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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이 전국에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주의보를 발령한다고 16일 밝혔다. 독감 유행주의보는 통상 겨울철(11월~다음해 1월)에 발령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가을 독감 유행’이 도래한 것이다.질병청은 병·의원을 방문하는 외래 환자 1000명 당 독감 의심환자 수(의사환자 분율)를 기준으로 유행주의보를 발령한다. 질병청에 따르면 지난 주(4~10일) 독감 의사환자 분율은 5.1명으로, 올해 유행 기준(4.9명)을 넘어섰다. 겨울이 시작되기 전에 독감 유행이 시작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11월 이전에 독감 유행주의보가 발령된 건 2010년(10월 1일 발령)이 마지막이다. 당시엔 '신종플루'가 유행하면서 유행주의보 발령이 앞당겨진 바 있다.특히 최근 2년은 독감 유행주의보가 한 번도 발령되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 준수가 생활화되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면서 독감이 유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감염을 통해 '자연 면역'을 획득한 인구가 적은 만큼 올해 독감 유행이 예년보다 더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겨울철 코로나19 유행 규모가 다시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독감까지 크게 유행할 경우 의료 현장의 혼선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방역당국은 고위험군에게 독감 예방접종에 참여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을 같은 날 동시에 접종해도 무방한 만큼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기 전에 접종해달라고 강조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2차관은 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고위험군 1216만 명을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지원한다"며 "일선 학교 등에서는 백신 접종과 예방을 위한 홍보를 집중적으로 해 달라"고 말했다. 고위험군 대상 무료 독감 예방접종은 21일 시작된다. 이날부터 영유아(만 6개월 이상, 13세 미만) 중 한 번도 독감 백신을 맞지 않은 아이들부터 무료 접종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은 4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한다. 다음 달 5일부터는 모든 영유아와 임신부가 접종 대상이 된다.고령층 백신 접종도 다음 달 중에 시작되는데 나이에 따라 시작 날짜가 다르다. 만 75세 이상은 다음 달 12일부터, 70세 이상은 17일부터, 65세 이상은 20일부터다.한편 독감 유행주의보가 발령되면서 '타미플루'와 같은 독감 치료제(항바이러스제)에 대해 한시적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9세 이하 어린이와 65세 이상 고령자, 임신부,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은 독감 의심 증상만 있어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아 독감 치료제를 처방받을 수 있다. 고위험군 외에는 신속항원검사 등을 통해 인플루엔자 감염이 확인되면 건보 적용을 받는다. 건보 적용 시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독감 치료제 가격은 통상 1만 원 미만으로 책정된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정부가 이달 도입한 신형 사회복지 전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복지 행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생계급여를 새로 신청한 사람이 제때 급여를 받지 못하는 등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6일 각 지방자치단체 복지 담당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차세대 사회보장 정보 시스템 ‘행복이음’을 개통했다. 복지 서비스 전산망을 개선해 보다 신속히 제공하는 게 목적이다. 생계급여, 기초연금 등 복지 대상자의 자격 정보가 행복이음을 통해 처리된다. 복지부는 지난달 벌어진 ‘수원 세 모녀 사건’의 재발 방지 대책으로 행복이음 구축을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행복이음은 14일까지도 정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기존 시스템은 지난달 31일 운영이 중단된 만큼 ‘전산 공백’이 보름째 이어지고 있다. 특히 행복이음 중 생계급여를 새로 신청한 사람의 재산과 소득을 검토해 지원 여부를 심사하는 시스템이 ‘먹통’이다. 생계급여 지급일인 이달 20일까지 시스템이 복구되지 않으면 신규 수급자가 제때 급여를 받지 못하게 된다. 복지부는 시스템 문제로 20일에 급여를 받지 못하게 된 사람에게는 추후에라도 소급해 지급할 방침이다. 사회복지시설에서 입·퇴소자 등록, 보조금 신청 등에 사용하는 ‘희망이음’(사회 서비스 정보 시스템)도 6일 개통됐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현장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방대한 정보를 다루는 시스템이다 보니 운영 초기에 기능이 오작동하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며 “10월 초까지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설익은 시스템을 서둘러 도입하다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차세대 사회보장 정보 시스템 구축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 기업 관계자는 “개통 전 검증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지만 복지부가 ‘오픈’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정부가 최근 도입한 신형 사회복지 전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일선 지방자치단체와 사회복지시설 업무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생계급여 등을 새로 신청한 사람이 제때 급여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요양원 등 민간 복지시설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져 자칫 ‘복지 사각지대’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보건복지부는 6일 각 지방자치단체 복지 담당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행복이음’을 개통했다. 생계급여 기초연금 등 복지 대상자의 모든 정보가 행복이음을 통해 처리된다. 복지부는 행복이음 개통을 앞두고 지난달 31일 구형 시스템의 운영을 중단한 바 있다.문제는 행복이음 개통 후 일주일이 지난 시점까지도 시스템 오류로 새로 생계급여(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한 사람에 대한 심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자체가 생계급여 신청을 받으면 대상자의 재산과 소득 상황을 분석해 30일 이내에 지급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이 과정이 지체되고 있다. 