치킨게임’이 조기 종료됐다. 이로써 공급 과잉 우려로 내리막길을 걸었던 D램 시장 가격이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과 “바닥을 찍었다”는 업계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공급 과잉 마침표, 하반기 회복 전망에 힘 실어 블룸버그통신은 7일(현지 시간) 삼성전자의 감산 소식을 전하며 “업계 전반에 걸쳐 가격 급락을 가져온 공급 과잉의 종식을 향한 중대한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감산 발표 직후 삼성전자(4.33%)와 메모리 2위 SK하이닉스(6.32%), 3위 마이크론(시간 외 4.85%)의 주가가 모두 오르며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불확실성 해소를 환영했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 점유율 45.1%를 기록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으로 D램 시장의 재고 회전과 가격 회복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범용 D램 고정거래가는 지난해 10월 2.21달러로 전월 대비 22.46% 급락했다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감산 결정을 내린 뒤 올해 1월 1.81달러로 18.1% 떨어지며 감소 폭을 줄인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올 하반기(7∼12월)부터 반도체 고객사들의 메모리 재고 하락이 시작돼 내년에 반도체 시장 반등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도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달 말 보고서에서 “3분기(7∼9월) 업계 재고 안정화 및 하락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업황이 저점을 지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전략 선회(감산)가 확인될 경우 업황에 대한 눈높이가 제고될 것이라 판단한다”고 기대했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도 올 1분기(1∼3월)를 저점으로 다시 회복세를 그리고 있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1분기 6000억 원(7일 잠정 발표) △2분기 8530억 원 △3분기 4조464억 원, SK하이닉스는 △1분기 ―3조6362억 원 △2분기 ―3조3275억 원 △3분기 ―2조4330억 원으로 예측됐다.● 삼성전자, 업사이클 대비 충분히 끝냈나 과거 2007년부터 2009년 6월까지 이어지며 경쟁 업체 파산으로 이어졌던 치킨게임과 달리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으로 이번 치킨게임은 비교적 조기에 일단락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2위 SK하이닉스와 3위 마이크론과의 격차를 이미 유의미하게 벌려 놓았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삼성전자에 6개월 앞서 지난해 4분기(10∼12월)부터 각각 감산에 들어간 상태다. 삼성전자는 안팎에서 끊임없이 제기돼온 감산설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을 유지해오면서 2024년으로 예상되는 호황기 점유율 경쟁에서 승기를 굳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7일 감산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를 “특정 메모리 제품은 향후 수요 변동에 대응 가능한 물량을 확보했다는 판단하에 (감산을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과거 치킨게임과 달리 ‘짧고 강한’ 출혈과 수요 침체의 장기화 가능성이 부담이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0여 개 업체가 난립했던 2007∼2009년 치킨게임 당시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는 2008년 4분기 6900억 원, 2009년 1분기 6500억 원 등 1조3400억 원의 적자를 낸 뒤 승자로 살아남았다. 반면 올해 1분기엔 반도체 부문에서만 3조∼4조 원대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되는 등 출혈이 컸다. 