비수도권 지자체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A 씨는 “왜 일처리가 안 되느냐는 민원인들의 불만이 고스란히 현장 공무원들에게 쏟아지고 있다"며 "시스템이 먹통이라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생계급여가 매달 20일 지급되는 만큼 시스템 복구가 늦어지면 신규 수급자들이 제때 급여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최대한 20일 전까지 시스템을 복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만약 복구되지 않을 경우 추후에라도 지급하지 못한 급여를 소급해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양원 등 사회복지시설에서 사무를 처리하는 사회서비스정보시스템 ‘희망이음’도 정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희망이음도 행복이음과 같은 날인 지난 6일 일부 주요기능부터 개통됐지만, 입·퇴소자 등록, 보조금 신청 등의 주요 업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복지부는 "13일 오후 8시경 해당 기능을 개시했다"며 "일선 기관에서 컴퓨터 설정 문제로 접속이 안 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콜센터로 문의하면 조치 방법을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선 "콜센터도 전혀 연결이 안 된다"는 불만이 나온다. 복지부는 14일 오전 설명회를 열고 “개통 초기에 시스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공지하고 양해를 구한 바 있다”며 “현장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국민 불이익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장호연 차세대사회보장정보시스템구축추진단장은 “10월 초까지는 사용자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를 마칠 것”이라고 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며 급감했던 인플루엔자(독감) 환자가 최근 ‘유행주의보’ 발령 기준에 근접했다. 영유아에게 위험한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까지 늘면서 코로나19와 다른 호흡기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멀티데믹(multiple pandemic)’ 상황이 10∼12월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가을 독감’ 유행 우려에 RSV까지1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8월 마지막 주(36주차·8월 28일∼9월 3일)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환자 비율이 4.7명으로 집계됐다. 2020, 2021년 같은 시기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1명대에 불과했지만, 올해 방역 완전 해제 후 급증한 것이다. 질병청이 발표한 올해 독감 유행주의보 발령 기준은 의심환자 비율 4.9명이다. 현재 비율(4.7명)과 0.2명 차이에 불과해 이례적인 ‘가을 독감’ 유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질병청 관계자는 “통상 독감은 겨울철에 유행하지만, 올해는 예년과 완전히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보고 대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독감뿐만이 아니다. 영유아에게 모세기관지염과 폐렴을 유발하는 RSV도 비상이다. 질병청 조사 결과 8월 마지막 주 RSV 감염으로 입원한 환자는 156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이 병으로 입원한 환자가 1명도 없었다. 발열이나 기침, 인후통 같은 호흡기 증상을 유발하는 아데노, 보카, 리노 등 다른 호흡기바이러스 환자도 1년 전에 비해 평균 7배로 늘었다.○ 비슷한 증상에 의료 현장 혼란 우려문제는 독감 등 이들 호흡기 바이러스 증상이 코로나19와 대동소이해 증상만으론 구별이 어렵다는 점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이들을 구별하려면 유전자증폭(PCR) 검사까지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입원 전 환자 전원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여러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면 오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증상이 같아도 어떤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는데, 멀티데믹이 오면 환자에게 엉뚱한 약을 처방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방역당국은 소강상태에 접어든 코로나19 유행이 올겨울 다시 확산할 것으로 본다. 그렇게 되면 코로나19와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에 ‘동시 감염’되는 환자도 늘어날 수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동시 감염자에 대해선 치료 기준이 없다”며 “코로나19와 독감에 동시 감염됐을 때 어떤 약을 처방할 것인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독감, RSV 등도 불필요한 모임을 줄이고 손 씻기, 마스크 쓰기 등 개인 위생수칙을 지키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어린이와 고령자 등 고위험군은 독감 예방접종을 꼭 받을 것을 권고했다. 독감 무료 예방접종은 21일 만 13세 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시작된다. 독감과 코로나19 백신을 같은 날 동시 접종하는 것도 가능하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며 급감했던 인플루엔자(독감) 환자가 최근 ‘유행주의보’ 발령 기준에 근접했다. 영유아에게 위험한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까지 늘면서 코로나19와 다른 호흡기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멀티데믹(multiple pandemic)’ 상황이 10~12월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가을 독감’ 유행 우려에 RSV까지 1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8월 마지막 주(36주차·8월 28일~9월 3일) 외래환자 1000명 당 독감 의심환자 비율이 4.7명으로 집계됐다. 2020, 2021년 같은 시기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1명대에 불과했지만, 올해 방역 완전 해제 후 급증한 것이다. 질병청이 발표한 올해 독감 유행주의보 발령 기준은 의심환자 비율 4.9명이다. 현재 비율(4.7명)과 0.2명 차이에 불과해 이례적인 ‘가을 독감’ 유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질병청 관계자는 “통상 독감은 겨울철에 유행하지만, 올해는 예년과 완전히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보고 대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독감뿐만이 아니다. 영유아에게 모세기관지염과 폐렴을 유발하는 RSV도 비상이다. 질병청 조사 결과 8월 마지막 주 RSV 감염으로 입원한 환자는 156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이 병으로 입원한 환자가 1명도 없었다. 발열이나 기침, 인후통 같은 호흡기 증상을 유발하는 아데노, 보카, 리노 등 다른 호흡기바이러스 환자도 1년 전에 비해 평균 7배로 늘었다.● 비슷한 증상에 의료 현장 혼란 우려 문제는 독감 등 이들 호흡기 바이러스 증상이 코로나19와 대동소이해 증상만으론 구별이 어렵다는 점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이들을 구별하려면 유전자증폭(PCR) 검사까지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입원 전 환자 전원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여러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면 오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증상이 같아도 어떤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는데, 멀티데믹이 오면 환자에게 엉뚱한 약을 처방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방역당국은 소강상태에 접어든 코로나19 유행이 올 겨울 다시 확산할 것으로 본다. 그렇게 되면 코로나19와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에 ‘동시 감염’되는 환자도 늘어날 수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동시 감염자에 대해선 치료 기준이 없다”며 “코로나19와 독감에 동시 감염됐을 때 어떤 약을 처방할 것인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독감, RSV 등도 불필요한 모임을 줄이고 손 씻기, 마스크 쓰기 등 개인 위생수칙을 지키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어린이와 고령자 등 고위험군은 독감 예방접종을 꼭 받을 것을 권고했다. 독감 무료 예방접종은 21일 만 13세 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시작된다. 독감과 코로나19 백신을 같은 날 동시 접종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지난해 민간기업에 다니는 남녀 근로자의 임금 격차가 2020년보다 더 벌어졌다. 남성 근로자가 100만 원을 벌 때 여성 근로자가 버는 돈은 62만 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는 이 같은 내용의 성별임금격차 조사 결과를 6일 발표했다. 여가부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2021년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상장법인 2364곳을 조사한 결과 남성 근로자 평균 임금이 9413만 원, 여성 근로자 평균 임금이 5829만 원으로 집계됐다. 여성의 평균 임금이 남성 임금의 61.9%에 그치면서 2020년(64.1%)보다 오히려 남녀 간 임금 격차가 커졌다. 여가부 측은 “제조업, 금융 및 보험업, 정보통신업 등의 분야에서 남성 임금이 더 많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임금뿐 아니라 여성 고용의 양과 질 측면에서도 보완할 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부가 이날 내놓은 ‘2022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5세 이상 여성 중 일하는 비율(고용률)은 51.2%에 그쳤다. 남성 고용률(70.0%) 대비 20%포인트가량 낮은 수치다. 취업했더라도 지난해 여성 근로자 5명 중 1명(22.1%)이 근로자 중위임금의 3분의 2 미만(지난해 기준 월 198만 원)을 받는 저임금 근로자였다. 남성은 지난해 이 비율이 11.1%였다. 여성 임금근로자의 평균 시급 역시 남성(2만2637원)의 70% 수준인 1만5804원에 그쳤다. 여성이 조직 안에서 고위급으로 승진하지 못하는 ‘유리천장’도 여전히 존재했다. 지난해 임직원 1000명 이상의 민간기업에서 여성 임원 비중은 11.5%였다. 이런 유리천장은 민간보다 공공 영역에서 더 심각했다. 1000명 이상 근무하는 공공기관과 지방 공단·공사에서는 여성 임원 비율이 각각 4.4%, 3.7%에 불과했다. 또 여성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이 전체의 47.4%에 이르면서 남성 근로자(31.0%)보다 고용 안정성 역시 떨어졌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성별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여성의 경력 단절”이라며 “경력 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지원하고 일하는 여성의 노동시장 이탈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지난해 민간기업에 다니는 남녀 근로자의 임금 격차가 2020년보다 더 벌어졌다. 남성 근로자가 100만 원을 벌 때 여성 근로자가 버는 돈은 62만 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는 이 같은 내용의 성별임금격차 조사 결과를 6일 발표했다. 여가부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2021년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상장법인 2364곳을 조사한 결과 남성 근로자 평균 임금이 9413만 원, 여성 근로자 평균 임금이 5829만 원으로 집계됐다. 여성의 평균 임금이 남성 임금의 61.9%에 그치면서 2020년(64.1%)보다 오히려 남녀 간 임금 격차가 커졌다. 여가부 측은 “제조업, 금융 및 보험업, 정보통신업 등의 분야에서 남성 임금이 더 많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임금 뿐 아니라 여성 고용의 양과 질 측면에서도 보완할 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부가 이날 내놓은 ‘2022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5세 이상 여성 중 일하는 비율(고용률)은 51.2%에 그쳤다. 남성 고용률(70.0%) 대비 20%포인트 가량 낮은 수치다. 취업했더라도 지난해 여성 근로자 5명 중 1명(22.1%)이 근로자 중위임금의 3분의 2미만(지난해 기준 월 198만 원)을 받는 저임금 근로자였다. 남성은 지난해 이 비율이 11.1%였다. 여성 임금근로자의 평균 시급 역시 남성(2만2637원)의 70% 수준인 1만5804원에 그쳤다. 여성이 조직 안에서 고위급으로 승진하지 못하는 ‘유리천장’도 여전히 존재했다. 지난해 임직원 1000명 이상의 민간기업에서 여성 임원 비중은 11.5%였다. 이런 유리천장은 민간보다 공공 영역에서 더 심각했다. 1000명 이상 근무하는 공공기관과 지방 공단·공사에서는 여성 임원 비율이 각각 4.4%, 3.7%에 불과했다. 또 여성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이 전체의 47.4%에 이르면서 남성 근로자(31.0%)보다 고용 안정성 역시 떨어졌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성별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는 여성의 경력 단절”이라며 “경력 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지원하고 일하는 여성의 노동시장 이탈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당초 예상과 달리 6일 경남 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이동 경로가 서쪽으로 치우치면서 내륙을 관통하거나 서울 등 수도권에 강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아졌다. 추석을 앞두고 태풍 대비에 비상이 걸렸다. 기상청은 2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힌남노가 경남 해안에 상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상청 예측 경로에 따르면 6일 새벽 부산 인근 해안에 상륙해 동해안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전날까지 힌남노는 부산 앞바다 50km 지점을 지날 것으로 예측됐지만, 하루 만에 ‘상륙’으로 경로가 바뀌었다. 기상청은 “태풍 동쪽에 위치한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하면서 태풍을 서쪽으로 밀어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태풍의 중심 풍속, 주변 기압계 상황에 따라 힌남노 북상 경로가 서쪽으로 더 치우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태풍이 제주 서쪽을 지나 전남 남해안에 상륙하게 된다. 힌남노는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 중 가장 강한 수준이다. 상륙 시점인 6일 힌남노의 중심기압은 940∼950hPa(헥토파스칼)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역대 최악의 태풍으로 기록된 ‘사라’(1959년)와 ‘매미’(2003년)의 상륙 당시 중심기압보다 낮다.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주변 공기를 빨아들이는 힘이 세져 더 강해진다. 