자금 투입 여력과 의지에 미치는 변수가 많아졌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경기 흐름을 예측하기가 더욱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마냥 메모리 경쟁에만 ‘올인’하기도 어렵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매출은 약 28조8700억 원으로 반도체부문 매출(98조4600억 원)의 29.3%를 차지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주요 업체들의 올해 생산량 조정 등으로 2024년 또다시 반도체 쇼티지(부족)가 찾아올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며 “짧고 강하게 끝났던 이번 반도체 치킨게임의 성적표는 결국 내년에 받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허태수 GS그룹 회장(사진)이 6일 벤처 네트워킹 행사 ‘GS day’에 참석해 “스타트업과 벤처 업계가 GS의 미래 성장을 위한 필수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허 회장은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날로 커진다고 하지만 미래 산업을 이끌어 갈 주인공은 디지털 신기술을 바탕으로 혁신을 추구하는 스타트업이 확실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GS day는 이번이 첫 행사로 ㈜GS, GS벤처스, GS에너지가 투자한 스타트업 20곳이 참석했다. 여기에 국내 벤처캐피털 32개사와 GS 계열사 임원진까지 모두 100여 명이 모여 GS그룹의 투자 전략을 공유하고 함께 교류하는 자리를 가졌다. GS는 지난해 국내 지주사 중 최초로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인 GS벤처스를 설립한 뒤 계열사 투자를 받아 지난해 7월 1300억 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했다. 이후 9개월 동안 스타트업 10곳에 직접 투자했다. GS 관계자는 “GS는 최근 벤처시장의 위축이 자본시장 경색에 따른 것일 뿐 신기술 벤처 경쟁력에는 변함이 없다고 보고 있다”며 “앞으로 스타트업, 벤처와 함께하는 GS의 미래 성장 전략이 더 속도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직원 평균 연봉이 1억 원을 넘긴, 이른바 ‘1억 클럽’에 가입한 대기업이 3년 만에 4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봉 1위 기업은 에쓰오일로 직원 1명당 평균 1억7000만 원 이상을 받았다. 4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 100대 상장사(금융업 제외) 가운데 1억 클럽에 속한 기업 수는 35개로 2019년 9개에서 26곳 증가했다. 기존 1억 클럽에 들었던 기업이 한 곳 빠지고 27곳이 신규 진입한 결과다. 1억 클럽 기업은 2020년 12곳, 2021년 23곳, 지난해 35곳으로 매년 10곳 이상씩 늘어나고 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평균 연봉 1억 원을 유지한 기업은 삼성전자, 에쓰오일, SK하이닉스, 삼성물산, SK텔레콤, 삼성SDS, LX인터내셔널, 롯데정밀화학 등 8곳이었다. 이들 8곳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1억3662만 원으로 2019년의 1억835만 원 대비 26.1% 늘었다. 2019년 평균 연봉이 1억26만 원이었던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8624만 원으로 14.0% 줄었다. 2020년 태양광 사업을 하는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를 흡수합병했는데, 젊은 직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평균 연봉이 낮아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지난해 최고 연봉 기업은 에쓰오일이었다. 에쓰오일 직원 평균 연봉 1억7107만 원은 1억 클럽 35곳의 평균 연봉 1억1986만 원보다 5121만 원(42.7%) 많다. 에쓰오일 연봉은 2019년 1억1033만 원에서 3년 만에 55.1%나 뛰어올랐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고유가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한 국내 4대 정유사 중 한 곳이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2조4460억 원, 3조4081억 원으로 사상 최대 성과를 냈다. 2위는 최고 연봉 기업 자리를 여러 차례 차지한 바 있는 SK텔레콤(1억4500만 원)이었다. 카카오(1억3900만 원), 네이버(1억3449만 원), 삼성SDS(1억3100만 원)까지 정보기술(IT) 업체가 4곳이나 평균 연봉 ‘톱10’에 들었다. 다만 SK텔레콤과 카카오는 전년 대비 각각 11.7%, 23.7% 평균 연봉이 줄었다. LS그룹의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유통업체인 E1(1억4400만 원)이 3위에 오른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E1은 지난해 신규 시장 개척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LPG 수요가 늘어난 결과 실적이 개선됐다. 그 보상으로 직원들에게 기본급 대비 1500%의 성과급을 지급한 것이 평균 연봉 상승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1억3500만 원)는 전년보다 평균 연봉이 6.7% 뒷걸음질치면서 7위에 올랐다. 