힌남노 풍속은 초속 50m(시속 180km)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사람을 날리거나 건물을 부술 수 있는 풍속이다. 전국 곳곳에 시간당 50∼100mm의 집중호우도 예상된다. 제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태풍의 간접 영향으로 2일부터 비가 시작됐다. 2∼4일 예상 강수량은 제주 100∼350mm, 전남 남해안과 경남권 해안 50∼150mm, 수도권 20∼70mm 등이다.기후변화가 키운 ‘괴물 태풍’, 더운 바닷물로 위력 유지 6일 경남 해안 상륙할 듯 ‘태풍 경로’ 수온 평년보다 1, 2도 높아 힌남노가 ‘역대급’ 강한 태풍으로 북상하는 이유는 온난화와 이상기후 때문이다. 2일 기상청의 해수온도 지도에 따르면 현재 남중국해 수온은 30도 이상으로 북서태평양을 통틀어 가장 높은 상태다. 특히 태풍이 지나는 길목의 해수온도는 평년보다 1∼2도 높아 최고 수온을 이루고 있다. 태풍은 열에너지를 흡수하며 위력을 키운다. 태풍 길목의 수온이 높으면 태풍 위력은 강해진다. 힌남노가 ‘초강력’ 혹은 ‘매우 강’의 강도를 유지하며 북상하고 있는 이유다. 태풍 길목의 수온이 높은 이유는 3년째 계속되고 있는 ‘라니냐’ 영향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라니냐는 열대 동태평양의 수온이 낮아지는 현상이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무역풍이 강해지면서 열대 태평양의 따뜻한 물이 한반도 방향인 서쪽으로 흘러가게 된다. 우리나라 인근 수역의 해수 온도가 높아진다는 뜻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달 31일 “3년 연속으로 라니냐가 발생하는 것은 21세기 관측 이래 처음”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올해는 전 지구적으로 평균 기온도 높은 상태다. 강남영 경북대 지리학과 교수는 “온난화에 라니냐가 겹치면서 동북아 지역의 수온이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이 상승한 상태”라며 “올해 9, 10월 동아시아를 찾는 태풍은 과거보다 강도가 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당초 예상과 달리 6일 부산·경남 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이동 경로가 서쪽으로 치우치면서 내륙을 관통하거나 서울 등 수도권에 강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아졌다. 추석을 앞두고 태풍 대비에 비상이 걸렸다. 기상청은 2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힌남노가 경남 해안에 상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상청 예측경로에 따르면 6일 새벽 부산 인근 해안에 상륙해 동해안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전날까지 힌남노는 부산 앞바다 50㎞ 지점을 지날 것으로 예측됐지만, 하루 만에 ‘상륙’으로 경로가 바뀌었다. 기상청은 “태풍 동쪽에 위치한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하면서 태풍을 서쪽으로 밀어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태풍의 중심 풍속, 주변 기압계 상황에 따라 힌남노 북상 경로가 서쪽으로 더 치우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태풍이 제주 서쪽을 지나 전남 남해안에 상륙하게 된다. 힌남노는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 중 가장 강한 수준이다. 상륙 시점인 6일 힌남노의 중심기압은 940~950hPa(헥토파스칼)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역대 최악의 태풍으로 기록된 ‘사라’(1959년)와 ‘매미’(2003년)의 상륙 당시 중심기압보다 낮다.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주변 공기를 빨아들이는 힘이 세져 더 강해진다. 힌남노 풍속은 초속 50m(시속 180㎞)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사람을 날리거나 건물을 부술 수 있는 풍속이다. 전국 곳곳에 시간당 50~100㎜의 집중호우도 예상된다. 제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태풍의 간접 영향으로 2일부터 비가 시작됐다. 2~4일 예상강수량은 제주 100~350㎜, 전남 남해안과 경남권 해안 50~150㎜, 수도권 20~70㎜ 등이다. 힌남노, 뜨거운 바닷물 에너지 흡수해 강도 세져 힌남노가 ‘역대급’ 강한 태풍으로 북상하는 이유는 온난화와 이상기후 때문이다. 2일 기상청의 해수온도 지도에 따르면 현재 남중국해 수온은 30도 이상으로, 북서태평양을 통틀어 가장 높은 상태다. 특히 태풍이 지나는 길목의 해수온도는 평년보다 1~2도 높아 최고 수온을 이루고 있다. 태풍은 열에너지를 흡수하며 위력을 키운다. 태풍 길목의 수온이 높으면 태풍 위력은 강해진다. 힌남노가 ‘초강력’ 혹은 ‘매우 강’의 강도를 유지하며 북상하고 있는 이유다. 태풍 길목의 수온이 높은 이유는 3년째 계속되고 있는 ‘라니냐’ 영향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라니냐는 열대 동태평양의 수온이 낮아지는 현상이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무역풍이 강해지면서 열대 태평양의 따뜻한 물이 한반도 방향인 서쪽으로 흘러가게 된다. 우리나라 인근 수역의 해수 온도가 높아진다는 뜻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달 31일 “3년 연속으로 라니냐가 발생하는 것은 21세기 관측 이래 처음 ”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올해는 전 지구적으로 평균 기온도 높은 상태다. 강남영 경북대 지리학과 교수는 “온난화에 라니냐가 겹치면서 동북아 지역의 수온이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이 상승한 상태”라며 “올해 9, 10월 동아시아를 찾는 태풍은 과거보다 강도가 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실거주 주택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은 지역 가입자에게 건강보험료를 깎아 주는 ‘주택금융부채 공제 제도’가 최근 도입됐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달부터 제도의 혜택을 받는 가구 수가 정부 예측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공단 측은 7월 1일부터 주택금융부채 공제 신청을 받았다. 지난달 29일 기준 지역 가입자 12만2559가구가 신청해 이 중 5만6804가구(46.4%)가 공제 승인을 받았다. 당초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74만 가구가 월 2만2000원가량 보험료를 감면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수혜자 수가 정부 예상치의 7.7%에 불과한 것이다. 주택금융부채 공제 제도는 지역 가입자 중 공시가격 5억 원 이하의 1주택 보유 가구와 보증금 5억 원 이하의 전월세 거주 가구가 대상이다. 이들 중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 등을 받은 가구는 자가 기준 8300만 원, 전월세 기준 5억 원까지 보험료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주택 마련을 위해 진 빚인지 확인하기 위해 ‘취득·전입일 전후 3개월 이내’에 받은 대출만 인정한다. 정부의 수혜 대상자 예측 자체가 ‘과잉 추계’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예측한 74만 가구는 재산 기준이 공제 대상에 해당하는 지역 가입자 중 주택 관련 대출이 있는 가구를 전부 합친 수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중에서 ‘취득·전입일 전후 3개월 이내’에 대출을 받은 경우만 대상이 된다. 정부가 ‘대출 시점 제한’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셈이다. 제도 홍보도 부족했다. 공단 측은 제도를 모르는 사람이 여전히 많고, 신청자 중 대출 시점 기준이 잘못된 경우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공단은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175만 가구에 최근 개별 안내문을 발송했다. 또 포털 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한편 9월부터는 직장 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록된 사람 중 연소득 2000만 원 이상인 사람은 지역 가입자로 전환돼 보험료를 따로 내야 한다. 기존 ‘연소득 3400만 원 이하’이던 기준이 강화됐다. 전체 피부양자의 1.5%인 27만3000명이 지역 가입자로 전환돼 1인당 월평균 14만9000원을 부담하게 된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정부가 30일 발표한 2023년도 예산안에서 보건·복지·고용 분야는 226조6000억 원으로 편성됐다. 전체 예산안의 35.5%로, 교육 국방 환경 등 12개 분야 중 가장 비중이 크다. 하지만 증가 폭은 급감했다. 올해 확정 예산안 대비 4.1%(8조9000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가율도 2022년도(8.5%)의 절반,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8년도(12.9%)의 3분의 1 수준이다. 윤석열 정부의 ‘건전 재정’ 기조가 복지 예산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저소득,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부모급여 70만 원, 쌍둥이는 ‘2배’ 전망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인 합계출산율(0.75명·2분기)을 끌어올리기 위해 ‘부모급여’ 제도를 시행한다. 만 0세, 1세 영아를 둔 부모에게 월 30만 원씩 지급하던 ‘영아수당’을 대체하는 제도다. 내년부터 아이가 만 0세(0∼11개월) 때 월 70만 원, 1세(12∼23개월) 때 35만 원이 지급된다. 2024년엔 각각 100만 원, 50만 원으로 인상된다. 아직 세부 사항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정부는 부모급여를 ‘아이 1명당’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돌이 지나지 않은 쌍둥이가 있는 가정은 내년에는 월 140만 원, 후년 200만 원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태어난 아이도 내년 1월부터 부모급여를 동일하게 받을 수 있다.○ 생계급여 인상, 재난적 의료비 5000만 원까지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는 소득 기준이 4인 가구 기준 월 162만289원으로 전년(153만6324원) 대비 8만 원가량 오른다.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이 전년 대비 5.47% 인상된 데 따라 ‘중위소득 30%’인 생계급여 기준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1인 가구는 소득 기준이 62만3368원이다. 생계급여는 소득 기준에서 실제 가구 소득인정액을 뺀 금액만큼 지급된다. 예를 들어 소득인정액이 100만 원인 4인 가구라면 내년에 월 62만289원을 생계급여로 받는다. 가구가 보유한 재산도 소득인정액 환산에 포함된다. 기본 공제액이 서울 거주자 기준으로 기존 6900만 원에서 9900만 원으로 인상된다. 재산이 9900만 원 이하라면 재산에 따른 소득 인정액이 ‘0원’으로 잡힌다는 뜻이다. 갑자기 큰 병에 걸렸을 때 의료비의 50∼80%를 지원하는 ‘재난적 의료비’도 확대한다. 내년부터 의료비가 연 소득의 10%를 초과하면 재난적 의료비를 받을 수 있다. 현재는 연 소득의 ‘15% 초과’만 대상이다. 지원금 상한도 기존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오른다. 성형수술, 65세 이하 임플란트 등 비필수 의료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장애인 지원도 확대된다. 저소득 경증 장애인에게 지급되는 장애수당이 월 4만 원에서 6만 원으로 인상된다. 중증 장애인이 받는 장애인연금도 기존 월 최대 30만8000원에서 32만2000원으로 오른다. 보호자에게 긴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최대 7일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애인 긴급돌봄’ 서비스를 전국 발달장애인지원센터 40곳에서 시범 운영한다. ○ ‘5년 5000만 원’ 청년 목돈 마련 지원윤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청년도약계좌 도입이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됐다. 청년도약계좌는 청년이 5년간 월 40만∼70만 원을 저금하면 정부가 연 최대 6%를 이자처럼 지원해주는 제도다. 가입자의 소득수준과 납입 금액에 따라 5년 뒤 최대 5000만 원 안팎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 청년도약계좌 가입 대상은 중위소득 180% 이하인 청년이다. 기존의 청년 저축 통장들과 달리 저소득층이 아니라도 가입할 수 있다. 정부는 가입 대상자가 306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예산 3528억 원을 책정했다. 아동보호시설 등에서 퇴소한 자립준비청년에게 5년간 지급하는 자립준비수당은 월 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인상한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정부는 ‘수원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소재 파악이 어려운 위기가구를 실종자로 간주하고 경찰을 동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두고 경찰 안팎에선 벌써부터 실효성이 낮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담당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위기가구에 실종 수사 기법을 적용하기에는 현행법상 제약이 많은 탓이다.○ “현재 실종 수사만도 벅차”정부는 23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거주지를 모르는 취약가구의 경우 경찰이 실종자에 준해 소재 파악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수원 세 모녀가 주민등록지가 아닌 곳에 거주해 지원을 못 받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다음 날(24일) 보건복지부가 연 ‘복지 사각지대 발굴 관련 전문가 간담회’에서 경찰 측은 “인력 부족 탓에 현실적으로 위기가구 발굴까지 맡긴 어렵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에 따르면 실종 수사 인력은 전국을 합쳐 약 800명인데, 실종 신고는 연간 10만 건 이상(지난해 10만7381건) 들어온다. 서울의 한 일선 경찰서 팀장은 “지금도 실종수사팀 인력이 부족해 강력팀, 형사팀이 함께 수사에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은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GPS 추적은 아동 등 실종만 가능실종 수사 기법을 위기가구 추적에 적용하려면 법 개정도 필요하다. 경찰이 휴대전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대상은 현행법에 따라 18세 미만 아동과 장애인, 치매 노인으로 제한돼 있다. 실종 가구에 아동 등이 없으면 GPS 위치 추적이 불가능하다. 수사기관은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이동통신사에 요청해 주소, 전화번호 등을 제공받을 수 있는데 이 역시 재판과 수사 등으로 목적이 엄격하게 제한돼 있다. 