매출액 100대 기업 중 3년간의 인상률만 따지면 해운사 HMM(옛 현대상선)이 독보적이다. HMM 직원 연봉은 2019년 대비 102.4% 늘어 1억2358만 원을 기록했다. 3년 만에 연봉이 2배가 됐다는 얘기다. HMM은 해운업 불황으로 인해 2011∼2019년 9년간 임금을 동결했다가 2020년 임금 인상과 성과급 지급을 재개했다. 2021년과 지난해는 전 세계 공급망 불안으로 컨테이너선 운임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직원들에 대한 보상도 크게 올랐다. 이상호 한경연 경제조사팀장은 “지난해 경제 성장이 둔화됐는데도 고물가 등의 영향으로 임금상승률이 높아 1억 클럽 기업 수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직원 평균 연봉이 1억 원을 넘긴, 이른바 ‘1억 클럽’에 가입한 대기업이 3년 만에 4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봉 1위 기업은 에쓰오일로 직원 1명당 평균 1억7000만 원 이상을 받았다. 4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 100대 상장사(금융업 제외) 가운데 1억 클럽에 속한 기업 수는 35개로 2019년 9개에서 26곳 증가했다. 기존 1억 클럽에 들었던 기업이 한 곳 빠지고 27곳이 신규 진입한 결과다. 1억 클럽 기업은 2020년 12곳, 2021년 23곳, 지난해 35곳으로 매년 10곳 이상씩 늘어나고 있다.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평균 연봉 1억 원을 유지한 기업은 삼성전자, 에쓰오일, SK하이닉스, 삼성물산, SK텔레콤, 삼성SDS, LX인터내셔널, 롯데정밀화학 등 8곳이었다. 이들 8곳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1억3662만 원으로 2019년의 1억835만 원 대비 26.1% 늘었다. 2019년 평균 연봉이 1억26만 원이었던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8624만 원으로 14.0% 줄었다. 2020년 태양광 사업을 하는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를 흡수합병했는데, 젊은 직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평균 연봉이 낮아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지난해 최고 연봉 기업은 에쓰오일이었다. 에쓰오일 직원 평균 연봉 1억7107만 원은 1억 클럽 35곳의 평균 연봉 1억1986만 원보다 5121만 원(42.7%)가 높다. 에쓰오일 연봉은 2019년 1억1033만 원에서 3년 만에 55.1%나 뛰어올랐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고유가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한 국내 4대 정유사 중 한 곳이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2조4460억 원, 3조4081억 원으로 사상 최대 성과를 냈다. 2위는 최고 연봉 기업 자리를 여러 차례 차지한 바 있는 SK텔레콤(1억4500만 원)이었다. 카카오(1억3900만 원), 네이버(1억3449만 원), 삼성SDS(1억3100만 원)까지 정보기술(IT)업체가 4곳이나 평균 연봉 ‘톱10’에 들었다. 다만 SK텔레콤과 카카오는 전년 대비 각각 11.7%, 23.7% 평균 연봉이 줄었다. LS그룹의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유통업체인 E1(1억4400만 원)이 3위에 오른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E1은 지난해 신규 시장 개척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LPG 수요가 늘어난 결과 실적이 개선됐다. 그 보상으로 직원들에게 기본급 대비 1500%의 성과급을 지급한 것이 평균 연봉 상승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1억3500만 원)는 전년보다 평균 연봉이 6.7% 뒷걸음질치면서 7위에 올랐다. 매출액 100대 기업 중 3년 간의 인상률만 따지면 해운사 HMM(옛 현대상선)이 독보적이다. HMM 직원 연봉은 2019년 대비 102.4% 늘어 1억2358만 원을 기록했다. 3년 만에 연봉이 2배가 됐다는 얘기다. HMM은 해운업 불황으로 인해 2011~2019년 9년간 임금을 동결했다가 2020년 임금 인상과 성과급 지급을 재개했다. 2021년과 지난해는 전 세계 공급망 불안으로 컨테이너선 운임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직원들에 대한 보상도 크게 올랐다. 이상호 한경연 경제조사팀장은 “지난해 경제 성장이 둔화됐는데도 고물가 등의 영향으로 임금상승률이 높아 1억 클럽 기업수가 증가했고, 연봉 상승 기조를 봤을 때 올해도 일부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새로운 기술로 미래를 개척하고 지속 가능한 내일의 가치를 만드는 초일류 혁신기업이 됩시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사진)은 3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열린 ‘뉴비전 타운홀’ 행사에 참석해 이 같은 비전을 밝혔다. 