실종 수사 전문가인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위기가구 발굴에 실종 수사 기법과 인력을 동원하려면 먼저 법을 개정해 수사 가능 사건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28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대한 복지부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위기가구를 찾고, 어려운 경우에만 경찰에 도움을 청하겠다는 것”이라며 “복지부 소관 법령을 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소재 파악을 당사자가 원치 않는 경우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성인 818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21.7%는 “갑자기 큰 도움이 필요하더라도 타인의 도움 받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다양한 이유로 주거지가 드러나는 걸 원치 않을 수 있다. (경찰 수사를) 당사자가 개인정보 침해로 느낄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위기가구 발굴할 공무원도 태부족주민등록지에 거주하지 않는 위기가구를 찾아내기에 앞서 실제 주소지에 거주하는 위기가구를 찾아낼 지자체 공무원도 부족한 실정이다. 복지부 산하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 발굴한 잠재적 위기가구는 지난해 133만9909가구에 이르렀지만 위기가구 여부를 현장에서 실제 확인하고 지원하는 전담팀 인력은 1만2723명에 불과하다. 팀원 1명이 평균 105가구를 맡고 있는 셈이다. 2018년 팀원 1명이 약 36가구(전담팀 1만268명, 잠재적 위기가구 36만6755가구)를 담당했는데 시간이 지나며 상황이 악화된 것이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여성 청소년 10명 중 1명은 ‘온라인 그루밍(심리적 지배)’ 위험에 노출된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10명 중 9명은 온라인 그루밍과 그 위법성에 대해 알지 못했다. 연간 청소년 성폭행 피해자가 1만 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가족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1년 여성폭력실태조사’를 26일 공개했다. 이 조사는 만 19세 이상 성인 여성 7000명과 만 14∼18세 여성 청소년 1000명을 대상으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수행했다.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사용 경험이 있는 여성 청소년의 70%(994명 중 696명)는 낯선 사람과 온라인 채팅을 한 경험이 있었다. 10%(100명)는 낯선 사람과 온·오프라인에서 대화하던 중에 성적인 대화나 행위를 요구받았다. 지난해 9월 일명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으로 불리는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성인이 성적인 목적을 갖고 온라인상에서 미성년자와 대화를 시도하기만 해도 처벌 대상이 된다. 온라인 그루밍이란 채팅앱, 소셜미디어를 통해 청소년에게 접근해 피해자를 길들여 성적으로 착취하는 행위다. 하지만 이 법을 정확히 알고 있다고 응답한 여성 청소년은 9.1%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청소년이 온라인 그루밍을 당해도 스스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거나,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신분위장수사(일명 ‘함정수사’)를 실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인력 증원이 절실하다”고 제안했다. 대검찰청 범죄분석 자료를 보면 연간 청소년 성폭력 범죄 피해자는 8272명(2020년 기준)이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성인 여성의 16.1%는 과거 또는 현재의 배우자나 연인으로부터 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여성 청소년 10명 중 1명은 ‘온라인 그루밍(심리적 지배)’ 위험에 노출된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10명 중 9명은 온라인 그루밍이 불법인지도 몰랐다. 연간 청소년 성폭행 피해자가 1만 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가족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1년 여성폭력실태조사’를 26일 공개했다. 이 조사는 만 19세 이상 성인 여성 7000명과 만 14~18세 여성 청소년 1000명을 대상으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수행했다.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사용 경험이 있는 여성 청소년의 70%(994명 중 696명)는 낯선 사람과 온라인 채팅을 한 경험이 있었다. 10%(100명)는 낯선 사람과 온·오프라인에서 대화하던 중에 성적인 대화나 행위를 요구받았다. 지난해 9월 일명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으로 불리는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성인이 성적인 목적을 갖고 온라인상에서 미성년자와 대화를 시도하기만 해도 처벌 대상이 된다. 온라인 그루밍이란 채팅앱, 소셜미디어를 통해 청소년에게 접근해 피해자를 길들여 성적으로 착취하는 행위다. 하지만 이 법을 정확히 알고 있다고 응답한 여성 청소년은 9.1%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청소년이 온라인 그루밍을 당해도 스스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거나,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신분위장수사(일명 ‘함정수사’)를 실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인력 증원이 절실하다”고 제안했다. 대검찰청 범죄분석 자료를 보면 연간 청소년 성폭력 범죄 피해자는 8272명(2020년 기준)이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성인 여성의 16.1%는 과거 또는 현재의 배우자나 연인으로부터 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보건복지부는 연락이 닿지 않는 ‘복지 위기가구’에 대해 경찰의 도움을 받아 소재를 파악하겠다는 방침을 24일 내놨다. 경찰이 실종자나 가출자를 수색하듯이 ‘증발’된 위기가구를 찾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특단의 조치”를 언급한 지 하루 만에 나온 조치다. 하지만 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실제 적용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조규홍 복지부 1차관은 24일 오전 ‘복지 사각지대 발굴, 지원체계 개선’을 주제로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검토했다. ‘수원 세 모녀’처럼 행방이 불투명한 복지 위기가구가 포착될 경우 개인 위치정보를 비롯해 신용카드 명세, 폐쇄회로(CC)TV 자료 등을 열람해 신속히 찾아내는 방식이다. 이날 간담회에 경찰 관계자가 참석한 배경이다. 복지부는 다음 달부터 ‘복지멤버십’ 운영도 확대하기로 했다. 가입자의 가족이 사망하거나 수입이 줄어드는 등 상황이 변해 기존에 받지 못하던 복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될 경우 이를 정부가 먼저 안내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생계급여, 의료급여 등 15종 복지사업 수급자만 가입 대상이었는데, 9월부터 전 국민이 가입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안들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간담회에 나온 경찰 관계자는 연락 두절된 위기가구를 찾기 위해선 별도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현행법상 경찰은 실종자를 수색할 때도 미성년자나 지적장애인, 치매 환자 등 제한적인 경우에만 위치 및 통신기록 확인을 할 수 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권력이 개입해 당사자 의지와 관계없이 개인정보를 열람하겠다는 것”이라며 “좋은 의도로 시작한 사업이지만 오히려 당사자 반발이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복지멤버십 또한 당사자가 읍면동 주민센터를 방문하거나 온라인 웹사이트에 접속해 스스로 가입 신청을 해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고령층 등 취약계층은 신청 과정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단순히 대상 범위만 늘려선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며 “무료급식소나 고용복지센터 등 잠재적 취약계층이 찾을 만한 장소에서 집중적으로 가입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다음 달 6일부터 위기가구 발굴에 활용하던 공과금 체납, 단전, 단수 등 위기 정보를 기존 34종에서 39종으로 늘린다. 