이날 행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해 11월 한화디펜스를 합병한 데 이어 ㈜한화 방산부문과도 1일 통합을 마치며 ‘새로운 도전, 새로운 시작’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김 부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를 맡고 있다. 김 부회장은 “우리는 국가대표 기업으로서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자유세계를 수호하는 책임과 다음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부문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 13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 초반 김 부회장은 직원들이 새롭게 거듭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거는 기대를 담은 영상을 시청했다. 한 직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디펜스, ㈜한화 방산부문 등 세 식구가 모인 만큼 식사도 자주 하고 소통하는 기회가 많으면 좋겠다”고 했다. 3사 통합 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직원 수는 지난해 3분기(7∼9월)까지만 해도 1900명가량이었으나 현재 6500여 명이 됐다. 김 부회장은 또 직원들이 회사에 바라는 내용들을 청취하는 시간도 가졌다. 주요 키워드는 ‘초일류’ ‘혁신’ ‘도전’으로 회사 경쟁력을 키워 달라는 내용이 주로 나왔다. 행사 말미에는 직원들의 요청에 김 부회장이 함께 ‘셀카’를 찍는 등 소통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 우주, 항공을 아우르는 ‘글로벌 초일류 혁신’ 기업으로 성장할 계획이다. 2030년 매출 40조 원, 영업이익 5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 부회장은 “우리 모두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이 필요하다”며 “대한민국의 경제, 안보에 있어 대체 불가능한 그룹을 함께 만들자”고 당부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보안 기업 에스원은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정확도와 속도를 개선한 ‘얼굴인식리더 2.0’(사진)을 출시한다고 3일 밝혔다. 인식 소요 시간이 1초에서 0.6초로 단축됐고, 출입 관리 가능 인원이 3000명에서 5만 명으로 16배 이상으로 늘었다. 또 리더기에 내장된 카메라의 얼굴인식 가능 거리도 1m에서 1.3m로 늘렸다. 에스원 관계자는 “사람들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대에 얼굴을 리더기에 가까이 대거나 걸음 속도를 일부러 늦출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새 리더기는 적외선·일반 카메라가 내장됐다. 액체·이물질이 들어갈 수 없도록 설계돼 실내 설치만 가능한 기존 리더기와 달리 실내외 모두 설치 가능하다. 다만 햇빛이 강하거나 역광이 있는 자리는 피해야 한다고 회사는 설명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미국이 한국 정부와 배터리 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중국 인도네시아 광물도 한국에서 가공하면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지침을 변경했다. 부품 요건도 완화해 국내 배터리 업체는 현재 공급망을 유지한 채 미국 시장 공략이 가능해졌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세액공제 형태의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한 IRA 세부지침 규정안을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배터리협회는 “광물 조달과 핵심 부품 범위에 대해 요구했던 바가 거의 반영됐다”며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세부지침에도 사실상 중국을 뜻하는 ‘우려국가(foreign entity of concern)’와 관련된 보조금 배제 조건의 상세한 내용은 빠져 있다. 이에 따라 당장은 리튬 코발트 흑연 등 중국이 장악한 주요 광물을 한국에서 가공해 배터리 제조에 쓸 수 있지만 2025년부터는 아예 쓸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정부와 업계에 공급망 다변화라는 과제가 여전히 남은 셈이다.● 中·인니 광물로 배터리 제조 가능해져 지난해 8월 공개된 IRA법상 배터리 핵심 광물과 핵심 부품 범위가 세부지침을 통해 어떻게 구체화될지는 우리 정부와 한국 배터리 업체들에 초미의 관심사였다. 향후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공급망과 경쟁 구도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올해부터 배터리 핵심 광물은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최소 40% 이상 조달해야 하고, 부품은 북미 지역에서 50% 이상 생산해야 한다. 