복지부는 이러한 위기 정보가 여러 건 확인된 사례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하는데, 수원 세 모녀의 경우 건강보험료 체납 항목 하나만 해당돼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지 않았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을 통해 ‘위기가구’로 선정되더라도 실제 지원을 받는 사람은 절반 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마저도 기초생활보장제도, 차상위 지원 등 안정적인 공적 지원을 받는 사람은 전체 발굴자의 2.9%에 그쳤다. 24일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단수, 단전, 건보료 체납자 등 34개 기준에 의해 복지 사각지대 발굴 대상자로 선정된 사람은 52만3900명에 달했다. 하지만 정부 시스템에 의해 복지 사각지대 리스트에 오른 뒤 실제 지원까지 이어진 경우는 51.8%(27만1102명)에 불과했다. 절반가량의 위기가정은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특히 안정적인 공적 지원을 받은 사람의 비율이 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생활보장제, 차상위 지원 등 빈곤에서 벗어나기 전까지 안정적으로 지급되는 공적 지원을 받은 사람은 2.9%에 불과했다. 그 외에는 긴급복지 지원(1.2%), 복지 바우처(9.4%) 등 단기, 혹은 일시적인 지원이 많았다. 민간 복지단체(38.3%)에 연계돼 지원을 받는 비율도 높았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일시적 지원을 받다가 기초생활보장제 등 안정적인 복지 지원으로 전환되는 사람이 늘어나려면 각 지자체의 복지 재량권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은 “정부가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실적만 강조할 게 아니라,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복지 지원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복지 사각지대 발굴 건수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시스템에 의해 복지 사각지대 ‘위기 가정’으로 발굴되고, 실제 지원까지 연결된 사람은 2015년 1만8318명에서 지난해 약 66만 명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는 7월까지 27만 명에 그쳐 연말까지 50만 명 안팎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여파로 일선 복지공무원의 가가호호 방문이 제한되고, 지자체 업무 과부하 현상이 지속되면서 복지 사각지대 발굴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북구 새천년대로는 37700, 남구 상도남로는 37834….” 조대희 씨(28)는 하루 4시간씩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우체국에서 우편물 분류 작업을 한다. 관할구역 264개 우편번호를 잘 알아야 하는 골치 아픈 일이지만 조 씨에겐 ‘놀이’에 가깝다. 그가 몇 년 치 달력을 몽땅 외우는 등 ‘숫자 집착’을 가진 중증 자폐성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이 우체국 조경재 집배원은 “대희가 없으면 집배원들의 일이 느려지는 게 확연히 보일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계약 기간은 내년 8월까지고 재계약 여부는 불투명하다. 조 씨의 어머니 나성희 씨(55)는 “대희가 ‘내년에는 나 우체국 못 다니느냐’며 벌써부터 우울해한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발달장애인 10명 중 7명이 ‘미취업’최근 화제가 된 TV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종영했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주인공 우영우가 ‘법무법인 한바다’에 정규직 변호사로 채용되는 해피엔딩이다. 하지만 좋은 결말은 그가 지능지수(IQ) 165의 천재였기 때문에 가능하다. 25만 명에 이르는 발달장애인(자폐성, 지적 장애인을 통칭)들에게 고액 연봉은 꿈같은 이야기일 뿐, 현실은 ‘매일 출근할 곳’을 찾는 것조차 쉽지 않다. 국내 발달장애인 10명 중 7명은 직업이 없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5세 이상 자폐성 장애인의 고용률은 28.1%, 지적장애인은 28.0%다. 전 국민 고용률(2021년 12월 60.4%)은 물론이고 전체 장애인 고용률(34.6%)보다 낮다. 취업 후 평균 월급도 자폐성 장애 121만 원, 지적 장애 92만 원으로 전체 장애인 평균 월급(188만 원)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어렵게 취업해도 “2년 지나면 나와야”초등학생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가진 이지은 씨(29·여)는 성인이 된 후 10년 가까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장애인복지관 구내식당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2년 남짓 일하고 그만뒀다. 일을 못해서가 아니라 해당 일자리가 근무 기간이 2년으로 제한되는 ‘복지 일자리’였기 때문이다. 다른 장애인에게도 기회를 줘야 했다. 이 씨는 올 2월 인천의 한 식자재 마트에 일자리를 구했다. 국비 지원으로 지역 내 사업체에서 인턴처럼 일하는 ‘현장 중심 직업훈련’ 프로그램으로 일을 시작해 3개월 만에 정식 채용됐다. 이 씨의 어머니 임정희 씨(51)는 “지은이는 운이 좋은 케이스”라며 “지은이 친구들은 여러 업체에서 훈련만 받고 채용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1∼7월) 현장 중심 직업훈련에 참여한 발달장애인은 457명이지만 취업으로 이어진 사람은 109명에 그쳤다. 서동명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의 정도나 유형에 따라 고용 지원금을 차등 지급해야 발달장애인 고용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북구 새천년대로는 37700, 남구 상도남로는 37834….” 조대희 씨(28)는 하루 4시간씩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우체국에서 일한다. 매일 쏟아지는 우편물을 우편번호로 분류해 집배원 80여 명의 배송 통에 집어넣는 게 그의 일이다. 관할구역 264개 우편번호를 잘 알아야 하는 골치아픈 일이지만, 조 씨에겐 ‘놀이’에 가깝다. 그가 몇 년치 달력을 몽땅 외우는 등 ‘숫자 집착’을 가진 중증 자폐성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2020년 직업훈련으로 시작해 올해로 근무 3년차를 맞은 조 씨는 이제 포항우체국의 ‘보물’이 됐다. 이 우체국 조경재 집배원은 “대희가 없으면 집배원들의 일이 느려지는 게 확연히 보일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계약 기간은 내년 8월까지다. 조 씨의 어머니 나성희 씨(55)는 “대희가 ‘내년에는 나 우체국 못 다니느냐’며 벌써부터 우울해한다”고 한숨을 쉬었다.발달장애인 10명 중 7명이 ‘미취업’최근 화제가 된 TV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종영했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주인공 우영우가 ‘법무법인 한바다’에 정규직 변호사로 채용되는 해피엔딩이었다. 