한국 업체들은 주로 중국,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등에서 광물을 조달하는데 이들 지역은 미국과 FTA를 맺지 않은 곳이라 우려가 제기돼 왔다. 미 재무부는 이번 세부지침에서 핵심 광물의 경우 추출·가공 중 한 과정에서만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미국 또는 FTA 체결국에서 창출하면 세액공제 요건을 충족한다고 규정했다. 산업부는 “FTA 미체결국에서 광물을 추출했더라도 FTA 체결국에서 가공해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보조금 대상이 된다”고 분석했다. 지금처럼 한국 배터리 업계가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광물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또 한국 업체들은 배터리 양극판과 음극판의 구성물질인 각각의 활물질을 가루 형태로 한국에서 제조한 뒤 미국에 수출해 현지에서 양극판 및 음극판을 제조해 왔다. 미 재무부는 이번 세부지침에서 구성물질은 부품이 아니라고 규정했다.● 中 광물 의존도 낮춰야…“과제 남아” 이번 세부지침에는 보조금 배제 대상이 되는 중국 등 ‘우려국가’에 대한 정의와 규제 방식이 담기지 않았다. 이에 따라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우려국가에서 조달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은 IRA 규정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조건은 중국 배터리의 미국 수출에 제약이 생겨 한국 배터리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동시에 배터리 제조에 중국 광물을 쓸 수 없어 ‘양날의 칼’이다. 당장은 중국산 핵심 광물을 한국에서 가공해 쓸 수 있지만 2025년부터는 이조차 아예 막힐 수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중국 등의 광물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데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은 이미 미국에 공장을 가동 중이고 삼성SDI도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공장을 2025년 가동할 예정”이라며 “북미에 공장을 돌려 직접 생산하는 이상 IRA 기준 충족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번 발표에서 미국과 FTA를 맺지 않은 일본은 ‘광물협정’을 맺어 FTA 체결국에 준하는 국가가 됐지만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는 혜택을 받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광물 추출뿐 아니라 가공까지도 현지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의견을 적극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한국의 반도체, 자동차 등 특정 품목에 대한 수출 품목 집중도가 주요 수출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2일 한국무역협회와 유엔의 국제무역 통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2020∼2022년 수출 품목 집중도는 779.3포인트로 세계 10대 수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개별 품목 수출액이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반영해 산출한 지수로 수치가 높을수록 해당 품목에 대한 집중도가 높다는 뜻이다. 10대 수출국의 평균은 548.1포인트였다. 일본이 753.0포인트로 2위였고 중국은 640.2포인트로 3위, 미국은 425.8포인트로 7위였다. 품목 집중도가 가장 낮은 나라는 네덜란드(372.1포인트)였다. 한경연은 한국의 전체 수출액 중 반도체가 포함된 전기장치·기기가 20.2%, 자동차가 10.5%를 차지하는 등 특정 품목 의존도가 높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상위 10대 품목의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68.7%로 10대 수출국 평균인 58.8%보다 9.9%포인트 높았다. 특정 국가에 대한 수출 의존도도 높았다. 전체 수출액 중 특정 국가 의존도를 집계한 국가 집중도는 1019포인트로 캐나다(5734.4포인트)에 이은 2위였다. 캐나다는 미국 수출이 전체 수출의 77.0%를 차지해 국가 집중도가 가장 높았다. 한국은 전체 수출의 24.5%가 중국, 15.2%가 미국에서 이뤄졌다. 한경연은 한국처럼 특정 품목이나 국가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을수록 대외 환경 변화로 인한 충격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경연 관계자는 “편중된 수출 구조를 개혁하고 민간 혁신 지원을 확대해 경쟁력 있는 품목을 다양하게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