대형 로펌의 임금 수준을 감안하면 주인공이 받는 연봉이 1억5000만 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이런 결말은 우 변호사가 지능지수(IQ) 165의 천재였기 때문에 가능하다. 25만 명에 이르는 발달장애인(자폐성, 지적 장애인을 통칭)들에게 고액 연봉은 꿈같은 이야기일 뿐, 현실은 ‘매일 출근할 곳’을 찾는 것조차 쉽지 않다. 국내 발달장애인 10명 중 7명은 직업이 없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5세 이상 자폐성 장애인의 고용률은 28.1%, 지적장애인은 28.0%다. 전 국민 고용률(2021년 12월 60.4%)은 물론 전체 장애인 고용률(34.6%)보다 낮다. 취업 후 평균 월급도 자폐성 장애 121만 원, 지적 장애 92만 원으로 전체 장애인 평균 월급(188만 원)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몸이 불편한 지체장애인의 고용률과 평균임금이 발달장애인보다 높기 때문이다.어렵게 취업해도 “2년 지나면 나와야” 초등학생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가진 이지은 씨(29·여)는 성인이 된 후에도 10년 가까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장애인복지관 구내식당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2년 일하고 그만뒀다. 일을 못 해서가 아니라 해당 일자리가 근무 기간이 2년으로 제한되는 ‘복지 일자리’였기 때문이다. 다른 장애인에게도 기회를 줘야 했다. 이 씨는 올 2월 인천의 한 식자재마트에 일자리를 구했다. 국비 지원으로 지역 내 사업체에서 인턴처럼 일하는 ‘현장 중심 직업훈련’ 프로그램으로 일을 시작했다. 입사 3개월 만에 정식 채용됐다. 이 씨의 어머니 임정희 씨(51)는 “지은이는 운이 좋은 케이스”라며 “지은이 친구들은 여러 업체에서 훈련만 받고 채용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1~7월) 현장 중심 직업훈련에 참여한 발달장애인은 457명이지만 취업으로 이어진 사람은 109명에 그쳤다. 서동명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의 정도나 유형에 따라 고용 지원금을 차등 지급해야 발달장애인 고용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사학연금 등 4대 직역연금을 통합하는 구조개혁 논의가 본격화된다. 고갈 우려가 커지고 있는 국민연금을 개선하기 위해 소득대체율, 보험료율, 재정이 각각 다른 직역연금과 연계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케어’로 불린 지난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도 재검토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19일 이 같은 내용의 국민연금 개혁 방향을 담은 ‘새 정부 업무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우선 연금 개혁의 기초가 되는 재정추계(5차)를 이달 내에 착수하기로 했다. 현재 30만 원인 기초연금을 40만 원으로 인상하는 안과 연계한 국민연금 개편안도 마련해 내년 하반기(7∼12월)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또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별정우체국연금 등 4대 직역연금을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이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되도록 부처 차원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앞서 나온 2018년 제4차 재정추계에서 국민연금은 2042년 적자를 내기 시작해 2057년 기금이 바닥날 것으로 전망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각각 연금 수령자의 이해관계가 복잡해 복지부 등 개별 부처 차원에서 통합을 추진할 수 없다”며 “국회에서 논의가 활성화되게 할 것이며 복지부도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의장단과의 만찬에서 연금·노동 개혁에 대해 언급하며 “미래 세대를 위해 어떻게 문제를 풀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개혁)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정치가 여러 난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논의해야 한다. 국회 논의도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날 방만한 건보 재정을 정리하고 만성적 의료진 부족에 시달리는 필수의료를 강화하는 방안도 중점적으로 보고했다. 지난 정부에서 초음파, 자기공명영상(MRI) 등이 급여화되면서 불필요한 의료 이용이 늘었다는 지적에 따라 이들에 대한 건보 적용 여부를 재평가하기로 했다.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해 신경외과 등 의료진 부족에 시달리는 필수 과목에 대한 수가를 인상하고, 분만 취약 지역에 대한 인프라 지원도 강화한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향후 20년 내에 다음 팬데믹이 발생할 가능성이 50%라고 본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공동이사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한 범국가적 대응기구를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염병으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 국가들을 위해 한국이 더 많은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도 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코로나19처럼 동물에서 유래한 바이러스가 사람까지 감염시키는 인수공통감염병이 언제든 또 출현할 수 있으며, 국제 여행이 보편화된 만큼 새로운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의 치명률이 0.2% 이하로 낮았던 건 우리에게 ‘운이 좋았던’ 것”이라며 “다음번엔 두창(천연두)과 같이 치명률이 30%에 이르는 팬데믹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다음 팬데믹에 대비해 ‘글로벌 전염병 대응·동원(GERM) 팀’을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3000명 규모의 전문가 집단을 꾸려 팬데믹 발생을 조기에 감지하고 확산을 방지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이츠 이사장은 GERM 팀 운영에 연간 10억 달러가 들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이번 팬데믹으로 인한 손실을 돈으로 환산하면 수십조 달러에 이르는 만큼 충분히 가치가 있는 투자”라고 밝혔다. 개발도상국 보건의료 강화를 목표로 2000년 설립된 게이츠재단은 한국과의 협업을 장기간 진행해 왔다. 한국에 본부를 둔 국제기구인 국제백신연구소(IVI)에는 20여 년간 누적 2조5000만 달러를 지원했으며,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지원하기도 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감염병 대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백신의 공평한 분배라고 강조했다. 그는 “저소득 국가의 고령층이 백신을 다 맞기 전까지는 고소득 국가의 젊은층이 백신을 맞아선 안 된다”며 “(한국 제약사 중) 저소득 국가에 저렴하게 백신을 공급할 수 있는 회사가 최우선 지원 대상”이라고 밝혔다. 게이츠 이사장은 한국이 공적개발원조(ODA) 공여국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임에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ODA 비율이 0.16% 안팎으로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이 GDP의 0.3%를 ODA에 투자한다면 국제 공중보건 불평등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